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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간첩단(‘ㅎㄱㅎ’) 등 국가안보법 위반 사건 재판 6건(21명 기소) 중 5건이 1심 재판만 1년 2개월 이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나머지 1건(충북동지회 사건)도 1심 선고만 2년 5개월이 걸렸고, 항소심 역시 지연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6건의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17명은 1심 재판 중 한때 전원 석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지령을 받아 이적단체 ‘ㅎㄱㅎ’를 결성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모 씨 등은 이달 15일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피 신청을 하면 인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재판은 한동안 중단된다. 이들은 앞선 재판에선 북한 공작원과 캄보디아에서 접선한 관련 동영상 등이 증거로 제출되자 “증거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정을 무단으로 퇴정하기도 했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현재 1심만 1년 3개월째 진행 중이다.이같은 재판지연은 재판 시작 시점부터 이어져왔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고 씨 등은 자신들이 구속기소된 직후인 지난해 4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재판이 중단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같은해 6월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이 나자 고 씨 등은 항고를 나섰고, 고 씨와 박 씨의 변호인 역시 “기록을 아직 다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견진술을 연기하고 수사기록 전체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첫 걸음마부터 늦어지면서 이들에 대한 재판은 기소 9개월만인 올 1월 말 처음 시작됐다. 대전고법이 항소심을 심리하는 충북동지회 사건에선 결심 재판이 열린 이달 4일 피고인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박모 씨 등은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1심에서 5차례에 걸쳐 법관 기피 신청을 해 9개월 동안 재판이 지연된 바 있다. 올 2월 883일 만에야 1심이 선고됐지만, 항소심도 다시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민노총 침투 간첩단’ 재판이 진행되는 수원지법에선 올 3월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을 믿을 수 없다”는 피고인 측 항변을 담은 형사사법공조요청 신청이 받아들여져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이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으로부터 피고인 석모 씨와 북한 공작원의 비밀회동 내용 등을 회신받았는데, 변호인들이 “공문이 진짜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동에 나선 것이다. 이 사건 역시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 회신이 도착할때까지 재판이 공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특히 각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면서 기소 당시 구속상태였던 각 사건의 피고인 17명은 1심 재판 도중 구속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한때 전원 석방됐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중앙지법에서 창원지법으로 이송된 자통민중전위 사건의 경우에도 피고인들의 △관할 이전 신청 △재판부 기피신청 및 고발 등이 반복됐다. 다만 법조계에선 자통 사건의 경우, 재판 지연과 별개로 사건 자체를 ‘창원지법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사건을 재이송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올 4월 창원지법으로 사건을 이송할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라 (창원지법에서) 집중심리 도모를 위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했는데, 정작 창원지법에는 형사합의 재판부가 2개 뿐이라 집중심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들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창원에 내려가면서 행정력 낭비가 심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송 한 달만인 5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사건을 중앙지법으로 재이송해달라고 요청하는 의견서를 창원지법에 제출하기도 했다.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 지연 현상을 막으려면 법원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형사소송법 20조는 기피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할 경우 법원(또는 법관)의 결정으로 이를 기각해야 한다고 돼있다”며 “법원 등이 단호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명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의 채널에 대해 유튜브 측이 수익 창출 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그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았던 쯔양은 이날 입장을 바꿔 “선처는 없다”며 렉카 유튜버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렉카 유튜버들에 대해 적극적인 구속 수사와 범죄 수익 환수 조치 등 엄정 대응을 주문하며 사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 유튜브 “구제역, 카라큘라, 주작감별사 수익 중단” 이날 유튜브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플랫폼 외부에서 유튜브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행동으로 크리에이터의 책임에 관한 정책을 위반한 구제역(본명 이준희), 카라큘라(본명 이세욱),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의 채널은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채널들은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고 했다.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는 이용자가 타인에게 해를 입히려 했거나, 학대 및 폭력에 가담했거나, 플랫폼 안팎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경우 유튜브는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유튜버들은 유튜브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된다. 영상 조회수나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들은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번다. 하지만 유튜브가 명시한 약관을 위반하면 이 파트너에서 제외된다.● 쯔양 “선처 없다”… 검찰총장 “구속 수사” 이날 쯔양의 변호인은 쯔양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유튜브 ‘범죄연구소’ 운영자 및 익명의 협박자 등 총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3자가 고발해 사건이 검찰에 배당됐지만 쯔양이 직접 고소인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쯔양의 변호인은 “가해자들은 항상 쯔양이 법적 조치를 쉽게 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왔다”며 “‘제2, 제3의 쯔양’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밝혔다. 쯔양에 대한 공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구제역은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쯔양을 공갈 협박한 적 없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전에 조율된 일정이 아니라 일방적인 출석이었기 때문에 이날 조사를 받진 못했다. 구제역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카라큘라는 쯔양이 고소한 ‘범죄연구소’는 자신의 채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과거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로 바꿨고, 지금은 ‘카라큘라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실제 유튜브에는 ‘범죄연구소’라는 다른 채널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10∼14일 쯔양을 다룬 영상 5개가 올라와 있다. 이날 이 총장은 “사적 제재는 피해자와 그 가족 등에게 2차 피해를 초래하며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침해한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현승)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명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의 채널에 대해 유튜브 측이 수익 창출 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그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았던 쯔양은 이날 입장을 바꿔 “선처는 없다”며 렉카 유튜버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렉카 유튜버들에 대해 적극적인 구속 수사와 범죄 수익 환수 조치 등 엄정 대응을 주문하며 사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 유튜브 “카라큘라, 구제역, 주작감별사 수익 중단”이날 유튜브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플랫폼 외부에서 유튜브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행동으로 크리에이터의 책임에 관한 정책을 위반한 구제역(본명 이준희), 카라큘라(본명 이세욱),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의 채널은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채널들은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고 했다.