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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한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A 씨(20)를 알몸으로 결박해놓고 숨지게 만든 안모 씨(20) 등 2명에게 경찰이 형법상 살인죄보다 중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의 가중처벌)’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안 씨 등에게 A 씨의 위치를 알려준 고교 동창 B 씨(20)는 영리약취 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A 씨를 감금한 뒤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 안 씨와 김모 씨(20)에게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영리약취, 공동강요, 공동공갈, 공동폭행, 공동상해 등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 등은 지난해 11월 A 씨 가족이 상해죄로 고소하자 올 3월 31일 대구로 찾아가 강제로 A 씨를 데려와 서울 오피스텔에 붙잡아둔 뒤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이들에게 A 씨가 어디 있는지 알려줘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B 씨는 안 씨 등의 감금 의도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서울에 있는 한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A 씨(20)를 알몸으로 결박해놓고 숨지게 만든 안모 씨(20) 등 2명에게 경찰이 형법상 살인죄보다 중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의 가중처벌)’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안 씨 등에게 A 씨의 위치를 알려준 고교 동창 B 씨(20)는 영리약취 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A 씨를 감금한 뒤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 안 씨와 김모 씨(20)에게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영리약취·공동강요·공동공갈·공동폭행·공동상해 등 6개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 등은 지난해 11월 A 씨 가족이 상해죄로 고소하자 올 3월 31일 대구로 찾아가 강제로 A 씨를 데려와 서울 오피스텔에 붙잡아둔 뒤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이들에게 A 씨가 어디 있는지 알려줘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B 씨는 안 씨 등의 감금 의도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 씨 등은 2개월여 간 A 씨를 감금해놓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고 한다. A 씨에게 “돈을 벌어 오라”며 두 차례 물류센터 근무를 시킬 때도 일터에 함께 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휴대전화로 전화한 경찰에겐 “고소를 취하한다”고 답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달 1일 마포구 연남동으로 거처를 옮긴 뒤엔 A 씨를 알몸 상태로 화장실에 감금한 뒤 방치해 13일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저체온증과 영양실조가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22일 오전 안 씨 등을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한밤중에 퀵서비스로 마약을 받으려던 20대 여성이 배달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배달기사는 ‘하얀 가루’가 들어있는 걸 보고 경찰에 알렸다고 한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30일 0시 50분경 용산구 한남동에서 필로폰을 배달받으려던 A 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배송기사 B 씨는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한남동 A 씨 자택으로 물건을 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B 씨는 내용물이 가루인 걸 짐작한 뒤 봉투를 열어보고 투명한 비닐봉지에 하얀 가루가 든 걸 확인해 신고했다고 한다. 출동한 경찰은 잠복해 있다가 A 씨가 집 밖에 나왔을 때 붙잡아 경찰서로 임의 동행했다. A 씨는 30대 남성과 함께 있었으며, 마약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필로폰이 맞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며 “서너 명이 함께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30대 남성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역삼동 오피스텔에 마약 판매책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이기욱 71wook@donga.com·이소연 기자}
“저를 소방관으로 이끈 친구예요. 소방복 입는 것에 자부심이 넘치던 그 친구가 부러워서 저도 소방관이 됐습니다.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친구죠. 항상 제 몫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겼어요.”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에 나섰던 경기 광주소방서 김동식 119구조대장(53·소방령·사진)이 숨진 채 발견된 19일, 그의 ‘30년 지기’ 친구는 김 대장의 빈소에서 이렇게 말했다. ‘28년 차 소방관’인 김 대장은 17일 화재 직후 물류센터 내부에 혹시라도 남아 있을 인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끝내 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은 실종 이틀 만에 건물 지하 2층 입구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유해로 발견됐다. 19일 오후 경기 하남시의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만난 김 대장의 친구 송성환 광주소방서 소방패트롤팀장(53)은 “어렸을 때부터 한동네에서 3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송 팀장은 17일 김 대장이 건물 안에 고립됐다는 긴급문자를 받고 한동안 입지 않았던 소방복과 산소호흡기를 챙겨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러곤 소방서장에게 “제발 안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센 불길과 붕괴 위험 때문에 진입은 불가능했다. 송 팀장은 “동식이는 평생 남을 위해 살겠다더니 정말 그 말처럼 살다 갔다”며 울먹였다. “비상시엔 휴일도 반납… 자기 목숨보다 현장 챙긴 원칙주의자”故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 “말보다 행동 앞장선 진짜 대장님” 후배-동료들 추모 발길 이어져文대통령 “굳건한 용기 기억하겠다”…경기도, 1계급 특진-녹조훈장 추서21일 광주시민체육관서 영결식 “대장님은 원칙주의자였어요. 고지식할 정도로 자기 목숨보다 현장의 대원들을 챙겼습니다. 1년 반을 함께하면서 대장님의 그런 원칙도 구부러질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그분처럼 바뀌었네요.” 20일 오전 경기 하남시의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동식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53·소방령)의 빈소에서 함재철 구조3팀장(49)은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함 팀장은 지난해 1월부터 김 대장과 함께 구조대원으로 근무했다. 함 팀장은 비상 상황이 생기면 휴일도 반납하고 현장으로 출근하는 김 대장의 근무 방식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졌다고 한다. 구조대장 업무를 1년 정도 하면 그런 원칙이 조금은 느슨해질 줄 알았는데 김 대장은 변함이 없었다. 