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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주민들이 비상구 위치만 알고 있었더라면….” 1일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군포시 백두한양아파트 화재는 건물 내 비상구 안내가 미흡해 희생을 키운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아파트는 화재 대피 공간인 옥상으로 가려면 꼭대기 층으로 가서는 안 되는 구조였다. 그보다 한 층 아래에 있는 쪽문을 통해서만 옥상으로 나갈 수 있다. 비상구 위치가 상식적인 예상과 달랐지만 그에 대한 안내는 거의 없었다. 검은 연기가 가득 들어찬 복도를 헤치며 옥상으로 향하던 주민들은 ‘한 층 아래 쪽문’을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주민 2명이 숨을 거둔 곳은 아파트 꼭대기 층이었다. 그곳에는 퇴로 없는 엘리베이터 기계실이 있었다. 불길을 피해 올라온 주민들에겐 막다른 골목과 다를 바 없었다.○ 비상구 위치 크고 명확하게 표시했어야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13층 주민 김모 씨(35·여)와 15층 주민 홍모 씨(51·여)는 꼭대기 층(17층) 엘리베이터 기계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중상을 입은 우모 씨(22)도 같은 곳에서 구조됐다. 비상구는 16층에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고 옥상으로 대피하려다가 비상구를 찾지 못하고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일 비상구 위치 안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화재가 난 아파트 내부를 둘러본 결과 뚜렷한 안내 표지를 찾을 수 없었다. 각 층 사이 계단마다 작게 설치된 비상구 표시에는 양옆에 위·아래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을 뿐 정확히 몇 층에 비상구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꼭대기 층 바로 아래층에 가보니 계단에서 3, 4m 떨어진 곳에 비스듬하게 회색 문이 보였다. 문 위에 비상구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비상구 글씨를 보려면 문 앞까지 걸어가야 했다. 다급히 대피하는 주민들이 계단을 지나며 비상구 표시를 발견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반인이 화재를 만나면 패닉에 빠져 본능적으로 탈출하기 위해 최상층까지 올라가려고 하게 된다”며 “비상구 위치를 크고 명확하게 표시하거나 비상구 쪽으로 동선을 돌리도록 하는 물리적 구조물이 설치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에서 15년간 거주한 주민 A 씨(54·여)는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안내를 전혀 들은 적이 없고 구조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이모 씨(48)도 “옥상에 올라갈 일이 없다 보니 비상구 위치와 구조를 몰랐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주민들 스스로 평소 비상구 위치를 숙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6층에 비상구라고 쓰여 있고 비상등도 들어온다. 주민들 입주 때 그런 안내 문구를 한 번씩 제공한다”며 “비상문과 (꼭대기 층) 기계실 문을 혼동하지 말라고까지는 안내를 안 했다. 그건 상식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루 휴가 낸 간호사, 결혼 앞둔 예비신랑 참변 비상구를 못 찾고 끝내 숨진 김 씨는 인근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 화재 당일 몸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내고 집에 머물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발견된 사망자 홍 씨와 부상자 우 씨는 모자 관계로 함께 대피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들 우 씨는 연기를 많이 마셔 현재 중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화재가 시작된 집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다가 화재 발생 직후 베란다 난간에서 추락해 사망한 박모 씨(31)는 결혼을 두 달가량 앞둔 예비신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박모 씨(62)는 “코로나19 때문에 11월 초로 예정됐던 결혼을 미룬 상태였다. 착하고 순해 서른이 넘었지만 ‘아가’라고 부르던 외아들인데 이제 무슨 낙으로 사느냐”며 울먹였다. 2일 화재 현장 합동감식을 벌인 경찰과 소방은 “집 거실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작업 현장 주변에 전기난로가 있었고 여기서 튄 불꽃이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폼에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감식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창호 작업에 사용되는 우레탄폼은 5도에서 32도 사이에서 발포가 잘된다. 요즘 기온이 떨어지다 보니 인부들이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우레탄폼을 전기난로 근처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군포=김태성 kts5710@donga.com·신지환 기자}
“살려 달라는 외침을 듣자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1일 오후 경기 군포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는 열기로 깨진 아파트 유리창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순간에도 사다리차를 이용해 3명의 생명을 구한 한상훈 씨(29·사진)가 있었다. 2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한 씨는 “3명이 베란다로 급히 피했지만 화염과 연기 탓에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었다. 내가 다치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1인 사다리차 업체 ‘청년사다리차’를 운영하고 있다. 사고 당일 발코니 창문 교체 작업 중 불이 난 12층에 창틀을 배달하기 위해 단지 내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한 씨는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구치자 순간 “여기를 빨리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은 연기에 휩싸인 12층과 15층에서 “살려 달라”는 외침과 함께 손을 흔드는 주민들을 본 순간 구조에 나섰다. 한 씨는 최대 38m 높이까지 올라가는 사다리를 최대한 높이 올렸다. 우선 불이 난 12층 집의 바로 옆집 베란다에 나와 있던 20대 여성을 사다리 짐칸에 태워 구조했다. 15층에서는 10대 학생 2명이 구조를 기다렸다. 15층은 높이가 41m 이상이라 사다리가 닿지 않았다. 한 씨는 급한 대로 사다리 안전장치를 풀어 높이를 3m가량 늘린 다음 15층 베란다까지 가까스로 사다리를 갖다 댔다. 한 씨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20대 여성의 부모님은 2일 한 씨를 만나 “딸을 구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 씨는 “감사하다는 말보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그분의 말이 더 위안이 됐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15층에서 구조된 학생 중 한 명은 3일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군포=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모임 없는 연말’만이 ‘일상 있는 새해’를 가능케 할 것으로 믿습니다.” 서울시는 23일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 시행을 발표하며 이처럼 호소했다. 겨울철이 다가오며 가팔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지금 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렸다. 서울시에서 ‘멈춤’이란 이름이 걸린 방역수칙을 발표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8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개편 전)로 상향됐을 때도 ‘천만시민 멈춤 주간’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2.5단계 종료 시기에 맞춰 2주간 방역 조치를 이어갔지만, 이번엔 연말까지 최소 6주 동안 시행할 방침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 조치는 사실상 사회적 거리 두기 2.5∼3단계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최고 3단계 수준의 강력 방역 서울시는 ‘천만시민 긴급 멈춤’을 “3단계에 준하는 선제적 조치”라고 자평했다. 별도의 공표가 있을 때까지 서울 전역에서 10인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도심에선 10인 미만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방역당국의 거리 두기 단계에 따르면 3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다. 시 관계자는 “이를 위반한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는 관할 경찰서에 고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장 참석자 인원 제한도 준(準)3단계라 할 수 있다. 