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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이르면 이달 말부터 5년간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관세율은 이번에 결정됐지만 EU는 앞으로도 중국과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4일(현지 시간) 회원국 27개국 투표에서 EU 집행위원회의 의 중국산 전기차 확정 관세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이 찬성했고 독일, 헝가리 등 5개국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2개국은 기권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기권하면 ‘찬성’으로 간주된다.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은 기존 일반 관세율(10%)에 이번에 추가 관세율이 붙어 최종적으로 17.8~45.3%가 된다. 이 관세율은 이르면 이달 31일부터 5년간 적용된다.EU 집행위는 1년간의 보조금 조사 뒤 중국의 불공정한 보조금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대한 최종 관세를 제안한 바 있다.EU는 이번 관세율 확정 이후에도 중국과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중국의 과잉 보조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를 유럽에 수출할 때 판매가격 하한을 자발적으로 설정하겠다는 중국 측 제안을 논의 중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확정 관세가 변동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과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이틀 전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산유국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같은 날 미 뉴욕 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5% 넘게 올라 한 달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CNBC 등에 따르면 일부 원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장기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또한 중동 긴장 고조로 1970년대식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발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또한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을 주재했다.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하메네이는 사흘 전 이스라엘 공습이 나스랄라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이었다고 주장했다.특히 그는 “필요하면 이스라엘을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하메네이의 금요 예배 집전은 2020년 1월 미국에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유가 200弗-오일쇼크” 우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논의하고 있다(in discussion)”고 답했다. 또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에 ‘허가’ 하는 게 아니라 ‘조언’ 하고 있다”며 보복을 막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이 발언이 알려진 후 WTI,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5.15%, 5.03%씩 오른 73.71달러, 77.62달러에 마감했다. 두 가격 모두 한 달 최고치다.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이란은 전 세계 일일 생산량의 약 4%인 하루 최대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특히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 통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량 또한 이 해협을 거친다.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에 ‘맞보복’ 하기 위해 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 세계 원유 유통 또한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일리 총재 또한 “상황이 정말 나빠지면 원유 가격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오일쇼크를 우려했다.● 이, 헤즈볼라 새 수장 사피엣딘 암살 시도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3일 헤즈볼라의 새 지도자로 유력한 하솀 사피엣딘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이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피엣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지하 벙커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후 약 24km 떨어진 곳의 건물이 흔들릴 만큼의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이스라엘은 같은 날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사령관 자히 야세르 압드 알라제크 우피 또한 공습으로 암살했다. 그는 이틀 전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총기와 흉기를 휘둘러 시민 7명을 숨지게 한 테러의 배후로 꼽힌다. 헤즈볼라 또한 3일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맞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이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180∼200여 발을 발사하자 이스라엘의 보복 방식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은 이미 보복을 선언했고, 일각에선 “이란 핵시설을 타격해야 한다”는 강경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 정치매체 액시오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주요 산유국이며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란의 원유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고위 인사를 표적 암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지도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물론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명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등 여러 고위 인사를 암살했다. NYT는 어떤 방식이 됐든 이달 2∼4일의 유대교 명절 ‘로시 하샤나’가 끝나면 구체적인 보복 방안과 수위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격추에 도움을 준 만큼 이스라엘이 미국의 반응에 따라 보복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란 석유시설 공격 유력 포브스 등에 따르면 이란은 세계 4위 원유 보유국이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으로 하루 최대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2002년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이 처음 제기된 후 서방의 경제 제재가 거듭되면서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란의 의존도는 이전보다 훨씬 커진 상태다. NYT는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유 공장을 공격한다면 이미 취약한 이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액시오스 역시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란 원유시설 공습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줄곧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 석유시설 공격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 유가가 오른다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 2일 연속 상승했다. 미 에너지기업 ‘래피던에너지’의 밥 맥널리 사장은 CNBC에 “이란의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최소 5달러 이상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유시설을 공격당한 이란이 이스라엘에 ‘맞보복’을 가하면 10달러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FT도 이란 석유시설 공격은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의 호의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란 지도부 암살 가능성 이스라엘이 이란 고위급 인사를 표적 암살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미 나스랄라와 하니야 암살로 이스라엘이 “누구든 제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만큼 표적 공습의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위 인사,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이 암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 안보보좌관인 퇴역 장성 출신의 야코브 아미드로르 등은 아예 이란 핵시설 타격을 주장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아미드로르 전 보좌관은 최근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격으로 이란 대리 세력의 위협이 줄어든 만큼 지금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적기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의 두 방법보다 보복 수위가 상당히 높은 만큼 이란과의 전면전이 발발할 위험이 크고 국제 사회의 반발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올 4월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영토를 사상 처음 공격했을 때 이란의 주요 핵시설이 있는 중부 이스파한주를 공습했다. 다만 당시 핵시설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일(현지 시간) 이란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한 레바논 내 지상전을 강화하고 있다. 전날 레바논 국경 너머로 지상군을 투입한 이스라엘은 2일 헤즈볼라와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갔다. 