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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와이지(XYZ·대표이사 황성재)’는 로봇팔로 커피를 제공하는 사업을 2019년에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드립커피를 로봇으로 만들어 제공했는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도였다. 서울 성수동에 첫 매장을 낸 이후 자회사 ‘라운지엑스’를 통해 사람과 협업하는 매장(회사명과 같은 ‘라운지엑스’를 브랜드로 사용)과 로봇으로만 운영하는 매장(엑스익스프레소)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마포와 경기 용인 에버랜드, 세종, 대전, 제주 등 8곳에서 운영 중이다. 엑스와이지의 커피 로봇을 처음 본다면 물 흐르듯 능숙한 놀림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동작에 신기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내 ‘사람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작업을 굳이 로봇으로 하는 것은 경제적 낭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인다. 사람이 컵을 놓고, 추출이 끝나면 가져가기만 하는 되는 편의점 커피와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 사람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움직임, 커피 외에 다른 식음료를 다룰 수 있는 확장성 등은 차별적 요소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엑스와이지 본사에서 만난 황 대표는 무인 로봇 카페가 고급 자판기와 같다는 질문에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그 ‘고급의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당초 예상의 2배인 3시간이 걸렸다. 그는 로봇으로 인해 만들어질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이 오랫동안 다듬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생각들을 들려줬다.●미처 몰랐던 카페 일의 애로그는 공동 창업한 인공지능 회사 ‘플런티’ 가 2017년 삼성전자에 매각이 되면서 성공적인 엑시트를 한 경험이 있다. 이후 카페를 차려 유유자적한 삶을 꿈꿨다. 하지만 카페를 차리고 나서야 카페 운영에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적절한 아르바이트 인력을 구하고 붙잡아 두는 것도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 이 문제를 풀고 싶었다. 그는 “조사를 해보니 인구가 줄고 있는 데다 젊은 세대들은 어딘가에 얽매여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 노동력을 대체할 로봇의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마침 로봇 가격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황 대표는 “협동로봇(사람과의 협업용으로 만들어져 주로 사람 팔 형태인 로봇)의 단가는 2012년에는 대당 4만∼5만 달러나 했는데 2017∼18년 계속 하락 중이었다. 범용 제품이 되면서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며 “지금은 대당 1만 달러 정도이고 싼 것은 5000달러도 한다”고 했다. 그는 자회사 카페가 작지만 벌써 이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매장이 일반 카페에 비해 작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서다. 황 대표는 “국내 중형 카페 창업 비용은 평균 2억 원 중반 수준인데 라운지엑스에는 이보다 적게 들어간다. 매장 평균 매출은 작년에 월평균 4050만 원으로 국내 월평균 1640만 원보다 높았다. 커피 스테이션이 모듈화가 되어 있어 폐점 시 원상복구도 용이하다”고 했다. 드라이브스루 로봇 카페 모델도 개발해 3∼4개월 후 선보일 예정이다. 낮에는 사람이 근무를 하다가 밤에는 무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라운지엑스 브랜드로 모두 직영할 예정이다.●인간과 로봇을 이어줄 ‘잘 보이지 않는 기술들’엑스와이지가 운영하는 로봇 카페에는 여느 로봇 카페와 달리 손님과 로봇 사이에 칸막이가 없다. 여기에는 로봇을 이용해 커피 사업만 하지 않겠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칸막이 없이 운영하려면 그만큼 안전해야 한다. 엑스와이지는 협동 로봇을 활용해 이 로봇이 생활 공간에서 인간과 더 친숙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 협동 로봇은 산업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적합한 로봇의 움직임이나 사람들이 로봇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감성 기술’ 개발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커피잔을 집을 수 있는 그리퍼(로봇의 손)를 개발해 정교화하고 있다. 다양한 모양의 커피잔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식음료까지 서비스하려면 적절한 악력으로 안전하게 집을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뜨거운 커피를 옮길 때는 더 천천히 움직이면서 고객에게서 더 멀리 떨어져 움직이도록 하는 등의 안전기술도 개발한다. 최근에는 비전 기술을 접목해 사람이 로봇에게 가까워지면 이를 회피하는 기술까지 제품에 적용했다. 엑스와이지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도 몇몇 매장에서 함께 운영 중이다. KAIST에서 컴퓨터 분야 사용자경험(UX)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황 대표는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옮겨지던 시기에 여러가지 편리한 입력 방식이나 보기 좋은 화면 전환 디자인이 개발되고 특허로도 출원됐다”며 “지금은 로봇이 스마트 로봇으로 옮겨가는 시기로, 로봇이 생활 속에 매끄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 개발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또 하나 중점을 두는 기술은 이른바 ‘감성 기술’이다. 엑스와이지의 로봇팔은 손님이 오면 잽싸게 다가와 인사를 하는 동작을 취하고, 커피를 만들다가 대기를 해야 하는 짧은 시간에는 리듬에 맞춰 아래위로 조금씩 바운싱을 한다. 멈춘 게 아니라 대기 중이라는 신호를 세련되게 보내는 것이다. 에버랜드 같은 곳에서는 매장 바깥을 지나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호객용 춤도 춘다. 황 대표는 매장의 음악에 맞춰 춤까지 출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로봇의 특정 움직임들에도 높은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는 “어느 회사보다 빨리 로봇으로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혔고, 그간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로봇의 어떤 동작, 어떤 형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엑스와이지의 강점”이라고 했다. 