공유하기
배추 값이 불과 한 달 새 2배 이상으로 뛰면서 한 포기에 1만 원이 넘는 ‘금(金)추’까지 등장했다. 고랭지 배추밭이 갈수록 줄고 있는 데다 올여름 폭염과 가뭄까지 겹쳐 배추 값 고공행진은 다음 달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을 앞두고 배추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7일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내놓은 ‘배추 가격 급등 원인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上品) 10kg 기준 평균 1만5250원으로 작년 8월(6867원)보다 122% 급등했다. 최근 5년간 평균보다도 92% 높다. 장바구니 배추 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7일 현재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8186원으로 한 달 전(3904원)보다 109% 급등했다. 일부 마트에서는 포기당 1만 원이 넘게 팔리고 있다. 배추 값이 급등한 것은 강원 지역의 배추 재배지가 줄고 있는 데다 올해 이례적인 폭염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7∼9월 배추는 대부분 고랭지인 강원도에서 생산되는데 이 지역의 배추 재배 면적은 2013년 5099ha에서 지난해 4368ha로 14%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 4% 더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배추 재배에 적합한 지역 자체가 줄었고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면서 배추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각종 해충과 병해(病害)가 확산되면서 배추 생산량이 30%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폐기됐던 품질이 떨어지는 배추들도 높은 가격을 받고 출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배추 값 급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필 한은 강원본부 경제조사팀 과장은 “통상 김치 제조업체들이 산지에서 배추를 전량 조달하지만 올해는 공급량이 달려 30% 정도를 도매시장에서 조달하고 있어 배추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준고랭지 지역의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10월 이후에는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 김장철 가계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음식점들이 값싼 중국산 수입 김치를 더 많이 찾음으로써 배추 가격 상승세를 다소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7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 배추 값이 폭등하면서 포장 김치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이마트의 포장 김치 매출 증가율은 7월부터 두 자릿수로 뛰어올랐다. 7월(17.4%), 8월(18.2%)에 이어 이달 1∼6일에는 작년보다 매출이 59.1% 급증했다. 롯데마트도 이달 들어 포장 김치 매출이 41.3%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것보다 포장 김치를 사는 게 더 싸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포장 김치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쇼핑에서도 포장 김치가 ‘귀한 몸’이 됐다. 방송에 나오는 족족 금세 팔리지만 물량을 대지 못해 편성 횟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이달 3일 종가집 김치 3500세트를 팔기 위해 40분 방송을 편성했는데 방송 시작 15분 만에 모두 팔렸다. 6일에도 19분 만에 5300세트가 완판됐다. GS홈쇼핑 관계자는 “물량이 없어 추석 전에 더 이상 김치 판매 방송을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김현수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원 이상 급락하며 1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약화되면서 달러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2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09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연중 최저점이자 지난해 5월 19일(1088.1원)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다. 간밤에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의 55.5에서 51.4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2010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 주 발표된 제조업 지표와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에 이어 서비스업 지표까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원화를 포함해 이날 주요국 통화의 대부분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다음 달부터 편의점 계산대에서 체크카드로 결제하면서 현금을 찾을 수 있는 ‘캐시백 서비스’가 시작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편의점 ‘위드미’와 손잡고 다음 달 캐시백 서비스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캐시백 서비스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5만 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카드로 10만 원을 결제한 뒤 차액인 5만 원을 현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로,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관련 서비스 도입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캐시백 서비스는 통장 잔액 내에서만 결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만 이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는 ‘카드깡’으로 악용될 수 있어 제외됐다. 또 최고 인출 한도는 10만 원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이용 수수료는 현재 편의점, 지하철 등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1000∼1500원)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결제망을 이용하는 데다 ATM 관리비 같은 고정비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다른 시중은행들도 본격적인 캐시백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라며 “편의점, 대형마트 등으로 사용처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가계가 해외에서 쓴 돈이 지난해보다 10% 넘게 늘었다. 해외 씀씀이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국내 소비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어 국내에서 지갑을 열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소비로 지출한 금액은 13조60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3102억 원(10.7%) 늘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가계가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2721억 원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이 통계에는 외국에서 회사 출장 등 업무로 소비했거나, 국내에서 인터넷 등으로 해외물품을 직접 구입한 금액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외소비 증가세에는 해외 여행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 여행을 다녀온 국민은 1063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2% 늘었다. 