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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올해 고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들이 구체적인 선발 규모 등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현재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옮겨 400명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경우 전체 신입생 정원(약 3500명)의 11.4%가 무전공으로 입학하게 된다. 한양대도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문·이과 상관없이 정원 내 250명, 정원 외 외국인 80명 등 총 330명을 선발하기로 확정했다. 대학들이 앞다퉈 준비에 나서는 건 교육부에서 ‘융합형 인재 육성’과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며 무전공 선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에 많게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때만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인센티브(총 4426억 원)를 줄 계획이다. 일부 대학은 “기초학문 고사 및 학생들의 중도 이탈 우려가 있음에도 교육부가 준비 기간 없이 성급하게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인기 학과의 반발로 제도 도입을 위한 설명회가 중단되기도 했던 한 대학에선 “대학 본부가 교수들에게 제발 봐달라며 빌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의 경우 무전공 선발 도입으로 선택지는 늘게 됐지만 참고할 수 있는 과거 합격점수 데이터가 없다 보니 올 9월 수시모집 때부터 지원 여부를 두고 눈치싸움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무전공 선발의 경우 합격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無전공 확대 두고… “기초학문 고사 우려”vs“학생 선택권 보장” 교육부 ‘무전공 확대’ 논란대학들 선발방안 마련 시간 빠듯… 시스템 준비 어려워 부실화 우려중도이탈-인기과 교수충원도 문제… 일각 “무전공 대신 전과 활성화를” “비인기 학과는 정원 일부를 무전공 선발 인원으로 내놓으면 결국 학과가 사라질 거라고 난리입니다. 학생들이 2학년에 올라갈 때 선택을 안 하면 망한다는 거죠.”(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면 1학년 때 교양 과목을 깊이 있게 가르칠 교수가 있어야 하고 전공 탐색도 대학 차원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제대로 준비를 안 하면 피해는 결국 신입생에게 돌아가게 됩니다.”(한 국립대 관계자) 대학들은 교육부가 ‘자율 전공 선택제’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무전공·자유전공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갑작스러운 추진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무전공 1학년’ 관리 준비 안 돼 주요 대학들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8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무전공 선발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고려대는 95명 규모인 자유전공학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세대는 무전공 선발 검토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학들은 시간이 촉박해 무전공 선발 시스템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무전공 선발이 시행되면 자기주도학습이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 상당수는 1년간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며 “학과별로 어떤 진로가 있고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학년 때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의 중도 이탈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위기감도 높다. 지금도 서울 상위권 대학조차 최상위권 대학이나 의약학 계열로 가겠다며 반수, 재수를 위해 이탈하는 학생이 많은 실정이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원하는 전공을 성적과 상관없이 다 받아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학생 입장에선 1년간 ‘희망 고문’만 당하다가 학교를 그만두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기초학문 고사 우려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불리는 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한 학과 정원의 20%를 무전공으로 선발할 경우 지원자가 없으면 정원이 줄고 교수 충원이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가 폐과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의 교수 충원도 문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컴퓨터공학과 쪽은 지금도 외국에서 처우가 좋아 교수를 뽑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무전공 선발을 성급히 늘리지 말고 전과(학과를 옮기는 것) 제도를 활성화하자” 등의 제안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공식화한 것”이라며 추진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서 선발 인원의 40%도 못 채운 대학이 지난해의 2배로 늘었다. 특히 서울교대는 미충원 인원 비율이 80.5%로 지난해(36.9%)보다 40%포인트 이상 늘었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 인구가 감소한 데다 지난해 하반기 교권 침해 논란이 이어졌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종로학원은 2024학년도 전국 221개 대학의 수시 미충원 인원이 3만7332명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미충원 인원 비율은 14.0%로 지난해 13.9%(3만6446명)보다 소폭 늘었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시 선발 인원 자체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시 선발 인원의 40%도 못 채운 학교는 총 15곳으로 지난해(8곳)의 2배 가까이 됐다. 이 중 11곳은 수도권 외 지역에 있었는데, 특히 경북의 한 대학은 선발 인원의 1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의 미충원 비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미충원율이 높은 상위 20개교 중 4곳이 교대였다. 서울교대는 선발 인원 185명 중 149명을 뽑지 못했고 경남 진주교대, 전북 전주교대, 강원 춘천교대 등 3곳도 미충원 비율이 60%를 넘었다. 권역별로 보면 서울 42개 대학의 미충원 인원 비율은 3.4%, 수도권 47개 대학은 4.8%, 비수도권 132개 대학은 18.7%였다. 비수도권의 미충원 비율이 서울의 5.5배에 이르는 것이다. 다만 서울도 미충원 인원 비율은 지난해(3.0%)에 비해 소폭 증가해 서울 상위권 대학들도 올해 정시 추가모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이달 6일 마감된다. 합격자 발표는 다음 달 6일까지 진행되며, 추가모집 기간은 다음 달 22∼29일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서 선발 인원의 40%도 못 채운 대학이 지난해의 2배로 늘었다. 특히 서울교대는 미충원 인원 비율이 80.5%로 지난해(36.9%)보다 40%포인트 이상 늘었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 인구가 감소한 데다 지난해 하반기 교권 침해 논란이 이어졌던 영향으로 풀이된다.