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꼬북좌’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박규희(39)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만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20일 낮 12시, 오후 3시 두 차례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바흐 ‘전주곡 푸가와 알레그로’ BWV 998,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BWV 1005,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BWV 1004 중 ‘샤콘’을 연주한다. 5월 발매한 새 앨범 ‘바흐’에 실린 곡들이다. 바흐 시대 독일에서 기타는 잘 연주되지 않는 악기였고, 이번에 연주하는 곡 중 ‘전주곡, 푸가와 알레그로’는 기타처럼 뜯는 악기인 류트를 위한 곡이다. 나머지는 바이올린 곡들을 편곡해 연주한다. 16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규희는 “바흐 연주는 큰 과제이자 산 같은 영역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 피아노 음악에 매혹됐어요. 유학 가서 졸업 시험으로 바흐를 연주하면서 기타로 연주하는 바흐에 빠져들었죠.” 처음엔 ‘오리지널 악기로도 명반이 많은데 기타로?’ 싶었다. “그러다 마음이 바뀌었죠. 나도 14년간 활동하면서 커리어를 쌓아 왔는데 이거 하나쯤 남겨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기타로 듣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음악에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올린은 화성을 풍부하게 표현하기 힘든 선율악기거든요. 기타는 본디 화성악기니 바흐가 의도한 화성을 더 쉽게 소화할 수 있어요.” 그의 손은 작아 보였다. “손이 큰 연주자들은 안정적으로 지판을 잡을 수 있어 실수가 적고 안정적이더라고요. 저는 저음에서 손가락을 뻗을 때 힘이 들어요.” 알려진 대중음악을 기타로 연주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디가수 강아솔과 콜라보해서 음반을 내 볼 생각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서로 팬이었죠. ‘아솔님’ ‘규희님’ 하고 부르다가 얼마 전에야 터놓고 친해졌어요. 예전 기타리스트 이병우 님과 가수 양희은 님이 콜라보한 앨범 같은 걸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박규희는 세 살 때 기타를 시작했고 일본 도쿄음대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수석 졸업했다. 벨기에 프랭탕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2008년 최초 여성 우승자이자 최초 아시아인 우승자로 주목받았다. 2012년 스페인 알람브라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뒤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다. 2022년 일본 음악전문지 ‘음악의 벗(音楽の友)’이 선정한 베스트 연주 10에 그의 연주가 선정되기도 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오는 겨울, 중부 유럽의 초호화 콘서트홀과 오페라 극장에서 최고 수준의 공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동아일보가 오는 12월 3일(화)∼12일(금) 9박 10일 일정으로 여는 ‘겨울 유럽 클래식 투어’에서다.이번 투어는 12월 4일, 세계 최고 음향의 콘서트홀로 명성을 누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허바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곳에서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가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 이 오케스트라는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선정한 명문 악단.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1번과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연주한다.12월 6일에는 독일 함부르크의 최신 콘서트홀인 엘프필하모니를 찾는다.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도시 재생 사업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이곳에서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를 관람한다. 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인 앨런 길버트가 지휘해 브루크너의 교향곡 중 웅대한 구조로 사랑받는 교향곡 8번을 선보인다.12월 8일에는 유럽 최고의 오페라 극장으로 인정받는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에서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관람한다. 독일 전승 민화를 배경으로 독일 정신이 잘 표현된 대작이다.12월 9일에는 독일 드레스덴의 오페라극장 젬퍼오퍼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인터메초’를 관람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초연을 주로 했던, 바로크 스타일의 이 극장은 호화로움을 넘어서는 감동을 줄 것이다.투어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투어동아 홈페이지 참조.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은 베이스 연광철(59)이다.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에 150회 이상 출연해 왔고 베를린 국립오페라의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그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홍석원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반주로 리사이틀을 연다. 앞서 3일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첫 한국인 주역가수인 소프라노 홍혜경이 보컬 마스터 시리즈 첫 무대를 열었다. ‘전설의 여정’으로 이름 붙인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광철은 ‘더 이상 날지 못하리’ 등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 두 곡으로 시작해 ‘돈 카를로’ 중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 등 베르디 아리아 두 곡으로 전반부를 맺고 후반부는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 등 바그너 오페라 아리아 네 곡으로 꾸민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그는 특히 국내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바그너의 아리아들에 주목을 당부했다. “이 곡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결론이 나지 않는 상태로 음악이 진행되니까요. 하지만 그런 요소들도 제가 무대에서 살아온 모습의 일부죠.” 그는 “독일 문화라고 하면 맥주나 소시지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들은 어떤 음악을 들을까를 생각하고 ‘예습’을 하고 오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16일에는 성악도들을 지도하는 워크숍도 연다. 여러 지원자 중에서 그는 자신의 음역과 같은 베이스 네 명을 택했다. 워크숍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으로 그는 ‘언어’를 꼽았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해외 무대에서 노래하려면 예를 들어 눈을 감았을 때 독일 오페라는 독일 사람이 노래하는 것처럼 들려야 해요. 제 경우 왕 역할을 한다고 하면 ‘키 작은 동양인이 유럽 왕을?’이라는 편견을 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그 나라 사람보다 더 또렷하게 들리도록 발음해서, 청각적인 것이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는 ‘우리나라 음악계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성악을 전공하고 오페라를 하다가 뮤지컬도 하고 트로트도 하죠. 공부도 더 많이 하고 활동도 더 해야 할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스타 대접을 받고 대단한 것처럼 포장이 돼요. 미디어와 관객들이 정말 좋은 가수들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좋은 가수들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겠죠.” 보컬 마스터 시리즈 마지막 무대는 11월 16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주인공이다. ‘방랑자’라는 주제로 음악극 형식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은 7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앤드루 맨지와 협연 무대를 갖는다. 