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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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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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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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문제적 가족’ 심슨네,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나다

    “호머 심슨에게는 윤리적으로 존경할 만한 구석이 있다?” 미국의 한적한 소도시 스프링필드에 살고 있는 호머 심슨. 미국 시트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주인공인 그는 맥주를 좋아하고 소파에 누워 TV 시청을 즐기는 전형적인 중년의 가장이다.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원으로 일하는 그는 속물 근성과 습관적인 거짓말, 저속한 익살을 즐긴다. ‘심슨 가족’의 캐릭터를 통해 위대한 철학자들의 핵심사상을 엮어낸 철학자 20명의 글을 모았다. 첫 번째 주제는 ‘호머 심슨은 악인(惡人)인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 나오는 인간의 네 가지 성품 유형을 논리적 범주를 통해 고찰한다. “호머는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뀌거나 엉덩이를 긁거나 정신을 잃을 정도로 먹고 마시는 등 우리 상당수가 피하는 행동을 공공장소에서 서슴없이 한다. 이게 전부라면 호머는 그저 천박한 인간에 불과할 것이다. 요는 호머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사랑하고 즐기며, 남들의 시선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러한 자질 때문에 호머는 자신의 욕망과 욕구에 노골적으로 솔직해진다. 그는 거침없는 유형의 인간이다.” 저자는 “호머는 미덕의 본보기도 아니지만, 악의적인 사람도 확실히 아니다. 우리가 그에게 보일 수 있는 가장 가혹한 반응은 연민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사랑을 유지하는 그는 탁월하진 않지만 존경스러운 면을 갖도록 만들어준다”고 평가한다. 호머의 큰아들 바트는 온갖 말썽을 부리는 악동이고, 딸 리사는 스프링필드에서 손꼽히는 영재로 IQ는 156이며 멘사 회원이다. 심슨가의 구성원을 통해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계속 던진다. “니체는 철학계의 악동이고, 바트는 스프링필드의 악동이다. 바트는 전통과 도덕에 반기를 든 니체적 영웅 같은 인물일까? 슬프게도, 바트는 우리 시대에 만연한 데카당스와 허무주의 퇴보의 본보기일지도 모른다!” 똑똑한 딸 리사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며 스프링필드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던져준다. 그러나 잘난 척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저자는 리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지식인에 대한 존경심과 적개심이 필요에 따라 채택되는 반지성주의 사회에서 지식이 무용화되고, 전문가 집단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이외에도 성정치학, 마르크스주의와 자본주의, 하이데거, 롤랑바르트와 기호학적인 관점에서 심슨 가족과 이웃들의 세계를 살펴본다. 1989년부터 30년째 방송되는 미국 최장수 시트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는 수많은 대중문화에 대한 패러디가 등장한다. 종교나 인종 갈등, 소득 격차, 전쟁, 페미니즘 등 ‘최고의 현대 풍자극’으로서 심슨 가족을 다룬 수많은 학술서적도 쏟아졌다. 이 책의 편집을 주도한 펜실베이니아 킹스칼리지 철학교수 윌리엄 어윈은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헝거게임을 비롯해 슈퍼 히어로를 소재로 한 ‘대중문화와 철학’ 시리즈 발간을 이끌어 온 인물. 그는 “과학이 대중화돼야 하듯이 철학도 대중화돼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방탄소년단(BTS)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상징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유행이다. 미국 스프링필드에 호머 심슨이 있다면, 한국에는 서울 쌍문동에 사는 고길동(‘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꼰대 아버지)이 있다. 연민이란 감정을 자아내는 두 중년 아저씨를 비교한 책이 나오면 반가울 것 같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 20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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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건·원빈 화보 찍어 유명해진 사진작가, 반려견 패션화보 찍는 사연은…