엑스와이지는 로봇 카페를 로봇 기술 개발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또 카페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회사의 재무 상태에도 도움이 된다. ●빌딩을 활보하는 로봇 거쳐 사람에게 친숙한 가정용 로봇까지 엑스와이지는 작년 11월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빌딩 층간을 오갈 수 있는 배달 로봇 ‘스토리지’를 공개했다. 커피잔을 담을 수 있는 상자들을 포갠 실용적인 모습을 했다. 그 안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담겼다. 빌딩의 특정 사무실에서 고객이 앱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스토리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배달해 줄 수 있다. 엑스와이지는 이 로봇을 일단 자사 커피 매장이 들어 있는 빌딩에 적용할 예정이다. 배달 로봇이 가세하면 매장의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토리지의 개발로 엑스와이지의 사업 영역은 카페라는 공간을 넘어 빌딩 전체로 확대됐다. 엑스와이지는 가정용 도우미 로봇까지 개발하는 꿈을 꾸고 있다. 로봇 카페에서 그리퍼의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감성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갖추는 이유다. 가정용 도우미 로봇이라면 집 안의 어떤 물건도 집을 수 있어야 하고, 주인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어야 하고, 집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카페 로봇과 배달 로봇의 사업을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엑스와이지는 올해부터 카페 로봇, 아이스크림 로봇 등을 일반에 판매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 올해부터 로봇 카페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시스템의 언어만 바꾸면 되는 정도여서 해외 유명 카페 회사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대표는 “회사의 비전은 ‘로봇이 일하게 하고,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자’”라며 “사람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로봇에 관한 기술과 데이터를 최대로 축적해 이 비전의 실현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한국석유공사(사장 김동섭)가 최근 2년 동안 경영 혁신 및 자구 노력의 성과로 총 1조3890억 원의 차입금을 감축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2년간 감축한 연도별 차입금 규모는 2021년 6793억 원, 2022년 7097억 원(잠정치)으로 역대 연간 감축 규모로는 1,2위다. 석유공사는 과거 정부의 석유 개발 대형화 정책에 따른 해외 사업 인수합병(M&A) 투자 등으로 증가한 차입금으로 재무 건전성 및 안정성 제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2020년 6월 취임한 김동섭 사장은 재무 건전성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경영 개선과 자구 노력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해외 사업장의 성과를 높이고 비핵심 자산의 매각, 한국수출입은행과 협의해 해외 자회사에 본사의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을 통한 투자금 회수(1조34억 원) 등으로 부채를 줄일 자금을 마련했다. 영국 톨마운트 가스전이 작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는데 하루 1만7000배럴의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성공시킴으로써 매출액을 늘릴 수 있었다. 2006년 라이선스 취득 이후 2011∼13년 탐사와 시추를 진행했고, 2019년부터 생산설비를 구축한 사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난제가 많은 북해 해상광구에서 개발 및 생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2019년 6월 생산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외곽 사막에 위치한 육상 광구인 할리바 유전의 생산량도 늘렸다. 아울러 수익성이 떨어지던 카자흐스탄 아다(ADA) 광구를 지난해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운용 비용 절감으로 공사 전체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았다. 공사는 해외 자회사에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으로 자회사의 자본 조달 금리를 낮추는 등 글로벌 자금관리 체계도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기존에 자회사는 자체 신용등급으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담보부 은행 차입을 실행 중이었다. 자회사의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높은 금리 조건, 차입 한도 제한, 본사 투자 회수 제약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됐다. 이에 공사는 수출입은행이 공사에 지원하고 있던 금융지원한도를 해외 자회사 현지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회사가 본사와 비슷한 수준의 금융 혜택을 받게 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여유 자금을 회수해 부채 감축에 활용할 수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잉여 현금 흐름을 차입금 감축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 회수 이행 체계 및 절차를 정립하고 글로벌 현금 흐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차입금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했다.최근 2년간 달성한 외부 차입금 감축 성과는 매년 해외로 지급되는 외화 이자비용 연 6800만 달러(연 6% 가정)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지속적인 차입금 감축 추진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재무위험기관 재정 건전화 정책에도 부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사장이 주재하는 재정건전화위원회를 통해 재정건전화 계획의 추진 경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함과 동시에 장기간의 구조조정 추진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구성원들에게 재무 성과 등 경영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가며 차입금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내부 공감대 형성을 주도했다. 