일본을 다녀온 관광객은 238만3000명으로 31.0%나 급증했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국내 관광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해외 여행객의 발길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반기(7∼12월)에도 추석 연휴 국제선 항공편이 매진되는 등 해외 여행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 국내 관광소비 5% 늘면 1조2000억 내수 파급 효과 ▼국내 관광소비가 5% 늘면 1조2000억 원 규모의 내수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해외여행에 비해 정체돼 있는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이 6일 발표한 ‘연령별 관광소비패턴 변화의 내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관광소비가 5% 늘면 1조2000억 원, 10% 늘면 2조5000억 원의 내수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다만 한국의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기여도가 2014년 기준 각각 2.0%, 2.4%로 세계 평균(3.4%, 3.6%)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기여도가 올라가면 경제적 파급효과도 더 높아질 거란 뜻이다. 2014년 내국인이 국내관광에 쓴 총 지출액은 14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관광을 가장 많이 하는 40대가 전체 지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0.6%에서 2014년 26.9%로 3.7%포인트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19.7%)와 60대(16.6%) 비중은 각각 1.9%포인트, 1.7%포인트 늘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국내관광 지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문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를 타깃으로 한 관광상품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맞춤형 상품과 시설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직장인 이모 씨(33)는 최근 A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을 인터넷으로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만기가 1년 더 긴 데도 금리는 연 1%대 초반으로 같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1년 전만 해도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았는데 차이가 없어져서 눈을 의심했다”며 “은행에 돈을 오래 맡겨 놓으면 당연히 이자도 더 높게 받아야 하는데, 이제는 장기 상품에 돈을 묶어 놓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에서도 장단기의 금리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도 높다는 예·적금의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1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3년 만기 상품보다 오히려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 1년>3년, 역전된 금리 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광주은행의 정기예금 상품들은 3년보다는 1년 만기로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하다. ‘스마트모아드림정기예금’의 1년 만기 상품 금리는 연 1.07%로 3년 만기 금리인 0.93%보다 더 높다. 또 다른 상품인 ‘플러스다모아예금’도 3년보다 1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는 게 0.14%포인트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몇 년을 맡기든 금리에 차이가 없는 상품도 있다.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확정형)’은 1년 만기와 2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동일하다. 한국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예금’도 2년과 3년의 금리가 1.40%로 같다. 이는 적금에서도 마찬가지다. KEB하나은행의 ‘행복투게더적금’은 3년을 선택하든 4년을 선택하든 제공되는 금리가 똑같다. BNK부산은행의 ‘가계우대정기적금’도 만기 3년이나 5년 모두 1.60%로 동일한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들은 예금 상품에 대해 1년 만기와 3년 만기의 금리 차를 보통 0.10∼0.20%포인트 정도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NH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은 1년과 3년의 금리 차가 0.08%포인트에 불과하다. DGB대구은행의 ‘DGB행복파트너예금(일반형)’도 0.0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깊어지는 대형 은행들의 고민 장단기 예·적금 금리가 같아지거나 역전되고 있는 것은 은행 입장에선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가입할 때 정해진 금리가 3년 동안 적용되는데, 고객이 가입한 후 금리가 더 떨어지면 은행은 계속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B은행 금리 담당자는 “예금 금리는 국고채 금리 등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한다”며 “현재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대형 은행에까지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현재 일부 상품의 금리 역전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차원 등 개별 은행마다 각각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은행으로까지 확산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숙 신한PWM이촌동센터 부지점장은 “올해 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예·적금 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6개월 정도 가입을 하고 그 이후에 다시 금리 상황을 보면서 투자를 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고 조언했다.박희창 ramblas@donga.com·정임수 기자}
한진해운발(發) 물류 대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주주 책임’ 압박에도 한진그룹이 추가 자금 지원이 힘들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태 해결을 위한 자금 마련 방안을 두고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 간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계속되면서 물류 피해는 불어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단순히 도의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한진그룹 전체의 신용도와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날 채권단은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추가 담보를 내놓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경우 물류 대란 해소에 필요한 긴급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현재 한진해운이 하역·운반비, 장비 임차료 등으로 밀린 대금만 6500억 원가량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이상균 대한항공 대표이사 등 한진그룹 관계자들은 KDB산업은행을 방문해 “대한항공이 하역비 등 자금을 지원할 경우 배임 우려가 있다”며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 내부에서는 물류 혼란의 1차적 책임을 져야 할 한진그룹이 꼬리 자르기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세계 곳곳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의 화물을 안전하게 내리기 위해 ‘해외 거점 항만’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400여 협력업체 및 중소 화주(貨主)에 대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79척으로 하루 새 11척이 늘었다. 이날까지 한국무역협회에 접수된 한진해운 물류 피해는 1138만 달러(약 127억4560만 원)로 불어났다. 정임수 imsoo@donga.com·강유현 기자}
