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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휠체어테니스의 김규성(58·한샘)-김명제(34·스포츠토토) 조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쿼드(사지 중 세 곳 이상 장애가 있는 종목) 복식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김명제-김규성 조는 2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테니스파크에서 열린 8강전에서 영국 안토니 코터릴-앤디 랩손 조에세트 스코어 0-2(2-6, 0-6)로 완패했다. 1세트 첫 번째 게임을 따내며 초반 대등하게 싸우는 듯 했지만 이내 기량 차이가 현저히 나타났다. 영국은 노련하게 좌우, 전후를 흔들었고, 경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여유를 보였다. 김규성-김명제 조는 1세트를 2-6으로 내준 뒤, 2세트에선 초반 내리 세 게임을 내주며 승기를 완전히 넘겨줬다. 사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김명제는 100%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휠체어테니스를 시작하고 5년 만인 2018년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에 출전해 쿼드 복식에서 김규성과 함께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조합이다. 하지만 오른손잡이인 김명제는 왼손잡이로 변신했다. 사고로 다친 오른손이 마르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손가락에 라켓을 묶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피가 통하지 않아 힘들었다. 결국 김명제는 새롭게 찾은 휠체어테니스 선수의 꿈을 계속 오랫동안 이어가기 위해 코트에서는 왼손잡이가 됐다. 아직 어색한 면이 많다. 그래서일까. 김명제는 2세트에서 왼손으로 연이어 서브 실패를 범하기도 했다. 그래도 동료인 김규성은 실수한 김명제의 손바닥을 마주 치며 격려했다. 많은 야구팬이 기억하듯 김명제는 두산에서 활약한 투수 출신이다. 2005년 두산의 1차지명을 받은 기대주였고, 2009년까지 통산 22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 선발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겨울 음주운전 사고로 경추를 크게 다쳐 야구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3년 휠체어테니스를 시작하면서 ‘제2의 김명제’로 살았다. 최근에는 왼손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극성 휠체어테니스인이 됐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김규성-김명제 조는 2세트에서 단 1점도 따내지 못하고 패했다. 영국 에이스 랩손은 2016 리우대회 단식에서 은메달,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강호다. 주원홍 선수단장(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을 비롯한 선수단과 팀 관계자들이 경기 후에 짐을 챙기는 두 선수를 격려하며 웃으며 마무리했다. 김명제와 김규성은 단식에서 도전을 이어간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막내온탑’ 임호원(23·스포츠토토·세계랭킹 45위)이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첫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임호원은 2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테니스파크에서 열린 휠체어테니스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프랑스 에이스’ 게탕 망기(38·29위)를 상대로 2시간 39분 혈투 끝에 2-1(3-6, 6-4, 6-1) 역전승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첫 대회 출전에 긴장한 탓인지 서브 게임에서 범실이 잇달았다. 상대에게 잇달아 서브 포인트를 내주며 고전했다. 3-6으로 40분만에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대접전이었다. 매 게임 듀스 대접전을 치렀고, 어드밴티지가 수차례 오갔다. 결국 임호원이 62분만에 6-4로 2세트를 따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2세트를 따낸 뒤에는 임호원 특유의 자신감이 살아났다. 1게임을 먼저 내줬지만 거기까지였다. 서브에 힘이 실렸고 포핸드 드라이브로 상대를 몰아세우며 게임스코어 6-1로 세트를 미무리했다. 3세트 내내 포핸드로만 28점을 잡아냈고 상대는 12점에 그쳤다. 임호원은 29일 2회전(32강)에서 ‘9번 시드’를 받은 일본 에이스 사나다 다카시(36)와 한일전을 치른다. 또 28일에는 오상호(41·대구달성군청·54위)와 복식에서 첫 승 도전에 나선다. 임호원은 “1세트에 서브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1세트를 마친 후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끝까지 내 경기를 찾아가려고 집중했다. (주원홍) 회장님과 체육회 분들, 코칭스태프가 2시간 반이 넘도록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내일 복식 경기가 이어진다. 오늘 예상 밖으로 힘든 경기를 해서 체력 부담 걱정은 되지만 (오)상호 형도 이기고 나도 이겨서 좋은 분위기에서 복식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패럴림픽 3회 출전에 빛나는 베테랑 오상호(41)는 앞서 열린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마우리시오 포메(51·브라질·119위)에게 2-0(6-0, 6-3) 완승을 거뒀다. 오상호는 28일 임호원과 함께하는 복식 1회전에 이어 7번 시드 니콜라스 피페르(31·프랑스·7위와 16강행을 다툰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첫 경기를 잘 풀어서 다행이다.” ‘한국 휠체어테니스 간판’ 오상호(41·달성군청·세계랭킹 54위)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단식 1회전에서 54분 만에 승리를 거두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오상호는 2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테니스파크에서 열린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마우리시오 포메(51·브라질·119위)에 세트 스코어 2-0(6-0, 6-3) 완승을 거뒀다. 2회전(32강)에 진출한 오상호는 국제테니스연맹(ITF) 휠체어테니스 8월 세계랭킹에 따라 7번 시드를 받은 니콜라스 피페르(7위·프랑스)와 29일 16강행을 다툰다. 28일에는 ‘막내온탑’ 임호원(22·스포츠토토)과 복식에서 호흡을 맞춘다. 이번 대회는 오상호에게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9년만에 밟은 세 번째 패럴림픽이다.승리 직후 오상호는 “브라질 선수는 패럴림픽을 5번 나온 백전노장이다. 2019년 이후 2년만에 첫 공식 경기이고 내가 대표팀 첫 경기라 긴장이 많이 됐는데 1세트가 잘 풀리면서 긴장도 풀렸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태극 마크의 자부심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우리나라에 아직 장애인, 비장애인을 통틀어 테니스 올림픽 메달은 없다. 메달이 쉽지는 않지만, 패럴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 단식은 물론 (임)호원이와 함께 하는 복식에서도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다”며 눈을 빛냈다. 이날 도쿄 기온은 34도를 오르내렸다. 아리아케 테니스파크 지열도 상상을 초월했다. 국제테니스연맹(ITF) ‘이상 기후 규정(Extreme Weather Policy)에 따라 오전 11시 예정이던 경기가 오후 5시 15분에야 열렸다. 매 30분 간격으로 온도를 체크했고 12시 반, 2시, 3시 반, 5시 15분으로 경기 시간이 계속 늦춰져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오상호 역시 “아침에 경기장에 온 후 경기시간이 4번이나 연기됐다. 몸을 풀고 화장실을 가고 하는 루틴을 4번 연속 반복해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경기 중에도 땀이 엄청 많이 난다. 경기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폭염과의 싸움,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같다”고 했다. 예선 라운드를 통과해 토너먼트로 올라가면 지붕이 있고 기후 조절이 가능한 실내 센터 코트에서 경기를 치룰 수 있다. 오상호는 “센터 코트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씽씽 휠체어를 달려 코트를 떠났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대표팀이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 나흘 만에 첫 메달을 확보했다. 