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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금리 인하 주기에 접어들었고 미국 달러의 상승 모멘텀도 약화했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의 판궁성(潘功勝) 행장이 24일 지급준비율(지준율)과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동시에 인하할 뜻을 밝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앞서 18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낮추는 ‘빅컷(big cut)’을 단행한 것이 중국 금융당국에도 금리 인하 여지를 줬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중국에 투자된 해외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에 금리를 내릴 수 없었지만 미국이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중국 또한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판 행장은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데 긍정적일 것”이라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거론했다. 리윈쩌(李雲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장, 우칭(吳清)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도 기자회견에 동석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수장 3명이 동시에 모인 것 자체가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날 런민은행은 조만간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1조 위안(약 190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2022년과 2023년 각각 2차례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낮췄다. 올 2월에도 0.5%포인트를 내렸다. 이와 함께 판 행장이 연말까지 0.25∼0.5%포인트의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올해에만 지준율이 최대 1.5%포인트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런민은행은 이날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도 0.2%포인트 낮출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런민은행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은행권에 기존에 진행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평균 0.5%포인트 안팎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판 행장은 “기존 대출 금리가 조정되면 약 5000만 가구의 이자 부담액이 연평균 1500억 위안(약 28조400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2번째 주택을 구매할 때 미리 내야 하는 최소 계약금 비율도 기존 25%에서 첫 주택 구입 때와 같이 10% 낮추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예대마진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민간 은행에도 순차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뜻을 밝혔다. 이날 런민은행의 조치는 예상보다 강력했다는 평가다. 24일 로이터통신은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런민은행이 향후 몇 달간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것이라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늘어난 유동성이 소비자들의 실제 부동산 구매 및 소비 강화로 이어지려면 가계를 직접 지원하는 등의 재정 정책도 동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부터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자 레바논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2006년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현지에선 ‘이미 전면전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특히 집중됐던 남부 지역에선 주민 수만 명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며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식료품과 연료 등을 비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주요 공습 지역에 거주하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안전을 위해 당장 집을 떠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사태를 겪았고, 표적 공습으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관을 대거 잃은 헤즈볼라를 섬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전쟁 장기화, 개인 비리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헤즈볼라 섬멸’에 더욱 매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권력 누수(레임덕)’에 직면해 현 상황을 중재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이은 공격으로 헤즈볼라 무력화한때 ‘가장 강력한 비(非)국가 무장단체’라는 평을 얻었던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 폭발 테러로 내부 교신망은 붕괴됐다. 또 20일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낄 사령관 등 수뇌부가 암살당해 지휘 체계도 무너졌다.23일 CNN은 “최근 한 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군사력 차이가 드러났다”며 “헤즈볼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가 지휘통제권, 장비, 사기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동안 이스라엘은 단 한 명의 지상군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큰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헤즈볼라 공격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거의 유일한 성과라는 점도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이스라엘 여론도 헤즈볼라 격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자르와 F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지난해 11월 지지율이 18%였지만, 이달 19일의 지지율은 23.4%로 크게 올랐다.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장 지상군을 레바논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해 지상군 투입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란의 개입, 교전 장기화 등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다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레바논에도 지상군을 보낼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국제사회, ‘중재 공백 상태’에 빠져국제사회는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YT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임기 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헤즈볼라와의 전쟁까지 중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아랍의 중심국’이지만 뚜렷한 해결책 없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현재 중동과 국제사회는 사실상 ‘중재 공백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23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등 최소 1300여 곳에 공습을 가해 최소 492명이 숨지고 1645명이 부상을 입는 등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레바논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여성, 구급대원 등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이날 사상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레바논에서 발생한 일일 인명 피해 중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는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두둔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여 왔다.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레바논 ‘멸족(extermination)’”이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곳곳에서 폭격으로 연기 기둥이 치솟아 파손된 건물, 거리에 널부러진 시신 등의 모습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레바논 일일 최대 인명피해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3일 오전 6시 30분부터 레바논 남부 베까밸리, 중동부 발베크 등을 공습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가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레바논 보건부도 성명을 통해 “적(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대규모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어린이, 여성, 구급대원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중동전쟁 발발 후 주로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 교전을 벌였지만 대규모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대거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 전 레바논 국민들에게 “즉시 목표물에서 떨어져 대피하라”고 알렸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대피 경고를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알자지라 등이이 전했다.