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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명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의 채널에 대해 유튜브 측이 수익 창출 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그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았던 쯔양은 이날 입장을 바꿔 “선처는 없다”며 렉카 유튜버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렉카 유튜버들에 대해 적극적인 구속 수사와 범죄 수익 환수 조치 등 엄정 대응을 주문하며 사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 유튜브 “구제역, 카라큘라, 주작감별사 수익 중단” 이날 유튜브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플랫폼 외부에서 유튜브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행동으로 크리에이터의 책임에 관한 정책을 위반한 구제역(본명 이준희), 카라큘라(본명 이세욱),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의 채널은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채널들은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고 했다.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는 이용자가 타인에게 해를 입히려 했거나, 학대 및 폭력에 가담했거나, 플랫폼 안팎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경우 유튜브는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유튜버들은 유튜브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된다. 영상 조회수나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들은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번다. 하지만 유튜브가 명시한 약관을 위반하면 이 파트너에서 제외된다.● 쯔양 “선처 없다”… 검찰총장 “구속 수사” 이날 쯔양의 변호인은 쯔양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유튜브 ‘범죄연구소’ 운영자 및 익명의 협박자 등 총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3자가 고발해 사건이 검찰에 배당됐지만 쯔양이 직접 고소인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쯔양의 변호인은 “가해자들은 항상 쯔양이 법적 조치를 쉽게 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왔다”며 “‘제2, 제3의 쯔양’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밝혔다. 쯔양에 대한 공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구제역은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쯔양을 공갈 협박한 적 없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전에 조율된 일정이 아니라 일방적인 출석이었기 때문에 이날 조사를 받진 못했다. 구제역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카라큘라는 쯔양이 고소한 ‘범죄연구소’는 자신의 채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과거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로 바꿨고, 지금은 ‘카라큘라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실제 유튜브에는 ‘범죄연구소’라는 다른 채널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10∼14일 쯔양을 다룬 영상 5개가 올라와 있다. 이날 이 총장은 “사적 제재는 피해자와 그 가족 등에게 2차 피해를 초래하며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침해한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현승)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명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의 채널에 대해 유튜브 측이 수익 창출 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그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았던 쯔양은 이날 입장을 바꿔 “선처는 없다”며 렉카 유튜버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렉카 유튜버들에 대해 적극적인 구속 수사와 범죄 수익 환수 조치 등 엄정 대응을 주문하며 사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 유튜브 “카라큘라, 구제역, 주작감별사 수익 중단”이날 유튜브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플랫폼 외부에서 유튜브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행동으로 크리에이터의 책임에 관한 정책을 위반한 구제역(본명 이준희), 카라큘라(본명 이세욱),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의 채널은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채널들은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고 했다.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는 이용자가 타인에게 해를 입히려 했거나, 학대 및 폭력에 가담했거나, 플랫폼 안팎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경우 유튜브는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이에 따라 해당 유튜버들은 유튜브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된다. 영상 조회수나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들은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번다. 하지만 유튜브가 명시한 약관을 위반하면 이 파트너에서 제외된다.● 쯔양 “선처 없다”… 검찰총장 “구속 수사”이날 쯔양의 변호인은 쯔양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유튜브 ‘범죄연구소’ 운영자 및 익명의 협박자 등 총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3자가 고발해 사건이 검찰에 배당됐지만 쯔양이 직접 고소인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쯔양의 변호인은 “가해자들은 항상 쯔양이 법적 조치를 쉽게 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왔다”며 “‘제2, 제3의 쯔양’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밝혔다.쯔양에 대한 공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구제역은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쯔양을 공갈 협박한 적 없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전에 조율된 일정이 아니라 일방적인 출석이었기 때문에 이날 조사를 받진 못했다.구제역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카라큘라는 쯔양이 고소한 ‘범죄연구소’는 자신의 채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과거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로 바꿨고, 지금은 ‘카라큘라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실제 유튜브에는 ‘범죄연구소’라는 다른 채널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10~14일 쯔양을 다룬 영상 5개가 올라와 있다. 이날 이 총장은 “사적 제재는 피해자와 그 가족 등에게 2차 피해를 초래하며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침해한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현승)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구독자가 1000만 명에 이르는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전 남자친구에게 4년간 폭행 등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생태계를 극단적으로 오염시키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 렉카란 교통사고 현장에 앞다퉈 몰려드는 레커차(‘렉카’)처럼 가십거리에 몰려들어 폭로전을 일삼는 유튜버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자정 기능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사이버 렉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수익을 공개하는 등의 ‘유튜버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쯔양 소속사가 용돈도 많이 챙겨줘” 12일엔 쯔양이 전 남자친구 이모 씨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가 공개됐다. 쯔양 측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쯔양이 폭행을 당하는 듯 비명을 지르자 이 씨는 “이런 ×××아. 이러지 말랬지. 야, 이리와”라며 욕설을 했다. 쯔양이 “살려주세요. 잘못했어”라고 하자 이 씨는 “죽여버리기 전에 앉아”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유튜버들은 폭로전을 계속 이어갔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와 ‘구제역’(본명 이준희)의 대화 내용을 11일 밤 추가로 폭로했다. 녹취에 따르면 구제역이 “월요일에 또 쯔양 소속사 이사님들 만나기로 했다”고 하자 카라큘라는 “거기 왜 뭐 가면 거기 뭐 좀 줘?”라고 물었다. 이에 구제역이 “주죠, 형님. 맛있는 것 많이 사주고 용돈도 많이 챙겨줘요”라고 했다.