    화가 지망생에서 성악가로, 포토그래퍼에서 동물보호 운동가로…. 패션 사진작가 김태은(46)이 살아온 인생은 한 마디로 단정 짓기 어렵다. 언제나 고독했지만 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는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 마음 속 심장의 두근거림에 충실한 삶을 찾아왔다. 지난 주 경기 양평군 서종면에 있는 한 전원주택. 벨을 누르자 흰털이 부슬부슬한 거대한 개와 알록달록한 점박이 무늬가 달린 날렵한 사냥개, 갈색의 다리 짧은 개 등이 한꺼번에 짖으며 문 앞으로 달려와 꼬리를 흔들었다. 7마리의 크고 작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김 작가의 집을 방문한 첫 느낌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5분도 안돼 곧 덩치 큰 녀석들의 사랑스러운 애교에 푹 빠져버렸다. “10년 전쯤이었어요. 촬영 팀에서 소품용으로 강아지를 한 마리 샀어요. 그런데 촬영 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강아지를 안 챙기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제가 박스에 담겨진 강아지를 데려왔지요. 그 때부터 꼬였어요, 제 인생이. 한 손으로 안고 왔던 조그만 강아지가 글쎄 50㎏이 넘게 커버렸지요. 얘가 ‘구름이’라는 친구예요.” 김 작가는 요즘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반려견이 패션화보 주인공처럼 멋지게 차려 입힌 사진을 찍는다. 마치 클래식한 미술작품의 인물 초상화처럼 촬영한 견공들은 사실은 모두 유기견 출신이다. 울산의 한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200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한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직접 입양한 아이들이다. “지금은 이렇게 고급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사실 이 아이들이 제게 처음 왔을 때는 볼품이 없었지요. 다들 공포에 질려 있었고, 눈빛에 불안이 가득했어요. 살도 삐쩍 마르고…. 내 사진에서 만큼은 최대한 예쁘고, 아름답게 꾸며주고 싶었지요. 사진을 화인아트 종이에 인쇄한 뒤에 제가 직접 수채화로 꽃을 채색한 뒤에 스캐닝해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스가든에서 반려견 패션화보 작품을 전시했다. 아름다운 유화처럼 찍힌 유기견의 사진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미술과 음악에서 패션사진으로 김 작가는 초등학생 시절 화실에 다녔다. 그러나 미술에서는 특별한 흥미도 재능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선화예중 시험도 떨어졌다. 미대를 나와서 성악가 남편과 결혼해 이탈리아 로마에 살던 고모가 “태은이는 신체적 조건도 좋고, 목소리도 좋으니까 성악을 시켜봐라”고 권유했다. 결국 17살의 나이에 로마로 유학을 갔다. 어학코스와 성악레슨을 마치고 소프라노 조수미가 다녔던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 입학했다. 당시 신입생 2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한국인이었다고 한다. 한 이탈리아 학생이 그에게 다가왔다. “너도 한국 사람이니? 한국에는 음악이 없니? 왜 다 여기에 와서 음악을 공부하려고 하니?”라는 물음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자존심에 상처 입은 마음으로 잠이 들었는데, 국악고등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꿈을 꿨다. 열심히 성악을 공부했지만 전공교수로부터 “너는 성량도 좋고, 고음도 잘나고 모든 게 완벽한데, 감정표현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려면 사랑도 해봐야 하고 가슴 아픈 이별도 해봐야 절절한 노래가 나오는데, 그렇지 못한다는 질책이었다. 결국 그는 성악가로서 성공하지 못하고 4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허송세월로 젊음을 낭비하던 그는 20대 중반에 우연히 사진을 접하게 됐다. 패션사진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트로 일하던 친구 덕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 성악, 무용 같은 클래식 예술만 접해왔던 그에게 사진은 짜릿한 신세계였다. 그는 “암실에서 사진을 처음 인화해봤을 때 신비하고 짜릿한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를 때는 쑥스럽고, 부끄러워 감정표현을 하지 못했는데,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제 감정의 ‘퍼텐셜’이 그야말로 ‘펑’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났다. 스물일곱 살의 늦은 나이었지만, 뒤늦게 배운 사진의 재미에 심장이 팍팍 요동쳤다. 그러나 이제 행복하게 온 몸을 바쳐 하고 싶은 분야를 겨우 찾았는데, 아버지 사업이 망해 귀국해야 할 사정에 처했다. 너무나도 슬프고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었다. ●등 뒤의 불꽃과 같은 인스피레이션 위기의 순간, 김 작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뒤 휴식 차 유럽에 화보촬영을 온 배우 장동건이었다. 그는 10박11일간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를 오가며 화보 촬영 뿐 아니라 촬영스태프들의 하루 세끼 식사주문과 교통편 예약, 통역까지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첫날부터 촬영 팀이 가방을 도둑맞고 여권을 잃어버리고,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따로 사진 촬영할 시간이 없어 24시간 장동건에게 붙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찍었다. 잘 때도 찍고, 앉아서 쉴 때도 찍고, 거울 보면서 세수할 때도 찍었다. 10박11일간의 다이어리,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촬영한 패션화보였다. 3개월 뒤 귀국했을 때 김 작가는 스타가 돼 있었다. 장동건의 거칠지만 자연스럽게 표현된 화보가 패션잡지에 장장 30페이지에 걸쳐 실렸다. 남자 배우의 화보가 패션잡지에 이렇게 많은 지면에 실린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1000만 명이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한 덕분도 컸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또 다른 톱스타 배우 원빈이 연락이 왔다. 장동건 화보집을 보고 배우 원빈이 직접 “이 작가와 찍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 체코 프라하에서 진행된 첫 촬영 날. 그는 원빈에게 “지금 이 순간, 정말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원빈은 “여행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김 작가는 2박3일간의 사전에 계획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그리고 기차표를 끊고 빈티지 자동차를 렌트해, 정처 없이 여행을 떠났다. 기차 칸에서 사진을 찍고, 고속도로의 허름한 호텔에서 잠을 자며 촬영했다. 군대가기 1년 전의 불안한 마음의 톱스타 배우, 한국에 돌아와서 1년도 안돼 혼란스러운 상태의 포토그래퍼. 두 젊은이의 흔들리는 감정이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사정없이 부딪쳤다. 그는 목에 하나, 손목에 하나, 어시스트가 멘 중형카메라까지 3대의 카메라를 저글링하면서 미친 듯이 찍었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달리기도 하고, 소리를 외쳐가며 거침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는 “내 인생의 최고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패션사진 작가들은 뭔가 완벽히 세팅이 돼야지만 셔터를 누르는 습관이 있습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초점이 맞아야 하고,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조리개 값은 얼마이고, 노출은 몇으로 맞추어야 한다는 공식이 있죠. 그러나 저는 초점이 맞지 않아도 누르고 싶을 때 막 찍습니다. 셔터 누르는데 어떤 공포도 없어요. 내 뒤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충실할 때, 인스피레이션(영감)이 살아 숨쉬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장동건과 원빈의 작업 탓에 그는 수많은 소문에 시달렸다. 쟁쟁한 선배 작가들을 제치고 무명의 신인작가가 톱스타와 작업을 했으니 그럴만했다. 그는 이후 이영애와 공효진, 이효리, 배두나, 황정민 등 유명배우와 가작업을 이어나갔다. 또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캘린더 사진특집 편에도 출연해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진은 기계적인 테크닉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림도 그렸고, 음악도 했고, 홀로 고민하면서 청춘을 방황하던 다양한 경험이 제 패션사진에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습니다.” 젊음의 요동치던 방황에서 한발 비켜선 그는 요즘 구본창 작가의 사진을 새롭게 보고 있다고 했다. “요즘 구본창 선생님이 하얀 눈밭에 놓은 박스 안에 백구 5마리를 찍은 사진을 보고 너무 좋았어요. 백자 사진도 좋고요. 엄청난 흑백의 콘트라스트로 강렬한 남자 누드를 찍었던 과거의 작품과는 너무 달랐어요.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평온하고, 이성적이고, 차갑고, 따듯한 시선을 가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예전엔 사진가들이 꽃과 나무를 찍는 게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는 저도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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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이슬란드 호수 주변 진귀한 자연과 만나다

    “태양이 산자락 뒤로 저무는 그 순간 불가사의한 광채가 호수와 대지, 그리고 그 주변을 비춘다. 북쪽에 있는 둥지를 찾아가는 아비새의 날갯짓과 호숫가에서 노니는 붉은목지느러미발도요의 울음소리가 온 세상에 드리워진 깊은 정적을 깰 뿐이다.” 아이슬란드의 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맑고 깨끗하며 산은 날마다 자신의 색을 바꾼다. 이 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인 미바튼은 아이슬란드어로 ‘모기 호수’란 뜻. 2000년 전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만들어낸 수백 개의 웅덩이, 유사 분화구, 가파른 절벽과 협곡이 미바튼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저자가 12년 동안 호수 근처에 살며 쓴 이 책은 아이슬란드의 진귀한 자연과 생태계를 직접 목격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1974년에 설립된 미바튼 자연연구소는 100년 동안 호수에 살고 있는 새와 물고기 개체에 대한 데이터를 작성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자의 남편인 아르니 에르나손은 생물학자로, 미바튼 자연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에르나손이 섬세한 수채화로 그린 물고기, 새, 곤충 그림은 책을 보석처럼 빛나게 해준다. 저자는 이곳에서 멸종된 둥근 녹조류 ‘구슬똥’처럼 아이슬란드의 자연도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를 함께 던진다. 2017년 아이슬란드 문학상(논픽션 부문)과 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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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속 수행센터…한국 불교명상 세계화에 앞장