앞서 2022년에는 영국 프롬스 무대에 데뷔했고, 올해 런던을 대표하는 실내악 공연장인 위그모어홀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공연했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010년 센다이 콩쿠르와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연속으로 우승하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그의 커리어는 지금도 순항 중이다. 그가 3년 만에 서울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성신여대 교수)와 9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타르티니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 F단조, 쇼송 ‘시(詩)’, 프랑크 소나타 A단조를 연주한다. 9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라라 주미 강은 “내 스토리를 담고 있고 팬들도 좋아하는 곡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3년 전 국내에서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라는 두 가지 큰 프로젝트를 가졌죠. 코로나19 기간이어서 몇몇 연주는 취소됐고, 띄어 앉기가 적용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는데도 오신 관객들께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 감사의 마음도 담았습니다.” 1부의 주제어는 ‘트릴(떠는 장식음)’이다.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1번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작곡돼 현실의 공포를 담은 곡이죠. 트릴로 시작되는 곡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타르티니 ‘악마의 트릴’과 연결시켜 봤습니다.” 2부의 주제어는 ‘프랑스’와 ‘노래’다. “어릴 때부터 입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선율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풀어낼지 생각했죠.” 이번 협연자인 라시콥스키와는 ‘잘 드러나지 않은 연주를 많이 함께 한 사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기간에 이번 마지막 곡인 프랑크의 소나타를 무관중 콘서트로 함께 했어요. 그때 라시콥스키의 연주에 매료돼서 꼭 이 곡을 다시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지난해부터 ‘기아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하면서 기아로부터 스트라디바리우스 ‘투니스’ 바이올린을 후원받고 있다. “이전 8년 동안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사용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다이아몬드나 진주 같다면 이 악기는 남성적이고 손에 잘 맞아요. 사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남다른 기운을 느꼈죠.” 음악적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훌륭한 작품들을 잘 전달하는 것, 음악에 담긴 ‘노래’를 전하는 것, 음악이 닿지 않는 곳에 음악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에서 만났던 청중을 떠올리며 그런 곳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 음악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곳에 음악이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준결선에서 연주한 뒤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나오는 거예요. 분위기가 좋다 싶었는데 결선에서 처음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에서는 대부분의 관객이 일어나셨고, 두 번째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에는 모두 일어나서 열렬히 박수를 쳐주시더군요.” 지난달 29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폐막한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율(23·사진). 그는 프랑스 파리로 돌아와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단독 리사이틀을 준비한다. 그는 청중상과 평가단으로 참여한 음악도들이 주는 ‘학생 심사위원상’도 받았다. 4일 전화로 만난 그는 “객석 반응이 좋아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며 밝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는 1976년 창립됐으며 밴 클라이번 콩쿠르, 클리블랜드 콩쿠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노 콩쿠르로 꼽힌다. 쿵샹둥, 니컬러스 앤절리치, 루카스 게니우사스 등 유명 피아니스트들을 우승자로 배출했고 직전 대회인 2018년에는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우승했다. 선율은 “2022년 파리에 온 뒤 친구들과 연락도 띄엄띄엄했는데, 우승 후 연락이 쏟아져서 이 콩쿠르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음악 용어인 ‘멜로디’를 연상시킨다. “아버지가 음악 애호가신데 제 이름에 ‘율’자를 넣자고 한 분은 어머니셨어요.(웃음) 네 살쯤부터 수원시립교향악단 연주회를 부모님과 함께 보러 다녔죠.” 유년기 태권도에 빠졌던 선율은 2009년 경기도문화의전당(현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와, 같은 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백건우 김태형 김선욱 김준희의 ‘포 피아노’ 콘서트를 본 뒤 피아노에 매료돼 특기를 바꿨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영재 선발)를 졸업했고 파리 에콜노르말 음악원에서 피아니스트 올리비에 가르동을 사사하고 있다. 2013년부터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문화예술 인재육성 후원을 받고 있다. 2021년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파이브 포 파이브’ 첫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등 여러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해 왔다. 지난해엔 포르투갈 비제우 피아노 콩쿠르 2위에 올랐다.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배재성과 함께하는 ‘하랑 듀오’ 활동도 팬이 많다. 그는 “재성이 연주가 마음에 들어 제안을 했는데 두 번 거절당하고 코로나19 중에 간신히 승낙을 받았다”며 웃었다. “즐기려고 시작한 거니까 어느 쪽이 리더란 건 없고, 해보고 싶은 건 뭐든 프로그램에 올리죠.” 19일 리사이틀을 위해 그는 드뷔시 전주곡 2권 중 ‘옹딘’ ‘불꽃’, 브람스 ‘헨델 변주곡과 푸가’, 쇼팽 스케르초 3번,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8번을 프로그램으로 골랐다. “좋아하는 곡 중에서 각 작곡가의 한층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죠.”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결선 마지막 곡으로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3번을, 이번 리사이틀 끝 곡으로 그의 소나타 8번을 넣은 데서 보듯 프로코피예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다. “소나타 8번은 테크닉적인 메시지가 많은 곡이에요. 어려운 곡을 어려워 보이지 않게 연주하는 게 제 장점이란 얘기를 자주 들었고, 타악기적인 특징 가운데서도 특유의 서정성을 표현하는 점이 프로코피예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슈퍼 파워’다. 이에 비해 마오쩌둥 시대(1949∼1976년)의 중국은 왜소해 보인다. 2000만 명 이상의 아사자를 낸 대약진 운동(1961∼1962년)이나 학생이 스승을 조리돌림하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이 우리에겐 이 시대 중국의 대표 이미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던가. 영국 런던대 중국 현대사 전공 교수인 저자는 1950∼70년대 중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그 핵심 수출품은 ‘마오쩌둥주의’였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수억 권의 마오 어록을 해외에 전파했고 마오 사상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돈과 무기도 지원했다. 마오의 중국은 제3세계를 넘어 일부 유럽인과 미국인에게까지 ‘세계의 모델’이었다. 국제 마오주의의 가장 큰 공헌자는 ‘중국의 붉은 별’ 저자인 미국인 에드거 스노였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마오를 인류 평등을 주창하는 민족주의자로 묘사했다. 러시아의 반나치 빨치산도, 필리핀 게릴라도, 인도의 반영(反英) 혁명가도 그의 책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마오주의는 모순적인 사상의 집합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오는 ‘공산주의는 지역과 나라마다의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행동지침을 열어두었다. 특히 모순적인 점은 그가 무정부 상태를 부추기면서 개인 권력 집중을 꾀했다는 점이다.