방역당국 지침에서 장례식장은 2.5단계에 50인 미만, 3단계는 가족만 참석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이번 강화 조치에서 40명 미만을 유지하도록 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 등 서울 시내에서 운행하는 대중교통의 운영 방침도 바뀐다. 서울시는 시내버스는 24일부터, 지하철은 27일부터 오후 10시 이후 운행횟수를 20%씩 줄이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2.5단계와 3단계에 KTX와 고속버스 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시 관계자는 “향후에도 비상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앙정부와 협의해 지하철 막차 시간도 밤 12시에서 오후 11시로 단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개 다중이용시설 ‘핀셋 방역’ 천만시민 멈춤 주간이 시작되면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은 2단계 방역 조치에 더해 시설 이용 때 다른 이용자들과 거리를 2m 이상 유지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2단계에서 카페는 하루 종일,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과 배달만 허용하는 등 시설 이용의 시간제한에 초점을 뒀다. 시 관계자는 “주문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접촉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실내체육시설은 수영장을 제외하고 모두 샤워실 운영을 멈춘다. 이용자 간의 2m 거리 유지도 시행된다. 감염 우려가 높다고 판단된 무도장은 집합 금지됐다. 목욕탕은 한증막 운영이 금지됐으며, 탈의실 등 공동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1m 이상 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취약계층인 고령자가 밀집한 요양시설과 데이케어센터에도 강도 높은 조치가 내려졌다. 현재 방역 당국은 해당 시설에 필요시 휴관하고 긴급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추가로 요양시설 입소자의 면회, 외출, 외박을 금지했다”며 “데이케어센터의 외부 강사 프로그램도 모두 중단시켰다”고 했다. 대학 입시철을 앞두고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관련 시설 3종에 대한 조치도 강화됐다. 학원은 음식 섭취 금지 등은 물론이고 스터디룸과 같은 공용 공간의 이용 인원을 5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오후 9시 이후엔 운영을 중단하고 4m²당 1명으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노래방은 앞으로 방 크기에 따라서도 인원 제한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PC방은 음식 섭취 금지와 좌석 한 칸 띄우기에 더해 비말 차단이 가능한 높이의 좌석 구분 칸막이 설치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밀집도가 높은 시설에는 재택근무 및 온라인 모임을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시는 “콜센터는 재택근무를 통해 근무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1일 2회 이상 근로자의 증상을 확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종교시설은 “현 20% 미만 참석 인원 제한에서 나아가 비대면 전환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했다. 방문판매업의 홍보관 등 모임 인원은 10명, 모임 시간은 20분 내로 제한된다.전채은 chan2@donga.com·신지환 기자}
“‘모임 없는 연말’만이 ‘일상 있는 새해’를 가능케 할 것으로 믿습니다.” 서울시는 23일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 시행을 발표하며 이처럼 호소했다. 겨울철이 다가오며 가팔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지금 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렸다. 서울시에서 ‘멈춤’이란 이름이 걸린 방역수칙을 발표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8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개편 전)로 상향됐을 때도 ‘천만시민 멈춤 주간’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2.5단계 종료 시기에 맞춰 2주 간 방역 조치를 이어갔지만, 이번엔 연말까지 최소 6주 동안 시행할 방침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 조치는 사실상 사회적 거리 두기 2.5~3단계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고 3단계 수준의 강력 방역 서울시는 ‘천만시민 긴급 멈춤’을 “3단계에 준하는 선제적 조치”라고 자평했다. 별도의 공표가 있을 때까지 서울 전역에서 10인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도심에선 10인 미만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방역당국의 거리 두기 단계에 따르면 3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다. 시 관계자는 “이를 위반한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는 관할 경찰서에 고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장 참석자 인원 제한도 준(準) 3단계라 할 수 있다. 방역당국 지침에서 장례식장은 2.5단계에 50인 미만, 3단계는 가족만 참석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이번 강화 조치에서 40명 미만을 유지하도록 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 등 서울 시내에서 운행하는 대중교통의 운영 방침도 바뀐다. 서울시는 시내버스는 24일부터, 지하철은 27일부터 오후 10시 이후 운행횟수를 20%씩 줄이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2.5단계와 3단계에 KTX와 고속버스 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시 관계자는 “향후에도 비상상황이 지속할 경우 중앙정부와 협의해 지하철 막차 시간도 밤 12시에서 11시로 단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10개 다중이용시설 ‘핀셋 방역’ 천만시민 멈춤 주간이 시작되면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은 2단계 방역 조치에 더해 시설 이용 때 다른 이용자들과 거리를 2m 이상 유지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2단계에서 카페는 하루 종일,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과 배달만 허용하는 등 시설 이용의 시간제한에 초점을 뒀다. 시 관계자는 “주문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접촉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실내체육시설은 수영장을 제외하고 모두 샤워실 운영을 멈춘다. 이용자 간의 2m 거리 유지도 시행된다. 감염 우려가 높다고 판단된 무도장은 집합 금지됐다. 목욕탕은 한증막 운영이 금지됐으며, 탈의실 등 공동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1m 이상 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취약계층인 고령자가 밀집한 요양시설과 데이케어센터에도 강도 높은 조치가 내려졌다. 현재 방역 당국은 해당 시설에 필요시 휴관하고 긴급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추가로 요양시설 입소자의 면회·외출·외박을 금지했다”며 “데이케어센터의 외부강사 프로그램도 모두 중단시켰다”고 했다. 대학 입시철을 앞두고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관련 시설 3종에 대한 조치도 강화됐다. 학원은 음식 섭취 금지 등은 물론 스터디룸과 같은 공용 공간의 이용 인원을 5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오후 9시 이후엔 운영을 중단하고 4㎡당 1명으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노래방은 앞으로 방 크기에 따라서도 인원 제한을 받게 된다. 서 권한대행은 “PC방은 음식 섭취 금지와 좌석 한 칸 띄우기에 더해 비말 차단이 가능한 높이의 좌석 구분 칸막이 설치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밀집도가 높은 시설에는 재택근무 및 온라인 모임을 확대해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시는 “콜센터는 재택근무를 통해 근무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1일 2회 이상 근로자의 증상을 확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종교시설은 “현 20% 미만 참석 인원 제한에서 나아가 비대면 전환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했다. 