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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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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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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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니아와 대중성 함께 잡았다…‘에이리언: 로물루스’ 인기 비결은

    2142년, 버려진 우주 정거장. 온몸에서 점액이 뚝뚝 흐르는 에이리언이 튀어나온다. 인간 얼굴에 들러붙어 입에 유충을 삽입한다. 유충은 자라서 인간의 몸을 찢고 튀어나온다. 빠르게 자라 2m가 넘는 키에 날카로운 이빨로 인간을 사냥한다. 주인공들은 미친 듯이 도망친다. 얼굴엔 공포가 가득하다. 괴성은 스피커로, 좌절한 표정은 커다란 스크린으로 관객에게 오롯이 전해진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탄성을 내뱉으면서도 좀처럼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다. 14일 개봉한 에이리언 시리즈 7편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28일 기준 한국 관객 137만 명을 모으며 주목받고 있다. 개봉 열흘 차인 24일 100만 명을 돌파하며 시리즈 5편 ‘프로메테우스’(2012)의 97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의 130만 명을 돌파한 것. 영화계에선 “45주년을 맞은 에이리언 시리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상과학(SF) 공포 영화의 대명사다.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편 ‘에이리언’이 호평을 받으며 시작됐다. 신작은 희망 없이 노동자로 살아가던 여성 ‘레인’(케일리 스패니)이 다른 행성으로 떠나기 위해 거쳐 간 우주 기지에서 에이리언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신작이 시선을 끄는 건 시리즈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했기 때문이다. 신작은 1편의 감독이자 세계관의 창시자인 리들리 스콧이 제작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열성적인 팬이자 공포 영화의 대가인 페데 알바레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신작은 2122년 배경인 1편 ‘에이리언’(1979)과 2179년을 다룬 2편 ‘에이리언2’(1986) 사이인 2142년을 다뤘다. 개봉순서로는 7편이지만 시간적 배경으론 이른바 1.5편인 셈이라 마니아를 저격한 셈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여전사로 유명하다. 특히 키가 185cm에 달하는 배우 시고니 위버(75)는 1편부터 연달아 4편의 작품에서 항해사이자 여전사인 ‘리플리’로 활약하며 강인한 여성의 면모를 선보였다. 반대로 신작에선 여전사 역할은 맡은 건 키가 155cm에 불과한 배우 케일리 스패니(26). 키는30cm 작지만 씩씩하고 야무진 소녀 같은 모습으로 에이리언에 맞서 싸우며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는 평가다.공포와 액션에 무게를 두고 만들어진 것도 호평받는 이유다. 세계관을 알지 못해도 관람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에이리언이 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해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 모습을 보다 보면 한여름 더위가 날아갈 정도의 스릴이 몰려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에이리언을 한 번도 보지 않은 관객도 ‘입문용’으로 신작을 보고 다른 에이리언 시리즈를 찾아볼 정도로 문턱이 낮고 매력적”이라며 “한국 영화 중엔 코믹(‘파일럿’), 역사물(‘행복의 나라’)가 있지만 경쟁할만한 공포 영화가 없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대중을 잡은 덕에 관객층도 넓어졌다. CGV에 따르면 신작은 30대가 31.7%로 가장 많이 봤지만 40대(26.9%), 50대(20.3%), 20대(18.3%)로 관객층이 고루 분포한다. 5편 ‘프로메테우스’와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각각 30대가 45.5%, 37.5%로 대다수를 차지한 것과 다른 상황이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향수를 찾은 40·50대와 공포 영화를 즐기려는 20· 30대가 함께 유입되며 흥행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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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같은 날 모친-언니 잃어

    미국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55·사진)가 어머니와 언니를 같은 날 잃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26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 “지난 주말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며 “슬프게도 예기치 못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언니도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어머니가 임종하기 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축복받은 느낌”이라며 “나의 사생활에 대한 모든 사람의 존중과 사랑,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87세로 사망한 어머니 퍼트리샤의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63세로 세상을 떠난 언니 앨리슨은 호스피스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아버지 앨프리드 로이는 2002년 72세에 암으로 별세한 바 있다. 오페라 가수이자 보컬 코치로 활동하던 퍼트리샤는 1960년 로이와 결혼했으나 1973년 이혼했다. 캐리는 2020년 출간한 회고록 ‘머라이어 캐리의 의미’에서 가족 간 불화와 복잡한 관계에 대해 밝힌 바 있다. 그는 “내가 ‘가발을 쓴 ATM’이었음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가족은 나를 무너뜨려 완전히 통제하려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언니 앨리슨과는 관계가 소원했으나 어머니와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0년 크리스마스 앨범에는 어머니와 함께 부른 듀엣곡을 넣기도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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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도어 민희진 대표 교체… 민씨 측 “일방 해임”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가 27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올 4월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이 불거진 지 4개월 만이다. 어도어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어도어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어도어는 “민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선 물러나지만,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는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김 대표,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하이브 측 이사 3명과 민 전 대표 등 4명으로 구성돼 있어 민 전 대표에 불리한 구도였다. 어도어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변경은 상법상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어도어 이사회는 경영과 제작을 분리하는 것이 어도어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5월 법원이 받아들인 민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효력은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만 해당해 이날 ‘어도어 이사회’ 결정을 통한 대표직 교체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이사회가 민 전 대표의 임기를 보장한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며 “24일 급작스레 이사회 개최를 통보한 뒤 사흘 만에 이사회를 열어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를 계속 맡는지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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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떠난다고 다 행복할까… “각자의 지옥서 살아남아야”