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뒤 그는 ‘천궁(天宮)을 소란스럽게 만들 더 많은 손오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그는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폭력을 선동했고 연대와 해방을 이야기하면서 권위주의를 획책했다. 마오주의의 이런 다양한 성격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변주를 낳으며 그 끈질긴 생명력에 기여했다. 책의 12개 장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4∼11장은 1965년 인도네시아 마오주의자들에 의한 대학살, 1970년대 인도차이나 공산화와 크메르 루주의 대학살, 페루의 마오주의 반군 ‘빛나는 길’, 선거로 권력을 차지한 네팔의 마오주의 정당 등 세계에 수출된 마오주의의 결과들을 탐색한다. 서구 세계의 괴짜들에게도 마오주의는 매력적이었다. 서독의 적군파나 이탈리아의 붉은여단 같은 무장단체들이 이 이념을 따랐고 1968년 서유럽과 미국의 히피 문화혁명에도 마오주의가 영향을 주었다. 사르트르를 비롯해 알튀세르, 푸코 등 영향력이 큰 지식인들이 마오의 이념에 동조했다. 오늘날의 중국이 마오주의를 대하는 모습은 모호해 보인다. 과거로 돌아가기를 외치는 시위는 견제를 받는다. 그러나 거대한 마오의 초상은 오늘도 톈안먼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오와 그의 전략 및 정치 모델은 중국 공산주의의 정당성과 그 기능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당대의 국내 정치적 모순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마오의 국제적 야심이 이제 부활을 눈앞에 두고 있을지 모른다. 원제 ‘Maoism: A Global History’(2019년).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영국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허프(63)가 13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2010년 KBS교향악단, 2019년 심포니송, 2017년과 2021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 무대를 가졌지만 단독 리사이틀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무대에서 허프는 프랑스 여성 작곡가 세실 샤미나드(1857∼1944)의 작품을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끈다. 1부는 샤미나드의 ‘피아노를 위한 콘서트 에튀드 가을’과 ‘피아노를 위한 이전에’로 문을 연 뒤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를 연주한다. 이어 2부는 샤미나드의 변주곡 작품 49와 ‘숲의 요정’을 연주한 뒤 쇼팽의 소나타 3번으로 마무리한다. 샤미나드는 어린 시절부터 작곡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샤미나드의 피아노 작품을 즐겨 들었으며, 1901년 빅토리아 여왕의 장례식에서는 그의 오르간 전주곡이 연주됐다. 1913년에는 여성 작곡가 최초로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듣기 좋은 선율과 부드럽게 흐르는 반음계가 특징이라고 평가된다. 작곡가 비제와 토마도 그의 작품에 찬사를 보냈다. 허프는 60장 이상의 앨범을 내며 음반 활동에 진심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아 왔다. 영국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의 ‘올해의 음반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2008년에는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30년 동안 최고의 음반에 주는 그래머폰 골든 디스크상을 받았다. 앨범 거의 모두를 버진클래식스, 하이피리언, 샨도스 등 영국 토종 레이블로 발매해 왔지만 그는 영국 외 호주 국적도 2005년 취득했다. 그는 호주 국적에 대해 “호주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프는 작곡가이자 소설과 에세이집을 내놓는 작가, 개인전을 여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2022년 임윤찬이 우승한 밴 클라이번 콩쿠르를 위해 과제곡 ‘팡파르 토카타’를 작곡했고 임윤찬은 이 곡을 암보로 날렵하게 연주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 콩쿠르의 심사위원도 맡은 그는 뒤에 “준결선에서 임윤찬이 리스트를 연주할 때 초월적 경지라고 느꼈다. 손가락이 빨라서가 아니라 내면의 카리스마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리사이틀에 이어 10, 11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김은선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김은선은 이날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올해 4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에서 지휘했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선보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는 63번째 생일을 맞기 직전인 1887년 8월에 새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다. 완성되면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과 같은 아홉 번째 교향곡이 될 곡이었다. 작업 중 그는 건강이 나빠졌다. 브루크너는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마지막 교향곡을 존엄하신 하나님께 바치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신이 준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앞의 세 개 악장은 7년이나 걸려 완성했지만 마지막 4악장은 자주 작업이 중단됐다. “만약 이 작품이 미완성으로 끝난다면 세 개 악장 뒤에 내 ‘테 데움’을 연주해주기 바랍니다.” 브루크너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테 데움은 그가 1884년 완성한 찬미가, 즉 신을 찬양하는 내용의 합창곡이다. 브루크너는 1896년 10월 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완성하지 못한 채 그가 사랑하는 신 옆으로 갔다.한 세기 뒤 브루크너의 음악을 매우 사랑한 음악 칼럼니스트가 한국에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박진용이었다. 그의 책 ‘브루크너, 완벽을 향한 머나먼 여정’에는 그가 이렇게 소개돼 있다. “대학 시절 활동했던 고전음악 감상 동아리에서 음악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여러 매체에 클래식 음반 리뷰와 다양한 음악 관련 기사들을 기고했다. 바흐, 베토벤, 브루크너의 음악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의 열렬한 팬이었다.”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다. 앞에 소개한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C장조인 ‘테 데움’을 D단조인 교향곡 9번과 연결해서 연주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브루크너는 왜 이 작품의 피날레로 ‘테 데움’을 고집했을까? 베토벤이라는 선배 작곡가의 그림자를 읽어낼 수도 있다. 브루크너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모두 D단조이고, ‘테 데움’이 4악장을 대체하면 거대한 합창부를 포함하는 공통점도 생긴다.” 박진용이 이 글을 읽으면 ‘내 생각도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은 그가 쓰지 않았다. 이 글은 그의 대학 후배인 음악 칼럼니스트 이명재가 썼다.박진용은 1999년 압구정동에 중고 클래식 음반 가게인 ‘서푼짜리 레코드’를 열었다. 체구가 크고 매력적인 저음을 가진 그를 실제보다 많은 나이로 본 단골도 많았다. 수많은 음반이 흘러들고 흘러나간 뒤 ‘서푼짜리 레코드’는 문을 닫았고 주인은 예전의 직장인 생활로 돌아갔다. 그가 38세 때인 2004년 6월의 어느 밤, 박진용은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했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10년이 흘러 그의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은 그를 추모하는 유고집을 내기로 결정했다. 타계 당시 박진용은 음악 전문지에 브루크너의 교향곡 전곡을 분석하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었고 연재는 그의 타계로 교향곡 5번에서 중단됐다. 교향곡 6∼9번의 분석으로는 마침 그와 엇비슷한 시기에 브루크너 교향곡 총론을 쓴 이명재의 글이 있었다.박진용 음악칼럼집 ‘브루크너, 완벽을 향한 머나먼 여정’(리수)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 10년이 되는 2014년 6월 24일 세상에 나왔다. 두 사람이 쓴 브루크너 교향곡 총론 외에 전설적 연주가들에 대한 짧은 평전들도 실렸다. 이 책이 나오고 10년이 된 올해는 박진용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교향곡 대가 안톤 브루크너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박진용의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인 것처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도 결국 ‘완성된’ 교향곡이 됐다. 