탁구 은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다. 스타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서수연(35·광주시청)이 끊었다. 서수연은 27일 오후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단식 TT1-2 8강전에서 아나 프로불로비치(38·세르비아)를 3-0(11-4, 11-7, 11-6)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이번 패럴림픽 탁구는 3, 4위전을 치르지 않는다. 준결승에서 패해도 공동 3위로 동메달을 목에 건다. 국제탁구연맹(ITTF)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8강전을 치열하게 치르고 결승전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이번 대회에만 한시적으로 공동 3위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수연은 28일에 준결승과 결승전을 모두 치른다. 서수연은 26일 예선에서 마리암 알미리슬(39·사우디아라비아)을 3-0, 나데즈다 브쉬바셰바(62·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를 3-2로 누르치고 8강에 직행했다. 서수연은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브쉬바셰바와에게 먼저 2세트를 내주고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내리 3세트를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서수연은 학생 시절 모델을 꿈꿨다. 하지만 2004년 자세를 교정하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주사를 잘못 맞고 경추가 손상되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2006년 주변의 권유로 처음 탁구 라켓을 잡았는데 재능을 보였다. 서수연은 사고 후유증으로 손힘이 약해져 라켓과 손을 붕대로 감고 경기를 펼친다. 2013년 국가대표가 됐고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2016년 리우 대회 결승에서는 리우 징(33·중국)에게 1-3으로 패한 후 아쉬움에 눈물을 쏟았다. 서수연은 두 번째 패럴림픽 무대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도쿄로 왔다. 서수연은 경기 후 “몸 상태가 최고가 아니라 쉽지 않은 경기였다”며 “동메달을 따러 온 게 아니다.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강 진출자 중에 이겨본 선수도 있지만 쉬운 상대는 없다. 상대 작전을 빨리 파악해서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출산 후 대표팀에 복귀한 정영아(42·서울시청)도 이어 열린 여자 단식 TT5 8강전에서 판와스 싱암(20·태국)을 3-1(10-12, 11-9, 11-5, 11-7)로 누르고 4강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정영아는 “훈련을 많이 못했는데 코치님이 ‘파이팅’을 크게 외쳐주신 덕분에 제 실력 이상으로 경기를 한 것 같다. 상대 선수와 친한 데 이겨서 좀 미안하다”고 했다. 서수연과 정영아가 막혔던 메달 물꼬를 트자 이번엔 남자 선수들이 나섰다. 남자 단식 TT1 8강전에 나선 남기원(55·광주시청)과 주영대(48·경상남도장애인체육회), 김현욱(26·울산광역시장애인체육회)이 잇따라 승전보를 전한 것. 남기원과 주영대는 28일 준결승에서 맞붙어 누가 이겨도 대표팀은 은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패럴림픽에서 탁구는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다. 한국은 1960년 로마 패럴림픽 이후 탁구에서 메달을 총 81개(금 24개, 은 28개, 동 29개) 수확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도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따냈다. 도쿄 대회에선 금메달 2개와 은 4개, 동메달 5개가 목표다. 패럴림픽 탁구에 출전하는 선수들 스포츠등급은 지체장애(TT1~10)와 지적장애(T11)로 분류된다. 지체장애는 다시 휠체어를 사용하는 선수(T1~5)와 입식(T6~10)으로 나눈다. 숫자가 클수록 장애가 덜하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4강 가면 한국 선수, 누구든 만난다고 생각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탁구 시상대에 태극기 3장이 동시에 나부끼게 됐다. 남자 탁구 개인전(TT1)에 출전한 남기원(55·광주시청),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이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같은 등급 탁구 대표팀 세 명이 26일 8강에서 모두 승리 소식을 전한 것. 준결승 진출의 나머지 한자리는 매튜 토마스(29·영국)가 차지했다. 도쿄 패럴림픽은 3, 4위전 없이 준결승에만 진출하면 동메달을 확보한다. 순위에 앞서 시상대 자리를 이미 예약한 이들 네 명은 28일 오후 1시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남자 탁구 개인전 TT1 결승전은 30일 열린다. 한국 선수가 세 명이다 보니, 우리 선수 끼리 맞대결을 벌인다. 김현욱과 토마스가 대결하고 옆 테이블에서 남기원과 주영대가 네트를 마주한다. 남기원과 주영대는 2016 리우 패럴림픽 4강에서도 맞대결을 펼친 사이다. 2016 리우에선 풀세트 접전끝에 주영대가 남기원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재격돌을 앞둔 남기원은 “리우와 똑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웃으면서도 “메달은 한정되어 있다. 당연히 설욕하고 싶다”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이미 승리법도 그려두었다. 남기원은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수를 줄이면 이긴다. 내가 할 거 잘하고 먼저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특별한 비법은 아니다. 이는 대척점에 서게 된 주영대도 마찬가지다. 세 선수 중 맏형 남기원은 이미 1차 목표를 이뤘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1차 목표가 태극기 세 장을 거는 것이었다. 그걸 이루게 됐다. 한 체급(TT1)에서 태극기 3장이 한 번에 올라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없었다”라며 방긋했다. 한국 탁구가 강한 이유가 있다. 남기원은 “우리 체급이 세계적으로 탄탄하다. 양궁처럼 국내 순위가 세계 순위와 비슷하다”라고 했다. 남기원의 설명처럼 도쿄무대에 진출한 탁구 대표팀은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끝에 패럴림픽에 출전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효자 종목’ 보치아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에는 모녀(母女)·모자(母子) 콤비가 있다. 스포츠등급 BC3 최예진(30·충청남도)과 김한수(29·경기도)는 어머니와 함께 경기를 치른다. 보치아에서 뇌병변 장애가 가장 심한 BC3 등급은 선수들이 직접 공을 굴리지 못해 홈통을 사용하고, 경기 파트너가 선수를 보조한다. 다음달 2일부터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 김한수와 보치아 페어(2인조)에 출전하는 최예진의 경기 파트너는 어머니 문우영 씨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페어에서 은메달을 딴 최예진은 3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앞서 메달을 획득한 모든 경기를 어머니와 함께했고, 도쿄에서도 역시 어머니와 함께다. 24일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 때는 어머니와 함께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기도 했다. 태어날 때 뇌에 산소 공급이 빨리 되지 않아 뇌 손상을 입은 최예진은 2008년 고등학생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보치아를 시작했다. 체고 태권도부 출신으로 28년간 에어로빅 체육관을 운영하던 문 씨는 하던 일을 모두 접고 딸과 함께 보치아에 뛰어들었다. 패럴림픽 보치아 경기가 열리는 도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27일 만난 문 씨는 “선수가 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나도 하던 일을 놓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연습을 했다. 겨울에는 체육관 난방이 안 되어서 발에 동상이 걸리기도 하고, 불을 안 켜주면 이마에 랜턴을 달고 연습을 했다. 아빠도, 여동생도, 온 가족이 달라붙어서 함께 했다”고 말했다.