함 팀장은 “처음엔 대장님의 업무 스타일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아무리 위험한 현장에서도 대장이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다 보니 부하 대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 팀장은 “대장님처럼 매 순간 앞장서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이제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한 달 전쯤 대장님한테 함께 근무하며 느꼈던 제 속마음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곧바로 제게 이런 문자를 보내셨어요. ‘내가 너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앞으로 우리 더 소통하자’라고. 이 짤막한 문장에서 대장님이 대원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느껴지더군요.” 함 팀장 외에도 김 대장의 빈소를 찾아온 후배들은 고인을 향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빈소는 김 대장의 생전 마지막 근무지였던 광주소방서 직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동료들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김 대장을 회상했다. 김 대장은 지난달 경기 광주시 광동교에서 투신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휴일에도 현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대원들만 위험한 현장에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김 대장은 수색용 보트에 올라 현장을 지휘했다. 김 대장과 1년 넘게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동료 박모 소방관은 “단 한 번도 후배에게 일을 미루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26년 전 첫 사수로 김 대장과 인연을 맺은 조우형 광주소방서 119구급대장(50)은 “김 선배가 나에겐 교과서였다”고 했다. 당시 김 대장은 2년 차 소방관으로, 조 대장보다 1년 반 먼저 임용된 선임이었다. 조 대장이 소방관이 된 지 25일째 되던 날 두 사람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 함께 출동했다. 김 대장은 현장에서 사망자를 본 적이 없는 초보 소방관이던 조 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현장을 많이 볼 테니까 침착하게 잘해야 한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현장엔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대기해.” 조 대장은 김 대장에 대해 “원칙을 지키면서도 늘 후배들을 생각하는 선배였다. 현장에서도 절대 뒤로 빠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앞장서서 동료와 후배들의 안전을 확보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1994년 경기 고양소방서 원당소방파출소에 임용된 김 대장은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을 맡아 근무해왔다.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 등 네 차례 수상 이력이 있을 정도로 타의 모범이 되는 소방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추도문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한 여정에서 언제나 굳건한 용기를 보여준 고인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는 김 대장에게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21일 오전 9시 30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거행된다. 영결식엔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 등 90여 명이 참석한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하남=김수현 newsoo@donga.com / 이소연 기자}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20)는 경찰이 부실한 대응으로 구조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17일 “A 씨 상해 고소 사건을 맡은 영등포경찰서가 범죄 일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A 씨 가족은 두 번이나 가출 신고를 했고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상해진단서도 확보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종결 과정이 적절했는지 감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족이 A 씨의 피해를 안 건 지난해 11월 4일이다. A 씨는 피의자 김모 씨(20) 등과 한 집에 살았는데, 한겨울 반팔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치다 적발돼 경찰이 서초경찰서 양재파출소로 임의 동행했다고 한다. 파출소 측은 김 씨 등이 “A 씨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폭행 흔적 등이 있어 A 씨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A 씨를 대구 집으로 데려온 가족은 이틀 뒤 김 씨 등을 대구 달성경찰서에 상해죄로 고소했다. 달성서는 같은 달 22일 피해자를 조사해 “네 차례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달성서는 이날 김 씨의 주거지 관할인 영등포서에 사건을 넘기고 진술서류도 보냈다. 올 1월 26일 A 씨 가족은 상처 사진 등을 영등포서 형사과로 전송했다. 경찰은 전치 6주 상해진단서도 받았다. 영등포서는 1월 24일 피의자 조사 뒤 3개월이 지나도록 A 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김 씨 등은 “폭행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은 대질조사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 확인 등 보강수사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없었다. 경찰은 4월 17일에야 A 씨에게 대질조사 출석을 요구했다. 김 씨 등은 3월 31일 대구로 찾아가 강제로 A 씨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데려가 감금한 상황이었다. A 씨는 17일 경찰과의 통화에서 “지방에 있다”고 했으며 5월 3일 두 번째 통화에선 “고소를 취하한다”고 한 뒤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하지만 A 씨는 감금 상태에서 가해자들이 시키는 대로 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4월 30일 A 씨 가족은 달성서에 다시 가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A 씨 답변에 의존해 위치추적 등을 하지 않았다. 영등포서는 지난달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종결했다. 경찰은 살인죄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 씨 등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 최고형보다 가중 처벌할 수 있다.박종민 blick@donga.com·김태성·이소연 기자}
“지금 막 딸이 잠들어 있는 납골당(봉안당)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어제 광주에서 벌어진 붕괴 사고가 우리 딸을 앗아간 사고와 너무나도 닮았더군요. 딸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내가 너를 지켜주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못 지켰다고….” 2019년 7월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소중한 딸 이모 씨(당시 29세)를 잃었던 아버지 이원민 씨(65). 9일 광주 동구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진 철거 건물 붕괴 소식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고 한다. 죽어도 잊을 수 없는 그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딸도 예비 신랑과 함께 차를 타고 지나가다 철거 건물이 무너지며 참변을 당했다. 곧 있을 결혼을 앞두고 예물반지를 찾으러 가던 참이었다. 이 씨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이면 딸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라며 “떠나간 딸을 위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 딸을 보고 왔다”며 울먹거렸다. 