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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일 최근 차관급으로 격상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에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장(58·사진)을 임명했다. 확산 우려가 커지는 지카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인선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호흡기내과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 감염병에 대응하고 국가방역체계를 구축하는 등 질병 예방 및 통제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1월 임시국회에서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관련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청와대가 “우리 경제의 온기가 냉골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국회에 법안 처리를 재차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입법이 제때 되지 않으면 경제 살리기, 경제 활성화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며 “노동개혁 방안이 입법부의 발목 잡기로 무산된다면 세계 83위인 노동시장 효율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수당 등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기 영합 정책을 남발하면서 무책임한 시정을 할 때 (국가) 재정이 파탄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야가 지난달 29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의 처리마저 무산되자 국회에 대한 청와대의 실망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안 수석은 “이 법이 야당 새 지도부에 의해 마지막 순간에 거부돼 그만큼 경제가 활력을 찾을 골든타임을 또 놓쳤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응답 없는 국회에 쟁점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것도 이제 지친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설 연휴를 계기로 민생·산업현장을 방문하면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연일 “국방과 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효용성을 부각하고 있다. 군 당국은 1일 이례적으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혼용 가능성까지 시사해 ‘한미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임박설’에 불을 지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60km 고도에서 요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을 언급하며 “북한 핵·위협에 맞서 (사드와 L-SAM을) 중첩 운영할 수 있다면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2020년 중반을 목표로 구축 중인 KAMD 체계의 핵심인 L-SAM과 미국 MD 체계의 핵심인 사드의 혼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친 것. 군 소식통은 “고도를 달리하는 요격 체계가 겹겹이 쌓일수록 요격 효과가 높아진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군 당국이 이를 공식 인정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탄도미사일은 상승, 중간 단계를 거쳐 종말(하강) 단계에 도달하는데 사드는 종말 단계 중 고고도인 최고 150km 구간에서 요격을 시도한다. 사드 요격에 실패하면 L-SAM이 최고 60km 고도에서 한 번 더 요격하고, 또 실패하면 최고 요격 고도 40km의 PAC-3가 마지막 요격에 나선다. 다층 방어망 구축으로 요격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다만 L-SAM을 개발하면 사드급 요격 미사일이 개발되는 것이어서 사드가 필요 없다고 했던 군 당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군은 사드 문제가 미국 MD 편입 논란의 핵심으로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MD에 분명히 가입 안 한다. (한국형) L-SAM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L-SAM이 사드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임을 분명히 해 왔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일 박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서한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대북 제재 수위와 사드 배치 등을 놓고 한중 관계 경색 우려가 제기되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서한에서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 hjson@donga.com·장택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4번째 생일(2일)을 맞아 중국 내 팬클럽인 ‘근혜연맹’이 보내온 선물과 메시지를 공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의 많은 분들이 한국 대통령인 저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글과 함께 근혜연맹이 생일선물로 보낸 박 대통령 화보집(사진)과 박 대통령 사진으로 만든 탁상달력의 사진을 올렸다. 근혜연맹이 지난달 26일 보내온 박 대통령 화보집은 총 64쪽 분량으로 박 대통령의 월별 활동사진, 생일 축하 편지, 박 대통령 캐리커처, 자작시 등으로 구성됐다. 회원들은 박 대통령을 ‘대통령 어머니’라고 표현하며 “완벽하진 않아도, 아직 유치해 보여도 진심을 담아 보내 드리니 선물을 보고 잠시라도 웃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2013년 7월 발족한 근혜연맹은 현재 회원 수가 2만3000명에 이른다. 근혜연맹은 지난해에도 박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화보집과 탁상달력을 선물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논의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고위급 전략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조태용 대통령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2월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갖는 방안을 미국 당국과 조율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에는 박 대통령의 ‘통일 외교’ 강화 차원에서 한미 고위급 전략 협의가 거론됐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만큼 한미 양국의 협의도 대북 제재 방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미 공조 강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조 차장의 이번 방문은 지난달 26,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담판을 벌였지만 대북 제재에 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뒤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유엔 차원은 물론 양자 차원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애브릴 헤인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여성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넘버 2’인 차장을 지낸 인물로 강경 제재론자로 알려져 있다. 또 주한미군이 연내 사드 배치를 위한 막바지 검토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양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사드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뒤 청와대는 ‘미국 측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사드 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 당국은 한국 전역을 방어하려면 최소한 사드 2개 포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주한미군이 2개 포대를 모두 들여오거나 우선 1개 포대를 배치한 뒤 나머지 1개 포대는 한국이 구매하거나 비용 분담을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사드의 배치 지역은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경기 평택을 비롯해 대구(칠곡), 강원 원주 등이 꼽힌다. 주한미군과 사드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3곳을 포함해 전국의 배치 후보지 5, 6곳을 조사했다. 전문가들은 사드 1개 포대가 도입될 경우 서울과 수도권 방어에 효과적인 평택이나 원주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사드를 원주와 대구에 1개 포대씩 배치할 경우 호남 일부와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지역 대부분이 요격범위에 들어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조숭호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 요구를 거부하면서 청와대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한다’는 실리를 얻지 못한 채 한국에 대한 중국 내 여론마저 악화돼 ‘최상의 한중 관계’라는 명분마저 잃을 상황이어서다. 