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이근 전 해군 대위도 가세해 “구제역은 저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서 (제가) 그 핸드폰을 박살 낸 적이 있다”며 “그 핸드폰을 (수리) 맡기다가 녹음파일들이 유출되어 (쯔양 사건이) 세상에 공개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카라큘라는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구제역은 12일 “쯔양님의 과거를 지켜주는 업무의 대가로 받은 금원이었지만 현재 저는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쯔양님께 받은 금원 전액은 빠른 시일 내에 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쯔양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협박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상당하고, 검찰이 사건을 배당한 만큼 수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타전 속 피해자는 나 몰라라 문제는 유튜버들의 폭로와 난타전 속에 정작 피해자가 공개를 원치 않은 사생활 등이 알려지고 2차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쯔양 역시 “이 일이 알려지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가세연의 폭로로 어쩔 수 없이 공개했다. 현재 가세연과 카라큘라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100만 회를 넘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사적 제재’에 나선 유튜버들도 여럿 등장했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2004년 경남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조회수가 폭발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피해자의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를 지켜 달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는 설명이 허위였던 것이다. 신상 공개 유튜브를 운영하는 엄모 씨(30)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남성’ 신모 씨(29)의 선배를 협박해 3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올 5월 구속 기소됐다. 엄 씨는 신 씨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익명 유튜버의 경우 피해자가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씨(20)는 허위 사실로 자신을 비방해 온 유튜브 ‘탈덕수용소’를 운영한 박모 씨(35)에게 소송을 내 1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구글이 유튜버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 미국 법원에서 신상 공개 명령을 받아내야 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명백히 위법하고 도덕에 반하는 경우에 수익 창출 중지를 포함해 수익이 어떻게 났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유튜브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콘텐츠 질이 현저히 나쁘다면 일정 기간 채널 비공개나 수익 중지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구독자 1000만 명에 이르는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전 남자친구에게 4년 간 폭행을 등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생태계를 극단적으로 오염시키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 렉카란 교통사고 현장에 앞다퉈 몰려드는 ‘렉카’(견인차)처럼 가십거리에 몰려들어 폭로전을 일삼는 유튜버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자정 기능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사이버렉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수익을 공개하는 등의 ‘유튜버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쯔양 소속사가 용돈도 많이 챙겨줘”쯔양 사건을 두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유튜버들은 폭로전을 계속 이어갔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와 ‘구제역’(본명 이준희)의 대화 내용을 11일 밤 추가로 폭로했다.녹취에 따르면 구제역이 “월요일에 또 쯔양 소속사 이사님들 만나기로 했다”고 하자 카라큘라는 “거기 왜 뭐 가면 거기 뭐 좀 줘?”라고 물었다. 이에 구제역이 “주죠 형님. 맛있는 것 많이 사주고 용돈도 많이 챙겨줘요”라고 했다.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이근 전 해군 대위도 가세해 “구제역은 저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서 (제가) 그 핸드폰을 박살 낸 적이 있다”며 “그 핸드폰을 (수리) 맡기다가 녹음파일들이 유출되어 (쯔양 사건이) 세상에 공개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가세연의 계속된 폭로에도 카라큘라는 “쯔양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구제역은 12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쯔양님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쯔양님의 과거를 지켜주는 업무의 대가로 받은 금원이었지만 현재 저는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쯔양님께 받은 금원 전액은 빠른 시일내에 돌려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업무의 대가’라며 협박 의혹은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협박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상당하고, 검찰이 사건을 배당한 만큼 수사로 진실을 가려야 할 상황이 됐다.● 난타전 속 피해자는 나몰라라문제는 유튜버들의 폭로와 난타전 속에 정작 피해자가 공개를 원치 않은 사생활 등이 알려지고 2차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쯔양 역시 “이 일이 알려지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가세연의 폭로로 어쩔 수 없이 공개했다. 현재 가세연과 카라큘라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100만을 넘은 상황이다.최근에는 ‘사적 제재’에 나선 유튜버들도 여럿 등장했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2004년 경남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조회수가 폭발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피해자의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를 지켜달라”고 밝혔다. 피해자 동의를 얻었다는 설명이 허위였던 것이다.신상공개 유튜브를 운영하는 엄모 씨(30)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남성’ 신모 씨(29)의 선배를 협박해 3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올 5월 구속기소됐다. 엄 씨는 신 씨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익명 유튜버의 경우 피해자가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씨(20)는 허위 사실로 자신을 비방해온 유튜브 ‘탈덕수용소’를 운영한 박모 씨(35)에게 소송을 내 1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구글이 유튜버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 미국 법원에서 신상 공개 명령을 받아내야 했다.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명백히 위법하고 도덕에 반하는 경우에 수익 창출 중지를 포함해 수익이 어떻게 났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유튜브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콘텐츠 질이 현저히 나쁘다면 일정 기간 채널 비공개나 수익 중지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소속사 대표였던 전 남자친구에게 4년간 폭력과 불법 촬영 등을 당했다고 밝혔다. 일명 ‘사이버 렉카’로 알려진 일부 유튜버는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쯔양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사이버 렉카는 유명인과 관련된 악성 이슈에 몰려들어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를 게시해 수익을 내는 유튜버를 뜻한다.● 쯔양 “전 남친에게 폭행당해” 11일 오전 2시경 쯔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라이브 영상을 올렸다. 쯔양은 “(과거) 휴학하던 당시 만났던 남자친구가 있었다”며 “처음에는 나에게 잘해 주다가 점점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또 “헤어지자고 하자 지옥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쯔양은 “나 몰래 (남자친구가) 찍은 (내) 동영상이 있더라”라며 “헤어지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쯔양은 남자친구에게 우산 등으로 구타를 당한 적도 있다며 멍이 든 사진 등을 공개했다. 쯔양은 “남자친구가 ‘앉아서 술만 따르면 된다’고 해서 (남자친구의) 술집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먹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남자친구는 당시 쯔양의 소속사 대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쯔양은 “(방송 시작 후에도) 맞았다. 방송이 잘되기 시작하자 남자친구가 소속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얼굴은 (유튜브 방송에서) 티가 난다며 몸을 때렸다”고 밝혔다. 