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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만 가면 힘이 솟는 걸까. 박지영(26)이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이자 신설 대회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10일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둘째 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따내며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박지영은 공동 선두와 1타 차 공동 3위로 2라운드를 시작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황정미(23), 안선주(35)와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10번 홀(파5)에서 출발한 박지영은 전반에 버디 2개를 따냈고, 후반 들어 3번(파4), 4번(파3), 5번(파5) 홀에서 3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치고 나갔다. 박현경(22), 홍정민(20), 이소영(25) 등 공동 2위 그룹과 1타 차다. 올 4월 열린 2022시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투어 통산 4승을 따낸 박지영은 동남아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2018년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 챔피언십에서도 통산 2승을 수확한 바 있다. 이번 대회처럼 2019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대회였다. 경기 뒤 동남아 지역 대회에서 강한 비결을 묻는 말에 박지영은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특히 동남아에서 열리는 대회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샷감이 생각보다 좋지는 않았는데 퍼트가 좋아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전날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던 박현경은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며 중간 합계 10언더파 134타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박현경은 지난해 4월 KLPGA 챔피언십 이후 20개월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경기 뒤 박현경은 “어제 워낙 샷감이 좋았기 때문에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는데 균형이 어제만큼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2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만들자는 목표를 이뤘다”라고 말했다. 박현경은 우승 스코어로 15언더파를 전망하기도 했다. 공동 2위 이소영과 홍정민은 각각 보기 없이 버디만 6개씩 기록하며 참가자 중 가장 좋은 2라운드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홍정민은 “밤새 내린 비에 페어웨이가 물렁해져서 티샷 거리가 줄었고 조금 더 긴 채를 잡고 그린을 공략하다보니 아이언 샷 정확도가 떨어져 버디 찬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최종라운드가 펼쳐지는 11일 현지 비 예보가 있는 만큼 날씨 또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소영은 “100m 이내 샷이 잘 돼 많은 버디 찬스를 만들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만족한 하루다”고 소감을 남겼다.싱가포르=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20개월간의 우승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박현경(22)이 9일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코스(파72)에서 열린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이자 신설 대회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나섰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따내며 중간 합계 7언더파 65타로 정윤지(22)와 동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는 총상금 110만 싱가포르 달러(약 10억7000만 원), 우승상금 19만8000싱가포르 달러(약 1억9000만 원)가 걸렸다. 이날 지난 시즌 투어 대상의 주인공 김수지(26), 미국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재미교포 노예림(21)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 박현경은 2번 홀(파4)부터 버디를 따내며 좋은 출발을 했다. 이어 4번(파3), 5번(파5) 홀과 17번(파4), 18번(파5)홀에서 2차례 연속 버디를 따내는 등 분위기를 탔을 때 몰아붙였다. 경기 뒤 박현경은 “1라운드 목표였던 보기 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현경 팬클럽도 대회장을 찾아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2021년 4월 KLPGA 챔피언십에서 대회 2연패이자 투어 통산 3승을 따낸 박현경은 이후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27개 대회에 출전해 한 차례도 컷 탈락 없이 톱10에도 14차례 들었지만 트로피까지 들진 못했다. 박현경은 “우승만 없었을 뿐이지 나머지는 다 좋았다”면서도 “새 시즌에는 우승 하나만 보고 달려갈 생각”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첫 승을 수확한 정윤지도 트로피를 정조준한다. 후반 들어서만 4타를 줄였던 정윤지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로 단독 선두 도약을 노렸지만, 파로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정윤지 역시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 뒤 정윤지는 “아마추어 시절 싱가포르 다른 대회장(센토사)에서 낙뢰로 경기가 중단된 적이 있어 걱정했는데 오늘은 다행히 중단되지 않아 기쁘고 고마웠다. 시즌 개막전인만큼 우승도 좋지만 적어도 톱3로 결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동반 플레이로 기대를 모았던 박민지(24), 최혜진(23), 아타야 티띠꾼(19·태국) 조에서는 최혜진과 박민지가 중간 합계 4언더파 68타로 공동 9위, 티띠꾼이 3언더파 공동 18위를 했다.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홍콩의 티파니 챈(29)은 이날 16번 홀(파3)에서 홀인원의 기쁨을 맛봤다. 123야드(약 112m)의 코스를 9번 아이언으로 공략했다. 2023시즌 투어 첫 홀인원 기록이다.싱가포르=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골프 최강과 미국 여자골프 신인왕이 맞붙는다.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다승(6승), 상금왕의 주인공 박민지(24)가 2022시즌 미국여자골프(LPGA)투어 신인왕 아타야 티띠꾼(19·태국)과 맞대결을 펼친다. 9일부터 3일간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 코스(파72)에서 열리는 2023시즌 KLPGA투어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이 그 무대. 