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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노사 협상이 17일 타결돼 노동조합이 파업을 마치고 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다.서울대병원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대한의원 제1회의실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와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합의하고 가조인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서울대병원 노사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금 인상 △근로조건 개선 △인력 충원 △의료공공성 유지 노력 등에 합의했다. 특히 서울대 어린이병원 병상을 축소하지 않고 유지하며, 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운영 보라매병원에 총 34명의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노사는 7월 11일부터 3개월 넘게 총 54차례의 교섭을 벌였다. 이달 11일부터는 노조가 의료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며 약 1000명이 번갈아 가며 파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날 협약 타결로 노조는 파업을 종료하고 18일부터 업무에 복귀한다.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협약이 타결됨에 따라 병원은 신속하게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라며 “노사 상생에 협력해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책무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19일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몇 명을 늘릴지 구체적인 규모는 이날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9일 발표에선 기본적인 정원 확대 방향만 발표하고, 증원 규모는 논의를 거쳐 확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300~1000명’ 등 증원 규모가 언급된 뒤 의사단체들이 강경 투쟁을 예고하자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은 크게 우선 연 300~500명을 늘리는 등의 점진적 방안과 1000명 이상을 한 번에 늘리는 급진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대수 전문가는 정원 확대에 찬성하면서도 증원 규모와 속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10년 뒤 2만7000명 부족, 특단 조치 필요” 의대 정원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려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향후 10년 안에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게 될 것이란 점에 주목한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35년에는 활동 중인 의사 수가 필요한 인원 대비 2만7232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의대 신입생이 의사로 활동하려면 졸업 후 인턴, 전공의 수련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하루라도 빨리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대 정원을 5500명 늘리고 30년간 유지해야 국내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따라잡을 것이란 추계를 내놨다. 김 교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라며 “의대 정원을 최소 연 1000명 이상 즉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해 5%씩 늘리면 2030년 1000명 증원” 반면 점진적인 증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이 시급한 건 맞지만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30년까지 매년 5%씩 늘려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 방안대로면 2030년에는 한 해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약 1000명 많은 4098명이 된다. 1000명 증원이라는 목적지는 같지만, 점진적으로 늘려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권 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면 은퇴하는 의사가 증가하는 시점과 맞물려 의사 증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의대 증원이 대학 입시에 미칠 영향, 이공계 인재 이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한 번 늘린 뒤 계속 유지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수요가 차츰 줄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지적을 받아들여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재평가할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으로 늘렸다가 다시 줄인다면 이 기간 입학한 의사들은 ‘버림받은 세대’가 돼 두고두고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 1명당 학생 수 1.6명 정부는 이번에 늘리는 의대 정원을 한 해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들에 우선 배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를 신설하는 것보다 기존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게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습 위주 교육이 많은 의대 특성상 최소한의 인원이 보장돼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대의 교수 1명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으로 나타났다. 교수당 학생 수는 한 해 정원이 적은 의대일수록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 해 정원이 40명인 울산대 의대의 경우 전임 교원은 650명인데 학생 수는 240명에 불과해 이 비율이 0.37명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일부 의대는 교수 대비 학생 수가 ‘개인과외’ 수준과 다름없다”며 “의대 정원을 지금 확대해도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하기 위한 역량은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미니 의대들의 정원을 확대함으로써 전체 의대 정원을 500명가량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300∼1000명 이상 확대하기로 하면서, 새 정원은 기존 소규모 의대에 집중적으로 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공의대를 신설하거나 별도 전형으로 선발된 의사를 병·의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의대 정원 늘려야 즉각 효과”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해 보면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식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지역-공공의대 신설’보다는 이미 운영 중인 비수도권 의대 중 정원이 50명 미만 의대의 규모를 키우는 방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국내 의대 40곳 가운데 17곳은 정원이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인천과 충북, 경북 지역은 모든 의대가 정원 50명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9개국 가운데 인구 대비 의대 졸업생 수가 38위로 최하위권이지만 인구 대비 의대 수는 미국의 2배 수준으로, 소규모 의대가 난립해 있다. 따라서 또 다른 의대를 신설하기보다는 의사가 부족한 서울 외 지역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확대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서울 소재 의대 8곳은 최소 76명에서 최대 135명까지 일정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의대를 신설하면 교육 환경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약 10년 후로 예견된 의사 부족에 대응하기 어렵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KAIST나 포스텍 등에 예외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신설을 허용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경우 지역구 내 공공의대 신설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의대가 없는 전남과 세종 지역에선 의대 신설에 대한 요구가 크다. 전남지역 국회의원, 시군의원 등 500여 명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신설을 요구하기로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의대 설립 법안 가운데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를 의대 설립 지역으로 명시한 법안이 9건이다.