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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잰슨(29·보스턴)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48년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에 양 팀 선수로 모두 출전하는 기록을 남겼다. 잰슨은 류현진(37·한화)이 토론토에서 뛸 때 ‘전담 포수’를 맡아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선수다. 잰슨은 27일 안방 연속 경기 1차전에 상대 팀 토론토 선발 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고는 자기 타격 차례에 돌턴 바쇼(28)가 대타로 들어서는 걸 확인한 뒤 보스턴 교체 포수로 홈플레이트 뒤에 앉아 남은 경기를 소화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이 경기가 6월 27일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토론토 7번 타자로 나선 잰슨은 양 팀이 0-0으로 맞선 2회초 1사 1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파울. 그때부터 빗줄기가 굵어졌다. 심판진은 1시간 48분을 기다린 뒤 결국 서스펜디드(일시 중단) 경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61일이 지나 이 경기가 다시 열렸다. 서스펜디드 경기는 중단됐던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이어 가야 한다. 문제는 잰슨이 그사이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는 점이었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14경기를 뛴 잰슨이 다시 토론토 선수로 나설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토론토는 잰슨 타격 차례에 바쇼를 대타로 냈다. 보스턴도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으로 내려간 리즈 맥과이어(29)를 빼고 잰슨을 포수 자리에 투입하는 선수 교체를 진행했다. 잰슨은 토론토의 4-1 승리로 이 경기가 끝난 뒤 “야구가 정말 오래된 경기이고 온갖 일이 벌어지는데도 내가 이런 기록을 남긴 첫 선수라고 해서 놀랐다. 이런 멋진 스포츠 역사의 일부가 될 기회를 얻었다는 게 신기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대니 잰슨(29·보스턴)이 한 경기에 두 팀 소속으로 모두 뛰는 진기록을 남겼다. MLB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잰슨은 6월 27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MLB 경기에 토론토 7번 타자 포수로 선발출장했다. 이 경기는 잰슨이 타석에 들어서 파울 타구를 하나 날린 2회초 1사 0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비로 중단됐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이 경기는 27일 2회 잰슨의 타석부터 이어졌다. 65일 18시간의 중단 이후 자신의 타석부터 다시 이어진 경기에서 잰슨은 타석이 아닌 홈플레이트 뒤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었다. 잰슨이 지난달 27일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잰슨의 타석에는 토론토의 중견수 달튼 바르쇼가 대타로 나섰다. 1스트라이크 상황을 이어받아 경기를 이어간 그는 공 두 개에 삼진 아웃됐다.잰슨은 보스턴 타자로 나선 타석만 인정돼 4타수 1안타 기록을 남겼다. 물론 토론토 쪽 선발 출장 라인업에도 이름은 나오지만 타석에 선 기록은 남지 않게 됐다. 잰슨은 “야구가 정말 오래된 경기이고 온갖 일이 벌어지는데도 내가 (한 경기에서 두 팀 소속으로 뛴) 첫 번째 선수라고 해서 놀랐다. 이런 멋진 스포츠 역사의 일부가 된다는 게 신기하고 그런 기회를 얻어 기쁘다.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또 유일하다고 하니 멋진 일”이라고 했다. 잰슨은 “내가 역사에 남을 어떤 일에 속해있을 거라고 상상한 적도 없다”며 “기록지를 모아본 적이 없지만 이건 다시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이날 젠슨의 자녀와 부인 역시 경기장을 찾아 특별한 순간을 직관했다. 가족들이 경기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전광판에는 잰슨이 토론토 모자를 쓰고 타자로 소개되는, 서스펜디드 상황 당시의 장면이 떠 있었다. 잰슨은 “경기장에 처음 나왔을 때도 전광판에 (타자로) 내가 있었다. ‘아 저 때 경기가 중단됐구나’ 싶었다”며 웃었다.2018년 빅리그에 데뷔한 잰슨은 이제껏 한 번도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는 백업 포수다. 통산 타율은 0.223으로 아직 한 번도 규정타석을 채운 적도 없다. 다만 보스턴은 세 명의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내준 뒤 잰슨을 영입했고 잰슨은 트레이드 이후 나선 15경기에서 0.231, 2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이다.야구 실력으로는 명예의 전당과 거리가 멀지만 잰슨은 이번 진기록으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명예의 전당에서 이번 경기와 관련된 물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잰슨은 “직접 연락을 받은 건 아닌데 경기 관련 물품의 정품 인증 절차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 뭔가를 보낼 것 같은데 정말 멋진 일”이라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서핑 대표팀이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 대표팀은 17~24일 몰디브 툴루스드후에서 열린 아시아 서핑 챔피언십에서 걸려있던 아시안게임 티켓 남녀 1장씩을 모두 땄다. 아시안게임 출전권은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각각 국가별로 남녀 1장씩, 총 12장이 배분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시아 지역을 5개 권역(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으로 나눠 각 권역 1등 국가에 아시안게임 출전권 한장을 우선 배분했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권역에서는 일본이 모두 이 우선 배분 티켓을 가져갔다. 남자부에서 종합순위 8위, 여자부에서 종합순위 7위를 기록한 한국은 권역별 티켓을 얻지 못한 나머지 국가들 중 랭킹 7위 안에 들어 출전권을 확보했다.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출전 선수 전원이 1라운드에서 2위 안에 들어 3라운드로 직행했다. 특히 남자 오픈부에서는 카노아 희재 팔미아노(17)가 4라운드까지 진출해 한국 서핑의 경쟁력을 증명했다.이번에 함께 열린 주니어 대회 18세 이하 남자부에서는 전서현(15)이 첫 국제 대회 출전에서 준결선까지 진출, 최종 5위로 마무리하는 쾌거를 이뤘다.내년 아시아 챔피언십에서도 같은 티켓이 걸려있다. 한국은 내년 대회 결과에 따라 최대 남녀 2장씩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송민 감독은 “이번 대회는 2026년 아시안 게임을 향한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며 “내년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남녀 각 1장씩의 출전권을 추가로 확보해 아시안 게임에 남녀 각 두 명의 선수를 꼭 내보내겠다”며 “또 남은 2년 동안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높여 첫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살면서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봤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가장 좋다. 올해가 딱 적기다.”김도영(21·KIA)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30홈런-30도루 클럽 회원이 됐다. 그러고는 “더 높은 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김도영에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것이냐’고 묻자 “지금도 팀이 높은 위치(1위)에 있지만 이걸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한국시리즈 우승 의지를 피력했다.