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17

추천

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8-28~2024-09-27
문학/출판47%
칼럼17%
사회일반13%
교육7%
미술7%
문화 일반7%
무용2%
  • 잘린 다리… 불 탄 시체… 진짜같은 섬찟한 디테일

    연말 뮤지컬 흥행 대전에서 순항 중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특징 중 하나는 디테일한 무대 소품이다. 잘린 다리, 불에 탄 시체, 검붉은 피…. 진짜처럼 실감나게 만들어진 이런 소품들은 이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막 후반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참수된 앙리 뒤프레의 머리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 빅터의 손에 들린 앙리의 잘린 머리는 캐스팅에 따라 다르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알아챘겠지만 앙리 역을 맡은 세 배우(박은태 한지상 최우혁)의 캐스팅 일정에 따라 이들의 얼굴을 그대로 본뜬 소품 머리를 사용하는 것. 김린아 소품팀장은 “잘린 머리는 치아 모형 제작 때 사용되는 알지네이트로 앙리 역의 배우의 얼굴 본을 각각 떠서 실리콘 재질의 머리 모형을 만들었다”며 “원년 멤버인 박은태, 한지상은 초연 때 뜬 본을 다시 사용하고 있고, 이번에 처음 합류한 최우혁만 새로 본을 떴다”고 말했다. 얼굴은 3분간, 뒷머리 부분은 6분간 본을 떴고, 이번 시즌부터 합류한 최우혁은 얼굴 앞면도 6분간 본을 떴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얼굴 본을 뜰 때에는 알지네이트로 얼굴을 다 덮은 뒤 굳을 때까지 3∼6분간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배우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빨대를 입에 물리거나 코 부분에 숨구멍을 뚫어준다”고 설명했다. 소품 중에서도 인체모형(더미)은 디테일의 정점을 찍는다. 1막 초반부 전쟁터에서 신체접합술의 1인자인 앙리는 다리가 잘린 적군을 구하려고 한다. 이때 앙리의 손에 적군의 잘린 다리가 들려 있는데, 잘린 부분의 근육과 뼈대, 피 등 실감나는 더미가 소품으로 사용된다. 김 팀장은 “초연 때는 마네킹을 활용했는데 아무래도 가짜 느낌이 나 이번 공연부터는 실리콘 재질의 더미를 제작해 사용 중”이라며 “단순히 다리 겉모습뿐 아니라 절단면의 근육, 잘린 관절, 뼈대 부분까지 세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1막 중반부에 어린 빅터가 흑사병으로 죽은 엄마의 화장된 시체를 다시 집으로 끌고 오는 장면. 침대 위에 누인 불태워진 시체 역시 눈에 띄는 소품이다. 김 팀장은 “불에 타 손발이 오그라든 디테일까지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실리콘 재질의 더미에 옷을 입히고 실제로 불에 그슬어 만들었다”며 “이 소품을 만드는 동안 소품작업실에 오징어 태우는 냄새가 진동해 고생했다”며 웃었다. 공연 내내 살인이 등장하다 보니 ‘피’ 역시 중요한 소품이다. 양희선 분장감독은 “영화에서는 특수 분장을 할 때 주로 식용 색소와 물엿, 커피가루를 섞어 가짜 피를 만드는데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붉은 색깔의 수채화 물감과 녹말 물, 커피가루를 섞어 피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피를 몸에 묻힌 배우들이 금방 피를 닦아낸 뒤 다음 장면에 등장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지워지는 성분으로 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무대 뒤엔 잘린 다리, 불에 탄 시체가…

    연말 뮤지컬 흥행 대전에서 순항중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특징 중 하나는 디테일한 무대소품이다. 잘린 다리, 불에 탄 시체, 검붉은 피…. 진짜처럼 실감나게 만들어진 이런 소품들은 이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막 후반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참수된 앙리 뒤프레의 머리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 빅터의 손에 들린 앙리의 잘린 머리는 캐스팅에 따라 다르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알아챘겠지만 앙리 역을 맡은 세 배우(박은태, 한지상, 최우혁)의 캐스팅 일정에 따라 이들의 얼굴을 그대로 본 딴 소품 머리를 사용하는 것. 김린아 소품팀장은 “잘린 머리는 치아 모형 제작 시 사용되는 알지네이트로 앙리 역의 배우의 얼굴 본을 각각 떠서 실리콘 재질의 머리모형을 만들었다”며 “원년 멤버인 박은태, 한지상은 초연 때 뜬 본을 다시 사용하고 있고, 이번에 처음 합류한 최우혁만 새로 본을 떴다”고 말했다. 얼굴은 3분간, 뒷머리 부분은 6분간 본을 떴고, 이번 시즌부터 합류한 최우혁 배우는 얼굴 앞면도 6분간 본을 떴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얼굴 본을 뜰 때에는 알지네이트로 얼굴을 다 덮은 뒤 굳을 때까지 3~6분간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배우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빨대를 입에 물리거나 코 부분에 숨구멍을 뚫어준다“고 설명했다. 소품 중에서도 인체모형(더미)은 디테일의 정점을 찍는다. 1막 초반부 전쟁터에서 신체접합술의 1인자인 앙리는 다리가 잘린 적군을 구하려고 한다. 이 때 앙리의 손에 적군의 잘린 다리가 들려 있는데, 잘린 부분의 근육과 뼈대, 피 등 실감나는 인체모형(더미)이 소품으로 사용된다. 김 팀장은 ”초연 때는 마네킹을 활용했는데 아무래도 가짜 느낌이 나 이번 공연부터는 실리콘 재질의 더미를 제작해 사용 중“이라며 ”단순히 다리 겉모습 뿐 아니라 절단면의 근육, 잘린 관절, 뼈대 부분까지 세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1막 중반부에 어린 빅터가 흑사병으로 죽은 엄마의 화장된 시체를 다시 집으로 끌고 오는 장면. 침대 위에 누워진 불태워진 시체 역시 눈에 띄는 소품이다. 김 팀장은 ”불에 타 손발이 오그라든 디테일까지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실리콘재질의 인체모형에 옷을 입히고 실제로 불에 그슬려 만들었다“며 ”이 소품을 만드는 동안 소품작업실에 오징어 태우는 냄새가 진동해 고생했다“고 웃었다. 공연 내내 살인이 등장하다보니 ‘피’ 역시 중요한 소품이다. 양희선 분장감독은 ”영화에서는 특수 분장을 할 때 주로 식용색소와 물엿, 커피가루를 섞어 가짜 피를 만드는데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붉은 색깔의 수채화 물감과 녹말 물, 커피가루를 섞어 피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피를 몸에 묻힌 배우들이 금방 피를 닦아낸 뒤 다음 장면에 등장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지워지는 성분으로 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5-12-10
    • 좋아요
    • 코멘트
  •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 ‘인코그니토’… 우리 부부에겐 마치 첫 자식 같아요