쯔양 측 변호인은 쯔양이 못 받은 광고 수익 정산금이 최소 4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쯔양이 견디다 못해 남자친구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남자친구가 자살해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튜버, 쯔양 협박 의혹 일부 유튜버는 쯔양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쯔양은 본인의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사이버 렉카’들이 쯔양의 허락 없이 공론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쯔양은 영상에서 “이 일이 알려지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아직까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쯔양이 영상을 올리기 전날(10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쯔양 과거 폭로 협박 뒷돈(feat. 렉카연합)’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유튜버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와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지난해 2월 24일 나눈 대화라는 녹취가 공개됐다. 녹취에서 전 씨는 이 씨에게 쯔양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며 “쯔양이 지금 버는 돈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괜찮게 (돈을) 챙겨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이 씨는 “내가 봤을 때 이건 2억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현찰로)”라고 했다. 녹취에는 이 씨가 결국 ‘쯔양이 과거 술집에서 일했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방영하겠다며 쯔양으로부터 5500만 원 상당을 받아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또 다른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와 이준희 씨가 지난해 2월 20일 나눈 대화라는 녹취도 추가 공개됐다. 이세욱 씨는 이준희 씨에게 “네가 쯔양 건드리는 것으로 해서 누구한테 한 10억 원 받는다고 하면 막말로 채널이 날아가도 ‘×팔 한 10억 원 챙겼으니까 됐다’고 치겠는데”라고 밝혔다. 의혹이 커지자 이세욱 씨는 유튜브에서 “두 아들을 걸고 누군가에게 부정한 돈을 받아먹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준희 씨는 유튜브에서 “부끄러운 돈 받지 않았고 부끄러운 행동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쯔양에 대한 유튜버들의 공갈 혐의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최순호)에 배당했다. 검찰은 유튜버들이 쯔양으로부터 돈을 뜯어낼 계획을 세웠는지 등에 대해 들여다볼 예정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11일 대응을 시사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가 하이브에 대한 배임 및 경영권 탈취 시도 혐의와 관련해 9일 처음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날 민 대표는 하이브가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나이키 모자에 흰 셔츠를 입고 나온 민 대표는 오후 1시 38분경 경찰서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된다. 업무상 배임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BTS 소속사인 국내 최대 기획사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시도를 했다며 4월 감사에 나섰고, 같은 달 25일 민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5월 하이브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했고, 6월에는 민 대표 측 관계자 1명을 불러 조사했다. 현재 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입증할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 대표 측은 경영권 찬탈이 지분 구조상 불가능하며 배임 의혹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5월 법원은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 대표) 해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역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서울 용산구에서도 70대 운전사가 모는 택시가 승용차 3대와 추돌했다.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이 사망한 데 이어 고령 운전자 차량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한 주유소를 빠져나가던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은 보행자 2명을 잇달아 친 뒤 담벼락에 부딪치고 나서야 멈춰 섰다. 1명은 잠시 의식을 잃기도 했지만, 현재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경상을 당했다. 사고 차량은 주유소 출구로 나와 차로로 진입하려던 중 인도에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 1명이 쓰러진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15m가량 더 돌진했고, 보행자 1명을 또 들이받은 채 약 10m를 더 전진했다. 경찰은 80대 남성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운전자를 입건했다. 7일 오후 2시 12분경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70대 운전사가 모는 택시가 승용차 3대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는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더 잦고, 피해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주피보험자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 건수는 258만6338건, 사고 건수는 11만8287건으로 4.57%의 사고율을 보였다.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고율은 4.05%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시 65세 미만 운전자는 평균 피해자 수가 1.96명이었던 반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평균 2.6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사고 피해자 중 중상자와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5세 이상은 8.72%로, 65세 미만 운전자(7.67%)보다 높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야간엔 운전하지 않는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는 대신 면허 갱신 기간을 늘려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처음에는 내가 뭘 본 건지 와닿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뭔지 알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거 있죠. 너무 충격을 받아서….”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40대 유모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유 씨는 기자와 얘기하는 동안 울먹이거나 말을 멈추는 등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이곳 지리와 신호를 잘 알다 보니 ‘10초만 늦었어도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죽었겠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현장 목격자와 사고를 간접적으로 접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처럼 ‘일상 속 참사’를 마주한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심리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잘 때마다 사고 장면 떠올라” 호소 동아일보 취재팀은 사고 현장 인근 상인과 목격자 등 10명을 4∼5일 직접 만나 트라우마 측정 설문과 심층 인터뷰(1명당 30분 정도)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10명 중 7명은 일반인들이 겪고 있는 수준을 훨씬 웃도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명 중 3명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심리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설문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따라 ‘관련 기억이나 생각, 또는 감정을 피하는가’ ‘관련 악몽을 반복해서 꾸는가’ ‘관련해 자기 자신의 탓을 하고 있는가’ 등의 문항 20개로 진행했다. 문항당 5점(전혀 아님 0점∼매우 많이 4점) 척도로 총점이 37점 이상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으로 심리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 27점 이상은 트라우마가 아주 심하진 않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설문 결과 유 씨는 61점을 기록한 고위험군으로 분석됐다. 