종로학원은 2024학년도 전국 221개 대학의 수시 미충원 인원이 3만7332명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미충원 인원 비율은 14.0%로 지난해 13.9%(3만6446명)보다 소폭 늘었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시 선발인원 자체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시 선발 인원의 40%도 못 채운 학교는 총 15곳으로 지난해(8곳)의 2배 가까이가 됐다. 이중 11곳은 수도권 외 지역에 있었는데, 특히 경북의 한 대학은 선발인원의 1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교대의 미충원 비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미충원율이 높은 상위 20개교 중 4곳이 교대였다. 서울교대는 선발인원 185명 중 149명을 뽑지 못했고 경남 진주교대, 전북 전주교대, 강원 춘천교대 등 3곳도 미충원 비율이 60%를 넘었다.권역별로 보면 서울 42개 대학의 미충원 인원 비율은 3.4%, 수도권 47개 대학은 4.8%, 비수도권 132개 대학은 18.7%였다. 비수도권의 미충원 비율이 서울의 5.5배에 이르는 것이다. 다만 서울도 미충원 인원 비율은 지난해(3.0%)에 비해 소폭 증가해 서울 상위권 대학들도 올해 정시 추가모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이달 6일 마감된다. 합격자 발표는 다음달 6일까지 진행되며, 추가모집 기간은 22~29일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서울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처음으로 5만 명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6만6324명)보다 10.3% 급감한 것이다. 강서구 서울개화초와 강남구 서울대청초는 2년 연속 신입생이 10명대에 그쳤다. 3일 서울시교육청은 2024학년도 관내 초교 취학 대상자 수가 국·공·사립을 통틀어 총 5만949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취학 대상자는 입학 전해 10월 1일 각 주민센터가 발송하는 취학 통지서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이사, 해외 체류, 대안교육 등을 감안하면 매년 실제 입학생은 취학 대상자의 90% 내외였다. 서울 초교 취학 대상자는 2019년 7만8118명에 달했지만 최근 5년 동안 23.8% 감소했다. 서울 강서구 개화초는 지난해 실제 입학생이 16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적었는데, 올해는 14명으로 2명 더 줄어든다. 학령인구의 가파른 감소세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올해 전국 초교 입학생은 처음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9년 출생아는 30만2676명에 불과해 2026년 초교 입학생 수는 20만 명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출생아는 2019년보다도 22.3% 줄어든 23만5039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전문가들은 초중고교 통합 운영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을 닫는 소규모 학교가 늘면 주변 지역이 황폐화되면서 지방 소멸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초중고 학제는 그대로 두되 비용 절감을 위해 행정·시설을 통합 운영하는 ‘이음학교’를 지역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중·고 통합 모델을 시도 중인 일신여중과 잠실여고가 이음학교의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생 수 240명 이하인 초교, 300명 이하인 중고교 등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계획을 담은 ‘적정규모학교 육성 정책’을 올 상반기(1∼6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2020년경까지 절반씩이던 문·이과 학급 수가 ‘의대 열풍’ 이후 문과 2, 이과 8 수준이 됐습니다.” 지방의 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관계자는 1일 “고교에서 문·이과 균형은 이미 무너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종로학원은 학급 편성 정보를 공개한 전국 자사고 25곳을 분석한 결과 전체 248개 학급 중 171개(69%)가 이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과 학급은 77개(31%)에 그쳤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포스코고는 전체 학급 8개 중 7개가 이과반으로 이과반 비율이 87.5%에 달했다. 이과 강세는 특히 서울의 ‘강남 3구’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송파구 보인고는 이과 학급 비율이 83.3%로 서울권 광역단위 자사고 15곳 중 가장 높았다. 서초구 세화고(81.8%), 강남구 중동고(75%) 등도 높은 편이었다. 강북의 한 자사고 교장은 “사교육 열풍이 심한 강남권일수록 이과 수요가 많다”며 “2022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지면서 이과생이 고득점에 유리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이과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 2028학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을 없앨 계획이다. 문·이과 모두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도록 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지금의 선택과목 체제에선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미분과 적분’, ‘기하’ 등이 문과생들의 ‘확률과 통계’보다 고득점에 유리하다. 하지만 한 자사고 교장은 “이과 쏠림을 수능 때문만이라고 보는 건 잘못”이라며 “대학 졸업 후 사회에서 받는 대우, 취업과 연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 만큼 입시제도만 바꾼다고 문과 붕괴 현상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자사고 관계자도 “문과 붕괴는 의대 열풍과 문과 취업난, 이과에 유리한 입시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4학년도 1학기 대학 학자금 대출 신청 및 접수가 이달 3일∼4월 25일 진행된다. 대출금리는 연 1.7%로 7학기째 동결됐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3일부터 대학 학자금 대출 신청을 받는다고 1일 밝혔다.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학생은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www.kosaf.go.kr)에 접속하거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신청하면 된다. 교육부는 “소득과 재산 등에 따라 정해지는 학자금 지원 구간 산정 등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해 늦어도 마감일 8주 전에 신청해야 안정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생활비 대출 신청 및 접수는 5월 16일까지 진행되는데, 올해부터 생활비 대출 연간한도는 35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늘었다. 한편 교육부는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7학기째 학자금 대출금리를 동결했다. 현재 시중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연 4.97%)보다 3%포인트 이상 낮은 것이다. 또 사회초년생의 빠듯한 자금 사정을 감안해 취업 후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기준 연소득을 2525만 원에서 2679만 원으로 올렸다. 기초·차상위·다자녀 가구의 대학생은 취업 후 소득이 이 금액이 될 때까지 이자를 안 내도 된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사들은 2023년 울분을 삼키며 한 해를 보냈다. 