● 의협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시 총력 대응” 정부는 그간 확대되는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고 장학금을 주되 일정 기간 비수도권 병원의 비인기 전문과목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도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이번 계획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간 의료 인력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 의사 몫으로 뽑힌 의사의 직업 선택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다른 의사들과 계층이 구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는 의료계 반발이 변수다.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료계 파업에 따라 철회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6일 성명서에서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생략하면 의료 체계를 망가뜨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거란 주장이다. 의협은 17일 전국대표자회의를 열고 총파업 돌입 여부를 포함해 대응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무능, 무책임, 무대책의 ‘3무 정권’이 드디어 좋은 일을 하나 하려는가 보다”라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날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혀 이번 주 내 예상됐던 구체적 의대 증원 규모 발표가 미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에는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가 23명 있다. 그런데 이 중 서울에 있는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2명뿐이다. 나머지는 지역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에 취업한 의사들이다.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목이자 ‘기피 과목’으로 꼽히는 소청과와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서울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수련병원 소청과 전공의의 65%, 산부인과 전공의의 63%가 지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과 34%가 지역 출신인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처럼 소청과,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서울 유출이 심각한 탓에 지방의 필수의료 공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 중 나이나 증상에 무관하게 모든 소아 환자 응급진료를 24시간 할 수 있는 곳은 22.5%에 불과하다.서울 병원 소청과 인력난… ‘지방의사 상경 → 지역 의료공백’ 악순환 병원 ‘기피과목’ 지방 전공의, 서울 쏠림 심화 대구 A대학병원은 지난해 말 소아 응급환자 진료를 대폭 축소했다. 밤에 소아 응급환자가 와도 기존에 이 병원에 다니던 환자가 아니면 더 큰 병원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유는 당직을 서고 입원환자를 돌볼 소청과 전공의가 없어서다. 원래 12명이 근무해야 하지만 남은 건 1명뿐. 그나마도 퇴직을 앞둔 4년 차여서 올해 말이 되면 이 병원엔 소청과 전공의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은 입원 환자를 밤낮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보살피는 일을 한다. 따라서 병원에 전공의가 없으면 응급실은 물론 입원병동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다. A병원은 현재 교수 7명이 번갈아 당직을 서며 소청과 병동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 병원의 한 소청과 교수는 “교수들마저 업무 부담을 못 이겨 병원을 나가려고 ‘들썩들썩’ 한 것 같아 걱정”이라며 “소청과 야간 당직 자체를 없애자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야간 당직이 없어지면 사실상 입원병동 운영이 어려워진다. 지난해 말 가천대 길병원이 소청과 입원병동 문을 닫았던 것도 전공의 부족을 버티지 못해서였다.● 서울에서 지역으로…인력 부족 악순환 소청과와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서울로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에 있는 병원들도 자교, 또는 서울 소재 의대 졸업생들만으로는 필요한 전공의 수를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병원 중에서도 올해 초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 인력을 100% 충원한 건 4곳뿐이었다. 이른바 ‘빅5’ 병원 중에서도 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의대를 나온 새내기 전공의들은 더 좋은 시설과 예산을 갖춘 서울 병원으로 떠나고, 지역 대학병원들은 비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번 전공의 모집이 미달된 병원은 이듬해도 전공의들이 지원을 꺼리게 된다는 점도 악순환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병원에 선배 전공의가 부족하면 그만큼 새로 들어가는 전공의가 맡아야 할 업무 부담은 커지고, 체계적인 수련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소청과 전공의 2년 차 B 씨는 “12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하다 보니 환자 1명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하기보다 시키는 일만 하기도 급급하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소청과를 지망하는 전공의들이 전략적으로 서울의 대형 병원에 함께 손을 잡고 지원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하는 병원에 인력이 부족해 전공의 한 명이 떠안게 될 업무가 많아질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기 과목 ‘피안성’은 정반대 현상 반면 대표적인 인기 과목인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선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피부과 전공의가 11명인데, 전원이 서울 소재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다. 안과(22명 중 20명)와 성형외과(19명 중 18명) 전공의도 90% 이상이 서울 소재 의대를 나온 의사들이다. 서울의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는 피부과 전공의의 66%는 서울 소재 의대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과(60%)와 성형외과(65%)도 3명 중 2명꼴로 서울에 있는 의대를 나온 전공의로 채워졌다. 반면 소청과와 산부인과에선 이 비율이 각각 35%, 37%에 불과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역 대학병원 의료진으로서 너무나 마음이 급합니다. 이대로 가면 아이가 아파도 갈 병원이 없게 됩니다.”(부산 한 대학병원 A 교수)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지역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은 “젊은 의사들이 지역에서 소청과 전공의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위기감을 토로했다. 특히 2025년을 고비로 소청과 전공의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소청과 전공의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였는데 2025년이면 3, 4년 차 전공의가 수련 과정을 마치고 동시에 전문의가 돼 빠져나간다. 소아 의료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도 올해 2월과 9월 잇달아 대책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연내 소청과 진료 및 입원 수가를 올리고, 내년부터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에 대해 월 100만 원의 수련 보조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A 교수는 “우리 병원을 포함한 상당수의 병원이 이미 소청과 전공의에게 병원 차원에서 월 200만 원의 특별 수당을 주고 있다”며 “그런데도 ‘소청과에 관심이 있느냐’고 인턴들에게 물어보면 전부 민망해하면서 웃는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소청과는 올해 전공의 지원율이 정원의 16%에 그쳤다. 이지혁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역시 “자신의 전공을 선택할 때는 전공의 수련 과정의 어려움과 전문의 자격 획득 이후 전망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한 달에 100만 원을 더 받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선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또 정부가 소아 응급·중환자 진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청과 전공의 수가 부족한 만큼 위중한 아이들부터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응급실 근무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 A 교수는 “중증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일수록 소송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며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25년 10월부턴 담배에 들어간 각종 첨가물과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 성분이 모두 공개된다. 6일 이런 내용의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국내 담배 규제가 가능해지게 됐다.