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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고요? 그날 이후로 왠지 시간관념이 흐릿해졌어요. 우리도 피해자인데 왠지 차디찬 시선도 계속 받고 있고…. 상처가 다 지워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19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한 사무실빌딩. 얼핏 여느 건물과 다를 게 없었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별 관심이 없었다. 1층 로비도 요즘 어디서나 마주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수칙’이 벽에 붙어 있을 뿐이었다. 3월 관련 확진자가 169명이나 나오며 서울에서 가장 큰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구로 콜센터’ 건물이란 건 쉽게 알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수면 위만 잠잠할 뿐, 물밑은 여전히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또한 모든 게 달라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구로 콜센터를 비롯해 동대문구 PC방, 경기 성남시 수정구 교회 등 수도권에서 집단 감염이 벌어졌던 현장을 다시 찾았다.○ 유리창에 가득한 하얀 종이들 막상 빌딩에 들어가 콜센터가 있는 층으로 올라가니 색다른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확진자가 나왔던 11층은 지금도 폐쇄된 상태였다. 콜센터에 따르면 현재 7∼9층만 운영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바짝 붙어있던 직원들 자리도 이젠 한 칸씩 거리를 뒀다. 그런데 집단 감염 발생 당시에는 안쪽이 훤히 보였던 통로 쪽 통유리 창들에 하얀 A4용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콜센터 직원 A 씨(29)는 그걸 가리키며 “우리가 지내온 시간이 만든 ‘마음의 벽’”이라고 불렀다. “자꾸 누군가 들여다보는 거예요. 어디서 알고 찾아왔는지 한참을 노려봐 뒤통수가 따가울 때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하나씩 붙인 게 지금 저렇게 늘었습니다. 솔직히 직원들이 특별히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지 않나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그런데 두 달 내내 우린 ‘진원지’고 ‘온상’이고 ‘감염소굴’이었어요. 지금도 괜히 누가 쳐다보면 몸이 먼저 움츠러듭니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잠시만 얘기하자”고 해도 깜짝깜짝 놀랐다. “요즘 직원들끼리도 말을 안 하는데…”라며 손사래를 치면서 황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직원은 “동료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게 낙이었는데 요즘은 같이 잘 먹지도 않는다”며 “솔직히 어디서 ‘집단 감염’이나 ‘코로나’란 단어만 들려도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고도 했다. 콜센터 집단 감염은 주변 상가들에도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한동안 인적마저 끊길 정도였다. 그마나 최근에는 조금씩이나마 다시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B 씨(33)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 불안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아주 천천히 찔끔찔끔 나아지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제 괜찮나 싶다가도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같은 소식이 들려오면 괜히 다시 초조해지곤 한다”고 털어놨다.○ 리모델링한 PC방… 거리 두기는 아쉬워 2월 말 관련 확진자가 20여 명 나왔던 서울 동대문구 ○○PC방은 겉모습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PC방이긴 했지만 상호도, 실내 인테리어도 싹 바뀌었다. 카운터에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주인이 바뀐 것이냐”고 물었더니 “사장은 그대로다. 워낙 미디어에 많이 노출돼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싹 바꾼 걸로 안다”고 했다. 과감한 투자는 외견상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평일인데도 오후에 들른 PC방은 고객이 30명이 넘었다. 대다수가 청소년이나 20대였다. 한 직원은 “집단 감염이 벌어져 걱정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대로 손님들이 찾아와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 감염’이 나왔던 업소라기엔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일단 방문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입장하더라도 어떠한 제지가 없었다. 발열 체크도 하지 않았다. 내부에 있는 고객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까지 내린 채였다. 동행으로 보이는 고객들은 전부 20cm도 떨어지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같은 그릇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한 고객(26)은 “집단 감염 전부터 자주 찾아왔다. 집단 감염이 벌어졌을 땐 좀 겁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PC방도 달라진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70여 명의 관련 확진자가 나온 성남시 수정구 △△교회 주변은 분위기가 차가웠다. 당시 “소금물로 교인의 입안을 소독했다”며 전국적 공분을 일으켰던 교회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한 상인은 “같은 수정구로 옮겼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주변에 안개처럼 자욱이 내려앉은, 묘하게 날이 선 위태로운 분위기는 지워지질 않고 있었다. 주민들과 주변 상인들은 하나같이 대뜸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겼느냐”며 불안해했다. 주민 김모 씨(42)는 “당연한 것 아니냐. 그 집단 감염은 우리 동네에 ‘트라우마’로 남아버렸다”며 “전국 어디서 무슨 감염이 생겼단 얘기만 들어도 다들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전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동아일보가 둘러본 현장의 주민과 상인들은 그간 입었던 피해를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식당 대표는 “처음 집단 감염이 벌어진 뒤엔 매출이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식당에 들어왔다가도 (집단 감염) 사실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는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또 다른 위험에 대비하는 노력은 필요해 보였다. 한 식당은 집단 감염 뒤 거의 매주 1번씩 방역 전문 업체를 불러 소독했다고 한다. 입구에 ‘소독 완료’란 팻말도 만들어 붙이고, 예정에 없던 실내 수리도 했다. 업소 측은 “원래 한번 빠진 손님은 정말 회복하기가 힘들다. 다시 회복하느라 모든 노력을 다했다. 지금도 감염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분식집 직원은 “어쩌면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청결에 신경 쓰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조금은 손님들이 여유롭게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등을 보면 젊은 무증상 감염자가 현재도 상당히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 대규모로 확진자가 나왔던 공간을 수시로 체크하고 점검해야 한다”며 “지하에 있는 PC방처럼 환기가 어려운 장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점포별로 구체적이고 차별화한 지침을 마련해 방역망을 더욱 촘촘히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강승현 기자}
“벌써 2달이나 지났다고요? 그 날 이후로 왠지 시간관념이 흐릿해졌어요. 우리도 피해자인데 왠지 차디찬 시선도 계속 받고 있고…. 상처가 다 지워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19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한 사무실빌딩. 얼핏 여느 건물과 다를 게 없었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별 관심이 없었다. 1층 로비도 요즘 어디서나 마주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수칙’이 벽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3월 관련 확진자가 169명이나 나오며 서울에서 가장 큰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구로 콜센터’ 건물이란 건 쉽게 알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수면 위만 잠잠할 뿐, 물밑은 여전히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여전히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고, 또한 모든 게 달라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구로 콜센터를 비롯해 동대문구 PC방, 경기 성남 수정구 교회 등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졌던 현장을 다시 찾았다.● 유리창에 가득한 하얀 종이들막상 빌딩에 들어가 콜센터가 있는 층으로 올라가니 색다른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확진자가 나왔던 11층은 지금도 폐쇄된 상태였다. 콜센터에 따르면 현재 7~9층만 운영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바짝 붙어있던 직원들 자리도 이젠 한 칸씩 거리를 뒀다. 그런데 집단감염 발생 당시에는 안쪽이 훤히 보였던 통로 쪽 통유리 창들에 하얀 A4 용지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콜센터 직원 A 씨(29)는 그걸 가리키며 “우리가 지내온 시간이 만든 ‘마음의 벽’”이라고 불렀다. “자꾸 누군가 들여다보는 거예요. 어디서 알고 찾아왔는지 한참을 노려봐 뒤통수가 따가울 때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하나씩 붙인 게 지금 저렇게 늘었습니다. 솔직히 직원들이 특별히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지 않나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그런데 2달 내내 우린 ‘진원지’고 ‘온상’이고 ‘감염소굴’이었어요. 