이 씨가 세상을 바꾸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지난해 5월 시행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을 이끈 주역이었다. 사고 뒤 현장의 관리 감독을 맡았던 감리는 철거업체가 추천한 지인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감리는 현장에 친동생을 대신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엉터리 감리체계를 바꾸기 위해 이 씨는 열심히 뛰어다녔다. 아버지의 바람이 담긴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에는 일정 규모의 건물을 해체 공사할 때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리를 직접 지정해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면적 500m² 이상이거나 높이 12m 이상, 지상·지하층을 포함해 3개 층을 초과하는 건물은 모두 해당한다. 하지만 광주에선 또다시 무용지물이었다. 관할 구청이 감리를 지정했지만 현장에 상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법이 바뀌면 뭐하고, 규정이 바뀌면 뭐하나. 공무원이나 현장 관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데…”라며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철거 공사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벌어진 사고라 들었어요. 지자체가 감리만 정하면 뭐합니까. 나가서 직접 살펴봐야죠. 제가 좀더 목소리를 키워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관리 감독을 하라고 촉구했어야 했는데 한스럽습니다.” 이 씨는 9일 사고로 목숨을 잃은 9명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먼저 보낸 딸의 2주기를 앞두고 최근 심란했던 그였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유족들에게 무슨 말을 전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가족을 잃었는데 어떤 말을 한들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네요. 딸에게 약속한 것처럼 지켜주질 못해서 미안합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9일 철거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에서는 약 2개월 전인 4월에도 철거하던 단층 건물이 무너져 내려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고는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부실 공사가 원인인 인재(人災)였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붕괴 건물의 지지대 등을 부실 시공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 치사)로 리모델링 업체 대표 A 씨를 4일 구속 수감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건물을 철거하며 지붕을 받칠 지지대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정밀 조사한 결과, 내부 벽체를 철거할 때 지붕 무게를 지탱할 지지대를 잘못 시공한 것이 붕괴의 원인이었다. 지지대가 없어 지붕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건물이 무너진 것이다. 관할 구청에 공사 신고를 하지 않은 건물 소유주 B 씨도 건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기둥이나 보 등을 3개 이상 해체하는 공사는 반드시 인허가 기관에 신고한 다음에 착공해야 한다. 다음 달 4일이면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신부가 목숨을 잃었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붕괴 사고’ 2주기를 맞는데도 철거 현장은 안전 불감증이 이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9년 7월 4일 벌어진 잠원동 사고는 해체 공사를 하던 건물 외벽이 무너지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일이다. 건축주는 철거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감리’를 철거업체에서 추천한 지인으로 고용했으며, 해당 감리는 현장에 친동생을 대신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아직 원인 파악이 어렵지만 9일 사고는 잠원동 사고와 닮았다”며 “관리·감독은 물론이고 철거계획서 제출 및 이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큰아들 생일이라 꼭두새벽 미역국 끓여 놓고 나갔는데 이런 변을 당할 줄이야….” 9일 오후 10시 20분경 광주 동구의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이날 오후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곽모 씨(64)의 시누이 조효숙 씨(64)는 말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곽 씨는 이날 오후 4시 20분경 철거 도중 무너진 건물에 깔렸던 시내버스에 타고 있다 참변을 당한 탑승객이었다. 광주지법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곽 씨는 이날 아침 생일을 맞은 큰아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 놓은 뒤 바쁘게 나갔다고 한다. 조 씨는 “가게 문 여느라고 아들 얼굴도 못 보고 생일상만 차려 놓고 나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흐느꼈다. “올케가 사고 나기 직전에 오후 4시쯤 큰아들과 통화했다고 해요.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내일 장사에 쓸 음식 재료 사려고 시장에 가는 길’이라고 했대요. 사실 저도 사고 날 때 현장 가까이 있는 과일가게에 있었어요. 지나가다가 건물은 무너지고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걸 보고 너무 놀랐는데, 우리 가족이 거기 있을 줄은….” 곽 씨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숨진 A 씨(62·여)의 조카사위 박모 씨(47)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박 씨는 “처고모가 오늘 함께 점심 드시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당하셨다”며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며 슬퍼했다. 박 씨는 사고 소식을 들은 뒤 해당 버스가 평소 A 씨가 타던 노선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같은 날 다른 사망자들이 안치된 전남대병원도 유족과 시민들이 몰려와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한 여성이 안치실로 찾아와 “어머니가 그 버스에 탔다는데 아직도 연락이 안 된다”며 사정했다. 어머니 성함을 확인한 경찰이 “사망자가 맞다”고 답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B 군(17)은 이날 동아리 활동을 하려고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 군은 집안에서 사랑받는 늦둥이 외아들이라고 한다. 한 70대 여성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광주=이윤태 oldsport@donga.com·이기욱 / 이소연 기자}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상자들 또한 모두 외압 또는 청탁 행사를 부인하였습니다.”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청탁이나 외압 등은 없었다는 것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의 9일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다. 올 1월부터 5개월 가까이 진상조사를 한 경찰은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장 C 총경을 포함한 수사라인 4명의 휴대전화 데이터가 일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100% 복원하지 못했다. C 총경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직원 E 씨 등은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내용을 지난해 11월 9일 인지했지만 진상조사단은 “중요 사안이 아니다” “보고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 윗선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그대로 공개했다. 