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이해하는 엄마와 딸은 최고의 파트너가 돼 13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피나는 노력을 함께 했다는 문 씨는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없어 1부터 10까지 스스로 해야 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겠지만, 선생님 없이 같이 영상을 보며 분석을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보치아에 전념한 최예진에게 도쿄 대회 목표를 묻자 “페어 금메달”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옆에서 이를 들은 문 씨는 “리우 때는 은메달이었는데, 이번에는 (정)호원이랑 (김)한수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할 것). 선수들이 정신력이 갖춰져 있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리우 대회 페어 은메달리스트 김한수의 어머니 윤추자 씨 역시 경기 파트너로 나선다. 태어날 때 산소 공급 부족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된 김한수는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 권유로 보치아를 시작해 17년째 운동을 하고 있다.아들과 함께 보치아에 입문한 윤추자 씨는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너무 못했다. 가능성도 없다고 했고, 중간에 포기하려고 한고비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보치아에 ‘다걸기’(올인) 하면서 어느새 자신들만의 스타일도 찾게 됐다. 윤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니 더디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 괜찮았던 것도 같다. 둘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보면서 더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편안한 모자 관계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윤 씨는 “내가 (경기 파트너를) 함으로써 한수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 싶다. 한수도 본인이 필요한 부분이나 요구할 것을 편하게 말할 수 있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아들에게 “그렇지 않니?”라고 묻자 김한수는 긍정의 미소를 지었다. 여느 어머니와 자녀들처럼 갈등을 빚을 때도 있다. 윤 씨는 “왜 없겠느냐. 몸만 불편하지, 한수도 건강한 서른 살 청년”이라며 “숙소에서 싸울 때도 있다. 나는 더 꼼꼼하게 챙기길 바라고, 한수는 그 정도까지는 안 해도 된다고 하고, 훈련 방식으로도 부딪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경기를 시작하면 어머니는 아들이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눈빛과 의사소통 장치를 활용해 작전을 짠다. 이번 대회 각오를 묻자 두 사람은 “패럴림픽에 세 번째 출전하는 동안 개인전 메달이 없었다. 런던 때도, 리우 때도 4위였다. 페어에서도 메달을 따야 하지만 이번에는 개인전에서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보치아는 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에서 빨간색 볼과 파란색 볼을 각 6개씩 가지고 승부를 겨루는 경기다. 표적구(흰색 볼)에 가까이 던진 볼에 1점을 부여한다.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친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보치아는 1984년 뉴욕스토크맨더빌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됐다. 대한민국은 1988 서울 대회를 준비하면서 1987년 해외 전문가 초청 보치아 강습회를 열였고, 같은 해 제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처음으로 국내에서 경기를 치렀다. 보치아 장애 등급은 BC1~BC4로 나뉜다. 뇌병변장애(뇌성마비나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 뇌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장애)는 BC1에서 BC3에 속하고 운동성장애는 BC4로 분류한다.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BC3등급은 경기 파트너가 함께 참여해 도움을 준다. 28일 첫 경기를 앞두고 도쿄 패럴림픽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에서는 ‘숫자로 보는 보치아’ 프리뷰를 통해 이 종목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을 전했다. ▽2=보치아는 비장애인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는 패럴림픽 종목 두 가지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골볼. ▽4=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보치아 개인전 금메달 리스트는 데이비드 스미스(영국·BC1), 와차라폰 봉사(태국·BC2), 정호원(한국·BC3), 렁육윙(홍콩·BC4) 4명이다. ▽6=팀 경기(3 대 3, 엔트리는 교체 포함 4명)는 6엔드로 구성하며 개인 및 2인조(페어) 경기는 4개 엔드까지 경기를 치른다. ▽7=이번 도쿄 대회 때 보치아는 BC1, BC2, BC3, BC4(개인전), BC3, BC4(페어 2:2), BC1-BC2(단체전) 등 총 7개 금메달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25=총 25개 나라가 도쿄 패럴림픽 보치아에 참가한다. ▽26=포르투갈은 보치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 26개를 획득했다. 한국(20개), 스페인(19개)이 뒤를 쫓는다. ▽73=보치아국제스포츠연맹(Boccia 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 회원국 숫자. ▽115=도쿄 패럴림픽 보치아에 참가하는 선수는 남자 74명, 여자 41명 등 총 115명이다. 한국 보치아는 이번 대회에서 새 역사에 도전한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부터 2016 리우 패럴림픽까지 8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에 성공했고, 이번 도쿄 대회에서 9개 대회 연속 정상 등극에 도전한다. 임광택 한국 보치아 대표팀 감독은 “대한민국 여자 양궁이 도쿄 올림픽에서 9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더 강하게 동기부여가 됐다. 보치아도 9연패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사를 쓰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에이스’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은 “책임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요즘 컨디션과 경기력이 너무 좋아졌다.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느낌이다”며 패럴림픽 9연패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굳은 각오를 선보였다. 대한민국 보치아 대표팀은 오는 28일 정성준(43·경기도청)의 BC1 개인전을 시작으로 9회 연속 금메달 획득 도전에 나선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꼭 일본은 이기고 은퇴하고 싶다.” 2020 도쿄 패럴림픽은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에 밟은 본선 무대다. 세월을 따라 대표팀 면면도 바뀌었지만 시드니 코트를 뛰었던 김호용(49·제주삼다수)만은 꿋꿋하게 대표팀의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이 26일 터키에 70-80으로 패한 조별리그 A조 2차전이 끝난 뒤 김호용는 “비록 두 경기 연속 패했지만 한일전은 다를 것”이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이번 대회는 12개 참가국을 6개팀씩 A, B조로 나눠 풀리그를 진행한 뒤 각조 상위 4개 팀이 8강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가린다. 한국은 전날 스페인에 53-65로 패한 데 이어 2연패에 빠졌다. 한국은 일본(27일), 콜롬비아(28일), 캐나다(29일)와 차례로 맞붙는다. 8강 진출의 최대 승부처는 한일전이다. 김호용은 “선수들이 첫 패럴림픽 출전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대회에 못 나가다 보니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다. 두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많이 돌아왔다.