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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이름을 알린 장뱅상 플라세 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53)이 재임 시절 여자 경찰관을 성추행해 벌금을 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6일(현지 시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플라세 전 장관은 2016년 10월 저녁 식사를 마치고 파리 7구의 관저로 향했다. 그는 입구를 지키던 한 여자 경찰관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시도한 후 “집으로 가서 한잔 하자. 가면 정말 좋을 것”이라며 성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경찰관은 다음날 상부에 곧바로 성추행을 보고했다. 당시 플라세 전 장관이 사과했고 사건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경찰관은 지난해 고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당시 성추행이 트라우마로 남았고 여성 경찰관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1일 법원은 성추행 벌금 5000유로(약 673만 원), 배상금 2000유로(약 269만 원) 등을 선고했다. 플라세 전 장관은 퇴임 후인 2018년 9월에도 파리 주점에서 20대 여성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제안한 후 거절당하자 욕설 및 소동을 벌인 혐의로 3개월 집행유예, 벌금 1000유로(약 135만 원)를 선고받았다. 만취 후 잦은 기행을 벌인 그를 두고 비판이 커지자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다. 술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플라세 전 장관은 1968년 서울에서 권오복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수원의 한 보육원에 지냈다. 1975년 프랑스인 부부에게 입양돼 북부 노르망디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나폴레옹을 존경하며 정치인의 꿈을 키웠고 2011년 한국계 최초의 프랑스 상원의원으로 뽑혔다. 2016~2017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국가개혁담당 장관을 지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논란이 커지면서 18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 최소 23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지만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EMA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접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에 큰 생채기가 생겨 접종이 재개돼도 거부감이 커 코로나19 방역에 지장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MA은 16일(현지시간) 긴급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는 보고에 대해 “현재로서는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에머 쿡 EMA 청장은 이날 “EU 전역에서는 매년 수천 명이 여러 요인으로 혈전이 생긴다”며 “백신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 위험성보다 크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작용 우려가 큰 만큼 EMA 산하 안전성관리위원회(PRAC)가 현재 혈전 부작용 관련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18일 발표된다. EMA는 PRAC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접종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낼 예정이다. EU 주요국들은 18일 나올 EMA 결정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16일 EMA 임시 브리핑이 끝난 후 전화를 나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공동성명을 통해 “EMA의 예비 입장은 고무적”이라며 “EMA가 긍정적 결론을 내리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불안감을 보이는 유럽국들도 있다. 리투아니아 보건당국은 이날 EMA 중간 발표에도 “지난 몇 시간 동안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환자 3명한테서 혈전이 생겼다. EMA 최종 발표 전까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8일 EMA의 최종 발표에 EU 27개 회원국, 나아가 전 세계의 향후 백신 조치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다만 18일 최종결과 발표에서도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 간의 인과 관계가 없으며, 접종 이익이 더 크다’는 EMA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프랑스 언론 르몽드 등 유럽 매체들은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부작용 우려로 접종 중단을 발표한 전 세계 23개국 중 혈전 발생과 백신 접종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국가는 한 곳도 없다. 대부분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부작용 우려에 예방적 차원에서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르제네카 측도 “EU와 영국 전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1700만 명이 넘지만 혈전 발생은 37건”이라고 밝혔다. 전체 코로나19 백신으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15일 기준 유럽 전체 백신 접종 회수는 5억81만 건에 달한다. 이중 보고된 혈전 발생 건수는 두 자리 수에 그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사망해 혈전 발생 우려를 낳았던 이탈리아 50대 남성도 1차 부검 결과 혈전 질환이 아닌 심장 쪽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라레푸블리카는 전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전과 후를 비교할 때 전체 혈전 환자 발생 건수는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커져 18일 이후 접종 재개 시에도 사용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시작된 상황에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통계를 보면 이미 65세 이상 예방효과 논란 때문에 EU 27개 회원국에 공급된 아스트라제네카 1500만 회 중 50% 이상이 사용되지 않은 채 저장고에 쌓여있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뉴스채널 BFM 의뢰로 여론조사회사 엘라브가 자국민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나 됐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20%로 다른 제조사 백신인 화이자 제품(5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가 향후 ‘계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검토 중이다. 승인 후 즉각 사용을 위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재고량만 3000만 회분이 넘는다. 혈전 문제로 신뢰도가 하락한 탓에 미국 내 사용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장기적으로 백신 불신 현상이 심화돼 코로나19 대유행 제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EU 회원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벨기에 프랭크 밴든 브룩 보건장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3차 확산이 심각한 것을 알아야 한다. 백신 접종 중단은 매우 부주의한 일”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보건당국 예방 접종 책임자인 마이클 드뤼츠크도 “백신 부작용에 대한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각국이 공황이 생겼고, 이에 굴복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툴루즈대의 장루이 몽타스트뤼크 임상약리학 학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번 중단됐다가 다시 승인된 의약품이 다시 전면적으로 사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1시간마다 사람을 깨우는 곳이다. 소설 ‘1984’와 같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가 1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수감된 교도소 상황을 전했다(사진).