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스터 트럼프,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당신은 뉴욕타임스에 당했지요. 나는 그 제휴사인 아사히신문에 엄청 당했지만 결국은 이겼습니다.” 지난해 11월 17일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통령 당선 직후의 도널드 트럼프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어리둥절하던 트럼프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그는 “나도 이겼다”며 오른손 엄지를 척 세워 보였다. 2월 11일 산케이신문은 ‘트럼프가 아베에게 마음을 연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아사히신문에 대한 아베의 원한은 뿌리가 깊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1기 내각이 출범 1년여 만인 2007년 9월 막을 내린 이유를 언론, 그중에서도 가장 비판적인 아사히신문 탓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아베 내각은 각료 3명이 각기 다른 스캔들로 사임했고 심지어 1명은 자살했다. 7월 말 참의원 선거에서 ‘역사적 패배’를 당하고도 정권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던 아베는 갑작스레 사임을 발표하고는 병원으로 직행해 버렸다.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2기 내각은 실패 경험을 되씹으며 언론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길들이기에 나섰다. 선호하는 언론과 아닌 언론을 구분하고 ‘특종’을 미끼로 회유했다.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의 특종이 늘고 아사히신문은 소외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요즘 아침마다 일본 조간신문을 살펴보면 위화감마저 든다. 같은 사안에 대한 보도가 너무나 다르다. 가령 현재 참의원에서 공방 중인 조직적범죄처벌법 개정안은 이름부터 다르다. 아사히, 마이니치, 도쿄신문이 ‘공모죄’라 쓰는 데 반해 요미우리 산케이는 ‘테러 등 준비죄’라 표기한다. 전자는 범죄를 계획 단계에서 처벌할 수 있게 한 법안이 ‘감시사회’를 만든다며 반대하는 입장인 반면 후자는 2020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 테러를 막기 위한 법안이란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아사히와 아베의 악연은 지금도 이어진다. 요즘 총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리토모학원 문제나 가케학원 특혜 시비는 모두 아사히가 처음 보도했다. 아베 정권의 대응은 오만할 정도의 부인과 무시다. 진상 조사, 국회 증언을 거부하고 고발자를 철저하게 나쁜 사람으로 만들며 “그의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날마다 후속 보도가 이어지지만 친정부 신문들은 반대되는 기사만 싣는다. 각기 발행부수 880만, 160만의 요미우리 산케이신문의 충성 경쟁은 일본 언론인들조차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트럼프의 백악관이 ‘대안적 사실’이란 말을 만들어 쓴다지만 일본에서는 친정권 신문들이 ‘포스트 트루스(탈진실)’를 만들어내고 있다. 탈(脫)진실 정권코드 맞추기는 한반도 보도에서도 나타난다. 북풍을 이용하고 싶은 아베 정권을 헤아려 연일 ‘한반도 유사시’가 강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다음 날 요미우리는 1면 머리기사에 이어 무려 6개 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한국 관련 지면의 제목은 “문 정권, 이런데도 북한과 대화하겠다”였다.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좌파’로 불리지만, 과거 문재인 후보에게는 ‘친북반일’이란 수식어가 반드시 붙었다. 한국 외교의 전통적 두 축인 미국과 일본에서 권력의 폭주와 진실 왜곡이 돋보이는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현재로선 ‘아베 1강’ 체제가 퍽이나 강고해 보인다. 하지만 일본 국민이 언제까지 권력자의 ‘뻔한 거짓말’을 모른 체해 줄지는 알 수 없다. 미국에 뉴욕타임스가 살아있듯이, 일본에도 아사히신문의 비판정신이 건재한 것에 기대를 걸고 싶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위안부 피해 여성의 목소리와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제대로 알리자.” 일본 시민단체 인사들이 일본군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젊은 세대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기금을 설립한다. 사단법인 ‘희망의 씨앗 기금’은 9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10일에는 도쿄 재일한국 YMCA 국제홀에서 발족 기념집회를 연다. 이 단체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지난해 6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설립한 정의기억재단(이사장 지은희)과 협력하기 위해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설립했다. 행사에는 정의기억재단 상임이사인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도 참석한다. 기금 대표이사는 그동안 일본에서 활발하게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 온 양징자(梁澄子·사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 공동대표가 맡는다. 일본에서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일본후원회’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양 대표는 1993년부터 일본에 유일하게 생존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96) 후원에 앞장서 왔다. 2007년에는 송 할머니의 법정투쟁과 지원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제작해 일본 전국 100여 곳에서 상영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송 할머니를 도쿄로 모셔와 돌보고 있다. 기금 활동에는 과거사와 여성 문제 등과 관련해 활동해온 작가, 변호사, 교수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이사로 나선다.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교재를 만들어 학교와 대학 등에 배포하고 대학의 세미나 등에 강사를 파견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일본의 젊은이들을 모아 한국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한국의 젊은이들을 만나게 하는 여행도 계획 중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이 3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인 것으로 일본은 이미 합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제기되고 있는 재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세계 각국 국방장관과 안보 당국자들이 모여 다자 간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행사 성격과 동떨어진 양국 간 위안부 합의 문제를 거론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나다 방위상은 이날 기조연설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인 참가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한미일 3자 협력이 돼야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한일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인 것으로 일본은 역할과 의무를 다했다. 남아 있는 현안도 과거 한국 정부와 이미 해결한 것으로, 양국 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않아 북핵 문제 해결의 구심점인 한미일 3국 협력이 우려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발언은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불과 5시간여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외교적 결례 논란도 불렀다. 