하가리 대변인은 레바논 전역에 자리 잡고 있는 헤즈볼라의 무기고 등도 추가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 지상군을 레바논 영토에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17, 18일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를 공격한 뒤 양측의 교전이 격렬해지면서 ‘지상군 투입’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강도 높은 지상 작전을 벌였던 ‘98사단’을 배치하는 등 잇따라 병력을 증강했다. 이 역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내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속속 감지되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레바논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지난달 레바논 내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던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향해서도 가급적 빨리 현지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공격 강화헤즈볼라의 공격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22일 미사일, 무인기(드론), 로켓 등을 통해 텔아비브, 예루살렘에 이은 이스라엘 제3도시 하이파를 공격했다. 그간 헤즈볼라의 공격은 갈릴리와 골란고원 등 국경지대 이스라엘군 시설에 집중됐으나, 점차 북부의 거점도시이며 항구인 하이파까지 확대되면서 이스라엘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헤즈볼라가 조만간 이스라엘 영토의 더 깊숙한 곳까지 공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때 약 150만 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헤즈볼라의 공격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같은 날 ‘헤즈볼라 2인자’ 나임 깟셈 부사령관은 이틀 전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이브라힘 아킬 헤즈볼라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의 ‘심판 전쟁’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무장단체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 또한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 캠프의 지난달 지출액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캠프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적 이점을 등에 업은 해리스 캠프는 지출 대부분을 광고비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두 후보 간의 첫 TV토론(10일)이 있던 이달 두 번째 주(8∼14일)엔 해리스 캠프가 트럼프 캠프보다 20배 정도 많은 금액을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광고비로 지출했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지난달 1억7400만 달러(약 2325억 원)를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같은 기간 6100만 달러를 썼다. 모금액 규모도 해리스 후보가 크게 앞섰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달 1억9000만 달러(약 2538억 원)를 모금해 4500만 달러를 모금한 트럼프 후보와 큰 격차를 보였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후보는 2016년 대선 때도 민주당보다 적은 자금을 모금했다”며 “자금력이 승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해리스 후보는 선거 자금을 온라인 광고에 집중 투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TV토론이 진행된 주에 1220만 달러를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용 광고비로 썼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같은 시기에 온라인용 광고에 61만1228달러만 지출했다. 경합주 TV 광고비로 쓴 자금도 차이가 났다.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에서 해리스 후보는 각각 130만 달러와 150만 달러를, 트럼프 후보는 2만2465달러와 3만4790달러를 지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여전히 더 많은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니퍼 오맬리 딜런 해리스 캠프 선대본부장은 최근 기부자들에게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더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적극적인 후원을 촉구했다. 해리스 후보는 2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모금 행사를 열 예정이다. 5만 달러를 기부하면 해리스 후보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 해리스 후보와 함께하는 연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자금 모금에서 뒤지는 트럼프 후보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동전’을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25일부터 개당 100달러에 판매하는 이 동전은 앞면엔 트럼프 후보 얼굴이, 뒷면에는 백악관이 새겨져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AI-전기차가 되살린 원전… 美 ‘스리마일’ 재가동, MS에 전력 공급미국이 인공지능(AI) 붐과 전기차 전환 등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979년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스리마일섬의 원전 1호기를 2028년 재가동하기로 했다.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는 사고 피해를 보지 않아 지속 운영되다가 2019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다. 그 후 9년 만에 다시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인도 등도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을 확대하기로 했다. 원전 붐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인공지능(AI) 붐, 데이터센터 급성장, 전기차 전환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이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미국 빅테크들도 AI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높았던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도 원전 확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이 다시 ‘봄’을 맞고 있다.● 미, 9년간 멈춰 세웠던 원전 재가동키로 20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섬 원전을 소유하고 있는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20년간 전력 판매 계약을 체결해 원전 1호기 재가동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가동 시점은 2028년으로,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가 2019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이후 9년 만이다. 1974년 운영을 시작한 스리마일섬 원전은 1979년 3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조 도밍게스 콘스텔레이션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미국의 글로벌 경제 및 기술 경쟁력에 중요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원전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이다”라고 밝혔다. 1호기 재가동으로 최소 7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835MW(메가와트)가 생산될 예정이며, 34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MS는 대형 원전인 스리마일섬 원전 말고도 ‘미니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공급원도 확보한 상태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2006년 SMR 개발 기업인 테라파워를 창업한 것이다. SK가 투자하기도 한 테라파워의 원자로는 345MW급으로 최대 500MW까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MS가 원전을 주목하는 것은 AI 개발에 어지간한 도시의 사용량을 넘는 전력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2027년이면 AI 학습과 서비스에 필요한 전력이 스웨덴, 네덜란드 같은 국가가 한 해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AI가 ‘전기 먹는 하마’이다 보니 나머지 미국 빅테크들도 원전 투자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SMR 스타트업인 오클로에 투자했다. 현재 오클로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SMR 건설을 진행 중으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클로는 SMR 중에서도 15∼50MW 규모의 초소형 SMR을 개발하고 있다. 올트먼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올해 3월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원자력 공급을 위해 6억5000만 달러(약 8700억 원)를 투자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근처의 ‘서스쿼해나 스팀 일렉트릭 스테이션’ 원전에서 직접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유럽, 중국, 인도 등도 원전 확대 미국 셰일가스 붐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세계 원전 시장은 한동안 위축됐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반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년간 원전은 다른 에너지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고 표현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했던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권 국가들은 다시 원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2035년 원전 비율을 75%에서 50%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2022년 신규 원전 개발 계획을 담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사실상 탈원전을 폐기했다. 