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수감된 러시아 포크로프시(市)의 제2번 교도소(IK-2)에서 변호인단을 접견했다. 삭발 상태인 그는 변호사에게 고통을 호소하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변호사를 통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교도소 생활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미래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비유하며 “어디에나 카메라가 있어 감시를 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금이라도 규칙을 위반하면 바로 보고된다”며 “죄수들을 1시간마다 깨우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60마일(약 96km) 떨어진 포크로프시 제2번 교도소는 러시아에서 ‘최악의 4대 교도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주로 러시아의 정치범을 수용하는 곳으로 상습적 구타 같은 육체적 학대는 물론이고 정신적 괴롭힘도 심해 ‘죄수를 완전히 망가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곳에서는 수감자들을 정신적으로 고립시키려고 주변과의 대화도 금지하고 있다. 교도소 직원 이름을 강제로 외우게 하고 항상 깍듯이 인사해야 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있게 하거나 읽기 쓰기를 금지한 채 하루 종일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체제 순응 교육을 하기도 한다. 모욕감과 무기력증을 주기 위해 칫솔을 주고 멀쩡한 바닥 청소를 하루 종일 시키거나 독방에 수감한다고 CNN은 전했다. 이 교도소에 2년간 수감됐던 야권 활동가 콘스탄틴 코토프는 AFP에 “수감자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나발니를 신경쇠약에 걸리게 하려는 조치로 정적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압박인 셈”이라고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의 소행으로 보이는 독극물 테러를 당한 후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았다. 올해 1월 17일 귀국한 그는 공항에서 바로 체포된 후 집행유예 의무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교도소에 수감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들이 15, 16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백신 접종 후 혈전(피떡)이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 출혈, 혈소판 감소, 뇌혈전 등 부작용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유럽의약품청(EMA)의 긴급조사 최종 결과 발표 전까지 접종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일단 세계보건기구(WHO)는 15일 “백신 접종을 멈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MA도 16일 “백신의 혈전 유발 징후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MA가 의뢰한 전문가 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는 18일 나온다.○ 열흘 동안 최소 23개국 접종 중단 1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옌스 슈판 보건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 2회 차 접종을 모두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백신 승인 기구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뇌혈전 반응에 대한 추가 조사 필요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독일 발표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열고 “예방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의 접종 중단 결정 여파로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도 잇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에 동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시작을 연기한 인도네시아를 포함하면 이 백신 접종을 중단한 국가는 16일 현재 유럽 20개국을 포함해 최소 23개국에 이른다. EU 국가를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영국, 미국, 호주 등 영미권 국가들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 국가들은 혈전 발생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사이의 인과성이 부족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백신 접종 이후 현재까지 22건의 폐색전증과 15건의 혈전증이 보고됐으며, 이는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비슷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빠르면 한 달 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방역당국 “인과성 확인 없어” 한국 정부도 지금 단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박영준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3억 명 이상 접종했는데, 혈전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관련성이 확인된 사례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역시 이 백신의 부작용 사례와 접종 중단 국가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 팀장은 한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중단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여러 가지 방역당국이 취해야 할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EMA는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 사이의 인과성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이때 유의미한 인과성 근거가 나오거나, 해당 백신의 사용 연기를 권고할 경우 우리 방역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된다. 백신 접종계획상 국내에서 3월 말부터 2분기(4∼6월)까지 백신을 맞는 인원의 70%인 약 770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등 다른 제약사와 계약한 물량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전문가 사이에선 아직 ‘접종 유지’ 의견이 많은 편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 연구 결과 백신 접종 전후 폐색전증 발생 비율에 변화가 없다”며 “이는 혈전이 기저질환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고, 백신과의 연관성이 적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EMA 조사 결과를 본 뒤 접종을 하는 게 더 과학적”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김소민 기자 / 파리=김윤종 특파원}
“1시간 마다 사람을 깨우는 곳이다. 소설 ‘1984’와 같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가 1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수감된 교도소 상황을 전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수감된 러시아 파크로프시(市)의 제2번 교도소(IK-2)에서 변호인단을 접견했다. 삭발 상태인 그는 변호사에게 고통을 호소하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교도소 생활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미래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비유하며 “어디에나 카메라가 있어 감시를 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금이라도 규칙을 위반하면 바로 보고된다”며 “죄수들을 1시간 마다 깨우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60마일(96㎞) 떨어진 파크로프시 제2번 교도소는 러시아에서 ‘최악의 4대 교도소’ 중 한곳으로 꼽힌다. 주로 러시아의 정치범을 수용하는 곳으로 상습적 구타 같은 육체적 학대는 물론이고 정신적 괴롭힘도 심해 ‘죄수를 완전히 망가트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곳에서는 수감자들을 정신적으로 고립시키려고 주변과의 대화도 금지하고 있다. 교도소 직원 이름을 강제로 외우게 하고 항상 깍듯이 인사해야 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있게 하거나 읽기·쓰기가 금지된 채 하루 종일 러시아국영 TV를 통해 체제 순응교육을 받기도 한다. 