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대표팀 선수 모두가 엄청나게, 강하게, 힘 있게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26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올린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은 “한일전은 김동현(33·제주삼다수)만 믿고 간다. 일본이 에이스 동현이를 못 막는다. 동현이가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날 스페인을 상대로 24득점, 14리바운드로 골밑을 지킨 데 이어 이날도 25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한 김동현은 국보급 센터로 이름을 날린 서장훈과 닮았다는 평가가 있다. 여섯 살 때인 1994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김동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몸싸움과 골밑 장악력, 수비를 앞에 두고 던지는 슈팅이 장점이다. 김동현의 왼쪽 팔뚝에는 아기 발 모양의 타투가 있다. 딸의 발을 새긴 것이다. 타투를 묻자 “딸(2014년생)이 태어났을 때의 발 모양과 생년월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도 여기 있다”며 유니폼 정면 상의 번호 ‘40’을 들어 보였다. “2018년생인데 생년월일을 더하면 40”이라고 설명했다. 수영 남자 자유영 100m S4에서 패럴림픽 2연패를 노리던 한국 장애인 수영 간판 조기성(26·부산장애인체육회)은 이날 결선에서 1분28초46으로 5위에 자리했다. 조기성은 “그동안 내가 건방졌다는 생각이 든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올라가 보겠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000 시드니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이후 21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끈질긴 추격을 펼쳤지만 첫 승 신고를 다음으로 미뤘다. 고광엽(49) 감독이 이끄는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26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 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터키에 70-80으로 패했다. 전날 2016 리우 대회 은메달의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잘 싸우다가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53-65로 진 한국은 2연패에 빠졌다. 이날 상대한 터키 역시 리우대회에서 4위에 오른 세계적인 팀이다. 한국은 3쿼터 중반까지 대등하게 싸웠고, 4쿼터 막판 추격전을 펼치며 터키를 괴롭혔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터키의 확률 높은 필드골을 극복하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선 이기면 승점 2점, 지면 승점 1점이 주어진다. 이날 오전 캐나다(1패 승점 1)를 꺾은 스페인(승점 4)이 2연승으로 조 1위를 달렸고, 터키(1승 승점 2)가 뒤를 이었다. 한국(2패 승점 2)은 터키와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3위에 자리했다. 터키가 +10, 한국이 ¤22다. 한국은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토너먼트 진출을 다툰다. 조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갈 수 있다.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과 김동현(33·제주삼다수)이 각각 26점(10리바운드 8어시스트), 25점(11리바운드)으로 선전했지만 패배로 웃지 못했다. 에이스 김동현은 4쿼터 중반 5반칙 퇴장을 당해 아쉬움이 더 컸다. 터키는 크고 높은 신체 조건을 활용해 페인트 존, 미들레인지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속공 전개도 탁월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2분여 만에 조승현의 속공 득점으로 포문을 열었다. 스페인을 상대로 24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한 김동현이 1쿼터부터 8점을 쓸어 담으며 힘을 냈다. 조승현도 2쿼터부터 득점과 어시스트로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2쿼터 종료 2분48초를 남기고선 2득점으로 33-33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33-38로 뒤지며 전반을 마쳤다. 후반 반전을 노렸으나 변수가 생겼다. 3쿼터 초반 주축 조승현과 오동석(34·서울특별시)이 나란히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중반 이후 터키의 효율적인 속공과 한국의 턴오버가 맞물려 점수 차가 벌어졌다. 3쿼터 종료 2분40초를 남기고 44-54, 10점차로 뒤졌다. 3쿼터 막판에는 김동현마저 4번째 반칙을 범했다. 3쿼터까지 48-57, 9점차로 뒤졌다. 마지막까지 끈질겼다. 4쿼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김동현이 5반칙으로 나갔지만 종료 3분55초와 3분18초 전에 오동석, 조승현의 연속 득점으로 63-67, 4점차로 따라붙었다. 63-69로 뒤진 3분1초 전에는 오동석의 3점포로 66-69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터키는 서두르지 않고, 공격을 성공하며 한국의 추격을 뿌리쳤다. 한국은 27일 오후 8시30분 아리아케 아레나로 장소를 옮겨 개최국 일본과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승리 없이 2패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한일전이 토너먼트 진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일전에서 2014년을 기점으로 6전 3승3패를 기록 중이다. 가장 최근 경기에선 승리했다. 2019년 아시아오세아니아챔피언십 4강에서 69-61로 일본을 꺾었고 21년만의 패럴림픽 출전을 확정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리우 3관왕’ 조기성(26·부산장애인체육회)이 주종목 자유형 100m에서 5위를 기록했다. ‘디펜딩 챔프’ 조기성은 26일 오후 5시 14분 일본 도쿄 아쿠아틱tm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S4) 결선에서 1분28초46를 기록했다. 조기성은 이날 2번 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첫 50m를 3위(41초33)로 주파하면서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지만 50~100m 구간에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조기성의 이 종목 최고기록은 2015년 영국 글래스고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때 기록한 1분22초85이다. 5년 전 리우 패럴림픽 때는 1분23초36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영 50m 6위, 자유형 100m 5위를 기록한 조기성은 계속 도전을 이어간다. 30일 오전 9시 31분 자유형 200m 예선, 내달 2일 오전 10시 57분 자유형 50m 예선에 나선다. 내달 3일 오전 10시 3분에는 배영 50m에도 도전한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탁구 대표팀 정영아(42.서울시청)가 3회 연속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정영아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도쿄 대회에선 부상 여파로 4강 진출이 목표라고 언급했지만 출발은 좋다. 정영아는 26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단식예선(WS5)에서 중국의 판 지아민()을 3-2으로 제압했다. 27일 경기에서도 승리하면 조 1위로 8강 진출이다. 정영아는 경기 전 “시어머니가 보고 계실 거 같아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출산과 코로나로 오랜만의 국제무대인데 못하는 모습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했다. 탁구는 패럴림픽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 로마 패럴림픽 이후 탁구에서 메달을 총 81개(금 24, 은 28, 동 29개) 수확했다. 직전 대회인 리우에서도 금1, 은3, 동5개를 따냈다. 도쿄에서는 금 2, 은 4, 동 5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역대 패럴림픽에서 동메달만 땄는데, 이번대회 목표는? 도쿄 패럴림픽 목표는 4강이다. 어깨 통증이 있고 손목에 물이 차는 부상으로 훈련을 많이 못했다.