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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10대 공범인 대화명 ‘부따’ 강훈(18·수감 중)의 얼굴이 공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구속된 강훈을 17일 검찰로 송치했다. 강훈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하면서 종로경찰서 현관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손이 포승줄에 묶인 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얼굴을 드러냈다. 고개를 푹 숙인 강훈은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조주빈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느냐’ 등 추가 질문에는 함구했다. 강훈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 배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서울경찰청은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강훈의 나이와 이름,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2010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도입된 뒤 10대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강훈의 변호를 맡은 강철구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신상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훈의 명예, 미성년자인 강훈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17일 종로경찰서 앞에는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시민단체에 속한 여성 5명이 시위했다. 이들은 ‘n번방에서 감방으로’, ‘n번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를 반복해서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많은 여성들이 사법 기관을 지켜보고 있다. 모든 가해자들의 신상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군 수사당국은 조주빈의 또 다른 공범인 현역 육군 일병 A 씨에 대해서도 군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면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A 씨는 박사방에서 ‘이기야’란 대화명으로 활동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아동 성 착취물을 소지만 하더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은 조주빈과 공범들이 사용한 가상화폐 지갑주소(계좌)의 거래 명세 등을 분석해 ‘박사방’ 유료회원 10여 명을 추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사방의 유료회원 40여 명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유료회원에는 일부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으며 20, 30대가 가장 많다. 경찰은 박사방 참여자와 유료회원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경찰은 서울 송파구 위례동주민센터 직원 2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17일 입건했다. 위례동주민센터는 6일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조주빈의 공범이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게시했다. 당시 공고 내용을 읽고 피해자에 해당되면 주민센터로 연락하라고 했다. 공고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00여 명 가운데 일부 이름과 성별, 나이, 개인정보 유출 날짜 등이 적혀 있었다. 한편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전현민)는 ‘박사방’ 등에서 유포된 성 착취물을 입수해 인터넷 메신저인 텔레그램 채팅방에 올린 승려 B 씨(32)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B 씨는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사이트 4개를 운영하면서 8043건의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기 광명시 자택에서 체포됐을 당시 B 씨는 총 1260건의 성 착취물을 자신의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구특교 / 수원=이경진 기자}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10대 공범 얼굴이 공개됐다. 공범은 대화명 ‘부따’로 활동한 강훈(18)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구속 수감된 강훈을 17일 검찰로 송치했다. 강훈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하면서 종로경찰서 현관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손이 포승줄에 묶인 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얼굴을 드러냈다. 고개를 푹 숙인 강훈은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혐의를 인정하냐’, ‘조주빈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느냐’ 등 추가 질문에는 함구했다. 강훈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강훈의 나이와 이름,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2010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도입한 뒤 10대 피의자의 신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강훈의 변호를 맡은 강철구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신상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 정지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훈의 명예, 미성년자인 강훈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17일 경찰서 앞에는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시민 단체에 속한 여성 5명이 시위했다. 이들은 ‘n번방에서 감방으로’, ‘n번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를 반복해서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많은 여성들이 사법 기관을 지켜보고 있다. 모든 가해자들의 신상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경찰은 조주빈과 공범들이 사용한 가상화폐 지갑주소(계좌)의 거래내역 등을 분석해 ‘박사방’ 유료회원 10여 명을 추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모두 40여 명의 유료회원을 수사하고 있다. 파악된 유료회원에는 일부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으며 20, 30대가 가장 많다. 경찰은 박사방 참여자, 유료회원 등에 대한 추가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은 서울 송파구청 위례동주민센터 직원 2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17일 입건했다. 위례동주민센터는 6일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조주빈의 공범이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게시했다. 당시 공고 내용을 읽고 피해자에 해당되면 주민센터로 연락하라고 했다. 공고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00여 명 가운데 일부 이름과 성별, 나이, 개인정보 유출 날짜 등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주민센터의 피해자 명단 게시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14일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센터 직원들이 법적으로 허용된 권한을 넘어 과도하게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15일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 씨(64·여)의 남편은 거의 두 달 만에 집밖에 나왔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는 남편은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뒤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 힘든 걸음을 내딛었다. 김 씨는 “솔직히 나도, 남편도 찍은 정당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래도 투표를 포기하면 유권자를 우습게 여길까봐 왔다”고 했다.● “코로나19 겪으며 투표 결심” 코로나19도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꺾진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 전국 투표율은 66.2%로 잠정 집계돼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뜨거운 투표 열기 속엔 전대미문의 고난을 바라보는 엄중한 민심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투표소에서 만난 시민 중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투표를 결심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만난 김현규 씨(37)는 “코로나19를 온몸으로 겪으며 정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투표를 잘 해야 하는지 체감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속내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정권 지키기’와 ‘정권 심판’으로 갈렸다. 양천구에 사는 윤모 씨(47)는 “지금까지 여당에 실망한 것도 많지만,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해줘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했다. 반면 자영업자 박모 씨(70·여)는 “코로나19로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알바생도 다 내보내야 했다”며 “서민을 내팽개친 정부가 너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만 18세 고등학생 유권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독서실에 가는 길에 송파구 석촌경로당 투표소에 들렀다”는 강모 군(18)은 “요즘 잠도 못 자며 공부하고 있다. 