현장에 있던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 재협상론을 들고 나올 것에 대비해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를 향해 ‘문제는 한국에 있다’는 방향으로 선제적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싱가포르=손효주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나타냈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현지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을 옹호하려는 의도보다는 미국의 대(對)러시아 포위망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토론에서 미국을 비판하며 “힘의 논리, 폭력의 논리가 확장되는 동안은 북한에서 지금 나타나는 문제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며 “작은 나라들이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가지는 것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러시아는 2일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푸틴의 기본적인 생각은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 원인이 무력을 배경으로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미국에 있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북한을 빌미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강한 경계심이 담겨 있다. 푸틴은 이날 토론에서 “군사동맹에 들어간 국가는 주권을 제한받고 멀리 있는 지도부(미국)에게서 허가받은 일밖에 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미일동맹, 한미동맹 등이 미국의 뜻을 받들어 러시아를 동서에서 조이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평소의 강한 불만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3일자 타스통신도 푸틴 대통령이 최근 올리버 스톤 감독과 가진 인터뷰에서 “2000년 6월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의 나토 가입을 제안했었다”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당시 클린턴은 ‘안 될 것 뭐 있느냐(why not?)’라고 화답했으나 미국 대표단은 매우 긴장했다”고 털어놨다는 것. 푸틴은 스톤 감독이 “가입 신청을 했느냐”고 묻자 웃어넘긴 뒤 “나토는 미국의 정치적 도구이고, 동맹은 없고 종속만 있다”며 “한 국가가 나토 멤버가 되려면 나토의 리더인 미국의 압력을 거스르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나타냈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현지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을 옹호하려는 의도보다는 미국의 대러 포위망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2일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토론에서 미국을 비판하며 “힘의 논리, 폭력의 논리가 확장되는 동안은 북한에서 지금 나타나는 문제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며 “작은 나라들이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가지는 것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러시아는 2일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푸틴의 기본적인 생각은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 원인은 무력을 배경으로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미국에 있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북한을 빌미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강한 경계감이 있다. 푸틴은 이날 토론에서 “군사동맹에 들어간 국가는 주권을 제한받고 멀리 있는 지도부(미국)에게서 허가받은 일밖에 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미일동맹, 한미동맹이 미국의 뜻을 받들어 러시아를 동서로부터 조여드는 도구가 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3일자 타스 통신도 푸틴 대통령이 최근 올리버스톤 감독과 가진 인터뷰에서 “2000년 6월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의 나토 가입을 제안했었다”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당시 클린턴은 ‘안 될 것 뭐 있냐(why not?)’라고 화답했으나 미국 대표단은 매우 긴장했다”고 털어놨다는 것. 푸틴은 스톤 감독이 “가입 신청을 했냐”고 묻자 웃어넘긴 뒤 “나토는 미국의 정치적 도구이고, 동맹은 없고 종속만 있다”며 “한 국가가 나토 멤버가 되려면 나토의 리더인 미국의 압력을 거스르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자민당 총재를 지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0·사진)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지난달 31일 도쿄 도내에서 강연을 갖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1993년 관방장관 재직 당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내용의 고노 담화를 발표한 인물로 2009년 정계 은퇴 직전까지 모두 6년간 중의원 의장을 지낸 자민당 주류다. 고노 씨는 아베 총리가 헌법기념일에 맞춰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 등에서 평화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할 생각을 밝힌 것에 대해 “갑자기 그런 것을 그런 방식으로 끄집어내 말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에 아베 총리는 손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9조에 대해 “지금 상태로도 국민은 납득하고 있으므로 이대로 두면 된다. 자위대가 존재하는 이상 (헌법에)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그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일본 헌법 9조 1항과 2항은 전쟁 포기와 전력 비보유를 규정하고 있어 평화헌법의 핵심으로 불린다. 또 아베 총리가 헌법을 개정해 2020년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헌법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헌법에 맞추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헌법에는 국가의 이상이 담겨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강조했다. 특히 “아베라고 하는 이상한 정권이 생겨 그 사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헌법을 바꾼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아베 정권에서 헌법 문제를 다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고노 전 의장은 이어 “아베 총리는 자민당이 일관해서 개헌을 주장하고 지향하는 정당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55년 당시 자유 민주 양당이 합류해 결성된 경위를 설명하며 “(자민당의 전신인) 자유당은 호헌 정당이다. 호헌당과 개헌당이 합병해 만들어진 자민당이 개헌을 주장하는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출발부터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현행 헌법으로 70년이나 평화로운 일본을 만들어 냈다”면서 “일본인은 이를 음미하며 사용하고 있는 만큼 헌법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부산 소녀상 문제로 자신을 소환한 것에 대해 사석에서 불만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60·사진) 부산 총영사를 경질했다. 외무성은 1일 부산 총영사를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尙史) 두바이 총영사로 교체하고 모리모토 총영사에게는 귀국 명령을 내렸다. 모리모토는 40일 이내에 귀국한 뒤 다음 보직을 받는다. 총영사의 임기는 통상 2∼3년으로 지난해 6월 부임한 모리모토가 1년 만에 갑작스럽게 교체된 것은 이례적이다. 산케이신문은 모리모토가 자신에 대한 정부의 소환 방침을 비판해 사실상 경질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1월 9일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모리모토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귀국 조치한 뒤 85일간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 기간 모리모토가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사들을 소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관저의 판단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 2월 9일자는 사석에서의 발언이 총리 관저 측으로 들어갔고 정부 고관이 “모리모토 씨는 대체 어느 나라 외교관이냐”며 불쾌감을 표했다며 대사들의 일시귀국이 장기화되는 데는 이 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모리모토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행동이 한국 측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며 문제시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부산 총영사 교체 이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권의 대응에 대한 비판은) 잘 모른다. 