올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젊은 교사가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는 일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게 발단이었다.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세상을 떠난 다른 교사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드러났다. 도를 넘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추락 실태 앞에서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고, 동료의 죽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전국 교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린 올 9월 4일에는 1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등에 모여 교권보호법 제정을 요구했다. 결국 국회는 입법으로 응답했다. 2024년 새해를 앞두고 이달 28일 경기 화성시 예원초에서 만난 왕후승 교사(36)는 “법이 바뀌었다고 현실이 갑자기 좋아질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우리를 믿고 따르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계속 교단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바둑돌 시위’로 국회 움직여… 교사들 “아이들 위해 교단 지킬것”초등교사, 본보 선정 올해의 인물서이초 계기 교권 추락 민낯 드러나“정당한 교육활동 보장해달라”… 교사들, 11차례 장외집회 열어“학생-학부모-교사 존중하는 학교로”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 교사에게 ‘소송하겠다’며 협박하는 학부모, 교사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학부모 단톡방…. 올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교권 추락의 현실은 참담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2023년 교사들은 ‘을(乙) 중의 을’로 전락해 있었다. 학생들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거부했고, 학부모는 작은 일만 생겨도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신고했다. 일부 학교장들은 교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당신이 참으라’며 사안을 덮기에 바빴다. 결국 교사들은 거리로 나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외쳤다.● 정부와 국회 움직인 ‘바둑돌 시위’ 28일 경기 화성시 예원초 교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임세봉 청원초 교사(34)는 “서이초 사건을 접한 뒤 초등교사라면 누구나 자신을 힘들게 했던 학부모 얼굴이 떠올라 잠을 못 이뤘을 것”이라며 “저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또 “현실이 불합리해도 ‘묵묵히 할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깨닫게 됐다”고 했다. 임 교사처럼 ‘더는 참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교사들은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7월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것을 시작으로 10월까지 11차례 광화문과 여의도를 오가며 집회를 열었다. 현직 교사들이 장기간 대규모 거리 집회에 나선 건 처음이었다. 시위 당시 ‘바둑돌’처럼 질서정연하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두고 “시위를 해도 선생님은 역시 선생님”이란 말도 나왔다. 이들의 요구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해 달라는 단 한 가지였다. 숨진 서이초 교사는 올해 초부터 담임을 맡은 학급의 문제 학생을 힘들어 했고, 해당 반에서 학교폭력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교사는 부장교사와의 상담에서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해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고도 했다. 9월 4일에는 사상 초유의 ‘공교육 멈춤의 날’이 선포됐고 전국에서 10만 명 이상(주최 측 추산)의 교사가 거리로 나왔다. 당시 교육부는 “수업에 빠지면 중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지시하자 징계 방침을 백지화했다. 이후 국회는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인 9월 21일 ‘교권 보호 4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을 처리했다. 2학기부터 일선 초중고교에서 교육부의 교권보호 고시도 시행됐다.● “아이들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교단 지켜”교권 추락 사태로 일부 교사는 교단을 떠났고, 일부 교대생은 교사의 꿈을 접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여전히 교단을 지키고 있다. 박효천 태평초 교사(42)는 “그래도 역시 아이가 잘되길 가장 바라는 사람은 부모님과 선생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고 교실이 붕괴되면 가장 힘없고 약한 아이들이 상처를 입는다”며 “그런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교직에 남고 싶다”고 했다. 초교 6학년생의 학부모인 동시에 경기 양주시 옥빛초 교사인 정수경 씨(41)는 “교실에는 금쪽이부터 은쪽이, 동쪽이, 납쪽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는 극소수”라며 “사건 이후 사소한 민원이 조금씩 줄었다는 동료 교사의 말이 들려오고 있다”고 했다. 또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며 “악성민원은 통용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교실도 달라질 수 있다”며 강조했다. 교사들은 2024년 새해에는 변화된 학교에서 마음껏 교육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왕 교사는 “지금은 교사들이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악성 민원이 접수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며 “교사들이 불안과 두려움에 떨지 않고 교육에 헌신할 수 있게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서로 존중하는 학교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성=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합격생 10명 중 1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열 합격생 중 상당수가 지방대 의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돼 ‘최상위권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번 수시에서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의 비율은 10.5%(228명)였다. 지난해(9.4%·194명)보다 다소 늘었다. 계열별로는 자연계열의 미등록 비율이 15.1%로 가장 높았다. 인문·사회계열은 3.9%였다. 의예과는 합격생 전원이 등록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미등록 비율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자연계 이탈’ 현상을 피해 가진 못했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는 미등록 비율이 137%, 반도체공학과는 95%였다. 