끽해야 20분 더 공부하는 것보다 투표가 세상을 더 많이 바꾸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강현 군(18)은 “선거권이 없을 땐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줄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고 했다. 고령자들의 투표 의지도 강했다. 광주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 할머니(117)는 이날 오전 9시 반 광주 북구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투표했다. 1904년 한일의정서 강제 체결 직전에 태어난 박 할머니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모든 직접 선거에 참여했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다음 대통령 선거 때도 꼭 투표하겠다”고 했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사는 이용금 할머니(116)도 이날 투표한 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투표는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최근 불거진 n번방 성 착취물 제작·유포 사건도 표심에 영향을 줬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모 씨(23·여)는 “여성의 정체성을 대변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국회에 진출하길 간절히 바라며 나왔다”고 했다. 투표를 마감하는 오후 6시를 1분 남기고 영등포구 신우경로당 투표소로 뛰어 들어가 한 표를 행사한 한보람 씨(19·여)는 “집안일 때문에 투표 시간을 못 맞출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다행이다”고 기뻐했다.●‘투표 방역’ 성숙한 시민의식 빛나 투표로 민심을 보여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전국 대부분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은 질서 있고 차분하게 방역 지침을 따랐다. 오전에 찾아간 동작구 강남초등학교 투표소는 시민 60여 명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1m 간격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등에 도장을 찍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는데도, 소셜미디어에 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올린 사진들도 올라왔다. 이날 오후 6시 일반 투표가 종료된 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해외에서 입국해 자가격리 중이던 유권자들의 개별 투표가 시작됐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이들에게만 투표를 허용했지만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다른 유권자들과 투표 시간을 분리했다. 전국 자가격리자 5만9918명 가운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1만3642명(22.8%)이 투표를 신청했다. 자가격리자 투표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5시 52분경 영등포구 신길동의 자택을 나선 자가격리자 이주현 씨(26)도 마찬가지였다. 자택에서 투표소까지는 걸어서 1분 거리였지만 족발가게와 PC방, 편의점 등이 즐비해 다른 시민과 접촉 우려가 있었다. 이 씨의 안내를 맡은 석승민 영등포구 예산팀장은 긴장한 낯빛으로 이 씨와 2m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행인이 접근하지 못하게 제지했다. 이 씨는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한 뒤 수술용 장갑을 끼고 투표소로 들어섰다. 투표소 관계자가 온몸에 방호복과 두꺼운 장갑, 고글을 두른 채 투표용지와 봉투를 건네고 서명을 받았다. 투표를 마친 이 씨는 곧장 귀가했다. 그는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껏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선거권을 이번엔 놓칠까봐 걱정했다. 많은 도움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 ‘48.1㎝ 투표용지’에 투·개표 모두 혼란 역대 최다인 35개 정당의 이름이 적힌 48.1㎝ 짜리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를 받아든 시민들은 투표할 정당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박윤자 씨(71·여)는 “짧은 것(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은 뭔지 알겠는데 긴 것(비례대표 투표용지)은 통 몰라서 잘못 찍은 것 같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선거가 끝난 뒤 개표 현장에서도 일일이 손으로 나누느라 많은 담당자들이 고생했다. 전직 대통령 4명 가운데 4·15 총선에서 투표하지 못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뿐이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 받고 아직 형기를 마치지 않아 선거권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택 구금’ 수준으로 보석 석방 중이라 자택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거소 투표(우편투표)를 했다. 요양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도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거소 투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12일 부활절을 맞아 상당수 교회들이 조심스레 현장 예배를 재개했다. 일부 교회들은 주차된 차에서 예배를 보는 이른바 ‘드라이브인 예배’를 열기도 했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금란교회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모두 6번에 걸쳐 예배를 진행했다. 금란교회는 지난달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에 온라인 예배만 진행했지만, 이날은 특별히 현장과 온라인 예배를 함께 진행했다. 교회 관계자는 “미리 신청한 교인만 참석하도록 통제하고 교회에 입장할 땐 꼭 발열 체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교인은 모두 4000여 명이었다. 부활절이란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 서울시는 이날 현장 예배를 한 교회는 지난주보다 10% 정도 증가한 2100여 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회들도 혹시나 집단감염이라도 생길 것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방역에 나섰다. 종로구 새문안교회는 이날 온 교인의 전신에 소독약을 뿌렸다.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3명까지만 타게 했고, 자리도 2m 이상 떨어져 앉았다. 교회 측은 “오늘 하루만 특별히 현장 예배를 하고, 다음 주부터 다시 온라인 예배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드라이브인 예배’를 시행한 교회들도 많았다. 서초구 온누리교회는 인근에서 빌린 야외주차장에서 교인들이 차에 탄 채 부활절을 기념했다. 약 2m씩 간격을 두고 주차한 차량에서 라디오로 주파수를 맞추고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교회는 일부 교인들이 화장실에 가려고 차량에서 나올 때도 다가가 마스크를 쓰도록 지도했다. 박수 대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부활절을 환영하기도 했다. 백석대와 백석대학교회도 12일 오전 충남 천안시 안서동 학교 운동장에서 드라이브인 예배를 진행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인들이 각자 가져온 여유분의 마스크를 헌금 대신 거뒀다. 이를 보건 취약계층에 전달할 계획”이라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소망교회는 교인들 사진을 의자에 붙여놓고 예배를 보기도 했다. 사진을 보낸 교인들은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온라인 예배에 참여했다. 수감 중인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64)이 담임목사인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는 12일 오전 교인 1200여 명이 모였다. 서울시는 이 교회에 19일까지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 시 관계자는 “집회금지 명령 기간에 예배를 진행해 이번에도 고발할 방침”이라고 했다.김소영 ksy@donga.com·박종민·신지환 기자}
올해부터 투표 연령이 만 18세(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로 낮아져 15일 선거에 참여하는 고교 3학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선거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다음 교육과정 개정 때는 선거 등 정치참여와 관련한 내용을 교과서에도 상세히 반영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9일부터 선거 전날인 14일까지를 ‘선거 교육 계기 주간’으로 정하고 전국 2300여 곳의 고등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할 것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선거 관련 수업은 도덕·사회교과 교사가 1시간 이상 진행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주요 대상은 고3 학생이지만 학교 방침에 따라 1, 2학년도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작한 ‘만 18세 대한민국 유권자가 되다’ 책자를 기본으로 투표의 가치, 선거제도, 과정 등을 가르친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영향을 많이 받는 10대 유권자의 특성을 고려해 온라인 가짜뉴스나 왜곡 정보에 대한 비판적 수용 등도 수업 내용에 포함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신지환 기자}
