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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17개 정보기관의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방한 이틀째인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미군기지, 합동참모본부를 연속 방문했다. 14일에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2박 3일의 방한 기간 동안 헤인스 국장의 행보에 대해 “한미 공조를 강조하는 한편 북한을 향해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헤인스 국장은 13일 오전 JSA를 돌아본 뒤 오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와 합참본부를 연속 방문했다. 오전 7시 40분경 숙소인 서울 신라호텔에서 출발한 헤인스 국장은 통일대교를 건너 JSA로 향했다. 헤인스 국장은 경호팀을 대동하지 않고 미국 측 관계자 10여 명과 1시간가량 JSA를 둘러봤다. 군 소식통은 “미국 측 인사들과 북한의 접촉은 없었다”면서 “군 지휘부도 (헤인스 국장을) 따로 예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후 용산 미군기지를 방문한 헤인스 국장은 합참본부로 이동해 이영철 국방정보본부장(육군 중장)을 만났다. 장관급인 헤인스 국장이 한국군 정보를 총괄하는 3성 장군과 한미 안보 동향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를 가진 것. 접견에선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 발표로 관망세에 돌입한 북한의 동향과 한미 연합 방위태세 등에 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헤인스 국장은 우리 군의 대북 인적정보(휴민트) 수집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헤인스 국장이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을 따로 만나진 않는다”고 전했다. 헤인스 국장은 이날 오후 신라호텔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만찬을 함께했다. 헤인스 국장은 방한 마지막 날인 14일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법인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구상을 설명하고 북-미 접촉 및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대북정책 공조 방향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헤인스 국장은 청와대 예방에 앞서 국정원을 방문해 박지원 국정원장과 오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에서 이미 만남을 가졌던 두 사람은 미국의 새 대북정책과 대북 정보 교류에 대해 추가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헤인스 국장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JSA를 찾는 등 여러 일정을 노출한 것 자체가 북한을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일본에서 1박 2일 머물렀던 헤인스 장관이 한국에서 2박 3일간 JSA 등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문 대통령을 비롯해 외교안보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는 동선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은 북한에 ‘한미 간의 공조는 철저하다’는 점을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통상 미 고위 정보당국자의 동선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헤인스 국장은 대북정책을 새로 수립한 뒤 실무 확인 차원에서 현장을 직접 돌아본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24시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도 담겼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JSA 방문은 한반도 방위공약을 확고히 할 테니 북한은 도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대로 한편으로는 대화를 제안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억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권오혁 hyuk@donga.com·신규진·박효목 기자}
일본 도쿄를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2일 오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관계가 좀처럼 개선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관계 복원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찾을지 주목된다. 이날 서울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원장은 스가 총리를 직접 만나 “한일관계를 지금처럼 끌고 가면 안 된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박 원장의 얘기를 들으며 다른 의견을 내거나 반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앞서 이날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보수장 회의에 참석했다. 한편 한미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이날 도쿄에서 한미일 3국 정보수장 회의 등 일정을 마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처음 방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 뒤 새 정책 내용을 북한에 전하기 위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 중앙정보국(CIA) 등 미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정보수장이 한국을 찾은 배경이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헤인스 국장은 방한 이틀째인 13일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 뒤 14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신규진 기자}
청와대 참모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중 1명은 낙마시켜야 한다고 건의한 것은 여론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임명 강행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12일 후보자 3명 가운데 최소한 1명을 낙마시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결과보고서 송부 시한으로 밝힌 14일까지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가능성도 낮은 만큼 이후 임명을 밀어붙일 경우 여론의 역풍이 거셀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기류는 하루라도 빨리 1명이라도 낙마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낙마 요구에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대통령이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4일까지 (장관 후보자들 거취에 대한) 국회의 의견을 요청했다”며 “이전에라도 다양한 의견을 경로를 통해 수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힐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안팎에선 세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세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다는 점이 확인되자 청와대가 한발 물러서고 있는 것.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하려고 했다면 청문보고서 송부 기간을 나흘이 아닌 하루나 이틀로 정했을 것”이라며 “14일 문 대통령과 당 신임 지도부의 간담회에서 후보자들의 거취 문제가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로선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민주당이 당청 관계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경우 향후 부동산 세제 등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와 당의 분리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초선 의원들의 최소 1명 낙마 요구에 대해 “초선 의원 모임 중 한 명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당 요구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당청 갈등과 논란을 우려한 듯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사실관계를) 혼동한 측면이 있다”고 이를 정정했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민심 이반을 확인한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당의 입장을 문 대통령이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초선 의원은 “재선 이상 의원들과 이야기해 봐도 ‘셋 다 안고 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당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인사 문제에 대해 며칠째 침묵하는 건 이미 청와대에 (결단해달라는) 의사를 전했기 때문”이라며 “대표까지 나서 말을 보태면 갈등 전선이 명확해질 수 있어 조용히 청와대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4일까지 보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국회가 14일까지 청문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15일 0시부터 이들을 임명할 수 있어 사실상 임명 강행 수순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4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등 여당 신임 지도부와 만나 후보자들 거취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20분경 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해 국회가 애초 송부 시한인 10일까지 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청와대에 보내지 않은 데 따라 송부를 다시 요청한 것. 