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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고차 수출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중고차가 잘 팔리는 것은 신차 수출이 증가한 데 따른 낙수 효과로 분석된다. 신차가 잘 팔리면서 중고차 인지도가 동반 상승했고, 부품 수급이 원활해졌으며, 중국 차 대비 높은 가성비까지 더해졌다.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중고차의 수출액(HS코드 기준)은 47억4332만4000달러(약 6조4000억 원)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올해 1~8월 누적 수출액 또한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한 32억7299만3000달러(약 4조4146억 원)였다. 월평균 수출액이 5500억 원 이상인 지금의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지난해 기록을 넘어 6조 6000억원 이상의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국 중고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예멘 등 중동 국가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국가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들이 주요 수출 무대로 꼽힌다. 이 지역 출신 바이어가 직접 한국에 수출 상사(商社)를 차리고 국내 중고차 경매장에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7일 오전 경기 안성 롯데렌탈의 중고차 경매장인 롯데오토옥션. 국내 연간 중고차 경매 물량의 약 16%(2023년 연간 기준)를 처리하는 이곳에선 이날 오후 경매를 앞둔 해외 바이어들이 경매 차량을 주차하는 출품장을 돌며 미리 점찍어 둔 중고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롯데오토옥션은 전주 금요일까지 경매 물품 등록, 차량 성능 검사 및 세차 과정을 거쳐 매주 월요일 오후 경매를 실시한다.경매장에서 만난 바라카트 씨(55)는 수출입 관세가 없는 자국 요르단을 거쳐 중동 지역 곳곳으로 중고차를 유통하고 있다. 이 일을 한 지 올해로 20년째인 그는 “한국 자동차 위상이 높아지고, 중고차 유통 시스템이 선진화됐음을 실감한다”며 “성능 좋은 차는 사우디와 같은 중동의 부유국에, ‘가성비’ 차량은 아프리카 지역으로 나눠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경매에는 보통 매주 500개 회원사(명)가 참여하는데 팬데믹 이후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곳이 늘면서 경매 현장에 참석하는 인원은 100여 명이 채 안 될 만큼 적어졌다. 이 중 바라카트 씨와 같은 수출업체 직원들이 주로 경매장을 찾는다.8월 말 기준 롯데오토옥션에 ‘수출업체’로 등록된 업체 비중은 29.6%로 2020년 14.6%보다 15%포인트 늘었다. CIS를 상대로 중고차 수출 업무를 하는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바티르 씨(31)는 “동료 서너 명과 함께 경매장에 온다. 그들 모두 중동 국가 소속으로 고려인과 CIS 국적인 사람도 많다”고 했다. 국내 경매장이 해외 중고차 유통상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중고차 수출을 담당하는 권혁민 케이제이트레이딩 대표는 “만약 가격 경쟁력만 따졌다면 중국 중고차를 선택할 것”이라며 “하지만 품질 부분에서 한국 중고차의 경쟁력이 중국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은 “한국 자동차의 해외 판매량이 늘면서 수리를 할 때 부품 수급이 원활해진 면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 중고차에) 기본으로 탑재된 옵션 사항(편의 품목)도 좋아 신차와 함께 수출 호실적을 내고 있다”고 했다.안성=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더 이상 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먼저 적대적 공개매수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MBK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주당 83만 원, 영풍정밀 주당 3만 원의 공개매수 가격은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며 “두 회사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가격 그 이상의 가격 경쟁은 고려아연·영풍정밀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MBK의 이런 움직임은 금융감독원 등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주식 가격을 더 올리는 것이 ‘승자의 저주’로 가는 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상대방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더 이상 추가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를 올려 왔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 1주당 66만 원에 매입하겠다고 했고 주식 가격이 급등하자 곧바로 75만 원으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주당 83만 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영풍·MBK 연합 측도 다시 83만 원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공개매수가 시작되기 직전(9월 12일) 대비 39.6% 상승했다. 주가가 과열되자 8일 금융감독원이 분쟁 개입에 나섰다. 영풍·MBK가 금감원의 개입 직후 ‘공개매수가 동결’을 선언한 것은 최 회장 측이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MBK의 행위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이며 회사의 적법하고 유효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30년 전기차 판매 50% 달성’ 정책은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미국 자동차 산업 전문가 16명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를 9일 발간했다. KOTRA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자동차 정책 공약을 네 개로 분류해 분석했다.보고서는 현행 ‘전기차 의무화’ 목표 이행에 대해 양당 후보 모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 신차 판매 중 전기차가 50% 이상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이에 대해 해리스 후보는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 구매를 강요하는) 의무명령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미국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부품 수를 줄일 수 있다”며 “생산 인력도 유사하게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OTRA는 “수백만 명의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양당 대선 후보가 환경 보호라는 당위성만으로 섣불리 정책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전기차 보조금’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후보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고, 미집행된 예산도 철회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해리스 후보는 현행 IRA를 지지하고 있다. IRA 혜택을 노리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 현대자동차그룹이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권에 놓였다. 