지금도 괜히 누가 쳐다보면 몸이 먼저 움츠러듭니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잠시만 얘기하자“고 해도 깜짝 깜짝 놀라했다. ”요즘 직원들끼리도 말을 안 하는데…“라며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직원은 ”동료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게 낙이었는데 요즘은 같이 잘 안 먹지도 않는다“며 ”솔직히 어디서 ‘집단감염’이나 ‘코로나’란 단어만 들려도 온“에 닭살이 돋는다”고도 했다. 콜센터 집단감염은 주변 상가들에도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한동안 인적마저 끊길 정도였다. 그마나 최근에는 조금씩이나마 다시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B 씨(33)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 불안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아주 천천히 찔끔찔끔 나아지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제 괜찮나 싶다가도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같은 소식이 들려오면 괜히 다시 초조해지곤 한다”고 털어놨다.● 리모델링한 PC방…거리두기는 아쉬워2월 말 관련 확진자가 20여 명이 나왔던 서울 동대문구 ○○PC방은 겉모습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PC방이긴 했지만, 상호도 실내 인테리어도 싹 바뀌었다. 카운터에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주인이 바뀐 것이냐”고 물었더니, “사장은 그대로다. 워낙 미디어에 많이 노출돼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싹 바꾼 걸로 안다”고 했다. 과감한 투자는 외견상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평일인데도 오후에 들른 PC방은 고객들이 30명이 넘었다. 대다수가 청소년이나 20대였다. 한 직원은 “집단감염이 벌어져 걱정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대로 손님들이 찾아와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감염’이 나왔던 업소라기엔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일단 방문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입장하더라도 어떠한 제지가 없었다. 발열 체크도 하지 않았다. 내부에 있는 고객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까지 내린 채였다. 동행으로 보이는 고객들은 전부 20㎝도 떨어지지 않은 채 앉아있었다. 같은 그릇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한 고객(26)은 “집단감염 전부터 자주 찾아왔다. 집단감염이 벌어졌을 땐 좀 겁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PC방도 달라진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70여 명의 관련 확진자가 나온 성남 수정구 △△교회 주변은 분위기가 차가웠다. 당시 “소금물로 교인의 입 안을 소독했다”며 전국적 공분을 일으켰던 교회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한 상인은 “같은 수정구로 옮겼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주변에 안개처럼 자욱이 내려앉은, 묘하게 날이 선 위태로운 분위기는 지워지질 않고 있었다. 주민들과 주변 상인들은 하나같이 대뜸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겼느냐”며 불안해했다. 주민 김모 씨(42)는 “당연한 것 아니냐. 그 집단감염은 우리 동네에 ‘트라우마’로 남아버렸다”며 “전국 어디서 무슨 감염이 생겼단 얘기만 들어도 다들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전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동아일보가 둘러본 현장의 주민과 상인들은 그간 입었던 피해를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식당 대표는 “처음 집단감염이 벌어진 뒤엔 매출이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식당에 들어왔다가도 (집단감염) 사실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는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또 다른 위험에 대비한 노력은 필요해보였다. 한 식당은 집단감염 뒤 거의 매주 1번씩 방역 전문 업체를 소독했다고 한다. 입구에 ‘소독 완료’란 팻말도 만들어 붙이고, 예정에 없던 실내 수리도 했다. 업소 측은 “원래 한번 빠진 손님은 정말 회복하기가 힘들다. 다시 회복하느라 모든 노력을 다했다. 지금도 감염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분식집 직원은 “어쩌면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청결에 신경 쓰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조금은 손님들이 여유롭게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이태원 클럽 집담감염 등을 보면 젊은 무증상 감염자가 현재도 상당히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 대규모로 확진자가 나왔던 공간을 수시로 체크하고 점검해야 한다”며 “지하에 있는 PC방처럼 환기가 어려운 장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점포별로 구체적이고 차별화한 지침을 마련해 방역망을 더욱 촘촘히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강승현 기자byhuman@donga.com}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인 경기 광주시의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나눔의집에는 이옥선 할머니(93) 등 피해 할머니 5명이 머물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에서 근무하는 김대월 학예실장 등 직원 7명은 19일 “나눔의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 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인이 채용한 운영진이 20여 년간 독점 운영했고, 병원 치료비나 물품 구입 등을 모두 할머니들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게 했다”고 했다. 이 직원들은 “나눔의집에 지난해 25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할머니들을 위해 쓰인 돈은 6400만 원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입·지출을 담당하는 사무국장의 배임·횡령 의혹도 제기했다. “사무국장이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나눔의집 전시 사업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며 “운영진에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오히려 해당 직원을 해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대월 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할머니들이 아직 살아 계신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만 할머니들을 위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나눔의집 이사회는 “이유 불문하고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할머니들에 대한 후원금 횡령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3월 광주시에 특별감사를 요청해 지난달 운영 관련 경고와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을 뿐 횡령 등은 지적받은 바 없다”고 했다. 이사회는 “나눔의집은 대한불교조계종 산하가 아닌 독립법인”이라며 “설립 당시 4억5000만 원을 출연한 송월주 이사장은 29년간 무보수로 봉직해 왔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13∼15일 나눔의집 법인에 대한 특별지도점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직원들의 고발을 받은 뒤 후원금 횡령 의혹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강승현 byhuman@donga.com·신지환 기자 /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2013년 9월 7억5000만 원에 매입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경기 안성시의 쉼터는 지난달 23일 4억2000만 원에 매각됐다. 계약을 중개한 안성의 한 부동산 대표 A 씨는 “60대 남성인 매수인 B 씨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이해관계가 없다. 지난달 23일 정의연과 B 씨가 협상 끝에 4억2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계약 시점 4, 5일 전 B 씨와 함께 서울 마포구의 정의연 사무실을 찾아 최종 가격 협상을 했다. A 씨는 “협상 자리에서 정의연 측이 ‘사업 취지와 맞지 않아 쉼터를 팔게 됐다’는 식으로 매도 이유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최근 B 씨가 1t 트럭에 화분 등 짐을 싣고 와 쉼터 건물로 옮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B 씨는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 정의연은 매입가의 56% 수준인 4억2000만 원에 팔기로 한 이유에 대해 “주변 부동산 가격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쉼터 주변에 화장터가 건립된다는 계획으로 한때 이 일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2018년에 화장터 건립 반대 플래카드가 깔렸지만 2019년 가을 주민 반대로 건립 계획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연은 2016년부터 쉼터 매각을 계획했다. 쉼터 인근에 거주하는 C 씨는 “정의연이 2016년 6억5000만 원에 쉼터를 매물로 내놔서 정의연 측과 4억5000만 원까지 가격을 조율했다. 그러다가 ‘너무 싸다’며 안 팔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의연은 지난해 6월 D부동산에 쉼터를 팔아달라고 제안했고, D부동산은 주변 시세를 고려해 4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내놨다.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자의 국회 진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다음 날 매매 계약을 했다. D부동산은 매매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안성=신지환 jhshin93@donga.com·김태언 기자}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의 학원 강사 A 씨(25)와 관련해 학생 확진자가 9명으로 늘었다. 6명은 학원에서 이 강사에게 수업을 받는 고교생이다. 