당장 트라우마 상담 등 심리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56점을 기록한 손화자 씨(85·자영업)는 인터뷰에서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루에도 스무 번 넘게 사고 현장을 멍하니 보고 있는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32점이 나온 유모 씨(48·자영업)도 “‘쿵’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지 살펴보려고 갔는데 길바닥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봤다”며 “잘 때 눈 감으면 사고 모습이 계속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호소했다. 29점이 나온 박평국 씨(57)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디선가 ‘드드드’ 하는 굉음이 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콱 막히더라”라고 토로했다. 박 씨는 사고 당시 ‘쿵’ 하는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나와 현장 수습을 도운 바 있다.● “범정부 차원 심리 지원 필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0명 중 8명도 심리치료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목격자에 대한 심리 상담·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 중구의 심리상담센터 직원은 18명 남짓에 불과해 밀려드는 상담 수요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고를 관찰했다면 트라우마 진단을 받을 수 있다”며 “다수의 시민이 희생당한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정부는 상담 전문가들을 찾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목격자 1000여 명의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등 지원책을 적극 펼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트라우마 치료를 밀착 지원했다. 하지만 시청역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전문기관이 지역 사정에 밝은 구청 등 기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목격자와 인근 상인에 대한 집중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시청역 참사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의 2차 피의자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늦어도 수요일(10일) 전에는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역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이 사망한 지 5일 만에 고령 운전자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7일 경찰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한 주유소를 빠져나가던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은 보행자 2명을 잇달아 친 뒤 주유소 옆 담벼락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춰 섰다. 1명은 사고 직후 잠시 의식을 잃기도 했지만,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진료를 받아 현재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경상을 당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차량은 주유소 출구로 나와 차로로 진입하려던 중 갑자기 인도에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 1명이 차량에 치여 쓰러진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15m가량을 더 돌진했고, 보행자 1명을 또 들이받은 채 약 10m를 더 전진했다. 이후 주유소 옆 고철장 담벼락에 추돌한 후에야 정지했다.경찰은 80대 남성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조작하면서 인도로 돌진한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운전자를 입건했다. 경찰은 곧 운전자를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는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더 잦고, 피해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주피보험자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 건수는 258만6338건, 사고 건수는 11만8287건으로 4.57%의 사고율을 보였다.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고율은 4.05%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시 65세 미만 운전자는 평균 피해자 수가 1.96명이었던 반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평균 2.6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사고 피해자 중 중상자와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5세 이상에서 8.72%로, 65세 미만 운전자(7.67%)보다 높았다.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주간 운전만 하고 야간엔 운전하지 않는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는 대신 면허 갱신 기간을 늘려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처음에는 내가 뭘 본 건지 와닿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뭔지 알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거 있죠. 너무 충격을 받아서….”1일 벌어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한 40대 유모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현장을 목격한 유 씨는 기자와 얘기하는 동안 울먹이거나 말을 멈추는 등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유 씨는 “이곳 지리와 신호를 잘 알다보니 ‘10초만 늦었어도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죽었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멈추질 않는다”고 토로했다.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 가량이 지났지만, 현장 목격자와 사고를 간접적으로 접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처럼 ‘일상 속 참사’을 마주한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심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잘 때마다 사고 장면 떠올라” 호소동아일보는 4, 5일 사고 현장 인근 상인들과 목격자 등 10명을 직접 만나 트라우마 측정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부터 인터뷰까지는 대상자 당 30분 가량이 소요됐으며 트라우마 지원을 받고 싶은지도 질의했다. 그 결과 10명 중 7명은 일반인 수준을 훨씬 웃도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명 중 3명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설문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따라 ‘관련 기억이나 생각, 또는 감정을 피하는가’ ‘관련 악몽을 반복해서 꾸는가’ ‘관련해 자기 자신의 탓을 하고 있는가’ 등의 트라우마 측정 설문 문항 20개로 구성됐다. 1개 문항당 5점(전혀 아님 0점~매우 많이 4점) 척도인데, 총점이 37점 이상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27~30점은 트라우마가 아주 심하진 않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정도다.설문 결과 유 씨는 61점을 기록한 고위험군으로, 당장 트라우마 상담 등 심리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56점을 기록한 손화자 씨(85·자영업)도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루에도 스무 번 넘게 사고 현장을 멍하니 보고 있는다 ”라고 목소리와 손을 떨며 말했다. 32점을 기록한 유모 씨(48·자영업)는 “‘쿵’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지 살펴보려고 갔는데 길바닥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봤다”며 “잘 때 눈 감으면 사고 모습이 계속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29점이 나온 박평국 씨(57)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디선가 ‘드드드’하는 굉음이 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콱 막히더라”라고 토로했다. 박 씨는 사고 당시 소리를 닫고 달려나와 현장 수습을 도운 바 있다.● “범정부 차원 심리 지원 필요”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목격자와 시민들이 증가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0명 중 8명도 심리치료 등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시청역 참사 목격자에 대한 심리 상담·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 중구의 심리상담센터 직원은 18명 남짓에 불과해 밀려드는 상담 수요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전문가들은 방치된 목격자들에 대한 정부와 전문기관의 치료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고를 관찰했다면 이는 트라우마 진단의 기준이 된다”라며 “다수의 시민이 희생당한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정부는 상담 전문가들을 찾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목격자 1000여 명의 심리 치료를 진행했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트라우마 치료를 밀착 지원했다. 