다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전날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과 관련해 “중국이 한국에 대한 호감을 밝혀왔지만 정작 대북 제재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해 섭섭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움직일 만한 추가 카드도 마땅치 않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중국을 압박할 카드는 대부분 썼다”며 “중국을 계속 압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중 외교에 공을 들여온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검토, 북핵 5자회담 제의로 중국을 압박했다. 그래도 중국 정부는 꿈쩍하지 않았고, 중국 여론은 싸늘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북한을 감싸던 중국의 처지가 난처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핵협상 타결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뒤 호황을 맞고 있는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방문이 성사되면 한국 대통령의 사상 첫 이란 방문이 된다. 이른바 ‘이란 러시’에 뛰어드는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북핵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관련 질문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청와대에서는 상반기 내에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은 원유 관련 시설 개·보수 및 신설에 최대 1450억 달러(약 174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양국 정상회담으로 국내 기업의 이란 시장 진출이 확대되면 대외 경제 여건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이란이 핵문제를 풀고 국제사회로 나온 ‘모범 사례’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이란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면 당연히 이란 정부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한국 답방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헤리안 대사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의사를 며칠 전 한국 외교부를 통해 전달받았다”며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의사를 기쁘게 생각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타헤리안 대사는 또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공사가 이란의 담수화 플랜트와 전력 플랜트 건설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란의 인프라 재건 사업에 한국 대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중동은 물 부족 국가여서 이란 역시 담수화 사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사업 추진을 시인했다. 한전도 “다음 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란을 방문할 때 구체적인 내용을 이란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이세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경기 북부 10개 시군 도민들의 염원인 경기북부지방경찰청(경기북부청) 신설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박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경기 북부 접경 지역에서는 북측이 대남 전단을 살포하는 등 도발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군부대가 인접한 경기 북부 접경 지역은 안보적 특수성이 있고 치안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신설을 검토하라”며 “이를 통해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덜어 줄 수 있고, 장기 미제 사건이나 강력 사건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체감도 높은 치안 환경을 확립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20일 테러 위기 상황 대처를 주제로 협의회를 갖고, 테러 방지와 안보 체제 강화를 위해 경기 북부 지역에 별도의 지방경찰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다. 경찰은 경기북부청 신설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경찰은 2008년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을 정식 개청하고 2012년 경기 의정부에 청사를 마련했다. 2012년 2월에는 ‘인구, 행정구역, 면적, 지리적 특성, 교통 및 그 밖의 조건을 고려하여 시도 지사 소속으로 2개의 지방경찰청을 둘 수 있다’는 내용으로 경찰법을 개정해 법적 준비도 끝냈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3월까지 경기2청의 수장인 경기청 2차장(치안감)에게 예산과 인사, 감찰, 성과 평가 권한을 부여해 2차장 책임 치안 체제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 /박훈상·장택동 기자}
시도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아 보육대란이 시작된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지역에서 유치원 예산이 적어도 2개월분 이상 편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교사 임금 체불 등 당장 급한 불은 끌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현삼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누리과정 일부 예산을 포함한 도교육청 수정예산안을 28일 임시회에 제출하기로 의원총회에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몇 개월분을 편성할지는 추후에 조율하기로 했지만 2∼4개월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의회의 더민주당은 26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유치원 예산 2개월분 편성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편성 결정이 나면 서울시의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광주시교육청과 광주시의회는 유치원 예산을 2개월분(의회 주장) 또는 1년분(교육청 주장) 편성하는 방안을 두고 26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전남도의회에 유치원 8개월분과 어린이집 5개월분을 편성하겠다고 요청했으며 전남도의회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어린이와 학부모를 정치적 볼모로 이용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해 누리과정과 같은 특정한 용도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행에 들어간 노동개혁 2대 지침(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쉬운 해고는 전혀 없다. 해고의 안전장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불법 집회와 선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김희균 foryou@donga.com·장택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제안했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외교 무대에서 북한을 고립시키고, 6자회담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22일 외교·국방·통일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6자회담은 8년여간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회담을 열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안 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중국 측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이란과 같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 있는 조치를 해 주기를 (중국에)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고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 안정을 도모하기를 희망한다”며 6자회담 고수 의지를 밝혔다. 오히려 중국 측이 5자회담 실효성에 대해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 기조를 두고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통일 환경을 조성해 북핵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게 훨씬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분명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교류협력을 강조해온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방향을 완전히 바꿔 ‘선(先)제재 후(後)대화’ 기조를 내놓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비핵화가 최우선이다. 