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여야는 올 5월 예산안 법정처리 준수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국회 본회의 예산안 자동상정제’ 실시를 1년 유예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3년부터 해마다 헌법상 예산안 의결 시한(12월 2일)을 넘기는 국회의 악습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국회선진화법’을 만들 때 삽입한 조항이 시행도 안 된 채 연기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예산안도 제때 통과되진 못하겠구나”란 우려가 나왔다. 그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새해 예산안을 2일 예산결산특위에 단독 상정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민주당이 “의회를 무시하는 공포정치”라고 반박하면서 여야 대치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준예산 사태까지 예견하기도 한다. 당초 5월 30일부터 시행하려던 예산안 자동상정제는 정부가 반대하면서 미뤄졌다. 자동상정을 위해서는 정부 예산안이 의결 120일 전에 제출돼야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여야가 국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한동안 대치한 데다 추경예산까지 준비하느라 상황이 꼬였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는 예산안 자동상정제 도입을 1년 미뤘고, 그 후폭풍이 지금 몰아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예산안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일은 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은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1이 요청하면 최대 90일까지 상정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상정을 하려면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예결위 전체 50명 중 3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예산안은 해당되지 않는다. 자동상정제를 염두에 두고 여야가 대상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1일 “예산안은 세입예산과 관련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안 단독 심사·통과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세법 개정안과 같이 내년도 세입예산의 근거가 되는 예산 부수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이상 세출예산만 통과돼 봐야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여야가 정작 민생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예산안 심사 지연으로 임시예산격인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180조 원 규모의 재정 집행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갓난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국민이 영향 받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다”며 “야당(민주당)이 서둘러 국회로 돌아와 예산안 심사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예산안 심사 지연으로 준예산이 편성되면 내년 예산 358조 원 중 정부가 상황에 따라 지출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 180조 원에 대한 집행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나 기관운영비처럼 반드시 사용하도록 법에 명시된 의무지출 이외의 경비를 사용할 수 없는 셧다운(정부 기능폐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준예산 편성이 현실화되면 우선 매달 30만∼40만 원의 급여를 받는 재정지원 일자리에서 일하는 취약계층이 피해를 보게 된다. 도로정비, 재활용품 분리, 하천정비 등 65만 개의 일자리가 나랏돈으로 운영되는데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들에게 급여를 줄 수 없다.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비 23조 원 가운데 2014년도 사업비를 이미 승인받은 3조 원 정도는 계속사업으로 분류돼 준예산이 편성돼도 그대로 집행된다. 하지만 나머지 20조 원 규모의 사업은 재량지출로 분류돼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 기초연금 수령액이 현행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던 일부 고령층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늘어나는 연금액을 받지 못한다. 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하는 가정에 지원하는 양육수당은 의무지출 대상이 아니어서 준예산 상황에서는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아동지원센터, 복지지원센터 등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은 공적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임금도 재량지출로 분류돼 있지 않아 급여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에도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예결위에는 10월에 상정돼 실무작업을 미리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예결위 상정조차 안돼 향후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기재부 당국자는 “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면 나중에 집행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며 “야당이 예산안에 반대 하더라도 일단 논의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 / 세종=홍수용 기자}
김황식 전 국무총리(사진)의 ‘국회 해산’ 발언이 묘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입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과거 헌법상에 조문으로 존재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라진 ‘초헌법적 발상’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여론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28일 국회 초청강연 질의응답에서 “우리 헌법에 왜 국회 해산 제도가 없는지 모르겠다”며 “국회 해산 제도가 있었으면 (지금이) 국회를 해산시키고 다시 국민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과거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했다. 유신헌법은 제59조에서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고 했다. 5공화국 헌법에서도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명시했다. 그러나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6·29민주화선언을 거치며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6공화국 헌법으로 개정할 때 국회해산권을 폐지했다. 대통령(정부)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다. 물론 영국, 일본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도 국회(의회)해산권은 존재하지만 이 나라들의 권력구조는 의원들이 내각을 구성하는 내각책임제라는 점이 다르다. 