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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TV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고부가 시장 내 중국, 일본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반기 전체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각각 28.8%, 16.6%를 차지하며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뒤를 이었고 점유율은 각각 12.1%, 10.0%였다. 삼성전자가 하반기(7∼12월)에도 이 같은 점유율을 유지하면 19년 연속 1위를 달성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500달러(약 333만 원) 이상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2.8%, LG전자는 28.6%를 차지했다. 양사 합산 81.4%로 지난해 상반기 80.0%보다 점유율을 더 확대한 것이다. LG전자는 특히 지난해 상반기 18.2%에서 이번에 10.4%포인트 늘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인공지능(AI) TV를 비롯해 네오Q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가 제품 중심의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레드 ‘에보(evo)’를 필두로 업계 최다 라인업(40∼90형)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고 전했다. OLED TV 시장은 금액 기준 LG전자가 49.4%로 독보적 1위였다. 삼성전자는 27.2%로 2위지만 지난해 상반기 18.4%에서 8.8%포인트 뛰었다. 그사이 일본 소니는 17.9%에서 11.7%로 축소됐다. 다만 중저가 시장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이다. 대형 TV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80형 이상 TV 시장에서 TCL은 지난해 상반기 10.7%에서 올 상반기 16.2%로 늘었고 하이센스도 9.6%에서 12.3%로 확대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같은 기간 각각 8.2%포인트, 0.5%포인트 줄어 33.5%, 13.5%를 기록했다. TV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값싼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무기로 시장을 확대한 결과”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은 첨단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특히 대중 규제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화웨이 등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금지로 시작해 점차 중국 전반에 대한 첨단 장비 및 반도체 봉쇄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반도체 품목 및 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1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중국이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추가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대표 분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게이트올어라운드(GAA)가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HB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점유율 95%를 차지하고 있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등 첨단 인공지능(AI) 가속기는 HBM 없이는 구동이 불가능할 만큼 핵심 구성품이다. GAA는 전력 소비를 크게 줄여 AI칩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로 삼성전자가 생산라인에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하고 있다. HBM과 GAA 모두 한국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분야여서 미국의 규제가 현실화되면 한국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 GAA와 관련한 공급망 전반이 타격받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 정부의 대중 투자 규제에 대해 미국 첨단 산업계도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국에 중국 사업 기회를 빼앗겨 오히려 미국 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4일 대중 투자 규제와 관련한 23쪽 분량의 공식 의견서를 재무부에 제출했다. SIA는 미국 반도체 기업의 99%를 회원사로 둔 단체다. SIA는 의견서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 칩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올린다”며 “미 정부가 (중국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성을 허용해야 장기적으로 미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SIA는 이어 “이대로면 미국 회사들은 중국 시장 경쟁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우리의 투자 활동이 멈춘 사이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기회를 가져갈 것이고 미국은 외국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 장기화로 이미 투자 환경이 심각하게 얼어붙은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SIA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투자가 2018년부터 계속 감소하는 사이 유럽의 대중 투자는 2022년에 전년 대비 92.2% 증가했다. SIA는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를 사용하는 자동차 등 산업도 경쟁국에 기회를 뻬앗기기 시작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예로 유럽의 한 메이저 완성차 업체가 3월 중국 기업과의 조인트벤처에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했다. SIA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최종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이 계속해서 대중 투자 제한 조치를 추진하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만 누적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 관계에 대한 악영향도 언급됐다. SIA는 “주요 동맹국들도 (미국 주도) 규제 리스크 때문에 해외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실제 최근 한국, 일본 정부 부처와의 경제 안보 대화를 봐도 과거 대비 해외 투자에 대한 논의가 눈에 띄게 사라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정말 편하고 혁신적인 인공지능(AI) 모델입니다!” 11일(현지 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 학회 ‘ACL 2024’ 현장. 