새 법이 시행되면 담배회사는 자비로 지정 기관에 검사를 맡겨 담배 연기에서 어떤 유해 성분이 검출됐는지 결과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검사 대상 성분의 종류는 정부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벤젠 등 발암물질은 모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를 만들 때 어떤 재료를 첨가했는지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유해 성분의 공개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담뱃갑에는 일부 주요 성분을 표기하고 나머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담배회사가 검사나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판매를 금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물질은 4000종이 넘고 발암물질은 최소 70종이지만, 현재는 담배회사가 공개해야 하는 성분이 타르와 니코틴 등 8종뿐이다.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화장품보다 규제가 헐겁다는 지적이 계속됐다.담해 유해 성분 공개는 한국이 2005년 5월에 가입을 비준한 WHO 담배규제협약에 들어있던 내용이다. 하지만 관련법이 처음 발의된 건 2013년 12월이었고, 그간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유해 성분 관리 주체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법 제정이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와 식약처 소관으로 정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새 법이 통과됐다.앞으로 남은 과제는 ‘합성 니코틴’ 규제다. 새 법은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를 따른다. 이 법에선 ‘연초(煙草)의 잎으로 제조한 것’만 담배로 본다. 액상형 전자담배처럼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했거나 화학적으로 제조한 니코틴으로 만든 제품은 ‘담배 유사 제품’으로 본다. 담배와 달리 온라인 판매 금지나 광고 및 판촉 제한, 담뱃갑 경고 그림 등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정부는 해외처럼 합성 니코틴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임신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출산한 후 태어난 아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내년 7월 19일 시행된다. 이 내용을 담은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이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새 법은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임신부가 가능한 한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위기 임신부가 상담, 정보 획득, 서비스 연계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역상담기관을 전국에 10여 곳 설치한다. 지역상담기관은 복지시설과 연계해 위기 임신부에게 출산 전후 주거와 돌봄 지원을 안내하고 지원해 준다.이러한 상담을 거치고도 실명으로 출산하기 어려운 위기 임신부는 보호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임신부가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관리번호’를 받는다. 가명과 관리번호는 출산 당시뿐만 아니라 산전 검진에도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드는 의료비는 전액 지원된다.보호출산으로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7일 동안은 숙려 기간으로, 산모는 아이를 정말로 입양 보낼 것인지 한 번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아이가 지자체로 인도돼 입양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아이가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산모가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보호출산을 하는 임신부는 자신의 이름과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자녀는 성인이 된 후,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 이 서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는 2020년 처음 발의됐으나 아이를 쉽게 포기할 수 있고 나중에 아동이 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계류된 상태였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다만 이때 생모가 서류 공개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 사항을 제외한 채 공개된다.보호출산제는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신고 없이도 즉시 출생 등록이 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6월 국회 문턱을 넘으며 필요성이 커졌다. 출생통보제는 ‘수원 영아 살해’ 사건처럼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오히려 위기 상황에 처한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른바 주식 ‘파킹’(잠깐 맡김) 의혹에 대한 공세에 “지금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적자 회사라 주식을 매각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 김 후보자는 주식을 사실상 통정매매(通情賣買·시간과 가격을 서로 짜고 특정 주식을 거래하는 것)한 것이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매각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회의장에서는 반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野 “통정매매… 수사대상”야당은 김 후보자가 2013년 자신이 공동 창업한 위키트리의 운영사인 소셜뉴스 주식을 시누이에게 매각했다가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백지신탁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김 후보자는 주식을 시누이에게 매각한 경위를 묻는 민주당 이원택 의원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당시 누적 적자가 12억 원이 넘었다. 사줄 사람이 없어서 (시누이에게 매각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을 하니까 회사가 망하든지 말든지 백지신탁으로 넘겨야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공직자윤리법과 자본시장법에 맞지 않는다”며 “통정매매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직계존비속이 아니라 위법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재무제표와 주식 거래 명세 등 주식 파킹 의혹과 관련한 자료 원본을 제출하지 않아 야당 의원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코인 의혹에 金 “코인쟁이 아냐”김 후보자는 민주당에서 제기한 위키트리 코인 보유 의혹에 대해서도 “코인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민주당은 위키트리와 콘텐츠를 소비하면 코인으로 보상하는 ‘스팀잇’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위키트리가 생산한 기사가 스팀잇에 노출돼 김 후보자가 가상자산을 축적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위키트리가 생성한 기사를 스팀잇이라는 곳에 넣고 스팀잇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달러를 받는다”며 “어마어마한 코인을 축적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코인 지갑을 오픈해서 내역을 공개할 수 있겠느냐”고 압박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우리 회사는 스팀잇과 코인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저는 코인쟁이가 아니다. 