브루크너는 이 곡의 4악장을 마치지 못했지만 남은 스케치에 번호를 적어 이 미완성 악장의 전개를 상상할 수 있는 단서를 남겼다. 1980년대 이후 이 스케치들을 연결해 완성하려는 시도들이 나왔고 ‘4개 악장으로 된’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도 이제 세계 콘서트홀에서 종종 연주되고 있다.KBS교향악단은 7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804회 정기연주회 ‘당신의 때에 나를 부르소서’에서 한스 그라프 지휘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음악학자들이 완성시킨 4악장이나 ‘테 데움’은 이날 연주하지 않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사람들은 종종 제게 질문합니다. ‘지휘자를 선언한 이후 피아노는 그만두신 건가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36·사진)은 6월 21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콘서트를 지휘했다. 이 곡의 초연 10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다. 그는 올해 1월 첫 임기 2년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2006년 18세 때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을 기록한 그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2022년 같은 자리에서 슈베르트 즉흥곡집 작품 90과 리스트 소나타 B단조 등을 연주한 지 2년 만이다. 이번에는 하이든 소나타 E플랫장조 Hob.16:49, 슈만 다비드동맹무곡집,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B플랫장조 D 960 등 세 곡을 프로그램에 올렸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그는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마치 야구에서 타자와 투수를 겸하는 이도류(二刀流·검술에서 양손에 칼 하나씩을 들고 싸우는 데서 비롯된 말)처럼, 두 역할을 어떻게 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이번 독주회를 통해 제가 얼마나 음악에 헌신하고 있는지, 그리고 피아노 연주가 제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되짚어봤습니다.” 그는 이번 독주회의 주제가 ‘음악으로 말하고, 그리고 노래하기’라고 밝혔다. “하이든의 소나타로 숨과 여백을 표현하고, 슈만의 곡을 통해 몽상과 진심, 기쁨과 슬픔을 여러 이야기로 풀어내며,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로는 피아노가 노래하는 듯한 ‘백조의 노래’를 들려드립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무대를 가진 뒤 그는 9월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네 번째 무대로 열리는 경기필하모닉 콘서트에서 첼리스트 우에노 미치아키와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도 들려줄 예정이다. 10월 1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스 시리즈 4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에서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라이너 호네크 협연으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로 콘서트의 문을 닫는다. “이번 무대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피아노든 오케스트라든, 음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전달하고 싶은 음악의 본질을 청중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습니다. 감동의 순간을 함께 나누길 기대합니다”라는 말로 그는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선율(23)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폐막한 2024 지나 바카우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선율은 청중상과 학생 심사위원상도 함께 받았으며 상금 5만 달러(약 6900만 원)와 뉴욕에서의 공연,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레코딩 발매 등의 특전을 부상으로 받는다. 1976년 창설된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대회인 2018년에는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우승한 바 있다.선율은 2023년 포르투갈 비제우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와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3위를 수상했고 2021년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위를 협연했다.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 재학 중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대형 오페라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푸치니 ‘투란도트’가 국내 팬들과 만난다. 솔오페라단은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과 공동 제작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10월 12∼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총 8회 공연한다고 밝혔다. 아레나 디 베로나의 대표 지휘자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마리아 굴레기나, 테너 마르틴 뮐레 등이 출연한다. 예매는 17일 시작됐으며 솔오페라단과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한다. 솔오페라단은 2016년 푸치니 ‘3부작(일 트리티코)’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최우수작품상을, 이듬해 ‘투란도트’로 최다관객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베로나에 서기 30년 지어진 고대 로마의 3만 석 규모 대형 공연장이다. 푸치니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명사인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13년 처음 베르디 ‘아이다’ 공연이 열렸으며 이후 세계 대표 오페라 축제로 이어졌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1947년 이곳에서 데뷔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등 전설적 오페라 가수들의 무대로 명성을 떨쳐 왔다. 이번 공연은 영화와 오페라 양쪽에서 활약한 전설적 감독 프랑코 체피렐리(1923∼2019)의 아레나 디 베로나 판 ‘투란도트’를 그대로 가져온다. 체피렐리 판 ‘투란도트’는 1987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공연된 뒤 이 오페라의 대표 연출로 자리 잡았고,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는 2010년 선을 보이며 ‘베로나의 웅대한 공간에 맞춤한 투란도트’라는 찬사를 받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기념 문화행사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탈리아 스칼라 오페라 극장의 ‘투란도트’도 체피렐리 연출판을 사용했다. 지휘자 오렌은 1975년 카라얀 국제 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1984년 푸치니 ‘토스카’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에 데뷔한 뒤 이 축제의 단골 지휘자로 활약해 왔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등에서 지휘봉을 들며 현역 최고 오페라 지휘자 중 한 사람으로 군림하고 있다. 주인공 투란도트 역은 굴레기나와 올가 마슬로바, 전예진이 맡는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굴레기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160회 이상 공연해온 세계 오페라계의 톱스타로 2017년 메트에서 출연한 투란도트는 대성공을 거뒀다. 마슬로바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대표 투란도트로 활동해 왔다. 전예진은 이달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 최초의 한국인 투란도트로 출연 중이다. 칼라프 왕자 역으로 출연하는 뮐레는 아레나 디 베로나와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 밖에 칼라프 역 아르투로 크루스, 시녀 류 역에 스칼라 주역 소프라노 마리안젤라 시칠리아와 줄리아 마촐라 등이 출연한다.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1924년 마지막 부분 일부를 끝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그의 유작 오페라로, 권력자 투란도트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타국의 왕자 칼라프가 목숨을 건 수수께끼 풀이에 성공하고 투란도트도 사랑에 눈을 뜬다는 줄거리를 담았다. 