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다. Q. 출산 후 복귀가 쉽지 않았을 텐데 복귀 배경은? 결혼하고 아기를 가질 때부터 아기 낳고 다시 복귀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임신하고 출산까지 17개월 정도 쉰 것 같다. 시어머니가 뒷바라지 해줄 테니 힘 닿는 데까지 운동하라고 응원해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다. Q. 엄마가 되고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 전에는 나만 생각하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되니 가족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아기를 돌보는 게 1번이다. Q. 워킹맘으로서 힘든 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기를 떼어놓고 운동을 한다는 것과 같이 시간을 많이 못 보내주는게 힘들고 마음이 짠하다. Q. 경력단절을 이겨내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나는 임신하고 출산하고 다시 돌아오기 위한 계획을 미리 세워두었다. 그리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다시 나올 수 없었을 거다. 머리로 계획을 세우고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문에 합숙이 길어져서 가족을 오랜 기간 못봤을 텐데? 오래 떨어져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전화나 영상통화를 한다. 딸이 한번씩 ‘엄마 거기서 뭐해? 집에는 안 와? 빨리 와!’ 이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는 탁구 선수다. 이기든 지든 또 할 것이다. 탁구를 손에서 놓지 않을 생각이다. Q. 탁구의 매력은? 다치고 나서 사고 후유증으로 약(진통제, 항우울제 등)을 3년 반 동안 먹었다. 의사가 약을 못 끊을 거라고 했고 끊으면 죽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 스스로 6개월간 약을 먹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탁구를 하니 괜찮았다. 땀 흘리고 피곤하니 잠을 잘 잤다. 10년 넘게 지금까지 약을 먹지 않고 있다. 탁구를 하면서 건강해지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게 되었다. 그 약을 지금까지 먹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 하윤이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Q. 탁구를 하게된 계기는? 언니가 나를 지체장애인협회로 데려갔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1년 동안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4개나 땄다. 그리고 취업도 했다. 그리고 협회에서 만난 언니를 따라 우연히 복지관에 갔다가 탁구를 시작했다. 그때가 2005년이다. 2006년부터 선수로 등록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나갔는데 2등을 했다. 이후 3년 동안 2등만 하다가 2009년 정상에 올랐다. 그때부터 출산하기 전인 2017년까지 국내 경기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다. Q. 다른 종목 중에 하고 싶은 게 있는지? 휠체어 컬링을 했다. 복지관에서 탁구를 하고 있는데 컬링 선생님이 휠체어 컬링을 하자고 했다. 여름에는 탁구를, 겨울에는 휠체어 컬링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6~7년 정도 휠체어컬링을 병행했다. 휠체어컬링을 하는 동안 8등에서 7등, 6등, 3등으로 올라갔다. 점점 실력이 늘어 국가대표를 경험했고 2010 밴쿠버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아깝게 1점 차로 우리 팀이 떨어졌다. 2010 밴쿠버에서 우리나라가 은메달을 땄는데 만약 출전했다면 우리나라 최초로 여름·겨울 패럴림픽 동시 메달리스트가 될 뻔 했다(웃음). 이후에도 실업팀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탁구만 집중하고 있다. Q. 귀국할 때 목에 걸고 싶은 메달은? 현실적으로 4강 안에 들어가는 목표를 잡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메달색은 상관없다. 여기 출전한 선수들 모두 너무 잘한다. Q. 대회 끝난 후 계획은? 도쿄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고 싶었는데, 박재형 감독님이 ‘너무 아깝다. 한 번 더 해보자’고 해서 파리 패럴림픽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같이 운동했던 문성혜 선수도 아이 셋을 낳고 돌아왔다. 전화해서 손잡고 같이 파리에 가자고도 했다. 단체전에서 메달 따고 에펠탑 앞에서 커피 마시기로 약속했다. 그때까지 열심히 하고 정상에서 내려오고 싶다. Q.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나? 나는 지도자보다 선수들을 서포트 할수 있는 스포츠 행정을 하고싶다. 관련한 공부도 하고 차근차근 준비해보겠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장애인 양궁 ‘대들보’ 김민수(23·대구도시철도)가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금빛 과녁을 조준한다. 김민수는 어릴 적 친구와 놀면서 건물 2층 높이 담벼락에 올라갔다가 담이 무너져 두 다리를 잃고 장애가 생겼지만, 절망 대신 활을 잡았다. 양궁은 김민수에게 희망이 됐다. 그는 “양궁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됐다. 말수도 늘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회상했다. 활을 잡은 김민수는 대한민국 장애인 양궁 간판으로 성장했다. 처음으로 출전한 2016 리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를 보약 삼아 2018년 체코 세계랭킹 토너먼트 남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이어 2019년 네덜란드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오픈에서는 662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한 번 경험해 본 패럴림픽 무대이기에 긴장 대신 여유가 묻어났다. 김민수는 “설렌다”며 “특별히 견제하는 국가나 선수는 없다. 나만이 경쟁 상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민수를 바라보는 유인식 감독은 “컨디션이 좋다. 도쿄 날씨가 너무 더워 고생하는데 젊고 건강해서 본인 스스로가 자신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흐뭇해했다. 김민수의 시선은 정상을 향하고 있다. 그는 “후회 없이 한 발 한 발 집중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도쿄에서 애국가가 울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목표를 설정했다. 유인식 감독은 “더운 날씨 등 변수가 있지만, 김민수의 개인전 금메달을 바라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의 도쿄 패럴림픽 시작은 27일 오전 9시 구동섭(40·충북장애인체육회) 김란숙(54) 김옥금(61) 조장문(55·이상 광주광역시청) 최나미(55·대전광역시청)가 알린다. 김민수는 이날 오후 2시 남자 리커브 랭킹 라운드에서 첫 활시위를 당긴다. 여유가 금빛 과녁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쏠린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김태옥(34·서울시청)은 고 한사현 감독(1968~2020) 얘기가 나오자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함께 한 투병생활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사현 감독은 간암, 김태옥은 위암이었다. 김태옥은 “감독님이 처음 암 진단을 받고 나도 두 달 뒤에 암진단을 받았다. 같이 패럴림픽을 바라보고 열심히 훈련해 왔는데 나만 이렇게 뛰고 있는 것 같아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그는 태극마크까지 단 기쁨보다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을 먼저 이야기했다. 안타깝게도 한 감독은 지난해 9월 암 투병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를 선수들과 함께 밟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한국 휠체어농구는 2000년 시드니 이후 21년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는데, 그 중심에 휠체어농구 1세대 한사현 감독이 있었다. 현재 대표팀 주축선수들은 대부분 한 감독이 발굴해낸 제자들이다. 김태옥도 한 감독과 서울시청 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각별한 사이다. 