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임희윤 기자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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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아이유, 레드벨벳, 트웬티원파일러츠, 요요마, 래드윔프스, 카를라 브루니, 잭 블랙….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북유럽부터 남미까지 싸돌아다녔습니다.

imi@donga.com

취재분야

2024-11-04~2024-12-04
칼럼45%
음악23%
인사일반13%
문화 일반13%
사회일반3%
문학/출판3%
  • ‘에스파’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그룹 에스파가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왕으로 최다 수상자가 됐다.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장 김창남)은 1일 온라인 시상식을 열고 에스파에 ‘올해의 신인’ ‘올해의 노래’ ‘최우수 케이팝―노래’(이상 ‘Next Level’) 부문 트로피를 수여했다. 최고 영예인 ‘올해의 음반’ 부문은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가 가져갔다. 이랑은 ‘최우수 포크―음반’까지 받아 2관왕이 됐다. 국악과 전자음악을 접목한 듀오 해파리, 록 밴드 소음발광도 각각 두 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Butter’ ‘My Universe’ 등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음악인’에 선정됐다. 공로상은 1970년대 인기를 누린 그룹사운드 데블스에 수여됐다. 팬데믹으로 위축된 음악계를 위해 음반과 공연을 기획한 한국재즈수비대와 한경록 씨(‘크라잉넛’ 멤버)는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전전년도 12월부터 전년도 11월까지 발표된 국내 대중음악 음반과 노래를 대상으로 매년 시상한다. 총 25개 부문의 수상 결과는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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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많으면 독 될수도… 그냥 부딪쳐보자고요”

    ‘“평생 젊고 거칠게 살 것인지/아니면 총을 뽑아 끝장내버릴지”’(‘Dazed & Confused’ 중) 전자음악 듀오 글렌체크(김준원, 강혁준)가 다음 달 3일 내는 3집 ‘Bleach’는 서두부터 활화산 같다. 바이크 뒷좌석에 어린 연인을 태운 채 치켜뜬 눈으로 질주하는 청춘의 크로키처럼…. 햇수로 무려 9년 만의 정규앨범. 컴백을 앞둔 글렌체크를 14일 서울 마포구의 음반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앨범 콘셉트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길어졌네요.”(김준원) 그 새로운 콘셉트라는 게 간단치 않다. 질투, 오만, 탐욕 등 성서 속 7대 죄악을 테마로 7777개의 대체불가토큰(NFT)부터 올해 초 발행했다. 단계별로 1111의 NFT가 팔려 나가면 다음 단계의 NFT가 열리는 봉인 구조다. 디자인 관련 모티프는 토끼굴과 흰 토끼.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영화 ‘매트릭스’에서 따왔다.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구원자는 사실 글렌체크 자신들에게 필요했다고. “주변의 기대가 부담이 됐거든요.” “생각 다 내려놓고 초심으로 가보자고 했죠.”(글렌체크) 2011년 데뷔. 한국대중음악상 연속 수상.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활동. 한국의 다프트 펑크로 불리는 국내 대표 듀오의 신작에 쏠린 업계의 눈길은 무거웠다. ‘내려놓자’는 태도가 되레 출발점이 돼줬다. “컴퓨터 폴더 이름부터 ‘Bleach’라 정했죠. 탈색을 뜻하는 영단어. 음악 작업 파일을 그 폴더에 담기 시작했어요.”(강혁준) “백지에서 시작한” 음악은 전자음악 선구자 장미셸 자르의 마니아부터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팬까지 사로잡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전자음과 선율의 소용돌이가 황홀하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사모으고, 픽시스나 라디오헤드 같은 밴드의 음향 제작 과정을 참고하기도 했죠.”(김준원) 너바나가 즐겨 썼던 펜더 재규어 전기기타를 사용해 먹먹한 록 사운드도 집어넣었다. “유치할 정도로 선명한 멜로디도 걸러내지 않았습니다.”(강혁준) “요즘 젊은이들, 너무 생각이 많아요.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그것만 보고 부딪쳐보면 어떨까요. 생각은 도구도, 독도 될 수 있잖아요.”(김준원)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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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윤 기자의 죽기전 멜로디]앰비언트 뮤직과 엠씨스퀘어의 기억