둘은 1, 2라운드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지난 시즌 최종전(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4주 만에 대회에 나서는 박민지는 “바쁜 일정 탓에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해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출전한다”면서도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민지의 세계랭킹은 14위로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고진영(5위), 전인지(8위), 김효주(9위)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네 번째로 높다. 특히 2년 연속 투어 6승을 따내면서 스스로 ‘지금이 나의 전성기’라고 말하는 박민지는 내년 시즌 LPGA투어 메이저대회 출전을 검토하고 있다. 대회 뒤 전지훈련도 미국으로 떠나 현지 잔디 적응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2시즌 LPGA투어에서 2승을 따낸 티띠꾼과의 동반 플레이는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세계랭킹 3위 티띠꾼은 이번 대회 초청선수로 출전한다. 티띠꾼은 11월 초 2주간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티띠꾼은 “고향 태국과 날씨뿐 아니라 모든 것이 비슷한 느낌의 싱가포르를 매우 좋아한다. 마치 태국에서 경기하는 기분이 든다. 견고한 플레이로 이번 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티띠꾼에 이어 2022시즌 LPGA 신인상 포인트 2위를 한 최혜진(23)도 두 선수와 동반 플레이를 한다. 2021시즌 최종전에 이어 약 1년 만에 국내 투어 대회 출전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신지애(34)도 2020년 8월 대유위니아 여자오픈 이후 오랜만에 KLPGA투어에 출전한다. 타나메라 컨트리클럽은 신지애가 2009년 3월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장소이다. 이 대회는 KLPGA와 싱가포르골프협회(SGA)가 공동 주관한다. 2020년 창설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번이 첫 대회다. 총 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약 10억7000만 원)에 우승 상금 19만8000싱가포르달러(약 1억9000만 원)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투어 등에서 총 102명이 출전한다.싱가포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크로아티아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27·디나모 자그레브)가 신들린 선방쇼로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에게 ‘A매치(국가대항전) 출전권’을 선물했다. 리바코비치는 6일 열린 일본과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상대 1번, 2번, 4번 키커의 슛을 가로막으면서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골키퍼가 세 차례 선방한 건 역대 최다 타이기록으로 리바코비치가 세 번째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이날 연장 전반 9분 모드리치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만약 크로아티아가 패하면 2018년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통하는 모드리치의 대표팀 은퇴 경기가 되는 상황이었다. 모드리치는 경기 후 “승부차기 전 리바코비치에게 ‘두 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세 개나 막았다”며 “크로아티아는 드라마 없이는 승리하지 못하는 팀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승리로 월드컵 승부차기 3전 3승 기록을 이어갔다. 크로아티아는 준우승을 차지한 4년 전 러시아 대회 때도 16강,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당시 후보 선수로 다니옐 수바시치(38·하이두크 스플리트)의 선방을 벤치에서 지켜봤던 리바코비치는 “크로아티아 골키퍼라면 이 정도는 다 한다”면서 웃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모든 것이 단번에 변하진 않는다. 갑자기 슈퍼맨이 될 순 없다.” 일본 대표팀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54·사진)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무라이 블루’ 일본이 또다시 8강 문턱을 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담은 말이었다. 일본은 6일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크로아티아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지난 대회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연장까지 120분 동안 1-1로 대등한 경기를 벌였지만 승부차기에서 1-3으로 패했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독일, 스페인을 연파하고 E조 1위를 차지하면서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이날도 전반 43분 마에다 다이젠(25·셀틱)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 나가며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일본의 이번 대회 첫 선제골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후반 10분 크로아티아의 이반 페리시치(33·토트넘)에게 헤더골을 허용하면서 1-1 동점을 내줬고 이후 연장이 끝날 때까지 추가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결국 이번 대회 첫 승부차기가 성사됐다. 일본은 선축 기회를 잡았지만 1번 키커 미나미노 다쿠미(27·AS 모나코), 2번 키커 미토마 가오루(25·브라이턴)에 이어 4번 키커이자 주장인 요시다 마야(34·샬케 04)까지 골을 넣지 못하면서 결국 크로아티아에 8강행 티켓을 넘겨줘야 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본의 장점을 살린 일본다운 축구를 정립하라’는 주문과 함께 2018년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모리야스 감독은 점유율에 집착하는 대신 역습 중심의 전략으로 강호들을 무너뜨렸다. 스페인전에서는 월드컵 역사상 최저 점유율(17.7%)로 승리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경기 후반 ‘조커’로 투입한 도안 리쓰(24·프라이부르크)가 2골을 넣는 등 모리야스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승부차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눈 모리야스 감독은 관중석을 향해 6초 동안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모리야스 감독의 인사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며 “존경스럽다”고 썼다. 일본축구협회는 모리야스 감독에게 2년 재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에 따라 이후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계약기간을 2년 연장하는 옵션도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저팬’에서 모리야스 감독의 크로아티아전 선수 기용과 전술에 대해 약 3만7000명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73%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내 스윙을 따라 하지 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가 최근 아들 찰리(13)에게 건네 화제가 된 조언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다승 공동 1위(82승)인 우즈도 본인 스윙이 만족스럽지 않은 걸까. 