미등록 비율이 100%를 넘는 건 최초 합격자 전원과 일부 추가 합격자까지 등록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연세대 인공지능(AI)학과의 경우 수시 선발 정원이 39명인데, 최초 합격생이 대부분 등록을 포기해 38명이 ‘추가 합격’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대가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미등록 인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다른 대학 의대로 빠져나가는 최상위권 인원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합격생 10명 중 1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열 합격생 중 상당수가 지방대 의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돼 ‘최상위권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2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번 수시에서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의 비율은 10.5%(228명)였다. 지난해(9.4%·194명)보다 다소 늘었다. 계열별로는 자연계열의 미등록 비율이 15.1%로 가장 높았다. 인문·사회계열은 3.9%였다. 의예과는 합격생 전원이 등록했다.고려대와 연세대는 미등록 비율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자연계 이탈’ 현상을 피해 가진 못했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는 미등록 비율이 137%, 반도체공학과는 95%였다. 미등록 비율이 100%를 넘는 건 최초 합격자 전원과 일부 추가 합격자까지 등록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연세대 인공지능(AI)학과의 경우 수시 선발 정원이 39명인데, 최초 합격생이 대부분 등록을 포기해 38명이 ‘추가 합격’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대가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미등록 인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다른 대학 의대로 빠져나가는 최상위권 인원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앞으로 현직 교사가 입시학원에 대가를 받고 모의고사 등 문제를 만들어 넘기다 적발되면 최대 파면 등 중징계를 받는다.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 유착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교육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교원의 사교육 업체 관련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공교육과 사교육 산업의 유착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교원의 영리 행위는 ‘고의·중과실’로 간주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무원법상 교원이 사교육 업체에서 강의를 하거나, 교재를 제작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사가 겸직 활동을 신청하면 학교장이 재량으로 허가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겸직 신청도 안 하고 입시학원에 모의고사 문제를 출제해 판매한 사례도 있다. 앞으로 모든 교사는 겸직 활동을 하려면 교내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학원 강의, 문항 출제, 교재 제작 등 모든 영리 행위는 대가성에 관계없이 금지된다. 그간 학교가 해오던 교원 겸직 실태조사도 이제부터는 교육청이 직접 한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교원과 사교육업체 간 유착을 확실히 방지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이과 심화 수학 수준의 ‘미분과 적분’ 과목이 사라진다.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 34년 만이다. 이에 해당하는 현 중2는 지원하는 대학이나 학과가 인문계열이든 자연계열이든 같은 시험을 본다. 수능이 쉬워지는 만큼 대학이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정시 모집에서도 내신 교과평가를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심화 미적분 제외, 1994학년도 이후 처음 2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내용은 앞서 10월 발표된 대입개편 시안이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수능은 문·이과 선택 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시행하고, 내신은 상대평가를 ‘9등급→5등급’으로 완화한다. 다만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신설을 검토한 수능 ‘심화 수학’(미분과 적분Ⅱ, 기하)은 사교육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심화 수학 도입 검토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수능 수학은 문·이과 구분 없이 수학Ⅰ과 수학Ⅱ를 공통 과목으로 치르고, 문·이과에 따라 미분과 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등 3개 선택과목 중 1과목을 골라 치른다. 대부분 이과생은 주로 난도가 높은 미분과 적분, 기하를 택하고 문과생은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 통계를 본다. 그간 고득점에는 미분과 적분, 기하가 유리하기 때문에 입시에서 문과생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본다는 지적이 있었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이러한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과목을 없앴다. 모든 수험생이 대수, 미분과 적분Ⅰ, 확률과 통계 3과목만 공통으로 치른다. 수능 수학을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형으로 보는 건 1994학년도 수능 이후 처음이다.● 대학들 “미적분Ⅱ·기하 학습 여부 내신으로 평가”심화 수학 신설이 무산되면서 대학들 입장에서는 최상위권 학생을 수능만으로 변별하기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그간 수능 100%로 뽑았던 정시에서 내신 성적을 추가로 반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5년부터 고교에서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데, 여기에는 미적분Ⅱ, 기하 등 심화 수학에 해당하는 과목도 있다. 이에 대학들이 바로 이 과목들의 내신 성적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이다. 손창완 연세대 입학처장은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이공계열 지원 학생이 고교에서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 성적은 어땠는지 학생부를 보거나 면접을 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시 지원자도 내신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학생부로 학생을 변별하는 대학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입시전문가들은 수능 역시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출제 범위는 줄지만 융합형 문제가 나오면 시험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공계 교수들은 심화 수학 제외가 확정되자 기초학력 저하를 우려했다. 