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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지난해 9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국내 투자 및 R&D 계획을 밝혔다. 핵심 성장 동력인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의 국내 기반 시설과 미래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SK그룹 주요 관계사들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2022∼2027년 5년간 R&D에만 25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도 67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먼저 R&D 분야에서는 2022년부터 5년간 △반도체·소재 22조1000억 원 △그린 8000억 원 △디지털 1조2000억 원 △바이오·기타 1조1000억 원 등을 투입한다. 비수도권 투자 분야 또한 △반도체·소재 30조5000억 원 △그린 22조6000억 원 △디지털 11조2000억 원 △바이오·기타 2조8000억 원 등으로 SK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에 맞춰져 있다. SK그룹은 최근 SK하이닉스가 향후 5년간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인 M15X에 모두 15조 원을 투자키로 한 것을 비롯해 SK실트론, SK㈜ 머티리얼즈, SK E&S 등의 사례가 대표적인 비수도권 투자 사례라고 밝혔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에 약 5조 원을 투자해 5G 등 유무선 통신망을 확충키로 했다. 이 중 유무선 통신사들의 전국망 확충은 SK그룹 1·2차 협력업체는 물론 지방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 가능한 분야로, SK그룹 투자에 따른 연쇄적인 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SK 관계자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SK그룹 핵심 전략산업의 생산 기반인 국내 시설을 지속적으로 신·증설하고, R&D에도 대규모로 투자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내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소재·부품·장비 등 이른바 소부장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현재 계획된 중장기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뜻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전략이 한국 산업계를 점점 더 강하게 죄어 오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을 제한할 수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한마디에 반도체 업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배터리 업계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 가이드라인 발표를 한 달 앞두고 ‘전기차 충전기 버전의 IRA’까지 등장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이 한국의 주력 성장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를 양손에 쥐고 흔든다”는 말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15일(현지 시간) 발표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법안 세부규정으로 국내 기업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약 10조 원을 투입해 미 전역에 전기자동차 충전소 50만 곳을 짓기로 한 이 법안은 2021년 통과됐다. 그런데 세부 규정에서 충전기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산 철강을 쓰고, 미국에서 최종 조립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특히 내년 7월부터는 부품의 55% 이상을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 미국 내 생산은 물론이고 자재와 부품까지 현지 조달을 강제한 셈이다. 충전기 업체 A사 관계자는 “미국산 자재가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이제 와서 급하게 공급처를 뚫으려면 현지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충전기 공장 무조건 美에 두라는 것”… 韓 수출기업 비상 美, 전기차 충전기도 압박 최근 발표 ‘바이 아메리카’ 세부규정韓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 가능성수출업체들 현지 공장 설립 고민미국産 자재 확보도 발등의 불 미국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강화는 북미 시장 의존도가 크고 중국과 긴밀한 공급망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한국 기업들로서는 부담이 배가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왔다. 그러나 최근 나오고 있는 세부 지침들은 한국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충전기 관련 세부 규정의 경우도 업계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최종안에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혼선만 확대됐다는 게 업계 얘기다. 당초 안에서 미국산 부품 비중 기준은 ‘올해까지 25%, 내년 1월부터 55%’였다. 최종안은 ‘내년 7월부터 55%’로 적용 시점을 겨우 6개월 유예했는데, 원래는 없었던 ‘미국산 철강’이 갑자기 끼여 들어갔다. 충전기 업체 B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미국에 무조건 공장을 두라는 입장 역시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를 들썩이게 한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의 발언도 같은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에 제공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1년 유예가 올 10월 종료되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방향은 기업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과 SK의 입장에선 당장 올 하반기(7∼12월) 이후 대중 투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생산 전략에 큰 변수가 생긴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동맹 기업들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지만 결국 우리 기업들은 물밑 협상에 시간과 역량을 쏟아야 한다”면서 “어떤 결론이 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도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3월 말로 예정된 IRA 세부 규정 발표를 한 달여 남겨 두고 미국 정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리튬, 코발트 등 중국산 배터리 소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업계는 ‘우려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에 대한 정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가장 최근 가이드라인인 지난해 12월 IRA 백서에서도 이는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IRA에는 “미국의 우려집단으로부터 부품이나 핵심광물을 조달받을 경우 세액공제에서 제외된다”고만 명시돼 있다. 12월 백서에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나오지 않았다. 우려집단의 대표로 거론되는 곳은 중국이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을 공급망에서 원천 배제하고 배터리, 전기차를 생산하는 건 가까운 시일 내 불가능하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 재무부가 IRA 백서를 통해 핵심광물 인정범위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감안할 때, 우려집단 관련 요건도 세부규정을 지켜보며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백서에서도 주요 조항에 ‘may(할 수도 있다)’라고 표현돼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IRA 초안 발표 이후 6개월여가 지나면서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칠레, 호주, 캐나다 등으로 배터리 소재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장이 착공 및 양산에 이르기까지 최소 2, 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올해와 내년에는 국내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 관련 규제 적용 시점의 ‘3년 유예’를 호소해 왔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좌절감과 혼선은 이달 13일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포드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생산라인 설립 계획 발표로 더욱 커져 있다. 