미국의 한 완성차 업체 재무관리자는 “IRA는 그해 생산·판매한 배터리에 대해 1kWh(킬로와트시)당 35달러의 보조금을 주는데 공장 하나가 보통 40GWh(기가와트시)이기에 조 단위의 보조금을 받는 것”이라며 “배터리 제조사들도 재무제표에서 보조금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마이너스로 전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IRA 혜택을 미국 기업에만 한정하는 등의 방향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며 “합작법인이 가장 이상적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단계별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자동차 환경 규제’에 대해 해리스 후보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전환해야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후보는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對)중국 정책’은 양당 후보가 모두 중국 전기차를 배제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술력을 기르고 친환경 부품 개발로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OTRA는 “전기차 전환기 주요 화두는 차량 경량화를 통한 주행 효율성 향상”이라며 “배터리 케이스도 유리 섬유 플라스틱을 활용해 경량화가 가능하다”고 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르노코리아의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이테크’는 회사가 4년 만에 내놓는 신차다. 오랜만에 나온 모델이다 보니 회사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절치부심 개발했다. 차량 크기와 차종, 연료 방식을 대중의 반응이 가장 좋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로 각각 설정해 개발한 것도 이 차량을 꼭 흥행시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근 차량을 시승하며 그랑 콜레오스가 대중을 겨냥한 차량으로서 얼마나 짜임새 있게 만들었는지를 중점으로 살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급 차량 대비 널찍하게 뽑힌 실내 공간이었다. 그랑 콜레오스와 비교군으로 꼽히는 기아 ‘쏘렌토’나 현대자동차 ‘싼타페’보다 차량의 전체 길이는 10∼35mm가량 짧지만 승객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오히려 그랑 콜레오스가 더 길었다. 싼타페와 쏘렌토의 휠베이스는 둘 다 2815mm이고, 그랑 콜레오스는 2820mm였다. 내부 공간이 넓다 보니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아도 무릎 앞 주먹 두세 개 정도의 공간이 남을 정도로 쾌적했다. 트렁크도 기본 633L로 제공되고, 2열을 접으면 2034L까지 커진 덕에 장바구니나 유모차 등을 싣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랑 콜레오스는 편안한 가족용 차량을 표방하고 있는데 적어도 실내 크기 면에서는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대중용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정숙성도 상당히 신경을 쓴 모양새였다. 차량 구동 중 엔진과 타이어,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분석해 그에 반대되는 반사파를 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이 적용된 덕에 실내가 조용했다. 더군다나 속도가 빠르지 않은 도심에서는 전체 거리의 최대 75%까지 엔진 개입 없이 ‘전기 모드’로 주행한다는 점도 정숙성을 배가시켰다. 주변 소음이 적다 보니 주행 중 음악을 감상할 때 소리가 더 깨끗하고 잘 들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1열 디스플레이는 경쟁 모델들과 확실히 차이점을 주는 포인트였다. 12.3인치의 디스플레이 3개가 운전석 계기판, 1열 중앙, 조수석까지 이어져 있다. 특히 3개의 디스플레이 중 하나는 조수석 전용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잘 안 보이도록 설계돼 있고, 헤드셋을 사용하면 동승자만 차량 내부 스피커와 별개로 따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동승자가 운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디스플레를 조작하고, 노래를 듣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디스플레이를 처음 만지는 사람이라면 해당 기능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핵심인 연비도 중형 SUV치고 준수했다. 여러 주행모드를 다양하게 사용해봤음에도 연비는 L당 11∼13km 수준을 유지했다. 만약 좀 더 연비에 신경을 쓰며 운전했다면 공인 복합연비인 L당 15.7km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출시 초반 고객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달 전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고객 시승 행사에서 응답자(2300여 명) 중 97%가 “시승이 만족스럽다”고 답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응답자의 64%는 3개월 내 구매 의사가 있다고도 답했다. 더불어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03.5% 증가한 5010대를 판매하며 그랑 콜레오스의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의 시작가는 가솔린 모델이 3495만∼4345만 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920만∼4495만 원(세제혜택 전)으로 싼타페나 쏘렌토 등 경쟁 대중 모델들과 비슷하게 책정됐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서 현지 대학과 손잡고 신재생에너지 및 혁신제조를 공동 연구한다. 현대차그룹은 난양이공대(NTU)와 신에너지 부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8일 싱가포르 리츠칼턴 호텔에서 열린 ‘한국-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 도중 진행됐다. 난양이공대는 영국의 고등교육 평기기관 QS가 발표한 전 세계 공과대학 순위 14위(아시아 2위)에 오른 연구중심 대학교다. 앞서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문을 연 이후 싱가포르를 글로벌 연구개발(R&D) 주요 거점으로 활용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난양이공대는 수소 에너지, 차세대 발전사업 등 신에너지 분야의 공동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음식물 쓰레기나 플라스틱에서 생산한 친환경적 수소 에너지,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연구 등에서 힘을 합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발전 전력의 94%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 수준이다. 과도하게 높은 천연가스 비중을 2035년까지 50% 수준으로 낮춘다는 게 싱가포르 정부의 목표다. 