이를 흐리거나 희석시키는 대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독자 대북 제재 조치로 5·24조치를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익 차원에서 5·24조치를 우회한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와 교류 협력도 잠정 중단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테러방지법 제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더이상 국회에 부탁하고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결국은 국민이 나서고 있다”며 국회를 거듭 비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윤완준 기자/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 제재를 추진하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2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최우선 과제로 ‘4차 북한 핵실험 대응’을 꼽았다. 북한이 핵실험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국제사회 대(對) 북한’ 구도로 전방위 압박외교를 펼치고 “늘 하던 식이 아닌 무관용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윤 장관은 강조했다.○ “5자회담, 중국 러시아를 적극 압박하라” 올해 외교부 업무보고가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대목은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내세운 것이다. 4차 핵실험 대응 조치를 다루면서 북한에 대한 접근법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업무보고에 있던 △남-북-중, 남-북-러 3각 협력 병행 추진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 선순환 도모 등 남북 협력 부분은 모두 사라졌다. 윤 장관은 “수많은 중요 제의가 있었지만 북한의 반응이 없었고 지금은 대북 관여를 얘기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분간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공개 언급한 것도 북한에 대한 실망감과 의미 있는 6자회담 개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11월 한중일 3국 정상회의까지 ‘6자회담 조속 재개를 위한 협력’을 언급하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회담은 열리지 않았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자 박 대통령은 6자회담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5자회담 개최에 대해 중국, 러시아에 적극 얘기하고 압박하라”고 2, 3차례 주문하면서 외교부를 질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6자회담 재개를 만능 해법으로 여기는 중국(6자회담 의장국)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 북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실망감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결국 통일”이라는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북핵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 검토하는 나라 있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기업 제재)을 검토하는 나라도 있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강력한 양자 제재가 고려되고 있음을 공개함으로써 중국의 다자 제재 동참을 요구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협의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중국의 태도 변화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을 오래 상대해온 중견 외교관은 “5자 공조가 성공하려면 상호 불신과 대립이 없어야 한다”며 “4차 핵실험 직후부터 미중이 서로 ‘당신의 대북정책 실패 탓’이라고 비난하고 한국도 가세한 형국이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6자회담 대신 5자만이 모여 북핵 제재를 논의하는 방식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호응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과도한 압박이 중국의 대북 제재 전선 이탈이라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에도 우려하는 표정이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밤 서면 브리핑에서 5자회담을 ‘6자회담 틀 내의 5자 공조 강화’라고 해명했다. ○ 다루지 않고 넘어간 위안부 문제 일본군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가 이날 보고에 담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외교부는 “외교안보부처 공통 요소인 북핵과 통일 준비가 주안점이었기 때문”이라며 “위안부 관련은 따로 보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당국자는 최근 비공개로 서울에서 만나 의견 조율을 시작했다.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주한 일본대사관 회의차 19∼21일 방한한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식사를 하며 한일 합의의 후속 조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조숭호 shcho@donga.com·장택동 기자}
노사정 대타협 파기에 따라 정부가 그동안 미뤄온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내년부터 전면 실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시행하던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들에게까지 확대하고, 성과평가에 따른 임금 격차도 큰 폭으로 둔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성과연봉제 도입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내년부터 적용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선 결국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2016년 상반기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개혁 협상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도입을 보류해왔다.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을 계기로 정부가 독자적인 노동개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설 연휴 전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기관과 평가기준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근속연수 7년 이상 또는 3, 4급 이상 공공기관 직원들이 성과연봉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럴 경우 직원의 70% 이상이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기관도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는 기본급 인상 때 4% 내외로 차이를 두고, 성과급도 3배 이상 차이가 나게 하는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적용 대상기관에는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장택동 기자}
야당이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대해 ‘관제’ 논란을 제기하자 청와대와 재계는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번 서명운동은 지난해 12월 21일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그날 부산을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을 면담한 뒤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못하자 “시위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대한상의는 시위 대신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상의 등 38개 경제단체 및 업종별 협회는 이달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본부’를 꾸렸다. 이어 18일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정치권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일부 참여 단체가 서명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회원사에 내려 보낸 공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이 합의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회원사들에 이를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일상적인 절차”라며 “청와대의 사전 요청은 전혀 없었고 집계 상황을 보고하지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관제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행사 당일(18일) 관련 뉴스를 보고 서명에 동참하기로 직접 결심했다. 