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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가 신한은행과 손잡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겨냥한 전용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취업자, 유학생, 결혼이민자, 장기 관광객 등 국내에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케이-원패스 신한카드 에스-라인를 출시한 것이다. 이 카드는 해외 송금 때 환전 수수료를 50% 우대해 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어느 나라 통화든 관계없이 신한은행 전국 영업점에서 무제한 우대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요식 업종과 대중교통 부문의 혜택을 늘렸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오후 2시에 요식 업체에서 1만 원 이상 결제하면 카드 이용 금액의 5%를 할인해 준다. 또 후불교통카드로 발급받은 고객들은 버스, 지하철 이용 금액을 5%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 한도는 최대 5000원이며 공항버스, 공항리무진, 공항철도, 터널, 인천대교, 신공항 하이웨이 이용은 제외된다. 후불교통카드를 선택하지 않으면 주유 할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SK주유소에서 주유하면 1회 주유 금액 기준 5만 원까지 L당 40원을 할인해 준다. GS 현대 CJ 롯데 등 주요 홈쇼핑을 이용할 때에도 5% 할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밖에도 전월 카드 사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이면 신한은행 전자금융 수수료를 매달 30회 면제해준다. 자동화기기 마감 후 인출 수수료도 월 30회, 자동화기기 타행 이체 수수료도 월 10회 면제해 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특화 체크카드를 내놨다”며 “체크카드지만 서비스와 혜택은 신용카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KEB하나은행이 올해 8월 브라질 올림픽의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경기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오! 필승코리아 정기예금 2016’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개인 및 개인사업자가 1인 1계좌로 가입할 수 있는 만기 1년제 상품으로, 1인당 3000만 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6월 27일 기준으로 연 1.4%이며 우대금리는 최고 연 0.3%이다. 8월 2일까지 가입하는 계좌에 한해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브라질 국제축구대회 8강에 진출하면 연 0.1%, 4강에 진출하면 연 0.2%, 결승에 진출하면 연 0.3%를 우대금리로 제공한다. 또 7월 1일까지 가입한 고객 가운데 1000명을 추첨해 대표팀의 올림픽 출정식 경기입장권을 준다. 8월 2일까지 가입한 고객 중 100명을 추첨해 대표팀 선수의 친필 사인 유니폼과 축구공 등을 준다. 또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은 개인 및 개인사업자가 매달 5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적립하는 적금 상품이다. 만기는 1년이며 기본금리는 연 1.8%이다. 주거래 통장 우대, 입금 주거래 우대, 결제 주거래 우대, 급여·연금 입금, 카드 결제, 공과금 이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27일 기준 최고 연 2.9%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이 상품은 하나금융그룹 내 계열사에서 쌓은 포인트 ‘하나머니’로 월 50만 원까지 추가 적립이 가능하다. 특히 KEB하나은행의 대표 입출금 통장인 ‘행복 노하우(knowhow) 주거래우대통장’과 패키지로 가입하면 금융수수료 면제 혜택과 적금 금리 우대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대부업체들이 지난해 8월부터 TV광고에 제한을 받으면서 대부중개인을 통한 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업체 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13조 원을 넘어섰다. 29일 금융위원회 행정자치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부중개업자들이 중개한 대부금액은 3조381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2조3444억 원)보다 29.6% 급증했다. 대부중개업자가 벌어들인 중개수수료 수입도 1303억 원으로 같은 기간 29.3% 늘었다. 대부중개업자는 여러 대부업체와 계약을 맺고 영업활동을 하면서 대출자들과 대부업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중개인을 통한 대출이 급증한 것은 작년 8월 어린이와 청소년의 TV 시청 시간대에 대부업 방송광고가 전면 금지된 뒤 대부업체들의 중개인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부 규모 자체가 늘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 작년 말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13조2600억 원으로 6개월 새 7.3% 늘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267만9000명으로 2.5% 증가했다. 그동안 일부 중개업자들이 대출 서류를 조작하거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해 문제가 된 만큼 금융당국은 이들의 영업 활동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2008년 금융위기와 맞먹는 메가톤급 악재로 번져 세계 경제를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불협화음에서 비롯된 영국과 EU의 결별로 막을 내리며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인가.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얼마나 크고 오래갈 것인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 경제가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에 접어든 데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기까지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시나리오별로 짚어봤다.○ 시나리오1: 영국만 탈퇴, EU의 연착륙 브렉시트는 과거의 경제위기들과 본질부터 차이가 있다. 지난 위기들은 자산 버블(거품) 붕괴, 신용의 과도한 팽창 등으로 금융 시스템이 직접 훼손되면서 발생했다.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땐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스페인 그리스 등이 국가 부도의 벼랑에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파산 위기에 몰린 국가나 기업은 없는 상태다. 