그걸로 돈 번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김 후보자는 “금융감독원에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요청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김 여사가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문화예술계 인사 모임 ‘월단회’를 언급하면서 “월단회 회원들과 어울리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김 후보자는 “월단회 회원도 아니고 월단회 회원이 누군지 모른다”고 반박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간 반말과 고성도 터져 나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정경희 의원이 문 의원을 향해 “국무위원이 될 후보자의 답변을 틀어막으면서 끼어들지 말라고 하면 왜 불렀는가”라고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문 의원은 정 의원을 향해 “야”라고 소리쳤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조용히 해” “많이 컸다” 등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른바 주식 ‘파킹(잠깐 맡김)’ 의혹에 대한 공세에 “지금 생각해도 그 방법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적자 회사라 주식을 매각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 김 후보자는 주식을 사실상 통정매매(通情賣買·시간과 가격을 서로 짜고 특정 주식을 거래하는 것)한 것이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지적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매각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회의장에서는 반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野 “통정매매… 수사대상”야당은 김 후보자가 2013년 자신이 공동 창업한 위키트리의 운영사인 소셜뉴스 주식을 시누이에게 매각했다가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백지신탁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김 후보자는 주식을 시누이에게 매각한 경위를 묻는 민주당 이원택 의원의 질문에 “죄송하다”며 사과한 뒤 “당시 누적 적자가 12억 원이 넘었다. 사줄 사람이 없어서 (시누이에게 매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을 하니까 회사가 망하든지 말든지 백지신탁으로 넘겨야 했다”고 말했다.이 의원은 “공직자윤리법과 자본시장법에 맞지 않는다”며 “통정매매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직계존비속이 아니라 위법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김 후보자는 재무제표와 주식 거래 명세 등 주식 파킹 의혹과 관련한 자료 원본을 제출하지 않아 야당 의원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코인 의혹에 金 “코인쟁이 아냐”김 후보자는 민주당에서 제기한 위키트리 코인 보유 의혹에 대해서도 “코인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민주당은 위키트리와 콘텐츠를 소비하면 코인으로 보상하는 ‘스팀잇’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위키트리가 생산한 기사가 스팀잇에 노출돼 김 후보자가 가상자산을 축적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위키트리가 생성한 기사를 스팀잇이라는 곳에 넣고 스팀잇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달러를 받는다”며 “어마어마한 코인을 축적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코인 지갑을 오픈해서 내역을 공개할 수 있겠느냐”고 압박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우리 회사는 스팀잇과 코인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저는 코인쟁이가 아니다. 그걸로 돈 번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김 후보자는 “금융감독원에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요청해 제출하겠다”고 했다.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김 여사가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문화예술계 인사 모임 ‘월단회’를 언급하면서 “월단회 회원들과 어울리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김 후보자는 “월단회 회원도 아니고 월단회 회원이 누군지 모른다”고 반박했다.청문회 과정에서 여야간 반말과 고성도 터져 나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정경희 의원이 문정복 의원을 향해 “국무위원이 될 후보자의 답변을 틀어막으면서 끼어들지 말라고 하면 왜 불렀는가”라고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문 의원은 정 의원을 향해 “야”라고 소리쳤고, 여야 의원들 사이 “조용히 해” “많이 컸다” 등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었다. 급속한 고령화로 진료비가 늘어나는 데 비해 건강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드는 만큼 꼭 필요한 진료에 집중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2년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과 환자 본인 부담으로 병·의원과 약국 등에 지급한 진료비는 102조4277억 원으로 2021년 대비 9.5% 증가했다. 그중 65세 이상 노인이 44조1187억 원(43.1%)을 썼다. 노인은 1인당 월평균 진료비가 42만9585원으로 전체 평균(16만6073원)의 2.6배였다. 이에 따라 노인 인구가 늘어나며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성한 ‘2022∼2026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턴 진료비 지출이 건강보험료 수입보다 커져 연간 1조3000억 원에서 2조8000억 원 사이의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32년경에는 현재 7.09%인 건강보험료율을 현행법상 상한인 8%까지 올려야 재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말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진료비 지출을 억제하는 대책을 담을 계획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주식 ‘파킹’(잠깐 맡김) 의혹이 제기된 회사를 되사기 직전, 줄곧 성장하던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회사의 가치가 낮을 때 지분을 되찾은 것인데, 김 후보자는 국회의 소명 자료 요청도 ‘영업 비밀’을 이유로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2009년 A 씨와 인터넷 매체 ‘위키트리’ 운영사인 ‘소셜뉴스’를 공동 창업한 뒤 2013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며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A 씨와 시누이 등에게 팔았다. 김 후보자는 “회사가 적자라서 시누이가 떠안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신용정보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소셜뉴스는 김 후보자가 지분을 매각한 2013년에도 흑자를 냈다. 2014년엔 3억8190만 원 적자였지만 2015년부터 2017년엔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도 2013년 12억5930만 원에서 2017년 41억1018만 원으로, 연평균 34.4% 증가했다. 꾸준히 성장하면서 이익을 내는 견실한 회사였던 셈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김 후보자 측이 소셜뉴스 지분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2018년에 회사 매출이 33억7745만 원으로 전년 대비 17.8% 급감한 점이다. 영업이익도 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비상장 주식의 가치는 순자산과 영업이익으로 평가한다. 박래수 전 한국재무학회장(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등 재무 전문가들은 2018년 소셜뉴스 주식의 가치가 전년 대비 30.7∼55.4%로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는 주식 파킹 의혹에 대해 “2018년 회사 사정이 어려워 폐업을 고민하던 시기에 직원과 주주들이 부탁해 손해를 감수하고 지분을 재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소셜뉴스가 운영하는 위키트리는 “일평균 이용자가 70만 명이 넘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정 ‘선거 여론조사 신고 제외 언론사’가 됐다”고 홍보했다. 김 후보자가 소셜뉴스 주식을 되산 직후부터 매출은 다시 급증했다. 지난해 소셜뉴스 매출은 93억6928만 원, 영업이익은 41억1203만 원으로 2017년 대비 각각 2.3배, 8.6배로 커졌다. 김 후보자는 소셜뉴스의 재무제표와 주식 거래 명세의 요구도 “기업의 영업활동과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제출이 어렵다”며 거부했다. 취재팀은 김 후보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여야가 이달 말로 종료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활동 기한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구성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를 이어가다 두 번째 연장에 나서는 것. 여야는 기한을 연장하는 대로 국민 공론조사를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논의를 1년 넘게 미뤄 오던 여야가 결국 이번 21대 국회에선 이 문제를 처리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월 국회에서 ‘연금특위 활동 기간 연장의 건’을 처리하기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구성된 연금특위는 올해 4월 30일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큰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母數) 개혁 문제가 떠오르자 정치권은 “‘구조 개혁’이 먼저”라며 논의 속도를 늦췄다. 