과외수업을 받는 쌍둥이 남매와 학원 수강생의 학교 친구도 감염됐다. 이들 가운데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학생은 2명이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학교, 학원, 교회를 방문했다면 추가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인천시는 방역당국 조사에서 직업, 동선을 속인 A 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4일 경찰에 고발했다.○ 3차 감염 사례 추가 발생 인천시에 따르면 A 씨의 학원 수강생 B 군(18)과 어머니(42)가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군과 같은 고교에 다니는 친구 C 군(18)도 추가 감염됐다. C 군은 A 씨가 근무한 미추홀구의 학원에는 다니지 않는다. B 군은 7일부터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1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고 B 군 아버지와 동생도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나왔다. 인천에서 A 씨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14명이다. B 군은 5일 가족과 함께 음식점, 볼링장을 다녀왔다. 그는 6일 C 군을 만나 함께 PC방과 노래방을 찾았다. B 군은 11일 다른 학원도 2시간가량 다녀왔다. B 군의 어머니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우체국, 은행, 음식점 등을 찾았다. C 군은 8, 9일에는 연수구의 한 공부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들었다. C 군은 10일 기침과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13일 미추홀구 보건소를 찾아 검체 검사를 받았다. 보건당국은 C 군이 B 군을 통해 감염됐다면 3차 감염 사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A 씨의 수업을 들은 학원 수강생 6명은 미추홀구의 학원 이외에도 다른 3곳의 학원에서 교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원 3곳의 수강생은 15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인천 학원 “확진자 다녀갔냐는 전화 폭증” A 씨가 근무한 미추홀구 학원 일대 다른 학원들은 대부분 휴업했다. A 씨의 학원 반경 1km 안에 있는 학원 25곳 중 20곳이 휴업했다. 학원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치과와 부동산 사무실도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었다. 치과 출입문 앞에는 “전 직원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휴원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학원 앞은 한 시간 내내 오가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학원으로부터 100m 떨어진 인근 PC방에는 전체 100여 석 중 6석만 찼다. 초등학생인 딸의 손을 잡고 학원 건물 앞을 지나던 한 30대 여성은 “미술학원에 들러 아이의 짐을 챙겨서 나오는 중”이라며 “이 거리에서 누가 또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행인 정모 씨(47)는 “고교 1학년인 아들에게 학원에 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고 했다”며 “누가 2차, 3차 감염자인지 알 수 없어 당분간은 집에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채모 씨(57)는 “우리 학원생이 감염됐을지 몰라 다시 휴업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생이 30여 명인 이 학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달 동안 임시 휴업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휴업하게 됐다. 채 씨는 “학생 한 명이 보습학원 여러 곳을 다닐 때가 많다”며 “우리 학원생과 학부모, 강사 중 누가 감염됐을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 태권도학원에선 마스크를 쓴 관장 이모 씨(34)가 학부모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 씨는 “인천 학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바로 휴업했다”며 “학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느냐는 학부모의 문의 전화가 너무 많아 아예 전화를 받으려고 잠시 출근했다”고 말했다.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신지환 / 고도예 기자}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의 학원 강사 A 씨(25)와 관련해 학생 확진자가 9명으로 늘었다. 6명은 학원에서 이 강사에게 수업을 받는 고교생이다. 과외수업을 받는 쌍둥이 남매와 학원 수강생의 학교 친구도 감염됐다. 이들 가운데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학생은 2명이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학교, 학원, 교회를 방문했다면 추가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인천시는 방역당국 조사에서 직업, 동선을 속인 A 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4일 경찰에 고발했다.● 3차 감염 사례 추가 발생 인천시에 따르면 A 씨의 학원 수강생 B 군(18)과 어머니(42)가 14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B 군과 같은 고교에 다니는 친구 C 군(18)도 추가 감염됐다. C 군은 A 씨가 근무한 미추홀구의 학원에는 다니지 않는다. B 군은 7일부터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1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고 B군 아버지와 동생도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나왔다. 인천에서 A 씨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14명이다. B군은 5일 가족과 함께 음식점, 볼링장을 다녀왔다. 그는 6일 C군은 만나 함께 PC방과 노래방을 찾았다. B군은 11일 다른 학원도 2시간가량 다녀왔다. B군의 어머니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우체국, 은행, 음식점 등을 찾았다. C 군은 8, 9일에는 연수구 한 공부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들었고 공부방 강사의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C 군은 10일 기침과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13일 미추홀구 보건소를 찾아 검체 검사를 받았다. 보건당국은 C군이 B군을 통해 감염됐다면 3차 감염 사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A 씨의 수업을 들은 학원 수강생 6명은 미추홀구의 학원 이외에도 다른 3곳의 학원에서 교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원 3곳의 수강생은 15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인천 학원 “확진자 다녀갔냐는 전화 폭증” A 씨가 근무한 미추홀구 학원 일대 다른 학원들은 대부분 휴업했다. A 씨의 학원 반경 1㎞ 안에 있는 학원 25곳 중 20곳이 휴업했다. 학원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치과와 부동산 사무실도 불이 꺼진 채 비어있었다. 치과 출입문 앞에는 “전 직원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휴원한다”는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학원 앞은 1시간 내내 오가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학원으로부터 100m 떨어진 인근 PC방에는 전체 좌석 100여 석 중 6석만 찼다. 초등학생인 딸의 손을 잡고 학원 건물 앞을 지나던 한 30대 여성은 “미술학원에 들러 아이의 짐을 챙겨서 나오는 중”이라며 “이 거리에서 누가 또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행인 정 모 씨(47)는 “고교 1학년인 아들에게 학원에 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고 했다”며 “누가 2차, 3차 감염자인지 알 수 없어 당분간은 집에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추홀구 숭의동 보습학원장 채모 씨(57)는 학원 출입문을 잠그면 “우리 학원생이 감염됐을지 몰라 다시 학원 문을 닫는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생 30여 명의 이 학원은 3월 한 달 동안 휴업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휴업한 것이다. 채 원장은 “학생 한 명이 보습학원 여러 곳을 다닐 때가 많다”며 “우리 학원생과 학부모, 강사 중 누가 감염됐을지 가늠할 수 없어 일단은 휴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근 태권도학원에선 마스크를 쓴 관장 이 모 씨(34)가 학부모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 씨는 “인천 학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바로 학원 문을 닫았다”며 “학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느냐는 학부모 문의 전화를 너무 많아 아예 전화를 받으려고 잠시 출근했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인천=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2m씩, 최소 좌석 한 칸씩은 떨어져 앉으세요. 일부러 여기서 강의하는 거니까요.” 11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사이버관. 마스크를 쓴 교수가 강의실에 걸어 들어오며 학생들에게 거리 두기부터 지시했다. 마스크 너머로 조용히 인사를 나눴던 학생들은 금세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야 했다. 이 강의 정원은 70명 남짓. 그런데 370석이 넘는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학기 들어 처음 학생들을 대면한 교수는 “원래는 공연 같은 걸 하는 장소”라며 멋쩍게 웃었다. 11일 전국에서 대학 9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했던 대면수업을 제한적으로 시작했다. 해당 대학 학생들은 이날 올해 첫 등교를 했다. 그러나 대면수업 강의는 대부분 정원 제한 등을 둔 데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탓인지 캠퍼스에는 여전히 불안이 감돌았다. 