경제 시스템이 고장 난 게 아니라 국민투표라는 정치적 이슈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가 예상을 빗나가 시장이 단기 충격을 받았지만 금융 불안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금융위기를 겪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어 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도 나온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패닉에 빠졌던 아시아 금융시장이 27, 28일 이틀 연속 안정세를 보인 것도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만약 다른 나라의 ‘도미노 탈퇴’ 없이 영국만 EU에서 빠져나오고 그친다면 이번 사태가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물론 위기 당사국인 영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영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브렉시트만으로 세계 성장률이나 교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2: EU 체제의 불안 지속 문제는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 적어도 2년, 길게는 5년 넘게 걸리는 데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많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정부와 EU 간의 갈등이나 충돌이 불거지면 세계 경제 불안이 길어질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 때처럼 EU 각국의 정치 이벤트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불규칙적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2008년 위기처럼 세계 경제가 큰 펀치를 한 방 맞는 게 아니라 정치적 이슈에 따라 작은 훅을 여러 번 길게 맞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 실물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EU 국가로 ‘탈(脫)EU’ 바람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미 덴마크 체코 핀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다. EU 체제 불안이 지속되고 각국의 탈퇴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상상외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안 원장은 “EU라는 단일 시장이 무너지면 세계 교역 위축, 성장 둔화 등의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금융 불안이 고조되면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 선호가 심해지고 신흥국에서 급격히 외국 자금이 이탈해 신흥국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 또 EU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이 타격을 받으면 세계 경제의 도미노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나리오3: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최악의 시나리오는 EU 체제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으로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미국이 맺고 있는 무역협정을 폐기 또는 개정하고, 이에 맞서 중국마저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가 대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역 소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만성적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고립주의가 확산되면 세계 경제가 대공황 때와 비슷해질 것”이라며 “경기 침체와 양극화가 동시에 심해지면 해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극단적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 실장은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자국 경제를 이끌어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EU가 붕괴되기 전에 EU 정상들이 선제적으로 다른 국가의 탈퇴 움직임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으로 지난주 대혼란에 빠졌던 아시아 금융시장이 27일 진정된 모습을 보이며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비켜 갔다. 하지만 뒤이어 문을 연 유럽 시장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오후 11시(한국 시간)까지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며 브렉시트의 여진을 이어갔다. 미국 증시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세계 경제가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고, EU 추가 탈퇴 움직임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아 국내외 금융시장은 당분간 불안한 출렁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는 소폭 반등, 유럽은 장 초반 하락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08% 오른 1,926.85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1% 이상 떨어지며 1,900 선을 위협받았던 코스피는 하락 폭을 줄여 장 막판에 극적으로 반등을 이뤄냈다. 코스닥지수도 0.15% 오른 648.12로 마감했다.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섰지만 ‘탈(脫)한국’이 예상됐던 영국계 자금은 국내 주식을 오히려 소량 사들였다. 브렉시트 여파로 24일 30원 가까이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2.4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82.3원에 거래를 끝냈다. 일본 증시도 2.39% 올랐고, 중국 증시도 1% 이상 반등했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정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비상 대응에 나선 데다 브렉시트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누그러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아시아와 달리 유럽은 지난 주말의 공포가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위기의 진원지인 영국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이날 장중 2% 안팎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런던 증시에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바클레이스, 이지젯 등 은행 항공 건설주(株)들은 장중 최대 20% 안팎의 폭락세를 연출했다. 24일 11% 폭락했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27일 장중에 3% 이상 하락해 2거래일 연속 31년 만의 최저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주보다 하락 폭은 크게 줄었지만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 불안을 견뎌낼 힘이 있다”며 시장을 다독였지만 증시 및 파운드화 가치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추가 폭락 가능성도”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민관 합동으로 브렉시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언과 조치들을 일제히 쏟아냈다. 스위스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참석했다가 급거 귀국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하고 당장 이번 주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3조 원 이상의 단기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은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서도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경제 주체들이 단기적 상황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역별 대응체계 점검회의에서 “브렉시트는 실제로 현실화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위기가 곧바로 발생한 2008년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리먼 파산이나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는 직접적인 금융시스템 훼손이 발생했지만 브렉시트는 영국, EU 등과의 무역 연계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8개 은행장도 긴급회동을 갖고 “외화유동성 점검, 실물부문 지원 강화 등으로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2개 증권사 사장들과의 회의에서 “주가 급락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시장이 앞으로 바닥을 찍고 ‘V자형’ 반등을 하기보다는 ‘L자형’의 약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각국의 브렉시트 대응 움직임에 따라 금융시장이 추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시점에서 모든 게 불확실하다”며 “미국, 유럽 등이 시장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2차 충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 기자}