    청정한 마음으로 정신을 집중하는 명상으로 부처님에게 다가서고자 하는 도심 속 사찰 참불선원. 참불선원은 도심 속에서 산중의 스님들처럼 오로지 수행으로만 포교하는 독특한 사찰이다. 도심 속 포교당의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접근 방법이 수행 위주로만 진행되어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명받고 있는 불교수행법 명상을 통하여 참불선원은 우리도 부처님같이 청정한 마음으로 수행하며 깨달음을 향한 수행을 바탕으로 나와 이웃을 위한 자리이타의 정신을 실천하는 곳이다.명상으로 한국 대표 수행센터로 성장한 참불선원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널리 펴는 선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세계명상센터 참불선원(선원장 각산 스님)이 그곳이다. 명상은 서구 사회에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기업들도 명상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교육현장과 의료산업에도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참불선원은 한국 불교의 수행법을 기반으로 초기 불교의 수행법을 통합한 새로운 명상법으로 서울 강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명상을 대중화하는 선원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명상입문에서 명상불교대학, 선불교대학원, 참선아카데미와 4박 5일 집중수행, 도심 속에서 한 달간 지속되는 안거수행에 이르기까지 명상수행의 체계화를 통하여 그동안 전문적인 명상수행에 목말라 하던 불교신자와 일반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왔다. 개원 후 지금까지 2만여 명에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명상센터로서의 위상을 가져왔다. 호주의 아잔브람 스님과 태국의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는 아잔간하 스님, 대만의 심도선사 등 세계적인 수행승들을 국내로 초청하여 명상수행의 세계적인 트렌드를 국내에 소개하고 교류의 장을 만들어 냄으로써, 한국불교명상의 세계화에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한국 불교명상 세계화 도전 참불선원은 한국 불교명상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2016년 시작된 세계명상대전을 시작으로 세계명상힐링캠프와 2019년 DMZ 세계평화명상대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정신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한 국제적인 행사를 진행하여 왔고 국내 명상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세계명상대전과 힐링캠프가 국내에서 개최된 행사라면 올해 3월 미국 측 초청으로 이루어진 로스앤젤레스(LA) 명상힐링캠프는 한국불교명상의 해외진출을 위한 첫 번째 행사로 진행되어 남방불교 수행법 위주로 확산된 미국 사회에 한국 불교명상의 새바람을 일으켜 큰 호응을 받았다. 3박 4일간 집중수행의 형태로 진행된 캠프에는 재미동포뿐 아니라 현지 미국인들의 참여도 줄을 이어 한국 불교명상의 해외 진출에도 큰 가능성을 보인 행사로 평가받는다. 영주 한국명상수련원 건립추진 우리 국민들의 정신교육을 담당할 경북 영주의 한국명상수련원도 주목받고 있다. 국가공무원들은 물론 기업체 임직원들의 기업명상에서 청소년들의 정신교육 함양을 위한 전문 수행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한국명상수련원은 참불선원이 명상의 대중화를 위한 큰 보폭의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3월 4일 영주시와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였고, 4월 3일에는 참불선원 명예회장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주호영 국회의원, 그리고 상임추진위원장을 맡은 임정혁 전 법무연수원장 등 각계각층이 참여한 한국명상수련원 건립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봉행하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서 건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경남 지역에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누구라도 명상수행을 할 수 있는 수행공간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통하여 새로운 한류문화 콘텐츠를 세계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돼 앞으로의 진행상황에 관심이 집중된다. 참불선원은 명상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위한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불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라도 명상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각종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이를 운영할 전문가를 양성하는 커리큘럼을 직접 운영(참선아카데미) 중이며 이를 통하여 명상을 대중화하는 차원을 넘어 명상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제 운영인력을 양성하고자 애쓰고 있다. 부처님법에 따라 수행하기를 원하는 불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라도 찾아 명상수행을 할 수 있는 곳. 참불선원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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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춤축제연맹 총회 13일 개막

    국제춤축제연맹은 1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집행위원회 회의 및 세계총회를 개최한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춤축제연맹 세계총회에서는 75개 연맹국의 춤 관련 임원 및 지역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7일간 천안과 서울에서 국제춤축제의 발전방안과 개선방향 제시를 위한 토의를 진행한다. 구본영 천안시장이 총재를 맡고 있는 국제춤축제연맹은 매년 전 세계에서 열리는 춤축제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상호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2012년 10월 공식 출범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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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층 깊어진 ‘흥’과 ‘한’… 퓨전국악 시대 다시 열다

    중학교 시절 빌보드 차트를 복사해 보며 팝음악의 세계를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몇 해 전 쿠바에 갔을 때 아바나의 한적한 동네 젊은이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직접 연주하면서 춤을 추던 모습은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또한 브라질에 갔을 때는 방탄소년단의 음반이 우리 돈으로 약 5만 원이나 되는 고가에 팔리고 있는 것도 보았다. 케이팝은 이제 세계 팝음악의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게 됐다. 그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약 20년 동안의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국악계도 기억했으면 한다. 이제 국악도 보다 큰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에 나설 때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할 수 있는 ‘퓨전국악’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친숙해졌다. 국악기가 주인공이되 서양 악기와의 협연을 통해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선보인 앨범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퓨전국악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당시 해금 연주자 정수년의 음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은 첫 번째 퓨전국악의 인기를 꽃피웠다. 강상구가 작곡한 타이틀곡의 큰 히트에 힘입어 앨범은 단숨에 수만 장이 팔렸고, 국악곡으로는 보기 드물게 광고에까지 쓰였다. 해금 명인 정수년의 연주력이 빛난 이 앨범은 퓨전국악의 수준 높은 음악성을 처음 알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05년 무렵부터 퓨전국악의 인기는 시들어갔다. 국악기로 서양의 유명 음악을 반주하는 듯한, 무르익지 못한 실력으로 앨범을 양산한 것도 큰 이유였다. 사실 퓨전국악이란 장르는 그 태생적 특성 때문에 국악과 여러 가지 요소를 섞을 순 있지만 잘 정리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잡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년부터 수준 높은 퓨전국악 음반들이 다시 발매되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 것은 예전처럼 양악기를 배경으로 국악기 혼자 노는 듯한 동떨어진 느낌이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음악적 설득력이 뚜렷한 음반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기도 다양해졌다. 소위 해금이 뜬 이후 지나치게 해금 음반이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생황, 거문고, 가야금에서 국악앙상블과 국악가곡까지 다양해진 것도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또한 전통을 충분히 익힌 중견 연주자의 작품과 당대의 음악적 흐름을 호흡하며 자란 젊은 뮤지션들, 그리고 뚝심 있는 몇몇 국악전문 음반사의 노력에 힘입어 퓨전국악은 다시금 부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대금·소금 연주자 한충은의 앨범 ‘숲’은 한국형 월드뮤직과 크로스오버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리얼그룹과 아카펠라로 절묘하게 풀어낸 ‘진도아리랑’에선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다. 유럽의 특급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음반 속에는 우리의 ‘흥’과 ‘한’이 공존한다. 가야금 연주자 류지연의 ‘영훈 Meets 지연: 광화문연가 그리고 가야금연가’ 앨범은 가수 이문세의 히트곡을 가야금으로 재해석한 기획력이 매우 뛰어나다. 천재 작곡가 이영훈이 빚어낸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선율들이 류지연의 정갈하고 영롱한 가야금 연주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생황 연주자 김계희는 ‘笙(생)의 노래’를 통해 안정감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서양에서 ‘마우스 오르간’으로 불리는 생황은 국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화음을 내는 경쟁력이 큰 악기다. 민요에서 이국적인 색채를 담은 창작곡까지 애잔하고 구슬픈 생황의 독특한 음색을 표현하고 있다. 가야금 연주자 백은선의 앨범 ‘바람의 악사’는 퓨전이란 의미에 매우 적합한 앨범이다. 가야금과 기타가 주를 이루는데, 두 악기의 궁합이 의외로 잘 맞는다. 퓨전국악에서 집시 스윙재즈까지,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 ‘밝은 슬픔’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직 이러한 앨범들이 놀라운 판매고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한 걸음씩 계속 앞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더불어 이제 우리 색깔이 오롯이 담겨 있는 퓨전국악이 ‘케이비트(K-Beat)’가 되어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리기를 간절히 바란다.송기철 음악평론가·KBS 쿨 FM ‘송기철의 심야식당’ 진행자}

    •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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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회 연속 전석 매진 행렬…이해제 연출가 8년만의 복귀작 ‘달걀의 모든 얼굴’

    창작연극 ‘달걀의 모든 얼굴’이 지난 6일 개막 이후 5회 연속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로의 소문난 이야기꾼 이해제 연출가의 8년만 복귀작인 이 연극은 안면인식 장애를 모티프로 인간의 탐욕, 탐욕이 만들어낸 아이러니와 해학을 짜릿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를 배경으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주인공 장 총재를 두고 목숨을 걸고 유언장을 고치려는 심복들의 통쾌한 반란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해제 연출은 안면인식 장애를 모티프로 인간의 탐욕과 탐욕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를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풀어낸다. 이 연극의 흥행돌풍은 윤유선, 김정영, 전배수, 정석용, 신승환 양현민, 장성범, 손우현, 박정원, 김승화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의 힘이다. 이들은 대부분 1인 다역을 소화하며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연극 ‘톡톡’, ‘웃음의 대학’,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등 대학로 수작 연극을 탄생시킨 이해제 연출가는 이번 연극에서도 짜릿한 연극성과 풍자와 해학이 담긴 메시지도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매진 행렬에 감사드린다. 남은 공연도 최선을 다해 더 좋은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달걀의 모든 얼굴’은 15일까지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 공연한다. 이후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총 5회에 걸쳐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티켓은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전석 3만원.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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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국제영재올림피아드 출전한 한국 학생들 전원 수상 쾌거

