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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많은 시민이 동참한 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시위대 사이에선 미국산 소를 이용해 만든 화장품이나 기저귀만 써도 광우병에 감염되고, 미국에선 수십만 명의 인간 광우병 환자가 있다는 등의 괴담이 사실로 둔갑해 퍼져 나갔다. 괴담들은 이후 모두 허위로 판명 났지만 당시 정부는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미국과 재협상을 했다. 3년이 지난 올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움직임은 그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건강 문제로 의제 단순화 2008년 광우병 시위의 키워드 중 하나는 ‘뇌송송 구멍탁’이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 광우병에 걸려 끔찍하게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건강’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FTA가 통과되면 의료민영화로 맹장수술비가 900만 원으로 오르는 등 병원비가 폭등하고 복제약 사용이 불가능해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운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는 괴담을 만들어낸 것이다. 반정부·반미 정서를 활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주도한 단체는 ‘2MB탄핵연대’ 등 반정부 단체들로 쇠고기 수입 문제를 반미 이슈로 활용해 반정부 세력을 결집시켰다. 이번 한미 FTA 반대 움직임도 ‘이명박 심판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등 반정부 단체들이 괴담을 주도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연예인인 ‘소셜테이너’들이 논란의 촉매역할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2008년 여배우 김민선(김규리로 개명)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 소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넣겠다”는 글을 남겨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올해는 소설가 이외수 씨가 트위터에 “(한미 FTA로)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했고 소설가 공지영 씨 등이 이를 퍼 나르면서 반대여론을 키웠다. 여론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도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정부는 ‘명박산성’이라는 비아냥을 낳을 정도로 대국민 소통에 미흡해 반정부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바라만 봤다. 이번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실을 홍보해 괴담을 잠재우기보다는 괴담 유포의 진원지로 꼽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단속으로 대응하고 있다. ○ 광우병 땐 서울광장, FTA는 SNS로 차이점도 눈에 띈다. 2008년 광우병 시위 땐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시민이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20, 30대 젊은 여성들이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온라인상에 퍼지는 한미 FTA 반대 여론을 주시하기 위해 20, 30대 여성들의 온라인 미용 카페인 소울 드레서(회원 수 16만 명), 화장발(34만 명), 쌍코(10만 명) 등 3곳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회원 60만 명 사이에서 한미 FTA 괴담이 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온라인을 통해 여론이 증폭되다 MBC PD수첩 보도 등을 통해 불이 붙으면서 한순간에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과 달리 한미 FTA 반대 움직임은 아직 온라인의 이슈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미 FTA 반대 시위 참가인원은 수백 명에서 최대 2000여 명 규모. 다만 최근 SNS를 통한 ‘무한 리트윗(퍼 나르기)’ 등으로 한미 FTA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속도는 2008년보다 훨씬 빠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경찰이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종백 회장이 지난해 2월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대의원들에게 수억 원대 금품을 살포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중앙회 직원들이 이용하는 직장 새마을금고와 강원 춘천중부새마을금고 등 2곳에 개설된 신 회장 계좌와 그의 차명계좌를 지난주 압수수색했다. 춘천중부새마을금고는 신 회장이 중앙회 회장에 당선돼 서울 본부로 올라오기 전까지 이사장으로 있던 곳이다.경찰 관계자는 “신 회장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일부에게 1인당 수백만 원의 금품을 뿌렸다는 첩보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춘천중부새마을금고에서 당사자도 모르는 차명계좌가 만들어져 대출이 이뤄진 흔적을 발견했다”며 “신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공금을 횡령해 선거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 회장에 대한 금융자료를 제출받아 비자금 조성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지난해 선거에서 신 회장을 지지했던 대의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금품수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신 회장은 1994년 춘천중부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거쳐 새마을금고연합회 강원도지부장을 지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150여 명의 대의원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40여 표를 득표해 2위를 했지만 2차 투표에서 90여 표를 얻어 최종 당선됐다. 새마을금고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신 회장이 2006년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20여 표를 득표해 낙선한 뒤 3, 4년 동안 열심히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준 의혹이 제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서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는 전국 1480개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거래자 수는 9월 말 기준 1597만 명이고 총자산은 91조2000억 원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총자산 중 20조 원가량을 직접 관리·운용하고 있다. 지역과 직장 새마을금고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이 최근 인천 장례식장 조직폭력배 난투극 사건을 계기로 법적인 틀 안에서 불법행위를 일삼는 기업형 폭력조직을 최우선적으로 척결하기로 했다. 최근 조폭들이 건설업이나 사채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주가조작, 불법적 기업 인수합병, 보험사기 등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조현오 경찰청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조직폭력 근절 추진단’ 현판식에서 “조폭은 초기엔 지역 상인들이나 주민들을 괴롭히지만 차츰 성장하면 이권이 많은 곳을 찾아 진출하게 되고 결국 기업형으로 변모한다”며 “조폭에 자금력이 생기면 일본 야쿠자나 미국 마피아처럼 경찰이 통제하기가 어려워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경찰이 최근 적발한 기업형 조폭의 사례를 보면 조폭들이 사채시장에서 사업가로 위장해 기업들에 고리로 자금을 빌려준 뒤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물리는 방식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이 늘고 있다. 일부 조폭은 애초부터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먹잇감으로 정한 뒤 고리로 사채를 빌려주고 기한 내 갚지 못하면 폭력을 휘두르며 돈을 갚으라고 압박을 하다 결국 사업권까지 빼앗고 있다.또 부실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진으로 들어가 기업 자금을 횡령하고 자산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기업을 무너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축적한 자금을 활용해 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챙기는 방법도 등장했다.경찰은 조폭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적극 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연예인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사인회 등 각종 행사 출연을 강요하고 연예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면서 불공정 계약을 강압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이에 따라 경찰은 기업형 조폭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뇌물을 제공하거나 관련 서류를 위·변조하는 등 기업형 조폭들이 저지르는 각종 불법 행위를 엄단하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과 협조해 조폭의 범죄 수익금을 추적하고 확인되면 적극 환수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조기에 와해시킬 방침이다.