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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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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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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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뽀드윅’… 뽀얀 피부 비결? 화장발이죠, 하하

    ‘뽀드윅’이 돌아왔다. 1일 공연을 시작한 ‘드래그퀸’(여장 남자) 로커의 삶을 그린 뮤지컬 ‘헤드윅’의 주인공 조정석(36). 2006년과 2008년, 2011년에 이어 이 작품의 주인공만 벌써 네 번째다. 그는 2006년 초연 때부터 유난히 뽀얗고 예쁜 피부로 팬들 사이에서 뽀드윅이라는 별칭으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 만난 그는 “헤드윅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 뮤지컬 배우로서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인생 작품’”이라며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던 작품이라 이번 공연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그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원래 귀가 좋지 않은 70대 중반의 어머니가 그의 절절한 넘버(노래)를 처음 제대로 듣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가 보청기를 해드린다 해도 싫다고 고집을 피웠는데 6개월 전 제가 그 고집을 꺾고 좋은 보청기를 선물했다”며 “보청기를 사용하면서 신세계를 만났다며 좋아하신다”고 했다. 보청기 효과는 그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얼마 전 일이죠. 갑자기 ‘정석아, 나 헤드윅 공연 언제 보여 줄 거니? 사실 무척 기대돼. 5년 전엔 사실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려서 그림 보듯 그냥 네 모습만 봤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번 작품에도 헤드윅 열혈 팬들을 ‘좌석 전쟁’에 매달리게 한다는 ‘카워시’ 신이 나온다. 공연 중 헤드윅이 관객 한 명의 좌석 위로 올라가 자동 세차를 하듯 몸을 비비는 장면이다. 그의 공연에선 그만의 카워시 석이 지정돼 있다. B구역 1열 맨 왼쪽 좌석이나 2열 1번석이 그 자리다. 그는 “이 자리 배치는 2층에서도 ‘카워시’를 잘 볼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 3주 전부터 계란과 자몽을 주로 먹는 덴마크 다이어트로 몸매 관리에 공을 들였다. 그 덕분에 5kg 감량에 성공했다. “노출이 좀 있고, 오랜만에 무대에 서다 보니 몸매 관리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정작 공연이 올라가니 살이 더 빠져서 의상을 줄였어요.” 몸매야 그렇다 치고 뽀얀 피부의 비결이 궁금했다. 뽀드윅이란 애칭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민망해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참 부담되는 애칭이에요. 피부가 뽀얀 건 사실 화장발이에요. 하하.” 이번 작품에는 팬들을 위한 보너스가 하나 더 있다. 공연 초반 헤드윅은 자신의 공연장 위치를 관객에게 설명하고자 무대 위에 영상으로 구글맵을 띄우고 “난, 구글맵이 좋더라. 구글 번역기도 좋고”라는 애드리브를 친다. 최근 그가 등장한 tvN ‘꽃보다 청춘’에 나온 장면을 패러디해 작품에 끼워 넣은 것이다. 그는 “100% 내 아이디어다. 애드리브 연구를 많이 했다”고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헤드윅은 5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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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한국인의 초상’

    12일 막을 올린 국립극단의 신작 ‘한국인의 초상’은 올봄 연극계의 기대작 중 하나였다. 지난해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동아연극상 대상 및 연출상을 거머쥔 국립극단과 고선웅 연출이 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초상’은 여느 연극과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찾아볼 수 없고, 한국인의 생활과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27개의 에피소드가 개연성 없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극이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주제는 명확하다. ‘오늘날, 한국인의 모습은 무엇인가.’ ‘출근길 지옥 같은 지하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 불륜을 즐기는 중년,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 카카오톡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실업자, 아이를 낳자마자 학대하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부모, 떼로 다니며 폭력을 일삼는 일진들, 여성 혐오에 빠진 사람들….’ 누구나 한 장면쯤은 ‘내 이야기’라며 공감하게 된다. 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겪은 일이거나 적어도 한 번쯤 뉴스에서 접한 한국인의 자화상들이 소재다. 이렇다 보니 관객은 85분간의 러닝타임 내내 극에 몰입하며 울고 웃게 된다. 극은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를 적절하게 담았다. 하지만, 극 후반부에선 갑자기 작품의 색깔이 180도 바뀐다. 버스 기사인 한 노인이 ‘해(sun) 보는 거야’라고 외치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버스에 탄 승객들도 ‘해(do)보는 거야’라고 긍정의 응답을 보낸다. 보통의 연극이라면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 장면이 어색할 만도 한데, ‘과장’과 ‘비개연성’을 무기로 한 이 작품에서는 되레 ‘매력’으로 다가온다. 곱씹어볼수록 연구 대상인 작품이다. 28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 전석 3만 원. 1644-200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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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화로 부활한 ‘칼라스의 영혼’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배우 윤석화를 위한 작품이다. 그랜드 피아노 한 대만 놓인 빈 강의실. 강의실 문이 열리자마자 ‘또각또각’ 하이힐 굽 소리를 경쾌하게 내지르며 검은색 슈트, 샤넬 백을 어깨에 두른 세계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걸어 들어온다. 배우 윤석화가 40년 전 사망한 그를 무대 위로 되살려낸다. 윤석화의 표정에선 도도함과 품격이 묘하게 묻어난다. 칼라스는 후배들을 상대로 자신의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담은 대사들을 쏟아낸다. 이 말은 마치 올해 연기 인생 40년을 맞은 윤석화가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해 보는 걸로는 부족해. 해내야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거야’ ‘긴장은 준비의 부족을 의미해. 자신감의 결여를 가져온단 말이지’….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칼라스가 무대에서 은퇴한 뒤 1971∼1972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후배 성악가들을 상대로 열었던 ‘마스터 클래스’ 현장을 무대로 옮긴 작품. 데뷔 40주년 기념작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선택한 윤석화의 결정은 탁월했다. 모노드라마에 강한 윤석화에게 이 작품은 ‘몸에 잘 맞는 옷’ 그 자체였다. 독백 장면이 많은데, 윤석화는 때론 절제된 감정으로, 때론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내며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 칼라스의 캐릭터에 혼을 불어넣는다. 올해 환갑을 맞은 여배우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무대에 함께 오른 후배들과는 다르게 정확한 발음, 열정적인 연기를 120분 러닝타임 내내 선보이며 내공을 과시한다. 극에는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베르디의 ‘맥베스’, 푸치니의 ‘토스카’ 등 3개의 오페라 아리아가 등장한다. 극 중 피아노 반주자로 등장하는 구자범 음악감독이 직접 무대에서 연주한다. 드라마 ‘용팔이’에서 열연한 배우 배해선, 소프라노 이유라, 테너 이상규, 이현수가 무대에 오른다. 20일까지 LG아트센터. 3만∼10만 원. 02-3673-210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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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기다렸다”… 4人 4色 연극무대