문 대통령 임기 4년간 송부를 재요청한 뒤 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이르면 15일 임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청문보고서 송부 재요청 당시 이틀 시한을 더 준 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바로 다음 날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현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3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세 장관 후보자 거취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를 연계시키고 있어 일단 14일까지 여야 협상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을 떠안게 된 민주당은 김 총리 후보자 인준안과 세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총리 인선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을 겪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책임지는 총리 자리를 하루도 비워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세 장관 후보자와 총리 인준을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직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의 대선 스케줄 때문에 사퇴했고, 대통령은 이를 용인했다. 국무총리 공백은 전적으로 여당의 책임”이라며 “여당이나 정부 측이 원하는 것만으로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건 협치 정신과 어긋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요청은 남은 1년도 눈과 귀를 막고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임, 박 후보자의 경우 임명을 강행하면 정권과 여당의 오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윤다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맞은 10일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강대강 충돌 모드로 얼어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거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후보자들도 각각 청와대가 그분들을 발탁하게 된 이유, 그리고 또 그분들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 (국회)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 주기식 청문회”라며 “이런 청문회로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도 했다. 후보자들의 각종 도덕성 논란에도 책임을 인사청문회로 돌리며 능력과 전문성이 있는 후보자임을 내세운 것. 문 대통령은 국회 논의를 지켜본 뒤 이르면 11일 국회에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거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사태까지 겹치며 지난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인정한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정책 재검토와 보완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투기 방지와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에 대해서도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先)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 형편에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 코로나19 방역 등 취임 4년간 겪은 위기를 언급하면서 “위기 때마다 항상 그 위기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갈등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그런 형태들도 늘 있어 왔다”며 “국민들이 이뤄낸 이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일은 절대로 안 될 일”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반성은 없고 독선과 아집을 지속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국정 기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반성문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 연설과 회견에 대해 “당의 향후 주요 과제와 완벽히 일치했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당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효목·전주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친문(친문재인) 열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대해 “정치하는 분들이 그런 문자에 대해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바라봐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자폭탄을 둘러싼 내홍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문자폭탄에 대한 옹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에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자폭탄에 대해 “민주주의적 방식은 아니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정치의 영역에서는 당의 열성 지지자나 강성 지지자들이 보다 많은 문자들을 보낼 것”이라며 “저 역시 과거에 많은 문자,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받았고 지금은 기사 댓글을 통해 많은 의사 표시들을 (보는데) 정말 험악한 댓글이 많다. 그러나 그것도 한 국민의 의견이라고 참고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에도 국민청원이 폭주하고 있고 심지어 요즘 군에서도 장병들에게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니까 그동안 덮였던 군 내 병영문화의 개선을 바라는 모습들이 분출하고 있다”며 “바람직한 일이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방 전단을 뿌린 30대 남성을 대리인을 통해 고소했다가 최근 논란이 되자 뒤늦게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문자를 보낸다면 그 문자가 예의 있고 설득력을 갖출 때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것이지, 거칠고 무례하다면 오히려 지지를 더 갉아먹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이 정이 떨어질 정도로 험한 방법으로 이뤄진다면 오히려 중도파나 무당층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며 “저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라면 예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받고 지지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문자를 해주길 아주 간곡하게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자폭탄으로) 당론과 당심이 한쪽으로 몰려가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의견 획일화가 너무 심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은 그냥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 주기식 청문회다. 이런 청문회로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를 일일이 열거하며 이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결국 세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후보자 3명 모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던 국민의힘은 이런 기류에 반발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열릴 예정이던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불참했고, 회의는 무산됐다. 조만간 개최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文대통령, 결국 임명 강행하나 문 대통령은 이날 세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묻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7분가량 답변을 이어 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검증이 완결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사 참사’라는 야당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이어 세 후보자의 발탁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은 정말 유능한 장관, 유능한 참모를 발탁하고 싶다”며 “이 사람을 발탁한 취지와 기대하는 능력,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흠결을 함께 저울질해 우리가 발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임, 박, 노 후보자가 각각 외유 출장, 도자기 밀수,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재테크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라는 점만 강조한 것이다. 