현대차그룹과 난양이공대는 이번 협력을 통해 싱가포르에 적합한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신에너지 분야 협력에 이어 난양이공대, 싱가포르 과학기술청과 함께 ‘3자 기업 연구소’ 설립 조인식도 체결했다. 3자 기업 연구소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혁신제조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연구소 한 축인 과학기술청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산하 조직으로 연구기관 18개, 연구진 6000명을 두고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폭스바겐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로 재평가받고 있다. 9일 폭스바겐에 따르면 티구안 2.0 TDI 모델의 복합 연비는 15.6 km/L다. 경유 차량답게 동급 가솔린 차량 대비해서는 높고, 동급 하이브리드 차량과는 비슷한 수준의 연비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에 나가 달려보면 공인 연비보다 실제 연비가 더 좋다는 차량 실소유자들의 증언도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서 가격은 수입차 중에서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이 4548만 원, 티구안 2.0 TDI 프레스티지가 4961만 원으로 책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을 거치며 차 가격이 많이 오른 요즘, 준중형 SUV 수입차 모델 중에 4000만 원대 차량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티구안은 디젤 차량답게 힘과 가속력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티구안은 2.0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가 결합돼 최고출력 150마력과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폭스바겐은 디젤 차량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배기가스 이슈도 최대한 해소하고자 기술력을 결집시켰다. 현재 판매 중인 티구안은 차세대 엔진을 탑재해 이전 세대 엔진이 장착된 차량 대비 질소산화물(NOx)을 약 80%까지 저감하도록 했다. 4000만 원대의 가격이지만 주행을 위한 첨단 기술들도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티구안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 ‘트래블 어시스트’ 기술은 출발부터 시속 210km에 이르는 주행 속도 구간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고려해 차량이 속도와 차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트래블 어시스트는 차량의 전방 카메라, 레이더 센서 및 초음파 센서를 모두 활용해 주행 보조 시스템을 통합 운영한다. 이 외에도 전 트림에 편하게 주차를 도와주는 ‘파크 어시스트’를 비롯해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전방추돌경고 프런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30년 전기차 판매 50% 달성’ 정책은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미국 자동차 산업 전문가 16명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를 9일 발간했다. 코트라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자동차 정책 공약을 네 개로 분류에 분석했다.보고서는 현행 ‘전기차 의무화’ 목표 이행에 대해 양당 후보 모두 회의적 시각을 지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30년 신차 판매 중 전기차가 50% 이상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해리스 후보는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 구매를 강요하는) 의무명령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미국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부품 수를 줄일 수 있다”며 “생산 인력도 유사하게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트라는 “수백만 명의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양당 대선 후보가 환경보호라는 당위성만으로 정책을 섣불리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전기차 보조금’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트럼트 후보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인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페지하고, 미집행된 예산도 철회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해리스 후보는 현행 IRA를 지지하고 있다. IRA 혜택을 노리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 현대자동차그룹이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권에 놓였다.미국의 한 완성차 업체 재무관리자는 “IRA는 그해 생산‧판매한 배터리에 대해 1kWh(킬로와트시)당 35달러의 보조금을 주는데 공장 하나가 보통 40GWh(기가와트시)이기에 조 단위의 보조금을 받는 것”이라며 “배터리 제조사들도 재무제표서 보조금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마이너스로 전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IRA 혜택을 미국 기업에만 한정하는 등의 방향으로 변경 가능성이 있다”며 “합작법인이 가장 이상적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단계별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자동차 환경 규제’에 대해 해리스 후보는 청정에너지원으로 빠르게 전환해야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후보는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 중국 정책’은 양당 후보가 모두 중국 전기차를 배제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전문가들은 기술력을 기르고 친환경 부품 개발로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트라는 “전기차 전환기 주요 화두는 차량 경량화를 통한 주행 효율성 향상”이라며 “배터리 케이스도 유리 섬유 플라스틱을 활용해 경량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주요 그룹 총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한다. 총수들은 현지 경제협력 행사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넓히는 한편으로 주요 사업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 총수들이 6∼9일로 예정된 ‘2024 아세안 경제사절단’에 합류했다. 당초 참석할 예정이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다른 일정으로 이번 사절단에는 불참한다. 필리핀에서는 7일, 싱가포르에서는 8일 현지 기업인들과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각 사 사업 현황에 따라 총수들의 방문 국가는 달라질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은 필리핀과 싱가포르를 모두 방문해 현지 파트너사 교류와 업무협약(MOU) 체결에 나선다. 필리핀에는 삼성전기 공장과 삼성전자 연구소·판매 법인이 있다. 싱가포르에는 삼성전자 동남아 총괄 법인이 있다. 