실제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대학의 20%에 가까운 38곳이 11일부터 일부 과목을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대를 비롯한 29개 대학이 코로나19 지역감염이 다시 늘어나자 비(非)대면수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체 대학 중 이날까지 대면수업을 시작한 학교는 총 23곳(11.9%)이다. 한국외국어대는 30인 이하의 강의일 경우 대면수업으로 전환했다. 인원이 그 이상이라도 △학생 간 거리 확보가 가능하고 △수강생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더 많은 강의만 대면수업을 허용했다. 11일 기준 서울 및 글로벌캠퍼스 전체 4000여 개 강의 가운데 대면수업을 요청한 강의는 6%(254개)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캠퍼스 분위기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2학년생 이모 씨는 “1학기에 듣는 강의 중 2개가 대면수업이 가능했지만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많아 무산됐다”며 “아무래도 이태원 집단 감염이 터져 친구들도 학교에 오는 걸 꺼린다”고 전했다. 인근 문구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원래 학기 중엔 하루 200여 명이 드나드는데 오늘도 네댓 명밖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동국대는 20인 이하 강의에 대해 필요시 대면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황은 엇비슷했다. 2학년 조모 씨(20)는 “클럽에 가는 나이대가 딱 대학생 연령인지라 학생들도 굉장히 불안해한다”며 “대면 참석과 온라인 수강 중 선택할 수가 있어 학교에 나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는 조건으로 대면수업을 시작한 고려대는 오전부터 학생들에게 ‘OK 스티커’를 붙이느라 바빴다. 고려대는 학교 정문에 마련한 발열 검사소에서 출입자 전원의 체온을 체크한 뒤 발열 증상이 없으면 스티커를 부착해 교내로 들어갈 수 있게 허용했다. 학교 측 준비에도 학생들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대면강의를 듣고 귀가하던 김모 씨(25)는 “대면과 온라인이 선택 가능한 90명 정원 강의였는데 3분의 1도 채 안 왔다”며 “솔직히 이런 분위기라면 별로 오고 싶지 않은 게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전채은 chan2@donga.com·신지환·김수연 기자}
“2m씩, 최소 좌석 한 칸씩은 떨어져 앉으세요. 일부러 여기서 강의하는 거니까요.” 11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사이버관. 마스크를 쓴 교수가 강의실에 걸어 들어오며 학생들에게 거리 두기부터 지시했다. 마스크 너머로 조용히 인사를 나눴던 학생들은 금세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야 했다. 이 강의 정원은 70명 남짓. 그런데 370석이 넘는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학기 들어 처음 학생들을 대면한 교수는 “원래는 공연 같은 걸 하는 장소”라며 멋쩍게 웃었다. 11일 전국에서 대학 9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했던 대면수업을 제한적으로 시작했다. 해당 대학 학생들은 이날 올해 첫 등교를 했다. 그러나 대면수업 강의는 대부분 정원 제한 등을 둔 데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 감염이 벌어진 탓인지 캠퍼스에는 여전히 불안이 감돌았다. 실제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대학의 20%에 가까운 38곳이 11일부터 일부 과목을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대를 비롯한 29개 대학이 코로나19 지역감염이 다시 늘어나자 비(非)대면수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체 대학 중 이날까지 대면수업을 시작한 학교는 총 23곳(11.9%)이다. 한국외국어대는 30인 이하의 강의일 경우 대면수업으로 전환했다. 인원이 그 이상이라도 △학생 간 거리 확보가 가능하고 △수강생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더 많은 강의만 대면수업을 허용했다. 11일 기준 서울 및 글로벌캠퍼스 전체 4000여 개 강의 가운데 대면수업을 요청한 강의는 6%(254개)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캠퍼스 분위기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2학년생 이모 씨는 “1학기에 듣는 강의 중 2개가 대면수업이 가능했지만,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많아 무산됐다”며 “아무래도 이태원 집단 감염이 터져 친구들도 학교에 오는 걸 꺼린다”고 전했다. 인근 문구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원래 학기 중엔 하루 200여 명이 드나드는데, 오늘도 네댓 명밖에 오질 않았다”고 했다. 동국대는 20인 이하 강의에 대해 필요시 대면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황은 엇비슷했다. 2학년 조모 씨(20)는 “클럽에 가는 나이대가 딱 대학생 연령인지라 학생들도 굉장히 불안해한다”며 “대면 참석과 온라인 수강 중 선택할 수가 있어서 학교에 나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는 조건으로 대면수업을 시작한 고려대는 오전부터 학생들에게 ‘OK 스티커’를 붙이느라 바빴다. 고려대는 학교 정문에 마련한 발열 검사소에서 출입자 전원의 체온을 체크한 뒤 발열 증상이 없으면 스티커를 부착해 교내로 들어갈 수 있게 허용했다. 학교 측 준비에도 학생들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발열검진소 앞에서 만난 박규민 씨(26)는 “학교 차원에서 철저히 출입통제도 하고 방역수칙도 지키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잡히지 않아 불안감이 남아있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면강의를 듣고 귀가하던 김모 씨(25)는 “대면과 온라인이 선택 가능한 90명 정원 강의였는데 3분의 1도 채 안 왔다”며 “솔직히 이런 분위기라면 별로 오고 싶지 않은 게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백반집. 김치찌개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공기밥 2개와 반찬 네 가지, 찌개가 한꺼번에 나왔다. 찌개는 스테인리스 그릇 하나에 담겨 있었다. 덜어 먹을 수 있는 국자와 개인 그릇은 없었다. 옆 테이블에선 손님 2명이 이미 찌개 하나에 각자 숟가락을 번갈아 넣으며 국물을 먹고 있었다. 두 사람의 젓가락은 김치와 나물 등 다른 반찬그릇에도 바쁘게 오갔다. 이곳뿐 아니라 다른 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같은 그릇 반찬까지 나눠 먹는 전형적인 한국의 식사문화다. 찌개까지 같이 먹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반찬을 같이 먹는 건 한식은 물론이고 중식·일식당에서도 흔하다. 저렴한 분식집, 비싼 한정식 사정도 비슷하다. 많은 사람이 찜찜하다고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나친 문화다. 하지만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 속에선 이런 문화를 먼저 바꿔야 한다. 지금보다 일상의 위생 수준을 한층 높여야 감염병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반찬 공용’, 이제는 그만 6일 생활방역 전환을 앞두고 동아일보 취재팀은 4, 5일 이틀에 걸쳐 서울의 여러 형태의 식당을 둘러봤다. 방역당국은 생활방역 실천을 위한 세부 지침으로 음식을 각자 덜어 먹도록 식당에서 개인 접시와 국자, 집게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분식집. 커다란 냄비에 담겨 나온 즉석떡볶이를 개인 그릇에 떠먹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자신이 쓰던 수저를 떡볶이 국물에 담갔다. 대학생 이모 씨(27)는 “평소엔 별 생각 없이 먹었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상황이 그렇다 보니 좀 불안하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또 다른 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밥을 볶아 내오자 여러 사람이 따로 덜지 않고 각자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서대문구의 한 국밥집은 식탁마다 공용 양념통을 뒀다. 한 여성은 테이블 위에 있는 소금을 개인 숟가락으로 덜어 국밥에 넣었다. 인근 김치찌개 전문점은 식탁 위에 김가루통을 뒀다. 공용 집게가 있었지만 자신의 수저를 쓰는 이도 많았다. 대학생 이모 씨(22)는 “외국처럼 양념이나 소스를 개인 접시에 따로 내오면 좀 더 위생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한국 음식은 함께 나눠먹는 메뉴가 너무 많다”며 “위생 관리를 100%로 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거리 두기’, 아직은 갈 길 멀어 손님이 다녀간 식탁을 젖은 행주로만 닦는 식당도 있었다. 5일 종로구의 한 식당에선 식사가 끝난 테이블을 행주로 쓰윽 닦아냈다. 바로 직전 다른 테이블을 닦던 행주를 물에 헹구지 않은 채 그대로 썼다. 수저받침이 따로 없다 보니 냅킨 위에 수저를 올려 놓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냅킨의 먼지나 화학물질이 수저에 묻을 수 있어 이마저 깨끗하지는 않다. 관악구의 한 분식집은 수저통에 뚜껑이 없어 수저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식사하는 사람들의 미세한 비말(침방울)이 수저로 튈 수 있는 상황. 실제로 일부 수저에는 떡볶이 국물로 보이는 얼룩이 보였다. 방역당국의 생활방역 세부 지침에 따르면 이용자는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테이블 간격을 최소 1m 이상 유지하며 △가능한 한 서로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앉고 △식사 시 대화를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거리가 있었다. 4일 오후 고깃집 10여 곳이 모여 있는 마포구의 한 골목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손님들로 붐볐다. 테이블 사이 간격은 종업원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 지름 1m 내외의 원형 테이블에 손님 3, 4명이 둘러앉았다. 공용 고기집게가 있었지만 자신의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집는 사람도 있었다. 테이블 옆에 놓인 휴지통은 뚜껑이 없어 손님이 코나 입을 닦은 휴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식당에서 가급적 대화를 자제하는 게 좋지만 술에 취한 손님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취재팀이 만난 손님들은 위생상의 문제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대학생 박모 씨(23)는 “어차피 함께 식사하면 보이지 않는 침방울이 전해지는 건 막을 수 없다. 이 정도를 불결하다고 생각하면 식당을 이용하기 힘들다”고 했다.○ ‘상차림’도 위생 중심으로 전문가들은 식사 중 바이러스나 세균 전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끓는 음식인 경우 안심할 수 있지만 차가운 반찬을 함께 먹을 때 수저가 오가는 과정에서 확진자의 비말이 전파될 수 있다. 특히 반찬을 같이 먹다 보면 상대방과의 거리가 가까워져 직접적인 비말 전파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음식물 자체로 코로나19의 전파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음식을 가운데 놓고 사람들이 둘러앉으면 서로 침방울을 튀기기 쉽다”며 “개인별로 음식이 나오면 거리를 두고 앉기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용 음식을 개인 식기에 덜어 먹거나 식당에서 개인별로 반찬을 따로 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본인이 입을 댄 젓가락으로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먹으면 교차 오염 가능성이 있다”며 “식당 좌석마다 손세정제를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음식을 내놓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엄 교수는 “쟁반 안에 한 사람이 먹을 밥과 국, 반찬을 따로 내주는 식당들이 있는데 이런 상차림이 대중화돼야 한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신지환·사지원 기자}