성장 둔화에 발목 잡힌 글로벌 경제가 ‘브렉시트’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나자 세계 중앙은행들이 각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저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실탄’을 준비하고 경기 침체에 대응할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한국은행도 브렉시트에 대응해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겉으로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 공조에 나선 것 같지만, 그 이면을 보면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환율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충격 막아라…각국 중앙은행 “실탄 준비” 25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세계경제회의에 참석한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3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각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상호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BIS 회의에서 긴급 선언문이 발표된 것은 이례적이다. 예상 밖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중앙은행 수장들이 일제히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번 회의 의장인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영국은행의 비상 조치를 지지하며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중앙은행들이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4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은 금융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500억 파운드(약 405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파운드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추가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BC)도 브렉시트 충격에 대비해 22일 유로화 공급을 늘린 데 이어 자금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른 중앙은행들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로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되자 일각에서는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커녕 금리를 다시 제로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수출 둔화와 기업 이익 감소, 글로벌 자금 이탈 등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본, 한국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브렉시트의 최대 희생양으로 꼽히는 일본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글로벌 자금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24일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00엔 선이 무너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수년간 막대한 돈을 풀어 떨어뜨린 엔화 가치가 불과 4시간 만에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엔화 가치 급등세로 일본의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올 하반기(7∼12월)에 10조 엔(약 115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일본은행(BOJ)은 당장 다음 달 28, 29일로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완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안팎에서는 일본은행이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0.1%)를 더 낮추거나 국채 매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하반기 성장 둔화에 대비해 이달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췄다. 더 나아가 다음 달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추가 하향 조정하고 금리도 더 내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반기 국내 경제는 내수와 수출 부진에 부실기업 구조조정 충격이 더해져 하방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브렉시트라는 돌발 악재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 실물경제에 타격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브렉시트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시장 과열 등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로 전 세계 증시에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가까운 약 3000조 원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저유가와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가뜩이나 부진한 세계 경제가 브렉시트 악재를 만나 올해 3%대 성장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장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의 시가총액은 23일 63조8137억 달러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61조2672억 달러로 급감했다. 하루 만에 한국 GDP(1558조6000억 원)의 1.9배인 2조5465억 달러(약 2979조 원)가 증발한 것이다. 영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4일 5년물 기준으로 40.4% 치솟아 8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 악영향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당초 3.0%에서 0.2∼0.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이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경기부양책 마련에 일제히 나섰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전 세계 증시에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가까운 약 3000조 원이 단 하루 만에 사라졌다. 연초부터 저유가와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경제에 브렉시트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하기 전인 23일 63조8137억 달러에서 24일 61조2672억 달러로 급감했다. 불과 하루 만에 전체 시가총액의 4% 가량인 2조5465억 달러(약 2979조 원)가 증발한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증시 하락세가 가장 컸던 때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로, 그해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 동안 세계 시가총액의 16.6%가 줄어든 바 있다. 