정의선 회장은 싱가포르를 찾는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방문하고 사업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1∼6월) 신차 등록대수는 1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56대)과 비교해 106% 증가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필리핀과 싱가포르를 잇달아 방문하고, 정기선 부회장은 필리핀을 방문한다. 한화오션은 싱가포르에 투자 자회사를 설립했고 5월엔 현지 해양플랜트 기업 지분을 인수했다. 필리핀에서도 현지 특화 잠수함과 호위함 등 수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에 수비크 조선소를 통한 생산 능력을 갖고 있으며 현지 호위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 아세안 지역은 미중 갈등 이래 한국의 새로운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중(對中) 수출액은 8.4% 감소했지만 싱가포르(46.9%)와 필리핀(7.6%)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 대상 수출액은 모두 증가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75년간 이어 온 동업을 깨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씨’와 ‘장씨’ 가문이 이번엔 ‘영풍정밀’이란 회사를 두고 치열한 경영권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영풍정밀 주가는 7일 장중 15% 이상 오르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영풍정밀 주식은 코스닥 시장에서 3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영업일인 4일 대비 8.95% 오르며 7영업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중 한때 15.23% 오른 1주당 3만6700원을 찍기도 했다. 9월 초만 해도 1주당 9000원대였던 영풍정밀의 주가가 크게 오른 이유는 이 회사가 고려아연 주식 1.8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풍정밀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려아연 주식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영풍정밀 경영권은 지분 약 35%를 가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 측(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영풍정밀 주식을 1주당 3만 원에 사겠다며 공개 매수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맞서 최 회장 측도 같은 가격으로 맞불을 놓았다. 만일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해 고려아연 주식(1.85%)을 품게 되면 이를 뺏긴 최 회장 측과의 고려아연 지분 격차는 3.70%까지 벌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 측은 이날 영풍정밀 주식을 대항 공개 매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이날 당장 공개 매수가를 올리진 않았지만 이번 주중에는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 연합 측 공개 매수 마감일은 14일이며, 최 회장 측은 21일이다. 영풍정밀 주식 최대 매수 수량은 영풍·MBK 연합 측은 전체 주식의 약 43%, 최 회장 측은 25%다. 주가가 과열되면서 양측은 매수가를 더 올려야 할지, 얼마나 더 올려야 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임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 매수에 투입하는 자기 자금 규모가 1조5000억 원이라고 신고했는데, 이날 이를 5000억 원으로 정정했다. 이와 관련해 영풍·MBK 연합 측은 대규모 차입금으로 자사주 공개 매수에 나서는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에서는 법원에서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8월 인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완성차 브랜드들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정보를 교통 당국에 제공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실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올해 말까지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국산·수입차 브랜드 6곳이 공단에 BMS 정보 제공을 시작할 계획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부터 이미 제공을 시작했고 포르셰는 이번 달, 볼보자동차는 다음 달부터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폭스바겐은 12월부터 공단에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BMS는 전압, 온도 등을 점검해 배터리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에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사용자에게 이를 알리기도 한다. 결국 배터리가 안전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BMS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BMS 정보를 공단에 제공하는 브랜드 차량은 공단이 자체 개발한 ‘전자장치진단기’를 통해 공단 소속 검사소나 민간 검사소 등에서 배터리 점검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는 최초 등록을 마치고 4년 이후부터 2년마다 한 차례씩 정기 종합검사를 받아야 한다. 완성차 브랜드 중에서 현대차·기아, 르노코리아, 한국GM, BMW, 테슬라 등이 이미 정보 제공에 나선 바 있다. 다른 완성차 회사들의 경우엔 일종의 영업 비밀인 배터리 제어 관련 데이터가 차량 검사 과정에서 유출될 것을 우려해 BMS 정보를 공단에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화재로 인해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퍼질 조짐이 보이자 정보 제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공단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나머지 수입차 브랜드의 BMS 정보 제공을 독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아직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의 누적 판매량이 지난달 기준 총 1032대를 기록하며 1000대 고지를 넘겼다고 6일 밝혔다. 일렉시티 FCEV는 현대차가 1998년 수소 관련 연구개발(R&D)에 뛰어든 뒤 2019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도심형 수소 버스다. 운영 효율이 뛰어나고 우수한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연료전지 시스템과 동급 최고 용량의 수소 탱크를 적용해 1회 충전에 최대 550km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일렉시티 FCEV의 누적 판매 1000대를 기념해 이달 4일 경기 화성시 롤링힐스 호텔에서 지역별 버스운송조합 이사장, 운수사 대표 등 40명을 초청해 감사 행사를 열었다. 