    Q. 왜 봄비는 추적추적 내리는 걸까요. 좀 시원스레 오지 않고(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아이디 버**) A. 아시다시피 봄이 여름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기 때문입니다. (중략) 봄은 증발량이 많지 않으며, 우선 여름의 장마의 근원이 되는 장마전선이 발달하지 않는 것도 이유입니다. (아이디 p*****)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에 올라왔던 문답이다. 아이디 p***** 님은 지식인에서 ‘영웅’ 등급이다. 정중한 문체까지, 어쩐지 신뢰가 간다. 그러나 그 아래 달린 ‘평민’ 계급 s******* 님의 ‘직구(直球)’성 답변에 더 정이 간다. ‘그럼(봄비가 많이 오면) 소풍을 못 가자나!!’ #1. 금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인 래퍼 신스의 쓸쓸한 노래 ‘봄비’(QR코드)를 듣다 마음에 물음표 모양의 푸른 싹이 돋아났다. 내 안에 묵은 오래된 질문이다. ‘그러게. 왜 노래 속 봄비는, 상상 속 봄비는 늘 추적추적 내릴까?’ ‘터미널에 내려 혼자 걷지. 바로 향하는 작업실/사람들 사이로 내려 봄비. 대전에도 내릴까 혹시’(신스 ‘봄비’ 중) #2. 본명 신수진. 데뷔 전 신스는 대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취준생’이었다. 평소 하고 싶던 음악에 죽기 전에 제대로 한번 투신해보고파 부친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 음악 하고 싶어요.’ 그 길로 집을 나왔고 결국 혈혈단신 서울로 향했다고. ‘도착했다고 전활 걸어. 알았단 말 후엔 정적 (중략) 사랑한단 말 대신 emoji(이모티콘) 보내는/내 신세 여전히/아버지 가슴에 박힌 못이지’ 감정 없는 로봇처럼 디지털로 변형된 신스의 목소리. 촉촉한 멜로디 위로 묘한 대비를 이룬다. 저 차갑고 무뚝뚝한 음성은 되레 듣는 이의 감정을 흔든다. 마치 편지지 위 검은 활자들처럼. #3. 나도 열아홉 살까지 대전 토박이로 살았다. 그래서인지 저 노래가 가슴속에 흥건히 젖어든다. 여름비는 시원하다. 겨울비는 차갑다. 그저 피하자는 생각이나 들뿐. 그러나 미지근한 봄비는 다르다. 기꺼이 심장을 꺼내어 들고 흠뻑 적시고픈 충동이 인다. 심장에 암호처럼 새긴 빛바랜 추억이 번져 나오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젖어드는 도화지 위로 무늬가 나타나듯. #4. 한때 서울 사람에 대한 무지와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엠씨스퀘어라는 집중력 향상 학습 보조기기 같은 게 세상에 나오던 시절이다. 헤드폰처럼 쓰고 있으면 신비한 음파가 나오는데 두뇌에 알파파를 발생시켜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고 했다. 가격이 비쌌다. ‘서울 학생들은 저런 거 사서 끼고 수능 준비를 할까.’ 이런 순진한 생각에 긴장도 했더랬다. #5. 요즘은 그 옛날 엠씨스퀘어를 사지 않아도 된다. 유튜브나 음원 플랫폼만 켜면 ‘잔잔한 수면 음악’ ‘광릉 숲속에 내리는 빗소리’ ‘스타벅스 ××점 10시간 배경음’ 같은 콘텐츠가 널려 있어서다. 이런 백색소음들을 전문용어로는 앰비언트 사운드, 앰비언트 뮤직이라고도 부른다. 영상과 음악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인위적으로 찾는 여백의 콘텐츠인 셈. 삶에 빈 칸이 필요할 때마저 우리네 현대인은 무위의 명상 대신 뭐라도 재생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그러고 보면 쏴아 하고 퍼붓지 않는 미적지근한 봄비의 미학은 그 여백에 있지 않나 싶다. 추억이나 회한이 그 위로 방울방울 맺히는 이유는 그 ‘추적추적’의 자연스러운 빈칸 덕분 아닐까. #6.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정밀아 역시 신스의 ‘봄비’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서울역에서 출발’이란 노래로 말이다. ‘근데 엄마 혹시 그날이 생각나세요?/내가 혼자 대학 시험 보러 온 날/옛날 사람 봇짐 메고 한양 가듯이/나도 그런 모양이었잖아요’ 서울 사람은 여행 가고 출장 가려 서울역에서 다른 지역을 향해 출발하지만, 상경한 사람의 삶은 서울역에서부터 서울의 안쪽을 향해 출발한다. 가도 가도 닿지 않는 서울발 서울행의 인생 열차는 이 나이 먹고도 종착역을 모른 채 달린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온 ‘꿈’(조용필)의 화자도 그럴까. ‘서울역에서 출발한 내 스무 살은/한 백 번은 변한 것 같아’(‘서울역에서 출발’) 정밀아의 노래 위로 신스의 랩을 겹쳐본다. 내 맘속 비의 스크린에 두 작품을 동시상영 한다. ‘봄비, 봄비 내렸지. 봄비/우산도 없이 맞는 봄이지’(‘봄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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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유 음악으로 케이팝 뒤통수 ‘빡’

    법정 스님(1932∼2010)이 발라드 힙합 앨범을 냈다면 이랬을까. 무소유의 팝 음악이라고 할지. 3분짜리 한 곡에도 무슨 콘텐츠든 꽉꽉 채워 넣는 글로벌 케이팝의 시대에 이토록 허한 질감이라니…. 싱어송라이터 장기하 씨(40)의 신작 ‘공중부양’(22일 발매)은 비움의 미학, 공허의 미니멀리즘으로 케이팝의 뒤통수를 휘돌아 친다. 이따금 툭툭 던지는 장 씨의 보컬은 그 지분이 퍽 작다. 비트와 리듬, 가사와 선율 사이를 부유하는 묵음과 공백보다 더…. 마치 몇 음만으로 공간을 장악하는 미국 재즈 연주자 웨인 쇼터(89)의 콘서트 같다. 앨범 초반부,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부럽지가 않어’의 뚝뚝 끊기는 건반 반복 악절, 베이스와 스네어 드럼, 하이햇의 허허한 공백 사이를 유영하는 장 씨의 보컬은 성기어서 더 서글프다. 자제하기에 리드미컬하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는 때로 발라드스럽지만, 한국어의 입맛을 살려 또르르 굴리거나 무뚝뚝하게 뱉는 장 씨 특유의 말 같잖은, 동시에 매우 말 같은 노래가 절묘하다. 2008년 괴이쩍은 싱글 ‘싸구려 커피’로 혜성처럼 등장한 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로 활약했다. 2018년 ‘얼굴들’ 해체 뒤 3년 반을 쉬었다. 23일 영상 통화 간담회에서 만난 장 씨는 “한 2년간 경기 파주 출판단지 쪽에 살며 임진각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며 말과 노래를 낚았다”고 했다. “임진각 지나 철원 방향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사람이 멍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뭔가 떠올라요. 빈손으로 귀가하는 날도 있지만 문장 하나 건져온 날에는 작사 작곡으로 발전시켰죠.” 비우고 비운 신작에도 채우고 채운 트랙은 있다. 4번 곡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는 마치 댄스뮤직의 한 갈래인 하우스를 뒤튼 레프트필드 하우스(Left-Field House) 장르를 연상시킨다. 이자람의 판소리 ‘심청가’ 대목을 기막히게 콜라주한 게 신의 한 수. 장 씨는 신작에서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믹싱 엔지니어 역할도 손수 맡았다. “목소리와 말이 먼저였어요. 그걸 녹음해 놓고 거기 맞는 드럼이나 다른 소리를 넣는 스케치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가 믹스 단계까지 거의 혼자 하고 있더라고요.” 장 씨는 “완성해 보니, 그러고 보니 베이스가 빠져 있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붕 떠 있는 소리의 질감이 나쁘지 않았다고. 그러고 보니 가요계에, 참, 장기하가 있었다. 이 허한 사내가 이래저래 공중부양을 시작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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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 흥부가’ 완창 도전 나선 교장 선생님