김태옥은 위암을 극복하고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했지만 아직 완치 상태는 아니다. 그는 현재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추적치료 중이다. 앞으로 3년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태옥은 지난 2019년 10월 태국에서 열린 패럴림픽 출전권 예선 대회 직전에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합숙훈련 중에 복통이 너무 심해 검사를 했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투병생활은 쉽지 않았다. 20대 초반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찾아온 데 이어 암까지 그를 덮쳤다. 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들이 몸을 옥죄었다. 그럼에도 희망을 먼저 찾았다. 김태옥은 “힘들었던 시간이면서도 한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 감독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표팀 동료들을 포함해 주변에서도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을 많이 보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버티고 온 것 같다”라고 했다. 패럴림피언은 흔히 ‘사선을 넘은 전사’라고 불린다. 장애와 병마를 극복하고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김태옥은 두 차례 사선을 넘은 태극전사다. 더 단단하고 야무지다. 게다가 혼자 뛰지 않는다. 그는 “내 가슴에 감독님이 함께 계신다”라며 “감독님이 이루지 못한 패럴림픽 4강을 꼭 이루고 싶다. 더 나아가 메달권까지 노려보고 싶다”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한국 대표팀은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A조에 속해있다. 대표팀은 25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3위 스페인에53-65로 석패했다. 26일 세계랭킹 6위 터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첫 승을 노린다. 한국은 A조에서 4위 안에 들면 8강에 진출한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리우 3관왕’ 조기성(26·부산장애인체육회)이 주종목 자유형 100m에서 가볍게 결선에 올랐다. ‘디펜딩 챔프’ 조기성은 26일 오전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수영 자유형 100m(S4) 예선에서 1분30초41을 기록하며 전체 5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조기성은 이날 1조 5번 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전날 평영 5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낸 ‘5번 레인’ 로만 즈다노프(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와 경쟁했다. 첫 50m를 43초89, 4위로 주파했고, 50~100m 구간을 1분30초41, 3위로 마무리했다. 조기성은 전날 패럴림픽 무대에서 첫 도전한 평영 50m에서 결선 6위를 기록했지만 51초58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조기성의 이전 평영 50m 개인 최고 기록은 2021년 베를린월드파라시리즈에서 기록한 52초60으로 이 기록을 1초02 앞당겼다. 목표로 삼았던 ‘멀티 종목’ 메달을 놓친 후 조기성은 자신의 주종목에서 명예 회복할 뜻을 분명히 했다. “평영에서 역사를 쓰는 데 실패했다. 자유형에선 내 명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조기성은 2015년 영국 글래스고 세계선수권에서 1분22초85로 1위에 오른 후 5년전 리우 대회에서 1분23초3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조기성은 이날 오후 5시 14분 시작하는 결선 무대에서 2개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코트 위에선 무뚝뚝한 표정인데 입을 열면 달변이고, 상냥하다. ‘국보센터’로 불리며 농구 코트를 누비다 방송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서장훈(47)과 닮았다. 무엇보다 실력이 서장훈을 닮았기에 그를 ‘휠체어농구의 서장훈’이라고 부른다. 21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 휠체어농구의 에이스 김동현(33·제주삼다수) 얘기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25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 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만나 53-65로 패했다. 스페인은 2016 리우대회 준우승팀으로 A조 최강팀으로 꼽힌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스페인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그런 스페인을 상대로 김동현은 풀타임(40분)을 뛰며 3점슛 2개를 포함해 24점을 쓸어 담았다. 양팀 통틀어 최다 점수다. 체격이 좋은 스페인 선수들을 상대로 페인트존에서 리바운드도 14개나 잡았다. 이것 역시 양팀 최다. 김동현은 “리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세계 강호 스페인을 만나서 좀 힘들었는데 잘 헤쳐나간 것 같다. 좋은 경기를 펼친 것 같다”고 했다.그러면서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선수들이 하다 보니 이기려는 마음이 생겼다. 점수 차도 얼마 안 났다”며 “(우리 선수들을) 감히 평가하자면 9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계의 벽이 그렇게 너무 높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점수 차 얼마 안 나니까 허물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선수들이 그런 생각으로 임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2000 시드니대회 이후 21년 만에 밟는 패럴림픽 무대였기에 받았을 부담감과 두려움도 잘 극복했다. 김동현은 휠체어농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다. 여섯 살 때인 1994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김동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서양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힘 있는 몸싸움과 골밑 장악력, 수비를 앞에 두고 던지는 슈팅이 장점이다. 이탈리아 세미프로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김동현은 패했지만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졌지만 희망을 봤고,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페인과 4쿼터 중반까지 대등하게 싸운 것에 대해 “아시아 선수들은 보통 유럽 선수들의 피지컬이 워낙 좋기 때문에 세다고 생각하고 임한다. 우리가 기술력에서 앞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5명이 다 골고루 득점이 있었고, 열심히 움직였다. 아쉬운 건 마지막에 체력저하가 됐는지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첫 경기고, 우리가 스페인을 이기고자 했다기보다 목표는 일단 4강이고, 당장 8강이 있기 때문에 그걸 생각했다. 다음 경기를 열심히 임하자는 마음으로 파이팅으로 다지고자 모여서 이야기도 했다”고 보탰다.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같은 조에 속한 한국은 A조에서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갈 수 있다. 김동현의 왼쪽 팔뚝에는 아기 발모양의 타투가 있다. 딸의 발을 새긴 것이다. 타투를 묻자 “딸(2014년생)이 태어났을 때의 발모양과 생년월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도 여기 있다”며 유니폼 정면 상의 번호 ‘40’을 들어서 보였다. “2018년생인데 생년월일을 더하면 40”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아빠의 패럴림픽 출전을 아느냐고 묻자 “잘 모를 거다. 응원은 그냥 엄마가 시켜서 하는 거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을 보지 못 만난 지 오래됐다.