심화 수학은 이공계 학과 1학년에서 배우는 과목의 기초가 되는 미분법, 적분법, 벡터 등을 다룬다. KAIST의 한 교수는 “미적분을 배우지 않고 입학하면 대학 수업에서 풀어야 하는 상미분, 편미분 방정식을 못 푼다”며 “결국 고교 수학을 대학이 가르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 현장에서는 심화 수학이 제외되면 사교육 유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그동안 수학 영역의 출제 범위가 너무 넓고 어려워 사교육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산들산들 생리대 지원을 받은 아이들이 성인이 돼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갚아 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동기 부여가 됩니다.” 2018년부터 ‘착한 생리대’를 판매해 온 사회적기업 업드림코리아의 이지웅 대표(34)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2015∼2016년 저소득 학생에게 멘토링을 하던 중 “생리대가 비싸 힘들다”는 얘기를 처음 듣게 됐다. 마침 이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생리대를 못 사 신발 깔창, 휴지를 생리대 대신 쓴다는 사연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됐다.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한 후 교사를 꿈꿔온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었다. ● 팔릴 때마다 자동 기부되는 생리대이 대표는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하고 질 좋은 생리대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016년 생리대 제조에 뛰어들었다. 창업 초기에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 조달을 위해 소액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창업을 결심한 뒤 ‘산들산들’이라는 브랜드의 생리대를 만들어 팔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생리대가 의약용품이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좋은 생리대를 만들어 달라’며 힘을 모아준 초기 투자자 229명과 평소 함께 봉사를 해오던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산들산들’ 생리대는 판매된 수량만큼 같은 수량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 소비자가 생리대 한 개를 사면 회사가 다른 생리대 한 개를 기부하기 때문이다. 창업 후 지금까지 기부한 생리대 수량은 60만7412개. 기업들의 사회 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가 매년 말 결식 우려 아동에게 전달하는 ‘행복상자’에도 ‘산들산들’ 생리대가 들어간다. ‘행복상자’에는 각종 생활용품과 영양 간식, 화장품 등 기업이 기부한 32종의 물품이 담긴다. 전국 지역아동센터, 비정부기구(NGO), 대기업 등이 모두 업드림코리아의 파트너다. 대기업이 기부 목적으로 ‘산들산들’ 생리대를 수억 원어치씩 구매하는 경우 업드림코리아는 해당 수량의 2배에 달하는 기부 물량을 내놓기도 한다. ● ‘가난’ 낙인찍히면 생리대 신청 꺼려이 대표의 창업 목표는 ‘형편이 어려워 생리대를 못 사는 일은 없게 하자’였다. ‘up’(위쪽으로)과 ‘dream’(꿈)의 합성어인 ‘업드림’이라는 사명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낮은 자세로 엎드려 겸손하게 일하겠다는 철학도 함께 녹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생리대가 충분히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저소득층을 위한 생리대 보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생리대 공공지원 사업도 많이 있지만, 저소득 증빙을 해야만 지급해줘 신청을 꺼리는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어릴 때 급식비 지원을 받았는데, 선생님이 친구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이름을 불러 ‘부모님 서명을 받아와라’라고 하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2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변함이 없다”며 씁쓸해했다. 저소득층 생리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 이 대표는 “최근 기업과 협업해 화장실에 자판기를 설치했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상복지 카드나 토큰 등을 이용해 생리대를 자판기에서 뽑아가게 하면 ‘가난’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고도 생리대를 보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행복상자는 저소득층에 심리적 위안”업드림코리아는 행복얼라이언스와 손을 잡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국내 결식 우려 아동에게 도시락 배송, 주거환경 개선, 학습 및 정서 지원 사업 등을 위해 86개 지방자치단체, 116개 기업, 50곳 이상의 사회적 기업과 협업한다. 지자체가 발굴한 결식 우려 아동에게 기업의 후원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배송하는 ‘행복 두끼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업이다. 업드림코리아는 ‘행복상자’ 배송도 직접 담당하고 있다. 올해 말에도 1만2000개의 상자를 배송한다. 행복상자에 들어갈 20억 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한 기업은 산들산들을 비롯해 SK하이닉스, 위대한상상(요기요), SM엔터테인먼트,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인 행복나래 등 총 30곳이다. 업드림코리아가 행복얼라이언스의 물류 파트너가 된 건 이 대표가 ‘행복상자’의 의미에 깊게 공감해서다. 그는 “정부, 대기업, 소셜벤처(사회적기업) 등 3자가 연대해 취약계층을 후원하는 활동이라 뜻깊다고 생각해 배송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행복상자’는 지역의 다문화·저소득 가정 등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정진숙 충남 당진 송악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는 “우리 지역은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높다”며 “비록 사용하면 없어지는 물품이지만 가정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행복나래 조민영 본부장은 “기업, 지역사회,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현재 초등학교 5학년 이상부터 하는 체력평가가 2026년부터 초3까지 확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생들의 운동량이 줄고 비만율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제3차 학교체육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30.8%는 ‘비만군’이었다. 먼저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는 내년에 초4, 2025년 초3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2026년부터 초3 이상으로 확대한다. 현재 초1, 2는 ‘즐거운 생활’이라는 과목에 신체활동 영역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를 아예 체육 교과로 분리할 방침이다. 체육시간은 기존 80시간에서 144시간으로 늘어난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충남에 이어 서울도 폐지 수순에 착수했다.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조만간 조례 폐지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법원은 발의된 폐지안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18일 인용했다. 하지만 비슷한 과정을 거친 충남도의회도 법원의 가처분을 무력화하고 폐지안을 다시 발의해 통과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서울시의회도 비슷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충남 이어 서울도… 시의회 과반이 與 18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당초 19일 오전 10시 교육위원회를 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심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19일 상정이 무산됐다. 