    1985년 제1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 부문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차지했던 왕기철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교장(59)이 다음 달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판소리 흥부가 완창에 도전한다. 현직 학교장의 판소리 완창 도전은 처음이다. 22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왕 교장은 “직책이 가진 무게가 가볍지 않으며 보는 눈이 많으니 무섭고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때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왕 교장은 16세에 소리에 입문해 향사 박귀희 명창(1921∼1993)을 사사하고 전주대사습놀이, KBS 국악대상, 동아국악콩쿠르를 휩쓴 당대의 명창이다. 199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10여 년간 단골 주역으로도 활약했다.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 무대는 당대 명창이 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왕 교장도 2002년 이 무대에서 이미 한 차례 흥부가를 선보였다. 꼭 20년 만에 같은 무대에 같은 레퍼토리로 선다. 당시 못 다 푼 한이 있다. “저의 마지막 스승이신 한농선 명창(1934∼2002)께 바치는 무대나 다름없습니다.” 현 국립전통예술고의 전신인 당시 서울국악예술고에 함께 재직 중이던 한 명창이 어느 날 왕 교장에게 툭 던진 한마디가 깊은 인연의 뿌리가 됐다. “자네, 나한테 흥부가 한 바탕 안 배울랑가?” 1985년 동아국악콩쿠르에서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탄탄대로를 달린 왕 교장 입장에서도 ‘박록주제 흥부가’(명창 박록주가 다듬어 부른 흥부가)의 달인인 한 명창의 제안은 ‘귀한 말씀’이었다. 2001년, 사사한 지 반년 만에 흥부가 한 바탕을 떼고 스승께 “꼭 완창 무대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스승은 제자의 완창 무대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숨을 거뒀다. “믿기지 않았지요. 이번 무대에서도 스승님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한 명창이 마지막 제자인 왕 교장에게 전수한 소리는 힘 있게 쭉쭉 뻗는 흥부가다. 흥부가 박 타는 대목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었던 모든 관객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느낌으로 힘차게 목을 뽑아볼 작정이라고. 완창은 두 시간 반가량 걸린다. 왕 교장은 “목의 힘, 기억력의 한계로 앞으로는 완창 판소리를 고사하겠다”며 웃으면서도 2025년 9월까지 맡은 교장직만은 동편제 소리처럼 힘차게 수행하겠다고 했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이전에는 박동진 명창의 흥부가 중 ‘제비 몰러 나간다’가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죠. 이제 우리 소리 한 줄, 한 줄의 매력이 세계적 콘텐츠에 담겨 뻗는 시대입니다. 학교 설립자이자 제 첫 스승인 박귀희 선생의 뜻을 이어 후학을 세계적 인재로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석 2만 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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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개 곡으로 쓴 ‘추리 랩’에 빠져보세요

    한국 힙합 1세대 래퍼 피타입(본명 강진필)이 7년 만의 정규앨범인 5집 ‘Hardboiled Caf´e’(18일 발매)로 돌아왔다. 파격적 작품이다. 랩으로 쓴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다. 직접 쓴 이야기를 바탕으로 20개의 곡을 창작했다. 하드보일드 소설가들에 대한 오마주도 가득하다. 1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피타입은 “‘안녕, 내 사랑’ ‘Big Sleep’ ‘Kiss Me Deadly’ 같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깨끗하고 밝은 곳’ 등을 노래 제목에 썼다”고 말했다. 미키 스필레인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립탐정 마이크(Mike) 해머는 등장인물 ‘마이크(MIC) 더 해머’로 변용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주인공 산티아고도 나온다. 9번 곡 ‘For Sale, My Rhymes, Never Used’ 역시 헤밍웨이에 대한 헌사. “헤밍웨이가 ‘단 여섯 단어로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가’란 내기에 한 답으로 알려진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판매 중: 아기 신발, 신지 않음)’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여섯 글자마다 방점을 찍어놔…’로 시작하는 이 곡 가사에 대해 피타입은 “1절의 모든 글자를 12열 종대로 정렬해 이상(1910∼1937)의 ‘오감도’처럼 보이도록 의도했다”고 말했다. 작품 속 피살자는 ‘하드보일드 카페’ 사장 신디다. 그 카페 단골 산티아고, 무명 가수 마이크 더 해머, 방랑자 빅 캣까지…. 1인 4역을 하는 피타입의 유려한 중저음 랩은 비밀스러운 플롯에 매캐한 안개를 드리운다. 신디의 내레이션은 영화 ‘코코’ ‘드래곤 길들이기’로 유명한 성우 김현심 씨가 맡았다. 피살자 신디는 ‘힙합 신(scene·힙합계)’을 상징한다. ‘힙합 신은 살아있는가?’가 숨은 주제인 셈. 피타입은 “나에게 힙합은 떳떳함, 솔직함 같은 태도를 바탕으로 한 문화이자 삶의 방식이며 그걸 공유하는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신을 주도하는 건 팬덤뿐인 것 같아요. 팬덤은 아티스트 활동의 원동력이지만 만약 그게 신의 전부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2019년 피타입은 자신의 왼팔에 이런 문신을 새겼다. ‘오늘 난 옛날의 나에게 떳떳한가?’ 그의 곡 ‘광화문’(2015년)의 가사 일부다. 한국 힙합 역사의 절대 명곡 ‘돈키호테’를 담은 데뷔앨범 ‘Heavy Bass’(2004년) 이래 피타입은 꾸준히 신을 지켜왔다. 그는 “20년간 래퍼로 산 강진필의 내면이 등장인물의 면면에 얽혀 있다”고 귀띔했다. 산티아고, 더 해머, 빅 캣…. 아니면 신디 자신? 과연 이 판의 범인은 누구일까.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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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훈아 데뷔 55주년 음반 “모두 보듬는 선물 되길”

    가수 나훈아 씨(75·사진)가 데뷔 55주년 기념 앨범을 낸다. 18일 소속사 예아라 예소리에 따르면 나 씨는 22일 새 음반 ‘일곱 빛 향기’를 공개한다. 음반에는 ‘맞짱’ ‘누망’ ‘친정엄마(아내의 엄마)’ ‘체인지(Change)’ ‘사랑의 지혜’, ‘매우(梅雨)’ ‘끈(미련 곰탱이)’ 등 총 7곡을 담는다. 이날 정오 유튜브를 통해 ‘맞짱’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25일에는 ‘체인지’의 영상도 발표할 예정이다. 나 씨는 “55년의 짧지 않은 세월이건만 나는 여태 길 끝에서 음악을 만지고 있다”며 “아프고 혼란스러운 모두의 마음이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듯 ‘일곱 빛 향기’의 일곱 곡은 나와 모두를 보듬고 달래고 싶은 소망의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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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 뿌리로 자란 필리핀 아이돌, 세계서 통했다