통상 인사 아니냐”고 답했다. 1년 만의 교체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에는 “과거에도 몇 번이나 전례가 있다”고 일축했다. 고시 출신이 아닌 모리모토는 외무성에 특채로 채용됐으며, 한국어 전공자로 알려져 있다. 미치가미 신임 부산 총영사는 고시 출신으로 한국어 연수를 받은 뒤 주한 일본대사관의 총괄공사와 문화원장을 역임한 외무성 내 ‘코리아 스쿨’(한국 전문)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부산소녀상 문제로 자신을 소환한 것에 대해 사석에서 불만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경질했다. 외무성은 1일 부산 총영사를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尙史) 두바이 총영사로 교체하고 모리모토 총영사에게는 귀국명령을 내렸다. 모리모토는 40일 이내에 귀국한 뒤 다음 보직을 받는다. 총영사의 임기는 통상 2~3년으로 지난해 6월 부임한 모리모토가 1년만에 갑작스럽게 교체된 것은 이례적이다. 산케이신문은 모리모토가 자신에 대한 정부의 소환 방침을 비판해 사실상 경질됐다고 해설했다. 일본 정부는 1월 9일 부산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모리모토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를 귀국조치한 뒤 85일간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 기간 모리모토가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사들을 소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관저의 판단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 2월 9일자는 사석에서의 발언이 총리 관저의 귀에 들어갔고 정부 고관이 “모리모토 씨는 대체 어느 나라 외교관이냐”며 불쾌감을 표했다며 대사들의 일시귀국이 장기화되는 데는 이 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모리모토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행동이 한국 측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며 문제시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부산총영사 교체 이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권의 대응에 대한 비판은) 잘 모른다. 통상 인사 아니냐”고 답했다. 1년만의 교체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에는 “과거에도 몇 번이나 전례가 있다”고 일축했다. 고시 출신이 아닌 모리모토는 외무성에 특채로 채용됐으며, 한국어 전공자로 알려져 있다. 미치가미 신임 부산 총영사는 고시 출신으로 한국어연수를 받은 뒤 주한 일본대사관의 총괄공사와 문화원장을 역임한 외무성 내 ‘코리아 스쿨’(한국 전문)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산업구조의 지각변동에 대응하려는 일본의 발걸음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총리관저에서 ‘미래투자전략회의’를 열고 향후 집중 투자할 분야를 정리한 ‘미래투자전략 2017’을 내놓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기폭제로 ‘제4차 산업혁명’을 지향한다는 게 골자다. 의장을 맡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는 회의에서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한 일본은 실업 문제 걱정 없이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 기회를 산업 재편만으로 끝내지는 않겠다”며 새로운 성장전략 실현에 의욕을 나타냈다. 전략투자 분야는 △건강수명 연장 △이동혁명 △공급망 차세대화 △쾌적한 인프라 및 마을 만들기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핀테크’ 등 5가지로 압축됐다. 세부적으로는 직접진료와 원격진료를 조합해 환자의 통원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 소형 무인 드론을 활용한 화물 배송 실현, 고속도로에서 1인 기사가 운전하는 트럭을 무인 차량이 따라가는 대열주행 상업화 등이 명기됐다. 일부 항목에는 구체적 시한 등 실행 로드맵도 제시됐다. 일본 정부가 최첨단 기술 활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선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 때문이다. 무인 차량이나 로봇이 실용화되면 일손 부족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운송업계나 간병 현장 등에서 직원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으로도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다. 저출산 고령화는 일본이 먼저 겪고 있지만 조만간 많은 나라에 닥칠 과제다. 일본 정부는 한발 먼저 대응 방안을 마련한 뒤 관련 기술이나 시스템을 해외에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규제개혁도 선도키로 했다. 특히 유럽 등에서 시행 중인 ‘샌드박스’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기업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일정 기간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동결해 주는 제도로, 작은 실패를 허용하고 시행착오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모래밭 놀이’에 비유된다.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의 경우, 벤처기업의 신규 참여를 막는 기존 은행법 규제를 동결해 일정 기간 도전을 인정해 준다. 법을 개정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기업과 당국 간의 조정만으로 실증실험을 가능케 한다는 것.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화 환경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재빨리 도입해 새로운 시장 창출에 연결하겠다는 의도다. 일본 정부는 냉장고가 주인의 취향에 맞춰 최적의 레시피를 제시하고 모자라는 식재료는 자동으로 슈퍼에 주문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런 경우 가전제품 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동결한다. 일본은 제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다른 선진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여기에는 제조업시대의 성공에 취해 최신 정보화와 세계화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이번 시안은 지난해 9월 관민합동으로 신설된 미래투자전략회의가 처음 정리한 것으로 9일 각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북한이 29일 오전 5시 39분경 강원 원산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2,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10일) 이후 14일과 21일에 이어 세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 수위를 시험하고, 30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시험을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핵·미사일 공격 계획을 테스트한 정황도 엿보인다. ○ 스커드 계열로 추정, 3주 만에 세 차례 도발 이날 북한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정상 각도(30∼40도)로 쏴 올린 미사일들은 최대 120km 고도까지 상승한 뒤 450여 km를 날아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해군의 이지스함 레이더에는 3발, 공군의 그린파인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에는 2발의 북한 미사일 궤적이 각각 포착돼 추적 작전이 진행됐다고 한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탐지 레이더(AN/TPY-2)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비행 궤도와 고도 등을 볼 때 스커드 계열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기종 파악을 위해 한미 정보당국이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발사체가 약 6분간 비행한 뒤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스커드-C(최대 사거리 500km)나 스커드-ER(최대 사거리 1000∼1200km) 또는 그 개량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 9번째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3주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연쇄 도발’을 강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를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의도와 추가 도발 가능성을 평가하고, 도발 시 단호한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또 다른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이웃 국가 중국에 매우 큰 결례(disrespect)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적었다. 