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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첨병들이다. 우리로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대한민국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말인 9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당이 주최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말하며 “그들이 스스로 국민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 보자”고 했다.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장외집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저도 죽을 힘을 다해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며 정권을 향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 李 “전쟁을 못해 장이 뒤집어졌나”이 대표는 이날 정부 예산과 민생 경제 위기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문제 삼았다. 그는 “그들이 흥청망청 어디에 쓰는지도 알 수 없는 ‘특활비’니 ‘특경비’니 ‘해외 출장비’니, 그게 모두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에서 낸 세금”이라며 “여러분은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냐”고 했다.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전쟁을 못해서 장이 뒤집어진 것이냐”며 “두 글자로 된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만, 전쟁의 위협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대한민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우리 국민들의 삶이 위태로워진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두 글자’가 ‘탄핵’이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자 민주당 관계자는 뒤늦게 “이 대표가 말한 ‘두 글자’는 탄핵이 아닌 ‘환장(換腸)’”이라고 수습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외집회에 대한 경찰 통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제가 바라본 지금 경찰의 모습은 국민들을 감시하고, 모이지 못하게 방해하고, 어떻게든지 숫자를 줄이려는 권력의 주구처럼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집회에 약 2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는데, 경찰은 민주당 집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주도한 집회 등에 참석한 인원까지 모두 합쳐 2만50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주에도 민주당은 30만 명, 경찰은 2만 명 정도 모인 것으로 각각 다르게 추산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민노총 등이 참여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이날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고,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도 비슷한 시각 촛불집회를 열고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경찰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소속 집회 참가자 11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집회 시작에 앞서 경찰이 설치한 철제 펜스를 밀면서 언쟁을 벌이다 경찰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與 ‘특감’ 추진에 野 “특검이 먼저”민주당은 집회 다음날인 10일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에 찬 함성이 들리지 않나”라며 “ 윤 대통령이 계속 오만과 불통을 지속한다면, 광장의 촛불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4일 본회의를 앞두고 여당을 향해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촉구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더 늦기 전에 분노에 찬 국민 목소리를 똑바로 듣고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김건희 제국의 일등 공신이자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전격 수용해 실정의 책임을 지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14일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한 대표가 요구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등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특검 수용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면 특별감찰관 여야 협의 절차를 논의해보겠다”고 특검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16일에도 세 번째 장외집회를 연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 다음날 열리는 집회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5당이 공동 주최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러닝크루’ 열풍, 그들이 달리는 이유요즘 도심이나 한강변, 운동장 등에선 함께 모여 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러닝크루’다. 혹자는 ‘왜 저렇게 무리 지어 달릴까’ 고개를 갸웃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직집 그들과 함께 25km를 달리며 의문을 풀어봤다.》“벌써 1km나 왔어요. 힘내세요!” 달리기 시작한 지 고작 10분여 지났을까. 같이 뛰던 러닝크루(달리기 모임) 회원들이 기자에게 외쳤다. 아직도 겨우 1km라니, 앞으로 3km나 남았다니. 저기 지나가는 자전거라도 훔쳐 탈까. 숨이 가쁘고 입안에서는 단내가 난다. 크루 운영진 이모 씨가 옆에서 재촉한다. “계속 뛰세요! 걸으면 더 힘들어요!” 속으로 곱씹었다. ‘아니야… 걸으면 편할 거야… 누우면 더 편할 거야….’ ● ‘저들은 도대체 왜 같이 뛸까’ 너무 궁금해3일 오후 7시가 넘은 시간 서울 마포구 홍제천 산책로. 러닝크루 일일 체험에 나선 기자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회사에서 오간 대화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20대 사이에서 러닝크루가 유행이라며?” 맞다. 러닝크루는 단연코 요즘 가장 핫한 유행이었다. 퇴근길마다 집 앞 한강공원에는 수십 명이 무리 지어 뛰어다니곤 했다. 26년 평생 운동이라곤 걷기와 숨쉬기가 전부던 한 친구가 갑자기 인스타그램에 ‘오런완!’이라고 해시태그를 달아 사진을 올리는 걸 봤다. ‘오늘 달리기(런·run) 완료’라는 뜻이었다. 궁금했다. 왜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트랙으로 뛰쳐나갈까.밤낮으로 달리는 ‘런친자들(달리기에 미친 자들)’의 심리가 궁금했다. 마침 “요즘 러닝크루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트렌드 같으니 직접 체험을 해보고 기사를 쓰자”는 이야기가 편집국 사회부에서 오갔다. ‘러닝크루 체험기를 보도하겠다’고 하자 주변 동료 기자들이 ‘살아 돌아오라’고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러닝 크루’를 검색하면 나오는 여러 카페들과 ‘당근’ 등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을 둘러보면서 규모가 큰 곳들 위주로 가입했다. 이후 1∼3일 사흘간 기자를 포함한 취재팀 4명은 2030 젊은이들이 주력인 러닝크루 5곳에 가입했다. 서울 홍제천, 당산 토끼굴, 한강공원 일대까지 그들과 총 25km를 달리며 25명의 크루원을 만났다. 때론 숨이 차서 중간에 서버릴까 한 적도 있었지만 취재팀 모두 정해진 코스를 완주했다. ● 혼자였다면 완주 못 했을 거리3일 오후 6시 50분 서울 마포구 서울함공원. 현장에 도착하니 다른 크루원 4명이 이미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약 700m를 걸어서 홍제천 산책로 입구에 도착했다. 벌써 지친다. 마지막으로 뛴 게 세 달 전이었던가. “자, 이제 뜁니다!” 힘찬 함성이 들렸고 크루원들이 홍제천을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5분까진 뛸 만했다. 1km를 6분 정도에 뛰는 크루원들의 속도에 맞춰 뛸 수 있었다. 그러나 10분, 20분이 지나자 고통이 찾아왔다. 