인도 단바드 공대 학부생인 나후시 렐레 씨는 LG AI연구원의 최신 AI 모델 ‘엑사원 3.0’을 사용해 본 뒤 “굉장히 매끄럽게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라 마르야노비치 씨도 “대형언어모델(LLM)은 정교하지 못하기 십상인데, 엑사원 3.0은 매우 정확했고 정보를 찾는 데 효율적으로 설계됐다”고 호평했다. LG가 최근 선보인 엑사원 3.0을 앞세워 글로벌 인재 유치에 나섰다. ACL에서 엑사원 3.0을 누구나 사용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석박사 인재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ACL은 자연어처리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로 매년 수천 명의 전문가가 모여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교류하는 자리다. LG AI연구원이 7일 공개한 엑사원 3.0은 이전 모델 대비 추론 시간을 50% 이상 줄인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LG AI연구원은 ACL에서 엑사원 3.0의 기반이 된 다양한 논문도 발표했다. AI가 어떻게 해야 다양한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지, AI의 웹 검색 효율을 높이는 학습·추론 방법 등 선행 기술 논문 7편을 소개했다. 또 학회 첫날 석박사 인재 100여 명을 초청해 네트워킹 행사인 ‘LG AI Day’도 진행했다. 글로벌 AI 업계에서도 엑사원 3.0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LG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엑사원 3.0 경량 모델은 글로벌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허깅페이스’에서 15일 기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쟁쟁한 빅테크 모델들을 제치고 인기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언어 모델 중에서는 메타의 ‘라마’ 다음 2위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4일 SK하이닉스의 기업신용등급을 ‘Baa2’로 유지하고 전망치를 기존의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부문 경쟁력에 힘입어 최근 수익과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서버용 DDR5 등 D램과 기업용 낸드인 eSSD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또 앞으로도 SK하이닉스가 1년 이상 개선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가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자본적 지출(CAPEX)이 늘어도 부채는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앞선 7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도 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세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역대 최고 등급인 ‘BBB’로 상향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올 들어 물류비가 계속 증가하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홍해 사태 및 중국발 화물 수요 급증 등 겹악재가 터지며 전기·전자, 석유화학, 배터리, 유통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반기(7∼12월)에도 물류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1∼6월) 운반비는 1조36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1% 늘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5.8% 늘어 1조3443억 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423억 원에서 480억 원으로 13.6% 증가했다. 국내나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바다 건너 보내는 해상운임비가 커진 영향이다. 타이어 및 석유화학 업계도 물류비 상승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금호타이어의 운반비는 11.5% 늘어 1604억 원에 달했다. 동성케미컬은 46.6% 늘어난 71억 원이었다. 유통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889억 원에서 1149억 원으로 29.3% 증가했다.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한 국내 운임비 증가와 해외 수출 관련 해상 운임비 증가 등 복합적인 결과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물류 비용 상승 원인은 다양하지만 홍해 사태와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해상 경로인 홍해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때문에 배송난에 시달리고 있다. 선박들이 다른 경로로 우회하거나 추가 보안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확대되는 것이다. 또 미국이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관세를 대폭 올리기로 하며 중국발 물류도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내 중국산 가격이 오르기 전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상하이항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 화물의 운임 변동을 측정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이달 9일 기준 3253.89로 올 초(1093.52) 대비 거의 3배가 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6월 국내에서 유럽연합으로 보내는 해상수출 운송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21.6% 뛰었다. 미국 서부와 동부는 각각 30.8%, 26.9% 올랐다. 물류비 상승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 새로 계약을 맺는 해상 운임비는 급격히 올라가는 추세다. LG전자는 이번 2분기(4∼6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해상 운임 비딩(입찰) 결과 (신규 계약분에 대한) 컨테이너당 해상 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58% 상승했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또다시 파업에 나선다. 광복절 포함 ‘샌드위치’ 연휴 기간에 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삼노는 1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15∼18일 나흘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광복절인 15일 휴일 근로를 거부하고 이후 4조 3교대, 자율출퇴근제 등 근무 형태별로 파업 근태 또는 휴일 근로 거부에 나서는 식이다. 전삼노 관계자는 “샌드위치 연휴 기간 생산라인 지원이 어려워 짧은 기간 파업이라도 사측에 데미지(타격)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나섰다가 이달 5일 현업에 복귀하며 ‘기습적’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5일 이후 다른 노조가 사측에 개별교섭을 요구해 전삼노의 대표 노조로서의 지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별교섭을 요청한 노조가 없어 전삼노의 대표 노조로서의 쟁의권이 유지되고 있다. 전삼노는 5일 삼성전자 최초 노조(1노조)인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통합하는 등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다. 조합원 수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3만6567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응할 계획이고 노조 파업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며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도 지속하겠다”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인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옮겨붙고 있다. 