특히 미국은 이번 도발이 30일(현지 시간) 실시되는 북한 ICBM 요격훈련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평가에 들어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도발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규탄하고 미국과 함께 구체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힌 뒤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이날 전화회담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 조치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유사시 미 증원전력 원천봉쇄 작전 점검한 듯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한국의 새 정부 길들이기나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구잡이식 도발’이 아니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치밀하게 계획한 대남 도발 시나리오의 점검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최대 목표는 유사시 핵·미사일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저지하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은 괌 앤더슨 기지와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미 전략무기의 발만 묶을 수 있으면 어떤 도발을 해도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지에 대한 핵타격 능력만 확보하면 더 과감하고 예측불허의 대남 도발을 노릴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서도 이런 속내가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에 평북 구성 일대에서 발사한 KN-17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최대 사거리 5000km)과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평남 북창 인근에서 쏴 올린 KN-15 신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최대 사거리 1100∼1300km 이상)의 사거리에는 괌과 주일미군 기지가 각각 들어간다. 두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전략폭격기와 항모전단, 해병원정대 등 신속 대응 전력이 출동하는 군사요새다. KN-17과 KN-15의 잇단 발사 성공으로 두 기지에 대한 핵타격 능력을 확신한 김정은이 이번에는 미 증원전력의 핵심 출입 통로인 한국의 주요 항구와 공항에 대한 타격능력을 점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에도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는 방식으로 같은 내용의 훈련을 직접 지휘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 휴일과 이른 새벽, 늦은 오후에 미사일을 기습 발사하는 것은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우리 군의 대응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저의를 드러내는 동시에 기존 미사일의 성능 개량, 김정은의 치적 쌓기를 통한 내부 결속의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떤 유화책을 제시해도 미 본토를 겨냥한 신형 ICBM 발사 등 김정은의 ‘마이웨이식 미사일 도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미국과 일본이 7월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양국 외무·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회(2+2)를 개최하려 조율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29일 전했다. 성사되면 2015년 4월 이후 2년여 만에,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2+2 협의회가 된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미국에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참석하게 된다. 협의회에서는 핵·미사일 개발을 거듭하는 북한에 대한 탄도미사일방위(BMD) 체제 강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확대 및 재검토 문제, 남중국해 등에 군사거점화를 시도하는 중국 문제 등 불투명성이 증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환경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BMD 체제 강화 방안으로 일본이 검토하고 있는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 문제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 이탈리아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형 미사일 요격시스템 배치를 비롯한 방위력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양국 정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도 발표하는 쪽으로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미국에서 가진 회담에서 2+2 개최를 합의했다. 26일 이탈리아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2+2 조기개최를 서둘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일위안부 합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를 따로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가 “한일 양국이 이 합의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자 “합의를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낸 보고서와 배치되는 시각이다. 위원회는 12일 보고서에서 “한일 합의는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배상, 재발 방지에서 불충분하다”며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 내용의 개정을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반론문을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반론문에서 유엔 보고서가 위안부를 ‘성노예’로 표현한 것은 “사실에 반해 부적절하다”며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한일 합의가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 정부 등 국제사회로부터 높이 평가받았다고 주장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또 일본 정부가 강행처리 중인 ‘공모죄’(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 개정안에 대해 유엔 특별보고관이 비판서한은 보낸 것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가 이날 ‘공모죄’ 국회 제출 등 국제조직범죄방지조약 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설명하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특별보고관은 유엔과는 다른 개인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반드시 유엔의 총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앞서 조셉 카나타치 유엔 인권이사회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은 공모죄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거듭 지적했으며 일본 정부는 이에 “부적절하다”며 적극적으로 반론한 바 있다. 최근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유엔과 일본 정부간 공방이 진행중인 사안들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이 단번에 일본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인권의식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요즘 인기죠. 주인공 유아인과 몇 번 함께 일해 봤는데 멋진 청년입니다. 연기도 잘하지만 주변에 대한 배려가 대단해요…. 이번에는 가창력이 뛰어난 신인그룹 두 팀을 소개합니다.” 15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니시신바시(西新橋)에 자리한 CJ E&M 저팬의 스튜디오.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43) 씨가 진행하는 한류 정보 버라이어티 방송 ‘M타메방’ 녹화가 시작됐다. 