경찰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인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은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의 경찰 처분 과정에 대한 정밀한 인사검증 없이 차관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초서장 등 4명 휴대전화 증거인멸, 복원 못 해진상조사단은 C 총경을 비롯해 형사과장인 L 경정, 형사팀장인 K 경감, 수사 담당자인 J 경사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PC 등을 포렌식했다. 이 전 차관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총경 등 서초서 경찰 4명의 휴대전화에서 일부 삭제 정황이 나타났다. K 경감은 저장된 데이터를 복구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삭제된 내용 중 일부는 포렌식을 통해서도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총경과 L 경정 등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가해자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는 내용을 차례로 접하고도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서초서 생안과 D 경위는 서울청 생안계에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을 메신저로 알렸다. 이날 오전 택시기사 S 씨를 불러 조사를 한 J 경사는 오후 1시 51분 이 전 차관의 혐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혐의에서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단순 폭행죄로 바꾸는 내용의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서울청 직원은 오후 2시경 D 경위에게 사건 진행 경과를 파악한 뒤 ‘형사과로 사건이 인계되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장은 변호사의 범죄 사건이 발생하거나 접수됐을 경우 절차에 따라 시도경찰청이나 경찰청에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경찰청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내사 사건 처리 절차를 수사 단계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개선 대책을 내놨다. ○ 청와대 사건 인지하고도 차관 임명 강행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폭행 사건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외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와 청와대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이 같은 달 8일 또는 9일에 추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이때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통화가 외압이나 청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서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신상 등을 내부에서 파악하고 공유한 지난해 11월 9일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이었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 전 차관은 최종 추천 명단에서 제외됐다. 같은 해 12월 1일 추 전 장관은 청와대에 이 전 차관을 신임 차관에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고, 청와대는 그 다음 날 임명을 강행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수사 담당자 한 명만을 송치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경찰 지휘라인을 통해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추가 조사나 수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소연 always99@donga.com·박종민 기자}
서울경찰청의 진상조사로 청와대와 법무부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차관 임명 전에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9일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6일 발생했고,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2월 2일 차관으로 임명됐다. 올 1월부터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의 진상을 조사한 서울경찰청은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법무부는 같은 달 9일 이전 폭행 사건을 인지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은 같은 달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같은 달 9일 법무부는 이 전 차관을 추천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이 전 차관 사건이 내사 종결된 같은 달 16일 이후 청와대는 이 내용을 파악했지만 지난해 12월 2일 이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했다. 경찰은 9일 “사건 처리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9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D 경위는 서울경찰청 생안계 직원 E 씨에게 내부 메신저로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보고했다. 같은 날 오전 서초경찰서장 C 총경과 형사과장 L 경정, 형사팀장이었던 K 경감, 담당 수사관 J 경사 등 수사라인과 서초서 정보계 직원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등 윗선이나 청와대, 법무부 등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내사 종결한 J 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곧 송치할 예정이다. 이용구, 폭행사건 2~3일 뒤 당시 秋법무 보좌관과 수차례 통화 靑, 폭행 알고도 李차관 임명 정황… “정밀 인사검증 없이 강행” 비판진상조사단, 5개월 조사결과 발표, “담당 경찰이 단순폭행으로 처리”말단 1명만 檢송치 ‘꼬리자르기’… 서초서 간부들, 폭행사건 사흘뒤李 공수처장 후보 거론 알고도… 경찰청 보고 안한 것 의혹 남아“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상자들 또한 모두 외압 또는 청탁 행사를 부인하였습니다.”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청탁이나 외압 등은 없었다는 것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의 9일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다. 올 1월부터 5개월 가까이 진상조사를 한 경찰은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장 C 총경을 포함한 수사라인 4명의 휴대전화 데이터가 일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100% 복원하지 못했다. C 총경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직원 E 씨 등은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내용을 지난해 11월 9일 인지했지만 진상조사단은 “중요 사안이 아니다” “보고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 윗선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그대로 공개했다. 경찰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인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은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의 경찰 처분 과정에 대한 정밀한 인사검증 없이 차관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초서장 등 4명 휴대전화 증거인멸, 복원 못 해 진상조사단은 C 총경을 비롯해 형사과장인 L 경정, 형사팀장인 K 경감, 수사 담당자인 J 경사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PC 등을 포렌식했다. 