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등 기존 공습 지역에 대한 폭격도 이어갔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지상전이 격화되고 있고 이스라엘군이 최소 8명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뒤 헤즈볼라와의 교전에서 가장 많은 이스라엘군 전사자가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베이루트에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석유 시설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석유 시설이 공격당하면 그간 잠잠하던 국제유가가 들썩일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대응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상대의 공격에) 비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핵 시설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의 요충지로 꼽히는 도네츠크주의 탄광 도시 부흘레다르를 점령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이곳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왔고 약 2년 8개월 동안 버텼지만 결국 무너졌다. 러시아군의 전력 우세를 보여 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말 부흘레다르 인근 우크라인스크도 점령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부흘레다르 일대에 배치된 병력에 “인원과 군사 장비를 보존하기 위해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은 부흘레다르로 추정되는 지역의 파괴된 건물 위에서 러시아군이 국기를 흔드는 영상도 공개했다. 러시아 매체 ‘모스콥스키콤소몰레츠’ 등도 우크라이나 제72기계화여단의 마지막 군인들이 1일 부흘레다르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아직 부흘레다르 점령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부흘레다르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잇는 요충지다. 인근에 철도 노선도 위치해 전략적 가치가 높다. 전쟁 전 인구가 1만4000명을 넘었지만 인구의 상당수가 이곳을 떠났고 주요 건물도 대부분 파괴됐다. 돈바스는 친(親)러시아 성향의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일컫는 지역으로 현재 러시아가 약 80% 장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부흘레다르 장악이 우크라이나의 전략 실패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우크라이나는 올 8월 6일부터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수미 일대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했다는 일부 성과는 있었으나 전력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에서 병력과 자원을 소모하는 동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진격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부흘레다르를 점령한 러시아군이 서쪽으로 30km 떨어진 벨리카노보실카 쪽으로 진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군은 이 일대의 병참 거점 포크로우스크에 대한 공격도 연일 강화하고 있다. 한편 복역 중인 죄수들을 전장에 투입해 왔던 러시아는 앞으로 형사사건 피고인들도 입대하면 재판을 중단시켜 주기로 결정했다. AP통신은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의 요충지로 꼽히는 도네츠크주의 탄광 도시 부흘레다르를 점령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이 곳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왔고 약 2년 8개월 동안 버텼지만 결국 무너졌다. 러시아군의 전력 우세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말 부흘레다르 인근 우크라인스크도 점령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부흘레다르 일대에 배치된 병력에 “인원과 군사 장비를 보존하기 위해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은 부흘레다르로 추정되는 지역의 파괴된 건물 위에서 러시아군이 국기를 흔드는 영상도 공개했다. 러시아 매체 ‘모스콥스키콤소몰레츠’ 등도 우크라이나 제72기계화여단의 마지막 군인들이 1일 부흘레다르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아직 부흘레다르 점령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부흘레다르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잇는 요충지다. 인근에 철도 노선도 위치해 전략적 가치가 높다. 전쟁 전 인구가 1만4000명을 넘었지만 인구의 상당수도 이 곳을 떠났고 주요 건물도 대부분 파괴됐다. 돈바스는 친(親)러 성향의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일컫는 지역로 현재 러시아가 약 80% 장악하고 있다.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부흘레다르 장악이 우크라이나의 전략 실패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우크라이나는 올 8월 6일부터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수미 일대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했다는 일부 성과는 있었으나 전력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에서 병력과 자원을 소모하는 동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진격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부흘레다르를 점령한 러시아군이 서쪽으로 30km 떨어진 벨리카노보실카 쪽으로 진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군은 이 일대의 병참 거점 포크로우스크에 대한 공격도 연일 강화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란이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의 군사기지 3곳에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을 포함해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진실의 약속(True Promise) 2’ 작전을 단행했다. 올 4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진실의 약속 1’ 작전을 감행한 지 6개월 만이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2일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몇몇 유럽 국가는 중동에서 나가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라”고 명령해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우리 국민의 철수를 위해 현지에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지난달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 올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번 공격을 놓고 혁명수비대는 “미사일의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대부분 요격됐다고 맞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등에서 최소 4명이 부상당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선 1명이 숨졌다. 양측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 및 원자재 시장도 요동쳤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3.5% 오르는 등 급등 출발했다. 1일에도 장중 한때 5% 올랐다가 2.44% 상승 마감했다. 다만 2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하락 출발했다.‘저항의 축’ 붕괴위기에 이란 나서… 이스라엘 내부 “석유시설 보복”이란, 이스라엘에 미사일 200발 발사강경파, 하메네이 설득해 공격… 이스라엘, 다층 방어망으로 요격이란 “추가보복 안하면 공격 종료”… 이스라엘 “핵시설 등 파괴” 별러“이란이 강하게 보이는 방법은 이스라엘 직접 공격뿐이다.”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로 직접 공격을 가한 배후에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설득한 이란 내 강경파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영국 더타임스 등이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을 때부터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경제난 해결과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 등을 강조하는 유화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반대했지만 하메네이가 최종적으로 강경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은 최근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중동 내 친이란, 반(反)이스라엘·반미국 무장세력을 의미하는 ‘저항의 축’에서 핵심 격인 헤즈볼라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저항의 축 결집과 유지를 위해선 직접적이면서도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스라엘은 단거리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중거리미사일 방어체계 ‘다윗의 돌팔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애로’로 구성된 ‘다층 방공망’을 가동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 중동에 배치된 미군 구축함 2척도 12기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방어를 도왔고, 영국도 이 작전에 동참했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서부 헤르츨리야의 글릴로트 기지 인근에 최소 2발이 떨어졌다. 이곳은 모사드 본부로부터 1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양측 모두 ‘강 대 강’ 전략을 고수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파, 하메네이 자택서 “이 공격” 주장 NYT 등에 따르면 나스랄라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메네이 자택에서는 강경파와 유화파의 격론이 벌어졌다. 사이드 잘릴리 전 외교차관,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수뇌부 등 강경파는 “이스라엘 즉각 공격”을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는 공격의 효과, 경제난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온건파는 “네타냐후 총리가 광범위한 전쟁을 유발하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격렬한 토론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부 온건파조차 “나스랄라와 같은 장소에서 숨진 아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사망에 대응을 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고 주장하자 결국 하메네이의 마음도 돌아섰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4일 테헤란에서 예배도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고 NYT는 전했다. 금요일인 이날은 이슬람의 안식일이다.