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는 이용자가 타인에게 해를 입히려 했거나, 학대 및 폭력에 가담했거나, 플랫폼 안팎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경우 유튜브는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이에 따라 해당 유튜버들은 유튜브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된다. 영상 조회수나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들은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번다. 하지만 유튜브가 명시한 약관을 위반하면 이 파트너에서 제외된다.● 쯔양 “선처 없다”… 검찰총장 “구속 수사”이날 쯔양의 변호인은 쯔양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유튜브 ‘범죄연구소’ 운영자 및 익명의 협박자 등 총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3자가 고발해 사건이 검찰에 배당됐지만 쯔양이 직접 고소인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쯔양의 변호인은 “가해자들은 항상 쯔양이 법적 조치를 쉽게 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왔다”며 “‘제2, 제3의 쯔양’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밝혔다.쯔양에 대한 공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구제역은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쯔양을 공갈 협박한 적 없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전에 조율된 일정이 아니라 일방적인 출석이었기 때문에 이날 조사를 받진 못했다.구제역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카라큘라는 쯔양이 고소한 ‘범죄연구소’는 자신의 채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과거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로 바꿨고, 지금은 ‘카라큘라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실제 유튜브에는 ‘범죄연구소’라는 다른 채널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10~14일 쯔양을 다룬 영상 5개가 올라와 있다. 이날 이 총장은 “사적 제재는 피해자와 그 가족 등에게 2차 피해를 초래하며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침해한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현승)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이 전 대표의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사진)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12일 김 전 회장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유력 정치인(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과의 사적 친분을 위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시행함으로써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의 질서를 무너뜨렸다”며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 역시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 전 부지사의 요청을 받아 이를 수락하는 과정에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 전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대납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2월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하고,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총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과 뇌물을 준 혐의도 받는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미국 사모펀드 메이슨에 약 3200만 달러(약 441억 원)를 배상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11일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중재판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해 관할을 부당하게 인정했고, 이는 싱가포르 중재법상 정당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FTA상 국제투자분쟁사건(ISDS)의 ‘관할’이 인정되려면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고, 투자자 및 투자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메이슨 사건은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는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ISDS 사건에서의 ‘관할’이란 일반 소송에서 사용하는 관할과는 다른 의미로 ‘재판권’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재판정부에 메이슨 사건 관련 판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메이슨은 2018년 9월 약 2억 달러(약 277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판정부는 올 4월 한국 정부에 3203만876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가로가 더 길어진 ‘갤럭시 Z폴드6’ 화면에 모래밭 위 조개와 소라 사진이 떠올랐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성화하는 별 모양 버튼을 누른 뒤 S펜으로 모래밭 위에 별을 그려 넣자 잠시 뒤 그 자리에 실물과 흡사한 불가사리 그림이 생겨났다. Z폴드6에 추가된 ‘스케치 변환’ 기능은 직접 찍은 사진에도 이용자가 원하는 모습대로 AI 이미지를 추가할 수 있게 해준다. 변환된 사진 아래쪽엔 AI로 그려졌음을 알리는 별 표시가 뜬다.삼성전자의 첫 AI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폴드6·Z플립6’ 시리즈가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갤럭시 언팩 2024’에서 베일을 벗었다. 역대 가장 얇은 두께와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하면서도 AI 기능은 상반기(1~6월)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보다 더 강해졌다.● 삼성전자의 첫 AI 폴더블, 더 똑똑해진 손안의 AI이날 언팩은 파리의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려 이목을 끌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언팩 행사를 개최하는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열리는 ‘파리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서 올해 폴더블 언팩 현장을 파리로 선정했다.언팩 무대에 오른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2019년 처음 폴더블 제품을 출시한 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폴더블 시장을 선도해 왔다”며 “한층 더 발전한 갤럭시 AI와 최적화된 폴더블 폼팩터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Z폴드6·Z플립6는 삼성전자 자체 AI 기능들을 온디바이스(기기 내장)와 클라우드로 제공한다. 대표적인 기능이 실시간 통번역이다. 외국어 강의를 들을 땐 실시간으로 통역된 텍스트가 화면에 떠오른다. 카카오톡, 라인, 구글 미트, 와츠앱, 텔레그램 등 타 업체의 주요 메신저 앱에서도 음성 대화 시 실시간 통역이 제공된다. 삼성 노트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음성 녹음 내용을 스크립트로 바로 변환하고 이를 번역·요약할 수 있다. PDF 파일로 다운로드한 문서도 형태 그대로 텍스트만 번역이 가능하다.비서 기능도 강화됐다. 최신 구글 제미나이를 호출해 AI 비서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 키보드에는 키워드만 쓰면 e메일 본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문구를 알아서 작성해 주는 ‘글쓰기’ 기능이 추가됐다. 카메라 앱에서 사진을 전문가 수준으로 편집할 수도 있다.이번 AI 폴더블의 출격으로 삼성전자가 하반기(7~10월) 본격화될 ‘AI 폰 대전’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9월 ‘아이폰16’에 자체 온디바이스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처음으로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아너가 이달 AI 폴더블 ‘매직 V3’ 출시를 예고했다.● 디자인도 혁신, 역대 가장 얇은 Z폴드6외관 면에서도 혁신이 눈에 띈다. Z폴드6는 전작 대비 두께가 6.1mm에서 5.6mm로 줄어 역대 삼성전자의 폴더블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를 구현했다. 무게도 기존 253g에서 239g으로 가벼워졌다. 다소 길쭉한 모양이었던 커버 스크린도 가로 길이를 늘이고 세로 길이를 줄이면서 접었을 때 바(bar) 타입 스마트폰과 유사한 형태가 되도록 바뀌었다. 전작들이 주로 무채색과 블루 톤으로 출시됐던 것과 달리 이번 Z폴드6에는 핑크 색상을 추가했다. Z플립6도 옐로와 피치 등 새로운 색상이 추가되며 선택의 폭이 기존 4종에서 7종으로 늘었다.