이 전 차관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총경 등 서초서 경찰 4명의 휴대전화에서 일부 삭제 정황이 나타났다. K 경감은 저장된 데이터를 복구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삭제된 내용 중 일부는 포렌식을 통해서도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총경과 L 경정 등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가해자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는 내용을 차례로 접하고도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서초서 생안과 D 경위는 서울청 생안계에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을 메신저로 알렸다. 이날 오전 택시기사 S 씨를 불러 조사를 한 J 경사는 오후 1시 51분 이 전 차관의 혐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혐의에서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단순 폭행죄로 바꾸는 내용의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서울청 직원은 오후 2시경 D 경위에게 사건 진행 경과를 파악한 뒤 ‘형사과로 사건이 인계되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장은 변호사의 범죄 사건이 발생하거나 접수됐을 경우 절차에 따라 시도경찰청이나 경찰청에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경찰청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내사 사건 처리 절차를 수사 단계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개선 대책을 내놨다. ○ 청와대 사건 인지하고도 차관 임명 강행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폭행 사건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외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와 청와대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이 같은 달 8일 또는 9일에 추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이때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통화가 외압이나 청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서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신상 등을 내부에서 파악하고 공유한 지난해 11월 9일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이었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 전 차관은 최종 추천 명단에서 제외됐다. 같은 해 12월 1일 추 전 장관은 청와대에 이 전 차관을 신임 차관에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고, 청와대는 그 다음 날 임명을 강행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수사 담당자 한 명만을 송치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경찰 지휘라인을 통해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추가 조사나 수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권기범 kaki@donga.com·유원모 기자 / 이소연 always99@donga.com·박종민 기자}
1987년 세상을 떠난 이한열 열사의 육필(肉筆)이 34주기 추모식을 맞아 컴퓨터 글꼴로 되살아난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이 열사의 생전 손 글씨체를 복원해 만든 ‘이한열 폰트’를 9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은 디자인 글꼴 제작업체 ‘다온폰트’가 사업회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 한글 2350자와 기호 등 4000여 자를 하나씩 필사해 제작까지 6개월 넘게 걸렸다고 한다. 폰트는 이 열사가 고교 2학년이던 1984년 1월 19일 부모에게 쓴 손 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한열 폰트는 9일부터 사업회와 다온폰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문 앞에서 군사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최루탄에 맞아 쓰려져 한 달 만에 숨졌다. 9일 오후 2시경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34주기 추모식이 열린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1987년 세상을 떠난 고 이한열 열사의 육필(肉筆)이 34주기 추모식을 맞아 컴퓨터 글꼴로 되살아난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이 열사의 생전 손 글씨체를 복원해 만든 ‘이한열 폰트’를 34주기를 맞는 9일 온라인으로 공개 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은 디자인 글꼴 제작업체 ‘다온폰트’가 사업회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 한글 2350자와 기호 등 4000여 자를 하나씩 필사해 제작까지 6개월 넘게 걸렸다고 한다. 폰트는 이 열사가 고교 2학년이던 1984년 1월 19일 부모에게 쓴 손 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한열 폰트는 9일부터 사업회와 다온폰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문 앞에서 군사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최루탄에 맞아 쓰려져 한 달 만에 숨졌다. 9일 오후 2시경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34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지난해 11월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한 후 30여 초간 고민에 빠진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담겨 있던 것으로 3일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최근 서초서 내부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해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방해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영상에는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서초서를 찾은 택시기사 S 씨가 담당 수사관 J 경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는 장면이 찍혀 있다. S 씨는 폭행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11월 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가 전용 뷰어를 통해 재생된 37초 분량의 폭행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J 경사는 S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뒷좌석에서 목덜미를 움켜잡은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을 본 직후 J 경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30여 초간 두 손으로 머리를 문지르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괴는 등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S 씨의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S 씨와 대화하는 장면 등도 CCTV에 담겼다. CCTV에는 음성까지는 저장돼 있지 않았다. S 씨는 경찰에서 “J 경사가 ‘차가 정지해 있던 게 맞네요. 