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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3관왕’ 조기성(26·부산장애인체육회)이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첫 평영 도전에서 최종 6위를 기록했다. 조기성은 25일 오후 6시38분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펼쳐진 2020 도쿄 패럴림픽 수영 남자 평영(SB3) 50m 결선에서 51초58을 기록했다. 조기성은 이날 오전에 열린 예선에서도 6위(53초11)로 결선에 올랐다. 휠체어를 탄 채 왼쪽 가슴의 태극기를 두드리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풀에 들어선 조기성은 7번 레인에서 역영하며 예선 기록을 1초 이상 앞당기면서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썼지만 세계선수권대회 1위를 포함한 평영 전문 에이스들과는 기록에 차이가 있었다. 로만 자다노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46초49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미겔 리케(스페인)가 49초08로 은메달, 스즈키 다카유키(일본)가 49초32로 동메달을 따냈다. 리우패럴림픽 자유형 50-100-200m(S4) 3관왕 조기성은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주종목 자유형이 아닌 평영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 삼았다. 조기성은 뇌병변 장애로 SB3, S4 이벤트에서 팔, 어깨 등 상체 근육을 활용해 경기를 운영한다. 자유형보다 더 강력한 하체 힘이 필요한 평영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조기성은 “자유형이 주종목이라 계속 자유형만 하다보니 기록에 대한 정체기가 와서 힘들었다. 이러다가 수영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것같아 새로운 종목 평영에 도전했는데, 기록을 줄여나가는 재미가 생겼고, 평영을 통해 수영에 대한 동기부여가 계속되고 있다. 수영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조기성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제는 리우에서 금메달 3개를 안겨준 주종목 자유형이다. 26일 오전 9시17분 자유형 100m(S4) 예선, 30일 오전 9시 31분 자유형 200m(S4) 예선, 다음달 2일 오전 10시57분 자유형 50m(S4) 예선에 나선다. 내달 3일 오전 10시 3분 남자 배영 50m(S4)에도 도전한다. 패럴림픽 수영 종목은 크게 3가지 분류다. S는 자유형, 배영, 접영, SB는 평영, SM은 개인혼영을 뜻한다. 알파벳 옆 숫자는 장애유형과 정도를 뜻한다. 1~10은 지체장애, 11~13은 시각장애, 14는 지적장애, 숫자가 적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지난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신유빈(탁구) 여서정(체조) 김제덕(양궁) 황선우(수영) 등 소위 ‘Z세대’ 막내들의 반란은 거침없었다. 올림픽 무대를 오롯이 즐길 줄 알고, 자신의 일을 무엇보다 사랑하며, 월드클래스 실력에 거침없는 언변까지 갖춘 신인류의 DNA는 대한민국을 매료시켰다. 도쿄 올림픽의 열기를 이어받은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현장, 어김없이 눈에 띄는 ‘막내온탑’이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 총 86명 중 20대는 15명(17.4%)뿐. 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햇살처럼 눈부시다. ●임호원 “테니스 사상 첫 메달이 목표”도쿄 패럴림픽 출국을 앞두고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프로야구 출신 휠체어테니스 국대’ 김명제(34·스포츠토토)에게 ‘띠동갑 한솥밥 동료’ 임호원(22·스포츠토토)에 대해 슬쩍 물었다. “어휴, 대선배님이시죠” 한다. 임호원도 “그렇죠, 휠체어테니스는 제가 선배죠”라며 씩 웃는다. 11세 때 휠체어테니스를 처음 시작했고 최연소 국대로 리우패럴림픽도 다녀왔으니 구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선배’임에 틀림없다. 1999년생 임호원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 패럴림픽이다. 올림픽 때 테니스를 봤냐는 질문에 임호원은 세상 당당하게 “아, 테니스는 못봤고 김연경 선수(배구) 봤어요!”한다. “5년 전 첫 리우 때는 어렸죠. 와일드카드로 운 좋게 갔는데 그때 아무것도 몰랐고 긴장도 많이 됐어요”한다. 두 번째 패럴림픽은 다르다. “이번엔 자력진출이니까, 색깔 상관없이 꼭 메달을 딸 것”이라고 호언했다. 임호원의 강점은 휠체어링과 포어드라이브. 능수능란한 휠체어 기술은 단순히 어릴 때부터, 많이 타서만은 아니다. 타고난 운동신경, 순발력,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영리한 운동지능이 발군이다. “다치기 전에도 달리기도 잘하고, 축구를 좋아했어요” 한다. 2006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후 운명처럼 테니스를 만났다. “재활하던 병원에서 옆침대 할아버지 보호자분이 라켓을 주면서 한번 해보라고…. 퇴원 후 배우기 시작했는데 움직임이 멋있어서 반했죠”라고 입문기를 풀어놨다. “다치고 나서 처음 밖에 나갔는데 엄마도 저도 부끄럽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워낙 어렸을 때라 그런 것도 있고, 그저 이렇게 됐네 이 정도였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고, 약간 우울한 건 있었는데 운동 하면서 싹 없어졌죠, 뭐!”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대회서 대한민국 휠체어테니스 사상 첫 은메달을 따냈고, 2015년 16세에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참가했고, 2018년 자카르타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비장애인 테니스 스타’ 3년 선배 정 현(25)과 같은 삼일공고 출신, 좋아하는 선수는 로저 페더러. “플레이스타일도 좋아하고 뭣보다 매너가 좋잖아요”라며 눈으로 웃었다. ‘기리보이’의 ‘찌질’한 가사를 좋아하고, 띠동갑 형, 감독님에게 웃으며 할 말 다하는 ‘막내온탑’ 임호원, 테니스 선수로서 목표를 묻는 질문엔 이내 진지해진다. “장애인, 비장애인 테니스를 통틀어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없잖아요. 우리나라 최초의 테니스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김민수 “‘쫄지마! 대충 쏴’ 의미 이해하죠” ‘1999년생 궁사’ 김민수(22·대구도시철도)는 조용하다. 말수는 적지만 할 말은 한다. 민수 역시 ‘리우 최연소 국대’에 이어 이번 패럴림픽이 두 번째다. 열 살 때 건물 친구와 놀다 담벼락이 무너지며 두 다리를 잃었다. 어머니가 사격, 양궁을 권하셨는데 ‘활이 신기하고 멋져보여서’ 양궁을 택했다. 2018년 체코에서 열린 세계랭킹 토너먼트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9년 네덜란드 세계 장애인양궁선수권 리커브 오픈에서 662점을 쏘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때 세계신기록을 쐈지만 스스로 만족하진 못했어요. 패럴림픽이 연기되면서 연습할 시간이 늘어나서 저는 더 좋았어요” 한다. “양궁은 참 재미있어요. 30m도 쏘고, 50m도 쏘고, 혼자도 쏘고, 함께도 쏘고… 아직까지 큰 슬럼프도 없었죠. 저는 지금도 여전히 양궁이 재미있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도쿄 올림픽 기간 내내 “같은 양궁선수의 마음으로” 대한민국 양궁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막내 온탑’ 또래 선수들의 당찬 모습을 보며 느낀 점도 많았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역시 혼성전 안산-김제덕 선수의 경기”라고 했다. ‘첫 3관왕’ 안산이 슛오프 때 중얼거렸다는 ‘쫄지마, 대충 쏴!’를 이해하냐는 질문에 김민수는 “이해되죠”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담없이 상대 선수 생각하지 말고 내 것 하자, 점수가 몇점이든 자신 있게 쏘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저렇게 자신감 있게,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후회없이 한발 한발 쏘고 싶어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두 번째 패럴림픽, 목표는 확실하다. “양궁대표팀의 목표는 개인, 혼성, 단체전 전종목 메달, 그리고 제 목표는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입니다.”●올림픽에 신유빈이 있다면 패럴림픽엔 윤지유가 있다 ‘2000년생 탁구선수’ 윤지유(성남시청 장애인탁구팀)는 이미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다. 5년전 16세에 첫 출전한 리우 패럴림픽에서 서수연, 이미규 등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 여자단체전(TT1-3) 동메달을 획득했다. 