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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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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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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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독일서 개 키우려면 자격증 필요하다고?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에 이르는 시대. 그러나 반려견의 목줄을 채우지 않아 이웃 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독일에서는 개를 키우기 위한 자격증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에서는 2011년 7월 1일부터 반려견의 크기, 품종에 상관없이 모든 견주는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이론과 실습으로 나뉜다. 이론 시험은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에 치르고, 실습 시험은 반려견을 들인 첫해에 치러야 한다. 이 책은 운전면허 시험용 참고서처럼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증 시험 대비서다. 독일의 법규에 따르면 견주는 반려견의 배설물을 즉시 치워야 한다. 반려견이 배변한 곳이 숲, 초원, 들판, 공원, 도로 등 어디라도 예외는 없다. 생후 6개월이 된 반려견에게는 예외 없이 마이크로칩을 왼쪽 목덜미 피부 아래에 이식해야 한다. 또한 견주는 반려견 양육 관련 책임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반려견 동반 외국여행을 할 때는 국제표준화기구 마이크로칩을 이식한 후 유럽연합(EU) 반려동물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법에 따르면 동물 보호를 위해 반려견의 꼬리를 자르는 것은 법률로 금지돼 있다. 또 이미 꼬리가 잘린 반려견을 반입하거나 키우는 것도 안 된다. 이 법의 가장 큰 목적은 ‘위험’을 방지하는 것. 이를 위해 책은 입마개 착용 훈련, 몸의 접촉 견디기 훈련 등 다양한 훈련법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에는 보호자를 위한 기본 지식 테스트 문항도 실려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나는 개를 키울 자격이 충분한가?’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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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불러온 아리랑… 恨 아닌 힘의 노래죠”

    “프랑스와 독일에서 ‘아리랑’을 부르면 우리말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후렴구를 다 따라 불러요. 그들이 진중하게 우리 민요를 감상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놀라요.”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인 이춘희 명창(70)은 한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 통하는 소리꾼이다. 그가 16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자신의 삶과 노래를 풀어내는 ‘춘희 춘희 이춘희 그리고 아리랑’ 공연을 갖는다. 그가 꼽는 인생 최고의 ‘아리랑’ 공연은 2012년 12월 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 회의장에서 불렀던 노래다. 그는 당시 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축하공연을 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한복을 입고 회의장에서 11시간을 꼬박 기다렸다. “오후 10시가 넘어서 아리랑 등재 소식이 발표된 후 제게 주어진 시간은 2분도 채 안됐어요.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을까 고민했죠. ‘아리랑∼’ 하고 시작하면 묻힐 것 같아서 시작부터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하고 치고 나갔어요. 1초라도 놓칠까 봐 무대 뒤에서 나가면서부터 불렀지요. 긴 회의에 피곤했던 사람들이 ‘이게 웬 아름다운 소리야?’ 하며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박수갈채를 보내는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신이 나서 2절까지 거푸 불렀지요. 노래가 끝나자마자 모두들 몰려나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우리 한국 사람들은 다 부둥켜안고 울었지요.” 이 명창은 “유네스코 세계 대표들에게 ‘역시 아리랑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믿음을 심어준 게 너무 영광스럽고 보람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상상축제’와 독일에서도 아리랑 공연을 했다. 2014년에는 라디오프랑스를 통해 ‘아리랑과 민요’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은 그해 독일음반비평가상 시상식에서 월드뮤직상을 받았다. “어릴 적 서울 한남동에 살았는데 유일한 즐거움은 유성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였어요. 당시 황금심이 부른 ‘장희빈’의 주제가와 경기민요 소리에 홀딱 반했죠.” 그는 16세부터 명창 이창배, 안비취 선생의 제자로 들어갔고 1997년 50세의 나이에 경기민요 문화재 보유자가 됐다. 한때 대중가수를 꿈꿨던 그는 경기민요를 배우면서 “야즐자즐한 그 맛에 환장을 하겠더라”고 했다. 이 명창은 “판소리는 탁한 목소리인 반면 경기민요는 유리그릇처럼 투명하고 맑은 시냇물 같은 소리”라며 “경기민요에는 밝고 경쾌한 민요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맑고 청아한 슬픔을 담은 소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 ‘취화선’에서 주인공 배우 최민식이 떠날 때 배경으로 깔리던 ‘이별가’가 그의 목소리다. 이 명창은 “이춘희에게 인생은 노래였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평생 아리랑을 불러보니 슬픔과 한의 노래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우리 민족의 힘과 지혜가 담긴 노래”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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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헌정 “음악은 통하더라, 국악이든 서양음악이든”

    “국악이나 서양오케스트라나 인간이 하는 음악은 통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음악가로서 지향해야 할 지점은 늘 소리의 ‘밸런스’(균형)와 단순화라고 생각합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25년간 이끌었던 임헌정 서울대 교수(64)는 뚝심의 지휘자다. 국내 교향악단이 거의 시도해보지 않았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1999∼2004년),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2014∼2016년)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엔 국악관현악단의 지휘봉을 든다. 28일 오후 8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 2017 마스터피스―임헌정’이란 공연이다. 그가 국악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그는 국악에 문외한이지만 아쟁과 해금, 가야금 연주를 직접 들으며 소리의 차이를 연구해왔다. 2015년 첫 공연 당시 가장 신선하면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에서 마이크와 음향장치를 빼고 자연음으로 연주한 것이었다. 국악에서는 악기 간에 음량 차이가 커 관현악 연주의 경우 음향시설이 필수라고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소리가 너무 많으면 중요한 소리가 뭔지 모릅니다. 타악기나 태평소가 나오면 가야금, 거문고 소리가 다 사라져버려요. 가야금이 한꺼번에 아르페지오를 하는데 하프 10대가 함께 치는 것 같았어요. 소리를 솎아내며 연습하다 보니 점차 깨끗한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무대에서 마이크로 확성을 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자연음향으로 해보자고 설득했죠.” 그의 2015년 ‘자연음향’ 국악 공연은 섬세한 밸런스와 곡 해석으로 국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도 마이크를 전혀 쓰지 않는 자연음향 홀로 바뀌었다. 그는 “모든 예술의 최종 단계는 단순화”라며 “백화점 명품점에 가도 꼭 한 작품만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악관현악단 단원들에게 과도한 농현(弄絃·줄을 위아래로 눌러서 연주하는 장식음)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을 연습하는데, 맨 처음부터 ‘아∼∼∼리랑, 아∼∼∼리랑’ 하는데 농현을 넣더라고요. 여러분의 관습도 존중하지만 그래도 저와 처음 만났으니 첫 두 마디만 농현을 참아달라고 했어요. 저는 브루크너 교향곡을 하면서도 ‘논(non) 비브라토’를 많이 시켰어요. 화장하지 않은 순수한 소리가 더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임 지휘자는 이번 공연에서 전래 민요 ‘새야새야 파랑새야’를 주제선율로 사용한 황호준 작곡가의 ‘바르도(Bardo)’, 고구려 고분 안에 그려진 사신도(四神圖)에서 영감을 받은 김성국 작곡가의 ‘영원한 왕국’, 하와이대 작곡과 교수인 도널드 워맥의 가야금 협주곡 ‘흩어진 리듬’을 선보인다. 그는 워맥의 가야금 협주곡에 대해 “서양음악 작곡가인데 깜짝 놀랄 정도로 국악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다”고 평했다. 그는 “국내 오케스트라가 해외에 나가서 연주할 곡은 아직도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 정도밖에 없다”며 “서양오케스트라 곡보다는 국악관현악에서 국내외 작곡가에게 의뢰해 창작하는 작품이 한국을 대표할 현대음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2만∼5만 원. 02-2280-411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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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꾼 기생 4명… 삶과 사랑이야기