전교조 등 261개 시민단체는 앞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올 3월 주민 발의로 청구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수리한 것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행정기구 설치에 관한 사항은 주민 조례로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 폐지안은 인권옹호관·학생인권센터 폐지도 담고 있어 법에 어긋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법원은 시의회의 폐지안 상정을 하루 앞둔 18일 시민단체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조례를 둘러싼 갈등은 격화할 조짐이다. 시의회가 22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원 발의안으로 바꿔 긴급 상정해 표결할 가능성도 있다. 시의회 관계자는 “충남도의회에서도 주민청구조례에 대한 효력 정지 신청이 인용됐지만 다수 의석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폐지안을 재발의해 15일 가결했다”며 “서울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폐지되면 2012년 조례가 제정된 지 11년 만이다.● 최종 결정은 대법원이 내릴 듯 올해 들어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며 교권 추락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책임 없는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폐지 찬성 측은 ‘조례가 사라지면 교사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은 ‘학교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13일부터 세 차례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례가 폐지되면 교사들은 인권침해로 신고당할 우려 없이 문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된다. 그간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써도 교사가 이를 압수할 수 없었고, 성적이 좋은 학생을 교사가 칭찬할 수도 없었다. 학생들이 조례를 들먹이며 “사생활 침해”, “평등권 침해”라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조례가 폐지되면 이런 부분들이 모두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교권 보호 측면에서 조례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현재의 조례에 교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넣어서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시의회가 폐지안 처리를 강행하면 시의회에 다시 판단해 달라고 ‘재의 요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의 요구를 받은 시의회는 내년 2월 말 본회의에서 이를 재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그대로 효력을 발휘한다. 대법원 판결은 내년 하반기(7∼12월)에서 2025년 상반기(1∼6월) 사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19일 상임위에서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혜영 국민의힘 시의원 등 70명이 공동 발의한 이 조례안은 지난달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안내한 조례 예시안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다. 학생의 의무, 교사의 권한을 강조하는 내용이다.학생인권조례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 학습 및 휴식권, 사생활 비밀을 유지할 자유 등을 보장하는 조례.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서울, 충남, 전북, 광주, 제주, 인천 등 총 7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되고 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한국 학생들 10명 중 2명은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22%는 “내 삶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OECD는 전 세계 만 15세 학생(중3∼고1)의 수학·읽기·과학 소양 성취도와 추이를 비교하기 위해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PISA를 시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이 확산한 2021년에만 조사 시기를 1년 늦췄다. PISA 2015부터는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삶에 대한 만족도나 학교·가정 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도 함께 시행됐다. 삶에 대한 만족도를 0~10점으로 응답하는 질문에 0~4점을 매기면 삶에 대해 불만족한 것으로 해석한다. PISA 2022에는 81개국이 참여했다. 한국 학생 10명 중 2명(22%)은 0~4점을 택해 삶에 불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OECD평균(18%)보다 4%포인트 높았다. 이전 조사인 PISA 2018(23%)와 PISA 2015(21.6%)에서도 각각 OECD 평균인 16%, 11%를 웃돌았다.한국 학생의 학업 성취는 전 세계에서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학생들의 행복가 직결되는 삶의 만족도는 낮다는 얘기다. 앞서 교육부가 발표한 PISA 2022에서 한국 학생의 수학, 읽기, 과학 점수는 OECD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평균 점수 순위로는 81개국에서 2~3위를 차지했다.한국 학생의 삶에 대한 불만족도는 영국, 독일 등에 비해 낮았고 일본, 홍콩 등에 비해서는 높았다. ‘삶에 불만족’한다는 학생의 비율을 국가별로 보면 영국(26%), 독일(22%), 홍콩(20%), 일본(18%), 대만(15%) 등 순이었다. 학생 삶의 만족도 분석이 처음 시행된 PISA 2015에서 한국은 학생 불만족 응답 비율이 터키(2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당시 학생 불만족 비율이 3.7%로 가장 낮았던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학교폭력을 당했거나 저질렀다는 전국 초·중·고교 학생의 비율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초등학생의 피·가해 응답률이 높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으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생들이 관계 맺기나 갈등 해소 등에 취약해졌고, 이 영향으로 학폭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 교육청이 올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 달 동안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8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전수 조사다. 조사 참여는 자율이라 317만명(82.6%)이 응답했다. 전북 교육청은 자체 조사를 실시해 제외됐다. 조사 결과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1.9%(5만9000명)였다. 학폭 전수 조사가 처음 실시된 2013년(2.2%)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1.7%)에 비해서도 0.2%포인트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피해 경험 응답율은 3.9%로 중학교(1.3%)와 고등학교(0.4%) 보다 높았다. 