경찰은 아울러 경찰청 본청과 지방경찰청에 형사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직폭력 근절 추진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 인력을 구조조정하면서 조폭을 담당하는 폭력계가 많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과거 폭력계의 역할을 할 5명 정도의 전담팀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신을 한 채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울산지역 조직폭력배 2명에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범칙금 5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고 3일 밝혔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에는 공공장소에서 90도로 인사를 하거나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키는 등 불안감을 조성한 사람에게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찰이 이런 행위를 실제로 적발한 사례는 거의 없었던 만큼 이번 범칙금 부과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조폭과의 전쟁' 선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울산지역 조직폭력배인 최모(39), 하모 씨(38) 등 2명은 1일 오후 4시 반경 각각 울산 남구의 대중목욕탕 2곳에서 상반신 앞뒤와 허벅지까지 용 문신을 드러내고 목욕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경찰은 인천 조직폭력배 난동 이후 이들에 대해 선제 단속을 실시하기로 하고 형사들을 조폭들이 자주 다니는 목욕탕에 손님을 가장해 들여보냈다. 경찰은 최 씨와 하 씨 등 2명이 목욕을 끝내고 나오자 순찰차에 태워 범죄 사실을 통보하고 범칙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경찰에 "문신을 한 것도 죄가 되느냐"며 의아해했지만 범칙금 부과에 순순히 응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들이 그런 경미한 사안까지 하나하나 챙기기가 어려워 그동안 경범죄로 적발한 적은 별로 없었다"며 "하지만 조폭 범죄를 근절하기로 한 이상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는 행위는 원칙대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앞으로는 피의자가 경찰이나 시민의 생명에 치명적 위협을 가하는 경우 경찰이 경고사격 없이 권총을 쏠 수 있게 된다. 경찰관들이 위급 상황에 놓여도 모호한 총기 사용 규정 때문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이 ‘경찰관 권총 사용 매뉴얼’ 초안을 마련한 것이다.경찰청이 1일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피의자가 흉기로 경찰관이나 시민을 공격하는 등 중대한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멈추라고 경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경고사격 없이도 권총을 쏠 수 있도록 했다. 경찰관을 급습하거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행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등 부득이한 상황에선 경고사격 없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또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도주하는 범인이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이어서 놓치면 추가범행을 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바로 권총을 쏠 수 있다.경찰 관계자는 “총을 쏠 수 있는 기준을 완화한 것은 아니고 기존의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라며 “권총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현장 경찰관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매뉴얼을 정비 중”이라고 설명했다.현행 총기 관련 규정을 보면 흉기를 든 피의자가 경찰관에게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계속 저항하면 총기를 사용하도록 돼 있다. 새 매뉴얼 초안에는 ‘3회 이상 경고’ 등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치명적 위협이 있고 경고할 여건이 안 되면 총을 쏠 수 있게 했다. 또 피의자가 인질을 붙잡고 있어 경고사격이 더 큰 위해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거나 간첩 및 테러사건 등 은밀한 작전 수행 중에는 경고나 경고사격 없이도 총을 쏠 수 있다.경찰관이 총기를 쓸 수 있는 단계도 세부적으로 명시됐다. 총기나 칼을 휴대한 자가 거리를 배회하거나 흉기를 갖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을 때 경찰관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어 언제든 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했다.2단계로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경찰의 경고에 저항하거나 피의자가 경찰관이나 시민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면 권총을 꺼낼 수 있다. 경찰관이 권총을 꺼내 피의자에게 3회 이상 경고를 했는데도 계속 흉기를 휘두르거나 피의자가 도주를 시도할 때 경찰은 3단계로 경고사격을 할 수 있다.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흉기로 경찰관이나 시민의 생명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려 하고 체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는 직접 총을 쏠 수 있다. 경고사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주하는 흉악범에게도 역시 총을 쏠 수 있다.이 같은 내용의 초안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서울 용산경찰서의 경위급 직원은 “현장에서 총을 쏘면 감찰조사를 받게 되는데 구체적 기준이 있으면 총을 왜 쐈는지 소명하는 게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경사급 직원은 “언제가 일반적 위협이고 언제가 치명적 위협인지는 결국 현장에서 경찰관이 판단해야 한다”며 “총을 쏘면 책임 추궁을 당하는 제도를 바꾸고 피의자 유족들의 민사소송에 대한 대비책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근 3년간 경찰에 적발된 친북사이트 운영자 8명 중 1명은 초중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학생은 누리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을 찬양하는 자료를 끌어모은 것으로 조사돼 안보교육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북사이트 운영 초중학생들 “조회수 늘리려”경찰이 2009년부터 인터넷상에서 북한을 찬양하거나 선전한 혐의로 적발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폐쇄조치한 친북사이트 281개 가운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운영한 사이트가 37개로 전체의 13.2%였다. 이들 초중학생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나온 김정일 찬양 글과 사진을 퍼와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게재했다. 게시물 중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진, 북한 애국가 가사, 공산당 선언문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학생들은 “북한 관련 글을 올리면 방문자 수가 늘 것 같아서” “내용이 신기해서” “폼이 나 보여서” 등의 이유로 관련 자료를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적발된 학생의 부모에게 경고 조치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경찰 관계자는 “컴퓨터 수업시간에 홈페이지 링크나 개설 방법 등을 배우면서 학생들이 친북 게시물로 사이트를 채운 경우도 있었다”며 “어린 학생들은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리면 주변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좌파 성향 단체에 소속된 교사들이 교단에서 북한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유포시켜 학생들이 북한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갖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최근 3년간 검거한 안보사범 360명 중 교사가 31명으로 단일 직종으로는 직업 운동가(138명) 다음으로 많았고, 이들은 모두 전교조 소속이었다. 성인 역시 체제를 위협하는 이적단체를 온라인상에서 조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개인적 호기심에서 친북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북 사이트 운영자들의 직업은 회사원이 77명(33%)으로 가장 많고 학생 69명(29%), 무직 40명(15%), 자영업 19명(7%) 순이었다. 회사원 중에는 건설업체 간부와 공기업 직원, 공무원 등 선망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았다.경찰 관계자는 “번듯한 직장에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들이 북한의 이념에 심취해 자료 수집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양극화 문제 등 사회 부조리를 보고 뒤늦게 북한 사상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전방위 수사 방침하지만 경찰은 수천 명의 회원이 가입한 일부 종북사이트가 조직적으로 친북 게시물을 전파하는 등 안보의식을 크게 해친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사이트를 적발해 폐쇄해도 일부 회원들이 유사 사이트를 만들어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법정에서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쳤던 건설업체 간부 황모 씨가 운영했던 종북사이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는 사이트 폐쇄 후에도 ‘임시 ○○○’ 등으로 간판을 바꿔 계속 운영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사이트 회원들은 활동 정도에 따라 처음 가입 회원은 ‘훈련 병사’, 시험 단계를 통과해 일반 회원이 되면 북한 인민군을 뜻하는 ‘철기전사’로 불렸다. ‘철기전사’ 등급을 받으려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찬양하는 충성 맹세문인 ‘님에게 바치는 시’를 작성하고 국가보안법 철폐 서명을 해야 한다.