상당수 광역자치단체는 청사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시설을 폐쇄하거나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지침은 지자체 건축물 심의기준에 반영돼 민간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광주, 대구, 전북, 경북 등 5개 광역자치단체가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청사의 지하 충전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대전시는 청사 지하주차장 17개 충전기에 사용금지 안내문을 붙였다. 충전시설 22개 중 지하에 있는 17개 완속 충전기를 철거하고 지상에 급속 4개와 완속 9개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청사 지하의 5개 충전기를 모두 사용 중단하고 지상 이전을 논의 중이다. 전북도도 이달 안에 청사 지하 19개 충전기 중에 9개를 지상으로 옮기고 나머지도 순차 이전키로 했다. 경북도는 도청 내 전기차 주차시설과 충전소를 지상으로 유도하기로 결정했으며, 대구시는 충전소 전수조사 후 이전할 방침이다. 앞서 울산시와 세종시, 경남도 등은 지상 이전을 완료했다. 서울시도 신축 시설의 전기차 충전소를 원칙적으로 지상에 설치하도록 하는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기준’ 개정을 10월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민간 시설에서도 전기차의 지하 주차 및 충전이 금지되는 추세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처럼 인프라가 산업 발전에 핵심인 산업에선 정부나 지자체의 움직임이 기준이 돼 민간도 따라가는 성격이 크다”며 “2022년 충전기 설치 의무화 시행 이후 정부 정책을 이행해 온 상업시설이나 아파트는 상당한 비용을 쏟았기에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13일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를 제조사가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 기준 맞추려 전기차 충전기 늘렸는데…” 아파트 혼란[전기차 포비아]지자체 지하 충전시설 폐쇄에 촉각내년 1월까지 ‘2%설치’ 의무화… “지하 충전소 공사 중단해야 하나”‘전기차 지상만 주차’ 입주민 갈등… 도심 쇼핑시설-빌딩도 고민 커져대전, 광주, 경북, 대구, 전북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가 청사 내 지하 전기차 충전소를 폐쇄하는 등 전기차 지상화 정책을 확대하자 전국 아파트나 대형 쇼핑몰 등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도심 주요 쇼핑몰은 지하 5, 6층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한 사례가 많고, 법적으로 내년 1월까지 충전소를 설치해야 할 아파트는 공사를 중단해야 하나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13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관계자는 “지난달에 전기차 충전소를 짓자며 박수 끝에 의결했는데, 이대로 지어야 하느냐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전기차 충전 업계 관계자도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에 설치할 수 있는지 묻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전기차 화재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 없이 과잉 규제로 확산돼 전기차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지상으로”…‘포비아’ 확산 서울 성동구의 A아파트는 지난달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단지 내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2022년 1월 시행된 친환경자동차법(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에 따라 내년 1월 27일까지 아파트 전체 공간의 100분의 2를 충전 및 주차 공간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단지는 기준대로면 6대 규모로만 갖추면 되지만 이보다 더 늘어난 14대 규모로 지상 및 지하 공간에 설치하기로 했다. ‘전기차가 확산되는 트렌드에 맞추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달 초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분위기는 보름도 안 돼 확 바뀌었다. 주민들은 안전성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기존 결정 안건 철회를 요구했다. 한 주민은 “가뜩이나 전기차 화재로 불안한데 왜 지금 타이밍에 다른 곳보다 더 적극적으로 늘리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소유주들도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각 아파트 단지 등에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막거나 지상 주차장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는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는 ‘많은 아파트에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이용을 두고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 소유주는 지상 충전 및 주차를 부탁한다’는 공고문을 붙였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기차 소유주 50대 주민은 “전기차에 대한 선입견으로 지하에 주차를 못 하게 한다면 이는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아파트의 권고가 강제행위로 바뀐다면 행정소송도 고려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인구 밀집 도심엔 지상 주차 어려워” 이미 지하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구축한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 오피스 빌딩 등도 정부 방침과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환경자동차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지자체 등이 소유·관리하고 있는 시설은 지난해 1월까지, 쇼핑몰 등 공중이용시설은 올해 1월까지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했다. 123층 롯데월드타워 주차장은 지하 4층까지, 더현대서울은 지하 6층까지 전기차 충전 시설을 구비해 놓은 상태다. 국내 한 산업정책 자문기관 관계자는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서는 지상 주차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지하 주차 금지는 사실상 전기차를 타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밝혔다. 법으로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조금을 늘리던 기존 ‘친환경차 촉진’ 기조에서 지하 주차 금지를 포함한 규제 일변도로 정책이 변화할 경우 침체와 성장의 변곡점에 서 있는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청라 지하 주차장 화재의 원인은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하지 않았던 측면도 크다”며 “소방 설비를 갖추는 등 안전성 강화를 넘어 과잉 규제로 돌아선다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공익재단 10곳 중 6곳은 상속 증여세 면세 한도나 의결권 제한과 같은 과도한 규제 탓에 민간 기부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88개 그룹 소속 219개 공익재단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13일 밝혔다. 