가장 먼저 종아리 근육이 물 먹은 모래주머니처럼 무거워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인도를 벗어날 뻔했다. 다른 크루원 3명은 한참 앞질러 달리더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20분가량 뛰자 ‘이제 그만하고 크루에서 이탈해 기사나 쓰자’란 생각이 절실했다. 도망치려 하자 크루 운영진 이 씨가 바로 옆에서 그윽하게 바라보며 눈빛으로 채근했다. 기자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는 이였다. “걸으면 더 힘들어요. 느려도 되니 본인 페이스대로 천천히 뛰세요.” 그는 호흡법을 가르쳐줬다. 두 번 들이쉬고, 두 번 내쉬고. 습습, 후후. 러닝크루가 아니라 혼자서 달렸다면 알 수 없는 노하우들이었다. 가르침을 들은 뒤 도주의 의사를 접고 그대로 더 달렸다. 2km 반환점을 지나자 뜀박질에 속도가 붙었다. 호흡이 안정되자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카디건 하나를 나눠 입고 산책하는 연인이 보였다. 세발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구르는 아이에게 환호하는 부모가 보였다. 저도 잘 뛰고 있습니다. 천변의 상쾌한 바람이 두 볼에 느껴졌다. 이 맛에 뛰는구나. 오후 7시 40분 마지막 500m가 고비였다. 함께 뛰던 이 씨가 말했다. “저 코너만 돌면 끝나요.” 그 코너까지 가자 또 말했다. “이제 마지막 100m예요.” 한 2, 3분 더 달리자 또 말했다. “진짜 마지막 100m 남았어요.” 무의식적으로 멱살을 잡으려던 찰나 종착지가 눈에 들어왔다. 출발점이었던 홍제천 돌다리였다. 정말 다 왔구나. 크루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외쳤다. 골인! 1km당 9분. 러닝 고수의 눈에는 별 볼일 없는 기록이겠지만 자꾸 웃음이 나왔다.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앞으로 5km, 10km도 뛰어보고 싶었다. 더 멀리 가보자. 몽글몽글한 성취감을 가슴에 품고 집에 돌아오며 속으로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래, 단 한 번도 걸었던 적은 없었어. 뛰었지.● “너는 나의 원동력” 서로 격려성취감은 러닝크루 활동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다. 같은 거리, 같은 시간을 달려도 함께 달릴 때 성취감은 두세 배로 커진다. 서울 강서구의 한 러닝크루에서 6개월째 활동 중인 회사원 김원태 씨(32)는 “홀로 달릴 땐 지치고 외롭지만 10명이 달리면 성취감도 10배”라면서 “크루원들과 함께 완주하고 기록을 깼을 때 그 희열이 너무 크다. 이젠 혼자서 뛸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혼자 뛸 때보다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점도 러닝크루의 장점이다. 지칠 땐 크루원들이 옆에서 격려를 해주고 페이스를 조절해주며 완주를 돕는다. ‘강서해피런크루’ 3년 차인 박정호 씨(31)는 “다 같이 뛰면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뛸 때보다 1km는 더 멀리 갈 수 있어 성취감이 배로 든다”고 말했다. 러닝크루 경력 7개월 차 대학생 박현일 씨(26)는 기자와 함께 양천구 용왕산근린공원 트랙에서 1km를 뛰었다. 1km를 3분 만에 주파한 박 씨는 한참 뒤에 따라온 기자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저도 4월에 처음 시작할 땐 500m도 뛰기 힘들었어요. 같이 계속 뛰다 보면 잘 뛰게 되니 자주 나와서 같이 뛰어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죽진 않았잖아요? 한층 더 강해졌을 뿐입니다.” 그는 다음 주에 용왕산근린공원을 다시 뛸 거라고 했다. 이번엔 2km를 뛸 예정이란다. “저도 같이 뛸게요”라는 대답이 무심결에 나온 것은 동료애의 힘이었다.● ‘런라니’가 되지 말자… ‘민폐’ 막을 자정 노력젊은이들의 러닝크루 활동이 늘어나면서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여러 사람이 단체로 달리다 보니 주변 시민이나 행인들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단체로 뛰면서 자전거 도로나 보도 등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런라니(런+고라니)들!”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취재팀이 만난 대부분의 크루원은 시민의 불편에 공감하고 있었고 민폐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189명 규모의 러닝크루 ‘안양천 홍두깨’ 를 8개월째 운영 중인 크루장 이창훈 씨(33)는 “크루원들이 길을 막거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 등 행위를 하면 즉각 제지한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우리 열정이 소중한 만큼, 시민들의 불편도 최소화하자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행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민폐 러너는 가차없이 탈퇴시킨다”고 했다. 실제로 이 씨는 트랙을 달리는 내내 크루원들에게 손짓을 하며 시민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이성 교제를 목적으로 러닝크루에 가입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정말일까. 취재팀 중 한 명에게 “러닝이 끝나면 끝나고 다 같이 술 먹자고 해봐라”라고 지시했다. 오후 10시쯤 ‘크루원들에게 혼났습니다 씨알도 안 먹히네요ㅠㅠ’ 카톡이 날아왔다. 대부분 러닝크루는 달리기만을 위한 모임이라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러닝크루 회장 이모 씨는 “우리 모임은 술자리를 절대 갖지 않는다. 회식을 열면 정말 달리기만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부담을 느낀다”면서 “헬스장에 오면 헬스만 하는 것처럼, 순수하게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40대 이상도 뛸 수 있어요… “이야기도 잘 통해” 현장에서 살펴본 결과 러닝크루는 2030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초저녁 가로등 불빛에 흰머리를 날리며 달리는 노년의 러너들이 많았다. 트랙이나 산책로를 달리는 10명 중 2, 3명은 중장년층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산크루’ 김성종 씨(42)는 “나이와 무관하게 달리기라는 관심사로 모인 것이 너무 좋다. 스물한 살과 마흔여섯 살뿐 아니라 70대 노인분들도 함께 뛰며 농담도 한다”고 말했다. 수학학원 강사 이재천 씨(48)도 “젊은 사람들이 많아 주저했는데, 막상 같이 뛰어 보니 이야기가 잘 통해서 재밌다”고 말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아예 나이를 서로 공개하지 않는 러닝크루도 있다. 러닝크루 ‘걷뛰걷뛰’에서 활동하는 정모 씨는 “우리 크루는 아예 이름, 나이 등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닉네임으로만 부른다. 내 닉네임은 제이제이(JJ)”라면서 “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달리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만 남아 있는 것 같아 자유로운 기분이다”라며 웃었다. 딸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본 러닝크루에 가입한 중년도 있다. 2일 서울 강서구 안양천 인근에서 러닝크루 체험을 하던 기자에게 한군탁 씨(48)가 말을 걸어 왔다. “혹시 러닝크루 같은 건가요.” 그는 운동 일정과 준비물 등을 물었다. 직업이 수의사라고 밝힌 한 씨는 “마라톤을 뛰어 보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 여태 고민만 했다”고 털어놨다. 10분 뒤 크루 단톡방에 들어온 한 씨는 “열심히 달리겠다”라는 첫 인사를 건넸다. 달리‘겠’다의 ㅆ 받침이 마치 달리는 사람의 다리처럼 보였다. ● “자연스러운 러닝 에티켓 정착되도록 지원”달리기 문화를 장려하려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청년들의 건강한 운동 문화라는 측면에서 러닝크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청년정책포럼 ‘러닝크루를 통해 바라본 청년문화’에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러닝크루와 같은 청년 주도형 문화가 서울을 외롭지 않은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체육진흥과는 광화문광장 등 시내 야간 명소를 달리는 ‘7979 서울 러닝크루’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민 불편을 이유로 러닝크루의 출입을 막거나 자제시키는 곳들도 있다. 경기 화성시는 동탄호수공원 산책로에 러닝크루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서울 서초구는 반포종합운동장 내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이용규칙을 시행 중이다. 