일본 역시 전력난이 심해지고 원전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며 올해부터 원전 가동량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과학기술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중국과 인도도 원전 건설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대형 원전 5기를 착공했다. 인도 정부 역시 2022년 10년간 자국의 원전 설비용량을 3배 확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12일 경북 울진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을 8년 만에 허가하며 탈원전 정책 폐기를 알렸다. 동시에 기업 및 수출 수요가 큰 ‘혁신형 SMR(i-SMR)’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탄소 추세와 빅테크의 원전 수요가 만나며 원전 시장이 다시 개화했다”며 “우리나라도 뒤처지지 않게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업 재해’로 불리는 원전 사고가 일어난 곳이다. 1979년 3월 28일 스리마일섬 원전 2호기의 노심(원자로 내부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린 것이다. 그 이후 미국은 원전 증설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사고는 원자로 안을 식혀주는 냉각수 비상 펌프가 꺼져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심이 절반 넘게 녹아내릴 때까지 기술자들이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사고 이후 건물 내 방사능 수치는 정상 수치의 1000배까지 치솟았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인근 주민 10만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미 당국은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1979년 이후 2호기 원자로는 가동이 중단됐고 해체 중에 있다.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는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정부가 원전 증설 정책을 중단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재가동하기로 한 스리마일섬 원자로는 사고가 발생했던 2호기와는 무관한 1호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리마일섬 원전을 소유한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아직 미국 연방 원자력 규제 당국에 재가동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2027년까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검토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 캠프의 지난달 지출액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캠프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적 이점을 등에 업은 해리스 캠프는 지출 대부분을 광고비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두 후보 간의 첫 TV토론(10일)이 있던 이달 두번째 주(8~14일)엔 해리스 캠프가 트럼프 캠프보다 20배 정도 많은 금액을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광고비로 지출했다.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지난달 1억7400만 달러(약 2325억 원)를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같은 기간 6100만 달러를 썼다.모금액 규모도 해리스 후보가 크게 앞섰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달 1억9000만 달러를 모금해 4500만 달러를 모금한 트럼프 후보와 큰 격차를 보였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후보는 2016년 대선 때도 민주당보다 적은 자금을 모금했다”며 “자금력이 승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특히 해리스 후보는 선거 자금을 온라인 광고에 집중 투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TV토론이 진행 된 주에 1220만 달러를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용 광고비로 썼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같은 시기에 온라인용 광고에 61만1228달러만 지출했다. 경합주 TV 광고비로 쓴 자금도 차이가 났다.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에서 해리스 후보는 각각 130만 달러와 150만 달러를, 트럼프 후보는 2만2465달러와 3만4790달러를 지출했다.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여전히 더 많은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니퍼 오말리 딜런 해리스 캠프 선대본부장은 최근 기부자들에게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더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적극적인 후원을 촉구했다. 해리스 후보는 2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모금 행사를 열 예정이다. 5만 달러를 기부하면 해리스 후보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 해리스 후보와 함께 하는 연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한편 자금 모금에서 뒤지는 트럼프 후보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동전’을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25일부터 개당 100달러에 판매하는 이 동전은 앞면엔 트럼프 후보 얼굴이, 뒷면에는 백악관이 새겨져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삐삐-무전기 폭탄 제조업체, 이스라엘의 유령회사였다”17, 18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수천 대가 연이어 폭발하며 최소 37명이 숨졌고 3100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관련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레바논 정부, 무장단체 헤즈볼라, 외신들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폭발물이 설치된 무선호출기 제조를 위해 유령 회사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군 최정예 첩보부대인 ‘8200부대’가 이번 폭발 사태에 개입한 정황도 나타났다고 전했다.》17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폭발한 무선호출기(삐삐)의 제조사가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 회사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이번 폭발 사태의 배후가 이스라엘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또 미국 국가안보국(NSA),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와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스라엘군의 엘리트 사이버 첩보부대인 ‘8200부대’가 이번 폭발 사태를 기획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무선호출기 제작 위해 유령 회사 세워” 18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레바논에서 폭발한 무선호출기들은 이스라엘이 직접 생산해 헤즈볼라에 제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대만 통신 기업 골드아폴로의 ‘AR924’ 모델이지만 이를 제조한 건 헝가리의 ‘BAC컨설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BAC컨설팅은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 회사(shell company)다. 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BAC컨설팅은 무선호출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짜 신원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NYT에 전했다. 또 이런 유령 회사가 두 개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바치 졸탄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해당 회사는 헝가리에 제조·운영 시설이 없는 무역 중개업체”라고 밝혔다. 특히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가 올 2월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하기 이전부터 이스라엘은 무선호출기를 생산할 유령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BAC의 유일한 고객은 헤즈볼라”라며 “이들을 위해 별도로 생산된 배터리에는 폭발성 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가 함유돼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는 17일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가 보낸 것처럼 보이는 아랍어 메시지를 무선호출기로 보냈고, 해당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울리면서 폭발이 시작됐다고 NYT에 전했다.● ‘삐삐 폭발’ 배후로 주목받는 8200부대 로이터통신은 18일 서방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8200부대가 이번 작전의 개발 단계부터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1952년 설립된 8200부대는 이스라엘군에서 암호 해독과 첩보 신호 수집 등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분야를 담당하는 사이버 첩보부대다.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16∼18세 인재들을 영입해 최소 3년간 군 복무를 시킨다. 