민주주의 체제의 강화를 위해 폐지했던 국회해산권을 절차적 민주주의가 사실상 확립된 현재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은 역설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 물망에 오른 전임 총리가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계산이 담겼다는 의구심도 제기되지만, 국회 해산 발언에 호응하는 민심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감의 발로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국회가 기능을 못하는 게 사실이지만 국회를 해산한다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의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치를 한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한 블로그는 “전직 총리가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나도 그 마음에 동의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해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저런 끔찍한 얘기를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 게 현 상황의 비정상성을 보여 주죠”라고 비판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도 트위터에서 “지난 몇십 년간의 민주 헌정의 발전을 깡그리 후퇴시키는 수준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도 “박정희 유신 독재 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며 반박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몰역사적이고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발언을 대법관까지 한 전직 총리가 했다는 사실이 어이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중진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타협 없이 오만 불통이고,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며, 야당은 시시비비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부정하고 있다”며 “국회가 신망을 잃어 해산해야 할 정도라고 국민이 생각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박정훈 기자}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사진)이 대권 재도전을 시사했다. 문 의원은 29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해 같은 기회가 다시 오면 마다할 생각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집착하지는 않겠지만 회피할 생각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2017년 대선에서 (당에) 보탬이 되는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차기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힌 셈이다. 문 의원은 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국가기록원에) 회의록 최종본을 미이관한 것은 우리(노무현 정부)의 불찰이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꿈에도 몰랐다. 미이관은 실무적 착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해 대선 당시 안철수 의원의 대선후보직 사퇴와 관련해 “안 의원에게 신세를 졌다”며 “잘 갚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우호적 경쟁 관계”라며 “경쟁하지만 종래에는 같이해야 한다”며 향후 연대를 적극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28일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에 맞서 민주당이 향후 의사일정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2014년도 예산안 처리는 ‘시계(視界) 제로’ 상태가 됐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회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논의하자며 새누리당에 제안한 ‘4인 협의체’가 사실상 거부된 데 이어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단독 처리되면서 민주당의 정부 여당에 대한 강경 기조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직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을 비난하면서 의사일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지도부를 비판하는 의원도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직자는 “지도부 사퇴하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했다”고 했다.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발언이 잇따르자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은 의총 도중 긴급 구수회의를 열어 의사일정 중단 방침을 정했다. 김 대표는 “(의사일정 중단의) 조건과 기한은 내일(29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했다. 민주당은 강 의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포함한 요구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서는 이달 들어 세 번이나 의사일정을 중단하는 등 지도부의 일관되지 못한 대응 방식에 불만을 품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전했다. 이 때문에 강경파를 중심으로 예산안과 법안 심사를 전면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예산안과 특검 문제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번 일을 예산안과 연계하면 ‘민생을 내팽개친다’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걸리기 때문에 우리만 손해라는 걸 다 알고 있다”며 “전 원내대표도 예산안 심사에 집중하라고 몇 번이나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일정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다. 새누리당은 “결국 국민이 심판하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대통령을 뽑아놨으면 일을 제대로 하게 해 줘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면서 “아직 민주당이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주말까지는 냉각기를 가진 뒤 다음 주부터 예산안과 법안 처리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말 정도에 구체적인 중재안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12월 2일)에 당 최고위원회에서 여러 의견들을 듣겠다”고 했다. 한편 강창희 국회의장이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기는 했지만 몸싸움 한번 없이 지켜본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12일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끝낸 뒤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의원 다수는 그에게 큰 흠결이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 올해 개정된 국회법상 ‘국회 회의 방해 금지’ 조항의 영향도 컸다. 회의 진행을 물리력으로 방해하려는 사람에게 ‘국회 회의 방해죄’를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엄하게 규정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발표를 통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함으로써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에 어떤 변화가 몰려올지 주목된다. 