    “왜 동아일보 사회부 이서구 기자는 비행사 이기연의 추락사고 사망 소식을 그의 가족 대신 기생 이진봉에게 먼저 알렸을까?” “‘기생을 아내로 들일 수 없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어머니와 기생 앞에서 자살한 엘리트 남성, 그리고 평생 죄의식 속에서 삶을 살아야 했던 명기 이진홍.” ‘해어화(解語花)’로 불렸던 일제강점기 기생들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를 고음반 감상과 토크쇼로 풀어내는 공연이 열린다. 고음반 연구가이자 민요 평론가인 김문성 씨가 9일 오후 5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여는 ‘반세기(盤世紀)―백년의 음악을 풀다’. 1부 ‘4기4색(四妓四色)’에서는 전설적인 기생 소리꾼 4명의 사랑 이야기를 소개한다. 평양권번 명기 장학선, 조선권번 김옥엽, 한남권번 이진홍, 달성권번 박록주 등 판소리와 민요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4명의 소리꾼의 음반을 통해서다. 김옥엽의 잡가 ‘토끼화상’은 조유순 명창(서울잡가보존회 이사장)이, 이진홍의 잡가 ‘혈죽가’는 남혜숙 명창(서울소리보존회 이사장)이 재현하며, 장학선의 ‘서도회심곡’은 대전문인협회 김명이 시인과 경기민요 이승은 명창이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공연한다. 2부 ‘근대에 스민 신민요’에서는 선우일선의 데뷔 음반인 ‘꽃을 잡고’, 황금심의 대히트곡인 ‘울산큰애기’, 가요계의 전설 이난영과 국악계의 전설 김옥심의 음악과 살아온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착순 무료입장. 관객 전원에게 기념음반 제공. 070-7568-6051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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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강원 계촌 ‘클래식 마을’을 아시나요

    강원 평창군 방림면에 있는 계촌마을에는 하루 종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골목길 가로등엔 첼로, 트럼펫, 바이올린 등 악기 모양이 앙증맞게 조각돼 있다. 계촌초등학교와 주택가 담벼락에는 모차르트, 비틀스의 얼굴, 오선지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마을 앞 시냇가에는 피아노 건반 모양이 장식된 일명 ‘피아노 다리’가 놓여 있다. ‘계촌 클래식마을’은 2009년 폐교 위기에 몰린 계촌초등학교 교장이 전교생을 단원으로 하는 ‘별빛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201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진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학생들에게 레슨을 해주고, 주민들은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에 마을회관에서 클래식 음악 강좌를 듣는다. 지난달에는 제3회 ‘계촌클래식 마을축제’가 열려 산골마을이 음악으로 들썩였다. 계촌초등학교에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캐나다에서도 전학 오는 학생이 늘어났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찾아온 외국 대표들은 산골 아이들의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처럼 클래식 음악이 아이들과 마을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된다.평창=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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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무용-국악을 혼합한 새로운 체험에 흥분”

    “국악극 ‘꼭두’에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현실의 공간이고, 무대는 주인공들이 도착한 상상 속 ‘꼭두의 세계’입니다. 꼭두의 춤과 음악으로 이승과 저승 사이의 환상 세계를 영화적으로 형상화하고 싶습니다.” 영화배우 탕웨이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김태용 영화감독(48)이 국악과 영화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창작극을 연출한다. 30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꼭두’ 제작 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영화와 무용, 국악을 넘어선 새로운 예술 체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10월 4일부터 22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는 국악극 ‘꼭두’는 아이들이 치매 걸린 할머니의 꽃신을 찾아 시장을 헤매다가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이야기. ‘꼭두’는 상여에 장식된 조각으로 망자(亡者)를 저승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나무인형이다. 국립국악원은 이미지를 깨기 위해 김태용 영화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영화 ‘군함도’ ‘부산행’에 출연한 아역 스타 김수안과 영화배우 조희봉까지 캐스팅했다. 제작진은 지난여름 전남 진도에 내려가 30분 분량의 영화를 촬영했다. 김 감독은 “서울 대학로에 있는 꼭두박물관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꼭두를 처음 본 이후로 영화로 만들고 싶어 몇 년 동안 마음에 담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꼭두는 외롭고 험한 길 위에서 길잡이가 되고, ‘호위무사’도 되고, ‘시중’을 들거나 ‘광대’가 돼 웃기기도 한다. 어쩌면 국악이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해왔던 일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북 무주에서 촬영한 ‘필름 판소리 춘향뎐’(2016년), 흥보가를 레게음악에 맞춰 풀어낸 ‘레게 이나 필름, 흥부’(2017년) 등 국악과 영화를 결합한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2013년에 개봉한 단편영화 ‘그녀의 연기’를 촬영할 때였어요. 배우 공효진 씨가 병원에 계신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불러드리는 장면인데, 갑자기 공효진 씨가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당시 스태프까지 울컥하게 만든 국악의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의 정체를 찾기 위해 국악과 영화를 결합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김 감독은 “이번 초연 무대에서는 주인공의 현실 세계를 영화로 제작해 상영한다”며 “초연 후에는 공연의 주 무대인 ‘꼭두의 세계’ 부분까지 추가 촬영해 ‘국악 판타지’ 영화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라디오스타’ ‘군함도’ 등으로 잘 알려진 방준석 음악감독이 맡았다. 방 감독은 “국악이 굉장히 멀리 있다고 느꼈는데 우리 뼛속까지 침투된 선율이며 동작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많아 작업이 즐겁다”고 했다. 국악극 ‘꼭두’ 가격은 3만∼5만 원. 02-580-3300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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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훈 기자의 지금, 여기]“군함도 취재 집필에 27년… 상상력에 의존할 수 없었다”