하지만 시청역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전문기관이 지역 사정에 밝은 구청 등 기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목격자와 인근 상인에 대한 집중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한편 경찰은 7일 시청역 참사 가해운전자 차모 씨(68)의 2차 피의자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늦어도 수요일(10일) 전에는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가 4일 첫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에 저장된 5초의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는 점을 확인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4일 오후 3시 차 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에 조사관 4명을 보내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최 씨에 대한 정식 조사는 이날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차 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다만 차 씨 차량 EDR엔 가드레일 충돌 5초 전 기록만 저장됐는데, 경찰은 이 시간 동안 브레이크가 밟힌 기록이 없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운전자 과실 또는 급발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 단정이 어렵다”며 차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이 사고 당시 음주 측정을 뒤늦게 한 점도 뒤늦게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사고 당일인 1일 오후 9시 30분경 현장에서 차 씨를 체포해 음주 여부를 측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약 1시간 30분 뒤인 오후 11시 3분 서울대병원에서 측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나흘째인 4일 오전엔 희생자 발인식이 차례로 열렸다. 서울시 사무관 사망자 김인병 씨(52)의 운구차는 오전 5시 40분경 국립중앙의료원을 출발해 근무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시청 직원 80여 명이 나와 동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 씨의 셋째 형 김광병 씨(57)는 “동생이 중학생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었고, 고등학교를 마친 직후에는 약 5년간 외판원으로 일하며 책과 도장을 팔았다”며 “노력 끝에 공무원으로 입신양명했지만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갔다”고 비통해했다. 김 씨는 둘째 딸이 대학에 합격하자, 그 대학의 석사 과정에 등록할 정도로 딸을 사랑했다고 한다. 이날 다른 사망자들의 발인도 진행됐다. 사망자 신한은행 직원 이모 씨(54)의 어머니는 불편한 다리 탓에 보행보조기에 몸을 의지하며 발인을 지켰다. 그는 “네가 ‘엄마한테 고기를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한번 다녀갈까’ 하더니,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 보냈냐고 내가 그랬는데…”라며 울었다. 병원 용역업체 직원 박모 씨(39)의 발인식도 열렸다. 친구 이상훈 씨(39)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사망자 명단을 계속 살펴보고 폐쇄회로(CC)TV 영상도 수백 번 돌려봤다”며 울먹였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얘는 좀 특별해예. 태어날 때부터 고난을 겪던 애야. 우유 먹일 돈도 없어서 갓난아기 때 볕에 말린 백설기 끓인 죽 있잖아. 미지그리한 게 뭐 맛은 없는데 그리 컸어요.”시청역 역주행 참사 희생자 김인병 씨(52·서울시 사무관)의 맏형 김윤병 씨(67)가 4일 인병 씨의 장지인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에게 말했다. 인병 씨 가족은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안동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초등학교까지만 졸업하고 생계에 뛰어들어 7남매를 길렀다. 형제의 첫째·둘째 누나도 공장을 다니며 나머지 5형제를 먹여 살렸다. 이날 기자는 인병 씨의 빈소부터 발인, 화장까지 유족과 동행했다. 윤병 씨가 다시 말했다.“어머니가 인병이를 40대 중후반에 낳았다. 내가 그때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안동 시내에서 4시간 걸어서 집에 돌아오니 큰어머니가 ‘너그 엄마 너 오늘 못 볼 뻔했다. (노산이라 위중해) 엄마를 못 볼 뻔했는데 너 엄마가 살아났다’던 기억이 생생하다.”인병 씨의 빈소엔 하루 평균 1500명의 조문객이 찾아왔다. 시청의 동료 직원들은 물론, 유족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람도 빈소를 찾아 김 씨를 추모했다. 윤병 씨는 “경북 영양군 직원들이 심히 흐느끼면서 조문을 와 무슨 연유인지 물어봤는데, 서울시청 광장에서 잠시 특산물을 판매하는 행사를 했을 때 너무 친절하게 업무 협의를 해줬었다고 하더라”라고 했다.탈북 청소년 학교 ‘여명학교’의 교장 조명숙 씨(54)도 인병 씨의 사망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3일 오후 11시 40분경 버선발로 빈소에 뛰어왔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탈북학교인 여명학교는 2019년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높은 임대료에 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 때 인병 씨가 나섰다고 한다.조 씨는 “지난해 1월 서울시 남북협력팀장이었던 김 씨가 추운 겨울 난방도 잘되지 않는 학교에 직접 찾아와 탈북 아이들이 폐교돼 흩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것을 보았다”며 “김 씨가 조례를 고치는 것을 추진해서 임대료가 5분의 1 수준으로 경감돼 지금의 자리(폐교된 염강초등학교)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인병 씨는 학교가 멀고 무연고인 탈북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도 마련되도록 힘썼다.조 씨는 지난해 감사하다는 취지의 편지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썼고 이를 본 오 시장이 인병 씨가 소속된 팀을 격려하기 위해 식사를 했다고 한다. 조 씨는 “공무원 사회에서 너무 귀감이 될 분이라 뉴스를 접하자마자 인천에서 장례식장으로 곧장 달려갔다”고 했다.4일 오전 5시 40분경 인병 씨를 태운 운구차는 발인을 마치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인병 씨의 생전 근무지였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검은 옷을 갖춰 입은 시청 직원 80여 명이 광장에 나와 운구차를 맞이하는 모습이 창밖으로 보이자 유족들은 다시 울음을 참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셋째 형 김광병 씨(57)는 “동생은 굉장히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자부심이 강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오형제가 다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철없는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다”면서도 “이번에 상을 치르며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을 해내고 덕망을 쌓아왔더라”라고 말했다.유족들은 오전 6시경 차에서 내려 인병 씨의 둘째 딸 김신영 씨(20)가 든 영정 사진을 따라 인병 씨의 마지막 출근길을 함께 했다. 둘째 딸은 자신이 영정 사진을 꼭 들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씨는 생전 둘째 딸이 대학에 합격하자, 그 대학의 대학원 석사 과정을 등록할 정도로 딸을 사랑한 아버지였다.인병 씨를 운구하는 행렬은 시청 1층 로비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차에 올라 서울시립승화원으로 향했다. 둘째 누나 김점늠 씨(72)는 “시청 직원분들이 동생의 마지막 길을 이렇게 배웅해 주니 정말 감동적이고, ‘동생이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가족들에 따르면 인병 씨는 중학교 때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다 지나가던 차와 부딪히는 바람에 오른쪽 눈을 실명하고 왼쪽 팔을 크게 다쳐 1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책과 도장 등을 파는 외판원과 전기장판을 까는 일을 했다. 인병 씨는 공무원이었던 형들을 따라 시험을 준비했고, 공직 입문 후 능력을 인정받아 서울시 5급 사무관까지 승진했다. 하지만 다시 겪게 된 교통사고로 이날이 마지막 출근길이 됐다.인병 씨의 남매들은 “공무원이었던 형들을 따라 공무원이 된 동생이 이제 보니 일을 가장 잘하더라.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열심히 시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일한 동생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3일 오전부터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국화 한 송이를 무료로 건넸다. 이틀 전 코앞에서 벌어진 역주행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화(弔花)였다. 최 씨는 총 40송이를 손님들에게 나눠 주려고 준비했다.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시민들이 추모 의미로 국화를 놓고 갈 수 있게 무료로 나눠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 꽃을 사러 온 김모 씨(20)는 국화를 무료로 가져가라는 주인 최 씨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고 기어이 값을 치렀다. 김 씨는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사고 현장에 찾아왔다”며 “내가 국화값을 내야 진심으로 추모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꽃집을 나온 뒤 사고 현장에 가서 국화를 두고 갔다. ● 국화, 소주, 메모… 시민들의 추모 이어져 이날은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9명이 숨진 사고 지점에는 국화 50여 송이와 소주, 음료수 등 시민들이 놓아둔 물품들이 있었다. 