    해가 뜨기도 전 어두컴컴한 새벽. 벌써 사람들로 가득 찬 초록색 마을버스를 탄다. 정거장 12개를 지나 내린다.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싣는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탄다. 다시 12개 정거장을 가 강남역에 내린다. 회사 엘리베이터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겨우 ‘대리’라는 직함이 붙어 있는 자리에 도착해 외투를 벗고 한숨을 쉰다. 출근길이 아니라 지옥으로 향하는 길 같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여성 ‘계나’(고아성)가 행복을 찾아 직장과 가족을 두고 한국을 떠나는 이야기다. 장강명 작가가 2015년 펴낸 동명의 소설(사진)이 원작이다. 소설에서 계나는 서울 서대문구에 산다. 아현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역삼역에 있는 회사까지 출근한다. 지하철로 22개 정거장을 이동하니 약 1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소설 속 계나는 ‘지옥철’에 대해 “몸이 끼이다 못해 쇄골이 다 아플 지경”이라며 이렇게 토로한다. “2호선을 탈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반면 영화에서 계나는 인천에 산다. 출근하기 위해 2번 환승한다. 출근 시간은 2시간으로 늘었다. 소설이 영화화되는 사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집값 폭등 문제를 반영한 듯하다. 서울에서 밀려난 장거리 출퇴근 직장인의 고달픔을 극대화시켰다. 소설은 계나가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오로지 참는 것을 미덕이라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수직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학생 때는 똑똑하던 여자애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바보 되는 거 많이 봤다”며 한국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반면 영화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도 비중 있게 비춘다. 뉴질랜드 영주권을 얻은 ‘상우’(박성일)가 밤이면 할 일 없는 뉴질랜드에서의 삶에 답답해하고, 항상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장면을 통해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계나의 옛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이 한국에서 취업에 성공한 뒤엔 깨끗한 오피스텔에 사는 모습을 비추며 한국에 남아 있는 이들이 불행이나 슬픔에 갇혀 사는 것도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영화의 관점이 원작과 차이를 보이는 건 ‘헬조선’이란 단어가 유행했던 2015년 출간 당시와는 사뭇 달라진 현재 한국 대중의 시각을 반영한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뉴질랜드를 낭만화하려 하지 않았다”(장건재 감독), “‘지명’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아성 배우)는 발언이 나온 이유다. 대신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건 ‘생존’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지옥을 품고 살아간다.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는 장 감독의 말처럼 여성이든 남성이든, 청년이든 중년이든 우리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아닐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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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철’ 탈 때마다 “전생 무슨 죄”…헬조선 대표작 ‘한국이 싫어서’ 원작 비교[선넘는 콘텐츠]

    추운 겨울, 해가 뜨기도 전 어두컴컴한 새벽. 집에서 머리카락도 말리지 못하고 급하게 뛰어나간다. 사람들이 가득한 초록색 마을버스를 탄다. 정거장 12개를 지나 내린다.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싣는다. 서울로 가려는 사람들로 지하철도 만원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다. ‘지옥철’에선 스트레칭조차 사치다.신도림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탄다. 다시 12개 정거장을 가 강남역에 내린다. 강남역 근처 회사로 뛰어간다. 엘리베이터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겨우 ‘대리’라는 직함이 붙어 있는 회사 자리에 도착해 외투를 벗고 한숨을 쉰다. 집에서 회사까지 걸린 시간만 2시간. 출근길이 아니라 전쟁을 치른 것 같다.● ‘지옥철’ 2번 환승28일 개봉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여성 ‘계나’(고아성)가 행복을 찾아 직장과 가족을 두고 한국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장강명 작가가 2015년 펴낸 동명의 소설이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기며 35번이 넘는 시나리오 각색을 거쳤다.소설에서 계나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 산다. 아현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역삼역까지 간다. 만원 ‘지옥철’의 고통스러운 현실에 계나는 이렇게 분노한다.“한국에서 회사에 다닐 때는 매일 울면서 다녔어. 회사 일보다는 출퇴근 때문에.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신도림 거쳐서 가 본 적 있어?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뭐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돼.”“신도림에서 사당까지는 몸이 끼이다 못해 쇄골이 다 아플지경이야. 사람들에 눌려서. 그렇게 2호선을 탈 때마다 생각하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하고. 나라를 팔아먹었나? 보험 사기라도 저질렀나?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도 생각해. 너희들은 무슨 죄를 지었니?”그런데 소설에서 계나는 환승하지 않고 지하철로 22개 정거장을 간다. 지하철 시간으로 44분이 걸린다. 집에서 아현역까지 나오는 시간과 지하철에서 회사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1시간을 살짝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반면 영화에서 계나는 서울이 아닌 인천에 산다. 한 번도 환승하지 않는 소설과 달리 2번 환승하고, 출근 시간은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었다. 장거리 출퇴근 직장인의 애환을 더 극적으로 보여줘 계나의 고통을 관객이 공감하게 만든 것이다.또 소설이 발표됐을 때와 영화가 개봉했을 때 9년 사이 더 치솟은 서울 집값,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폭발한 장기 출퇴근자들의 고통까지 느껴지는 듯 하다. 배우 고아성은 22일 인터뷰에서 “직장생활을 수년쯤 하면서 지쳐 버린 청춘을 표현했다”고 했다. 장건재 감독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회는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빌딩숲 대신 자연에서 뛰놀다계나가 떠나는 나라도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바뀌었다.소설에서 ‘계나’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 호주는 1995년부터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맺어진 나라. 모집 인원과 모집 자격에도 별다른 제한이 없다. 나이 조건만 맞으면 누구나 올 수 있다. 매해 호주로 떠나는 한국인이 4만 명에 이를 정도다. 많은 젊은 독자가 쉽게 공감할만한 장소다. 소설에서 계나는 대한민국의 국가와 호주 국가를 비교하며 호주의 자유로움에 대해 예찬한다.“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반면 영화는 배경을 뉴질랜드로 바꿨다. 특히 영화는 뉴질랜드의 광대한 풍경을 곳곳 비춘다. 한국에서 도심 빌딩숲에 살며 햇빛조차도 마음껏 쬐지 못했던 계나가 뉴질랜드에 와선 해변가에서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고 대자연 앞에 서는 장면을 카메라로 비춰 대비시킨 것. 한국에선 늘 패딩과 코트만 입고 있던 계나가 뉴질랜드로 이민온 뒤 짧은 반바지와 나시 티 등 자유로운 의상을 입고, 새까맣게 타 버린 피부로 자연을 활보하는 모습은 계나의 행복을 상징한다.장건재 감독은 “뉴질랜드가 특히 여성인권이나 자연의 생명권을 소중히 한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 영화에 은유적으로 쓰인 동화 ‘추위를 싫어한 펭귄’의 주인공 ‘파블로’가 떠나는 남쪽의 따뜻한 나라의 이미지에도 뉴질랜드가 적합했다”고 했다.● 버텨 성공, 떠나도 우울소설은 계나가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오로지 참는 것을 미덕이라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수직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학생 때는 똑똑하던 여자애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바보 되는 거 많이 봤다”며 한국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반면 영화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도 비중 있게 비춘다. 뉴질랜드 영주권을 얻은 ‘상우’(박성일)가 밤이면 할 일 없는 뉴질랜드 삶에 답답해하고, 항상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장면을 통해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계나의 옛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이 한국에서 취업에 성공한 뒤엔 깨끗한 오피스텔에 사는 모습을 비추며 한국에 남아 있는 이들이 불행이나 슬픔에 갇혀 사는 것도 아님을 보여준다.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영화의 관점이 원작과 차이를 보이는 건 ‘헬조선’이란 단어가 유행했던 2015년 출간 당시와는 사뭇 달라진 현재 한국 대중의 시각을 반영한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뉴질랜드를 낭만화하려 하지 않았다”(장건재 감독), “‘지명’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아성 배우)는 발언이 나온 이유다.대신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건 ‘생존’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지옥을 품고 살아간다.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는 장 감독의 말처럼 여성이든 남성이든, 청년이든 중년이든 우리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아닐까.드라마 ‘무빙’을 본 뒤 스마트폰을 켜고 원작 웹툰을 정주행한 적이 있나요?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상 캐스팅’을 해본 적이 있나요? ‘선넘는 콘텐츠’는 소설, 웹소설, 만화, 웹툰 등의 원작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깊이 있게 리뷰합니다. 원작 텍스트가 이미지로 거듭나면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재밌는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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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중문학 교수와 함께 읽는 중국 현대詩