    《 소설 ‘군함도’의 작가 한수산 씨(71)를 만났다. 영화 ‘군함도’는 ‘국뽕’ 영화부터 ‘친일 영화’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수록 군함도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한 씨가 27년간의 치열한 취재와 집필 끝에 지난해 펴낸 소설 군함도가 큰 조명을 받았다. 》   한 씨는 1989년 일본 고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한 후 군함도(일본명 하시마·端島)를 알게 됐다. 그는 “나가사키에서도 조선인 피폭자가 수만 명에 이르고, 그중에서 90% 이상이 징용으로 끌려온 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30년 가까이 일본에서 강제징용 관련 기록과 문서, 피해자의 증언을 취재하고 소설로 집필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1990년에는 하시마 탄광에서 일했던 서정우 씨(1928∼2001)와 함께 군함도를 찾기도 했다. “조선인이 수용됐던 숙소에는 빈 링거병 같은 의료용 쓰레기만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 숙소는 1960년대부터는 전염병 환자를 수용하는 격리병동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갱도 입구에 30m 정도 들어가 보니 콘크리트로 막혀 있었다. 폐허가 된 숙소와 갱도 앞에 몇 시간 동안 앉아서 잊혀진 이들을 기억했다.” “강제징용 무관심은 직무유기” ―하시마 탄광은 왜 인권의 사각지대일 수밖에 없었나. “처음에는 영국이 투자 개발한 탄광이었지만 일본이 뺏어 관영탄광이 됐다. 인력이 부족하니까 나가사키 형무소에 있는 죄수들까지 갱도에 투입했다. 죄수사역 때문에 폭력이 난무하는 강제노동이 군함도의 전통으로 남았다.” ―군함도는 왜 일본 군부가 중요시했나. “군함도는 석탄 채굴량도 많고, 일본 최고 양질의 석탄이 나왔다. 발열량이 높아 연료용이 아닌 제철용으로 활용됐다. 하시마 탄광을 소유한 미쓰비시는 제로센 비행기, 군함, 어뢰, 대포 등을 만들어낸 대표적 전범기업이었다. 무기 제작용 연료를 생산하는 하시마 탄광은 군부에서 특별 관리했다.” ―하시마의 강제노동은 어땠나. “지하 700∼1000m의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5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당시 법정노동 시간은 12시간이었지만 갱도 내 작업 시간만 계산했다. 승강기를 타러 가고, 준비하는 시간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조선인 노동자는 600명 정도였는데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1000명으로 늘었다. 사할린에 강제징용을 갔던 조선인까지 하시마로 끌고 온 것이다.” ―군함도 징용자들은 정말 임금을 한 푼도 못 받았나.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일제는 숙박비, 식비, 옷값, 신발값, 건강보험료를 받았고, 채권까지 사도록 했다. 서류상으론 월급을 줬지만 비용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0원에 가까웠다. 1945년 말까지 귀국 조치된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손에 쥔 돈은 한 푼도 없었다.” ―영화에서처럼 군함도에도 위안부가 있었나. “3곳이 있었다고 기록에 나온다. 두 곳은 일본인 전용이고, 한 곳은 조선인 주인이 운영했다. 여성들은 미쓰비시 회사의 탄광 노무계에서 직접 관리했다. 그래서 ‘기업 위안부’라는 용어가 나왔다. 당국으로부터 ‘병이 제일 없는 곳’이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여기 있던 조선인 젊은 여성이 음독자살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래서 제 소설 속에도 젊은 조선 여성이 바다에 투신해 죽는 장면을 그렸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비해 강제징용 문제는 왜 관심을 덜 받았나. “나도 의문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이 끌려가서 혹사당하고 죽었는데 무관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미쓰비시는 2015년 중국인 강제징용 노동자 200명에 대해 사죄도 하고 배상도 했다. 그러나 한국인에 대해서만 유독 ‘당시에 한국이 있었나. 다 일본인 아니었나’란 야만적 표현을 쓰면서 뻔뻔하게 나왔다. 한일청구권협상으로 다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에 반박하지 못한 정부는 물론 소설가를 포함한 문화인들의 부끄러운 직무유기다.” 그의 소설 군함도는 2009년 일본어판으로도 출간됐다. 당시 아사히, 요미우리 등 일본의 주요 언론들로부터 “역사의 어두운 면,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면을 뜻하는 ‘부(負)’의 역사까지 낱낱이 밝혀준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영화 속 내용은 현실과 동떨어져” ―작가들은 어느 정도 취재한 뒤 상상을 덧붙여서 소설을 완성하지 않는가. “과거사 문제에서만큼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저널리스트보다 더 사실을 꼼꼼히 취재했다. 군함도 문제를 아는 일본인과 만났을 때 내가 한 발이라도 더 들어가야겠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 소설에 쓴 에피소드의 80% 이상은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다. 사소한 것 하나도 함부로 상상해낸 것은 없다.” 그는 또 “과거사 문제는 철저히 교차 검증을 하고, 그 검증을 거쳐 합리적인 추론을 해야 한다”며 “어설픈 추론이나 부정확한 서술을 했다가는 일본에 꼬투리를 잡혀 반격 기회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군함도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일본에서 강제징용과 원폭의 희생자였던 90대 할아버지가 이 영화를 보고 전화를 걸어왔다. 군함도에서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지고, 무슨 놈의 전쟁을 하더라. 현실과 동떨어진 영화라 씁쓸했다고 한다. 판타지가 너무 강하면 오히려 진실이 가려진다.” ―군함도에서 실제로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나. “한두 사람은 성공했을 수 있다. 그러나 몇백 명의 집단 탈출은 불가능했다. 또한 탈출한들 일본인데 어디로 갈 것인가. 대부분 탈출보다는 자살을 택했다. 영화에서처럼 200∼300명씩 탈출해서 갈 곳이 있었다면야 오죽 좋았겠는가.” ―또 다른 부정확한 서술은…. “1925∼1945년 군함도 사망자 명단이 담긴 ‘화장매장인허증’이란 문서에는 120여 명의 조선인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흔히들 ‘강제징용자 120명 사망’이라고 말한다. 명단엔 산모도 있고, 10개월과 다섯 살짜리 아이도 있다. 1925년엔 강제징용이 없었다. 징용은 1939∼1945년에 이뤄진 것이다. 또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뉴욕에서 선보인 광고에는 ‘120 killed’라고 나온다. ‘120명이 살해됐다’는 표현도 과하다. 하시마 탄광의 갱도가 섭씨 40도가 넘어 50∼60도였다는 말도 나온다. 그 온도에서 사람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가. 작은 꼬투리 때문에 전체적인 진실이 위협받아선 안 된다.” ―소설 속에서 조선인 젊은 광부가 갱내에서 죽었을 때 동료들이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 울컥하게 되는데…. “눈물나게 하려고 지어낸 게 아니다. 땅속에서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부르면서 올라가는 건 일본 규슈지방의 오래된 전통이다. 시신만 올라가면 영혼이 땅속에서 헤맨다고 이름을 부르며 올라간다. 조선인 노동자들도 그랬겠구나. ‘창수야, 창수야, 올라가자!’고 한국 이름을 외치며 올라가도록 한 것이다.” ―소설에서 나가사키 원폭 투하 때도 조선인 피폭자는 차별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누구나 피 흘리고 아프면 모국어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아이고! 어머니, 아버지. 물 좀 주세요! 사람 살려!’ 같은 말이다. 그러면 들것에 환자를 싣고 가다가도 ‘조센진이네’라면서 길가에 버렸다고 한다. 내 소설의 원제인 ‘까마귀’는 탄광에서 온통 까맣던 조선인 광부, 원폭에 희생된 조선인 시신을 까마귀 떼들이 파먹던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군함도 징용자들도 원폭을 맞았나. “군함도는 원폭 피해가 없었지만 조선인 징용자들이 나가사키 원폭 구조대로 들어갔다는 기록은 있다. 아사히에서 출간된 책 ‘원폭 전후’에는 ‘구조대에 참여한 젊은 조선 징용공 제군의 활약은 잊을 수가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너무 눈물이 났다. 원폭 당시 일본인은 조선인을 버렸지만 조선인은 인간의 길을 걸어갔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졸렬했던 외교부의 군함도 대응” ―2015년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우리 외교부의 대응은…. “한마디로 졸렬했다. 뒤늦게 호들갑을 떨다가 ‘한국이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만 주고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강제징용이 이뤄진 곳이라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선 안 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노예시장, 만델라 감옥,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반인륜 범죄가 행해진 곳도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리의 목표도 처음부터 세계유산 반대가 아니라 강제노동의 역사적 사실을 적시하라는 점에 집중했어야 한다.” ―평생의 과제로 ‘기억의 3부작’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강제징용자 문제에 이어서 남은 주제는 무엇인가. “‘근로정신대’와 ‘B급, C급 전범’으로 재판을 받은 조선인들의 문제를 다루고 싶다. 위안부 할머니에게 ‘근로정신대’라고 한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었다.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소녀들은 대부분 병기공장이나 제사공장 등에서 일했다. 그런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정신대라고 이름 붙여 놓으니까 근로정신대를 다녀온 할머니들까지 사회적인 눈총 때문에 평생을 치욕과 고난 속에 살았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한국과 일본 법원에 임금청구 재판을 하는 법정소설을 쓸 생각이다. 소설을 통해서나마 명예를 회복하고, 한을 풀어드리고 싶다.” 한 작가는 “영화 군함도가 역사를 왜곡했느니 하는 논란마저도 감사하다”며 “잊혀졌던 징용 문제를 수면 위로 꺼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오늘의 문제로 만드는 것은 문화인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춘천의 한 극단이 제 소설을 ‘까마귀’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올렸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배우들이 10kg 이상씩 살을 뺀 모습이 눈물겨웠다. 군함도는 앞으로 더 많은 영화, 연극, 뮤지컬, 드라마로 만들어져야 한다. 역사가 법적, 정치적으로 청산이 어려울 때는 문화적으로라도 기억해야 한다. 홀로코스트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가 식민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일본이 뻔뻔스럽게 나오지 않게 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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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창순 명창 유품… 국립국악원에 기증