    고선웅 장우재 김광보 박근형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연출가 4명의 작품이 이달 한꺼번에 쏟아진다. 지난해 말 동아연극상 대상에 선정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연출자인 고선웅 감독은 12∼28일 서울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신작 ‘한국인의 초상’을 올린다. ‘속성 코스로 만나는 27개의 몽타주’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작품은 27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배우들이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를 제기하며 즉흥 연기로 풀어낸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연출가 고선웅만의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전석 3만 원. 1644-2003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선 극작가 겸 연출가인 장우재 씨가 쓰고, 연출한 ‘환도열차’가 재공연된다. 장 씨는 2014년 초연된 ‘환도열차’로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1953년 피란민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2016년 서울에 도착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기차에서 혼자 살아남은 여인 지순(김정민)이 겪는 사건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바라보게끔 만든다. 1만∼5만 원. 02-580-1809 서울시극단을 이끌고 있는 김광보 단장은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맞아 연극 ‘헨리 4세 Part 1&Part 2―왕자와 폴스타프’를 올해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극단이 2002년 국내 초연한 작품으로, 헨리 4세가 왕위를 찬탈한 이후 벌어지는 사회적 혼란과 정권의 정통성 문제 등을 다룬다. 29일부터 4월 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 원. 02-399-1111 극단 골목길 박근형 대표의 신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10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2013년 경남 양산의 탈영병, 194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가미카제 특공대가 된 조선 청년, 2004년 이라크 팔루자에서 미국 식품업체 배달을 하다 납치된 선교사, 2010년 서해 백령도 천안함에 타고 있었던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죽음 앞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며 인간의 죽음과 삶을 생각하게 한다. 전석 3만 원. 02-758-215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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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봄 실력있는 연출가 작품 한꺼번에 쏟아져…뭘 볼까?

    고선웅 장우재 김광보 박근형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연출가 4명의 작품이 이달 한꺼번에 쏟아진다. 지난해 말 동아연극상 대상에 선정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연출자인 고선웅 감독은 12~28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신작 ‘한국인의 초상’을 올린다. ‘속성 코스로 만나는 27개의 몽타주’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작품은 27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배우들이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를 제기하며 즉흥 연기로 풀어낸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연출가 고선웅만의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전석 3만 원, 1644-2003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선 극작가 겸 연출가인 장우재가 쓰고, 연출한 ‘환도열차’가 재공연된다. 장우재는 2014년 초연된 ‘환도열차’로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1953년 피란민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2016년 서울에 도착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기차에서 혼자 살아남은 여인 지순(김정민)이 겪는 사건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바라보게끔 만든다. 1만~5만 원, 02-580-1809 서울시극단을 이끌고 있는 김광보 단장은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맞아 연극 ‘헨리4세 Part 1&Part 2-왕자와 폴스타프’를 올해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극단이 2002년 국내 초연한 작품으로, 헨리 4세가 왕위를 찬탈한 이후 벌어지는 사회적 혼란과 정권 정통성 문제 등을 다룬다. 29일부터 4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 원, 02-399-1111 극단 골목길 박근형 대표의 신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10일부터 27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2013년 경남 양산의 탈영병, 194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가미카제 특공대가 된 조선 청년, 2004년 이라크 팔루자에서 미국 식품업체 배달을 하다 납치된 선교사, 2010년 서해 백령도 천안함에 타고 있었던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죽음 앞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며 인간의 죽음과 삶을 생각하게 한다. 전석 3만 원, 02-758-2150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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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보다 하드웨어 집착… 볼거리 없는 ‘문화가 있는 날’