임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려면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 보는 로망,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11일 국회에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계획이다. 재송부를 요청한 뒤 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적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조만간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의 협상 과정과 여론 추이를 살핀 뒤 대통령이 최종 판단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청문 국면서 치열한 여야 수 싸움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독선과 아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세 후보자와 김 총리 후보자를 묶어 ‘3+1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문회장에 들어가서 퇴장하는 한이 있더라도 극렬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자 세 명 전원 모두 임명을 강행하기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강했던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도 강경해지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 참석한 핵심 관계자는 “임 후보자는 국민의 눈높이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당 지도부에 판단을 맡겼다”면서도 “야당이 총리 인준에 어깃장을 놓는 상황이라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가 협의되면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를 협상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박민우·전주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맞은 10일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강대강 충돌 모드로 얼어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거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후보자들도 각각 청와대가 그분들을 발탁하게 된 이유, 그리고 또 그분들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 (국회)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라며 “이런 청문회로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도 했다. 후보자들의 각종 도덕성 논란에도 책임을 인사청문회로 돌리며 인사능력과 전문성이 있는 후보자임을 내세운 것. 문 대통령은 이어 “10일까지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시한이다. 국회의 논의까지 다 지켜보고 종합해서 판단할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거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사태까지 겹치며 지난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인정한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정책 재검토와 보완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투기 방지와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의 기조를 달라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에 대해서도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先)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 형편에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 코로나19 방역 등 취임 4년간 겪은 위기를 언급하면서 “위기 때마다 항상 그 위기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갈등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그런 형태들도 늘 있어왔다”며 “국민들이 이뤄낸 이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일은 절대로 안 될 일”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반성은 없고 독선과 아집을 지속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국정 기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반성문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문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친문(친문재인) 열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대해 “정치하는 분들이 그런 문자에 대해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바라봐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자폭탄을 둘러싼 내홍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문자폭탄에 대한 옹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에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2017년 열혈 지지층의 ‘문자폭탄’을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는데 기본 인식을 바꾸지 않은 것. 반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자폭탄에 대해 “민주주의적 방식은 아니다”해 문 대통령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정치의 영역에서는 당의 열성 지지자나 강성 지지자들이 보다 많은 문자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과거에 많은 문자,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받았었고 지금은 기사 댓글을 통해 많은 의사 표시들을 (보는데) 정말 험악한 댓글이 많다. 그러나 그것도 한 국민의 의견이라고 참고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에도 국민청원이 폭주하고 있고 심지어 요즘 군에서도 장병들에게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니까 그동안 덮였던 군 내 병영문화의 개선을 바라는 모습들이 분출하고 있다”며 “바람직한 일이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방전단을 뿌린 30대 남성을 대리인을 통해 고소했다가 최근 논란이 되자 뒤늦게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문자를 보낸다면 그 문자가 예의 있고 설득력을 갖출 때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것이지, 반대로 거칠고 무례하다면 오히려 지지를 더 갉아먹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토론이 정이 떨어질 정도로 험한 방법으로 이뤄진다면 오히려 중도파나 무당층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며 “저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라면 예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 받고 지지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문자를 해주길 아주 간곡하게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3인방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 일부 후보자의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도 감지되는 가운데 인사청문회 채택시한인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예정돼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 대한 거취를 결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거취 결단, 주말이 분수령 문 대통령은 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후보자 세 명에 대한 여론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단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의원들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니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당의 의견을 전달받은 뒤 순리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일방독주식 국정 운영에 비판적인 민심을 확인한 데다 송영길 대표 취임 후 첫 인사청문회였던 만큼 당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주말까지 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송부했다. 