도쿄 올림픽 스타 신유빈과 비슷한 나이에 출전한 리우 대회에서 첫 패럴림픽을 온전히 즐겼다. 윤지유는 3살 때 흉추 3번 혈관이 터지는 혈관기형으로 하반신 마비가 생겼다. 중학교 2학년 때 수원복지관에서 탁구를 만나면서 인생길이 달라졌다. 2015년 벨기에 오픈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고 패럴림픽 메달까지 따냈다. 빛나는 재능을 세계 무대에서 이미 입증했다. 두 번째 패럴림픽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대표팀 막내다. 패기만만 막내가 이번 대회 여자단체전에서 2대회 연속 메달, 개인전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리우 대회 개인전에서 아쉽게 4위로 메달을 놓친 아픔을 떨칠 참이다. 윤지유가 씩씩한 각오를 전했다. “도쿄 패럴림픽에선 개인-단체전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특히 개인전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첫 도전이라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제 마음이 가벼워졌다. 결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리우 3관왕’ 조기성(26·부산장애인체육회)이 첫 도전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평영 종목에서 결선 진출을 이룬 후 첫 레이스 소감을 전했다. 조기성은 25일 오전 10시 12분 일본 도쿄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수영 남자 평영(SB3) 50m 예선 1조 3번 레인에서 출발했다. 53초11, 조 3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조기성은 전체 출전선수 12명 중 6위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에프렘 모렐리(이탈리아)가 49초35로 전체 1위, 미구엘 루케(스페인)가 50초06, 로만 자다노프(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가 50초44, 2-3위로 결선에 올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자유형 50-100-200m(S4) 3관왕 조기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새로운 종목 평영 도전을 선언했다. 주종목 자유형이 아닌 새 종목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는 도전 의지를 표했다. 이날 오후 6시39분 펼쳐질 남자 평영 50m 결선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결선 무대에서 메달권과 3~4초 차이를 줄여낼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조기성은 “예선이 끝나서 홀가분하다. 게임 전에는 첫 도전이라 걱정이 조금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소감을 전했다. “감독님께서 전반은 괜찮았다고 하시는데, 경험이 부족해서 후반 레이스가 약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컨디션이 나쁘지않고, 오후에 몸이 더 풀리면 오전보다는 결선 기록이 더 좋아질것이라 예상된다. 결선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조기성은 뇌병변 장애로 SB3, S4 이벤트에서 상체를 주로 활용하는 영법을 구사한다. “나는 팔, 어깨 등 98% 이상 상체 근육을 사용해 경기를 운영한다”고 했다. 자유형보다 더 강력한 하체 힘이 필요한 평영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조기성은 ‘수영의 재미’로 응답했다. “자유형이 주종목이라 계속 자유형만 하다보니 기록에 대한 정체기가 와서 힘들었다. 이러다가 수영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것같아 새로운 종목 평영에 도전했는데, 기록을 줄여나가는 재미가 생겼고, 평영을 통해 수영에 대한 동기부여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하는 게 재미있다”며 웃었다. 주길호 수영 대표팀 감독은 “첫 스타트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보인다. 예선 영상을 잘 분석하고 수정에 결선 레이스에 임하겠다. 새 도전에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도쿄패럴림픽 수영 종목에는 조기성(S4)을 비롯해 강정은(S14), 이인국(S14), 이주영(S14), 조원상(S14) 등 총 5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패럴림픽 수영 종목은 크게 3가지 분류가 있다. S는 자유형, 배영, 접영, SB는 평영, SM은 개인혼영을 뜻한다. 알파벳 옆의 숫자는 장애유형과 정도를 뜻한다. 1~10은 지체장애, 11~13은 시각장애, 14는 지적장애, 숫자가 적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대표팀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식 현장을 누볐다. 24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대회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은 일본 히라가나 순서에 따라 82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14개 종목에 159명(선수 86명,임원 73명)을 파견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개회식에는 주원홍 단장을 비롯해 40명만 참석했다. 기수로 나선 보치아 대표 최예진(30·충남도청)은 휠체어에 태극기를 고정한 채 행진했고, 그의 경기 파트너이자 어머니인 문우영 씨(59)가 손으로 태극기를 활짝 펼쳐 보였다. 모녀 뒤를 따르는 선수단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V’를 그리는 여유를 놓치지 않았다. 분홍색 계열의 훈색 저고리와 대님바지로 구성한 한복 디자인 단복도 눈길을 끌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조선 후기 당상관 관복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면서 “덧저고리 깃 동정 부분엔 금메달을 기원하는 금박을 새겼고 바지는 한복 특유의 풍성함과 편안함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겐 날개가 있다(We Have Wings)’를 주제로 열린 개회식은 우리 모두가 역풍과 고난을 헤쳐 나갈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키워드가 ‘날개’인 만큼 개회식 공연도 ‘비행’과 ‘공항’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하시모토 세이코 대회 조직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어떤 차별도 없이 누구나 살기 좋은 공생 사회를 이루길 희망한다”면서 “(패럴림픽 참가 선수들이)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일어서는 힘과 희망을 선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예정보다 1년 늦게 막을 올린 이번 대회는 다음 달 5일까지 13일간 열린다. 이날 가장 먼저 입장한 난민팀을 포함해 전 세계 162개국에서 역대 최다인 4403명이 참가해 22개 종목에서 금메달 539개를 놓고 열띤 승부를 벌인다. 한국은 금메달 4개, 은메달 9개, 동메달 21개로 종합순위 20위 이내에 드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양궁은 도쿄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선수단이 딴 6개의 금메달의 절반도 넘는다. 24일 개막한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는 수영이 효자 종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때 한국이 따낸 금메달 7개 중 4개가 수영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 중 3개를 ‘장애인 수영의 박태환’이라고 불리는 조기성(26·부산장애인체육회·사진)이 따냈다. 한국 패럴림픽 역사상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조기성이 처음이었고, 한국 선수 패럴림픽 3관왕도 전 종목을 통틀어 그가 처음이었다. 리우 대회 때 남자 자유형 50m, 100m, 200m S4에서 금메달을 딴 조기성은 “장애인 수영의 역사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포부로 패럴림픽이 열리는 일본 도쿄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자유형뿐 아니라 평영에도 도전한다. 