    “문화융성을 국정의 4대 정책기조 중 하나로 삼아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문화는 소프트파워가 중심인데, 정책은 여전히 하드파워 육성에 맞춰진 느낌이다. 예술인의 자유로운 창작 정신을 북돋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현 정부 문화정책에 대한 개괄적 평가다. 정부는 문화융성을 기조로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신설, ‘문화가 있는 날’ 시행,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화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고 장기적 성과가 나오도록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창조융합벨트, 효과 의문 정부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해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6개 거점 중 융합센터, 벤처단지, 아카데미의 3개 거점이 완성됐다. 정부는 또 2017년까지 경기 고양시에 들어설 한류 테마파크인 ‘K-컬처밸리’,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계획 중인 한국 문화 복합체험관 ‘K-익스피리언스’,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을 개조한 ‘케이팝 아레나’ 공연장 등 나머지 3개 거점의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에만 예산 1325억 원을 투입해 벨트를 완성해 문화콘텐츠가 창작, 유통, 소비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벨트가 생기면 향후 5년 동안 5만30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측이 ‘장밋빛 전망’이라고 지적한다. 이 벨트를 통해 큰 수익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서울 지역 경영대 교수는 “문화산업이 벨트 하나로 붐업되기는 힘들다. 벨트의 기능은 문화사업을 자극하는 정도의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콘텐츠산업의 규모는 정부 출범 전인 2012년 87조2700억 원에서 2014년 94조9500억 원 규모로 9%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문화산업이 탄력을 받아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문화가 있는 날, 여전히 볼 게 없다 정부는 집권 1년 차인 2013년 7월 문화융성의 컨트롤타워로 문화융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융성위는 지난해 정기회의 없이 비정기적인 모임을 이어가는 등 활동이 미미했다. 융성위 1기의 한 위원은 “위원들이 자기 분야의 애로점만 호소하는 등 생산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 위원들끼리 ‘밥만 먹고 오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융성위가 내놓은 간판 정책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이 정책은 2014년 1월부터 시행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공연장 영화관 박물관 등의 관람료를 할인해 주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민간 공연 단체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총 1700개 참여 단체 중 민간의 수는 667개로 39.9%에 그쳤다. 공연 가격을 강제받고 혜택은 없어서 참여가 저조한 것이다. 한 공연 제작자는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할인해야 하는 현실에 민간단체의 부담은 상당하다”며 “우리는 ‘호구’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제작자는 “민간단체의 참여가 저조하다 보니 결국 양질의 콘텐츠가 적어 소비자 입장에선 문화가 있는 날에 볼만한 작품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실제 문화예술 관람률(1년에 한 번 이상 공연, 영화 등 문화콘텐츠를 관람한 비율)은 2012년 69.6%에서 2014년 71.3%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정책의 실효성이 없었다.○ 문화정책, 부처 간 역할 조정 필요 정부는 문화재정 비율을 2%까지 높이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2년 정부재정 대비 문화재정 비율이 1.14%(3조7194억 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9%에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문화재정 비율은 2013년 1.47%(5조276억 원), 2014년 1.58%(5조6309억 원), 2015년 1.63%(6조1201억 원), 2016년 1.72%(6조6390억 원)로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산의 규모보다 효율적 집행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재범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화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쪽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웹툰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산업 육성과 관련해 부처 간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상품은 융·복합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기술적인 면이 강조된다. 이보다는 문화상품 고유의 정서적 측면을 더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술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이 컸지만 문화적 부분을 담당해온 문체부의 기능을 좀 더 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영국의 경우 1997년 출범한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창의적인 영국)’ 정책을 주진하며 문화부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 체육인 복지법안 3년 넘게 국회서 계류 중 ▼갈길 먼 체육인 복지정책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체육인 복지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지원 △국가대표 선수에게 경기지도자 2급 및 생활체육지도자 2급 자격 부여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 여건 조성 등을 약속했다.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지도자 자격 부여는 2013년 7월 관련 시행규칙 개정으로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그동안 2급 경기지도자와 2·3급 생활체육지도자가 되려면 구술시험과 160시간의 연수, 필기시험 등을 거쳐야 했지만 구술시험만으로 2급 경기지도자 및 3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체육인 복지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해서는 맞춤형 직업훈련 교육,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 프로그램을 통한 취업자 수가 2013∼2015년 167명이라고 밝혔다. 또 스포츠산업, 스포츠마케팅, 스포츠행정, 창업 등의 분야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은퇴 선수들에 대한 진로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체육계의 반응이다. 여기에는 2012년 12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발의한 ‘체육인 복지법’이 현재까지 표류한 탓도 있다. 이 법은 국가 및 지자체가 체육인 복지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에 대한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별도 법인설립에 대해 관련 부처의 이견이 있어 현재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관광 분야의 경우 박 대통령은 △관광진흥법 체계 재정비 △여행 소외 대상(장애인 등)을 위한 인프라 확충 △관광종사원 근로조건 개선 △저가관광 환경 개선 △숙박시설 다양성 확대 △관광숙박산업의 일자리 창출 △마이스(MICE) 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콘텐츠 발굴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관광지 개발을 통한 콘텐츠 창출,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한 교통망 확충 등 ‘관광 인프라’와 관련한 하드웨어적 접근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가 국내 관광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저가 덤핑관광 문제도 아직 미해결 상태다. 정부가 2014년부터 중국 전담 여행사를 직접 관리하고 있지만 적발된 업체가 폐업 신고 후 신규 사업자 등록을 하는 사례가 많아 효과가 작다고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지적한다. 민병선 bluedot@donga.com·김정은 기자 이진구 sys1201@donga.com·최고야 기자}

    • 20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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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현대적이고 고전적인… “이게 바로 원조 햄릿”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역사상 이렇게 유명한 연극 대사가 또 있을까. 숱하게 본 연극 ‘햄릿’이지만,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 소니아 프리드먼 프로덕션의 ‘햄릿’에선 원조의 힘이 느껴졌다. 국립극장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지난달 24일부터 해오름극장에서 이 프로덕션의 ‘햄릿’을 영상으로 상영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의 화제작을 스크린에 담아 세계 극장과 영화관에 상영하는 ‘NT(National Theatre) Live’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지난해 8월 영국 런던 바비컨 센터에서 막을 올린 ‘햄릿’은 현지에서도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국 BBC TV 드라마 ‘셜록’으로 유명해진 베네딕트 컴버배치(40)가 주연을 맡은 데다 웨스트엔드 유명 연출가 린지 터너(40)가 연출을 맡으며 화제가 됐다. 개막 1년 전 시작한 예매는 티켓 오픈 7시간 만에 12주간 80회 공연 전석이 모두 판매돼 영국 연극 역사상 가장 빠른 매진 기록을 세웠다. NT Live를 통해 소개된 영국의 ‘햄릿’은 가장 현대적이자 고전적인 햄릿을 완성했다. 의상과 소품, 무대는 최신 감각에 맞게 꾸몄지만 대사는 원작의 텍스트를 그대로 살렸다. 컴버배치는 명성에 걸맞은 연기를 선보였다. 수십 명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는 극중 내내 섬세한 표정 연기로 몰입도를 높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숙부와 어머니의 배신을 알아채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되갚고자 복수로 이를 가는 장면에선 그의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어머니와 숙부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풍자적인 연극을 무대에 올릴 땐, 드라마 셜록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발랄함과 함께 광기 어린 분노까지 담아냈다. 컴버배치의 명연기만큼 인상적인 것은 넓고 깊은 무대였다. 연출가 터너는 2층 높이의 고풍스러운 왕궁과 맞닿은 깊은 출구를 이용해 배우들의 동선을 생동감 넘치게 배치했다. 또 절망을 이야기하는 2막 내내 무대 공간을 검은 흙더미로 가득 메워 침울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3일까지 전석 1만5000원. 02-2280-411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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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셜록이 연기하는 햄릿은…‘NT Live’로 원조의 힘 보여준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역사상 이렇게 유명한 연극 대사가 또 있을까. 숱하게 본 연극 ‘햄릿’이지만,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 소니아 프리드먼 프로덕션의 ‘햄릿’에선 원조의 힘이 느껴졌다. 국립극장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지난달 24일부터 해오름극장에서 이 프로덕션의 ‘햄릿’을 영상으로 상영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의 화제작을 스크린에 담아 세계 극장과 영화관에 상영하는 ‘NT Live(National Theatre Live)’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지난해 8월 영국 런던 바비컨 센터에서 막을 올린 ‘햄릿’은 현지에서도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국 BBC TV드라마 ‘셜록’으로 유명해진 베네딕트 컴버배치(40)가 주연을 맡은 데다 웨스트엔드 유명 연출가 린지 터너(40)가 연출을 맡으며 화제가 됐다. 개막 1년 전 시작한 예매는 티켓오픈 7시간 만에 12주간 80회 공연 전석이 모두 판매돼 영국 연극 역사상 가장 빠른 매진 기록을 세웠다.NT Live를 통해 소개된 영국의 ‘햄릿’은 가장 현대적이자 고전적인 햄릿을 완성했다. 의상과 소품, 무대는 최신 감각에 맞게 꾸몄지만 대사는 원작의 텍스트를 그대로 살렸다.컴버배치는 명성에 걸맞는 연기를 선보였다. 수십 명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는 극중 내내 섬세한 표정연기로 몰입도를 높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숙부와 어머니의 배신을 알아채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되갚고자 복수로 이를 가는 장면에선 그의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마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어머니와 숙부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풍자적인 연극을 무대에 올릴 땐, 드라마 셜록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발랄함과 함께 광기어린 분노까지 담아냈다. 컴버배치의 명연기만큼 인상적인 것은 넓고 깊은 무대였다. 연출가 터너는 2층 높이의 고풍스런 왕궁과 맞닿은 깊은 출구를 이용해 배우들의 동선을 생동감 넘치게 배치했다. 또 절망을 이야기하는 2막 내내 무대 공간을 검은 흙더미로 가득 메워 침울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3일까지 전석 1만 5000원. 02-2280-411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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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뮤지컬]Mamma Mia, 진짜 모녀 같잖아!