모욕감과 무기력증을 주기 위해 칫솔을 주고 멀쩡한 바닥 청소를 하루 종일 시키거나 독방에 수감한다고 CNN은 전했다. 이 교도소에 2년 간 수감됐던 야권 활동가 콘스탄틴 코토프는 AFP에 “수감자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나발니를 신경쇠약에 걸리게 하려는 조치로 정적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압박인 셈”이라고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의 소행으로 보이는 독극물 테러를 당한 후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았다. 올해 1월 17일 귀국한 그는 공항에서 바로 체포된 후 집행유예 의무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교도소에 수감됐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계 30대 정치인의 기수’로 꼽히는 마리아 오히살로 핀란드 내무장관 겸 녹색당 대표(36)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특히 각국 빈곤층이 큰 타격을 입었는데 나 역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낸 만큼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6월부터 녹색당 대표를 맡고 있는 오히살로 장관은 같은 해 12월 사회민주당을 이끄는 산나 마린 총리(36)가 세계 최연소 여성 국가수반이 됐을 때 마린 총리와 연정을 구성해 장관에 올랐다. 두 사람을 포함해 연정 소속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고, 이 중 4명이 30대로 젊은 바람을 일으켜 큰 주목을 받았다.》 1985년생인 그는 ‘흙수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부모는 가난했고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증까지 있어 어린 시절 집이 아닌 보호소에서 지냈다. 2008년 녹색당에 가입한 후 2017년 시의원, 2019년 국회의원을 거쳤고 젊은 나이에 입지전적 성공을 거뒀다는 이유로 마린 총리와 함께 핀란드 여성들의 ‘역할 모델’로 불린다. 한국 영화와 김치를 즐기며 특히 이창동 감독의 2018년작 ‘버닝’을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당초 대면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최근 유럽 내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서면으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핀란드는 다른 유럽국에 비해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기 전에는 기본 방역에 더 철저해져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모임 및 접촉을 최소화하고 손을 잘 씻는 일 등이다. 이런 행동이 귀찮게 느껴지더라도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해결책이다. 그래야 식당에 가고 공연을 보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15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인구 550만 명인 핀란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6만6000명, 780명을 넘었다. 인구 1000만 명인 이웃 스웨덴이 한때 집단면역을 추진했다 사실상 실패하는 바람에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71만 명, 1만3000명이 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다. 오히살로 장관은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창궐하고 올해 초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국경 통제, 입국 제한 등을 선제적으로 단행해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전 세계의 백신 양극화가 심각하다. “한 국가 혹은 일부 지역에서만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친다고 해서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이 끝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 언제든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이겨내려면 서로 방역 정보와 물자를 공유해야 한다. 전염병 시대에 세상을 움직일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통합(unity)’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이 컸지만 배운 것도 많다. ‘어떻게 하면 인류가 잘 모여 살 수 있는가’ ‘자신의 이익이나 욕구만 생각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등을 모두 느꼈을 것이다. 바이러스로부터 자신, 가족, 주변 사람을 보호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일상을 바꿔야 한다. 이런 시기에 지도자의 덕목 또한 ‘공감과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지도자는 정책을 수립할 때 목소리를 충분히 내기 어려운 약자의 목소리부터 청취해야 한다.” ―핀란드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아일랜드의 집권 연정에도 녹색당이 참여하고 있다. 과거 ‘소수당’이었지만 각국에서 당당한 ‘주류 정당’으로 부상한 느낌이다. “코로나19뿐 아니라 기후변화, 빈곤, 인종차별 등도 전 세계가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치명적 바이러스’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과 빈곤 해소를 주창하는 녹색당의 정책이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유럽 전역에서 연초부터 한파, 폭설, 홍수 등 이상기후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도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인다.”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높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세계 각국이 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 빨리, 더 잘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특정 기업의 성공과 국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환경규제 강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과 국가는 번창할 것이고 기존 관성대로 일하는 기업과 국가는 반대일 것이다. 나 같은 젊은 정치인이 증가하는 현상 또한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 세대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젊은이들이 중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더 많은 젊은이가 투표를 하고 정치적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젊은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린 시절 어려움으로 좌절한 적은 없나. “어려운 상황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나도 그랬다. 다만 좌절감을 느끼기만 해선 안 되고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행동해야 한다. 내가 겪은 어려움을 다른 사람은 겪지 않도록 더 나은 ‘복지국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10대 시절 참석한 녹색당 청소년 행사에서 정계 입문을 결심했다. 이후 당 청년부 의장, 부위원장, 대표 등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정치인으로서의 목표 역시 불평등과 빈곤 감소다. 유엔도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중 첫 번째 과제로 ‘모든 형태의 빈곤을 어디에서나 종식시키는 것’을 내세웠다. 특히 코로나19로 각국 빈곤층이 더 큰 타격을 입은 만큼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는 양성평등 선진국으로 꼽힌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려면 남녀 고용률 격차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남녀가 보육 책임을 균등하게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저렴한 보육시설 확대와 남성 육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지원이 필요하다. 여성이 남성이 많은 분야로 진출하고, 반대의 사례도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남자가 간호사나 유치원 교사가 되고 여성이 정보기술(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젊은 장관답게 게임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비디오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한국이 e스포츠 분야의 강국인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 영화도 좋아한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 김치도 잘 먹는다. 