영국의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4일 5년물 기준으로 무려 40.4% 치솟아 8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브렉시트로 인해 내년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브렉시트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앞으로 최소 1, 2년 계속될 장기 악재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이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경기부양책 마련에 일제히 나섰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포가 결국 현실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또 한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블랙 스완’(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한번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여파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24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며 ‘영국발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연출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유럽의 자국 중심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 성향이 짙어지면서 자유무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영국이 예상 밖의 브렉시트를 선택하자 국내외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치며 역대 최악의 기록을 쏟아냈다. 외환시장에서는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1% 폭락해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유로화 가치도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대 폭인 4% 이상 급락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며 일본 엔화 가치가 폭등해 3년 만에 달러당 100엔이 붕괴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증시가 8% 가까이 폭락했고, 코스피는 하루 변동 폭이 100포인트가 넘을 정도로 극심하게 요동친 끝에 3% 이상 하락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하루 만에 47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도 8∼11%대 급락세로 장을 열었다. 각국의 실물경제도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인 영국 경제가 흔들리고 EU 붕괴 위기가 고조되면서 연쇄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경제와 긴밀한 관계인 중국이 타격을 받아 한국 등 신흥국의 ‘도미노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오전 11시경 직감이 들더군요. 개표가 4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점점 탈퇴 득표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결국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되는구나 싶었죠.”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외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딜러 A씨. 영국의 EU 잔류를 예측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출근했던 그는 24일 11시경부터 긴장감에 진땀을 흘렸다. 실제로 시장에서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날 미국 및 유럽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개인 및 기관투자자 대부분 브렉시트가 불발될 것으로 여겼던 터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딜링룸은 피 말리는 전쟁을 치렀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이 30원 가까이 오른 1179.9원까지 급등했다. 문제는 충격파가 얼마나 이어질 지 ‘시계(視界)제로’라는 점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단 유럽, 뉴욕 증시를 살펴본 뒤 시장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 좀처럼 예측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날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이 EU에 잔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영국 국민들의 선택은 브렉시트였다. 개표가 진행됨에 따라 ‘탈퇴’를 택한 유권자 비율이 점차 잔류 쪽과 격차를 벌려가자 아시아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하락한 1,925.24로 마감했다. 장 초반 2,001.55로 시작했던 코스피는 브렉시트 우려에 한 때 1,892.75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36포인트(4.76%) 하락한 647.16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 때 5% 이상 하락하자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 매매 거래를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8% 이상 폭락한 끝에 전날보다 7.92% 하락한 1만4952.02로 마감하며 약 4개월 만에 1만5000엔 선을 내줬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2% 이상 하락 마감했다. 글로벌 외환시장 역시 대혼란에 빠졌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0% 가까이 폭락해 1.35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35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5년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하루 변동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월의 6.5%를 깨고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20% 이상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1.35달러 밑으로 주저앉은 파운드화가 1.15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7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17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중에 최대 30.1원까지 폭등하며 2011년 9월 23일(46.0원) 이후 최대 수준의 변동 폭을 보였다. 이날 원화를 비롯해 신흥국 통화는 일제히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세계 금융시장 및 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급등하고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신흥국 통화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반면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00엔 선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쏠린 결과다. 