초월적이고 강한 여주인공(투란도트)과 자신을 희생시키는 제2의 여주인공(류)을 대비시켰으며 서정적 선율미와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기법이 결합된 걸작이다. 3막 아리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는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12월 22∼31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같은 푸치니 ‘투란도트’를 연주하는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공연이 열린다고 이 공연 주최사인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가 밝혔다. 지휘자 호세 쿠라,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아스미크 그리고리안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아담한 공간에서 유명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더하우스콘서트의 줄라이 페스티벌이 7월 한 달 내내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더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작곡가 박창수의 92.56㎡(약 28평) 규모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됐다. 2014년부터 대학로 예술가의 집이 메인 연주 공간이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1000회 기념공연처럼 때론 큰 공간에서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지만 연주가 펼쳐지는 무대 공간 바닥에 청중 모두가 함께 앉아 연주를 감상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 42개국 출연자 4800여 명과 청중 6만여 명이 이 무대를 찾았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조성진 임윤찬, 첼리스트 한재민 등 수많은 연주자가 스타 반열에 진입하기 전에 더하우스콘서트에서 연주했다. 2018년부터는 24시간 동안 여러 연주가가 릴레이 연주를 펼치는 ‘24시간 프로젝트’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더하우스콘서트의 줄라이 페스티벌은 2020년부터 매년 7월 한 달 동안 작곡가 한 명을 집중 탐구하는 축제로 열려 왔다. 올해 주제는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이다.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는 “낭만주의 한복판을 살아간 슈만은 풍부한 문학적 소양 위에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쌓아나갔다. 시와 음악의 합일을 이루는 탁월한 가곡들, 풍부한 상상력과 시적 표현이 돋보이는 소품들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2022년부터는 페스티벌 개막 공연이 오케스트라 연주로 열리고 있다. 올해 7월 1일 개막 공연에서는 김재원 지휘의 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문지영 협연으로 슈만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연주자와 관객 수(각 40명)가 같은 보기 드문 무대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은 2008년 더하우스콘서트가 처음 시도한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올해 공연의 지휘자인 김재원이 피아노 연주를 맡아 공연했던 작품이다. 다음 달 2일부터 31일까지는 피아노 작품, 실내악곡, 성악곡 등이 매일 연주된다. 슈만의 부인이자 당대 최고의 콘서트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문지영 김태형 박종해 정규빈,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한수진 김다미 김동현,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호르니스트 김홍박,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김성호 등이 참여하며 신예 연주자들의 무대도 마련된다. 한 달 동안 총 연주자 수는 204명이다. 내년 줄라이 페스티벌의 주제는 다양한 시도로 20세기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한 이고리 스트라빈스키로 예정돼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어느 날 외계인이 당신을 납치해 자신들의 행성으로 데려간다. 독방에 갇힌 당신은 매일 쇼를 하는 대가로 음식을 얻어먹는다. 어떤 기분일까. 저자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미국 유명 해양 테마파크 ‘시월드’에 갇힌 범고래들에게 닥친 일이다. 저자는 여섯 살 때 시월드에서 본 범고래 쇼에 매혹돼 범고래 조련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결국 소원을 달성한 그는 시월드가 소유한 범고래 30마리 중 20마리와 공연한 베테랑 조련사가 됐다. 범고래는 인간 다음으로 높은 지능을 가졌다고 알려진 동물 중 하나다. 야생의 바다에서 그들은 고도의 사회적 행동을 보이며 그들만의 언어도 있다. 저자는 “범고래가 내 눈을 바라볼 때마다 반짝이는 지능과 감정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들은 관심을 갈구하고 질투를 느끼며 트집도 잡는다. 조련사나 동족 중 일부를 편애하고 때로는 적대시한다. 실수를 하면 미안해하기도 했다. 범고래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크게 바꾼 것은 2010년의 한 사건이었다. 시월드의 범고래 틸리쿰이 한 조련사의 팔을 물고 깊은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죽음으로 이끌었다. 틸리쿰은 이전 두 건의 사망 사건과도 관련이 있었다.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지만 야생에서는 인간에게 우호의 제스처를 보이는 범고래가 실은 은밀한 살인자였던 것일까. 저자는 범고래 사육의 비윤리적 환경이 그들의 일탈을 낳는다고 말한다. 시월드는 올림픽 수영장 열 개 크기의 거대한 수조를 홍보하지만 바다를 누비던 범고래들에게는 감옥의 독방이나 마찬가지다. 말을 듣지 않으면 음식을 주지 않는 것도 감옥 시스템을 연상케 한다. 그들만의 사회적 제동장치가 없고 일상이 스트레스로 가득 찬 인공의 환경에서 범고래는 폭력적 성향을 보이기 쉽다. 저자 자신도 범고래에게 잡혀 수조 깊은 곳으로 끌려갈 뻔한 여러 차례의 아찔한 순간을 회상한다. 부상의 누적으로 입사 19년 만인 2012년 시월드를 퇴직한 저자는 전직 조련사들이 쓴 시월드 비판 논문을 알고 처음엔 화가 났다고 고백한다. 범고래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경영진과 싸웠어도 그곳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문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거기엔 진실이 담겨 있었다. 1970년대 범고래 포획이 중단된 뒤 시월드는 인공수정으로 번식된 범고래들을 팔아 돈을 벌었지만 범고래들을 위한 시설 개선은 없었다. 조련사들의 죽음과 부상 등 사고에 대해서는 ‘그들 자신의 실수’로 몰아갔다. 저자는 틸리쿰 사건과 범고래의 비참한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피시’(2013년)에 참여했고 이 영화는 영국 아카데미(BAFTA)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과 같은 환경을 지속할 수 없다면 테마파크에 갇힌 범고래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야생성을 잃은 범고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노하우를 가진 시월드뿐이다. 세계 여러 테마파크의 독방에 갇힌 범고래를 시월드가 모아 거대한 ‘바다 우리’를 만든 뒤 보살펴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 책의 영어 원서는 영화 ‘블랙피시’의 개봉 2년 뒤인 2015년 나왔다. 그해 시월드는 반대 여론 속에 순이익이 84% 감소했다. 9년이 흐른 지금 현실은 어떨까. 2016년 시월드는 범고래를 이용한 모든 쇼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년 뒤인 2020년에는 새로운 범고래 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984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하며 ‘한국인 메트 시대’를 연 소프라노 홍혜경(65)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으로 11월까지 이어지는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첫 순서로 다음 달 3일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병욱 지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벨칸토 오페라에서 푸치니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 7월 9일에는 젊은 성악가 네 명을 일대일로 지도하는 보컬 워크숍 시간도 갖는다. 미국 뉴욕 근교에 거주 중인 그를 전화로 만났다. ―이번 리사이틀을 위해 벨리니와 도니체티의 ‘벨칸토’ 시대 아리아부터 푸치니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준비하셨습니다. “관객, 특히 성악을 전공하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목소리에 맞는 테크닉을 잘 가꾸면 오래 꾸준히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목소리에 맞는 넓은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를 넣었습니다.” ―후배 성악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언어나 곡 해석, 스타일 등 모든 것을 제대로 준비한 다음 연습실에서는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해야 해요. 