근처 가드레일에는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시민이 남긴 추모 쪽지가 붙어 있었다. 쪽지에는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이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며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적혀 있었다. “서울의 중심에서 이런 일이 생겨 너무 화가 난다”는 내용의 쪽지도 붙어 있었다. 시청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 씨(30)는 “직장에서 5분 거리라 자주 회식하던 곳이었다”며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망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퇴근길에 음료수 한 병을 놓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추모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희생자가 우리 가족이었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며 “인근이면 바빠도 추모하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7층 회의실에는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 사무관(52)과 윤모 조사관(31)의 영정 사진이 놓였다. 하얀 국화도 함께였다. 김 사무관과 윤 조사관이 생전에 쓰던 책상에는 동료들이 놓고 간 국화 바구니가 있었다.● 유가족이 유가족을 위로하다 함께 통곡 사고 이틀 후인 3일 사망자들이 안치된 빈소에는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만난 서울아산병원 협력업체 직원 김모 씨(38)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전날 아들을 잃은 충격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김 씨의 어머니는 “동료들과 함께 관련 전시회를 보러 갔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어 “결혼하고도 부모를 매주 보러 오던 착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사고 날 회사 동료들과 게임 관련 전시회를 본 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변을 당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5년의 연애 끝에 지난해 10월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이날 김 씨의 부인은 빈소에서 조문객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2층에선 또 다른 사망자인 신한은행 직원 이모 씨(54)의 어머니가 “엄마 왔어. 엄마가 왔는데 넌 어디 가고 없니”라며 통곡했다. 이 씨 어머니를 달래던 다른 유가족들도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씨는 불과 석 달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 출신으로 34년 전 은행에 입사한 이 씨를 동료들은 “누구보다 성실한 직원”이라고 기억했다. 불과 3개월 사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이 씨의 어머니는 빈소에서 “아이고, 어떡하라고 네가 먼저 떠나느냐”고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현장에 가해 차량의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고 3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스키드 마크란 차량이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갑자기 멈춘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며 생기는 자국이다.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브리핑 등을 통해 “(가해 차량이 정차한) 최후 사고 지점 주변에 스키드 마크는 없었다”며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유류물 흔적만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제동 장치가 걸려야 스키드 마크가 생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1일 밤 사고 당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역주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동 장치들이 작동하면 스키드 마크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가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공신력 있는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과속한 시점을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을 나오면 출입구 쪽에 약간의 턱이 있다. 그 턱에서부터 가속이 된 걸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 씨(68)의 아내 김모 씨는 3일 기자를 만나 “사고 직전 차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남편에게 ‘아!’ 소리를 지르면서 ‘천천히 가, 왜 이렇게 빨리 가?’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후 남편이 치료 중인 병원에서 김 씨가 “왜 역주행을 했냐”고 묻자 차 씨는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이 돼서”라고 답했다고 했다. 김 씨는 “남편 고향도 서울, 직장도 서울이었다. 사고 현장도 초행길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전날(2일) 진행된 참고인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현재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어 직접 경찰 조사를 받기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3일 오전 차 씨가 입원한 병원의 담당 의사와 면담하고 소견을 듣는 등 차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들이받은 BMW와 쏘나타의 블랙박스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하고, 운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손해보험사가 보상 문제를 전담할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당 손보사는 전날 총괄 임원이 이끄는 대책본부를 만들고 보상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대책본부는 상실수익금, 합의금 등 내부 기준을 종합해 보험금을 산정할 계획이다. 이 손보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피해자 보상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고 원인이 ‘급발진’인지에 대해서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가해 운전자가 타인의 신체에 대한 배상 책임을 한도 없이 보장하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사망자 9명에게 지급되는 보험금 총액은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수가 많았던 데다 연령대가 30∼50대인 만큼 잔여 근속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부분 대인배상 보장 한도가 무한인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는 추세”라며 “피해자 1명당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라 총 수십억 원의 보험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또한 이번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서울시민안전보험 사회재난사망 보험금 20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민안전보험은 화재, 대중교통사고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사망, 후유장해, 부상을 입은 시민들에게 보험기관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개인적으로 가입한 다른 보험이나 자치구의 구민안전보험과 중복 지급도 가능하다.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된 사람 누구나 자동 가입되는데, 사망의 경우 상법에 따라 15세 이상 시민에게만 지급한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현장에 가해 차량의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고 3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스키드 마크란, 차량이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갑자기 멈춘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며 생기는 자국이다.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브리핑 등을 통해 “(가해 차량이 정차한) 최후 사고 지점 주변에 스키드마크는 없었다”며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유류물 흔적만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제동 장치가 걸려야 스키드마크가 생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1일 밤 사고 당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역주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동 장치들이 작동하면 스키드 마크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가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공신력 있는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과속한 시점을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을 나오면 출입구 쪽에 약간의 턱이 있다. 