“아…. 아는 정당이 없네요. 모르는 문제 풀 듯 찍어야 할 것 같아요.” 2002년 3월생으로 15일 총선에서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이모 군(18). 6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든 ‘참고용’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여주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시간 날 때마다 정치 뉴스를 챙겨 봤다는데도 계속 머리를 긁적였다. 이 군은 “충격적이다. 정당이 이렇게 많은 것도, 알고 고를 정당이 없다는 것도 놀랍다”고 했다. ○ “이름 특이한 정당이나 찍을까…”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만 18세(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부터 투표 참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10대 유권자들은 총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비례정당 투표는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말부터 만난 학생 유권자 수십 명은 모두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35개 정당이 담긴 모의 투표용지를 보고는 대부분 “아는 정당이 거의 없다”고 했다. 강모 군은 용지를 보기 전엔 “미래통합당을 찍겠다”고 했다가 “왜 이름이 없느냐. 당황스럽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응원한다는 이모 양은 용지를 보다가 “그냥 이름 특이한 정당이나 찍고 나올까…”라며 혼잣말을 했다. 사실 이런 ‘깜깜이 선거’ 분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인터뷰한 학생 유권자 대부분이 “선거정보를 접하거나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윤모 군은 “솔직히 교실에서 정치 관련 수업 자체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고교 필수 과목인 ‘통합사회’에선 선거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인권 보장과 헌법’ 단원에 겨우 몇 줄 언급될 뿐이다. 서울의 한 사회교과 교사는 “선진국 수준에 맞춰 10대의 선거 참여를 보장한 건 좋은데 정작 교육 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이라며 “기본적인 선거 개념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밀려’ 투표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10대가 선거에 참여하는 국가는 대부분 중고교부터 선거를 포함한 정치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연령을 낮추는 건 세계적 추세지만 급히 추진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며 “당장 온라인 개학 중에라도 단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가 뭐에 관심 있는지 몰라”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고등학생 이하 유권자는 약 12만5000명. 만 18세를 기준으로 하면 54만 명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정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임모 군은 “여야 할 것 없이 공약이 경제나 복지 같은 거대 담론만 가득하더라”며 “교육이나 10대들이 관심이 많은 분야를 다룬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김모 양도 “우리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거 같다. 그래서인지 더 이해가 안 가고 선택하기 어렵다. 남의 잔치에 온 불청객이 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악재였다. 당장 참정권이 생겼지만 선거 관련 교육이나 홍보가 이뤄질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었다. 당초 교육부는 선거 관련 홍보물을 학교에 배포하려고 했지만 개학이 연기되며 대부분 취소됐다. 윤 교수는 “정부나 정당이 선거법은 바꿔놓고 제대로 안착할 환경 조성은 나 몰라라 한다”며 “학교도 중립성 운운하며 내버려둘 게 아니라 편향되지 않은 올바른 정치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신지환 기자}
“아…. 아는 정당이 없네요. 모르는 문제 풀 듯 찍어야 할 것 같아요.” 2002년 3월생으로 15일 총선에서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이모 군(18). 6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든 ‘참고용’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여주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시간 날 때마다 정치 뉴스를 챙겨 봤다는데도 계속 머리를 긁적였다. 이 군은 “충격적이다. 정당이 이렇게 많은 것도, 알고 고를 정당이 없다는 것도 놀랍다”고 했다. ○ “이름 특이한 정당이나 찍을까…”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만 18세(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부터 투표 참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10대 유권자들은 총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비례정당 투표는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말부터 만난 학생 유권자 수십 명은 모두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35개 정당이 담긴 모의 투표용지를 보고는 대부분 “아는 정당이 거의 없다”고 했다. 강모 군은 용지를 보기 전엔 “미래통합당을 찍겠다”고 했다가 “왜 이름이 없느냐. 당황스럽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응원한다는 이모 양은 용지를 보다가 “그냥 이름 특이한 정당이나 찍고 나올까…”라며 혼잣말을 했다. 사실 이런 ‘깜깜이 선거’ 분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인터뷰한 학생 유권자 대부분이 “선거정보를 접하거나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윤모 군은 “솔직히 교실에서 정치 관련 수업 자체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고교 필수 과목인 ‘통합사회’에선 선거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인권 보장과 헌법’ 단원에 겨우 몇 줄 언급될 뿐이다. 서울의 한 사회교과 교사는 “선진국 수준에 맞춰 10대의 선거 참여를 보장한 건 좋은데 정작 교육 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이라며 “기본적인 선거 개념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밀려’ 투표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10대가 선거에 참여하는 국가는 대부분 중고교부터 선거를 포함한 정치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연령을 낮추는 건 세계적 추세지만 급히 추진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며 “당장 온라인 개학 중에라도 단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가 뭐에 관심 있는지 몰라”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고등학생 이하 유권자는 약 12만5000명. 만 18세를 기준으로 하면 54만 명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정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임모 군은 “여야 할 것 없이 공약이 경제나 복지 같은 거대 담론만 가득하더라”며 “교육이나 10대들이 관심이 많은 분야를 다룬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김모 양도 “우리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거 같다. 그래서인지 더 이해가 안 가고 선택하기 어렵다. 남의 잔치에 온 불청객이 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악재였다. 당장 참정권이 생겼지만 선거 관련 교육이나 홍보가 이뤄질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었다. 당초 교육부는 선거 관련 홍보물을 학교에 배포하려고 했지만 개학이 연기되며 대부분 취소됐다. 윤 교수는 “정부나 정당이 선거법은 바꿔놓고 제대로 안착할 환경 조성은 나 몰라라 한다”며 “학교도 중립성 운운하며 내버려둘 게 아니라 편향되지 않은 올바른 정치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승현 기자byhuman@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달에도 계속 예배를 강행해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컸어요.”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강 교회 일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같이 말했다. 굳게 닫힌 교회 출입문에는 “8일 예배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돼 22일까지 본당 시설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출입구와 건물 곳곳에선 방역이 진행됐다. 교회는 건물의 3층 일부(약 56평)를 예배실로, 4층 일부(약 42평)를 식당과 휴게실로 사용했다. 3층 학원의 한 관계자는 “기도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써서 교회에 붙여 놓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11시 현재 은혜의강 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49명이다. 이날 교인 등 추가 확진자 43명이 나왔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수도권 집단 감염 사례로는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교인들 입에 같은 분무기로 소금물 뿌려 경기도는 지난달 28일 종교 대표자 간담회를 열고 기독교 등 5개 종단 대표 8명에게 집회 자제와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은혜의강 교회는 예배를 진행했다. 예배 시작 전에는 교인들을 소독한다며 입에 일일이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대처는 오히려 감염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교회 측이 예배 전 예배실 입구에서 교인의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렸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인포데믹(정보감염증) 현상으로 본다”며 “첫 확진자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리고 소독하지 않은 채 다른 참석자의 입에도 뿌렸다. 