매운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김치는 많이 먹을 수 있다.”마리아 오히살로 핀란드 내무장관 겸 녹색당 대표△ 1985년 헬싱키 인근 베살라 출생△ 2011년 헬싱키대 사회과학 석사△2013∼2014년 녹색청년학생연합 공동대표△ 2017년 동핀란드대 사회과학 박사△ 2017년 헬싱키 시의원△ 2019년 4월 국회의원(하원·헬싱키) 당선△ 2019년 6월∼현재 녹색당 대표△ 2019년 12월∼현재 내무장관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4일 보수 성향이 강한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주의회 선거에서 집권 기독민주연합이 패했다. 두 지역 모두 ‘기민당 텃밭’으로 불렸지만 여당 정치인들이 방역 마스크 관련 뒷돈을 받은 ‘마스크 스캔들’이 불거지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도 지지부진하자 민심이 돌아섰다. 1월 기민당 대표에 오른 아르민 라셰트(60)가 취임 후 첫 선거에서 패함에 따라 그가 올해 9월 16년 장기집권을 마감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자가 될 수 있을지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 또한 남은 기간 지도력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에 따르면 이날 선거 결과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는 녹색당이 32.6%로 1위, 기민당은 24.1%로 2위를 기록했다. 사회민주당(11.0%), 자유민주당(10.5%),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9.7%) 등이 뒤를 이었다. 인근 라인란트팔츠에서도 사민당이 35.7%로 1위를 차지했고 기민당은 2.77%에 그쳤다. 포르셰, 다임러 등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본사가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는 2019년 기준 1인당 소득이 4만7000유로(약 63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부유한 곳이다. 라인란트팔츠 역시 기민당을 이끌며 16년간 총리를 지낸 ‘보수 거두’ 헬무트 콜 전 총리의 고향이이어서 기민당 지지세가 강하다. 이런 곳에서 기민당이 대패한 것은 소속 니콜라스 뢰벨 의원이 최근 “중국산 제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겠다”며 한 마스크 제조사로부터 25만 유로(약 3억40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뢰벨의 지역구는 바덴뷔르템베르크 내 주요 도시인 만하임으로 그가 5일 사퇴했지만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 게오르크 뉘슬라인 원내 부대표 역시 비슷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3일 기준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에서 독일은 10.6회로 영국(37.2회), 덴마크(14.2회), 스위스(12회) 등 주변국에 비해 적다. 온라인에서는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미국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생산하는데도 왜 이렇게 속도가 더딘가” “예약부터 접종까지 최대 10단계를 거쳐야 하는 관료주의 행정 절차를 당장 폐지하라”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일간 디벨트는 “기민당에 암흑기가 시작됐다. 기민당이 16년 만에 정권을 내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신임 사무총장으로 머티어스 코먼 전 호주 재무장관(51·사진)이 선출됐다. 15년간 OECD를 이끌어온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71)의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37개 OECD 회원국 대표부의 투표로 치러진 사무총장 선임 5차 최종협의에서 코먼 전 장관은 스웨덴 출신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전 유럽연합(EU) 통상집행위원(53)을 누르고 당선됐다. 개별 회원국의 투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로이터는 “표 차이는 근소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집권당인 우파 자유당 소속의 코먼 당선인은 2007년부터 상원의원을 지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호주 역대 최장수 재무장관으로 국가 경제정책을 총괄해왔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벨기에 나무르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1996년 호주로 이민 온 뒤 한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코먼 당선인은 당선 이후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깨끗하고 공정한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고용과 생활수준을 높이는 본질적인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 우리의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코먼 당선인은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없앤다는 방안은 무책임하다”고 발언해 환경단체들로부터 ‘반환경론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한 것은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OECD는 이달 15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코먼 당선인을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공식 업무는 6월 1일부터이며 임기는 5년으로 두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코먼 당선인 앞에는 기후변화 대응 및 디지털세 부과 공동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OECD 수장으로 석탄발전 수준을 낮추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회원국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인 고정 사업장 없이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즉 디지털세와 관련해서도 OECD 공통 기준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먼의 경쟁자였던 말름스트룀 측은 25년 만에 유럽 출신 OECD 사무총장이 나올 차례라고 주장해왔다. 한국 등 37개 OECD 회원국 중 25개에 달하는 유럽 국가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점쳐졌으나, 뚜껑을 열었더니 EU 집행위 등서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남유럽 국가를 압박해온 북유럽 국가에 대한 반발 심리 등이 반영돼 유럽 내 표가 분열됐다. 여기에 미국이 최근 대중국 압박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호주 후보 측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디언은 코먼 당선을 두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최근 각국 정부를 설득한 게 주효했다고 평가하며 “호주 정부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5)과 메건 마클 왕손빈(40)을 지난해 미국서 벌어졌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빗대 논란이 일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가 13일 공개한 최신호 표지(사진)엔 만평 형식으로 여왕이 오른 무릎으로 마클의 뒷목을 짓눌러 제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표지 우측엔 ‘마클이 버킹엄궁(영국 왕실)을 떠난 이유’라고 적혀 있고, 그 아래에 마클이 “내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말풍선이 달려 있다. 여왕은 붉어진 눈으로 사람의 목을 짓누르며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최근 영국 왕실 스캔들을 빗댄 것이다. 