방문판매업의 홍보관 등 모임 인원은 10명, 모임 시간은 20분 내로 제한된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신지환기자 jhshin93@donga.com}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주한 르완다대사관의 외교관이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계속 불응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외교관은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에서 또다시 음주운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관악경찰서는 14일 오전 3시 반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남부순환로의 한 도로에서 외교 차량 번호판이 달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던 주한 르완다대사관 외교관 A 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 차량이 비틀거리며 운행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인근 편의점 앞에서 A 씨의 차량을 세웠다. 경찰은 외교 차량 번호판이 달려있는 것을 확인한 뒤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려 했지만 A 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버텼다. A 씨는 순찰차 2대가 추가로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차에서 내렸다. 경찰은 A 씨가 음주 측정 요구를 계속 거부하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현행범으로 A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경찰에 연행된 뒤에야 자신이 주한 르완다대사관 소속 외교관임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7월 이미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면허가 취소됐으며 이후 면허를 다시 취득하지 않은 무면허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재차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시간가량 경찰 조사를 받은 후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인 만큼 외교부의 협조를 거쳐 음주운전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박종한 웰킵스㈜ 대표(56·사진)가 모교인 중앙대에 발전기금 1억 원을 기부했다. 중앙대는 “3일 오전 10시 총장실에서 박 대표의 발전기금 전달식이 열렸다”고 9일 밝혔다. 전달식에는 박 대표와 박상규 중앙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마스크 생산 기업인 웰킵스의 박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마스크 공급에 앞장서 왔다. 박 대표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주변을 돌아보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청소년들은 어른이 생각조차 못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꿈꾸던 바다의 모습을 도화지에 그렸다. 해양오염으로 죽어가는 바다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바다와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화폭에 담았다. 동아일보사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하는 ‘제6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가 7, 8일 이틀간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6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생명의 바다’ ‘희망의 바다’ ‘안전한 바다’를 주제로 열린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는 바다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 변화해나갈 바다에 대해 미래 세대와 공감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미술 대회다. 대회장에는 기분 좋은 재잘거림과 진지한 분위기가 공존했다. 본선에 참가한 학생의 화폭에서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각종 쓰레기로 황폐화되고 있는 우리의 바다를 걱정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허문정 양(9·인천 청람초 2학년)은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바다(파도)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노하영 양(15·인천 용현여중 2학년)은 문어와 돌고래, 아귀가 탁자에 모여 바다쓰레기를 소각하며 축하파티를 하는 기발한 상상을 담았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상당했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최소현 양(13·부산 보림초 6학년)과 김기민 양(12·〃5학년)은 “함께 대회에 참여할 수 있어 무척 설렌다”고 입을 모았다. 두 학생을 지도한 강은별 원장(부산 상상톡톡미술학원)은 “올해 미술대회가 많이 줄어든 터라 학생들이 대회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소은 양(10·충남 서산 학돌초 4학년)은 자신이 사는 서산 바닷가와 갯벌의 풍경을 화폭에 그대로 옮겨냈다. 김 양은 그림과 함께 자신의 손 위에 올라간 조그만 망둑어와 꽃게 사진을 보여주며 “직접 가서 보던 ‘단골 바닷가’의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대회장을 찾기도 했다. 남강현 군(12·부산 강동초 5학년)은 부모와 여동생 등 다섯 가족이 총출동했다. 대회 전 “배가 아프다”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곧 늠름한 모습으로 그림을 완성해 9세, 6세 여동생들에게 보여줬다. 평소 고래를 좋아해 종류까지 줄줄 외운다는 남 군은 “고래와 물고기들이 깨끗한 바닷속을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고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자신의 그림을 설명했다. 유하선 양(9·인천 해원초 2학년)은 쌍둥이 언니와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유 양의 어머니는 “언니도 함께 참가 신청을 했는데 동생인 하선이만 본선에 진출했다”고 멋쩍어했다. 아버지 유창훈 씨(48)는 “인천 영종도 바다를 지켜봐온 딸이 쓰레기 없는 희망의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큰 물고기로 성장하는 과정을 화폭에 멋지게 담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6회째를 맞은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온라인으로 먼저 예선을 치른 뒤 이틀간 최소 인원으로 본선을 치렀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국 8000여 명의 초중고생이 예선 참가 신청을 할 정도로 뜨거웠다. 이 가운데 4000여 명이 온라인으로 작품을 제출해 예선 심사를 거쳐 68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예선 심사에는 미대 교수들이 참여해 10여 일간 심사를 벌였다.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 사무국은 엄격한 거리 두기를 적용해 본선 대회를 치렀다. 대회장 입구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발열체크 뒤 거리 두기를 지켜 입장시켰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 학생들은 2.5m 이상 간격을 유지해 그림을 그렸다. 이장현 인하대 대외협력처장을 비롯해 서상호 인천시 문화예술과장 등이 대회장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4일 수상작을 발표하며 수상자는 홈페이지(www.생명의바다.kr)를 통해 공개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별도의 시상식은 열지 않기로 했다. 상장은 참가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 등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신지환 기자}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교회의 ‘베이비박스’ 주변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기의 시신이 발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3일 오전 5시 30분경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로부터 2m가량 떨어진 드럼통 아래에서 수건에 싸인 영아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받는 베이비박스는 2009년 이 교회에서 처음으로 설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한 시신은 탯줄과 태반도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2일 오후 10시 10분경 한 여성이 영아를 드럼통 위에 올려두는 장면을 확보했다고 한다. 교회 측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기만 했어도 불이 자동으로 켜져 알 수 있는데, 거리가 좀 있고 늦은 밤이라 발견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 관계자는 “드럼통 위에 올려둔 영아가 그 아래에서 발견된 걸로 봐선 유기할 당시엔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의뢰하고 영아를 유기한 여성을 찾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형한테는 아직 얘기 못 했어요. 동생 어디 갔냐고 찾을 텐데….” 