김 사장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금융환경에서 공사 모든 임직원이 경영 혁신과 고강도 자구 노력에 동참해 이룩하게 된 대규모 차입금 감축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공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 및 경영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한국석유공사(사장 김동섭)가 최근 2년 동안 경영 혁신 및 자구 노력의 성과로 총 1조3890억 원의 차입금을 감축했다. 31일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2년간 감축한 연도별 차입금 규모는 2021년 6793억 원, 2022년 7097억 원(잠정치)로 역대 연간 감축 규모로는 각각 1, 2위다. 석유공사는 과거 정부의 석유 개발 대형화 정책에 따른 해외 사업 인수합병(M&A) 투자 등으로 증가한 차입금으로 재무 건전성 및 안정성 제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2020년 6월 취임한 김동섭 사장은 재무 건전성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경영 개선과 자구 노력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해외 사업장의 성과를 높이고 비핵심 자산의 매각, 한국수출입은행과 협의해 해외 자회사에 본사의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을 통한 투자금 회수(1조34억 원) 등으로 부채를 줄일 자금을 마련했다. 영국 톨마운트 가스전이 작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는데 하루 1만7000배럴의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성공시킴으로써 매출액을 늘릴 수 있었다. 2006년 라이선스 취득 이후 2011~13년 탐사와 시추를 진행했고, 2019년부터 생산설비를 구축한 사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난제가 많은 북해 해상광구에서 개발 및 생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2019년 6월 생산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외곽 사막에 위치한 육상 광구인 할리바 유전의 생산량도 늘렸다. 아울러 수익성이 떨어지던 카자흐스탄 아다(ADA) 광구를 지난해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운용 비용 절감으로 공사 전체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았다.구분2018년2019년2020년2021년2022년*차입금121억3000만119억5000만131억2000만125억5000만119억9000만증감―2억―1억8000만+11억7000만―5억7000만―5억6000만 공사는 해외 자회사에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으로 자회사의 자본 조달 금리를 낮추는 등 글로벌 자금관리 체계도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기존에 자회사는 자체 신용등급으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담보부 은행 차입을 실행 중이었다. 자회사의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높은 금리 조건, 차입 한도 제한, 본사 투자 회수 제약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됐다. 이에 공사는 수출입은행이 공사에 지원하고 있던 금융지원한도를 해외 자회사 현지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회사가 본사가 비슷한 수준의 금융 혜택을 받게 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여유 자금을 회수해 부채 감축에 활용할 수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잉여 현금 흐름을 차입금 감축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 회수 이행 체계 및 절차를 정립하고 글로벌 현금 흐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차입금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했다. 최근 2년간 달성한 외부 차입금 감축 성과는 매년 해외로 지급되는 외화 이자비용 연 6800만 달러(연 6% 가정)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지속적인 차입금 감축 추진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재무위험기관 재정 건전화 정책에도 부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사장이 주재하는 재정건전화위원회를 통해 재정건전화 계획의 추진 경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함과 동시에 장기간의 구조조정 추진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구성원들에게 재무 성과 등 경영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가며 차입금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내부 공감대 형성을 주도했다. 김 사장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금융환경에서 공사 모든 임직원이 경영 혁신과 고강도 자구 노력에 동참해 이룩하게 된 대규모 차입금 감축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공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 및 경영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탁월한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람 뱃속의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은 의사들이라고 마냥 쉽게 하는 일은 아니다.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교수(56)는 세계에서 로봇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했고, 로봇 위암 수술의 표준을 만들시다피 한 의사다. 그런 그도 수술을 할 때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위 주변의 혈관들을 잘 구분해 잘라낼 조직으로 연결된 혈관만 잘라야 하는 데, 자칫 간과 같은 다른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잘라낼 위험이 늘 있기 때문이다. 혈관을 잘못 절단하면 로봇 수술은 중단되고, 다른 수술팀이 투입돼 환자의 배를 열어 절단된 혈관을 잇는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는 장기 주변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혈관의 분포나 개별 혈관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의대 교과서에 나오는 장기 주변의 혈관 구조와 분포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일 뿐이다. 형 교수는 “지금까지 수천 건의 위암 수술을 집도했지만 위 주변의 혈관 모양이나 분포가 같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사람들은 가족 중에 누군가 외과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기면 경험이 많으면서도 유능한 의사를 찾는다. 