이에 연금특위 활동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지만, 연장된 5개월 동안 열린 전체회의는 단 두 차례뿐이었다.연금특위 출범 1년 지나서야 여론수렴… “정치권 개혁의지 없다” 특위 활동시한 내년 5월까지 연장‘5년전 실패 답습’ 공론화委 추진총선 앞두고 합의 도출 쉽지않을듯사실상 ‘22대 국회로 미루겠다’ 선언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활동 기한을 내년 5월로 연장하는 것은 국민연금 개혁을 사실상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연금특위가 ‘국민과 이해 관계자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명분을 댔지만, 2018년에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의견을 듣겠다’며 논의를 미루다가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년 전 실패한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정치권이 사실상 연금 개혁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위 꾸린 지 1년 지나서야 “여론 수렴” 연금특위는 활동 기한을 미루는 대로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조사위원회 설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론을 충분히 들어본다는 취지다. 그러나 연금특위가 결론을 내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특위는 공론화조사에서 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母數) 개혁뿐 아니라 기초연금 차등 지급 등 다른 제도에 대한 여론도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 문항과 방식을 조율하는 데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공론화조사위 예산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연금특위가 출범한 지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야 ‘여론부터 들어 보겠다’며 결론을 미룬 자체가 ‘책임 회피’라는 지적도 나온다. 2055년으로 예견된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늦추려면 보험료 인상 등 ‘인기 없는’ 개혁안을 밀어붙여야 하는데, 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2018년 12월 정부는 국회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4개 방안으로 조합한 ‘사지선다형’ 개편안을 제출했는데, “국민 여론조사에서 현행 유지안에 찬성하는 비율이 50% 정도 나왔다”며 현행 유지안을 끼워 넣으면서 개혁 동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금 개혁을 미루면 향후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될 미래 세대가 정작 이번 조사에 참여할 수 없는 것도 맹점이다. ● “이해 관계자 뒤에 숨으면 개혁 안 돼” 연금특위가 논의 과정에서 가입자 단체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듣기로 한 것을 두고도 5년 전 개혁 실패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19년 1월 단 한 차례 연금 개편안을 논의한 후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개혁특위’가 합의안을 만들면 이를 토대로 논의하겠다며 공을 넘겼다. 하지만 국민연금개혁특위는 총 22차례 회의를 열고도 합의점을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쳤다. 참가자들이 소속 집단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논의가 평행선을 그렸다. 당시 참여한 한 전문가는 “각 집단을 대표해서 나온 이들이 ‘돌 맞을’ 발언을 피하면서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 모드’로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숙의를 해낼지는 미지수다. 연금특위 여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최소한 모수 개혁 정도는 기본적으로 논의해 놨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한꺼번에 하려니 논의가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금특위 야당 관계자는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종합보고서가 빨리 나와야 본격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국회 연금특위 논의와 별개로 이달 안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확정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혁을 미루는 사이 연금 재정은 악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026년에는 연금 지출이 올해 대비 55.5%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 참가하는 한 전문가는 “베이비부머 2세대(1965∼1974년생)가 조금이라도 더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때 개혁하지 않으면 5년 후엔 재정 안정에 필요한 보험료 인상 폭이 너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면 129로 전화하세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추석 연휴 엿새간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문을 여는 병·의원과 보건소, 약국을 안내한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연휴 기간에 전국 응급실 516곳이 정상 운영하고, 이와 별개로 하루 평균 일반 병·의원 4087곳과 약국 5226곳,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208곳이 진료와 복약 지도를 위해 문을 연다고 밝혔다. 추석 당일(29일)에도 일반 병·의원 841곳과 약국 1980곳, 공공보건의료기관 225곳이 문을 열 계획이다. 어느 병·의원과 약국이 문을 열었는지 알아보려면 응급의료 포털(e-gen.or.kr)에 접속해 ‘병원·약국 찾기’ 메뉴를 이용하면 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응급의료정보제공(e-gen)’에서도 위치 정보를 통해 주변 병·의원을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상담센터에서도 연휴 내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연휴에 응급실이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일반 병·의원이나 약국을 먼저 찾을 것을 권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추석 연휴에도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와 한부모 가정에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이돌봄 서비스를 정상 운영한다고 밝혔다.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은 아이돌봄 누리집(idolbom.go.kr)에 접속하거나 콜센터에 문의하면 서비스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요금도 평일 기준(시간당 1만1080원)을 적용한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를 긴급 상담하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여성긴급전화도 연휴 내내 24시간 운영한다. 다문화 가족 상담을 위한 다누리콜센터와 임신·출산 등 가족 상담, 청소년 상담 전화도 중단 없이 전화를 받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홀로 사는 지적장애인 A 씨(60)는 최근 대장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퇴원했다. 인공 항문에는 대변 주머니를, 쇄골 쪽 혈관에는 항암제 카테터를 매단 상태였다. 요양병원에 입원할 형편이 안 됐기에 스스로 대변 주머니를 갈고 카테터 주위를 소독해야 했다. 관할 행정복지센터(옛 주민센터) 소속 간호사 B 씨는 병원 요청에 따라 A 씨의 자택에 방문했다. 필요한 처치를 안내하고 며칠 후 A 씨를 다시 찾았더니 카테터가 반쯤 빠져 달랑거렸고 대변 주머니도 터지기 직전이었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 없이 카테터 고정이나 대변 주머니 교체를 할 수 없다. 환자를 그대로 둘 수 없었던 B 씨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음을 감수하고 A 씨의 카테터를 고정하고 대변 주머니를 교체해줬다.● “61년 묵은 의료법, 돌봄 수요 대응 못 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7개 시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행정복지센터 소속 간호사는 총 1910명으로 집계됐다. 경기(314명)와 서울(277명) 소속이 가장 많았고 충남(201명)과 전남(155명) 경남(137명) 등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 뒤를 이었다. 지역사회 돌봄을 담당하는 행정복지센터 소속 간호사의 규모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복지센터 간호사는 주로 장기 요양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안 되거나 가정간호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A 씨처럼 의료와 돌봄의 사각에 놓인 지역 주민을 돌본다. 