자유형과 평영은 영법 차이가 커서 장애인은 물론이고 비장애인 수영에서도 이 두 종목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조기성은 “예전에는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 그래서 2019년만 해도 도쿄 패럴림픽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1년 미뤄지면서 ‘수영 자체를 즐기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을 본 뒤 그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조기성은 “황선우(18·서울체고)의 경기를 보면서 메달을 따지 못해도 자신감 있게 자신이 원하는 레이스를 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면서 “남자 높이뛰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웃으면서 결과를 받아들인 우상혁 선수(25·상무) 모습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내년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2024 파리 패럴림픽까지 도전하고 싶다. 나 자신과 경쟁해 내 기록을 깨는 재미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 다음 날인 25일 오전 10시 25분에 50m 평영 예선에 출전하는 조기성은 “물론 메달이 목표다. 그러나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성에 앞서 이인국(43·경기도장애인체육회)과 조원상(29·수원장애인체육회)이 오전 10시 11분 남자 100m 접영(S14) 예선에 나선다. 이인국은 리우 대회 때 배영 100m 금메달을 차지했던 선수다. 두 선수에 이어 7분 뒤에는 강정은(22·대구장애인체육회)이 여자 100m 접영(S14)에 출전한다. 결선은 오후 6시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4강 진입을 목표로 세운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도 스페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쟁해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농구 전설) 마이클 조던과 (야구 스타) 로저 클레먼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철학자 에릭 브론슨 등이 쓴 책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는 이렇게 스포츠 선수에게는 승리 말고도 도전을 이어가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 김정준(43·울산 중구청)에게 그 이유는 바로 ‘가족’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정준은 24일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이다. 항상 두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 “1년 내내 연습과 대회 출전을 이어가다 보니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 겨우 통화를 할 수 있는 정도다. 그래도 항상 나를 응원해 주고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했다. 김정준은 2005년 공장에서 일하다 절단기에 옷이 들어가는 바람에 두 다리를 잃었다. 수술과 재활에 1년 5개월이 걸렸다. 마침 TV로 농구를 보면서 ‘나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7년부터 재활 차원에서 운동을 해보니 농구공보다 셔틀콕이 그에게 더 잘 맞았다. 김정준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 휠체어(WH)2 남자 단식 4연패를 차지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아장애인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5월 열린 스페인 패러배드민턴 인터내셔널에서는 단식은 물론이고 이동섭(50·제주도청)과 짝을 이뤄 출전한 남자 복식 WH1-WH2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두 종목 모두 세계 최강임을 과시했다. 김정준은 아직 패럴림픽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상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는 배드민턴이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배드민턴이 정식 종목이 된 이번 대회가 김정준에게 더욱 반가운 이유다. 게다가 이번 패럴림픽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는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은 김정준에게도 기분 좋은 곳이다. 2019년 일본 패러배드민턴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준은 “이번 패럴림픽에서 단·복식 모두 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메달만이 전부는 아니다. 패럴림픽에 참가한다는 사실 자체로 흥분이 된다. 대단한 영광”이라면서 “혹시 진다고 해도 실망할 건 없다. 졌을 때는 다음 경기에서 더 잘하는 걸로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은 대한장애인체육회 급식지원센터에서 만든 도시락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결전에 나선다. 2012 런던 패럴림픽 때부터 이어온 전통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이 먹을거리 문제로 애를 먹지 않도록 이천선수촌 영양사와 조리사를 도쿄 현지로 파견했다. 여기에 현지에서도 조리 전문 인력을 추가했다. 박종현 급식지원센터장은 “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민 분들을 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식지원센터에서는 총 27명이 한국 선수단 159명의 끼니를 책임진다. 앞서 열린 도쿄 올림픽 때는 대한체육회가 하루에 한 끼만 도시락을 제공했지만 패럴림픽 때는 급식지원센터에서 세 끼를 모두 책임진다. 급식지원센터에서 이번 대회 기간 총 7000개가 넘는 도시락을 선수단에 공급하는 것. 아침과 저녁은 선수촌으로, 점심은 경기장 및 연습장으로 직접 배송한다. 경기장 및 연습장에서 도시락을 배달받을 수 있는 것도 패럴림피언만의 특권이다. 또 장애인 선수는 보온 용기에 담은 밥과 국을 배달받을 수 있다. 반찬도 보냉 팩에 담겨 전달된다. 박 센터장은 “5년에 한 번 찾아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러 가는 아들딸 도시락을 싸는 심정으로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패럴림픽 참가 선수 가운데는 혼자 밥을 챙겨 먹기 힘든 이들도 많다. 또 경기나 연습 등으로 밥 때를 놓치는 일도 많기 때문에 보온, 보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식자재는 일본 내 최대 한인 식자재 유통 업체를 통해 조달한다. 식자재 반입 시 반드시 방사능을 측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혹시 모를 코로나19 전파를 염려해 배달 차량 운전석 뒤에 차단막을 설치했다. 선수는 일반식 이외에도 샌드위치 주먹밥 죽 같은 간단식, 컵 과일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출국 전 수요 조사를 통해 레토르트(냉동) 식품과 즉석 밥 같은 각종 부식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이를 신청할 수도 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선수단이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당당히 행진했다. 24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은 일본 히라가나 순서에 따라 82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14개 종목에 159명(선수 86명·임원 73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개회식에는 코로나19로 선수단 규모를 축소해 주원홍 선수단장과 선수 등 40명만 참석했다. 기수로 나선 보치아 대표 최예진은 휠체어에 태극기를 고정하고 행진했다. 그의 경기파트너이자 어머니 문우영 씨는 태극기를 손으로 펼쳐 잘 보이게 했다. 뒤를 따르는 선수단도 대부분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V’를 그리는 여유를 놓치지 않았다. 훈색(분홍빛 계열) 저고리와 대님바지가 눈에 띄는 생활한복 디자인의 단복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덧저고리, 속저고리, 바지로 구성된 단복은 조선 초기 정1품에서 정3품까지 나왔던 홍색에서 유래해 조선 후기 당상관 관복에 쓰인 훈색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특히 덧저고리 깃 동정 부분엔 금메달을 기원하는 금박을 새겼고, 뒤에는 자수로 용맹과 정의를 상징하는 호랑이 두 마리, 조선시대 무관의 관복 앞뒤에 부착했던 ‘쌍호흉배’를 붙였다. 바지는 한복 특유의 풍성함과 편안함을 담아냈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미뤄진 도쿄패럴림픽은 다음달 5일까지 13일의 열전을 펼친다. 세계 161개국과 난민팀에서 역대 가장 많은 4403명이 참가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올림픽 때보다 심해 패럴림픽 역시 무관중으로 열린다. 이날 개회식도 6만8000여석 관중석이 텅 비어 조용히 진행됐다. 