국내 출고가는 전작 대비 10만 원 안팎 인상됐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 모듈 등 주요 부품값이 인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Z폴드6는 222만9700원(256GB)·238만8100원(512GB)·270만4900원(1TB), Z플립6는 148만5000원(256GB)·164만3400원(512GB)으로 출시된다. 국내 출시일은 24일이며 사전 판매는 12~18일 일주일간 진행된다.이창환 기자 big3@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9일 15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정권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의 재표결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채 상병 사망 1주기(19일) 전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당 이탈표를 노려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표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나오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국면에서 친윤(친윤석열) 진영과 친한(친한동훈) 진영 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탈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국회 본청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이 개과천선하라고 준 마지막 기회까지도 가차 없이 짓밟은 윤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당 대표 권한대행은 “(특검법이) 국회 재의결에 실패한다면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반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채 상병 특검법 관련 브리핑을 열고 “특검 임명 간주 규정, 기존 기소된 사건의 공소취소 규정, 준비 기간 중 수사 가능 규정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규정들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의원(300명)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전원 출석 시 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192명의 범야권이 찬성표를 던지고 여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입장을 유지할 경우 여당에서 7명만 추가로 이탈하면 특검법은 통과된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특검법 재표결 시점에 대해 “영리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라며 “국회 상황이나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감안하면서 치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0일 시민사회의 공동 기자회견, 13일 장외집회, 19일 촛불 문화제 등 여론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의원 외에 추가 이탈표는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경찰의 임성근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으로 민주당의 논리가 무너졌는데 ‘그래도 특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의원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당 윤리위원회에는 안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이 제출된 상태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을 8일 구속 기소했다.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약 10개월만이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이날 배임증재‧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청탁금지법 위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씨와, 배임수재‧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청탁금지법 위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공갈 등 혐의를 받는 신 전 위원장을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허위 인터뷰 보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 9월 15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전 위원장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변호사(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청탁을 받고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고, 뉴스타파 등 언론사가 이를 보도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김 씨 인터뷰를 보도했다. 뉴스타파 소속 김 대표와 한 기자는 김만배 씨의 인터뷰 내용이 허위임을 인지하고 보도한 혐의를 받는다. 신 전 위워장은 인터뷰 직후 책 3권 값을 명목으로 김 씨로부터 1억6500만 원을 받았는데, 검찰은 이것이 허위 인터뷰 보도의 대가였던 것으로 판단했다.검찰은 김 씨 배후에 더불어민주당이 있다는 ‘배후설’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김만배의 허위 프레임을 이용하고 편승한 사람들에 대해 수사중”이라며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가 대선 직전 해당 보도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보낸 것 등이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뉴스타파 보도 직후이자 대선 하루전인 3월 8일 ‘이재명의 억울한 진실’이라는 제목과 함께 문자메시지 475만여 건을 발송한 바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다만 “특정인이 배후냐 한다면, 그것은 저희 수사 방향과는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등 여권은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건의 배후인지 수사하라”고 수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 관련, 피해자인 윤 대통령 측이 처벌불원 의사를 제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건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 의사없이도 수사 할 수 있고, 사안의 중요성 감안해 수사 및 기소했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올 1월 경기 부천에서 임산부를 이송하던 구급차가 황색신호에 직진하던 승용차와 충돌해 구급대원 3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엔 충남 천안의 한 교차로에서 구급차와 승용차가 충돌해 구급차에 타고 있던 보호자가 숨지고 구급대원 1명이 크게 다치는 등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소방·구급차 등 긴급자동차의 교통사고가 매년 200건 넘게 발생해 190여 명이 다치거나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사고의 약 절반이 교차로에서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응급 환자를 이송하거나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던 긴급자동차를 일반 차량이 미처 피하지 못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현재 일부 교차로에 설치돼 운영 중인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스템은 긴급자동차가 출동할 때 교차로 신호를 자동으로 파란불로 바꿔 출동 속도를 높이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소방자동차 사고, 매년 200건 이상 발생 현행법상 소방차와 구급차 등은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긴급 출동 시 신호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총 672건의 긴급자동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연평균 224건으로, 매년 19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구급활동 중 일어난 사고가 437건으로 가장 많았고, 화재(119건)가 뒤를 이었다. 도로 유형별로는 전체의 47%가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소방차나 구급차 등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긴급자동차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 제29조에 따르면 일반차량 운전자는 교차로나 그 부근에서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 교차로를 피해 일시 정지하거나, 긴급자동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차량이 소방차 등을 발견하지 못한 채 주행하다가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일반 차량의 속도가 빠를수록 운전자의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전방의 시공간 범위도 좁아져 긴급자동차와 부딪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출동 시간 줄이고 안전도 지킨다 소방청과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은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처음으로 도입된 이 시스템은 소방차 등의 이동 경로에 따라 교차로 신호를 일시적으로 제어한다. 소방차 등이 요청할 경우 교차로의 신호등이 모두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이 시스템이 설치된 경기 의왕시 지역에선 실제 소방차의 출동 시간이 40%가량 빨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의왕소방서 협조로 소방 펌프차에 탑승해 확인한 결과 시스템을 켜지 않고 소방서에서 약 4.9km 떨어진 롯데마트 의왕점으로 출발하자 총 12분 11초가 걸렸다. 