    국악의 세계화에 앞장섰던 고 성창순 명창(1934∼2017)의 유품 1295점이 국립국악원에 기증됐다. 15일 국립국악원은 성 명창이 올해 1월 세상을 뜨기 전까지 사용했던 악기, 옷과 소품, 앨범, 육필노트, 음반, 공연실황 사진 등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성원목 판소리 명창의 딸인 성창순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보성제 판소리의 계보를 잇는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91년 국악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도 올랐다. 국악원에 따르면 이번 기증품 중에는 미국 어바인대 인류학과 로버트 가피어스 교수가 1966년 한국음악 조사 당시 고인이 철현금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기록했던 영상도 있다. 김희선 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기증받은 유품을 통해 성 명창의 삶과 근현대 전통공연예술을 조망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성 명창의 유품은 국악박물관 및 국악아카이브에서 보존 처리와 디지털 변환을 거친 뒤 전시와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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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음량 줄인 태평소, 실내 연주 시대 활짝

    저 멀리 들판에서 아지랑이처럼 너울대던 ‘날라리’ 소리. 풍요로운 가을 들판에서 민초들이 평화로운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춤추고 노래할 때 빠질 수 없는 악기가 태평소(太平簫)다. 애절한 듯하면서도, 신나는 선율을 뿜어내는 태평소는 농악, 대취타 같은 군대 행진곡과 야외음악에 주로 쓰였다. 그런데 요즘 ‘퓨전국악’의 시대에 가장 핫한 악기가 태평소다. 서태지가 ‘하여가’에서 강렬한 록 사운드에 태평소 연주를 접목한 이후로 힙합, 록 공연에 태평소가 독주 악기로 인기다. 워낙 큰 음량 때문에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웬만한 전자악기나 드럼 소리에 묻히지 않아 퓨전음악을 이끄는 국악기가 된 것이다. 태평소는 국악 실내악에서도 화두다. 다만 마이크 없는 자연음향 국악 공연장에서 소리가 너무 커 가야금, 거문고와 합주가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었다. 국립국악원은 최근 3년간의 연구 끝에 실내악용 태평소(사진)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했다고 밝혔다. 태평소의 내경을 줄여 음량을 절반 가까이(3dB) 줄였다. 이제 한옥 마루에서도 고즈넉하게 태평소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올 것인지 기대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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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종환 “블랙리스트 관여 공무원, 가해자이자 피해자… 진실 밝힐것”

    처음 가는 길 (도종환)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접시꽃 당신’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취임식에서 키플링의 시를 인용해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돼달라고 당부해 화제가 됐다. 취임 한 달을 맞아 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자신의 시 ‘처음 가는 길’을 언급하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교육공무원으로 27년을 보냈기 때문에 관료사회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체부 업무가 워낙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보니 ‘처음 가는 길’이란 시가 떠올랐다. 공무원들과 직접 부딪쳐 보니 어떤 부처보다 자유롭고, 덜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다가 국정 농단의 주무대가 됐는지 안타깝다.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신나게 일할 능력을 가진 분들이다.” ―‘문화비 소득공제’ 정책을 도입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화생활은 TV나 휴대전화를 보고 댓글 다는 소극적인 차원이 아니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창작의 주체가 돼 글을 쓰고, 여행하고, 사진 찍고 하는 생활 속 문화가 구현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문화 지출 비용을 보전해 주고, 근로자 휴가지원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길 기대한다. 휴가비는 7배 이상 소비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서점이나 공연장에서 문구류, 식료품 등을 제외한 순수 문화 비용만 계산하게 하도록 하는 기술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서점에 판매시점 정보 관리(POS) 시스템을 도입하고, 카드 회사와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곧 시행할 것이다.”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위원회가 곧 출범할 것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조사하나. “지금까진 주로 청와대를 중심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전직 장차관, 교문수석실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찰이 조사했고 재판을 받는 중이다. 블랙리스트 실행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예술계에서 볼 땐 가해자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부당한 지시에 의한 피해자일 수도 있다. 또 어느 시기까진 가해자였다가, 또 저항하다가 불이익 받아서 쫓겨나면 피해자가 된다. 사례별, 사업별로 다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찾고 기록해야 블랙리스트 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않는다. ―장관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이유는…. “원래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려 했지만, 적폐청산은 각 부처별로 장관 책임하에 진행하기로 정리됐다. 그래서 문체부 산하에 두고 장관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다. 20명의 인원이 6개월 동안 조사 업무를 맡는다. 필요하면 3개월 연장키로 했다.” 도 장관은 몇 차례 전 정권에서 임명된 문화예술단체장들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법률에 의해 신분이 보장된 사람들인데 일괄 사표를 강요할 수 없다”라며 “곧 임기가 끝나는 사람들부터 순차적으로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이었던 ‘문화가 있는 날’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전 정권의 브랜드 정책이라고 다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좋은 것은 확대하는 게 맞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월 마지막 주 1주일간으로 확대할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기업 협찬도 어려운 현실인데…. “대기업은 후원금을 많이 냈다. 8800억 원이 걷혔으니까 목표액의 94.5% 정도다. 다만 공기업이 주저하고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는 기업이 돈을 내서 문제가 됐기 때문에 탄핵과 대선 과정을 지켜보며 눈치만 봤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기업도 맘 놓고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평창은 이번 정권의 첫 세계적인 행사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가을부터는 노태강 2차관을 평창에 상주시키며 빈틈없이 준비하겠다.” ―문체부 조직 개편은 어떻게 할 건가. “김종 전 2차관 한 사람이 문체부 조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2차관 소관 업무가 원래 체육 분야인데 관광도 가져가고, 콘텐츠 진흥 업무에도 관여했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정상화하겠다. 문체부 1급 실장이 도맡아 온 국립중앙도서관장 자리를 민간에 개방하겠다. 국립중앙도서관장직을 공무원 출신이 아니라 도서관 전문가에게 넘겨줄 계획이다.” ―내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문화예술진흥기금 확보 대책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향후 몇 년간은 국고(일반회계)에서 2000억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담뱃세나 체육진흥기금 중 4%를 문예기금으로 전용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2015년 6월 고시원에서 죽은 지 5일 만에 발견된 배우 김운하와 같은 불행이 다시는 없도록 예술인 고용보험과 실업급여를 검토 중이다.” ―활자매체 진흥을 위한 계획은…. “현재 전국에 공공도서관이 1000개가 있는데, 임기 내에 300개 이상을 더 신설하겠다. 요즘 초판을 1000∼1500부씩 찍는다. 공공도서관에 최소한 한 권씩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출판사가 좋은 책을 소신껏 만들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민간에서 진행하는 ‘작은도서관에 날개를’ 사업도 문체부가 협력해 더 진흥시키도록 하겠다.” ―대통령의 가야사 복원 방침에 대해서는…. “가야사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국정과제 100대 과제에 포함되니까 돈을 어마어마하게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예산이 배정된 것은 없다.” ―본보는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충전 코리아, 국내로 떠나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무척 좋은 캠페인이다. 중국의 ‘한한령’ 여파로 국내 관광업계에서 피해를 본 중소업체 지원을 위해 1000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는데, 추경에서 600억 원만 통과됐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체부도 대통령부터 많은 국민들이 여름휴가 때 국내 여행지를 찾아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여름휴가 계획은…. “충북의 대야산과 속리산 숲속에서 일주일간 혼자 있으려 한다. 휴가 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야 빠져나갈 것은 빠져나가고, 텅 비는 자리가 생긴다. 그 자리에 새로운 상상, 새로운 사유가 채워질 것이다.” 도 장관은 휴가 때 읽을 책으로 윌 곰퍼츠의 ‘발칙한 예술가들’과 고미숙의 ‘로드클래식’을 가져가기로 했다. 그는 “‘발칙한 예술가들’은 예술적 상상력이 뛰어난 예술가들의 이야기이고, ‘로드클래식’은 길을 떠나 훌륭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다룬 책”이라며 “딱딱한 행정업무에 굳어진 머릿속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raph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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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종환 문체부장관 “도서구입-공연관람비 소득공제 혜택”