    “어쩜 좋아(Mamma Mia), 우리 딸.” “엄마!” 영락없는 모녀 사이다. 비록 무대에서 모녀로 맺어졌지만 무대 밖에서도 살갑게 이야기를 하고 장난 치는 모습이 실제 모녀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18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에서 만난 최정원(47)과 서현(25)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들은 24일∼6월 4일 샤롯데시어터에서 펼쳐지는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 뮤지컬인 ‘맘마미아’의 주인공 도나와 그의 딸 소피로 출연한다. 스웨덴 출신의 혼성 팝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절묘하게 엮어 만든 이 작품은 2004년 국내에서 초연됐다. 이후 서울을 포함해 33개 도시에서 1400여 회 동안 17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도나’ 역 최정원2007년부터 맡은 역인데 또 오디션 악몽 꿀 정도로 마음고생 심해‘소피’ 역 서현 350 대 1 경쟁률 뚫고 배역 꿰차 ‘소녀시대’와 다른 나를 보여줄 것 최정원은 2007년부터 도나 역으로 맘마미아와 인연을 맺은 뒤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 역할로 사랑받아왔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서현은 이번이 세 번째 뮤지컬로 3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소피 역을 꿰찼다. 최정원에게 이번 도나 역은 남다르다. 도나 역이라면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그였지만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따냈다. 오디션 자체가 자존심 상할 법도 했다. “도대체 나에게 뭘 원하는 건지 걱정도 됐어요. 오디션을 앞두고 악몽을 꿀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죠. 결국 고민 끝에 4년 전 마지막 공연 때의 느낌으로 갔어요. 다행히 제가 꿰차게 됐죠(The Winner Takes It All.)” 서현에게 ‘맘마미아’ 같은 대형 뮤지컬은 처음이다. 게다가 최정원 남경주 신영숙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 부담이 크지만 자신만의 소피를 보여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제가 친한 사람 앞에서는 다 보여주는 스타일이에요. 이번 맘마미아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댄스도요(Dancing Queen.) 제가 살아온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피를 보여주고 싶어요.” ‘맘마미아’는 도나와 소피, 모녀지간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별한 사춘기를 지낸 서현과 사춘기를 겪었던 딸을 둔 최정원 모두에겐 특별할 수밖에 없다. “확실히 사춘기를 겪은 딸을 경험해 보니 도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딸이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Slipping Through My Finger)이 들었어요. 어쩌면 도나의 감성에 맞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최정원) “10대 때는 숙소에서 거의 생활했어요. 그만큼 어머니와 함께 지내지 못했어요. 성인이 된 뒤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사춘기 때 못한 다툼을 하긴 하지만 좀 더 어머니의 도움(SOS)도 받고, 그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서현) 최고의 자리를 오래 유지하고 있는 최정원과 평생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I Have A Dream)이 있는 서현. 모두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다른 길을 걷지 않고 뮤지컬 무대만 20년 넘게 지킨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예요. 제 연인(Honey, Honey)이죠. 계속 무대에서 살고 싶어요.”(최정원) “지금껏 가장 잘한 선택이 뮤지컬 배우예요. 음악으로 맺어진 덕분이죠.(Thank You For The Music) 공연을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정원 선배님처럼요. 하하.”(서현) ※기사에 나오는 영문은 모두 ‘맘마미아’에 나오는 노래 제목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VIP석 같은 R석’을 잡아라▼공연 Tip!뮤지컬 공연 마니아라면 주목하자. 1000석 이상의 좌석이 있는 서울 내 주요 공연장의 알토란같은 좌석을. ‘VIP석 같은 R석’은 티켓 오픈 때마다 마니아층 사이에서 치열한 티켓 경쟁이 벌어지는 좌석이다. 어느 극장이든 통하는 노하우가 있다. VIP석으로 책정된 구역의 바로 주변에 있는 R석을 고르는 것이 그 비결이다. 가격은 VIP석과 2만∼3만 원가량 차이가 있지만 시야는 VIP석과 큰 차이가 없다. 뮤지컬 공연은 1층 중앙 구역의 중간열 자리가 좋다. 배우 움직임을 한눈에 보면서 최적의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단, 특정 배우의 팬이라면 1층 중앙 구역 1열을 추천한다. 좋아하는 배우를 약 2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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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뮤지컬]올 봄 공연족, 마타하리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지리…