또 하나는 비교하지 말기. ‘나는 왜 저 사람처럼 안 되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잘하는 것만 생각해야 해요.” ―무대 생활 중에서 특히 영광스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늘 아쉬웠던 점만 생각나죠. 노래에 만족했던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뜻깊은 순간으로는 메트로폴리탄에서 푸치니 ‘라보엠’의 미미 역을 하다가 2005년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에서 미미 역을 노래했을 때 감회가 깊었어요.” ―여러 역할에서 빛나는 노래를 들려주셨지만 특히 미미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983년 성악 코치 겸 지휘자 레오네 마지에라를 한 음악축제에서 만났어요. 그 여름에 그분으로부터 미미 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배웠죠. 순수한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을 꿰뚫고 있는 분이었어요. 메트로폴리탄에서 제가 미미 역을 역대 세 번째로 많이 했어요.” ―개인적 면모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은 것 같습니다. 취미로 미미처럼 수를 놓기도 하나요. “저 정말 수놓는 거 잘해요! 예원학교에 다닐 때 자수 수업이 있었어요. 내가 잘하니까 선생님은 이쪽 분단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는 반대쪽 애들부터 가르치라고 했어요(웃음). 요즘은 집의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요. 직접 기른 채소는 어린 시절 시장에 가서 산 것과 맛이 똑같아요. 지인들에게도 나눠주면서 행복을 느끼죠.”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싱싱한 소리로 노래하는 걸 듣는 게 좋아요.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도 여러 차례 심사를 맡았는데 정말 결과를 잘 맞혔어요. 콩쿠르 심사는 기회가 되는 대로 하고 싶어요. 젊은 성악가에게 자신감을 주는 기회니까요.” ―최근 미국에서의 무대나 계획이 있다면…. “메트에서 올해 현대곡 출연을 제안했는데 재미없는 배역이었어요. 안 하겠다고 했죠(웃음). 음악가는 힘들어요! 목소리의 노예가 된 것 같은 때도 많았어요. 거기서 풀려나온 지금 기분은 유토피아 같아요. 원하면 노래를 할 기회가 있고 삶도 즐기고 있잖아요?” 디바 홍혜경의 그 행복이 길게 이어지기를, 더불어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오래 이어지기를 소망했다. 넓은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무대가 곧 펼쳐진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16년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바이올린 준우승. 8년이 지났지만 아직 스물다섯 ‘꽃띠’ 청년이다. 2018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입상으로 거듭 실력을 증명했다. 올해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 격인 ‘M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다. 다음 달 3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여는 첫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9월 마포새빛문화숲에서 열리는 야외 리사이틀, 10월 11일 KBS교향악단과의 협연무대, 12월 6일 마지막 리사이틀 등 네 차례의 무대를 마련한다. 한결 강렬해진 햇살 속의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하늘이 푸르고 음식도 맛있는 마드리드 생활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스승인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을 따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음악학교로 소속을 옮겼다. 피아니스트 최형록과 함께하는 7월 3일 리사이틀 연주곡에는 라벨과 프로코피예프 등 근대곡이 두드러진다. “올해 M 아티스트 주제가 ‘보헤미안’이에요. 집시처럼 방랑하는 예술가를 뜻하죠. 먼저 떠오른 이름이 라벨과 프로코피예프였어요. 라벨과 보헤미안이라면 ‘치간(집시)’이 먼저 생각나지만 저는 특유의 멜랑콜리한 ‘바이브’가 있는 소나타 2번을 골랐어요. 프로코피예프 곡으로는 소나타 1번이 전쟁의 비참한 모습을 담았다면 2번은 더 자유롭고 긍정적인 면이 담겼다고 생각해서 그 곡을 골랐죠. 그 밖에 버르토크의 랩소디 1번, 집시의 자유분방함이 담긴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합니다.”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콩쿠르에 처음 나갔는데 더 어린 친구들과 겨뤄 떨어진 게 분했다. “연습시간도 늘리고 마음을 쏟기 시작했더니 실력이 늘기 시작했죠.” 승부욕이 있는 편일까.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다이아 등급이라는 점도 그의 팬들에겐 관심거리다. “일반인으로는 최고 등급이죠. 뒤늦게 시작했는데 처음 하던 친구들이 다 안 하게 됐을 때도 저는 하고 있었어요. 지게 되면 역시 많이 분했거든요.”(웃음) 7월 리사이틀 이후 M 아티스트로서 예정된 세 번의 연주에 대해 물었다. “보헤미안이라는 주제는 여러 가능성을 지닌 단어이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짜볼 생각입니다. 12월 리사이틀은 나름대로 구체적인 세팅이 돼 있어요. 피아니스트 박재홍 씨와 함께하게 됐는데, 오래 알고 지낸 친한 친구여서 듀오의 의미가 큰 소나타 세 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생각이에요.” 그는 2022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네 개의 온도’를 주제로 색깔 분명한 네 번의 연주를 펼쳐 보인 바 있다. 때로 얼음장 같고 때로 열정으로 빛났던 그 네 가지 온도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20대의 한가운데 선 ‘보헤미안’ 김동현의 방랑을 믿고 따라갈 수 있을 듯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이 아홉 번째 앨범 ‘에코 오브 로망스’(사진)를 데카 레이블로 내놓았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 슈만의 반려자이자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클라라 슈만의 ‘3개의 로망스’ 작품 22, 슈만의 정신적 제자이자 평생 클라라를 경모했던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 A단조 등 세 작품을 담았다. 클라라 슈만의 곡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원곡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했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한스 그라프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의 두 실내악 작품에는 ‘오원 트리오’ 멤버로 양성원과 오래 함께해 온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브람스의 클라리넷 트리오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함께했다. 음반 첫 곡으로 실린 슈만의 첼로 협주곡에서 가장 먼저 귀에 짚이는 점은 선율의 억양(인토네이션)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협주곡에서 슈만은 첼로 솔로 파트에 쉼 없는 독백을 쏟아놓도록 하다가도 순간마다 독백은 단절되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눌변(訥辯)과 같은 표정이 낭랑한 달변의 표정을 뒤집곤 한다. 알 듯 말 듯한 이 표정을 양성원이 선택한 음량의 두께와 호흡의 길이가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 세 곡은 본디 첼로 곡으로 내놓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첼로 음색과 맞아 떨어지는 잔잔한 사색을 보여준다. 가장 브람스적인 악기 셋이 어울린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에서 한껏 찰진 음색을 선보이는 첼로와 대조적으로 무게를 덜어낸 듯한 김한의 날렵한 클라리넷도 마치 긴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듯 어울린다. 양성원은 이 앨범을 스승인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1924∼2013)에게 헌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7월 3∼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슈타커 기념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역시 그가 예술감독을 맡은 평창대관령음악제도 7월 24일∼8월 3일 열린다. 올해 음악제 주제는 ‘루트비히!’다. 올해 초연 200주년을 맞는 교향곡 9번 ‘합창’을 비롯해 루트비히 판 베토벤과 그 못잖은 음악사상 혁명아들의 작품을 조명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에서 양성원은 특히 주목할 공연을 묻는 질문에 ‘더 사랑하는 자식을 묻는 질문처럼 난감하다’며 7월 26일 페레니 미클로시 첼로 리사이틀, 30일 콘서트오페라 베토벤 ‘피델리오’, 젊은 유망 예술가들로 구성한 7월 25일, 8월 1일 ‘평창 드림팀’ 콘서트 등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오래전 일이다. 