사실상 직접적인 접촉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1일과 8일 예배에 모인 교인이 각각 100명 안팎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첫 확진 교인(33) 등 다수의 확진 교인은 은혜의강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 시간에는 1평(약 3.3m²) 남짓한 공간에 교인 2, 3명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문이 8개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동절기에는 거의 열지 않고 예배를 진행해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음식을 만들고 식자재 등을 보관하는 4층에선 교인들이 더 가깝게 붙어 음식을 먹거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교인들은 평일에도 교회를 찾았다. 건물의 한 관계자는 “평일에도 20∼30명씩 와서 서로 대화하고 음식을 먹으며 예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서울, 인천, 충남에서도 교인 확진자 발생 확진 교인들의 거주지는 성남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충남 등으로 널리 퍼져 있다. 서울 송파구와 노원구, 서대문구 등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인천 계양구와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교인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와 접촉한 추가 감염 사례도 발생했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여성(75)은 최근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고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이 여성이 은혜의강 교회의 한 교인(71·여)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교인은 분당구 백현동행정복지센터에서 매주 두 차례 노인환경지킴이로 활동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어떻게 접촉했는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한 교인(48·여)은 교인이 아닌 아들(21)과 함께 15일 서대문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모자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은혜의강 교회 담임목사인 김모 목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 교회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주일 낮 예배만 남긴 상태에서 (종교) 행사를 줄여가고 있었는데, 어쨌든 논란의 중심에 (우리 교회가) 서게 됐다”며 “담임 목사이니 책임과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선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오후 11시 현재 구로구 콜센터에선 직원 89명과 접촉자 48명 등 13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콜센터 직원인 확진자가 예배에 참석했던 경기 부천시 생명수교회에서는 1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3일 경기 수원시 생명샘교회에서도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동대문구 동안교회와 세븐PC방을 중심으로 발생한 연쇄 감염으로 2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달 20∼22일 열린 교회 수련회에 참가한 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이들의 가족과 지인 3명도 확진자로 판명됐다. 수련회 참가자가 들렀던 PC방에서 8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인포데믹(infodemic)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 홍석호 will@donga.com / 성남=신지환·이경진 기자}
전북 순창군 버스터미널에서 북쪽으로 약 2km. 구불구불한 왕복 2차로를 따라가면 ‘장덕마을’이라 적힌 비석이 나온다. 축구장 2개 넓이쯤 되는 이 마을엔 정겨운 농가 5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골 어디서나 마주칠 듯한 평범한 농촌 마을. 하지만 이곳에선 5년 전 국내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마을 주민 강모 씨(당시 72세·여)가 국내 51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로 확진됐기 때문이다. 장덕마을은 무려 14일 동안 마을 전체가 통째로 봉쇄되는 아픔을 겪었다. 게다가 격리 도중 강 씨는 세상을 떠났다.○“왜 내게 이런 일이…” 우울증 확산 장덕마을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진 씨(88)는 대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얘기부터 꺼냈다. 김 회장은 “대구 사람들은 괜찮은 것이냐”며 걱정을 쏟아냈다. 여당 부대변인의 말실수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봉쇄 논란’ 소릴 들었을 땐 가슴이 덜컥했다고 한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래요. 우리가 먼저 겪어봤잖아. 주민도 다들 안타까워합디다. 이달 초만 해도 마스크 쓰고서라도 노인회관에 모여 함께 TV 보며 한마디씩 했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옛날 그 ‘악몽’이 떠오르나 봐요. 감염 우려 탓도 있겠지만 슬금슬금 회관에도 잘 안 옵니다.” 장덕마을로 통하는 도로는 모두 합쳐 4개. 이 도로들을 전면 봉쇄한 건 순창군이 강 씨의 확진을 전한 직후인 2016년 6월 4일이다. 강 씨는 같은 해 5월 18일 메르스 1번 확진자와 같은 경기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격리 안내를 받지 못했던 강 씨는 2주 동안 장덕마을 주민들과 수시로 접촉했다. 당연히 당국은 강 씨가 정확히 누구를 접촉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공동체나 다름없는 마을에서 주민들은 주민회관이나 복분자밭 등 어디서건 마주쳤다. 결국 주민 102명 모두에게 마을은 물론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자가 격리’ 명령이 내려졌다. 주민 모두가 아직도 기억하는, 오후 11시 반이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당시 마을 청년회장이던 양희철 씨(47)는 뭣보다 주민들의 가슴을 사로잡은 건 ‘우울함’이었노라고 했다. “두려움도 있었겠죠. 숨 막히기도 했고요.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하필이면 우리한테 이런 일이 생겼지’ 하는 억울한 감정이 컸습니다. 그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이 아팠죠. 6월이면 한창 농번기예요. 담장 너머 밭에서 말라 죽어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TV로 대구를 보니 그 활기찼던 도심이 마치 ‘유령도시’처럼 보입디다. 그분들도 ‘마음의 상처’가 더 크게 와닿을 거예요.”○“낙인은 안 돼, 서로 보듬어야지” 장덕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하나같이 꼭 보태는 말이 있었다. “대구경북을 코로나19의 발원지나 진원지라 부르지 말라”고 했다. 양기주 장덕마을 이장(53)은 “일부에서 ‘대구 코로나’라 부른다는 소릴 듣고 깜짝 놀랐다. 그게 당하는 입장에선 얼마나 속을 후벼 파는지 아느냐”고 했다. “우리는 안 그랬겠어요. 어떻게든 살아서 이겨내기 벅찼지만, ‘그 이후의 삶’도 너무 불안했습니다. 몇몇 주민은 ‘혹시 장덕마을은 봉쇄가 풀린 뒤에도 영원히 메르스 마을이라 불리면 어떡하지’ 걱정했어요. 말이란 게 얼마나 무섭습니까. 한번 낙인찍는 건 쉬워도 벗어나긴 정말 어렵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감싸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순창보건의료원 예방의학계장을 맡았던 권미경 씨는 “격리자는 공중보건을 위해 희생하는 우리의 이웃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주민 문치현 씨(83)는 “우린 그래도 14일만 버티면 됐다. 코로나19는 그런 기약이 없으니 얼마나 힘들겠냐. 이럴 때일수록 ‘잘 이겨낼 수 있다’며 서로 다독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분투하는 의료진과 공무원 등에 대한 따뜻한 시각도 잃지 말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다툴 때가 아니란다. “메르스 격리 때가 거의 여름이 다 됐을 때였지. 한데 공무원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쉴 방역복을 다 껴입어서 땀을 됫박으로 흘렸어요. 그런데도 주민부터 챙기더라고, 거 참. 그 덕에 우리도 무사히 이겨낸 게 아닌가 싶습디다.”(문 씨)○“지원물품에 담긴 ‘힘내라’ 쪽지에 울컥” 놀랍게도, 장덕마을에선 2016년 6월 19일 0시 출입 통제가 해제될 때까지 단 한 명의 이탈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추가 확진자도 없었다. 주민들은 보건 당국의 발열 체크 등 메르스 의심 증상 감시에 빠짐없이 응했다. 출입 통제도 잘 따랐다. 사태 종료 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언론이 마을을 ‘메르스 극복의 모범사례’라며 극찬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왜 힘들지 않았겠나. 격리 8일째였던 12일엔 강 씨가 끝내 숨졌다. 주민 문정식 씨(59)는 “돌이켜 보면 몸은 멀쩡해도 속으론 ‘마음의 병’을 앓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들에겐 큰 힘이 되는 ‘버팀목’이 있었다. 바로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국민들의 응원이었다. 주민 성삼채 씨(62)도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갖 과자와 마스크 등 다양한 지원물품을 보내왔다”며 “물품도 요긴했지만, 하나하나마다 ‘힘내세요’란 쪽지가 붙어 있던 박스가 기억난다. 눈물을 글썽거릴 만큼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메르스 사태 당시 장덕마을회관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과 기업, 관공서 등에서 보낸 구호품이 천장까지 꽉 찼다고 한다. 농번기 일손 공백도 인근 지역 경찰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와 피해를 최소화했다. 부녀회장 신정순 씨(74)는 그 구호품을 바라보며 나누던 대화를 아직 잊지 못한다. “어디서 뭐가 왔다고 안내방송이 들리면 그때마다 이랬습니다. ‘이렇게 많이들 응원해주니 뭔들 못 이겨내겠는가’라고. 지금 대구와 같은 아픔을 겪는 곳에 필요한 건 바로 ‘함께하는 마음’이에요.”순창=신지환 jhshin93@donga.com / 조건희 기자}