수술을 많이 해 본 의사가 최소한의 절개로, 필요한 부분만 절제해 손상과 출혈을 줄임으로써 수술 결과를 좋게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이런 바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형 교수는 외과의사로서 의사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항상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환자마다 다른 혈관 모양을 미리 명확하게 보여 주고, 필요하면 예행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면 그런 바람들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마침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이 개화를 하고 있었다. 형 교수가 201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휴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완벽한 외과 수술’을 돕는 AI 기반 수술 ‘도구’를 만드는 회사다. 형 대표는 “그간의 연구 개발이 결실을 맺어 올해 다수의 대학병원들이 휴톰의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의사 개인의 경험에 덜 의존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예후가 좋은 수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이제 열리기 시작하는 셈”이라고 했다. “환자마다 다른 환자 뱃속을 정확히 보여주는 ‘내비’ 만든 셈” 휴톰이 만든 수술용 내비게이션(러스·RUS)의 핵심 기능은 개별 환자의 CT(컴퓨터 단층촬영) 영상을 딥러닝을 활용해 자동으로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환자의 장기와 그 주변 혈관 분포를 디지털로 만드는 셈이다. 첫번째로 상용화되는 프로그램은 위암 등에 따른 위 절제술을 위한 용도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전에 환자가 CT를 찍으면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수술할 의사가 환자의 장기 주변 혈관 분포와 모양을 이해하기 쉽도록 화면을 보정을 해 넘겨준다. 수술을 할 의사는 그 화면들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환자 장기 주변의 혈관 분포와 모양 등을 유추한다. RUS 덕분에 의사들은 수술 경험이 적더라도 장기 주변의 동맥과 정맥 정확한 분포, 이례적인 혈관의 분기 지점 등을 3차원 그래픽으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형 대표는 “어두운 밤길을 자동차로 갈 때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몇 m 앞에서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 지 알기 때문에 효율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운행을 할 수 있다”며 “외과 수술에서도 그런 것이 가능능해 지는 것”이라고 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휴톰 본사에서 RUS 를 활용한 수술 장면을 직접 봤다. 연노랑색의 림프절 속에 숨어 있는 혈관을 찾을 때 RUS 화면을 참조하는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에는 주저함이 적어 보였다. 형 대표는 “실제로 수술을 할 때 정확한 혈관의 위치를 모르면 해당 지점까지 초음파 가위 같은 수술기구를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천천히 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RUS는 모든 환자의 직경 1mm 안팎의 혈관을 100% 찾아냈다고 형 대표는 전했다.외국의 위암 환자 수술도 RUS 통해 조언 가능 CT 화면을 3차원으로 만드는 데는 휴톰이 개발한 특허 기술들이 들어 있다. 사람은 CT를 찍는 동안에 숨을 쉬기 때문에 혈관의 위치가 조금씩 변화되어 찍히게 된다. 장기 주변의 동맥과 정맥을 번갈아 찍는 동안에 먼저 촬영된 동맥의 위치가 정맥을 찍을 때는 조금 다른 곳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휴톰은 혈관의 이런 위치 이동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정교하게 정합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술은 환자 복부의 팽창 정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수술을 할 때는 배에 가스를 넣어 복부를 팽창시킨다. 로봇 수술을 위한 카메라와 기구가 장기를 잘 관찰하고 다루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같은 양의 가스를 넣어도 사람마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근육이 많은 젊은 남자는 적게 부풀고, 운동을 잘 하지 않은 중년은 더 많이 부푸는 식이다.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수술 기구를 집어 넣기 위해 절개해야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기 힘들다. 절개한 위치가 나쁘면 수술할 부위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고, 수술 기구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삽입돼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휴톰이 복부 팽창 예측 기술까지 만든 것은 특정 환자의 실제 장기 모양과 주변 혈관 분포를 바탕으로 미리 가상의 수술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형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와 수술 로봇 회사 등이 장기 주변의 혈관을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드는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해부학적 구조만 보여주는 정도”라고 했다. 개별 환자의 장기 주변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내는 휴톰의 기술은 원격지에 있는 환자의 수술을 조언해 줄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실제로 휴톰은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한 위암 환자의 CT 자료를 받아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든 뒤 형 대표가 해당 환자를 가상의 공간에서 수술하는 영상을 찍어 싱가포로 병원으로 보냈다. 형 대표는 “외과의사들이 자신들이 가진 수술 노하우를 멀리 외국까지도 손쉽게 전달할 수 있어 의료 기술의 전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수술의 개념을 바꿀 디지털 이노베이션, 이제부터 시작” 형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에 2005년에 처음 로봇 수술을 도입한 장본인 중 한 명이다. 의학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조교수로 세브란스병원에 부임하던 당시부터 시작된 셈이다. 