여왕의 손자 해리 왕손(37)의 부인으로 흑백 혼혈인 마클은 7일 미국 CBS 인터뷰에서 “왕실 인사가 아들 피부색을 걱정했다”고 폭로했고 이후 왕실의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해당 만평이 여왕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일부 왕실 지지자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만평이 인종차별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기보다는 인종 문제를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국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민간 연구소 러니미드트러스트의 할리마 베굼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에브도의 만평은 인종차별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차별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와는 무관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1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만평에 격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총격 테러를 가해 편집장을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 등 12명이 숨졌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이 주간지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종종 불러일으켰다. 2016년 1월엔 지중해에서 익사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를 성추행범으로 묘사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만평엔 쿠르디가 죽어 있는 모습을 그린 뒤 ‘꼬마 알란이 성장하면 무엇이 됐을까?’라는 질문과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란 문구를 적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5)과 메건 마클 왕손빈(40)을 지난해 미국서 벌어졌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빗대 논란이 일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가 13일 공개한 최신호 표지엔 만평 형식으로 여왕이 오른 무릎으로 마클의 뒷목을 짓눌러 제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표지 우측엔 ‘마클이 버킹엄궁(영국 왕실)을 떠난 이유’라고 적혀 있고, 그 아래에 마클이 “내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말풍선이 달려 있다. 여왕은 붉어진 눈으로 사람의 목을 짓누르며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최근 영국 왕실 스캔들을 빗댄 것이다. 여왕의 손자 해리 왕손(37)의 부인으로 흑백 혼혈인 마클은 7일 미국 CBS 인터뷰에서 “왕실 인사가 아들 피부색을 걱정했다”고 폭로했고 이후 왕실의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해당 만평이 여왕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일부 왕실 지지자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만평이 인종차별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기보다는 인종 문제를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국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민간 연구소 러니미드트러스트의 할리마 베굼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에브도의 만평은 인종차별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차별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와는 무관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1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만평에 격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총격 테러를 가해 편집장을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 등 12명이 숨졌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이 주간지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종종 불러일으켰다. 2016년 1월엔 지중해에서 익사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를 성추행범으로 묘사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만평엔 쿠르디가 죽어 있는 모습을 그린 뒤 ‘꼬마 알란이 성장하면 무엇이 됐을까?’라는 질문과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란 문구를 적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신임 사무총장으로 마티아스 콜먼 전 호주 재무부 장관(51·사진)이 선출됐다. 15년간 OECD를 이끌어온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71)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기후변화 대응 및 디지털세 부과 공동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37개 OECD 회원국 대표부 투표로 치러진 사무총장 선임 5차 최종협의에서 콜먼 전 장관은 스웨덴 출신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전 유럽연합(EU) 통상집행위원(53)을 누르고 당선됐다. 개별 회원국 투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로이터통신은 “표 차이는 근소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콜먼 당선인은 6월 1일부터 5년 임기(2번 연임 가능)를 시작한다. 호주 집권당인 우파 자유당 소속인 콜먼 당선인은 2007년부터 상원 의원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호주 역대 최장수 재무부 장관으로 국가 경제정책을 총괄해왔다. 벨기에서 태어나서 법학 전공으로 대학까지 마쳤고 1996년 호주로 이주한 뒤 정계에 뛰어들었다. 콜먼 당선인은 당선 이후 가진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깨끗하고 공정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과 생활수준을 높이는 본질적인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 우리의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콜먼 당선인은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없앤다는 방안은 무책임하다”고 발언해 환경단체들로부터 ‘반환경론자’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콜먼 당선인은 OECD 수장으로 석탄발전 수준을 낮추라는 국제사회 비판과 압박을 회원국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인 고정 사업장 없이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즉 디지털세와 관련해서도 OECD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과제도 착수할 예정이다. 콜먼의 경쟁자였던 말름스트룀 측은 25년 만에 유럽 출신 OECD 사무총장이 나올 차례라고 주장해왔다. 총 37개 OECD 회원국 중 25개에 달하는 유럽 국가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EU집행위 등서 재전건정성을 이유로 남유럽 국가를 압박해온 북유럽 국가에 대한 반발심리 등이 반영돼 유럽내 표가 분열됐다. 여기에 미국이 최근 대중국 압박 핵심축으로 떠오른 호주 후보 측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디언은 콜먼 당선을 두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최근 각국 정부를 설득한 게 주효했다고 평가하며 “호주 정부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혈전이 생기는 이상반응이 나타나면서 유럽 일부 국가가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백신과 혈전 발생 사이에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11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루마니아, 노르웨이 등은 최근 혈전 관련 이상반응이 나타난 백신과 같은 공정을 거친 특정 일련번호 또는 전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했다. 스페인 공중보건위원회도 55∼65세 대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일정을 일시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심각한 혈액응고 현상이 발생해 사망자가 나온 덴마크, 오스트리아의 중단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 외에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등이 비슷한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혈전 발생이 백신 접종으로 일어났다는 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MA에 따르면 유럽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는 300만 명이 넘는데, 혈전 발생 사례는 22건이다. 