    ‘내 스물네 해의 삶은/대체 누굴 위해 산 건가요.’ 중국 시인 쉬리즈(許立志·1990∼2014)가 2014년 7월 쓴 시 ‘혈육의 정 이야기’의 일부다. 쉬리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11년부터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기업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일했다. 시를 쓴 뒤 2개월 후인 2014년 9월 쉬리즈는 건물 17층에 올라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쉬리즈가 사망한 뒤 중국 내에선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논의됐다. 아이폰의 하청 생산 구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그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 현대시 비평집인 이 책의 저자는 쉬리즈가 2013년 12월 쓴 시 ‘유제’에서 ‘죽고 싶을 땐/그대, 시를 쓰세요’라고 쓴 점을 언급하며 조심스레 추측한다. “죽음의 충동이 시 쓰기를 통해 제어되는 것인지, 아니면 시 쓰기가 죽음을 통해 완성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시인은 그 둘 사이에서 불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중국 현대시의 기틀을 세운 후스(胡適·1891∼1962)부터 여성과 장애인의 시각을 담은 위슈화(余秀華·45)까지 24명의 중국 현대 시인 대표작을 다룬다. 특징은 과한 해석을 경계한다는 것. 예를 들어 원이둬(聞一多·1899∼1946)가 1925년 쓴 시 ‘사수’는 흔히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시인이 중국의 현실을 강렬하게 비판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도랑 가득 절망의 고인 물, 맑은 바람 불어도 잔물결 일지 않네’ 같은 시구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시엔 ‘꽃구름’, ‘진주 같은 하얀 거품’, ‘구슬의 웃음소리’ 같은 긍정적 단어도 많이 쓰였다며 해석이 과하다고 지적한다. “내재적 해석을 최대한 탐색하고, 비로소 조심스럽게 외재적 해석을 시도해야 한다”는 저자 덕에 담백하게 중국 현대시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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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혈한’ 된 조선인 재일사업가식민시대 잔혹한 민낯 드러내[선넘는 콘텐츠]

    “식민지(조선)에는 쌀이 남아도는데, 본토(일본)로 운반해오기 힘들죠? 조선인이 등에 쌀을 지고 헤엄쳐 오게 하면 어떨까요?” 1945년 일본 오사카의 한 고급 음식점. 일본 정치인들이 조선 출신 사업가 한수(이민호) 앞에서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다. 한수가 일본 정치인들에게 상납의 대가를 요구하자 한수의 출신을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악의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한수는 화내지 않는다.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고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한수에게 치욕은 살아남기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다. 23일부터 매주 1편씩 공개되는 애플TV플러스 8부작 드라마 ‘파친코’ 시즌2는 일제강점기 고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에서 정착한 한인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2022년 처음 공개된 뒤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TV 부문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을 받는 등 화제가 됐다. 시즌1이 젊은 선자(김민하)의 시점에서 주로 진행됐다면 시즌2는 한수를 내세우며 서사를 펼친다. 시즌2에서 한수는 냉혈한으로 묘사된다. 어릴 적 제주에서 일본으로 넘어온 한수는 1923년 간토대지진을 겪으면서 살아남았고, 생존을 위해 냉혹하게 남을 착취하는 인물로 자란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같은 조선인도 돕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며 자신의 숨겨진 아들 노아(박재준)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이 쓴 동명의 원작소설(사진)에서는 한수의 캐릭터가 조금 다르게 그려진다. 조선에 은근한 애정을 품고 있는 한수는 겉으론 일본인처럼 행세하지만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노아에게도 너그럽고 자애로운 아버지다. 소설 속 한수는 와세다대에 진학하게 된 노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조선인들을 위해서, 와세다대 같은 학교에 갈 수 없는 모든 조선인들을 위해 배워라.”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게 된 한수는 조선인 목사 이삭(노상현)과 대척점에 있다. 이삭은 한수의 아이를 임신한 뒤 버림받은 젊은 선자와 결혼하고 한수의 아들인 노아를 친자식처럼 키운다. 조선인을 돕다가 일본 경찰에게 끌려가 고문당한 이삭과 살아남기 위해 같은 조선인을 착취하는 한수의 뚜렷한 대비는 일제강점기라는 잔혹한 시대가 당시 사람들을 여러 선택의 기로로 내몰았음을 보여준다. 소설에서 1989년 일본에서 살아가는 나이 든 선자(윤여정)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물로 표현된다. 틈만 나면 자식들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옛 시절을 회상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이삭의 묘지에 찾아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며 자식들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반면 드라마에서 선자는 극 중 현재(1989년)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된다. 도쿄에 사는 손자인 솔로몬(진하)의 집에 벌컥 찾아가 갈비찜을 해주는 등 뒷바라지를 한다. 미국 유명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방황하는 솔로몬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솔로몬에게 “네가 누군지 잊지 마라”며 조선인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드라마가 선자의 현재를 비추는 건 고향을 떠나온 ‘이방인’의 영원한 방황을 그리기 위해서다. 1989년을 살아가는 선자는 돈을 많이 번 조선인이지만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다. 조선인을 혐오하는 일본인에게 화내지 않지만, 잘나가는 일본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과거에 머물러 있지는 않으나, 현재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한국 이민)라는 특수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 작품은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참혹한 인생을 살아온 이들은 어떻게 현재를 살아야 할까. 선자는 이 복잡한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는다. 그저 응시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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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으른 바퀴벌레, 쌀 지고 헤엄쳐”…‘파친코’ 이민호가 일본인 행세하는 이유[선넘는 콘텐츠]

    “식민지(조선)에는 쌀이 남아도는데, 본토(일본)로 운반해오기 힘들죠? 조선인이 등에 쌀을 지고 헤엄쳐 오게 하면 어떨까요? 게으른 바퀴벌레들에게 좋은 약이죠.”1945년 일본 오사카의 한 고급 음식점. 일본 정치인들이 조선 출신 사업가 한수(이민호) 앞에서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다. 한수가 일본 정치인들에게 상납의 대가를 요구하자 한수의 출신을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악의적으로 행동한 것이다.하지만 한수는 잠시 동요할 뿐 화내지 않는다.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잠자코 앉아 식사 자리를 지킨다.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고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한수에게 치욕은 살아남기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냉혈한’으로 변신한 한수애플TV 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시즌2가 23일 공개된다. ‘파친코’는 한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에서 정착한 재일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22년 공개된 뒤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TV 부문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을 받는 등 화제가 된 시즌1이 젊은 선자(김민하)의 시선에서 주로 진행됐다면, 시즌2 오프닝부터 한수를 앞세우며 서사를 펼친다.특히 시즌2에서 주목받는 건 ‘냉혈한’으로 묘사되는 한수다. 한수는 제주 출신으로 어릴 적 일본으로 넘어왔다. 1923년 간토대지진을 겪으며 일본에서 살아남으며 인정이 없고 냉혹하게 남을 착취하는 인물이 된다. 더군다나 한수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이라면 같은 조선인이라도 돕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이 쓴 동명의 장편소설에서 한수는 조선에 대한 애정을 은근히 품고 있다. 