의왕소방서 관계자는 “이 지역은 군포나 안양 등으로 빠져나가는 차가 많은 구간이라 항상 막힌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거의 멈춰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탑승 때는 우선신호시스템을 켜고 출발했다. 소방차 내부 태블릿PC에 롯데마트 의왕점을 도착지로 지정한 후 ‘출동’ 버튼을 누르자 시스템이 실행됐다. 이어 펌프차가 주행하는 구간의 신호등마다 모두 파란불로 바뀌면서 7분 14초가 걸렸다. 시스템을 켜지 않고 출동했을 때보다 5분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시스템을 가동하면 긴급차량이 신호등의 200∼300m 거리로 접근할 때마다 즉각 파란색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소방관, 구급대원 등은 빠른 출동 시간과 안전 운행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의왕소방서 김태준 소방관은 “사이렌을 켜도 7분 안에는 절대 못 오는 거리인데, 시스템을 켜니까 무리하지 않고 빨리 올 수 있었다”며 “환자 이송, 화재 진압 등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빨리 출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빨간불에 가는 거랑 파란불에 가는 건 확실히 다르다. 소방관들과 구급대원들의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편차 큰 우선신호시스템 다만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은 일부 지역에만 많이 설치돼 있는 상황이다. 신호를 제어해야 하는 만큼 소방청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5월 말 기준 이 시스템은 전국 2만3967곳에 설치됐다. 경기(1만1179곳), 인천(3084곳), 부산(2189곳) 등 상위 세 곳이 전체의 약 68.6%를 차지했다. 반면 대구는 1곳에 불과했고, 광주(31곳), 울산(48곳), 서울(704곳) 등 대도시도 적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응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구급대원 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우선신호 시스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화재, 구조, 구급 등 긴급 상황에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긴급차량의 우선신호 도입은 필요하다”며 “출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소방차량의 교통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전 지역으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의 이동경로에 따라 교차로 신호를 일시적으로 제어해 긴급차량이 신호 제약 없이 무정차 통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신호를 부여하는 시스템.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재난 및 응급 상황에서 소방·구급차 등이 신속히 출동해 대처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관계 당국은 강조한다. 소방시설 주변엔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아야 하고, 교차로에서 사이렌이 들릴 경우 차량을 서행하는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 진압엔 7분, 심정지 환자 소생엔 5분이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이란 시민의 생명 보존과 재난 확산 제어를 위해 관계 당국이 대응해야 하는 한계시간이다. 이 시간을 지체할 경우 응급환자 소생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재난 확산 가능성은 높아진다. 먼저 차량 주정차가 중요하다. 비상소화장치 등 소방시설로부터 5m 이내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도로, 소방차 전용 구역에는 절대 주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통행로와 소화전 확보가 어려울 경우 소방 당국은 불법 주정차 차량을 제거하거나 견인하는 등의 ‘강제처분’을 할 수 있다. 소방기본법 제25조에 따라 강제처분된 차량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시민들도 소방차 전용 구역에 5분 이상 불법 주차한 차량을 발견할 경우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교차로와 도로에선 시민들의 ‘길 터주기’가 특히 중요하다. 교차로에서 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지나갈 경우 교차로를 피해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 통행로를 확보해 줘야 한다. 일방통행로는 우측 가장자리에 정지하면 긴급차량이 지나갈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사이렌이 들린다면 신호등이 파란불이더라도 일단 서행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 긴급차량이 지나간다면 편도 1차선 도로는 우측 가장자리로 붙어 최대한 진로를 양보하고, 편도 2차선 도로는 긴급차량이 1차선으로 갈 수 있도록 2차선으로 이동하면 된다. 편도 3차선 이상의 도로에선 긴급차량이 2차선으로 갈 수 있도록 일반차량은 1차선이나 3차선으로 양보해 운전해야 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이 대폭 확대돼야 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정체 구간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시민들의 길 터주기 협조와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 등이 일단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수사에 관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5일 “오직 한 사람을 지키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곧 검사 탄핵에 대한 조사를 국회법에 의거해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검찰을 더욱 압박했다.● 검찰총장 “권력자 수사한다고 탄핵하나” 이날 이 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권력자를 수사하고 재판했다고 해서 그 검사를 탄핵한다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권리를 방해한 직권남용”이라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도 해당되고 무고에도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적 견해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범위에서 벗어난 게 있다면 위법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며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이 총장을 향해 “정치적 발언을 삼가라”고 한 데 대해 이 총장은 이날 “입 닫고 있으라, 침묵해라 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에 이름이 오른 검사들도 개별 대응에 나섰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이날 민주당 이성윤 서영교 의원, 최강욱 전 국회의원,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등 8명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앞서 민주당은 2일 박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로 ‘박 검사가 2019년 1월 8일 울산지검 청사 간부식당에서 술을 마신 후 대기실과 화장실 세면대 등에 대변을 바르는 행위를 해 공용물손상죄를 범했다’고 적시했다. 박 검사는 이것이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변 사건은 검찰 출신인 이 의원이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음 제기했다. 이날 검찰의 반발에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 탄핵을 두고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마치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격앙돼 반발하고 있다”며 “국회법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검사 탄핵 시도 10명… 인용 사례 없어 우리나라에서 검사에 대한 탄핵 시도는 총 10명에 대해 13차례 있었다. 첫 탄핵소추는 1994년 12월 당시 김도언 검찰총장이 대상이었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후 김태정 박순용 신승남 전 검찰총장, BBK 의혹을 수사한 최재경 김기동 김홍일 전 검사장 등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됐지만 모두 시한 만료로 폐기되거나 부결됐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 보복 기소 의혹으로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사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첫 사례였으나 헌법재판소는 5월 이를 기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손준성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검사가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 것은, 현행법이 검사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탄핵 또는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파면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헌법 제65조는 탄핵 제도를 규정하고, 검찰청법 제37조는 검사의 파면 사유로 탄핵을 들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준사법부’의 성격을 지닌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는 탄핵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민아 대전지검 천안지청 차장검사는 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헌법 어디에도 검사가 탄핵 대상임을 명시한 규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교수는 “헌법에서 ‘기타 법률이 정하는 사람’이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는 탄핵 대상”이라며 “만약 탄핵 대상이 아니라면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기각이 아니라 각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검사가 탄핵 대상이 아니거나 탄핵된 전례가 없는 곳이 많다. 