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에 관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금요 예배를 집도한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차관은 소셜미디어 X에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도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제한적 보복’이며 확전 의사는 없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등 보복” 하지만 이스라엘은 강경 대응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공격하면 누구라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건파로 꼽히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도 X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도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 공격, 주요 인사 표적 암살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스라엘군은 현지에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2일 레바논 남부 오다이시 일대에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벌어져 최소 2명의 이스라엘군이 숨졌다. 이날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에 ‘쿠드스5’ 로켓을 발사하며 이란을 지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1일 오전(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본토를 공격하는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은 건 2006년 헤즈볼라 공격으로 병사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납치돼 발발한 이른바 ‘34일 전쟁’ 뒤 18년 만이다. 그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사실상의 국경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지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2000년 유엔이 설정했던 경계선으로 ‘블루라인(Blue Line)’으로 불렸다. 블루라인이 또다시 무너지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1시 50분경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향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며 “이들은 이스라엘 북부 지역사회에 즉각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이 제한적이며 신속하게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반(反)이스라엘, 반미국 행보를 보여온 중동 내 무장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 곳곳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반이스라엘 성향 국가이며 친이란 무장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이 발생했다. 한편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자제해 왔던 이란의 참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CNN은 1일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대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은 이란에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이, 지상전 이유로 헤즈볼라의 ‘갈릴리 정복’ 지목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 너머로 지상군을 투입해 이 지역에 마련된 헤즈볼라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또 다른 헤즈볼라의 주요 거점지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약 8건의 공습이 있었고, 건물 4채가 무너졌다. 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다우디야를 폭격해 10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국영통신 NNA가 전했다.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X를 통해 “레바논 남부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헤즈볼라는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 남부로 이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레바논 마을을 군사기지로 탈바꿈하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형태의 ‘갈릴리 정복’ 작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상전이 선제 대응 의도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구체적인 지상군의 작전 기간과 성과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바논 남부에 설치돼 있는 헤즈볼라의 땅굴, 무기고, 미사일 및 로켓 발사대 등을 공격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지상전이 제한적이며, 국지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피해 이주한 레바논 국경지역 거주 자국민들의 복귀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시리아 언론 “이 전투기-드론 공습”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항의 축에 속하는 다른 무장단체들에 대한 공습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골란 방향에서 전투기와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여러 지점을 공습했다”며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습으로 시리아 국영방송 진행자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중부 헤르즐리야 인근에 위치한 군사정보부대인 8200부대와 모사드 본부가 있는 글릴로트 기지를 향해 ‘파디-4’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도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점점 더 심각해지는 위협에 대해 균형을 맞추고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올해 4월 2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모처에서는 일명 ‘MI5’로 불리는 영국 국내정보국 관계자들이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주요 대학 부총장 24명을 앞에 앉혀놓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영국 올리버 다우든 부총리는 이같이 말했다. 브리핑에는 펄리시티 오즈월드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 켄 매캘럼 MI5 국장도 참석했다. 정보당국은 부총장들에게 “적대국이 영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려 영국 대학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하며 “앞으로 정부는 영국 대학에서 민감한 연구 결과를 훔치는 스파이를 막기 위해 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이 모임 소식을 전하며 “특히 베이징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며 “각 부처 장관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 美, 수사 강화하고 인재 확보에 1056조 원 투입‘첸런(千人·천인)계획’과 ‘치밍(啓明·계명)’ 등 중국의 해외 인재 포섭 정책에 각국이 경계를 강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인재와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사건이 이어지자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비자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일본은 해외 유출을 반드시 막아야 할 핵심 기술 리스트를 만들었다. 한국도 이 사례들을 참고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 중인 미국에서는 2020년 5월 중국행 전세기에 타려던 중국인 정모 연구원(당시 오하이오주립대 소속)이 연방수사국(FBI)에 긴급 체포됐다. 면역학 전문가인 그는 첸런계획 참여 사실을 숨기고 미국 연구기관에서 410만 달러(약 53억 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연구원은 2021년 5월 미국에서 징역 37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현재 중국 상하이교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FBI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뤄진 연구비를 받아서 중국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지속적인 위협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산하 스탠퍼드중국경제제도센터(SCCEI)가 올해 7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0∼2021년 미국에서 경력을 쌓고 중국 등으로 이주한 중국계 과학자는 1만9955명이다. 이 중 행선지가 중국, 홍콩인 경우는 2010년 48%에서 2021년엔 67%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러자 미국은 중국의 인재, 기술 탈취를 겨냥한 수사를 확대했다. 2020년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FBI 국장은 “전국적으로 중국의 ‘(기술) 절도’에 대한 1000건 이상의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중국은 해외 인재를 흡수하며 국가 과학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주요 과학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수준을 100%라고 가정했을 때 중국은 2014년 69.7%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82.6%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중국에 기술 수준을 역전당했다. 미국은 기술 유출을 막는 한편으로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한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약 8000억 달러(약 1056조 원) 예산을 배정했다. 이 돈은 미국 내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에게 지원되고 있다.