정작 미국의 ‘안방’ 시장에 중국 배터리 업체가 진출하는 것을 사실상 눈감아 준 셈이기 때문이다. CATL은 기술 라이선스만 제공하고 생산은 미국 현지에서 포드가 하는 방식으로 IRA를 우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결국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제외하겠다는 IRA의 근본 방향성을 훼손해가면서까지 자국 내 일자리와 생산설비 유치를 택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앞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나올 많은 정책들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챗GPT 등 이용자의 일상에 완전히 스며든 첨단 인공지능(AI) 기술과 서비스, 5G(5세대)와 6G를 넘나드는 차세대 네트워크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의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이 27일(현지 시간)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국내 기업까지 200개 이상 국가에서 2000여 곳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치열한 기술 경쟁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8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MWC 행사가 열리는 전시장 ‘피라 그란비아’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세 된 AI, 기술부터 윤리 문제까지 조명올해 MWC를 관통할 핵심 주제 중 하나는 AI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말 공개한 뒤 월 이용자 1억 명 이상을 모은 미국 오픈AI의 챗봇(무인 대화 서비스) ‘챗GPT’ 열풍이 MWC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MS는 MWC에서 오픈AI와 협력해 출시한 챗봇형 검색 서비스 ‘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MS는 “방문객들은 바르셀로나에서 교통 정보와 식당 추천을 받기 위한 오픈AI 기반 빙 챗봇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 FC 바르셀로나는 MWC에서 AI 기술 등으로 스포츠 선수의 경기력을 높일수 있는 산업 전략을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한국 ICT 기업 역시 AI를 중심으로 전시관을 구성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MWC에서 총 10종의 AI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오래된 정보를 기억해 이용자와의 대화에 활용하는 장기기억 기술과 사진과 음성 등 복합적인 정보도 이해하는 ‘멀티모달’ 시스템이 적용된 AI 서비스 ‘에이닷’ 등이다. KT는 올해 상반기(1∼6월) 중 상용화 예정인 초거대 AI ‘믿음’을 MWC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이미지와 영상을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는 ‘비전 AI’, 현재 협업 중인 반도체 설계 업체 리벨리온 제품도 내보인다. AI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윤리 문제도 MWC에서 다뤄진다. GSMA는 28일 ‘인공지능은 정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주최 측은 “AI를 어떻게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자리”라고 소개했다. ● 6G 시대 앞둔 통신시장 경쟁 치열진화한 5G 이동통신과 6G 기술 역시 MWC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ICT 업계에선 미국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여름올림픽을 기점으로 6G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역시 6G 시장에서 미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핀란드 노키아와 일본 NTT 도코모는 MWC에서 6G 시대를 겨냥해 새로운 주파수 방식으로 네트워크 용량을 높인 기술을 발표한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와 확장현실(XR) 등 대규모 데이터를 주고 받는 서비스를 구현할 때 필요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통신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존보다 고도화한 5G 네트워크 기술을 공개한다. 신규 칩셋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5G 기지국은 기존 장비보다 데이터 처리 용량이 약 2배 늘어나고 소비 전력도 4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전시관은 ‘갤럭시 생태계’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와 노트북 ‘갤럭시 북3 시리즈’를 방문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구글, 퀄컴 등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인 글로벌 기업도 MWC 전시관에 갤럭시 시리즈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GSMA는 올해 MWC의 주요 주제 중 하나로 오픈넷(개방형 네트워크)을 꼽았다. 이에 따라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과 서비스를 더 많은 기업, 기관, 이용자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MWC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무선 통신 장비의 제조사가 다르더라도 서로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 기술인 오픈랜(개방형 무선 접속망) 기술이 대표적이다. MWC에서 벌어질 인터넷망 사용료(망 사용료) 찬반 논쟁도 글로벌 ICT 업계의 관심사다.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할 것을 주장해 온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MWC 개막 첫날 기조연설자로 참여한다. 이어 망 사용료 부과 정책에 반대하는 넷플릭스의 그레그 피터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둘째 날에 기조연설을 진행한다.바르셀로나=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뜻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전략이 한국 산업계를 점점 더 강하게 죄어 오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을 제한할 수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한마디에 반도체 업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배터리 업계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 가이드라인 발표를 한 달 앞두고 ‘충전기 버전의 IRA’까지 등장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이 한국의 주력 성장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를 양손에 쥐고 흔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15일(현지 시간) 발표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법안 세부규정으로 국내 기업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약 10조 원을 투입해 미 전역에 전기자동차 충전소 50만 대를 짓기로 한 이 법안은 2021년 통과됐다. 그런데 세부규정에서 충전기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산 철강을 쓰고, 미국에서 최종 조립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특히 내년 7월부터는 부품의 55% 이상을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 미국 내 생산은 물론 자재와 부품까지 현지 조달을 강제한 셈이다. 미국 수출을 겨냥하고 있던 국내 제조업체들은 갑작스럽게 현지 공장 설립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 현지 생산을 준비했던 기업들도 미국산 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충전기 업체 A사 관계자는 “미국산 자재가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이제 와서 급하게 공급선을 뚫으려면 현지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강화는 북미 시장 의존도가 크고 중국과 긴밀한 공급망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한국 기업들로서는 부담이 배가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왔다. 그러나 최근 나오고 있는 세부지침들은 한국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충전기 관련 세부규정의 경우도 업계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최종안에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혼선만 확대됐다는 게 업계 얘기다. 당초 안에서 미국산 부품 비중 기준은 ‘올해까지 25%, 내년 1월부터 55%’ 였다. 최종안은 ‘내년 7월부터 55%’로 적용 시점을 겨우 6개월 유예했는데, 원래는 없었던 ‘미국산 철강’이 갑자기 끼어 들어갔다. 