안 의원 신당 창당이 위력을 발휘할 경우 3당 체제로의 정계개편이 뒤따를 수도 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새 정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드는 것이 새 정치를 추진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정치의 재편’과 ‘새로운 정치의 틀’을 거론하면서 정치개혁과 정계개편에 대한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창당의 시점과 구체적인 로드맵은 밝히지 않았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 여러 신당이 나타났지만 불행히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여러 사례를 교훈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서 절대로 지지하는 분들,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정당을 만드는 일은 어마어마한 시간과 물적 토대를 필요로 한다”며 “어떤 정당을 지향할지 고민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는 이른바 개방형 창당”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좋은 사람이 있다면 서울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본보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날도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해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는 창당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창당을 앞둔 시점에서 야권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현재로서는 지방선거까지 독자적으로 가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향후 유의미한 정치세력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안철수 신당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것이 실체적 지지로 구체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영입하고 추상적인 ‘새 정치’ 개념을 구체적인 비전 제시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 측은 내부적으로 영입할 인물을 검증하는 역량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래서 창당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과거 이인제, 정몽준 의원, 문국현 전 의원처럼 대선 직후 영향력이 대폭 줄어든 경우와는 달리 안 의원은 여전히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고,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어 정치에 대한 불신 기류가 강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1야당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민주당은 따가운 시선으로 대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라디오에서 “중간지대에 새집을 짓고 싶어 하지만, 역사상 제3지대에서 정치세력화라는 것이 성공한 예가 없다”고 말했다. 민 본부장은 특히 이계안 전 의원 등 일부의 이탈 움직임에 대해 “결국 새집이 아니고 분가다. 분가처럼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안 의원의 행보가 야권세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면서 “더이상 특유의 안갯속을 걷는 듯한 애매모호한 화법이 아니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새 정치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장도에 나서는 안 의원이 첫걸음을 뗀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해 정부예산안 심사를 놓고 여야의 기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여야의 현재 상황 때문이다. 예산 심사를 지휘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광림, 민주당 최재천 의원에게 27일 예산안 처리 전망과 전략을 들어봤다. 두 의원은 “준예산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 의원은 “준예산 상황은 상정하고 싶지 않다”며 “여야 합의에 따른 예산안의 연내 처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 간사가 예산안 의결일로 정한 12월 16일은 주말에도 예산안 심사를 계속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며 야당의 발목잡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만약 준예산이 가동돼 미국과 같은 정부 잠정폐쇄(셧다운) 현상이 발생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여야 모두 이런 상황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12월 31일 기한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과 정부 일각에서는 ‘준예산 위협론’을 퍼뜨리고 있지만 민주당은 준예산의 ‘ㅈ’자도 검토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예산안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예산은 예산 자체의 독자적 논리, 민생 논리로 풀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간제 일자리나 원자력안전 관련 예산처럼 근거가 되는 법이 먼저 통과되거나 개정돼야만 처리되는 예산이 많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딜레마이고, 야당으로서는 협상할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권오혁 기자}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5일 정국 정상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양자 회담을 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도입 등의 문제를 놓고 의견이 맞서 즉각적인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정국 정상화 가능성은 열어 놨다. 김 대표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로 구성되는 ‘4인 협의체’를 제안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4인 협의체와 관련해 “특검과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새해 예산안과 주요 법안, 기초단체 정당 공천 폐지 등 세 가지 단위에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3, 4일 내 김 대표에게 답변하겠다고 밝혔다고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이 전했다. 회동은 김 대표가 제안하고 이를 황 대표가 수락해 이뤄졌다. 40여 분간 이뤄진 회동에 배석한 사람은 없었다. 김 대표가 회동을 제안하고, 4인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데에는 야당으로서 국면 전환의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9월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국회 3자회담 이후 김 대표 측은 물밑에서 황 대표 측과 특검·특위 문제를 논의해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특위 설치에만 동의했을 뿐 특검은 받을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 정국을 돌파할 여지가 줄어든 상태에서 여론에 힘입어 한번 뚫어보자는 취지”라며 “특검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특검에 대한 논의를 하자는 것인데 이를 받지 못한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윗 120여 만 건을 추가 기소하면서 여론 환경도 여당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국회법이 정한 2014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일주일 남겨 두고 국정의 책임자 중 하나인 여당이 정국 정상화에 적극성을 띠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민주당에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황 대표가 ‘4인 협의체’ 구성 자체를 거부하지 않고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당 일각에선 “특검 도입 여부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는 주장이라면 새누리당이 반드시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가 ‘특검 불가론’을 굽히지 않고 있는 데다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론이 거세 특검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황 대표가 회동 10여 분 전 민주당에 연기를 요청했다가 번복한 것도 이 같은 복잡한 당내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여야 중진 의원들은 26일 국회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경색된 현 정국에 대한 해법을 논의한다. 