영국은 검사를 탄핵할 순 있지만 1806년 이래 실제 사례는 없다. 독일은 검사에 대한 탄핵 규정이 없다. 다만 미국은 법적으로 연방공무원인 검사를 탄핵할 수 있고, 실제 1953년 탄핵된 사례가 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정부가 오토바이 등 이륜차 번호판 크기를 키우고, 후면 번호판도 단속하는 등 이륜차 사고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이륜차 앞쪽에 번호판을 다는 방안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륜차 앞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륜차 후면 번호판 규격 및 문자 크기를 확대하기로 하고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9월 개정할 계획이다. 또 후면 번호판 무인단속장비를 지난해 342대에서 올해 529대로 확대하기로했다. 이륜차에 대한 단속 확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인공지능(AI) 활용 첨단 무인단속카메라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이륜차 사고의 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 관련 사망자가 392명으로 전체 자동차 사고 사망자 2551명의 15.4%에 이른다”며 “등록된 이륜차 대수에 비하면 일반 자동차 사고에 비해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이 2018∼2022년 교통사고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고 시 사망에 이르는 비율은 이륜차(2.5%)가 일반 자동차 등 사륜차(1.4%)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이 2022년 이륜차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속으로 인한 이륜차 사고의 치사율은 14%에 달했다. 이륜차가 과속할 경우 사고에 대처할 시간이 짧아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는 이륜차 과속 및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번호판 부착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명찰 효과’를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단속 카메라는 앞번호판만 인식하도록 설계돼 있다 보니 이륜차의 뒷번호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앞번호판이 도입될 경우) 단속 효율도 올라가고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명찰 효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일정 배기량 이하의 오토바이부터 앞번호판 부착을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거나 안전교육을 받은 이륜 차주에 대해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올 4월 발간한 ‘이륜차 안전 제고를 위한 기술 개발과 보험 적용’ 보고서에서 “정부와 보험회사 차원에서 조향장치 감지 기술 등 안전기술을 적용한 이륜차나 정부의 안전교육 과정을 이수한 운전자들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충북 옥천군 옥천읍 마암리 과선교 사거리에서 지난달 두 명의 여중생이 함께 탑승하고 있던 전동 킥보드와 자동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중생 한 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창원시에서도 전동 킥보드를 함께 타던 고등학생 2명이 차에 치였는데 이 중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이 늘면서 이처럼 관련 사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안전장비 미착용, 무면허 운전, 2인 이상 탑승 등 현행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PM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 인공지능(AI) 동작 감지기(모션 센서)를 활용하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방식 등이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줄이려면 PM 법정 최고 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폭증하는 PM 사고, 보험은 사각지대 경찰청에 따르면 PM 사고는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 지난해 2389건으로 매년 늘었다. 2018년 사고 건수가 225건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새 1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연령대별로 10대의 사고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동아일보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PM 연령대별 사고·사망·부상 현황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주행하다 적발된 사례는 2021년 3531건이었다. 이어 2022년 1만3365건, 지난해 2만68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10대 이용자가 일으킨 사고 건수 역시 같은 기간 549건에서 1032건, 1021건으로 증가 추세다. 10대는 원동기 면허 등을 취득할 수 없는 연령대라서 사실상 대부분 무면허 운전자다. 경찰 등 정부 기관이 국내에서 운행하는 PM이 몇 대가 있는지 공식 통계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전동 킥보드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는 자유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별도 집계가 안 되고 있다. 또 개인이 구입하는 전동 킥보드는 공식 번호판을 발급받지 않기 때문에 몇 대가 판매되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사고가 폭증했지만 PM 이용자들은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자동차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PM을 자동차로 규정하지 않아 보험 가입 의무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 대여업체가 보험사 간 맺은 단체보험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기기 고장에 따른 이용자 피해만 보상해 주는 형태다.● “AI 모션 센서로 사고 위험 감지” 업계에서는 AI 모션 센서를 PM에 탑재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근 모빌리티 안전관리 서비스 스타트업이 개발한 안전관리 시스템 ‘라이더로그’가 대표적이다. 라이더로그는 PM에 탑재된 AI 모션 센서로 이동장치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고 시 구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사고 처리를 돕는다. 실제로 사고 상황을 가정해 라이더로그가 부착된 PM을 일부러 세게 넘어뜨리자 약 90초 만에 모니터링하는 곳으로 알림이 왔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김경목 별따러가자 공동대표는 “전동 킥보드에 충격이 발생하면 AI가 사고 여부를 판단해 본사에 알린다”며 “충격량, 속도, PM의 방향 등 데이터를 종합해서 사고 여부를 판단한다. 90초 이내에 다시 일어나거나 운행을 시작하면 가벼운 사고라고 판단해 사고 접수를 취소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본사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실제 발생한 5건의 사고 발생 내용이 해당 PM의 이동 경로에 따라 표시돼 있었다. 구간별 주행 속도와 급가속, 과속 여부 등 세부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모션 센서 기술은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지만 향후 PM은 물론 이륜차 위험운전 관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지방에서 트랙터나 경운기 등에도 부착해 고령 운전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M 속도 상한 낮춰야” 전문가들은 현재 시속 25km로 설정된 PM 제한 속도를 낮춰야 중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PM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결과, PM 속력을 시속 25km에서 20km로 낮추면 정지거리가 26%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정지거리는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다 전방의 돌발 상황을 인지한 지점부터 멈출 때까지 주행한 거리를 가리킨다. 시속 25km일 때 정지거리는 약 7m, 20km는 5.2m였고, 10km는 2.4m로 급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25km인 제한 속도를 20km로 낮추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앞다퉈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있다. 공유 서비스 업체인 ‘스윙’은 자체적으로 최고 속도를 시속 20km로 낮췄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동 킥보드는 이용자가 서 있는 상태로 타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높고, 바퀴가 작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높다”며 “최고 속도를 하향하고 사고 위험이 큰 야간 시간대에는 추가로 속도를 제한해 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라.”