황금연휴 마지막 날이자 어린이날인 5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 매표소 앞 대기선 바닥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한 노란 테이프가 2m 간격으로 붙어 있었다. 하지만 매표소 앞에만 150여 명이 몰리며 무용지물이 됐다. 한 안전요원이 “간격을 벌려 달라”며 간곡히 요청하자 잠시 거리를 벌리긴 했지만 약 3분 뒤 인파가 밀려들며 금세 다닥다닥 붙어버렸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황금연휴 동안 전국의 관광지나 유원지 등은 나들이에 나선 이들로 6일 내내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상당수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등에 신경 쓰며 노력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진 데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며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인파 몰린 관광지…거리 두기 갸웃 잠실롯데월드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등 놀이공원은 연휴에 어린이날까지 겹치며 가족 단위 방문이 크게 늘었다. 5일 오후 3시경 롯데월드 놀이기구들 앞에는 평균 100명 넘게 줄을 섰다. 한 놀이기구 앞에서 만난 김다혜 씨(27·여)는 “조심스럽긴 한데 틈을 노려 새치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아 줄 간격이 제대로 지켜지질 않았다”고 했다. 퍼레이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앞에도 30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지방 관광지도 거리 두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제주를 찾은 방문객은 19만3000여 명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비슷한 시기 일일 평균 4만5000명 수준까진 아니지만, 최근 1만 명대로 떨어졌던 상황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강원도 역시 연휴 기간 3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아온 것으로 추정했다. 정선군에 있는 한 리조트는 4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휴 기간 내내 100% 객실이 찼다고 한다. 유명 식당 등도 놀이공원만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강원 속초관광수산시장은 고객들이 몇백 m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에 있는 A식당은 “코로나19로 웬만하면 서로 거리를 두고 대각선으로 앉길 권유해 왔다. 하지만 연휴 동안 너무 손님이 많아 예전처럼 붙어 앉아 식사했다”고 전했다.○ 제재 없는 야외에서 빈틈 많아 박물관이나 쇼핑몰, 유적지 등은 사람들이 몰린 연휴 내내 방역에 무척 신경 썼다. 대부분 발열검사를 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점검했다. 강원 강릉시 오죽헌에서는 입구와 전시관 앞에 상주한 직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의 출입을 막았다. 오죽헌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마스크가 없어 결국 발길을 돌린 관광객들도 있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해양수족관 ‘아쿠아플라넷’은 시간당 400명, 일일 30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탁 트인 야외에선 별다른 제재가 없다 보니 다소 느슨해진 모습도 자주 보였다. 제주 협재해수욕장 등에서는 기온이 올라가자 마스크를 아예 벗거나 턱 아래로 내린 시민들이 꽤 많았다. 삼삼오오 몰려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40대 여성 관광객은 “아이나 어르신과 동행한 여행객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잘 쓰고 있는데, 비교적 젊은층들이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장에서 점검했더니 실외에서 관광객의 마스크 착용률은 60% 수준”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침과 달리 기존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과 제주항,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현행 방역체계를 유지하고 공공시설 개방 시기도 늦출 예정이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 / 제주=임재영 기자}
황금연휴 마지막 날이자 어린이날인 5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 매표소 앞 대기선 바닥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한 노란 테이프가 2m 간격으로 붙어있었다. 하지만 매표소 앞에만 150여 명이 몰리며 무용지물이 됐다. 한 안전요원이 “간격을 벌려 달라”며 간곡히 요청하자 잠시 거리를 벌리긴 했지만, 인파가 밀려들며 금새 다시 다닥다닥 붙어버렸다. 지닌달 30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동안 전국 관광지와 놀이공원 등은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로 6일 내내 북적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대다수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등에 신경 쓰며 질서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날씨도 더워진데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며 허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인파 몰린 관광지…거리두기 다소 느슨 특히 롯데월드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등은 연휴에 어린이날까지 끼면서 가족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대다수 놀이기구들이 하루 종일 100명 넘게 줄을 서곤 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접촉에 조심했지만, 마스크를 벗으려 칭얼대는 아이들에 애를 먹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한 놀이기구 앞에서 만난 김다혜 씨(27·여)는 “조심스럽긴 한데, 틈을 노려 새치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아 줄 간격이 제대로 지켜지질 않았다”고 했다. 전국 관광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호황을 맞았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제주를 찾은 방문객은 19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예상했던 17만9000여 명보다도 약 7.8%가 많았다. 강원도는 연휴 기간 동안 30만 명 이상 관광객인 찾아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선군에 있는 한 리조트는 4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휴기간 내내 100% 객실이 찼다고 한다. 4일도 객실 이용률은 50% 이상이었다. 관광객이 몰려들며 유명 식당들도 놀이공원만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고객들이 몇 백 미터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에 있는 A 식당은 “코로나19로 웬만하면 서로 거리를 두고 대각선으로 앉길 권유해왔다. 하지만 연휴 동안은 너무 손님이 많아 예전처럼 붙어 앉아 식사했다”고 전했다.● 성숙한 시민의식…대부분 마스크 착용 이렇게 어려운 여건에도 대다수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5일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쇼핑몰은 개장 1시간 만에 준비한 어린이용 장난감 카트 30대가 전부 동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다들 서로를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특히 어린이와 동행한 부모들은 마스크 착용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유모차에 짐가방까지 짊어져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대부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4살 아들과 외출한 백슬기 씨(34·여)는 “아이와 밖에 나온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코로나19 사태도 조금씩 안정기에 접어들어 아이 선물을 사러 나왔다”며 “다들 안전을 위해 마스크도 쓰고 접촉도 조심하는 편인 것 같다”고 했다.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등 내부에 있는 시설들은 발열검사 등 방역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었다. 강원 강릉시 안목해변 커피거리에 있는 업소들은 고객들을 위한 손세정제를 마련하고, 휴대전화용 알콜 솜을 나눠주기도 했다. 