22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A 군(8)의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A 군은 지난달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형과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21일 세상을 떠났다. A 군의 외할아버지도 “작은손자는 원래 작게 태어나 더 애지중지 키웠던 아이인데 너무 애처롭고 안타깝게 갔다”며 “큰손자가 충격을 받을까 봐 차마 알리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A 군의 빈소는 적막하다 못해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조명은 일부만 켜져 있었고, 입구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셔터로 막혀 있었다. 장례식장 측은 “유족 요청으로 빈소 안내도 따로 하지 않는다. 근조 화환도 최소한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A 군의 빈소라는 걸 표시하는 사진이나 이름도 걸려 있지 않았다. 다만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길”이란 문구가 쓰인 화환 2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 뜻에 따라 가까운 친척과 지인 등 최소한의 조문객만 다녀갔다. 언론에서 소식을 접하고 빈소를 찾은 일반 시민도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김화진 씨(78)는 현금 10만 원이 든 부의금 봉투를 꼭 쥔 채 “손자 같은 마음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A 군이 다니던 미추홀구의 초등학교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렸다. 학생들이 직접 흰색, 분홍색, 보라색 띠에 A 군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를 적어 운동장에 있는 안전 펜스에 걸어놓았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젠 편히 쉬어라’, ‘천국 가서 행복하렴’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친구야, 사랑해’ 글귀가 적힌 근조 화환을 들고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화재가 났던 미추홀구의 빌라 인근에 사는 이웃들도 A 군 소식에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형제의 집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그렇게 죽다니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울먹이는 주민도 있었다. 형제가 자주 들렀다는 중국음식점 사장 이진영 씨(59)는 “사나흘에 한 번씩 꼭 왔던 아이가 하늘로 떠났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형과 동생 모두 인사성이 참 바른 착한 아이들이었다. 남은 형이라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형제를 도왔던 학산나눔재단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재단 측은 21일 세상을 떠난 A 군이 좋아하는 캐릭터 옷과 신발을 갖고 싶어 해 당일 사러 가려 했다고 한다. 재단 관계자는 “이렇게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허망해했다. 정부에서도 조의를 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 어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 말씀을 전한다”며 “더 이상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겠다”고 썼다. 아울러 재발 방지 대책과 돌봄 지원 제도 정비를 서두를 것도 약속했다.인천=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4학년}
“형한테는 아직 얘기 못했어요. 동생 어디 갔냐고 찾을 텐데….” 22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A 군(8)의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A 군은 지난달 엄마가 집은 비운 사이 형과 라면을 끓여먹다가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21일 세상을 떠난 동생이다. A 군의 외할아버지도 “작은 손자는 태어날 때부터 작게 태어나 더욱 애지중지 키웠던 아이인데 너무 애처롭고 안타깝게 갔다”며 “큰 손자가 충격을 받을까봐 차마 알리지 못했다”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동생의 빈소는 적막하다 못해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조명은 일부만 켜져 있었고, 입구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셔터로 막혀있었다. 장례식장 측은 “유족 요청으로 빈소 안내도 따로 하지 않는다. 근조 화환도 최소한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A 군의 빈소라는 걸 표시하는 사진이나 이름도 걸려 있지 않았다. 다만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길’이란 문구가 쓰인 화환 2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들 뜻에 따라 조문객도 많지 않았다. 주로 가까운 친척과 지인 등 최소한의 조문객만 다녀갔다. A 군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사들은 학교 친구들의 마음을 담은 ‘친구야, 사랑해’라는 글귀가 적힌 근조 화환을 들고 왔다. 유족 의사를 반영해 직접 조문을 오진 못했지만, 떠나간 동생을 애도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특히 화재가 났던 인천 미추홀구의 빌라 인근에 사는 이웃들은 동생 소식에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집에서 잠시 멈춰서서 “그렇게 죽다니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울먹이는 여성 주민도 있었다. 형제들이 자주 들렀다는 중국음식점 사장 이진영 씨(59)는 “사나흘에 한번씩 꼭 왔던 아이가 하늘로 떠났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형과 동생 모두 인사성이 참 바른 착한 아이들이었다. 남은 형이라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형제를 도와왔던 학산나눔재단도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재단 측은 21일 세상을 떠난 동생이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 옷과 신발을 갖고 싶어 해 당일 사러 가려했다고 한다. 재단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밝은 모습으로 함께 사진도 찍었다”며 “이렇게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에서도 조의를 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 어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 말씀을 전한다”며 “더 이상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겠다”고 썼다. 아울러 재발 방지 대책과 돌봄지원제도 정비를 서두를 것도 약속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4학년}
8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달동 소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는 화재 직전 실시한 소방안전점검 결과 연기 유입을 막아주는 제연설비와 방화문, 화재감지기 다수가 작동 불량이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번 화재는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와 소방당국의 적절한 대응으로 중상자나 사망자가 없었다. 하지만 7, 8일 소방안전점검 결과와 구조대·주민 증언 등을 종합하면 화재 당일 주민들이 대피하던 계단으로 연기가 유입되는 등 자칫 중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방재시설 일부 불량, 대피 중 계단으로 연기 유입 민간 소방시설관리 업체인 A업체는 7일과 8일 이틀간 소방시설 정기점검을 진행했다. 점검 결과 33층인 이 아파트의 각 층에 설치된 ‘급기 댐퍼’ 가운데 5, 6곳이 작동 불량이었다. ‘급기 댐퍼’는 화재 시 피난계단 등 방호 구역에 대량의 공기를 불어넣어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제연 설비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주민들은 계단을 통해서만 대피가 가능하다. 이 설비가 고장 날 경우 계단으로 연기가 흘러들어 대피 도중 유독가스 흡입 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사고 당시 대피했던 주민 다수는 “계단 쪽으로 들어왔을 때 2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기가 침투해 있었다. 계단으로 탈출하는 동안 물에 적신 천으로 입을 가려야만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평소 닫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방화문이 화재 당시 일부 열려 있었던 것도 계단으로 연기가 유입된 요인 중 하나다. 화재 당시 옥상에 대피한 26명을 이끌고 지상으로 내려온 울산남부소방서 이정재 구조대장은 “대피 과정에서 일부 방화문이 개방돼 있었다. 계단에 연기가 차 있어서 대원들이 열려 있던 방화문들을 닫은 뒤 자연 배기가 되기를 기다려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재 시 피난계단 한두 곳에만 틈이 생겨도 그 안으로 새어든 연기가 ‘굴뚝 효과’로 인해 계단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제연 설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방화문 관리가 안 되면 피난계단은 의미가 없어진다. 