이들 사이트 회원 중에는 오프라인 상에서 종북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방사 회원이었던 정모 씨(44)는 연평도 포격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11월부터 연평도에 주거용 컨테이너를 마련해 머물면서 ‘연방제 통일방안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정당한 통일방도’라는 내용의 이적 표현물을 연평도 주민들에게 유포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4월에는 의사로 일하며 종북사이트를 운영하던 신모 씨(59)가 북한의 적화통일에 대비해 남한 내 민족반역자를 처단하려는 목적으로 통일대중당이란 이적단체를 구성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신 씨는 지난해 6월 스웨덴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으로 망명하려다 거절당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외 친북사이트가 북한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사이버 수사 전문요원을 증원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적발 친북사이트 미국-일본-중국 순친북 사이트에 대한 공안 당국의 수사가 강화되면서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북한을 찬양·선전하는 친북 웹사이트 수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개설한 서버에 이적 표현물을 올릴 경우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친북 웹사이트들이 이들 해외 사이트에서 사진과 동영상 등 선전 자료를 내려받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3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까지 경찰이 적발한 해외 친북 웹사이트는 127개였다. 2000년에 5건, 2003년에 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6건, 올해는 이번 달까지 19건이나 단속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5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일본(29건) 중국(19건) 북한(5건) 독일(4건) 등의 순이었다.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북한 찬양·선전 게시물 수도 2009년 6752건에서 지난해 8316건, 올해는 이번 달까지 1만4714건으로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지난해의 두 배를 넘는 1만8000여 건이 해당 사이트에 게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친북 웹사이트는 운영자가 국내에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며 “해외에 체류해 있으면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한편 경찰이 지난해부터 적발하기 시작한 트위터 등 해외 친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수는 지난해 33건에 이어 올해는 이달까지 186건으로 모두 219개였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신종대 전 대구지검장에 대해 금품수수 혐의로 내사를 벌이던 경찰이 서둘러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압력을 넣어 경찰의 내사를 무마시킨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의 내사가 끝난 지 열흘 만인 27일, 신 전 지검장이 돌연 사직서를 낸 것도 금품 수수 정황이 나온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28일 “신 전 지검장이 신변 문제와 부모님의 신병 문제로 사표를 제출해 수리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전남지방경찰청은 신 전 지검장이 건설 하도급업체 P사 회장 곽모 씨(62)에게서 2006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9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올 6월부터 내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P사의 불법 하도급과 곽 회장의 공금횡령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곽 회장의 다이어리를 확보해 살펴보다 신 전 지검장에게 2006년 1월부터 모두 1400만 원이 전달됐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경찰은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5년임을 고려해 2006년 10월부터 줬다고 기록된 900만 원에 대해 계좌추적을 한 결과 수표로 90만 원이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신 전 지검장에게 전달된 90만 원 중 20만 원은 본인 계좌에 입금됐다. 나머지 70만 원 중 60만 원은 어머니 이모 씨 계좌에, 10만 원은 아버지 계좌로 각각 옮겨졌다.경찰은 금품이 오간 정황은 확인되지만 곽 회장과 신 전 지검장이 고향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있는 상태에서 소액을 줬고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17일 내사 종결처리했다. 그때까지 경찰은 신 전 지검장에 대해 서면이나 소환조사 등 혐의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곽 회장이 돈을 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신 지검장의 혐의가 너무 약해 수사에 착수해도 소득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상대가 검사장급 인사이고, 검경 수사권 문제로 예민한 시기에 ‘흠집 내기’ 수사로 비칠 소지가 있어 내사를 종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뇌물을 준 사람이 혐의를 잡아떼는 건 당연한데 신 전 지검장에 대해 이렇다 할 조사도 안 해보고 내사를 종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계좌추적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추가 수사를 하면 뇌물 액수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데 너무 서둘러 사건을 축소해버린 것 같다”며 “입장을 바꿔 지방경찰청장이 그런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검찰은 훨씬 강도 높은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당시 내사를 진행했던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담당 검사가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한다든지 수사에 무리하게 개입한 적은 없었다”며 “냉정히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검 관계자도 “경찰에서 17일 신 지검장에 대한 내사 내용을 처음 알려오면서 ‘내사 종결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와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최근 장례식장 유착비리와 조직폭력배 난투극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내부 징계를 단행한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해파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해파리는 조직의 수장이 무슨 일만 생기는 아래 직원을 ‘해’임하거나 ‘파’면하는 식으로 꼬‘리’를 자른다는 뜻에서 만든 조어다.그만큼 조 청장에 대한 경찰 내부의 불만이 크다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 “조 청장이 최근 경찰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사건이 계속된 것에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부하 직원들부터 응징하는 것에 대한 반발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반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조 청장은 27일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일선 형사들을 격려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책임은 경찰청장이 최종적이고 궁극적으로 져야 한다”고도 했다.일선 경찰관들은 26일 조 청장이 전 경찰에게 보낸 서한에서 “극소수로 추정되는 그릇된 경찰관이 10만 경찰의 명예를 저버리는 행위에 대해 어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신상필벌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 지역 경찰서의 한 경감급 간부는 “당시 서한에도 경찰의 잘못은 청장의 잘못이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있었을 뿐 사기가 떨어진 경찰관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시장은 20∼40대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박 시장은 20대 10명 중 7명(69.3%)의 지지를 받았다. 30대에선 75.8%, 40대에선 66.8%라는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민주당 등 야권의 지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박 시장을 당선시킨 동력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20∼40대의 냉정한 심판이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찍은 50, 60대 중 상당수도 대안 부재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동아일보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을 탄핵한 20∼40대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봤다. 