향후 국제 금융시장 혼란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국내 시장 거래가 마무리됐지만 뉴욕과 유럽 시장의 거래 결과에 따라 다음 주에도 혼란 상황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영국을 뒤이어 EU 탈퇴를 시도하게 되면 불안 심리가 확대돼 시장의 출렁거림이 장기화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후폭풍이 짧게 끝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이번 주 들어 EU 잔류 쪽으로 무게가 기울며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반대급부로 하락세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다음주에는 영향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9월 시행될 예정인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김영란법)과 관련해 “분명히 민간 소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22일 주요 기관 및 학계 인사들과 경제동향간담회를 열고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간담회 때만 해도 “현 시점에서 영향을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던 이 총재가 이날 이례적으로 김영란법을 언급한 것은 제도 시행에 따른 내수경기 위축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 총재는 “지난달 경남 지역의 실업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중국 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시장조성자로 한국계 은행 5곳이 처음으로 선정됐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런민(人民)은행 산하의 외환거래센터(CFETS)는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중국법인과 산업은행 상하이지점 등 국내 은행 5곳을 포함해 14개 은행을 시장조성자로 선정했다. CFETS가 선정하는 시장조성자에 국내 은행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하이에 개설될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이달 말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성자는 호가 제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며, 환율도 시장조성자 은행 간의 거래로 형성된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1월 구조조정으로 퇴사한 A 씨(52)는 5개월째 백수 신세다.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울산 동구의 106m²짜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지만 감감무소식이다. 3년 전 조선업이 호황일 때만 해도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3.3m²당 1000만 원대였지만 지금은 800만 원 중반대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A 씨는 “주변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줄줄이 내놓고 있어 매매가 안 된다”며 “집이 안 팔리고 실업자 생활이 계속되면 조만간 대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조선 빅3’와 협력업체가 밀집한 울산 및 경남 거제시의 지역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경남 거제시의 예금은행 수신 잔액은 3월 말 현재 1조6184억 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넉 달 동안 줄어든 예금 잔액은 1085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구조조정협의체를 가동해 조선업을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선정했다. 반면 같은 기간 거제시의 예금은행 대출금은 463억 원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협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은 지난해 11월 3조5570억 원에서 올 3월 3조6808억 원으로 1238억 원이나 증가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있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3월 말 현재 울산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보다 2505억 원 늘었고,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은 4069억 원 급증했다. 이 지역들에서 실직 등으로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생계형 대출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울산과 거제 지역의 고용 상황이 악화돼 이 같은 추세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달 거제시가 포함된 경남 지역 실업률은 3.7%로 작년 동월보다 1.2%포인트 올라 전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울산 지역 실업률도 0.1%포인트 올랐다. 앞으로 2년 반 동안 조선 빅3가 인력 30%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어서 이 지역의 실업률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협력업체와 해당 지역 자영업자가 받는 타격까지 감안하면 실업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1489건으로 작년 5월(2893건)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거제시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올해 4월 말까지 1.8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4.34%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정임수 imsoo@donga.com /울산=정재락 /창원=강정훈 기자}
‘원화 가치가 흔들리면서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을 겪는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다. 북한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나랏빚이 빠르게 늘어난다.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찾아온다. 원자재 수입이 늘면서 경상수지는 악화된다….’ 남북한의 통일이 예고 없이 찾아왔을 때 단기 및 중기에 걸쳐 한반도 경제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전문가들은 통일경제의 ‘대박’은 생각보다 천천히 찾아올 수 있다며 일단은 단기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년 전부터 경제부처들도 저마다 남북한의 급진적인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경제통합의 기초적인 시나리오들을 짜 놨다. 하지만 아직은 로드맵 수준에 그칠 뿐 구체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단지 경제통합을 무작정 서두르기보다는 남북한을 한시적으로 분리했다가 점진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원칙만 세우고 있을 뿐이다. 남북한 격차 커… 일단 분리하는 것 외엔 답 없어 통일에 대비하는 정부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 경제의 인프라가 너무 낙후돼 있어 이를 새로 정비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또 북한 지역에 대한 자료 조사나 데이터 확보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는 점도 통일을 미리 준비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 부문의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현재 북한은 일반 시중은행이 전혀 없고 중앙은행 격인 ‘조선중앙은행’이 상업은행 업무까지 맡아 22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점들은 가계의 예금을 받는 기능을 일부 하지만 대출은 해주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제도권 밖에서 고리대금업자들이 가계에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실정이다. 