일단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계단 전체에 퍼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발화 지점은 관리사무소 앞 3층 테라스 울산지방경찰청은 이날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 결과를 발표하며 “아파트 3층에 있는 테라스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저층부에서 불이 타오르며 생긴 연기가 건물 내부를 통해 올라가면서 아파트 계단 쪽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전담팀 방경배 울산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3층 테라스 외벽에 ‘V’자 모양으로 그을음이 타고 올라간 흔적이 있고 시멘트 박리(녹아내림) 등이 확인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 5개 유관 기관의 공동 의견으로 최초 발화지점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주민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이 3층 테라스는 관리사무소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나무로 된 덱과 정자 등 불이 쉽게 옮겨붙을 수 있는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뿐 아니라 실화와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을 대부분 입수했지만 3층 테라스를 바로 비추는 CCTV 영상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오후 5시경 모두 퇴근해 사무소에서 발화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호 한국화재감식학회 기술위원장은 “3층 테라스에서 화재가 시작된 뒤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 패널을 타고 불길이 위층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건물 뒤쪽에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울산=조응형 yesbro@donga.com·정재락 / 신지환 기자}
등록된 교인이 약 56만 명으로 세계 최대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추가됐다. 1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확진자가 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17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에 사는 교인 A 씨는 9일 예배에 참석한 뒤 11일부터 코로나19 증상을 느껴 검사를 받고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회에 따르면 성가대원인 A 씨는 9일 예배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교회 관계자는 “A 씨의 확진을 통보받고 성가대원 전원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성가대원 196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확진자는 확진 전날인 14일 이 교회의 세계선교센터에서 1시간가량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는 15일 오후부터 선교센터를 폐쇄했다. 서울시는 17일 경기도로부터 역학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확진자와 관련된 장소를 방역했으며 접촉자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교회 측은 “확진자들은 9일 예배 이후로는 예배에 참석한 적이 없다. 성가대 연습 등 모든 소모임을 중지했으며, 주일 예배 때는 성가대도 마스크를 쓰고 최소 인원으로 예배했다”고 설명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박종민 기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외에도 수도권 교회발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 기준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최소 126명으로 집계됐다. 주말인 15, 16일 사이 교인 49명과 지인 5명 등 최소 54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경기에선 고양시 기쁨153교회와 반석교회 관련 확진자가 각각 26명, 36명으로 늘었다. 서울에선 양천구 되새김교회도 10명으로 집계됐다. 방역당국 조사 결과 이들 교회에서 예배를 볼 때 교인 간 거리가 1m 이내로 가까웠고 좁은 공간에서 찬송가를 부르면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교회는 교인들끼리 식사를 함께하거나 서로 밀접하게 접촉하는 소모임, 가정방문 예배를 지속해왔던 것이 감염을 확산시켰다고 분석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황이 심각한 만큼 교회에 대해서는 현장예배 제한 등 더 철저한 방역 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교회발 감염자의 동선이 수도권 밖으로 뻗어나가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도 크다. 9일 우리제일교회를 방문했던 충남 당진 주민 A 씨 등 2명은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북 포항에선 9, 10일 경기 용인에 있는 친척 집을 다녀온 포항남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B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씨는 친척이 우리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로 확인되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확진자는 대형교회 교인으로 확인됐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C 씨는 충북 충주에 따로 거주하는 부모와 함께 10일 제주도에서 만나 3일간 여행한 뒤 12일 증상이 나타났고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C 씨는 10일 이후로는 교회에 다녀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6일 1만2000명 규모의 예배당에 10분의 1인 1200명이 모인 가운데 주일예배를 가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C 씨의 감염이 교회와 연관이 없는데 교회명이 공개돼 피해를 봤다.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신지환 기자}
“어머니가 늘 ‘파김치’가 돼 잠드셨어요. 온 가족이 계속 집에 붙어 있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개강한 뒤 집에서 1학기를 보낸 대학생 박채연(가명·21) 씨. 그는 6개월 내내 ‘주말 같은 매일’을 보내는 어머니가 참 안쓰러웠다. 회사원 아버지는 재택근무, 고등학생인 남동생도 온라인 개학을 하며 박 씨 가족 모두가 집에서 생활한 것이다. 가족이 나름대로 돕는다고 도왔지만 살림을 꾸리는 어머니는 갈수록 녹초가 되는 날이 늘었다. 어머니는 “사람 3명 늘었는데 집안일은 5배 이상 많아졌다”며 푸념했단다. 빅데이터 분석기관 ‘생활변화관측소’가 2020년 1∼6월 ‘의미가 가장 많이 변화한 키워드’를 집계한 결과 상위권에 ‘파김치’란 단어가 등장했다. 물론 파김치는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원래도 몸이 지친 상태를 뜻해 의미가 바뀌었다고 보긴 힘들다. 연구팀은 “관련 키워드가 확 바뀐 경우”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에서 파김치는 1, 2월까지만 해도 연관어가 ‘맛집’ 등 음식과 이어지는 게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거세진 3월부터 파김치는 부쩍 ‘엄마’ ‘코로나’란 단어와 함께 언급됐다. 집에 머무는 가족이 늘며 가사가 크게 늘어난 주부들과 “파김치가 되다”란 관용적 표현이 연결되고 있단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빅데이터에서 또 다른 의미로 주목받는 단어도 있다. ‘달고나’다. 원래 달고나는 길거리에서 포도당 덩어리에 소다를 넣어 만들어 팔던 불량식품의 대명사다. 최근 여기서 착안해 커피가루와 설탕, 우유 등을 배합해 만든 달달한 커피를 옛 달고나와 맛이 비슷하다고 해서 ‘달고나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달고나 커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연구팀에 따르면 3월 이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뒤 빅데이터에서 달고나의 언급량은 평소보다 500배 이상 치솟았다고 한다. 바로 달고나 커피는 “4000번을 저어야 겨우 한 잔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든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이들이 오히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저효율 커피 만들기에 빠져든 것이다. 실은 힘들어했던 박 씨의 어머니를 도와줬던 것도 달고나였다고 한다. 우연히 소셜미디어에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 영상을 본 그는 평소 커피를 즐기는 어머니를 위해 달고나 커피 만들기 세트를 주문했다. 