    10년 전만 해도 케이팝이 빌보드 차트 정상을 밟으리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몽상가들의 입지전은 기적이 완성된 후에야 기록될 뿐이다. 필리핀에 다섯 청년이 있다. 그들의 도전은 처음부터 비웃음만 샀다. 케이팝이 부상할 때조차, 동남아시아는 영원한 팝의 변방이라고, 소비국일 뿐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필리핀 신화 속 괴물인 마나낭갈은 자신의 신체를 분리합니다. 상반신이 하늘을 날 때도 하체는 땅을 딛죠. 저희 노래 중 ‘Mana’가 그에 관한 곡입니다. 저희도 마나낭갈처럼 늘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것을 다짐합니다.”(파블로) 4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스튜디오. 옹기종기 모여 앉은 20대 남성 다섯 명의 얼굴은 앳되고 태도는 겸손했다. 하지만 눈망울과 입담에는 활기를 넘어 도전자 정신이 넘실댔다. 동아일보와 화상 독점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그룹 SB19(파블로, 조시, 스텔, 켄, 저스틴). 동남아 음악계 태풍의 눈이다. ‘피팝(P-pop·필리핀 팝)의 선구자’를 자처한 이들의 손에 동남아 팝의 역사가 새로 쓰인다. 지난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 아리아나 그란데 등과 ‘톱 소셜 아티스트’ 후보에 올랐다. 이 시상식에서 동남아 가수가 후보에 오른 것은 최초다. 지난달엔 빌보드 ‘핫 트렌딩 송스’ 차트에서 신곡 ‘Bazinga’로 7주간 1위에 오르며 방탄소년단의 ‘Butter’가 가진 최장기 정상 기록을 잠시 꺾었다. “빅뱅과 소녀시대의 팬으로 시작해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듣고 ‘Danger’의 춤을 따라하며 연습했습니다.”(파블로) 2018년 데뷔한 SB19은 케이팝 노하우와 필리핀 인적 자원의 결합이다. 한국 연예기획사 쇼비티가 필리핀에 진출해 현지 인재를 뽑아 훈련시켰다. 그룹명의 ‘19’은 한국(82)과 필리핀(63)의 국제전화 국가번호의 각 자리 숫자를 더한 숫자. ‘SB’는 피팝 사운드의 한계를 깬다(‘Sound Break’)는 포부. 꿈만 같을 뿐 다섯 명의 출발은 달랐다. 성격, 음악 취향, 배경은 물론이고 출신지도 민다나오섬의 카가얀데오로부터 마닐라 인근 말라본까지 제각각. “다른 섬에서 와 각자의 방언을 쓰던 저희는 연습생 신분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겹게도 다퉜죠. 이젠 다섯 개성이 색깔처럼 조화를 이뤄 SB19의 음악 세계를 만듭니다.”(파블로) 래퍼이자 리더인 파블로가 작사 작곡을 한다. 멤버 전원이 함께 안무와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만들어간다. “4년 가까운 훈련 기간, 데뷔 초기까지도 저희는 주변의 수많은 의구심과 악성 댓글에 시달렸습니다. 친구들처럼 고교 졸업 후 부모님을 경제적으로 도와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했죠. 때로 돈이 없어 길에서 자고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서로 신뢰하며 허황돼 보이는 꿈을 향해 달렸습니다.”(조시) 결국 드라마를 써냈다. 최근 필리핀에는 SB19을 롤모델로 한 그룹이 잇따라 출현한다. 다섯 청년이 꿈에만 그린 ‘피팝 월드’가 열린다. “필리핀에는 노래와 춤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간 우리 대중문화계가 정치와 유착하거나 일부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겪으며 정체해 있었을 뿐이죠. 이제 시작입니다.”(파블로) SB19은 21일 0시 10분(20일 밤 12시 10분)부터 KBS 1TV에서 방영하는 한-아세안 온라인 음악 축제 ‘ROUND in Korea’를 통해 한국 공중파에 처음 출연한다.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 11개국 대표와 한 무대에 선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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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겨냥? 안치환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논란

    싱어송라이터 안치환 씨(57·왼쪽 사진)가 11일 발표한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목과 가사, 앨범 표지(오른쪽 사진)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가사에는 ‘뭘 꿈꾸는 거니’ ‘정신없는 거니’ 등 김 씨를 연상시키는 ‘거니’라는 끝말이 여러 번 나온다.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No more No more/그런 사람 하나로 족해!’라는 노랫말도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 안 씨가 김 씨를 공개 저격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앨범 표지에 쓴 여성의 얼굴과 옷차림새도 김 씨가 지난해 12월 허위 경력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안 씨는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노래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니 모두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마지막 부분의 ‘그런 사람 하나로 족해’에서 ‘그런 사람’은 마이클 잭슨이 아니라 지금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런 사람’은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로 충분하다면서 김 씨를 비판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안 씨는 “국정농단. 그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절박감에 부적처럼 만든 노래”라고 덧붙였다. 이에 윤 후보는 이날 “위대한 뮤지션(마이클 잭슨)을 저급한 공세에 소환한다는 게 너무 엽기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내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마이클 잭슨은 지구 곳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살폈던 위대한 뮤지션이지만 수많은 억측과 음해에 시달렸다. 그가 겪었을 참담한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 썼다. 이어 “표현의 자유도 상식의 선은 지켜야 한다. 정치 공세에 위대한 뮤지션이 소환된 것도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비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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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없는 거니”…안치환 신곡, 김건희 저격 논란

    싱어송라이터 안치환 씨(57)가 11일 발표한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목과 가사, 앨범 표지(사진)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가사에는 ‘뭘 꿈꾸는 거니’ ‘정신없는 거니’ 등 김 씨를 연상시키는 ‘거니’라는 끝말이 여러 번 나온다.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No more No more/그런 사람 하나로 족해!’라는 노랫말도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 안 씨가 김 씨를 공개 저격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앨범 표지에 쓴 여성의 얼굴과 옷차림새도 김 씨가 지난해 12월 허위 경력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안 씨는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노래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니 모두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마지막 부분의 ‘그런 사람 하나로 족해’에서 ‘그런 사람’은 마이클 잭슨이 아니라 지금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런 사람’은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로 충분하다면서 김 씨를 비판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안 씨는 “국정농단. 그 악몽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감에 부적처럼 만든 노래”라고 덧붙였다. 이에 윤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마이클 잭슨은 지구 곳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살폈던 위대한 뮤지션이지만 수많은 억측과 음해에 시달렸다. 그가 겪었을 참담한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 썼다. 이어 “표현의 자유도 상식의 선은 지켜야 한다. 정치 공세에 위대한 뮤지션이 소환된 것도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비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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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만난 유재하, 35년 만의 신곡