물론 겉으론 일본인처럼 행세하지만, 일본에서 살아가는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책임감 있는 조선인 어른으로서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며 다른 조선인을 돕기도 한다.또 소설에서 한수는 자신의 숨겨진 아들 노아(박재준)에게 너그럽고 자애로운 아버지로 행동한다. 냉혹하게 살아남으라며 몰아붙이는 드라마 속 모습과는 다른 모습인 것. 소설에서 한수는 노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워라. 모든 조선인들을 위해서, 와세다대 같은 학교에 갈 수 없는 모든 조선인들을 위해 배워라.”드라마에서 한수가 ‘악역’을 맡게 된 건 이삭(노상현)과 대척점에 세우기 위해서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이삭은 조선인을 돕는 목사다. 한수의 아이를 임신했으나, 한수에게 버림받은 선자(김민하·윤여정)와 결혼해 한수의 아이인 노아를 키웠다. 조선인을 돕다 일본 경찰에게 끌려 고문당한 이삭과 살아남기 위해 같은 조선인을 착취하는 한수의 뚜렷한 대비는 일제강점기라는 잔혹한 시대가 당시 사람들을 여러 선택의 기로로 내몰았음을 보여준다.배우 이민호는 2022년 시즌1 공개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수는 처절했던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앞만 바라보는 거친 인물”이라며 “절대 선이었던 사람이 생존의 과정에서 절대 악으로 살아가는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응시하는 선자소설에서 1989년 요코하마에서 살아가는 나이 든 선자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물로 표현된다. 예를 들면 손자인 솔로몬(진하)이 집으로 데려온 여자친구에게 “솔로몬이랑 언제 결혼할 기고?”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전쟁이나 부족한 음식, 잘 곳 걱정도 안 해도 되니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틈만 나면 자식들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옛 시절을 회상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이삭의 묘지에 찾아가 선자는 이렇게 하소연한다.“여보. 지난주에 전화왔어예. 솔로몬이 외국 은행서 일자리를 잃어서 이제 지 아빠랑 일하고 싶다 칸다고예. 상상이 돼예? 당신이 우예 생각할지 궁금합니더.” 이에 비해 드라마 시즌2에선 나이 든 선자(윤여정)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드라마에서 선자는 도쿄에 사는 손자인 솔로몬의 집에 벌컥 찾아가 한국 음식인 갈비찜을 해주기도 하고, 일본인인 솔로몬의 여자친구에게 음식 준비를 시키기도 하는 ‘꼰대 할매’로 등장한다. 한편으로 미국에서 유명 대학을 나온 뒤에도 미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이로서 살아가는 솔로몬의 삶을 격려하고 지켜보는 후원자로도 묘사된다.나이 든 선자의 비중이 커진 건 시간이 지나도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애환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나이 든 선자는 일본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지만,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본인이 말을 걸면 피하기 일쑤다. 또 조선인에 대한 혐오를 뱉어내는 일본인들에게도 고개를 숙일 뿐 저항하지 못한다. 동년배 일본인 할아버지에게 호감을 느끼다가도 경계심에 가득 차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배우 윤여정은 “드라마는 어떤 가족의 80년 역사를 따라간다”며 “일본 식민통치가 끝나고 한국전쟁이 벌어지면서 국가가 돌보지 못한 해외동포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참혹한 인생을 살아온 이들은 어떻게 현재를 살아야 할까. 순자는 이 복잡한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는다. 그저 응시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상처를 함부로 덮지 않는다. 이 작품이 ‘코리안 디아스포라’(한국 이민)라는 특수한 주제를 다뤘지만, 옛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과거와 현재는 이어져”솔로몬의 역할이 커진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1910~1989년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 소설에서 솔로몬의 서사는 대부분 후반부에 서술돼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계 금융회사의 일본 도쿄지사에서 일하며 성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이 주로 담겼다.반면 드라마에선 1989년 솔로몬의 삶이 곳곳에 삽입돼 있다. 이방인으로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다 좌절하는 솔로몬의 이야기는 과거를 살아갔던 한수, 이삭, 선자, 노아, 모자수가 겪는 여러 사건과 이어진다. 재일한국인의 삶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한국계 미국 배우 진하는 “솔로몬은 선자가 한 희생의 결과물인데 그 세대는 그런 부담감을 갖고 있다”며 “처음으로 많은 기회를 누리는 세대인데, 저 역시 부모님의 희생이 많았고, 그런 희생에 대한 고민 등을 이 작품이 아름답게 그려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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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녀’ 화려하게 재창조, 폭력 수위는 걸림돌

    5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마녀’ 시리즈가 드라마로 돌아왔다. 14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4부작 드라마 ‘폭군’은 인체를 개조해 인간 병기로 만드는 비밀 프로젝트 폭군을 두고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다. 2018년 1편 318만 명, 2022년 2편 280만 명이 본 영화 ‘마녀’ 시리즈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데뷔작이다. 신작은 비밀 프로젝트로 인해 인간 병기가 등장한 ‘마녀’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마녀’가 가공할 힘을 지닌 여고생 구자윤(김다미)을 앞세운 것처럼 ‘폭군’은 무뚝뚝한 초인 여성 채자경(조윤수)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을 사로잡는다. 박 감독은 지난달 15일 제작발표회에서 “‘폭군’은 ‘마녀’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같은 세계관 속 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다만, 등장인물이 겹치지 않아 전작을 보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신작은 국가정보원 내 비밀 사조직의 우두머리 최 국장(김선호)이 폭군 샘플을 국정원 본부에 빼앗기면서 시작된다. 최 국장은 국정원에서 비리로 퇴출당한 연모용(무진성)을 동원해 샘플을 다시 찾아온다. 이에 국정원으로부터 폭군 프로젝트를 넘겨받기로 한 미국 정보기관의 요원 폴(김강우)이 샘플을 찾아 나선다. 최 국장과 폴을 중심으로 갈등이 벌어지며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매력은 화려한 볼거리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한국과 미국의 인간 병기들이 콘크리트 벽을 부수고 사람을 날려버리는 장면은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물처럼 쾌감을 선사한다. 국정원과 미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벌이는 총격 장면도 실감 난다. 약 2시간 40분짜리 작품을 4개 회차로 나눈 점도 특징이다. 각 회차의 오프닝과 엔딩에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넣어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든다. OTT 특성을 이용해 액션이 중반부 이후에야 나왔던 영화 ‘마녀’와 차별화한 것. 박 감독은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다 보니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매회 엔딩을 기가 막히게 편집한 것 같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요원 ‘임상’ 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의 연기도 눈에 띈다. 임상은 평소 2 대 8 가르마에 품이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며 평범한 아저씨처럼 행동한다. 더군다나 느긋한 말투로 실소를 자아내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제거해야 할 목표물의 사진을 보고 “잘생기셨네”라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전투가 벌어지면 곧바로 냉혈한으로 변신한다. 차승원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배우가 창의적으로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연기를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빛이 난다”며 “박 감독이 (애드리브 등)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봐줘 좋았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에선 신작이 지난해 8월 디즈니플러스에 인기를 몰고 온 ‘무빙’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작은 14일 공개 직후 OTT 분석 사이트 ‘키노라이츠’에서 디즈니플러스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높은 폭력 수위는 흥행의 걸림돌이다. 잔인하게 상대를 살해하고, 고문을 서슴지 않는 장면은 일부 시청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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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녀’ 화려하게 재창조했지만, 높은 수위는 흥행 걸림돌