외과의사로서 지금도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위암 수술을 집도하면서 AI 개발자 등 임직원 83명인 휴톰의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다. 휴톰은 지금까지 약 262억원을 투자 받았다. 딥러닝을 활용한 영상인식기술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페이스북을 앞설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는 “2017년에 창업할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창업 6년째인 올해 첫 상용제품이 나오는 데, 앞으로는 거의 매해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휴톰 개요사업 내용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한 AI 활용 수술 기술 플랫폼주요 제품 및 서비스-로봇 및 복강경 수술용 환자 맞춤형 내비게이션(RUS)-수술 동영상 AI 분석 시스템(SurgGram)-수술 동영상 녹화장치(ViHub)-수술 훈련 장치(RealSurg)주요 기술-CT 영상 속 장기·혈관 자동 분할 분석-CT 영상 속 동맥·정맥 정합 -복부팽창(기복) 예측 모델링투자받은 금액누적 261.5억 원(시드 1.5억, 시리즈A 40억, 시리즈A브릿지 50억, 시리즈B 170억 원)투자 기관IMM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퀀텀벤처스코리아, 나우아이비투자, 데브시스터즈벤처스, LSK인베스트먼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형우진 대표이사, 총 83명(임원 2, 연구개발 41, 사업개발 22, 의학지원 12, 경영지원 6명)설립일/ 소재지 2017년 5월 15일/ 서울시 마포구 휴톰이 생각하는 디지털 이노베이션은 지금부터다. 올해 초 위암 수술용 내비게이션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쯤에는 신장 수술용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는 폐 수술용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로 간과 대장, 직장 수술을 위한 RUS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휴톰은 RUS를 도입한 병원이 수술에 활용할 때 해당 건별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수술 환자의 의학 정보는 비식별정보로 휴톰으로 전송되고, 휴톰이 3차원 그래픽 자료를 만든 뒤에 병원으로 전송해 주면 그 때 병원 내에서 특정 환자의 정보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휴톰은 수술하는 동안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추적해 AI로 분석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수술에도 세부 단계가 있는 각 단계별로 로봇 수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분석해 예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의사들의 외과 수술 훈련 시스템도 만든다. 형 대표는 “휴톰의 연구개발 플랜은 장기적으로는 외과 수술의 자동화로 향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자동차가 단계별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듯이, 외과 수술도 같은 길을 가게 될 텐데 휴톰이 그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사람 배 속의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은 의사들이라고 마냥 쉽게 하는 일은 아니다.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교수(56)는 세계에서 로봇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했고, 로봇 위암 수술의 표준을 만들다시피 한 의사다. 그런 그도 수술을 할 때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위 주변의 혈관들을 잘 구분해 잘라낼 조직으로 연결된 혈관만 잘라야 하는데, 자칫 간과 같은 다른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잘라낼 위험이 늘 있기 때문이다. 혈관을 잘못 절단하면 로봇 수술은 중단되고, 다른 수술팀이 투입돼 환자의 배를 열어 절단된 혈관을 잇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는 장기 주변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혈관의 분포나 개별 혈관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족 중에 누군가 외과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기면 경험이 많으면서도 유능한 의사를 찾는다. 수술을 많이 해 본 의사가 최소한의 절개로, 필요한 부분만 절제해 손상과 출혈을 줄임으로써 수술 결과를 좋게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이런 바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형 교수는 외과 의사로서 의사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항상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환자마다 다른 혈관 모양을 미리 명확하게 보여 주고, 필요하면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주면 그런 바람들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마침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이 개화하고 있었다. 형 교수가 201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휴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완벽한 외과 수술’을 돕는 AI 기반 수술 ‘도구’를 만드는 회사다. ●“환자마다 다른 배 속을 정확히 보여주는 ‘내비’ 만든 셈”휴톰이 만든 수술용 내비게이션(RUS·러스)의 핵심 기능은 개별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딥러닝을 활용해 자동으로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환자의 장기와 그 주변 혈관 분포를 디지털로 만드는 셈이다. 첫 번째로 상용화되는 프로그램은 위암 등에 따른 위 절제술을 위한 용도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전에 환자가 CT를 찍으면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수술할 의사가 환자의 장기 주변 혈관 분포와 모양을 이해하기 쉽도록 화면을 보정해 넘겨준다. 수술을 할 의사는 그 화면들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환자 장기 주변의 혈관 분포와 모양 등을 유추한다. RUS 덕분에 의사들은 수술 경험이 적더라도 장기 주변 동맥과 정맥의 정확한 분포, 이례적인 혈관의 분기 지점 등을 3차원 그래픽으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형 대표는 “어두운 밤길을 자동차로 갈 때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몇 m 앞에서 방향 전환을 해야 할지 알기 때문에 효율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운행을 할 수 있다”며 “외과 수술에서도 그런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휴톰 본사에서 RUS를 활용한 수술 장면을 직접 봤다. 