    남편은 연극계에서 ‘고전의 현대화’와 ‘세련된 미장센’의 달인으로 꼽히는 유명 연출가다.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아내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다. 극단 여행자의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인 양정웅(47)과 배우 윤다경(44) 부부가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7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무대에 오른 ‘인코그니토’를 통해서다. 인코그니토는 국내에선 연극 ‘별무리’의 작가로 알려진 영어권 작가 닉 페인의 신작. 국내 초연이다. 배역은 21개인데 배우는 단 4명. 윤다경 외에 남윤호, 김대진, 장지아가 출연한다.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양정웅 윤다경 부부는 작품에 푹 빠져 있었다. 인코그니토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친 뒤 240개 조각으로 잘라 연구한 토마스 하비, 30초 이상의 기억을 유지하지 못해 평생 뇌 과학계의 연구 대상이 된 헨리 구스타브 몰레이슨, 결혼 생활에 파경을 맞은 후 동성 연인을 만난 임상 신경심리학자 마사 등 서로 연관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하나로 꿴 작품이다. 양정웅은 “번역가 성수정 선생이 제목과 아인슈타인의 뇌 이야기를 하는데, 다 듣기도 전에 ‘이 작품이다’ 싶었다”며 “내게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만에 초벌 번역본을 받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양파 껍질 벗기듯 새롭더군요. 결국 인간의 기억장치인 뇌와 삶의 끈끈한 연결 관계를 통해 현대사회의 외로움 사랑 갈망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양정웅은 먼저 아내에게 출연을 제안했고, 아내는 의외로 쉽게 수락했다. 윤다경은 “사귀기 전부터 남편이 연출한 작품을 보면서 꼭 남편의 연극에 출연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극단이 서로 달라 연을 맺지 못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 극단 단원들에게 ‘대표 부인과 함께 일하는’ 부담을 줄까봐 꺼렸다”고 말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막상 남편과 작업하면서 배우들의 입장을 대변해 연출가인 남편에게 싫은 소리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하하.”(윤다경) “팔불출 같지만, 아내는 작품 분석력이 탁월해요. 아내에게 반했던 것도 그 때문이죠. 인코그니토가 다소 어려운 작품이어서 아내에게 묻어가고 싶었어요.”(양정웅) 2009년 김광보 연출의 ‘산소’에 출연했던 윤다경은 공연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히 합석한 양정웅을 처음 만났다. 윤다경은 “처음 만난 날, 왠지 이 남자랑 결혼할 것 같았다”며 웃었다. 양정웅은 “사실 아내를 만나기 몇 개월 전만 해도 어머니께 ‘나는 연극과 결혼했다’며 독신의 삶을 걷겠다고 했는데 처음 만난 날 아내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둘 다 마흔을 넘겨 결혼한 이들 ‘잉꼬부부’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윤다경은 “남편과 처음으로 연극 작업을 하는 인코그니토가 첫 자식 같다”고 말했다. 양정웅은 “우리 부부의 롤모델은 극단 베를린 앙상블을 만든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헬레네 바이겔 부부”라며 “함께 연극을 하는 꿈을 늘 꿔왔는데, 이번 작품으로 그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20일까지. 전석 3만 원. 02-889-3561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통예술부터 케이팝까지… 유럽서 꽃피우는 한류

    5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5박 7일간 프랑스, 체코 순방에서 ‘문화’ 관련 일정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화했다.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공예 패션 디자인전’을 관람한 데 이어 1일 유네스코를 방문해서 “문화적 다양성이 문화와 산업의 융합을 통해 지속 가능 개발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체코로 이동한 박 대통령은 3일 체코 국립인형극장에서 한-체코 실내악 협연과 협력 인형극 ‘다락에서’를 관람하고 4일 케이팝 콘서트에도 참석했다. 이 같은 ‘문화 행보’는 한국의 ‘글로벌 문화 강국’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 특히 300여 년의 인형극 역사를 지닌 체코에서 판소리 ‘수궁가’가 인형극 ‘다락에서’로 변신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다락에서’는 우리의 ‘수궁가’ 스토리에 체코의 전통 인형극을 결합한 작품으로 지난해 국제인형극협회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문수호 씨가 연출과 극작을 맡았다. ‘다락에서’를 보며 웃고 박수쳤던 박 대통령은 “한국의 전통 스토리와 체코의 인형극이 만나 창의적인 공연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문화융성을 4대 국정 기조로 내건 박 대통령은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문화융성의 핵심으로 꼽아 왔다. ‘다락에서’는 대중문화 콘텐츠 외에 우리의 전통 문화도 새로운 한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무대였다. 20년 만에 성사된 한국 정상의 체코 방문을 기념해 프라하에서는 처음으로 케이팝 공연도 열렸다. 체코와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이른바 ‘비셰그라드 4개국’은 한류에 대한 수요가 높은 대표적인 중유럽 국가. 이들 국가의 팬클럽은 헝가리 10만여 명, 체코 4만여 명 등 총 16만여 명에 이르지만 케이팝 콘서트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프라하 공연으로 중유럽 내 한류 확산 활로를 개척했다는 의미가 있다.이 콘서트에선 아이돌 그룹 ‘샤이니’ ‘레드벨벳’과 함께 사물놀이, 사자춤, 비보이들의 춤도 어우러졌다. 공연장은 중유럽의 케이팝 팬 20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번 콘서트는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전석 매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케이팝을 챙기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대중문화가 뷰티산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의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관광객과 유학생 유치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프라하=박민혁 mhpark@donga.com / 김정은 기자}

    • 2015-1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개막전 전회 매진 소식, 놀랍고도 부담 돼”… 연극 ‘시련’ 주연 이순재-지현준