새누리당 이병석, 민주당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남경필 송광호 정병국 김태환 의원 등이, 민주당에선 김성곤 원혜영 우윤근 유인태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논의 내용을 각 당 지도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민동용 mindy@donga.com·최창봉 기자}
민주당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북 지역 일부 신부들의 22일 시국 미사에서 나온 “문제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지역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했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부님들의 충정은 이해되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분명하게 말하지만 NLL은 확고하게 우리가 지켜 왔고 앞으로도 확실하게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3주년을 맞이하는 때에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곤혹스러워했다. 민주당이 참여하는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 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에 정의구현사제단과 인연이 깊은 함세웅 신부도 함께하면서 전주교구 사제단의 발언에 연석회의가 동조하는 듯한 뉘앙스를 줄까 경계한 것이다. 전 원내대표는 시국 미사 때 신부들이 제기한 ‘대통령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사건에 대해) 특검과 특위, 그리고 관계자 문책이 이뤄졌다면 이런 발언까지 안 나왔을 텐데 유감”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정도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불행한 사태”라고 했다. 전 원내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사퇴하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유감이라는 뜻”이라며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결과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혀 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선 불복과는 거리를 확실히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 문재인 의원(사진)이 다음 달 출간을 목표로 저서를 집필 중이라고 문 의원 측 관계자가 22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저서는 지난 대선 성찰을 통해서 본 다음 대선과 대한민국의 희망보고서 성격으로 준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책에는 대선에서 문 의원과 민주당이 부족했던 점, 다음 대선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 나가고 준비할지에 대한 생각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신당 창당 구상을 밝힌다고 한 날 문 의원 측이 저서 출간을 발표한 것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야는 22일 민주당이 제출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처리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 및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강창희 국회의장의 황 장관 해임건의안과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동시 처리 제안을 놓고 협상을 했지만 어느 안건을 먼저 표결에 부치느냐에 이견을 보여 결국 결렬됐다. 새누리당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황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먼저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황 장관 해임건의안만 처리하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만 처리하고 나가버리면 황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정족수(재적 의원 과반수 참석)를 채우지 못할 것을 염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후에도 다시 만났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오후 4시경 협상을 끝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원하고 있다”며 강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의 의사일정에 지장을 초래할 직권상정은 절대 안 된다”고 반박했다. 본회의 보고 후 24∼7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20일 오전 본회의에 보고된 황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날 처리가 무산돼 사실상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제출할 수는 있다. 황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25일 본회의에서 강 의장이 직권상정한다면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강 의장이 여야 합의를 강조하고 있어 직권상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명동의안이 장기 공전할 확률이 커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야가 주말에도 물밑 협상을 벌일 예정이어서 극적인 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이 황 장관 해임건의안을 다시 제출해 여야 합의로 두 개의 안건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의 임명을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때까지 기다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섣불리 민주당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뜻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너무 장기화될 경우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 두 후보자를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도입이 여야 간에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특검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실효성은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하자는 것은 사리에 맞지도 않고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대통령은 수사해서 밝히고 책임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역대 특검 수사는 크게 두 가지 경우에 이뤄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처럼 배후나 외압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될 경우와 삼성그룹 특검 당시 떡값 검사 의혹처럼 수사 대상인 검찰이 의혹의 당사자가 됐을 경우다. 