서울 강서구에 있는 이대서울병원이 간호사 공개채용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자원봉사를 나간 간호사의 면접을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하려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 병원인 경북 안동의료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간호사 A 씨(26)는 5일 기쁜 소식을 들었다. 봉사를 오기 전 지원했던 이대서울병원에서 경력 간호사 공채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 날 병원은 A 씨에게 “최근 14일 이내 대구경북에 방문한 지원자는 단독으로 면접을 본다”고 공지했다. A 씨는 자연스레 “안동의료원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병원은 태도를 바꿨다. “면접이 어렵겠다. 다음에 지원해 달라”고 했다.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확진자가 다수 머무른 장소에서 일해 면접관들의 ‘안전’상 단독 면접도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황당했던 A 씨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병원은 면접 취소 통보 말고는 별다른 답이 없다가 9일 다시 전화했다. “면접 기회를 주겠다. 화상 면접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A 씨는 고민 끝에 제안을 거절했다. A 씨는 “이미 사흘이나 지났고, 거세게 항의해 채용에 불리할 거 같았다”고 했다. “솔직히 여전히 이곳에서 자원봉사하는 게 자랑스러워요. 힘들지만 사명감으로 온몸을 바쳐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 희생정신을 높이 사줄 거라 믿었던 병원이 오히려 절 ‘병균’ 취급한 느낌이 들어 고통스러워요.” 또 다른 간호사 B 씨도 코로나19 확자를 돌봤다는 이유로 면접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다만 B 씨는 병원이 나중에 제안한 화상 면접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는 “면접장소가 병원이다보니 환자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확진)환자를 대면하지 않는 일반인도 위험지역에서 오시면 선별진료소를 거치시거나 적어도 2주 격리하는 게 원칙인데 직원 채용이라고 이 원칙을 깰 순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내감염은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당초 절차대로 설명한 것”이라며 “전례없는 일이어서 해당부서에서 주말 내내 논의를 거친 끝에 화상면접과 같은 방법이 뒤늦게 나왔다”고 설명했다.신지환 jhshin93@donga.com·전채은 기자}
서울 금천구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운전사 A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9일 오전 확진된 A 씨의 부인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콜센터의 직원이었다. 10일 금천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호선 독산역에서 벽산아파트를 오가는 ‘금천01번’ 버스 운전사 A 씨가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와 부인은 콜센터에서 8일 확진자가 나온 뒤 구로구 자택에서 격리 중이었다. 부인이 확진된 뒤 서울 강서구 선별진료소에 간 A 씨는 9일 오후 9시경 양성 판정을 받았다. 금천01번 노선은 1호선 독산역과 금천구청역 등을 운행해 버스에 탄 시민들의 추가 감염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운수업체인 범일운수에 따르면 A 씨는 6∼8일 오후 2시부터 11시 40분까지 버스를 운전했다. 범일운수 관계자는 “독산역과 금천구청역 등을 지나 퇴근 시간대엔 버스가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고 했다. 해당 노선은 금천 현대아파트와 롯데캐슬 등 아파트 단지 4곳도 지난다. 금천구는 A 씨가 운전했던 버스의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밀접 접촉자 파악에 나섰다. 구 관계자는 “A 씨가 줄곧 마스크를 착용해 버스 내부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기사 쉼터 등 사무실 공간에서 A 씨와 접촉한 버스 운전사 7명도 10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구는 9일 오후 10시경부터 금천01번 버스 18대의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 해당 버스 노선의 기사 57명은 모두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범일운수는 새로운 버스 10대를 투입해 금천01번 노선을 단축 운행하고 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 기자}
“나라도 가야겠다. 나는 간호사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지난달 24일 현장 자원한 홍유리 씨(30)와 이달 2일 경북 파견 지원서를 제출한 최희진 씨(26)의 근무일지가 9일 동아일보에 전해졌다. 간호사들이 직접 손으로 써내려간 글들은 왜 그들이 ‘백의의 천사’인지 깨닫게 한다. 그들의 목소리 그대로 정리해봤다.○ 홍유리 씨의 일지 “괜찮다. 환자들만 낫는다면” △2월 24일: 의료진이 부족하단다. 결심했다. 나라도 가야겠다. 나는 간호사니까…. 얼른 지원서를 썼다. 할아버지와 고모부, 제부가 떠올랐다. 모두 군인인 집안. 어디서 솟는 용기인지 모르지만 하나도 겁 안 난다. △26일: 근무할 병원이 정해졌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 오늘 환자들이 도착한다. 의료진과 분주히 음압병동을 마련하다 보니 저녁도 못 먹었다. 준전시 상황이니까. 차갑게 식은 도시락도 감사하다. △27일: 전신 방호복에 일회용 덧신. N95마스크와 고글, 장갑 두 겹까지. 땀이 비 오듯 흐른다. 호흡도 가쁘다. 고글에 김이 서려 시야가 흐리다. 안내 방송이 나온다. “코드 그레이. 도착 30분 전입니다.” 대남병원에서 추가 환자들이 온다는 방송. 환자들을 기다리며 잠시 기도했다. 내가 환자를 위해 한 사람 몫 이상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28일: 환자들은 운다. 아이처럼 엉엉. 1인 음압격리실을 불안해한다. 들어가지 않겠다는 환자 곁을 지킨다. “내가 지켜줄게요.” 한참을 다독거렸다. 난 힘들어도 괜찮다. 환자들이 음성 판정만 받는다면. 건강하게 퇴원할 수만 있다면. △3월 5일: 어렵게 의료진에게 화상통화 기회가 주어졌다. “엄마, 언제 와?” “열 밤 자고 온다며….” 아이에게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동료 간호사. 잠깐 자리를 비켜줬다. 가슴이 먹먹하다. 강릉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실까. 보고 싶다. △6일: 환자들이 조금씩 낫고 있다. 처음 올 때만 해도 “입맛이 없다”더니. 끼니를 거르던 분들이 이젠 식사도 잘하신다. 먼저 안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간호사님, 고생 많으심더.” 이래서 또 하루를 버틸 힘을 얻는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최희진 씨의 일지 “모두 내 환자들이다” △3월 6일: 배부르다. 꼬막비빔밥에 떡, 과자, 과일.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전국에서 참 많이도 보내주셨다.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하다. 하루 8시간 근무를 마치면 손도 까닥하기 싫다. 녹초가 된 몸과 마음을 고마운 분들이 보내준 음식이 씻어준다. △7일: 사명감이 뭔지 깨닫는 시간. 환자는 병실 안, 가족은 바깥. 지척에 두고도 만날 수가 없다. 폐쇄회로(CC)TV로 안부만 묻는다.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찢어지는데…. 다른 방법은 없다. 빨리 나아서 가족 품으로 가길. 오늘 증세가 호전돼 경증센터로 옮긴 환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럴 때야말로 보람을 느낀다. △8일: 2일 경북 안동의료원에 지원서를 제출했던 때가 떠오른다. 솔직히 좀 망설였다. 다음 달 서울시간호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잘한 선택일까. 하지만 이제 알겠다. 시험 볼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환자들은 오늘도 얘기한다. “우리 때문에 고생 많으시죠.” “폐 끼쳐서 미안해요.” 당연한 걸 고마워하는 사람들. 내가 챙기고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할. 내 환자들. 내려오길 정말 잘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신지환·이소연 기자}
“아파트에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이 많이 살고 있고 신천지 대구교회와도 굉장히 가까워서 교인들 간의 밀접한 접촉과 노출이 반복적으로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8일 국내 첫 아파트 코호트(집단) 격리 조치가 된 대구 한마음아파트 입주민 46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구시 조사 결과 대구 달서구 성당동의 한마음아파트는 입주민 140명 가운데 67%인 94명이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확진 판정을 받은 46명은 모두 신천지 교인이었고, 80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14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확진자 중 1명은 대구가톨릭대병원에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는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 46명 가운데 9명은 입원, 34명은 생활치료센터 입소 조치를 했다”고 8일 밝혔다. 나머지 3명 가운데 1명은 실거주지가 경산이어서 경북도가 관리하고 있다. 1명은 달서구 내 다른 동네에 거주해 자가격리 조치부터 했다. 1명은 5일 완치해 대구의료원에서 퇴원했다. 한마음아파트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5일까지 매일 서너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4일에는 한꺼번에 1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대구시는 입주한 다른 신천지 교인들의 추가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 안에서 서로 교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천지를 탈퇴한 전 교인은 “같은 아파트에 모여 사는 교인들은 예배 외에도 소규모 모임을 많이 갖는다. 