드라마와 K팝, 연예가 뒷얘기까지 최신 한류에 대한 소개가 종횡무진 이어졌다. 월 2300엔(약 2만2900원)을 내는 위성방송 M넷의 유료가입자 7만∼8만 명이 주(主) 시청자 층이다. 한국인과 일본인, 재일동포가 뒤섞인 제작진은 모두가 한류에 관한 한 박사급이다.○ 기성 한류 팬들, “우린 비밀결사 같다” 후루야 씨는 일본에 한류 붐이 일기 전인 2001년부터 한국 대중문화 소개에 앞장서 ‘한류 전도사’로 통한다. 배용준, 카라, 비스트, 2PM 등 일본에 데뷔한 한국 연예인 대부분이 그를 통해 소개됐다. 그의 직업은 항간에서 말하는 틀에 끼워 맞춰 설명하기 어렵다. 방송인, 이벤트 MC에서 대학교수까지. 생물처럼 움직이는 대중문화의 세계에서 ‘한국’과 ‘대중문화’가 접목된 일은 뭐든지 한다. 이런 그에게 요즘 일본 내 한류 사정을 물었다. 그는 “매스미디어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인기는 여전하다. 내가 얼마나 바쁜지 보라”고 답한다. 스케줄 표를 보니 그가 진행한 한류 관련 행사는 4월에만 20회, 5월에도 21회에 이른다. 매니저를 따로 두고 시간관리를 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후루야 씨는 일본의 기성 한류 팬들에 대해 “건재하지만 숨어서 즐기는 층이 많다”며 “예전에는 카페에 앉아 ‘배용준이 어떻고 이병헌이 어떻고’ 얘기하던 여성 팬들이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자신들끼리 ‘비밀결사 같다’는 자조 섞인 말도 한다”고 전했다. ○ 한류의 유통구조도, 문법도 달라졌다 요즘 일본 내 한류는 물밑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일관계 악화라는 정치상황과는 무관하게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는 젊은층이 한류 팬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의 유통구조가 바뀐 점도 변화에 기여했다. “최근 2, 3년 사이 K팝은 인터넷을 통한 접근이 주류가 됐습니다. TV도 신문도 안 보는 젊은층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류를 즐깁니다. 언어의 장벽은 구글 번역기를 돌리면 되고, 최근에는 가사까지 일본어로 번역해 유튜브에 올려주는 친절한 팬들이 많습니다. 과거 대중과 아티스트 사이에 끼어 필터링을 하던 매스컴이란 벽을 (일본) 청년들이 가볍게 뛰어넘어 버린 거죠.” 젊은 한류 팬의 존재감은 19∼21일 도쿄 인근 지바(千葉)에서 열린 한류종합페스티벌 ‘케이콘 2017’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어디서 알고 몰려왔는지 1년 전 행사에 비해 10대, 20대 젊은층이 엄청나게 늘었다.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 코리아타운에서는 교복 차림으로 몰려다니는 일본 여고생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이들에게 처음 한국문화를 접한 계기를 물으면 십중팔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라고 대답한다.○ MB ‘일왕 사죄’ 발언에 일본 여론 등 돌려 일본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시기는 몇 차례 있었다. 그중에서도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촉발한 1차 한류 붐과 2010년 ‘소녀시대’ ‘카라’ 등 걸그룹과 함께 온 2차 한류 붐은 일본 문화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여기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2012년 8월에 갑자기 찾아왔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고 일본 국민의 구심점인 일왕에게 사죄를 요구하면서 일본 내 여론은 180도 바뀌었다. 순식간에 일본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반한, 혐한으로 돌아섰고 일본의 매스미디어는 일제히 한류 관련 방송을 중단했다. “당시 저는 TV 라디오 등 전국 단위의 정규방송 8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1년 뒤엔 위성방송 하나만 남았습니다. 그것도 2015년에 끝났지요. 십여 년간 해오면서 그때처럼 타격이 컸던 적은 없었습니다.” 후루야 씨는 2012년 사태를 독도 갈등 탓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일본인들이 정말 등을 돌린 것은 ‘(일왕이) 한국에 오려면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 탓입니다. ‘국내용’ 발언이었겠지만 여과 없이 보도돼 일본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별별 갈등이 많았어도 일본 언론이 당시처럼 한국을 나쁘게 평한 적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2년 사태는 일본 우익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 그해 12월 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민주당을 꺾고 집권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역사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권리 지키면서 후퇴한 日 vs 권리 내던져 성공한 韓 한때 아시아를 석권했던 J팝은 요즘 K팝에 크게 밀리고 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저작권에 대한 의식 부족을 K팝 세계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J팝이 저작권 규제 등으로 유튜브 등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과 달리 K팝은 ‘퍼나르기’로 콘텐츠를 세계에 보급했다는 논리다. 다만 ‘음악은 공짜’라는 의식을 퍼뜨린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퍼나르기와 파일 공유 확산으로 한국의 CD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붕괴됐습니다. 이는 세계 아티스트들의 고난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공짜 음악 정서 때문에 풀뿌리 아티스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택한 방식은 마침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져 K팝 세계화라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제는 긴 안목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할 겁니다.” 또 하나, 그가 지적하는 변화가 있다. 한국 아티스트들의 인기가 더 이상 ‘한국’과 관련 없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동방신기나 빅뱅을 한류 스타라고 인식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아시아의 스타, 세계의 스타입니다. 6월 말 일본 데뷔를 앞둔 걸그룹 트와이스도 마찬가지죠. 저는 트와이스가 일본에서 카라와 소녀시대에 버금가는 성공을 할 거라고 보지만 그건 그들이 인기 요소를 많이 갖춘 실력 있는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방탄소년단이 남미에서 인기인 것도 마찬가지죠. 이미 콘텐츠로 평가받는 시대이고 그들이 ‘한국인’이란 것과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음악 세계에서 국경은 사라졌어요.”○ 정치보다 문화 콘텐츠의 힘이 국력 듣다보니 일본에서 한류는 더 이상 정치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양국 간 관광객 수치를 보면 일본 사회는 정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한국행 일본인 관광객은 한일관계가 얼어붙은 2012년을 정점으로 매년 줄다가 2016년에야 약간 회복했다. 반면 일본행 한국인 관광객은 2012년 이후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한국행 일본 관광객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인이 훨씬 개방적인 거죠. 그래서 평소 양국 국민의 접촉면을 늘려야 합니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일본인일수록 여론에 좌우됩니다. 아직도 매스컴을 통해 나타나는 한국은 ‘반일 국가’ 이미지여서 ‘한국인 모두가 일본을 싫어한다’거나 ‘무서워서 한국 여행 못 간다’는 일본인이 많은 거죠.” 그는 여기서도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으려 했다. “기성세대는 여론에 좌우되지만 젊은이들은 다릅니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한국 관련 학과가 인기 있고 입학 성적도 높습니다. 그런데 전공자들에게 동기를 물어보면 K팝이 계기가 된 경우가 많아요. 이들은 장래에 자신도 한일 간 가교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엄청난 일 아닌가요. 정치보다 문화 콘텐츠의 힘, 그게 국력이 되는 거죠.”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후루야 마사유키는…1974년 홋카이도 출생. 홋카이도의료대 간호복지학부를 졸업한 뒤 캐나다로 유학. 우연히 한국인 친구가 선물한 한국 가요 CD를 듣고 그 수준과 음악성에 충격을 받아 1997년 말 무작정 한국행을 감행. 포장마차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하며 1년 반 유학 후 귀국. 2001년 홋카이도의 FM ‘노스웨이브’에서 한류 음악 소개 프로그램 ‘BEATS OF KOREA’의 DJ를 시작. 이후 라디오와 TV 진행, 이벤트 진행, 저술, 강연, 대학 강의 등 한국 대중문화와 관련한 일을 섭렵하는 사이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내 한류전도사’로 정착. 2015년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는 ‘제1회 코코로 어워드 한류공로상’ 수상. 2009년 12월 한국인 싱어송라이터 허민 씨와 결혼.}