문제는 간호의 범위를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묶어둔 의료법이 행정복지센터 소속 간호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조문은 1962년 3월 의료법이 제정된 이래 61년 넘게 그대로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들어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은 의사의 지도 없이 간호사가 단독으로 행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게 전부다. 호흡이 가쁜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재거나 가래를 빼주는 등 대다수의 간호 행위가 여전히 불법이다. 욕창 환자의 피부가 짓무르지 않게 소독하거나 고령 환자의 콧줄(레빈 튜브)을 갈아줄 때조차 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행정복지센터 소속 간호사들은 처벌 위험을 감수할지, 환자의 고통을 외면할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한 간호사는 “우리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병원에 가시라’고 안내하는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정부·야당, 병의원 밖 간호 범위 확장에 공감 이처럼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은 올 6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던 간호법 제정안이 극렬한 직역 갈등을 빚고 폐기됐을 때도 제기됐던 문제다. 당시 복지부는 간호사의 역할을 의료법에서 떼어낸 법안이 보건의료 현장에서 여러 직역의 협업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봤고,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법 체계 연구회’를 발족하고 의료법 개정을 통해 지역사회 내 간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도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넓히되 기존 법안에서 논란이 됐던 표현을 다듬어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와 야당이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간호의 범위를 넓히는 데 공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불필요한 직역 갈등 대신 실질적인 환자의 건강권에 초점을 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간호법 재추진을 통해 간호사 처우 개선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인 간호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주식 ‘파킹(잠깐 맡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주식 가치가 김 후보자가 다시 사들인 뒤 5년여 만에 79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주식 파킹 논란과 관련해 “폐업을 고민하던 시기에 주주 피해가 없도록 전량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소셜뉴스’의 올해 9월 기준 주당 평가액은 14만8226원이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2013년 소셜미디어 위키트리의 운영사 소셜뉴스 주식 1만135주를 당시 공동 대표 A 씨에게 매각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2018∼2019년 다시 A 씨로부터 지분을 사들였다. 김 후보자가 주식을 되산 2019년 6월 당시 소셜뉴스 주당 평가액은 1877원이었다. 5년여 만에 주식 가치가 78.9배로 뛴 것이다. 인사청문 자료상 현재 김 후보자가 갖고 있는 소셜뉴스 주식은 총 약 49억6000만 원어치다. 앞서 김 후보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20년에 기술팀 연구소에서 기사가 더 많이 노출되게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트래픽양이 5배가량 늘었고 이로 인해 광고 수익이 크게 늘었다”고 주가 상승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2013년 당시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갖고 있던 소셜뉴스 주식을 50년 지기 친구 B 씨에게도 파킹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김 후보자의 남편이 지분을 누나에게 팔았다가 사들였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어렵지 않게 되살 수 있는 상대에게 매각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오랜 친구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지분을 팔았다가 다시 사들였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24일 입장문 등을 통해 주식을 팔고 되산 건 맞다며 “B 씨는 회사 설립 때부터 함께한 또 다른 공동 창업자”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동 창업자임을 입증할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그런 건 따로 없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계속 제기되는 주식 파킹 의혹과 관련해 “회사가 2018년 전후로 폐업 위기에 내몰려 상당히 고통스럽고 힘든 기간이었다”며 “(주식을) 되사줄 의무가 전혀 없었지만 초기 창업자로 책임을 끝까지 지고 주주들이 받은 피해를 모두 저희 가족이 떠안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보유 지분을 지인에게 맡겼다가 되찾아오는 ‘주식 파킹’은 그 자체로 위법은 아니지만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백지신탁 제도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며 “사기업의 실질적 경영자와 공직을 오가며 활동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앞으로 교사는 교권 침해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반성문’을 쓰게 해도 아동학대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 ‘교권 보호 4법’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이르면 이달 말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 후 본회의 상정 및 통과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도 많았다. 담배 유해 성분을 공개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법사위 통과에 만족해야 했다. 5년 이내에 음주운전이 2회 이상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는 차에 시동잠금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본회의 통과가 유력했으나, 처리되지 않았다. 위기 임신부가 익명으로 아이를 낳고, 나중에 생모를 찾을 수 있도록 한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법 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가 중간에 산회하면서 상정되지 못했다. 중대 범죄 피의자들의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공개하기 위한 법,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서류를 내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이날 처리되지 않았다.‘악성 민원’ 학부모, 교사에 사과하거나 특별교육 교권보호 4법 국회 통과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 못해수사땐 교육감 의견 제출 의무화 앞으로 유초중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신체적 학대나 정서적 학대, 방임 등의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달 말부터 시행된다. 교권 침해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나가게 한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교권 보호 4법’(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교육기본법)이 통과됐다. 이달 15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4개 개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의 문턱을 모두 넘었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개정안을 이달 말 공포 즉시 시행한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원의 직위해제 제한 조항만 즉시 시행하고 나머지는 내년 3월 시행한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돼 조사·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또 교원이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됐어도 정당한 사유 없이는 직위해제를 당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교육감의 의견 제출 의무화 제도는 25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받으면 조사·수사기관은 이를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즉시 알려야 한다. 교육지원청은 해당 교원의 행위가 이달 시행된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보장된 정당한 생활지도인지를 판단하고, 시도교육청이 최종적으로 ‘교육감 의견서’를 작성해 조사·수사기관에 제출한다. 교육부는 교육지원청이 아동학대 신고 사실을 수사기관에서 공유받은 시점으로부터 7일 이내에 이 과정을 완료하도록 할 방침이다. ‘악성 민원’을 한 학부모는 내년 3월부터 교권 침해 가해자로 분류돼 해당 교원에게 사과하거나 특별교육을 받게 된다. 