    5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마녀’ 시리즈가 드라마로 돌아왔다.14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4부작 드라마 ‘폭군’은 인체를 개조해 인간 병기로 만드는 비밀 프로젝트 폭군을 두고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다. 2018년 1편 318만 명, 2022년 2편 280만 명이 본 영화 ‘마녀’ 시리즈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데뷔작이다.신작은 비밀 프로젝트로 인해 인간 병기가 등장한 ‘마녀’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마녀’가 가공할 힘을 지닌 여고생 구자윤(김다미)을 앞세운 것처럼 ‘폭군’은 무뚝뚝한 초인 여성 채자경(조윤수)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을 사로잡는다. 박 감독은 지난달 15일 제작발표회에서 “‘폭군’은 ‘마녀’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같은 세계관 속 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다만, 등장인물이 겹치지 않아 전작을 보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신작은 국가정보원 내 비밀 사조직의 우두머리 최 국장(김선호)이 폭군 샘플을 국정원 본부로부터 빼앗기면서 시작된다. 최 국장은 국정원에서 비리로 퇴출당한 연모용(무진성)을 동원해 샘플을 다시 찾아온다. 이에 국정원으로부터 폭군 프로젝트를 넘겨받기로 한 미국 정보기관의 요원 폴(김강우)이 샘플을 찾아 나선다. 최 국장과 폴을 중심으로 갈등이 벌어지며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매력은 화려한 볼거리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한국과 미국의 인간 병기들이 콘크리트 벽을 부수고 사람을 날려버리는 장면은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물처럼 쾌감을 선사한다. 국정원과 미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벌이는 총격 장면도 실감난다.약 2시간 40분짜리 작품을 4개 회차로 나눈 점도 특징이다. 각 회차의 오프닝과 엔딩에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넣어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든다. OTT 특성을 이용해 액션이 중반부 이후에야 나왔던 영화 ‘마녀’와 차별화 한 것. 박 감독은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다 보니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매회 엔딩을 기가 막히게 편집한 것 같다”고 했다.전직 국정원 요원 ‘임상’ 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의 연기도 눈에 띈다. 임상은 평소 2대 8 가르마에 품이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며 평범한 아저씨처럼 행동한다. 더군다나 느긋한 말투로 실소를 자아내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제거해야 할 목표물의 사진을 보고 “잘 생기셨네”라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전투가 벌어지면 곧바로 냉혈한으로 변신한다. 차승원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배우가 창의적으로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연기를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빛이 난다”며 “박 감독이 (애드리브 등)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봐줘 좋았다”고 말했다.콘텐츠업계에선 신작이 지난해 8월 디즈니플러스에 인기를 몰고 온 ‘무빙’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작은 14일 공개 직후 OTT 분석 사이트 ‘키노라이츠’에서 디즈니플러스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높은 폭력 수위는 흥행의 걸림돌이다. 잔인하게 상대를 살해하고, 고문을 서슴지 않는 장면은 일부 시청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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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위안부 역에 조선인 여공까지… “이젠 말괄량이-로맨스 해봐야죠”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배우 강하나(24)는 꽤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 한다”고 털어놨다. 성격유형지표(MBTI)는 내향형(I). 자신에게 찾아온 팬에게 사인하고, 함께 사진 찍는 것도 쑥스럽단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자 달라졌다. 조선인 여공들이 일본인에게 항거할 때 썼던 빨간 댕기를 머리카락 끝에 묶고 난 표정엔 결연함이 가득 찼다. 100여 년 전 방직공장에서 일하며 핍박을 버텨온 여공들의 고단함이 어린 모습이었다. 7일 개봉한 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에 등장했던 조선인 여공 그 자체였다. 강 씨는 2000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4세다. 증조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에 먹고살기 위해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오사카에 자리를 잡았다. 공장 노동자 등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셨단다. 그는 “일본에서 쭉 조선학교를 다닌 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건 5세 때부터다. 어머니가 2005년 일본에서 창단한 극단 ‘달오름’에서 아역을 맡았다. 조선인 학교 폐쇄 명령을 내린 일본 정부에 맞서 싸웠던 사건을 다룬 ‘4·24의 바람’(2007년)을 시작으로 매년 1편 이상을 극단 달오름에서 연기했다. 그는 “사실 어릴 적엔 엄마가 하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2016년)이었다.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끌려간 열네 살 소녀 ‘정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청룡영화상, 대종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귀향’은 배우의 길을 계속 가야 하나 고민하던 나를 연기로 이끈 작품”이라며 “연기를 왜 해야 하는지, 연기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깨닫게 해줬다”고 했다. 2022년 이원식 감독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여공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자고 제안한 것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배우로서 가장 만족스럽다”는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됐다. 먹을 것이 없어 돼지 내장을 구워 먹고, 직접 야학을 열어 한글을 익혔던 여성들의 삶에 이끌렸다. 그는 “태생을 벗어날 순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 정체성을 살리는 연기를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영화에서 강하나는 1인 2역을 맡았다. 할머니가 된 여공들의 증언을 듣고 방적 공장 터를 돌아다니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이끄는 내레이터이자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에서 일하던 어린 여공 역을 함께 연기했다. 영화에서 내레이터 강하나가 여공 강하나를 마주하는 장면은 현재 세대가 과거를 이해해 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여공으로 분장한 그가 감정을 절제한 차분한 목소리로 증언록을 낭독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는 “영화가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다”며 “조선인 여공들이 힘든 상황을 당당하고 강인하게 이겨내는 과정을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 과제나 미래에 대한 고민…. 2시간 가까운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다시 평범한 대학 4년생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정체성을 살리는 작품도 좋지만, 특정 틀에 갇힐까 하는 고민은 없을까. 강 씨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코미디도 좋고 로맨스도 환영한다”며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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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인 여공의 삶에 이끌렸다”…‘귀향’ 이어 ‘조선인 여공의 노래’ 연기한 배우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배우 강하나(24)는 꽤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 한다”고 털어놨다. 성격유형지표(MBTI)는 내향형(I). 자신에게 찾아온 팬에게 사인하고, 함께 사진 찍는 것도 쑥스럽단다.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자달라졌다. 조선인 여공들이 일본인에게 항거할 때 썼던 빨간 댕기를 머리카락 끝에 묶고 난 표정엔 결연함이가득 찼다. 100여 년 전 방직공장에서 일하며 핍박을버텨온 여공들의 고단함이 어린 모습이었다. 7일 개봉한 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에 등장했던조선인 여공 그 자체였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때 배우로서 가장 만족하니까요”라고 답했다.그는 2000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4세다. 증조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에 먹고 살기 위해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오사카에 자리 잡았다. 