‘한류(韓流)’라는 단어는 대략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대만 중국 한국 등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2003년 NHK 위성방송에서 드라마 ‘겨울연가’가 방영된 것을 계기로 이 단어가 사용됐다. NHK는 당초 위성방송의 ‘시간 때우기’용이던 겨울연가가 예상 밖의 뜨거운 반향을 얻자 이듬해 지상파를 통해 다시 방영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 한류 붐이 본격화했다. 겨울연가 ‘대박’을 목격한 다른 민간방송사들도 앞다퉈 한국 드라마를 수입했다. 이때를 제1차 한류 붐이라 부른다. 앞서 2000년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히트해 일본인들이 한국 콘텐츠 수준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때마침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2001년 일본에 데뷔한 가수 보아, 2005년 데뷔한 그룹 동방신기가 현지화된 한국인 가수로서 일본 내 한류 열기 확산에 힘을 보탰다. 일본의 제2차 한류 붐은 2010년 8월 걸그룹 카라, 소녀시대 등의 일본 데뷔와 함께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그해 신인을 대상으로 한 CD와 DVD 판매 순위에서 카라와 소녀시대가 일본인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후루야 씨의 해석에 따르면 카라와 소녀시대는 일본 음악계에 새로운 아이돌 상을 제시했다. ‘AKB48’처럼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팬들이 육성하는 아이돌’이 대세였던 일본에서 오랜 훈련을 통해 ‘완성된 스타’로서 등장한 이들은 경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2012년 이후 한류는 지상파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기성 팬들은 물밑에서 ‘조용한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카라 출신 한승연이 13일 도쿄에서 가진 팬미팅에는 10만 원 가까운 입장료에도 1600여 명의 팬이 모였다. 한일관계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일본인들은 1970, 80년대에 일본에서 활약한 한국인 가수들 역시 양국 간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가령 1976년 등장한 가수 이성애는 ‘일본에서 성공한 첫 한국인 가수’다. 이성애는 한복 차림으로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 ‘가슴 아프게’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 불렀다. 조용필은 1987년 한국인 가수로는 처음으로 NHK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 등장했다. 매년 12월 말일 밤 생방송으로 방영되는 홍백가합전은 그해 1년간 실력과 활동을 인정받은 가수에게만 출연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용필은 이후 4년 연속 홍백전에 출연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는 계은숙, 김연자 등이 속속 지상파에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다만 조용필을 포함해 이들이 일본에서 부른 노래는 모두 ‘트로트’에 한정돼 있었다. 1989년에는 패티김이 가세해 4명이 홍백전 무대에 섰다. 지난해 고인이 된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이때를 ‘한류의 첫 파도’라고 꼽았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그 많던 외국인 관광객들, 밤에는 어디로 갔을까.”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늘어났는데 정작 외국인 숙박자수는 크게 늘지 않아 일본 당국이 곤혹에 빠졌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은 5월 13일을 기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로 빠른 속도다. 1~3월 누계를 보면 653만 명이 입국해 전년 동기대비 14%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국내 외국인 숙박자수는 1803만 명으로 약 2%만 증가했다. 방일객 평균 체재일수가 9.5일이란 점을 고려하면 관광객들이 밤이면 사라진다는 얘기가 된다. 일본 당국은 처음에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민박과 크루즈숙박 등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민박중개사이트인 ‘에어비엔비’의 지난해 이용객수는 전년의 2.7배인 370만 여 명. 지난해 크루즈 선박에 의한 방일객도 199만 명으로 전년보다 80% 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밤에 사라진 관광객수의 공백이 설명이 안 된다. 결론은 도쿄 오사카 등 도시부 호텔 부족으로 숙박요금이 오르자 방일객들이 24시간 영업점이나 인터넷카페, 지인의 집 등 숙박비를 싸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가령 나리타 간사이 등 국제공항 소파는 늘 하룻밤 신세지는 외국인들로 붐빈다. 한국의 찜질방처럼 밤샘 영업하는 도쿄 신주쿠의 온천시설 ‘테르마 유’나 ‘오에도 온센모노가타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늘고 있다. 일본 관광청이 통계에 넣지 않는 러브호텔도 싼값에 일본 독특한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숙박처로 방일객들에게 인기다. 심야고속버스도 ‘이동’과 ‘숙박’이란 두 토끼를 잡을 데 도움된다. 오사카의 한 고속버스 회사는 지난해 전용사이트를 통해 예매한 외국인관광객이 전년대비 40% 늘어난 14만 명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2020년까지 연간 방일 관광객수를 4000만 명으로 늘리고 지방에서의 외국인 숙박자수를 연인원 7000만 명으로 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자민, 공명 등 일본 여당이 범죄를 계획 단계부터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테러대책법안’(공모죄법) 개정안을 23일 오후 중의원에서 강행 처리하면서 “일본을 감시사회로 만들려고 한다”는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공모죄의 적용 대상을 테러조직이나 폭력단, 마약밀수조직 등을 예로 들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범죄를 방지하고자 이 같은 법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요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는 특정인이나 단체를 표적 수사할 수 있고 일반인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 생활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국회 논의에서는 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범죄의 범위가 277가지로 지나치게 넓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가 모호해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양원 3분의 2를 장악한 일본 정부와 여당은 다음 달 18일까지인 정기국회 기간에 이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9일 자민당 임원회의에서 “(테러대책법안 등) 중요 법안의 확실한 통과를 목표로 긴장감을 갖고 종반 정기국회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고, 이날 중의원 법무위원회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야 4당인 민진, 공산, 자유, 사민당은 17일 공동으로 가네다 가쓰토시(金田勝年) 법무상에 대해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다음 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자민당의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법안이 처리되려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을 통과해야 하지만 24일 참의원 심의는 야당 측의 반대로 어려울 전망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가 26일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심의는 총리 귀국 후인 29일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에 대해 조지프 커내터치 유엔 인권이사회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은 18일 아베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일방적으로 발송된 서한이다. 