김도영은 광주동성고 재학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리던 유망주였다. 그만큼 공수주에 걸쳐 못하는 게 없다는 뜻이었다. 김도영은 프로 데뷔 첫해인 2022년 시범경기 때는 고졸 신인 최초로 타격 1위(0.432)에도 올랐다. 그러나 정규 시즌 때는 타율 0.237, 3홈런, 19타점에 그쳤다.지난해에는 개막 두 번째 경기부터 발목을 다쳐 6월 말이 되어서야 복귀했다. 김도영은 대신 84경기밖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타율 0.303, 7홈런, 47타점을 기록하면서 자신을 향한 기대치가 ‘헛된 바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김도영은 “언젠가는 30-30을 할 선수라면서 (KIA에서) 나를 뽑아 주셨다. 자신은 늘 있었다”면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정말 그랬다. 첫 두 시즌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올 시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제1의 김도영’으로 우뚝 선 올해도 시작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김도영은 4월 7일까지 시즌 개막 첫 2주 동안 타율 0.192(52타수 10안타)에 그쳤다. 김도영은 “시즌 초반 너무 안 좋다 보니 오히려 편하게 ‘조금씩만 좋아져 보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올라 좋은 결과까지 나왔다. 야구에서는 ‘멘털’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돌아봤다.4월 30일이 되었을 때 김도영의 성적은 타율 0.338, 10홈런, 26타점, 14도루가 되어 있었다. 43년 프로야구 역사상 한 달에 10홈런-1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건 김도영이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KIA 팬들 사이에 ‘도영아, 니 땀시(덕분에) 살어야’라는 문구도 유행하기 시작했다.인기는 유니폼 판매로 이어진다. 올해 6월까지 팔린 김도영의 유니폼은 2만 장이 넘는다. 10개 구단 선수를 통틀어 최다 판매 기록이다. KIA가 2년 전 유니폼 판매를 직영으로 바꾼 뒤로 올 시즌 김도영보다 유니폼을 많이 판 선수도 없었다.김도영은 그만큼 사인 요청도 많이 받는다. 김도영은 “알아보시는 분들이 사인 요청 하시면 최대한 밝게 해드리고 있다. 선수로서는 행복한 일이고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이라며 “고등학교 때는 사인이 따로 없으니 사인 요청을 받으면 이름을 정자로 그냥 써 드렸다. 지금은 누나가 만들어준 사인을 쓰고 있는데 내가 봐도 별로다. 사인을 새로 만들어 봐야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사인을 바꾸면 이전 버전 사인을 가지고 있는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인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팀에서 김도영에게 하는 유일한 걱정은 부상이다. 김도영은 지난해 말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4개월 동안 재활을 했다. 김도영의 부상에 놀란 KIA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타자주자가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자기 연봉 10분의 1에 달하는 벌금도 김도영의 슬라이딩을 막지는 못했다. 김도영은 9일 안방 삼성전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들어갔다. 김도영은 부상 없이 세이프 판정을 받았지만 KIA는 벌금을 1억 원까지 올리면서 재차 경고 사인을 보냈다. 김도영은 “‘가을 야구’를 앞두고 다치면 지금까지 한 게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절대 안 한다”며 웃었다.광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에런 저지(32·뉴욕 양키스·사진)가 2년 만에 다시 60홈런 고지에 도전한다. 저지는 23일 클리블랜드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안방경기에서 4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시즌 48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양키스는 6-0 완승을 거둔 이날까지 128경기를 치렀다. 팀이 2.7경기를 치를 때마다 저지가 홈런을 1개씩 날린 것. 저지가 남은 34경기에서도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 61홈런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저지는 2022년 62홈런을 치면서 팀 선배 로저 메리스(1934∼1985)가 1961년 세웠던 아메리칸리그(AL) 최다 홈런(61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는 발가락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하는 가운데도 37홈런(AL 4위)을 기록했다. 저지가 이번 시즌에도 홈런을 60개 이상을 쏘아 올리면 MLB 역사상 처음으로 약물 도움 없이 60홈런 이상을 두 번 기록한 타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새미 소사(56)는 세 차례, 마크 맥과이어(61)는 두 차례 60홈런 이상을 기록했지만 두 타자 모두 약물 사용 전력이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와, 잘생겼다. 사진 같이 찍어 주세요.” 21일 대통령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선수 선발대회가 한창인 전남 영광스포티움. 오상욱(28)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이 몰렸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장비 검사를 받으러 온 오상욱은 경기장에 머문 약 6시간 동안 후배 선수들부터 의료봉사 요원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다가와 휴대전화를 내민 모든 이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펜싱 선배들도 “우리 딸이 사진 꼭 찍어 오래”, “사인 좀 많이 해줘”라고 오상욱에게 부탁하기 바빴다. 17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는 총 1021명. 지난해 843명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올해로 64회를 맞은 이 대회 참가 선수가 1000명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참가 선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3개 종목(에페, 플뢰레, 사브르) 가운데서는 사브르 참가자가 가장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오상욱을 비롯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는 파리 대회 때까지 올림픽 단체전에서 3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개인전 금메달까지 따내면서 아시아 펜싱 선수 최초로 올림픽 2관왕에 오르는 기록까지 남겼다. 오상욱은 “펜싱을 처음 시작한 중1 때(2009년)만 해도 ‘한국 펜싱 사브르는 100년이 지나도 올림픽 금메달 못 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라며 웃었다. 한국 펜싱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처음 딴 건 2000년 시드니 대회 남자 플뢰레 정상을 차지한 김영호(53)였다. 이상기(58)도 같은 대회 남자 에페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대회 때까지 사브르는 올림픽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사브르는 상체 전체를 찌르거나 베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팔다리가 긴 서양 선수에게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런데 한국 남자 대표팀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단체전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16∼2017시즌부터 줄곧 국제펜싱연맹(FIE) 팀 랭킹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이 정설을 깨뜨렸다. 