영상은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이 전 차관의 하차를 위해 차량을 잠시 정차한 상태였다. 2015년 6월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운행 중’의 의미를 ‘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J 경사는 영상을 처음 본 날 이 전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형법상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내사 종결하겠다는 보고서를 올렸고, 상급자의 결재를 거쳐 종결됐다. 단순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S 씨는 이 전 차관으로부터 합의금 1000만 원을 받은 다음 날인 11월 9일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 ‘이용구가 운행중 기사 폭행’ 영상 본 경찰, 머리 움켜쥐고 당황 경찰, ‘운행중 폭행’ 가중처벌 대신… 정차 중 단순폭행 혐의 적용해 결재폭행 영상 직접 보고도 내사 종결… “혼자 결정했겠나” 윗선 개입 의혹 “폭행 영상을 지켜본 경찰관의 ‘머뭇거림’이 뭘 의미하겠느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사건 발생 5일 만에 내사 종결한 서울 서초경찰서의 내부 폐쇄회로(CC) TV에는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 영상을 처음 확인한 경찰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저장돼 있다. 담당 수사관인 J 경사는 이 전 차관이 거친 욕설과 함께 택시기사 S 씨의 목덜미를 움켜쥐는 장면이 택시기사 S 씨의 휴대전화에서 재생되는 장면을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하기에 앞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고민하던 결정적 순간인 셈이다.○ “J 경사, 머리 쥐며 폭행 영상 휴대전화 바라봐” 사건 발생 5일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S 씨는 이틀 전인 9일 경찰 조사 때 제출했던 택시 내부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돌려받기 위해 서초경찰서를 다시 찾았다. 이때만 해도 S 씨는 9일 조사 때처럼 “영상을 복구하지 못했다”며 영상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1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합의금을 S 씨 딸 계좌에 입금한 이 전 차관이 물밑에서 영상 삭제를 부탁하던 때다. S 씨는 “이 차관이 ‘내가 뒷문을 열고 깨우는 과정서 멱살을 잡힌 걸로 해달라’고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J 경사는 S 씨를 처음 조사한 날인 9일 오후 이미 ‘폭행 영상의 존재’를 어렴풋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었다. “S 씨가 한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복원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이를 찍어 갔다”는 진술을 업체 측으로부터 파악한 뒤였다. 이에 J 경사가 “휴대전화로 폭행 영상을 찍지 않았느냐. 그걸 보여 달라”고 하자 S 씨는 “영상이 있다”고 답한다. S 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폭행 영상을 J 경사에게 보여주는데, 이 장면이 경찰 CCTV에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확인한 J 경사가 30초 가까이 머리를 오른손으로 괴거나 머리를 쥐는 등의 자세를 보인 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영상은 추후 검찰의 공소제기 후 법정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다만 CCTV에 양측이 나눈 대화까지 저장돼 있지 않아 양측 주장은 엇갈린다. S 씨는 경찰에서 “J 경사가 ‘차가 정지해 있던 게 맞네요. 영상은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반면 J 경사는 “오히려 S 씨가 ‘못 본 걸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폭행사건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죄가 아닌 형법상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S 씨의 처벌 불원을 이유로 내사 종결됐다. J 경사가 폭행 영상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9일에도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단순폭행’으로 기재됐으며 11일에도 폭행 영상 관련 내용은 빠졌다. 블랙박스 업체에서 S 씨가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갔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를 보고서도 ‘폭행 영상이 없다’는 내용을 담아 내사종결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특수 직무유기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하급직 경찰이 혼자 결정? 의구심 증폭”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 축소 과정에 경찰 어느 선까지 개입 됐는지, 또 경찰 고위 라인이나 법조계 인맥 등을 통해 사건 축소 관련 청탁이 들어왔는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J 경사 혼자 판단으로 내사 종결했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 경사의 윗선인 K 경감과 L 경정 등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윗선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연루 사실을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제3의 경로를 통한 청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단순한 택시기사 폭행 사건 하나에 경찰 수사가 여권의 유력 인사 앞에서 여지없이 휘어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소연 기자 /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혼자 살면 가장 큰 부담이 ‘월세 마련’이에요.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여러분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1시 경기 시흥시에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부모가 세상을 떠난 16세 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지냈던 이휘주 씨(25)는 카메라 앞에서 조곤조곤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올해 1월 만 24세가 돼 ‘보호 종료’로 홀로서기를 했다. 이 씨처럼 시설에서 자란 아동·청소년 가운데 나이가 차서 자립하는 이들은 해마다 2500여 명에 이른다. “혼자 살아보니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은 월세였어요.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도 월세 내고 나면 빠듯했죠. 돈 좀 아껴보려고 고시원을 전전하기도 했어요. 전세대출은 어디서 어떻게 받는 것인지조차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여러분은 미리 알고 준비하시길 바라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달 29일부터 보호 종료 대상자들을 위해 자립에 필요한 노하우를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 씨도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해당 콘텐츠 제작은 2016년 자립한 모유진 씨(26)가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모 씨가 “보호 종료를 앞둔 이들에게 보탬이 될 경험담과 정보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먼저 전해 와 재단 측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날 함께 촬영한 모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대출을 받으면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알짜배기’ 정보를 전했다. 모 씨는 “처음엔 기댈 곳이 없어 막막했다”면서 “언젠가 세상에서 홀로 설 후배들이 믿고 기댈 ‘언니’나 ‘누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현진 씨(24)도 “미약하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출연을 결심했다”면서 “실패담까지 있는 그대로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유튜브 영상 제작과 함께 에세이집도 펴낼 예정이다. 