연노란색의 림프샘 속에 숨어 있는 혈관을 찾을 때 RUS 화면을 참조하는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에는 주저함이 적어 보였다. 형 대표는 “실제로 수술을 할 때 정확한 혈관의 위치를 모르면 해당 지점까지 초음파 가위 같은 수술 기구를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천천히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RUS는 모든 환자의 직경 1mm 안팎의 혈관을 100% 찾아냈다고 형 대표는 전했다.●외국 위암 환자 수술도 RUS 통해 조언 가능CT 화면을 3차원으로 만드는 데는 휴톰이 개발한 특허 기술들이 들어 있다. 사람은 CT를 찍는 동안에 숨을 쉬기 때문에 혈관의 위치가 조금씩 변화돼 찍히게 된다. 장기 주변의 동맥과 정맥을 번갈아 찍는 동안에 먼저 촬영된 동맥의 위치가 정맥을 찍을 때는 조금 다른 곳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휴톰은 혈관의 이런 위치 이동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정교하게 정합시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술은 환자 복부의 팽창 정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수술을 할 때는 배에 가스를 넣어 복부를 팽창시킨다. 로봇 수술을 위한 카메라로 장기를 잘 관찰하고 기구들을 다루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같은 양의 가스를 넣어도 사람마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근육이 많은 젊은 남자는 적게 부풀고, 운동을 잘 하지 않은 중년은 더 많이 부푸는 식이다.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수술 기구를 집어넣기 위해 절개해야 하는 최적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 절개한 위치가 나쁘면 수술할 부위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고, 수술 기구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삽입돼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휴톰이 복부 팽창 예측 기술까지 만든 것은 특정 환자의 실제 장기 모양과 주변 혈관 분포를 바탕으로 미리 가상의 수술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형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와 수술 로봇 회사 등이 장기 주변의 혈관을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드는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해부학적 구조만 보여주는 정도”라고 했다. 개별 환자의 장기 주변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내는 휴톰의 기술은 원격지에 있는 환자의 수술을 조언해 줄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실제로 휴톰은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한 위암 환자의 CT 자료를 받아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든 뒤 형 대표가 해당 환자를 가상의 공간에서 수술하는 영상을 찍어 싱가포르 병원으로 보냈다. 형 대표는 “외과 의사들이 자신이 가진 수술 노하우를 멀리 외국까지도 손쉽게 전달할 수 있어 의료 기술의 전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수술의 개념을 바꿀 디지털 이노베이션, 이제부터 시작”형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에 2005년 처음 로봇 수술을 도입한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의학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조교수로 세브란스병원에 부임하던 당시부터 시작된 셈이다. 외과 의사로서 지금도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위암 수술을 집도하면서 AI 개발자 등 임직원 83명인 휴톰의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다. 휴톰은 지금까지 약 262억 원을 투자받았다. 딥러닝을 활용한 영상 인식 기술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페이스북을 앞설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는 “2017년에 창업할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창업 7년째인 올해 첫 상용 제품이 나오는데, 앞으로는 거의 매해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휴톰이 생각하는 디지털 이노베이션은 지금부터다. 올해 초 위암 수술용 내비게이션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쯤에는 신장 수술용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는 폐 수술용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로 간과 대장, 직장 수술을 위한 RUS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휴톰은 RUS를 도입한 병원이 수술에 활용할 때 해당 건별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수술 환자의 의학 정보는 비식별 정보로 휴톰으로 전송되고, 휴톰이 3차원 그래픽 자료를 만든 뒤에 병원으로 전송해 주면 그때 병원 내에서 특정 환자의 정보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휴톰은 수술하는 동안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추적해 AI로 분석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수술에도 세부 단계가 있는데 단계별로 로봇 수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분석해 예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의사들의 외과 수술 훈련 시스템도 만든다. 형 대표는 “휴톰의 연구개발 플랜은 장기적으로는 외과 수술의 자동화로 향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자동차가 단계별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듯이, 외과 수술도 같은 길을 가게 될 텐데 휴톰이 그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캐나다의 주요 도시들은 동부에 대부분 몰려 있다. 북미 5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를 남쪽으로 두고 토론토, 몬트리올, 퀘벡 같은 도시가 같은 물길로 연결돼 있다. 