오상욱은 그 비결로 ‘펜싱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걸 후배에게 전수하는 문화’를 꼽았다. 오상욱은 고교 3학년이던 2014년 처음 대표팀에 뽑혀 열세 살 많은 김정환(41)과 방을 같이 썼다. 오상욱은 “서로 경쟁하는 사이였는데도 정환이 형이 자기 노하우를 전부 알려주더라. 나 역시 후배가 물어보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시즌에는 후배들 기량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내 기량이 떨어질 때 후배들이 올라오는 건 좋지 않다. 함께 ‘월드클래스’로 올라서야 한다. 그래야 나도 동생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할 수 있다. 후배들이 내 그늘에만 있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상욱이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2014∼2015시즌 FIE 사브르 개인 랭킹 1위는 구본길(35), 2위는 김정환이었다. 2015∼2016시즌에는 김정환이 1위에 올랐고 2016∼2017시즌에는 구본길이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2018∼2019시즌 오상욱이 1위에 올랐다. 선후배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세계 최정상을 지켜온 것. 오상욱은 “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형들이 엄청 단단해 ‘못 이기는 벽’이라 생각했다. 사실 선배가 몸이 좋을 땐 후배가 못 이긴다. 처음에는 열심히만 하면 형들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훈련의 영역을 넘는 경험과 배포가 필요하더라. 특히 사브르는 후루룩하면 다섯 점씩 줘버리니까 뒤집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렇게 대단했던 형들이 어느 순간 기량이 떨어지더라. 형들에게 ‘에이징커브’가 올 때 5, 6등 하던 후배들이 버텨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톱(top)을 찍었던 사람들도 다 내려온다. 나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후배들과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만나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광=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알파인 스키 지도자와 유망주 등 3명이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2일 뉴질랜드 헤럴드 등 현지 매체와 대한스키협회에 따르면 21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캔터베리 고속도로 교차로 구간에서 한국 알파인 스키 지도자 1명과 유망주 3명이 탄 차량이 반대편에서 오던 4륜 구동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지도자 조모 씨(24), 선수 박모 씨(20)와 김모 군(17)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선수 한모 군(17)과 상대 차량 운전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 사고 지점에서 지난해 4월에도 교통사고로 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 일주일 전에도 인근 교차로에서 1명이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있었다.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후보 선수 및 지도자였던 이들은 같은 클럽팀 소속으로 7, 8월에도 눈이 있는 스위스, 뉴질랜드 지역으로 훈련을 떠났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 있는 마운트돕슨 스키장에서 훈련을 마친 이들은 퀸스타운으로 이동해 23일부터 시작되는 ‘윈터게임’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윈터게임은 뉴질랜드에서 2년에 한 번 열리는 겨울스포츠 국제대회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노바크 조코비치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전거 타는 모습을 올리고는 이렇게 적었다. ‘훈련 재개. 새 목표는 투르 드 프랑스. 타데이 포가차르, 내가 간다!’ 포가차르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올해까지 종합 우승을 세 번 차지한 현역 최강 사이클 선수다. 별명이 ‘조커(Joker)’인 조코비치에게 이 정도 농담은 일상이다. 그렇다고 이런 실없는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한 해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이 26일 개막이다. 테니스 선수 최초로 메이저 25승에 도전하는 그가 마냥 웃고 떠들고만 있을 리는 없다. 기자가 파리 올림픽 취재 기간 조코비치의 훈련을 지켜보다 놀랐던 장면도 세상 심각하다 일순간 장난꾸러기로 돌변하는 모습이었다. 조코비치는 자신이 움직이던 방향과 반대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즉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 공을 놓칠 때마다 한참이나 허공을 보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무릎 수술을 받은 지 7주 차였고 첫 적응 훈련이었음에도 그랬다. 관중석이 텅 빈 코트에서 조코비치는 결승이라도 치르는 듯 공 하나에 울고 공 하나에 웃었다. 반전은 2시간 훈련을 마친 뒤였다. 조코비치는 네트 앞에서 공 두 개를 차례로 반대쪽 코트로 던졌다. 훈련을 돕던 스태프 두 명도 똑같이 했다. 베이스라인에 공을 가장 가까이 보내는 사람이 이기는 내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조코비치는 스태프의 공이 라인을 넘자 단호히 “아웃”을 외치기도 했다. ‘테니스 역사상 최고 선수’라 불리는 사람이 이런 시답잖은 내기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불현듯 조코비치가 했던 말이 스쳤다. 조코비치는 2022년 호주 오픈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미접종으로 호주에서 추방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뒤 “내가 테니스를 계속하는 건 아직도 내 안에 꼬마가 있어서다. 라켓을 쥐고 ‘나 이거 좋아, 하루 종일 할래’라고 말하던 네 살짜리 꼬마 말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대체로 “재미있어서” 운동을 시작한다. 다만 그게 업이 되고 경쟁에 파묻힌 일상이 반복되면 재미를 잃기도 쉽다. 어린 나이에 세계를 제패하고도 바로 은퇴하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꼬마 시절 느낀 순수한 기쁨은 어른이 될수록 남들의 평가, 커리어에 대한 압박으로 퇴색되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더 이룰 것도 없는 이 남자는 벌써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도 가고 싶다”고 한다. 4년 뒤 그의 나이 마흔하나다. 법정 스님(1932∼2010)은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에 ‘우리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저버릴 때 늙는다. 세월은 우리 얼굴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우리가 일에 대한 흥미를 잃을 때는 영혼이 주름지게 된다’고 썼다. 이마 주름은 좀 늘었을지 몰라도 조코비치의 영혼은 아직 팽팽해 보인다. 사람들은 여전한 그의 신체 능력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의 진짜 능력은 세상이 뭐라든 매일 ‘내 안의 꼬마’를 먼저 웃게 만드는 힘일지 모른다.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세계랭킹 3위)가 경기 도중 라켓을 땅에 내리쳐 부숴 버렸다. 이 사실이 특별한 건 알카라스가 여자 단식 1위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와 함께 대표적인 ‘나달 키즈’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2위) 같은 선수도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라켓에 화풀이를 하고는 한다. 