    한국기술지원단(단장 오창호)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미국 뉴욕 오스웨고에서 열린 국제 영재올림피아드(Genius Olympiad)에 출전한 한국대표단 전원이 수상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과학 분야 금상 수상팀은 청심국제고등학교 강마리(18), 이하은(17), 대전대신고등학교 김영민(18), 서울국제학교 허지혜(14) 3팀이며, 동상 수상은 대구국제학교 이도경(17)이 수상했다. 특별상은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NLCS) 제주 김운영(18), 천안고등학교 이현중(16)이 수상했다. 과학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강마리(18), 이하은(17) 학생은 “효과적인 One-step 다방향 걷기 재활의 제안” 연구를 통해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게임형식의 프로그램을 시연하여 환자의 흥미 유발과 재활치료 효과를 높이는 보조 장애 환자들을 위한 재활 시스템을 제안 하여 심사위원들의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또한 김영민 학생(18)은 클로로필을 겔(gel) 형태로 만들어 산성토양에 처리함으로써 토양의 pH가 중성화가 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중금속 유출예방 효과도 살펴보아 클로로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허지혜 학생(14)은 그래핀을 이용한 투명 플렉시블 정전기 하베스팅 소자를 연구하여 차별성 있는 에너지 하베스팅 방법의 제안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동상을 수상한 이도경(17) 학생은 GMO 밀가루, Gluten-Free 밀가루 그리고 일반 밀가루에서 녹말과 단백질을 분리한 후, 이를 이용한 친환경적인 식품 유해세균의 억제방안에 대해 논의 한 작품으로 생활에 밀접한 작품으로 동상을 수상 하였다. 특별상을 받은 김운영(18) 학생은 심층학습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원숭이의 시각 뉴런에 발생하는 신경반응을 분석연구를, 이현중(16) 학생은 식물의 다양한 구조 및 식물 추출액을 이용한 수중 녹조제거에 대한 탐구 활동으로 지구 수중 환경에 대한 문제를 환경자원에서 찾는 학생다운 탐구를 진행하였다. 인솔을 담담했던 융합인재연구소(STEA) 김영미(40) 대표는 청소년들이 글로벌한 시각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과학뿐만이 아닌 예술, 공학 등 여러 분야의 융합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접근과 여러 분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 대회를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8회에 이르는 Genius Olympiad는 “Lets build a better future together” 라는 슬로건으로 2011년부터 오스웨고 뉴욕주립대와 미국 테라과학교육재단이 주최·주관하는 국제 과학경진대회이다. 이번 대회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72개 나라에서 1285여명의 학생들이 과학을 비롯한 다섯 개 분야에 참가하여 역대급 가장 큰 대회로 진행 되었다. 또한 Genius Olympiad 최우수작품 6개 팀이 올해 대전에서 열리는 Expo Sciences Asia 2018(ESA 2018)에 초대되어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가 이루어 질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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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집들이 선물

    어느새 짙어진 초록, 풀내음 가득한 산책길에 작고 귀여운 집주인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잘 꾸민 새봄 집들이에 선물이 빠지면 안 되겠죠. 덩치 큰 손님들이 미리 준비해 간 땅콩 선물이 무척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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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다니엘, ‘보국 에어젯 서큘레이터’ 광고 모델로 발탁

    ‘워너원 센터’ 강다니엘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강다니엘은 보국전자 ‘보국 에어젯 서큘레이터’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보국전자 측은 27일 강다니엘의 광고촬영 스틸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사진 속 강다니엘은 우윳빛 피부에 달콤한 눈빛, 눈웃음을 선보이며 다정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보국전자 광고마케팅 담당자는 “대한민국의 대세 스타 강다니엘이 ‘보국 에어젯 서큘레이터’의 강력하고 신선한 바람을 표현하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모델로 기용했다”며 “앞으로도 강다니엘의 다채로운 매력 포인트들이 담긴 다양한 보너스 클립들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다니엘이 모델로 나선 광고는 오는 5월 1일부터 온에어 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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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월성 유적과 현대예술이 만났다”…고궁박물관 기획전

    신라 유적지인 경주 월성(月城·사적 제16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술품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달 12일부터 4월 8일까지 이상윤 배재대 교수, 양현모 사진작가, 이인희 경일대 교수가 월성 발굴 현장을 주제로 만든 ‘프로젝트전 월月:성城’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상윤 교수는 1부 ‘문라이트 오브 팰리스 앤드 미스터리’를 담당했다. 그의 작품은 월성에서 나온 토기를 촬영한 사진과 동물 뼈를 찍은 뒤 틀을 만들고 플라스틱 일종인 에폭시를 부은 설치 예술품이다. 양현모 사진작가는 2부 ‘토우, 레고와 함께 놀다’에서 흙으로 만든 인물상 ‘토우(土偶)’와 레고를 조합한 작품을 전시한다. 이인희 교수는 3부 ‘AD(기원후) 101로 떠나는 여행’이란 주제로 발굴 현장을 적외선 카메라와 3차원 입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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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훈 기자의 지금, 여기]“‘철아, 잘 가그래이’… 얼음물 속 아버지 오열 장면 가장 슬퍼”