혈전 관련 사례를 추가로 조사하는 동안에도 접종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EMA의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2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아직 국내에서 혈전 생성에 대한 신고는 없다”며 “예방접종심의위원회 등 전문가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유럽에서 문제가 된 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전체가 아니라 현지 특정 제조시설 및 과정을 거친 제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용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상반기까지 1200만 명의 국민에게 1차 접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등교수업 확대를 감안해 특수학교 교사와 보건교사에 대한 접종이 2분기(4∼6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유럽 일부 국가가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인과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11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루마니아, 노르웨이 등은 최근 혈전 관련 부작용이 발생한 백신과 같은 공정을 거친 특정 일련번호 또는 전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했다. 스페인 공중보건위원회도 55~65세 대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일정을 일시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유럽 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심각한 혈액응고 현상이 발생해 사망자가 나온 덴마크, 오스트리아의 중단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들 국가 외에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등이 비슷한 조치를 취한 상태다. 반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역할과 비슷한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혈전 발생이 백신 접종으로 일어났다는 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MA에 따르면 유럽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인구는 300만 명이 넘지만 이중 혈전이 발생한 사례는 22건이다. 혈전 관련 사례를 추가로 조사하는 동안에도 접종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EMA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아직 국내에서 혈전 생성에 대한 부작용 신고는 없다”며 “예방접종심의위원회 등 전문가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전체가 아니라 특정 제조시설과 과정을 거친 제품들이 문제가 되는 것인데,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다음 달부터 접종 속도와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며 “상반기까지 1200만 명의 국민들에게 1차 접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특히 등교수업 확대를 감안해 특수학교 교사와 보건교사에 대한 접종이 2분기(4~6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 당국이 트위터의 서비스 속도를 느리게 하는 징계를 처음으로 내렸다. 구글에는 벌금을 부과하면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압박에 시동을 걸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미디어·통신감독청은 10일 이 같은 징계로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모바일 기기와 데스크톱의 절반가량은 트위터 로딩 속도가 느려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현재 러시아 내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사진, 동영상 등을 볼 때 속도가 크게 느려진 상태다. 다만 문자 텍스트는 서비스 속도를 늦춰야 하는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트위터가 러시아 법률을 계속 위반할 경우 자국 내 트위터 사용을 모두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감독청은 “러시아 정부가 2017년부터 자살, 폭력, 마약, 아동포르노 등 미성년에게 해가 되는 콘텐츠 3168개를 삭제하라고 트위터에 지시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 징계 이유”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미국의 거대 IT 기업을 규제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감독청은 이날 트위터와 같은 이유로 구글에 대해서도 300만 루블(약 46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페이스북, 틱톡 등에도 최대 400만 루블(약 62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라고 인테르팍스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IT 기업에 대한 징계 조치 강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 지지와 반정부 운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 당국이 트위터의 서비스 속도를 느리게 하는 징계를 처음으로 내렸다. 구글에게는 벌금을 부과하면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압박에 시동을 걸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미디어·통신 감독청은 10일 이같은 징계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는 100%, 데스크톱은 50%가 트위터 로딩 속도가 늦춰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현재 러시아 내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사진, 동영상 등을 볼 때 속도가 크게 느려진 상태다. 다만 문자 텍스트는 서비스 속도를 늦춰야 하는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트위터가 러시아 법률을 계속 위반할 경우 자국 내 트위터 사용을 모두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감독청은 “러시아 정부가 2017년부터 자살, 폭력, 마약, 아동포르노 등 미성년에게 해가되는 콘텐츠 3168개를 삭제하라고 트위터에 지시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 징계 이유”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미국의 거대 IT기업을 규제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감독청은 이날 트위터와 같은 이유로 구글에 대해서도 300만 루블(약 46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페이스북, 틱톡 등에도 최대 400만 루블(약 6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라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IT 기업에 대한 징계 조치 강화는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4) 지지와 반정부 운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영국 왕실이 왕가 내 인종차별을 폭로한 해리 왕손(37)과 메건 마클 왕손빈(40) 부부의 인터뷰가 공개된 지 약 40시간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인종차별에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가족 내부의 일이며 기억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해 인터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추가 진실 공방을 예고했다. BBC 등에 따르면 왕실은 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95) 명의 성명을 통해 “제기된 문제, 특히 인종 관련 부분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도 “사건에 대한 일부 기억은 다를 수 있지만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족들이 사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 노동당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왕실 내부 조사 등 공적 처리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여왕은 “가족들이 왕손 부부와 아들 아치를 언제나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영미 언론은 7일 미국에서 방영된 왕손 부부의 인터뷰 후 이틀 만에 나온 성명이 불과 61단어로 된 4문장에 그친 데다 특히 “기억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왕실이 흑백 혼혈인 왕손빈 때문에 두 사람의 아들의 피부색이 짙을까 우려했으며 공식 직함을 주는 것도 꺼렸다”는 부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실 전문가 애너 화이틀록 런던대 교수(역사)는 미 ABC 뉴스에 “여왕의 성명은 왕손 부부의 문제 제기에 선을 긋고 가족 내부 문제로 종결시키려는 것”이라며 이후 처리도 비공개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사태로 영국 내 세대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9일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영국인의 55%가 “왕실과 여왕을 지지한다”고 했다. 