우즈는 “누구나 스윙을 세게 할 수 있지만 필요한 건 균형”이라며 현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3)의 스윙을 배우라고 강조했다. ‘타이거 맘’ 못지않은 ‘아빠 타이거’의 교육 철학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가 ‘라스트 댄스’를 이어갈 수 있을까. 7일 오전 4시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컵 마지막 16강전인 포르투갈과 스위스 대결의 관심사는 온통 호날두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유력한 호날두로선 패배 즉시 ‘고별전’이 되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날두는 가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역대 최초 5개 대회 연속 득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우루과이와의 2차전, 한국과의 3차전에서는 침묵하며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최근 포르투갈 매체 ‘아볼라’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호날두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물론 호날두는 언제든 골망을 흔들 수 있는 선수다. 현재 5개 대회 20경기로 포르투갈 선수 최다 월드컵 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 호날두는 1골만 더 넣으면 ‘흑표범’ 에우제비우와 나란히 포르투갈 선수 월드컵 최다 득점자(9골)가 된다. 포르투갈을 상대하는 스위스는 호날두가 부담스럽다. 스위스의 제르단 샤키리(31·시카고 파이어)는 “우리에겐 호날두가 없기 때문에 팀 전체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다. 세르비아와의 3차전에서 골을 넣은 샤키리는 스위스 선수 최초로 3개 대회 연속 득점을 했다. 축구 통계 전문회사 ‘옵타’는 포르투갈의 승리 확률을 51.5%, 스위스를 21.7%로 평가했다. 스위스는 1954년 자국 대회 이후 68년 만에 8강에 도전한다. H조에서 한국에 일격을 당했던 포르투갈은 2006년 독일 대회(4위)에 이어 16년 만의 도전이다. 상대 전적은 스위스가 11승 9패 5무로 앞선다. 올해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는 1승 1패씩을 주고받았다. 한편 이날 0시에는 모로코와 스페인이 맞붙는다. E조 3차전에서 일본에 1-2로 역전패하면서 조 1위 자리를 내준 스페인이 어떻게 팀 분위기를 수습했는지가 관심거리다. F조에서 크로아티아와 벨기에를 밀어내고 1위로 통과하며 ‘이변’을 일으킨 모로코의 반란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스페인은 모로코와 2승 1무로 패한 적이 없다. ‘옵타’는 스페인의 승리 확률을 61.3%, 모로코는 14.7%로 평가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패배는 곧 탈락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4일 16강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이제부턴 축구 팬들의 가슴을 쫄깃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11m 러시안 룰렛’ 승부차기다. 월드컵에 승부차기가 도입된 건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때부터다. 그러나 그 대회에선 녹아웃 경기들이 모두 승부가 가려지면서 1982년 스페인 대회에서야 최초의 승부차기가 성사됐다. 준결승에서 만난 서독과 프랑스는 연장 끝에도 3-3 균형을 깨지 못했고, 양 팀 키커가 6명씩 나온 가운데 서독이 5-4로 이겼다. 승부차기로 우승팀이 가려진 적도 두 차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탈리아 로베르토 바조(55)의 실축으로 잘 알려진 1994년 미국 대회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결승전이다. 이 대회에서만 5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바조는 2-3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팀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서 크로스바를 넘겼다. 이 실축으로 브라질의 역대 네 번째 우승이 확정됐다. 1990년 이탈리아,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도 승부차기에 참여한 바조는 역대 월드컵 최다 승부차기 키커(3회)에 이름을 올렸다. 바조는 1994년 결승전을 제외한 나머지 승부차기에서는 킥을 성공시켰지만 공교롭게도 팀은 모두 패했다. 2006년 독일 대회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결승도 승부차기로 승자가 가려졌다.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이탈리아는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겼다. 프랑스 지네딘 지단(50)의 이른바 ‘박치기 사건’이 나왔던 그 경기다. 아르헨티나가 가장 많은 5번의 승부차기를 경험했다. 이 중 4번 이겼다. 독일은 4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3번 이상 승부차기에 참여한 국가 중 유일하게 100% 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대로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서독과의 준결승, 1998년 프랑스 대회 아르헨티나와의 16강, 2006년 독일 대회 포르투갈과의 8강 등 길목마다 승부차기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야 콜롬비아와의 16강에서 처음 승리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1승 3패로 승률 25%밖에 되지 않는다. 축구 통계 전문 회사 ‘옵타’에 따르면 이번 카타르 대회 전까지 승부차기 성공률은 70.3%다. 승부차기가 도입된 1978년 대회 이후 페널티킥 성공률(79.8%)보다 저조하다. 그만큼 승부차기가 더 선수들의 가슴을 옥죈다는 의미다. 차는 순서별로는 양 팀 5명씩의 키커 중에서 선축 팀 3번, 후축 팀 1번의 성공률이 77%로 가장 높고, 후축 팀 4번이 61%로 가장 낮다. 서든데스인 양 팀 6번에선 50%로 성공률이 급락한다. ‘승부차기는 선축이 유리하다’란 속설은 월드컵 무대에선 통용되지 않았다. 역대 30번의 승부차기 중 선축 팀의 승률이 50%, 후축 팀이 50%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 6경기 연속 후축 팀이 승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승부차기는 월드컵 무대에서 더 자주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 북중미 대회 때부터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조별리그에 승부차기를 도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4팀씩 8조에서 3팀씩 16조가 되면서 각 조당 경기 수가 줄어들면 승점뿐만 아니라 골 득실, 총 득점 등이 같아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승부차기를 통해 ‘보너스 승점’을 주는 등 차이를 둘 계획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벨기에의 오래된 세대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 스포츠 전문 통계회사 ‘옵타’가 2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벨기에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소식을 전하며 붙인 제목이다. 벨기에 축구의 ‘황금 세대’가 초라한 결말을 맞았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8강 진출을 이뤄낸 데 이어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인 3위로 도약했던 벨기에가 이번엔 조별리그 탈락이란 성적을 냈다. 