》○ 20대 “취업난 - 등록금 고통 하소연 외면한 기성 정치권에 환멸”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잠 못 이루던 20대들은 그동안 억눌린 분노를 이번 보궐선거에서 표출했다. 기성세대에게 ‘정치의식이 없다’고 손가락질 받던 새내기 직장인은 출근길 짬을 내 투표장에 들렀고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던 대학생은 줄을 서서 투표했다.27일 만난 20대 유권자들은 ‘소통이 가능할 것 같은 인물을 뽑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순 후보가 기존 정치권 출신 인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방송인 김제동 씨 등 그동안 젊은 세대의 고민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인물들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는 설명이다. 취업준비생인 김지영 씨(27·여)는 “그동안 수많은 대학생이 등록금 부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 왔지만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뛰어나갈 때까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역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출신 후보가 출마했더라면 선거 결과는 지금과 또 달라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무원 이모 씨(27)는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면 무조건 좌파라고 규정하는 기성세대의 좌우 프레임이 지긋지긋했다”며 “현실에서 우러나오는 젊은이들의 하소연에 공감해줄 리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기성 정치권은 젊은 세대의 주요 소통 도구인 트위터 활용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렸다. 박 후보 측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기존 언론보다는 트위터를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과 수시로 소통했다. 직장인 연승 씨(28)는 “20대는 그동안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들의 뜻을 전달해왔지만 기존 정치권은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 씨(28)는 “140자로 압축해 전달하는 트위터 메시지를 기존 정치인들은 그저 어린애들 말장난 정도로만 받아들인 게 패인”이라며 “변화하는 시대상을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 능력이 됐다”고 말했다.다만, 20대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한 SNS의 부작용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지’만 남고 정작 ‘정책’은 실종된 선거였다는 것이다. 신아영 씨(22·여·고려대 3년)는 “SNS상에선 박 후보를 지지하면 ‘착한 사람’이고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면 ‘보수 꼴통’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며 “SNS만큼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인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 후보를 지지했던 취업준비생 김미희 씨(24·여)는 “나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긍정적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박 후보는 모든 걸 다 바꾸겠다고 했다”며 “이런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토론이 이번 선거에선 없었다”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늘 한쪽 구석 갑갑한 마음… 세상 변화됐으면” ▼“20대는 변화와 소통을 원했습니다.”고려대 2학년 고대신문 학생기자 장용민 씨(21·사진)는 “나와 친구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하며 변화와 소통의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주변에서 권하는 안정된 직업도 갖고 싶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창업도 하고 싶은 꿈 많은 대학생이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한다. 장 씨는 “친구들도 미래를 놓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시원한 해결책이 없어 늘 한쪽 구석에 갑갑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낮은 취업률, 비싼 등록금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는 것이다. 장 씨는 “세상을 바꾸고 우리와 소통할 서울시장을 원했다”고 말했다.20대는 정치인이 자신들만 챙겨주길 바라는 ‘응석받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 씨는 “20대가 기존 정당이 우리를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등을 돌린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기존 정치권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시장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장 씨는 “박원순 시장을 순수하게 지지했다기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싫증이 표로 나타났다”며 “박 시장이 선거운동 때 학교에 찾아와 우리 목소리를 들으며 받아 적은 수첩을 버리지 말고 꼭 소통에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30대 “삶은 팍팍하고 미래는 불안… 뾰족한 탈출구 안보여 분노”30대 유권자들이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반칙과 특권에 대한 혐오였다. 이들은 통상 1990년대 초중반 대학에 입학해 1997년 ‘IMF 사태’라 일컬어지는 외환위기로 척박해진 취업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렵게 사회에 자리를 잡은 첫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힘겹게 이룬 결실을 부당한 방법으로 손쉽게 취한 사람에 대한 분노가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이런 정서를 전문가들은 ‘IMF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라고 칭한다. 그로 인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간 ‘취업재수’를 한 뒤 1998년 광고기획사에 입사한 14년차 직장인 이정환 씨(38)는 “나는 직장에서 아등바등하다 이제야 아이 둘 낳고 안정을 찾았는데 정치인들은 온갖 편법으로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어 반드시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태로 전세금으로 쓸 5000만 원이 꼼짝없이 묶이게 됐다. 12월 이사를 앞두고 가지급금 2000만 원은 받았지만 나머지 3000만 원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 이 씨는 “저축은행 사태도 비리를 묵인해준 정부의 부실관리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기득권층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자동차 영업사원인 이용석 씨(35)는 “매일같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데 이러다가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나경원 후보가 똑똑한 건 알겠지만 정작 서민을 위해선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느냐”고 반문했다.30대 직장인들에게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매력적인 롤모델로 인식되고 있었다. 안 교수 때문에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는 은행원 강현미 씨(33)는 “안 교수는 의사라는 안정적 지위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 성공했다”며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안 교수는 정신적 탈출구”라고 말했다.박 시장에 대해 “무늬만 서민을 표방한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30대도 적지 않았다. 중학교 교사인 신재웅 씨(36)는 “250만 원짜리 월세에 살고 백두대간 종단을 한다면서 대기업 ‘스폰’을 받고도 자신을 소박하고 깨끗한 사람처럼 홍보해 황당했다”며 “개혁성은 떨어져도 안정적인 나 후보가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사회복지사 김현민 씨(33)도 “박 시장이 선거 막판에 안 교수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보고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고 느껴 장애인 딸을 가진 나 후보를 찍었다”며 “박 시장은 본인이 표방했던 깨끗한 시정을 펼쳐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 “특권의식 버리고 헌신해야 2030 마음을 얻을 것”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현중 씨(31·사진)는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다. 박 시장에 대한 호감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나라당을 특권계층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용지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결정적으로 여당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한다. 