그 턱에서부터 가속이 된 걸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2일) 차 씨의 아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사고 당시 상황을 물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차 씨의 아내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로 미루어 볼 때 동승자(아내) 역시 남편처럼 급발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차 씨는 현재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어 직접 경찰 조사를 받기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3일 오전 차 씨가 입원한 병원의 담당 의사와 면담하고 소견을 듣는 등 차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경찰은 가해 차량이 들이 받은 BMW와 쏘나타 승용차 탑승자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고로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MW와 소나타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난 세종대로18길 4차로 일방통행 도로에 대해 “역주행 방지를 위해 노면에 색깔을 표시하는 등 정책적인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했다. 사고 예방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3일 오전부터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국화 한 송이 씩을 무료로 건넸다. 이틀 전 코앞에서 벌어진 역주행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이었다. 최 씨는 국화 40송이를 손님들에게 나눠주려 준비했다.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웠다”며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다가, 시민들이 추모 의미로 국화를 놓고 갈 수 있게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 꽃을 사러 온 김모 씨(20)는 국화를 무료로 가져가라는 주인 최 씨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고 기어이 값을 치렀다. 김 씨는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사고 현장에 찾아왔다”며 “내가 국화값을 내야 진심으로 추모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꽃집을 나온 뒤 사고 현장에 가서 국화를 두고 갔다. ● 국화, 소주, 메모… 시민들의 추모 이어져이날 곳곳에서 이번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9명이 숨진 지점에는 국화 50여 송이와 소주, 음료수 등 시민들이 추모하려 두고간 물품들이 가득했다. 근처 가드레일에는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시민이 남긴 추모 쪽지가 붙어 있었다. 쪽지에는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이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도 적혀 있었다. 다른 시민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쪽지에는 “서울의 중심에서 이런 일이 생겨 너무 화가 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이 적혀있었다.시청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 씨(30)는 “직장에서 5분 거리라 자주 회식하던 곳이었다”며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망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퇴근길에 음료수 한 병을 놓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추모 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희생자가 우리 가족이었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며 “인근이면 바빠도 추모하러 가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유가족이 유가족을 위로하다 함께 통곡사고 이틀째인 3일 사망자들이 안치된 빈소에는 유가족의 울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에선 사망자 이모 씨(54)의 어머니가 “엄마 왔어. 엄마가 왔는데 넌 어디 가고 없니”라고 통곡했다. 이번 사고로 역시 가족을 잃은 다른 유가족들은 이 씨를 달래던 끝에 결국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사망자 중 김모 씨(38)는 결혼한지 1년 도 안 된 신혼부부였는데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고 날 회사 동료들과 게임 전시회를 보러 가다가 변을 당했다. 서울아산병원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지난해 10월 결혼했다. 그의 부인은 빈소에서 조문객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김 씨의 어머니는 “생전 아들의 유일한 취미가 게임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관련 전시회를 보러 간 것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울었다. 사망자 중 신한은행 직원인 이모 씨(52)는 불과 세 달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 출신으로 34년 전 은행에 입사한 이 센터장을 동료들은 “누구보다 성실한 직원”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슬하에 아들 둘을 뒀는데 “대학에 가지 않고 대신 기술을 배우겠다”는 아들의 뜻을 존중해 준 아빠였다. 불과 3개월 사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이 센터장의 어머니는 빈소에서 “아이고, 어떡하라고 네가 먼저 떠나느냐”고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사망자인 신한은행 직원 이모 센터장(53)은 20대 아들, 딸과 고3 막내딸을 둔 아빠였다. 그는 생전 어머니와 아버지가 수술을 받고 힘들어할 때 극진히 부모를 간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2일) 이 지역 상인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추모에 참여하는 분위기였다. 음식점이나 상점에 손님 발길이 끊어지진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일 오후 6시 기자가 찾아간 서울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 일대는 전날 가해 차량이 들이받아 망가진 가드레일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등 사고 여파가 남아 있었다. 사고 지점과 가까운 곳의 커피전문점 등 일부 점포는 평일 퇴근 시간대인데도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노랫소리가 가득했던 상점 거리도 적막이 감돌았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30대 장모 씨는 “평소에 크게 틀어놓던 가요도 모두 껐다”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퇴근 직장인들로 만석을 이뤘어야 할 술집, 식당들과 행인들로 붐벼야 할 먹자골목도 텅 비다시피 했다. 한 식당 주인은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인근의 몇몇 큰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당분간 밥을 나가서 먹지 말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 운영이 어렵지만,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추모하면서 이 기간을 버티려고 한다”고 밝혔다. 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55)는 “평소 점심시간에 20팀 정도가 오는데 오늘은 5팀밖에 오지 않았다”며 “저녁 예약도 다 취소됐다”고 했다. 그는 “시청 직원들도 ‘어제 사고로 당분간 조심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예약을 취소한다’며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2)는 “평소 저녁 시간대면 100석이 넘는 테이블이 꽉 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데 오늘은 10명도 오지 않았다”며 “저녁 예약도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가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옮겨 분석에 나섰다.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가 왜 역주행을 했는지, 그의 주장대로 급발진이나 차량 결함인지, 왜 사람들을 치기 전 운전대를 틀지 않았는지, 고령의 나이 탓인지 등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주차장 나간 뒤 역주행 질주… “굉음”경찰과 목격자, 차 씨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1일 오후 9시 26분경 서울 중구 시청역 뒤편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에서 차 씨의 검은색 제네시스 G80 차량이 빠져나왔다. 차 씨 부부는 호텔에서 열린 지인의 칠순 잔치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운전석에는 차 씨, 조수석에는 아내가 탔고 다른 탑승자는 없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등을 보면 차 씨의 차는 갑자기 세종대로 18길 4차선 일방통행 도로를 신호도 무시하고 빠르게 역주행했다. 경찰이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시속 100km가 넘었다. 약 200m를 질주한 끝에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 놓은 가드레일을 먼저 들이받았다. 