특히 핵심 몸통으로 간주되는 인사가 무혐의 처분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을 경우 특검 요구가 거셌다. 하지만 기소 후 재판이 시작된 경우라면 사실상 특검을 하기가 어렵다. 헌법 제13조가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댓글을 통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특검이 수사하기 어렵다. 원 전 원장은 이미 국정원 직원들에게 댓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물론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이미 기소된 것 이외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다면 특검이 가능하다. 검찰 상층부가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특검을 할 수 있지만 적용할 혐의가 불분명하고 입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은 15일 조명균 전 비서관 등 2명을 기소하며 수사를 끝냈지만 특검 대상이 될 수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 주장의 진위에 대해선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수사가 미진하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회의록 유출 의혹 사건도 수사 중이기 때문에 특검 수사가 가능하다.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특검법)은 여야 합의로 수사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특별법이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 법안 통과를 위한 정족수는 과반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높아진다.최예나 yena@donga.com·민동용·강경석 기자}
“운명의 일주일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 이렇게 말했다.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이 이뤄지는 동안 여야가 국가정보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정기국회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이날 전격적으로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의 목표는 특검에 고정돼 있다.○ 국정원 특검 꼭 해야 한다는 야당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시정연설 직후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미지근한 물로는 밥을 지을 수 없다”며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 100여 명은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민주파괴! 민생파탄! 약속파기! 규탄대회’를 열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와 야당, 국민이 시정을 요구한 것은 하나도 시정되지 않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시정연설”이라며 “신(新)독재의 길은 국민도 야당도 좌시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에서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발언에 관심이 많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특위는 예스, 특검은 노(No) 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 등 참모진도 모여서 이 발언의 진의를 논의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야당이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서”라고 한 부분과 관련해 그동안 여야가 물밑 협상을 통해 특위는 이견을 좁혀 왔기 때문에 특검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청와대 측에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특검 카드는 신야권연대를 강화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시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정부질문 기간에 여야 협상을 통해 특검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무엇이든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는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으로 말씀한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전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언급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여야 협상을 통해 조속히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호응했다. 최고위원 일부는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전제로 하는 강경투쟁을 주문했지만 대정부 공세를 펼 수 있는 대정부질문까지는 지켜보자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개혁 특위만 하자는 여당 새누리당은 특위는 수용하지만 특검은 받을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사실 새누리당으로서는 특검을 받기 곤란한 상황이다. 특검을 받으면 지방선거까지 정국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주고 끌려 다닐 수 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김무성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이 수사에 불려 나가는 모습까지 보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특검은 부정적이다. 지루한 공방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점과 특검 제안에 담긴 야권 전체의 복잡한 사정 탓에 정쟁의 수렁에서 허덕일 우려가 있어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고 한 데는 국회에서는 어떤 것도 논의할 수 있으니 잘해 달라는 존중의 뜻과, 정치를 하는 곳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라며 정치 현안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 대통령의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새누리당이 여야 협상에서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따라 정기국회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특위를 수용한 여당이 특검 문제를 독자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새누리당이 자율성을 갖고 양보를 해야 풀릴 텐데, 여당 자체에 그런 리더십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으로서도 특검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전면적 의사일정 거부라는 강수를 둘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예산안은 양날의 검”이라며 “특검 때문에 예산안 처리를 보이콧한다면 엄청난 비난 여론을 들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특검 대신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에 개입했다고 보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대선 개입에 관여했다고 보는 박승춘 보훈처장의 경질 등의 협상카드를 새누리당이 제시하는 것도 해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민동용 mindy@donga.com·권오혁 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폐기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즉각 “‘정치 검찰’의 짜깁기 수사”라고 반발했다. 