김 씨는 “수십억 원을 들여 땅을 매입한 과정이 불투명하고 아들 명의로 매입해 증여를 하려 한 의혹까지 있다”며 “결국 여당은 특권층이고 나경원 후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그는 학비용 대출금 1500만 원을 갚기 위해 대학 시절 레스토랑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나 막노동을 했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고 했다. 2004년 연 2%대였던 학자금 대출금리는 졸업 무렵에는 7%대까지 뛰었다. 김 씨는 “다행히 군 복무 뒤 곧바로 취직했지만 요즘 또 구조조정 얘기가 돌아 마음이 불안하다”며 “내 처지에는 평생직장도 없는데 특권층으로 비치는 행태를 보면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박 시장은 특권의식을 버리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를 얻었다고 본다”며 “정치인들은 앞으로도 20, 30대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겸허하고 진지한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40대 “학부모가 무상급식 막겠나”… “겉보기보다 실질 혜택”40대는 선거 때마다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세대다. 과거 민주화의 아이콘인 ‘386세대’로 상징되던 40대는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키며 절정을 맞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는 40대가 ‘생활 정치’를 중요시한 결과다. ‘민주화’ ‘진보’ 등의 가치를 강조하던 40대의 관심사가 ‘실용’으로 옮겨간 것이다. 보수화한 40대는 2007년 대선에서 실용주의를 내세운 현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그랬던 40대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다시 변화를 택했다. 보수화하던 40대가 전세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불안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박양순 씨(44·여·세탁소 운영)는 지금까지 모든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 왔지만 이번에 박 시장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후보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며 “초등학생 아들이 무상급식을 받고 있어 참 좋은데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는 서민생활을 이해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나 후보를 지지한 40대도 기존 정치권에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뜻은 비슷했다. 박모 씨(40·증권회사 직원)는 “정책이나 시정 능력에서 나 후보가 낫다고 판단했다”라면서도 “똑똑한 사람보다는 서민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한나라당과 나 후보는 서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던 40대들도 이번에는 변화를 갈망하며 적극적인 투표에 나섰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40대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박모 씨(48·대기업 간부)는 “기존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박 시장과 안 교수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특히 안 교수에게는 올바른 삶을 살아왔다는 믿음이 있었고 나같이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선거에 참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생활 정치’를 갈망하는 40대는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정책을 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강력히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사업과 디자인 서울 정책 등이 40대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 후보 역시 오 전 시장과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40대는 이런 나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한세종 씨(41·자영업)는 “이명박 정부와 오 전 시장은 중산층의 붕괴와 복지문제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아이디어가 많은 박 시장이 이런 일들을 해주길 기대했다”고 말했다.40대가 박 시장을 완전히 지지한 것은 아니다. 최모 씨(49·건축업)는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박 시장의 공약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적지 않았다”며 “기득권 세력을 물리치고 당선된 박 시장이 다른 정치인처럼 표만 쫓는다면 민심은 금방 이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민주화의 주역인 40대는 머리는 진보적이지만 삶 자체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선거는 경제적 안정을 기대했던 현 정권의 4년에 대한 ‘응징 투표’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분위기가 컸다”고 분석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아이 사교육비 허리 휘는데… 헐뜯기 정치 실망” ▼“수박 겉핥기식 사업들은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는 안경주 씨(44·여·정수기 관리업·사진)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반문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들이 서민들에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세빛둥둥섬’을 만드는 게 우리 삶이 나아지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민이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박 시장을 찍은 이유를 설명했다.요즘 안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 사교육비다. 매달 100여만 원을 들여 자녀 2명을 4년간 꾸준히 학원에 보냈던 안 씨는 최근 학원을 보내지 못한다. 그는 “학교에서도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라고 부추긴다”며 “보여주기 사업에만 치중하고 공교육 붕괴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에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헐뜯기 정치’도 안 씨가 기존 정치권에 등을 돌린 이유다. 그는 “이번 선거처럼 네거티브 선거는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한다. 민심은 그런 작전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각자의 정책을 정확히 전달하고 정확히 검증받는 선거가 돼야 민심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인기 인터넷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는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측이 24일 정봉주 전 의원 등 나꼼수 방송 출연자들에 대해 ‘나 후보가 연회비 1억 원짜리 피부관리실을 다닌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수사를 의뢰해왔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민주당 이용섭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에 대해서도 각종 브리핑 자리에서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방송 당일 즉시 내사에 착수했으나 ‘선거중립성 차원에서 긴급한 사안만 즉시 수사한다’는 원칙에 따라 27일부터 공식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서울시장 선거 투표일인 26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날 “선관위와 박 후보 측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돼 양측 사무실에 수사관 2명씩을 보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선관위 사이트는 오전 6시 15분부터 8시 32분까지 2시간 17분 동안 접속이 제한됐다. 박 후보의 홈페이지인 ‘원순닷컴(www.wonsoon.com)’은 이날 오전 1시 47분부터 12분 동안, 오전 5시 5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불통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디도스 공격에 활용된 좀비 PC의 아이피 주소를 확보했다”며 “해당 좀비 PC에 어떤 악성 코드를 심었는지 또 어떤 작업을 하려고 했는지 등을 분석해 공격 근원지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격 당시 디도스 방어 장비로 조치를 취했지만 공격을 막을 수 없어 KT가 제공하는 사이버 대피소로 홈페이지를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디도스 공격으로 선관위 홈페이지가 한때 불통돼 투표소의 위치를 검색하거나 투표율을 조회하려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박 후보 측은 “공격 사실을 확인한 뒤 홈페이지 접근을 차단하고 다른 서버로 홈페이지를 옮겼는데도 공격이 계속돼 사이버 대피소로 홈페이지를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조폭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그가 왜 조폭 관리에 강하게 집착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청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조폭에 대해서만큼은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 조폭은 총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폭이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까지 경범죄로 처벌하겠다고 한 것은 그의 ‘조폭 거부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다.