    개막도 하기 전에 ‘전회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2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국립극단의 ‘시련’ 얘기다.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도 아닌 연극으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시련’의 두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순재(80)와 지현준(37)을 최근 만났다. 전 공연 매진 소식에 두 배우는 “깜짝 놀랐다”면서도 “부담도 된다”며 웃었다. 지현준은 “아서 밀러의 ‘시련’은 연극배우에게 ‘로망’으로 꼽히는 작품”이라며 “특히 믿고 보는 이순재 선배님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배우 모두 ‘시련’은 특별한 작품이다. 이순재는 올 3월 만난 김윤철 예술감독에게 ‘시련’을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2년 전 서울대 동문 극단인 관악극회에서 제가 직접 이 작품을 연출하기도 했고, 강의를 나가고 있는 가천대 등 대학에서 학생들과 워크숍 작품으로 다루기도 했죠. 수십 년 전 나왔지만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통할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순재에게 ‘시련’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국립극단 주연으로 무대에 서는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초반 견습생 자격으로 국립극단 무대에 잠깐 선 것 외에 59년간의 연기 인생 동안 국립극단과는 인연이 의외로 없었다”고 말했다. 지현준도 “‘시련’은 나를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한 특별한 작품”이라며 “10여 년 전 ‘시련’을 처음 본 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시련’의 박정희 연출은 지현준에 대해 “처음 작업하는 배우지만 내게 있어 행운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고 평했다.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등에 출연한 그는 동아연극상의 유인촌신인연기상(2014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연기상 등을 수상한 연극계 기대주다. ‘시련’은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폐쇄적인 마을 세일럼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명 ‘세일럼 마녀재판’을 모티브로 했다.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에는 몸을 사리는 평범한 농부 프락터가 마녀재판에 연루된다. 프락터는 거짓 고백으로 얻을 수 있는 안락한 삶과 진실을 얘기하고 명예롭게 맞이할 수 있는 죽음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순재는 마녀사냥을 위해 광기를 보이는 부지사 댄포스 역을, 지현준은 마녀사냥의 피해자 프락터 역을 맡았다. 내년 데뷔 60주년을 맡는 이순재는 “연기 인생 말년에 ‘시련’과 같은 대작을 만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2막에서 처음 등장하지만, 2인극처럼 쉴 새 없이 상대와 맞붙는 역할이라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는 “내가 해야 하는 대사가 200개나 될 만큼 힘들지만 오랜만에 원작을 제대로 살린 연극을 만났다”며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나에겐 인생이자 운동이고 체력 관리”라며 웃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종을 충성으로 모시던 왕방연, 왜 사약을 전하는 악역을 맡았나

    금지옥엽 키워 온 자녀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 어느 부모가 넋 놓고 가만히 있겠는가. 자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부모의 마음이 인지상정이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아비. 방연’은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충(忠)으로 모시던 단종에게 사약을 전달하는 신하 왕방연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 서재형 연출가와 한아름 작가 부부가 ‘메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도전하는 창극이다. 주인공 왕방연은 실존 인물로,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한 뒤 단종을 강원 영월로 귀양 보낼 때 그를 호송했던 금부도사다. 훗날 수양대군의 명령으로 단종에게 사약을 바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느 역사서에서도 단종에게 충성을 다했던 왕방연이 왜 사약을 바치는 역할을 맡게 됐는지를 전하지 않는다. 창극 ‘아비. 방연’은 바로 이 역사의 공백을 다룬다. 한아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왕방연의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그의 딸 ‘소사’가 있다. 수양대군을 주군으로 모시는 한명회는 단종의 충신들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계략을 세운다. 특히 왕방연에 대해선 그의 딸 소사가 단종 복위 운동에 나선 송석동과 혼례를 치른 것을 빌미로 삼아 소사를 죽이거나 공신의 노비로 삼겠다고 협박한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소사를 죽여버리겠다고 여러 차례 압박한다. 결국 왕방연은 딸을 살리고자 수양대군 측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화려한 무대 연출로 호평을 받은 국립창극단의 전작 ‘적벽가’와 달리 ‘아비. 방연’의 무대는 소품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출하다. 그 대신 배우의 동선을 다양하게 꾸며 빈틈없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한양(서울)에서 영월까지 이어지는 유배 여정을 배우들이 큰 원을 만들며 뛰는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극의 주제인 ‘부성애’를 부각시키는 건 역시 창극단 단원들의 애절한 ‘소리’다. 왕방연 역의 최호성의 소리와 연기가 인상적이다. 누구보다 의롭고 착한 심성을 지닌 왕방연이 딸의 목숨을 구하고자 단종에게 충성한 신하들의 삼족을 멸하라는 한명회의 명령을 이행하는 장면에서 최호성의 연기는 돋보였다. ‘부성애’와 ‘어긋난 소신’ 사이에서 큰 갈등에 휩싸인 왕방연의 심리를 과하지 않으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했다. 딸 ‘소사’를 놓고 “소사야. 너는 내 복이다”라는 대사를 반복하는 왕방연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을 끔찍이 여기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5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02-2280-411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자의 눈/김정은]소 잃고도 외양간 안고친다는 문화재청

    “심사위원 명단이 다 노출된 마당에 심사를 강행하겠다는 건 문화재청이 줄대기와 로비를 대놓고 방관하는 것 아닙니까?”(원로 무용가 A 씨) 15년 만에 이뤄지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 선발을 앞두고 심사위원 11명의 명단이 사전 유출됐다는 본보 보도(26일자 A1·27면)와 문화재 지정의 문제점을 진단한 시리즈가 나간 이후 며칠 동안 제보 메일과 전화가 쏟아졌다. 발신자는 이번 인간문화재 심사 신청자 및 이들과 친분 있는 무용계 인사들이었고 무용가의 남편이라며 전화한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아무개가 인간문화재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각종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B 씨는 모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행사마다 춤을 춰주면서 정치권에 로비를 벌여 왔다” “C는 이미 윗선에서 돌봐주고 있어 사실상 결정된 상태다” “D 정도의 턱도 없는 실력으로는 절대 인간문화재가 돼선 안 된다”…. 심사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기자에게도 이렇게 쓸데없는 공을 들이는 마당에 이미 명단이 노출된 심사위원들에게는 오죽할까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무용계에선 심사위원에 대한 어느 무용가의 구체적인 로비설은 물론이고 심사위원이 후보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만나자고 했다는 ‘카더라’식 의혹들이 기정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인간문화재가 되더라도 심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심사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30일 살풀이춤 인간문화재 인정조사(심사)를 강행했다. 3일 승무에 이어 7일 태평무 심사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마저 고치지 않겠다’는 것일까. 애초에 이번에 과열 양상이 벌어진 데는 문화재청이 ‘뒷말 많은’ 인간문화재 선정을 최대한 미루고 방치해 온 탓이 크다. 각 춤 분야별로 인간문화재가 1명씩 있다는 이유만으로 짧게는 15년, 길게는 27년간 인간문화재 추가 지정을 하지 않아 적체 현상을 초래했고 인간문화재였던 정재만, 이매방 선생이 1년 사이에 잇따라 별세하면서 부랴부랴 서두른 것. 문화재청이 밝힌 강행 이유도 어이없다. 이미 심사 장소를 대관한 데다 지원자들의 연말 공연이 많아 심사 일정을 조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걱정해야 할 건 심사 장소 대관 문제나 지원자의 일정 조율 과정에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시간이 걸려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심사 잣대를 만들고,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심사위원을 구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시대 변화에 맞게 개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인간문화재 심사가 문화재청엔 ‘행정 업무의 하나’일지 몰라도 한평생 춤만 춰온 무용가들에겐 십수 년 만에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정은·문화부 kimje@donga.com}