정확한 병력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군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일 부대”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8200부대가 이번 작전에 1년 넘게 관여했으며, (무선호출기의) 제조 공정 내에 폭발성 물질을 삽입하는 방법을 시험하는 기술 분야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번 폭발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 8200부대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뒤 가자지구 내 하마스 표적 추적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2010년 이란의 핵 원심분리기를 무력화시킨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 공격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작전의 취지를 둘러싸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 아랍권의 정보당국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스라엘로서는 향후 작전 개시가 어려워질 것을 감안해 작전을 단행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전직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고위 요원인 대니 야톰은 WP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가장 안전하다고 여긴 통신선조차 뚫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헤즈볼라 내부에 패닉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7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폭발한 무선호출기(삐삐)의 제조사가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회사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이번 폭발 사태의 배후가 이스라엘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또 미국 국가안보국(NSA),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와 견줄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스라엘군의 엘리트 사이버 첩보부대인 ‘8200부대’가 이번 폭발 사태를 기획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이스라엘, 무선호출기 제작 위해 유령회사 세워”18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레바논에서 폭발한 무선호출기들은 이스라엘이 직접 생산해 헤즈볼라에 제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대만 통신 기업 골드아폴로의 ‘AR924’ 모델이었지만 이를 제조한 건 헝가리의 ‘BAC 컨설팅’으로 알려졌다.그러나 NYT에 따르면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회사(shell company)다. 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BAC 컨설팅은 무선호출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짜 신원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NYT에 전했다. 또 이런 유령회사가 두 개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탄 코박스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해당 회사는 헝가리에 제조·운영 시설이 없는 무역 중개업체”라고 밝혔다.특히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가 올 2월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하기 이전부터 이스라엘은 무선호출기를 생산할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BAC의 중요한 유일한 고객은 헤즈볼라”라며 “이들을 위해 별도로 생산된 배터리에는 폭발성 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가 함유돼 있다”고 전했다.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는 17일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가 보낸 것처럼 보이는 아랍어 메시지를 무선호출기로 보냈고, 해당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울리면서 폭발이 시작됐다고 NYT에 전했다.● ‘삐삐 폭발’ 배후로 주목받는 8200부대로이터통신은 18일 서방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8200부대가 이번 작전의 개발 단계부터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1952년 설립된 8200부대는 이스라엘군에서 암호 해독과 첩보신호 수집 등 시긴트(SIGINT·신호정보) 분야를 담당하는 사이버 첩보부대다.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16~18세 인재들을 영입해 최소 3년간 군 복무를 시킨다. 이스라엘군은 공식적으로는 8200부대를 “군사정보국 산하의 주요 정보 수집 부대”라고만 간단하게 소개한다. 정확한 병력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군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일 부대”라고 전했다.로이터통신은 “8200부대가 이번 작전에 1년 넘게 관여했으며, (무선호출기의) 제조 공정 내에 폭발성 물질을 삽입하는 방법을 시험하는 기술 분야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번 폭발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8200부대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뒤 가자지구 내 하마스 표적 추적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2010년 이란의 핵 원심 분리기를 무력화시킨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 공격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이번 작전의 취지를 둘러싸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 아랍권의 정보당국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스라엘로서는 향후 작전 개시가 어려워질 것을 감안해 작전을 단행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전직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고위요원인 대니 야톰은 WP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가장 안전하다고 여긴 통신선조차 뚫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헤즈볼라 내부에 패닉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TV토론 뒤 실시된 첫 전국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의 격차를 소폭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후보의 TV토론 판정승이 트럼프 후보의 지지층에 균열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지지 후보가 없던 부동층 공략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7개 경합주에선 여전히 트럼프 후보가 우세하다는 관측도 있어 어느 쪽도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한 번의 TV토론은 트럼프 후보의 거부로 사실상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후보는 “앞선 2번의 토론에서 모두 이겼기 때문에 다른 토론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해리스 후보는 12일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한 차례 더 토론을 갖는 건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라며 상대를 압박했다.● 상승세 탄 해리스, 토론 뒤 지지율 증가11, 12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전국 등록 유권자 1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구를 뽑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47%는 해리스 후보를, 42%는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다. 이는 지난달 21∼28일 동일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가 45%의 지지율을 얻으며 트럼프 후보(41%)를 4%포인트 차로 앞섰던 것과 비교해 미세하게나마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조사에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등 제3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9%였으나, 케네디가 후보에서 사퇴한 뒤인 이번 조사에선 해당 응답이 3%로 줄어들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10일 밤 실시된 TV토론에서 해리스 후보가 선전한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해리스 캠프는 제3 후보나 무응답 등을 선택했던 부동층이 지난달 14%에서 이달 11%로 줄며 해리스 후보 지지율이 2%포인트 상승한 것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이날 조사에선 TV토론을 시청한 유권자의 절반 이상(53%)이 해리스 후보를 토론의 승자로 꼽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해리스 후보가 50% 대 45%로 트럼프 후보를 앞섰다. 다만 통계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같은 날 “이번 결과에 지나치게 무게를 둬선 안 된다”며 “여전히 트럼프가 핵심 경합주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캠프도 11일 자체 실시한 7개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트럼프가 48% 대 46%로 앞섰다”며 “해리스의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경합주 유세 재개… 트럼프 “3차 토론 없다”TV토론 다음 날 뉴욕 9·11테러 추모식에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했던 두 후보는 12일 각자 경합주 유세를 재개하고 상대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멕시코 국경과 가까운 서부 애리조나주 투손을 찾은 트럼프 후보는 “우린 토론에서 기념비적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또 해리스 후보를 “거짓말쟁이”라며 “어떤 계획이나 정책, 세부 내용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TV토론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아이티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훔친다’는 허위 주장도 반복했다. 