박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서명을 할 장소를 알아보라”고 지시해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업무보고가 진행된 경기 성남시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가까운 판교역 광장으로 결정됐다. 예정에 없던 대통령의 방문이 결정돼 경호 및 의전 담당자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서명운동의 뜻이 옳다고 생각해 동참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20일 대기업 중 처음으로 삼성그룹 사장단이 서명에 참여한 것도 자연스럽게 결정된 일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요청을 삼성이 받아들여 18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1층에 서명 접수대가 설치됐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러 온 계열사 사장들이 서명운동의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내려가면서 서명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단순히 현역 의원들에게 입법을 촉구하는 의사 표시여서 선거운동 행위 자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입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명운동 등을 통해 낙선운동을 펼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된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장택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시간을 끌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어렵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및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불참 선언과 상관없이 원칙대로 노동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의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심각한 청년실업이 늦은 결혼,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청년들에게 가장 절박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서로 양보하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올해는 노동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고 현장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사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노사 모두를 향해 책임과 양보를 호소하며 발언 수위를 조절한 건 노동계와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러나 노동계가 반발하더라도 정부 주도로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이 더 커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교육개혁과 관련해선 대학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대학구조개혁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주문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중국인들에게 직접 중국어로 인사말을 건네며 한국 관광을 홍보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국제사회가 논의 중인 대북 제재조치에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소프트 외교’로 중국과의 친밀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2016 한국 관광의 해’ 개막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新年快樂(안녕하십니까)”라는 중국어 인사로 축사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2015년을 ‘중국 관광의 해’로, 2016년을 ‘한국 관광의 해’로 지정한 것을 설명한 뒤 “올해 우리의 우정을 다지고 마음을 나누고자 중국 국민 여러분을 한국으로 초대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역’에서 관광(觀光)의 어원을 ‘나라의 덕과 빛을 살피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며 “한국을 방문하면 다양한 볼거리와 풍부한 이야기, 독특한 먹거리와 함께 한국 국민 특유의 따뜻한 정까지 느끼는 행복한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빠른 시일 안에 2000만 명 교류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면서 “歡迎各位常來多來韓國(한국에 자주, 많이 오세요)”라는 중국어로 마무리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한 쪽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시간을 끌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어렵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및 노사정위원회 탈퇴 선언과 상관없이 원칙대로 노동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의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심각한 청년 실업이 늦은 결혼,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청년들에게 가장 절박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서로 양보하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올해는 노동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고 현장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사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노사 모두를 향해 책임과 양보를 호소하며 발언 수위를 조절한 건 노동계와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러나 노동계가 반발하더라도 정부 주도로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이 더 커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박 대통령은 현 정부에서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국가책임 보육 등을 도입한 점을 설명한 뒤 “이런 맞춤형 복지 정책의 구체적 결실들은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해내지 못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선 대학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대학구조개혁법의 조속한 통과를 주문했다. 다만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빚어진 ‘보육대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지금 막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북한의 5, 6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북 제재에 중국의 적극적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발언이기도 하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추가 핵 개발 의사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4차 핵실험을 통해) 크지 않은 나라이며 가장 엄혹한 시련을 겪고 있는 나라가 인류 최강의 힘을 쥐고 나섰다”며 “조선(북한)의 지위가 단번에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이 글을 쓴 노동신문 동태관 논설위원은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에 강성대국론을 체계화하는 정론을 발표했던 인물로 이날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북한의 핵 개발 시계가 빨라지고 있으며, 실전 배치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와 북핵, 통일, 외교 전문가들이 참여한 ‘북한 핵능력 수준 평가 및 우리의 대응 방안’ 워크숍에서 북핵 전문가들은 “4차 핵실험이 실패든 아니든 북한 핵 기술은 핵탄두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진보했다”고 공통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핵실험이 수소폭탄 이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으로 보이는 만큼 수소폭탄 개발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2, 3년 내로 증폭핵분열탄을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 경량화하는 데까지 성공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이 왔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이 소형화, 경량화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한다면 곧바로 장거리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국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미국도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북한이 기대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종 목표가 사전 탐지가 불가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SLBM은 4, 5년 이내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분석됐다.