왕손 부부 지지(9%)보다 6배 많았다. 반면 18∼24세 응답자의 48%는 “왕손 부부를 지지한다”고 맞섰다. 왕실 지지(15%)보다 3배 이상 많다. CNN은 왕실에 대한 지지는 사실상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개인에 대한 지지라며 고령의 여왕이 사망하면 군주제 폐지 여론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왕손 부부의 인터뷰에 대해 “왕실과 여왕에 대한 수치스러운 배신” “마클 왕손빈은 (거짓말을 일삼아 코가 늘어나는) 피노키오”라고 맹비난한 유명 방송인 피어스 모건(56)은 9일 자신이 ITV에서 진행하던 방송 ‘굿모닝 브리튼’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이 방송을 진행하며 큰 인기를 누렸지만 이번 사태로 젊은층과 여성 시청자들이 “왕손빈을 과하게 비판했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방송사가 하차를 결정했다. 그는 이날 마지막 방송에서 동료 남성 진행자가 자신을 비판하자 갑자기 일어선 후 “더 못하겠다”며 스튜디오를 나가버렸다. 이후 트위터를 통해 “왕손빈 발언의 진실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각종 논란이 인터뷰 흥행을 고조시키는 모습도 뚜렷하다. 7일 미국에서만 1710만 명이 CBS의 본방송을 시청했고 하루 뒤 영국에서는 1200만 명이 지켜봤다. 이 외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한 3000만 명까지 포함하면 약 6000만 명이 방송을 시청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분석했다. 이에 CBS 역시 12일 재방송을 결정했다. 광고 분석 회사 AD에이지는 CBS가 7일 방송으로 거둔 수입만 최소 2000만 달러(약 225억 원)라고 예측했다. 재방송 또한 상당한 시청률 흥행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김예윤 기자}
영국 왕실 내에 인종차별이 있다고 폭로한 해리 왕손(37)과 메건 마클 왕손빈(40) 부부의 얘기가 미국 시청자 1710만 명을 불러 모았다. 8일 CNN 등 주요 외신은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을 인용해 둘의 인터뷰가 올해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미 특집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시청자를 모았다며 이는 올림픽, 월드컵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는 미 동부 시간으로 7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CBS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인 시대에 특정 시간에 ‘본방 사수’를 해야 하는 지상파 인터뷰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이유를 두고 왕실 스토리 자체가 일종의 ‘킬러 콘텐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영국 왕실 이야기는 계속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역사에는 없는 유서 깊은 왕가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부부의 인터뷰가 영국 왕실을 다룬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더 크라운’과 맞물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황금알로 평가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타임스는 “왕실 이야기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일일 드라마이고 왕족들 또한 스타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분석했다. 통치권이 없는 입헌군주제 아래 왕족이 갈수록 대중의 꿈을 먹고 사는 연예인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 ITV가 이미 미국에서 방영된 이번 인터뷰의 영국 내 방영권을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에 사들이고 세계 70여 개국에서 방영권을 사들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왕손 부부가 타블로이드 매체의 극성 보도로 미국 이주를 결정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는 반응이 엇갈린다. 국민 혈세가 왕실 재정에 투입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일정 부분의 노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사생활 취재가 도를 넘었다는 반론이 맞선다. 영국 언론들은 해리 왕손 부부의 아들 아치가 태어나기 전인 2012년 개정된 영국 왕실 칙령상 왕세자의 장남 자녀들에게만 ‘왕자’ ‘공주’ 칭호가 부여된다고 보도하는 등 ‘팩트 체크’에 나섰다. 아치가 왕자 칭호를 받지 못한 건 피부색 때문이 아니라 원래 있던 왕실 규칙 때문이라는 것이다. BBC는 왕손 부부가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미 흑인 배우 겸 감독 타일러 페리(52)가 로스앤젤레스 부촌 베벌리힐스의 집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지난해 10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이 13세 소녀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최근 경찰 당국은 당시 사건의 발단이 된 A 양(13)이 “학교 수업을 여러 번 빼먹은 사실을 아버지에게 들켜 혼날까 봐 거짓말을 했다”고 한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해당 진술이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발생한 교사 참수 테러의 시발점이 됐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10월 16일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km 떨어진 콩플랑생트오노린의 부아돈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 씨(당시 47세)가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됐다.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체첸계 무슬림 난민 청년 압둘라흐 안조로프(19)였다. 파티 씨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이 실린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토론 수업에 활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파티 씨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표적이 된 이유는 A 양의 아버지 브라힘 크니나 씨(48)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 때문이었다. A 양은 지난해 10월 6일 모로코 출신인 아버지에게 “학교에서 파티 선생님이 이슬람 풍자 만평을 보여주려 해서 항의했다. 그러자 수업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격분한 아버지는 파티 씨의 이름, 학교 주소와 교사에 대한 비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은 각종 무슬림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공유되며 확산됐고, 이 글을 본 안조로프가 테러를 감행했다. 그러나 딸이 아버지에게 한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조사 당국은 “파티 씨는 수업 전 미리 만평 내용을 공지하고, 거부감이 큰 무슬림 학생은 눈을 감거나 나가도 된다고 권유하는 등 사전 조치를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A 양은 당시 잦은 결석으로 학교로부터 ‘수업 배제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징계 때문에 파티 씨의 수업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잦은 결석으로 수업 배제 징계를 받은 ‘진짜 이유’를 말하면 혼날까 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에도 침묵하던 A 양은 다른 학생들이 파티 씨가 무슬림 학생들을 강제로 쫓아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서야 뒤늦게 사실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의 심리 분석 결과 A 양은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여동생 때문에 열등감이 컸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애정 결핍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조사 당국과 법원에서 눈물을 흘리며 “당시의 일을 정말 후회한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지난해 10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이 13세 소녀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최근 경찰 당국은 당시 사건의 발단이 된 A 양(13)이 “학교 수업을 여러 번 빼먹은 사실을 아버지에게 들켜 혼날까봐 거짓말을 했다”고 한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해당 진술이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발생한 교사 참수 테러의 시발점이 됐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10월 16일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콩플랑생트오노린의 부아돈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 씨(당시 47세)가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됐다.