상속·증여세법과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공익재단 재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묻자 23.1%는 ‘매우 부정적’, 38.5%는 ‘다소 부정적’이라고 답한 것이다. 나머지 38.4%는 영향이 없다고 했다. 상증세법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업재단에 기부하면 재단은 발행 주식 총수의 5%까지만 세금 면제를 받을 수 있다. 5% 초과분에 대해서는 최대 60%의 상증세를 납부해야 한다. 또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의 공익재단은 계열사 주식을 받더라도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재단 출연 주식에 한도 없이 100%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은 면세 한도가 20%다.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 기업의 재단이 국가,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재단 52.5%는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로 53.7%가 ‘면세 한도가 낮고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39.0%가 ‘기부문화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과도한 규제에 국내 기업들은 주식 출연에 소극적이게 되고 사회공헌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를 확대하기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최근 전기차 화재 관련 우려 속에 서울시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 진입 시 ‘전기차 충전율 90% 제한’ 규정을 밝히면서 배터리 완충 여부와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100% 완충하거나 과충전 시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정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배터리 프로그램디렉터는 “100% 완충은 양극재에 있던 리튬이 음극재로 모두 이동한 상태인데 이 경우 양극재는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음극재도 다량의 리튬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모두 흡수를 하지 못하는 위험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도 완전한 방전, 완전한 충전을 반복하기보다는 30∼90%로 충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배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최대 95∼97%만 충전되도록 배터리 ‘안전마진’을 적용 중이다. 대용량 에너지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건물 내 설치 제품에 한해 배터리 충전율 상한을 80%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소유주들은 “‘90% 제한’이 사실상 강제화될 경우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어 전기차 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충전량을 제한하면 한 번 충전에 이동할 수 있는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안전성을 위해 제조사들은 ‘한 달에 한 번 완속으로 100% 충전’을 권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처럼 전기차도 배터리 충전 한도를 소비자가 선택하기 쉽도록 옵션을 만들어 지하 주차장 진입 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은 ‘배터리 보호’ 기능을 통해 완충 시 충전 중단, 80%까지만 충전 제한 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가 먼지 흡입과 물걸레 기능을 한데 모은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한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중국이 독주해 온 올인원 로봇 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어 청소기 한중 대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15일 흡입·물청소 통합 로봇청소기인 ‘LG 로보킹 AI 올인원’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장애물을 피해 먼지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바닥도 닦는 로봇이다. 청소를 마치면 사람 무릎에서 허벅지 높이의 스테이션에 돌아와 빨아들인 이물질을 비우고 걸레도 자동으로 세척 및 건조해 준다. 출고가는 199만 원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4월에 ‘비스포크 AI 스팀’ 올인원 청소기를 179만 원에 내놓으며 시장 쟁탈전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까지 삼성과 LG 모두 흡입용과 물청소용이 각각 따로 구별된 로봇 청소기 모델만 판매했었다. 청소기 하나에 두 기능을 모두 담으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흡입·물청소를 하나로 합친 모델에 손을 들어 줬다. 이를 파고든 중국 가전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2020년 전만 해도 국내 시장은 삼성, LG가 독보적이었는데 이제는 로보락, 에코백스 등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상황이다. 로봇청소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로보락의 국내 점유율은 35.5%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15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좁히면 점유율은 80%로 훨씬 높아진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일찍이 올인원 제품을 개발, 고도화하며 ‘통합형은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높은 성능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에 삼성과 LG는 기술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한 4월 기준 국내 점유율은 로보락 35%, 삼성전자 25%였다. 이는 격차를 기존의 20%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좁힌 것이다. 삼성과 LG전자가 올인원 시장에 참전하자 중국 경쟁사들도 점유율 방어에 나선 상태다. 4월 삼성이 올인원 제품을 내놓자마자 중국 로보락은 흡입력을 60% 이상 향상시킨 ‘S8 맥스V 울트라’를 국내에 출시했다. 에코백스도 같은 달 ‘디봇 T30 프로 옴니’를 출시했는데 가격을 전작(T20) 대비 20만 원 낮췄다. 139만 원으로 프리미엄 올인원 제품은 150만 원을 넘는다는 상식을 깬 것이다. 