저녁마다 가족이 모여 거품기를 저어대며 집 안에선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생활변화관측소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중요하다’와 이어지는 ‘○○력’이란 키워드 언급 순위를 살펴보면 2017∼2019년 5, 6위에 불과하던 ‘면역력’이 2020년 그간 부동의 1, 2위였던 ‘능력’ ‘실력’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집’과 연관된 감정 중에는 코로나19 이전 35위였던 ‘답답하다’가 코로나19가 도래하며 1위로 급등했다. ‘온라인’과 결합되는 단어의 순위도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판매’ ‘게임’ ‘쇼핑몰’ 등이 주로 이어졌던 것에 비해 2월 이후엔 ‘개학’ ‘수업’ ‘예배’ 등이 많이 언급됐다.전채은 chan2@donga.com·신지환 기자}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논술 교사 해진영 씨(41). 그는 7월 강원 영월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꺼내 볼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배시시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특히 해 씨의 시선이 닿은 곳은 어느새 자신의 원피스를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훌쩍 커버린 큰딸 오효주 양(11). 해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춘기를 맞은 딸에게 어떤 엄마가 돼 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6개월간 집에서 부대끼며 솔직히 답답한 적도 많았지만 우리 가족은 훨씬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세상을 많이도 바꿔놓았다. 감염으로 고통 받은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제 타인과의 대면 접촉을 줄인다는 뜻이 담긴 ‘언택트(untact)’는 국내외에서 일상이자 문화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갑작스레 닥친 언택트한 세상은 그저 모든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진 않았다. 진흙탕에도 꽃은 피어나듯, 또 다른 방식이 영글고 있었다. 형식적이었거나 그다지 필요하지 않던 사이는 자연스레 정리되고, 함께 사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 등 소수의 친밀한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른바 ‘딥택트(deep+contact)’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폭은 줄이고 깊이에 집중 2017년부터 해마다 4000∼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국민의 ‘마음 상태’를 연구해온 최인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심리학과 교수)은 7월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개최한 코로나19 관련 세미나에서 “가족 친구와 같은 소수 사람들과 접촉하는 ‘딥 콘택트’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2017년과 2020년의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을 비교해본 결과 실제로 친밀한 사람들과 있을 때 그것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행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접촉은 줄어들고, 사람들의 행복에 진짜 도움이 되는 친밀한 관계에 대해 돌아볼 시간이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춘기 딸을 가진 해 씨도 사실 올 초에 효주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자주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해 씨까지 덩달아 예민해지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해 씨는 수업을 쉬고 자녀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며 집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상황은 조금씩 바뀌었다. 딸을 가까이에서 찬찬히 지켜볼 기회가 늘어나자 해 씨는 마음에 여유가 생겨났다. 처음엔 다소 불편해하던 효주도 조금씩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 씨는 “요즘은 과거엔 아이가 좀처럼 하지 않았던 ‘사랑한다’는 표현도 자주 한다”며 웃었다. 코로나19로 친한 친구들과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졌지만, 해 씨네 가족은 언젠가부터 ‘가족 나들이’를 다니게 됐다. 가끔이라도 짬을 내 오롯이 가족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지곤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온 가족이 밥상에 마주 앉기 힘들었다던 회사원 김용범 씨(46). 맞벌이를 하는 김 씨 부부와 중학생 두 딸은 평일은커녕 주말에도 식사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질 못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우리 집에선 가족이 대화를 나누는 일이 사라졌었다. 언젠가부터 서로 싸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집 안에는 묘하게 냉랭하고 서먹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가족의 식사 습관을 강제로 바꿔놓았다. 부부는 재택근무, 딸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며 나가지도 못하니 매일매일 한 식탁에 마주 앉아야 했다. 처음엔 딸들은 물론 부부도 식사시간이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조금씩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함께 나누는 이야기 소재도 다양해졌다. 블록이나 모형을 조립하는 공통의 취미도 생겼다. “왜 이런 행복을 지금껏 몰랐는지 후회가 될 정도입니다. 세상을 고통에 빠지게 한 코로나19가 우리 가족에겐 새로운 삶을 찾아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직접 접촉하지 않는 ‘온라인 딥택트’도 활발이런 딥택트는 단순히 가족에게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아무리 친하더라도 만남을 자제하고 있지만, 온라인 세상에선 또 다른 딥택트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뤄졌던 단순한 관계가 좀 더 깊은 속내를 공유하는 사이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 독서모임을 운영해온 윤아영(가명·32)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주변이 뒤숭숭해지면서 모임을 이어주던 끈이 갈수록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1년 넘게 생각을 공유했던 이들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윤 씨는 모임 회원 7명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다.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던 방식을 업그레이드해서 팟캐스트(인터넷방송) 콘텐츠를 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반응과 효과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회원들의 참여도와 집중도가 크게 상승했다. 팟캐스트 제작이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줬다. 회원들끼리도 자연스럽게 훨씬 돈독해졌다. 윤 씨는 “뭔가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한층 더 ‘깊은 관계 맺기’를 추구했더니 그간 매너리즘에 빠졌던 모임이 확 탈바꿈했다. 회원들도 서로가 모두 놀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기뻐했다. 사회생활에 바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관계를 온라인에서 회복한 경우도 있다. 직장인 김소진(가명·26) 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동안 소원했던 고교시절 친구 4명과 다시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계기는 직장에서 화상회의에 익숙했던 한 친구가 제안한 ‘랜선 생일파티’였다. “학교 다닐 땐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던 친구들이에요. 하지만 하나둘씩 취업하면서 각자의 삶이 바빠지자 자연스레 연락도 뜸해졌죠. 거의 3년 가까이 한자리에 모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우리에겐 기회였어요. 재택근무를 많이 하고 회식도 사라지니까 온라인으로나마 서로 편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된 거죠.”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트북 화면으로 모인 김 씨와 친구들. 김 씨는 친구들이 보내준 모바일 선물 쿠폰으로 산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친구는 정말 성심껏 각자의 방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은 새로운 생일 파티. 김 씨는 “평생 기억에 남을 생일을 보낸 기분”이라며 “그날을 계기로 이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랜선으로 함께 모인다”고 말했다.○ “딥택트, 코로나19 극복하는 심리적 동력 될 수도”물론 딥택드 문화에 마냥 찬사를 보내긴 어렵다. 