공장 노동자 등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고 한다.“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본에선 쭉 조선학교에 다녔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일본으로 대학을 갈까 하다가 갑작스레 진로를 바꿨죠.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어서요. 201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해 지금은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연기를 시작한 건 5세 때부터다. 어머니가 2005년 일본에서 창단한 ‘극단 달오름’에서 아역을 맡았다. 조선인 학교 폐쇄 명령을 내린 일본 정부에 맞서 싸웠던 사건을 다룬 2007년 마당극 ‘4·24의 바람’을 시작으로 매년 1편 이상 극단 달오름에서 연기했다. 그는 “엄마 손에 이끌려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를 시작했다”며 “사실 어릴 적엔 엄마가 하라니까 연기했다”고 수줍게 웃었다.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영화 ‘귀향’(2016)에서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96)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358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갔던 열네 살 소녀 ‘정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청룡영화상, 대종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귀향’은 배우의 길을 계속 가야 하나 고민하던 나를 연기로 이끈 작품”이라며 “연기를 왜 해야 하는지, 연기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깨닫게 해줬다”고 했다. 그는 또 “갑자기 사랑받으니 감사하면서도 내가 제대로 내 몫을 한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했다.그런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022년 이원식 감독이 일제강점기 일본 방직공장에서 일했던 조선인 여공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자고 찾아온 것. 먹을 것이 없어 돼지 내장을 구워 먹고, 직접 야학을 열어 한글을 익혔던 여성들의 삶에 이끌렸다. 그는 “태생을 벗어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정체성을 살리는 연기를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영화에서 강하나는 1인 2역을 맡았다. 할머니가 된 여공들의 증언을 듣고 방적 공장 터를 돌아다니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이끄는 나레이터,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에서 2교대로 일하던 어린 여공 역을 함께 연기한 것. 특히 영화에서 진행자인 강하나가 여공 강하나를 마주하는 장면은 현재 세대 과거 여공들을 이해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는 “나레이터로 연기하는 동안 갑자기 내가 연기 중인 여공을 쫓아가 대화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며 “연기를 하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신기한 감정이었다”고 회상했다.영화 곳곳에서 강하나가 여공들의 증언록을 읽는 장면도 눈여겨볼 만하다다. 여공의 옷을 입고 감정을 절제한 목소리로 “차별도 받았고 여러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마음에 쌓아 두지 않아”라고 읽어 내려가는 장면은 아픈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게 이끈다. 그는 “감독님이 지시 없이 읽으라 해서 내 해석대로 읽었다”며 “듣는 사람이 듣기 편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낭독하려 했다”고 했다. 그는 “영화가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다”며 “조선인 여공들이 힘든 상황을 당당하고 강인하게 이겨내는 과정을 보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대학 졸업 과제와 미래에 대한 고민…. 2시간 가까운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다시 평범한 대학 4년생으로 돌아와 있었다. 진중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지만 연기에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처럼 코미디도 좋고 로맨스도 환영”이라며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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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6 그후의 재판 야만 시대… 강직 군인 맡은 유쾌한 변호사

    99BPM. 영화 ‘행복의 나라’를 2시간 4분 동안 관람하며 최고로 올라간 심박수다. 대통령 시해 사건이 벌어지고,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장면에서도 심박수는 100BPM을 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개봉 후 ‘심박수 측정 챌린지’를 유행시키며 1312만 명의 관객을 모은 ‘서울의 봄’을 관람할 때처럼 분노가 치밀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과 감동이 찾아왔다. 예를 들어 정인후(조정석)가 자신을 잡으려는 군인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장면은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고, 그가 가난에 찌든 박태주(이선균) 가족을 찾아가며 변화하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와 그의 변호인 정인후를 다룬 작품이다. 박태주는 김재규 중정부장의 비서실장이었던 실존 인물 박흥주 육군 대령(1939∼1980)을 모델로 했다. 정인후는 허구의 캐릭터로 당시 사건과 재판 과정을 상상으로 재구성했다. 시간적 배경은 ‘서울의 봄’과 비슷하다. 다만 ‘서울의 봄’이 12·12쿠데타를 액션 영화처럼 실감 나게 보여줬다면, ‘행복의 나라’는 재판 과정에서 박태주와 정인후가 겪는 고민과 군인들의 권력 암투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영화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봄’은 12·12 속으로 들어가 다큐멘터리처럼 사건을 보여줬다”며 “‘행복의 나라’는 사건 자체보다는 10·26에서 12·12로 이어지는 시대상을 다룸으로써 그 시대가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념 대립이나 거대 담론엔 관심 없는 정인후의 변화는 매력적이다. 정인후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꼼수를 쓰고, 돈 버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박태주의 강직함에 마음을 열고 그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삼은 합동수사본부장 전상두(유재명)는 감정을 자제하며 극의 긴장감을 이끈다.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황정민)이 사건의 전면에 나선다면, 전상두는 뒤에서 권력을 조종하는 인물로 비친다. 다만 박태주의 고뇌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상부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군인으로서의 책무와 대통령 시해 사건에 가담한다는 죄책감 사이에서의 갈등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묵직한 질문이 부족한 점이 한계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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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봄’ 분노와는 다른 매력”…조정석·이선균 영화 ‘행복의 나라’

    99BPM. 영화 ‘행복의 나라’를 2시간 4분 동안 관람하며 최고로 올라간 심박 수다. 대통령 시해 사건이 벌어지고,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장면에서도 심박 수는 100BPM을 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개봉 후 ‘심박수 측정 챌린지’를 유행시키며 1312만 명의 관객을 모은 ‘서울의 봄’을 관람할 때처럼 분노가 치밀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과 감동이 찾아왔다. 예를 들어 정인후(조정석)가 자신을 잡으려는 군인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장면은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다. 정인후가 가난에 찌든 박태주(이선균) 가족을 찾아가며 변화하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류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와 그의 변호인 정인후를 다룬 작품이다. 박태주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비서실장이었던 실존인물 박흥주 육군 대령(1939~1980)을 모델로 했다. 정인후는 허구의 캐릭터로 당시 사건과 재판 과정을 상상으로 재구성했다. 시간적 배경은 ‘서울의 봄’과 비슷하다. 다만 ‘서울의 봄’이 12·12 쿠데타를 액션 영화처럼 실감 나게 보여줬다면, ‘행복의 나라’는 재판 과정에서 박태주와 정인후가 겪는 고민과 군인들의 권력 암투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영화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봄’은 12·12 속으로 들어가 다큐멘터리처럼 사건을 보여줬다”며 “10·26에서 12·12로 이어지는 시기를 다룸으로써 그 시대가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념 대립이나 거대 담론엔 관심 없는 정인후의 변화가 매력적이다. 정인후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꼼수를 쓰고, 돈 버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박태주의 강직함에 마음을 열고 그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추 감독은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면서도 자각과 항거를 통해 한 걸음씩 전진하는 시민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관객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삼은 합동수사본부장 전상두(유재명)는 감정을 자제하며 극의 긴장감을 이끈다.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황정민)이 사건의 전면에 나선다면, 전상두는 뒤에서 권력을 조종하는 인물로 비친다. 유재명 배우는 “전상두는 야만적인 시대의 표상으로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밀실에서 조용히 야욕을 추구한다”고 했다. 박태주의 고뇌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상부 명령에 복종해야하는 군인으로서의 책무와 대통령 시해 사건에 가담한다는 죄책감 사이에서의 갈등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묵직한 질문이 부족한 점이 한계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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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이유’는 어떻게 하나의 장르가 됐나