    이르면 내년도 연말정산부터 도서 구입, 공연 관람 등 문화예술 분야에 지출한 돈을 특별 소득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문화예술비 소득공제’가 도입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2·사진)은 25일 서울 용산구의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예술 비용을 소득공제해 주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합의했다”며 “정부가 연간 수천억 원대의 세수를 포기하더라도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연간 300만 원 이하에서 8∼24% 수준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안을 놓고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 현행 세법에서 연말정산의 특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교육비, 의료비 등에만 국한돼 있다. 문체부는 향후 영화와 문화재 관람 등 다른 분야로까지 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도 장관은 본보의 ‘충전 코리아, 국내로 떠나요’ 캠페인에 대해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정부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지난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부터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 정선, 강릉 등지로 휴가를 떠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승훈 raph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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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훈 기자의 지금, 여기]“한국 원전기술 경쟁력-안전성 세계 1위… 한국인만 모른다”

    《 “한국의 원전은 안전성, 경제성 면에서 세계 1위입니다. 그런데 1등 국가가 갑자기 탈원전을 한다니 해외 전문가들에게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국내 원자력계의 산증인인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78·KAIST 초빙 석좌교수)을 18일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KINGS)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원자력은 지난 30년간 한국을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며 “향후 세계 600조 원 규모의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수십 년간 먹여 살릴 일자리 창출 산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최근 미국을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정책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트럼프 정부는 원전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5기의 원전을 새로 짓고 있다. 또 1970년대 건설한 99기 중 80기 이상이 ‘설계수명 연장’ 상태다. 이 중 절반만 새로 짓는다고 해도 엄청난 원전 수요가 대기 중이다. 한국은 2009년 세계 발전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에서 최신형 원전 건설을 완벽하게 추진해 원전의 본고장인 미국, 영국에서도 한국형 원자로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형 원자로에 대한 평가는…. “미국에서 원전을 건설하려면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프랑스의 아레바나 일본 미쓰비시가 신청했지만 NRC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한국형 원자로’(APR1400)만이 NRC의 기술적인 질문 2300여 개를 완벽하게 통과했다. 내년 9월 최종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NRC의 인증을 앞둔 한국형 원자로가 바로 ‘신고리 5, 6호기’와 동일한 모형이다.” ―영국과도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데…. 美·英도 사로잡은 한국형 원전 “영국도 무어사이드에 23조 원 규모의 신규 원전 3기를 짓는데 한국형 원자로 도입을 협상 중이다. 건설 책임을 진 ‘뉴젠’ 컨소시엄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로 UAE에서 근무했던 영국인이다. 그는 한국형 경수로의 구조와 한국인의 기술 및 근면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영국이 신고리 5, 6호기 같은 경수로를 짓겠다고 나섰는데, 한국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하니 당혹해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23세 때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응용물리학 박사학위를 따고 프린스턴대 핵융합연구소, 매사추세츠공대(MIT) 핵공학과 연구교수 등을 지냈다. 1971년 KAIST의 전신인 한국과학원(KAIS) 설립을 주도했고 1990년과 1994∼96년 두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의장, 국제위험통제협회 위원, UAE 원자력국제자문위원, 케냐 정부 에너지고문 등으로 활약해 온 세계 원자력계의 석학이다. ―우리나라의 UAE 원전 수주를 놓고 이명박(MB) 정권이 ‘덤핑 판매’로 따낸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는데….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가격 깎아준다고 누가 원전 건설을 함부로 맡기겠는가. UAE가 한국형 경수로를 선택할 것이란 것은 2008년부터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UAE 정부의 원전기획 업무 자문을 담당한 미국의 라이트브리지 회사가 UAE 원전 타당성 연구조사를 벌였는데 한국밖에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한스 블릭스 전 IAEA 사무총장을 비롯한 UAE 정부의 국제자문위원단은 ‘이건 한국 것이다’라고 내게 미리 귀띔해줬다.” 그는 2009년 한국이 총 40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UAE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다. UAE 정부의 원자력국제자문위원회에는 정 전 장관을 비롯해 블릭스 전 사무총장, 바버라 저지 전 영국 원자력공사 회장 등 국제 원자력계의 주요 인사가 총망라됐다. 정 전 장관은 “UAE 원전 국제입찰에서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은 무기 제공 의사까지 밝혔지만 끝내 한국을 이기지 못했다”며 “입찰 전부터 한국이 이기고 시작한 게임이었는데 우리 정부가 막판에 가격을 10% 깎아준 점이 솔직히 가장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국형 원자로가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비결은 무엇인가. “지난해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 개시로 세계 최초로 3세대 원전 시대를 열었다. 프랑스도 ‘유러피안파워리액터(EPR)’라는 3세대 원전을 프랑스 플라망빌과 핀란드에서 짓고 있다. 그러나 공사 기간을 아직도 못 맞추고 있고 가격도 한국보다 두세 배 비싸다. 한마디로 기술경제성에서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국형이 제3세대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원자력발전소에는 1세대, 2세대, 3세대가 있다. 세대를 나누는 핵심은 ‘안전기술’이다. 한국형은 최신 안전기술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3세대 원전이다. 요즘엔 핵연료에서 발생한 열을 물로 냉각시키지만 1세대 원전은 가스로 냉각시켰다. 1986년 소련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난 체르노빌 원전은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한 콘크리트 격납고도 없었다. 체르노빌 사고 직후 IAEA가 세계 11명의 전문가를 위촉해 ‘원자력안전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원자력 안전 시스템을 강화했다. 나도 위원으로 8년간 활동했다.” 지진에 가장 안전한 곳은 원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에 대한 공포심도 커졌는데…. “후쿠시마 원전은 우리 원전과 다르다. 후쿠시마는 핵연료를 냉각수로 식히면서 발생하는 수증기로 직접 터빈을 돌리는 ‘비등형 경수로’다. 수증기에 방사능 물질이 포함돼 터빈까지 내부가 오염되는 정도가 높다. 반면 우리나라 원전은 냉각수에 압력을 가해 물이 끓지 못하게 만드는 ‘가압형 경수로’다. 대신 뜨거워진 냉각수를 제2의 공간으로 뽑아내 수증기 발생기로 수증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터빈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는 등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경주 지진 이후 신고리 5, 6호기 건설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신라 수도 경주는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경주에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해 왔지만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가 무너진 적은 없다. 원전 설계의 핵심은 내진설계다. 첨성대가 무너질 정도의 지진이 오더라도 원전은 끄떡없다. 지난 경주 지진이 리히터 규모 5.8이었다. 신고리 3호기부터 한국형 원자로의 내진설계는 7.0까지 견딜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는데…. “지진 때문에 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진해일(쓰나미)로 피난 가서 열악한 환경에서 살다가 죽은 사람들을 다 합친 숫자다. 1960년대 후쿠시마 발전소는 6.5m 이상 쓰나미를 대비해 건설됐다. 방파제 높이가 5m만 더 높았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당시 후쿠시마 인근 오나가와 원전은 방파제가 높아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오히려 지진이 나자 강력한 내진설계가 돼 있는 원전 건물로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정부는 3개월간의 공론조사 후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일반인이 세계 에너지 산업 현황에 대한 기술적 이슈, 경제적 이슈를 파악하려면 석 달이 아니라 3년도 힘들다. 독일이 탈원전을 결정하는 데 20년이 걸렸고, 스위스는 30년에 걸쳐서 의논한 다음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그들이 바보라서 그렇게 오래 걸렸겠는가? 또 시민배심원단에 전문가를 배제한다는데, 전문가도 사회 구성원인데 왜 배제하나? 21세기 과학기술 문명 시대에는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그의 연구실에는 1959년 국내 최초의 실험원자로 기공식 때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김법린 원자력원 원장이 함께 있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는 “당시 원자력원장의 보좌역으로 일하던 저도 뒷줄 어딘가에 서 있었다”고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 당시부터 ‘과학기술 입국’을 내걸었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 두뇌자원밖에 기댈 곳이 없었다. 그 핵심이 원자력이었다. 1957년 유엔 산하에 IAEA가 발족했을 때 한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는데도 IAEA 창립 회원국이 됐다. 미래를 향한 꿈을 꾼 것이다.” ―원자력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고리 1호기는 1970년대 말 오일쇼크 이후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 1978년 원전 상업운전이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는 올해 2월 ‘원전 누적 운전 500년’을 달성했다. 같은 양의 전력을 화력발전으로 생산했을 경우에 비해 303조4000억 원을 절약하고 22억 t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었다.” 산전국(産電國) 꿈꾸는 초일류 국가 ―우리나라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한국은 핵융합 기술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2007년부터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운영하고 있다. 2040년대 상용화가 목표다. 현재 프랑스 카다라슈에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러시아 인도 등 7개국이 세계 최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포스트는 한국인이고, 우리가 수출하는 부품도 6000억 원이 넘는다. 우리의 기술을 한국인만 모르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 케냐 정부의 에너지 고문도 맡고 있다. 그가 설립에 관여한 국제원자력대학원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케냐인이 30명이 넘는다. ―원자력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관계는….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이 이렇게 높은데 고급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공무원 일자리 많이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나는 10년 전부터 ‘한국이 초일류 국가가 되려면 산유국이 아닌 산전국이 돼야 한다’고 말해 왔다. 세계로 나아가서 원자력발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처럼 원자력 기술을 깨친 인력을 키우는 것은 아무 나라나 못 한다”면서 신중한 결정을 당부했다. “세계에서 600조 원의 원자력발전 시장이 열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 아프리카에 세계 최고의 한국형 원전을 공급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여기서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 연구 인력과 산업 생태계가 다 무너진다. 정말 경솔하게 다루지 말아 달라.”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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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중국대사관, 달라이라마 법문을 소재로 한 영화 상영중단 요구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소재로 한 다큐 영화 ‘오 ! 다람살라’가 21일 서울 대한극장에서 무료 상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주한 중국대사관이 영화 상영에 대해 극장측에 항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대한극장 등에 따르면 주한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서울 대한극장에 전화를 걸어 종교적인 색깔이 강한 영화를 일반에 무료로 상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해 사실상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불교계 내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달라이라마와 대립적 관계라고 하더라도 우리 내부의 문화 예술 행위까지 문제를 삼은 것은 내정 간섭으로 볼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 ‘오 ! 다람살라’는 지난해 8월 한국인 200여 명이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달라이라마의 아시아 법회’를 찾았던 4일간의 생생한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가 제작에 동참했다. 이 영화는 당초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공중파TV 방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방송사 내부 문제로 방영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무산됐다. 그 대신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의 후원으로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무료 상영하기로 결정됐다. ‘오 ! 다람살라’는 이후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상영하고 자체 상영을 원하는 각 단체에도 영상이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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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만, 美서 스카이다이빙 훈련 중 척추 뼈 골절…수술 후 입국”