송파구 역시 석촌호수 산책로에서 3인 이상 달리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장기적으로는 러닝크루의 자정 노력과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인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러닝크루 논란은 청년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겪는 사회적 몸살에 가깝다”며 “이를 규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에티켓이 정착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정숙 인턴기자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졸업박성배 인턴기자 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 수료조영우 인턴기자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길거리에서 흉기를 들고 패싸움을 벌이거나 홀덤펍에서 수천만 원을 보호비 명목으로 뜯어낸 20, 30대 ‘MZ(밀레니얼+Z세대)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폭력조직 S파의 조직원 등 24명을 붙잡아 이 중 6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1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이들은 2018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경기북부 일대에서 신흥 폭력조직을 결성해 각종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주로 일정한 직업이 없는 20대 초중반의 조직원들이 합숙 생활을 하며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조직원 중 일부는 2022년 4월 서울 지역의 다른 조직폭력배가 자신들의 지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시내 길거리에서 너클이나 야구방망이를 흉기 삼아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탈퇴 의사를 밝힌 20대 조직원을 북한강 둔치로 끌고 가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하기도 했다. ‘조직에서 탈퇴한 자는 보복을 당하며,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행동 강령에 따른 것이다.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경기 북부 지역의 불법 홀덤펍 3곳의 업주로부터 수 천만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다른 조직폭력배의 협박을 막아주겠다는 보호비 명목이었다. 또 이들은 위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조직 간부의 결혼식장이나 조직원이 수감되어있던 구치소 앞에 인력을 대거 배치시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20~30대 조직폭력배들의 무분별한 세력 과시와 집단 폭력 범죄를 집중 단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경기 안양에서 아반떼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4억 원대 람보르기니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 뒤 당황한 듯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가해 여성 운전자와 심하게 부서진 람보르기니의 모습이 화제가 된 가운데 양쪽은 보험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옛 트위터) 등의 영상에 따르면 1일 경기 안양시 호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입구에서 아반떼가 주황색 람보르기니를 충돌했다. 아반떼가 앞에 정차된 택배트럭을 추월해 가려다 중앙선을 넘었고, 마침 주차장 입구에서 나와 도로로 진입하던 람보르기니의 운전석 쪽 측면을 받았다.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람보르기니는 심하게 파손됐다. 피해 차량은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모델로, 출고 가격은 약 3억8000만 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앙선 침범 사고의 경우 대부분 100 대 0으로 처리된다. 보상은 아반떼 차주가 가입한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보상한도 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의무가입 금액은 2000만 원(보상한도)이다. 하지만 의무보험 보상한도가 낮은 탓에 운전자 대다수는 보상액이 높은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용 승용차 중 80.1%가 대물배상 보상한도를 3억 원 이상으로 가입했다. 람보르기니 수리비가 아반떼 차주가 가입한 보상한도를 넘어설 경우 초과분에 대한 배상 책임은 아반떼 차주 개인에게 있다. 본인이 피해 차주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행히 양측 모두 보험 처리가 가능한 범위 내”라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주술이 국정을 뒤흔들고 있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서울역 인근에서 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탄핵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 최고위원들은 경쟁적으로 ‘탄핵’을 직접 언급하거나 ‘하야’를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명목상 ‘김건희 특검 수용 촉구’ 집회였지만 사실상의 ‘정권 퇴진’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집회엔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170명을 포함해 당 추산 30만 명(경찰 추산 2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2시간 20분간 이어진 집회에서 ‘김건희를 특검하라’ ‘국정농단 진상규명’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다.● 李 “尹 정권은 ‘범법 정권’” 이 대표는 장외집회 연설에서 현 정권을 ‘범법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국회와 국민 동의 없는 우크라이나 파병, 살상무기 지원, 무제한적인 거부권 행사, 시행령 통치와 권력 남용을 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관련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 파문과 관련해 “온 국민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었음에도 또 국민을 속이려 한다”며 “한 번은 속아도, 두 번 속을 국민은 없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2016년 촛불시위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는데 결국 빙빙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오고 만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한층 크고 캄캄한 암흑이 되어 복귀했지만,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증명해 내자”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연설을 시작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는 말부터 꺼내며 “제가 하지 못하는 말은 여러분이 직접 더 높이, 더 많이 해달라”고 했다. 이는 사전 연설문엔 없던 이 대표의 즉흥 발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은 물러나라”는 구호에 맞춰 주먹을 쥐고 위아래로 흔드는 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다. 최고위원들은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대통령 부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박정희보다 잔인하고 전두환보다 뻔뻔한 부부 날강도는 그보다 더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라며 “민주공화의 적들이 벌인 ‘개판’을 평정하고 대한공화를 다시 선포하자”고 했다.