● 호주 EU도 대응… “한국도 모니터링 강화해야”미국 주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소속 국가인 호주와 일본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호주는 올해 4월 중요한 국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을 땐 유학생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미국이 앞서 비자 관리를 강화해 ‘의심스러운 해외 유학생’의 입국을 차단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할 핵심 기술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이 기술들을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기존 생산량을 늘릴 때도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 한 중국인 연구원이 중국에 첨단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첨단기술 보호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의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EU는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생명공학 등 4가지 영역을 보호해야 할 첨단 기술로 지목했다. 한국도 앞선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나중에 산업 스파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국가 핵심 기술 분야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술 유출 범죄는 비록 붙잡혀 처벌되더라도 해당 기술만 확보할 수 있으면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벌어진다”며 “보안을 철저히 하고 유출을 스스로 막도록 관련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이 1일 오전(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본토를 공격하는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은 건 2006년 헤즈볼라 공격으로 병사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납치돼 발발한 이른바 ‘34일 전쟁’ 뒤 18년 만이다.그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사실상의 국경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지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2000년 유엔이 설정했던 경계선으로 ‘블루라인(Blue Line)’으로 불렸다. 블루라인이 또다시 무너지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1시 50분경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향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며 “이들은 이스라엘 북부 지역사회에 즉각적 위협”이라고 밝혔다.이스라엘은 지상전이 제한적이며, 신속하게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반(反)이스라엘, 반미국 행보를 보여온 중동 내 무장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 곳곳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반이스라엘 성향 국가이며 친이란 무장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이 발생했다.한편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자제해왔던 이란의 참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CNN은 1일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 대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올 4월에도 탄도미사일 120여기를 포함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대거 이스라엘로 발사한바 있다.● 이, 지상전 이유로 헤즈볼라의 ‘갈릴리 정복’ 지목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 너머로 지상군을 투입해 이 지역에 마련된 헤즈볼라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또 다른 헤즈볼라의 주요 거점지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약 8건의 공습이 있었고, 건물 4채가 무너졌다. 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다우디야를 폭격해 10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국영통신 NNA가 전했다.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X를 통해 “레바논 남부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헤즈볼라는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 남부로 이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레바논 마을을 군사기지로 탈바꿈하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형태의 ‘갈릴리 정복’ 작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상전이 선제 대응 의도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구체적인 지상군의 작전 기간과 성과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바논 남부에 설치돼 있는 헤즈볼라의 지하 땅굴, 무기고, 미사일 및 로켓 발사대 등을 공격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지상전이 제한적이며, 국지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피해 이주한 레바논 국경지역 거주 자국민들의 복귀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 언론 “이 전투기-드론 공습”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항의 축에 속하는 다른 무장단체들에 대한 공습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골란 방향에서 전투기와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여러 지점을 공습했다”며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습으로 시리아 국영 방송 진행자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중부 헤르즐리야 인근에 위치한 군사정보부대인 8200부대와 모사드 본부가 있는 글릴롯 기지를 향해 ‘파디-4’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도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스라엘이 30일(현지 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처음 공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번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후티)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등을 공군력을 대거 동원해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물론 후티까지 연쇄 공격하면서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에 이어 최근 헤즈볼라까지 크게 약화시킨 이스라엘이 계속 다른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30일 새벽 베이루트 남서부 알콜라의 아파트 한 채가 이스라엘군의 무인기(드론) 공습을 당했다. 이 여파로 PFLP의 지휘관 3명 등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수십 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약 1800km를 날아가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 등의 주요 시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최소 4명이 숨졌다. 이번 공습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 공격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의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할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잃은 헤즈볼라는 나스랄라의 사촌인 하솀 사피엣딘을 새로운 최고 지도자로 선출할 전망이다. 헤즈볼라 서열 2위 나임 카셈 사무차장은 3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에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이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이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후티)까지 공격하자 아랍권 최대 언론 알자지라가 이같이 진단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등을 잇달아 암살한 이스라엘이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을 의미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과의 확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주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계속해서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스랄라의 암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열흘 전 35%였던 지지율이 8%포인트 올랐다. ● 이 전투기, 1800km 날아가 후티 공습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시설 등을 집중 공격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800km 떨어진 예멘 남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 수십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켰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예멘에서는 최소 4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고, 더 정확한 타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의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일대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7월 후티가 텔아비브 일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1명이 숨지자 당시에도 호데이다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후티,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랄라가 암살된 후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보복을 강조한 가운데 이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후티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에도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남서부의 주택가 알콜라 지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부서졌고 최소 4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날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PFLP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조직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휘관까지 사살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이 적을 (무제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한다고 알자지라는 진단했다. ● 네타냐후, 지지율 급등-의석 확대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상승을 포함해 국내 여론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4석을 보유한 보수 성향 ‘새희망’당을 이끄는 기드온 사르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전체 의석 120석 중 68석을 차지하게 됐다. 