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경찰관 아빠는 여섯 살 딸의 머리를 몇 번이나 쓰다듬은 후 북한군과 싸우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57년이 흐른 2007년 유해가 발굴됐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고, 올해 초에야 그의 유해로 확인됐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지 74년 만에 드디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명손 경사의 이야기다. 김 경사의 유해 안장식이 27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유가족 등이 참여한 가운데 거행됐다. 김 경사는 6·25전쟁 당시 서해안으로 진격한 북한군을 막아내기 위해 전남 영광군 삼학리 전투에 참여해 교전을 벌이다가 전사했다. 경찰청은 전남·광주에 거주하는 유가족이 자택을 출발해 귀가할 때까지 경찰관을 보내 동행토록 하는 등 이날 최고의 예를 갖춰 안장식을 거행했다. 유가족들은 “그간 유해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사고와 같은 리튬전지 화재 때 효과가 있는 금속화재용 소화기가 1년 넘게 정부 내 심사 절차에 머물면서 현장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소방청은 지난해 3월 금속화재용 소화기의 성능 기준을 담은 기술 기준을 행정 예고했다. 현재 제조공장 등에 비치된 일반 소화기는 화성 사고처럼 리튬이나 칼륨, 세슘 등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한 금속화재에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한 것이다. 금속화재는 물로 끄려 하면 수소가 생성돼 폭발한다. 금속화재 소화기를 정식으로 승인하고 검사하려면 이 기준이 확정돼야 한다. 그런데 26일 현재 이 기준은 심사 단계에 계류 중이다. 같은 기준에 일반 소화기 부품의 원산지 표시법 등 다른 개정 내용도 30건 넘게 포함돼 있어 심사가 덩달아 늦어졌다.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리튬전지 화재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만큼, 더 일찍 도입됐다면 23명이 숨진 24일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 때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발화 당시 작업자들은 29초 만에 일반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불길은 더 거세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7, 8월경에는 심사를 마치고 허가하겠다”고 말했다. 화재공장 인근 리튬전지 공장 5곳중 3곳 금속화재 소화기 없어[화성 리튬전지 공장 참사]금속화재 관련 대처 규정 없어… 전용소화기 있어도 검증 안된 제품카카오-NHN 리튬화재 맞춤 대응… 전문가 “전용소화기 도입 시급”26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의 A리튬전지 제조공장. 이틀 전 화재로 23명이 숨진 아리셀 공장과 차로 5분 거리인 이곳에서는 이날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으로 분주했다. 이 공장은 연간 수십만 개의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품 창고 옆에는 불에 잘 타는 각종 목재와 폐품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공장 안에선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효과가 있는 금속화재용 소화기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통상 가정용으로 쓰는 것과 같은,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소용이 없는 일반 소화기만 곳곳에 놓여 있었다. 이 공장 관계자는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없지만 우리 공장은 구조가 달라 (불이 나도 탈출하기 쉽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인근 공장 5곳 중 3곳, 금속화재 소화기 없어 동아일보 취재팀이 25일과 26일 아리셀 인근 리튬전지 공장 5곳을 방문해 보니 금속화재용 소화기를 비치한 곳은 2곳뿐이었다. B공장의 관계자는 “일반 소화기만 몇 대 갖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C공장 측은 “(작업 공간) 25m 안에 소화기를 갖춰야 한다는 의무 사항은 지키고 있다. 뭐가 문제냐”고 했다. B와 C공장은 화재 시 경보를 울리는 자동화재탐지설비조차 갖추지 않고 있었다. D공장은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있었지만 화재 대피 안내도가 없었다. 공장 측은 “리모델링하느라 떼어놨다”고 했다. 대피 안내도는 유사시 탈출로를 숙지하기 위해 항상 게시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공장이 갖춘 금속화재용 소화기도 소방당국 검증을 거친 정식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방청이 금속화재용 소화기 개발과 도입을 위해 지난해 3월 관련 기준을 행정예고하고도 1년 넘게 심사 중이기 때문이다. 2020년 감사원이 금속화재 대처 규정이 없는 문제를 지적한 지 4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현행 소화기 기준에 따르면 화재는 일반화재(A급)와 유류화재(B급), 전기화재(C급), 주방화재(K급) 등 총 4가지로 분류된다. 금속화재는 별도 분류가 없어 전용 소화기도 없다. 시중에 유통되는 금속화재용(D급) 소화기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수입 제품이다.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는 금속화재 전용 소화약제가 제작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적 정의조차 없어 (소화기 자체를) 시험할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리튬전지 화재 대응 자구책 리튬전지 화재 소화기 도입이 늦어지면서 산업계에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2년 10월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리튬전지가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온도가 오르는 ‘열 폭주’ 현상으로 서비스 먹통까지 겪은 카카오는 새 데이터센터를 만들면서 관련 대책부터 마련했다. 이달 11일 공개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의 전원을 초기에 차단하는 등의 특허 출원 기술을 적용한 것. 새 시스템에는 배터리만 비추는 열화상카메라와 연기감지기가 설치돼, 불꽃이 일거나 연기가 나면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경고를 보낸다. 불이 붙은 리튬전지에는 방염천이 내려와 둘러싸고, 물 대신 전용 소화 약제를 뿌린다. 인근 소방서에도 즉시 신고가 접수된다. 소방당국이 도착할 때까지 진압이 안 될 경우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춤으로써 불의 확산을 막는다. 카카오처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NHN 클라우드도 발화 전 미세한 연기를 감지하는 특수 설비를 설치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른 시일 내 금속화재용 소화기뿐 아니라 리튬전지 화재에 특화된 전용 소화기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금속화재용 소화기를 도입하고 나면 내용물을 나트륨 등으로 대체해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더 효과적으로 개조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경기 화성시 공장이 연면적 기준 미달로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일차전지를 만드는 공장 10곳 중 8곳도 연면적 기준에 미달해 중점관리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셀 측이 22일에도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이번 사건이 총체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2024년 5월 전국공장등록현황’에서 리튬 등 일차전지 제조업(28201)으로 분류된 공장 32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27곳(84.3%)은 연면적이 ‘3만 ㎡ 이하’여서 각 소방서에서 관련법에 따라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되면 매년 관할 소방서의 계획에 따라 화재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소방특별조사나 점검도 받는다. 하지만 일차전지 업체 대부분이 중점관리 대상이 아닌 탓에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연면적이 약 2300㎡에 불과한 아리셀 공장도 중점관리 대상 심의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아리셀 측은 자체 점검만 한 뒤 최근 3년 동안 ‘이상 없음’으로 소방당국에 통보했다. 특히 건축 면적이 500㎡ 미만인 공장은 산업집적법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의무조차 없다. 이에 미등록 일차전지 업체는 현황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차전지 제조업체는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차전지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일차전지는 정책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현황을 집계하지 않았다”며 “고용보험 가입 기준으로 확인된 일차전지 제조업체 500여 곳에 대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아리셀 공장에 보관 중이던 군용 배터리가 폭발하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용 배터리가 일반 배터리보다 용량이 커 폭발·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경찰은 아리셀 측이 규정에 맞게 보관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박 대표에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화성에만 배터리 공장 18곳… 소방당국-업체 전용 진화장비 ‘0’[화성 리튬전지 공장 참사]리튬전지 공장 ‘소방안전 사각지대’청주 29개-구미 24개-충주 16개… 방화벽 등 국제기준, 국내서는 외면“불나면 전소할 때까지 볼 수밖에”… ‘열폭주’ 법안, 국회서 논의도 안돼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의 경기 화성시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사망한 가운데 국내 일차·이차전지 공장 상당수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화성시뿐만 아니라 충북 청주 등지에도 리튬전지 공장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동시다발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까지 감안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화재 공장 옆 건물에도 리튬 2t 보관 25일 찾은 아리셀 공장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였다. 