    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을 지닌 ‘마타하리’.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총살된 미모의 무희, 팜파탈의 대명사로 통하는 마타하리가 3월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3월 29일 한국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에는 영국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독일 등 18개국 공연 관계자 400명이 찾을 예정이다.세계적 스태프와 화려한 배우 라인업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와 한국의 공연 시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수입과 수출국이 바뀌는 판도 변화는 뮤지컬 ‘마타하리’를 통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먼저 초연된 뒤 영국과 미국 무대에 연달아 오를 예정이다. 뮤지컬 ‘뉴시스’로 토니상 최우수 연출 부문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던 브로드웨이 유명 연출가 제프 칼훈이 연출,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 등 히트작을 낳은 세계적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다. 작사가 잭 머피, 극작가 아이만 멘첼도 참여한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총 출동한다. 지난해 8월 진행한 오디션에선 배우 2500여 명이 몰렸다. ‘엘리자벳’ ‘레베카’ ‘위키드’ ‘아이다’ 등의 배우 옥주현과 브로드웨이에서 건너온 김소향이 마타하리역을 꿰찼다. 옥주현은 “마타하리가 물랑루즈 무대 위에서는 팜파탈적인 매력을 발산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순수함을 간직한 캐릭터란 점에서 끌렸다”며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제작진에 대한 신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화려한 남자배우 라인업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군 대령으로 마타하리를 만난 이후 그에게 집착하는 라두 대령 역에는 류정환 김준현 신성록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마타하리가 유일하게 사랑한 남자인 아르망 역에는 엄기준 송창의 정택윤이 출연한다.아름다운 넘버(노래)와 볼거리 지난달 25일 뮤지컬 ‘마타하리’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주요 넘버(음악)들은 이미 성공적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작곡해 국내 공연족(族)들에게 친숙한 프랭크 와일드혼은 장기인 대중성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이 작품에서도 구현한다. 옥주현과 김소향이 각각 부른 ‘예전의 그 소녀’와 ‘마타하리가 되다’는 쇼케이스 이후 공연족들 사이에서 화제곡이 됐다. 아르망의 곡인 ‘추락할 땐’과 라두 대령의 ‘너 때문에’ ‘남자 대 남자’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타하리’의 화려한 무대와 의상도 볼거리다. 제작사 EMK는 무대 세트를 만들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 한국 4개국 디자이너를 모아 블라인드 오디션을 열었고, 치열한 경쟁 끝에 오필영 디자이너가 낙점됐다. 제작비의 80% 가량이 무대에 쓰였을 만큼 무대세트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출연진 의상도 화려하다. 작품의 배경인 19세기 말 유럽은 역사상 유례없는 평화와 번영을 누린 ‘벨 에포크’(좋은 시대·La belle epoque) 시대였다. 작품 중에는 의상이 총 200벌 등장하는데 화려함과 모던함이 특징이다. 마타하리의 의상은 총 15벌로, 특히 물랑루즈에서 파격적인 춤을 출 때 입는 의상은 화려한 자수와 비즈(구슬) 장식으로 디테일한 아름다움을 살렸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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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뮤지컬]세계가 놀란 한국무대, 올 봄 뮤지컬은 더욱 뜨겁다

    올해 뮤지컬 시장에서 3, 4월은 화제작이 넘치는 ‘알짜 시즌’이다. 10여 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맘마미아’ ‘헤드윅’을 비롯해 제작비 250억 원이 들어간 창작 초연 ‘마타하리’,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건너온 뮤지컬 ‘뉴시즈’ 등이 그렇다. 10여 년간 사랑받아 온 ‘맘마미아’ ‘헤드윅’ 오랜 기간 한국 관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은 사실 손에 꼽을 수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200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중장년층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 불패’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49개 나라 440개 주요 도시에서 6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세계적 스테디셀러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끈다. 도냐 역에 최정원과 신영숙, 타냐 역에 전수경과 김영주, 로지 역에 이경미와 홍지민이 캐스팅됐다. 도냐의 딸 소피 역에는 걸그룹 소녀시대 서현과 배우 김금나, 박지연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6월 4일까지 샤롯데시어터, 6만∼14만 원, 1544-1555 ‘여자보다 예쁜 남자’, 여장 남자의 세계를 담은 뮤지컬 ‘헤드윅’(2005년 국내 초연)도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3월 1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헤드윅’이 낳은 스타 배우 조승우 조정석이 출연한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땅새 역으로 나오는 변요한과 윤도현 정문성 등 5명의 배우가 헤드윅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이 작품의 큰 볼 거리는 ‘여장 남자’ 주인공의 화려한 메이크업이다. 글리터(반짝이 가루) 메이크업과 가발로 치장한 배우 5명의 분장이 제각각이다. 이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월 1일∼5월 29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5만5000∼9만9000원, 02-749-9037‘마타하리’ VS ‘뉴시즈’ 국내 초연 작들은 늘 뮤지컬 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팬뿐만이 아니다.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언제나 국내 초연작은 관심사다. 특히 ‘마타하리’와 ‘뉴시즈’가 얼어붙은 뮤지컬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3월 29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세계 초연 무대를 갖는 ‘마타하리’는 올해 뮤지컬 시장의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제작비 250억 원이 들어간 ‘마타하리’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유명 연출가인 제프 칼훈, 작사가 잭 머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등이 제작진으로 참여해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간첩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죽음을 맞은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마타하리 역에는 원톱 여배우로 입지를 쌓아 온 옥주현과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해 온 김소향이 캐스팅됐다. 류정한 김준현 엄기준 송창의 등 스타 배우들이 합류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월 29일∼6월 1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4만 원, 1577-6478 4월 국내에서 아시아 초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뉴시즈(Newsies)’는 디즈니의 동명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19세기 말 뉴욕을 배경으로 신문팔이 소년들이 대형 신문사에 맞서 파업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뤘다. 주연 외에도 총 16명의 뉴시즈가 등장해 탭댄스, 애크러배틱, 발레 등 고난도 안무를 선보이며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는 삶의 희망을 표현한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오디션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인 잭 켈리 역과 주요 배역을 선발했다. 영화에서 주로 활동해 온 배우 온주완 서경수 이재균이 켈리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4월 12일∼7월 3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3만 원, 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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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내’나는 잉여인간들… 묘하게 끌리네