    김병만이 스카이다이빙 훈련 중 척추 뼈 골절 부상을 당했다. 김병만의 소속사 SM C&CM측은 21일 “김병만 씨가 20일(현지시각) 미국에서 국내 스카이 다이빙 국가대표 세계대회준비를 위한 탠덤 자격증을 취득 후 팀 훈련을 받았다. 급변하는 바람 방향으로 랜딩 시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김병만은 사고 후 빠른 응급처치로 2차 부상을 예방했고 응급처치 중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척추 뼈의 골절이 있으나 신경 손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만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SBS TV ‘정글의 법칙 인 코모도’와 ‘주먹쥐고 뱃고동’이다. ‘정글의 법칙’의 경우 현지 촬영이 선행됐지만, ‘주먹쥐고 뱃고동’은 방송 일정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병만은 현지에서 수술 후 1~2주의 회복기를 거친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소속사는 “완전한 회복 기간은 2달 정도로 예상한다. 예정된 방송 스케줄은 수술경과를 지켜 본 후 김병만 씨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협의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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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록과의 만남… 국악은 진화한다, 과감하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2010년부터 7년간 국립극장에서 열린 ‘여우樂(락) 페스티벌’은 국악의 현대화, 크로스오버, 퓨전음악 실험의 대표적인 무대로 자리 잡았다. 22일까지 열리는 제8회 여우락 페스티벌의 주제는 ‘우리 음악의 자기 진화’로 2주간 총 15개 공연이 펼쳐진다. 7일 밤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개막공연 ‘장단 DNA: 김용배적 감각’은 때마침 쏟아진 억수 같은 소나기와 바람, 천둥소리를 방불케 하는 사물놀이의 향연이었다. 1978년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김덕수(장구) 이광수(북) 최종실(징)과 함께 사물놀이를 창시한 명인으로 유명한 고 김용배(상쇠)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날 공연에서 올해 ‘여우락’ 예술감독이자 타악기 피리 연주자인 원일은 화끈하고 애달픈 장단의 뜨거운 헌정곡 ‘꽃상여’를 통해 김용배를 추모했다. 15일에는 월드뮤직 1세대로 1990년대부터 세계 속 우리 음악의 가능성을 제시해 온 ‘공명’의 창단 20주년 콘서트가 펼쳐진다. 최근 유럽 최대 재즈 레이블 ACT와 음반 계약을 한 ‘블랙스트링’은 21일 공연에서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의 즉흥성의 조화를 이룬 현대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인디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이 피리 연주자 김시율, 거문고 연주자 이재하와 만나 시도하는 ‘불의 제전’(11일)도 주목할 만한 무대다. ‘불의 제전’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단편선의 ‘불’에서 영감을 받아 생명의 탄생과 죽음, 부활의 이미지를 무대에서 표현할 예정이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와 경기민요 스타 소리꾼 이희문 등으로 구성된 민요록밴드 ‘씽씽’은 경기민요 대모 이춘희와 함께 14일 무대를 꾸민다. 경서도 민요와 서울 굿의 구성진 입담을 다양한 스타일의 록으로 편곡해 전통음악을 모르는 관객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원일은 “여우락은 한국 음악의 가장 과감한 진화를 이끌어온 페스티벌”이라며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오래되고 신화적인 사운드와 원초적인 힘을 동시에 지닌 현대 음악을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02-2280-411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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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사임당의 참모습은 ‘자유’ 아닐까