올해 안에 신용대출이 많거나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신규 대출 받기가 한층 더 까다로워진다. 또 다음 달부터 지역 농·축협 등 제2금융권에서 토지, 상가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대출 한도가 최대 15%가량 줄어든다.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적자 상태에서 나스닥에 상장한 것처럼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테슬라식’ 상장·공모제도도 도입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작년보다 빠르다”며 “8·25 가계부채 대책에 담긴 후속 조치들을 최대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먼저 가계부채 급증세를 이끌고 있는 아파트 집단대출과 관련해 은행들이 당장 대출 신청자의 소득자료를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당초 11월 세칙 개정을 통해 실시하려던 것을 행정지도를 통해 즉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또 중도금 대출 보증건수를 4건에서 2건으로 줄이는 방안도 다음 달 1일부터 곧바로 적용한다. 지역 농·축협, 신협 등 제2금융권에서 비(非)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15% 낮추는 조치도 한 달 앞당겨 10월부터 시행한다. 아울러 대출 심사 때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 다른 대출금을 합산해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스템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DSR는 대출 원리금을 비롯해 상환 방식, 만기, 금리 등 개인별 실제 대출 정보와 소득 수준 등을 모두 따져 산출하기 때문에 현재 대출 심사 때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한 ‘적정 DSR(예를 들어 70% 또는 80%)’를 초과하는 경우 대출자는 소득자료를 추가로 증빙하거나 대출액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적이 좋지 않거나 매출이 별로 없는 기업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크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길이 열린다. 임 위원장은 “적자 상태에서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한 ‘테슬라’ 같은 기업을 한국에도 만들겠다는 취지”라며 “구체적인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서울에 사는 김정은 씨(45)는 지난달 1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신한은행 지점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는 언니에게 3000만 원(약 2만7000달러)을 송금했다. 13년째 남아공에 살고 있는 언니는 집값을 치를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0일이 지나도록 언니의 남아공 은행 계좌에는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 통상 해외송금에 3, 4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 씨가 부랴부랴 신한은행에 확인한 결과 송금한 돈은 미국 뉴욕의 S은행에 묶여 있었다. 김 씨의 이름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같다는 이유였다. 4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김 씨가 송금한 돈은 뉴욕의 중개은행인 S은행을 거쳐 남아공 은행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남아공 은행이 ‘김정은’이라는 이름 때문에 테러 자금으로 의심된다며 김 씨의 돈을 다시 미국 중개은행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미국 S은행은 김 씨의 돈과 북한 테러 자금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 은행에 김 씨의 신원 확인 서류를 보냈으며 북한 김정은과 전혀 관련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송금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요즘 이런 일이 가끔 생기고 있다. 각국이 제재 대상 명단에 오른 북한 사람들의 이름 영문 표기를 다양하게 등록해 놓고 수시로 점검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에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을 ‘Kim Jong-un’으로 표기하지만 ‘Kim Jeong-un’ 등으로 표기하는 이들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미국에서는 테러 자금과 연루될 경우 내야 하는 벌금이 워낙 커 현지 은행들이 조사를 철저히 한다”고 설명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정부의 뒤늦은 정책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가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해운업계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국제적 관심을 끄는 물류대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피해 추산은 물론이고 대응책 마련에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한진해운 선박의 절반이 멈춰서면서 정부가 4일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확산 일로의 물류대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차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따른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던 해운업계는 정부의 안이한 뒷북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미국 최대 쇼핑시즌을 앞두고 발생할 수출업체의 피해는 하반기 실물경제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관리 신청 4일 만에 범정부 대책반 꾸려 이날 오후까지 한진해운 선박 중 각국 항만에서 입출항을 거부당했거나 가압류된 선박은 전체 운항 중인 141척 가운데 절반 정도(48.2%)인 68척으로 늘어났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9개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범(汎)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4일 만이다. 그만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파장을 과소평가했다는 방증이다. 실제 법정관리에 앞서 해운업계는 피해 규모를 최대 17조 원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였을 뿐 구체적인 피해 규모도 추산하지 않았다. 또 법정관리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정부가 실효성 있는 ‘위기 대응 시나리오’조차 짜두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주무 부처인 해수부가 첫 비상대책회의를 연 것은 법정관리가 신청되고 나서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수출 전선에 대혼란을 불러올 결정에 앞서 정부가 부처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지적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해운업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금융논리에만 치우친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채권단 관계자는 “(수요 침체로) 화물은 적고 선박은 공급 과잉 상태”라며 물류대란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채권단의 미묘한 입장 변화 해수부는 이날 한진해운을 통해 43개국 법원에 선박에 대한 즉시 압류금지(스테이오더·Stay Order)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테이오더 결정은 1, 2주가 걸리고 중국 파나마 등 주요 거래 국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대상선의 대체선박 13척(미주 4개 노선, 유럽 8개 노선)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멈춰선 선박 68척의 20%도 되지 않는다. 