    세련되게 포장된 다른 극과는 180도 다른 느낌이다. 무대와 배우, 의상 등 관객의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더럽거나’ ‘본능에 충실한’ 센 놈들투성이다. 그래서 강렬하고 인상 깊다.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 공연의 첫 포문을 연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 이야기다. 재개발이 예정된 어느 동네의 낡은 단칸방.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부 인생으로 밀려난 남자 넷이 모여 산다. 하루 일과 중 잠을 자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이들은 자기들과 같은 처지의 잉여 인간들을 ‘누룽지형 인간’이라 칭한다. 국가에서 국방 정책의 일환으로 인간을 방바닥처럼 납작하게 만들어 무기로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매일 먹고 자는 자기들이야말로 국가 비밀 국방정책의 산물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비록 잉여인간이지만, 이들의 삶은 철저히 정치적이다. 고작 4명이 모여 살지만 이들 나름대로 투표를 해 지도자를 뽑고, 집권당과 야당을 나눠 ‘쌀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옷을 갈아입는 시기는 언제인지’를 정한다. 머리 둘레로 지도자를 정하는 선거 과정에선 권력을 갖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다거나, 부정선거가 적발돼 재선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과거 군사정권시대를 비꼬거나 현대사회를 조롱하며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던진다. 배우들의 행색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저분하고 극 말미에선 자장면 한 그릇을 놓고 서로 먹겠다며 면을 던지고, 소스를 얼굴에 묻혀가며 더러움의 극치를 선보인다. 객석 맨 앞줄에 앉은 관객이라면 배우들의 자장면 난투극에서 오고 가는 검은 면발을 조심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날것’의 장치들이 관객의 마음을 묘하게 사로잡는다. 늘 스테이크만 물리도록 먹다가 노점상에서 감칠맛 나는 떡볶이 한 그릇을 별미로 먹은 느낌이랄까. 중세시대 유럽 번역극, 잘 꾸며진 무대를 자랑하는 작품, 로맨틱 코미디물을 자주 접한 관객에게 신선함 그 자체. 게다가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출연 배우들이 작품의 격을 끌어올린다. 배우 홍민수 김철영 조승희 신인철 이보라 최민혁, 연출 이윤택.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3만 원. 02-763-1268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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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문소리 “무대는 나를 점검받는 공간… 카센터에 온 기분이에요”

    배우 문소리(42)가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2010년 연극 ‘광부화가들’에 이어 6년 만이다. 복귀작은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한 연극 ‘빛의 제국’. 이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문소리는 20년간 서울에서 살다 북한의 귀환 명령을 받고 삶을 정리하는 간첩 김기영(지현준 역)의 아내 장마리 역을 맡았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그는 “카센터에 온 기분”이라며 웃었다. “배우 문소리, 인간 문소리의 전반적 문제점을 점검받고 있는 중이에요. 동료 연극인들이 서로 끈끈하게 협력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통해 ‘내가 그동안 사람을 너무 차갑게 대했구나’라고 반성하게 되죠. 제 삶의 결핍을 발견해요. 연극 무대는 늘 제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것 같아요.” 그가 복귀작으로 ‘빛의 제국’을 선택한 데에는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의 구애가 컸다.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 예술감독인 노지시엘은 극을 준비하며 국립극단 측에 1순위로 요구한 것이 ‘문소리 캐스팅’이었다. 문소리는 “감독님이 영화 ‘오아시스’ ‘다른 나라에서’ ‘박하사탕’에 나온 저를 눈여겨보셨다고 하더라”라며 “미국보단 프랑스에서 제가 더 유명한 것 같다”고 했다. ‘빛의 제국’은 3월 4일부터 약 한 달간 국내 공연을 가진 뒤 5월 17일부터 5일간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 무대에 오른다. 문소리 지현준 등 한국 배우들이 그대로 현지 무대에 올라 한국어로 연기한다. 그는 ‘어떤 작품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작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곧잘 이야기하는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출연하는 배우 지현준과의 ‘케미’(궁합)는 어떨까. “지현준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나랑 부부로 잘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저와는 연기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얇은 철사는 원하는 모양대로 잘 구부려지지만, 굵은 철사는 그렇지 않잖아요. 근데 현준 씨는 굵은 철사인데도 저와 합(合)이 잘 맞아서 원하는 대로 구부러지는 그런 사람이에요.” 문소리는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렸지만 배우 인생은 극단 ‘한강’에서 수습단원으로 출발했다. 1996년 연극 ‘교실이데아’가 그의 데뷔작이다. 그는 “중3 때 처음 본 연극이 최민식 선배가 출연한 ‘에쿠우스’였다”며 “당시 느낀 충격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93학번인 그는 “학교가 대학로에 가깝다 보니 연극을 관람하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수업 빼먹고 연극 보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인 장준환 영화감독과 대학로에서 종종 연극을 즐긴다. “집이 경기 평택인데, 남편이랑 대중교통으로 연극을 보러 갈 수 있게 서울로 이사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수년간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서 그런지 매일 설레요.” 공연은 3월 4∼27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말하는 배우 문소리 ::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가 유행한 지 오래돼 문소리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많이 봤다. 그의 연기력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하려는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똑똑하고, 용기 있는 배우다. 연습 때마다 맛있는 음식거리를 가득 싸와 동료와 나눠 먹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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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룽지형 인간’이란?…연희단거리패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

    세련되게 포장된 다른 극과는 180도 다른 느낌이다. 무대와 배우, 의상 등 관객의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더럽거나’ ‘본능에 충실한’ 쎈 놈들 투성이다. 그래서 강렬하고 인상 깊다.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공연의 첫 포문을 연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 이야기다. 재개발이 예정된 어느 동네의 낡은 단칸방.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부 인생으로 밀려난 남자 넷이 모여 산다. 하루 일과 중 잠을 자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이들은 자기들과 같은 처지의 잉여 인간들을 ‘누룽지형 인간’이라 칭한다. 국가에서 국방 정책의 일환으로 인간을 방바닥처럼 납작하게 만들어 무기로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매일 먹고 자는 자기들이야 말로 국가 비밀 국방정책의 산물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비록 잉여인간이지만, 이들의 삶은 철저히 정치적이다. 고작 4명이 모여 살지만 이들 나름대로 투표를 해 지도자를 뽑고, 집권당과 야당을 나눠 ‘쌀밥을 어떻게 배분 할 것인지’ ‘옷은 갈아입는 시기는 언제인지’를 정한다. 머리둘레로 지도자를 정하는 선거 과정에선 권력을 갖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다거나, 부정선거가 적발돼 재선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과거 군사정권시대를 비꼬거나 현대사회를 조롱하며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던진다. 배우들의 행색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저분하고 극 말미에선 자장면 한 그릇을 놓고 서로 먹겠다며 면을 던지고, 소스를 얼굴에 묻혀가며 더러움의 극치를 선보인다. 객석 맨 앞줄에 앉은 관객이라면, 배우들의 자장면 난투극에서 오고가는 검은 면발을 조심해야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날 것’의 장치들이 관객의 마음을 묘하게 사로잡는다. 늘 스테이크만 물리도록 먹다가 노점상에서 감칠맛 나는 떡볶이 한 그릇을 별미로 먹은 느낌이랄까. 중세시대 유럽 번역극, 잘 꾸며진 무대를 자랑하는 작품, 로맨틱 코미디물을 자주 접한 관객에게 신선함 그 자체. 게다가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출연 배우들이 작품의 격을 끌어올린다.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3만 원, 02-763-1268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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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만에 연극무대 서는 배우 문소리 “카센터에 온 기분”