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김동현은 이날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터키와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000 시드니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이후 21년 만에 밟은 패럴림픽 본선 첫 경기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했지만 동시에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준 한 판이었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25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 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53-65, 12점차 패배를 당했다. 아쉽게 서전에서 패했으나 상대 스페인은 2016 리우대회 준우승팀이다. A조 최강팀으로 꼽힌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스페인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4쿼터 종료 5분35초를 남기고 이병재(40·춘천시장애인체육회)가 자유투 1개를 성공하며 44-46, 2점차까지 괴롭혔다. 이후 자유투와 쉬운 골밑슛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졌지만 고광엽(49)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고 감독은 “리우대회 때 은메달 팀(스페인)이고, 신장 면에서 열세가 있다 보니까 우리가 조금 부족했다. 스페인이 워낙 강팀이다 보니까 선수들이 쉬운 슛을 놓친 게 아쉽다. 첫 경기여서 부담감도 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식스맨들이 멤버 교체 때마다 역할을 충분히 했다. 양동길(20·서울특별시) 선수나 김상열(38·춘천시장애인체육회) 선수가 역할을 충분히 해 줬다”고 보탰다. 또 “(막판에) 체력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낮은 포인트(스포츠등급) 선수들이 찬스가 많이 났는데 오히려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까 바꿀 멤버가 없어서 (체력 때문에) 그게 좀 아쉬웠다. 쉬운 슛은 농구선수라면 기본적으로 넣어야 하는데 못 넣은 건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휠체어농구는 선수별 스포츠 등급을 매기는데 합산 14포인트 이하로 코트 위 5명을 구성해야 한다.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도 “우리 대표팀이 되게 오랜만에 국제대회에 나온 거다. 그러다 보니 해외 심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국내에서도 나오지 않는 파울이 나오다 보니 초반에 파울을 많이 저질렀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상대 선수가 내 휠체어 위에 올라오면 나는 항상 내려줬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때도 그랬다. 그런데 상대 선수 몸에 손을 댔다고 차징을 부니까 좀 억울했다. 오늘 경기를 통해 감을 잡았으니 다음 경기부터는 더 잘 신경 쓰겠다”고 보탰다. “솔직히 아쉽다”며 땀을 닦은 조승현은 “그래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경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21년을 기다렸다. 선수들 모두 엄청 긴장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코트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를 통해 강팀과 붙어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했다. 고 감독도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남은 경기도 이런 식으로 게임을 운영하다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오늘 조승현 선수가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걸려서 득점력이 밀려서 그랬지만 다 역할을 했다”고 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경기였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경기 막판에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 더 투입하기도 했다”고 했다.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를 온 고 감독은 “긴장이 많이 됐다. 감독으로 부임하고 첫 경기다 보니까 긴장이 많이 됐다. 위기에서 잘 대처를 하지 못한 게 아쉽게 남았다. 오늘 많은 걸 배웠다”고도 했다. 조승현은 “(다음 상대인) 터키도 강팀이다. 그래도 붙어본 적이 있어서 자신이 있다. 오늘 경기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8강, 4강 진출이 목표인 만큼 분석 잘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하겠다. 선수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다”고 했다. 한국은 이날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터키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터키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리우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같은 조다. 조 4위 안에 들면 8강에 진출할 수 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던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가 육상 대표 호사인 라술리(24)와 함께 아프간을 탈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두 선수는 24일 막을 올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원래 출국 예정일이던 16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쿠다다디는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던 상태였다. 크레이그 스펜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대변인은 25일 “많은 이들이 두 선수를 안전하게 대피시키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두 사람은 현재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말해줄 수 없다. 이는 스포츠가 아니라 한 사람의 목숨과 안전에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IPC는 개회식이 열리기 전 두 선수가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기를 치를 수 있을 만큼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스펜스 대변인은 이날도 “두 선수가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 둘에 대한 심리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세한 내용에 대해 함구하는 걸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쿠다다디가 출전하기로 되어 있는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K44등급 첫 경기는 9월 2일 열리지만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호주 ABC 방송은 “호주 정부가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를 포함한 50명 이상의 여자 스포츠 선수와 그들의 가족을 탈출시켰다”고 전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수영 황제’ 마이크 펠프스(36·미국·은퇴)는 올림픽 수영에서 무려 2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평영 종목에서는 금메달은커녕 동메달도 하나 따지 못했다. ‘펠피시(펠프스+피시)’에게도 평영이 난공불락이었던 건 자유형과 접영, 배영은 사용하는 근육이 비슷한 반면 흔히 ‘개구리헤엄’이라고 부르는 평영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 남자 자유형 50-100-200m(S4)에서 3관왕을 차지한 조기성(26·부산장애인체육회)이 2020 도쿄 패럴림픽 무대에서 자유형과 평영에 동시에 나서기로 건 ‘재미있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뇌병변 장애인인 조기성은 수영 SB3, S4 스포츠 등급에서 팔, 어깨 등 상체 근육을 활용해 헤엄을 친다. 반면 평영은 하체 힘이 더 많이 필요하다. 조기성은 “계속 자유형만 하다 보니 기록 정체기가 와서 힘들었다. 이러다 수영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 새로운 영법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평영을 시작한 뒤 기록을 줄여나가는 재미가 생겼다. 