깊은 관계라는 게 맘처럼 쉬운 일도 아니며, 오히려 나쁘지 않던 관계를 망칠 때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딥택트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내원하는 환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비대면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며 고립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그럴 때일수록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교류하는 ‘딥택트’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환자들 상당수가 가족과 친구로부터 커다란 심리적 위안을 얻어 병을 치유해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심민영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도 “감염병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낯선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까운 관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딥택트 관계에서 오는 안정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너무 딥택트에 안주해선 안 된다. 코로나19를 극복해나가듯 인간관계나 접촉의 폭도 조금씩 넓혀나가야 한다. 심 단장은 “너무 딥택트를 추구하다 보면 자칫 관계에 선을 그어버리는 편협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딥택트 또한 어디까지나 기존의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전채은 기자}
“현 정부가 임대사업을 권유해 놓고 이제 와서 죄인 취급하고 있습니다!”(40대 여성 임대사업자 A 씨) 25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주말 집회가 개최됐다. 오후 7시경 중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규제정책반대·조세저항 촛불집회’에서는 인터넷카페 ‘6·17규제소급적용피해자모임’ 회원 등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손에 든 채 구호를 외쳤다. 연단에 올라 자신을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아이에게 짐이 되기 싫고 노후에 대비하고자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에는 우리(임대사업자)를 애국자라더니 2020년엔 투기꾼 취급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회에선 ‘6·17 소급적용 반대’ ‘악덕증세 중단하라’ 등 정부의 임대사업 정책 변화에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똑같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무려 22번에 걸쳐 마구잡이로 바꾸는 점에 실망했다. 우리의 의지가 전해질 때까지 집회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평생 처음 집회에 참여했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김모 씨(55)는 “최근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억울함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실거주하는 집 한 채 말고 정부가 권유한 임대사업을 하려고 한 채 더 샀다가 세금 폭탄을 맞았다. 열심히 살며 정부 시책을 따랐는데 왜 이게 죄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30대 참가자 B 씨는 “낡은 주택 하나 갖고 살다가 주택청약에 당첨돼 기존 집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6·17대책으로 조정지역에 묶이며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집이 안 팔리는 것도 억울한데 1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도 못 받는다고 겁박에 가까운 규제를 내놓으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문재인 자리’라고 쓴 종이를 붙여 놓은 사무용 의자를 향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16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졌던 정모 씨(57)도 현장에 참석했다.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19일 기각됐다. 참가자들은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사회자 구호에 맞춰 신발을 의자에 던지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인근에서 열린 보수 집회 참가자들까지 합쳐지며 약 5000명(집회 측 추산)이 청계천 남측 170여 m의 도로와 인도 등을 가득 메웠다. 지난 주말인 18일 열렸던 부동산정책 항의 집회에는 500명가량이 모였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현 정부가 임대사업을 권유해놓고 이제 와서 죄인 취급하고 있습니다!”(40대 여성 임대사업자 A 씨) 25일 서울 도심가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주말 집회에 시민들이 5000여 명(집회 측 추산)이 참석했다. 지난 주말 500명가량 모였던 이 집회는 1주일 만에 참가 인원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날 오후 7시경 중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규제정책반대·조세저항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청계천 남측 170여 m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웠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평범한 회사원”이라 자신을 소개한 A 씨는 “아이에게 짐이 되기 싫고 노후에 대비하고자 임대사업을 시작했다”며 “2018년에는 우리(임대사업자)를 애국자라더니 2020년엔 투기꾼 취급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회에선 ‘6·17 소급적용반대’ ‘악덕증세 중단하라’ 등 정부의 임대사업 정책 변화에 항의하는 피켓이 상당히 눈에 띄웠다. 6·17규제소급적용피해자모임 등 인터넷 카페 회원 등 참가자들은 모두 촛불을 손에 쥔 채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똑같은 정부가 임대사업 정책을 마구잡이로 바꾸는 점에 실망한 이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평생 처음 집회에 참여했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김모 씨(55)는 “최근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억울함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실거주하는 집 한 채 말고 정부가 권유한 임대사업하려 한 채 더 샀다가 세금 폭탄을 맞았다. 열심히 살며 정부 시책을 따랐는데 왜 이게 죄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참가자 B 씨는 일시적으로 다주택자가 됐다가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B 씨는 “이사를 위해 6월 초 매매 계약을 하고 10월에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계약자에게 무려 12% 취득세를 매긴다는 대책이 나왔다”며 “일시적인 다주택자인데 2300만 원이던 취득세가 갑자기 1억1000만 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문재인 자리’라고 쓴 종이를 붙여놓는 사무용 의자를 향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16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졌던 정모 씨(57)도 현장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사회자 구호에 맞춰 신발을 연단에 마련된 해당 의자에 던지기도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1만3745명.’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이달 19일(0시 기준)까지 발생한 누적 확진자 수다. 하루 평균 76명이다. 대구 신천지예수교 확진자가 나올 때 하루에 851명(3월 3일)까지 발생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덕분에 5월 초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클럽과 물류센터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후 50명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지역사회 감염은 다시 수그러든 상황이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 52일 만인 20일부터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가 어렵고 많은 국민과 의료진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 상황이다. 최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걷잡을 수 없이 다시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현지 시간) 신규 확진자가 25만9848명 발생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9일 오후 9시(한국 시간) 기준 누적 확진자는 1445만2519명. 해외에서의 확산세 탓에 국내에 들어오는 확진자도 함께 증가해 19일 기준 해외 유입 확진자는 2045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는 무엇보다 청년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7월 현재 기준으로 20대 응답자의 20.2%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13.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이미지 image@donga.com·신지환·이윤태 기자}