    배우 문소리(42)가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2010년 연극 ‘광부화가들’에 이어 6년 만이다. 복귀작은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한 연극 ‘빛의 제국’. 이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문소리는 20년간 서울에서 살다 북한의 귀환 명령을 받고 삶을 정리하는 간첩 김기영(지현준 역)의 아내 장마리 역을 맡았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그는 “카센터에 온 기분”이라며 웃었다. “배우 문소리, 인간 문소리의 전반적 문제점을 점검 받고 있는 중이에요. 동료 연극인들이 서로 끈끈하게 협력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통해 ‘내가 그동안 사람을 너무 차갑게 대했구나’라고 반성하게 되죠. 제 삶의 결핍을 발견해요. 연극 무대는 늘 제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것 같아요.” 그가 복귀작으로 ‘빛의 제국’을 선택한 데에는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의 구애가 컸다.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 예술감독인 노지시엘은 극을 준비하며 국립극단 측에 1순위로 요구한 것이 ‘문소리 캐스팅’ 이었다. 문소리는 “감독님이 영화 ‘오아시스’ ‘다른 나라에서’ ‘박하사탕’에 나온 저를 눈여겨보셨다고 하더라”며 “미국보단 프랑스에서 제가 더 유명한 것 같다”고 했다. ‘빛의 제국’은 3월 4일부터 약 한 달간 국내 공연을 가진 뒤 5월 17일부터 5일간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 무대에 오른다. 문소리 지현준 등 한국 배우들이 그대로 현지 무대에 올라 한국어로 연기한다. 그는 ‘어떤 작품을 하느냐 보다, 누구와 작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곧잘 이야기하는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출연하는 배우 지현준과의 ‘케미(궁합)’는 어떨까. “지현준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나랑 부부로 잘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저와는 연기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얇은 철사는 원하는 모양대로 잘 구부려지지만, 굵은 철사는 그렇지 않잖아요. 근데 현준씨는 굵은 철사인데도 저와 합(合)이 잘 맞아서 원하는 대로 구부러지는 그런 사람이에요.” 문소리는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렸지만, 배우 인생은 극단 ‘한강’에서 수습단원으로 출발했다. 1996년 연극 ‘교실이데아’가 그의 데뷔작이다. 그는 “중3때 처음 본 연극이 최민식 선배가 출연한 ‘에쿠우스’였다”며 “당시 느낀 충격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93학번인 그는 “학교가 대학로에 가깝다보니 연극을 관람하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수업 빼먹고 연극 보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인 장준환 영화감독과 대학로에서 종종 연극을 즐긴다. “집이 경기도 평택인데, 남편이랑 대중교통으로 연극을 보러 갈 수 있게 서울로 이사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수년간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서 그런지 매일 설레요.” 공연은 3월 4일~27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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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역 이호재 등 배우들의 연기 돋보여

    ‘식구(食口).’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말한다. 흔히 가족을 말할 때 ‘우리 식구’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지 않나. 연극 ‘방문’은 가족과 식구의 관계를 교묘히 오가며 가족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형 진석의 연락을 받고 8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동생 진영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진석은 동생이 온다는 소식에 요리책까지 펴놓고 음식을 준비하지만, 진영이 바라본 형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다. 자신이 방금 전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곧잘 잊어버린다. 오븐 안에서 고기가 익고 있지만 또다시 냉장고에서 생고기를 꺼내 양념하는 일을 마치 처음 하는 일처럼 구는 모습이 생경하다. 극이 진행되면서 집을 찾는 방문객은 하나둘 늘어난다.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집안 분위기는 북적거리지만 서로 간 빈틈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도드라진다. 진영은 8년간 집안과의 왕래를 끊었던 사이 아버지가 교회에서 기이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집에 놀러온 재희를 통해 듣는다. 뒤이어 찾은 옛 연인 혜원과 그의 남자친구 건축가 기호를 통해선 형이 집을 급하게 매물로 내놓았다는 것을, 마지막 방문객 변호사 우식을 통해선 형이 치매를 앓는다는 것과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다. 진영은 그렇게 정작 가족의 ‘현재’를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마주하게 된다. 잔잔한 톤으로 가족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을 빛낸 것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다. 특히 짧은 분량이지만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장면 등 아버지 역의 배우 이호재의 열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02-515-1217 ★★★(별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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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 만에 돌아온 집, 남을 거쳐 알게 된 식구들의 모습은…

    ‘식구’(食口).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말한다. 흔히 가족을 말할 때 ‘우리 식구’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지 않나. 연극 ‘방문’은 가족과 식구의 관계를 교묘히 오가며 가족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형 진석의 연락을 받고 8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동생 진영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진석은 동생이 온다는 소식에 요리책까지 펴놓고 음식을 준비하지만, 진영이 바라본 형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다. 자신이 방금 전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곧잘 잊어버린다. 오븐 안에서 고기가 익고 있지만 또 다시 냉장고에서 생고기를 꺼내 양념하는 일을 마치 처음 하는 일 마냥 구는 모습이 생경하다. 극이 진행되면서 집을 찾는 방문객은 하나둘 늘어난다.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집안 분위기는 북적거리지만 서로 간 빈틈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도드라진다. 진영은 8년간 집안과의 왕래를 끊었던 사이 아버지가 교회에서 기이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집에 놀러온 재희를 통해 듣는다. 뒤이어 찾은 옛 연인 혜원과 그의 남자친구 건축가 기호를 통해선 형이 집을 급하게 매물로 내놓았고, 마지막 방문객 변호사 우식을 통해선 형이 치매를 앓는다는 것과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다. 진영은 그렇게 정작 가족의 ‘현재’를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마주하게 된다. 잔잔한 톤으로 가족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 작품을 빛낸 것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다. 특히 짧은 분량이지만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아버지 역의 배우 이호재의 열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02-515-1217 ★★★(별 5개 만점)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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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고 보는 극단’의 맛난 생일잔치