충전기 업체 B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미국에 무조건 공장을 두라는 입장 역시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를 들썩이게 한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의 발언도 같은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에 제공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1년 유예가 올 10월 종료되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방향은 기업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과 SK의 입장에선 당장 올 하반기(7~12월) 이후 대중 투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생산 전략에 큰 변수가 생긴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동맹 기업들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지만 결국 우리 기업들은 물밑 협상에 시간과 역량을 쏟아야 한다”면서 “어떤 결론이 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도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배터리업계는 3월 말로 예정된 IRA 세부 규정 발표를 한 달여 남겨 두고 미국 정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리튬, 코발트 등 중국산 배터리 소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업계는 ‘우려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에 대한 정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가장 최근 가이드라인인 지난해 12월 IRA 백서에서도 이는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IRA에는 “미국의 우려집단으로부터 부품이나 핵심광물을 조달받을 경우 세액공제에서 제외된다”고만 명시돼 있다. 12월 백서에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나오지 않았다. 우려집단의 대표로 거론되는 곳은 중국이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을 공급망에서 원천 배제하고 배터리, 전기차를 생산하는 건 가까운 시일 내 불가능하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 재무부가 IRA 백서를 통해 핵심광물 인정범위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감안할 때, 우려집단 관련 요건도 세부규정을 지켜보며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백서에서도 주요 조항에 ‘may(할 수도 있다)’라고 표현돼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IRA 초안 발표 이후 6개월여가 지나면서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칠레, 호주, 캐나다 등으로 배터리 소재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장이 착공 및 양산에 이르기까지 최소 2, 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올해와 내년에는 국내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 관련 규제 적용 시점의 ‘3년 유예’를 호소해 왔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좌절감과 혼선은 이달 13일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포드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생산라인 설립 계획 발표로 더욱 커져 있다. 정작 미국의 ‘안방’ 시장에 중국 배터리 업체의 진출을 사실상 눈감아 준 셈이기 때문이다. CATL은 기술 라이선스만 제공하고 생산은 미국 현지에서 포드가 하는 방식으로 IRA를 우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결국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제외하겠다는 IRA의 근본 방향성을 훼손해가면서까지 자국 내 일자리와 생산설비 유치를 택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앞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나올 많은 정책들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_곽도영기자 now@donga.com박현익기자 beepark@donga.com}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번 결정의 배경을 이같이 비유했다. 그만큼 시장에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설명하며, 이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이 특히 ‘물가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을 통해 가길 원하는 ‘물가 경로’”라며 “3월부턴 물가가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가기보다는 지금 수준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 경로로 가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 등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7연속(2022년 4·5·7·8·10·11월, 2023년 1월) 금리 인상에 ‘브레이크’를 건 데는 경기 침체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경기 침체 징후를 보이지 않는 반면에 한국은 이미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며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 비율이 높은 한국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큰 탓에 이번에는 동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 경제가 ―0.4% 뒷걸음친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도 역성장 가능성이 나온다. 그 경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 수출이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하는 등 민간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란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상당 기간이란 표현은 예상한 물가 경로가 정책 목표인 2%로 간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라며 “그 전에 금리 인하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올해 말 물가 상승률이 3%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내 ‘피벗(pivot·정책 전환)’은 없을 것이란 뜻으로 읽힌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벌어지는 한미 금리 차도 한은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차는 1.25%포인트로 유지되고 있지만 연준의 행보에 따라 최대 2%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큰 우려 사항은 환율 불안정성”이라며 “한미 금리 차가 벌어져 다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차와 관련해 “변동환율제 아래에서 적정 수준은 없고 기계적으로 어느 정도가 위험하거나 바람직한 것도 없다”면서도 “환율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 시장과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숨 고르기’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기준금리 예측과 정책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금리가 상반기(1∼6월) 3.75%, 연말 3.75∼4.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상 폭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내린 1297.1원으로 마감하며 1300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89%, 0.61% 올랐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야시르 알 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 국부펀드 총재(사진)가 다음 달 방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회동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루마이얀 회장은 다음 달 초순 한국에 머무르는 일정과 함께 국내 정재계 인사들과 회동을 최종 검토 중이다. 이번에 한국을 찾게 되면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로는 첫 방한인 셈이다. 루마이얀 회장은 세계 최대 석유화학사인 사우디 국영 아람코의 이사회 의장이다. 아람코 자회사인 에쓰오일은 6일 총 투자 규모가 9조 원대에 이르는 신규 석유화학단지(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을 열 예정이다. 루마이얀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의 국가 경제 전략을 지원하는 국부펀드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도 면담한 바 있다. 루마이얀 회장은 방한 기간 국내 기업인들과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주요 그룹 CEO들에게 초청장도 발송됐는데, 최종 참석자는 아직 미정이다. 