한때 은퇴 생각까지 했었는데 요즘에는 수영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재미는 도쿄 패럴림픽 무대에까지 이어졌다. 25일 오후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수영 남자 평영(SB3) 50m 결선에 나선 조기성은 휠체어를 탄 채 왼쪽 가슴의 태극기를 두드리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7번 레인에서 경주를 벌인 조기성은 51초58의 이 종목 개인 최고 기록으로 6위에 올랐다. 조기성은 경기를 마친 뒤 “몸 상태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는데 전반과 후반에 페이스 차이가 많이 났다. 후반 페이스를 잡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앞으로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었다. 앞으로도 계속 평영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길호 대표팀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대회에 못 나갔다. 2019년 장애인전국체육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회가 없었다. 앞으로 대회를 거치면서 영법을 완성해 가겠다. 내년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 완성형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접영 100m(S14)에 출전한 조원상(29·수원시장애인체육회)은 58초45로 터치패드를 찍으면서 7위로 경주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조원상은 다음 달 2일 배영 100m에도 출전한다. 한편 한국 탁구 대표팀 막내 윤지유(21·성남시청·S3)는 이날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단식 예선에서 2연승을 챙기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리우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서수연(35·광주시청)도 S1-2 단식 첫 경기에서 마리암 알미리슬(29·사우디아라비아)을 3-0(11-1, 11-1, 11-2)으로 제압하고 첫 승리를 따냈다. 21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휠체어 농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리우 대회 은메달 팀 스페인에 53-65로 졌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막내’ 탁구 대표팀 윤지유(21·성남시청)가 개인 단식 8강전에 선착했다. 윤지유는 25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개인 단식(스포츠등급 3) 예선에서 2연승을 챙기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오전 단식 1회전에서 마를리아니 아마라우 산투(30·브라질)를 3-0(11-2, 11-6, 11-1)으로 제압한 윤지유는 오후에 열린 2회전에서도 알레나 카노바(41·슬로바키아)에게 3-0(11-5 11-3 11-7)으로 완승, 3등급 C조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는 속한 조에 따라 선수별로 예선 2, 3경기를 치러 16강 진출자를 가린다. 하지만 2연승으로 조 1위가 된 윤지유는 16강전을 치르지 않고 8강에 직행하게 됐다. 8강전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2000년생인 윤지유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도 대표팀 막내로 출전했다. 당시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개인전에서는 4위에 그쳤던 그는 5년 만에 열린 패럴림픽에서 개인전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장애인 탁구는 패럴림픽과 장애인아시아경기 때마다 한국에 많은 메달을 안겨주는 ‘효자 종목’이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를 따냈고, 리우 대회에서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거머쥐었다. 19명이 출전한 도쿄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 등 두 자릿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총 목표인 금메달 4개 중 절반이 탁구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지유뿐 아니라 이날 예선 경기를 치른 많은 선수가 첫 승리를 맛봤다. 리우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서수연(35·광주시청)은 단식(스포츠등급 1-2) 첫 경기에서 마리암 알미리슬(29·사우디아라비아)를 3-0(11-1, 11-1, 11-2)으로 제압하고 첫 승리를 따냈다. 남자 단식 차수용(41·대구광역시청)은 일본의 베테랑 미나미 노부히로(52)를 상대로 3-2(11-9, 7-11, 8-11, 11-7, 12-10) 역전승을 거뒀다. 5세트에서 한 때 7-10까지 뒤처졌던 차수용은 뒷심을 발휘해 12-10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탁구 대표팀 ‘터줏대감’ 김영건(37·광주시청)도 페테르 미할리크(45·슬로바키아)를 접전 끝에 3-2(11-8 10-12 14-16 12-10 11-8)로 물리쳤다. 또 박진철(39·광주시청)과 박홍규(48·충북장애인체육회),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 남기원(55·광주시청),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 이미규(33·울산장애인체육회) 등은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1승씩을 올렸다. 리우 대회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정길(35·광주시청)은 단식 1회전에서 필리프 나하젤(41·체코)에 1-3으로 일격을 당했으나, 남은 예선 경기에서 반전을 노린다. 탁구 종목 출전 선수들의 스포츠등급은 지체장애(1¤10등급)와 지적장애(11등급)로 분류되며, 지체장애 등급은 다시 휠체어를 사용하는 선수(1¤5등급)와 입식(6¤10등급)으로 나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접영 100m를 마무리한 조원상(29·수원시장애인체육회)이 시원섭섭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원상은 25일 오후 6시 5분 일본 도쿄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수영 남자 접영 100m(S14) 결선을 7위(58초45)로 마무리했다. 조원상은 경기 후 “나이 서른에 10살 차이 나는 동생들과 경쟁했다.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후회는 없다. 마지막 대회라서 시원섭섭하다. 경쟁선수를 따라잡아 순위를 더 올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은퇴하더라도 후배들이 잘할 거라 믿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수영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린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며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원상은 “후반이 아쉬웠다. 첫 스트로크를 돌릴 때 물을 마셨다. 그래서 타이밍이 끊겼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접영을 마무리했지만 아직 이번 대회가 끝난 건 아니다. 배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원상은 “그냥 나가 보는 것이다”며 웃으면 말하면서 “솔직히 말하면 한 종목만 뛰어도 힘들다. 접영만 소화하고 그만하려 했는데 마지막 패럴림픽이라 배영도 출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원상은 이미 도쿄 패럴림픽이 자신의 은퇴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는 “번복할 의사는 없다. 10년 이상 수영을 했다. 계속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힘들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에서 훈련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죄송하다.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주길호 대표팀 감독은 “그동안 고생 많이 했고 노력 많이 했다. 준비하는 기간이 짧아서 미련과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후회 없이 했다는 생각이다. 기특하다. 어릴 때부터 봐온 선수인데 이번 대회만큼 집중한 적이 없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