    《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1987’은 민주화의 기폭제가 된 6월 민주항쟁 과정에 참여한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한 영화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이 많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48)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같은 독특한 장르 영화를 해왔는데, 현대사를 다룬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뭔가 운명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5번째 수정 원고까지 나와 있던 시나리오를 연출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처음엔 고민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분수령이었던 6월항쟁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삶에 대한 본질적, 실존적 고민을 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이슈를 등한시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결혼해서 일곱 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까 하는 부분도 점점 고민이 됐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첫 느낌은…. “굉장히 독특한 구조의 스토리였다. 대공수사처장 박처원이라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적대적 인물)를 하나의 축으로 놓고, 그 대척점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결국 영화를 본 관객에게 당신이 바로 이 시대의 주인공임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상상을 했다. 6월 민주항쟁은 누구 하나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일이 이뤄질 수 없었던 절묘한 사건이었다. 시나리오를 그렇게 억지로 쓰려 해도 어렵다.” “6월 항쟁은 기적 같은 드라마”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은데…. “영화를 만들 때 사실을 위주로,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죽어가고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같이 울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슬픈 대목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가 얼어붙은 강물에 아들의 유골을 뿌리는 장면이다. 소리 내 울지도 못하던 아버지가 ‘잘 가그래이! 철아!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라고 통곡하며 던진 미안함과 설움이 담긴 한마디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 장면을 찍을 때 심정은 어땠나. “당시 계절을 재현하기 위해 임진강 얼음이 녹기 전인 2월에 촬영했다. 원래 설정은 유골을 모아서 하늘에 뿌리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눈이 내려 포기해야 했다. 연출자로서 굉장한 패닉이 왔다. 그 대신 강물에 유골을 넣어서 보내드리는 것으로 설정을 바꿨다. 차가운 얼음물이라 유골이 흐르지 않고 뭉쳐서 떠다녔다.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가 얼음물 속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정신없이 찍었다. 나중에 촬영 화면을 본 컴퓨터그래픽(CG) 담당 스태프가 ‘와, 이거는 진짜 몇억 원짜리 미술인지 모르겠다. 너무나 슬프고 가슴 아픈 정서가 담겼다’고 말해줬다.” 장 감독은 당시 동아일보 사회면 현장칼럼 ‘창(窓)’에 실린 ‘철아, 잘 가그래이’(1987년 1월 17일자) 기사를 여러 번 읽고 이 장면을 구상했다고 한다. “사건기자가 쓴 ‘창’은 기사만 읽어도 눈물이 나왔다. 현장을 굉장히 객관적으로 스케치만 했는데도 너무나 감성적이고 글도 굉장히 좋았다. 기사 제목으로 뽑힌 ‘철아, 잘 가그래이’는 6월 민주항쟁 당시 플래카드로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인 반향이 컸다. 현장을 지키는 기자 정신이 사회를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지 우리 국민들에게 새삼 깨닫게 해주는 기회였다.”“보도지침 맞선 동아 기자들의 쾌거” ―영화 속에는 정부의 보도 통제에 맞서 고문의 진상을 밝히는 기자들이 나온다. 윤 기자(이희준)는 어떤 캐릭터인가. “동아일보 윤 기자는 경찰이 단순 쇼크사로 발표했을 때 치열하게 계속 끝까지 취재해 물고문 사망에 관한 진실을 밝혀낸 시대의 기자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조작 사건을 밝힌 특종은 고(故) 윤상삼 기자뿐 아니라 동아일보 사회부의 수많은 기자의 치열한 노력이 이뤄낸 쾌거였다. ‘1987’에는 검사, 교도관, 의사 등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윤 기자’를 대표 캐릭터로 만들었다.” ―영화에 보면 사회부장(고창석)이 보도지침이 적혀 있는 칠판을 지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의 하나다. 이제까지 답답하게 옥죄고 있었던 정권의 언론탄압(보도지침)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순간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실제 동아일보는 부장의 지시로 특별취재반을 구성해 고문 추방 캠페인 기사를 썼다.” ―당시 언론 상황은 어떻게 재현했나. “동아일보사 자료실에서 당시 수많은 지면과 사진을 통해 고증했다. 그중에는 윤상삼 기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취재했는지 집에 못 들어가 옥상에서 면도를 하거나, 반팔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 윤 기자가 면도하다가 와서 취재하는 장면도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다. 예산상의 한계 때문에 동아일보 편집국을 재현한 세트에서 미술 세팅을 바꿔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서 중앙일보 편집국 장면도 찍었다.” ―30년 전의 이야기라 직접 체험하거나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당시를 재현하는 영화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고전 사극보다 훨씬 어려웠다. 이 영화는 팩트와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저거 가짜야’라고 보기 시작하면 드라마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시대의 분위기와 공기까지 그대로 담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장소 헌팅을 다녀보면 3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은 거의 없었다. 명동거리나 연세대 앞 같은 곳은 거대한 오픈세트를 지어서 촬영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받았던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도 실제 가보니 너무 좁아서 촬영이 불가능해 세트를 제작했다.” ―박 처장은 중심축을 이루는 악역이지만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박 처장은 반공이라는 확고한 자기 신념이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는 히스토리가 있고, 바닥이 단단한 악인 캐릭터가 더 무섭다. 그가 북한에서 지주 집안 출신이었고, 혈혈단신 월남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전쟁과 이념의 갈등 속에서 커다란 공포들을 체험해 왔다. 그것이 왜곡되고 변형돼 나타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1987은 우리의 오늘 비추는 거울” ―영화 속에서 이한열 열사(강동원)와 87학번 여대생 연희(김태리)가 연인으로 나오는데…. “이한열 열사의 이야기는 실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면 6월항쟁이라는 큰 카타르시스를 만나게 되는 선물 같은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연희가 필요했다. 연희는 이 열사가 ‘나도 가족을 생각하면 그러고 싶지 않지만 마음이 아파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두 사람 사이의 로맨스보다는 이런 얘기가 사실은 핵심이다.” 장 감독은 “처음에는 이 영화가 제작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적처럼 영화가 만들어졌다”며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이렇게 작게 쓰면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내인 배우 문소리 씨도 영화에 도움을 주었나. “아내는 지난해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장편영화로 감독 데뷔한 바 있다. 군중 장면에서 연출에 많은 도움을 줬다.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고 하는 장면에서 본인의 경험을 살려 잘 디렉팅해 주었다. 마지막에 시청 앞 광장에서 연희가 버스 위에 올라가 군중을 볼 때 누군가 ‘호헌철폐’ ‘독재타도’라는 구호를 선창하는데, 그게 아내의 목소리였다.” ―영화에 보면 유독 거울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 거울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영화가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1987년을 잘 정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순수하고 치열했던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를 보면서 2018년 우리의 모습을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6월의 광장에서 외쳤던 구호와 함성, 열사의 뜻을 우리가 과연 이루어냈는지. 30년 전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부유해졌지만 마음도 그만큼 풍요로운지. 왜 이렇게 우리 삶이 팍팍하고, 쓸쓸하고, 외로운지. 왜 이렇게 서로 분열돼 날을 세우고 부딪치는지. 우리는 현재 어디에 서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이 영화를 통해 되돌아봤으면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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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스페인 내전과 3만5000여 명의 지식인

    1938년 10월 28일 바르셀로나. 누더기 제복을 입고 짝짝이 신발을 신은 병사들을 향해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이날은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에서 스페인 내전(1936∼1939)에 참전하기 위해 모인 국제여단의 고별 열병식이 열리던 날이었다. 이 책은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여한 세계 각국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페인 내전을 들여다본 책이다. 조지 오웰은 공화파의 편에서 무정부주의 조직의 민병대 소속으로 참전했고 귀국 후 그 경험을 ‘카탈루냐 찬가’에 남겼다. 생텍쥐페리는 파리의 일간지 특파원으로 내전을 취재했다. 헤밍웨이는 종군기자 자격으로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면서 파시스트에 반대해 게릴라로도 활동했다. 뉴욕타임스의 두 특파원이었던 하버드 매슈스와 일리엄 카니는 각각 공화파와 프랑코 지지자로서 불꽃 튀는 취재경쟁을 벌였다. 저자는 유명인뿐 아니라 학생, 의사, 간호사, 일반인 등 다양한 의용병이 남긴 기록물을 통해 잊혀진 스페인 내전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스페인 내전은 공화파 인민정부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프랑코 군대 간 전쟁이었다. 파시즘 성향의 프랑코는 히틀러와 무솔리니로부터 병력, 무기를 지원받았지만 공화파는 소련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은 것 외에는 다른 나라의 병력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 대신 전 세계 53개국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지식인 3만5000여 명이 일제 의용군 조직인 국제여단을 구성해 공화파를 위해 싸웠다. 스페인 내전에서 결국 공화파는 참혹하게 패하고 말았다. 그들에겐 제대로 훈련된 군대도, 무기도 없었다. 회고록을 쓴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이 전쟁에 관해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음을 인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했던 이상은 거대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던 스페인 내전은 민주주의, 공산주의, 스탈린주의, 무정부주의 등 온갖 이념이 각축전을 벌인 20세기 최고의 이데올로기 전쟁이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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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정 김소희 탄생 100주년… 한가락 하는 소리꾼 다 모인다