학교 폭력 유형별로는 언어폭력 비율이 37.1%로 가장 높았고, 신체폭력이 예년에 비해 2.7%포인트 늘었다. 대부분 학교가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학폭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1.0%(3만300명)로 10년 만에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2.2%) 응답률이 중·고교에 비해 높았다. 학교 폭력 가해 이유로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34.8%)가 가장 많이 꼽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폭을 다룬 드라마 인기 등으로 우리 사회의 민감도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며 초등생은 학부모 인식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아들 학폭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태의 영향도 거론된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를 겪은 학생들이 원만한 관계맺기나 갈등 해소에 취약해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다문화상 청소년 부문 우수상은 어려운 가정형편, 언어·문화 장벽 등 시련을 이겨내고 한국에서 꿈을 펼친 청소년 3명에게 돌아갔다. 어머니가 카메룬 출신인 최은지 양(18·전남 진도국악고 3학년)은 2016년 한국으로 이주한 후 우리 전통 악기인 아쟁에 매료돼 국악고에 진학했다. 문화적 차이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그는 전남 광양시 가족센터에서 우연히 아쟁 연주를 듣고 그 선율이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고 느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 치른 입시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한 최 양은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에도 능통해 “전 세계에 국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몽골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강아나르 씨(19·가천대 글로벌캠퍼스 유럽어문학과 1학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에 온 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지금은 한국어, 영어, 몽골어에 능통하고 대학에서 독일어도 배운다.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강 씨는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환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우즈베키스탄 다문화 가정의 유성민 군(16·경기 고양시 저동고 1학년)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는 “저처럼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음악의 길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다문화 공헌 부문 개인 우수상 수상자 4명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앞장서 다문화 가정을 물심양면 지원해 온 이들이다. 안복현 경기 안산 원곡초 교장(60)은 2018년부터 전체 학생의 94%가 다문화 학생인 원곡초 교장으로 6년째 재임 중이다. 안 교장은 부모를 따라 한국에 입국한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고 학습에 몰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13일 수상자 대표로 소감을 밝힌 그는 “내년에 아시아권 최초로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되면 다문화 청소년도 늘어날 것”이라며 “퇴직하는 그날까지 이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연 경기 파주시 가족센터 특성화팀장(52·중국 출신)은 2011년부터 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친정 언니’ 역할을 해왔다. 다문화 가정이 자녀와 모국어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문화적 차이로 벌어지는 갈등을 해소하도록 부부 교육을 진행했다. 전북 군산시 가족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하는 베트남 출신 김지윤 씨(38)는 결혼이주여성들의 고충을 대변해 왔다. 그는 한국어가 서툰 초기 이주여성의 사연을 듣고 도움이 될 만한 센터 프로그램이나 제도를 연결했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그는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마주한 이들을 돕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 가족센터 통·번역사 임혜미 씨(34) 역시 베트남 출신이다. 임 씨는 한국 요리를 어려워하는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해 베트남어와 한국어 설명이 함께 적혀 있는 한국 요리책도 썼다. 다문화 공헌 부문 단체 우수상 수상자인 구리시 가족센터는 다국적 이주여성 9명으로 구성된 ‘세실다실 협동조합’을 꾸려 지역사회에 다문화 이해 교육을 진행했다. 단체 특별상을 수상한 안산시 글로벌청소년센터는 2009년부터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6225명을 지원해 왔다. 단체 특별상을 공동 수상한 서산시 가족센터는 농촌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읍면동별 자조모임을 열고, 각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생활용품이나 응급수술비 등을 지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경기 북부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탓에 의료 체계와 시설이 매우 취약합니다. 지역민들의 건강권을 위해 의대 유치가 절실합니다.” 경기 포천의 4년제 사립대인 대진대의 임영문 총장은 13일 이같이 밝혔다. 대진대는 1992년 개교 이래 32년째 의대 유치를 위해 애써 왔다.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의대를 신설해 경기 북부의 의료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대진대의 복안을 들어 봤다. ―의대 신설을 희망하는 이유는…. “공공의료 부족이 심각하고, 민간 의료체계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2.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6명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는 1.8명으로 더 심각하다. 그나마 있는 상급병원과 의대는 경기 남부에 있고 북부엔 없다.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진을 양성할 수 있는 의대 신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정원 확대 수요를 조사해 발표했다. 경기 북부는 전국에서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권역이지만 현재 지역 의료인을 배출할 의과대학이 단 한 곳도 없다. 정부는 늦어도 내년 1월 증원 규모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경기 북부 지역 의료 여건은…. “경기도 상급종합병원 5곳이 모두 경기 남부에 있다. 권역별 인구 수는 경기 남부, 서울 다음으로 경기 북부가 3위인데 상급병원이 없다. 북한 접경 지역인데 지역민들의 즉각적인 의료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다. 노령 인구도 많아 응급환자 이송이나 초기 조치가 어렵다. 