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체첸계 무슬림 난민 청년 압둘라흐 안조로프(19)였다. 파티 씨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이 실린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토론 수업에 활용했다는 게 살해 이유였다. 파티 씨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표적이 된 이유는 A 양의 아버지 브라힘 크니나 씨(48)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 때문이었다. A 양은 지난해 10월 6일 모로코 출신인 아버지에게 “학교에서 파티 선생님이 이슬람 풍자 만평을 보여주려 해서 항의했다. 그러자 수업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격분한 아버지는 파티 씨의 이름, 학교 주소와 교사에 대한 비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은 각종 무슬림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공유되며 확산됐고, 이 글을 본 안조로프가 테러를 감행했다. 그러나 딸이 아버지에게 한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조사 당국은 “파티 씨는 수업 전 미리 만평 내용을 공지하고, 거부감이 큰 무슬림 학생은 눈을 감거나 나가도 된다고 권유하는 등 사전 조치를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A 양은 당시 잦은 결석으로 학교로부터 ‘수업 배제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징계 때문에 파티 씨의 수업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잦은 결석으로 수업 배제 징계를 받은 ‘진짜 이유’를 말하면 혼날까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에도 침묵하던 A 양은 다른 학생들이 파티 씨가 무슬림 학생들을 강제로 쫓아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서야 뒤늦게 사실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의 심리 분석 결과 A 양은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여동생 때문에 열등감이 컸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애정 결핍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조사 당국과 법원에서 눈물을 흘리며 “당시의 일을 정말 후회한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영국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타블로이드 언론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영국 왕실이 아들 아치의 피부색을 우려했다’고 폭로한 해리 왕손(37), 메건 마클 왕손빈(40) 부부가 미공개 녹화영상에서 밝힌 말이다. 지난해 1월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거주지를 미국으로 옮긴 배경으로 ‘극성맞은 영국 언론’을 지목한 것이다. 미국에서만 1710만 명이 왕손 부부 인터뷰를 시청한 가운데 미디어의 조명이 ‘왕실 일원으로 감내해야 할 일’이란 주장과 ‘지나친 프라이버시 침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CBS 등에 따르면 녹화 분량 3시간 반 중 방영된 2시간 외 나머지 미공개 인터뷰에서 해리 왕손은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편파적이며 통제, 공포감, 독성이 넘치는 환경을 조장한다”며 “우리가 영국을 떠난 이유”라고 강조했다. 마클 왕손빈도 영국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야성적이고 거친 서부시대 같았다. 영국 왕실이 편파적 보도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보다 하루 늦은 8일(현지시간) 저녁 영국 ITV에서 방영된 왕손 부부 인터뷰 본편과 함께 영국 내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더 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언론이 영국 왕족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영국 왕실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일일 드라마이며, 마릴린 멀로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같은 스타들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업체 유고브의 지난해말 조사에서 65세 이상 영국민 80%는 선출직보다 영국 왕실을 선호한다고 답한 반면 18~24세 젊은 층은 40%에 그쳤다. 시대가 지날수록 왕실 일원은 대중의 ‘꿈’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나 유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집계결과 7일 해리 왕손 부부 인터뷰 방송은 미국인 1710만 명이 시청했다. 올해 황금시간대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시청 수이자 월드컵 등 주요스포츠 이벤트에서나 가능한 수치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가디언은 “영국 방영권을 가진 ITV도 이미 하루 전 내용이 다 공개된 인터뷰 방영권을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에 사는 등 현재 70여 개 국에 방영권이 팔렸다”며 “해리 왕손 부부 인터뷰는 영국 왕실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 더해져 영화, 방송 분야에 ‘황금덩어리’”라고 전했다. 더선, 데일리메일,데일리미러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 타블로이드의 왕실 사생활 취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해리의 모친 다이애나 빈(1961¤1997)도 타블로이브 언론을 피하려다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 해리 왕손 부부는 이런 비극이 자신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해 4월 타블로이드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는 ‘무(無)응대’ 정책을 선언했다. 영국 언론의 인종차별과 편협성은 뉴스룸 인종 비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조사결과 전체 영국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6%만이 유색인종이었다. 흑인기자의 비율은 0.2%에 그쳤다. CNN은 “백인인 영국 왕실의 맏며느리 케이트 미들턴과 혼혈인 마클의 언론보도가 극명하게 대조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언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영국 언론들은 해리 마클 부부의 발언에 대해 ‘팩트체크’로 대응하고 있다. 해리의 아들 아치가 왕자 칭호를 받지 못한 이유는 피부색 때문이 아니라 이미 아치가 태어나기 전부터 결정된 영국 왕실 관례라는 설명이다. 2012년 변경된 왕실 호칭 허가서에 따르면 왕위를 계승할 장손의 자녀에게 만 왕자, 공주 신분이 부여된다. 인종차별, 타블로이드 취재 관행 등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영국 정부와 왕실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8일(현지시간) 왕손 부부 인터뷰 관련 질문에 “여왕을 최고로 존경해왔다”며 답을 피했다. 왕실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해리 왕손 부부가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미 할리우드 배우이자 감독 타일러 페리(51)가 큰 역할을 했다고 BBC는 전했다. 페리는 지난해 1월 왕실 독립을 선언한 후 막막해하는 이들 부부에게 LA 베버리힐스에 있는 자신의 집과 경호 인력을 무료로 제공했다. 페리는 6억 달러(약 6850억 원)의 자산가로, 흑인을 중심에 둔 영화, 프로그램에 출연, 제작할 정도로 인종평등을 중시해왔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