노무현재단의 이병완 이사장(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 전 대통령이 30년 동안 본인만 볼 수 있음에도 대통령기록관에는 이관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열람할 수 있도록 국가정보원에서 (회의록을) 관리하도록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이 왜 회의록 폐기를 지시했는지가 검찰 수사 결과에서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회의록 폐기와 관련해 기소된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은 전화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e지원(e知園·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에서 회의록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월 검찰 조사 때는 기억이 부정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표현을 하다 보니 ‘노 전 대통령이 삭제하라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추후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기억을 더듬어본 결과 그런 사실은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진상규명대책단’도 “최종적으로 완성된 대화록만 보존하는 게 기록관리의 일반적인 원칙이자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정상과의 회의록은 수정 전후 기록이 대통령기록관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관돼 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문재인 의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민주당은 ‘초본은 기록물일 수 없으므로 굳이 보관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며 “자신들 입장에 따른 자의적인 판단으로 공식기록물 운운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검찰은 회의록의 원본 삭제 및 기록물 미(未)지정, 미이관을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문재인 의원 등 참여정부 관계자들과 민주당이 그동안 회의록 논란 과정에서 거짓과 궤변으로 일관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문 의원의 핵심 측근인 전해철 의원은 “공판 절차를 통해 검찰 수사가 짜깁기고 무리한 표적수사였음을 밝히는 데 진력하겠다”며 법적 다툼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회의록 이관 과정의 책임자였던 문 의원이 제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아니냐”라며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은 14일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의 임명안 처리를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가 사퇴하면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가 남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 찬성으로 가결)와 인준 절차가 필요 없는 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처리에 관한 원내 회의 뒤 보도자료를 내고 “세 명의 후보자 모두 부적격이지만 문 후보자는 자질과 도덕성 부분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제3의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 후보자의 사퇴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방침을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문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할 때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을 결격 사유로 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12일)에서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그만두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지 않나. 사퇴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권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여권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별개의 인사청문회를 연계해 물건 가격 흥정하듯이 협상하자는 것은 고질적이고 유치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하면서 조속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355조7000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가운데 ‘대통령 예산’은 삭감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2014 예산안 심사전략’에 따르면 예산 삭감 대상으로 △안전행정부 등이 추진하는 개발도상국 새마을운동 확산 사업(올해 111억 원→2014년 227억 원)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사업(신규 402억 원) 등을 삭감하기로 했다. 반면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 예산은 1조8000억 원 증액하기로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가 13일 출간되는 저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승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했다. 지사직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터여서 중도·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지사는 책에서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 ‘공칠과삼(功七過三)’이란 평가 기준을 제시해 마오쩌둥(毛澤東) 격하 움직임을 제압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공칠과삼으로 역대 대통령을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강력한 리더십도, 그의 죽음도 국민의 용인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진보진영은 박 대통령이 1963년, 1967년 대선에서 선출됐다는 사실을 역사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아무리 찬양해도 공칠과삼을 넘지 않는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두환 정권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지만 외환 자유화, 물가 안정 등을 통해 역사적 전환을 이뤘다”며 “노태우 정권은 북방외교를 적절하게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 지사는 “대통령 인기가 떨어졌다고 당을 나와 새 당을 만드는 정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2004년 천막당사로 옮기면서도 ‘차떼기’ 이미지가 있는 정당 간판을 끝까지 고수했다는 데 있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 집권 말기 벌어진 열린우리당 연쇄 탈당 사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이 인사청문회(11∼13일)를 제외한 국회 일정을 모두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8일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그날 하루 국회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추가로 보이콧하면서까지 특검과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의 국회 설치 요구를 더욱 치고 나오자 여당에서는 