    극단 단원 50여 명이 서울, 경남 밀양, 부산 등 3개 지역에서 함께 먹고 자며 새벽부터 자정까지 연기 연습에 매진하는 극단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연극 좀 본다는 관객 사이에서 믿고 보는 극단으로 통하는 ‘연희단거리패’ 이야기다. 이윤택 예술감독을 구심점으로 실력파 배우진, 탄탄한 레퍼토리 작품으로 무장한 이 극단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대학로 소극장뿐만 아니라 국공립 극장에서도 극단의 작품, 연출가, 배우를 모셔가려고 할 정도로 국내를 대표하는 극단이 됐다. 올해 펼쳐지는 30주년 축하 공연은 연희단거리패가 쌓아온 내공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다. 공연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2009년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 무대미술·기술상을 수상한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12∼28일 게릴라극장)다. 이어 안톤 체호프의 소극장 실험무대작인 ‘벚꽃동산’(4월 22일∼5월 15일 게릴라극장), 우리극연구소의 ‘오이디푸스’(8월 게릴라극장)가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 겸 극단 30년 기념작인 ‘햄릿’은 9월 막을 올릴 예정이다. 기념 공연에선 김소희 김미숙 이승헌 윤정섭 오동식 등 극단의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원로 작가 윤대성과 젊은 작가 김지훈 등의 신작과 극단 ‘76단’의 기국서 연출,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과의 합동 공연도 예정돼 있다. 연희단거리패는 그동안 인재와 작품의 산실이었다.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배우 박지일, 이유리 뮤지컬 평론가(전 청강대 교수)가 극단 출신이다. 영화계의 ‘천만 요정’ 오달수도 극단을 거쳐 갔다. 현재 단원들 역시 구력이 상당하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23년 차, 배우장(리더) 김미숙과 이승헌은 19년 차, 지난해 동아연극상 신인상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쓴 ‘막내’ 오동식과 윤정섭은 8년 차 단원이다. 극단은 자체 레퍼토리 중심으로 운영하는 ‘연희단거리패 30 스튜디오’ 극장을 올해 7월 개장할 예정이다. 이윤택 예술감독은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인근에 문을 열 극장은 젊은 연극인들의 등용문과 작품 발표 무대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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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배우, 무대]“불꺼진 무대 위 배우들은 절 보고 길 찾아요”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서 장면을 전환할 때 흔히 사용되는 기법 중 하나는 암전이다. 무대와 객석이 어두워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상황에서 배우들은 무대 위를 자유롭게 이동해 등장하고 퇴장한다. 그 비결은 배우들이 ‘내비게이션’이라고 부르는 ‘축광 테이프’에 있다. 축광 테이프는 야광 스티커라고 보면 된다. 무대 위 조명 빛을 흡수했다가 암전되면 저장했던 빛을 천천히 다시 방출해 배우들의 갈 길을 인도한다. 어떤 공연이든지 무대 바닥과 소품 모서리 주변에는 축광 테이프가 붙어 있다. 연극 ‘날 보러와요’의 민상은 무대 감독은 “축광 테이프를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관객 눈에 띄지 않게 붙인다. ‘날 보러와요’의 경우 암전 시 배우들의 움직임이 많아 축광 테이프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 축광 테이프는 등대와 같다. 연극 ‘방문’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서림 씨는 “축광 테이프는 배우 안전의 필수 장치”라며 “무대 세트가 완성되면 배우들이 테크니컬 리허설(음향 무대 등 기술적인 부문에 적응하는 리허설)을 하는데, 이때 중요한 연습 중 하나가 테이프의 위치를 습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 감독들은 관객의 눈에 축광 테이프가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연극에 비해 출연 배우 수가 많고, 장면 전환이 많은 뮤지컬의 경우 축광 테이프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표시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주요 뮤지컬의 무대 미술을 담당한 박동우 감독은 “뮤지컬은 출연 인원이 수십 명에 이르다 보니 축광 테이프로 모든 동선을 표시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테이프와 함께 무대 앞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LED 표시등으로 무대의 위치를 표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축광 테이프를 아주 잘게 잘라 붙여 잘 보이지 않게 하고 푸른색 조명을 약하게 켜서 배우의 동선을 표시하는 방법도 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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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연출-무대 3박자 척척, 어느새 120분이…

    “미치도록 잡고 싶다.” 이 대사로 기억되는 연극 ‘날 보러 와요’의 20주년 공연이 2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1986∼1991년 경기 화성시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 살인사건을 다루는 ‘날 보러 와요’는 스테디셀러의 저력을 보여주는 무대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력에 작품을 담는 그릇인 무대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져 ‘웰 메이드’ 연극의 진수를 120분 동안 선보인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기도 한 이 작품. 비 내리는 밤 라디오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진혼곡)이 흘러나오면 매번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용의자를 잡기 위해 모인 형사 4명과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사회부 여기자,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용의자 3명이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벌인다. 이 작품은 무대와 연기를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무대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시각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무대 중앙의 수사본부는 뒤편의 살인사건 현장인 갈대숲과 맞닿아 있다. 바로 뒤에서 사람이 죽어가지만 무기력한 수사팀. 갈대밭이 수사본부를 포위한 듯한 무대 배치는 용의자를 잡지 못한 채 미궁 속에 갇힌 수사팀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배우를 골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권해효 김뢰하 류태호 이대연 등 20년 전 초연 멤버들로 구성된 OB팀과 손종학 김준원 김대종 이원재 등으로 구성된 YB팀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른다. OB팀은 초연 때부터 10년간 이 작품을 연출했던 김광림 감독, YB팀은 최근 몇 년간 연출 바통을 이어받았던 변정주 감독이 맡았다. 관록의 OB팀과 패기의 YB팀 연기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이들 중 하나를 고르라면 OB팀을 추천한다. OB팀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폭력형사 조용구와 빨간 팬티의 용의자 조병순 역으로 각각 출연했던 김뢰하와 류태호가 영화와 같은 배역으로 나온다. 이들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뛰어나다. 형사 중 이성적인 김 형사 역의 권해효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주도적으로 장면을 이끌어 간다. 김 반장 역의 이대연은 차분한 카리스마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용의자 남 씨 부인 역의 황석정은 5분 남짓 무대에 등장하지만 존재감이 상당하다. 몸뻬를 가슴께까지 추켜올리고 ‘욕 반, 말 반’인 대사를 토해내는 그에게선 산전수전 다 겪은 시골 아낙네의 억센 삶이 물씬 느껴진다. 사회부 여기자인 박 기자 역 이항나의 연기도 좋지만, 실제 기자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불편하다. 극에서처럼 기자가 경찰 수사기록을 막무가내로 훔치거나, 데스크가 사실을 왜곡해 소설처럼 쓴 뒤 기자 이름을 달아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는 요즘에 거의 없다. 관객은 오해 마시길. ★★★★(별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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