사르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의 동료였다. 2020년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을 계기로 결별했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네타냐후 총리와 의견이 같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연정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책을 고수할 여건이 마련되면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완전히 관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암살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히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오랜 앙숙이었던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이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공격을 감행하고,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스랄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무슬림들에게 “헤즈볼라를 갖고 있는 자원과 도움으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를 선두로 하는 저항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을 선포하진 않았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 본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 최고성직자에 대한 호칭·신의 증거란 뜻) 정권에 말한다. 어느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헤즈볼라 무력화 작전에 대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란 역시 역내 최고의 ‘안보 자산’으로 꼽히는 헤즈볼라의 붕괴를 마냥 바라만 볼 수 없어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의 지역 영향력 줄이기 나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무력화를 통해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친이란 무장세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전략도 억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의 명칭을 ‘새 질서(New Order)’로 지은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는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 시리아 정부군 같은 저항의 축을 구성하는 조직 중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 이미 이스라엘은 주요 육군 부대를 레바논 국경 지대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헤즈볼라와의 대규모 지상전 준비에 들어갔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붕괴됐고, 나스랄라를 포함한 최고위 지도자들도 대거 제거됐다”며 “이스라엘로서는 추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딜레마에 빠진 이란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 사실상 개입을 피했다. 이란으로서는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를 통해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던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24일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며 개입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에서 핵심인 헤즈볼라에 대한 융단 폭격을 이어가고, 수장까지 암살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과 더불어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핵심 안보 자산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떤 형태로든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이 후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로켓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 상황과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 등을 감안할 때 어떤 대응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우려해 하메네이를 안전 장소로 이동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헤즈볼라 완전 무력화는 쉽지 않아한편 헤즈볼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스라엘이 수뇌부를 대거 암살했지만 여전히 ‘완전 무력화’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5만 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대 10만여 명의 병력 동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아드 박사는 “헤즈볼라는 주요 간부 암살이라는 충격에 견디게 설계된 조직”이라며 “강한 회복력을 갖췄다”고 CNN에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헤즈볼라는 한 명을 죽여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상전으로) 레바논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지만 가자처럼 빠져나가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암살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 및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동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란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커 중동 지역 내 긴장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이 전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중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을 이용한 ‘정밀 공습’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이번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를 “테러범”이라고 부르며 그의 제거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며칠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공격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도 함께 숨졌다고 공개했다. 닐포루샨은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이란의 군사 작전을 담당해 왔던 인물이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수행한 표적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ABC는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추가로 제거하는 소규모 지상전을 시작하거나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또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나스랄라의 시신이 29일 수습됐고, 온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또 나스랄라의 사망 원인은 폭발 충격에 따른 흉부 압박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벙커버스터 등 100여발, 2초간격 퍼부어… 지하 7층 깊이 초토화[헤즈볼라 수장 암살]이스라엘, 1년 동안 암살작전 준비… 네타냐후 유엔 참석은 ‘연막 전술’F-15I 8대 출격해 폭탄 집중 투하… 벙커버스터, 콘크리트 꿰뚫고 폭발소나기 공습으로 지하층 연쇄 파괴“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7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하이 레빈 준장은 28일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등 폭탄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전투기 8대에) 2000파운드(약 907kg)에 이르는 BLU-109가 최소 15발 탑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건물 한 층 높이(2.5∼3m)를 고려하면 해당 벙커는 지하 7층 정도 깊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뉜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했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위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비슷한 방식의 벙커버스터 투하 작전을 진행하며 효과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나스랄라 암살을 준비했고, 미국에 관련 계획도 전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한다.미국의 반대에 당장 작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추적을 계속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것도 헤즈볼라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연설 전에 작전을 승인했다”며 “나스랄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지켜보던 중 공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로이터통신은 “나스랄라는 오랫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동도 제한적으로 해 그를 본 사람이 매우 적었다”며 “이번 암살은 헤즈볼라 내부에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히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오랜 앙숙이었던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제기된다.최근 이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공격을 감행하고,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스랄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무슬림들에게 “헤즈볼라를 갖고 있는 자원과 도움으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를 선두로 하는 저항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을 선포하진 않았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이다.