선박을 구하기 어려워 빨라야 나흘 뒤인 8일에나 출항이 가능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지의 한진해운 선박까지 가는 시일이 상당 기간 소요되고 도착하더라도 당장 컨테이너를 옮겨 싣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한진해운이 용선료와 하역 운반비 등 미지불금을 내야 물류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밀린 대금에 지급보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무(無)지원 원칙’을 고수하던 금융당국도 한진그룹에 대한 조건부 자금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내비쳤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한진그룹이 선박 입출항, 하역 등과 관련해 연체한 대금 일부를 먼저 납부하고 추가 담보를 제공한다면 채권단도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관계자는 “이미 우량 자산을 다 팔아서 무엇을 추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해운업계에서는 한진그룹도 이번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데 일정 부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대 성수기 앞두고 속 타는 수출업계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로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쇼핑시즌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11월 네 번째 금요일)를 앞두고 한진해운 사태가 벌어진 점은 치명적이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 사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어 걱정”이라며 “블랙프라이데이 등 프로모션들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업계의 우려를 전했다. 미국 소매업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미국소매연합(NRF)이 미 정부에 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6, 7일 뉴욕 뉴저지와 미 서부 해안 항만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갖기로 하면서 국제적 이슈로 번지고 있다. 한편 지난달 31일 영국 해운사인 ‘조디악’이 미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한진해운을 상대로 받지 못한 307억 달러의 용선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정임수·이호재 기자}
올 상반기(1∼6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이 자영업자와 기업들에 빌려준 돈이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민간 부채의 취약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까지 증가하면서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도 가파르게 늘면서 금융당국이 제동에 나섰다.○ 자영업자 ‘대출 쏠림’ 커져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농협·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금 잔액은 170조341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797억 원(6.3%)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산업대출 급증세를 사업이나 생계를 위해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비은행 기관은 자영업자 대출 통계가 따로 집계되지 않지만 산업대출 증가액 대부분을 서비스업이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속한 도·소매, 음식·숙박, 부동산·임대업 등 서비스업의 산업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118조8140억 원으로 전체 산업대출의 70%에 이른다. 특히 상반기에만 서비스업 대출은 7조9956억 원이 늘어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79%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생계형 대출을 받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가운데 올 5월부터 은행권의 대출 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대거 제2금융권으로 옮아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금리 장기화로 비은행 기관들이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벌인 것도 한몫 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훨씬 높아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거나 부동산 경기가 꺾일 경우 자영업자 대출에서 대거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가계부채 속도 제동 한편 금융감독원은 2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실태를 점검하고 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8월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예년에 비해 훨씬 빠른 편이라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반기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아파트 집단대출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이 활황을 보이면서 일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권에 우선 이달 중순까지 자체 분석을 통한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또 은행, 보험, 상호금융 등 전 권역에서 가계부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토지,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상호금융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박창규 기자}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0.8%에 그치며 3개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갔다. 최근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국민총소득(GNI)은 1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발표됐던 속보치(0.7%)보다 0.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2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0.5%)보다 소폭 개선됐으며 지난해 3분기(1.2%) 이후 3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분기별 성장률은 작년 3분기에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14년 2분기(0.6%)부터 줄곧 ‘0%대 성장 절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5월 임시공휴일 지정 등의 영향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늘면서 1.0% 늘었다. 1분기에 0.2% 감소해 ‘소비절벽’ 우려를 낳았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된 것이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힘입은 것이어서 하반기 소비 위축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1분기에 7.4%나 급감했던 설비투자도 2.8% 늘었다. 