● 與 “이재명을 위한 ‘방탄 한마당’”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위한 전국 단위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4일부터 국회 내 농성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단축 관련) 개헌 요구도 있고, 탄핵과 관련된 요구도 많이 있는데, 11월에는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 상정될 14일 본회의까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현역 의원들이 직접 특검법 수용 촉구 릴레이 농성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의 전체적인 향후 전략을 보고하고, 추인받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여론 형성을 위한 시도당별 순회 장외 농성도 논의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국 주요 도시별로 장외집회를 이어가다가,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서울에서 다시 대규모 장외 농성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 규탄 대회를 이어가 국민 여론을 쌓은 뒤 국정농단 추가 증거를 지켜보면서 탄핵을 본격 추진할 타이밍과 속도를 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를 위한 ‘방탄 한마당’을 펼쳤다”며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방탄당답다”며 “특검은 그저 구호였을 뿐 목적은 이 대표의 방탄 하나였음을 전 국민이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현 정권을 “범법 정권”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미 전과 4범이면서 7개 사건에서 11개의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분이 대놓고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며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국회에서 본분을 다하라”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주술이 국정을 뒤흔들고 있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하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서울역 인근에서 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탄핵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 최고위원들은 경쟁적으로 ‘탄핵’을 직접 언급하거나 ‘하야’를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명목상 ‘김건희 특검 수용 촉구’ 집회였지만 사실상의 ‘정권 퇴진’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이날 집회엔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170명을 포함해 당 추산 30만 명(경찰 추산 2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2시간 20분간 이어진 집회에서 ‘김건희를 특검하라’ ‘국정농단 진상규명’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다.● 李 “尹 정권은 ‘범법 정권’”이 대표는 장외집회 연설에서 현 정권을 ‘범법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국회와 국민 동의 없는 우크라이나 파병, 살상무기 지원, 무제한적인 거부권 행사, 시행령 통치와 권력 남용을 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 파문과 관련해 “온 국민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었음에도 또 국민을 속이려 한다”며 “한 번은 속아도, 두 번 속을 국민은 없다”고 직격했다.이 대표는 2016년 촛불시위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는데 결국 빙빙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오고 만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한층 크고 캄캄한 암흑이 되어 복귀했지만,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증명해 내자”고 했다.이 대표는 이날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연설을 시작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는 말부터 꺼내며 “제가 하지 못하는 말은 여러분이 직접 더 높이, 더 많이 해달라”고 했다. 이는 사전 연설문엔 없던 이 대표의 즉흥 발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은 물러나라”는 구호에 맞춰 주먹을 쥐고 위아래로 흔드는 동작을 따라하기도 했다.최고위원들은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대통령 부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박정희보다 잔인하고 전두환보다 뻔뻔한 부부 날강도는 그보다 더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라며 “민주공화의 적들이 벌린 ‘개판’을 평정하고 대한공화를 다시 선포하자”고 했다.● 與 “이재명을 위한 ‘방탄 한마당’”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위한 전국 단위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4일부터 국회 내 농성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단축 관련) 개헌 요구도 있고, 탄핵과 관련된 요구도 많이 있는데, 11월에는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 상정될 14일 본회의까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현역 의원들이 직접 특검법 수용 촉구 릴레이 농성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의 전체적인 향후 전략을 보고하고, 추인받으려 한다”고 설명했다.전국적인 여론 형성을 위한 시도당별 순회 장외농성도 논의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국 주요 도시별로 장외집회를 이어가다가,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또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서울에서 다시 대규모 장외농성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 규탄 대회를 이어가 국민 여론을 쌓은 뒤 국정농단 추가 증거를 지켜보면서 탄핵을 본격 추진할 타이밍과 속도를 잴 것”이라고 했다.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를 위한 ‘방탄 한마당’을 펼쳤다”며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방탄당 답다”며 “특검은 그저 구호였을 뿐 목적은 이 대표의 방탄 하나였음을 전국민이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현 정권을 “범법정권”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미 전과 4범이면서 7개 사건에서 11개의 혐의로 4개의 재판 받고 있는 분이 대놓고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며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국회에서 본분을 다하라”고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여성 운전자가 몰던 아반떼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4억 원 대 람보르기니 차량을 들이 받았다. 사고 뒤 당황한 듯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여성과 심하게 부서진 람보르기니의 모습이 화제가 된 가운데 양쪽은 보험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옛 트위터) 등의 영상에 따르면 1일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입구에서 아반떼가 주황색 람보르기니를 충돌했다. 아반떼가 앞에 정차된 택배트럭을 추월해 가려다 중앙선을 넘었고, 마침 주차장 입구에서 나와 도로로 진입하던 람보르기니의 운전석 쪽 측면을 받았다.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람보르기니는 심하게 파손됐다. 피해 차량은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모델로, 출고 가격은 약 3억8000만 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앙선 침범 사고의 경우 대부분 100 대 0으로 처리된다. 보상은 아반떼 차주가 가입한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보상한도 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의무가입 금액은 2000만 원(보상한도)이다. 하지만 의무보험 보상한도가 낮은 탓에 운전자 대다수는 보상액이 높은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용 승용차 중 80.1%가 대물배상 보상한도를 3억 원 이상으로 가입했다. 람보르기니 수리비가 아반떼 차주가 가입한 보상한도를 넘어설 경우 초과분에 대한 배상 책임은 아반떼 차주 개인에게 있다. 