금융시장은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가장 기본적인 혈맥의 역할을 하는데 북한 경제는 약 70년 동안 사실상 제대로 된 금융시장·산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남북한 경제를 한시적으로 분리하는 것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화폐부터도 당분간은 남북이 ‘2화폐’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다가 장기적으로 경제력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판단되면 단일 화폐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한 경제력의 차가 워낙 큰 시점에 성급히 화폐 통합을 했다가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도 통일 초기에 1 대 1의 비율로 동서독 화폐 통합을 단행했지만 이로 인해 동독 화폐가 고평가돼 동독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기업 도산으로 실업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재정 문제도 당장 ‘발등의 불’이다. 북한에 철도 도로 전력 통신 등을 깔아주는 ‘투자성 지출’의 경우 그나마 민간자금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유엔 등 국제기구의 참여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북한 주민의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는 ‘소비성 지출’은 오롯이 정부 부담이다.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의 5%대에 불과하다. 통일 이후 남한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가감 없이 북한 지역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북한 주민 거의 대부분이 제도 수급자가 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에 대한 재정 지출이 급증해 단기적인 ‘재정 절벽’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통일재원 마련 방법도 ‘깜깜’… ‘재정절벽’ 올 수도 남북한 통일비용도 연구 주체와 조사 방법에 따라 제각각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선 통일 후 향후 50년간 통일비용을 최소 2316조 원에서 최대 4822조 원으로 추산했다. 최대치로 계산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금융위원회가 2014년 내놓은 보고서는 통일 이후 20년간 북한 경제를 재건하는 데 5000억 달러(약 586조 원)의 통일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통일기금 조성 △국공채 발행 및 차관 도입 △부가가치세 인상 등 다양한 통일비용 마련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관(官) 주도로 통일기금 조성 사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금융위는 국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통일비용의 50∼60%인 2500억∼3000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머지는 국내외 민간투자 자금과 통일 후 북한의 자원 개발 이익 등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 재정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공채를 발행하거나 차관을 도입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일각에선 부가가치세 인상을 주장한다. 한국은 1977년 부가세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10%의 단일 세율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부가세 인상은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역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먼저 도출해야 한다. 물론 통일 전에 북한 경제가 개혁개방을 통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다면 통일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중심이 된 중장기전략위원회가 지난해 구상한 ‘4단계 남북경협 추진안’에도 이런 기대가 담겨 있다. 추진안에 따르면 정부는 개성공단에 이어 북한 주요 도시에 경협 거점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평양-개성-남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남북 경협벨트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로부터 “현재 남북 관계를 감안할 때 선언적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정임수 기자}
앞으로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 뱅크런’(외화자금 대량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국내 은행들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현금화가 쉬운 외화자산을 더 쌓아둬야 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16일 제38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놨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 등의 대외 변수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감안한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미국 양적완화(QE)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 외화가 지나치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외환제도를 운영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대외 여건이 바뀐 만큼 이에 맞춰 규제를 손질했다”고 설명했다. 개편 방안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모니터링 지표로 쓰였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을 내년 1월부터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외화 LCR는 은행이 대규모 외화자금이 유출되는 유동성 위기 상황을 버텨낼 수 있도록 현금화가 쉬운 고(高)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미리 설정해 두는 것이다. LCR가 높으면 위기 상황이 벌어져도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아 외부 도움 없이 은행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고, 보유 자산을 팔아 실물 부문에도 안정적으로 외화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LCR를 내년 60%에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19년에는 80%를 맞춰야 한다. 기업은행 농협 수협 등 특수은행은 내년 40%에서 2019년 80%까지 높여야 한다. 다만 외화부채 규모가 5억 달러 미만인 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외국은행 국내 지점 등은 LC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LCR는 지난해 7월 모니터링 지표로 처음 시행된 뒤 은행들이 사전 준비를 해온 만큼 규정된 비율을 맞추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LCR 규제 도입으로 불필요해진 다른 외화 유동성 규제들을 없애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LCR를 높이려면 선진국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채권 등을 많이 보유해야 해 외화 유동성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앞으로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 뱅크런’(외화자금 대량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국내 은행들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현금화가 쉬운 외화자산을 더 쌓아둬야 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16일 제38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놨다. 