모 씨 등과 함께 이들의 홀로서기 여정을 상세하게 담으려 한다. 글쓰기에도 참여하는 이 씨는 “자립한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신의 장래희망을 포기한 채 생계 전선에 뛰어든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배우의 꿈을 버리고 싶지 않다. 제 얘기를 통해 ‘우리도 꿈꿀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세이는 ‘혼자가 아니다’를 첫 문장으로 시작하고 싶네요. 자립한 뒤 1년 동안 혼자 세상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저 같은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의지할 수 있는 선배와 친구들이 있으니, 언제든 기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이모 씨·24)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혼자 살면 가장 큰 부담이 ‘월세 마련’이에요.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여러분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1시 경기 시흥시에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부모가 세상을 떠난 16세 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지냈던 이휘주 씨(25)는 카메라 앞에서 조곤조곤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올해 1월 만 24세가 돼 ‘보호 종료’로 홀로서기를 했다. 이 씨처럼 시설에서 자란 아동·청소년 가운데 나이가 차서 자립하는 이들은 해마다 2500여 명에 이른다. “혼자 살아보니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은 월세였어요.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도 월세 내고 나면 빠듯했죠. 돈 좀 아껴보려고 고시원을 전전하기도 했어요. 전세대출은 어디서 어떻게 받는 것인지조차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여러분들은 미리 알고 준비하시길 바라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달 29일부터 보호 종료 대상자들을 위해 자립에 필요한 노하우를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 씨도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해당 콘텐츠 제작은 2018년 자립한 모유진 씨(26)가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모 씨가 “보호 종료를 앞둔 이들에게 보탬이 될 경험담과 정보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먼저 전해와 재단 측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날 함께 촬영한 모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대출을 받으면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알짜배기’ 정보를 전했다. 모 씨는 “처음엔 기댈 곳이 없어 막막했다”며 “언젠가 세상에서 홀로 설 후배들이 믿고 기댈 ‘언니’나 ‘누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현진 씨(24)도 “미약하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출연을 결심했다”면서 “실패담까지 있는 그대로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유튜브 영상 제작과 함께 에세이집도 펴낼 예정이다. 모 씨 등과 함께 이들의 홀로서기 여정을 상세하게 담으려 한다. 글쓰기에도 참여하는 이휘주 씨는 “자립한 이들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신의 장래희망을 포기한 채 생계 전선에 뛰어든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배우의 꿈을 버리고 싶지 않다. 제 얘기를 통해 ‘우리도 꿈꿀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세이는 ‘혼자가 아니다’를 첫 문장으로 시작하고 싶네요. 자립한 뒤 1년 동안 혼자 세상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저 같은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의지할 수 있는 선배와 친구들이 있으니, 언제든 기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이모 씨·24)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택시기사 S 씨 측에 건넨 것으로 2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S 씨를 조사하며 이 차관으로부터 지난해 11월 8일 합의금 10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이 차관이 1000만 원을 S 씨의 딸 명의 계좌로 송금한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차관이 S 씨의 계좌가 아닌 가족 명의의 계좌를 이용한 것을 두고 보안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S 씨는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서초구 이 차관의 자택 근처에서 폭행을 당한 뒤 다음 날인 7일 한 블랙박스 업체에서 전용 뷰어를 통해 재생된 폭행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이를 이 차관에게 전송했다. 이 차관은 다음 날인 8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S 씨를 만나 “동영상을 삭제해 줄 수 있냐”며 합의금을 낼 의사를 내비쳤다. S 씨는 또 “이 차관이 ‘기사님이 내려서 뒤에 문을 열어 갖고 날 깨우는 과정에서 내가 멱살잡은 걸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운전 중에 S 씨가 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처벌받지만 택시가 정지한 상태에서 폭행을 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형법상 일반 폭행죄 적용을 받는다. 이에 S 씨는 “지울 필요가 있느냐. 다른 곳에 안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S 씨는 이 차관과의 합의 후에 폭행 영상을 삭제했지만 지인 2명에게 폭행 영상을 보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S 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이 차관이 S 씨에게 준 돈은 단순 합의금을 넘어 폭행 영상 삭제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S 씨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자 “다시 조사해야 되나” “내가 안 본 걸로 할게요” 등의 얘기를 한 경찰 등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 3명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소연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택시기사 S 씨 측에 건넨 것으로 2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S 씨를 조사하며 이 차관으로부터 지난해 11월 8일 합의금 10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이 차관이 1000만 원을 S 씨의 딸 명의 계좌로 송금한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차관이 S 씨의 계좌가 아닌 가족명의의 계좌를 이용한 것을 두고, 보안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S 씨는 지난해 11월 6일 밤 11시 30분경 서울 서초구 이 차관의 자택 근처에서 폭행을 당한 뒤 다음날인 11월 7일 한 블랙박스 업체에서 전용 뷰어를 통해 재생된 폭행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이를 이 차관에게 전송했다. 이 차관은 다음날인 8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S 씨를 만나 “동영상을 삭제해 줄 수 있냐”며 합의금을 낼 의사를 내비쳤다. S 씨는 또 “이 차관이 ‘기사님이 내려서 뒤에 문을 열어갖고 날 깨우는 과정에서 내가 멱살잡은 걸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운전 중에 S 씨가 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처벌받지만 택시가 정지한 상태에서 폭행을 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형법상 일반 폭행죄 적용을 받게 된다. 