또 국내 고객서비스(CS) 센터를 대폭 확대하며 외산의 가장 큰 단점인 사후관리(AS) 보완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AS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국산인 삼성, LG의 서비스 수준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며 “최신 로봇청소기는 인공지능(AI), 통신과 연계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안 측면에서 국내 제품의 신뢰도가 더 높은 점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최근 전기차 화재 관련 우려 속에 서울시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시 ‘전기차 충전율 90% 제한’ 규정을 밝히면서 배터리 완충 여부와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100% 완충하거나 과충전 시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정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이차전지 프로그램디렉터는 “100% 완충은 양극재에 있던 리튬이 음극재로 모두 이동한 상태인데 이경우 양극재는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음극재도 다량의 리튬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모두 흡수를 하지 못하는 위험성이 생긴다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도 완전한 방전, 완전한 충전을 반복하기 보다는 30~90%로 충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건강한’ 배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권고 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최대 95~97%까지만 충전되도록 배터리 ‘안전마진’을 적용 중이다. 대용량 에너지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건물 내 설치 제품에 한해 배터리 충전율 상한을 80%로 제한하고 있다.하지만 전기차 소유주들은 “‘90% 제한’이 사실상 강제화될 경우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어 전기차 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충전량을 제한하면 한 번 충전에 이동할 수 있는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안전성을 위해 제조사들은 ‘한 달에 한 번 완속으로 100%충전’을 권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처럼 전기차도 배터리 충전 한도를 소비자가 선택하기 쉬도록 옵션을 만들어 지하 주차장 진입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은 ‘배터리 보호’ 기능을 통해 완충 시 충전 중단, 80%까지만 충전 제한 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 AI연구원이 7일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EXAONE) 3.0’을 공개했다. 지난해 7월 공개했던 엑사원 2.0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곧바로 LG 계열사 전반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AI 거품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AI를 선보이며 핵심 과제인 실용성, 수익화에 한발 더 앞서 간다는 평가도 나온다. LG AI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3.0은 이전 모델인 엑사원 2.0 대비 추론 처리 시간과 메모리 사용량이 각각 56%, 35% 줄었다. 구동하는 데 드는 비용도 72% 절감했다. 또 AI의 전력 소모가 크다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경량화, 최적화에 집중했고 그 결과 엑사원 초기 버전 대비 모델 크기를 100분의 3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LG는 이날부터 임직원 대상으로 엑사원 3.0 기반의 생성형 AI 서비스 ‘챗엑사원’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각종 질의응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코딩,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LG 측의 설명이다. LG 관계자는 “관심 직무와 업무 특성에 맞는 질문 등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있어 생성형 AI가 익숙하지 않은 임직원들도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반기(7∼12월)에는 LG 계열사들의 제품, 서비스 고도화에도 엑사원 3.0을 활용할 계획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경제성과 특화된 성능을 갖춘 엑사원으로 LG 계열사 및 외부 기업,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엑사원 3.0의 별도 경량 모델은 누구나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했다. 외부에서도 설계나 작동 원리를 볼 수 있게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이다. 엑사원 3.0은 고성능, 경량, 초경량 모델로 나뉜다. LG AI연구원이 낸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엑사원 3.0은 총 25개 평가항목(벤치마크) 중 사용성과 코딩, 수학 등 13개 분야에서 경쟁사 AI 모델 대비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어 성능에서도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고 LG는 강조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석유화학 A사는 최근 3년 중국 경쟁사들과의 출혈경쟁 탓에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A사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우리의 70%에 불과해 최소 마진율 수준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원유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데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호소했다.배터리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제품을 미국에 수출해야 하는데 중국산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사는 “관세, 품질 등 문제로 중국산 원자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경쟁사들은 값싼 중국산 원자재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고 했다.중국의 재고 증가세가 올해 다시 거세지기 시작하며 저가 밀어내기 공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 배터리뿐만 아니라 섬유·의류, 화장품, 철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내 완제품 재고증가율이 올해 들어 계속해서 우상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기간인 2022년 4월 역대급 침체로 20.11% 정점을 찍고 지난해 11월 1.68%까지 떨어졌다가 올 6월 기준 4.67%까지 오른 것이다. 재고증가율은 재고량의 전년 동기 대비 변화량으로 계산한 값이다. 높아질수록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이 좀처럼 경기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이는 우리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27.6%가 중국저가공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42.1%는 현재 영향이 없으나 향후 피해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0.3%는 영향 적거나 없다고 전망했다.각 업종별로 피해가 크다고 답변한 비중은 배터리가 61.5%로 가장 컸다. 섬유·의류가 46.4%, 화장품이 40.6%, 철강금속이 35.2%였다. 주요 피해(복수응답)는 ‘판매단가 하락’(52.4%)과 ‘내수시장 거래 감소’(46.2%)였다. 