    • 2015-1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비보잉에서 플라잉 묘기까지 볼거리 ‘종합선물세트’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인 ‘별의 전설―견우직녀성’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화려한 3차원(3D) 무대에 비보잉 등 스트리트 댄스와 한국무용, 플라잉 묘기, 노래 등 뮤지컬 요소까지 버무렸다. 고전설화 ‘견우직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은 처음부터 외국인을 겨냥한 ‘관광 상품’으로 기획된 만큼 대사가 없는 논버벌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총 5회에 걸쳐 트라이아웃(시범) 공연으로 선보인 ‘별의 전설’은 지역 공연장으로는 드물게 7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자체 제작 콘텐츠다. 지역 공연장들이 대개 대관 공연을 주로 하거나 단발성 클래식 기획 공연에 그치는 소극적 운영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정부예술의전당의 ‘별의 전설’은 지역 공연장 역할의 외연을 넓혔다는 의미를 지닌다. 80명의 댄서가 무대에서 댄스 배틀을 벌이는 것으로 표현한 전쟁 장면이나 태양의 서커스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플라잉 묘기 등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의정부 역사와 은하수 등을 홀로그램 및 3D 입체 영상으로 구현한 배경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 볼거리였다. 공연 초반과 후반에 등장해 고운 목소리를 뽐낸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의 노래는 공연의 품격을 높였다. 하지만 트라이아웃 공연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점은 눈에 띈다. 70분 러닝타임 동안 너무 많은 장르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다 보니 산만한 장면이 많았다. 80명의 댄서가 댄스 배틀을 벌이다 생뚱맞게 태권도 격파 시범을 보이기도 했고, 현란한 비보잉 댄스 뒤에 궁중혼례복을 입은 여성 무용수들의 부채춤이 등장해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별의 전설’은 내년 4월 서울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좀 더 다듬어야 할 작품이지만, 내년을 기대할 가능성도 충분히 보여준 무대였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승 잘되는 춤은 굳이 인간문화재로 지정할 필요 없어”

    《 15년 만에 치러지는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선정(30일, 다음 달 3일, 7일)을 앞두고 일어난 잡음과 최근 금속활자인 증도가자의 진위 논란에서 보듯 현재 유·무형문화재의 지정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무형 문화재 지정의 목적과 시대 변화상에 맞게 기준과 절차 등을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그 해법을 들어봤다. 》○ “전승자 많은 분야는 인간문화재 수 늘리자” 무형문화재의 경우 전문가들은 전통 춤 인간문화재 선정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과열 경쟁 양상이 벌어지는 건 해당 춤을 배우는 사람이 많은데도 인간문화재가 1, 2명에 불과해 권한과 부가 집중되는 근본적인 문제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1960년대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겨난 것은 당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전통 문화의 맥이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전통 무용의 경우 각 대학 무용과에서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을 필수처럼 배우고 있어 전승에 문제가 없는 만큼 인간문화재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무용가 조흥동 씨는 “전승이 잘되고 있는 분야의 경우 인간문화재를 없애거나 지금처럼 소수의 독과점 구조 대신 많은 사람을 선정해야 지금과 같은 과열 양상을 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인간문화재 심사 방식과 심사위원 구성에 있어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인 임장혁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이번에 심사위원을 급히 꾸리다 보니 후보자가 제자 격인 무형문화재 이수자에게 심사를 받게 됐다”며 “심사위원 자격을 명확히 해야 선정 과정 전체에 공신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문화재청이 심사 과정에서 각 분야마다 후보자들이 한 번만 실기 심사를 치르도록 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 교수는 “후보자들이 이미 십여 년간 활동을 해온 사람들인데 이번처럼 단 한번의 실기 심사를 받도록 한 건 불합리하다”며 “일본의 경우 조사단들이 미리 전수 예상자들의 공연 및 활동을 비공개로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자료를 축적하고 수시로 여론을 수렴해 인간문화재를 선정해 잡음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 다른 분야 전문가 참여 늘려야 유형문화재에 관해선 제조 시기와 발견지 등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검증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문가 풀을 넓혀 오류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6년 가짜로 드러난 ‘귀함별황자총통’은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 2명의 의견만으로 바다에서 인양된 지 불과 사흘 만에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재 검증 과정을 소수의 문화재 위원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 문화재위원장을 지낸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문화재위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위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전문가가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여러 단계에 걸쳐 검증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문화재위원 전원이 국가문화재 지정에 동의했더라도 100% 진품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한 명이라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 지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난품이나 위조품이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도록 검증 단계에서 출처를 명확히 파악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지 전 관장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모든 문화재의 출처와 반입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 검증에서 첨단 과학기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과 X선 형광분석 등을 이용해 증도가자의 위조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 안 이사장은 “개별 문화재에 대한 인문학적 안목과 더불어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김정은 kimje@donga.com·김상운 기자}

    • 2015-1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승자 많은 분야는 인간문화재 숫자 늘리자…여러단계 검증필요”