집단 감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는 곳이 가까운 10여 명이 조를 이뤄 활동하고, 하루에 몇 번씩 만나 회의를 한다는 것이다. 1985년 7월에 준공한 한마음아파트는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선거리로 약 1.2km 떨어진 대구종합복지회관 안에 있다. 5층짜리 건물 2개 동인 이 아파트는 최대 약 18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에 주소가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만 35세 이하 미혼 여성만 입주가 가능하다. 혼자 거주하면 보증금 약 20만 원에 월 임차료는 5만4000원이다. 이 아파트의 확진 환자가 다수, 여러 날에 걸쳐 나왔는데 다른 입주민 등에게 빨리 알리지 않아 대비할 수 있는 시점을 놓쳤다는 논란이 적지 않다. 신천지 교인의 집단 확진 상황을 확인한 4일과 대구시의 발표 시점(7일)과도 사흘이나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한꺼번에 나온 것이 아닌 데다 종합복지회관장이 신천지 교인 확진이 많다는 소문을 보고해 데이터베이스를 돌려보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한마음아파트 일부 신천지 교인이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것으로 보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천지 교인이 많이 거주하는 것이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구시는 “입주 서류 작성 때 종교를 적지 않는다. 낡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어서 아직 빈집이 있다”며 반박했다. 신천지 측은 “한마음아파트에 교인들이 모여 살았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신천지 집단 거주 시설이라는 점을 부인했다. 대구시는 한마음아파트처럼 신천지 교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체 교인 명단과 주소를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 시는 8일 현재까지 5명이 사는 2곳을 비롯해 4명 1곳, 3명 7곳 등 10곳을 확인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고도예·신지환 기자}
“다음 주 금요일까지 어떻게 버티라고….”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약국 앞에서 줄 서 기다리던 김정만 씨(45)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약국 직원이 “오늘 들여놓은 마스크는 다 팔렸다”고 알린 뒤였다. 김 씨 뒤로도 60여 명이 더 줄을 서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는 “내일자 예약번호라도 주면 안 되느냐”고 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김 씨는 다음 주에는 금요일인 13일에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월요일인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출생연도 마지막 숫자에 따라 정해진 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이라면 월요일에, 2, 7이면 화요일에 1인당 2장까지만 구입할 수 있다. 김 씨는 “지금 쓰고 있는 마스크도 일주일째”라며 “주말 동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을 앞둔 6일 서울 곳곳의 약국 앞에선 길게 늘어선 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팡이를 짚은 80대 노인도, 유치원생 자녀의 손을 잡은 30대 여성도 줄을 서 기다렸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는 15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약국 직원이 건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대기하던 시민들이 “마스크 떨어졌나봐”라며 웅성거렸다. 지팡이를 짚고 약국 건물 벽에 기대 선 김진오 씨(82)는 “그동안은 며느리가 마스크를 사다 줬는데 이젠 자기 쓸 마스크밖에 못 산다고 하더라”며 “내 마스크를 구하러 직접 나왔다”고 했다. 줄 선 시민들이 “신분증을 두고 왔다. 자리 좀 맡아주면 안 되겠느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 여의도에서는 약국이 문을 열기도 전인 오전 8시 30분부터 100명 넘는 직장인이 몰렸다. 이 약국은 50명분에 해당하는 마스크 100장을 준비했는데 15분 만에 동났다. 이번 주말까지는 약국에서 1인당 2장을 살 수 있다. 이 약국의 약사와 직원 4명은 시민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이날 다른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한 기록이 없는 사람에게만 2장씩 판매하고 있었다. 왕모 씨(27)는 “10평도 안 되는 약국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다가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릴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약사와 직원들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동안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서울 당산동의 한 약국에선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까지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온 10명이 약을 사지 못하고 돌아갔다. 세종시의 한 약사는 “마스크 관련 문의가 너무 많아 전화 코드를 한동안 뽑아두고, 문 2개 중 하나를 닫아뒀다”고 말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전인 6∼8일 사흘간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을 잘못 안내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약국에선 마스크 2장을 구입한 시민이 “주말에도 마스크를 더 살 수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하루에 2장씩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6일부터 3일 동안 살 수 있는 전체 마스크 수량이 2장이다.고도예 yea@donga.com·신지환 / 세종=남건우 기자}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총회장이 2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교인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회장은 “사죄한다” “죄송하다” “용서를 구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두 번이나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여 분간의 기자회견을 마무리할 무렵 장내가 다소 어수선해지자 “질서가 없으면 난장판이 돼서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회견장을 떠날 때는 오른손 엄지를 들어보였다. 신천지 대구교회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나온 지난달 18일 이후 이 총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 기자회견이 처음이다. 이 총회장은 회색 정장에 노란색 타이 차림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자회견에 나섰다. 2일 오후 이 총회장은 신천지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모든 국민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왔다”며 “31번 (환자와) 관련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왔고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다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정부에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이 총회장은 “변변치 못한 사람이 제대로 못한 것을 용서해 달라. 정부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준 데 대해 고맙다. 정부에도 용서를 구한다”고 말한 뒤 엎드려 절했다. 신천지 교인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이후 정부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교회 폐쇄를 원인의 하나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총회장은 “모임도 장소도 다 폐쇄됐다. 사람이 있어야 일도 하고 활동도 하는데 전부 막혀 있어 협조를 못하는 지경이 됐다”고 했다. 이 총회장은 “이런 일들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잘못된 것도 우리 자신들이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두고 ‘신천지가 급성장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마귀가 일으킨 짓’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엔 설명하지 않았다.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적으로 검사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총회장은) 고위험군으로 확인이 필요해 검체 채취를 결정했으니 채취에 협조하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총회장 측은 지난달 29일 가평군에 있는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음성으로 판정받았다며 경기도의 검사 요구를 거부했다. 가평군은 이 총회장이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확인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가평군보건소 직원들이 이 총회장의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연수원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신천지 관계자들이 막아 채취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 총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날 오후 9시 10분경 경기 과천보건소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사를 다시 받았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서는 검사 대상자가 차량에 탑승한 채로 검체 채취 등을 한다. 이 지사는 이 총회장이 과천보건소로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검체 채취를 위해 이날 오후 8시 30분경 역학조사관 등과 신천지연수원을 찾았다가 되돌아갔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신천지연수원 안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경기도가 이를 허락하지 않아 연수원 정문 앞에서 열렸다. 경기도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천지연수원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폐쇄 명령을 내리고 이곳에서의 집회도 금지했다. 경기도는 연수원 정문 바로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면 안 된다고 했다가 취재진이 많이 몰리자 허용했다.김소영 ksy@donga.com / 가평=신지환 기자}