국내 기업인 회동에서는 그린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와 첨단 모빌리티를 포함한 미래 산업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지 일정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28일부터 3월 5일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스페인·포르투갈·덴마크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한다. 대한상의는 최 회장을 수석대표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성일경 삼성전자 구주총괄장, 홍성화 위원(전 주멕시코 대사) 등으로 구성된 사절단이 방문국 대표들과 부산엑스포 지지 및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번 결정의 배경을 이같이 비유했다. 그만큼 시장에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설명하며, 이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을 두고 특히 ‘물가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리인상을 통해 가길 원하는 ‘물가 경로’”라며 “3월부턴 물가가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가기 보다는 지금 수준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 경로로 가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긴축기조 등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7연속(2022년 4·5·7·8·10·11월, 2023년 1월) 금리인상에 ‘브레이크’를 건 데는 경기침체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경기침체 징후를 보이지 않는 반면 한국은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며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 비율이 높은 한국은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큰 탓에 이번에는 동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 경제가 ―0.4% 뒷걸음친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도 역성장 가능성이 나온다. 그 경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수출이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하는 등 민간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상당 기간이란 표현은 예상한 물가 경로가 정책목표인 2%로 간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라며 “그 전에 금리인하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올해 말 물가 상승률이 3%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내 ‘피벗’(pivot·정책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향후 금리의 향방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기준금리 예측과 정책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준 금리가 상반기(1~6월) 3.75%, 연말 3.75~4.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상 폭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질 경우 한은도 따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로 유지되고 있지만 연준의 행보에 따라 최대 2%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큰 우려사항은 환율 불안정성”이라며 “한미 금리차가 벌어져 다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물가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차와 관련해 “변동환율제 아래에서 적정수준은 없고 기계적으로 어느 정도가 위험하거나 바람직한 것도 없다”면서도 “환율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시장과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내린 1297.1원으로 마감하며 1300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89%, 0.61% 올랐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자사 제조업의 모태가 된 옛 제일모직 대구공장 부지에 대구 지역 스타트업 육성 캠퍼스를 연다. 삼성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를 지방으로도 확대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키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22일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서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개소식에는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과 이인선 의원,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이 참석했다.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는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자체 지역 거점이다. 450평(약 1488㎡) 공간에 스타트업을 위한 업무 공간과 다양한 형태의 회의실, C랩 파트너 운영 사무실, 휴게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프로그램에 선발된 지역 스타트업에는 최대 1억 원의 사업 지원금과 맞춤형 컨설팅, 삼성전자 및 관계사와의 협력 기회, 국내외 판로 개척이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국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를 운영해 왔다. 기존 대구 지역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삼성이 협력해 발굴, 지원하는 형태였다. 올해부터는 삼성이 지역 스타트업 선발과 운영에도 직접 나서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에 이어 ‘C랩 아웃사이드 광주’ ‘C랩 아웃사이드 경북’을 개소하고 지역 창업 생태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지난 8년간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하면서 333개(대구 185개, 경북 148개)의 지역 대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이들 기업의 누적 매출은 8700억 원, 신규 유치한 투자금액만 4100억 원에 이른다. 4100명을 신규 고용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그간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 참가해 총 16개의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의 첫 육성 대상으로 혁신 스타트업 5개사를 선정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선도 도시라는 대구 지역 특성에 맞게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중점 선발했다. △의료 인공지능(AI) 활용 뇌질환·언어장애 진단 플랫폼 개발 기업 ‘네오폰스’ △태아·산모 건강진단 서비스 개발사 ‘클레어오디언스’ △미세먼지 저감 고효율 촉매 필터 개발 기업 ‘티아’ △모듈 교체형 로봇 플랫폼 기업 ‘엠에프알’ △상황에 따라 투명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 개발 업체 ‘뷰전’ 등이다.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는 북구 호암로 51 ‘삼성창조캠퍼스’ 안에 있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건물 2층에 자리 잡았다. 삼성창조캠퍼스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이 구현된 옛 제일모직의 공장부지 2만7000평(약 8만9000㎡)에 조성된 지역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제일모직 대구공장은 1956년 가동을 시작해 1970, 80년대에는 4500명을 고용하는 대형 사업장으로 성장하며 수출 한국을 주도했다. 이 공장은 1997년 경북 구미시의 제일모직 공장으로 통합 이전됐다. 삼성은 이후 남아 있던 부지에 지방 최초의 오페라극장과 삼성창조캠퍼스를 설립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홍 시장은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역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힘쓴 덕분에 지역의 창업 인프라가 더욱 활력을 얻고 단단해지고 있다”며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서 대구 첫 유니콘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하겠다”고 응원을 전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소니코리아가 달리기가 취미인 소비자들을 위한 신개념 오프 이어 이어폰 ‘플로트 런(Float Run)’을 국내에 정식 출시한다고 22일 밝혔다. 플로트 런은 귀를 막지 않고 귀에 거는 스피커와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이어폰으로 풍부한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고 소니는 설명했다. 