중국은 이제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빠르게 성장하며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73.3%가 5년 내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기술에서 추월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많은 39.5%가 '4~5년 이내'라고 답변했고 이어 2~3년 이내가 28.7%, 1년 이내가 5.1%였다.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기업이 해외수입품에 대해 신청한 반덤핑 제소 건수가 통상 연간 5~8건인데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6건이 신청됐다”며 “글로벌 통상 분쟁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나섰다. 해당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사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5일 오전 10시 반경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발화 차량 제조사인 벤츠코리아 측도 감식에 참여했다. 이 기관들은 전기차 차체와 배터리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불이 난 차량은 벤츠 EQE 세단으로, 파라시스의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파라시스는 글로벌 10위권 배터리 기업이지만 2021년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3만1963대의 리콜을 시행하는 등 안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초 경찰은 현장에서 원인 규명의 핵심인 배터리 팩 부품을 분리하려고 했지만 층고가 낮고 여전히 전압이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4시간 반 만인 오후 3시경 차체를 지상으로 옮겼다. 경찰 관계자는 “추후 차량에서 배터리를 분리한 뒤 국과수에 정밀 감식을 의뢰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전기차의 지상 주차장 사용을 권고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경기 파주 사업장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를 잠정 폐쇄한다’고 공지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설계 1위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인 ‘블랙웰’의 설계 결함이 발견돼 납품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그 경우 엔비디아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술(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AI 칩 업계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지난주(7월 28일∼8월 3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블랙웰 최고 사양인 ‘GB200’의 납품 지연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당초 올 하반기(7∼12월) 블랙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그 시점이 내년 1분기(1∼3월) 이후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올 3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칩”이라며 공개한 최신 AI 칩이다. 대표 제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은 2022년 출시된 전작 ‘호퍼’ 시리즈 H100 모델 대비 성능이 2.5배로 향상됐다. GB200은 B200 2개와 엔비디아에서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를 결합한 슈퍼칩이다. 디인포메이션 보도 이후 블룸버그, 로이터 등 주요 외신도 잇따라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하며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엔비디아는 MS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클라우드 고객사에도 납품 지연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디인포메이션은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고객사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MS는 GB200 기반 서버로 오픈AI를 지원할 예정이었고 메타, 구글 역시 GB200을 대량 주문한 상태다. 엔비디아로부터 주문받아 칩을 제조하는 대만 TSMC도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설계 조정과 공정 재검증을 거치면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납품 지연 사실 및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엔비디아 대변인은 “블랙웰 공급은 올 하반기부터 늘어날 것”이라고만 답했다. 블랙웰 본격 양산 시점이 미뤄지는 만큼 관련 공급망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웰에는 고성능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HBM3E)가 탑재되는데 SK하이닉스는 3월부터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엔비디아의 성능 검증(퀄테스트)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6∼49%를 차지하고, 미국 마이크론이 4∼6%인 것으로 추산됐다. 아직까지 시장 수요 대부분은 호퍼 시리즈이기 때문에 당장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호퍼 시리즈 가운데 H100에는 HBM 4세대(HBM3)가 탑재됐다. 결국 엔비디아가 얼마나 결함을 빨리 잡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AI 거품론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빅테크들은 여전히 AI에 대한 투자 방침을 밝히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 후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너무 늦은 결정보다는 필요하기 전에 (AI) 역량을 확보해 두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1일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도 “생성형 AI 등 AI 분야에서 강력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한 초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데이터가 오가는 입출력 통로(I/O) 수가 크게 늘어나기에 고대역폭이라고 부른다. 도로에 비유하면 기존 1차선 도로가 16∼32차선으로 확장된 것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AI 경쟁에 전력 확보 비상인공지능(AI)발 전력 고갈 우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급증으로 당장 내년부터 전력 고갈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글로벌 전력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데이터센터 전력이 5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제 예측은 틀렸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18∼24개월 내 전력 부족에 시달릴 것입니다.”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기업 ‘디지털브리지(DigitalBridge)’의 마크 간지 최고경영자(CEO)가 올 4월 1분기(1∼3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 중에 내놓은 전망이다. 