반면 라파엘 나달(38·스페인·158위)은 프로 데뷔 후 144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라켓을 부순 적이 없다. 나달은 “라켓을 부순다는 건 자기 감정 통제를 못 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알카라스도 원래 이 철학을 잘 따랐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에게 패한 파리 올림픽 남자 단식 결승 때도 라켓을 코트에 내리 꽂으려다 참는 장면이 여러 차례 TV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난 뒤 처음 참가한 신시내티 오픈에서 결국 선을 넘고 말았다. US 오픈 전초전인 이 대회 1회전(64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알카라스는 17일 끝난 2회전에서 가엘 몽피스(38·프랑스·46위)에게 1-2(6-4, 6-7, 4-6)로 역전패했다. 우천 중단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준 알카라스는 3세트 때도 게임 스코어 1-3으로 끌려가자 라켓을 코트 바닥에 4차례 내리쳐 부숴 버렸다. 개인 1호 ‘라켓 손괴’ 기록을 남긴 알카라스는 “내 행동을 사과드린다. 코트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라면서 “이제 (US 오픈이 열리는) 뉴욕만 생각하겠다”고 18일 소셜미디어에 썼다. 올해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에서 연달아 우승한 알카라스는 26일 막을 올리는 US 오픈을 통해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서핑 국가대표 선수단이 17일부터 몰디브의 툴루스드후에서 열리는 아시아 서핑 챔피언십에서 2026년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권 도전에 나선다. 나고야 대회는 서핑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다. 아시안게임 출전권은 2024, 2025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각각 국가별로 남녀 1장씩, 총 12장이 배분된다. 올해와 내년 대회 결과에 따라 한국은 최대 남녀 2장씩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아시아 챔피언십에서는 아시아 지역을 5개 권역(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으로 나눠 각 권역 1등 국가에 아시안게임 출전권 한장을 우선배분한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권역에는 중국, 일본이 함께 있어 권역별 티켓 확보는 어렵다. 하지만 권역별 티켓 배분이 끝난 뒤 쿼터를 확보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중 랭킹 7위 안에 들면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서핑 대표팀은 △남자부(카노아 희재 팔미아노, 양진혁, 정의종) △여자부(이나라, 임수정) △남자 주니어부(윤도훈, 목하진, 전서현)에서 총 8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송민 서핑 국가대표팀 감독은 “올해와 내년 아시아 서핑 챔피언십에서 남녀 각각 2장의 출전권을 확보해 2026 아시안게임 메달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20개국에서 121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종합순위 5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번 대회가 열리는 툴루스드후는 몰디브에서 가장 유명한 서핑 성지다. 특히 ‘코크스(Cokes)’ 지역이 유명하다. 이곳은 강력한스웰(먼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파도의 강도 및 방향의 평균치)과 일정한 파도로 서핑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우측으로 굽어지는 파도는 기술적 서핑이 필요한 도전적인 환경이다. 서핑은 2021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이에 따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에 포함됐다. 한국 서핑은 2026년 아시안게임에서 서핑 첫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펜싱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이 생기는 거다. 펜싱 클럽에 가 보면 ‘올림픽 보고 왔다’는 사람이 많더라.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가장 좋다.” 파리 올림픽 펜싱 2관왕 오상욱(28)의 얼굴에선 웃음이 멎지 않았다. 오상욱은 1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SKT 임직원 대상 사인회에서도 자신을 가장 기쁘게 한다는 ‘펜싱 꿈나무’를 여럿 만났다. 이날 행사는 펜싱 국가대표팀 후원사인 SKT가 마련했다. 이 회사 직원 김인철 씨(42)는 “사실 오늘 휴가인데 (회사에) 나왔다. 아들이 펜싱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역 대회에 나가 동메달을 땄다는 김 씨의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라원 군은 펜싱 도복과 칼까지 챙겨 왔다. 행사 진행자는 “시간이 촉박하니 사인은 한 곳에만 받자”고 안내했지만 오상욱은 라원 군의 도복과 칼에 모두 정성껏 사인을 했다.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펜싱 선수 최초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모두 우승)을 달성했다. 또 구본길(35) 도경동(25) 박상원(24)과 함께 출전한 사브르 단체전에선 아시아 국가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이뤘다. 오상욱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이 남긴 성적(금 2개, 은메달 1개)이 펜싱 저변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반겼다. 오상욱은 이날 본행사 시작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선착순 100명’에 들지 못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해줄 사인을 했다. 오상욱은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쉴 새 없이 사인을 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팔 아프겠다’는 말에도 “이건 몸풀기”라며 사인을 이어 갔다.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2관왕으로 고향 대전에 자신의 이름을 딴 펜싱 전용 체육관이 생기는 것도 볼 수 있게 됐다. 대전시가 오상욱이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면 그의 이름을 붙인 펜싱 전용 체육관을 짓겠다고 약속했었다. 대전시청은 오상욱이 소속된 팀이기도 하다. 오상욱은 “작년 전국체육대회 이후 대전시에서 (올림픽) 금메달 2개를 따면 체육관을 지어 준다고 하셨다”며 “그런데 2관왕은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오상욱은 지난해 발목과 손목 부상으로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체육관 건립 얘기가 나왔을 당시엔 폼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다. 그래서 지어 주시면 감사하지만 힘들겠다고 생각했었다”며 “(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고 나니 (개인전) 그랜드슬램이라는 것도, 체육관이 지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메달의 의미가 더 커졌다”고 했다. 오상욱은 8일 대전시청이 마련한 행사에서 “대전은 제가 살아온 보금자리인데 그런 대전에서 제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돼 영광이다.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을 뛰어넘는 오상욱이 되겠다”고 했었다. 16일 사인회에 참석한 그는 ‘이미 성심당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성심당은 못 이기겠더라. 전통이 워낙 기니까”라며 웃었다. 