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이 늦어지더라도 SLBM을 통한 실질적 위협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지금이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요구했다. 워크숍에서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제재 등 압박의 고삐를 죈 결과 이란이 핵협상을 이행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했다”며 “북한에 대해서도 강한 제재를 지속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북핵 해결의 길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면 된다”고 했다.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중국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중국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북한 여행을 중단시킨 것 외에는 통관, 금융 등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한 게 없다”며 “내부적으로 제재 수위를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이 ‘중국 탓’을 하며 한미일 공조에만 의존하기보다 중국까지 끌어들여 해법을 찾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체제 유지를 원하는 중국이나, 중동 문제만으로도 벅찬 미국에 의존하기만 하면 안 된다”며 “국제사회 공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손효주·우경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도 높은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가 없으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등을 향해 대북 제재 전선에 적극 동참하라고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 등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유엔 안보리 제재 조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도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이 도출되지 못한다면 북한이 5차, 6차 핵실험을 해도 국제사회가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군 수뇌부와 북핵 전문가들이 함께 진행한 워크숍에서는 “북한의 핵 능력이 예상보다 크게 진보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자폭탄보다 파괴력이 최대 수십 배 큰 증폭핵분열탄도 2, 3년이면 미사일에 탑재해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서는 “오죽하면 이 엄동설한에 경제인들과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겠느냐”며 “계속 국민이 국회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노동개혁법을 처리하지 않는 국회를 거듭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효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노동개혁법 등의 입법을 촉구하는 경제·시민단체의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입법 청원 서명운동에 대통령이 동참한 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행동’으로 국민을 향해 쟁점 법안 처리를 호소하고 국회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 마련된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 부스를 방문해 서명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이 처리되지 않는 것에 대해 “나도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의 심정은 어떻겠느냐. 힘을 보태려고 서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서명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 하니 국민이 나서서 바로잡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서명운동의 의미를 평가했다. 이어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절박한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도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4대 개혁과제 완수 의지와 중소기업 활력 제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이 행사에 처음 참석한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중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기간제법 처리를 미루는 대신 파견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문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송찬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4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도 4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지율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는 데 공고한 지지율이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요인은 지역과 연령, 정책 등 세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지역적으로 대구·경북(TK), 연령은 60대 이상이 높은 지지율의 기반이다. 정책 측면으로는 외교 정책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낮아지고 있다. 15일 발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외교·국제관계’라고 응답한 비율이 15%로 여전히 가장 높기는 했지만 1주일 전에 비해 3%포인트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직후인 지난해 9월 2주 차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률이 27%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크다. 여권과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결단’을 내린 대표적 사례로 중국 전승절 참석과 일본 위안부 협상 타결 등 두 가지를 꼽는다. 그만큼 중국과 일본에 공을 들였는데 박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는 주 원인이 바로 중국과 일본 때문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박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견제 속에 ‘중국경사론’이 나오는 것을 감수하며 전승절 행사 때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섰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가 됐다. 중국 내에서도 “북한과 한국 중 누가 더 중국의 진정한 친구인지를 알려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이 나왔다. 그렇지만 정작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아직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위안부 협상 이후 기대 이하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소녀상 철거와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예산 지원이 연계돼 있다는 취지의 보도로 한국 국민을 자극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직접 사과를 거부했다. 일본의 한 여당 의원은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까지 했다. 북한 제재의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의 외교를 강화하고,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맺겠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현재의 외교적 곤경을 놓고 중국과 일본 탓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청와대가 지난해 말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밝힌 것처럼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은 외교 현장”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맞게 행동할 뿐, 상대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이 처한 어려운 외교적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은 한국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