간지 CEO는 2022년 베를린 인프라 콘퍼런스에서 2027년이 되기 전 전력이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시점을 2025년 하반기(7∼12월) 또는 2026년 상반기(1∼6월)로 당겨 잡은 것이다. 그는 “오늘날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은 글로벌 경제 전반의 최전방에 서 있다”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전력 수급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전 세계 기업들이 AI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새 반도체 공장을 늘리면서 전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지금까지 AI 경쟁은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똑똑한 AI 모델을 만드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에 따라 AI를 빠르게 학습시킬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전력 문제를 해결해야 AI 싸움에서 이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프라 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유례없는 AI發 전력 급증에 전 세계 골머리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AI는 말 그대로 ‘전기 먹는 하마’다. 한 번 온라인 검색을 할 때마다 평균 0.3Wh(와트시) 전력이 필요했다면 챗GPT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검색당 10배 수준인 2.9Wh를 소모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이미지·영상 기반 AI는 텍스트 AI 대비 전력 소모량이 40∼60배에 달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표준 기관인 업타임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AI가 글로벌 전력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에서 내년 10%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첨단 반도체와 AI 산업이 몰린 곳은 불안한 전력 수급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강국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네이후 과학단지에서는 올 6월 1시간 넘게 전기가 끊기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네이후 과학단지는 AI칩 전문 기업인 엔비디아와 전자 제조업체인 폭스콘, 위스트론 등 3000여 기업이 입주해 있는 대만의 핵심 과학 기지다. 정전 사태의 1차 원인은 노후화된 전력망 탓으로 분석됐지만 급증하기 시작한 AI, 반도체 전력 수요와 맞물려 앞으로 2차, 3차 정전 사태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대만 현지 언론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걱정했던 전력 문제가 터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황 CEO는 앞서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행사 ‘컴퓨텍스 2024’에서 “대만에서 추가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데 전력 인프라가 큰 도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제조업의 전력 소비량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23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선 데이터센터가 잡아 먹을 전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정부가 약속한 투자 인센티브를 철회해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미 조지아주가 대표적이다. 올해 3월 공화당 소속 주 상하원 의원들이 기존 데이터센터 인센티브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데 이어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중단하자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첨단 산업 유치에 열을 올리던 조지아주는 올해 산업용 전기 수요가 이미 사상 최대를 찍어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TSMC가 공장을 짓고 있는 애리조나주도 전력 인프라 대규모 업그레이드 없이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오하이오주에서도 미국 전력회사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와 2025년 완공 예정인 인텔 반도체 공장 때문에 전력 수급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력 인프라 감시·감독 기구인 북미전력안정성회사(NERC)는 매년 10년 치 신규 전력 수요 전망치를 내놓는데 지난해 이 수치를 2022년 대비 2.5배로 확대했다. 한국 역시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앞두고 아직까지 전력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경기 용인에 각각 반도체 공장 5개, 4개를 짓겠다는 계획인데 지방 발전소에서 어떻게 전력을 끌어올지에 대한 송배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내 한 전력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해져 전력 수급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지금 계획한 송전망 인프라로 반도체, 데이터센터 모두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인프라도 새 먹거리… 신사업 범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빅테크는 전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관련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송배전, 화석연료 발전 등 전통 인프라 기업보다는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발전, 액침냉각 등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들에 더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 전력 확보를 넘어 탄소 감축 미션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올 4월 한 벤처캐피털(VC)이 2000만 달러(약 276억 원) 규모로 진행한 스타트업 ‘엑소와트’ 투자에 참여했다. 엑소와트는 태양광 발전에 널찍한 패널 대신 렌즈를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5월 브룩필드애셋매니지먼트의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10.5GW(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공급받기로 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데이터센터용 전력 확보를 위해 지열발전 스타트업인 페르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열은 지구 내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성이 장점이다. 투자 시장에서도 신생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AEP나 서던컴퍼니, 넥스트에라에너지 등 최소 7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기업들은 1년 사이 주가가 10% 안팎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친 반면에 상대적으로 신생인 버티브홀딩스, 콘스텔레이션에너지, 비스트라 등은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거의 3배로 뛴 곳도 있다.