또 올 2월 국내 최대 육상 운송회사인 KD운송그룹과 2027년까지 총 1000대의 수도권 공항·광역·시내버스를 수소 버스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도 체결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고려아연과 영풍이 주식 공개매수가를 83만 원으로 똑같이 맞추면서 두 회사의 경영권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직 어느 쪽도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가운데 향후 주요 변수로 꼽히는 ‘공개 매수가 추가 인상’, ‘국가핵심기술 지정’, ‘법정 공방’ 등으로 인해 균형추가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7일 오전 중 이사회를 개최한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 주식의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 회장 측이 제리코파트너스의 이사회를 통해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의 영풍정밀 주식 매수 예정 물량이 전체 지분의 최대 43%로 최 회장 측(25%)보다 높기 때문에 제리코파트너스 이사회를 통해 매수 예정 물량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7일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사회에서 중요하고 긴급한 의사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며 불출석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변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양측 모두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3만 원으로 내걸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다. 최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 모두 1주당 83만 원을 제시했지만, 장 고문 측의 공개매수 마감일(14일)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종료일은 23일이다. 가격이 같다면 투자자들이 먼저 사주겠다는 영풍-MBK 연합 측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이 자사가 보유한 이차전지 소재(전구체)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판정해 달라고 지난달 정부에 신청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회사를 해외에 매각할 때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국가핵심기술 판정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바 있다. 더불어 양쪽의 법정 공방 결과도 경영권 다툼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영풍정밀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MBK에 일방적 이익을 주는 일이라며 이에 대한 이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최근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2일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관련 심문이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모비스 ‘2024 연구개발(R&D) 테크데이’ 행사가 열린 2일 경기 의왕시 현대모비스 전동화 연구동. 지난해 12월 개설 이후 이날 처음 언론에 공개된 연구동 한편에 폭이 좁고 길쭉한 알루미늄 패널 하나가 보였다. 전기차를 급속 충전할 때 배터리 열을 관리하는 ‘배터리셀 냉각용 진동형 히트파이프’다. 열전도율이 높은 이 장치를 배터리셀 사이사이에 배치하면 급속 충전 시 영상 60도까지 치솟는 배터리 내부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운전자가 조명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헤드램프’도 눈에 띄었다. 조명으로 바닥에 ‘좌회전 예정’이란 글자를 띄우는 방식이다. 보행자를 만났을 때 앞뒤 차량에 ‘사람이 길을 건너는 문양’을 만들어 위험을 알릴 수도 있다. 두 기술 모두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신기술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연구개발이 진행 중인 모빌리티 신기술 65개를 공개했다. 모두 2, 3년 안에 상용화될 기술들이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부품 기술 역량을 결집해 이런 연구개발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기존 경기 용인과 의왕, 충남 서산 등으로 흩어져 있던 전동화 인력을 한데 모았다. 현재 이곳에선 650명이 근무한다.전동화 부품 시장은 완성차 부품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전방산업(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업종)인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59조 원)의 약 20%인 12조 원을 전동화 사업에서 거뒀다. KB증권은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부품 매출이 2030년에는 69조 원으로 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현대모비스는 구동 시스템, 배터리 시스템, 전기차 전력 변환 시스템 등을 전동화 핵심 부품으로 지정하고 R&D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에만 R&D에 1조7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R&D 비용이다. 구동 시스템은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를 통합(3 in 1 구동 시스템)해 소형화,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다. 배터리 시스템은 ‘배터리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기존 제조 단계에서 모듈 단계를 뛰어넘는 ‘셀투팩(Cell to Pack)’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서기로 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안정성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다. 또 차세대 통합충전제어장치(ICCU)를 개발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홈 가전’ 간의 연결성과 사용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는 해외 완성차 업체들을 의왕 전동화 연구동에 초청해 영업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영국 현대모비스 엔지니어링실장(상무)은 “일본 업체들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의 관계자가 의왕 전동화 연구동에 다녀갔다”며 “독일 업체들은 배터리 관련 부품에, 일본 업체 관계자들은 ICCU에 관심을 보여서 고객 맞춤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의왕=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고려아연을 운영하는 최윤범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영풍(장씨 집안)·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자 자사주 공개매수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결의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라며 관련 절차를 중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 최 회장 측 7% 내외 확보할까 고려아연은 2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대항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대항공개매수란 회사의 경영권을 노리고 주식을 매집하는 공개매수에 대항해 같은 주식을 더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는 맞불 전략을 말한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털은 대항공개매수 기간(4∼23일) 동안 주당 83만 원씩, 총 3조1000억 원을 들여 전체 주식의 18.0%(372만6591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주당 가격을 영풍·MBK보다 8만 원 높은 83만 원으로 책정했다. 