다만 토론 때처럼 “잡아먹는다”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세 번째 TV토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카멀라는 (부통령) 4년 동안 했어야 할 일에나 집중해야 한다”며 “3차 토론은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후보에게 우호적인 보수성향 폭스뉴스가 내달 추가 TV토론 주관을 제안했지만 더 이상의 TV토론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후보는 TV토론 승리에도 낙관론을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에서 “우린 여전히 약자(underdog)”라며 “끝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독려했다. 트럼프 후보에 대해선 “헌법을 파괴하겠다는 사람을 또다시 대통령에 앉힐 순 없다”고 비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대선을 55일 앞둔 11일(현지 시간) 앨라배마주가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부재자 투표 용지를 우편 발송하며 11월 대선 사전투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6일에는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를 7대 경합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사전투표에 들어간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전날 앨라배마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각 주의 일정에 따라 사전투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전투표는 크게 우편 투표와 투표소 현장 투표로 나뉜다. 앨라배마주는 선거 당일 부재를 증명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투표용지를 발송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16일부터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직접 방문하는 사전투표를 진행한다. 또 다른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은 19일, 미시간주는 26일에 사전투표를 시작한다. 조지아와 애리조나, 네바다주는 다음 달 사전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은 2020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율이 69%를 기록했다. 팬데믹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높은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사전투표는 대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지지층은 고정되고 마음을 바꾸는 유권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네바다를 찾아 경합주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튀르키예는 한국 기업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와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차나칼레대교를 함께 지었습니다. 앞으로는 제3국 건설 시장에서도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11일 서울 중구 주한튀르키예대사관에서 만난 압둘카디르 우랄로을루 튀르키예 교통인프라부 장관(58·사진)은 “6·25전쟁 때부터 지난해 튀르키예 대지진까지 양국은 서로 도우며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며 “건축과 교통 부문에서 더 많은 협력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우랄로을루 장관은 10∼12일 서울에서 열린 ‘2024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우랄로을루 장관은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건설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다리로 2022년 3월 튀르키예 서부에 준공된 차나칼레대교를 통해 튀르키예와 주변 나라들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기술력이 큰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정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잇는 고속철도 개발에도 한국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유럽, 동유럽, 중동을 잇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튀르키예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뒤 진행될 재건 프로젝트에도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랄로을루 장관은 “지난해 지진으로 85만 채의 주택이 파괴됐고 우리는 이를 재건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의 기술력과 튀르키예의 경험이 합해지면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에서도 다양한 건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랄로을루 장관은 1982년 작고한 삼촌으로부터 한국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의 삼촌은 6·25전쟁 참전용사다. 그는 “한국과 튀르키예는 모두 같은 ‘우랄 알타이어 패밀리’이고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도 많다”며 “건설을 포함한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더 많은 협력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10일(현지 시간) TV토론에서 ‘출산 후 낙태 가능’ ‘이민자가 반려동물을 먹었다’ 같은 황당한 발언을 내놨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이 부통령으로 재직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창출한 일자리를 부풀려 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해리스는 임신 9개월째에 낙태를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괜찮다고 말했다”며 “이는 출생 후 ‘처형(execution)’이다. 아이가 태어났기에 더 이상 낙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주지사로 있는 미네소타주가 임신 개월 수에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출생 후 처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자 토론을 진행하던 린지 데이비스 ABC 앵커는 “출생 후 아이를 죽이는 게 합법인 주(州)는 없다”고 즉각 정정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022년 기준 미네소타주에서 임신 7∼9개월 된 태아를 낙태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후보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이 기르는 반려묘와 반려견을 잡아먹는다”고 주장했다. 카리브해 아이티에서 합법적으로 미국에 온 이민자가 살던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한 주택에서 고양이가 인간에게 잡아먹힌 흔적이 있다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소문을 거론한 것. 이에 대해 또 다른 토론 진행자 데이비드 뮤어 앵커는 “ABC 뉴스가 해당 지역 관계자에게 알아본 결과 이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해리스 후보는 “부통령 재직 중 제조업 일자리 80만 개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BS가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2021년 1월 이후 지난달까지 미국에서는 약 73만9000건의 제조업 관련 일자리만 생겼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 고위 관료가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이 아닌 미국과 동맹국에만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구동을 지원하는 핵심 제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 참석한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 기술을 (중국 등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동맹국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에서 HBM을 만드는 기업이 3곳인데 그중 2곳(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 한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역량을 우리 동맹을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의 관련 역량이 커지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HBM의 중국 수출 통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방안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HBM을 생산하는 주요 반도체 업체가 중국에 HBM을 공급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의 이날 발언은 이를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한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도가 미국이 원하는 수준에 미흡하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의 HBM 수출 통제 협의 요청이 구체화되면 관련 검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미국의 HBM 중국 수출 통제 내용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경제적인 상황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10일(현지 시간) TV토론에서 ‘출산 후 낙태 가능’ ‘이민자의 반려동물 시식’ 같은 황당 발언을 내놨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이 부통령으로 재직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창출한 일자리를 부풀려 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트럼프 후보는 이날 “해리스는 임신 9개월째에 낙태를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괜찮다고 말했다”며 “이는 출생 후 ‘처형(execution)’이다. 