총리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정국이 이어지는 만큼 3인방에 대한 거취도 조만간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10일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시한인 데다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어 더 이상 시간을 끌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과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 급하게 서둘러서 결론을 내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해 국회가 10일까지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범위를 정해 청문보고서의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20일까지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의미다. ○ 文 대통령, 임·박 후보자 놓고 고심할 듯 일각에서는 정의당마저 지명 철회를 요구한 임혜숙, 박준영 후보자를 놓고 문 대통령이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 후보자는 가족 동반 외유 출장과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됐고 박 후보자는 부인이 도자기 찻잔 등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관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노 후보자의 경우 임명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다만 임 후보자는 흠결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박 후보자는 국민 정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설훈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박 후보자의 도자기 밀반입 의혹과 관련해 “(도자기가) 1250점이라는데 너무 많다”며 “이걸 다시 되팔았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도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임 후보자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전자공학자인 데다 청와대가 임 후보자를 어렵게 설득했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해수부 기조실장, 차관 등을 지내며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다시 장관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인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진행한다. 연설 뒤에는 출입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책,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따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3인방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기 때문. 일부 후보자의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도 감지되는 가운데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앞두고 있는 문 대통령이 주말 새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 대한 거취를 결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거취 결단, 주말이 분수령 문 대통령은 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후보자 세 명에 대한 여론 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단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의원들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니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당의 의견을 전달 받은 뒤 순리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일방 독주식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민심을 확인한데다, 송영길 대표 취임 후 첫 인사청문회였던 만큼 당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주말까지 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송부했다. 총리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정국이 이어지는 만큼 3인방에 대한 거취도 이르면 9일 전후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일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자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이 예정된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기에는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향후 1년의 계획을 발표하는 특별연설에서조차 후보자 3명에 대한 거취 질문이 주를 이뤄서는 안된다”며 “시간을 오래 끌수록 여론도 더 안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文 대통령, 임·박 후보자 놓고 고심할 듯 일각에서는 정의당마저 지명 철회를 요구한 임혜숙, 박준영 후보자를 놓고 문 대통령이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 후보자는 가족 동반성 외유 출장과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됐고 박 후보자는 부인이 도자기 찻잔 등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관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노 후보자의 경우 임명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다만 임 후보자는 흠결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박 후보자는 국민 정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설훈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박 후보자의 도자기 밀반입 의혹과 관련해 “(도자기가) 1250점이라는데 너무 많다”며 “이걸 다시 되팔았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임 후보자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전자공학자인데다 청와대가 임 후보자를 어렵게 설득했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박 후보자의는 해수부 기조실장, 차관 등을 지내며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다시 장관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인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진행한다. 연설 뒤에는 출입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서 지난 4년을 돌아보고 남은 1년의 국정운영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미국의 새 대북 정책에 따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단독 채택을 최대한 보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정의당까지 세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인사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 없는 임명을 밀어붙이기에는 적잖은 부담이 따른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단독 채택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대신 당분간 야당을 설득하고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로키(low-key)’ 전략을 택했다. 인사청문회법이 허용한 최대한의 기간 동안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與 “단독 채택은 최대한 지양” 국회는 6일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전체회의를 열고 임혜숙, 박준영, 노형욱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려고 했지만 끝내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세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기로 한 탓이다. 앞서 4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토교통위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6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했다. 민주당은 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는 상황은 인사청문회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보류할 방침이다. 