본인이 피해 차주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손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다행히 양측 모두 보험 처리가 가능한 범위 내”라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불법 숙박업 운영 의혹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서울, 부산 등서 불법 숙박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만 1만 개가 넘는 불법 업체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31일 숙박 분석 통계업체 에어디엔에이(AirDNA)에 따르면 서울에서 영업 중인 숙박플랫폼 에어비앤비 숙소(객실)는 1만7828개다. 올 6월 기준 서울시에 합법적으로 등록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객실은 4716개다. 합법 업소 중에는 에어비앤비 외 다른 업소들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에만 1만3000개가 넘는 불법 숙소가 운영 중이라는 뜻이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에어비앤비 숙소는 8만3200여 곳, 합법 등록 숙소는 2만9948곳이다. 5만3200곳 이상이 불법 숙소로 운영 중인 셈이다. 부산에 사는 20대 A 씨는 5년 전부터 광안리해수욕장이 보이는 신축 오피스텔 한 채를 월세로 빌린 뒤 에어비앤비 숙소로 운영했다. 월세로 80만 원씩 지출했지만, 숙박 손님에게는 1박당 40만 원을 받아 2년 동안 매달 500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현행법상 오피스텔은 숙박업 등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A 씨의 숙박업은 모두 불법이지만 구청이나 시청에서 단속을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불법 숙박업소가 늘어나면 피해는 합법적인 숙박업자들과 주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강남조차 숙박시설 절반이 폐업했다. 그 자리를 불법 에어비앤비 임대업자들이 꿰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대학생 임모 씨는 “옆집에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트렁크를 끌고 수시로 드나들고 밤에는 큰 소리로 떠든다”며 “매번 사람이 바뀌는 걸로 봐선 불법 숙박업소 같은데 소음 탓에 미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당국은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관계자는 “에어비앤비는 제3자에게 숙소의 상세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가 숙소마다 일일이 돈을 내고 예약해 단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에어비앤비 서버가 외국에 있어 수사 협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달부터 오피스텔 등 미허가 업소의 신규 숙소 등록을 막고 있지만 우리 당국과의 협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숙박 플랫폼으로 하여금 당국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거나 자체 점검에 나서도록 관리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1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에게 5000억 원 넘게 뜯어낸 사기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9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업체 대표 A 씨 등 2명을 붙잡아 7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국장, 지사장 등 간부급 40명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7월에 걸쳐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 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40일 뒤 원금과 함께 이자 20%를 돌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A 씨 일당이 만든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에 피해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나 현금을 입금하면 마치 피해자의 계좌 잔액이 늘어난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 화면의 숫자는 사실 A 씨 일당이 임의로 입력한 숫자였다. 실제 투자자들이 송금한 현금과 가상자산은 전부 A 씨의 개인 통장과 전자지갑에 들어갔다. 이런 방식으로 A 씨 일당은 피해자 1만671명에게 총 5062억 원을 뜯어냈다. 이 돈은 요트나 자동차, 명품 시계, 땅 등을 사는 데 썼다. 당초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해외 카지노 사업 투자’ 등에 일부를 쓰긴 했지만 수익 사업 활동은 거의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의 80%가 60대였고 이 중 70%가량은 여성이었다. 한 투자자는 피해액만 92억 원이었다. 주로 고령의 여성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이 업체를 알음알음 소개하는 식으로 번져 60대 여성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일당은 모집책들이 지인을 섭외해오면 수수료로 투자액의 10%를 떼어 줬다.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과 20% 이자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 했다. 마치 처음 약속대로 수익을 내는 척 신뢰를 쌓은 것. 기존 투자자들이 낸 돈으로 신규 투자자를 꼬드기는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이다. 경찰은 A 씨 일당의 자택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 등을 압수했고 범죄수익금 101억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하지만 전체 피해액 중 절반에 달하는 2700억 원가량은 아직 회수되지 못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살아남은 건 죄가 아니라고 2년 내내 억지로 되뇌였어요. 그런데 이 자리에 서니 다시 죄인이 된 기분이네요” 29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2년 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 김모 씨(42)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앞에선 김 씨를 포함한 수십 명의 시민들이 길가에 조화를 내려놓고 묵념했다. 현장에 놓인 조화를 10분 넘게 멍하니 응시하던 김 씨는 “내가 살아나온 그 날 그 자리에서 159명이 죽었다는 사실이 2년 내내 나를 괴롭혔다”고 했다. 끝내 울음을 터뜨린 김 씨는 “잘 살 거다. 잘 살면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기가 된 이날, 전국 곳곳에서 이태원 참사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 34분 참사 현장에는 이태원 참사 2주기를 기억하는 ‘행동독서회’가 열렸다. 오후 6시 34분은 참사 당일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됐던 시각이다. 독서회 참가자들은 참사 2주기를 맞아 출간된 구술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를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기록집 집필진 중 한 명인 정인식 작가는 이날 “2주기를 맞아 이 참사를 기억하고 더 많은 시민들과 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시민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인천에서 1시간 반 걸려 이태원까지 왔다는 이정빈 군(16)은 “중학생 때 TV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핼러윈이라고 마냥 신났던 어린 마음에 충격이었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와 애도의 메시지를 함께 읽고 기억하는 ‘추모 메시지 낭독문화제’가 진행됐다.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과 희생자의 가족, 친구 등 지인들은 희생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했다. 희생자의 가까운 친구라고 본인을 소개한 이모 씨는 “내 알람소리를 듣고 깨서 ‘너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투정을 부리던 언니가 그립다.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나를 위해 옥수수수염차를 끓여주던 언니가 너무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로 일하다가 산재로 사망한 김용균 씨의 모친 김미숙 씨도 행사에 참여했다. 