    강원 강릉 출신인 조순 전 서울시장(89)은 한학자인 부친에게 어릴 적부터 유학을 배웠다. 그에게 ‘강릉엔 예부터 훌륭한 선비가 많이 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멋진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 전 시장은 “율곡이 어머니 신사임당에 대해 쓴 ‘선비행장(先비行狀)’을 보면 사임당이 남성 위주의 시대에 ‘자유’를 확보한 여성이란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임당의 아버지 신명화는 딸을 결혼시키면서 사돈댁에 “친정에 오고 싶을 때마다 오게 해주고, 시서화(詩書畵) 공부도 맘껏 하게 해주라”고 요구해 약조를 받았다고 한다. 여성은 배움이 금지됐던 시대에 사임당에겐 맘껏 예술적 기질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던 것이다.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다산기획)에 따르면 사임당의 이미지는 시대와 권력에 따라 변화했다. ‘대학자 율곡의 어머니’(조선 후기)에서 ‘현모양처’(근대화 교육 시기)로, ‘군국의 어머니’(일제강점기 말)에서 ‘민족 주체성을 구현한 국가 영웅’(1970년대)으로 이미지화됐다. 그런가 하면 21세기엔 일과 가정에 모두 성공한 ‘슈퍼우먼’으로 재해석된다. 그러나 사임당의 참모습에 가장 가까운 키워드는 ‘자유’가 아닐까.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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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훈 기자의 지금, 여기]“인생의 핵심은 ‘느릴 완’… 대통령도 노조도 조급해하지 말아야”

    《 서울 관악구 봉천6동(행운동)의 ‘소천서사(少泉書舍)’.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36년 동안 살아온 집이다. 장맛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조그마한 정원의 나무들이 싱그러운 빛깔을 띠었다. 조 전 부총리는 “대문 앞의 소나무는 수령이 한 45년쯤 됐을 것”이라며 “내가 직접 심었는데 무지무지 잘 큰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과 국회의원, 민족문화추진위원회장까지 평생 정력적인 활동을 해왔다. 올해 구순을 맞은 그는 ‘관악산 산신령’ ‘판관 포청천’이란 별명답게 흰 눈썹이 더욱 희게 빛났다. 》  ―구순을 맞으신 소감은…. “올해 우리나이로 아흔 살입니다. 제가 1928년생이니까 내년 2월에 만 90세가 돼요. 사실 제게 남겨진 날들이 이제 많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구순을 앞두고 책을 쓰고 있어요. 죽는 날까지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나아져야지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가슴에 품고 사는 말은 ‘자성(自省)’입니다. ‘내가 젊었을 때 여러 가지 과오가 많았잖아. 늙어가면서 계속해서 그걸 되풀이해서야 되겠어?’ 하루하루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부끄러움을 반성하지요.” ―어떤 책을 쓰고 계신가요.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한 책입니다. 현대사회에는 자본주의도 민주주의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초고를 써놨는데 교정을 제대로 보려면 2, 3개월은 더 작업해야 할 것 같아요. 책을 완성할 시간이 제게 남아 있을지는 하늘에 맡겨야지요.”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제일 큰 것은 분배와 양극화의 문제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자유주의식 자본주의하에서는 양극화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적인 소득의 양극화는 문화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결국 사회 전체가 내부에서 파열하게 됩니다. 양극화로 인해 공동체 의식이 해체되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도 불러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언론을 믿지 않는 것이 대표적 현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 해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과 같은 정통 미디어를 인정하지 않고 트위터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공무원 늘리기는 일시적 대책”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J노믹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까지 국민적 지지율도 높고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평가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국민들이 만족 못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은 추진해야 합니다. 5년 동안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 같은 각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긴 안목 속에서 해결해야 할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일자리를 위한 추경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으로 공무원을 뽑는 것은 가장 손쉬운 대책이긴 하지만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추경으로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일시적이고 숫자상의 효과밖에 없습니다. 만약 실업 문제가 심각하면 내년에는 더 많은 공무원을 뽑을 건가요? 임기응변식 추경은 또다시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좋은 정책은 무엇입니까. “최종적으로 일자리 확대는 민간 부문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의 몫이 아닙니다. 전 정부에서 대기업을 동원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으로 연결이 안 되니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일자리 확대에서 가장 큰 것은 중소기업과 벤처 창업입니다. 그런데 기술이 있어도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정부가 나서서 창업을 돕는 채널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창업’이란 말을 신문에서 아예 찾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해외에서 공부 마치고 귀국한 학생들이 대부분 창업을 합니다. 중국에서는 2014∼2015년 하루에 1만 개씩 1년에 365만 개의 기업이 창업됐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는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몰린다고 하니 정상이 아니지요.”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등을 놓고 민노총이 대규모 거리행진을 하고, 반면 기업에서는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대통령도, 국민도, 노조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더 어려워집니다. 새 대통령에게도 특효약은 없습니다. 대통령이 능력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상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한쪽 방향으로 강요해선 안 됩니다. 기업은 기업가에게, 교육은 교육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학생 시절부터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모습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머리가 명석한 분이라 큰 무리를 할 분이 아닙니다. 재벌 개혁은 대기업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한국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돈 있고, 사람 있으니 두부 장사도, 빵 장사도 물론 잘할 수 있겠죠. 그러나 재벌은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기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학계 1세대 대표주자인 조 전 부총리는 1960년대 미국 유학 후 서울대 상대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제자들이 ‘조순학파’를 형성하기도 했다. ―‘조순학파’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순학파란 없습니다. 나를 따르던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온 말 같아요. 그러나 나는 그런 학파를 만든 적이 없어요. 나는 항상 개인일 뿐이고, 사람은 사람마다 다른 것입니다. 나보다 훨씬 머리 좋은 학생들도 많았고, 그분들이 공부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나와 똑같을 필요도 없고, 내 것을 본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경제학은 사실 먹고사는 문제일 뿐 높은 수준의 학문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람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키운 사람을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교육의 목적은 제대로 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정교육은 완전히 역행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가 무섭게 영어, 속셈, 피아노 배우느라 정신을 못 차려요. 나중에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아이를 낳지도 못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성취동기’를 키울 기회가 없다 보니 창업보다 공무원 시험밖에 생각을 못 해요. 교육은 나라를 이끌어갈 엘리트 그룹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엘리트 그룹이란 무엇인가요. “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또한 실제로 그런 일을 하고 존경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제도하에서는 엘리트 그룹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서울대를 졸업한 학생이나 지방대를 나온 학생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학교 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교육부가 학교 교육에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평준화와 대학입시 통제가 문제입니다. 수능 성적이 0.5포인트 높고 낮은 것으로 경쟁하는 그런 유치한 짓 좀 하지 맙시다. 만점을 맞아도 낙방하는 시험이 어디에 있습니까. 잘하는 자사고가 있으면 좀 더 잘하라고 격려해야지 왜 없애려 합니까. 모든 학교가 똑같으면 획일화된 인재밖에 길러낼 수 없습니다.”“잘하는 자사고 왜 없애려 하나” 조 전 부총리는 대입시험의 ‘지역별 쿼터제’를 “우리 사회의 중앙집권화와 양극화,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정책이 될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서울, 부산, 강원, 전라, 인천 등등 지역별로 쿼터제를 두고 지역별로 경쟁해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겁니다. 강원도 시골 학교에서 자란 학생이 서울 강남에서 사교육받은 학생보다 학습 능력이 떨어질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미국의 대학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지역별 쿼터제에 맞춰 뽑습니다. 대학의 입학처장은 매년 전국을 돌면서 우수 학생을 유치하지요. 교육 문제에 있어서 과거의 도그마에 갇혀 있지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천해야 합니다.” 조 전 부총리는 어릴 적 부친으로부터 한학을 배웠다. 논어 맹자 등도 일찌감치 터득했다. 그는 “한글 전용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의 역사를 알 수가 없어서 제대로 된 인재 교육을 할 수 없다”며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어릴 적에 부친에게 배운 가르침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소학(小學)’에는 인생에서 지켜야 할 것이 세 가지가 나옵니다. 첫째는 근면할 근(勤), 둘째는 화목할 화(和), 셋째가 핵심입니다. 바로 느릴 완(緩)입니다. 절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아이들보고 자꾸 빨리 공부해라, 빨리 출세해라, 빨리 돈 벌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 좀 그만두었으면 좋겠어요.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도 손자에게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면 몇 발자국 못 간다. 천천히 힘을 길러가면서 짐을 지고 가라’고 이야기해 줬습니다. 살아보니 인생은 짧고도 긴 것입니다.” 조 전 부총리는 인터뷰를 마치며 아흔을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직접 쓴 ‘노회(老懷)’라는 제목의 한시(漢詩)를 들려주었다. ‘평생의 내 구상 아주 공허한 것은 아냐(平生構想未全空)/운에 따라 작은 기회에 우연히 적중한 것도 있다네(隨運微機遇適中)/구십을 바라보며 몸은 늙어도 본성은 그대로 남아(望九老身留本性)/해가 가도 하루 일과는 젊을 때와 같구나(年重日課少時同)’  ::조순은::△1928년 강릉 출생△서울대 졸업,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1988∼1990년), 한국은행 총재(1992∼1993년)△초대 민선 서울시장(1995년), 제15대 국회의원△민족문화추진회(현 고전번역원) 회장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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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인의 학자가 쓴 여해 강원용 목사 평전