오상욱은 “형 클럽에도 펜싱을 처음 배우려는 사람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펜싱 선수였던 두 살 위 친형은 펜싱 클럽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다가 부상 때문에 칼을 내려놨던 형은 지난해 부상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오상욱에게 “다치는 게 무서워서 피하면 선수 생활을 못 한다. 부딪쳐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오상욱은 “형은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진심이 담긴 충고를 많이 해줬다. 형보다는 동료의 느낌으로 많이 도와줘서 (금메달을 따고) 형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오상욱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개인전 2연패와 단체전 4연패를 꿈꾸고 있다. 오상욱은 “LA(올림픽)가 멀기는 하지만 거기서도 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7일부터 전남 영광에서는 대통령배 전국남녀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대회다. 오상욱은 이 대회에 참가해 11월부터 시작되는 2024∼2025시즌 국제대회 출전을 위한 태극마크 지키기에 나선다. 펜싱은 1년에 4개 국내 대회(종목별 오픈, 대통령배, 국가대표 선발전, 김창환배) 성적을 더한 점수에 랭킹 포인트를 부여해 국가대표를 뽑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파리 올림픽에서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화제가 됐던 ‘삐약이’ 신유빈(20·사진)이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모델이 됐다. 신유빈은 광고모델 계약금 중 1억 원을 탁구 꿈나무를 위해 쾌척했다. 신유빈은 16일 서울 강동구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해 “국민 여러분께서 정말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광고 모델을 할 수 있게 됐다. 받은 사랑과 응원을 후배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 행복하다. 이번 기부로 더 큰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동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신유빈은 혼합복식에서 12년 만에 한국 탁구에 올림픽 메달을 안겼고, 여자 단체전에서는 16년 만에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신유빈은 여자 단식에서도 4위를 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 신유빈 선수의 ‘바나나 먹방’이 바나나맛우유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 신 선수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바나나맛우유의 이미지에도 잘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바람의 후예’ 김도영(KIA)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 최단 경기 30홈런-30도루 클럽 회원이 됐다. 김도영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경기에서 3-1로 앞서가던 5회초 1사 1루 상황에 들어서 상대 선발 헤이수스(28)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0m짜리 시즌 30호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전날까지 시즌 33도루를 기록하고 있던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프로야구 통산 9번째 30홈런-30도루 클럽 회원이 됐다. 국내 선수가 프로야구에서 30홈런-30도루 기록을 남긴 건 2000년 박재홍(51·당시 현대) 이후 24년 만이다. 이날이 20세 10개월 13일인 김도영은 박재홍이 1996년 현대 소속으로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30홈런-30도루 클럽 문을 열면서 남긴 역대 최연소(22세 11개월 27일) 가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마이크 트라우트(33·LA 에인절스)가 2012년 21세 3개월 1일에 세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연소 기록보다도 빠른 기록이다. 김도영은 자신이 출전한 시즌 111번째 경기에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테임즈(38·NC)가 2015년 남겼던 최소 경기(112경기) 기록도 깼다. 김도영은 광주동성고 시절부터 고향 선배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54)의 뒤를 이을 ‘5툴 플레이어’로 평가받았던 선수다. 광주 연고 팀 KIA는 다른 팀이 2022년 신인 드래프트 때 유망주 투수를 1차 지명하는 가운데도 투수 최대어로 꼽힌 문동주(21·현 한화) 대신 김도영을 선택했다. 그리고 김도영은 두 시즌 만에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종범은 1997년 30홈런-64도루를 기록하며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 적이 있다. KIA에서 30-30 클럽 회원이 나온 건 당시 이종범과 1999년 34홈런-31도루를 기록한 홍현우에 이어 김도영이 세 번째다. 프로야구 최다(11회) 우승팀 KIA ‘레전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도영은 ‘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48)의 이름마저 지워버릴 태세다. 2003년 10월 2일생인 김도영이 올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면 이 감독의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21세 1개월 14일) MVP 수상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김도영은 올해 4월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한 달 안에 10홈런-10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도영은 이제 2015년 테임즈(47홈런-47도루) 한 명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기 호랑이’ 김도영(21·KIA)이 2024년을 호랑이의 해로 만들었다. 김도영은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5회 터진 홈런포로 마침내 시즌 30호 홈런을 완성했다. 김도형은 이날 키움전 5회 3-1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선발투수 헤이수스의 초구 빠른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미 지난달 30도루를 완성해 놨던 김도영은 이날 홈런으로 역대 최연소(20세 10개월 13일)로 ‘30홈런-30도루(30-30)’의 주인이 됐다. 종전 프로야구 최연소 30-30 기록은 1996년 9월 박재홍이 현대 시절 달성한 22세 11개월 27일이었다. 김도영은 28년 가까이 최연소 기록으로 남아있었던 이 기록을 2년 넘게 줄였다. 김도영의 최연소 30-30 기록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연소 30-30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보다 빨랐다. 트라우트는 2012년 달성 당시 나이가 21세 2개월 1일이었다. 김도영은 111번째 경기에서 30-30을 달성해 2015년 테임즈가 달성한 최소경기(112경기) 30-30 기록도 갈아치웠다.이날 경기 전까지 김도영은 3일 한화전에서 29호 홈런을 달성한 뒤 7경기 연속 홈런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홈런은 물론 장타도 사라졌다. 해당 기간 김도영은 21타수 5안타로 타율도 0.238에 그쳤다. 하지만 전날인 14일 키움전에서 이달 들어 처음으로 담장 상단을 때리는 3루타를 날려 장타 감각을 회복했다. 이날도 첫 타석에서 헤이수수의 3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대형 파울홈런을 만들어냈던 김도영은 3회 병살타로 물러났다. 이후 김도영은 세 번째 타석에서 기다렸다는 듯 초구를 공략해 비거리 130m짜리 홈런으로 대기록을 완성했다. 