아이가 태어났기에 더 이상 낙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주지사로 있는 미네소타주가 임신 개월 수에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출생 후 처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그러자 토론을 진행하던 린지 데이비스 ABC 앵커는 “출생 후 아이를 죽이는 게 합법인 주(州)는 없다”고 즉각 정정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022년 기준 미네소타주에서 임신 7~9개월된 태아를 낙태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트럼프 후보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이 기르는 반려묘와 반려견을 잡아먹는다”고 주장했다. 카리브해 아이티에서 합법적으로 미국에 온 이민자가 살던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한 주택에서 고양이가 인간에 잡아 먹힌 흔적이 있다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소문을 거론한 것. 이에 대해 또다른 토론 진행자 데이비드 뮤어 앵커는 “ABC 뉴스가 해당 지역 관계자에게 알아본 결과 이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해리스 후보는 “부통령 재직 중 제조업 일자리 80만 개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BS가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2021년 1월 이후 지난달까지 미국에서는 약 73만9000건의 제조업 관련 일자리만 생겼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유럽연합(EU)과 이란이 2018년 폐기됐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기 위한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올 7월 취임한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취임하면 핵합의를 복원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발탁한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 또한 과거 핵합의 타결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인물이다. 9일 이란 반관영 이스나통신 등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과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전화 통화 등을 갖고 핵합의 복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페테르 스타노 EU 외교정책 대변인,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 모두 두 사람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양측의 대화와 협의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측의 구체적인 논의는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나니 대변인은 “이란은 (핵합의 복원에 관한) 협상장을 떠난 적이 없다”면서 “당사자들이 실질적인 노력을 보여준다면 합의의 길이 열려 있다”며 서방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란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이 참여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추진을 중단하는 대신 서방 또한 이란에 부과한 각종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2018년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란 제재를 강화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집권 후 줄곧 복원을 추진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만 11월 5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란과 EU의 최근 행보가 또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라는 ‘2개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 또한 관련국의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합의 타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핵심 병참기지이며 물류 중심지로 꼽히는 동부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노보흐로디우카까지 진격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달 6일부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지상군을 투입해 수미 일대를 점령했지만 정작 자국 내 주요 격전지에서는 러시아군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일부 병사의 탈영, 명령 불복종 등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포크로우스크가 러시아에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고, 전쟁의 판세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러시아군 무인기(드론)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인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라트비아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나라들은 러시아의 영공 침범에 대한 나토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 파상공세 vs 우크라 ‘집단탈영’ 고민 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노보흐로디우카를 점령했다고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친(親)러시아 군사 블로거 유리 포돌리아카는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에서 12km 지점까지만 진격한 것이 아니라 더 가까운 7km까지 진격했다고 주장했다. 노보흐로디우카 점령으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합한 이른바 돈바스 지역의 80% 이상을 점령하게 됐다. 친러 성향의 주민이 많은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부터 이곳의 친러 반군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며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전쟁의 주요 명분 중 하나로 ‘돈바스 회복’과 ‘돈바스 거주 러시아인 보호’를 거론했다. CNN은 포크로우스크에 배치된 적잖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탈영을 하거나, 군 수뇌부의 전략에 반기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일대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은 “대부분의 병사들이 탈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 의회에 따르면 현지 검찰은 전쟁 발발 후 최소 1만9000명의 탈영병을 두고 군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탈영병이 너무 많아 일일이 처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탈영병을 처벌하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판세 전환을 위해 단행한 쿠르스크주 진격 작전에 참여한 병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한 병사는 CNN에 “이 전쟁에서 우리는 조국을 지켰어야 한다”며 러시아에 배치돼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을 토로했다.● 러, 나토 회원국 영공 침입 러시아가 최근 동유럽의 나토 회원국 영공에 침입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루마니아는 8일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던 러시아 드론이 영공을 침입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는 즉각 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에 나섰다. 앞서 7일 이번 전쟁 내내 러시아의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 러시아와 모두 국경을 접하고 있는 라트비아에서도 러시아 드론이 발견됐다. 라트비아 국방부는 “러시아 드론이 국경에서 약 55km 떨어진 마을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두 사례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루마니아와 라트비아는 “나토 특정 회원국에 대한 침입은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회원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나토 헌장 5조’를 거론하며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루마니아 출신인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은 소셜미디어 X에 러시아의 행동을 두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썼다. 에드가르스 링케비치스 라트비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토가 이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신임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전 유럽의 평화를 보존할 수 있도록 (나토) 동맹국이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최근 크게 격화되며 양측의 ‘비인도적 행위’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민간인도 머물고 있을지 모르는 지역에 섭씨 2200도에 이르는 ‘쇳물’을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투하했으며,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전쟁 포로들을 즉결 처형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7일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셜미디어 등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가 점령한 삼림 지역을 저공 비행하며 시뻘건 쇳물을 뿌리는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드론이 투하한 물질은 알루미늄 분말과 산화철의 화합물인 ‘테르밋’으로 알려졌다. 