플로트 런은 특히 달리기를 위한 이어폰으로 러너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춰 음질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착용감에 집중했다. 운동할 때 미끄러지지 않는 유연한 넥밴드, 스피커가 귀에서 떨어져 있는 무압력 디자인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제품의 무게는 33g으로, 귀에 가해지는 압력과 답답함을 줄여 운동 중 장시간 착용에도 편안함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귀를 감싸면서도 완전히 덮지 않아 제품을 착용한 상태로도 주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게 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근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는 ‘어디일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사무실 출입문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출입문에는 분홍색 토끼 캐릭터 얼굴에 ‘YH’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게시판 글 아래에는 ‘정답: 글로벌마케팅실 이영희 사장(YH)의 집무실입니다’라고 적혔다. 이달 1일 임원들까지 수평 호칭 제도를 확대한 삼성전자가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사내에 공유한 것이다. 한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회의 시작 전 다들 닉네임부터 소개하는 등 새 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맞춘 수평적 조직문화 조직문화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성과 평가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한국 기업의 지표를 바꾸고 있다. 동아일보가 서울대 이경묵 교수 팀과 20∼39세 전국 남녀 515명을 설문한 결과, 해외 기업들에 비해 한국 기업들이 갖는 최대 단점으로 ‘수평적 조직문화와 거리가 멀다’(21.0%)가 꼽혔다. 기업들은 미래 중추 구성원인 MZ세대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변신 중이다.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직장 내 호칭 파괴도 같은 맥락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JH’,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JP’,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영수님’으로 불린다. 1990, 2000년대 창업한 카카오,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도입했던 영어 이름이나 ‘○○님’의 호칭이 20여 년 만에 주요 대기업들에서 자리 잡은 것이다. 회사의 성과와 미래 방향성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서 직원들과 즉각 공유하고 질의응답을 받는 타운홀 문화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업무 현장에서 타운홀 형식으로 신년회를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최고경영진이 직원들과 함께 새해를 열었다. 삼성전자의 한 부회장도 이달 직원 1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원테이블’ 미팅을 비롯해 비정기 타운홀을 꾸준히 열고 있다. MZ세대와의 직접 소통 확대는 회사 내 인사 제도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업계 최초로 지난해 말 ‘비혼지원금’ 제도를 신설한 LG유플러스나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조 2교대’ 근무를 도입한 SK이노베이션 등이 그 사례다. 이 외에도 난임 휴직, 입양휴가제, 반려동물 지원, 완전 탄력근무 제도 등 그간 없었던 형태의 정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3년 차 직장인 최모 씨(28·여)는 “워라밸에 대한 요구는 흔히 특정 세대만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 문화의 개선이 오히려 저출산, 수도권 인구 집중,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워풀한 소비자층인 MZ를 잡아라” 이처럼 기업들이 안으로 ‘MZ 구성원 잡기’에 나섰다면, 밖으로는 ‘MZ 소비자와의 소통’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 주력 소비층인 MZ세대 사원들로 구성된 보드(위원회)를 꾸려 제품 및 서비스 개선에 참여시킨다. 식음료·유통·패션업계는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MZ 신입사원이 주도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도 한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와 ‘가치 소비’, ‘플렉스(flex·재력 과시)’, ‘오픈런’(개장과 동시에 입장) 등 다양한 신조어들도 MZ세대가 만들어낸 소비문화를 반영한다.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변신은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단편적인 보여주기를 넘어 뿌리 깊은 한국식 기업 문화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뒷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이런 변화들이 나왔다가도 경제위기가 닥치거나 제반 상황이 악화될 경우 원점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칭 변화 등을 시작으로 해 진정한 성과주의가 정착했는지, 직원의 의견이 진짜로 고위경영진에 들어가고 있는지 등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복권 후 첫 신입사원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22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경기 수원사업장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를 찾아 경영진들과 올해 전략을 점검한 데 이어 해당 사업부 신입사원들을 만났다. 복권 후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소통하거나 지방 협력사를 방문해 왔지만 신입사원과의 간담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언어가 정말 중요하다. 영어와 일본어는 하는데 중국어와 불어도 공부해둘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그 나라의 사고, 가치관, 역사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원 기억에 남는 출장지를 묻자 이 회장은 “파나마 운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거대한 풍경도 장관인데, 인간의 지혜와 노동력으로 위대한 자연의 힘을 활용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곽도영기자 now@donga.com}
“MZ세대에게 대기업은 손흥민이나 BTS와 같습니다. 기업이 잘나가야 내게도 경제적으로 이득이 온다는 생각에서죠. 기업은 국가 대표고, 총수들은 ‘셀럽’이 됐습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속하는 서울의 한 스타트업 종사자 정세윤 씨(33)의 말이다. 기업들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시각이다. 21일 본보가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의 3분의 1 이상(35.1%)은 기업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20∼39세 전국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기업 호감도 조사에서 ‘중립’은 53.6%였고, ‘비호감’ 응답은 11.3%에 그쳤다. 비호감 대비 호감의 비율이 3배가 넘은 셈이다. 저성장 시대에 태어나 경기 침체기의 취업난을 몸으로 겪고 있는 MZ세대들은 기업이 경기 침체기 고용과 복지를 제공하는 ‘안전망’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우선 MZ세대들은 ‘본인이나 자녀의 진로로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최다인 23.5%가 ‘대기업 취업’을 선택했다. 통념적으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22.5%)’을 2위로 밀어낸 것이다. MZ세대 신뢰도, 기업>정부>정치인… “기업은 잘못하면 사과” 〈상〉 2030 시선속 한국기업 MZ, 전문직보다 대기업 취업 선호기업의 최대 역할 ‘고용 확대’ 꼽아해외기업보다 ‘품질-의사결정’ 장점‘조직문화-경영윤리’엔 부정적 평가 3위는 ‘외국계 기업 취업(12.8%)’이었다. 과거 선호도가 높았던 ‘공무원(9.3%)’이나 ‘스타트업 창업(2.9%)’ 등은 모두 후순위로 밀려났다. 진로 1순위로 대기업을 택한 이들의 42%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이어 ‘고용이 안정적이어서(12%)’, ‘미래의 삶에 대한 기대 때문에(11%)’를 이유로 꼽았다. MZ세대 다수는 이런 결과에 대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배경으로 짚었다. 고소득과 사회적 명예가 있지만 투자 비용이 높고 업무 강도가 센 전문직보다 안정적인 소득과 ‘워라밸’을 꾀할 수 있는 대기업의 접근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금융계 대기업 직장인 박모 씨(33)는 “요새는 소개팅에서도 회계사보다 삼성전자가 더 선호된다”며 “변호사나 다른 전문직도 결국 영업을 해야 하고, 업무 강도도 높은 데다 성과 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 씨(26)도 “이젠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시대”라며 “의사는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힘들게 얻는 직업이고, 주변의 변호사들도 워라밸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가장 집중해야 하는 역할로는 ‘적극적인 고용 확대’가 첫 손에 꼽혔다. 