그러곤 붕 떠서 날아가는 듯이 인도 위의 시민 11명과 오토바이 2대를 연속으로 쳤다. CCTV에는 담소를 나누던 시민들이 갑자기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담겼다. 차량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충돌 직후에는 주변 가게에서 사람들이 나와 황망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모습이 담겼다.이후 차 씨의 차량은 계속 질주해 횡단보도에 서 있던 시민들과 BMW, 쏘나타 승용차를 추가로 들이받았다. 그리곤 교차로를 가로질러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근처까지 와서야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 앞에 행인들이 있었지만 차량 속도가 줄어든 덕분에 재빨리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초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소방 등 당국에는 9시 27분에 사고가 처음 접수됐다. 인근 호프집에서 사고를 목격한 신모 씨(61)는 “천둥 소리가 나서 처음엔 비가 오는 줄 알았다. 놀라서 나가 보니 피 흘리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 급발진 논란… 전문가 “운전자 부주의 가능성”현장에서 검거된 차 씨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일반적인 급발진 사고와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목격자 정모 씨는 “시속 100km도 넘어 보이는 속도로 브레이크도 안 밟고 시민들을 친 것 같았다”며 “사고 이후엔 정상적으로 멈추더니 차에서 남녀가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부주의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으로는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을 하며 차가 멈췄던 것으로 보인다”며 “급발진보다는 운전 부주의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전문 최충만 변호사는 “급발진 차량은 정면으로 가지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급발진의 경우 장애물에 막혀야 차가 멈춘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차가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두 달 전 경기 안산의 한 차량정비업체 종합검사 결과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사고 차량 자동차등록원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2018년 5월 제조돼 2022년 6월과 올 5월 두 차례에 걸쳐 안산의 차량정비업체에서 검사를 받았다. 올해 5월 8일 종합검사를 진행한 A업체는 본보에 “(가해 차량에 대한)종합검사 당시 모든 항목에서 ‘양호’가 나왔다”고 밝혔다. 급발진 관련해선 “‘센서 진단’을 진행했는데 적합, 양호하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경찰은 2일 국과수에 가해 차량 감정을 의뢰했다. EDR 분석에는 통상 약 2개월이 소요되지만 경찰은 신속한 분석을 요청했다고 한다. 차 씨 부부가 차량에 타기 전 다투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일부 소문에 대해서 경찰은 “블랙박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블랙박스에는 차 씨 부부가 운전 중 놀란 듯 ‘어, 어’ 하는 음성 등만 담겼다. 경찰은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할 계획이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는 등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68세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경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과속으로 역주행해 인도를 걸어가던 보행자 여러 명과 도로 위에 있던 차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 9명, 중상 1명(가해 차량 운전자), 경상 3명 등 총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는 ‘급발진’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경기 안산의 한 여객운송업체 소속 버스운전사로 알려진 가운데, 사고 직후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 현장 목격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운전 중에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른쪽(세종대로18길 방향)에서 검은색 제네시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역주행했다”며 “인도에 있는 사람 10여 명을 치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9시 50분경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119 구급대가 들것에 사상자들을 실어 이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현장에서 목격된 가해 차량은 운전석과 바로 뒤 좌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운전석에는 터진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해당 운전자의 음주운전 및 마약 복용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0시 37분경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구조 및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긴급 지시했다. 68세 운전차량 인도 돌진… 보행신호 기다리던 시민들 덮쳐서울광장앞 교통사고 9명 사망교차로 한복판-횡단보도-차도 등피해자들 여기저기 쓰러져 아수라장목격자 “천둥소리 같은 굉음 들려”1일 오후 9시 26분경 대형 교통사고로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일대는 소방차와 구급차, 인근을 통행하다가 멈춰 선 차량들로 마비됐다. 오후 9시 반경 본보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에는 사상자 10여 명이 인도와 도로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다. 시청역 교차로를 지나는 횡단보도에 약 6명이 쓰러져 있었고, 교차로 한복판에는 사고 차량에 치여 튕겨나간 것으로 보이는 사상자 2, 3명이 쓰러져 있었다. 인근 도로에도 사상자 3, 4명이 쓰러져 있었다. 본보가 확보한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 있던 시민 11명을 가해 차량이 들이받는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다른 CCTV 장면에는 가해 차량이 약 50m를 역주행해 오토바이 2대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오토바이가 인근의 가게로 날아가는 순간이 담겼다. 사고 직후 오후 10시 40분경 소방당국은 중상을 입은 가해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자 중 남성이 12명, 여성이 1명이었다. 소방당국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직후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 차량에서 68세 남성 A 씨와 여성 한 명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음주 측정을 실시했으나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해 차량에 동승했던 여성은 현장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자신이 가해자의 아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가 막 여기저기 다 부딪혀서 저도 죽는 줄 알았다”며 “남편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왼쪽 갈비뼈 부근이 아프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음주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경찰이 바로 측정했다”며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사라 매일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고 말했다. 또 “남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내버스를 운전해왔다”며 “착실한 버스 운전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소방차와 경찰차, 응급차 등이 계속 몰려오고 구급대원들이 사상자들을 긴급히 실어 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급대원들은 사상자 중 쓰러져 있던 7명에 대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참사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시민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봤다. 현장 목격자 김모 씨는 “가해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달려오며 오토바이 2대와 시민들을 덮쳤다”며 “충돌 당시 순간 천둥 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잇달았던 노인 운전자 사고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4월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는 90세 고령 운전자 박모 씨가 몰던 차량이 복지관을 찾은 노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2021년 9월에는 60대 운전자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의 횡단보도에서 자신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행인들을 치어 6세 여자아이 1명과 아이 엄마 등 총 6명이 다쳤다. 행정안전부는 현장상황관리관을 사고 현장에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