    가수 고 유재하 씨(1962∼1987)의 신곡이 35년 만에 나온다. ‘그대의 조각들을 담고서’라는 제목의 곡으로, 지난달 28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방영을 시작한 4부작 ‘얼라이브’의 마지막 회(18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얼라이브는 고인이 된 음악가의 뒷이야기를 나누고 인공지능(AI)으로 그의 목소리와 모습을 복원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프로그램. 얼라이브는 앞서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고 임윤택 씨(1980∼2013)를 다루며 신곡 ‘낡은 테잎’을 공개했다. AI로 복원한 유 씨의 가상 무대는 11일 방송에 처음 공개됐다. ‘가상 유재하’는 서울 강서구 넥센 유니버시티 내 특설 무대에서 듀오 멜로망스와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함께 불렀다. 2절 시작 부분에서 멜로망스의 오른편 공간에 홀연히 고인의 모습이 나타난 것. 정지찬과 정동환이 새로 편곡한 버전에 생전과 다름없는 목소리를 얹어 멜로망스와 화음까지 이뤘다. AI로 복원한 얼굴 모습과 움직임은 다소 어색했다. 야외 무대여서 배경과 이질감은 더 컸다. 단, 무대 바닥에 그림자의 움직임까지 만들어낸 것은 인상적이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선우 PD는 “고인의 방송 출연이 단 한 번(1987년 KBS ‘젊음의 행진’)뿐이어서 AI에 학습시킬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지인과 유족을 통해 수집한 사진도 20여 장에 불과했다. 고인의 얼굴이 특이하게 입체적이어서 촬영 각도나 일자에 따라 매우 다르게 보였는데 이 역시 AI에 학습시킬 표준값을 잡는 데 어려운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고심 끝에 제작진은 유재하와 닮은 사람을 섭외하고 특수 분장을 더했다. 광대뼈 쪽을 보완하고 눈가 애교 살을 덧붙여 윤곽과 굴곡을 덧칠해갔다. 이렇게 대역을 통해 만든 표준값을 다시 AI에 학습시켜 ‘딥 페이크’ 기법으로 완성했다. 음성 복원에는 앞서 고 김현식, 김광석 부활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퍼톤’사(社)가, 영상 복원에는 가상인간 루이를 만든 디오비스튜디오가 힘을 보탰다. 무대 영상 구현에는 트리탑파티가 함께했다. 18일 방송에서 뮤직비디오로 공개할 ‘그대의 조각들을 담고서’는 심현보 작사, 김형석 김현철 공동 작곡의 신곡. 가상 유재하의 음성이 노래한다. 이 PD는 “1987년 1집 제작에 영감을 준 인물에 대한 고인의 러브 스토리를 마지막 회에서 풀어낼 텐데 여기서 착안한 곡”이라며 “‘사랑하기 때문에’에 못 실은 가상의 마지막 곡 같은 내용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추후 디지털 음원으로도 출시된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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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쁜날엔 기쁘게, 슬픈날엔 슬프게…” ‘도라지’엔 이념도 국가도 필요 없었다