토론토 인근의 나이아가라 폭포 겨울 모습까지 감상한다면 캐나다 동부의 겨울은 다 느낄 수 있지 싶다. 8박 10일의 일정은 웅장한 자연과 세련된 현대 도시와 고풍스러운 중세 시가지, 달콤한 와인과 독특한 현지 음식, 세인트로렌스강을 바라보며 피로를 푸는 스파 등으로 채워졌다.》 ○ 나이아가라 폭포, 그 쉼 없는 위대한 ‘흐름’비행기로 토론토에 내린 뒤 바로 자동차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나이아가라폴스시(市)로 향했다. 자동차로는 1시간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폭포는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에서 출발한 물이 온타리오호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구아수 폭포, 빅토리아 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인데, 이 중 유일하게 겨울 풍경을 가진 폭포다. 여름에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내려다볼 수 있는 호텔방을 잡기가 어렵지만, 겨울에는 전망 좋은 방에 여유가 있다. 엠버시 스위트 바이 힐턴 호텔의 고층에서 짐을 풀자마자 내려다본 나이아가라 폭포는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커피 한 잔을 내린 뒤 침대에 걸터앉으니 세상의 잡념을 씻기에 이만 한 장소가 있을까 싶다. 1분 1초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웅장한 소리는 인간의 존재는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고 느껴지게 만든다. 폭포 가까이로 가면 나무와 풀에는 온통 투명한 ‘얼음 옷’이 입혀져 있다. 겨울 나이아가라의 독특한 풍경이다. 다만 바닥에 잘 보이지 않는 투명한 얼음이 얇게 얼어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나이아가라폭포 일대는 거대한 위락지구다. 나이아가라 공원 발전소를 비롯해 2000여 마리의 나비가 있는 나비온실, 대관람차 등이 있는 놀이공원 등이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몰려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처음 관광지로 개방된 발전소 지하의 670m에 달하는 터널형 물길은 1901년 당시 등불과 곡괭이, 삽,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굴착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크다. 인근은 캐나다의 유명한 아이스와인 산지다. 이니스킬린 와이너리 등 많은 와이너리가 음식과 함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토론토, 전통시장과 문화예술지구의 ‘맛’웅장한 폭포와 넓은 와이너리 지대를 지나 차를 달리면 머지않아 캐나다의 최대 경제도시인 토론토와 마주하게 된다. CN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같이 광활해 보이는 온타리오 호수 덕분에 가슴이 탁 트인다. 페리로 15분 거리의 토론토섬, 토론토의 중심 역할을 하는 유니언역 등을 내려다볼 수 있다. 유니언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는 세인트로렌스마켓은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토론토 사람들이 즐기는 ‘피밀(peameal) 베이컨 샌드위치’, 피시앤드칩스 등을 즐길 수 있다. 시장 1층 끝 쪽에 있는 가게 ‘버스터스 시 코브(Buster‘s sea cove)’가 맛집이다. 랍스터가 듬뿍 들어간 ‘이스터코스트 랍스터 롤’을 추천한다. 1층 입구 쪽에 있는 과일가게 한 곳에서는 각종 베리류를 씻어서 판매한다. 여행 중에 들고 다니면서 먹기에 좋다. 세인트로렌스마켓에서 미식 투어를 진행하는 스타트업 ‘컬리너리 어드벤처’의 관계자는 “염소 치즈와 커피 치즈 등 다양한 치즈, 여러 방식으로 훈제한 연어, 그리고 토론토에서 시작해 유명세를 얻고 있는 발자크 커피 등을 맛보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세인트로렌스마켓에서 20분 정도 동쪽으로 걸어가면 디스틸러리 히스토릭 디스트릭트가 나온다. 양조공장으로 쓰이던 건물들을 재활용해 갤러리와 토론토의 유명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성당의 화려한 장식이 빛나는 몬트리올온타리오주의 토론토에서 퀘벡주의 몬트리올까지는 캐나다 장거리 국영철도 회사인 비아(VIA)레일의 비즈니스석 기차를 이용했다. 비즈니스석 승객은 커피와 주스, 스낵 등이 갖춰진 역사 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열차 탑승 때는 긴 줄을 서지 않고 탑승대로 들어갈 수 있다. 5시간 동안 열차 1칸에 1명의 승무원이 승객을 챙겼다. 기차가 빠르지는 않고, 가다가 중간중간 다른 열차를 비키느라 섰다가 가기도 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창 밖의 설경을 즐기고 있으면 비행기에서와 같이 음료와 스낵은 물론이고 식사까지 나온다. 몬트리올에서 단연 눈에 띄는 매력적인 장소는 바실리카 노트르담 성당이다. 성당 내부의 정교한 나무 장식과 인물 조각상, 스테인드글라스가 매우 화려하다. 더 볼만한 것은 이런 화려한 장식을 배경으로 저녁 7시경에 시작해 40여 분 동안 진행되는 ‘아우라(AURA)’ 공연이다. 성당 내부의 천장까지 모든 공간을 활용하고 파이프오르간까지 동원돼 공연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빛과 음악의 협연이었다. 몬트리올미술관에서는 팝아트 계열의 천재적인 자유구상화가인 장미셸 바스키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상설 전시관에서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사이렌’ 등을 비롯해 중세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풍스러운 호텔과 스파를 즐길 수 있는 퀘벡 몬트리올에서 퀘벡까지는 비아레일로 3시간 30분 걸렸다.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퀘벡 구 시가지는 걸어서 돌아다닐 만한 규모다. 토론토와 몬트리올의 세련된 분위기와 대비되는 중세 도시 같은 분위기다. 세인트로렌스 강가에 있는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은 호텔 자체가 유명한 관광지다. 1893년부터 1924년까지 31년 동안 지어졌고, 금빛으로 꾸며진 화려한 로비와 600개가 넘는 고급스러운 유럽풍 객실을 갖췄다. 2016년 말에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김신(공유 분)이 소유했던 그 호텔이다. 프티 샹플랭 거리에 있는 드라마 속 ‘빨간 문’ 앞에서는 세계 각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는 물론이고 크리스마스용품 전문점, 저마다 특색을 자랑하는 레스토랑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2월 3∼12일 퀘벡에서는 1894년부터 이어져 온 겨울축제가 열리고, 1∼3월에는 아이스호텔이 문을 연다. 택시로 5분 정도 가면 세인트로렌스강을 바라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스트롬 스파’라는 곳이 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찬 공기를 쐬며 여독을 풀기에 좋다. 이번 여행은 자유여행 방식이었다. 캐나다 여행 프로그램을 짜 본 경험이 많은 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신수경 실장은 “캐나다 동부 겨울 여행은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면서도 한적한 여유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여행 팁 도심에도 눈이 쌓인 곳이 많다. 