    ‘한을 안으로 삭여낸 애원성(哀怨聲)과 고고함이 깃들어 있는 청아한 목소리. 1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절창(絶唱).’ 1995년 타계한 만정(晩汀) 김소희 명창(1917∼1995)의 부음을 알린 동아일보 기사다. 예술에서나 일상에서 단아한 모습으로 국창(國唱)으로 추앙받던 만정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열린다. ‘만정김소희판소리선양회’(이사장 신영희)가 27, 2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주최하는 ‘김소희 선생을 기리는 국악인의 밤’ 무대다. 이날 무대에는 고인의 가르침을 받았던 신영희 명창(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를 비롯해 박계향 박윤초 안숙선 김일구 김영자 김수연 명창 등 만정의 제자들이 총출동한다. 또한 기악 명인인 김무길(거문고) 정화영(장단) 김청만(고법) 원장현(대금) 강정숙(가야금병창), 민요의 김혜란 이호연, 무용의 양길순 진유림 채향순 등 당대를 이끌어 가는 명인, 명창, 명무 등이 총망라된 공연이 펼쳐진다. 이 밖에 비나리 명인인 ‘이광수 민족음악원’이 동참하여 고인을 기리는 비나리를 선보인다. 이날 공연의 사회는 고인의 막내 제자였던 소리꾼 오정해가 맡는다. 만정은 1917년 전북 고창 출신으로 13세의 어린 나이로 당시 판소리 창시자 격인 송만갑 선생 문하에서 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65년 동안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워 국창으로 불렸다. 38세에 가산을 팔아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한국 최초로 국악 교육을 제도권 공교육으로 전환시킨 국악 교육자이며, 판소리 사설(한문)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우전 신호열 선생께 한학과 서예를 사사해 국전 서예부문에 3회 입선한 서예가이기도 하다. 만정은 판소리 춘향가 ‘김소희제’를 창제하고, 인간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가 됐으며, 세계 순회공연을 통하여 한국의 역사 문화 예술을 널리 알렸다. 전통음악계에 큰 발전을 이룬 공로로 1962년 세계방송대상, 1973년 국민훈장 동백장, 1984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을 받았으며 1995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전석 초대. 관람 신청 02-424-4999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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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東亞] 독자들의 가슴 뻥 뚫어준 시사만화… 촌철살인 풍자로 일제-독재에 맞서

    “신문이 열 냥이면 만평은 아홉 냥이란 말이 있다. 암울하고 억눌렸던 시절, 동아일보 만화는 아홉 냥짜리 값을 해냈다.”(손상익 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 지령 3만 호를 맞은 동아일보의 역사는 한국 시사만화의 본류를 열었다. 촌철살인의 풍자는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던 독자들에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동아 만화의 막힘없는 붓끝은 1920년 4월 1일자 김동성 기자가 그린 창간호 만평에서부터 예견됐다. 동아일보를 상징하는 갓 태어난 어린아이가 손을 위로 뻗어 ‘단군의 건국이념’ 휘호가 쓰인 액자를 잡으려 하는 모습이다. 동아일보가 조선의 독립을 이루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담긴 만평이었다. 만화는 총독부의 악랄한 한민족 언로 말살에 맞서 누르면 누를수록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일본군으로 넘치는 한반도, 악마에게 물어뜯기는 조선 청년을 그린 만평이 총독부의 검열에 걸려 게재 금지 처분을 당했다. 삽화가 청전 이상범 화백은 1936년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역이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도 날카로운 풍자만화는 계속됐다. 1955∼1980년 연재된 4컷 만화 ‘고바우영감’은 신문 시사만화의 전형이 됐다. 뭉툭한 코, 납작 머리에 머리카락 한 올의 ‘고바우영감’은 외모와는 달리 부당한 권력엔 깐깐하고 날카로웠다. 1958년 1월 23일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는 변소의 똥 푸는 사람마저 귀하신 어른 대접 받는다’며 자유당의 부정부패를 풍자해 김성환 화백은 시사만화가로는 처음으로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이후 ‘동아희평’(백인수) ‘나대로 선생’(이홍우) 같은 정치 시사만화뿐만 아니라 어린이 학습만화부터 성인용 연재물까지 다양한 만화가 등장했다. 2002년부터 연재된 허영만의 ‘식객(食客)’은 정치풍자 위주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중적 장르 시도로 종합일간지 신문만화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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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산울림’ 리더 김창완과의 송년회

    바야흐로 송년회의 계절이다. 지난주 고교 총동문회 송년회에 갔다가 선배 가수의 라이브 공연을 보게 됐다.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었다. 1970년대 기발함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전설적 밴드인 산울림은 늘 생각해 볼 만한 가사와 편안한 멜로디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60대의 나이에도 그는 어쩌면 눈빛이 그렇게 맑고, 목소리는 여전히 개구쟁이 같은지…. “언젠간 가겠지∼” 하는 ‘청춘’을 함께 부를 때는 왠지 모를 애잔한 마음이 들다가도,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를 부를 때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헤드뱅잉을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모임이 끝나고도 계속 흥얼거리도록 맘속에 남았던 곡은 ‘어머니와 고등어’였다. 어머니가 냉장고 안에 준비해주신 소금에 절인 고등어,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겠네∼ 하는 행복감. 어린 시절 어머니는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갈치조림을 잘 해주셨는데…. 추운 겨울, 뚝배기 속에서 보글보글 자글자글 끓어가던 어머니의 갈치조림 만드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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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 한국서 탄압받던 ‘아리랑’, 왜 日서 유행했나

    1946년 정선공연에 김옥심 대신 한정자가 갔더라면? 명곡 정선아리랑은 태어나지 않았다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탄압받던 아리랑이 왜 일본에서는 유행했을까?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29호 아리랑에 숨겨진 이야기를 고음반과 재현으로 감상하며, 토크와 강연으로 풀어내는 인문학 콘서트가 열린다. 12월 1일 금요일 19시 서초동 정효아트홀과 12월 17일 일요일 1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각각 열리는 아리랑과 인문학의 만남(진행 김문성)은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아리랑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를 강연과 토크, 고음반 감상과 명창들의 재현으로 꾸민 무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후원하고 경서도소리포럼(대표 한윤정)이 주최하는 아리랑콘서트는 음악중심의 이전 아리랑 공연들과는 달리 사회문화적 영역까지 범위를 확대해 아리랑을 살펴보며, 법조인과 언론인이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풀어내게 된다. 이날 공연은 크게 4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1세션 고음반, 아리랑을 품다에서는 유성기 음반에 녹음된 최초의 아리랑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당시 아리랑의 명칭이 ‘알영설’을 중심으로 ‘卵卵타령’ 혹은 ‘알알타령’으로 표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리랑을 난생계통에 묶어두려는 식민사관이 갑자기 생겨난 이유를 고음반 감상과 함께 소개하게 된다. 이승은, 유근순, 홍순옥, 이춘자 명창이 옛 아리랑타령을 재현해 선보인다. 2세션 새옷입은 아리랑, 사라져간 아리랑에서는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소개된 신아리랑이 유행하면서 광풍처럼 번져나간 아리랑 창작의 모습을 살펴보게 된다. 진도아리랑, 대구아리랑 등 지역명이 붙은 아리랑이 생겨나고, 아리랑우지마라, 그리운아리랑, 마지막아리랑 등 창작 아리랑이 유행하던 시대의 명암을 소개하며, 차수연, 한대식 등 중견 명창이 창작 아리랑을 재현하고, 정남훈, 김혜영명창이 만담형태로, 천재 판소리 남매인 최재명, 최보길 학생이 창극 형태로 아리랑 무대를 빛낸다. 3세션 해외로 간 아리랑은 일본과 미국에서 대유행하며 다양한 형태의 음악으로 정착하는 아리랑의 모습을 음반 감상과 토크로 소개하는 코너이다. 특히 많은 해외 공연활동을 하며 아리랑 보급에 힘써온 최영숙, 이선영 등 아리랑 명창이 출연해 직접 정선아리랑 등을 불러준다. 4세션 시민속으로 간 아리랑은 아리랑이 단순히 음악적으로 기능하는데 머물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토크를 통해 확인하는 코너이다. 이날 토크에는 법조인과 언론인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12월 1일에는 법무법인 정성 대표 변호사이자 직장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문화이야기 대표인 양종윤 변호사가 토크에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특히 7,80년대 노동현장, 대학가에서 아리랑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연을 진행하는 국악평론가 김문성씨는 고음반을 주제로 활발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으며, 특히 고음반과 기생을 주제로 한 ‘반세기’ 공연은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문성씨는 ‘아리랑을 음악적으로 한정해 이해하거나 문학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은 더 이상 대중과 소통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공연을 기획해, 하나의 콘텐츠로 구축하기 위해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재현무대를 꾸밀 소리꾼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지난 11월 16일 재담소리 인간문화재가 된 최영숙 명창과 경서도소리를 가장 완벽하게 부른다고 평가받는 이선영 명창이 무대에 오른다. 가야금병창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차수연명창이 제주아리시리를 불러주며,정가분야에서 독보적인 소리로 인기많은 한대식명인이 일제강점기 명기 장일타홍의 아리랑우지마라와 선우일선의 꽃을잡고를 부른다. 재담소리의 두 젊은 주자 정남훈과 김혜영 명창은 만담 아리랑 레뷰를 재현한다. 일찌감치 국악신동으로 알려진 최보길(국악중)은 남자 송소희로 불리는 오빠 최재명(남원국악고)와 함께 사랑가와 진도아리랑 공연을 펼친다. 경서도소리포럼 한윤정 회장은 ‘지금은 사장된 일제강점기에 창작된 많은 아리랑들의 가치가 저평가 되어 있는데, 이러한 토크쇼를 통해서 재현함으로서 아리랑 콘텐츠가 풍성해지며, 그것이 인문학 강의의 밑거름으로 역할하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더 많은 강의형 콘텐츠를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장을 방문한 관객에게는 진행자가 특별히 엄선한 아리랑들을 수록한 ‘김문성의 아리랑’ 음반을 무료로 나눠준다. 이 음반에는 전설적인 기생 출신 가수 왕수복의 명곡 ‘마지막 아리랑’, 일본의 명가수 고바야시 치요코의 ‘달아리랑’을 비롯해 가수 김정구의 친형이자 유명한 음악가인 김용환의 일본어 버전 ‘신아리랑’, 가수 이난영이 일본에서 오까랑꼬라는 이름으로 일본어로 부른 ‘아리랑’, 1930년대 말 일본 음악 교과서에 실린 이옥화의 ‘강원도아리랑’,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성악가로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박경희의 ‘아리랑’, 선우일선의 ‘긴아리랑’ 등 18곡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한국전쟁 참전으로 애인과 이별을 앞둔 미군의 심정을 노래한 1954년 발매된 잭플리스의 아리랑도 실려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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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작가 양현모, 뉴욕서 탑 사진전 개최