같은 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 본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 최고성직자에 대한 호칭·신의 증거란 뜻) 정권에 말한다. 어느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헤즈볼라 궤멸 작전에 대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란 역시 역내 최고의 ‘안보 자산’으로 꼽히는 헤즈볼라의 붕괴를 마냥 바라만 볼 수 없어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의 지역 영향력 줄이기 나서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궤멸을 통해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친이란 무장세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전략도 억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의 명칭을 ‘새 질서(New Order)’로 지은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는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 시리아 정부군 같은 저항의 축을 구성하는 조직 중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이미 이스라엘은 주요 육군 부대를 레바논 국경 지대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헤즈볼라와의 대규모 지상전 준비에 들어갔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붕괴됐고, 나스랄라를 포함한 최고위 지도자들도 대거 제거됐다”며 “이스라엘로서는 추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네타냐후 총리도 헤즈볼라에 대한 ‘맹공’으로 극우세력과 함께 구성한 연정을 유지하고,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 우방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레바논 공습 자제 요청을 네타냐후 총리가 무시하고 있는 이유다.● 딜레마에 빠진 이란이란은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 사실상 개입을 피했다. 이란으로서는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를 통해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던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24일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며 개입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에서 핵심인 헤즈볼라에 대한 융단 폭격을 이어가고, 수장까지 암살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과 더불어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핵심 안보 자산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떤 형태로든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이에 따라 이란이 후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로켓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 상황과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 등을 감안할 때 어떤 대응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고려해 하메네이를 안전 장소로 이동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헤즈볼라 완전 궤멸은 쉽지 않아한편 헤즈볼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스라엘이 수뇌부를 대거 제거했지만 여전히 ‘완전 궤멸’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5만 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대 10만여 명의 병력 동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아드 박사는 “헤즈볼라는 주요 간부 암살이라는 충격에 견디게 설계된 조직”이라며 “강한 회복력을 갖췄다”고 CNN에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헤즈볼라는 한 명을 죽여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상전으로) 레바논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지만 가자처럼 빠져나가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제거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는 올 7월 3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지 약 두 달 만의 일이다. 이로써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양축인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수장이 모두 암살됐다. 그 정점에 있는 이란은 “역내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사실상 다른 친이란 세력으로의 확전을 예고했다. 이란과 함께 저항의 축이 겨냥하는 미국까지 개입하는 전면전이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와 함께 최근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던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다른 고위 지휘관들이 전날 공습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지하에 있던 헤즈볼라 본부에서 회의를 하던 중 ‘정밀공습’을 받았다. IDF는 “헤즈볼라 최고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발표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의 죽음 뒤 첫 공식 발언에서 “역사적 전환점(historic turning point)”이라며 “그는 테러리스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며칠 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중동의 ‘맹주’ 이란을 향해 공격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죽음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스랄라의 죽음은 친이란 세력으로의 확전을 촉발할 조짐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무슬림들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이날 이란혁명수비대의 압바스 닐포루샨 부사령관도 전날 공습에서 나스랄라와 함께 숨졌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표적으로 삼은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며, 중동전쟁을 상당히 확대시킨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의 주요 후원자 이란과 미국까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짚었다.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지상전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IDF는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제거하는 소규모 작전을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미국 ABC방송이 29일 두 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레바논 삐삐 테러’ 배후 지목, 이스라엘 모사드의 세계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사드는 17, 18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모사드가 배후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가 사용한 무선호출기를 생산한 헝가리 기업 ‘BAC’가 모사드가 설립한 ‘유령회사’라고 보도했다. 모사드는 24일과 2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헤즈볼라의 로켓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꾸바이시와 드론부대 지휘관 무함마드 후세인 사루르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역할을 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의 핵심으로 꼽히는 모사드가 어떻게 설립됐고 운영돼 왔는지, 또 그간 진행해 온 다양한 작전에 대해 알아봤다.》17∼18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테러는 피해 규모(사망자 37명, 부상자 약 3000명) 못지않게 수천 대의 통신기기에 소규모 폭탄을 설치한 뒤 이를 동시에 폭발시킨 ‘고난도 기술’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테러의 목표였던 레바논의 친이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물론이고 서방국들도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특히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배후일 것이라는 주장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과 모사드는 현재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핵심 ‘주적’ 중 하나인 헤즈볼라가 주로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를 대상으로 대규모 동시다발적 폭발이 발생한 것을 놓고 “배후는 이스라엘의 모사드다”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폭발물이 설치된 무선호출기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유럽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이 나올 만큼의 치밀함과 동시다발적 폭발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술력 역시 세계를 놀랜 이전의 모사드 공작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0년대 적국 시리아의 국방차관까지 올라 군사 기밀을 빼돌리다 발각돼 사형당한 ‘전설적 스파이’ 엘리 코헨(1924∼1965년)을 배출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책임자 중 하나였던 아돌프 아이히만 체포, 다수의 이란 핵개발 관계자 연쇄 암살 등으로 세계를 경악하게 한 모사드는 어떤 기관일까.● 암살, 도청 및 해킹 등 전문 작전조직 운영모사드는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듬해인 1949년 12월에 설립됐다. 히브리어로 모사드는 ‘정보 및 특수 임무 연구소(기관)’의 의미를 지닌다. 설립될 때부터 총리 직속 기관이었고 한동안 정부 내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조직이었다. 특히 이스라엘 초대 국가원수였던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는 정부 내에서 모사드란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정부의 치밀한 관리와 전폭적 지지 속에서 모사드는 ‘신베트’, ‘아만’과 함께 이스라엘 3대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정보와 군사 정보에 각각 중심을 둔 신베트, 아만과 달리 모사드는 철저히 해외 정보 및 공작에 집중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사드의 연간 예산은 약 27억3000만 달러(약 3조6000억 원), 고용 인원은 약 7000명으로 추정된다. 