미국의 금리인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 등의 대외 변수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감안한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미국 양적완화(QE)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 외화가 지나치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외환제도를 운영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대외 여건이 바뀐 만큼 이에 맞춰 규제를 손질했다”고 설명했다. 개편 방안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모니터링 지표로 쓰였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을 내년 1월부터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외화 LCR는 은행이 대규모 외화자금이 유출되는 유동성 위기 상황을 버텨낼 수 있도록 현금화가 쉬운 고(高)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미리 설정해두는 것이다. LCR이 높으면 위기 상황이 벌어져도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아 외부 도움 없이 은행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고, 보유 자산을 팔아 실물부문에도 안정적으로 외화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LCR을 내년 60%에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19년에는 80%를 맞춰야 한다. 기업은행·농협·수협 등 특수은행은 내년 40%에서 2019년 80%까지 높여야 한다. 다만 외화부채 규모가 5억 달러 미만인 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외국은행 국내지점 등은 LC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LCR은 지난해 7월 모니터링 지표로 처음 도입된 뒤 은행들이 사전 준비를 해온 만큼 규정된 비율을 맞추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LCR 규제 도입으로 불필요해진 다른 외화유동성 규제들을 없애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LCR을 높이려면 선진국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채권 등을 많이 보유해야 해 외화유동성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국제유가 및 환율 상승의 여파로 지난달 수입물가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수출물가도 석 달 만에 반등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77.43으로 전달보다 3.5% 상승했다. 이는 작년 10월(78.34)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품목별로 석탄 및 석유제품이 9.3% 뛰었고 화학제품, 일반기계, 전기·전자기기 등도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평균 1171.51원으로 전달보다 2.1% 오른 데다 국제유가(두바이유)도 배럴당 44.26달러로 13.5% 급등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도 80.45로 전달보다 2.4% 올랐다. 3, 4월 두 달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반등한 것이다. 석탄 및 석유제품(14.1%) 등 공산품이 2.4% 올랐고, 농림수산품도 2.2% 상승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지난해 한국의 국부(國富)가 1경2300조 원을 넘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9배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종시 및 혁신도시 개발 등에 힘입어 토지자산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국부에서 일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순자산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15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국부를 나타내는 국민순자산은 1년 전보다 5.7% 늘어난 1경2359조5000억 원으로 추계됐다. 이는 명목 GDP의 7.9배 수준으로, 2011∼2013년(7.7배)보다 배율이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2014년부터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해외에 투자하는 규모가 더 많은 ‘순국제투자국’으로 전환돼 이 비율이 올랐다”고 말했다. 국민순자산 가운데 건물 설비 토지 지하자원 같은 비(非)금융자산(실물자산)이 1경2126조5000억 원이었고,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233조 원이었다. 자산 유형별로 보면 토지자산이 6574조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9% 늘었다. 특히 비금융자산에서 토지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4.2%로 전년보다 0.6%포인트 뛰었다. 이 비중은 2007년 이후 줄곧 하락하다가 혁신도시, 세종시, 제주도 개발 등의 영향으로 2014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면 비금융자산 가운데 기업의 재고, 설비 같은 생산자산 가격은 국제유가 하락과 글로벌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0.1% 하락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제 주체별로 보면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든 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비금융법인(일반기업)의 자산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했다. 일반기업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중은 2013년 30.5%에서 2014년 30.3%, 2015년 30.0%로 2년 연속 줄었다. 가계의 가구당(2.55명 기준) 순자산은 지난해 3억6152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067만 원 늘었다. 하지만 시장 환율로 환산하면 미국의 47%, 일본의 69% 수준에 그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시중은행들이 13일부터 잇따라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낮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1년 만기 예금 금리가 연 1%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져 시중자금이 은행권을 벗어나 제2금융권과 증시, 부동산시장 등으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맡겨진 돈은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다. 초저금리 여파로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빚 증가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취약계층과 제2금융권 부채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예금 금리 1% 턱걸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거치식 및 적립식 수신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0.10∼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우리 웰리치 주거래예금’ 금리는 연 1.60%에서 1.40%로 떨어졌고, 1년짜리 ‘올포미 적금’도 연 1.70%에서 1.45%로 내려갔다. KEB하나은행도 이날 모든 수신상품의 금리를 0.15∼0.20%포인트 낮췄다. 대표상품인 1년 만기 ‘행복투게더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1.3%에서 1.1%로 떨어졌다. KB국민, 신한, 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이번 주에 수신 금리 인하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은행권의 예금 금리는 종전의 1%대 중후반에서 일제히 1% 초반대로 낮아지게 됐다. 