    ‘탑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양현모 씨(54)가 이달 30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한 달간 미국 뉴욕 맨해튼 소호의 ‘월터 위키저 갤러리’에서 ‘한국의 탑’ 사진전을 개최한다. 양 작가는 중앙대에서 사진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 대표 사진가인 구본창 작가(64) 조수로 활동했다. 이후 이탈리아 사진학교 ‘인스티튜토 이탈리아노 디 포토그라피아(Instituto Italiano di Fotograpia)’를 수석 졸업했다. 특히 그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동아일보에 본인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탑 사진들을 ‘한국의 석탑’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해 이름을 알렸다. 이번 뉴욕 전시 또한 이 때 연재한 사진 위주로 이뤄진다. 양 작가는 석탑 뒤에 검은 장막을 내려 탑이라는 피사체만 조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한국 석탑의 단아함, 깨끗한 아름다움, 완벽한 비례미 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오롯이 나를 향해 빛나는 탑의 자태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며 “미국 관객에게도 한국 탑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월터 위키저 갤러리 주소는 210 Eleventh Ave. Suite 303, NY NY 10001이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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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훈 기자의 지금, 여기]“서울의 통유리 빌딩, 지진 일어나면 ‘글라스 샤워’ 위험”

    《 1995년 1월 17일 발생한 일본의 고베 대지진은 도시 직하형 지진이라 피해가 컸다. 도시에서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도 고베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안전포럼’에 참가한 일본 지진 전문가 오키무라 다카시 고베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74)를 만났다.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고베시에서 ‘지진 시의 사면 불안정화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고베 대지진의 복구작업과 피해방지 연구를 진두지휘했다. 》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일본 간사이 지방 효고현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서는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다. 도시 밑바닥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도시직하형 지진이라 인구 집중지역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총 6435명이 목숨을 잃었고 효고현 총생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10조 엔(약 110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당시 직접 지진을 겪었던 경험은…. “새벽에 잠을 자다가 큰 충격을 느꼈다. 집 전체가 크게 흔들린 뒤 거실로 나와 보니 냉장고가 넘어져 있었고, 피아노가 50cm 정도 움직여 있었다. 찬장이 쏟아져 그 안에 있던 커피잔과 접시가 다 깨졌다. 집안의 보물처럼 아끼던 값비싼 도자기도 깨졌다. 고베 지진 이후로 일본 가정집에서는 앞뒤로 열리는 ‘여닫이문’을 없애고 대부분 옆으로 여는 ‘미닫이 문’으로 바꿨다. 여닫이문은 지진으로 흔들리면 안에 있던 물건들이 문을 밀게 되니까 다 쏟아져버리기 때문이다.” “고베시 지하에 저류조 200개” ―당시에 정부의 지진대응은 어땠나. “고베 대지진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진 곳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고베 사람 중에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풍수해나 태풍에는 대비책이 갖춰져 있었지만, 지진에는 전혀 준비가 안 됐던 것이다. 10만여 채의 주택이 전파됐고, 사흘간의 화재로 약 7000동의 건물이 전소됐다. 그런데 소방수가 불을 꺼야 하는 데 물이 없었다. 소화용수를 공급하는 상수도관이 깨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소방헬기 창고가 무너져 헬기도 출동하지 못했다. 사망자 중에서는 즉사한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구호가 늦어서 유명을 달리했다. 구조대와 의사가 빨리 접근할 수 있었으면 많은 사람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고베 대지진 피해조사팀을 이끌었던 오키무라 교수는 “고베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도로와 철도, 항만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시설 복구에만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고베시는 10년 동안 6개 분야 54개 테마로 나눠 고베 대지진 검증작업을 하고, 이를 토대로 459개 항목으로 대응방법을 정리했다고 한다. ―고베 대지진을 겪은 후 지진대비책은 어떻게 변했나. “‘레벨1’은 30년에 한 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진 대비책이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지진이다. ‘레벨 2’는 수천 년에 한 번 일어날까 한 강도의 지진에 대비하는 시스템이다. 대지진 이후 도로, 철도, 항만 등 주요 인프라와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레벨2의 지진에도 견디도록 건물 구조를 강화시켰다.” ―지진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전에는 지진 재해를 막는 ‘방재(防災)’에 초점을 맞췄다면, 대지진 이후에는 ‘감재(減災)’가 목표가 됐다.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 대신 우리가 할 일은 피해를 감소시키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장 큰 변혁이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베시는 지진 당시 무너져 내렸던 한신고속도로(오사카∼고베)의 철근 강도를 3배로 높이고 교각의 기둥도 폭을 2배로 키웠다. 건물 90%가 파괴되거나 불타버린 고베시 나가타(長田)구의 목조건물 밀집촌은 단단한 최신식 주택으로 바뀌었다. 효고현이 독자 개발한 ‘피닉스 방재시스템’에 따라 지진피해 규모 파악과 구조대 투입, 주민 대피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체계도 구축했다. 오키무라 교수는 “고베의 경험은 일본 전역의 도시 지진 재해구호 시스템 개선에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고베 지진 당시 무용지물이었던 소방시스템은 어떻게 고쳤나. “화재 진압용 소방용수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대용량 송수관을 두 줄기로 만들었다. 한 줄이 깨지더라도 나머지 다른 라인이 기능할 수 있게 했다. 만약 두 줄이 모두 깨지더라도 소방수를 긴급하게 끌어다 쓸 수 있는 지하저류조도 만들었다. 고베 시내 곳곳의 지하에 개당 100t짜리 방화 수조 200개가 설치됐다.”“학교, 최고의 내진설계해야” ―우리나라에서는 포항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학교 건물이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일본에선 학교가 가장 튼튼한 건물이다. 고베 지진 이후 학교 건물이 최고의 내진설계를 갖추도록 방침을 정했다. 왜냐하면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지진 발생 시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대피소로 쓰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도시엔 고층빌딩이 밀집돼 있는데 지진 대비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서울에 와보니 통유리로 장식된 멋진 초현대식 건물이 인상적이다. 건물의 뼈대나 벽체 구조는 튼튼해 보이는데 지진으로 흔들리면 유리창이 먼저 깨질 위험성이 크다. 