특히 불이 난 3동(공장)에서 불과 10m 떨어진 8동엔 배터리 완제품을 30만 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리튬 2t이 있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8동으로 불이 옮겨붙었으면 리튬을 저장하는 탱크가 터졌을 것”이라며 “(소방관들이 뿌리는) 소화용 물이 리튬에 닿았다면 초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리튬 등 일차·이차전지 공장은 현재 화성시에만 18개가 건립됐다. 충북 청주(29개), 경북 구미(24개), 충북 충주(16개) 등 일부 산업도시에도 밀집해 있다. 반면 리튬전지 공장 밀집 지역에서 불이 나도 뾰족한 진압책이 없는 상황이다. 리튬전지는 물과 결합하면 수소가 발생해 더 큰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른 모래 등 특수한 진압 시스템이나 금속화재 소화약제 등 전용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리셀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등 화성 일대에는 소방당국과 업체 측 모두 전용 진화 장비가 없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등록한 일차전지 공장의 84.3%가 연면적 기준 미달로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처 방안이 없다 보니 리튬전지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차전지 업체 비츠로셀의 충남 예산 공장도 2017년 4월 화재로 전소되기도 했다. 당시 공장과 가까운 아파트 유리창 30∼40개가 파손됐고, 주민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유해물질인 아황산가스를 마신 주민들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비츠로셀은 공장을 재건하면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적용하며 특수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배터리를 옮길 때 사용하는 트레이를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소재로 사용하는 등 안전설비를 대폭 강화했다.● “중소기업은 안전시설 갖추기 어려워” 생산 현장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공장도 많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90분의 내화 성능(화재에 견디는 성능)을 가진 방화벽 △20m 안전거리 확보 등을 통해 리튬전지를 분산 보관하는 게 국제 표준이다. 그러나 전곡산업단지 입주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차전지 업체는 중소기업이 많아 화재 대응 능력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셀 공장도 연면적이 2300㎡에 불과해 3만 ㎡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꾸며놓지만, 중소기업은 갖출 수가 없다”며 “한번 불이 나면 전소할 때까지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셀) 근방의 다른 일차전지 업체들도 2010년대 중반 화재로 줄도산했다”고 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는 각종 규제에 따라 보호장치를 다수 적용하지만, 일차전지는 안전기준 등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거나 수입할 때 안전성 인증을 받게 하고 성능 시험에서 배터리 제조사에 핵심 부품 결함조사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 과정 관련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21대 국회에서 ‘열 폭주’ 현상에 대비해 소방 훈련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일차전지와 관련한 화재 방지나 안전 강화 법률은 발의되지 않고 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24일 오후 10시 현재 2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실종자는 1명이다. 소방 당국은 리튬전지 약 3만5000개가 보관돼 있던 건물에서 폭발하듯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10시 31분경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공장 11채 중 3동 2층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해당 건물 1, 2층에는 아리셀 직원과 일용직 등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망한 22명 중 대다수가 리튬 1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는 2층에서 발견됐다. 그중 20명이 외국인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2층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데 미처 그쪽으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직전 현장을 나온 직원 이모 씨는 “몇 초 안에 연기가 몰려서 시야 확보가 안 돼 동료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관 등 인원 191명과 펌프차 등 장비 72대를 투입했지만 불길은 약 5시간 후인 오후 3시 10분경에야 초기 진압됐다. 배터리가 연쇄 폭발하면서 급격히 불이 번져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배터리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과열되는 ‘열폭주’로 불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0여 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화성시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에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400도 열폭주’ 리튬전지 “펑펑펑”… 2층 근로자 대부분 대피 못해[화성 리튬전지공장 화재 참사]리튬전지 불나면 몇초만에 ‘열폭주’… 흰연기 15초만에 공장 내부 뒤덮어유독가스도 다량발생 접근 힘들어… 100% 충전 1차전지, 폭발력 더 커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피해가 커진 이유는 리튬전지들이 폭발하듯 연소하는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전지 내부 물질들의 전기화학적 반응 때문에 연쇄 발열 반응이 벌어지면서 화재가 순식간에 번졌고, 진압 역시 어렵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열 폭주 현상이 벌어지면 배터리 온도가 불과 몇 초 만에 영상 400도 이상으로 폭증하고 꺼진 불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여기에 불이 난 공장이 대형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이었던 것도 화재를 키웠다.● 입구 반대편에서 대부분 숨져 24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사상자와 고립자가 속출한 아리셀 공장 앞. 이날 화재 현장은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하늘을 뒤덮은 가운데 소방관들이 사방에서 펌프차로 물줄기를 쏘아 올리며 진압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공장 외벽과 열기를 못 이긴 공장 자재들이 흉측하게 녹아내려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이따금 ‘펑’ ‘펑’ 하는 폭음이 이어졌고, 주변에는 크고 작은 부품들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화재 현장에 굴착기를 끌고 지원을 나온 오태현 성일중기 대표는 “오전 11시경 현장에 도착했는데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셀 수 없이 났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건물 3동(제조 공장)에 있던 직원 중 1층에 있던 근로자는 모두 대피했다. 하지만 2층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대부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자 22명은 모두 2층에서 발견됐다. 특히 사망자 20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건물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출입구 반대편에 몰려 있다가 숨졌다. 발화지점은 2층 작업장 출입구 주변이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2층 작업장 출입구 앞쪽으로 대피했다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근로자들이 놀라서 막혀 있는 (작업장) 안쪽으로 대피했다”며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때 파견받은 일용직이 대부분이라 (이들이) 공장 내부 구조가 익숙지 않았던 점도 피해가 커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사망자들은 성별만 알아볼 수 있을 뿐 맨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에 탄 상태였다고 한다. 