섭씨 2200도에 이르는 테르밋은 광범위한 공간에서 다양한 물체를 태우거나 녹여버릴 수 있다. 또 테르밋을 투하하는 드론은 불을 뿜는 용과 닮았다는 뜻으로 ‘드래건 드론’이라고도 부른다. 해당 드론을 담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60기계화여단은 “드래건 드론은 하늘에서 불을 뿜는 복수의 날개”라며 “적을 불태우는 진정한 위협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CNN도 “모든 것을 불태우는 테르밋은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무기를 쓰는 지역이다. 특정 재래식무기 금지협약(CCW)은 테르밋 같은 인화성 무기를 군사 목적으로 쓰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간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테르밋을 뿌리는 삼림 지역에는 민간인들도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민간연구그룹 ‘무장 폭력에 맞선 행동(AOAV)’은 “군사 시설과 민간 인프라의 경계가 모호한 (삼림) 지역에서 테르밋을 사용하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 역시 지속적으로 전쟁포로를 처형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NN은 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항복한 군인 3명을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군인 3명이 무릎을 꿇고 머리에 손을 얹은 채 항복 의사를 표시했지만, 러시아군은 이들을 곧바로 살해했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CNN에 “전쟁 발발 이후 전쟁포로 관련 사건이 28건 발생해 최소 7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포로 처형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제네바 협약은 전투 의지가 없는 전쟁 포로를 살해하는 걸 분명하게 금지하고 있다. 한 유엔 조사관은 CNN에 “이는 개별적인 전쟁 범죄이나, 지속적으로 자행됐다면 국가 차원의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란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수백 기를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및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방공망이 취약한 우크라이나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미국 등은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최근 크게 격화되며 양측의 ‘비인도적 행위’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민간인도 머물고 있을지 모르는 지역에 섭씨 2200도에 이르는 ‘쇳물’을 무인기(드론)을 이용해 투하했으며,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전쟁 포로들을 즉결 처형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7일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셜미디어 등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가 점령한 삼림 지역을 저공 비행하며 시뻘건 쇳물을 뿌리는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드론이 투하한 물질은 알루미늄 분말과 산화철의 화합물인 ‘테르마이트(termite)’로 알려졌다. 섭씨 2200도에 이르는 테르마이트는 광범위한 공간에서 다양한 물체를 태우거나, 녹여버릴 수 있다. 또 테르마이트를 투하하는 드론은 불을 뿜는 용과 닮았다는 뜻으로 ‘드래건 드론’이라고도 부른다. 해당 드론을 담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60기계화여단은 “드래건 드론은 하늘에서 불을 뿜는 복수의 날개”라며 “적을 불태우는 진정한 위협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CNN도 “모든 것을 불태우는 테르마이트는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문제는 이 무기를 쓰는 지역이다. 특정 재래식무기 금지협약(CCW)은 테르마이트 같은 인화성 무기를 군사 목적으로 쓰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간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테르마이트를 뿌리는 삼림 지역에는 민간인들도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민간연구그룹 ‘무장 폭력에 맞선 행동(AOAV)’은 “군사 시설과 민간 인프라의 경계가 모호한 (삼림) 지역에서 테르마이트를 사용하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러시아군 역시 지속적으로 전쟁포로를 처형해 국제법을 위반했단 비판을 받고 있다. CNN은 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항복한 군인 3명을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군인 3명이 무릎을 꿇고 머리에 손을 얹은 채 항복 의사를 표시했지만, 러시아군은 이들을 곧바로 살해했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CNN에 “전쟁 발발 이후 전쟁포로 관련 사건이 28건 발생해 최소 7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포로 처형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제네바 협약은 전투 의지가 없는 전쟁 포로를 살해하는 걸 분명하게 금지하고 있다. 한 유엔 조사관은 CNN에 “이는 개별적인 전쟁 범죄이나, 지속적으로 자행됐다면 국가 차원의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편 최근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란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수백 기를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및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방공망이 취약한 우크라이나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미국 등은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주 진격은 우리 승전 계획의 첫 단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대응하는 무기로 쓰고 있다. 러시아는 모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계속하겠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깜짝’ 기습 공격을 가한 지 6일(현지 시간)로 한 달이 됐다.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는 서울 면적(605.21km²)의 두 배가 넘는 1294km²의 러시아 영토를 점령했다. 마을 100여 곳을 점령했고, 러시아 군인 500여 명을 생포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발발 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점령한 건 처음이다. 외국 군대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것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무기와 병력 등에서 줄곧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 진격을 통해 러시아의 허를 찌르며 2년 넘게 이어진 전쟁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단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게 가장 고무적이다. 그동안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에는 부정적이었다. 확전이 우려되고,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주 진격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었던 서방 국가들의 인식을 일부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만, 이번 진격이 우크라이나의 약세를 상쇄시킬 만큼 큰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주에서 피해를 입었지만 여전히 동부 전선에서 진격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병참지까지 위협받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결국 불리한 건 우크라이나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주 진격 한 달을 맞아 이번 작전의 성과와 의미, 향후 전쟁의 향방에 대해 짚어봤다.● “쿠르스크주 진격은 회심의 일격”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에 총 3번의 ‘대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모두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한 작전이었다. 쿠르스크주 진격은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들어간 첫 번째 작전이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보유국이 다른 국가의 침공을 받아 영토를 점령당한 건 역사적으로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쿠르스크주 진격은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의 ‘회심의 일격’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쿠르스크주 진격이 3가지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먼저 바닥까지 떨어졌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전쟁사 연구자 임용한 박사는 “우리도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린 상징적인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대반격 실패에 대한 책임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불화설로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올 2월 해임된 뒤 침체돼 있던 분위기를 전환시킬 기회였던 것이다.