    2010년 발표된 곡 ‘좋은 날’은 한국 가요의 흥행 공식을 벗어난 노래다. 보통 한국 가요는 ‘벌스’(후렴으로 가기 전 전개 단계)에서 가수의 가창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노래 벌스에선 악기 소리도 강하게 들린다. 반주도 주인공인 셈이다. 곡의 절정 부분도 한국 음악의 특성이 아니다. 고음인 “dream∼”이 이례적으로 11초 이어진다. “하나, 둘”이라고 예고한 뒤 음정을 세 차례 바꾸며 ‘3단 고음’을 부른다. ‘3옥타브 파#’란 매우 높은 음역까지 진성으로 닿는다. 가수 아이유는 2021년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회고했다. “원래 3단 고음이 들어간 뒤 노래가 시작되는 거였는데 마지막 부분으로 (위치가) 바뀌었어요. 끝엔 ‘나 해냈어’란 표정 연기가 들어가죠.” ‘벅스뮤직’ 콘텐츠팀장, 서울재즈아카데미(SJA) 학과장을 거친 음악평론가가 아이유를 분석한 평론집이다. 동료 평론가, 실용음악과 교수, 보컬트레이너, 작곡가 등 80여 명을 인터뷰해 아이유 음악 124곡을 분석했다. 저자는 아이유의 성공 이유로 ‘연기력’을 꼽는다. 가창력뿐만 아니라 각 노래를 부를 때마다 콘셉트에 맞게 배우처럼 연기한다는 것이다. 2011년 발표한 곡 ‘잔혹동화’에서 짙은 화장을 하고 나와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를 선보여 ‘국민 여동생’답지 않은 반전을 선사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가수들과의 협업을 활용한 것도 비결이다. 2010년 아이돌 가수인 임슬옹과 ‘잔소리’를 부르는 등 동년배와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2013년 가수 양희은과 ‘한낮의 꿈’, 가수 최백호와 ‘아이야 나랑 걷자’를 부르는 등 선배들과의 협업도 너끈히 소화했다. 아이유에 대한 다양한 면을 분석한 점이 매력적이다. 아이유가 “아무도 가질 수 없는 놀라운 재능”을 지녔다고 평할 정도로 평론 대상에 대한 애정도 묻어난다. 다만 아이유와의 직접 인터뷰가 없고, 아이유가 향후 발전해 나아가야 할 점을 짚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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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MBC 방문진 새 이사… 26일까지 임명 효력 정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 6명의 임기 시작이 26일까지 잠정적으로 멈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8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야권 성향의 현직 이사 3명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새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26일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직후 김태규 상임위원과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 정원 9명 중 6명을 신임 이사로 임명했다. 그러자 방문진의 야권 성향 이사들이 법원에 이사 선임 효력을 멈춰 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다만 이날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정식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새 이사들의 취임일인 13일 전까지 사건을 검토하기가 촉박한 만큼 최소한의 심리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직권으로 잠정적 조처를 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달 19일 심문기일을 진행한 뒤 26일까지 최종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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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휩쓴 ‘돌풍’ 몰고온 정이삭… “토네이도 마주하는 체험 선사”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46·사진)이 다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정 감독이 14일 국내 개봉하는 ‘트위스터스’로 돌아온다.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윤여정)을 받은 ‘미나리’(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제작비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소규모 영화 ‘미나리’로 인정받았던 정 감독이 첫 상업 영화로 제작비 1억5500만 달러(약 2133억 원)에 달하는 대작 메가폰을 잡은 것. 정 감독은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마법과도 같은 토네이도를 가까이서 체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는 뉴욕 기상청 연구원인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가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는 이야기다. 서사는 간단하지만, 관객에게 토네이도를 마주한 것 같은 실감 나는 체험을 선사한다. 아이맥스, 4DX 등 특수 상영관에서 즐기면 한여름 더위를 날려 버릴 만큼 시원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정 감독은 “모든 세계가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축소돼 거대한 것을 바라볼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영화관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존재를 경험할 것”이라고 했다. 아칸소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정 감독은 어릴 적 트럭을 타고 토네이도를 피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 두려움에 가득 찼던 기억은 ‘미나리’에 담겼다. 아버지 제이컵(스티브 연)이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 남부 시골 농장에 몰아치는 토네이도를 피하는 장면으로 승화된 것. 정 감독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미나리’에서 헛간이 불타는 장면을 찍다 재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트위스터스’에서 토네이도의 위력을 살려내기 위해 선택한 건 야외 촬영이다. 오클라호마주, 캔자스주 평원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찍었다. 배우들에게 바람, 흙, 비, 우박을 맞히며 생생한 표정을 담았다. 정 감독은 “시각특수효과(VFX)보다는 야외 촬영을 많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작은 1996년 개봉한 영화 ‘트위스터’의 후속작이지만 전편을 모르는 이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미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17일 미국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7일 기준 세계 매출 2억8130만 달러(약 3875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정 감독은 “첫 블록버스터 연출이 두렵기도 했지만 피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려움이 나에게 성장할 기회와 영감을 줬다”고 했다. 토네이도라는 낯선 소재에 국내 관객들이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토네이도를 내세운 ‘인투 더 스톰’(2014년)은 국내에서 207만 명이 관람했다. 정 감독은 “삶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나 통제력을 잃고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토네이도를 경험해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누구나 이들에게 이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기작은 ‘미나리’에 가까울지, ‘트위스터스’에 가까울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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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리’ 돌풍 이어갈까…‘트위스터스’로 돌아온 정이삭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46)이 다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정 감독이 14일 국내 개봉하는 ‘트위스터스’로 돌아온다.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윤여정)을 받은 ‘미나리’(2021) 이후 3년 만이다. 제작비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소규모 영화 ‘미나리’로 인정받았던 정 감독이 첫 상업 영화로 제작비 1억5500만 달러(2133억 원)에 달하는 대작 메가폰을 잡은 것. 