교원지위법에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와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가 교권 침해 유형으로 신설됐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 학부모에게는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심리치료’ 조치를 할 수 있고 미이수 시 300만 원 이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다. 교원단체들은 환영하면서도 추가적인 법 개정을 요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개정된 초·중등교육법과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이 충돌되지 않아야 한다”며 “두 법안도 교원의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처벌되지 않게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 첫 발의 됐던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10년간 표류 끝에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이르면 2025년 9월부터 담배에 들어간 각종 첨가물과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 성분까지 모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협약 가입을 비준한 지 20여 년 만에 선진국처럼 국내 담배 규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WHO에 따르면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물질은 4000종이 넘는다. 그중 발암물질은 최소 70종이지만, 현행법(담배사업법)상 담배회사가 공개해야 하는 성분은 8종뿐이다.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화장품보다 규제가 헐겁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후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담배회사는 자비로 지정 기관에 검사를 맡겨 담배 연기에서 어떤 유해 성분이 검출됐는지 결과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검사 대상 성분의 종류는 정부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벤젠 등 발암물질은 모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를 만들 때 어떤 재료를 첨가했는지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유해 성분의 공개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담뱃갑에는 일부 주요 성분을 표기하고 나머지는 식약처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담배회사가 검사나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판매를 금지한다. 국내에서 담배 유해 성분 공개 관련법이 처음 발의된 건 2013년 12월이었다. 그간 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유해 성분 관리 주체를 두고 이견을 보이다가 최근 복지부와 식약처 소관으로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합성 니코틴’ 규제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으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돼 있다. 일반 담배와 일부 궐련형 전자담배만 담배로 분류된다. 액상형 전자담배 같은 경우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했거나 화학적으로 제조한 니코틴으로 만든 탓에 ‘담배 유사 제품’으로 본다. 담배와 달리 온라인 판매 금지나 광고 및 판촉 제한, 담뱃갑 경고 그림 등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담배’로 보고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정부 내 조율 과정에서 현행 정의를 유지하는 걸로 후퇴했다. 정부는 해외처럼 합성 니코틴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내년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인정액(자산·소득을 환산)이 최저생계비인 183만3572원 이하면 그 차액만큼 기초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올해보다 최대 21만 원 오른 금액이다. 최저생계비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이 내년 572만9913원으로 올해보다 6% 인상됐고 선정 기준도 중위소득 30%에서 32%까지 완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4∼2026년)’을 19일 발표했다.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로 구성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을 늘리고 급여를 올리는 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약자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생계급여 대상자는 2017년 이후 처음 확대됐다. 생계급여의 기준은 소득순으로 가구를 줄 세웠을 때 중앙값인 ‘중위소득’이다. 중위소득 30%까지인 현행 기준을 내년 32%로 완화함에 따라 수급자는 올해 159만3000명에서 내년 167만8000명으로 8만5000명 늘어난다. 정부는 2026년까지 생계급여 대상을 중위소득의 35%(총 180만7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병원비를 국가가 대주는 의료급여는 대상을 중위소득 40% 수준으로 유지한다. 그 대신 중증 장애인의 부양의무자제도는 사실상 폐지한다. 부모와 자녀가 연소득이 1억 원이 넘지 않는 한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빈곤층의 최저생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빈곤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생업용 車’ 배기량 기준 완화… 월 소득 275만원 이하땐 주거급여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車 재산기준 완화, 6만여가구 혜택… ‘부양의무자’ 제도도 단계적 폐지‘반지하’ 수급자엔 침수방지 설치비… 청년 ‘탈수급 지원’ 29세로 확대 서울 구로구에 사는 노점상 A 씨(64)는 월 소득이 50만 원 수준이고 고시텔 보증금과 예금 454만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재산도 없다. 하지만 그는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장사할 때 몰고 다니는 자동차의 배기량이 1997cc인 탓에 ‘생업용 자동차’로 인정받지 못하고 중고가 563만 원이 전액 재산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A 씨도 생계급여를 월 15만 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업용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이 현행 ‘1600cc 미만’에서 ‘2000cc 미만’으로 완화되기 때문이다. 생업용 자동차로 분류되면 재산에서 제외한다.● 불합리한 기준 고쳐 빈곤 사각지대 해소19일 정부가 발표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엔 A 씨처럼 실제론 형편이 어려운데 선정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보완책이 여럿 담겼다.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2000년 10월 도입 후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빈곤층이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6명 이상이거나 자녀를 3명 넘게 둔 가정은 수급자 선정 시 재산 기준을 완화해주는 자동차의 범위를 현행 ‘1600cc 미만’에서 ‘2500cc 미만’으로 넓혀준다. 이러면 다자녀 가구가 자주 이용하는 디젤 카니발(2199cc)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에 적용하는 재산 기준을 완화하면 약 6만3000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함께 살지도 않는 가족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 혜택에서 제외되는 ‘부양 의무자’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내년부턴 거의 모든 중증장애인이 부모나 형제·자매의 존재와 상관없이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이후 병원 이용이 꼭 필요한 대상으로 혜택을 넓힐 계획이다. 생계급여의 경우 부모·자녀와 배우자의 연 소득이 1억 원을 넘거나 재산이 9억 원을 초과하면 선정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기준도 2026년 이전에 완화할 계획이다.● 주거비 현실화하고 ‘틈새 복지’ 확대사는 집의 월세나 유지수선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의 경우 수혜 대상을 현행 중위소득 47%에서 내년 48%로 선정 기준을 넓힌다. 선정 기준 월 소득액이 4인 가구는 253만8453원에서 275만358원으로 늘어난다. 2026년엔 중위소득 50%까지 확대해 수급자가 252만8000명으로 올해보다 약 2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 새 급등한 월세를 반영하지 못했던 현행 임차급여(월세 지원금)도 현실화한다. 올해 서울에 사는 3인 가구 기준 임차급여는 44만1000원인데, 최저 주거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시장 임차료는 52만 원으로 조사됐다. 반지하 등 침수 우려가 있는 집에 사는 주거급여 수급 가구에는 물막이판 등 침수 방지 시설 설치비를 지원한다. 