김도영의 30-30은 프로야구 역사상 9번째 기록이다. 1호 기록 주인인 박재홍(현대·1996, 1998, 2000)만 세 차례 달성했고 이후 이종범(해태·1997), 홍현우(해태·1999), 이병규(LG·1999), 데이비스(한화·1999), 테임즈(NC·2015) 등 여섯 명의 타자가 한 차례씩 달성했다.김도영은 프로 데뷔 전부터 고향 선배 이종범에 빗대 ‘제2의 이종범’ ‘바람의 후예’ 등으로 불렸던 선수다. 고교 시절부터 야구선수에게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췄다는 ‘5툴 플레이어’라고 평가받았다. 2022년 KIA가 대부분의 구단이 강속구 투수를 뽑는 1차 지명에서 야수 김도영을 선택한 이유였다. 큰 기대 속 ‘호랑이의 해’인 2022년 데뷔한 김도영은 시범경기부터 타율(0.432), 안타(19개), OPS(출루율+장타율 1.068) 1위에 오르며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정규시즌에서는 활약을 이어지지 못했고 그 해 신인왕 투표에서 2표를 받는 데 그쳤다. 2023시즌에도 시범경기에서 활약을 이어가자 김도영에게는 ‘이종봄’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정규시즌에 보여준 게 없어 ‘봄에만 잘한다’는 조롱이 섞인 별명이었다. 당시에도 김도영은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주루 도중 발목 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6주 후인 6월 말에야 복귀했다. 84경기 출전에 그치며 데뷔 후 처음으로 3할타율(0.303)을 기록한 데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천재타자에게 시행착오는 두 시즌이면 족했다. 지난해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도중 손가락 부상으로 재활에 4개월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스프링캠프를 정상 소화한 김도영은 4월 한 달 동안만 지난 2시즌 자신의 통산홈런(10개)과 같은 10홈런을 완성하며 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하며 돌풍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최연소-최소경기 30-30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202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역시 괜히 ‘슈퍼스타’가 아니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사진)가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을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했다. 오타니는 14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방문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시즌 37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33도루를 기록 중인 오타니는 홈런 3개, 도루 7개를 더하면 MLB 역사상 6번째 40홈런-40도루 클럽 회원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아시아 출신 타자가 MLB에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 것도 올 시즌 오타니가 처음이다. 오타니는 4일 오클랜드 방문경기까지 33홈런-30도루를 기록하며 이 클럽에 가입한 뒤 열흘 동안 홈런 4개, 도루 3개를 추가했다. 14일 밀워키 방문경기는 다저스의 시즌 120번째 경기였다. 지난해 41홈런-73도루로 MLB 역대 5번째 40홈런-40도루 클럽 회원이 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7·애틀랜타)는 팀의 120번째 경기 때까지 27홈런-55도루를 기록하고 있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타격에만 전념하고 있는 오타니는 산술적으로 올 시즌 50홈런-45도루를 기록할 수 있다. 이전에는 투타를 겸업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2021년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46홈런-26도루를 남긴 게 각각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도루는 성공할 때마다 신기록이고 홈런도 개인 최다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다저스는 이날 밀워키를 7-2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다저스는 이날까지 71승 49패(승률 0.592)를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인 클리블랜드(71승 49패)와 함께 MLB 양대 리그 30개 팀 중 최고 승률 공동 1위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파리 올림픽이 12일 막을 내렸다. 대회 개막 전부터 시작된 23일간의 현지 취재를 마감하며 TV 중계 카메라 뒤에 감춰져 있던 태극 전사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 14번의 인터뷰에도 ‘미소 가득’ 한국 탁구 선수 중 유일하게 3개 종목(단식, 복식, 단체전)에 모두 출전한 신유빈은 총 14경기를 치렀다. 인터뷰도 최소 14번을 해야 했던 것. 신유빈은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한결같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는 “이제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냐”며 취재진에 단체 셀카를 제안하기도 했다. “내 마음속 최우수선수(MVP)는 신유빈”이라고 꼽은 기자도 많았다는 후문.● 냉혹한 킬러? 순수한 시골 소녀!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2)는 ‘냉혹한 킬러’ 이미지 덕에 미국 NBC방송이 선정한 ‘파리 올림픽 10대 스타’에 뽑혔다. 하지만 사격계에서는 여전히 순박한 시골 소녀로 통한다. 사격계 관계자는 “(충북) 단양 출신인 김예지는 영혼이 순수한 아이였다. 좌판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며 “심성이 워낙 착해 잘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세계적인 스타가 될 줄은 몰랐다”고.● 액땜 후 금메달 딴 신스틸러 도경동 펜싱 대표 도경동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잃어버렸다. 여권을 되찾고 개인 첫 올림픽에 나선 도경동은 단체전 결승에서 구본길 대신 들어가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신스틸러’가 됐다. 한국 남자 사브르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도운 도경동은 “광고 모델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며 너스레. ● 허미미를 구한 데구치 유도 여자 57kg급 은메달을 딴 허미미(22)는 시상대 위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단체 셀카를 찍어야 하는데 올림픽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제공한 스마트폰 작동 방법을 몰랐던 것. 결국 결승 상대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의 도움을 받아 촬영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허미미는 “다른 회사 스마트폰만 써서 작동법을 전혀 몰랐다. 짧은 순간 진땀이 났다”고.● 은퇴 선언 후 찾아온 깜짝 동메달 유도 남자 60kg급의 김원진(32)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인 파리 대회에서 개인전 노메달에 그친 후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출전 의사 없이 혼성단체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만 올렸다. 그런데 후배들이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그도 덩달아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마침내 즐긴 에펠탑 역도 여자 81kg 초과급 은메달을 딴 박혜정(21)은 2년 전 콜롬비아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다가 환승 비행기를 놓쳐 파리에서 1박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2위를 하며 에펠탑 철 조각이 박힌 메달까지 받은 그는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 에펠탑을 마음껏 즐겼다. 