제주도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과 달리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제주공항과 제주항,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현행 유지하고 공공시설 개방 시기도 늦출 예정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지난달 29일 발생한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공사장 대형 참사로 38명이 숨진 가운데 안전 상황을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 감리자가 화재가 일어난 순간 작업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진위를 수사하고 있다. 감리업체를 발주처가 임의로 지정하는 ‘셀프 감리’가 위험을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공사장 감리를 맡은 업체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책임감리자인 A 씨 등이 사고가 난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경 물류센터 건물 안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감리업체 측은 감리자가 건물 밖에서 화재를 목격하고 가장 먼저 119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참사 당일 시공사가 우레탄폼과 용접 작업을 동시에 하면 안 된다는 고용노동부 지침을 어기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사실도 소방 당국의 현장 감식을 통해 확인됐다. 화재 현장을 감식한 소방 당국과 경찰은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지하 2층뿐 아니라 지하 1층 곳곳에서도 용접에 쓰이는 산소 용접기와 전기 절단기를 여러 개 발견했다고 밝혔다. 감식반은 물류센터 건물 여러 층에서 우레탄폼 스프레이를 뿌릴 때 쓰는 호스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밖에는 우레탄폼 작업용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감식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감리업체가 작업장 내부에서) 총체적으로 안전관리를 못해 화재를 예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건물 밖에 있던 감리자는 화재 위험이 있는 우레탄폼과 용접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 사실을 묵인했거나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발주처와 시공사, 감리업체가 유족에게 사과하는 자리에서 사망자 중 안전관리사와 화재 감시자가 1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 관리를 소홀했다는 생존자 증언에 무게가 실린다. 감리업체 대표는 “발주처가 감리사를 지정해 공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건축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감리업체가 발주처 또는 발주처가 지정하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화재 사고 때마다 부실 원인으로 지적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참사로 사망한 38명 가운데 신원을 알 수 없었던 9명 중 8명의 신원을 추가로 1일 확인했다. 경찰은 “유전자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신원 확인을 위한 검사를 의뢰한 시신 8구의 신원이 확인됐다”며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1구로 유족들에게서 채취한 시료와 대조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유족 휴게실이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는 부검 소식을 전해들은 유족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 참사로 매제를 잃은 유족 박칠성 씨는 “신원이 확인되면 먼저 알려주겠다기에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부검하게 됐다며 시신을 옮기면 어떡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천=박종민 blick@donga.com·신지환·이경진 기자}
지난달 29일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대형 화재 참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류센터 시공사는 화재 발생 44일 전인 올 3월 16일 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화재 위험 경고를 6차례나 받고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안전공단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 및 확인 사항’에 따르면 시공사 건우는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2차례 서류 심사와 4차례 현장 확인 과정에서 35건의 지적을 받았다. 특히 공단은 화재 원인을 예견한 듯 4차례 현장 확인 후 3차례 ‘용접 작업 등 불꽃 비산에 의한 화재 발생’ ‘우레탄폼 패널 작업 시 화재 폭발 위험’ ‘불티 비산 등으로 인한 화재’를 주의 조치했다. 하지만 공단이 ‘경미한 유해 위험 요인’으로 보고 ‘조건부 적정’ 판단을 내리면서 시공사는 심사에서 위험 수준이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은 상태로 공사를 계속 이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20일엔 14건의 지적과 함께 ‘행정조치 요청’을 받았다. 공사 시작 전에도 2차례 추가 경고를 받았다. 시공사는 지난해 3월 첫 서류 심사에서 ‘우레탄 뿜칠 작업’ 보완 요청을 받았다. 불과 2주 만에 진행된 서류 심사에서 ‘용접·용단 작업’ 인적 계획 보완 작성 등을 다시 지적받았지만 조건부 통과됐다. 화재 당일 지하 2층에선 화재 폭발 위험성이 커 주의를 받은 천장 우레탄 뿜칠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용접 작업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도 확인됐다. 이날 1차 현장 감식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불꽃이 튈 위험이 있는 전기 절단이나 용접 관련 공구와 가스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며 “각층에서 9개 회사 직원 78명이 동시에 다양한 작업을 한꺼번에 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7개 기관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참사 현장인 물류센터 공사장에 대한 수색 절차를 마무리하고 사망자를 38명으로 최종 집계했다. 부상자는 10명으로, 그중 2명은 위독하고 2명은 중상이다. 경찰은 시공사 건우와 건축주 한익스프레스,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 4개 업체를 상대로 동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시공사 이상섭 대표 등 핵심 관계자 15명에 대해서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이천=신지환 jhshin93@donga.com / 고도예 기자}
29일 오후 11시 기준 38명이 숨진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의 대형 참사 원인으로는 △유증기 폭발 △샌드위치 패널 구조 △유독가스 확산 등이 꼽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물류센터 화재는 직원들이 건물 지하 2층에서 우레탄폼 작업 등을 하던 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을 때 생기는 아지랑이 같은 기체인 유증기는 조그만 불씨에도 쉽게 폭발한다. 숨진 희생자들은 강한 화염으로 인해 입고 있던 옷이 모두 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우레탄폼 작업이 한창이거나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건물 속 공기에 유증기가 섞이면서 폭발로 이어졌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현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하 2층엔 우레탄폼 발포 작업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유증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생긴 불꽃이 유증기에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건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화재 피해를 키웠다. 우레탄폼은 불이 붙으면 각종 유독가스를 내뿜는데, 지하 2층에서 발생한 불이 샌드위치 패널을 통해 옮겨붙으면서 유독가스가 빠르게 4층 건물 전체로 퍼진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한 모금만 마셔도 정신을 잃는다. 서승현 이천소방서장은 “지하에서 대피를 하지 못한 희생자들은 우레탄폼이 내뿜는 유독가스 때문에 대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하 2층이 아닌 건물의 다른 층에서 작업을 하던 직원들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희생됐다. 숨진 희생자들은 작업 현장에서 대부분 발견됐다. 복도 등으로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우레탄 작업을 할 때는 최대한 공기 순환이 잘되는 열린 공간에서 하고 부득이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할 때는 냉각장치와 환기장치를 잘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유독가스는 소량만 흡입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우레탄 작업을 할 때 현장 책임자가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 등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가 공사 현장이었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미처 설치되지 않았던 점도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공사 현장 건물에는 소화기와 유도등만 설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김소영 ksy@donga.com·신지환 기자}