관심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약 7%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중립을 지킬 것이 유력한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7.6%), 고려아연의 기존 자사주(2.4%) 등을 제외하면 고려아연이 자사주 7%를 더 취득할 경우 영풍·MBK의 과반 주식 보유를 막을 수 있다. 현재 최 회장 측 고려아연 주식은 33.99%,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은 33.13%로 엇비슷하다. 만약 영풍·MBK 연합이 4일 다시 공개매수가를 인상하게 되면 공개매수 기간은 10일 더 늘어난다. 최 회장은 이사회가 끝난 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공개매수 물량을 최대 18%로 설정한 것에 대해 “7∼8% 정도의 주식을 확실하게 매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간담회 내내 “영풍·MBK는 (고려아연에) 적합하지 않은 경영진이라고 확신한다”는 등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영풍 측 “자사주 가치 40% 이상 떨어질 것” 영풍·MBK 연합은 즉각 반발했다. 이날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고려아연 이사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동시에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 행위를 막아 달라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MBK 연합 측은 “매입한 자사주는 취득 후 6개월간 매각이 불가능하다”며 “공개매수 종료 후 고려아연의 주가가 이전 가격(주당 55만 원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고려아연이 사들인 자사주 가치는 최소 4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개매수 프리미엄으로 실질 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은 물론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MBK 연합 측은 또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금액 한도는 5조8497억 원이 아니라 실제로는 586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외 투자 등으로 적립한 자금을 써야 하는데 이것은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 의결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이 공개매수와 대항공개매수로 맞붙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4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일은 영풍·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종료일이다. 기존 주주들이 83만 원을 제시한 최 회장 편에 선다면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영풍·MBK 측이 또다시 가격을 높여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두 집안 ‘쩐의 전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손잡고 영풍정밀 주식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의 지분을 확보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씨 일가는 PEF 운용사 제리코파트너스와 손잡고 2일부터 21일까지 총 20일간 영풍정밀 지분 공개 매수에 돌입한다. 주당 3만 원에 393만7500주(25%)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증권이 주관사로 나선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씨 집안은 영풍정밀 지분 약 35%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 21%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다. 최 회장 측이 약 15%의 지분을 추가로 가져오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앞서 영풍과 MBK는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 매수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주당 2만 원에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에는 공개 매수가를 2만50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영풍정밀의 종가가 2만5300원으로 공개 매수가를 넘긴 상태다. 영풍정밀에 대한 영풍 측의 공개 매수가 4일 끝나는 상황에서 최씨 집안 측이 공개 매수가를 다시 5000원 올린 것이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 입장에선 영풍정밀 경영권을 뺏겨 버리면 사실상 4%에 육박하는 의결권을 넘겨 버리는 모양새”라며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앞두고 있는 고려아연에 앞서 일단 영풍정밀부터 대항 공개 매수를 해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중국 정부가 철강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각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중국발 ‘저가 밀어내기’에 고통을 받던 한국 철강업계는 업황 반등의 계기가 될지 중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1일 국내 증권사 하나증권과 중국 철강 자문업체 마이스틸의 분석에 따르면 건축물에 주로 쓰이는 ‘철근’의 중국 내 유통 재고량은 지난달 27일 기준 441만 t이었다. 한 달 전에 비해 39% 감소했다. 주로 선박이나 건설업에 사용되는 ‘후판’, 자동차 차체에 쓰이는 ‘냉연’, 건축 구조물이나 차량에 적용되는 ‘열연’은 각각 한 달 전 대비 19%, 8%, 4%씩 재고량이 줄었다. 이 중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철근의 경우 재고량이 6개월 전인 올 3월 말과 비교해 68% 줄어들며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철강 제품 재고량 감소는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달간 발표한 철강 구조조정 정책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올 6월에 새로운 철근 표준을 도입해 철강업체들에 기존보다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 유예 기간은 고작 3개월만 줬다. 이 기간 이후에는 기존 철근을 판매할 수 없기에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재고를 털어냈다. 8월 중국 당국은 새 제철소 건설 계획을 제한하는 내용을 고시했다. 이전에는 기존 설비를 대체하는 새 설비를 허용했으나 이제는 이마저도 막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공급 과잉이 심각해지자 생산 설비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 올해 목표인 5%대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최근 내놨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첫 주택 구입자의 최소 계약금 비율을 15%로 낮추고, 시중은행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지시했다. 