정 감독은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마법과도 같은 토네이도를 가까이서 체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는 뉴욕 기상청 연구원인 케이트(데이지 에드거 존스)가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는 이야기다. 서사는 간단하지만, 관객에게 토네이도를 마주한 것 같은 실감 나는 체험을 선사한다. 아이맥스, 4DX 등 특수 상영관에서 즐기면 한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시원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정 감독은 “모든 세계가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축소돼 거대한 것을 바라볼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영화관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존재를 경험할 것”이라고 했다. 아칸소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정 감독은 어릴 적 트럭을 타고 토네이도를 피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 두려움에 가득 찼던 기억은 ‘미나리’에 담겼다. 아버지 제이콥(스티브 연)이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 남부 시골 농장에 몰아치는 토네이도를 피하는 장면으로 승화된 것. 정 감독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미나리’에서 헛간이 불타는 장면을 찍다 재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트위스터스’에서 토네이도의 위력을 살려내기 위해 선택한 건 야외 촬영이다. 오클라호마주, 캔자스주 평원에서 대부분 장면을 찍었다. 배우들에게 바람, 흙, 비, 우박을 맞히며 생생한 표정을 담았다. 정 감독은 “시각특수효과(VFX)보단 야외 촬영을 많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작은 1996년 개봉한 영화 ‘트위스터’의 후속작이지만 전편을 모르는 이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미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17일 미국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7일 기준 세계 매출 2억8130만 달러(약 3875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정 감독은 “첫 블록버스터 연출이 두렵기도 했지만 피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려움이 나에게 성장할 기회와 영감을 줬다”고 했다. 토네이도라는 낯선 소재에 국내 관객들이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토네이도를 내세운 ‘인투 더 스톰’(2014)은 국내에서 207만 명이 관람했다. 정 감독은 “삶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나 통제력을 잃고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토네이도를 경험해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누구나 이들에게 이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기작은 ‘미나리’에 가까울지, ‘트위스터스’에 가까울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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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극적 장르물-식상한 시즌제 반복”… 한국서 확산되는 ‘넷플릭스 위기론’

    1096만 명.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가 올 6월 국내 넷플릭스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분석한 수치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1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해 1월에 1401만 명으로 이용자 수 최고점을 찍었던 당시에 비해 약 22% 줄어들었다. 2021년 7월 1068만 명 이후 1100만 명 이하로 내려간 적 없었던 넷플릭스 MAU가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것이다. 지난달 MAU가 1111만 명으로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한 제작사 대표는 “넷플릭스가 투자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찬양론, 넷플릭스 때문에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망한다는 비판론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당연히 업계 1위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 ‘넷플릭스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향후 4년 동안 25억 달러(약 3조4200억 원)를 투자해 전 세계와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것이다. 우선 ‘킬링 콘텐츠’를 최근에 찾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올해 현재까지 드라마 9편, 영화 2편을 공개했지만 ‘돌풍’ ‘기생수: 더 그레이’ ‘더 에이트 쇼’만이 어느 정도 화제가 됐을 뿐이다. 1157만 명의 관객을 끈 영화 ‘부산행’(2016년)의 연상호 감독이 기획한 ‘선산’, 1626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2019년)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닭강정’은 흥행에 실패했다. 무게감이 큰 작품의 실패도 원인이다. 대표적 작품이 ‘스위트홈’ 시즌3이다. 2020년 공개된 시즌1은 한국이 제작한 시리즈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미국 톱10에 진입했다. 하지만 원작 웹툰을 확장해 지난해 12월 내놓은 시즌2에 이어 지난달 19일 공개된 시즌3도 찬사보단 비판이 컸다. 시각특수효과(VFX)와 컴퓨터그래픽(CG)만 화려할 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시즌제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시즌제는 중심인물과 큰 주제는 이어지되 에피소드를 바꿔 제작하는 방송 제작 방식. 시즌1의 팬덤을 등에 업은 후속작이 초반 화제성을 몰고 왔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식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디렉터가 지난달 17일 한국 작품 최초로 시즌3이 제작된 ‘스위트홈’ 기자간담회에서 “(시즌제는) 전편과 같은 재료로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르물’을 반복해서 생산한 것도 시청자가 넷플릭스를 외면한 이유”라고 했다. OTT 경쟁은 더욱 격화되며 ‘넷플릭스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등 스포츠 중계를 앞세운 ‘티빙’, 쿠팡 무료배송과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의 반격이 거세진 것. ‘디즈니플러스’ 또한 지난해 8월 ‘무빙’으로 국내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다만 이후 뚜렷한 흥행작을 내지 못해 디즈니플러스 또한 이용자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했던 초창기인 2018년 넷플릭스 한국법인 직원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공유 오피스를 빌려 근무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법인 직원은 150여 명. 코로나19 호황기에 인원을 다수 채용해 7배 이상으로 인원이 늘었지만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내부에선 변화도 감지된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책임감 있는 사람을 고용한다”는 취지의 내부 문서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자유’에 방점을 찍었던 문화가 무분별한 휴가 사용, 제대로 된 성과 측정 불가 등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고 뒤늦게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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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 게임’ 시즌2, X-마스 선물 될까

    올 12월 26일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위기에 빠진 넷플릭스를 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넷플릭스가 올 연말 시즌2, 내년 시즌3 방영 계획을 밝히자 ‘오겜 신드롬’ 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콜롬비아 보고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도 뭄바이 등 6개국 주요 도시에서 시즌2 홍보 퍼포먼스도 펼쳐지고 있다. 특히 1일 43초짜리 시즌2 예고편이 공개되자 각종 추측도 쏟아진다. 육상 경기장이 배경이고, 일부 참가자들은 달리다가 쓰러진다. 이에 시즌2에는 육상 경기처럼 다양한 나라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게임 소재가 등장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영상엔 여러 인종의 참가자들이 등장한다. 주로 한국인이 참가했던 시즌1과 달리 다양한 나라에서 참가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사진)의 왼쪽 가슴에 일명 ‘찍찍이’가 붙어 있는 스틸컷도 주목받는다. 오른쪽 가슴에 참가자 번호만 적혀 있던 시즌1과 달리 아이템 사용 등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지 않겠느냐는 것.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오징어 게임’ 시즌2, 3의 성패에 따라 장르물, 시즌제 등에 대한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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