새벽마다 수백 개의 마스크 더미를 치울 때면 겁이 났지만 각자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국난 극복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치웠습니다.” 서울 은평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주변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이흥배 씨(5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새벽마다 폐마스크와 전쟁을 벌였다. 캔, 유리병 등 재활용 쓰레기와 엉켜 있는 마스크는 손으로 일일이 분리해야 했다. 사무실과 주택가가 밀집해 유동 인구가 많은 역 주변 쓰레기통에는 아침저녁으로 폐마스크가 수북이 쌓였다. 마스크를 만지다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됐을까 봐 퇴근 후엔 가족과도 최소한의 대화만 했다. 이 씨는 “감염 우려 때문에 마스크를 치우지 않았다면 혼란이 더 커졌을 것”이라며 “의료진이 최일선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듯 우리도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로 100일 동안 바이러스와 직접 싸운 의료진 외에도 사회 현장 곳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한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한 영웅들이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나 재택근무가 불가능해 감염 우려가 컸지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면서 집배원 박병옥 씨(53)는 이전보다 더 고된 날들을 보냈다. 마스크를 쓰고 수백 개의 주택과 빌라의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숨이 턱까지 찼다. 옷은 금방 땀범벅이 됐다. 마스크를 쓰고 배달하다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마스크를 잠깐 내렸다가 항의를 받는 일도 더러 있었다고 했다. 박 씨는 4·15 국회의원 총선거 공보물 등 꼭 필요한 우편물을 전달하기 위해 자가 격리 가정도 방문해야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그는 “문틈 사이로 들리는 ‘힘내세요’라는 응원에 힘이 났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자광명(법명·66) 씨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봉사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점심시간이면 300∼400명이 줄을 섰다. 줄을 선 사람들이 앞뒤 간격을 유지하도록 질서를 잡고, 마스크 착용과 체온까지 확인하다 보니 평소보다 일이 더 많았다. 그런데도 그는 “코로나19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운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다들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밥을 굶으면 전쟁이 되겠느냐”며 웃었다.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해준 씨(39)는 코로나19로 숨진 확진자 2명의 화장을 맡았다. 감염을 막기 위해 방호복과 고글을 착용하고 일했다. 고인들의 가족은 감염 우려 때문에 모니터로 장례 절차를 지켜봤다. 안 씨는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배웅을 가까이서 받지 못하고 이별하는 고인이라 내 가족을 모시듯 더 예를 갖췄다”며 “집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하지만 모두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해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신지환·김소민 기자}
“먼발치에서 도시락을 챙겨 가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합니다.”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서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둘러멘 김지수 씨(28). 좁은 골목 사이에 있는 한 주택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주소를 재차 확인하던 그는 가방에서 도시락 하나를 꺼내 문 앞에 놓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뒤 집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한데 김 씨는 부리나케 골목 어귀로 몸을 감췄다. 다소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이 나와 도시락을 챙겨 들어갔다. 김 씨는 “직접 접촉을 피하려고 떨어져서 지켜본다”고 했다. 이윽고 그는 다른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의 풍경을 바꿔버린 지금, 서울에서 작지만 소중한 ‘상생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송파구에서 지난달 말부터 취약계층에 식사를 제공하는 ‘마을&청년과 함께, 살 만한 송파’란 프로젝트다. 장사가 안되던 식당은 다소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팔고, 청년은 사회봉사를 하며 일자리도 얻는 일석삼조 프로그램이다. 김 씨도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그는 이날 40분가량 동네를 돌며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전달했다. 노크 대신 전화로 배달을 알리면 “덕분에 끼니를 해결했네. 정말 고마워”란 주름진 목소리가 감사를 전했다. 김 씨는 “요즘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데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제가 더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마을&청년…’은 송파구가 취약계층에 제공하던 점심식사를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 찾아낸 묘수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전달을 맡을 청년층(만 19∼34세)을 참여시켰다. 3인 미만의 작은 동네식당에서 도시락을 만들면, 지역 청년들이 일주일에 2번 정도 배달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식당들로선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송파구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정종혁 씨(34)는 “하루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 종업원도 내보낼 만큼 어려웠다”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월 200만 원 정도 고정 수입이 생겨 숨통이 트였다. 어려운 분들까지 도울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고마워했다. 청년들도 반색했다. 배달료는 건당 3000원(교통비 별도)으로 크진 않지만, 좋은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자긍심을 얻었다. 배달에 참여한 30대 김모 씨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어 절망스러웠다. 벌이가 크진 않아도 주변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마을&청년…’에는 현재 자영업체 9곳과 청년 54명이 참여한다. 취약계층 260명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좋은 취지가 알려지며 지금도 40명이 넘는 청년들이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며 “상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다른 지역도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고 했다.신지환 jhshin93@donga.com·강승현 기자}
“먼발치에서 도시락을 챙겨 가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합니다.”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서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둘러멘 김지수 씨(28). 좁은 골목 사이에 있는 한 주택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주소를 재차 확인하던 그는 가방에서 도시락 하나를 꺼내 문 앞에 놓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뒤 집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한데 김 씨는 부리나케 골목 어귀로 몸을 감췄다. 다소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이 나와 도시락을 챙겨 들어갔다. 김 씨는 “직접 접촉을 피하려고 떨어져서 지켜본다”고 했다. 이윽고 그는 다른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의 풍경을 바꿔버린 지금, 서울에서 작지만 소중한 ‘상생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송파구에서 지난달 말부터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마을&청년과 함께, 살만한 송파’란 프로젝트다. 장사가 안 되던 식당은 다소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팔고, 청년은 사회봉사를 하며 일자리도 얻는 일석삼조 프로그램이다. 김 씨도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그는 이날 40분가량 동네를 돌며 취약계층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했다. 노크 대신 전화로 배달을 알리면 “덕분에 끼니를 해결했네. 정말 고마워”란 주름진 목소리가 감사를 전했다. 김 씨는 “요즘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데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제가 더 고마울 뿐”이라 했다. ‘마을&청년…’는 송파구가 취약계층에 제공하던 점심식사를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 찾아낸 묘수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전달을 맡을 청년층(만 19~34세)을 참여시켰다. 3인 미만의 작은 동네식당에서 도시락을 만들면, 지역 청년들이 일주일에 2번 정도 배달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식당들로선 ‘가뭄에 단 비’와 같았다. 송파구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정종혁 씨(34)는 “하루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 종업원도 내보낼 만큼 어려웠다”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월 200만 원 정도 고정 수입이 생겨 숨통이 트였다. 어려운 분들까지 도울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고마워했다. 청년들도 반색했다. 배달료는 건당 3000원(교통비 별도)으로 크진 아니지만, 좋은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자긍심을 얻었다. 배달에 참여한 30대 김모 씨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어 절망스러웠다. 벌이가 크진 않아도 주변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마을&청년…’에는 현재 자영업체 9곳과 청년 54명이 참여한다. 취약계층 260명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좋은 취지가 알려지며 지금도 40명이 넘는 청년들이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며 “상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다른 지역도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세상에 ‘눈을 감지 말라’고, ‘늘 깨어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4·18기념탑 앞. 