소아청소년과 역시 부족해 갑자기 아프면 다른 지역 응급실을 찾아 표류해야 한다.” ―의대를 신설할 역량은 갖췄나. “대진대 재단은 현재 500여 병상의 분당제생병원을 운영 중이다. 1480병상 규모의 동두천 제생병원은 내년 개원을 목표로, 600병상의 강원 고성제생병원도 빠른 시일 내에 개원하기 위해 건립하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에 40∼60명 규모의 의대가 신설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대진대는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도 의대 신설이 가능할 정도의 재정적 여력이 있다. 가장 이른 시기인 2025년 1학기부터 운영이 가능하다.” ―의대 신설이 경기 북부 필수의료 부족을 타개할 수 있나. “우리 대학은 의료체계 불균형이 심각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의대 유치는 지역사회에 대한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필수의료,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료진 양성에 중점을 두겠다. 경기 북부와 강원 북동부의 낙후된 의료 환경을 개선할 방안을 연구하겠다. 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려 한다.” ―교수 임용 등 교육이나 시설 확충 계획은…. “국내 유수의 의대나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의를 최상의 조건을 제시해 확보하려고 한다. 이미 대학 안에 의대 건물을 신설할 부지도 마련돼 있다. 연간 약 100억 원을 지원해 학생 지도와 역량 강화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다른 의대와 어떻게 차별화할 계획인가. “동두천제생병원, 고성제생병원과 협업해 군의관 양성 과정(일명 의료사관학교)을 운영하려고 한다.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공공의대로 특성화할 계획이다. 병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진대는 경기 북부 지역의 의료난을 해소하겠다.” ―의대 신설 시 졸업생을 지역에 정주시킬 방안은…. “공공인재전형으로 졸업 후 지역에서 10년간 의사로 일할 학생을 뽑겠다. 지역 의사로서 필수의료,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료진을 양성할 것이다. 일정 비율은 경기 북부의 고등학교에서 선발할 계획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11일 충남 서산시 서산예천초등학교 돌봄교실. 초2 학생들이 색연필로 하얀 A4 용지를 꾹꾹 누르며 그림을 그렸다. 이날의 주제는 ‘미래에 내가 살고 싶은 집’. 초록 지붕 위로 헬리콥터 날개처럼 생긴 모터가 달린 집을 그린 구도현 군은 “미래에는 이런 집에서 살며 하늘을 날고 싶다”고 말했다. 구 군은 그림과 비슷하게 레고 블록으로 집을 만들었다. 집 한쪽에 설치한 USB허브에 지붕 위 모터를 선으로 연결한 뒤 태블릿PC를 터치하자 모터 날개가 작은 바람을 일으키며 회전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학생들도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태블릿PC로 코딩을 해 블록을 작동시킨 것. 이날 돌봄교실에서 늘봄학교 코딩 수업을 이끈 상명대 경영공학과 대학원생 조현지 씨는 “학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린 그림을 블록 코딩으로 눈앞에 구현하는 과정을 재밌어 한다”고 했다. ● 공대 형, 누나한테 배우는 블록 코딩서산예천초는 올 10월부터 상명대 천안캠퍼스와 연계해 늘봄학교 코딩 수업을 운영 중이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초등생 대상 돌봄과 방과후교실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시간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교육 정책 중 하나다. 내년부터 전국에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올해 충남 지역이 시범 운영한 늘봄학교는 ‘대학 연계 프로그램’이다. 상명대를 비롯해 충남의 30여 개 대학의 교수와 학생이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수업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상명대는 천안·아산에 비해 지역에 위치한 대학 수가 적어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서산·당진·태안의 5개교를 찾아가 수업한다. 처음에는 초등생 교육 경험이 없는 대학이 늘봄학교 운영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상명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학점, 출석률, 교육봉사 경험 등을 꼼꼼히 따져 늘봄학교 강사를 선발했다. 6시간씩 블록 코딩 교수법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학교 측은 “20명을 뽑는데 60∼70명 정도가 몰렸다”면서 “대부분 전공은 시스템반도체학과 등 공학계열”이라고 설명했다. ● 상상한 것 그림 그린 뒤 코딩으로 구현한 반에 18명인 교실에 4명의 대학생, 대학원생 강사가 들어가 1시간 30분 동안 코딩 수업을 진행한다. 늘봄학교 운영을 담당하는 유재필 상명대 경영공학과 교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사범대 교수님들과 교육적으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많은 논의를 거쳤다”며 “‘소근육 발달 등도 고려하라’는 조언에 따라 블록 코딩 전에 아이들이 백지에 상상한 것을 그려넣는 과정에 수업시간을 30분 넘게 할애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왁자지껄 떠들면서도 블록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서산예천초 2학년 류준 군은 “평소 레고는 무지 싫어했는데, 이 블록 코딩은 너무 재밌다”며 “코딩을 배우기 전에는 십자 블록을 맞추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산예천초 돌봄 전담사 류영애 씨는 “맞벌이인 부모님들조차 자녀가 다니던 학원을 안 보내고, 늘봄교실을 보낼 정도”라며 “대학생, 대학원생 강사들이 형, 누나처럼 느껴져서인지 잘 따르고 수업에 집중도 잘 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늘봄학교 전면 도입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지역 대학 연계 프로그램은 학교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대안으로도 꼽힌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교사를 하다 퇴직 후 올 2학기부터 서산예천초 늘봄학교 전담으로 일하는 신모 씨는 “대학에서 교구부터 강사 인력까지 전부 갖춰 들어오는 이런 형태라면 교사들이 우려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며 “학생들에겐 대학에서 공부하는 선배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충남·부산·대전 시작으로 내년 전국에 확산충남도교육청은 대학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내년에는 늘봄학교 운영 대상 초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충남교육청 장학사는 “현재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연계 늘봄학교는 현재 부산과 대전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부산의 동아대, 동의대, 부산예대 등은 코딩이나 3D프린터 등 첨단 교육뿐 아니라 펜싱, 실용음악 전공 교수들이 주축이 돼 초등생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대학 연계 늘봄학교는 내년부터 전국에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배울 기회가 드문 펜싱 같은 종목이나 반려견 관련 수업을 제공한다”며 “돌봄 공백을 메우는 목적도 있지만 배움의 기회를 넓히고 사교육 경감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블록 코딩 수업은 민간 사교육 업체에서도 대학 연계 늘봄학교와 같은 브랜드의 교구를 활용한다. 다만 지역 대학의 교수진이 직접 수업 커리큘럼을 짜고, 이들이 선발한 학생들이 초등생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서산=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