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중요한 성과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핵을 보유한 러시아가 본토 일부를 한 달 가까이 점령당하는 건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며 “러시아 사람들은 이 전쟁을 시간만 지나면 (승리로) 해결될 것이라 여겼는데, 본토를 공격당하며 ‘우리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진격 당시 민간인들이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며 푸틴 대통령이 평소 과시했던 국내 통치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세 번째 성과는 전쟁을 지속하는 데 비관적이었던 국제 사회의 여론을 돌렸다는 점이다. CNN은 “이번 진격은 우크라이나가 싸워서 이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를 유지하고 무기 사용 제한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진격에는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험비 군용차 등 미국이 지원한 장비들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제시했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에 미국이 지원한 장비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에 대한 (군사) 역량 사용 제한을 해제할 때가 왔다”고 촉구했다.● 러, 동부 전선 집중… 우크라 ‘절반의 성공’에 그쳐 하지만 이번 공격이 전쟁의 판세를 뒤집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진격으로 러시아가 동부 전선에 배치됐던 병력을 쿠르스크주로 재배치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동부 전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결국 병력, 무기, 보급 등에서 불리한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에서 장기간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직 독일 국방부 관료인 니코 랑게 유럽정책분석센터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점령을 유지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를 지킬 수 없다”며 “푸틴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목표가 만약 점령한 영토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었다면 이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가 향후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에서 쿠르스크주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도록 계속 점령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 역시 “러시아의 전투력은 2025년 말부터 조금씩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가 버틴다면 협상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으나, 쿠르스크 작전은 그때까지 우크라이나가 싸움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욱 우려되는 건,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7km 앞까지 진격한 상황이란 점. 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 중심부까지 연결되는 교통과 물류 허브다. 또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병참지다. 이곳이 무너질 경우 우크라이나군 전체 보급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임 박사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에서 점령한 영토를 끝까지 유지할 필요는 없다”며 “동부 상황에 따라 유연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쿠르스크주 진격으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을 환기시켰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 지원 확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러시아에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핵 교리(핵 독트린)’를 수정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하는 등 지금보다 강경한 모드로 나올 경우 서방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분위기는 이미 회의적인 것으로 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무기 지원은 결국 확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서구에서 확전을 원하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여전히 자국 무기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WP는 “미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전반적인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며 “우크라이나의 미국 무기 의존도가 높은 탓에 전쟁이 더 확전될 수도 있단 우려가 미국 내에서 되살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러시아의 포크로우스크 진격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리아나 베주흘라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포크로우스크에서 남동쪽으로 8km 떨어진 노보흐로디우카를 방문한 뒤 “노보흐로디우카의 참호는 이미 비어 있었다”며 “포크로우스크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고 한탄했다.● “우크라가 성과 거두면 평화협정 유리” 결국 전쟁의 판세는 쿠르스크주 공격의 성과보다 국외 정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로 꼽히는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결정할 핵심 요소는 다른 나라의 지원 여부”라며 “휴전 협상 등이 원하는 대로 타결될 수 있는지는 여기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쿠르스크주 진격 이후 서방에 무기 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매락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엄 교수는 “미국은 대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고, 프랑스는 총선 이후 정세 혼란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으로 바뀐 상황”이라며 “서방이 계속해서 무기 지원을 이어갈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쿠르스크주 진격은 향후 벌어질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향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 일각에선 러시아의 협상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2일 동부 투바공화국 키질의 한 학교에서 공개수업을 진행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될지 모르겠다”며 “러시아는 그러한 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엘리나 베케토바 연구원도 “우크라이나가 성과를 거둘수록 러시아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휴전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가 우월한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망했다.● “미 대선이 우크라 운명 좌우할 수도” 현재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전쟁터는 국경이 아닐 수도 있다.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내년 1월 취임 전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강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는 억지로라도 휴전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그 시점까지 누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둘러 쿠르스쿠주 진격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CNN은 “미 대선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만들기 전에 분명한 결과를 얻으려 했던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이 ‘우크라이나의 순간’이란 것을 직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월 미 대선 뒤 불쾌한 평화를 강요받거나, 나토의 결속력이 크게 약화되는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최대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도박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 노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쟁이 3년째에 접어들며 피로도가 높아진 시점에 취임한다는 부담이 상당하다. 엄 교수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돼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간 긴급 지원해서 전황을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상황으로 바꾸고, 이후 휴전 협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집중적인 에너지 시설 공격도 변수다. 6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화력발전 시설 5분의 4와 수력발전 시설 3분의 1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끊임없는 러시아 공습에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수리야 자얀티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관 에너지국장은 타임지에 “(전력) 기능 장애가 서서히 우크라이나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학교와 기업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전쟁 비용을 충당할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미 카네기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연구원은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전선 상황보다 러시아의 에너지망 공격이 우크라이나에 더 치명적”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방어막의 공백을 메워 러시아의 공격을 중단시킬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전쟁은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