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미국 원자력 발전 1위 기업이다. 원자력뿐만 아니라 풍력, 태양열, 수력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를 아우르며 친환경 에너지원을 늘려야 하는 빅테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비스트라도 미국 2위 원전사로 이 밖에 천연가스 발전에도 특화돼 있다. 버티브홀딩스는 서버용 냉각 시스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전력 효율을 크게 개선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의 수랭 및 액침 방식의 냉각기술이 기존 공기를 활용한 공랭식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전력 인프라 놓치면 발전 기회도 놓쳐” 앞으로 전력 인프라를 확보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국가 간, 지역 간 경제적 격차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확보된 곳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시설 및 설비 투자를 검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이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결과로 이어져 또 다른 수급 불균형을 낳는 등 악순환을 파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그리드 스트래티지스는 “그리드(전력계통)가 따라가지 못한 지역은 경제 발전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부동산 회사 JLL의 앤디 크벤그로스 데이터센터 시장 담당 상무는 “이제 모두가 전기를 쫓아 자원을 집중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유례없는 사태에 전력 회사들은 수급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이 이르면 이달 중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대상에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대중 규제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중국 기업이 HBM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의 규제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AI 가속기뿐만 아니라 가속기에 필요한 HBM까지 규제해 중국의 AI 굴기를 차단하려는 구상이다. 이번 조치는 세계 HBM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부터 중국에 HBM 수출을 자제해 왔다. 새 규제가 제정되면 HBM 2∼3세대부터 현재 주류인 HBM3(4세대), HBM3E(5세대)와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 수출 모두가 규제 범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HBM의 주요 고객사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이기 때문에 규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AI 산업 성장으로 HBM 수요가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 기회가 제한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규제할지, 규제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통한 규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FDPR은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다면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일 회사 뉴스레터 인터뷰를 통해 제품 경쟁력 향상과 선행 기술 확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강조했다.김 CTO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치열하고 그 역학관계도 복잡해 차분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전략은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바로 제품 경쟁력을향상과 선행 기술 확보”라고 했다.김 CTO는 내년 양산 예정인 고전압 삼원계(NCM) 배터리와 건식 전극 공정을 LG에너지솔루션이 준비하는 핵심 기술로 꼽았다. 건식 공정은 별도의 열처리 과정이 필요 없어 경제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술이다. 김 전무는 “건식 전극 기술은 연구 단계를 넘어 파일럿 공정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빠르면 2028년 이 공정을 도입한 제품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차세대 배터리 기술 삼총사로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바이폴라 배터리를 강조했다. 김 전무는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 이전 양산을 목표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김 전무는 “전기차 시장은 향후 지속 성장할 산업으로 지금의 단계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본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산업의 성장 단계를 한발 앞서 준비해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확대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은 예외로 분류돼 해당 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31일(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다른 나라들도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초안 단계인 이 규정은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을 사용하면 수출 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확장한 것이다. 또한 이 규정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핵심 시설인 6개 팹(생산공장)에 장비나 물품을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규정으로 한국, 네덜란드, 일본 등 동맹국가 30여 곳은 예외로 분류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면서도 동맹국은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즉각 해당 조치에 대해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억제와 탄압은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며 “관련 국가들이 (미국의) 위협에 단호히 저항해 국제 무역 질서를 지키고 장기적 이익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당장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동맹국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는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이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공장에 대한 장비 반입 규제를 무기한 연장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 관점에선 불확실성을 더 해소하고 반사이익을 노릴 여지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