중국 광저우도 주택 구입에 대한 자격 심사를 중단하고, 소유 주택 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 철강업계가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생산량과 재고량은 글로벌 철강 경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과잉 생산한 물량을 자국 내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밀어내 국내 철강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더군다나 5월 미국이 중국산 철강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0∼7.5%에서 25%로 연내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업체들의 밀어내기는 더 심해졌다. 이로 인해 올해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억 t을 넘길 전망이다. 만약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중국 철강 시장이 회복돼 재고가 줄면 중국 업체들의 밀어내기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국내 업체들의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내놓은 지 얼마 안 됐고, 철근 재고량 감소는 건설업 성수기로 인해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면서 “국내 건설경기 침체도 여전하기에 국내까지 온기가 전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기업에 있어 기술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산업 전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거 기술에 안주하다 보면 지금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금세 도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이나 유통업 등 그동안은 정보기술(IT)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졌던 업종의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환경 규제가 단계적으로 매년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혁신 기술의 연구·도입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전 산업군에서 AI 기술 적용 골머리SK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AI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2022년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산업계에 AI 열풍이 불붙자 이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적용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많이 늘어나게 되는데 SK하이닉스는 올 8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내 1c DDR5의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SK하이닉스 1c D램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전력 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엔 AI가 탑재된 미래형 선박의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AI 기관사’를 탑재한 LNG 추진 벌크선을 인도한 바 있다. 이 선박은 기관자동화솔루션을 탑재해 선박의 주요 장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비상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과일 품질 관리의 고도화를 돕는 ‘AI 선별 시스템’을 기반한 제품을 출시해오고 있다. 7월에는 ‘딥러닝’ 기반의 AI 선별 시스템으로 고른 ‘아삭한 복숭아’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고객 상담 채널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PC·모바일 챗봇, 콜봇 등을 도입했다. 이 중 콜봇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대응 시나리오를 더욱 다양하게 늘려나가고 있다.친환경 기술혁신에 몰두하는 기업들 삼성전자는 친환경 기술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2050년 탄소중립을 통해 글로벌 기후 위기 극복 노력에 동참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환경경영전략’을 2022년 9월 세웠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계 주요 제조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93.4%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전동화 차량으로 전환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친환경차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EREV는 엔진으로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하는 덕에 주행거리가 기존 전기차보다 길어진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완충 시 900㎞ 이상 주행이 가능하게 개발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고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 용량은 약 30% 축소함으로써 동급 전기차 대비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PHEV)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판매 가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한화큐셀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미국에 북미 최대 규모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다. 총 3조4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달튼 지역에 있는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고 카터스빌 지역에 잉곳, 웨이퍼, 셀, 모듈을 각각 3.3GW(기가와트)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한다. 