벨기에는 이날 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면서 1승 1무 1패(승점 4)를 기록해 모로코(승점 7), 크로아티아(승점 5)에 이어 조 3위가 되면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4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한 7개 톱시드 팀 중 유일하게 벨기에만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벨기에는 그동안 세대교체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 연이어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벨기에는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17∼20세 원석들을 발굴해냈다. 케빈 더브라위너(31·맨체스터 시티), 에덴 아자르(31·레알 마드리드), 로멜루 루카쿠(29·인터밀란), 티보 쿠르투아(30·레알 마드리드), 얀 페르통언(35·안더레흐트) 등이 벨기에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들이 주축이 돼 벨기에는 2018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역대 최장인 41개월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하지만 카타르에서는 ‘붉은 악마’다운 매서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3경기에서 단 1골(2실점)에 그쳤다. 1경기만 치른 1938년 프랑스 대회 이후 84년 만에 1골로 대회를 마쳤다. 최소 3경기가 보장된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1골에 그쳤다. 초대 대회였던 1930년 우루과이 대회에서 1골도 넣지 못한 기록이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2경기 만에 대회를 마쳤다. 고령화된 선수층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뒤따랐다. 옵타에 따르면 이날 크로아티아전 벨기에 선발 출전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평균 31세 95일로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독일과 맞붙은 호주 대표팀(31세 118일)에 이어 21세기 들어 두 번째로 고령화된 라인업이다. 8년 전인 2014년 브라질 대회 벨기에의 마지막 경기(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 선발 출전했던 선수 중 5명이 이날도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대회를 앞두고 더브라위너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에서의 우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기회가 없다. 우리는 너무 늙었다”고 말한 것이 전해져 홍역을 치렀다. 모로코전(0-2 패) 이후 라커룸에서 더브라위너, 페르통언, 아자르 등이 설전을 치른 사실도 전해졌다. 2016년부터 벨기에를 이끌었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49·스페인)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경기장 안팎으로 벨기에에 끔찍한 토너먼트였다. 멋진 이야기의 슬픈 결말이지만 이제는 재건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평했다. 2010년대를 풍미했던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끝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라스트 댄스’가 될 수 있었던 고비에서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와 폴란드 ‘득점기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바르셀로나)가 모두 살아남았다. 1일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C조 마지막 3차전. 아르헨티나가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하고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폴란드는 졌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은 멕시코와 승점 4로 동률을 이룬 뒤 골 득실 차에서 앞서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아르헨티나는 2006년 독일 대회부터 5회 연속 16강에 올랐고, 폴란드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런 게 운명인가. 모두 패하면 짐을 쌀 수 있는 외나무다리 혈투에서 메시는 팀 승리로 활짝 웃었고, 레반도프스키는 지고도 한 경기를 더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경기 내용에서는 메시의 판정승. 메시는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오가며 킬 패스와 슈팅(7개)을 날려 폴란드의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아르헨티나는 67%의 높은 점유율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슈팅도 폴란드(4개)보다 6배 이상 많은 25개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39분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낸 메시의 슛이 폴란드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쳉스니(32)의 선방에 가로막혔지만 알렉시스 마크알리스테르(24)가 후반 2분, 훌리안 알바레스(22)가 후반 23분 각각 골을 터뜨려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이제 네 고비를 더 넘으면 사상 3번째이자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우승을 이룬다. 메시는 월드컵 우승의 꿈을 이루게 된다. 축구 최고 권위의 ‘발롱도르’를 최다(7회) 수상하고 유럽 리그 득점왕을 6차례 거머쥔 메시는 5번째 월드컵에서 개인 첫 우승컵에 도전하고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꽁꽁 묶였다. 메시와 레반도프스키는 최전방 공격수라 이날 직접 부딪힐 일이 없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중원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려는 메시를 레반도프스키가 파울로 끊으면서 TV 한 앵글에 잡히기도 했다. 당시 레반도프스키가 팔을 뻗어 사과의 뜻을 전하려는 걸 메시가 애써 무시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두 선수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12골을 넣었던 레반도프스키는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때 서른 살로 처음 월드컵 무대에 섰지만 골을 낚아내지 못했고 이번 대회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첫 골을 기록하며 울먹였다. 그만큼 한이 맺힌 월드컵에서 다시 골을 넣을 수 있는 16강전을 맞게 됐다.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잡히면서 ‘대혼돈’에 빠진 C조의 최대 희생양은 멕시코. 1차전에서 폴란드와 0-0으로 비긴 뒤 2차전에서 ‘반전’을 노리던 아르헨티나에 0-2로 한 방 맞았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꺾었지만 결국 득실 차에서 밀려 1994년 미국 대회부터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7회 연속 16강 진출 기록 행진을 멈춰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4일 새벽 D조 2위 호주와, 폴란드는 5일 0시 부터 D조 1위 프랑스와 8강 진출을 다툰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시저스킥’ 한 방으로 전 세계 팬이 700만 명 넘게 늘었다.