교육급여 선정 기준은 현행 중위소득 50%를 유지한다. 중위소득이 큰 폭으로 오르기 때문에 4인 가구 선정 기준액은 월 270만482원에서 286만4956원으로 오른다. 최저 교육비의 90%였던 교육 활동 지원비(초등학생 기준 41만5000원)를 내년에 최저 교육비의 100%로 인상한다. 빈곤 대물림을 막으려면 교육 받을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므로 앞으로 지원금을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초생활 수급 청년이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탈수급 지원책’도 마련했다. 현재 만 24세 이하 청년은 수급 여부를 따질 때 월 소득에서 40만 원을 우선 공제한 뒤 30%를 추가로 공제해주는데, 이 대상을 만 29세 이하로 넓힌다. 청년이 10만∼3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같은 액수를 넣어주는 ‘청년내일저축’의 경우 가입자가 3년 안에 수급 생활에서 벗어나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불필요하게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해 재정을 낭비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입원 연장심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달리 돌봐줄 가족이 없는 1인 가구의 경우 집에서 방문 진료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재가 의료급여 사업’을 올해 73개 시군구에서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연간 2300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정부가 어려운 대내외적 여건 속에서도 약자 복지 실현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8월 31일 단식을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째인 18일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이날 입원 후에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6시 55분경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악화돼 119 구급대와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을 호출했다”며 “(이 대표가) 탈수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었다”고 공지했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부터 스스로 화장실 이용이 어려울 만큼 쇠약해진 상태라고 민주당이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구급대가 도착한 뒤 거동을 못 해 이불째 들것에 실렸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단식으로 신체 기능이 상당히 저하됐다는 게 의료진 소견”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회 인근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은 뒤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이동해 입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상태에 대해 “누워 있어야 하고, 간단한 말로 의사 표현은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녹색병원 앞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병상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며 “최소한의 수액 치료 외에는 일절 음식 섭취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단식 치료의 경험이 있는 전문의들이 있고 그 치료를 뒷받침할 시설이 완비된 병원으로 의료진이 권유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차로 20km가량 떨어진 녹색병원으로 옮긴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의도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전문의 12명을 포함해 총 255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반면 녹색병원은 근무 의사가 총 35명이다. 단식 환자는 장기간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 영양결핍 환자에 준해 치료를 받는데, 큰 병원일수록 치료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을 받을 수 있다. 녹색병원은 합성섬유업체인 원진레이온의 산업재해 피해자 노동자들이 받은 보상금으로 2003년 설립됐다. 노동자 직업병을 전문으로 다루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단식 농성자들이 농성 후 찾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7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해 단식 농성을 벌였던 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녹색병원 의료진의 진료를 받았다. 병원 발전위원회에는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대표인 송경용 성공회 신부,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등이 공동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각종 반정부 집회를 주도해 온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도 이 병원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등 야권과 인연이 깊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21년 제2대 녹색병원장이었던 정일용 원장을 경기의료원장으로 임명했다. 현 원장인 임상혁 원장도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이 대표가 관여한 산업재해 예방 노동계 및 전문가 간담회 등에 참여했다. 이 대표가 녹색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재명이네마을’ 등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녹색병원 소액 후원을 인증하는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8월 31일 단식을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째인 18일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입원 후에도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민주당은 이날 “오전 6시 55분경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악화돼 119 구급대와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을 호출했다”며 “(이 대표가) 탈수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었다”고 공지했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부터 스스로 화장실 이용이 어려울 만큼 쇠약해진 상태라고 민주당이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구급대가 도착한 뒤 거동을 못해 이불째 들것에 실렸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단식으로 신체 기능이 상당히 저하됐다는 게 의료진 소견”이라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국회 인근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은 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동해 입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녹색병원 앞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병상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며 “최소한의 수액 치료 외에는 일체 음식 섭취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단식 치료의 경험이 있는 전문의들이 있고 그 치료를 뒷받침할 시설이 완비된 병원으로 의료진이 권유한 곳”이라고 설명했다.의료계에서는 이 대표가 20㎞ 가량 떨어진 녹색병원으로 전원(轉院)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의도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전문의 12명을 포함해 총 255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반면 녹색병원은 근무 의사가 총 35명이다. 단식 환자는 장기간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 영양결핍 환자에 준해 치료를 받는데, 큰 병원일수록 치료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을 받을 수 있다.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피해자 등으로 구성된 원진직업병관리재단에 의해 2003년 설립됐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21년 제2대 녹색병원장이었던 정일용 원장을 경기의료원장으로 임명했다. 현 원장인 임상혁 원장도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이 대표가 관여한 산업재해 예방 노동계 및 전문가 간담회 등에 참여했다. 각종 반정부 집회를 주도해온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가 이 병원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등 야권과 인연이 깊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