이어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한 신뢰 구축’과 ‘임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 순이었다. MZ세대가 중시한다고 여겨지는 환경 문제 해결(6위)과 사회 문제 해결(9위)도 이에 비하면 후순위로 밀렸다. 한국 기업의 변화를 평가하라는 설문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그렇게 생각한 이유(복수응답)로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속’(63.2%)과 함께 ‘고용 축소’(51.2%)를 선택했다. 회사원 최모 씨(28·여)는 “젊은 세대는 정치적인 담론을 ‘586세대’ 등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라고 본다. 경제적인 영역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활동이 더 솔직하고 실리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MZ세대가 고용 창출을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로 꼽은 것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시대·사회적 가치관이 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Z세대들은 ‘기업·기업인을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서는 ‘그렇다’(20.2%)보다 ‘그렇지 않다’(31.2%)는 답변을 더 많이 내놓았다. 48.7%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다만 기업·기업인에 대한 불신은 상대적으로는 낮은 편이었다. 정부(지방자치단체 포함)나 공무원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7.3%였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4.6%였다. 국회 또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 응답은 5.8%에 불과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81.4%로 불신이 가장 컸다. 이는 1995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 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발언했던 것을 상기시키는 결과다. 대학원생 유모 씨(30)는 “정치인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적반하장 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기업들은 잘못한 게 드러나면 바로 고개 숙여 그래도 사과를 한다는 점이 큰 차이 같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을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바라보는 시각도 선명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비해 가진 상대적인 장점에 대해서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좋다’는 응답이 23.0%로 1위를 기록했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20.5%), ‘혁신 역량이 뛰어나다’(18.3%)가 뒤를 이었다. 반면 해외 기업에 비해 ‘수평적 조직문화와 거리가 멀다’(21.0%), ‘경영진이 윤리적으로 깨끗하지 않다’(20.0%), ‘소액주주를 존중하지 않는다’(11.4%)는 부정 평가가 나왔다. 소비자로서 제품 경쟁력에선 한국 기업을 인정하면서도 구성원으로서 평가하는 한국 기업은 MZ세대에겐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MZ세대가 체감하는 한국 기업의 변화 방향은 긍정적이었다. ‘한국의 기업들이 최근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긍정적으로’가 5.0%, ‘조금 긍정적으로’가 62.7%였다.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긍정적 변화를 느끼고 있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생존 및 성장하기 위해(28.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경묵 교수는 “정치적 담론이나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하는 MZ세대 특성상 기업과 재벌 호감도가 타 연령대 대비 높은 특성이 드러났다”며 “우리 기업들이 MZ세대의 인식을 반영해 그들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 방식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SK온이 포드와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에 약 2조 원을 2차로 출자한다. 21일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온이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주식 1만5800주를 약 2조504억 원에 추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SKBA는 이 금액을 블루오벌SK에 출자하기로 했다. 앞서 SK온은 블루오벌SK 합작공장 건설에 총 5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지난해 9월 밝혔다. 이후 8976억 원을 지난해 1차 출자했고 이번이 2차 출자에 해당한다. 전체 투자 집행은 2027년 12월까지 사업 진척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생산기지 3곳을 구축하고 있다. 모두 합쳐 연간 총 129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포드의 대표 전기차 픽업트럭 모델인 ‘F-150 라이트닝’ 약 120만 대에 납품할 수 있는 규모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15일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하자 즉각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일방적 통과를 막기 위한 제도로, 상임위에서 최장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불과 이틀 만에 또다시 강행 처리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 이학영 이수진 전용기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만 참석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적 위원 6명 중 4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김형동 임이자 의원이 회의를 비공개로 연 야당 방침에 반발해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회의는 18분 만에 끝났다. 임이자 의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임에도 안건조정위를 요청한 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공개토론을 하자고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렇게 무식하게 법을 밀어붙이는 경우는 없다”고 반발했다. 이수진 의원은 “그동안 수개월에 걸쳐 토론하고 네 차례 소위를 열었지만 국민의힘이 충실히 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안건조정위에서 조정안이 가결되면 상임위 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야당은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野, 노란봉투법 18분만에 처리… ‘최장 90일 논의 규정’ 무력화 안건조정위서 강행처리與 “민노총 청부입법, 법사위서 저지”野 “토론 불필요, 본회의 직회부 검토”일부 ‘양곡법 등 패키지 거부권’ 거론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위한, 민노총에 의한, 민노총의 청부 입법이다.”(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노동 약자들이 진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일명 ‘홍길동법’이다.”(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민주당이 정의당과 손잡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15일 소위에 이어 안건조정위마저 90일간 숙의 기간이 보장됨에도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무력화했다는 것. 