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히샤를리송(25·토트넘·사진)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G조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선보인 환상적인 킥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 후반 28분 히샤를리송은 왼쪽에서 온 공을 왼발 트래핑으로 띄운 뒤 왼쪽으로 돌아 넘어지면서 오른발 킥을 날려 상대 그물을 흔들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팬들이 히샤를리송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팔로하기 시작했다. 대회 개막 전만 하더라도 700만 명대였던 히샤를리송의 팔로어는 세르비아전 직후 1260만 명으로 급증했다. 1일 오후 8시 현재 1445만 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토트넘의 간판스타인 잉글랜드 대표팀의 해리 케인(29)의 팔로어 수(1341만 명)를 앞질렀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30)의 팔로어 수는 907만 명이다. 유럽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인 트란스퍼마르크트도 인스타그램 계정에 ‘월드컵 골 효과’라는 표현과 함께 히샤를리송의 팔로어 수를 다루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당장 히샤를리송에게 푸슈카시 상을 줘”라는 등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손흥민이 수상한 푸슈카시 상은 전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나온 골 중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프랑스 생디에데보주에 살던 11세 소년들이 모여 ‘동네 월드컵’을 열었다. 인구 2만 명이 되지 않는 이 도시에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가족이 마을을 이뤘고, 아이들은 ‘부모님의 나라’ 대표 선수로 길거리 축구 대회를 진행했다. 칼리두 쿨리발리(31·첼시)도 ‘세네갈 대표’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 팬들에게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26)에 앞서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센터백으로 뛴 걸로 유명한 선수다. 세네갈은 한일 월드컵이 첫 본선 무대였던 팀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당시 42위로 32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러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디펜딩 챔피언’이자 랭킹 1위인 프랑스를 1-0으로 꺾으면서 결국 대회 8강까지 올랐다. 쿨리발리는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세네갈 축구 팬 소년이 됐다. 그러니 망설일 것도 없었다. 쿨리발리는 2015년 알리우 시세 세네갈 감독(46)에게 “네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감독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쿨리발리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미 20세 이하 프랑스 대표를 지냈던 쿨리발리에게 “프랑스 대표로 뛰면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만류가 쏟아졌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쿨리발리는 “세네갈 대표팀 합류 소식을 처음 전했을 때 감격하시던 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이주노동자로 넘어온 쿨리발리의 아버지는 섬유공장 직원, 벌목꾼 등으로 일했다. 세네갈에 두고 온 아내를 데려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년간 주말 없이 일하기도 했다. ‘내 아이들은 꿈을 꾸며 살게 해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쿨리발리가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건 2018년 러시아 대회였다. 세네갈은 조별리그 경기에서 일본과 나란히 1승 1무 1패에 4득점 4실점을 기록했지만 반칙 숫자로 따지는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밀려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우의 수’가 발목을 잡았다. 세네갈이 최종 3차전에서 콜롬비아에 0-1로 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일본은 조 최하위 폴란드에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 공을 돌리기만 했다. 세네갈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또 한 번 경우의 수와 마주했다. 세네갈이 16강에 올라가는 경우는 딱 한 가지. 에콰도르를 꺾는 것이었다. 세네갈은 30일 알라이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후반 중반까지 1-1로 맞서면서 또 한 번 경우의 수에 무릎을 꿇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25분 프리킥 상황에서 쿨리발리가 자신에게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차 넣으면서 세네갈이 경우의 수를 이겨냈다. 결국 2-1로 승리한 세네갈은 승점 6(2승 1패)으로 네덜란드(승점 7)에 이어 A조 2위에 오르면서 20년 만에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이 경기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뽑힌 쿨리발리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2002년 월드컵 때 프랑스전 결승골을 포함해 세 골을 넣은 부바 디오프(1978∼2020)였다. 그는 “2년 전 오늘 세네갈의 위대한 선수 디오프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린 시절 나에게 꿈을 심어줬다”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세네갈의 아이들’에게 2002년의 기적을 한 번 더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FIFA 랭킹 18위인 세네갈은 5일 오전 4시 잉글랜드(5위)와 16강전을 치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9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 0-0이던 후반 9분, 왼쪽 측면에서 포르투갈 브루누 페르난드스(28)가 올린 크로스에 맞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사진)가 수비 라인에서 치고 나오며 펄쩍 뛰어올라 헤더를 시도했다. 골이 그물망을 흔들자 호날두는 양팔을 벌린 채 페르난드스에게 달려가 포옹을 나눴다. 호날두는 두 주먹을 움켜쥔 채 관중석을 바라보며 기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기록상 호날두의 골로 인정됐다. 이 골로 월드컵 통산 9번째 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흑표범’ 에우제비우와 나란히 포르투갈 월드컵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기쁨의 순간도 잠시. 호날두의 기록인 줄 알았던 이 골은 크로스를 올린 페르난드스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공이 호날두의 머리에 닿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후반 추가시간에 2-0으로 쐐기를 박는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결과적으로 이날 멀티 골을 기록한 페르난드스는 경기 뒤 “누가 공을 (마지막으로) 건드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호날두에게 패스를 했고 그때 호날두가 공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조별예선을 통과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2승째를 기록한 포르투갈은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한 누리꾼은 “골을 건드린 적은 없지만 (내 골이라) 주장하겠다”며 호날두를 비꼬는 글을 남기는 등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영국 BBC는 “호날두의 어리벙벙한(bemused) 미소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혼란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당한 충격적인 패배에서 시작된 혼돈의 C조 드라마는 어떤 결말을 맞을까.