슈베르트의 송어 5중주곡을 CD 플레이어에 걸어놓고 헤드폰을 썼다. 4악장에서 유명한 가곡 ‘송어’의 주제가 흐르고 나서 첫 변주로 옮겨가기 직전, 모든 악기가 연주를 멈추는 부분에서 작지만 귀를 붙드는 또록또록 소리가 들렸다. “…뭘까?” 헤드폰을 벗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헤드폰을 쓰고 다시 들어보았다. 어라, 그것은 연주회장 마이크에 잡힌 귀뚜라미 소리였다. 이 음반은 1967년 미국 말버러 음악축제에서 녹음됐다. 말버러 음악축제는 1951년부터 미국 버몬트주의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마을 말버러에서 매년 7∼8월에 개최된다. 개방된 장소에서 콘서트가 열리기 때문에 관객들은 풀밭에 앉아 기분 좋은 여름 바람을 느끼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송어’ 5중주곡은 루돌프 제르킨이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리니스트 하이메 라레도, 첼리스트 레슬리 파르나스 등 명인들이 연주에 참여했다. 귀뚜라미들도 아름다운 화음에 동참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자연의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에서는 올해 10회를 맞은 계촌클래식축제가 열렸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함께 만드는 이 축제도 말버러 음악축제처럼 열린 공간에서 달큼한 여름 저녁의 바람과 함께 아름다운 선율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이진상, 조성진, 지휘자 김선욱,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함께했다. 자연 속이라고 말하기는 어색하지만 서울 한복판의 열린 공간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수도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11, 12일 오후 7시 반 광화문광장에서 공연한다. 공개모집으로 선발한 123명의 시민예술단이 합창단으로 참여한다. 사전 예약 관람 좌석은 매진됐지만 이 시간 광화문광장 부근을 거닌다면 이 오페라의 유명한 간주곡과 합창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의 명선율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강원 대관령 일대에서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도 7월 24일 개막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이 음악제의 주무대인 알펜시아 리조트 ‘뮤직텐트’는 개방된 공간이 아니지만 텐트 형태의 구조물이어서 때로는 말버러 음악축제에서와 같은 귀뚜라미 소리가 정적을 깨고 들어온다. 올해 음악제 주제는 ‘루트비히!’다. 올해 초연 200주년을 맞는 교향곡 9번 ‘합창’을 비롯해 음악사의 혁명아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작품들을 대거 조명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강원도’라 할 만한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오베르뉴론알프 국립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토마스 체에트마이어, 아드리앙 페뤼숑, 첼리스트 페레니 미클로시, 지휘자 이승원, 바이올린 이지윤,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임선혜, 피아니스트 박재홍 등이 참여한다. 유럽으로 눈을 옮겨보면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고지대 산간 휴양지에서 1994년부터 열리는 음악축제다. 말버러 음악축제나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탱글우드 페스티벌처럼 풀밭에 자유롭게 앉아 저녁 소풍 기분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지만 출연자들의 면면은 초일류급이다. 올해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선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등 한국인 연주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솔로 리사이틀과 실내악 무대, 오케스트라 협연을 망라한 임윤찬의 일정이 눈에 띈다. 임윤찬은 7월 20일 차이콥스키 ‘사계’,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을 연주하는 리사이틀을 열고 25일 실내악 연주회에서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과 함께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4중주곡 2번 연주에 참여한다. 26일에는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김봄소리는 7월 26일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 등과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피아노 4중주를 연주한다. 28일에는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를 위한 소품’ 연주에 참여한다. 이어 29일에는 피아니스트 쥘리앵 캉탱과 듀오 콘서트를 연다. 드뷔시,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와 포레의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토벤은 혁명이면서 인간적인 작곡가다. 여러 번 연주해도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운다.”(루돌프 부흐빈더)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라거나 피아니스트로 정의할 수 없다. 그는 그 자체의 영혼이다.”(미하일 플레트뇨프) 초여름의 서울이 두 전설적 피아노 대가의 협주곡 전곡 연주로 달아오른다. 현역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8)는 이달 26,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곡 전곡을 직접 지휘까지 맡아 연주한다. 러시아 피아노 전통의 계승자로 불리는 미하일 플레트뇨프(67)는 27, 28일 같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카세키 겐 지휘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4곡 전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등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작품 5곡 전곡을 연주한다. 같은 공간에서 닷새 중 나흘이 두 사람의 협주곡 전곡 연주로 채워지는 셈이다. 두 피아노 대가는 한국 청중과 오래전부터 친숙하다. 부흐빈더는 2012년 처음 내한해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세 곡을 연주했고 이번에 아홉 번째 내한이다. 지난해 6∼7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곡 전곡을 연주했으며 2018년에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TIMF 앙상블과 처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를 펼친 바 있다. 부흐빈더는 2014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전집 앨범(소니)을 내놓았다. 이 앨범은 “정서적인 절제로 색채와 드라마를 강화했다”(BBC 뮤직매거진)는 찬사를 받았다. 2021년에는 그가 넬손스, 얀손스, 게르기예프, 틸레만, 무티 등 각기 다른 지휘자 및 악단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집이 DG 레이블로 발매됐다. 부흐빈더와 함께 한국을 찾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때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FO)의 부속 단체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LFO보다 47년이나 이른 1956년 창단된 유서 깊은 악단이자 LFO와 달리 1년 내내 활동을 펼치는 상설 악단이다. 초창기부터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볼프강 슈나이더한과 지휘자 루돌프 바움가르트너의 조련을 받아 정밀하고 따뜻한 사운드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콘서트에서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과 5번 ‘황제’를, 30일 콘서트에서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 4, 3번을 차례로 연주한다. 플레트뇨프는 1999년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 뒤 피아니스트로, 또는 자신이 1990년 창단한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자주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에는 6월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대에 올라 자신이 편곡한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 등을 들려줬고 9월에는 쇼팽의 곡들만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펼쳤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 도쿄 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센다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시즈오카 심포니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다카세키 겐이 지휘봉을 든다. 27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1, 2번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28일 협주곡 3, 4번을 연주한다. 