회의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 처리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개정안이 법사위에 장기 계류할 경우 정의당과 함께 본회의 직회부를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라 여야 간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통령실 “尹 거부권 행사에 무게” 민주당이 ‘거대 야당의 폭거’라는 여권의 비판을 무릅쓰고 안건조정위마저 무력화한 것은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단계까지 이르는 데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여당이 개정안을 계류시킬 것이 뻔한데 굳이 상임위 단계에서 시간을 더 끌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어차피 논의된 지 한참 된 법안이기 때문에 여당 주장대로 굳이 공개토론에 나설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위헌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법적 권한을 활용해 법사위 심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더라도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 중 위헌성이 있거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이나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은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법안을 묶어 한꺼번에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법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불법 파업 용인, 국가경쟁력 피해” 고용노동부는 21일 예정된 환노위 전체회의 전까지 지속적으로 입법 재고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개정안에 대해 “법치주의와 충돌되는 입법이고 ‘파업 만능주의’로 인해 사회적 갈등만 커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회의 하루 전인 20일 세종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재차 밝힐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안이 가져올 파장과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해외 조사 결과 등 상당히 많은 자료를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이 이렇게 진행돼 유감”이라며 “다시 한번 신중하게 논의해 주실 것을 국회에 계속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개정안에 줄곧 반대해 온 재계도 야당의 입법 강행 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경제단체들은 15일 일제히 입장문을 내며 입법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20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 개념의 확대로 산업 생태계가 교란될 뿐만 아니라 노조의 불법 쟁의 행위를 사실상 방치·조장하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법안”이라며 “특히 노조의 불법 파업을 용인함으로써 우리 산업계와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개정안이 △위헌 가능성 △기존 법질서와의 배치 △경영권 제한 △원·하청 생태계 교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맞서 민노총은 20일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15일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하자 즉각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일방적 통과를 막기 위한 제도로, 상임위에서 최장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불과 이틀 만에 또 다시 강행 처리한 것이다.이날 민주당 이학영 이수진 전용기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만 참석해 개정안은 통과시켰다. 재적 위원 6명 중 4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김형동 임이자 의원은 회의를 비공개로 연 야당 방침에 반발해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임이자 의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임에도 안건조정위를 요청한 건 국민 알권리 충족을 위해 공개토론을 하자고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렇게 무식하게 법을 밀어붙이는 경우는 없다”고 반발했다. 이수진 의원은 “그동안 수개월에 걸쳐 토론하고 네 차례 소위를 열었지만 국민의힘이 충실히 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안건조정위에서 조정안이 가결되면 상임위 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야당은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與 “노란봉투법, 민노총의 청부입법”…野 “노동약자의 홍길동법”野 , 환노위 안건조정위서 단독 처리“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위한, 민노총에 의한, 민노총의 청부 입법이다.”(국민의힘 임이자 의원)“노동 약자들이 진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일명 ‘홍길동법’이다.”(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민주당이 정의당과 손잡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15일 소위에 이어 안건조정위마저 90일간 숙의 기간이 보장됨에도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무력화했다는 것. 회의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 처리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개정안이 법사위에 장기 계류할 경우 정의당과 함께 본회의 직회부를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라 여야 간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통령실 “尹 거부권 행사에 무게” 민주당이 ‘거대 야당의 폭거’라는 여권의 비판을 무릅쓰고 안건조정위마저 무력화한 것은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단계까지 이르는 데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여당이 개정안을 계류시킬 것이 뻔한데 굳이 상임위 단계에서 시간을 더 끌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어차피 논의된 지 한참 된 법안이기 때문에 여당 주장대로 굳이 공개토론에 나설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위헌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법적 권한을 활용해 법사위 심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더라도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 중 위헌성이 있거나 도저히 받아들이기 없는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며 “노란봉투법이나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은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법안을 묶어 한꺼번에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법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불법 파업 용인, 국가경쟁력 피해” 고용노동부는 21일 예정된 환노위 전체회의 전까지 지속적으로 입법 재고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개정안에 대해 “법치주의와 충돌되는 입법이고 ‘파업 만능주의’로 인해 사회적 갈등만 커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회의 하루 전인 20일 세종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재차 밝힐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안이 가져올 파장과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해외 조사 결과 등 상당히 많은 자료를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이 이렇게 진행돼 유감”이라며 “다시 한번 신중하게 논의해주실 것을 국회에 계속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개정안에 줄곧 반대해 온 재계도 야당의 입법 강행 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경제단체들은 15일 일제히 입장문을 내며 입법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20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 개념의 확대로 산업 생태계가 교란될 뿐만 아니라 노조의 불법 쟁의 행위를 사실상 방치·조장하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법안”이라며 “특히 노조의 불법 파업을 용인함으로써 우리 산업계와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개정안이 △위헌 가능성 △기존 법질서와의 배치 △경영권 제한 △원하청 생태계 교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맞서 민노총은 20일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경쟁력 및 연구개발(R&D) 역량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이날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전 10시 반경 천안캠퍼스에 도착해 곧바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웨이퍼레벨 패키지(WLP) 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반도체 패키지는 반도체를 최종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공정이다. 