특검과 특위라는 정치적 이슈를 민주당이 예산안과 연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당 일각에서는 준예산 편성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추가 징계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편파 수사, 편파 감찰, 편파 징계가 재판 중인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공소유지조차 포기시키려는 정권 차원 공작의 일환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기간 중 국회 모든 의사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5일로 예정된 2012년도 결산심사안의 본회의 처리는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다시 국회 일정 중단 카드를 들고 나온 데 대해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은 강경 대응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국회 시정연설을 할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특검과 특위 요구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원내 관계자는 “법안은 여당과 협상해서 처리할 여지가 있지만 예산안은 연계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연대를 손꼽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예산안 처리와 특검 요구를 연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힌 만큼 지도부가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당직자는 “지금까지 지도부에서 예산안과 특검·특위 요구의 연계 방침을 논의한 것은 없다”며 “정치적 어젠다를 예산안과 연계하는 순간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특검 요구, 국회 일정 중단과 관련해 “민주당이 국회를 뇌사 상태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에서 “야당이 법안과 예산을 모두 묶어 대선 개입 일체에 대한 특검을 들고 나왔다”며 “11월도 중반으로 접어드는데 결산마저 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을 보면서 국민은 미국식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의 불길한 그림자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검찰의 사초 실종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친노(친노무현)계를 보호하기 위한 민주당의 정치 파업”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일각에선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이지만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황 대표는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로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찾아 현안을 논의했지만 특검과 특위 설치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40여 분 만에 헤어졌다. 김 대표는 당사 이전 축하 떡을 가져온 황 대표에게 “떡까지 가지고 온 건 고맙지만 나란히 앉아서 웃고 있기에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노무현재단이 11일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른바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 촉발된 뒤 회의록이 대통령기록관에 넘어가지 않은 상황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이 국민에게 ‘송구’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주축이 된 노무현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비록 고의는 아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회의록)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서는 국민들에게는 송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재단의 이사로 있다. 노무현재단은 “다만 임기 막바지 퇴임일까지만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행 기록물 이관 제도는 언제든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외국 사례와 같이 퇴임 이후에도 기록물을 빠짐없이 챙겨서 이관할 수 있도록 일정 정도 경과기간을 두는 제도적 개선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무현재단 측은 “재단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낸 게 아니다. 설명자료를 만들다가 들어간 수사일 뿐”이라면서 “이것을 갖고 공식적으로 사과 표명을 했다고 하면 그건 좀 오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분은 ‘NLL 포기도 대화록 실종도 없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 중 참고자료에 해당하는 부분에 실렸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지급되는 급여 이외의 직급보조비와 활동비가 다른 나라 의회에 비해 과도하고 법적 근거도 없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0일 공개한 ‘국회 상임·특별위원장의 활동비 실태와 개혁 방안’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장은 월평균 급여 1149만 원 외에 직급보조비로 월 165만 원, 관리업무 수당에 해당하는 활동비로 월 600만∼700만 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위원장은 활동비로 월 600만∼700만 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임위원장의 경우 월 급여의 70%, 특별위원장은 월 급여의 60%가량이나 된다. 현재 국회에는 상임위 16개, 특위 9개가 있다. 그러나 바른사회 측이 각 나라 의회 자료를 조사한 결과 미국은 각 위원장에게 별도의 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영국 하원 상임위원장(33명)이 받는 추가 급여는 연 급여 총액의 22.2%이다. 캐나다는 7.0%, 호주는 16.0%, 일본은 7.7%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비 등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상임·특별위원장에게 직급보조비와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는 법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회법은 상임위나 특별위의 업무 등을 규정하지만 활동비 등 지원책에 관한 내용은 없다. 의원의 보수(報酬) 등을 규정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도 관련 내용은 없고,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 상해 및 사망 시 치료비 및 수당 지급만 규정돼 있다. 또 상임·특별위원장의 직급보조비와 활동비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바른사회 측은 “국회에 정보공개 요청을 했지만 공개를 의무화한 규정이 없어 ‘관련 자료를 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매년 작성되는 ‘국회세출예산집행지침’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법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에는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특위의 경우 회의 개최 빈도 등에 따라 수당 형식으로 활동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특위 활동에 대해 경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국회법 22조 1항에 넣자는 취지다. 19대 국회 들어 지난해 말까지 운영된 8개 특위의 평균 회의 횟수는 3회에 그쳤고, 평균 회의시간도 1시간 39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2012년도 국회세출예산집행지침’에 따라 특위 위원장에게 지급된 활동비는 모두 2억817만 원이나 됐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상임위나 특위의 활동에 필요하면 예산에 반영토록 해 지원을 하면 된다”며 “활동을 지원하는 모든 사항에 법적 근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천막은 걷었지만 전운은 가시지 않았다. 