이에 따라 내수가 경제성장에 끼친 기여도는 1분기 ―0.2%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올랐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늘어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의 성장기여도가 ―0.3%포인트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또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4% 감소했다. 실질 GNI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2014년 3분기(―0.2%)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2분기에 국제유가 반등하는 등 교역 조건이 바빠진 데다 해외 기업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2분기 GNI를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5% 증가한 것이어서 견실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8월 수출이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바뀌었다.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다만 조업 일수 증가와 기저효과의 영향이 커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8월 수출액은 401억2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증가했다. 이로써 수출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가장 긴 20개월 동안 이어졌던 수출 감소세가 멈췄다. 산업부는 컴퓨터,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출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8월이 수출 비수기임에도 수출 물량이 늘고 단가가 오른 것은 분명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출이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 수출 증가는 조업 일수가 이틀 많았고,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작년 8월은 전년 동월 대비 15.2%나 감소할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7월 경상수지는 여름철 해외여행 급증으로 흑자 폭이 크게 줄었지만 5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한국은행은 7월 경상수지 흑자가 87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0% 줄어든 수치다. 문제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7월 수출은 425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7월보다 10.0% 줄었고 수입은 317억 달러로 15.1% 감소했다. 한편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저물가 기조가 심화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상성장률 4%대 달성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서민 생활과 밀접한 민생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일반 국민들은 저물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고, 공공서비스는 1.0%, 개인서비스는 2.2% 상승했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 등의 영향으로 배추와 시금치 등 신선채소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9%나 올랐다.세종=신민기 minki@donga.com / 정임수 기자}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탄탄한 해외 영업망과 인력 등 핵심 자산을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현대상선이 사들인다. 국내 2위 해운사인 현대상선이 1위 업체 한진해운을 사실상 ‘흡수’하는 방식으로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과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 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9척, 인력 4800여 명, 해외 현지법인 23곳, 해외 영업지점 100개, 세계 90개 항만을 연결하는 70여 개 운항 노선 중 일부가 현대상선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까지 ㈜한진에 2351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돈이 되는 자산을 대거 내다팔아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에 넘길 만한 우량 자산이 거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형 자산보다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노하우가 축적된 해외 영업망과 네트워크가 현대상선이 넘겨받을 알짜 자산으로 꼽힌다. 한진해운은 미주항로 점유율이 세계 5위일 만큼 주요 항로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양대 선사의 해외 영업망을 더하면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특히 해외 화주들과 탄탄한 관계를 맺어온 한진해운 핵심 인력을 현대상선이 흡수하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용선(선주에게 빌린 선박)이나 사선(소유권을 가진 선박) 중에서도 알짜 선박은 현대상선이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업황이 좋지 않아 선주들이 배를 가져가도 마땅히 빌려줄 곳이 없어 현대상선이 협상을 통해 승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이 있는 한진해운을 살리려고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로 쏟아붓는 것보다 채권단 손에 들어온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계속 지원을 했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며 “알짜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면 국부 유출도 막고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 불가’ 판정을 받은 한진해운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한진해운 주식의 34%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와 1조 원 이상 규모인 한진해운 채권 투자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30일 오후 1시 30분 한진해운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주식 매매를 정지시켰다. 한진해운의 주가는 전날보다 24.16% 떨어진 1240원에 거래가 정지됐다. 반면 한진해운 자금 지원 부담을 덜게 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5.85%와 6.87% 올랐다. 한진해운 상장 주식의 34%(2015년 말 현재)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최소 2∼3개월간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자산가치 평가 금액이 낮아지고 실망 매물이 몰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가 더 떨어진다”며 “주주들의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채권시장에 상장된 한진해운 공모사채 4종목은 가격이 30% 안팎 하락한 채 거래 정지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출자전환과 원금상각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6월 말 현재 한진해운의 공모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포함) 미상환 잔액은 4260억 원, 사모사채(전환사채 포함)는 8399억 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사채 중 600억 원 정도를 개인 투자자 보유액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모사채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4036억 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대해 보증한 신용보증기금의 손실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은행권에 미치는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에 대한 은행권의 여신 규모가 조선업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뿐더러 채권은행의 대부분이 충당금을 미리 쌓아놨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1조200억 원 수준으로 산업은행이 666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KEB하나은행(890억 원), NH농협은행(850억 원), 우리은행(690억 원) 등의 순이다. 