    종교 지도자이자 평화 운동가인 여해(如海) 강원용(1917∼2006) 목사의 평전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평전(한길사)은 강 목사의 활동을 △목회 △사회운동 △방송 등 세 분야로 나눠 7명의 학자가 집필에 참여했다. 정치학자 박명림·장훈각 연세대 교수가 쓴 ‘강원용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사진)은 강 목사의 사회운동에 초점을 맞췄다. 여해의 사상인 ‘인간화’ ‘사이 너머’ ‘대화운동’ 등을 분석하며 그가 평생 펼친 평화와 상생 운동의 뿌리를 따라간다. 여해는 사회운동을 전개할 때 대립된 양쪽이 아닌 ‘제3지대’를 추구했다. 그는 ‘중간집단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중간집단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민중 속에서, 민중에 의해 장기적으로 개혁의 원동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강원용과 한국 방송’은 3차례 방송기구의 수장을 맡았던 강 목사의 방송 분야 활동을 담았다. ‘여해 강원용 목사 평전’은 박근원 한신대 명예교수가 “격동의 시대를 산 복음 증언의 선두주자”로서의 강 목사를 그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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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내 책상에 이끼가 자란다

    사무실 내 책상에서 이끼(사진)가 자란다. 4월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가 비무장지대(DMZ)의 이끼를 모판에 키운 작품을 전시한 것을 보고 나도 이끼를 키워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휩싸였다. 이끼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무심코 지나쳤던 도심의 그늘진 보도블록에서, 숲 속의 바위에서, 개울가에서 살고 있던 이끼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조금씩 떼어낸 이끼를 사무실 컴퓨터 앞에 놓인 흰색 플라스틱 접시 위에 담았다. 이끼는 매일 아침 물만 주면 짙은 초록색으로 되살아난다. 사무실에서 난초를 키울 땐 늘 얼마 안 가 말라 죽곤 했는데, 이끼는 물만 주면 엄청난 생명력을 뿜어낸다. 골프장 그린처럼 부드럽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끼. 고급스러운 에메랄드빛 융단 같은 이끼 옆에 오래된 고목과 차돌까지 주워 와 장식해 놓으니 마치 원시림을 축소해놓은 듯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신비로운 숲처럼. 내 책상 어디에선가 토토로가 튀어나오고, 고양이 버스가 지나가지 않을까?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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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 떠나는 불교계… 禪 수행 중심으로 조계종 개혁해야”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교도 과학보다 못한 가르침이라면 앞으로 도태될 것입니다. 불교계에서 밝은 지혜를 대중에게 전해주기 위한 선(禪) 수행자의 공부와 정진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 불교의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 온 수불 스님을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선원에서 만났다. 그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대해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중이 더 떠나기 전에 끊임없이 공부하는 수행자 중심의 집단으로 불교와 조계종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그가 이끌고 있는 동국대 국제선센터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는 27∼28일 ‘세계 속의 선불교’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로버트 쇼 호주국립대 교수, 마크 블룸 미국 버클리대 교수, 라트네시 카툴칸 인도사회연구소 교수 등이 발표하고, 29일부터 6일 동안 강원 인제 백담사 선원에서는 수불 스님이 해외불교 학자 등 80명을 상대로 간화선 실참수행을 직접 지도한다. 수불 스님은 1989년 안국선원을 개원해 산사(山寺) 스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간화선을 재가불자들도 할 수 있는 대중적 수행법으로 확산시켰다. 그는 “수행은 도시든 산속이든 가리지 않는다”며 “내 몸이 있는 곳이 수행처소”라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특히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간화선 수행을 권했다. “불안함은 내 앞에 놓인 물리적인 벽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갇혀 있는 정신적인 벽이 얼마나 두껍고, 오래된 것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간화선 수행을 하면 ‘아, 이게 벽이었구나’ 하는 것을 비로소 깨닫죠. 마침내 그 벽이 한꺼번에 깨지는 순간 평생을 짊어진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아, 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생명이 요동치는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수불 스님은 최근 수년간 불교의 신도 수가 300만 명이나 줄어들고, 출가자도 급감한 데 대해 불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 불교 가르침의 핵심인 간화선 수행은 인류정신문화의 정화로서 전 세계의 지식인들이 미래사회의 대안으로 요청해오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한국 불교는 내부의 부패와 물질적 탐욕으로 인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조계종은 10월 최고 행정수반을 뽑는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수불 스님은 현재 조계종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권력의 집중화”라고 지적했다. 조계종의 전통은 교구별로 분산된 존경받는 수행자들이 이끌어가는 것인데 권력이 지나치게 중앙종단에 집중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불 스님은 종단 개혁을 위해서 빛과 어둠을 한꺼번에 포용하는 ‘불교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어둠을 비춰서 밝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빛이 너무 밝으면 눈이 멀어버리죠. 생명이 손상되는 것은 지혜가 아닙니다. 지혜는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동시에 비추는 힘입니다. 한쪽을 죽이거나 생명을 해치지 않고서도, 크고 올바른 가치관을 눈뜨게 하는 힘이 거기서 나옵니다.” 수불 스님은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종단이 앞서서 사회와 소통하고 미래에 대한 지혜를 제시하며 리드해도 부족할 판인데, 스님들이 불교 안에만 갇혀 종권 다툼에만 몰두하느라 손가락질 받는 데서 위기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종헌이 개정이 안 된다면 기존 방식대로 총무원장을 간선제로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계종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과감히 개혁하기 위해서는 선방 수행자들이 원하고 있는 직선제 종헌 개정 요구도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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