민주당은 1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했던 천막당사를 101일 만에 철거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현 투쟁 방식으로는 정국이 풀리지 않아 좀 더 전선을 확대해 종교계, 시민단체, 야당이 함께하는 기구 중심의 2차 투쟁으로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진상 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가 12일 오전 열린다. 연석회의에는 민주당 김한길, 정의당 천호선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에서 70여 명이 참석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연석회의가 ‘신야권연대’로 발전해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원내에서는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다음 주 이어지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부 및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의원은 이날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전국 12개 권역 실행위원 466명을 발표하며 독자세력화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 의원은 성명을 내고 “특검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국회 일정을 미루거나 예산안과 연계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신야권연대 움직임은 정치적 야합”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유일호 대변인은 “국민은 천막당사 철수로 여야가 합심해 민생 살리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텐데 민주당은 이번에도 국민의 기대에 실망으로 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11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 당사를 방문해 김 대표와 만나기로 해 대치 정국을 풀 실마리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민동용 mindy@donga.com·최창봉 기자}
민주당이 8일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고 한 배경에는 여러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한길 대표의 특검 제안에 이르기까지 당 안팎의 상황은 민주당에 녹록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의 국회 설치 등의 요구와 한 묶음으로 특검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 요구들을 일괄 타결짓기 위한 새누리당과의 물밑 논의는 신통치 않았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특검을 먼저 제안해 곤혹스러워졌다. 전날 김기식 의원을 비롯한 초선의원 20여 명이 특검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당내 중진 사이에서도 “지도부가 너무 온건해 새누리당에 끌려다닌다”는 불만이 높아졌다. 여기에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7452부대’가 대납해준 일이 밝혀지는 등 대선개입 의혹을 짙게 하는 사례들이 늘어나자 검찰 수사만으로는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퍼져 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 사건으로 고발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국 대사가 서면조사만을 받기로 하거나 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김한길 대표는 특검 제안 결심을 굳혔다.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김무성 의원 서면조사 건이 특검 제안에 불을 댕겼다”고 말했다. 특검 제안으로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당내의 강경대응 주장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김기식 의원은 “특검에 대한 당내 혼선이 정리됐다”고 했다. 자칫 ‘지도부 흔들기’로도 비칠 수 있는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당 밖으로는 안 의원의 특검 제안을 김 대표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안 의원과의 ‘신(新)야권연대’를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12일 열리는 시민사회, 종교계, 정의당, 그리고 안 의원과의 ‘연석회의’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어쨌든 특검 제안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석회의의 성공은 김한길 지도부에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특검 카드가 국정원 개혁특위 수용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검과 예산안 및 법안 처리를 연계해 새누리당을 압박하면서 특위를 받아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특검 요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 정쟁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조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특검 도입 요구는 재·보선 참패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의 남은 일정을 모두 보이콧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김 대표가 특검을 제안하면서 어떤 조건이나 시한을 못 박지 않은 것도 특검에만 다걸기 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8일 민주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국회 일정을 잠정 중단한 것을 ‘문재인 일병 구하기와 신야권연대를 위한 당리당략’으로 규정하며 “이성을 찾으라”고 요구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것은 친노 세력인 강경파의 요구로 문재인 일병을 구하고 사초(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을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다. 국민과 법은 안중에도 없는 막가파식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에 통보도 없이 국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례의 극치”라고 말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보이콧 결정에 대해 문자메시지를 달랑 하나 보내온 것은 막무가내식 처사”라면서 “문 의원의 검찰 출석에 따른 풍파를 물타기 하기 위한 얕은 꼼수로는 전대미문의 사초 실종, 사초 폐기가 덮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특검 주장을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새로운 야권연대를 위한 정략적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안은 특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한 뒤 “특검 주장은 연석회의라는 신야권연대를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느닷없는 특검 주장은 부적절한 야권연대를 위한 신호탄이며 정쟁에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황승택·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