한국은 금메달 4개, 은메달 9개, 동메달 21개로 종합순위 20위 이내를 목표로 정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선수들은 비록 일본에 오지 못했지만,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식에는 아프가니스탄 국기가 등장했다. 24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회식의 선수단 입장 행사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국기가 5번째로 입장했다. 대회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가 기수로 나섰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애초 태권도 선수인 자키아 쿠다다디(23)와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4), 두 명이 패럴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대회 참가가 어려워졌다. 아프가니스탄 최초 여성 패럴림픽 선수가 되려던 쿠다다디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에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대표로서 도움을 청한다”며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내 손을 잡고 도와달라”고 간청하기도 했지만, 끝내 이날 개회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국기만큼은 개회식장에서 힘차게 펄럭였다.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 불행히도 그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마음은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아프가니스탄까지 포함해 이날 개회식에서는 총 163개 팀이 입장했지만, 실제 대회에는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161개 국가와 난민팀까지 162개 팀이 참가한다. 태평양의 섬나라인 사모아와 키리바티, 바누아투, 통가 등 4개 국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유지에서의 격리 문제로 출전을 포기했고, 북한도 4월 선수단 보호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개회식이 끝나면 25일부터 본격적으로 패럴림픽 경기가 시작된다. 패럴림픽 역대 최다인 4천403명의 선수가 출전해 22개 종목 539개 메달이벤트에서 경쟁한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일본 도쿄 하늘에 다시 한번 밝은 성화가 피어오른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24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으로 13일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과 함께 1년 연기돼 치르는 이번 대회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5일까지 진행한다. 전 세계 161개국과 난민팀에서 역대 가장 많은 선수 4403명이 22개 종목 539개 메달 이벤트에서 경쟁한다.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은 ‘우리에겐 날개가 있다’(We have wings)라는 주제로 열린다. 2020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폐회식의 공통 주제인 ‘전진’(Moving Forward)에 더해 우리가 모두 역풍과 고난을 헤쳐나갈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다만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대회가 ‘무관중 원칙’으로 치러지는 만큼, 개회식도 일반 관중 없이 다소 조용히 진행된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외교 사절 등 일부 내외빈만 참석해 자리를 지킨다. 키워드가 ‘날개’인 만큼, 개회식은 ‘비행’과 ‘공항’ 등을 콘셉트로 꾸며진다. ‘비상 준비’(READY TO FLY)라는 타이틀로 오프닝 영상과 카운트다운, 불꽃놀이로 개회식의 시작을 알린다. 스타디움은 ‘파라 공항’으로 묘사했다. 항공기의 허브가 되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품었다. 다양한 연령, 성별, 인종과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이 모여 100명으로 구성된 크루가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패럴림픽의 개막을 축하한다. 나루히토 일왕과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주요 귀빈이 입장하고, 이어 일본 국기를 게양된 뒤, 시각장애가 있는 싱어송라이터 사토 히라리가 일본 국가를 부른다. 일본 전통 기계 ‘가라쿠리’ 공연, 패럴림픽의 상징물 아지토스를 표현하는 이벤트 등도 펼쳐진다. 대회 참가팀은 총 162개지만,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선수단 입장에서는 163개 팀이 소개된다.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장악으로 아프가니스탄이 포함됐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자원봉사자가 아프가니스탄의 국기를 들고 함께 행진해 전 세계의 연대를 보여준다. 개최국 일본의 히라가나 순서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의 국기는 5번째로 등장한다. 선수 6명이 출전하는 난민팀이 가장 먼저 등장하고, 대한민국 선수단은 아프가니스탄이 추가됨에 따라 예정된 81번째가 아닌 82번째로 입장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 14개 종목에 159명(선수 86명·임원 73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으나, 이날 개회식에는 주원홍 선수단장과 일부 선수 등 40명만이 참석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에 참석하는 선수단 인원도 줄었다. 대표팀은 훈색(분홍빛 계열) 저고리와 대님바지가 눈에 띄는 생활한복 디자인의 행사 단복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할 예정이다. 기수는 보치아 대표팀의 최예진과, 그의 경기파트너인 어머니 문우영씨가 맡는다. 1시간 30분가량의 선수단 입장에 이은 공연이 끝나면, 하시모토 세이코 대회 조직위원장의 개회사와 파슨스 IPC 위원장의 축사가 시작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IPC 등이 주도해 시작한 장애 차별 종식 캠페인 ‘WeThe15’(위 더 15)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뒤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 선언을 할 예정이다. 대회의 마지막은 역시 성화 점화로 장식한다. 조직위원회는 20일 도쿄 모토아카사카(本赤坂) 영빈관에서 일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과 패럴림픽 발상지인 영국 스토크맨더빌에서 가져온 불꽃을 하나의 성화로 만드는 집화식을 열었다. 하나로 피어오른 성화는 이날 성화대에 최종 점화, 도쿄 하늘을 밝게 비춘다. 3시간가량의 개회식이 끝나면 25일부터 경기가 시작된다. 선수들은 저마다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금메달 꿈을 품고 도쿄에 입성한 노영진(28·광주광역시)이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서 조기 하차했다. 한국 보치아 대표팀은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서 역사에 도전한다. 1988 서울 패럴림픽부터 2016 리우 패럴림픽까지 8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고 도쿄 패럴림픽에서 9회 연속 정상 등극을 노린다. 대한민국 보치아 선수단은 21일 도쿄에 입성해 현지 적응, 훈련 등 9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대업 달성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그때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다. BC 1 개인전, BC 1·2 단체전에 출전 예정이었던 노영진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국내로 돌아가기로 한 것.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직접 취재진에게 이 소식을 전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영진은 컨디션이 평소와 달라 팀 닥터의 진료 후 선수촌 내 폴리 클리닉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했는데 척수에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근력 기능 저하에 따른 낙상, 경추, 척수 손상 등 추가 부상 예방 차원에서 귀국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노영진은 도쿄 패럴림픽을 고대했던 만큼 강한 출전 의지를 보였지만 ‘건강 회복 후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게 좋다’는 임광택 보치아 대표팀 감독 설득에 따라 24일 오후 2시 55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노영진은 2019 두바이지역오픈대회에서 개인, 단체 1위를 차지했다. 2019 서울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선수권에서는 개인 1위, 단체 2위의 성적으로 도쿄 패럴림픽에서 보치아의 9연패 달성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25일 오후 8시30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 플라자에서 스페인과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조별리그 A조 첫 경기를 치른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에 밟는 패럴림픽 본선 무대다. 