이 같은 강성 발언의 배경에는 그가 2008년 부산경찰청장 재직 당시 조폭 범죄에 엄중하게 대응해 효과적으로 폭력조직을 관리했던 학습효과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청장은 2008년 3월 부산경찰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시민을 불안하게 하는 조폭은 ‘무관용(無寬容)’으로 맞서겠다”며 조폭에 대한 발본색원 의지를 밝혔다. 이후 부산경찰청은 두목급 조폭의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조폭이 모이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뒀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조 청장은 조폭 문제만큼은 ‘히스테리’에 가까울 만큼 원칙 대응을 강조했다”고 전했다.다만 조 청장이 최근 불거진 경찰관의 장례식장 비리와 인천 조폭 난투극 연루자들을 중징계하자 일선 경찰관들은 조 청장의 ‘무관용 리더십’에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종 책임자인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부하 간부들만 징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지역 경찰서의 한 경정급 간부는 “조 청장이 인천 조폭 사건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하는데 그럼 부하 직원들은 뭐가 되느냐”며 “잘못이 있더라도 먼저 책임을 인정하고 조직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총기 사용에 있어서도 일선 경찰관들은 “총을 쏘면 감찰조사를 받게 되고 옷 벗을 각오도 해야 되는데 경찰청장이 쏘라고 해서 맘 놓고 총을 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조 청장이 레임덕을 우려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청장에 대한 총선 출마설, 청와대 경호처장 내정설 등이 퍼져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자 인사권을 동원해 군기를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21일 발생한 인천 조직폭력배 사이의 회칼 칼부림은 경찰관이 한 폭력조직의 조직원을 붙들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폭력조직의 조직원이 쫓아와 저지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조폭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 경찰도 문제지만 조직폭력배가 공권력을 얼마나 무시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조직폭력배에게는 경찰관이 곧바로 총기를 사용해 제압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폭력조직 싸움에 경찰은 방관자?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25일 “장례식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크라운파 조직원 L 씨가 신간석파 조직원 K 씨를 피해 경찰차 앞으로 왔다가 경찰관에게 붙들린 상황에서 K 씨의 흉기에 찔렸으며 당시 경찰관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경찰청의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한 당시 상황에 따르면 K 씨와 말다툼을 벌였던 L 씨는 21일 오후 11시 30분경 장례식장 앞에서 K 씨와 그의 후배 조직원 1명이 신문지로 돌돌 만 것을 들고 다가오자 회칼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몸을 피하기 위해 장례식장 앞에 세워진 경찰차를 향해 달렸다. 대기 하던 형사들은 조직원들이 쫓고 쫓기는 장면을 몸싸움이 시작될 조짐으로 보고 경찰차 앞으로 온 L 씨를 붙잡았다. 바로 그때 뒤따라오던 K 씨가 흉기를 꺼내 L 씨의 어깨와 허벅지를 찔렀다. 당시 형사 3명이 피해자를 양옆에서 붙들고 있었고 경찰차 안에도 형사 2명이 있었다. 경찰은 이후 전자충격기를 꺼내 K 씨를 제압했지만 K 씨와 함께 흉기를 들고 뒤에 서 있던 조직원은 놓쳤다. 경찰 관계자는 “L 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뛰어온 것으로 보이는데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경찰관들이 일단 피해자를 붙잡은 것 같다”며 “뒤에서 쫓아오던 K 씨의 칼이 신문지에 돌돌 말려 있는 데다 주변이 어두워 가해자가 칼을 소지한 사실을 식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조직폭력배들이 이처럼 경찰의 공권력을 만만하게 보고 경찰 앞에서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한 것은 그동안 경찰이 조직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경찰청 감찰 결과 유혈 난투극이 벌어진 장례식장에 추가 경찰력이 투입된 시점은 칼부림이 난 지 50여 분이나 지난 뒤였다. 시민의 신고를 접수한 뒤 2시간 반이 지났을 때였다.중상을 입은 L 씨가 속한 크라운파 조직원들은 K 씨가 경찰에 잡힌 뒤에도 현장에 남아 경찰관들을 향해 “(K 씨를) 우리한테 넘겨라.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며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기동타격대 등 경찰관 200여 명은 양측 조직원 100여 명을 향해 해산 경고방송만 했을 뿐 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조현오 경찰청장 “조폭에게 총기 사용하라”조현오 경찰청장은 2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조폭에 주눅이 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과감한 공권력 집행을 위해 조폭은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조 청장은 “경찰이 사격훈련을 뭐 때문에 받나. 조폭이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할 때만큼은 총기를 쓰게 하겠다”고 강조했다.이날 경찰은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최근 ‘기업형’으로 진화한 조폭들이 합법을 가장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지 등을 파헤쳐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공공장소에서 단체로 90도 경례를 하는 등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소한 행위도 경범죄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21일 발생한 인천 조직폭력배들의 유혈 난투극 당시 경찰의 초동대응과 상황보고가 미숙했던 데에는 있으나 마나 한 경찰의 ‘조폭 대응 매뉴얼’이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조직폭력배 130여 명이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 운집해 서로 위협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황에서도 공포탄조차 쏘지 않았다. 매뉴얼에 집단폭력 시 총기 사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없기 때문이었다. 칼부림이 나 조직원 1명이 중상을 입을 때까지 경찰이 한 조치는 순찰차 안에서 한 경고방송이 전부였다.○ 총기 사용은 현장 지휘관이 알아서?경찰의 조폭 대응 매뉴얼인 ‘집단폭력 사건 신고 시 조치요령’을 보면 ‘평소에 조직원들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집단폭력 사태가 있을 경우 신속히 보고해 추가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원론적 내용에 그치고 있다. 언제 단순 집단폭행이 아닌 조폭 사건으로 간주하는지, 공포탄이나 가스총 등 총기는 어느 경우에 사용하는지 등 현장에서 긴급히 판단해야 할 핵심 요소에 대해선 아무 규정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 사건 현장에서 언제 어느 정도 규모의 추가 병력을 요청하고, 총기를 언제 사용할지는 현장 지휘관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마땅한 기준도 없는데 괜히 총을 사용했다간 과잉대응으로 징계를 받을까 봐 총 쏠 생각은 아예 못 한다”고 말했다. 총을 쏜 경찰관은 총기 사용이 적합했는지 감찰 조사를 받도록 돼 있어 경찰관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실제로 이번 인천 조폭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총기를 전혀 휴대하지 않았고 흉기를 휘두른 신간석파 조직원 K 씨를 검거할 때도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이번 난투극에 투입된 경찰관들은 이 같은 ‘부실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매뉴얼에는 ‘집단폭력 사건은 발생 초기 경력을 집중 투입해 현장에서 전원 검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단폭력 사건은 관련자들이 많으므로 관할 서장에게 상황을 즉각 보고해 가용 경력을 총출동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사건 현장에 기동타격대가 투입된 것은 사건 발생 3시간 20분이 지난 후였다. 관할 경찰서장은 칼부림이 난 지 1시간 10분 뒤에야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당시 현장에는 양측 조직원 100여 명이 남아 있었고 200여 명의 경찰이 현장에 대기 중이었지만 경찰은 조직원들을 검거하지 않고 해산 명령만 내렸다. ○ 조폭, 합법 가장한 사업으로 세력 확장인천 사건 이후 경찰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이 일자 경찰은 조직폭력배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근 조폭들이 건설업이나 부동산 임대업 등 합법적인 사업을 벌이면서도 은밀하게 폭력과 협박을 일삼으며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대형 호텔이나 카지노 등을 직접 운영해 돈을 버는 미국 갱단이나 일본 야쿠자 조직과 달리 국내 조폭들은 고정 수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흥업소 운영이나 사채놀이, 용역 등 돈이 되는 분야라면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이른바 ‘꼬맹이’(조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조폭을 부르는 경찰 은어)의 경우 목숨을 걸고 일하고도 양복 한 벌 값, 또는 한 차례 회식 기회만이 대가로 주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꼬맹이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일반 시민에게 큰 위협이 된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서울지역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경감은 “꼬맹이들이 자구책 마련 차원에서 동네에 불법 게임장을 차리거나 사채업체와 손잡고 채무자를 협박해 돈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차량 보험사기에도 많이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 조폭’이 늘어나는 것도 경찰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신흥 조폭이란 전년도 말까지 미처 파악하지 못해 관리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범죄를 수사하면서 그해 파악한 폭력조직을 말한다. 