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팀을 가르는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이 시작된 가운데 C조는 29일 현재 1위 폴란드(승점 4), 2위 아르헨티나, 3위 사우디아라비아(이상 승점 3), 4위 멕시코(승점 1)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모든 팀이 마지막 경기 결과 ‘경우의 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C조의 최종 3차전은 다음 달 1일 오전 4시에 일제히 열린다. 애초 C조는 치열한 2위 싸움이 예상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아르헨티나가 무난하게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남은 한 자리를 멕시코(13위)와 폴란드(26위) 등이 다툴 것으로 전망됐다. 스포츠 통계 전문회사인 ‘옵타’는 대회 전 아르헨티나의 조 1위 확률을 69.3%, 16강 진출 확률을 90.2%로 예측했다. 그러나 1차전부터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역전패하면서 예상 시나리오가 뒤엉키기 시작했다. 지구촌의 관심은 아르헨티나와 폴란드의 최종 대결이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와 폴란드의 ‘득점기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가 물러설 수 없는 정면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87년생인 메시와 1988년생 레반도프스키에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다. 2006년 독일 대회부터 5개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밟은 메시는 숙원인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고비를 넘어야 한다. 조별리그 2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총 8골로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와 어깨를 나란히 한 메시는 가브리엘 바티스투타(10골)를 넘어 아르헨티나 선수 월드컵 최다 골에도 도전한다. 2차전 멕시코전에서 2-0으로 이기며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 1-2 패배의 충격을 씻어낸 메시는 경기 뒤 “오늘 또 다른 월드컵이 시작됐다”며 의지를 새로 다졌다. 폴란드 A매치 최다 득점(77골) 기록 보유자 레반도프스키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폴란드가 밟지 못한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꿈꾼다. 앞서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2-0 승리)에서 개인 첫 월드컵 득점을 기록한 레반도프스키는 4년 전 러시아 대회 당시 조별리그 탈락(1승 2패)의 아픔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조별리그 2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간 폴란드의 수비벽을 아르헨티나가 어떻게 공략해 낼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패배 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 역시 16강 진출의 희망은 살아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7개 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한 멕시코는 다시 한번 연속 기록 행진에 도전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94년 대회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16강 무대를 밟았던 추억 재현에 나선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니클라스 퓔크루크(29·베르더 브레멘)는 정답이 될 수 있을까?’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50여 일 앞두고 있던 9월 29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는 이런 제목으로 기고문이 실렸다. 월드컵 엔트리가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면서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퓔크루크의 독일 축구 대표팀 승선 가능성을 언급한 글이다. 이 글을 쓴 독일 분데스리가 전문가 마누엘 베스는 “퓔크루크가 (당시 기준으로) 7경기에서 5골을 넣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5골 중 2골은 페널티킥이었다”면서 “한지 플리크 독일 대표팀 감독(57)이 퓔크루크를 선발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퓔크루크의 승선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경험 부족을 가장 우려했다. 퓔크루크는 2부 리그에서 주로 선수 생활을 한 데다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되도록 성인 대표팀에서 한 차례도 뛰어본 적 없던 선수였다. 그러나 플리크 감독은 결국 그를 ‘전차 군단’에 합류시켰다. 분데스리가에서 독일 선수 최다인 10골(공동 2위)을 넣은 퓔크루크의 골 결정력을 믿었던 것이다. 이번 월드컵 예선 8경기에서 5골을 넣은 티모 베르너(26·라이프치히)가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 도중 왼쪽 발목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진단을 받아 뾰족한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퓔크루크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16일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 데뷔와 동시에 첫 골을 신고하면서 ‘득점 본능’을 자랑했다. 그래도 ‘퓔크루크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퓔크루크가 등번호 9번을 달고 독일 대표팀에 합류한 뒤에도 ‘독일 대표팀에는 9번(스트라이커)에 최적화된 선수가 없다’는 우려가 따라다닌 것. 그러나 퓔크루크는 28일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38분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9번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퓔크루크는 후반 25분 현역 최다 월드컵 골 기록(14골) 보유자인 토마스 뮐러(33·바이에른 뮌헨)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퓔크루크는 13분 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동료 저말 무시알라(19·바이에른 뮌헨)와 동선이 겹쳤지만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은 결국 스페인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퓔크루크는 “우리는 이제 다음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이 골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차전에서 일본에 1-2로 역전패했던 독일이 이날 스페인에도 무릎을 꿇었다면 2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내몰려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퓔크루크의 동점골 덕분에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E조 최종 3차전에서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꺾고, 일본이 스페인에 패하면 독일이 16강행 티켓을 받는다. 