부흐빈더 베토벤 협주곡 6만∼20만 원, 플레트뇨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6만∼19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올해 첫 폭염 ‘멧돼지’가 발령됐습니다. 학교와 야외 사업장은 문을 닫습니다.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합니다.” 몇 년 뒤엔 이런 뉴스를 매년 몇 차례씩 듣게 될지 모른다. 저자의 주장은 그렇다. 지난해 지구는 19세기 말보다 1.48도 더 더웠고 6월부터 12월까지는 관측사상 가장 더운 달이 이어졌다. 태풍처럼 이상고온에 이름을 붙이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이 거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학자로 2019년 전작 ‘물이 몰려온다’에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원제 ‘더위는 당신을 먼저 죽일 것이다(The Heat Will Kill You First)’가 말해주듯 기온 상승이 가져올 더 직접적인 위험을 경고한다. “지금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먼저 더위로 죽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하게 폭염의 피해를 입을 것이다.” 2019년 세계에서 더위로 사망한 사람은 48만 명이었고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 것이다. 2003년 프랑스를 강타한 폭염으로 1만5000명이 숨졌고 파리 도심에서만 1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어컨은 20세기 인류의 분포를 바꾸었다. 사람이 살 수 없던 더운 땅에 새로운 도시가 생겼다. 그러나 에어컨은 실내에서 실외로 열기의 위치를 바꿔줄 뿐이며 에어컨이 많이 가동될수록 도시는 더욱 뜨거워진다. 폭염에 정전이 일어나면 한 도시에서 수천 명씩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온실가스 흡수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는다. 이미 세계에는 3조 그루나 되는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의 기온을 내릴 수는 있다. 미국 포틀랜드시의 빈민가에서 측정된 기온이 51도를 넘을 때 주변 부유층 주거지의 기온은 14도 가까이 낮았다. 정원에 무성한 나무들이 열기를 흡수한 것이다. 건물에 정원을 조성하는 ‘그린루프’ 운동도 도움이 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대멸종은 진행 중이다. 더위는 식물의 개화 시기를 바꾼다. 꽃을 피웠는데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식량 문제로 연결된다. 팬데믹도 걱정거리다. 2019년 코로나19는 평소 만날 일 없었던 동물들이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고 저자는 밝힌다. 지난 10년간 과학자들이 조사한 동물 종(種)의 절반가량이 기후 변화로 분포지를 바꿨다. 육상 동물들은 10년마다 20km씩 이동하며 해양 동물의 경우 이동이 훨씬 빠르다. 처음 서로 마주치는 동물들이 대역병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용어부터 바꾸자고 제안한다. 핫(hot)하다는 말은 섹시하고 매력적이라는 관념과 연결된다. 지구는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살기 힘들게 뜨거워지는 것이다. 어쩌면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기 중에 황을 살포하면 미세입자들이 햇빛을 반사해 기온이 내려간다. 하지만 강수 패턴이 바뀌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더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방법은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는 것, 최소한 줄여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준비가 되었는가. ‘지구 온난화는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차기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의 유력한 후보다. 우선 필자부터도 에어컨과 자가용, 여객기를 이용한 해외여행을 포기할 수 있을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아직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까.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프랑스 대표 역사주의(시대악기) 오케스트라 중 21세기 들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한국을 찾아온다. 2013년 성남아트센터 초청공연, 2016년 ‘한화클래식’ 공연에 이어지는 세 번째 내한이다. 20세 때 이 악단을 창단한 마르크 민코프스키 지휘로 세 차례에 걸쳐 ‘올 모차르트’ 무대를 선보인다.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협연으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과 교향곡 41번 ‘주피터’ 등을 연주하고 15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에서는 모차르트 3대 교향곡으로 불리는 교향곡 39, 40, 41번을 무대에 올린다. 19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돌아와 전반부를 모차르트 아리아들로 장식하고 후반부는 교향곡 41번 ‘주피터’로 마감한다.역사주의 또는 시대악기 연주란 대체로 낭만주의 중기 이전 옛 음악을 당시 악기와 연주 관습을 되살려 연주하는 흐름을 말한다. 민코프스키는 바순 연주자로 음악 생활을 시작해 20세 때인 1982년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창단했다.1일 줌 화상회의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민코프스키는 “역사주의 연주에 대한 여러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해석의 의도보다는 모차르트 시대가 가진 ‘감각, 느낌과 영혼’을 청중이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제가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창단할 땐 저도 젊었고 단원들도 젊었죠. 처음부터 젊은 열정과 능동적인 해석 스타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얼마간 공격적이랄까, 능동적으로 연주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그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2006년 선보인 모차르트 교향곡 40, 41번은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연주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표지에 그려진 ‘주피터 신의 번개’처럼 41번 교향곡 ‘주피터’ 마지막 푸가 악장은 낙차 큰 강약 대비와 빠른 템포를 선보였다. 민코프스키는 “이 푸가엔 ‘몰토 알레그로’(매우 빠르게)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이 지시를 해석하는 데 제한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곡에서는 기쁨과 지옥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마다 약간씩의 유머 코드와 의외성을 마련해두기도 하는 그는 이번 무대에 대해서는 “약간의 놀라움을 드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기며 웃음을 지었다.“8년 전 ‘한화클래식’에서 한국 음악 팬들을 만난 일을 기억합니다. 저는 그 뒤에도 매일매일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죠. 이번에 오시는 관객들이 그 점을 느껴주셨으면 합니다.”14일 공연에서는 2023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가 협연자로 나서 음높이를 낮춰 조율하고, 옛날식 바이올린 현(거트현)을 사용한 역사주의 연주로 호흡을 맞춘다.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악장 스테판 루지에가 비올리스트로 함께하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도 선보인다. 19일 공연 전반부 모차르트 아리아 무대에서는 독일 소프라노 카롤린 에스테트와 독일 자르브뤼켄 국립 오페라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테너 송성민, 덴마크 코펜하겐 왕립 오페라극장 종신단원인 베이스 고경일이 출연해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여자는 다 그래’ 등의 아리아와 콘서트 아리아 등을 노래한다.14,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20만 원, 15일 아트센터인천 4만∼9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