    한국, 북한, 일본. 세 나라를 오갔다. 그러나 한 송이 예쁜 도라지꽃을 피우는 데는 그 어떤 이념도 국가도 필요 없었다. 문양숙 국립국악관현악단 수석단원(가야금)의 음악 인생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 같았다. 1974년 일본 나라현에서 총련계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기쁜 날엔 기쁘게, 슬픈 날엔 슬프게 현의 떨림으로 날 알아주는” 가야금이 좋았다. 고교 1학년 때는 일본 총련계 학생 가운데 악기별로 단 한 명만 선발하는 평양음악무용대학 전문부에 합격했다. 오사카 조선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매년 여름방학마다 평양을 방문해 가야금 수업을 받았다. “일본 니가타항에서 북한 원산까지 배로, 원산에서 다시 평양까지 버스로 2박 3일 이동해 한 달 남짓씩 공부했어요. 북한에 가는 게 무섭지 않았냐고요? 가야금이 태어난 한반도에서 직접 배운다는 게 설레고 즐거울 뿐이었습니다.” 평양에서 고3 졸업 연주회까지 마친 문 씨는 21현 개량 가야금의 기대주가 돼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 돌아와 본 공연 한 편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한국의 연주자가 난생처음 보는 12현 가야금을 들고 나와 전통 산조를 연주했어요. 명주실의 떨림 하나하나에 소름이 돋았죠. ‘지금까지 내가 뭘 한 거지? 저 연주를 배우고 싶다….’” 모친께 감히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귀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총련계인 주변과 학교의 만류가 대단했다. 007 작전이 시작됐다. 모친은 무작정 부산국립국악원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결국 1993년 이지영 가야금 명인(현 서울대 국악과 교수)의 도쿄 공연 소식을 듣고 그가 묵는 호텔을 예약했다. 이 명인은 “새벽 5시, ○○○호실, 내 방으로 오라”고 귀띔했다. 총련계 학생과 남한 예술가의 비밀 만남. 발각되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달이 날 수도 있었다. “그때 이 선생님의 조언과 권유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대학에도 진학하기로 결심했어요.” 그해 5월, 김포국제공항. 난생처음 남한 땅을 밟는 스무 살 문 씨의 가슴은 평양 원산항에 처음 발 디디던 날보다 더 거칠게 뛰었다. “무서웠지요. 저는 북한 말씨를 쓰는, 북한 악기를 든 사람이었으니까요.” 혈혈단신 공부해 중앙대에서 국악을 전공한 뒤 문 씨는 국립국악관현악단에 입단했다. 2012년 수석 연주자가 됐다. 그가 한국 땅을 밟은 지 근 30년이 돼서야 최근 첫 독집 음반을 냈다. 제목은 ‘DORAJI’. 일본, 북한, 한국에서 모두 사랑받는 민요 ‘도라지’를 택한 것이다. “1993년 5월, 김포공항에 처음 내리던 날의 기억을 영상처럼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재생했어요. 그러면서 한 음, 한 음 ‘도라지’의 인트로를 연주했죠.” 단아한 분산화음이 격정적 트레몰로(같은 음을 빠른 속도로 여러 번 치면서 연주하는 주법)와 속주로 이행하는 8분짜리 독주곡 도라지는 문 씨의 인생을 축약한 듯 드라마틱하다. 북한을 대표하는 연주곡 ‘안땅산조’도 재해석했다. 문 씨는 “나를 한국으로 이끈 것은 정악과 산조의 매력이었다. 이를 25현 가야금에 나만의 방식으로 녹여내는 한편 대중과도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꿈이 하나 더 있다. 딸의 한국행을 누구보다 앞장서 도왔던 이. 바로 모친이다. 노모는 일본에 남아 현재 요양원에 계시다고. “딸의 음반을 들어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꿈에 이제야 대답을 드리네요. 국제소포로 CD를 보냈는데 재생기기가 없어 못 들으셨다고 해요. CD 속 딸의 사진만 보고 계시다고…. 팬데믹이 끝나면 어머니를 꼭 이 땅, 한국에 모시고 싶습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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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 없소’ 블루스 마녀 한영애와 ‘말 달리자’ 악동 크라잉넛이 만나면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던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의 한 건물 지하. 50m² 남짓한 연습실에서 삭발한 여인의 사진이 기자를 맞았다. 한쪽 벽면의 피아노 위에 걸린 액자 속 그 여인. 그리고 눈앞에 앉은 이 여인. 둘을 번갈아 보자니 기분이 묘했다. “2003년 ‘목포의 눈물’ ‘사의 찬미’ 같은 옛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Behind Time’ 녹음을 앞두고는 즉흥적으로 한 삭발이에요. 저는 덤덤했는데 자르면서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되레 펑펑 울었죠.” 별명은 ‘소리의 마녀’.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달라’는 무녀의 제사 같은 노래를 뿜는 싱어송라이터 한영애다. 한영애처럼 부를 사람은 한영애뿐이다. 허나 노래의 힘만은 강물처럼 고고하다. 지난해 무명 가수 이무진을 슈퍼스타로 만든 ‘누구 없소’를 비롯해 ‘가을 시선’ ‘조율’ ‘루씰’…. 최근까지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젊은 가수들이 앞다퉈 그의 곡을 골라 재해석한다. 이제 한영애가 한영애를 재해석한다. 이번 메뉴는 호쾌한 펑크 록이다. 9∼11일 유튜브 ‘크라잉넛’ 공식 채널에서 중계하는 음악 축제 ‘경록절’의 두 번째 날, 한영애가 크라잉넛과 한 무대를 꾸민다. 자신의 곡 ‘코뿔소’와 ‘조율’을 질주하는 밴드 사운드에 담아낸다. “경록 씨(크라잉넛 베이시스트 한경록)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한영애 선배가 함께해주면 코로나 탓에 무대가 없어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굉장히 힘을 받을 것이다’라고. 그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하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경록절은 ‘홍대 앞 마당발’ 한경록의 생일인 2월 11일에 즈음해 서울 마포구 일대의 인디 음악가들이 총출동하는, 생일잔치를 넘어선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108개 팀이 출연하는데 주빈 격인 크라잉넛과 한 무대를 꾸미는 일종의 간판 출연자가 한영애다. “‘코뿔소’와 ‘조율’은 모두 크라잉넛이 골랐어요. 편곡도 그들에게 일임했죠. 저는 말 그대로 노래로 숟가락만 얹을 뿐인 걸요.” 팬데믹과 기후변화가 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요즘, 1992년 발표된 ‘조율’이 주는 울림은 예사롭지 않다. 지인과 팬들은 한영애를 ‘나무님’이라고 부른다. 소속사 이름도 나무뮤직. 반찬은 사먹지 않고 식물을 채취해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그는 자연, 환경과 밀접한 사람이다. “인간이 지구를 너무 못살게 굴어서 요즘 벌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의 노랫말 주제는 늘 사랑입니다.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1988년작 ‘코뿔소’는 1980년대 TV 휴먼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강원도의 미스터 코뿔소’에 관한 곡이었다고. 가수 이장희의 동생인 이승희 음악감독(2000년 별세)이 만든 초안에 한영애가 ‘힝힝!’ 하고 ‘콧바람’을 불어넣었다. ‘코뿔손 넘어지지 않아!’를 반복하던 노래는 말미에 “언제인가 코뿔소가 누운 날/사람들은 ‘코뿔소가 누웠구나’ 그냥 그러겠지” 하는 반전을 담았다. “가수 한영애 한 명 없어진다고 세상 안 굴러가나, 그런 얘기를 한 줄 넣은 거죠.” 그는 4월 15,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오랜만에 단독 콘서트도 연다.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 연기된 공연에 다시 도전한다.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달려보렵니다. 갈수록 무대가 좋아져요. 그 무엇보다 더 큰 행복을 저에게 줍니다. 우선 경록절을 통해 화면으로라도 뵙게 돼 모두들 반가워요. 노래와 함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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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뱅, 4년만에 컴백… 올봄 신곡 발표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이 4년 만에 컴백한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이 올봄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신곡 녹음은 모두 마쳤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둔 상태다. 곡 제목과 발표 일자는 추후 공개한다. 빅뱅이 새 노래를 낸 것은 2018년 3월 싱글 ‘꽃길’이 마지막이어서 관심을 끈다. 또 이번 신곡은 2019년 멤버 승리 탈퇴 뒤 4인 체제로 재편해 처음 발표하는 곡이기도 하다. 빅뱅은 2017년 탑을 시작으로 지드래곤, 태양, 대성이 차례로 입대하면서 약 4년의 공백기를 보냈다. 탑은 빅뱅 컴백과 더불어 YG와 맺었던 전속계약을 끝냈다. 아티스트이자 사업가로서 다양한 개인적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게 YG 측 설명이다. YG 관계자는 “개인 활동 영역을 넓혀가보고 싶다는 탑의 의견을 존중했고 이에 대해 멤버들과 잘 협의됐다. 탑은 여건이 되면 언제든 빅뱅 활동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6년 데뷔한 빅뱅은 ‘거짓말’ ‘하루하루’ ‘FANTASTIC BABY’ 등 여러 곡을 히트시킨 케이팝 대표 그룹이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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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밸런타인데이 재즈… “사랑을 속삭여요”

    밸런타인데이(14일)를 앞두고 연인들을 위한 특별한 재즈 공연이 열린다. 12일 오후 7시와 13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공연장에서 열리는 ‘Jazz For Valentine’ 시리즈다. 대표적인 연주자들이 달콤한 멜로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펼쳐 보이는 콘서트. 12일 공연은 미국 만화 ‘피너츠’와 그 음악, 찰리 브라운 캐릭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이 될 듯하다. 공연부제인 ‘Be My Valentine’은 피너츠의 1975년 밸런타인데이 특집편 제목. 재즈 피아니스트 빈스 거랠디(1928∼1976)가 음악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민경인 트리오, 베이시스트 최진배가 이끄는 18인조 빅밴드가 함께 피너츠의 화면을 수놓은 친숙한 음악부터 밸런타인데이에 어울리는 재즈곡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할 예정이다. 13일 공연은 꿈결 같은 음악, 보사노바 장르가 주제다. 부제는 ‘Getz/Gilberto Valentine Edition’. 미국 색소폰 연주자 스탠 게츠(1927∼1991)와 주앙 지우베르투(1931∼2019)가 합작한 역사적 명반 ‘Getz/Gilberto’(1964년)를 재해석하는 무대다. 마리아킴(보컬, 피아노), 허성(보컬)을 중심으로 색소폰, 기타, 베이스, 드럼, 플루트 연주자에 현악 사중주단까지 더한 풍성한 편성으로 ‘The Girl from Ipanema’ ‘Desafinado’ 등 보사노바 명곡을 들려준다. ‘Getz/Gilberto’의 핵심 작곡가인 브라질 음악가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1927∼1994)의 다른 대표곡도 여럿 연주할 계획이다. 3만∼7만 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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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웠던 그 음색… ‘빅마마’가 돌아온다