금융 당국은 3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회사채 투자자 피해 등을 파악하는 시장 동향 점검 회의를 열 예정이다.한정연 pressA@donga.com·정임수 기자}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사실상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기업의 수출과 연관 산업 등에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조선업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마불사(大馬不死)는 없다’는 구조조정의 원칙이 정립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30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다음 달 4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조정, 선박금융 유예 등에 성공해도 내년까지 1조∼1조3000억 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한진그룹 측은 끝내 5000억 원 정도만 자체 조달하겠다는 자구 계획을 내놓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소유주가 있는 기업은 자체 노력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원칙”이라며 “채권단은 부족한 자금과 관련해 한진 측과 간극을 좁히려고 노력했지만 대주주 오너로서 한진 측의 책임 있는 모습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채권단 결정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진 한진해운은 31일 이사회를 연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기존 영업이라도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 채권, 채무가 동결되는 법정관리 신청을 서두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외 채권자들의 선박 압류, 화물운송 계약 해지, 해운동맹(얼라이언스) 퇴출 등을 피하기 어려워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국내 해운업계 등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또 다른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과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상과 부실이 섞여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 대신 우량 자산만 떼어내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국내 보유 선박 1위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중소 협력회사 금융 지원 등 시나리오별로 마련한 대응책에 따라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정임수 imsoo@donga.com·김성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계부채 문제보다 훨씬 더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30일 주요 기관 및 학계 인사들과 경제동향간담회를 열고 “최근 방한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계부채, 인구 고령화 문제를 지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화 당국 수장인 이 총재가 최근 들어 경제 현안과 정부 정책에 대해 잇달아 쓴소리를 내놓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이달 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가계부채 대책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고령화 속도는 최고 수준인데 정부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50년 35.9%로 증가해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일본은 최근 저출산 대책 전담 장관직을 신설해 출산율을 현재 1.4명에서 1.8명으로 올려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정부가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계부채 문제보다 훨씬 더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30일 주요 기관 및 학계 인사들과 경제동향간담회를 열고 “최근 방한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계부채, 인구 고령화 문제를 지적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통화당국 수장인 이 총재가 최근 들어 경제 현안과 정부 정책에 대해 잇달아 쓴 소리를 내놓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이달 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가계부채 대책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고령화 속도도 최고 수준인데 비해 정부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50년 35.9%로 증가해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일본은 최근 저출산 대책 전담 장관직을 신설해 출산율을 현재 1.4명에서 1.8명으로 올려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정부가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펜’으로 불리며 현 정부 출범부터 대통령 연설문 작성을 담당해온 조인근 전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53·사진)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증권금융의 신임 감사로 선임됐다. 한국증권금융은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다음 달 초 임기가 끝나는 한규선 감사위원 후임에 조 전 비서관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서강대 국문학과를 나온 조 전 비서관은 2004년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해온 측근 인사다. 지난 대선에선 새누리당 대선본부 메시지팀장을 맡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5개월간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내다 지난달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금융 분야의 경력이 전혀 없는 조 전 비서관이 증권금융 감사로 선임되자 금융권에서는 “정권 후반부에 ‘공신 챙겨주기’ 식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증권금융은 증권을 담보로 증권사 등에 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투자자 예탁금을 맡아 운용하는 곳이다. 지난해 감사 등 등기이사는 평균 3억17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정임수 imsoo@donga.com·황성호 기자}