이에 S 씨는 “지울 필요가 있냐. 다른 곳에 안 보내면 되지 않냐”고 답했다고 한다. S 씨는 이 차관과의 합의 후에 폭행 영상을 삭제했지만 지인 2명에게는 폭행 영상을 보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S 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이 차관이 S 씨에게 준 돈은 단순 합의금을 넘어 폭행 영상 삭제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S 씨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자 “다시 조사해야 되나” “내가 안 본 걸로 할게요” 등의 얘기를 한 경찰 등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 3명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지난해 7월 중순경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한 상가주택. 1층 커피숍 등 상가 위로 2층 일반 가정집이 있는 이 건물의 지하창고에선 대마가 약 55kg이나 재배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0.03g을 1회분으로 보면 약 18만 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당시 여기서 버젓이 대마를 불법 재배해 판매한 일당 11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이곳 말고도 동작구 사당동과 경기 고양시 등에서도 대마를 키웠다. 일당은 ‘다크웹’(특수 브라우저로 접속하는 인터넷)을 통해 추적이 쉽지 않은 가상화폐를 이용해 대마를 거래했다. 이들에게 대마를 사들인 이만 81명에 이른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다크웹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해 마약을 유통·판매·매수해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모두 521명을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해외에서 필로폰과 코카인 등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운반한 13명은 구속 수감됐다. 경찰에 따르면 붙잡힌 마약사범 가운데 20, 30대 젊은층이 502명으로 96.3%에 이른다. 경찰은 마약사범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대마 63.5kg을 포함해 필로폰과 코카인 등 마약류를 압수했다. 시가로 치면 약 108억6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마약을 판매해 거둬들인 가상화폐는 5억8000만 원가량 확인했으며, 재판에 넘기기 전 몰수 보전을 실시했다. 경찰은 다크웹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마약을 유통한 총책임자의 신상을 특정해 국제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크웹이나 가상화폐 등은 추적이 불가능할 것이라 착각하고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운영하는 ‘다크웹·가상자산전문수사팀’의 수사망에 대부분 걸린다”고 경고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지난해 7월 중순경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한 상가주택. 1층 커피숍 등 상가 위로 2층 일반 가정집이 있는 이 건물의 지하창고에선 대마가 약 55㎏나 재배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0.03g을 1회분으로 보면 약 18만 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당시 여기서 버젓이 대마를 불법 재배해 판매한 일당 11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이곳 말고도 동작구 사당동과 경기 고양 등에서도 대마를 키웠다. 일당은 ‘다크웹(특수 브라우저로 접속하는 인터넷)’을 통해 추적이 쉽지 않은 가상화폐를 이용해 대마를 거래했다. 이들에게 대마를 사들인 이들만 81명에 이른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다크웹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해 마약을 유통·판매·매수해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모두 521명을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해외에서 필로폰과 코카인 등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운반한 13명은 구속 수감됐다. 경찰에 따르면 붙잡힌 마약사범 가운데 20, 30대 젊은층이 502명으로 96.3%에 이른다. 경찰은 마약사범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대마 63.5㎏을 포함해 필로폰과 코카인 등 마약류를 압수했다. 시가로 치면 약 108억6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마약을 판매해 거둬들인 가상화폐는 5억8000만 원어치를 확인했으며, 재판에 넘기기 전 몰수 보전을 실시했다. 경찰은 다크웹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마약을 유통한 총책임자의 신상을 특정해 국제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크웹이나 가상화폐 등은 추적이 불가능할 것이라 착각하고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운영하는 ‘다크웹·가상자산전문수사팀’의 수사망에 대부분 걸린다”고 경고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경찰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축소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해 폭행 사건 발생 당시 서울서초경찰서 수사지휘 라인이었던 전 형사팀장 K 경감을 31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는 지난해 11월 K 경감이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변호사 신분의 이 차관을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일반폭행 혐의만 적용해 불입건 내사종결한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12 신고를 받은 파출소에서 이 차관을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올렸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배경 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담당 수사관인 J 경사를 최근 두 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곧 형사과장 L 경정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서초경찰서 보고라인에서 이 차관에 대한 무혐의 종결을 전후해 법조계 인사 등과 통화한 7000여 건의 통화 기록을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초경찰서 보고라인 일부 간부들이 휴대전화 데이터를 삭제한 것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차관에게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곧 기소할 방침이다. 폭행 사건 발생 6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오전 8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이 차관은 19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그 다음 날인 31일 오전 3시 20분경 귀가했다. 경찰은 이 차관이 지난해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제3자를 통해 외압을 행사했는지 등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지난해 서초경찰서 관계자들이 이 차관을 조사할 당시 “변호사인 줄로만 알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직원을 통해 서울경찰청 실무자까지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정보가 전달됐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31일 “경찰청에 보고된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