가슴 벅차고 설레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마냥 그럴 수만은 없다. 작년 세상을 떠난 고(故) 한사현 감독의 빈자리를 보는 선수들 마음 한구석은 돌덩어리를 삼킨 것처럼 무겁다. 한 전 감독의 못다 이룬 꿈에 계속 도전하기 위해선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슛, 리바운드 하나하나가 비장(悲壯)하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한 전 감독은 국내 휠체어농구의 대부였다. 여섯 살에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된 그는 10년이 지난 1984년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1991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00 시드니 패럴림픽 때 한국 휠체어농구 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은퇴 후 지도자가 된 그는 2010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었고, 2014년 인천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8강(6위)도 일궜다. 다음 목표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끊긴 패럴림픽 출전과 4강 진출이었다. 한 전 감독은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과 김동현(33·제주삼다수) 등 선수들을 계속 다독이며 ‘원팀’을 만들었다. 2018년부터 간암 투병을 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마침내 2019년 12월 IWBF(국제휠체어농구연맹)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수년간 선수들과 함께 몸을 부대끼며 피와 땀을 흘린 끝에 얻은 보상이었다. 꿈의 무대가 눈앞에 온 순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병마가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로 패럴림픽이 1년 연기됐고, 한 전 감독은 작년 9월 영면했다. 선수들은 울었다. 조승현은 “감독님이 안 계셔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팀의 주장으로서 감독님이 원하시던 ‘우리는 하나다’라는 마음으로 이기든 지든 부딪쳐 보겠다”고 했다. “지금도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에요. 감독님의 농구 DNA를 코트에서 펼칠 수 있게 도와주실 거라 믿어요.”● 꿈의 도전은 계속된다 대표팀은 올해 3월 고광엽(49) 감독 체제로 재정비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훈련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대표팀과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상대팀에 대비했다. 대표팀의 장점은 스타 팅멤버 5명 전원이 득점력을 갖췄다는 것. 주득점원이 2~3명으로 한정된 다른 팀에 비해 공격 옵션이 다양하다. 한국은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같은 조다. 조 4위 안에 들면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첫 상대 스페인은 2016년 리우 대회 은메달의 강호. 조승현은 “스페인은 A조 최강팀이라 부담이 크다”면서도 “상대가 누구든 우리 농구를 하면 된다. 준비한 대로 보여준다면 언더독(underdog·약자)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신구 조화가 잘 돼 있다. 세계적인 센터 김동현을 잘 활용해 경기를 풀어가면 잘 될 것”이라고 했다. 목표는 한 전 감독이 생전에 외쳤던 4강이다. 물론 현재 전력으로 쉽지는 않다. 조승현은 “첫 번째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 8강 진출”이라며 “조별리그에서 1위를 한다면 8강에서 B조의 이란을 만날 가능성이 커 4강도 꿈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조 2~4위로 8강에 오르면 세계 3강인 미국과 영국, 호주와 만날 수 있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무(43) 대표팀 코치는 한 전 감독과 과거 대표팀과 서울시청에서 선수, 지도자로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스페인은 전통적인 강호이고 국제무대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우리가 열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 당일 슛 컨디션과 정신력이 좋다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우선 8강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8강에 진출하면 4강도 넘볼 수 있다. 2014년 인천에서 거두었던 세계 6위를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 “도쿄 패럴림픽 때문에 치료까지 포기하면서 생의 마지막까지 농구 열정을 불태웠던 한 전 감독님 기일이 9월26일이에요. 마음 같아선 메달을 들고 선수들과 함께 찾아뵙고 싶지만, 최소한 한 전 감독님이 이루었던 성과(세계 6위)는 꼭 넘어서 ‘수고했고 고맙다’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5일부터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수영 레이스가 시작된다. 수영은 1960년 제1회 로마 대회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도쿄에서 16번째 경기를 치른다. 수영에는 금메달이 무려 146개 걸려 있다. 한국에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3관왕’ 조기성(S4)을 비롯해 ‘지적장애 수영선수’ 강정은(S14), 이인국(S14), 이주영(S14), 조원상(S14) 등 총 5명이 출전한다. 리우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의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 동메달 1개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25일 오전 10시11분 조원상과 이인국이 남자 100m 접영 예선에서 가장 먼저 물살을 가른다. 오전 10시 18분 강정은이 여자 100m 여자 접영 예선, 오전 10시25분 조기성이 남자 50m 평영(SB3) 예선에 잇달아 도전한다. 리우에서 자유형 50-100-200m를 석권한 자유형 전문선수인 조기성은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새 종목 평영 도전을 선언했다. “도쿄에서 장애인 수영의 역사가 돼 돌아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각 종목 결선 경기는 이날 오후 6시부터 펼쳐진다. 25일 수영 종목 ‘스타트’를 앞두고 도쿄 패럴림픽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가 ‘숫자로 본 도쿄 패럴림픽 수영’ 프리뷰를 내놨다. ▽2=도쿄 패럴림픽 수영엔 혼성 계영 400m(S14, 지적장애)와 혼성 계영 400m시각 49포인트 (S11~13, 시각장애) 등 2개의 혼성 종목이 추가됐다. ▽3=도쿄 패럴림픽 수영 종목에는 3가지 분류가 있다. S는 자유형, 배영, 접영, SB는 평영, SM은 개인혼영을 뜻한다. ▽6=리우 패럴림픽 6관왕 이하르 보키(벨라루스)는 역대 패럴림픽 최다관왕이다. 도쿄서도 남자 자유형 400m(S13) 등 6개 종목, 6관왕에 도전한다. ▽7=뉴질랜드 스타 패럴림피언 소피 패스코는 7개, 최다 세계신기록 보유자다. ▽14=수영 스포츠 등급분류. 1~10은 지체장애, 11~13은 시각장애, 14는 지적장애를 뜻한다. ▽23=역대 세계 최고 패럴림픽 수영선수 톱5 중 유일한 현역 선수인 ‘아쿠아 우먼’ 제시카 롱(미국)이 획득한 총 메달수. 금메달 1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 총 23개. 도쿄에선 여자자유형 400m(S8), 100m 배영(S8), 100m 평영(SB7), 100m 접영(S8), 200m 개인혼영(SM8)에 나선다. ▽24=패럴림픽 사상 가장 성공한 남자 수영선수로 꼽히는 브라질의 다니엘 데 파리아 디아스는 메달을 총 24개(금14, 은7, 동3) 따냈다. 역대 최다 금메달 보유자인 마이크 케니(영국, 16개)에 2개 모자란다. 