“알바(아르바이트)비를 깎자는 건 줄 알았지, 아예 관두란 말인 줄은 몰랐어요.” 대학생 박모 씨(21)는 올해 4월경 1년 넘게 일했던 식당 사장에게 “상황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처음에 월급을 줄이자는 얘긴 줄 알았지만, 결국 “미안하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아르바이트이긴 했어도 처음 겪어본 실직. 그 뒤 박 씨는 지금껏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20일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1월 20일)한 지 반년을 맞는 날. 이 길고긴 6개월 동안 코로나19에 가장 큰 악영향을 받은 건 다름 아닌 20, 30대 청년층과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보건정책관리 전공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생계가 끊기는 등 ‘일상의 정지’를 가장 크게 느꼈으며 회복 속도도 느렸다. 청년층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실직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다. ○ “저소득층과 청년층, 일상 회복세 느려” 올해 1∼6월 6차례에 걸쳐 실시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묻는 ‘일상 정지’ 항목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답변을 한 집단은 20, 30대로 구성된 ‘학생’(10대는 조사 대상 제외)과 월 가구소득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으로 나타났다.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면 0점, 변한 게 없으면 100점으로 보는 척도에서 저소득층은 3월 30일 조사부터 50점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었다. 학생 역시 3월 3일 이래 50점 아래만 기록했다. 특히 학생은 3월 30일 35.6점을 기록한 뒤 4∼5월 48점대로 다소 올라섰다가 7월 다시 43.0점으로 떨어졌다. 저소득층 역시 3월 37.8점에서 5월 48.8점으로 잠깐 회복하더니 7월 45.2점으로 추락했다. 함께 낮은 점수를 기록하던 ‘주부’와 ‘자영업자’가 각각 7월 53.5점, 49.2점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유 교수는 “학생과 저소득층의 일상 정지 점수가 낮은 건 이들이 코로나19 경기 침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집단이기 때문”이라며 “재난지원금 같은 한시적 제도보다 ‘코로나 취약층’을 일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직 경험’을 묻는 항목에서는 청년층의 비애가 뚜렷했다. 20대는 5월 24.3%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해 전 기간과 연령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마지막 조사 기간인 7월에도 20.2%를 나타내 여전히 가장 높은 ‘실직 경험’을 보였다. 전체 평균 13.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30대도 14.7%로, 20대와 30대만이 평균보다 높았다. 유 교수는 “코로나19로 정규직 일자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 일자리까지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과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불안, 공포가 분노와 슬픔으로 전환”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심리적 그림자’도 드리웠다. 세대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이 만연한 것이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인식조사에서 초기에 가장 여실하게 드러났던 감정은 ‘불안’과 ‘공포’였다. 낯선 감염병에 대한 불안은 2월 조사에서 60.4%가 느꼈고, 공포(16.7%)가 뒤따랐다. 하지만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역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3월부터 분노가 급상승했다. 2월 6.8%였던 분노는 3월 21.6%까지 치솟았다.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이 벌어진 5월에는 29.2%로 늘어 최고점을 찍었다. 슬픔은 비율은 높지 않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모양새다. 2월 1.6%로 미미했던 슬픔의 감정은 3월 7.2%, 5월 11.6%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공포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신지환 jhshin93@donga.com·전채은 기자}
10일 공개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64)의 다섯 문장짜리 유서에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드러나 있지 않다. 박 전 시장은 본인 특유의 필체를 살려 붓펜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심경에 대해서만 간략히 적었다. 박 전 시장이 서울시 직원의 성추행 고소 직후 비극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성추문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뚜렷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건 보고받은 듯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은 8일 보좌진에게서 서울시 직원 A 씨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전현직 구청장과의 친목 성격의 저녁 자리에는 정상적으로 참석했다. A 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과 서울시에 고소 관련 사항을 통보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서울시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방안만 우선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 측에 고소된 사실을 통보하지도 않았고 조사 일정 등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박 전 시장의 애플 아이폰 휴대전화를 발견해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어 해제 작업에만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애물이 적지 않다. 경찰은 일단 박 전 시장이 9일 오후 3시 49분 서울 성북구 핀란드대사관저 부근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끊기기 전까지 딸을 포함해 여러 지인과 통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인물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 택시 운전사 “더운데 산 왜 가느냐” 물어경찰은 사건 당일 박 전 시장이 보였던 행적도 추적하고 있다. 우선 박 전 시장은 9일 오전 10시 44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섰다. 박 전 시장이 공관에서 나올 당시 집 안에는 딸이 머물고 있었다. 공관 주변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박 전 시장은 재동초등학교를 지나 북촌로 큰길에서 다급하게 택시를 잡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전 시장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선 뒤 운전사가 잠시 내려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박 전 시장은 길가에서 여러 차례 손짓을 하며 다른 택시를 잡으려 했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청색 모자를 눌러쓰고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박 전 시장은 운전사가 2분 뒤 편의점에서 돌아오자 택시를 타고 와룡공원 쪽으로 향했다. 택시 운전사는 뒷좌석에 탄 박 전 시장을 알아보지 못하고 “날이 더운데 산(와룡공원)은 왜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의 딸은 공관 서재에 남겨진 박 전 시장의 유서를 뒤늦게 발견하고 오후 5시 17분경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약 7시간 뒤인 10일 0시 1분경 박 전 시장은 산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상황, 유족 및 관계자 진술,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박 전 시장의 시신은 부검하지 않고 유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신지환 jhshin93@donga.com·김태성·김태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