    15년 만에 치러지는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선정(30일, 다음달 3일, 7일)을 앞두고 일어난 잡음과 최근 금속활자인 증도가자의 진위 논란에서 보듯 현재 유·무형문화재의 지정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무형 문화재 지정의 목적과 시대 변화상에 맞게 기준과 절차 등을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그 해법을 들어봤다. ●“전승자 많은 분야는 인간문화재 숫자 늘리자” 무형문화재의 경우 전문가들은 전통 춤 인간문화재 선정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과열 경쟁 양상이 벌어지는 건 해당 춤을 배우는 사람이 많은데도 인간문화재가 1, 2명에 불과해 권한과 부가 집중되는 근본적인 문제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1960년대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겨난 것은 당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전통 문화의 맥이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전통 무용의 경우 각 대학 무용과에서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을 필수처럼 배우고 있어 전승에 문제가 없는 만큼 인간문화재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무용가 조흥동 씨는 “전승이 잘 되고 있는 분야의 경우 인간문화재를 없애거나 지금처럼 소수의 독과점 구조 대신 많은 사람을 선정해야 지금과 같은 과열 양상을 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인간문화재 심사 방식과 심사위원 구성에 있어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인 임장혁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이번에 심사위원을 급히 꾸리다보니 후보자가 제자 격인 무형문화재 이수자에게 심사를 받게 됐다”며 “심사위원 자격을 명확히 해야 선정 과정 전체에 공신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문화재청이 심사 과정에서 각 분야마다 후보자들이 한 번만 실기 심사를 치르도록 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후보자들이 이미 십 수 년 간 활동을 해온 사람들인데 이번처럼 단 한번의 실기 심사를 받도록 한 건 불합리하다”며 “일본의 경우 조사단들이 미리 전수 예상자들의 공연 및 활동을 비공개로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자료를 축적하고 수시로 여론을 수렴해 인간문화재를 선정해 잡음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 다른 분야 전문가 참여 늘려야 유형문화재에 관해선 제조 시기와 발견지 등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검증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문가 풀을 넓혀 오류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6년 가짜로 드러난 ‘귀함별황자총통’은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 2명의 의견만으로 바다에서 인양된 지 불과 사흘 만에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재 검증 과정을 소수의 문화재 위원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 문화재위원장을 역임한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문화재위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위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전문가가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한 달간 주어지는 문화재 등록예고 기간에 사진과 감정자료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려도 여러 단계에 걸쳐 검증을 신중하게 진행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문화재위원 전원이 국가문화재 지정에 동의했더라도 100% 진품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한 명이라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 지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난품이나 위조품이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도록 검증 단계에서 출처를 명확히 파악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지건길 전 관장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모든 문화재의 출처와 반입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 검증에서 첨단 과학기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과 X선 형광분석 등을 이용해 증도가자의 위조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 안휘준 이사장은 “개별 문화재에 대한 인문학적 안목과 더불어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29
    • 좋아요
    • 코멘트
  • “수십년 계승한 춤과 정신을 제자에게 평가 받으라니…”

    《 요즘 무용계의 최대 이슈는 15년 만에 이뤄지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 선정이다. 30일부터 문화재청은 살풀이춤, 태평무, 승무의 인간문화재 선정에 들어간다. 인간문화재는 선정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벌써부터 의혹 제기와 뒷말이 무성해 무용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문화재청의 허술한 진행과 기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무형문화재뿐 아니라 유형문화재도 최근 증도가자 논란에서 보듯 지정 절차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유·무형문화재의 지정 실태를 긴급 진단하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대학 입시처럼 1년에 한 번 있는 심사도 아니고 승무는 15년, 살풀이춤은 25년, 태평무는 27년 만에 인간문화재가 탄생할 기회예요. 다들 예민하고 혈안이 돼 있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무용계 인사) 이달 30일과 다음 달 3, 7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 심사를 앞두고 무용계가 술렁이고 있다. 2000년을 마지막으로 인간문화재를 내지 못하다가 이번에 문화재청이 세 분야를 한꺼번에 심사키로 했기 때문이다. 심사 일정이 나오기 전부터 무용계에선 ‘A가 이미 내정됐다더라’ ‘B가 국회의원을 통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더라’ 등 ‘카더라’식 소문도 파다했다. “C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비방도 나돈다. 한 무용계 인사는 “총성 없는 전쟁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15년 만의 선정, 왜? 문화재청이 15년 만에 인간문화재 지정에 나선 건 승무와 살풀이춤 두 분야의 인간문화재였던 이매방 선생이 올 8월 작고하면서 보유자 지정을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살풀이춤의 경우 이매방 선생이 유일한 인간문화재였으나 2013년 명예보유자(80세가 넘으면 보유자 지정 해제)가 돼 2년간 공백 상태였다. 승무의 경우 2명의 보유자 중 한 명인 정재만 선생이 지난해 7월 갑자기 별세하는 바람에 충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태평무는 유일한 보유자였던 강선영 선생이 2013년 명예보유자가 되면서 역시 보유자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무용계에서는 “문화재청이 보유자들이 고령인 만큼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보유자를 선정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 부랴부랴 서두르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스승이 제자에게 평가받는 꼴” 불만 팽배 이달 중순경 인간문화재 선정 심사위원이 구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사위원 명단이 무용계에 나돌았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총 11명의 심사위원 명단에 따르면 이 중에는 심사 대상인 살풀이춤과 승무, 태평무의 이수자가 5명 포함돼 있다. 무용계에서 문제를 삼는 것도 이 부분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전승 체계는 크게 ‘보유자(인간문화재)-전수교육조교-이수자’ 순으로 돼 있다. 인간문화재는 해당 춤의 최고 권위자이고 전수교육조교는 인간문화재의 제자 중에서 춤의 전통성을 잘 계승했다고 평가받아 뽑힌 이들이다. 가장 하위 단계인 이수자는 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로부터 3년 이상의 이수 기간을 거친 뒤 이수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다. 이번에 인간문화재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25명 가운데 9명은 태평무, 승무, 살풀이춤의 전수교육조교다. 결국 이들은 자신이 전수한 이수자로부터 거꾸로 심사를 받게 된 것. 한 무용계 인사는 “한마디로 대학교수(보유자)를 뽑는데 박사학위 소지자인 시간강사(전수교육조교)들이 지원하고, 심사위원으로 대학원생(이수자)이 들어온 셈”이라며 반발했다. 도제식 문화가 뿌리 깊은 무용계에서는 “제자 격인 이수자에게 춤의 전통성을 평가받는 것 자체가 치욕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부분 교수들에게 심사를 맡겼는데 이수자들 중에는 무용학과 교수가 많아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조사(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기준은 전문성이지 실기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무형문화재 선정 과정서 잡음…문화재청 신뢰 하락 인간문화재는 선정 때마다 투서와 이의 제기가 잇따르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2002년에는 작고한 인간문화재 김숙자류 살풀이춤의 보유자 후보 2명을 선정했다. 하지만 인정 예고 기간 중 탈락자가 이의 제기를 하면서 문화재위원회가 심의 끝에 인정 유보 결정을 내렸다. 검찰 내사로도 이어질 만큼 논란이 됐으나 이후 유야무야돼 지금까지도 김숙자류 살풀이춤은 보유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춤은 아니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1년 문화재청은 경기민요 보유자 선정을 한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5명의 신청자 중에서 한 명의 보유자도 선정하지 못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에서 보유자 인정을 부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신청자 중 한 명이 문화재청 결정에 반발하며 현재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5년부터 이수자도 인간문화재 신청 가능