주택 공급 물량 축소를 뼈대로 한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오히려 더 달아오를 기미를 보이자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분양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관계 부처와 함께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 즉각 대응하겠다”며 강도 높은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가을 이사철 수요와 맞물려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인기 지역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등 지역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과열 지속 땐 비상계획 마련” 임 위원장은 29일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 참석해 “가계부채 대책에 담긴 주택 공급 물량 축소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건 아닌지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이는 과도한 걱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은 지난해 역대 최대 분양 물량에 이어 최근 ‘밀어내기 식 분양’이 이어지고 있어 공급 과잉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대책은 ‘집값 띄우기’가 아닌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급격한 주택시장 하방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8·25대책에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강력한 대출 수요 억제책이 빠졌다. 그 대신 공공택지 공급 축소, 분양보증 심사 강화 등의 방안이 담겨 시장에선 향후 주택 공급이 줄면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아파트 본보기집엔 방문객이 몰렸고 일부 지역의 집주인들은 호가를 일제히 올렸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분양시장 과열 지속 등의 상황에 대비해 관계 부처 간 비상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즉각 집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가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개인의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내년 7월까지 연장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분양권 전매 제한은 여전히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분양이 많은 지방은 보증심사 강화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청약 인기 지역은 실수요자나 갈아타기 수요가 더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7∼12월)에 지방 주택시장은 둔화되는 반면 수도권 재건축 시장은 1∼3% 상승할 것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주택시장 전문가 9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6%는 하반기에 수도권 재건축 매매가격이 1∼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3% 이상 오를 것이라는 응답도 31.6%나 됐다. 또 전문가 절반 가까이(47.4%)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56.8%)이 많았지만 이들 중 74%가 집값 상승률이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응답자의 67.4%가 하반기에 지방 주택시장이 둔화될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8·25대책이 발표되기 전(7월 18일∼8월 9일)에 진행됐지만 지방은 공급 과잉에 지역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극화는 대책 영향과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김재영 기자}
주택공급 물량 축소를 뼈대로 한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오히려 더 달아오를 기미를 보이자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분양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관계부처와 함께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 즉각 대응하겠다”며 강도 높은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가을 이사철 수요와 맞물려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인기 지역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등 지역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열 지속 땐 비상계획 마련” 임 위원장은 29일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 참석해 “가계부채 대책에 담긴 주택공급 물량 축소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건 아닌지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이는 과도한 걱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은 지난해 역대 최대 분양 물량에 이어 최근 ‘밀어내기식 분양’이 이어지고 있어 공급 과잉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대책은 ‘집값 띄우기’가 아닌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급격한 주택시장 하방 위험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8·25 대책에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강력한 대출 수요 억제책이 빠졌다. 대신에 공공택지 공급 축소, 분양보증 심사 강화 등의 방안이 담겨 시장에선 향후 주택공급이 줄면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아파트 본보기집엔 방문객이 몰렸고 일부 지역의 집주인들은 호가를 일제히 올렸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분양시장 과열 지속 등의 상황에 대비해 관계부처 간 비상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즉각 집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가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개인의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내년 7월까지 연장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분양권 전매 제한은 여전히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관은 “전매 제한 강화 등 주택수요 조절 방안은 가계부채 감소라는 정책 목표까지 전달 경로가 명확하지 않고 시차가 크다”고 말했다. ●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분양이 많은 지방은 보증심사 강화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청약 인기 지역은 실수요자나 갈아타기 수요가 더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6~12월)에 지방 주택시장은 둔화되는 반면 수도권 재건축 시장은 1~3% 상승할 것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주택시장 전문가 9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2.6%는 하반기에 수도권 재건축 매매가격이 1~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3% 이상 오를 것이라는 응답도 31%나 됐다. 또 전문가 절반 가까이(47.4%)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56.8%)이 많았지만 이들 중 74%가 집값 상승률이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응답자 67.4%가 하반기에 지방 주택시장이 둔화될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8·25 대책이 발표되기 전(7월 18일~8월 9일)에 진행됐지만 지방은 공급 과잉에 지역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수도권과 지방간의 양극화는 대책 영향과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