또한 한화큐셀은 주택용 태양광 솔루션 ‘큐홈’ 시리즈와 에너지 관리 시스템 ‘커맨드’를 유럽, 미국 중심으로 공급하며 주택용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암모니아 추진선 독자 기술도 개발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5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국제테크포럼’을 열고 암모니아 연료의 독성가스 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친환경 신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75년간 동업을 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27일에도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며 여론전에 나섰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발표했고, 고려아연 측은 장형진 영풍 고문의 배임 의혹을 지적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며칠 전 금속노조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만약 공개매수가 끝나서 주요 주주가 되면 (공장이 있는) 울산에 내려가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직접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의 발언은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집단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노동조합과 핵심 기술인력 등은 MBK에 인수될 경우 비철금속 제련 글로벌 1위인 고려아연의 기술이 결국 해외로 유출되고,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강 사장은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고 또다시 강조했다. MBK가 26일 고려아연 주식 매수 가격을 주당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인상한 것과 관련해선 “MBK가 부담하는 것이라 제가 답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추가 인상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은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석포제련소를 살리기 위해 1분 1초를 아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영풍은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도록 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3000억 원을 빌려 결국 금융기관 차입이 2.7배나 증가했다”며 “영풍은 지난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371억 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데, 장형진 영풍 고문 개인의 지시에 의해 배임적 성격의 결정을 한 게 아닌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20일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은 장 고문 등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비야디(BYD)와 지커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가운데 국내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중국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국산차 대비 가격이 현저히 싸다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소비자도 61%에 달해 BYD와 지커가 얼마나 가성비 높은 모델을 들고 오는지가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27일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향후 2년 내 신차 구매 의사가 있는 국내 소비자 5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국 전기차를 구매하겠다는 답변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1%는 구매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BYD나 지커처럼 중국 토종 브랜드만 대상으로 했고, 테슬라와 같이 중국에서 생산되기는 하지만 브랜드는 다른 나라인 경우는 배제하고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로는 ‘배터리 안정성’이 31%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 성능‧품질’을 꼽은 답변도 17%에 달했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브랜드‧제조사’(17%)와 ‘애프터서비스‘(10%), ‘주행성능‧안정성’(10%) 등도 중국 전기차를 사지 않게 되는 이유로 꼽혔다.하지만 중국 전기차 가격이 현저히 싼 경우에는 소비자 마음에 변동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에 팔든지 상관없이 중국차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39%였고, 나머지 소비자들은 가격대에 따라 유동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산차와 거의 같은 가격(90~100%수준)일 경우 중국 전기차를 사겠다는 응답자가 8%에 그쳤으나, 국산차 대비 70~80% 수준이라면 중국산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응답자가 29%로 늘었다. 국산차 대비 중국 전기차의 가격이 ‘50~60%’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구매 의사가 있다는 답변은 61%에 달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소비자가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가격 조건을 유일한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동아일보가 최근 국내 30대 그룹 전략·마케팅 담당 임원과 한국경영사학회 교수 70명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들의 헤리티지 활용도를 설문조사했을 때 현대자동차그룹은 헤리티지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초 ‘브랜드 헤리티지팀’을 신설했고, 울산에 헤리티지 전시관(사진)을 두고 있다. 현대차는 창업자부터 내려오는 도전의 서사를 기업 이미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헤리티지팀은 현대차가 만든 첫 완성차인 포니의 콘셉트 차를 복원하고, 차량별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전기차는 포니 디자인을 모방했고, 현대차 신형 그랜저는 1세대 ‘각 그랜저’의 디자인을 녹여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모델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헤리티지에 주목하는 것은 명차 제작사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그만한 ‘하차감’을 제공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차감이란 주로 고급차에서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헤리티지를 이어 온다는 점은 완성차 제조사로서 쌓아온 수십 년간의 제작, 경영 노하우를 소비자들에게 은연중에 전달할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각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셰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헤리티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활발히 펼친다. 올드카 모델의 디자인을 도입하거나 과거 차량을 복원해 전시하고, 액세서리와 같은 ‘굿즈’를 판매하는 등의 방식이다. 현대차는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브랜드 정체성을 새로 구축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으로 올라섰다. 그러면서 브랜드 지향점을 기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포니를 자체 개발한 그 도전의 이미지를 전동화 전환 시기에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대차처럼 기업 성장의 또 다른 단계로 진입할 때 ‘리브랜딩’이 필요해진다”며 “리브랜딩은 서사가 될 수 있고 디자인이 될 수 있을 텐데, ‘나만의 헤리티지’가 주요 재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