김 씨는 “참사를 겪은 유족분들에게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며 함꼐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연대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중 작은 소동도 있었다. 오후 8시 10분경 행사가 진행되는 와중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집회 장소를 가로질러 가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해당 남성이 이 과정에서 집회 참여자들 일부를 밀치려 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찰이 이를 제압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졌다. 약 3분간 실랑이 끝에 경찰이 해당 남성을 인솔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추모는 전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6시 34분 경남 창원 옛 한서병원 문화광장에서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같은 시각 경기 수원시 수원역 문화광장과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5000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낸 사기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9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업체 대표 A 씨 등 2명을 붙잡아 7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업체 국장, 지사장 등 간부급 40명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7월에 걸쳐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40일 뒤 원금과 함께 이자 20%를 돌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A 씨 일당이 만든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에 피해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나 현금을 입금하면 마치 피해자의 계좌 잔액이 늘어난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 화면의 숫자는 사실 A 씨 일당이 임의로 입력한 숫자였다. 실제 투자자들이 송금한 현금과 가상자산은 전부 A 씨의 개인 통장과 전자지갑에 들어갔다.이런 방식으로 A 씨 일당은 피해자 1만671명에게 총 5062억 원을 뜯어냈다. 이 돈은 요트나 자동차, 명품 시계 등을 사는데 썼다.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의 80%가 60대였다. 이중 70% 가량은 여성이었다.A 씨 일당은 모집책들이 지인을 섭외해오면 수수료로 투자액의 10%를 떼어줬다.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과 20% 이자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 했다. 마치 처음 약속대로 수익을 내는 척 신뢰를 쌓은 것. 기존 투자자들이 낸 돈으로 신규 투자자를 꼬드기는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이다. 경찰은 A 씨 일당의 자택에서 수 천 만 원 상당의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고 범죄수익금 101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하지만 전체 피해액 중 절반에 달하는 2700억 원 가량은 아직 회수되지 못했다. 경찰은 추가 추징 보전 등을 통해 피해액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앞으로는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접수된 진정을 각하, 기각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28일 인권위는 제20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소위원회에서 위원 1명만 반대하는 경우에도 진정이 자동적으로 기각되도록 하는 내용의 안건을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통과시켰다. 안창호 위원장은 기권했다. 현재 인권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11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와 위원 3명씩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진정이 접수되면 소위원회를 거쳐 전원위로 올라오는 구조인데, 소위원회 단계에서 각하나 기각을 하려면 3명의 만장일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규정이 시행되면 1명만 반대해도 진정을 각하, 기각시킬 수 있다. 이번 결정은 2022년 1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수요집회 현장에서 발생하는 욕설 등 인권 침해를 정부가 방치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용원 위원(당시 소위원장)이 다른 위원의 반대에도 소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에 대해 기각을 선언하자 정의연은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정의연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김 위원 등 보수 성향 인권위원들은 각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정 개정을 추진해왔다. 바뀐 규정을 놓고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찬성 측은 “불필요한 진정 사건을 빠르게 걸러내 업무의 효율성을 기하고 만장일치가 나올 때까지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 측은 “진정이 각하되는 일이 잦아진다면 인권 보호 기능도 약화되고 많은 진정인들이 구제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각 인권위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불리한 안건을 무더기로 기각 또는 각하시킬 경우 인권위가 제기능을 잃고 진정 사건들은 법원으로 향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앞으로는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접수된 진정을 각하, 기각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안건 처리에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는 기대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라는 본래의 기능이 약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28일 인권위는 제20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소위원회 위원 1명만 반대하는 경우에도 진정이 자동적으로 기각되도록 하는 내용의 안건을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통과시켰다. 안창호 위원장은 기권했다.현재 인권위는 위원장을 포함 위원 11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와 위원 3명씩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진정이 접수되면 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전원위로 올라오는 구조인데, 소위원회 단계에서 각하나 기각하려면 3명의 만장일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규정이 시행되면 1명만 반대해도 진정을 각하, 기각 시킬 수 있다.이는 2022년 1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수요집회 현장에서의 욕설, 혐오 발언 등 인권 침해를 정부가 방치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성향의 김용원 위원이 다른 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위원회에서 이를 기각시키자 정의연은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정의연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보수성향 인권위원들은 진정 각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정 개정을 추진했고 이날 통과시킨 것이다.