현지에 응원을 온 아버지, 언니와 달팽이 요리까지 먹은 건 덤이었다. ● ‘도쿄 스타’ 김연경, 파리 무대도 출연 3년 전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배구 여제’ 김연경(36)도 파리를 찾았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김연경은 국제배구연맹(FIVB) 홍보대사로 초청받았다. 김연경은 비치발리볼 준결승 경기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 14시간 날아와 7초 만에 끝 스포츠 클라이밍 스피드에 출전한 신은철(25)은 7초 만에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상대보다 먼저 정상을 찍어야 하는 이 종목 8강 단판 승부에서 패했기 때문. 서울에서 파리까지 날아온 14시간의 비행시간이 아까울 만도 하지만 신은철은 “이 종목이 원래 그렇다. 빠르면 5초에 승부가 끝나기도 한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8강, 4강, 결승까지 진출해 오래 버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파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을 앞두고 관심은 온통 엘리우드 킵초게(40·케냐)에게 쏠렸다. 킵초게는 2016년 리우 대회,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한 동료를 대신해 출전한 에티오피아의 타미라트 톨라(33)가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10일 프랑스 파리 오텔드빌에서 출발해 앵발리드로 골인한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 42.195km 레이스. 톨라는 2시간6분26초를 기록해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새뮤얼 완지루(케냐)가 세운 종전 올림픽 기록(2시간6분32초)을 6초 단축하며 정상에 올랐다. 톨라는 에티오피아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금메달로 선사했다. 에티오피아 선수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도 2000년 시드니 대회 게자헤그네 아베라 이후 24년 만이었다. 우승 후보 킵초게는 15km를 지나면서 선두 그룹에서 뒤처졌고 결국 30km를 지나 기권했다. 킵초게가 출전한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시르 아브디(벨기에)가 2시간6분47초, 벤슨 키프루토(케냐)가 2시간7분00초로 각각 2, 3위에 올랐다. 당초 톨라는 이번 대회 에티오피아 마라톤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 국가대표로 뽑혔던 시사이 레마가 레이스 2주 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후보 선수였던 톨라가 대신 출전하게 됐다. 톨라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레마와 함께 훈련했다. (레마가) 다쳤을 때도 함께 있었다. 나에게 ‘이 컨디션으로 내가 나가는 것보단 네가 나가는 게 낫다’고 말해준 레마에게 고맙다. 오늘 승리는 나에게 기회를 준 레마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마라톤은 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시작되기 전부터 ‘난코스’라는 평을 받았다. 누적 상승 고도가 436m, 누적 하강 고도도 438m에 달했다. 또 대회 당일 최고기온은 섭씨 22도였지만 레이스 초반 습도가 74%에 달했고 레이스 내내 강한 햇볕이 내리쫴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잔인한 레이스’라 불린 상황에서도 반환점을 1시간4분51초에 돈 톨라는 25km 지점을 지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갔고 단독 질주 끝에 올림픽 기록을 새롭게 했다. 11일 열린 여자부에서는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 시판 하산(31·네덜란드)이 2시간22분55초의 올림픽 기록(종전 2시간23분07초)을 세우며 우승했다. 이번 대회 육상 여자 5000m, 1만 m에서 동메달 두 개를 땄던 하산은 금메달을 추가했다. 하산은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지만,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으로 네덜란드에 정착해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는 5000m와 1만 m 2관왕에 올랐었다. 하산은 올림픽 폐막식에서 금메달을 받은 최초의 여자 마라톤 선수가 되는 영광도 안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폐회식 때 마지막 날 열린 마라톤 메달 시상식을 열었는데 양성 평등을 강조한 이번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여자 마라톤을 남자 마라톤보다 늦게 개최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역도 요정’ 박혜정(21)이 하늘로 떠난 어머니와 함께 올림픽 은메달을 들어 올렸다. 박혜정은 11일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81kg 초과급) 경기에서 인상 131kg, 용상 168kg으로 합계 299kg을 기록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296kg)을 3kg 늘린 한국 기록이었다. 다만 이 종목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리원원(24·중국·합계 309kg)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리원원은 용상 마지막 3차 시기 때 바벨 대신 코치를 들어 올리며 올림픽 2연패를 자축했다. 리원원은 이 종목 세계 기록(335kg)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올해 4월 모친상을 당한 박혜정은 “그동안 엄마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올림픽에 오니 워밍업하면서부터 생각이 났다. 오늘도 경기 뛰면서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는 “아빠랑 언니에게 많이 기대면서 여기까지 왔다. 둘이 지금 경기장에 와 있는데 얼른 가서 메달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가면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겠다”며 “내일 비행기 타기 전에는 아빠, 언니와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가고 싶다”라면서 웃었다. 여자 역도 최중량급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41)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건 종목이다. 장 차관은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중국 선수 탕궁훙(45)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4년 후 메달 색을 금빛으로 바꿨다. 박혜정도 자신의 첫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일단 메달을 딴 다음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훈련을 이어 왔다.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폼이 많이 떨어졌더라. LA에서는 붙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이제 조금만 더 성장하면 내가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이날 은메달을 따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자 53kg급 동메달리스트 윤진희(38) 이후 8년 만에 한국에서 나온 올림픽 역도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 기간에 올림픽 메달을 차지한 한국 남자 선수도 없다. 박혜정은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은 이제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매 대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 결선에서는 성승민(21)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경기 시상대에 올랐다.