    문화재청은 15년 만에 실시하는 무용 분야 인간문화재 선정과 관련해 올 2월 선정 기준과 방식을 새롭게 정했다. 문화재청은 2013년 3월과 6월 태평무와 살풀이춤 인간문화재 선정 계획을 밝혔으나 2년 가까이 지난 올 초에야 기준을 만든 것. 새 기준과 방식의 주요 특징은 개방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엔 전수교육조교 중에서 문화재청이 조사를 거쳐 지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수교육조교뿐 아니라 이수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승무 살풀이의 이매방류(流), 태평무의 강선영류 등 인간문화재의 유파(流派)에 따라 선정하는 대신 유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인간문화재 신청서를 낸 사람은 태평무 4명, 승무 7명, 살풀이 14명 등 25명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이 선정한 심사위원들은 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겨 후보자를 선정한다. 심사 항목은 크게 △전승 능력(75점) △전승 환경(20점) △전수 활동 기여도(5점)로 나눠 100점 만점으로 평가된다. 세부적으론 춤 부문별 실기 능력 정도와 리더십, 교수 능력, 평판, 건강 상태, 전승 의지 등을 정성평가로 한다. 이와 함께 최근 10년간 인간문화재 공개 행사에 참여한 실적과 전승 활동 실적, 관련 분야 수상 실적 등이 정량평가로 이뤄진다. 심사위원이 선정한 후보자를 토대로 문화재위원회는 인간문화재 예고 여부를 검토한다. 30일 이상 관보 공고를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이의 제기가 없으면 심의위원회에서 그대로 확정한다. 이의 제기가 있으면 문화재위원회 소위원회가 다시 심의를 해 최종 결정한다.김정은 kimje@donga.com·김상운 기자 }

    • 2015-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선정땐 ‘살아있는 神’ 등극… 부-명예가 한꺼번에

    무용계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는 ‘살아있는 신’으로 통한다. 일단 인간문화재가 되면 전통 춤 보전이라는 명분 때문에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통 춤의 전승은 도제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해당 춤 분야의 최고 스승인 인간문화재에게 권한이 집중된다. 무엇보다 인간문화재는 이수자격을 딴 제자(이수자)들 중에서 자신의 춤을 후대에 전승할 자격이 있는 ‘전수교육조교’를 사실상 지정한다. 전수교육조교 A 씨는 “전수교육조교는 문화재청이 아닌 인간문화재가 지정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인간문화재가 제자들 가운데 전수교육조교 추천자를 문화재청에 알리면 조사를 거쳐 지정하는 절차를 밟지만 형식적일 뿐 실제로는 인간문화재의 뜻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용의 경우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 문화재보호법 제41조에 따라 매달 131만7000원의 전수교육지원금을 받는다. 또 정부로부터 공개 행사 비용도 지원받는다. 하지만 이는 “인간문화재가 누리는 혜택 중 극히 일부”라는 게 무용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무용계 인사 B 씨는 “정부의 지원금은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되려면 인간문화재와 전수교육조교로부터 3년 이상의 이수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부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승무 이수자 C 씨는 “이수 기간 중 매달 월 회비로 20만 원씩 냈고, 이수 시험을 앞두고는 의상비 150만 원, 작품비 100만 원 등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 무용과 교수 D 씨는 “3년 만에 이수 과정을 마치고 자격시험을 통과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최장 7년까지 걸리기도 한다”며 “이수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수자가 될 때까지 최대 5000만 원이 든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문화재나 그 가족이 의상실을 운영해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무용가 E 씨는 “인간문화재의 자녀가 의상실을 운영하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전수교육조교부터 수백 명의 이수자와 이수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그곳에서 무대 의상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무대 의상은 보통 한 벌당 100만 원대다. 이처럼 이수 교육 자격을 갖춘 인간문화재와 전수교육조교의 수는 한손에 꼽힐 정도인데 이수자와 이수를 받길 원하는 전공자는 수백 명씩 되다 보니 인간문화재는 절대적인 권력을 누린다는 것. 11월 현재 승무의 경우 인간문화재는 1명이며 전수교육조교는 2명뿐이다. 살풀이춤은 인간문화재 없이 5명의 전수교육조교만 있고, 태평무는 명예보유자인 강선영 외에 3명의 전수교육조교가 있다. 반면 3년 이상의 교육 과정을 마친 이수자들의 수는 승무 228명, 태평무 213명, 살풀이춤 133명에 달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비정상이 춤추는 ‘춤 인간문화재’ 선정

    문화재청이 15년 만에 무용 부문 중요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 선정에 나섰지만 심사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은 3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문화의집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의 보유자 선정 심사를 시작으로 제27호 승무(다음 달 3일), 제92호 태평무(7일) 심사를 잇따라 진행한다. 태평무는 27년, 살풀이춤은 25년, 승무는 15년 만에 새로운 인간문화재가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 무용계의 숙원인 인간문화재 선정을 앞두고 비밀 유지가 필수인 인간문화재 조사(심사)위원 명단이 외부에 알려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심사위원은 한국춤협회 임원진 6명, 무용역사기록학회 소속 회원 5명 등 모두 11명이다. 무용계 한 인사는 “무용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이다 보니 여러 경로로 심사위원 명단이 노출됐고 벌써부터 줄을 대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인간문화재를 뽑는 심사위원에 이수자가 포함돼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무형문화재의 서열은 보유자(인간문화재)-전수교육조교-이수자 순서인데 가장 아래 단계의 이수자가 최고 단계인 인간문화재를 심사하는 건 난센스라는 것. 서울의 한 대학 무용학과 교수인 A 씨는 “문화재청이 인간문화재 평가 방식 등을 새로 정하면서 무용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반발도 크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극 ‘해변의 카프카’로 한국 관객에 첫 인사, 미야자와 리에

    1990년대 일본 아이돌 출신이자 국민 여배우로 통했던 미야자와 리에(42)가 연극 ‘해변의 카프카’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미야자와는 1991년 18세 때 누드 사진집 ‘산타페’를 출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일본 대중문화 유입이 금지돼 있던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해변의 카프카’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유명 연극 연출가인 니나가와 유키오가 만든 작품이다. 미야자와는 이번 공연에서 아름다운 소녀에서 신비로운 여인을 아우르는 사에키 역을 연기한다. 24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야자와는 “마지막 날 공연이 이 작품의 100번째 무대가 된다”며 “이런 기념비적 공연을 한국에서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미야자와는 19세 때 일본 스모 선수 다카노 하나와 약혼했다가 파혼했다. 이후 연기자로 나서 2001년 영화 ‘유원경몽’으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2003년 영화 ‘황혼의 사무라이’와 올해 영화 ‘종이 달’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2번 받았다. 미야자와는 “이 작품에서 카프카는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변화를 맞게 된다. 내게도 만남과 헤어짐이 여러 번 있었고 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3만2000∼8만 원. 02-2005-011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IS연쇄테러 공포도 세계 무용인들의 예술의지는 못꺾었다