내용은 명백히 부적절하다”며 반론을 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정부 여당이 강경 자세를 밀어붙이면서 시민들은 연일 국회 밖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아베 1강(强)’ 체제하의 일본 자민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反)아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0) 전 지방창생상은 이달 3일 헌법기념일을 기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밝힌 개헌구상에 대해서도 정계에서 가장 먼저 반대 의견을 냈다. “자민당에는 10년간 준비해 2012년에 내놓은 초안이 있다. 여기서부터 출발해 당내에서 하나의 안을 정리하고 국민도 설득해야 한다. 졸속으로는 안 된다.” 아베 개헌안은 현행 헌법 9조 1항(전쟁 포기)과 2항(군대 보유 금지)을 그대로 둔 채 3항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그는 “2항에서 군대 보유를 금지한다고 하면서 3항에서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시바 의원을 19일 그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 ―2012년 자민당 초안은 전문에서 일왕을 ‘국가원수’로 규정하는 등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국가원수 안에 대해서는 나도 반대한다. 지금의 덴노(일왕)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아베 총리가 1항, 2항을 그대로 두고 3항을 추가하겠다는 것은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반대를 뛰어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명색이 헌법인데, 논리적 정합성은 갖춰야 하지 않나. 그는 ‘자신의 손으로 개헌한다’는 생각에 너무 빠져 있다.” ―사실 최근의 아베 총리는 너무 무리가 많고 궤변이 두드러진다. 모리토모(森友) 학원 부당 지원 논란에 이어 가케(加計)학원 수의학과 신설 지원 논란 등 본인이 관련된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는 탓인지…. “그를 대표로 선택한 자민당 사람들은 총리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지금은 아무도 ‘이상하다’거나 ‘잘못됐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과거 자민당은 내부에 정책과 입장이 다른 파벌들이 있어 견제가 이뤄지고 정책 논쟁이 활발했다. 자민당 1당 체제라 해도 파벌 간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물갈이도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민당은 아베 찬성 일색으로 이견이 나오지 않는 폐쇄적 분위기가 강하다. 여기에 더해 관료사회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휘어잡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개헌과 관련해 한국에선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가려 한다는 우려가 크다.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려면 태평양전쟁에 대한 철두철미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1945년 히로시마 원폭과 패전…. 200만 명이 희생됐다. 왜 그 전쟁을 시작했을까. 왜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나. 제대로 검증하고 반성해야 한다. 당시 정부, 육해군 수장들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 전쟁에 돌입했다. 당시 언론을 비롯해 누구도 반대하지 않은 것도 큰 죄다.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우익들의 공격이 심하던데…. “젊었을 때는 멋모르고 참배했다. 그런데 15년 전쯤 야스쿠니신사의 진짜 뜻을 알고부터는 못 가겠더라. 국민을 속이고 덴노도 속이고 전쟁을 강행했던 A급 전범들의 분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야스쿠니는 갈 수 없다. 덴노가 참배할 수 있게 되면 그때 가려고 한다.”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1975년 11월까지 야스쿠니신사를 8번 참배했으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1978년 이후에는 참배하지 않았다. 1989년 즉위한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한 번도 참배하지 않았다. ―일본회의 등 우익세력들은 패전을 인정하지 않고 전전(戰前)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 나타나는 역사수정주의적 성향들도 이 기반 위에 있다. 같은 보수라 해도 이시바 의원은 이런 점에서 다른 것 같다. “난 생각이 다르다. 일본은 패전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 독립주권국가, 민주국가로서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본다.” ―위안부 갈등 등으로 한일 관계가 어렵다. “참 어려운 문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내에도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인간의 존엄, 특히 여성의 존엄을 침해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사죄해야 마땅하다. 다만 여러 차례 역대 총리, 일왕까지 사죄의 뜻을 밝혔음에도 한국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좌절감도 크다. 그럼에도 납득을 얻을 때까지 계속 사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한일병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에서는 ‘당시 국제법상으로 위법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위법이 아니었으니 됐다. 이상!’ 하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그 국가의 전통과 역사, 언어, 문화를 모두 잃는다는 뜻이고 그 나라 국민들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는 일이다. 죄송한 일 아닌가. 그런데 내가 이런 얘기 하면 즉각 ‘이시바는 한국 편이냐’는 공격이 들어온다(웃음).” ―한국에서는 일본 정치권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관련한 위기의식을 너무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많다. “한미일이 철저한 공조로 대처해야 하지만 나라별로 북한 미사일에 대해 느끼는 위협도는 다른 것 같다. 당장 미국 본토에 미사일이 도달할 정도는 아니고 북한이 한국에 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도처에 미군기지를 가진 일본은 발등의 불처럼 느낀다. 각자 느끼는 위험의 정도가 다르니 반응도 다르다. 김정은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가 뭘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형인 김정남도 죽이는 포악한 정권 아닌가. 다만 지금 아베 정권처럼 ‘북한 위협이 심각하다. 그러니 아베 정권을 지지해 달라’고 이용하는 것은 문제다. 대비는 조용히, 착실하게 진행하면 된다.” ―지난해 8월 개각에서 “아베 정권이 10년, 20년 이어지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농림수산상 제안을 뿌리치고 당으로 복귀했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지방이 중앙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는 스스로 방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납득시키고, 고령사회에서 소비세는 더 낼 각오를 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인기와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걸 말하는 게 정치다. 당대에는 인기에 영합하고 중요한 숙제들은 다음 세대로 넘기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군사 오타쿠(마니아)’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군사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그는 최근 지방창생상 2년의 경험을 살린 ‘일본열도 창생(創生)론―지방은 국가의 희망’이란 저서를 펴냈다. 현재 일본의 인구 문제야말로 ‘유사(有事)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지방을 살리는 것만이 일본의 미래를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서는 ‘포스트 아베’를 노린 정치적 메시지인가. “별 관계 없다. 지금의 출산율이 계속되면 200년 뒤 일본 인구는 1400만 명 정도 남는다. 국민이 사라지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어떤 안보 문제보다 심각하지 않은가. 책에서도 소개했지만 작은 마을들에서 일본의 희망이 만들어지고 있다. 산속의 작은 지자체지만 합계출산율이 2.2를 넘은 오카야마(岡山)의 마을, 섬마을 유학을 활성화해 일본 전역에서 아이들이 이주해 가는 시마네(島根) 현 오키노시마(隱岐の島)…. 이런 지역의 작은 노력들이 일본을 소생시킬 수 있다.” 