각 기관의 주요 정보가 따로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모사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MI6,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모사드의 주요 작전 부서로는 ‘메차다(Metsada)’ ‘네비오트(Neviot)’ ‘차프리림(Tzafririm)’ ‘링(Ring)’ 테벨(Tevel)’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메차다이다. 폭파, 암살, 납치 같은 ‘위험한 작전’을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다. 메차다는 산하에 ‘키돈(Kidon·히브리어로 단검)’이란 암살 전문팀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인계와 돈을 이용한 포섭, 납치, 정보 파악 등에도 능통하단 평을 받고 있다. 모사드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보기관’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네비오트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도청과 해킹, 차프리림은 해외 유대인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한다. 또 링과 테벨은 각각 경제 분야 정보 파악과 다른 나라 정보기관과의 협력 업무를 담당한다. 텔아비브대 중동학 박사인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모사드를 국가안보의 핵심이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 기관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자금력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모사드의 역대 국장(최고책임자) 중(13명) 5년 임기를 못 채운 인사는 3명뿐일 만큼 모사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모사드 국장은 대부분 군대와 모사드에서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2021년 6월부터 모사드를 이끌고 있는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도 특수부대 출신이다. 그는 모사드에서는 침투작전과 요원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역시 특수부대 출신으로 2002∼2011년 모사드 국장이었던 메이어 다간(1945∼2016년)은 “적의 뇌를 삼키라”는 말을 요원들에게 자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적국에서 리조트 운영해 자국민 구출 작전 진행전문성을 바탕으로 모사드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작전은 많다. 설립 직후 모사드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전범 색출과 처벌 임무를 수행했다. 1960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지내던 아이히만을 체포한 사건은 모사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로 꼽힌다. 나치 친위대 장교였던 아이히만은 유대인 약 600만 명이 살해당한 홀로코스트의 핵심 설계자 중 하나였다. 그는 나치 패망 뒤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 아르헨티나에 정착했다. 요원 14명으로 구성된 모사드의 전담팀은 그를 끝까지 추적했으며, 결국 체포에 성공해 이스라엘로 데려왔다. 그리고 아이히만은 사형당했다. 모사드가 1981년부터 1985년까지 무려 5년에 걸쳐 에티오피아의 유대인 7000여 명을 수단으로 데려와 이스라엘로 비밀리에 이주시킨 ‘브라더스 작전’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슬람 국가인 수단은 당시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어서 모사드 요원들이 철통 보안 속에 작전을 진행했다. 요원들은 스위스 여행사의 사업가로 위장해 수단 홍해 연안의 문 닫은 리조트 하나를 사들였다. 낮에는 호텔 직원으로 변장해 지역 주민을 고용하며 리조트를 운영했다. 특이한 건, 리조트가 인기를 끌며 외국 다이버들과 스포츠 낚시꾼들이 모여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리조트는 모사드 작전 기지로 돌변했다. 이들은 항공편이나 선박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탈출한 유대인 난민들을 리조트로 데려왔다. 여기서 이스라엘 해군 특공대가 보내온 배에 난민들을 태워 이스라엘로 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요원 중 한 명이었고 훗날 ‘모사드 엑소더스’란 책을 쓴 가드 심론은 “밤마다 440km에 이르는 움푹 팬 도로를 이동하며 수백 명의 난민을 해변의 리조트로 데려갔다”고 회고했다. 5년이란 작전 기간 동안 수단 당국은 낌새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모사드는 이란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작전을 대거 펼쳐 왔다. 모사드는 2011년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미사일 업무 담당자였던 하산 테라니 모가담 장군을 이란에서 암살했다. 또 꾸준히 이란의 핵과 미사일 관련 과학자와 군 관계자들을 제거했다. 특히 2018년 1월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창고에서 이란 핵 개발 관련 문서와 CD를 대거 탈취해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2015년 서방과 핵 합의를 체결했는데도 이런 자료를 숨기며 비밀리에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사드는 2020년 11월 이란 핵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를 테헤란 근교에서 원격조종 기관총을 이용해 사살해 또 한번 주목받았다. 이 기관총은 첨단 정보기술(IT) 장비와 위성 등을 이용해 작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3, 24일 이스라엘이 융단 폭격을 가한 레바논에선 바코드나 QR코드가 찍힌 전단이 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역시 모사드 소행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들이 베카 지역에 바코드가 있는 전단을 뿌리고 있으며 다른 곳에도 뿌릴 수 있다”면서 “바코드를 열거나(스캔하거나) 유통시키지 말고 즉시 파기해야 한다. 이 코드가 모든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의 개인 정보가 이스라엘로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 우방국 정보 제공-북한 무기 정보 파악도 관심 커 모사드는 우호 세력을 돕는 작전에도 참여한다. 특히 동맹국인 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모사드가 미국 정부에 미리 테러리스트 동향을 귀띔했다는 보도도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당시 모사드는 고위 전문가 2명을 테러 전달인 8월 미 워싱턴에 파견했다. 이들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에 “최대 200명으로 테러리스트 조직이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사드는 2020년 1월 이란 IRGC 내 엘리트 부대로 해외작전과 특수전 등을 수행하는 ‘쿠드스군(아랍어로 예루살렘이란 뜻·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을 탈환하겠다는 의미)’의 당시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암살하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레이마니의 이동 경로와 현지 상황 등을 미국 측에 제공한 것이다. 쿠드스군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지원을 핵심 업무로 삼고 있어 이스라엘로서는 미국에 정보를 제공해 주적을 제거한다는 명분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모사드는 이스라엘과 공개적 접촉을 피하는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맺거나 비밀 관계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과거 이스라엘과 적대적이었지만 지금은 우호 관계인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등과 수교할 때 모사드의 첩보 활동과 비밀 접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편 모사드는 한국에도 요원들을 파견했고, 다양한 정보활동을 한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북한이 이란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관련 협력을 꾸준히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또 북한산 무기와 땅굴 설계 기술 등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무장단체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핵 교리(핵무기 사용 원칙)’ 개정을 공식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모두 러시아를 공격한 나라로 간주하고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억제하려는 취지로도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79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2022년 2월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건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 확대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종전 계획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핵 교리 개정을 밝힌 것을 두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보유국 지원받아 러 공격하면 공동 공격 간주”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새로운 위협과 위험이 생겨났다”며 “핵 교리 문서 개정판에서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참여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러시아연방에 대한 공동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개정된 핵 교리에 이 같은 공격이 있을 때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명문화돼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개정된 핵 교리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더욱 자세히 명시하고 있으며, 대규모 공습 때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중 및 우주 공격 자산의 대량 발사와 이것들이 우리 국경을 넘나든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받으면 그러한(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며 전략 및 전술 항공기, 순항 미사일, 무인기(드론), 초음속 및 기타 비행 차량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기존 핵 교리에 비해 핵무기 사용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존엔 “러시아 또는 동맹국의 영토를 표적으로 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받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침략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개정된 핵 교리에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이미 전술 핵무기 일부를 벨라루스에 배치한 바 있다. 