물가 상승률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수신 자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보험사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잔액은 2022조 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액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최대 증가폭인 약 176조 원이 늘어난 데 이어 올 들어 4개월 만에 111조 원가량이 급증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 전세대출 올해만 3조5000억 원 급증 저금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세금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전세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IBK기업 등 6개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제외) 잔액은 올해 1∼5월 동안 3조4974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2조248억 원)보다 72% 급증한 규모다. 세입자들이 싼값에 대출을 받아 급등한 전세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난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은행권의 대출 금리도 하락할 예정이어서 전세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10년 만기, 분할상환 기준) 금리는 연 3% 안팎으로, 조만간 2%대 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이날 혼합형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금리를 연 2.71∼4.01%로 지난주보다 0.11%포인트가량 낮췄다. 가계가 줄어든 이자 부담에 대출을 늘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강화된 대출 심사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정임수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결정짓는 국민투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브렉시트 가능성마저 높아지면서 이미 세계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달 23일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는 메가톤급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을 필두로 세계 금융시장은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또 EU와의 교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실물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영국계 자금만 36조 원…대거 이탈 우려 현재 세계 금융시장은 영국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출렁이고 있다. 최근엔 브렉시트 우려로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이탈해 선진국 장기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대거 쏠리는 모습이다. 10일(현지 시간)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일제히 사상 최저치로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 역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여파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 주요국 증시는 10일까지 사흘 연속 하락했다. 특히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최근 1주일간 달러 대비 약 1.7% 하락해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만약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파운드화는 물론이고 유로화 가치가 동시에 추락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파운드화 가치가 주요 교역 상대국 대비 15∼20%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미 달러화 강세가 심해지면 한국 등 신흥국에서는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외국인 자금 유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3월 말 현재 국내 증시에서 영국계 투자자가 보유한 상장주식 규모는 약 36조 원이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전체 주식의 8.3%로 미국(약 172조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계를 비롯해 미국계 투자자가 이탈하며 국내 시장이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 수출 타격 우려” 브렉시트는 영국의 무역장벽을 높여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대외교역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또 중국에 이어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인 영국마저 성장 추진력을 잃게 돼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이후 향후 15년간 자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영국이 EU에 잔류하는 것이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안정을 위해 최선”이라며 “결과가 반대로 나온다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독일과 함께 유럽 경제를 이끌어온 영국의 이탈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EU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EU 경제가 흔들리면 재정이 불안한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험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영국과 EU 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면 이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한 비중은 1.4%, EU는 9.1%다. 또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은 영국과 별도로 신규 FTA를 체결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된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의 무역 전선에도 먹구름이 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이달 말 한국 등 세계 각국과 체결한 모든 FTA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평가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은 이 보고서를 통해 대한(對韓) 무역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통상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역시 한미 FTA의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띠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대(對)유럽 수출이 줄고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한국 등 신흥국의 수출이 악화돼 세계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브렉시트, 트럼프 효과 등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 전 세계 무역 규모가 위축되고 외국인 투자나 취업 등에 대한 규제도 심해질 수 있다”며 “한국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