당장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라는 본게임 방어전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도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 직후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야당과) 협의부터 하겠다”며 “우선 상임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도 “단독 채택은 최대한 지양한다”며 “보고서 송부 시한이 경과할 경우 청와대가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하는 상황 등을 포함해 최대한 협의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향후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野 “임-박-노 모두 보이콧”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방침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당초 노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적격’ 의견을 담는 조건으로 보고서를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국민의힘은 전면적인 강경론으로 전환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절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자질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후보를 국민 앞에 왜 내놓는지 문 대통령이 나와서 설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도자기 밀반입 의혹에 휩싸인 박 후보자에 대해 “외교관 지위를 이용한 심각한 불법행위가 확인돼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격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박민우 minwoo@donga.com·유성열·박효목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4년간 발탁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 정무직 인사 401명 중 노무현 정부 청와대 참모를 지냈거나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및 시민단체 인사 등 ‘코드 인사’로 볼 수 있는 고위직이 157명(39.2%)인 것으로 5일 나타났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인 9일을 앞두고 동아일보가 대통령비서실 등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과 국무총리실, 18부처 4처 18청 등 총 54개 정부기관의 장차관급 전·현직 인사 401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 가운데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은 112명,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은 57명,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출신은 2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이면서 문재인 대선 캠프에도 참여하는 등 중복된 인사를 제외하면 157명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401명 가운데 두 차례 이상 발탁된 고위직은 66명으로 약 16.4%였다. 이 가운데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20명)과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및 더불어민주당 출신(18명)이 38명(57.6%)으로 절반이 넘었다. 관료 출신은 27명이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호승 현 대통령정책실장은 현 정부에서 유일하게 4차례 발탁됐다.정부 고위직 401명 가운데 전·현직 국회의원(42명)과 정당인(29명) 등 정치인은 71명에 달했다. 4년간 장관급에 오른 68명 가운데 국회의원 출신이 23명 기용됐다. 장관 3명 중 1명은 의원을 겸직한 것. 지역별로는 장관급 68명 중 호남권 출신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 등 현 정부 총리 2명도 모두 호남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친여권 성향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회전문 인사로 고위직에 등용돼 온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것.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통합과 탕평을 외쳤지만 인사는 코드에 맞는 ‘내 편’으로 한 결과”라며 “폐쇄적인 인사는 국민 통합이나 전문성, 효율성 향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고위직 66명, 두 번 이상 발탁… 이호승 4차례-황덕순 3차례 文정부 고위직 401명 인사 분석올해 3월 임명된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고위직에 올랐다. 2017년 6월 일자리기획비서관을 지낸 뒤 기획재정부 1차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정책실장을 맡게 된 것. 관가에서는 이 실장이 2006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를 한 데다 전남 광양 출신이라는 점이 이 같은 고속 승진의 한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황덕순 전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노동연구원 출신으로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고용노동비서관으로 출발해 2018년 12월에는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2019년 7월에는 일자리수석을 지낸 뒤 지난해 11월 퇴직했다. 이후 올해 2월 친정인 노동연구원의 수장으로 발탁됐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이처럼 문재인 정부 4년간 고위직을 두 차례 이상 거친 ‘회전문 인사’가 모두 6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는 물론 청년 일자리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졌지만 경제와 일자리 정책을 이끌었던 이 수석과 황 수석은 승승장구하며 핵심 요직을 이어간 것이다. 여권에선 “이전 정권에서도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을 곳곳에 배치하며 중용해 왔다”고 항변하지만 야권에선 “도 넘은 코드,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두 차례 이상 발탁된 고위직 66명 중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20명)과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및 더불어민주당 출신(18명)이 38명(57.6%)에 달했다.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 행정관을 지낸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현 정부 들어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뒤 감사원 사무총장, 민정수석 등에 올랐지만 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이른바 ‘추-윤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해 불명예 퇴진했다. 이 밖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도 승진을 거듭하며 현재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등 보수 정권 10년을 보내면서도 참정회(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등 각종 모임과 인연을 이어온 만큼 기본적으로 신뢰가 두텁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도 현 정부 4년간 고위직에 발탁되는 주요 인재 풀(pool)이다. 고위직 401명 중 112명이 2012년과 2017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안보 사령탑을 번갈아 맡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물론 김상조 전 정책실장,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등도 모두 캠프 출신이다. 호남에 뿌리를 둔 민주당 정부인 만큼 호남 출신도 이번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고위직 401명 중에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출신 인사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남권 출신 인사가 정부 고위직에 96명 기용돼 인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발탁됐다. 2명의 총리를 포함해 장관급 이상은 호남 출신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울경(15명), 수도권(14명), 충청권(10명)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코드가 바탕이 된 인사가 정권에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친여권 인사를 장관급에 임명하고 야당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동의 없이 29차례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도 야당과의 협치를 어렵게 만든 이유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검증 기준이 까다로워진 반면, 국정철학을 제대로 공유하는 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겪어본 잘 아는 인사를 중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60년대생 고위직 289명… 80년대생은 1명뿐 靑고위직 168명중 88명 전대협세대 문재인 정부 4년간 발탁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 401명 중 1960년대생이 289명(7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30 세대는 한 명도 없었으며 여성은 58명(14%)에 그쳤다. 동아일보가 고위직 인사 401명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1960년대생에 이어 1950년대생 82명(20%), 1970년대생 20명(5%)이 뒤를 이었다. 정부 고위직 가운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세대(1965~1972년생)는 153명(38.2%)으로 집계됐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을 지낸 고위직 168명 가운데 전대협 세대는 절반이 넘는(52.4%) 88명이었다. 여전히 586세대가 정부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관가에서는 50대에도 여전히 막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했지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전대협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586세대가 사회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50대 초중반의 나이가 된 것”이라고 했다. 