이번 대회 경신 여부에 시선집중… ▽55=패럴림픽 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선수는 미국의 트리샤 존. 1980~2004년에 걸쳐 금메달 41개, 은메달 9개, 동메달 5개, 총 55개 메달을 휩쓸었다. ▽92=리우 패럴림픽에서 중국 선수들이 따낸 수영 메달 수. 덕분에 중국은 압도적인 종합순위 1위를 기록했다. 2004년 아테네, 2012년 런던에서도 중국은 수영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146=도쿄 패럴림픽에서 성별, 종목, 등급을 통틀어 부여된 총 금메달 수. 리우 대회보다 6개가 줄었다. ▽606=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수영선수는 여성선수 264명, 남성선수 342명으로 총 606명이다. 런던 대회 604명을 뛰어넘은 역대 최다 참가선수 기록. ▽689=수영 강국 미국이 역대 패럴림픽에서 획득한 총 메달수. 금메달 268개, 은메달 205개, 동메달 216개.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우리에게는 날개가 있다(We Have Wings).” 24일 오후 8시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리는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식 주제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패럴림픽 참가 선수들은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든 그 힘을 이용해 전진할 수 있다는 걸 안다”면서 “이들이 펼치는 놀라운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우리도 날개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장애인 올림픽 때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이날 개회식에 한국은 히라가나 순서에 따라 전체 162개 참가국(팀) 가운데 81번째로 입장한다. 보치아 대표 선수 최예진(30·충남도청)과 경기 파트너인 어머니 문우영 씨(59)가 기수로 나선다. 최예진은 “세계에 보치아를 알릴 기회인 것 같아 뿌듯하다. 경기력 향상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체 22개 종목 중 14개 종목에 선수단 159명(선수 86명, 임원 73명)을 파견했다. 해외에서 열리는 패럴림픽 가운데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개회식에는 34명(선수 8명, 임원 26명)만 참가한다. 당초 이번 패럴림픽에는 역대 최다인 181개국이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참가팀 수가 줄었다. 아프가니스탄 역시 국내 사정 때문에 대표팀을 보내지 못했다. 북한도 참가하지 않는다. 6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난민 선수단이 개회식에서 가장 먼저 입장하며 개최국 일본이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한다. 일본에 앞서 2024년 대회 개최국인 프랑스가 161번째, 2028년 개최국인 미국이 160번째로 들어온다. 개회식을 마친 선수들은 9월 5일 폐회식까지 13일 동안 539개 금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한국은 배드민턴 보치아 탁구 등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 종합 순위 20위 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치아는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쳐 놓은 듯한 스포츠로,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지상파 3사(KBS, MBC, SBS) 모두 패럴림픽 개회식을 생중계할 예정이며 기타 주요 경기도 중계한다. 온라인에서는 한국 선수단 공식 홈페이지와 대한장애인체육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생중계 및 주문형비디오(VOD) 시청이 가능하다. 패럴림픽 경기 역시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대부분 관중 없이 진행하지만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차원에서 학교 단위 학생 관중은 입장을 허용한다. 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국제장애인연합(IDA)은 이번 패럴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 인구 중 15%에 달하는 장애인에 대해 편견 없는 시선을 촉구하는 ‘WeThe15’ 캠페인을 10년간 진행하기로 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미국 워싱턴주 대표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LLWS)에 출전한 일라이 존스(12·오른쪽)는 22일 열린 토너먼트 1회전에서 플로리다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LLWS에서 노히트 노런이 나온 건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던 존스에게 가장 먼저 축하를 건넨 건 존스에게 막혀 우승 희망을 잃게 된 마크 로저스 플로리다 감독이었다. 스포츠에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걱정스럽지만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리고 돌아가고 싶다.” 한국 역도 대표 최근진(45)은 24일부터 막을 올리는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을 이틀 앞둔 22일 현지 적응훈련을 진행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걱정스러울 만도 하다. 개막을 코앞에 둔 이날 현재 패럴림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31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페이스라면 비장애인올림픽 때 확진자 수(547명)를 넘어설 확률이 높다. 이번 패럴림픽에 참가하려던 선수 가운데서도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5년간 준비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선수 혼자만 입국해야 하는 것도 패럴림픽 출전 선수들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육상 대표팀 김상현 감독은 “(뇌성마비 1급인) 전민재(44)가 평소에 늘 함께하던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니 조금 불편해하는 것 같다. 그래도 밝게 웃으면서 잘 이겨내고 있다”고 전했다. 바누아투, 사모아, 키리바시, 통가 등 태평양 4개국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아예 이번 대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자국에서 일본으로 오는 직행 노선이 없어 중간에 호주를 거쳐야 한다. 호주는 입국자에 대해 예외 없이 2주 자가 격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대회에 출전하기 않기로 결정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역도 54kg급에 출전하는 최근진(45·충북장애인체육회)은 바벨 옆에서 함박 웃음을 지었다.그는 22일 연습을 마친 뒤 “코로나19로 인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증폭(PCR) 타액 검사 등 대기 시간이 길어서 불편함은 있었지만, 컨디션은 전반적으로 괜찮다. 특히 우리 선수들을 위해 음식을 잘 준비하신 덕분에 잘 먹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도쿄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단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쿄에 급식센터를 운영 중이다. 보온·보냉 도시락을 준비해 영양 뿐 아니라 음식의 온도까지 꼼꼼하게 맞추고 있다.최근진은 “잘 먹고 열심히 연습해 경기에 임하겠다. 코로나19로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고 싶다.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하고자 하는 걸 다 보여드리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최근진은 다른 선수에 비해 팔이 긴 편이다. 바벨을 들어올리는 역도선수로 단점이다. 그러나 최근진은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긴팔 근력과 지구력을 키워 한번에 힘을 몰아 쓰는 기술을 몸에 익혔다.지난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두번째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최근진은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한단계 더 도약하겠다. 100% 그 이상의 경기력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이번 대회 역도에는 최근진을 비롯해 김형희(67kg이하), 이영선(86kg이하), 이현정(86kg이상), 전근배(107kg이상) 등 5명이 출전해 메달에 도전한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 패럴림픽공동취재단}