“차라리 저 혼자만 감염되면 다행일 정도예요….” 대구의 한 요양보호센터에서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왈칵 울음부터 터뜨렸다. 이 요양보호센터는 함께 일하던 요양보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비상상황이다. 이 확진자는 평소 돌보던 할머니 댁과 요양보호센터 사무실을 들러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A 씨는 “제가 돌보는 83세 할머니가 감염될까봐 걱정이다. 석 달 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수술까지 받아 체력이 약하시다”고 답답해했다. 대구는 27일 오후 8시 기준 전날과 비교해 코로나19 확진자가 422명 증가했다. 18일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9일 만에 모두 113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도 시청 공무원과 소방관,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공항 직원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26일 대구 도심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805번 기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버스에 오른 승객 명단과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소속 소방관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확진자나 의심환자와 접촉해 격리된 소방관은 561명에 이른다. 확진자가 근무했던 대구 동부소방서 동촌119안전센터와 수성소방서 만촌119안전센터 등은 한때 폐쇄됐다가 현재는 교대 팀이 업무를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지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시청에서도 직원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청에선 현재까지 4명의 환자가 나왔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 4명, 장애인지역공동체 복지사 등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3명도 추가로 확진돼 시설 폐쇄가 잇따랐다. 대구시 관계자는 “폐쇄시설의 다른 종사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됐다”면서 “27일 관련 업무에 일시적인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구의 관문 가운데 하나인 대구국제공항도 27일 확진자가 나왔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공항의 보안을 총괄하는 자회사 직원 B 씨가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씨와 같은 팀인 직원 8명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시민들은 말 그대로 ‘두문불출’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활동 교사로 일하는 손모 씨(27·여)는 “한 다리만 건너도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이거나 자가 격리 대상자”라며 “평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영화관이나 쇼핑센터를 찾았는데 요샌 집에만 머문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30·여)는 “음식을 배달시키자니 배달원도 밖에서 움직여야 한다. 요샌 미안해서라도 주문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지금부터 일주일이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26일부터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동국대경주병원·영주적십자병원 등 의료기관에 1185개의 병상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 / 대구=명민준 기자}
“3번이나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 대상이 아니라며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A이비인후과 김모 원장은 “보건 당국이 ‘진료 대상이 아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돌려보낸 대처가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56번 환자(75)가 이 병원에서 6일 이후 열흘 넘게 5차례나 진료를 받았다. 김 원장은 “56번 환자가 종로보건소 등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감염 의심 검사를 계속해서 거부당했다고 했다. 그때마다 병원에 찾아와 하소연했다”고 했다.○56번 환자 “선별진료소서 3번 퇴짜 맞아” 김 원장에 따르면 56번 환자가 처음 이 병원을 찾은 것은 6일. 기침을 하거나 가래에 피가 섞였고, 38도 이상 고열이 심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곧바로 선별진료소를 찾아가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8일 56번 환자는 상태가 더욱 나빠져선 이비인후과로 다시 왔다. 김 원장은 “환자가 선별진료소에서 ‘중국 방문 이력’과 ‘확진자 접촉 이력’ 등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들었다며 돌아왔다”고 했다. 김 원장은 그래도 다시 선별진료소로 가야 한다고 강력 권유했다. 하지만 56번 환자는 번번이 거절당했다며 11, 15일에도 이비인후과로 다시 왔다. 김 원장의 전언에 따르면 환자는 강북삼성병원과 서울대병원 진료소도 갔지만 ‘검사 키트가 없다’며 검사가 어렵다고 했다. 결국 17일에는 56번 환자가 직접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까지 가지고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김 원장은 “56번 환자가 판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다 받을 수 없게 되자 직접 CT 사진을 가져왔다. 그걸 보고 ‘비정형성 폐렴이 있다’는 소견을 내렸다”고 했다. 김 원장은 다시 한번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는 진료의뢰서를 주며 선별진료소 방문을 권했다. 56번 환자는 18일 종로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 측은 19일 최종 확진 판정을 내렸다.○같은 조건인데 제각각인 검사 문제는 56번 환자가 7일부터 개정된 의사환자 사례 정의를 적용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처음 이비인후과를 방문한 6일에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여행 이력이 없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한 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7일 이후 보건당국은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의심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례 정의를 개정했다. 56번 환자가 두 번째 선별진료소를 찾았을 때 검사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56번 환자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검사를 받지 못했다. 실제로 종로보건소는 12일 환자가 방문해 요청했는데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 종로보건소는 20일 논란이 커지자 “환자가 찾아왔을 당시 진료 대상으로 보일 만한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북삼성병원과 서울대병원은 “56번 환자가 왔다는 사실은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퇴짜를 맞은 56번 환자와 달리,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 환자(82)는 15일 서울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의사의 의심 소견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두 환자는 지난달 말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경로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둘 다 고령자에 해외여행 전력도 없었다. 종로구는 이 복지관에 이어 20일 어르신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도 폐쇄했다. 코로나 감염이 의심돼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지만 검사를 못 받은 경우는 56번 환자뿐이 아니다. 중국 광저우에 다녀온 지 2주가 안 된 B 씨(26)는 고열과 기침이 심해 17일 서울 관악구 한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검사를 거절당했다. B 씨는 “중국을 다녀왔는지 묻기만 한 뒤 별다른 설명 없이 검사를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전주영·신지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검사를 받다 시간이 지체된다는 이유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남보건소 등에 따르면 19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A 씨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10일부터 발열과 기침 증상이 생겨 질병관리본부의 안내를 받아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A 씨는 코로나19 감염 간이검사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병원에 알리지 않고 중간에 무단이탈해 집으로 가버렸다. 평균적으로 코로나19 간이검사는 2시간가량 걸린다. A 씨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병원은 경찰과 보건소에 곧바로 신고했다. 경찰은 주거지에서 A를 붙잡아 보건소에 인계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코로나19 검사가 길어지다 보니 기다리다 지쳐 집에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함께 출동한 강남보건소 직원들은 A 씨를 구급차에 태워 다시 선별진료소로 이송했다. A 씨는 여기서 코로나19 검사를 다시 진행했다. 강남보건소 관계자는 “A 씨는 최종적으로 음성이 나와 현재는 자가 격리를 해제했다”고 전했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신지환기자 jhshin93@donga.com}