최고령은 1942년생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79)이었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75)이 뒤를 이었다. 1980년대생은 1981년생인 김광진 대통령 청년비서관(40)이 유일했다. 여성은 401명 중 58명(14%)에 그쳤으나 장관급 인사 68명 가운데서는 18명(27%)을 차지했다. 문 대통령의 여성 내각 30% 공약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다.전주고-광주대동고-광주동신고 ‘고위직 톱3’ 전주고 7명, 대동고·동신고 6명씩, “차관회의는 호남 동문회” 얘기도 문재인 정부 4년간 발탁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들의 출신 고등학교는 전주고, 광주 대동고, 광주 동신고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하며 호남 출신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동아일보가 고위직 인사 401명의 출신 고등학교를 분석한 결과 전주고(7명), 광주 대동고(6명), 광주 동신고(6명) 출신이 많았다. 이어 광주 제일고(5명), 목포고(5명)가 뒤를 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2, 3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던 전주고가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고위직을 많이 배출한 상위 10개 고등학교 중 호남 지역 학교가 5곳이었다. 경기고와 서울고도 각각 5명을 배출했고 경북고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5명을 배출해 10위 안에 들었다. 특히 전주고, 광주 대동고, 광주 동신고 출신 총 19명 중 18명이 모두 차관급 인사들이었다. 심보균 전 행정안전부 1차관, 최수규 중기벤처기업부 차관 등을 비롯해 외교부 1·2차관을 모두 지낸 조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등이 전주고였다.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은 광주 대동고를 졸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차관회의를 하면 호남 지역 동문회 같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현 정부 인사들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154명), 고려대(50명), 연세대(45명)가 249명(62%)으로 여전히 높았다. 이어 성균관대(16명), 한양대(15명) 순이었다. 외교안보 분야를 장악한 집단으로 회자된 ‘연정 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 총 8명이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황형준 기자·이원주 기자}
올해 3월 임명된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고위직에 올랐다. 2017년 6월 일자리기획비서관을 지낸 뒤 기획재정부 1차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정책실장을 맡게 된 것. 관가에서는 이 실장이 2006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를 한 데다 전남 광양 출신이라는 점이 이 같은 고속 승진의 한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황덕순 전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노동연구원 출신으로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고용노동비서관으로 출발해 2018년 12월에는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2019년 7월에는 일자리수석을 지낸 뒤 지난해 11월 퇴직했다. 이후 올해 2월 친정인 노동연구원의 수장으로 발탁됐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이처럼 문재인 정부 4년간 고위직을 두 차례 이상 거친 ‘회전문 인사’가 모두 6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는 물론 청년 일자리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졌지만 경제와 일자리 정책을 이끌었던 이 수석과 황 수석은 승승장구하며 핵심 요직을 이어간 것이다. 여권에선 “이전 정권에서도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을 곳곳에 배치하며 중용해 왔다”고 항변하지만 야권에선 “도 넘은 코드,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두 차례 이상 발탁된 고위직 66명 중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20명)과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및 더불어민주당 출신(18명)이 38명(57.6%)에 달했다.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 행정관을 지낸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현 정부 들어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뒤 감사원 사무총장, 민정수석 등에 올랐지만 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이른바 ‘추-윤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해 불명예 퇴진했다. 이 밖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도 승진을 거듭하며 현재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등 보수 정권 10년을 보내면서도 참정회(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등 각종 모임과 인연을 이어온 만큼 기본적으로 신뢰가 두텁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도 현 정부 4년간 고위직에 발탁되는 주요 인재 풀(pool)이다. 고위직 401명 중 112명이 2012년과 2017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안보 사령탑을 번갈아 맡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물론 김상조 전 정책실장,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등도 모두 캠프 출신이다. 호남에 뿌리를 둔 민주당 정부인 만큼 호남 출신도 이번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고위직 401명 중에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출신 인사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남권 출신 인사가 정부 고위직에 96명 기용돼 인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발탁됐다. 2명의 총리를 포함해 장관급 이상은 호남 출신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울경(15명), 수도권(14명), 충청권(10명)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코드가 바탕이 된 인사가 정권에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친여권 인사를 장관급에 임명하고 야당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동의 없이 29차례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도 야당과의 협치를 어렵게 만든 이유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검증 기준이 까다로워진 반면, 국정철학을 제대로 공유하는 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겪어본 잘 아는 인사를 중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60년대생 고위직 289명… 80년대생은 1명뿐 靑고위직 168명중 88명 전대협세대 문재인 정부 4년간 발탁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 401명 중 1960년대생이 289명(7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30 세대는 한 명도 없었으며 여성은 58명(14%)에 그쳤다. 동아일보가 고위직 인사 401명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1960년대생에 이어 1950년대생 82명(20%), 1970년대생 20명(5%)이 뒤를 이었다. 정부 고위직 가운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세대(1965~1972년생)는 153명(38.2%)으로 집계됐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을 지낸 고위직 168명 가운데 전대협 세대는 절반이 넘는(52.4%) 88명이었다. 여전히 586세대가 정부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관가에서는 50대에도 여전히 막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했지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전대협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586세대가 사회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50대 초중반의 나이가 된 것”이라고 했다. 최고령은 1942년생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79)이었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75)이 뒤를 이었다. 1980년대생은 1981년생인 김광진 대통령 청년비서관(40)이 유일했다. 여성은 401명 중 58명(14%)에 그쳤으나 장관급 인사 68명 가운데서는 18명(27%)을 차지했다. 문 대통령의 여성 내각 30% 공약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다.전주고-광주대동고-광주동신고 ‘고위직 톱3’ 전주고 7명, 대동고·동신고 6명씩… “차관회의는 호남 동문회” 얘기도 문재인 정부 4년간 발탁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들의 출신 고등학교는 전주고, 광주 대동고, 광주 동신고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하며 호남 출신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동아일보가 고위직 인사 401명의 출신 고등학교를 분석한 결과 전주고(7명), 광주 대동고(6명), 광주 동신고(6명) 출신이 많았다. 