    추억의 여성그룹들이 잇따라 돌아온다. 보컬 그룹부터 이른바 청순 파워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까지 면면이 다채롭다. 먼저, 멤버 전원의 뛰어난 가창력을 앞세워 2000년대에 큰 인기를 누린 4인조 그룹 ‘빅마마’가 12년 만에 정규앨범을 내고 돌아온다. 빅마마는 2003년 ‘Break Away’로 데뷔해 ‘체념’, ‘연’ 등을 히트시켰다. 그러나 2010년 ‘기다리다 미쳐’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5집 ‘5’ 발표 뒤 사실상 해체했다. 2011년 신연아와 박민혜가 듀오 ‘빅마마 소울’로 데뷔하면서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각자의 길을 갔다. 빅마마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10일 6집 ‘본’(Born·本)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년 멤버 그대로 재결합한 빅마마는 앞서 지난해 싱글 ‘하루만 더’를 발표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밟으면서 엔진을 예열한 상태다. 2011년 데뷔해 소녀시대를 잇는 대표적 청순 소녀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에이핑크도 돌아온다. 6인조인 에이핑크는 지난해 박초롱 정은지 등 5명만 기존 회사에 남고 손나은이 YG엔터테인먼트로 옮기면서 한때 이른바 완전체 활동이 불투명해 보였다. 에이핑크는 손나은 이적 후 첫 앨범인 ‘HORN’을 빅마마와 같은 10일에 내놓는다. 해체는 피했지만 ‘원 팀’의 파워는 아쉽다. 손나은은 녹음과 화보 촬영 등 앨범 제작에는 임했지만 향후 활동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손나은은 YG를 통해 “스케줄상의 문제로 이번 활동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스페셜 앨범과 멤버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에이핑크의 분위기를 이어 ‘청순 파워’ 콘셉트로 화제를 모은 6인조 그룹 여자친구의 전 멤버들도 해체 후 처음 새 활동에 나선다. 지난해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된 뒤 멤버 신비, 엄지, 은하가 3인조로 결성한 비비지(VIVIZ)는 9일 첫 앨범 ‘Beam Of Prism’을 발표하고 재도전에 나선다. 2015년 데뷔한 여자친구는 ‘시간을 달려서 (Rough)’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 등을 히트시키면서 중독성 있는 멜로디, 성장 서사를 담은 시리즈 앨범으로 주목받았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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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윤 기자의 죽기전 멜로디]스마트리스 콘서트의 기억

    “저기요. 혹시, 오아시스 공연 티켓 남았나요?” 영국식 악센트. 목소리가 다급하다. 주인공은 곱슬머리 젊은이. 두꺼운 연결선이 동글동글 말린 집 전화 수화기 너머로 그 외침이 간절하다. 누군가는 시내 레코드점으로 내닫는다. “혹시 오아시스 티켓 남은 것 있나요?” 이리 닫고 저리 닫다 결국 티켓 한 장 손에 쥐지 못한 청년은 작은 공부방의 싱글 침대에 누워 BBC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고 실황 생중계에 귀를 기울인다. 지난해 말 공개된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Knebworth 1996’를 보다 그만 몹쓸 추억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 영국 청년들의 동분서주가 수면 중이던 나의 뇌세포 몇 개를 건드려서다. 오아시스는 1996년 여름, 잉글랜드 교외의 넵워스 지역에서 이틀간 무려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콘서트를 열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저 공연을 예매하기 위해 영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전화통 붙잡고 ‘예매 대전’에 참전했다는 비공식 기록도 있다. 입소문과 전화 예매, 현장 판매로 티켓은 모두 팔려나갔고 오아시스는 이틀간 각각 12만5000명의 관객 앞에 서서 뜨거운 무대를 펼쳤다. 위대한 록의 송가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를 발표한 지 얼마 안 된 오아시스, 비틀스의 후계자로 불리던 그 최전성기 오아시스의 무대는 기본. 그 시절 팬들의 행동 양태 역시 귀한 자료가 되니 ‘Knebworth 1996’의 방점은 역사적 무대 넵워스 못잖게 그 뒤에 달린 ‘1996’에도 있는 셈이다. #1. 한국에서 대형 야외 록 페스티벌 시대가 본격화한 것은 2006년 여름이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이 그 모체였지만 트라이포트는 폭우로 반쪽짜리였다. 2006년 여름, 제1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이폰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이 그 이듬해인 2007년 6월. 휴대전화와 일부 스마트폰이 2006년에도 있었지만 그 기능이란 게 그다지 스마트하지 않았다. 폰에 달린 카메라 화질은 눈 뜨고 봐주기 힘든 수준. 명장면을 남기려 묵직한 ‘디카’를 몇 번 들어올리긴 했지만 결국 맨손으로 즐기는 것이 최상의 감상법, 최고의 기억법이었다. #2. ‘Knebworth 1996’에서 멤버 노엘 갤러거의 기타 솔로나 리엄 갤러거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능가하는 명장면도 따로 있다. 끝없이 뻗은 평야를 가득 메운 12만5000명의 관객이 일제히 하늘로 양손을 뻗으며 ‘And so, Sally can wait’(‘Don’t Look Back in Anger’)나 ‘A champagne supernova in the sky’(‘Champagne Supernova’) 같은 후렴구를 제창하는 순간 말이다. 다큐멘터리에서도 한 관객은 이렇게 술회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잖아요. 돌아보면 정말 대단했어요. 12만 명이 전부 무대만 바라보며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 집중했으니까요.” #3. 역시 애먼 카페라테만 손에 쥐면 ‘역시 그 시절이 진짜였네’ 운운하는 ‘나 때’ 이야기가 자동 발사된다. 불편했던 시절에 관한, 세탁된 좋은 기억만 곱씹으면 답이 없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좋은 일이 얼마나 많았나. 백과사전과 열람실을 손바닥 안에 쥐었고 단톡방도 생겼다. 생일이면 여기저기서 달콤한 선물도 날아온다. 티켓 예매는 물론이고 식당 예약이나 배달 주문도 갸륵한 폰 하나면 오케이다. 그래도 양손을 머리 위로 발사하던 그 시절 콘서트, 그때의 내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4.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감각의 80%를 시각에 의존한다고 한다. 그러니 뭔가 특별한 사건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안구나 뇌보다 기록의 정확도가 높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려는 것은 대단히 스마트한, 본능적 반사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내 폰으로 숱하게 찍어둔 영상들. 그중에 몇 개나 다시 돌려봤던가. 얼마 전, 크랜베리스의 1994년 미국 우드스톡 페스티벌 출연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Dreams’를 듣다 까닭 모를 눈물이 흘렀다. 그날, 그 시간의 감흥에 만취한, 양손이 자유로운 수만 명의 관중을 보았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 사진기자 숀(숀 펜)의 말처럼, 그들은 “그 순간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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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는요…” DJ-평론가로… ‘음튜버’는 진화중