바뀐 규정을 놓고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쏟아지는 진정 사건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사건을 빠르게 걸러내 업무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만장일치가 나올 때까지 장기간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있다” 등 찬성론과 “단 한 명의 의견으로 진정이 각하되는 일이 잦아진다면 인권 보호 기능도 약화될 것이다”, “인권 보호가 절박한 많은 진정인들이 구제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론이 맞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각 인권위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불리한 안건을 무더기로 기각 또는 각하시킬 경우 인권위가 제기능을 잃고 진정 사건들은 법원으로 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헬스장 등 스포츠시설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회원 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8일 인권위는 65세가 넘는 회원의 신규 가입을 막는 정관을 개정할 것을 7일 서울의 한 복합 스포츠시설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1월 이용객 A 씨(68)가 회원 가입을 신청하자 65세가 넘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A 씨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자 스포츠시설 측은 “수영장이나 헬스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지만 고령의 회원들의 사고가 빈번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응이 어려워 나이를 제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를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스포츠시설 내 안전사고 발생률이 반드시 나이에 비례한다고 볼 수 없다. 해당 시설이 64세 이전에 가입한 정회원이 65세를 초과해도 회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신규 가입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제한은 결과적으로 상업시설 등에서 노년 인구의 일률적 배제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해당 스포츠시설 측에 관련 정관을 개정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도심에서 개신교 단체가 주최한 대규모 집회가 27일 열려 경찰 추산 2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동성혼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와 서울광장,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개최했다. 경찰 추산 23만 명(주최 측 추산 110만 명)이 “차별금지법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조직위는 선언문에서 “창조 질서를 부정하는 성 오염과 생명 경시로 가정과 다음 세대가 위협받고 있다”며 “가정을 붕괴시키고 역차별을 조장하는 동성혼의 법제화를 반대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로 세종대로와 여의대로 일대가 새벽부터 통제돼 교통 혼잡을 빚었다. 오전부터 도심에 대규모 인파가 밀집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자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 시청역 등의 출구를 통제하기도 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주말에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또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소음과 교통 체증 탓에 나들이객과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27일 보수계열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연합 등은 서울 중구 광화문과 서울시청 및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개최했다. 오후 1시 55분 주최측 추산 110만 명(경찰 추산 23만 명)이 시청과 서울역 앞 등지에 모여 동성혼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다수의 역차별 조장하는 차별금지법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찬송가를 불렀다. 이날 집회로 인해 세종대로(광화문부터 서울역 일대)와 여의대로(마포대교 남단부터 서울교 일대) 구간은 새벽부터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은 대형 전광판 등 무대 설치 시간인 이날 자정부터 율곡로, 사직로 등 집회 장소 옆 차선을 가변차로로 운영 중이다. 서소문로와 을지로 일부 구간은 일방통행으로 관리하고 있다. 교통 통제는 집회 종료 시점인 오후 5시경부터 풀릴 것으로 관측된다.한편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선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이 정기 예배를 열었다. 이날 정기 연합 예배에 참여한 인원은 경찰 신고 기준 1만 명에 달했다. 하루종일 이어진 집회로 세종대로 일대가 몸살을 앓았다. 이날 오후 2시 경 집회 장소 인근인 서울 중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방문한 박희정 씨(34)는 “책을 사서 근처 카페에 가 읽을 계획이었지만, 찬송가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집회 주변에 경력 200여 명을 배치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1980년 5월 비상계엄 당시 경찰이 민간인을 불법 연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22일 열린 제89차 위원회에서 ‘1980년 비상계엄하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80년 5월 비상계엄 당시 경북 경산경찰서는 홍모 씨와 김모 씨 등 두 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이후 이들은 경상북도경찰청에 인계된 뒤 군검찰에 송치된 후 재판을 받던 중 공소기각 결정으로 석방됐다.홍모 씨와 김모 씨는 이 과정에서 물고문과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1980년 5월 21일 경북 경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이들을 구속영장 없이 불법 연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같은 달 27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7일 이상 이들을 불법 구금했다.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의 군법회의 공소기각결정문 등 자료와 당시 김모 씨를 연행한 경찰관의 진술 등을 검토한 결과,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 등 조치를 취할 것을 행정안전부에 권고했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정책자금 무조건 받게 해드립니다.” 부산에서 농사를 짓는 80대 강준완(가명) 씨는 지난해 6월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자신을 정책자금 컨설팅 업체 대표라고 소개한 양모 씨는 “서류 몇 가지와 계약금 100만 원만 주시면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아무런 의심 없이 계약금을 납부한 그는 소식을 기다렸지만 양 씨와 연락이 닿질 았았다. 양 씨가 받아주겠다던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농민들은 제외된다는 사실을 강 씨는 뒤늦게 알게 됐다. 이른바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을 꼬드겨 사기를 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정책자금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국민 세금이 취약 계층이 아닌 엉뚱한 브로커들의 배만 불리고 있지만 이를 규율할 마땅한 제도와 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류 대신 써주고 최고 8% 수수료 챙겨 20일 컨설팅 업계 등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같은 조건에서 정책자금을 더 많이 받게 해 주겠다며 서류를 대신 작성해주고 대출금의 최저 2%에서 최고 8%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업으로 바쁜 소상공인들이 일일이 납세와 금융거래 내역 등 수십 종류의 서류를 준비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고율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운송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컨설팅을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하길래 속아서 수수료를 8%나 냈다. 