결국 이들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들 신흥 조폭은 주로 관리 대상 조폭 아래 기생하며 세력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검거된 조폭 중 신흥 조폭 출신은 2017명으로 관리 대상 조폭 1864명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신흥 조폭을 더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흥 폭력조직들은 은밀하게 세를 확장하기 때문에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이번 인천의 조직폭력 사건에 연루된 신간석파와 크라운파도 인천지역 관리 조폭인 꼴망파 아래 있던 신흥 조직이라 상대적으로 경찰 감시망 밖에 있었다”고 말했다.인천청장 징계… 총경급 4명 경질한편 경찰은 최근 불거진 장례식장 유착비리와 인천 조폭 칼부림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총경급 간부 4명을 25일 전격 경질했다. 경찰청은 이날 뒷돈을 받고 장례식장에 시신을 인도한 유착비리 사건에 소속 경찰관들이 연루된 영등포경찰서와 구로경찰서의 이주민, 이봉행 서장을 각각 지휘, 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기발령했다고 밝혔다. 올 초 장례식장 유착비리 사건의 제보를 받고 감찰을 했지만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내사 종결한 서울경찰청 유현철 청문감사관도 교체됐다. 또 경찰은 21일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조직폭력배들의 유혈 난투극 사건과 관련해 지휘 감독 및 축소 보고 등의 책임을 물어 신두호 인천지방경찰청장에 대해 견책이나 감봉 등 경징계를 내리고 정해룡 차장도 경고 조치했다. 본청 이상원 수사국장과 정지효 형사과장도 경고를 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관할한 안영수 인천 남동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형사과장과 강력팀장, 상황실장, 관할 지구대 순찰팀장을 중징계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인천 조직폭력배들의 유혈 난투극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책임을 물어 인천지방경찰청장과 본청 수사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을 지시했다. 경찰청에 사건 발생 후 3시간 20여 분이 지나서야 ‘폭력조직 간 단순 충돌’로 축소보고됐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현장 경찰관들의 미숙한 초동 조치뿐만 아니라 상급 기관에 축소·허위보고가 올라와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격노했다.조 청장은 24일 기자들에게 “인천 조폭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충돌로 보고받았는데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칼부림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며 “경찰이 적당히 덮고 감춘 것으로 보여 보고 체계 전반을 샅샅이 감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 조폭에게 위축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자기 할 일을 소극적으로 한 사람은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21일 벌어진 인천 조폭 사건은 초동 대응의 안일함과 보고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신간석파와 크라운파 조직원 수십 명은 흉기 난동 2시간 전인 오후 10시부터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서로의 세를 과시하며 공포 분위기로 몰아갔다. 신고를 받고 순찰차 2대가 출동했지만 관할 지구대 순찰팀장이 “조폭들끼리 싸우는 것 같으면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라”고 지휘해 얼마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다 20여 분 뒤 “깡패들이 싸운다”는 신고가 다시 들어와 형사 5명이 현장에 갔을 땐 이미 양쪽 조직원 100여 명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오후 11시 50분경 신간석파 K 씨(34)가 크라운파 L 씨(34)를 흉기로 찔렀다. 추가 경찰력 200여 명은 그 후 50여 분 뒤에야 투입됐다.경찰은 L 씨의 어깨 등을 흉기로 두세 차례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K 씨를 구속하고 폭행에 가담한 양측 조직원 23명을 24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국 지방청에 조폭 전담수사팀을 만들어 올해 말까지 집중단속하기로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금요일이었던 21일 오후 11시 50분 공무원 10명이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최근 미군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현장 시찰을 나온 ‘미군범죄 관련 태스크포스(TF)팀’ 공무원들이었다. 외교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 합동 대책반의 첫 현장 점검이었다. 팀장인 외교통상부 안영집 심의관은 “미군들의 행태가 어떤지, 현장의 애로사항이 뭔지 직접 보러 왔다”고 했다. 팀원들은 피로해소 음료 1병씩을 앞에 두고 김재권 이태원 지구대장과 30분간 면담을 했다. 그러고는 0시 20분부터 시찰에 나섰다. ‘현장의 속살을 보겠다’던 이들 공무원은 정장 또는 형광색 조끼를 입고 이태원역 주변 골목을 순찰했다. 미군 장병 등 외국인들은 이들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한 클럽 앞에서는 입구가 붐비면서 외국인과 내국인이 서로 밀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걸었다. 미군이 즐겨 찾는 클럽이 밀집해 있어 폭행이나 성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사창가 골목’이나 ‘동성애자 골목’도 이들은 가지 않았다. 7월 26일 미군 군무원 3명이 한국인 2명을 폭행한 골목, 5월 30일 만취한 미군이 경찰관을 폭행한 술집 역시 이들의 동선엔 포함되지 않았다. 시찰단 일행이 다시 지구대로 돌아온 시간은 0시 44분. 24분간의 시찰이었다. 지구대장 면담 때 안 팀장은 “미군 통행금지로 매출이 줄어 상인들도 애환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유흥업소나 상점은 아무 곳도 들어가지 않았다. 시찰단은 지구대 근무자를 제외하고는 주민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안 팀장이 미군 헌병을 만나 “순찰을 자주 오느냐”고 물은 게 전부다. 안 팀장은 기자에게 “주말 밤이라 즐기려는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민폐를 끼칠 수는 없지 않느냐. 지구대에서 짜준 동선대로 돌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찰이라면 미군 범죄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전시행정’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30분간의 지구대장 면담은 전화로 들어도 될 얘기였고, 현장 순시 역시 ‘거리 구경’에 그쳤다. 그런데도 시찰단은 23일 “이번 순찰을 통해 미군 사건현장을 직접 체험했으며 이를 토대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자화자찬’식 보도자료를 냈다. 김 지구대장은 “미군들이 한국 경찰은 우습게보고 미군 헌병에게는 겁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 정부의 시찰을 지켜본 미군 장병과 헌병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이 한국을 만만하게 보는 건 미군 범죄에 관대한 ‘SOFA’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