첫 도전이었던 2016 리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는 8위에 그쳤다. 5년이 지난 2021 도쿄 패럴림픽 무대에선 더 높은 곳을 노린다. 힘과 테크닉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아시아 1인자 김세정(45)이 세계무대 시상대를 향해 힘차게 물살을 가른다.김세정은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를 완성해 2000m 레이스에서 기량 110%를 만들어내겠다”라고 출전각오를 밝혔다. 목표는 손에 닿을 듯 하다. 김세정은 2019 아시아조정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스컬(PR1 W1x)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올 2월에도 세계실내조정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오르며 도쿄 패럴림픽 메달 가능성을 더 높였다.김세정은 22일 연습 뒤 “파이널 1, 2 결선에 진출해 동메달을 획득하고 싶다. 유럽 선수들보다 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떻게든 극복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연습을 지켜본 이재남 감독은 “16일 선수촌에 입촌했지만 21일까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로 실내 로잉머신으로 연습을 대신했다. 오늘 오전 오후 두차례에 연습을 통해 리듬감을 잡았다. 컨디션은 좋다”고 전했다. 김세정은 27일 예선에 출전한다. 결선은 29일이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 패럴림픽공동취재단}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육상대표팀 선수들이 도쿄 입성 후 첫 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패럴림픽 육상 종목엔 전민재(44·장애등급 T36)와 유병훈(49·T53) 두 명이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한다.패럴림픽에 네 번째 출전하는 전민재의 컨디션은 일단 ‘맑음’. 출전 각오는 짧고 간결하지만 동시에 확실하다. 전민재는 22일 연습을 마친 뒤 “3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육상 김상현 감독도 “현재 전민재의 컨디션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 밝은 모습으로 현지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전민재는 한국 장애인 육상 간판선수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첫 출전에 이어 2012년 런던에서 100m와 200m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200m 은메달을 땄다. 어느새 선수생활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전민재는 도쿄에서도 100m와 200m 메달을 향해 질주한다.유병훈도 ‘맑음’이다. 유병훈은 “가까운 나라에서 치르는 경기라 컨디션이 좋다. 기록대로 뛰는 것이 목표고 생각했던 기록만 나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패럴림픽 개인 메달이 없는데 이번에 목표를 꼭 이루고 싶고 그동안의 실패를 보완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욕심내겠다”고 했다. 육상 모든 종목에 뛰어난 유병훈은 도쿄 패럴림픽 100m, 400m, 800m 그리고 마라톤에 출전한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 패럴림픽공동취재단}
24일 일본 도쿄에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막을 올려 9월 5일까지 열린다. 일본은 이번 대회 개최로 1964년에 이어 패럴림픽을 두 번 개최하는 첫 번째 도시가 됐다. 1964년 도쿄 대회는 패럴림픽이라는 명칭을 처음 쓴 대회이기도 하다. 일본은 ‘게임 천국’이라는 이미지답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더 페가수스 드림 투어’라는 패럴림픽 공식 비디오 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14개 종목에 선수 86명 등 총 159명이 참가한다. 알아 두면 쓸모 있는 패럴림픽 상식 10가지를 문답으로 정리해 봤다. Q. 장애인 올림픽을 왜 패럴림픽이라고 부르나. A. 비장애인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이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공식 설명에 따르면 패럴림픽은 ‘옆의’ ‘대등한’이라는 뜻인 그리스어 접두사 파라(para)와 올림픽을 합친 표현이다. 40대 이상 독자 가운데는 ‘1988 서울장애자올림픽’ 마스코트 ‘곰두리’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 거다. 1988년 서울 대회는 △올림픽이 열린 도시에서 △올림픽 시설을 활용해 △올림픽에 연이어 치른 첫 패럴림픽이었다. 성화 봉송도 1988년 서울 대회 때가 처음이었다. 단, 초창기에는 하반신 마비(paraplegic)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였기 때문에 패럴림픽이라는 명칭을 썼다. 그러다 다른 장애인도 참여하는 대회가 되면서 의미를 확장했다. Q.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은 총 339개였다.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은 몇 개인가. A. 539개다. 원래 패럴림픽이 비장애인 올림픽보다 금메달 개수가 더 많다. 금메달 개수가 많다는 건 하위 종목(event)이 더 많다는 뜻이다. 사실 종목 개수(22개) 자체는 비장애인 올림픽(33개)보다 적지만 패럴림픽은 장애 부위와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메달 개수가 늘어난다. 일본 전통 부채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이번 패럴림픽 메달은 전면에 점자로 ‘Tokyo 2020’이라고 써넣었으며 메달 옆에는 금은 1개, 은은 2개, 동은 3개 홈을 파서 메달 색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올림픽 때 양궁처럼 한국이 절대 강세인 종목이 있나. A. 보치아다. 한국은 보치아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 8번 연속으로 이 종목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이 달성했던 9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참가하는 보치아는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친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빨강과 파랑 두 색깔의 공을 6개씩 나눈 뒤 하얀 표적 공에 가장 가까이 던진 공에 1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보치아는 골볼과 함께 비장애인 올림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종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때 한국 대표는 골볼에 출전하지 않는다. Q. 태권도도 패럴림픽 정식 종목인가. A. 그렇다. 이번 도쿄 대회부터 태권도는 배드민턴과 함께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태권도는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그런 것처럼 패럴림픽에서도 메달 갈증에 시달리는 나라에 메달을 선물하는 ‘관대한 종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휠체어2(WH2)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김정준(43·울산 중구청) 등 7명이 출전하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역시 이번 대회에서 패럴림픽 초대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Q.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에 강한 나라는 패럴림픽에서도 그런가. A. 그런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패럴림픽 탁구에서도 금메달을 가장 많이(62개) 딴 나라이고, 미국은 휠체어 농구 금메달 최다(12개) 획득 국가다. 브라질은 5인제 축구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단, 양궁에서는 한국(16개)이 아니라 영국(20개)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통산 양궁 금메달 개수에서 미국(19개)에도 뒤진다. 종합순위에서는 중국이 2004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Q. 한국은 언제부터 패럴림픽에 나갔나. A. 한국은 1968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제3회 대회부터 참가했다. 