스포츠 전문 통계 사이트 ‘옵타’는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꺾을 확률도, 일본이 스페인에 패할 확률도 66%로 예상하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6일 카타르 월드컵 튀니지와의 경기 전반 23분 헤더 골을 넣은 호주 대표팀 미철 듀크(31)는 양손으로 알파벳 대문자 ‘J’를 만들어 보였다. 경기장을 찾은 아들 잭슨(Jaxon)을 위한 세리머니다. 호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돌며 ‘저니맨’ 생활을 해야 했던 듀크가 맞은 첫 월드컵. 관중석의 아들도 아버지를 향해 J를 그려 보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 더욱 행복한 월드컵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간절히 바라던 순간은 때론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폴란드의 ‘득점 기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에게는 월드컵 첫 골의 순간이 그랬다.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자기 팀 후방 지역에서 공을 돌리며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페널티 지역 바로 앞에서 사우디 미드필더 압둘일라 알 말리키(28)의 오른발에 맞은 공이 살짝 뒤로 흘렀다. 오른발로 툭 쳐서 공을 빼앗은 레반도프스키는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왼발로 사우디 골망을 흔들었다. 포효하며 달려가던 레반도프스키는 슬라이딩을 하고는 그라운드 위에 얼굴을 묻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동료들이 그 위를 에워싸고 난 뒤에도 한참 일어나지 않았다. 이어 눈물을 닦은 그는 관중을 향해 손 키스를 날려 보냈다. 레반도프스키가 26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후반 37분 2-0으로 달아나는 쐐기골을 넣었다. 2018 러시아 대회에 이어 2개 대회 조별리그 5번째 경기 만에 첫 득점이었다. 레반도프스키는 전반 39분 골라인 앞에서 피오트르 지엘린스키(28)에게 패스해 득점을 돕기도 했다. 한 경기에서 월드컵 개인 첫 득점, 어시스트를 모두 기록한 것이다. 이날 레반도프스키의 골은 월드컵 사상 2600번째로 나온 골이다. 2005년 폴란드 델타 바르샤바에서 데뷔한 레반도프스키는 그야말로 ‘밥 먹듯’ 골을 넣어 왔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레반도프스키는 2014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2017∼2018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5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르는 등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총 7번 차지했다. 2020, 2021년에는 2년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페인 라리가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뒤에도 리그 득점 1위(13골)를 지키고 있다. 프로 통산 695경기 527골에, A대표팀에서는 이날 전까지 135경기 76골을 넣었다. 2015년 9월 볼프스부르크전에서는 9분 만에 5골을 넣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월드컵에서는 골과 인연이 없었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레반도프스키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침묵했다. 폴란드는 1승 2패로 탈락했다. 4년 뒤 다시 기회를 잡은 레반도프스키는 23일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지만 상대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37)의 선방에 막히면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득점과 승리를 동시에 안은 레반도프스키는 경기 뒤 “나이가 들수록 더 감정적이 된다. 이번 대회가 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서 더 그렇다”면서 “대표팀을 위해 뛸 때는 결과만 생각하지만 자아의 몇 퍼센트 정도는 좋은 (개인) 기록을 얻기를 원했다. 나는 항상 월드컵에서 득점하고 싶었고 꿈이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레반도프스키는 이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2-0으로 승리한 폴란드는 1승 1무로 C조 1위가 됐다.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폴란드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아르헨티나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공이 오자 수비를 등진 채 왼발 트래핑으로 공중으로 띄운 뒤 왼쪽으로 돌면서 오른발 발리슛으로 왼쪽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림 같은 골에 8만여 팬들은 환호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트위터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란 글과 득점 영상, 사진 등을 올렸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히샤를리송(25·토트넘)의 활약을 앞세워 통산 여섯 번째 월드컵 우승을 향해 순항했다. 브라질은 25일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세르비아를 2-0으로 완파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7월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한 뒤 이날까지 A매치(국가대항전)에서 13승 3무의 무패 행진을 했다. 역대 최다 우승 기록(5회)을 갖고 있는 ‘삼바군단’ 브라질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정상에 도전한다. 2골 차였지만 전력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FIFA 세계랭킹 1위 브라질은 점유율에서 53%로 세계 21위 세르비아(34%)에 2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슈팅 수(브라질 24개, 세르비아 4개)는 물론이고 유효 슈팅에서도 브라질은 10차례 세르비아 골문을 두드린 반면 세르비아는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패스에서도 브라질은 이날 총 526개를 성공하며 성공률 89.9%를, 세르비아는 341개를 성공하며 성공률 84.6%를 기록했다. 질과 양에서 모두 브라질이 상대를 압도했다. 일방적인 우위에도 전반을 무득점으로 마감한 브라질의 해결사는 공격수 히샤를리송이었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30)의 소속팀 동료이자 포지션 경쟁자인 히샤를리송은 이날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에서 멀티 골을 터뜨렸다. 후반 17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찬 슛이 골키퍼에 막혀 튀어나오자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후반 28분 환상적인 터닝 발리 쐐기 골까지 터뜨렸다. 히샤를리송은 “훈련 때 (두 번째 골과) 비슷한 동작으로 골을 넣었다. 