검경이 수사권 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장례식장 유착 비리 등 최근 경찰관들의 비리가 불거져 경찰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사건이 계속되면 수사 주체로 인정해 달라는 경찰 측 주장이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장례식장 유착 비리는 경찰이 올해 초 내사에 착수했다 사실 확인을 못한 채 종결했다가 검찰 조사를 통해 실체가 밝혀져 경찰이 더 긴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검찰에 요구하는 상황이라서 상당히 뼈아픈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이 명실상부한 수사의 한 주체가 된 만큼 내부 비리 척결에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21일 이 사건이 알려져 경찰은 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비리척결 합동조사단을 발족하는 등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22일 주요 간부 60여 명을 소집해 경찰 내 유착 비리를 척결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최근 제기된 장례식장 비리에 대해 본청 감찰요원을 총동원해 검찰 수사와 별도로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감찰·수사·교통 등 전 부서 직원들이 참여하는 내부 비리 합동조사반을 꾸려 조직 전반에 남아 있는 부패와 부조리 관행을 색출하기로 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민수 형이 제 팔을 뿌리치더니 아이들 비명소리가 나는 쪽으로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물이 턱밑까지 올라오고 물살이 워낙 세서 돌아오라고 그렇게 외쳤는데….”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7월 27일 조민수 수경의 부사수 여동규 일경(20·경기지방경찰청 기동11중대)은 사건 당일 목까지 물이 차오른 도로를 걸으며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조 수경과 팔을 끼고 걷고 있었다. 이들은 호우에 피해를 당한 주민을 돕기 위해 순찰 중이었다. 급류에 어린이가 휩쓸려가자 조 수경은 “야, 꼬맹이다. 꼬맹이”라며 여 일경의 팔을 뿌리치고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여 일경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날’ 행사에 특별 초청됐다. 급류에 휩쓸린 시민들을 구조한 공로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여 일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지만 그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민수 형인데….” 경기 동두천시 신천변으로 구조작전을 나가던 그날, 조 수경은 제대를 한 달 앞둔 말년 의경이었다. 입대 100일쯤 된 여 일경은 그의 자리를 메울 부사수였다. 유달리 부사수를 아꼈던 조 수경은 주말 외출을 나갈 때마다 여 일경과 함께 당구장이나 노래방을 찾았다. “저를 편하게 느꼈는지 민수 형은 가족 얘기를 많이 했어요. ‘사춘기 때 부모님 속을 많이 썩여 죄송하다’ ‘아버지와 서먹서먹한데 어떻게 하면 친해질까’ 하는 말을 자주 했어요.” 경기도 일대에 폭우가 내린 사고 당일 조 수경은 출동 직전에도 수원에 사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그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등 뒤에서 껴안고 있는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저장해놓은 아들이었다. 어머니 승남희 씨(47)는 아들의 장례식 때 여 일경을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날 여 일경은 조 수경이 남긴 메모와 노트 등 유품을 챙겨왔고 생전에 조 수경이 했던 얘기를 전했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많이 울어 늘 미안하다” “아버지랑 술 한잔만 더 하면 서로 장난도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승 씨에겐 아들의 유언이었다. 승 씨는 “내 아들이 옆에 있는 것 같다”며 여 일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 일경은 9일 조 수경의 추모비 제막식 때 그를 기리는 헌시를 낭독했다. ‘차갑고 어두운 물속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물살에 휘감긴 귓가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른거렸겠지요.’ 여 일경은 “민수 형에게 영원한 부사수가 되기로 약속했으니 형이 못다 한 효도를 대신하고 싶다”며 “민수 형 부모님께 종종 연락도 드리고 찾아가고 싶은데 괜히 저 때문에 상처가 되살아날까 봐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시위대가 도로 곳곳을 행진하면서 폴리스라인을 침범할 경우 경찰이 사전 경고 없이 물대포를 사용해 진압하기로 했다. 도로 점거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도로 점거 등 불법행위 대응 법 집행력 강화 방안’을 전국 지방경찰청에 내려보내 시행토록 했다. 이 방안은 우선 시위대가 장시간 도로 점거를 지속하면서 교통을 마비시키고 폴리스라인까지 침범하면 바로 물대포를 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에 3차례 구두 경고를 해왔다. 그러나 시위대가 다른 곳으로 옮겨 또 도로를 점거하면서 도로 점거 상태가 길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경찰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할 경우 정상적인 해산절차를 진행하되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할 방침이다. 또 시위대가 다른 곳을 점거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면 앞서 했던 경고조치를 반복하지 않고 바로 물대포를 동원해 해산시키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가 도심 곳곳을 휘젓고 다니며 시민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통행량이 많은 서울 종로와 을지로 등에 폴리스라인을 집중 설치해 시위로 인한 정체구간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불법폭력시위 32건 중 도로 점거가 65%인 21건에 이른다. 경찰이 이달 초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79%가 “도로 점거에 따른 교통 체증으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방식은 불법 정도에 따라 △분사형 △곡사형 △직사형으로 나뉜다. 분사형은 공중에 물을 흩뿌리는 방식. 그렇게 물대포를 쏴도 도로점거가 계속되면 공중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 포물선을 그리며 시위대를 타격하는 곡사형으로 바뀐다. 불법 정도가 극에 달할 경우 경찰은 최후 수단으로 직사형을 쓴다. 시위대를 향해 정면으로 물대포를 쏘는 것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협상도 하고 화해도 할 것 아닙니까. 개인적 호기심에서 북한 사상을 공부한 것뿐인데 왜 간첩 취급하는 겁니까.”자신의 홈페이지에 북한 찬양 게시물 60여 건을 올리는 등 종북(從北) 활동을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기장 김모 씨(44)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경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한 18일 대한항공으로부터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김 씨는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쌍방과실이듯 남한 체제도 나름의 모순이 있고 공산주의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 않느냐”며 “김정일 위원장 생일 행사 때 전 인민이 동원되는 모습 등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지만 그들의 문화와 사상을 이해해야 통일 후를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북한의 이념이나 대외 활동을 보고 감정적으로 ‘멋있다’ ‘박력 있다’ 이렇게 느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북한 관련 사이트에서 좋은 내용이 담긴 글을 보면 취미 삼아 긁어와 올린 것일 뿐 누구를 선동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자유에너지개발자그룹’(www.sicntoy.com) 방문자가 하루 평균 10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 사이트로 위장해 종북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10년 전 이 사이트를 만든 건 에너지가 끊임없이 나오는 무한동력이나 대체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방문자도 적고 조종사일로 바쁘기도 해서 (사이트 운영에) 신경을 못 썼고 최근 몇 달간은 게시물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김 씨가 이 사이트에 올린 게시물에는 ‘두 개의 전쟁전략’이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노작’ 등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적표현물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수사당국도 구하기 힘든 북한원전을 600여 건이나 볼 수 있게 해놓은 점 때문에 경찰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은 체제위협 행위로 보고 있다.하지만 김 씨는 “다른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퍼온 것이고, 북한의 이념이나 사상과 관련이 없는 게시물도 많았다”며 “‘조선의 딸들’처럼 순결하고 전통적인 여성상을 표현한 시 등 문학적인 차원에서 관심이 있어 올린 글도 있다”고 말했다.김 씨는 특히 해당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친북 관련 문건과 동영상에 대해 “유튜브나 진보성향 매체 등 인터넷에 널려 있어 초등학생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그는 경찰이 월북 가능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북한에 가고 싶으면 통일부에 정식으로 신청해서 가지, 1억 원이 넘는 연봉, 사랑하는 가족들을 버려두고 왜 그런 비정상적인 방법을 쓰겠느냐”고 반박했다.경찰에 따르면 당국이 18일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김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당황했다고 한다. 김 씨는 “평생 배운 거라곤 비행기 운전뿐인데 회사에서 해고당하면 저한테 의지해 사는 부모님과 초등학생인 두 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김 씨는 “우리나라는 생각의 자유를 인정하는 민주주의국가라고 믿는다”며 “내가 정말 북한추종자인지 아닌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초등학교 동창 등 지인에게 e메일로 북한 관련 자료를 보내면서 “이걸 보관하고 있으면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으니 읽고나서 삭제하라”고 권유하는 등 친북활동을 감추려 한 정황까지 확인돼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경찰관계자는 “단순히 친북 게시물 몇 건 올렸다고 섣불리 수사에 나섰다간 도리어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는 역풍이 불기 때문에 신중하게 수사에 임하고 있다”며 “김 씨의 경우 장기간 지속적으로 친북 게시물을 올리고 관련 자료를 주변에 전파한 혐의가 드러나 취미로 북한 공부를 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