이어 광주 제일고(5명), 목포고(5명)가 뒤를 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2, 3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던 전주고가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고위직을 많이 배출한 상위 10개 고등학교 중 호남 지역 학교가 5곳이었다. 경기고와 서울고도 각각 5명을 배출했고 경북고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5명을 배출해 10위 안에 들었다. 특히 전주고, 광주 대동고, 광주 동신고 출신 총 19명 중 18명이 모두 차관급 인사들이었다. 심보균 전 행정안전부 1차관, 최수규 중기벤처기업부 차관 등을 비롯해 외교부 1·2차관을 모두 지낸 조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등이 전주고였다.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은 광주 대동고를 졸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차관회의를 하면 호남 지역 동문회 같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현 정부 인사들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154명), 고려대(50명), 연세대(45명)가 249명(62%)으로 여전히 높았다. 이어 성균관대(16명), 한양대(15명) 순이었다. 외교안보 분야를 장악한 집단으로 회자된 ‘연정 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 총 8명이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한 결과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개한 대북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틀 속에서 단계적 접근 등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접근법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촉진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인 북핵 성과물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 美 단계적 접근에 한숨 돌린 靑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용적·단계적 접근을 모색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새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 및 과거 다른 합의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합의’도 언급했다. 사실상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합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청와대가 판단하는 배경이다. 정부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이벤트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음에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대북정책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라며 “우리가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북-미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한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빅딜’로 대표되는 북핵 일괄타결을 시도했지만 비핵화 단계의 구체적인 입구조차 합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는 미 고위 당국자가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 아래 특정 조치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제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간다면 좀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 북-미 대화 분수령 될 韓美 정상회담 바이든 대통령의 북핵 전략의 밑그림을 확인한 문 대통령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설득할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미가 최대한 빨리 다시 마주 앉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그 중재자 역할에 다시 나서겠다는 뜻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이날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 대선 전부터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계속 다룰 계획이라는 점도 변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제 막 임기 100일이 지난 바이든 대통령과,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문 대통령의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처럼 ‘보여주기식’ 행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강경 담화에도 불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는 등 북-미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섰다. 통일부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에 대해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며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기조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다. 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 등을 공유하고 한미 대북 공동 기조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박효목 tree624@donga.com·최지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하며 만남을 제안했지만 김 원내대표가 “의제를 정한 뒤 만나자”며 거절했다. 2일 청와대와 국민의힘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1일) 김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한 뒤 “여건이 되는 대로 만나자”고 말했다. 앞서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김 원내대표 당선 직후인 지난달 30일 축하 전화를 걸어 3일 문 대통령과의 오찬을 제안했지만 김 원내대표가 거절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김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거듭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거절이라기보다는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 것”이라며 “언제든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을 의논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만나서 아무 결론 없이 끝낸다면 국민에게 실망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후 의제를 논의한 뒤 만날 수 있다”며 “일단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야당이 생각하는 국정운영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3일 국회에서 김 원내대표를 만나 축하를 전하고 조만간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격식을 따지지 않고 야당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국정 운영 파트너십을 다지려는 취지”라며 “의제와 일정 등을 다시 조율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가 선출됐고, 국민의힘도 이달 중으로 새 대표를 뽑는 만큼 곧 여야 대표 회동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4·7 재·보궐선거 2주 만인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바 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윤다빈 기자}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한 결과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개한 대북 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틀 속에서 단계적 접근 등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접근법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촉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인 북핵 성과물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 美 단계적 접근에 한숨 돌린 靑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용적·단계적 접근을 모색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한 고위당국자는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 및 과거 다른 합의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합의’도 언급했다. 사실상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합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청와대가 판단하는 배경이다. 