당시에는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지만 1972년 하이델베르크 대회 때는 금 4개, 은 2개, 동 1개로 종합 16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 때는 베트남전쟁 도중 장애를 얻은 송신남(77)이 탁구 TT1(숫자가 작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함) 남자 단식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패럴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이 나온 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였으니까 패럴림픽이 4년 더 빨랐다. 송신남은 이 대회 단체전 우승으로 한국인 첫 패럴림픽 2관왕 타이틀도 얻었다. Q.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딴 선수도 있나. A. 한국 선수 가운데는 없지만 해외 선수 가운데는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세케레시 팔(57·헝가리)은 1991년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됐다. 이후 휠체어 펜싱 선수로 변신한 세케레시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패럴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세케레시는 1999∼2005년 헝가리 체육청소년부 차관을 지내면서도 패럴림픽 출전을 잊지 않았다. Q. 휠체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휠체어 농구에도 트레블링이 있나. A. 그렇다. 볼을 들고 있는 상태로 휠체어를 세 번 이상 밀면 트레블링을 선언한다. 비장애인 농구와 마찬가지로 드리블은 몇 번을 해도 상관이 없다. 그 밖에 페인트존 3초 제한 등 나머지 규칙은 비장애인 농구와 똑같다. 휠체어 테니스도 다른 규칙은 비장애인 테니스와 같지만 2바운드를 인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바닥에 두 번 튄 공을 상대 코트로 넘겨도 정상 플레이로 간주하는 것이다. 배드민턴 휠체어 종목이 코트 폭을 반만 사용하는 것도 비장애인 배드민턴과 다른 점이다. 또 휠체어를 타고 경주를 벌이는 종목에서는 앞바퀴 맨 앞이 아니라 중심점이 결승선 통과 기준점이 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또 휠체어 경주에서는 출발 신호 때 앞바퀴가 땅에서 떨어져 있으면 부정 출발이다. Q.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는 비장애인과 손을 잡고 뛰는 것 같던데…. A. 맞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선수가 참가하는 T11 종목 선수는 가이드 러너와 함께 뛸 수 있다. 단, 손을 잡고 뛰는 건 아니고 끈을 사용해 0.5m 거리를 유지한 채 달린다. 만약 가이드 러너가 선수보다 앞서 달리면 실격 처분을 받게 된다. 사이클에서도 파일럿이 시각장애인 선수 앞에 앉아 방향을 잡아 준다. 시각장애인 수영 선수는 턴(turn) 지점을 짐작할 수 있도록 모자에 태퍼(tapper)라고 부르는 기구를 장착하고 경기에 참여한다. Q. 패럴림픽 메달을 딴 선수도 연금 혜택을 받나. A. 그렇다.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역시 비장애인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똑같이 경기력향상연구연금 포인트(금 90점, 은 70점, 동 40점)를 받는다. 그러면 금메달리스트는 월 100만 원, 은메달리스트는 월 75만 원, 동메달리스트는 월 52만5000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까지는 패럴림픽과 비장애인 올림픽 메달리스트 사이에 차이가 있었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로는 이 차이가 사라졌다. 단, 신체적인 특성 때문에 패럴림픽 선수는 병역 혜택과는 무관하다. ‘신유빈과 맞대결’ 파르티카 5연패 도전… 男육상 1500m선 ‘비장애인 기록’ 추월“장애는 극복 대상이 아니다” … 비장애인 선수 뛰어넘는 패럴림픽 선수들“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보낸 가정통신문에 등장한 문구다. 이 가정통신문은 “‘보다 극적으로’, ‘보다 감동적으로’, ‘보다 영웅스럽게’ 장애인 스포츠를 보도하는 게 문제”라면서 “‘감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에게 “‘장애’가 아닌 ‘스포츠’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애의 반대말은 정상이 아니라 비장애”이며 “장애인 선수들도 스포츠를 즐기고 경기를 치르는 데 있어서 스포츠 본연의 스릴과 감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 “장애인 선수는 더 이상 장애를 극복한 특별한 선수가 아니다”라며 “스포츠를 통해 성취감을 얻는 한 명의 스포츠 선수”라고 강조했다. 폴란드 탁구 대표 나탈리아 파르티카(32)가 이를 증명하는 대표 사례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나탈리아 바요르(24)와 짝을 이뤄 한국의 신유빈(17·대한항공)-최효주(23·삼성생명) 조를 상대했던 파르티카는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파르티카는 “장애에 대한 질문을 10년 넘게 받고 있는데 좀 지겹다”며 “나는 비장애인 선수들이 하는 모든 것을 할 줄 안다. 장애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파르티카는 현재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79위로 신유빈(82위)보다도 세 계단이 높다. 신유빈은 82위가 개인 최고 랭킹인 반면 파르티카는 48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 때는 2회전에서 탈락한 파르티카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이번 대회의 신유빈처럼 32강에 진출했다. 그 대신 파르티카는 비장애인 선수가 할 수 없는 것도 할 줄 안다. 파르티카는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때 TT10(숫자가 작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함)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뒤로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 4연패를 이뤘다. 현재 TT10 랭킹 1위인 파르티카는 도쿄에서 패럴림픽 5연패에 도전한다. TT10 랭킹 2위 멀리사 태퍼(31·호주) 역시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이번 도쿄 대회 때도 비장애인 올림픽과 패럴림픽 동시 출전을 앞두고 있다. 그 밖에 파올라 판타토(62·이탈리아·양궁)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나탈리 두 토이(37·남아프리카공화국·수영)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오스카 피스토리우스(35·남아프리카공화국·육상)는 2012년 런던 대회 때, 자라 네마티(36·이란·양궁)는 2016년 리우 대회 때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했다. 미국 육상 대표 말랴 루냔(52)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 선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시차를 두고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올림픽에서 활약하다가 장애를 얻은 뒤 패럴림픽 무대로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망막 손상 때문에 법적 실명 상태인 루냔은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를 따낸 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올림픽으로 무대를 옮겼다. 루냔은 시드니 올림픽 때는 여자 1500m에서 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루냔처럼 도우미 없이 혼자 트랙을 달릴 수 있는 육상 선수는 T13 등급에서 경기를 벌인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 남자 1500m T13에 참가한 압델라티프 바카(27·알제리)는 3분48초2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리우 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 매슈 센트로위츠 주니어(32·미국)가 결선에서 기록한 3분50초보다도 빠른 기록이었다. 그래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따로 여는 게 오히려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프랑스 시각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선수 샤를 카트린(33)은 “올림픽에 처음 여자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도 ‘누가 그렇게 실력이 떨어지는 경기를 보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2012년 런던 패럴림픽 때 경기장 입장권 272만 장이 팔렸다. 전 세계에 장애인이 13억 명이다. 스폰서 기업도 중국만 한 ‘이머징 마켓’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