일부는 2층에서 바깥으로 뛰어내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 10분경이 돼서야 큰 불길을 잡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 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오후 6시경이 지나 실종 상태로 분류됐던 21명이 대부분 불에 탄 채 시신으로 실려 나오면서 곳곳에서는 한숨과 망연자실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화재는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했던 폭발 사고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됐다. 당시 럭키화학 폭발 사고로 사망자 16명이 발생했고 17명이 다쳤다.● 불 더 키운 ‘열 폭주’ 화재를 키운 건 공장 내 리튬전지들이었다. 리튬전지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열 폭주’ 현상이다. 리튬전지 안에는 음극과 양극을 막는 분리막이 있는데 충격이나 열 등으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열이 발생한다. 열은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치솟게 되고 제어가 안 되는 상황에 다다르면 폭발로 이어진다. 또한 리튬전지에 불이 나면 불화수소가 다량으로 발생한다. 불화수소는 한두 모금만 마셔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대표적인 유독 물질로 꼽힌다. 특히 리튬전지 화재는 물로 끄기 어렵다. 리튬전지에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한 수소가 산소와 만나면 불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빠르게 도착해도 불을 쉽게 끄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이 공장 일대에는) 리튬전지 화재 등을 진화할 전용 소화 장비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화재가 발생한 업체는 리튬 배터리를 제조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곳이어서 최소 3만5000개의 전지가 불이 난 공장 2층에 있었다”며 “전지들이 다 타고 나서야 불이 잡혔다”고 말했다. 화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송유근 기자 big@donga.com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산 헬기 수리온(KUH-1) 관련 자료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설계도 등 군사기밀 정보를 판매한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등장해 군과 수사당국이 합동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19일부터 이달까지 한 텔레그램 채널에 “군사 기밀을 판매한다”는 취지의 글이 지속해서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는 올해 2월 “우리는 군 내부와 국방과학연구소 등 곳곳에 조력자를 두고 있다. 첫 국산 기동 헬기 수리온(KUH-1)에 관한 자료를 판매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헬기 부품 중 일부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2026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설계도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에 관한 문서를 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SNS를 통해 방위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거나 구매자를 모집하는 행위는 방산기술보호법에 저촉돼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해진다. 법무법인 율촌 송광석 변호사(전 국방부 송무팀장)는 “실제로 자료를 넘기지 않는 ‘사기 판매자’라고 하더라도 예비·음모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은 “해당 계정에 올라와 있는 사진 샘플 등은 외부에 공식 제공한 적이 없는 자료”라며 국가정보원에 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국군방첩사령부가 국정원, 경찰과 함께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자에 의한 유출이나 해킹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SNS를 통한 군사기밀 판매는 단기간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수사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3월 28일엔 러시아 정보국 브로커라며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인물에게 2급 군사기밀 등을 12차례나 보낸 30대 특전사 대위가 적발돼 징역 10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2010년대만 해도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지급해 한 명씩 포섭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 SNS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군사기밀 정보를 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국산 헬기 수리온(KUH-1) 관련 자료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설계도 등 군사기밀 정보를 판매한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등장해 군과 수사당국이 합동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19일부터 이달까지 한 텔레그램 채널에 “군사 기밀을 판매한다”는 취지의 글이 지속해서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는 올해 2월 “우리는 군 내부와 국방과학연구소 등 곳곳에 조력자를 두고 있다. 첫 국산 기동 헬기 수리온(KUH-1)에 관한 자료를 판매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헬기 부품 중 일부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2026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설계도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에 관한 문서를 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SNS를 통해 방위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거나 구매자를 모집하는 행위는 방산기술보호법에 저촉돼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해진다. 법무법인 율촌 송광석 변호사(전 국방부 송무팀장)는 “실제로 자료를 넘기지 않는 ‘사기 판매자’라고 하더라도 예비·음모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은 “해당 계정에 올라와 있는 사진 샘플 등은 외부에 공식 제공한 적이 없는 자료”라며 국가정보원에 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국군방첩사령부가 국정원, 경찰과 함께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자에 의한 유출이나 해킹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특히 이번 사건처럼 SNS를 통한 군사기밀 판매는 단기간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수사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3월 28일엔 러시아 정보국 브로커라며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인물에게 2급 군사기밀 등을 12차례나 보낸 30대 특전사 대위가 적발돼 징역 10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2010년대만 해도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지급해 한 명씩 포섭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 SNS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군사기밀 정보를 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퇴임이 유력했던 김희중 인천경찰청장과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명예퇴직 방식으로 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다는 이유로 불가능했던 명예퇴직이 공수처의 사건 종결로 가능해진 것이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청장과 홍 청장은 이번 고위직 인사에서 명예퇴직할 예정이다. 경찰은 통상 퇴직할 때 명예퇴직과 의원면직 중 하나를 선택한다. 명예퇴직은 20년 이상 근속 등 기준을 충족하면 1계급을 올려 퇴직이 가능하고, 퇴직 수당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의원면직은 이런 혜택이 없어 대부분 명예퇴직을 신청한다. 두 사람은 공수처에 고발돼 수사를 받아왔다. 김 청장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재임 당시 경찰국 설치에 반대했던 이들에 대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고발당했다. 홍 청장은 코인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를 청장실에서 만났다는 이유 등으로 고발됐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은 공무원은 명예퇴직을 신청할 수 없다. 공수처는 최근 이들의 퇴직 통보를 받고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별다른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에게 각각 2건씩 걸려 있던 수사를 모두 종결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명예퇴직이 가능해진 것으로 안다”라고 했고, 홍 청장은 “공수처 처분이 마무리되는 대로 명예퇴직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선 명예퇴직 신청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수사감이 안 되는 건들이었다”며 “수사를 받더라도 ‘중징계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명예퇴직을 금지하도록 명문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