정부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이벤트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음에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대북정책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라며 “우리가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북-미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한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빅 딜’로 대표되는 북핵 일괄타결을 시도했지만 비핵화 단계의 구체적인 입구조차 합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뉴욕타임즈(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변죽만 울렸다”고도 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간다면 좀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NYT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 북-미 대화 분수령 될 韓美 정상회담 바이든 대통령의 북핵 전략의 밑그림을 확인한 문 대통령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미가 최대한 빨리 다시 마주 앉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그 중재자 역할에 다시 나서겠다는 뜻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이날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 북한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부터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이 문제를 계속 다룰 계획이라는 점도 변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제 막 임기 100일이 지난 바이든 대통령과, 임기가 1년 가량 남은 문 대통령의 지향점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보여주기식’ 행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이날 북한의 강경 담화에도 불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는 등 북-미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담화를 낸 것으로 본다”며 “실제 도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제 삼은 대북 전단에 대해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며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기조를 다시 한 번 반복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다. 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 등을 공유하고 한미 대북 공동 기조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조하고 나선 미국 주도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바이든 행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가 21일(현지 시간) 개최를 확정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반도체 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취임 후 세계 정상 중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직접 만난다. 정부 당국자들은 30일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 등 핵심 기술·생산의 자체 공급망을 갖추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바이든 행정부 측에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지 못하면 국내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바이든 대통령이 지시한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 등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점검 결과가 나오는 만큼 직전에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반도체 협력을 강조하겠다는 것. 한미 정상은 또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양국이 함께 추진하는 데도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이달 초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요청했으나 미국이 부정적 의사를 밝힌 한미 백신 스와프 등 한국에 대한 미국의 단기적 백신 지원은 정상회담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경남 양산의 사저 신축 공사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잠시 중단됐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달 초 착공했던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의 문 대통령 사저 공사가 23일 임시 중단됐다. 공사가 시작되자 하북면이장단협의회 등 17개 단체가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을 내걸며 반발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청와대 경호처와 양산시가 교통, 소음 등 공사에 따른 문제를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사로 인한 분진이나 소음 등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없는지 확실하게 점검하기 위해 잠시 공사를 멈췄다”며 “주민들과 소통하며 불편 사항을 점검한 뒤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저 부지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는 그동안 수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사저 내 농지 형질변경 등을 이유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좀스럽고 민망하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27일 선종(善終)한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는 28일 오전부터 정 추기경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명동대성당에 들어서자 환하게 웃는 고인의 생전 사진이 보였다. 뒤편에는 사목 표어로 삼았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교관을 쓴 정 추기경은 손에 묵주를 든 채 유리관 속에 누워 있었다. 대성당에서는 1시간마다 가톨릭식 위령 기도인 연도(煉禱)가 낭송됐다. 추모객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기다리다 차례가 되면 대성당 제대 앞에 마련된 유리관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눈시울을 붉히면서 조문을 마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가톨릭 신자 이병순 씨(82)는 “정 추기경님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신 인자한 사제였다”며 “그동안 투병 중에 힘드셨을 텐테 이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 새벽에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선종미사가 봉헌됐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였다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였다”며 “투병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통 중에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하느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고 밝혔다. 각계의 추모도 이어졌다.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는 추도사에서 “모든 사람을 신뢰하시며 인자로이 대해 주신 정 추기경님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라는 사목 표어에 따라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삶으로 일관하셨다”고 회고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은 “평소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바라셨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셨다”며 “정진석 추기경님이 남기신 평화와 화해의 정신은 우리 종교지도자들이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은 대표회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평소 생명을 존중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을 추구했던 추기경님의 선종을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한국 천주교의 큰 언덕이며 나라의 어른이신 추기경님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에 드셨다”며 “국민 모두에게 평화를 주신 추기경님의 선종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여야도 한목소리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 추기경의 장례는 전임 교구장 규정에 따라 5일장으로 치러진다. 조문은 30일(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가능하며, 화환과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게 서울대교구 측의 설명이다. 30일 오후 5시에는 정 추기경 시신을 정식 관으로 옮기는 입관 예절이 예정돼 있다. 5월 1일 오전 10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염 추기경 주례로 장례미사가 봉헌된다. 미사가 끝나면 고인의 시신은 명동대성당을 떠나 장지인 경기 용인시 성직자묘역으로 향할 예정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