받아 보니 서류 몇 개만 대신 써주는 데 그쳤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직접 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중기부 등 당국은 정책자금 신청 과정에서 사업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이런 컨설팅 업체의 행태를 ‘제3자 부당개입’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행정조치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현행법이 사기 등 명백한 불법 행위 외에 수수료율 등에 대한 규율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이 중기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9∼2024년) 정책자금 신청에 컨설팅 업체 등 제3자가 부당하게 개입한 32건 가운데 당국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9건뿐이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관련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쉽게 돈 벌 수 있다” 컨설팅 업체 호황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브로커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책자금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정모 씨(37)는 “영세 사업자 대부분은 서무나 경리를 두지 않아 간단한 서류작업도 어려워하기 때문에 쉽게 대행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라면서 “보험업 등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요새 전부 정책자금 컨설팅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대부업체는 컨설팅 업체로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정책자금 상담 컨설팅을 명분으로 대출을 소개하는 등 행태도 보이고 있다. 최근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컨설팅 업계를 찾는 사례가 늘면서 사기와 불법 사금융 피해를 추가로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 정책자금 컨설팅 업체 대표 이모 씨는 “티메프 피해 소상공인분들이 ‘어떻게 신청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하루 문의 20건 중 티메프 피해자분들이 20%를 넘는다”고 말했다. 중기부 등에 따르면 소상공인 정책자금 사업의 종류는 25가지나 된다. 지원 대상과 요건이 제각각 다르고 복잡한 구조와 신청 절차 탓에 금융에 밝지 않은 영세 사업자와 서민들은 컨설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자금이 절실한 소상공인들을 이용해 엉뚱한 브로커가 이익을 챙기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신청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면서 “제3자 부당개입 역시 관련 법을 개정해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인턴기자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가족들은 “다 무죄면 누가 책임지냐”며 반발했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대응이 국민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김 전 청장의 과실과 참사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집중될 것이라는 내용을 넘어서, 대규모 인파 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점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예견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경찰의 사후 대응에 대해 재판부는 “기동대 파견 지시 등을 내린 점으로 봤을 때 업무상 과실로 사고가 확대됐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112 상황3팀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당직 근무자였다. 유가족은 반발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는 순간 방청석의 유가족 10여 명은 “으아아아!” 고성을 지르며 오열했다. 김 전 청장 등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나오는 동안 유가족들이 뒤따라가며 항의했다. “죽여 놓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말도 터져 나왔다. 일부 유가족들은 법원 앞 도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죄는 없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냐”며 “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피해자 권리는 또 한 번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하여 항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30일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1심에서 금고 3년이 선고됐지만, 함께 기소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과 관련해 ‘시험지를 미리 받은 고사장에서 문제 3개에 대한 정보를 다른 고사장 수험생에게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는 수험생의 증언이 추가로 나왔다. 문제 유출 논란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수험생 A 씨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감독관의 실수로 시험지를 1시간 일찍 배포했다가 회수한 고사장의 수험생이 다른 고사장 수험생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문제 3개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단답형 문제 2개와 주관식 문제 1개에 대한 정보가 시험 시작 30분가량 전인 오후 1시 27분경 전달됐다”고 했지만 확보한 증거가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논란이 된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은 단답형 4개, 서술형 2개 등 총 6개 문제로 구성됐다. A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체 시험 문제의 절반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다. 앞서 연세대는 두 차례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감독관이 수험생들에게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가방에 넣도록 했고 문제지는 연습지에 가려진 상태였다.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고 휴대전화로 전달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또 “시험 시작 전 촬영된 문제지가 유출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재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험생 상당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 전 문제 관련 정보가 올라온 데 이어 수험생 간에도 문제 정보가 공유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재시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대학 측이 재시험을 계속 거부할 경우 다음 주 논술시험 무효 소송을 내고 시험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할 방침이다. 가처분 신청 및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수험생과 학부모는 17일 오전 기준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세대 측은 추가 증언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겠다. 필요하면 경찰이 조사하게 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연세대의 수사 의뢰를 접수한 경찰은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공공수사1계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법리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