    ‘총탄의 위협보다 예술의 힘이 더 강했다.’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개막한 무용축제 ‘2015 칸 댄스 페스티벌’. 13일 파리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연쇄 테러 탓에 개막작이 공연된 칸 루이 뤼미에르 극장 안팎에선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테러 피해가 바타클랑 극장에서 많이 발생해 이후 파리의 샤요 국립극장 등 프랑스 주요 공연장이 임시 휴관 조치를 취했지만, 칸 댄스 페스티벌 측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테러에 예술이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결정이었다. 5개국 17개 단체 22개 작품 중 프랑스 파리오페라무용학교만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날 개막작은 페스티벌 측이 공식 초청한 한국 국립무용단의 ‘회오리’였다. 국립무용단은 창단 53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런티(3만 유로·약 3700만 원) 및 체재비를 받고 유료 공연을 했다. 테러 여파로 전체 2309석 중 1층(1084석)만 판매했는데 모두 매진되고 추가 오픈 요청에 따라 예정에 없던 2층 객석도 열었다. 이날 모두 1370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국내 초연한 ‘회오리’는 국립무용단이 외국 안무가와 처음 협업한 작품으로 핀란드 출신 세계적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안무 및 연출을 맡았다. 막이 오르자 ‘ㄷ’자 모양 단에 앉은 18명의 무용수 사이에 무용수 송설이 무대 뒤 조명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독무를 펼쳤다. 이어 주역 무용수 김미애, 조재혁을 비롯해 나머지 무용수들도 무대 중앙으로 대열을 갖추며 팔과 상체를 격렬하게 움직였고, 무대는 이들의 몸짓과 호흡으로 빚어낸 파동에 출렁거렸다. 19명의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군무는 때론 잔잔하게, 때론 휘몰아치듯 동작을 이어가며 무대와 객석의 템포를 조절해 나갔다. 작곡가 장영규가 이끄는 국악그룹 ‘비빙’의 연주는 춤과 잘 어우러져 작품의 격을 높였다.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80분의 공연이 끝난 뒤 10분간 이어진 커튼콜에서 관객 전원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극장을 찾은 샤요 국립극장 예술자문(프로그래머) 야르모 펜틸라 씨(57)는 “사리넨의 안무를 자주 봐 왔지만 이번 회오리의 안무는 유럽에서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이었고 작품의 완성도가 상당했다”며 “한국 전통악기의 선율은 낯설었지만 신선하고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마르탱 르 무앵 씨(67)는 “피날레에서 나온 무용수 군무는 굉장한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듯했다”며 “프랑스 국민이 테러라는 아픔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살아 나가야 하기에 두려움을 떨쳐내고 극장에 나왔다. 한국 춤을 통해 위로받았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 개막작에 국립무용단의 ‘회오리’가 선택된 데에는 페스티벌 예술감독 브리지트 르페브르의 힘이 컸다. 1995년부터 19년간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장을 지낸 그는 “국립무용단이 외국 안무가와 협업한 ‘회오리’ 창작 과정 자체가 용감하고 예술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집중력과 강력한 힘이 존재하는 안무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르페브르는 또 페스티벌 포스터 모델로 국립무용단의 장윤나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편 ‘회오리’ 주역 무용수 김미애 조재혁 박혜지는 21일 니스무용학교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동래학춤과 태평무를 지도했다.칸=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춤의 예술혼, 총보다 강하다…국립무용단 ‘회오리’ 칸댄스페스티벌 개막 장식