사무엘 샤랍 미국 랜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X’에 “주요 핵보유국이 선언적으로 핵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바이든과 정상회담서 ‘승리 계획’ 설득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세계 핵탄두의 88%를 통제하고 있는 핵무기 강국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겨냥해 핵 교리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며 위협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 실제 핵 교리 개정을 공식 선언한 이유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최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측의 무기 사용 제한 해제 요청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26일 정상회담에서 종전안을 담은 자신의 ‘승리 계획’을 제시하고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국가 내 국가’로 불리는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대규모 사상 피해를 보며 사실상 무력화되기까지 이스라엘의 ‘QR코드’ ‘바코드’ 공격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첨단 통신 기술로 헤즈볼라 대원과 주민 정보를 유출해 공격에 활용해 공습의 파급력을 높였다는 것이다.AF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24일(현지 시간) 레바논 동부에 살포된 이스라엘의 전단지를 폐기하라고 국민들에게 촉구했다. 전단지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바코드가 포함돼 있으니 이를 스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들이 베카 지역에 바코드가 있는 전단지를 뿌리고 있으며 다른 곳에도 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코드를 열거나(스캔하거나) 유통시키지 말고 즉시 파기해야 한다. 이 코드가 모든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국민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이 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 내 정보가 이스라엘 측에 유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레바논 MTV 역시 헤즈볼라 성명을 전하며 이스라엘군이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아랍어 전단지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으로 포착된 이 전단에는 아랍어로 ‘베카 주민들에게 긴급 경고’라는 제목과 함께 “헤즈볼라 무기가 저장된 건물이 있다면 1000m 밖이나 인근 학교로 대피하라”고 적혀 있다. 전단 오른쪽 아래엔 “구역 지도를 보려면 QR코드를 스캔하세요”라고 안내됐고, 안내문 옆엔 QR코드가 있었다. 이스라엘의 융단폭격으로 공포에 질린 레바논 국민들이 공습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도록 유도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과의 전쟁 이후 하루 동안 최다 사망자를 낸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레바논과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주민들에게 대피 요청 경고 방송을 반복적으로 보냈다. 지아드 마카리 레바논 정보부 장관 사무실도 AFP에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레바논 남부의 라디오 방송사들은 이스라엘의 해킹을 당해 이 메시지를 방송한 것으로 전해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이 23∼24일(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목표로 레바논 전역을 공격해 현지 보건부 추산 최소 558명이 숨지고, 1835명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아동과 여성이 각각 최소 50명과 94명 포함돼 있다. 또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2006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해 발발했던 이른바 ‘34일 전쟁’(약 1200명 사망) 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규모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계속 진행할 뜻을 드러낸 가운데 헤즈볼라 역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어 사실상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섬멸 작전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공습에 ‘북부 화살(Northern Arrows) 작전’이란 명칭을 붙였다. 이날 레바논 전역을 650여 차례 공습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 1600여 개를 타격해 주거지에 숨겨진 순항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 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거 발송하는 등 향후 공습 강도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스라엘의 정책은 그들(헤즈볼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위협을 선제 제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24일 “헤즈볼라에 유예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공세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반격 의지를 강조하며 23일 밤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과 무인기(드론) 약 250발을 발사해 무기공장 등을 파괴했다. 헤즈볼라는 24일에도 “이스라엘 북부 군수 시설 등에 로켓 100발 이상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 NNA에 따르면 이스라엘 역시 24일 레바논 베이루트, 동부 바알베크 지역, 남부 제진과 마르제윤 지역 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에 표적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로켓 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꾸바이시가 사망했다고 전했다.이 “레바논 집 떠나라” 문자살포… 수만명 피란, 식료품 비축 ‘패닉’[이스라엘, 레바논 융단 폭격]558명 사망에도 브레이크 없어… 헤즈볼라 섬멸위해 공세 지속 뜻네타냐후, 정치생명 연장위해 폭주… 바이든 레임덕 등 중재 공백 상태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부터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자 레바논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2006년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현지에선 ‘이미 전면전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특히 집중됐던 남부 지역에선 주민 수만 명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며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식료품과 연료 등을 비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주요 공습 지역에 거주하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안전을 위해 당장 집을 떠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사태를 겪었고, 표적 공습으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관을 대거 잃은 헤즈볼라를 섬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전쟁 장기화, 개인 비리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헤즈볼라 섬멸’에 더욱 매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권력 누수(레임덕)’에 직면해 현 상황을 중재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이은 공격으로 헤즈볼라 무력화한때 ‘가장 강력한 비(非)국가 무장단체’라는 평을 얻었던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 폭발 테러로 내부 교신망은 붕괴됐다. 또 20일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낄 사령관 등 수뇌부가 암살당해 지휘 체계도 무너졌다.23일 CNN은 “최근 한 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군사력 차이가 드러났다”며 “헤즈볼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가 지휘통제권, 장비, 사기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동안 이스라엘은 단 한 명의 지상군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큰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헤즈볼라 공격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거의 유일한 성과라는 점도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이스라엘 여론도 헤즈볼라 격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자르와 F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지난해 11월 지지율이 18%였지만, 이달 19일의 지지율은 23.4%로 크게 올랐다.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장 지상군을 레바논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해 지상군 투입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란의 개입, 교전 장기화 등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다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레바논에도 지상군을 보낼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국제사회, ‘중재 공백 상태’에 빠져국제사회는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YT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임기 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헤즈볼라와의 전쟁까지 중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아랍의 중심국’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현재 중동과 국제사회는 사실상 ‘중재 공백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