그는 다음 일정으로 시간에 쫓기면서도 “일본이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이웃 국가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한일 간에 국민끼리 서로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날이 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의원은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당원을 대상으로 한 1차 투표에서 아베 후보를 누르고 1위를 했으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이시바 의원을 지지했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도쿄도지사는 이후 오랜 기간 아베 정권에서 찬밥을 먹다가 지난해 7월 당 지원 없이 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화려하게 부활한 바 있다. 자치상 겸 국가공안위원장을 지낸 이시바 지로(石破二朗)의 장남으로 부친을 여읜 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권유로 1986년 정계에 입문했다. 결혼식에서 다나카 전 총리가 아버지 역할을 대신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고 다나카의 ‘마지막 수제자’라 불렸다. 어린 시절부터 호위함과 잠수함 등 플라스틱 모형 제작에 빠져 지냈고 애니메이션과 철도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그의 사무실에도 플라스틱 전투기 모형이 장식품으로 놓여 있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이시바 시게루는…▽1957년 돗토리 현 출생 ▽1979년 게이오대 법학부 졸업 ▽1979∼1983년 미쓰이은행 (현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근무 ▽1986년 당시 전국 최연소(29세) 중의원 당선 ▽2002년 방위청 장관 ▽2007년 방위상 ▽2008년 농림수산상 ▽2009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2012년 자민당 간사장 ▽2014년 지방창생상}
“앗, 몬스타엑스다, 야바이(어떡해)∼.” 20일 오후 일본 도쿄 인근 지바(千葉)의 이벤트 행사장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한류 종합페스티벌 ‘케이콘(KCON) 2017 저팬’ 현장. 출연진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하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시오타 아카리(汐田朱里·19) 씨는 동갑내기 친구 후지사키 아야(藤崎彩) 씨와 전날 규슈(九州)에서 왔다고 했다. 몬스타엑스의 팬이라는 이들은 한류 스타에게 빠진 이유에 대해 “멋지고 세련된 데다 트위터를 통해 팬들을 가족처럼 위해 준다”고 밝혔다. 도쿄에서 왔다는 교복 차림의 고교 2학년생 2명은 이름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용돈을 모아 콘서트 입장권을 마련했고, 갓세븐의 팬이라며 “퍼포먼스가 멋지다”고 말했다. 19∼21일 매일 저녁 마련된 콘서트에는 에이핑크, 비투비, 씨앤블루, 갓세븐, 몬스타엑스, 여자친구, 블락비, 케이윌 등이 출연했다. 1일권 1만1900엔(약 12만 원)의 고액이지만 3일간 입장권은 매진됐다. 주최 측인 CJ E&M은 2012년부터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돌며 케이콘을 열어 한류 확산에 기여해 왔다. 2015년 이래 세 번째인 일본 행사도 해마다 개최 일수와 출연 팀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와 확 달라진 점은 10, 2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관람객이 젊어졌다는 점이다. 이들은 순탄치 않은 한일 관계와 무관하게 한국에 애정과 호기심을 보이고 있어 일본 내 한류의 앞날에 밝은 전망을 던져준다. 콘서트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문을 연 컨벤션 전시장에는 참가자들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K팝, K푸드, 한복, 한글, K뷰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한국 음식을 맛보고 메이크업을 배우면서, 또 커버댄스 경연장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한국 문화를 만끽했다. 사흘간의 유료 행사 참가자는 4만8500명으로 집계됐다. 케이콘을 총괄한 CJ E&M 신형관 음악콘텐츠부문장은 “한류는 음악, 드라마를 넘어 음식, 한글 등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바=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55만46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56.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증가율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인 23.9%보다 2.4배가량 높고, 국가별 집계에서도 가장 많았다. 중국인 관광객은 52만8800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지만, 관광객 증가율은 2.7%에 그쳤다. 올 1~4월을 기준으로 봐도 일본행 한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30.8% 늘어난 226만8200명으로, 국가별 통계에서 중국(217만 7500명)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 증가율은 9.6%,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율은 16.4%였다. 이처럼 일본행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거세지자 단기 해외여행 행선지로 중국이 아닌 일본을 택한 한국인들이 늘어난 것. 여기에 지속적인 엔화 약세도 한국 관광객의 일본행을 재촉했다. 올해 초 위안부 한일합의를 둘러싸고 한일간 갈등이 심했지만, 이런 외교적 갈등이 일본 여행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일본 관광청은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23일 빨라졌다. 관광청은 항공사의 국제노선 확충과 대형 크루즈선의 일본 기항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벚꽃놀이나 등산 등 ‘체험형’ 여행이나 개인여행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밝혔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의 방일 관광객 4000만 명을 목표로 ‘관광입국’에 관민일체 태세로 임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큰손녀 마코(眞子·25·사진) 공주가 대학 시절 동급생과 약혼할 예정이란 소식에 일본 열도가 축하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다.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코 공주는 국제기독교대(ICU) 동급생인 회사원 고무로 게이(小室圭·25) 씨와 조만간 약혼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5년여 전 도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유학 정보 교환 모임에서 알게 된 후 교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궁내청이 16일 오후 8시 반 이 소식을 밝히자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신문들은 이날 밤 시내에 호외를 뿌리며 오랜만에 들려온 왕실의 경사를 반겼다. 언론들은 고무로 씨가 18세 때 관광지인 쇼난(湘南) 에노시마(江の島)에서 ‘바다의 왕자’로 선정돼 홍보대사 활동을 했다며 “마코 공주가 바다의 왕자와 결혼한다”고 소개했다. 마코 공주는 아키히토 일왕의 차남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의 3남매 중 장녀다. 대학 졸업 뒤 영국 유학을 거쳐 지난해부터 도쿄대 종합연구박물관의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무로 씨는 현재 도쿄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며 히토쓰바시(一橋)대 대학원에서 경영 법무를 공부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 부부와 아키시노노미야 부부는 이들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혼 시기는 내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왕실의 전례를 보면 약혼 내정이 발표된 뒤 양가가 예물을 주고받는 ‘노사이(納采)의 의례’ 의식을 거쳐 약혼이 정식 성립된다. 이후 결혼까지는 왕실의 의례에 맞춘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편 마코 공주의 약혼 소식은 여성 왕족의 대우에 대한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 왕실전범에 따르면 여성 왕족은 결혼하면 일반인으로 신분이 바뀌며 공식 왕족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현재 일본 왕실에 차세대 남성 왕족은 아키시노노미야의 장남인 히사히토(悠仁·10) 왕자뿐으로 일본 왕실의 유지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 일본 내에서는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