최근 단일 칩에서의 미세공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성능·저전력 패키지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생산라인 점검을 마친 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이 회장은 경영진 현장 간담회를 갖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사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등이 참석했다.이어서 이 회장은 온양캠퍼스로 이동해 직원 간담회에서 패키지 기술 개발 직원들을 격려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개발자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신기술 개발 목표, 현장 애로사항 등을 공유했고 이 회장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지역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살피고 지역 중소업체와의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를 광주 지역 중소기업 방문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부산(삼성전기·스마트공장 지원 중소기업), 대전(삼성화재·삼성청년SW아카데미), 아산(삼성디스플레이) 등을 방문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17일 반도체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로부터 20조 원에 이르는 금액을 수혈받는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자금 수혈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17일부터 2025년 8월 16일까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운영자금 명목으로 단기 차입한다. 이자율은 연 4.60%다. 20조 원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자기자본의 10.35%에 해당하는 액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에도 미래 시장을 보고 설비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일단 2025년까지 만기로 설정했지만 경영 상황에 따라 조기 상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대규모 자금을 자회사로부터 유치한 데에는 재무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반도체 침체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밑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수년간 연간 영업이익 50조 원 안팎을 거둬 반도체 설비 투자에 쏟아부었던 것과 달리 올해 자체적인 투자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체 유보 자금 100조 원가량은 주로 미국과 중국, 유럽, 싱가포르 등 각 해외 법인에 분산돼 직접 투자나 출자 형태로 묶여 있다. 당장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 투입하기엔 절차와 시일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손실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다. 외부 차입이라 보기에는 사실상 내부 자금 융통에 가깝다. 이번 차입으로 삼성전자가 납부하는 연간 9200억 원의 이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는 금융수익으로 잡히게 된다. 실질적인 외부 부채이자 절차 및 시간이 걸리는 회사채 발행이나 외부 자금 조달을 택하는 대신 결국 가장 빠르고 재무적 부담이 적은 자회사 자금 수혈을 택한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40조∼50조 원대의 반도체 투자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계열사 차입이 아닌 다른 방식의 자금 확보가 국내 자금시장에 미치는 영향, 유보자금의 해외 운용 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자금 확보 방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 최소 올 상반기(1∼6월)까지 경기 침체와 금융 경색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미래 투자 재원 마련이 시급한 주요 기업과 지난해 경기침체 직격타를 맞은 곳들에서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SK온은 생산라인 투자를 위해 2조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조 원을 출자했다고 밝혔다. 앞서 결정했던 미국 켄터키·테네시주와 중국 신규 공장 등 추가 생산라인 투자를 위해 최소 수조 원대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예상보다 외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회사가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원자재가 인상의 직격타를 맞았던 롯데건설도 10월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 원을 비롯해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으로부터 각각 3000억 원, 1000억 원 등 계열사 자금 총 9000억 원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주로 3개월 단위의 단기 차입으로, 올해 들어 모두 조기 상환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규제샌드박스는 혁신 기업에 기회의 문이 돼 왔습니다. 규제샌드박스 승인 건수도 매년 약 200건씩 늘어나 현재 860여 건에 이르고, 이미 180여 건의 규제 개선을 완료했습니다.”(한덕수 국무총리)“규제샌드박스는 민과 관이 공동 협력으로 규제 혁신을 추진하는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정부와 상의가 ‘원팀’으로 해결한 과제들은 처음 시작할 때보다 두 배로 늘었고, 지난해 승인된 전체 과제의 절반 가까이를 정부와 상의가 합작할 만큼 아주 긴밀한 협조가 이뤄졌습니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의와 국무조정실은 15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규제샌드박스 혁신기업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한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최 회장, 규제샌드박스 승인 기업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규제샌드박스는 혁신 기술이나 제품을 대상으로 현행 규제를 일부 면제해 주는 제도로, 대한상의는 2020년 5월부터 3년간 정부와 함께 샌드박스 운영에 참여해 왔다. 한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특히 올해는 많은 승인 기업들의 실증 기간이 만료되는 해인 만큼 관련 법령을 신속하게 정리해 기업인들이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규제샌드박스 승인 등 관련 절차가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서 기업인의 불편을 최소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향후 정책 방향성에 대해 “지역에 특화된 미래전략산업을 선정해서 산업 단위의 규제를 대폭 유예해주고 관련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형태의 ‘메가 샌드박스’ 개념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빌린다. 올 상반기(1~6월) 반도체 혹한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예년과 같은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재원 확보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14일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자율은 연 4.60%로 차입 기간은 17일부터 2025년 8월 16일까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자회사로부터 대규모 금액을 단기 차입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재의 반도체 다운사이클(불황기)에도 불구하고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급격한 메모리 반도체 경기 냉각을 맞아 4분기(10~12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7% 급락했다. 올해 불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밑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간 영업이익 50조 원 안팎을 거둬 반도체 설비 투자에 쏟아 부었던 것과 달리 올해 투자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 된 것이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인텔 등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감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불황기의 투자로 다음 사이클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 금액은 사상 최대인 53조1000억 원으로 이 중 90%인 47조9000억 원이 반도체에 투입됐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결론적으로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선 다운사이클을 맞고 있지만 기존 투자 규모를 유지함으로써 향후 돌아올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곽도영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