기념탑을 지그시 바라보던 고려대 법학과 55학번인 박찬세 전 통일연수원장(85)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무관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1960년 4월 18일 고려대 학생 의거 때 고대신문 편집국장이었다. 통일연수원은 현 통일부 통일교육원이다. ‘4·18 고려대 학생 의거 60주년’ 기념식이 고려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 전 원장 등 당시 4·18의거에 참여했던 졸업생 20여 명이 함께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과 구자열 고려대 교우회장, 박규직 4월혁명고대회장 등도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 검사와 마스크 착용, 참석 인원 축소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4·18의거는 1960년 고려대 학생 3000여 명이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정치폭력배에게 습격당해 20여 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는 다음 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박 전 원장은 당시 4·18의거 선언문을 직접 작성했다. 의거 60주년을 맞아 그는 김민수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23·의학과)과 당시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 위원장이 “청년 학도만이 진정한 민주 역사 창조의 역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 총궐기하자”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자, 참석자들은 뜨겁게 박수를 치며 감격스러워했다. 선언문 낭독을 마친 박 전 원장은 “당시 학생들은 사지(死地)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학생처장은 제자들이 다칠까봐 문 앞을 막아섰지만, 학생들 누구도 선생님의 어깨 하나 건드리지 않고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선배들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해 나가고 싶다. 현재 20대에게 용기를 주는 모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이수연 씨(24·여·미디어학부)도 “4·18의거 정신을 계승하면서 젊은 창의력으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후배들에게 ‘건전한 지성인’이 되길 당부했다. 박 전 원장은 “요즈음 청년들은 개인주의가 너무 만연한 것 같다”며 “젊은이는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라 건전한 지성인이 돼야 한다. 실력을 갖추되, 이웃을 돕고 사회를 위해 공헌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려대 박물관도 18일 ‘고대생 의거 60주년 기념 특별전―반항과 자유의 표상’ 개막식을 열고 7월 17일까지 개최한다. 다만 코로나19로 관람 가능한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구특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제 검문식’ 음주운전 단속을 멈춘 틈을 타 ‘살인 시동’을 거는 음주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3월 음주사고 사망자도 5년 만에 증가했다. 경찰은 ‘비접촉식 감지기’를 동원해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나 감지기가 다소 부정확해 개선이 필요하다. 경찰청은 “올해 1∼3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전국에서 4101건 발생해 79명이 숨졌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음주사고는 3296건, 음주사고 사망자는 74명이었다. 각각 24.4%와 6.8% 늘어났다. 음주운전은 최근 몇 년 동안 시민들의 경각심도 높아지며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였다. 실제로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도 높인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2018년 12월과 지난해 6월 시행됐다. 이와 함께 정부당국이 관련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음주사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3월 음주사고 사망자는 2015년 162명을 기록한 뒤 2016년 119명, 2017년 118명, 2018년 93명 등으로 줄곧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분위기가 꼬여버렸다. 경찰은 1월 27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뒤 일제 검문식 음주단속을 멈춘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제 검문식 음주단속은 길목을 막고 차량을 세워 운전자의 입에 음주측정기를 대고 숨을 불게 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병엔 이런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많아 모두 중단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 대신 선별적인 단속을 이어갔으나 효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도로에 러버콘(고깔 모양 안전장비)을 S자 형태로 배치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차를 잡는 ‘트랩(trap) 단속’을 실시했으나 운전이 미숙한 이들이 주로 걸렸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운전석에 앉는 이들을 잡아내는 ‘암행 단속’도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20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일제 검문식 단속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운전자가 측정기에 입을 대지 않아도 차량 안 공기에 떠다니는 알코올 입자를 감지하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이용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경보가 울릴 경우엔 소독한 접촉식 측정기를 이용해 정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잰다”고 했다. 문제는 비접촉식 감지기가 얼마나 정확한 성능을 발휘하느냐이다. 동아일보는 18일 오후 10시부터 2시간가량 경기 광주시 역동 삼거리에서 이뤄진 음주단속에 동행했다. 현장에서 이 감지기는 모두 4차례 경고음을 울렸는데, 실제 음주운전은 1차례뿐이었다. 2차례는 차 안에서 손 소독제의 알코올 성분을 감지했고, 1번은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가 술을 마신 경우였다. 경찰 관계자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일주일간 시범 운영해본 뒤 전국으로 확대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어쨌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되살리려면 일제 검문식 단속을 재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조건희 becom@donga.com / 광주=신지환 기자}
“세상에 ‘눈을 감지 말라’고, ‘늘 깨어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4·18기념탑 앞. 기념탑을 지긋이 바라보던 고려대 법학과 55학번인 박찬세 전 통일연수원장(85)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무관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1960년 4월 18일 고려대 학생 의거 때 고대신문 편집국장이었다. 통일연수원은 현 통일부 통일교육원이다. ‘4·18 고려대 학생 의거 60주년’ 기념식이 고려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 전 원장 등 당시 4·18 의거에 참여했던 졸업생 20여 명이 함께 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과 구자열 고려대 교우회장, 박규직 4월혁명고대회장 등도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 검사와 마스크 착용, 참석 인원 축소 등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4·18 의거는 1960년 고려대 학생 3000여 명이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정치폭력배에게 습격당해 20여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는 다음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박 전 원장은 당시 4·18 의거 선언문을 직접 작성했다. 의거 60주년을 맞아 그는 김민수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23·의학과)과 당시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 위원장이 “청년 학도만이 진정한 민주 역사 창조의 역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 총궐기하자”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자, 참석자들은 뜨겁게 박수를 치며 감격스러워했다. 선언문 낭독을 마친 박 전 원장은 “당시 학생들은 사지(死地)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학생처장은 제자들이 다칠까봐 문 앞을 막아섰지만, 학생들 누구도 선생님의 어깨 하나 건드리지 않고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선배들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해 나가고 싶다. 현재 20대에게 용기를 주는 모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이수연 씨(24·여·미디어학부)도 “4·18 의거 정신을 계승하면서 젊은 창의력으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후배들에게 ‘건전한 지성인’이 되길 당부했다. 박 전 원장은 “요즈음 청년들은 개인주의가 너무 만연한 것 같다”며 “젊은이는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라 건전한 지성인이 돼야 한다. 실력을 갖추되, 이웃을 돕고 사회를 위해 공헌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려대 박물관도 18일 ‘고대생 의거 60주년 기념 특별전-반항과 자유의 표상’ 개막식을 열고 7월 17일까지 개최한다. 다만 코로나19로 관람 가능한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