    ‘총탄의 위협보다 예술의 힘이 더 강했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개막한 무용축제 ‘2015 칸 댄스 페스티벌’. 13일 파리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연쇄 테러 탓에 개막작이 공연된 칸 루이 뤼미에르 극장 안팎에선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테러 피해가 바타클랑 극장에서 많이 발생해 이후 파리의 샤이오 국립극장 등 프랑스 주요 공연장이 임시 휴관 조치를 취했지만, 칸 댄스 페스티벌측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테러에 예술이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결정이었다. 5개국 17개 단체 22개 작품 중 프랑스 파리오페라무용학교만 불참의사를 밝혔다. 이날 개막작은 페스티벌 측이 공식 초청한 한국 국립무용단의 ‘회오리’였다. 국립무용단은 창단 53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런티(3만 유로· 약 3700만 원) 및 체제비를 받고 유료 공연을 했다. 테러 여파로 전체 2309석 중 1층(1084석)만 판매했는데 모두 매진되고 추가 오픈 요청에 따라 예정에 없던 2층 객석도 열었다. 이날 모두 1370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국내 초연한 ‘회오리’는 국립무용단이 외국 안무가와 첫 협업한 작품으로 핀란드 출신 세계적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안무 및 연출을 맡았다. 막이 오르자 ‘ㄷ’자 모양 단에 앉은 18명의 무용수 사이에 무용수 송설이 무대 뒤 조명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독무를 벌였다. 이어 주역 무용수 김미애, 조재혁을 비롯해 나머지 무용수들도 무대 중앙으로 대열을 갖추며 팔과 상체를 격렬하게 움직였고, 무대는 이들의 몸짓과 호흡으로 빚어낸 파동에 출렁거렸다. 19명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군무는 때론 잔잔하게, 때론 휘몰아치듯 동작을 이어가며 무대와 객석의 템포를 조절해나갔다. 작곡가 장영규가 이끄는 국악그룹 ‘비빙’의 연주는 춤과 잘 어울러져 작품의 격을 높였다.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80분의 공연이 끝난 뒤 10분간 이어진 커튼콜에서 관객 전원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극장을 찾은 샤이오국립극장 예술자문(프로그래머) 야르모 펜틸라(57)는 “사리넨의 안무를 자주 봐왔지만 이번 회오리의 안무는 유럽에서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이었고 작품의 완성도가 상당했다”며 “한국 전통악기의 선율은 낯설었지만 신선하고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마르틴 르 무앵(67)씨는 “피날레에서 나온 무용수 군무는 굉장한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듯 했다”며 “프랑스 국민이 테러라는 아픔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살아나가야 하기에 두려움을 떨쳐내고 극장에 나왔다. 한국 춤을 통해 위로받았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 개막작에 국립무용단의 ‘회오리’가 선택된 데에는 페스티벌 예술감독 브리짓 르페브르의 힘이 컸다. 1995년부터 19년간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장을 역임한 그는 “국립무용단이 외국안무가와 협업한 ‘회오리’ 창작 과정 자체가 용감하고 예술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집중력과 강력한 힘이 존재하는 안무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르페브르는 또 페스티벌 포스터 모델로 국립무용단의 장윤나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편 ‘회오리’ 주역 무용수 김미애 조재혁 박혜지는 21일 니스무용학교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동래학춤과 태평무를 지도했다.칸=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5-11-22
    • 좋아요
    • 코멘트
  • 한지상 “고음에서 목 쉬지 않도록 쉼 없이 ‘성대 푸시업’ 하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성공한 이유요? 배우를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기 때문이죠.” 지난해 뮤지컬 배우 한지상(33)은 ‘인생의 작품’을 만났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4년간의 준비 끝에 올린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었다. 한지상은 이 작품에서 1인 2역의 주인공을 맡아 실력을 맘껏 드러냈다. 1막에선 신체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로, 2막에선 죽은 앙리의 얼굴을 달고 새로 태어난 피조물 ‘괴물’로 열연했다.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지상이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스타급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다. 13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한지상도 “‘프랑켄슈타인’이 배우 한지상을 성장하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랑켄슈타인은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한데 모인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난 괴물’ ‘너의 꿈속에’와 같은 인기 넘버(노래) 등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시원한 고음 처리 넘버가 적지 않다. 또 다른 뮤지컬에 비해 ‘굳히기 장면’이라 불리는 클라이맥스도 여러 번 등장한다. 4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무대 스케일도 웅장하다. 지난해 창작뮤지컬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총 89회 공연에 약 8만 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지상은 목이 남아날까 싶을 정도로 고음을 내질렀고, 기진맥진할 정도로 몸을 던지며 연기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공연 전 고음에서 목이 쉬지 않도록 성대를 일종의 근육처럼 끊임없이 단련시켰다”며 “배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프랑켄슈타인은 성대 푸시업을 100번 하고 들어가야 하는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프랑켄슈타인 중 한지상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2막의 ‘난 괴물’이다. ‘너희와 달라, 인간이 아냐, 그럼 난 뭐라 불려야 하나, 숨을 쉬는 나도 생명인데…’라며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는 이 넘버는 후반부의 고음이 포인트다. 그는 “노래가 끝나면 스태프들이 불 꺼진 무대에 지쳐 쓰러진 나를 끌고 나갈 정도로 지독히 힘들었다”며 “하지만 희한하게 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KBS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MBC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무명 시절에는 설움도 겪었다. 2005년 뮤지컬 ‘그리스’에서 배우 조정석(로저 역)의 커버 배우로 캐스팅된 그는 ‘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하차를 통보받았다. “연습실로 나갈 이유는 없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매일 출근하듯 연습실에 나가 배우들의 연기를 공부하듯 관찰했죠. 제작진이 며칠간 그 모습을 보시더니 다시 무대에 오르게 해주셨어요.” 그는 2012년 연출가 이지나의 제안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역을 꿰찼다. 그가 연기한 유다는 누구보다 섹시하고 흥겨운 유다로 화제를 모았다. “마이크를 붙잡고 로큰롤풍의 음악을 신나게 불렀더니 제게 ‘흥지상’이란 별명이 붙었어요. 흥이 없어 잘린 적도 있었는데…. 노력하면 못 할 연기는 없단 걸 그때 깨달았죠.” 그는 프랑켄슈타인 재공연에서 배우 박은태, 최우혁과 함께 앙리 뒤프레·괴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한지상은 이번에 색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기계 안에 들어가 괴물이 되는 과정에서 왠지 머리가 하얘지는 변화가 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프로필 촬영 때 분장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머리를 하얗게 칠했죠. 하하.” 26일부터 충무아트홀 대극장, 6만∼14만 원. 1666-866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 공연, 많이들 기다렸나요?

    ‘반갑다, 다시 보게 돼서….’ 올 하반기 공연계에는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 적지 않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2011년 초연된 뒤 4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마누엘 푸이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거미여인의 키스’는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 남자 몰리나와 냉소적인 정치범 발렌틴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교도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몰리나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와 함께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초연 당시 정성화 박은태 최재웅 김승대 등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됐다. 재공연의 출연진도 만만찮게 화려하다. 몰리나 역에 배우 김호영 이명행 최대훈이, 발렌틴 역에는 송용진 정문성 김선호가 캐스팅됐다.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신연아트홀, 전석 4만 원. 02-764-8760 공연될 때마다 마니아층을 낳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3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남자의 우정과 성공을 다룬 2인극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의 소중한 친구와 함께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오가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인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힐링 뮤지컬’이란 평가를 받는다. 재공연에선 토마스 역에 고영빈 강필석 조강현이, 앨빈 역에 이석준 홍우진 김종구가 캐스팅됐다. 12월 1일∼내년 2월 28일 서울 백암아트홀, 4만4000∼6만6000원. 1588-5212 음악감독 박칼린이 배우로 출연해 화제가 됐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2년 만에 돌아온다. ‘넥스트 투 노멀’은 초연 제작사였던 해븐이 파산하면서 한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2011년 초연과 2013년 재연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칼린 남경주 이정열 최재림 서경수 오소연 전성민 등에 정영주 임현수 등이 새롭게 합류한다. 12월 16일∼내년 3월 13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6만6000∼8만8000원. 02-744-403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다시 돌아온 반가운 공연들…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 外

    ‘반갑다, 다시 보게 되서….’ 올 하반기 공연계에는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 적지 않다.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는 2011년 초연된 뒤 4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마누엘 푸이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거미여인의 키스’는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 남자 몰리나와 냉소적인 정치범 발렌틴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교도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몰리나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와 함께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초연 당시 정성화 박은태 최재웅 김승대 등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됐다. 재공연의 출연진도 만만찮게 화려하다. 몰리나 역에 배우 김호영 이명행 최대훈이, 발렌틴 역에는 송용진 정문성 김선호가 캐스팅 됐다. 내년 1월 31일까지 대학로 신연아트홀, 전석 4만 원, 02-764-8760 공연될 때마다 마니아층을 낳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3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남자의 우정과 성공을 다룬 2인극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의 소중한 친구와 함께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오가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인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힐링 뮤지컬’이란 평가를 받는다. 재공연에선 토마스 역에 고영빈 강필석 조강현이, 앨빈 역에 이석준 홍우진 김종구가 캐스팅됐다. 12월 1일~내년 2월 28일 백암아트홀, 4만 4000원~6만 6000원, 1588-5212 음악 감독 박칼린이 배우로 출연해 화제가 됐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2년 만에 돌아온다. ‘넥스트 두 노멀’은 초연 제작사였던 해븐이 파산하면서 한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2011년 초연과 2013년 재연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칼린 남경주 이정열 최재림 서경수 오소연 전성민 등과 함께 정영주 임현수 등이 새롭게 합류한다. 12월 16일~내년 3월 1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6만 6000원~8만 8000원, 02-744-403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11-1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