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이번 대회를 치른 성승민은 “4년 뒤에는 메달을 금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베르사유=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역도 요정’ 박혜정(21)이 하늘로 먼저 떠난 어머니와 함께 올림픽 은메달을 들어 올렸다. 박혜정은 11일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81kg 초과급) 경기에서 인상 131kg, 용상 168kg으로 합계 299kg을 기록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296kg)을 3kg 늘린 한국 신기록이었다.다만 이 종목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리원원(24·중국·합계 309kg)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리원원은 용상 마지막 3차 시기 때 바벨 대신 코치를 들어 올리며 올림픽 2연패를 자축했다. 리원원은 이 종목 세계 기록(335kg)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올해 4월 모친상을 당한 박혜정은 “그동안 엄마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올림픽에 오니 워밍업하면서부터 생각이 났다. 오늘도 경기 뛰면서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는 “아빠랑 언니에게 많이 기대면서 여기까지 왔다. 둘이 지금 경기장에 와 있는데 얼른 가서 메달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가면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겠다”며 “내일 비행기 타기 전에는 아빠, 언니와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가고 싶다”라면서 웃었다.여자 역도 최중량급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41)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건 종목이다. 장 차관은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중국 선수 탕궁훙(45)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건 뒤 4년 후 메달 색을 금빛으로 바꿨다. 박혜정도 자신의 첫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일단 메달을 딴 다음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훈련을 이어 왔다.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폼이 많이 떨어졌더라. LA에서는 붙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이제 조금만 더 성장하면 내가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박혜정은 이날 은메달을 따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자 53kg급 동메달리스트 윤진희(38) 이후 8년 만에 나온 한국 출신 올림픽 역도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 기간에 올림픽 메달을 차지한 한국 남자 선수도 없다. 박혜정은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은 이제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매 대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 결선에서는 성승민(21)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경기 시상대에 올랐다.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이번 대회를 치른 성승민은 “4년 뒤 메달을 금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베르사이유=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도전을 아쉽게 마쳤다. 우상혁은 11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1을 세 차례 연속해 넘지 못하고 대회를 7위로 마쳤다.우상혁은 이날 결선 진출 선수 12명 중 8명만 남은 2m31를 두 차례 실패한 뒤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트랙 위에 섰다.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며 머리를삭발 수준으로 짧게 민 우상혁은 점프 전 자극을 주기 위해 두 손으로 머리를 수 차례 때린 터라 양쪽 이마 끝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만큼 성공이 간절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세 번째 2m31 시도에도 바를 떨어뜨려 더 이상 도전할 기회를 잃게 됐다.바와 함께 떨어진 우상혁은 한동안 매트에 고개를 파묻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듣고 관중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그렇게 우상혁은 파리에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걸고 돌아가겠다던 다짐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이날 결선무대를 밟으면서 이미 한국 트랙·필드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개 대회에서 연속해 결선 무대를 밟는 역사를 쓴 상태였다.세계 최고 점퍼 12명이 모인 올림픽 결선 무대는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첫 번째 2m17를 실패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두 번째 2m22까지 브라이언 라츠(20·남아프리카) 혼자만 떨어졌을 뿐이었다. 결선 진출자를 가렸던 2m27에 와서야 탈락자가 3명 나왔다. 올 시즌 최고기록(2m37) 보유자였던 지안마르코 탐베리(32·이탈리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날 2m22를 두 차례 연속 시패한 뒤 3차 시기에 극적으로 바를 넘으며 생존했던 탐베리는 2m27에서 세 차례 연속 바를 떨궜다. 도쿄 대회 때 무타즈 에사 바르심(33·카타르)과 공동 금메달을 땄던 디펜딩 챔피언은 그렇게 파리에서 일찌감치 작별을 고한 뒤 코칭스태프의 품에 안긴 채 한참이나 눈물을 쏟았다. 탐베리는 파리에 도착한 뒤 신장 관련 질환으로 이날까지 두 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지는 등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우상혁과 티호미르 이바노프(30·불가리아)가 2m31에서 떨어진 뒤에는 우상혁의 동갑내기 점퍼 해미시 커(뉴질랜드)와 쉘비 매큐언(미국)이 나란히 2m36을 1차 시기만에 성공시키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앞서 커는 2m31을 3차 시기에, 매큐언도 2m34를 3차 시기에 성공시키며 한 번씩 탈락 위기를 넘어선 뒤였다. 2m36은 커의 개인 최고기록과 같은 높이였고 매큐언은 개인 최고기록이었다.2m34까지 한 번도 바를 떨어뜨리지 않아 최소 동메달을 확정한 바르심은 2m36을 2차 시기까지 실패한 뒤 3차 시기를 시도하는 대신 바를 2m38로 높여 도전을 이어갔지만 실패했다. 높이뛰기는 높이와 상관 없이 세 차례 연속해 바를 떨어뜨리면 그대로 경기를 마친다.현역 최강 점퍼 바르심(개인 최고기록 2m43)이 탈락한 뒤 커와 매큐언이 한 번도 넘어본 적 없던 2m38을 두고 경쟁을 이어갔다. 나란히 2m38을 세 차례씩 실패한 이들은 공동 금메달 대신 한 명이 실패할 때까지 점프를 이어가는 ‘점프오프’로 금메달의 주인을 가리기를 택했다. 두 선수가 같은 기록일 때 승자를 가리는 이날 전체 점프 실패 횟수도 2회로 같았기 때문이다.2m38에 나란히 한 차례씩 실패한 이들은 2m36으로 높이를 낮춘 점프오프에서도 나란히 실패했다. 이날 2m17부터 2m22, 2m27, 2m31, 2m34, 2m36까지 8번 점프를 한 뒤 2m38을 4번씩 실패한 이들은 높이를 낮춰 점프오프를 이어갔다.두 선수는 이미 12번의 점프를 한 뒤 이어간 점프에서 2m36에 차례로 실패했다. 지칠대로 지친 매큐언은 2m34도 실패했다. 결국 이날 14번째 점프 끝 2m34를 가뿐히 성공시킨 뒤 스타드 드 프랑스 잔디밭을 누비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생드니=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