연습한 대로 했다. 내가 원하는 건 멋진 골보다 다득점”이라며 득점왕을 향한 의욕도 드러냈다. 히샤를리송은 큰 경기에 강했다. 9월 7일(현지 시간)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도 2골을 터뜨렸던 히샤를리송은 하마터면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할 뻔했다. 지난달 소속팀 경기를 치르다 종아리 부상을 당해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했다.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유니폼을 입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가족과 환호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히샤를리송은 이날 멀티 골을 터뜨려 지구촌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브라질은 히샤를리송에 대한 부상 우려는 털어냈지만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간판 공격수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가 경기 도중 상대 수비수와의 충돌로 오른쪽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된 것이다. 브라질은 정밀검진을 통해 향후 투입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네이마르는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콜롬비아와의 8강전 때 척추 골절을 당해 이후 결장했고, 브라질은 결국 4위로 대회를 마친 아픈 기억이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원래 카타르 도하는 일본 축구 대표팀에 ‘비극의 땅’이었다. 1993년 10월 28일 도하의 알 아흘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종료 20초 전 움란 자파르(56)에게 헤더 동점골을 내주면서 2-2로 비겼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경기 전까지 최종 예선 1위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한국에도 골 득실에서 뒤지면서 두 장뿐이던 본선행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이 경기에 선발 미드필더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던 모리야스 하지메 현 일본 감독(54)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나의 꿈을 걸었었다. 움켜쥐었던 꿈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당시까지 월드컵 본선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 도하는 모리야스 감독뿐 아니라 일본 축구에도 ‘환희의 땅’이 됐다. 일본은 23일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5승 5무 11패를 기록한 일본이 본선 무대에서 역전승을 거둔 것도, 역대 월드컵 우승팀을 물리친 것도 이 경기가 처음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축구를 하는 동안 ‘29년 전 도하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강해졌다. 카타르의 비극을 환희로 바꾸고 싶다”던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승리 후 “역사적인 승리다. 일본 축구의 수준은 세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2003년 은퇴 후 코치 생활을 하던 모리야스 감독은 2005년 18세 이하 일본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히로시마에서 J리그 최우수감독상을 세 차례(2012, 2013, 2015년) 수상하며 명장 반열에 올라섰고 2017년 올림픽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데 이어 2018년부터 A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모리야스 감독을 선임하면서 “일본의 장점을 살려 일본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5개국 중 자국인 감독을 선임한 건 일본뿐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0-1로 끌려가던 하프타임 때 “끝까지 한 팀으로 끈질기게 싸운다면 이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선수들을 독려한 뒤 ‘깜짝 3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드필더 구보 다케후사(21·레알 소시에다드) 대신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24·아스널)를 투입해 추가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술이었다. 일본 대표팀은 경기 나흘 전부터 훈련을 비공개로 돌리며 이 작전을 집중 훈련했다. 전반에 볼 점유율이 17%에 불과했던 일본은 후반 들어 31%까지 끌어올리며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도안 리쓰(24·프라이부르크), 아사노 다쿠마(28·보훔)가 교체 선수로 들어가 후반 30분 이후 연속 골을 넣으면서 결국 ‘도하의 기적’을 완성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경기에 임하는 자세부터 이미 진 건 아닐까. 독일 축구대표팀 주전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29)가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달리기 자세를 한 게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은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에서 나왔다. 독일이 1-0으로 앞선 후반 18분 오른쪽 사이드라인 근처에서 공을 치고 나가려는 일본의 아사노 다쿠마(28)의 옆에 뤼디거가 따라붙으면서 타조를 연상케 하듯 다리를 앞으로 겅중겅중 차 보이는 과장된 행동을 한 것이다. 아사노를 가로막아 골라인 아웃을 유도해낸 뤼디거는 씩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 장면에 관해 일부 해외 매체들은 뤼디거가 상대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뤼디거가 안간힘을 다해 전력 질주하는 아사노를 놀렸다는 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독일 대표팀 출신의 디트마어 하만(49)이 “프로답지 않은 플레이였다. 경기의 정신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인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 평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대표팀 출신의 리엄 브레이디도 “뤼디거가 자신의 행동을 보며 당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철 KBS 해설위원도 “정말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 일본 팬들에게도 굴욕적인 장면”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결과적으로 독일은 이날 1-2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뤼디거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뤼디거와 나란히 뛰었던 아사노가 후반 38분 역전 결승골을 넣었다. 일각에서는 뤼디거가 소속팀에서도 종종 스피드를 낮추고 상대 선수를 막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해왔다며 상대를 조롱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뤼디거의 이런 동작은 온라인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도 자주 등장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