    “안녕하세요. 때껄룩입니다. 오늘도 많이 들어와 주셨네요. 눈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들 함께 들어보아요.” 20일 오후 2시 음원 플랫폼 ‘바이브(Vibe)’의 실시간 오디오 콘텐츠 ‘파티룸’에서 때껄룩(예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디지털 라디오 형식의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지난해부터 활동 중인 그는 아나운서도, 연예인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게시물당 수백만에서 1000만 건의 조회수를 올리는 음악 추천 전문 크리에이터다. 음악 유튜버들이 평론가나 전문 DJ의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활동범위를 넓히는 모양새다. 바이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때껄룩, thanks for coming.(땡포컴), 우키팝, 일상의 효정 등 인기 음악 유튜버들이 진행하는 파티룸을 메인 화면에 배치하고 있다. 음악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해외 팝스타들까지 움직인다. Z세대에 인기가 높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게일(Gayle)의 경우 국내 유튜버(‘기몽초’)가 올린 ‘z’의 가사 번역 비디오가 가수의 공식 비디오보다 높은 조회수를 올리는 기현상을 보였다. 영미권 신인 팝 가수들이 한국 유튜버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거나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한국 번역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유명 음반사와 계약을 맺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남가영 워너뮤직코리아 차장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팝 음악 팬들에게 해외 신인 가수를 알리기 위해 글로벌 음반사도 유튜버를 새로운 창구로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반사들은 건당 수십만 원을 지불하고 유명 유튜버의 음악 소개 리스트나 번역 콘텐츠에 가수의 곡을 싣기도 한다. 종전에 평론가, DJ에 의존하던 팝 시장에 일대 변혁이 찾아온 것은 약 2, 3년 전부터다. 특히 2019년 때껄룩의 감성적 플레이리스트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것이 기폭제가 됐다. 때껄룩은 이에 힘입어 ‘네이버 나우’에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시작한 데 이어 전통 음원 플랫폼까지 진입했다. 20대 초반의 때껄룩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예쁜 이미지를 편집해 취미로 만든 것이 시작”이라며 “개인 PC 저장 공간이 부족해 유튜브에 업로드한 게 여기까지 왔다. 음악을 깊게 공부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장르나 음악가의 계보를 외우는 대신 영상세대의 심장을 공략하는 자신만의 감성을 쌓은 게 비결인 셈이다. 때껄룩은 “내 채널, 내 방송을 찾는 분들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세계문학전집도 읽으면서 상식과 감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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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 작곡가들 한국 ‘떼창’ 정서 이해… 한국말 한마디 못하지만 케이팝 만들어”[사람, 세계]

    BTS의 곡 ‘We are Bulletproof: the Eternal’의 작곡가 명단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엘렌 베리가 있다. 베리는 대중음악 전문학교 학생이던 9년 전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를 듣고 너무 낯설어 ‘뭐 이런 노래가 다 있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케이팝을 만드는 스웨덴 작곡가 수십 명 중 하나다. BTS, 레드벨벳, ITZY 등 한국의 대표 아이돌 그룹 곡 제작에 참여한 베리는 이젠 ‘아이 갓 어 보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노래는 전혀 다른 곡 다섯 개를 하나의 곡에 담았어요. 케이팝에서 역대 가장 미친 노래 중 하나(one of the craziest K-pop songs ever)죠.” 베리와 함께 케이팝 작곡을 하는 모아 칼레베케르는 “케이팝은 각 멤버가 나올 때마다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에 랩과 강약 포인트를 여러 곳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일반 팝송보다 다채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딱 두 마디뿐이지만 작업에는 전혀 문제없어요.” 미국 팝을 장악했던 스웨덴 작곡가들이 이제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하지만 케이팝 전문 작곡가가 스톡홀름에만 수십 명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스웨덴 작곡가들은 한국인들이 ‘떼창’을 할 수 있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하는 조미쉘(본명 조민경) 싱잉비틀 대표는 “스웨덴 작곡가들은 한국인에 대한 정서적 이해가 있는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를 잘 쓴다”고 했다. 내수 시장이 작아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스웨덴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대중음악 시장 3위의 강국이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특히 두드려져 케이팝의 선율과 사운드에 최적화된 재능을 가진 작곡가들이 많다. 케이팝 작곡가들의 명성은 스웨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칼레베케르는 ‘2021 스웨덴 작곡시상식’에서 스웨덴의 전설적 프로듀서인 맥스 마틴을 제치고 ‘국제적 성공’ 부문을 수상했다. 해당 부문 후보에 올랐던 작곡가 루드비그 에베르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케이팝 작업을 하면 ‘미국이나 유럽 뮤지션과 일을 하지 못해 변변찮은 일을 한다’고 무시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도 케이팝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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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동 주상복합 진동, 아이돌 군무에 ‘공진’ 가능성”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에서 진동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진동 원인으로 ‘공진(共振)’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진은 건물 외부에서 발생한 진동이 건물 고유의 진동수와 일치하면서 진동이 커지는 현상이다. 23일 서울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 20일 오후 4시 반경 건물이 위아래로 흔들거리고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건물 지하 방재센터의 지진 감지 장치를 확인했지만 감지된 진동은 없었다. 시공사 DL이앤씨도 다음 날(21일) 긴급 안전 진단을 했지만 건물의 구조적 문제나 안전성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내부의 ‘공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긴급 안전 진단에 참여한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진, 바람, 외부 공사, 발파 같은 외부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건물에 있는 연예기획사의 군무나 연습 전 준비운동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33층 규모로 6∼19층에는 연예기획사가 입주해 있고, 이 중 4개 층을 안무연습실로 쓰고 있다. 연예기획사 직원 A 씨는 “건물이 흔들렸을 때 유리창에 금이 가고 바닥이 울퉁불퉁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진동이 2011년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공진’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23명이 1초에 2.7번 발을 구르는 태보 운동을 하면서 진동이 발생했다는 결론이 났다. DL이앤씨 측은 “정확한 진동 원인을 찾기 위해 층별로 계측기를 설치하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물에 입주한 연예기획사 측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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