6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송파구 9500여 가구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 5명이 아파트 단지에 있는 도서관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아파트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었다. 주민들이 잠시 뒤 책과 필기구 등을 잔뜩 들고나왔다. 같은 시각 이 아파트 단지 내 체육관, 골프연습장 등 28개 공용시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는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9번 확진자로 판정된 A 씨(36)가 사는 곳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9500여 입주 가구에 입주자들만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당분간 모든 공용시설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그러자 주민들이 자기 물건을 가져가려고 급하게 시설을 찾아간 것이다. 19번 확진자는 서울 강남의 호텔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오간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주민등록 인구만 165만여 명에 이르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신종 코로나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다국적 기업 직원인 A 씨가 지난달 23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해 4일 발열 증세를 보여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A 씨가 귀국한 후 자진 신고할 때까지 12일 동안의 동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송파구 아파트 일대 ‘발칵’ 6일 A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는 지나다니는 주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확진자가 거주하는 동 앞에 있는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방역용 마스크를 쓴 입주민 장모 씨(60·여)는 “평소하곤 달리 지나다니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며 “주민들은 확진자가 아파트 단지 내 어떤 곳을 다녔는지 몰라 외출을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파트 반경 1.5km 안에 있는 초등학교 세 곳(해누리초, 가락초, 가원초)도 이날 모두 휴교했다. 가원초는 학부모 1명이 19번 확진자와 함께 식사했다는 이유로 휴교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있는 해누리초와 가락초도 이날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는 등교한 학생들을 전부 돌려보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확진자 A 씨는 자녀 없이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학교들이 혹시 모를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을 한 것이다. 해누리초 관계자는 “재학생 99%가 (A 씨가 사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휴교해야 할지는 교육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확인되지 않은 송파구 다중이용시설들도 이날 문을 닫았다. 송파구는 구가 운영하는 책박물관과 체육문화회관, 청소년센터 4곳과 경로당 등 시설을 이달 16일까지, 도서관 11곳을 17일까지 휴관하고 방역하겠다고 밝혔다.○ 확진자 다녀간 호텔 식당, 수도권 아웃렛도 휴업 A 씨가 귀국 후 다녀간 서울 강남의 호텔 식당과 인천 연수구의 대형 쇼핑몰도 이날 휴업했다. 업체 측이 보건 당국으로부터 A 씨의 방문 사실을 전달받은 뒤 이런 조치를 한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A 씨는 1일 정오 무렵 서울 강남의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의 호텔 ‘르메르디앙 서울’ 1층 뷔페식당에서 지인들과 함께 식사했다. 호텔 관계자는 “A 씨가 식당이 아닌 다른 시설을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세종시에 사는 40대 여성과 남편, 자녀 2명이 A 씨와 1일 서울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는 이유로 이날 격리됐다. 하지만 이 가족이 A 씨와 강남의 호텔에서 함께 식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 씨는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엔 인천 연수구의 대형 쇼핑몰인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을 다녀갔다. 아웃렛 측은 “A 씨가 어떤 매장을 이용했는지 모르겠다”며 “일단 모든 매장 문을 닫고 방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아웃렛이 있는 연수구 송도동의 유치원 3곳과 초중고교 6곳에 휴업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가 격리된 A 씨의 부인이 근무하는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웰빙센터는 이날 휴업을 하지는 않았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직원들은 건물 안에서 전부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A 씨의 부인이 보건 당국의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분간은 A 씨 부인만 격리하고 다른 직원들은 그대로 출근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전채은·신지환 기자}
“이 터치패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이 닿았겠어요.” 5일 오전 10시경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 대학원생 박모 씨(28)는 가게 출입문에 설치한 무인결제시스템(키오스크) 터치패드를 오른손 손가락 마디 부분으로 조심조심 노크하듯 눌렀다. 터치패드 표면에 다른 사람들의 지문이 많이 묻었다는 생각에 괜스레 움츠러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가 한국 사회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보름이 넘으며, ‘신종 코로나 포비아(공포)’가 일반인의 삶 자체에 스며들었다. 타인의 손길이 닿는 곳은 무조건 피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길 꺼려하는 이들마저 나타났다.○ 일상을 바꾼 ‘감염 공포’… 마주치는 게 두려워 외부인과 접촉이 많은 직장인들은 생활패턴 자체가 바뀌고 있다. 사무실을 들어설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던 문화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 김영석 씨(41)는 요즘 문에 적힌 ‘당기시오’ 안내만 보면 곤혹스럽다. 신종 코로나 확산 뒤 그는 팔꿈치로만 문을 밀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당기는 문은 어떻게든 손이 닿아 불안하다. 검지 하나로 억지로 열고 들어간다”며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건 엄두도 못 냈다”고 털어놨다. 택배기사와 대면 접촉을 줄이려 ‘현관문 앞에 놔두세요’ 안내문을 붙인 집도 많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연수 씨(23)는 아예 주문 때부터 ‘현관 앞에 두라’는 메시지를 꼭 남긴다. 그는 “택배기사들은 아무래도 사람 접촉이 많지 않으냐. 미안하지만 직접 대면하긴 불편하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는 국내 공유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공유 차량을 운영하는 ‘쏘카’나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 등은 이용객이 급감했다. “정기적으로 소독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했지만 이용객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주말마다 따릉이를 즐겨 이용하던 김민희 씨(25·여)는 지난주부터 사용을 관뒀다. 김 씨는 “다른 사람이 만진 손잡이를 잡는 게 찝찝하다. 당분간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포는 일회용품 규제도 뚫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시급하다고 인정할 경우 식품접객업소에서 플라스틱 컵이나 일회용 식기를 쓸 수 있다. 다만 기한은 감염병 위기 경보가 ‘경계’ 이상 단계를 유지하는 경우다. 장소도 공항·항만·기차역·터미널로 한정했다. ○ “병원에서 감염될지도”… 발길 끊는 환자들 병원은 신종 코로나 영향을 온몸으로 맞았다. 5일 서울지역 병원 10여 군데에 문의한 결과, 평균 3분의 1 이상 환자가 빠졌다고 답했다. 중구 B내과의원은 “오전에 평균 50명이 내원하는데 최근 5일간 15명만 왔다”고 했다. 경기 지역의 한 중형병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정도 줄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8번째 확진자가 선별진료를 받았던 전북 군산의료원엔 예방접종 예약을 취소하거나 날짜를 바꾸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면역력이 취약한 영·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근심이 크다. 올해 초 심장수술을 받은 아이가 있는 A 씨는 외래진료 날짜가 다가오자 연기를 고민하고 있다. A 씨는 “아이가 아동용 마스크조차 낄 수 없는 나이다. 심장질환이라 제때 검사를 놓치면 안 되는데 마음이 갈팡질팡한다”고 했다. 어르신들도 병원 가는 걸 망설이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는 조동훈 씨(71)는 “병원에 가야 하는데 호흡기 질환이라 겁이 난다. 처방을 못 받아 며칠째 약을 못 먹었다”고 걱정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박성민 / 군산=박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