만약에 그 길을 통과하는 시민이 지진을 만나게 되면 ‘글라스 샤워’(유리파편이 쏟아져 내리는 사고)를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나면 전부 다 빌딩이 넘어가서 피해를 많이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외벽이나 인테리어, 천장, 유리창 같은 비(非)구조물이 떨어져 발생하는 2차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오키무라 교수는 “고베 지진 당시에도 고층 건물이 진짜로 넘어간 것은 한 동밖에 없었다”며 “그것도 지진이 온 후 이틀 뒤에 넘어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베에서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돼 죽은 사람은 17%에 불과하며, 70% 이상은 건물의 마감재가 떨어지는 바람에 사망했다는 조사도 있다. ―포항 지진에서 ‘필로티 건물’이 지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본에서도 지진 이후 1층에 기둥만으로 주차장을 만든 필로티 건물에 대한 지속적인 보강책을 마련해왔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경사재를 넣어 ‘X밴드’로 묶어두거나, 그 벽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필로티 건물 주차장에는 적어도 한 면에는 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내진 진단을 통해서 지진이 올 때 가장 힘을 받았던 아픈 곳을 찾아서 벽을 만들면 된다.” ―일본에서는 민간 건축물 내진설계 보강은 어떻게 진행하나. “지진이 발생하면 1주일 이내에 전문가가 응급 위험도 판정을 내린다. 이후 건물에 붉은색은 출입금지, 노란색은 경고, 녹색은 안전하다는 표시를 붙인다. 민간주택의 내진 진단 및 보강을 할 때는 주민이 약 30%를 부담하고, 나머지 70%는 공적보조금이 부담해줬다. 다만 집안의 가구 전도 방지대책은 주민 스스로가 100% 책임져야 할 일이다.” “지속적인 대피훈련 절실” ―포항에서는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었는데 왜 이렇게 피해가 컸을까. “지진의 규모는 발생하는 지점의 에너지이다. 같은 규모라고 해도 진원까지의 거리, 지반의 딱딱한 정도에 따라 다르다. 특히 지진파는 연약 지반을 만나면 증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규모가 똑같아도 연약한 지반에서는 피해가 큰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지진의 ‘규모’보다는 지표면에서 흔들리는 정도를 표시하는 ‘진도’를 더욱 중요시한다.” ―포항 지진 후 액상화 현상(지반이 반죽처럼 물러지는 현상)이 의심되는 곳이 나타났는데…. “고베 대지진 때도 액상화 현상이 심했다. 액상화는 지반이 연약한 매립지이거나 지하수 수위가 높은 곳에서 잘 발생한다. 연약 지반인 고베는 액상화로 암벽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항구시설이 바다 쪽으로 기울어 배들이 접안을 하지 못했다. 반면 고베 앞바다의 인공섬 두 군데는 액상화를 고려한 설계로 피해를 면했다.” ―부산에는 해변에 고층빌딩이 밀집돼 있는데…. “지반이 연약한 곳에 고층빌딩을 지을 때는 기초 말뚝을 아주 딱딱한 지반까지 완전히 내려서 지지를 해야 한다. 또한 지진 시 기초 기둥이 부러지지 않도록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1964년도 니가타 지진 당시에 지반 속에 세운 기둥이 부러져 아파트가 넘어간 적이 있다. 이 지진 이후 설계부터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됐다. 해안가 고층빌딩이라고 해도 기초를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본에서 지진으로 원전이 영향을 받는 적이 있는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에 의해서 원자로가 깨지거나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쓰나미로 인해 수해를 입어 원자로가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지진의 흔들림에 의한 시설물의 피해는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고베처럼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지진이라는 것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기록이 돼 온 것이다. 과거의 역사적 기록을 넘어서는 지진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강진이 많았던 일본에서는 어디서든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키무라 교수는 “방재의 최종적인 목표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재해로부터 생명을 살리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구조물의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하드웨어다. 두 번째는 경계경보, 대피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다. 두 가지 모두 행정기관이 앞장서야 할 대책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휴먼웨어’라고 설명했다. “모든 건물을 완벽히 내진설계를 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또한 지진 정보나 경보를 내려줘도 주민이 대피행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는다. 일본의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10년 전에도 지진 겪어봤는데, 괜찮겠지’ 하면서 피난을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휴먼웨어’는 주민들이 함께 긴급 대피를 하는 힘으로 ‘지역력’ 또는 ‘주민 방재력’으로 부르기도 한다.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당국과 주민 간의 지속적인 대피훈련이 필요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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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유료부수 공인 2위

    한국ABC협회(회장 이성준)가 올해 일간신문 163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 결과 동아일보가 국내 일간지 중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BC협회는 22일 인증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2017년(2016년 발행부수 및 유가부수 기준) 일간신문 163개사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인증 결과를 발표했다. ABC협회 조사 결과 동아일보의 유료부수는 72만9414부로 집계됐다. 이날 공개된 유료부수 현황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전체 언론사 중 2위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3만383부(4.04%)가 줄어들어 3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73만1788부에서 2374부(0.32%)만 줄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보다 유료부수가 1만2466부(0.98%) 줄어들었다. ABC협회 관계자는 “유료부수는 전체 발행한 부수 중 정기구독자, 가판 등에서 실제 판매된 부수를 집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163개 매체 유료부수 순위에서는 동아일보 자매지인 스포츠동아가 13위(12만2464부), 어린이동아가 19위(7만7801부)에 올랐다. 어린이동아는 어린이 대상 신문 중에서 발행부수 및 유료부수 1위, 스포츠동아는 스포츠신문 중에서 유료부수 2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ABC협회가 6월 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2017년 종합편성채널케이블TV 겸영 일간신문 23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심사’에서도 전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동아미디어그룹은 최근 ‘2016년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에서 신방 겸영 언론사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계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종이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 전체 뉴스 매체를 합산한 ‘2016년 뉴스이용창구 기준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 결과 동아미디어그룹은 여론영향력 점유율이 7.1%로 포털 사이트(네이버, 다음)를 제외하면 KBS에 이어 전체 2위로 나타났다. 한편 ABC협회 조사 결과 전국 일간지 총발행부수와 유료부수는 각각 967만3885부, 713만5778부로 나타났다. 조성겸 ABC협회 인증위원(전 한국언론학회장)은 “세계적으로 종이신문의 유가 및 발행부수는 하락해 왔는데 한국의 경우는 유가부수가 소폭 감소세를 보여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하락세가 진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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