방수가 되면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을 가진 부츠형 신발을 준비해 가면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 물가가 한국에 비해 비싸다. 1캐나다달러를 980원 정도에 사서 갔다. 현지에 표시된 가격은 대부분 세금 13%와 팁 15∼20%가 빠져 있는 가격이니 계산할 때 유의해야 한다. 한국도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귀국해서 보니 한국의 물가가 싸게 여겨졌다. 팁을 주는 문화가 아닌 한국인으로서 쇼핑몰의 테이크아웃 매장에서도 팁을 요구하는 문화가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것도 서비스를 받기도 전에 선결제를 하는 단계에서 카드 단말기에 팁 15%, 18%, 20% 등을 선택하는 단추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항공사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에어캐나다의 지연 출발 등으로 당초 13∼22일 일정이었는데, 24일 오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수하물 가방은 일주일 뒤 못 쓸 정도로 부서져 왔다. 갈 때도 평소의 2배인 24시간이나 소요됐다. 날씨가 나쁜 상황도 아니었다. 글·사진 토론토·몬트리올·퀘벡=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마시는 물에 대한 불안감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더 나은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정수기와 생수 산업이 만들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수돗물과 정수기물, 생수 모두 가끔씩 터지는 물 오염 관련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시는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내가 원하는 때에 측정할 수 있다면 그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을까. 정수기의 경우 필터를 통과하는 물의 양 등에 따라 필터의 적절한 교체 시기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교체하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안내될 뿐이다. 정수기에 수질검사센서를 넣어 정수 전후의 탁도(혼탁한 정도로 수질검사의 기본 항목)를 비교·표시해 주면 해결될 문제인데, 지금까지는 그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밀 측정이 가능한 탁도계의 가격이 수십만∼수백만 원에 달해서다. 스타트업 ‘더웨이브톡’은 액체 속에 섞인 이물질이나 세균의 양을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분석·예측하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정밀 수질측정 센서를 주문형반도체(ASIC)로 만들어 가로 4cm, 세로 3cm, 높이 6.5cm 크기로 소형화하면서 센서의 가격을 수만 원대로 낮추는 데 성공해 물 산업과 진단의료기기 산업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정수기 거친 물이 항상 더 깨끗하진 않아”필터를 적절한 때에 교체하지 않으면 정수기에서 나온 물의 탁도가 정수기로 들어가기 전 상태인 수돗물보다 더 탁해지기도 한다.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이사(55)는 2일 “자체 조사 결과 국내의 정수기 10대 중 1대는 정수기에서 나온 물의 탁도가 정수 전보다 더 높다”고 했다. 2021년 초와 2022년 초, 두 번에 걸쳐서 전국 약 300곳의 정수기를 조사한 결과다. 탁도는 이물질의 총량인데 세균이 많으면 탁도도 높아진다. 김 대표는 “사용 기간이 길수록 정수기 내부에 쌓이는 물이끼와 같은 이물질이 늘어나고 필터 교체도 적절하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다”며 “특히 정수기의 필터는 수돗물에 있는 염소를 걸러내기 때문에 세균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했다. 물론 정수 후에 나온 물이 더 탁하다고 해서 마시기에 부적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 먹는 물 수질 기준의 탁도는 0.5NTU(탁도 단위·높을수록 탁함) 이하다. 김 대표는 “통상 수돗물이 0.03∼0.04NTU 정도 나오는데, 정수 후에 0.06∼0.07NTU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더 나은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를 사용하는데 오히려 탁도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면 소비자도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옳다”고 했다. 더웨이브톡은 자사 센서를 활용해 만든 휴대용 수질 측정기 ‘와톡’을 지난해 국내에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미국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머그컵처럼 생긴 장비에 측정 대상이 되는 물을 담기만 하면 되는 측정기다. 김 대표는 “물속 이물질의 양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범용장비가 없었는데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과 월마트에 입점은 마친 상태고, 마케팅 계획을 짜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의 경우 상수도관 관로가 국내보다 훨씬 더 노후한 곳이 많아 수질에 더 민감하다”고 미국 시장 진출 배경을 밝혔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는 2014∼15년 수돗물에서 기준치의 1000배가 넘는 납이 나와 어린이 3000명이 납 중독 판정을 받았고, 10여만 명은 납중독이 의심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휴대용 수질 측정기는 약 99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자사 센서가 들어간 정수기를 대기업 제품을 통해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수질측정센서가 부착된 정수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김 대표는 “정수기를 만드는 국내 대기업 2곳과 프랑스 상수도 관리 기업이 우리 센서의 품질을 테스트했는데, 600만 원대 외산 장비와 99.9% 성능이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레이저 신호 분석·예측하는 기술이 핵심더웨이브톡이 물속 이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기술은 공동창업자인 KAIST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의 연구 결과물에서 시작됐다. 레이저를 외벽에서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용액을 수없이 통과하도록 만들면 용액 속의 작은 입자들의 존재도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다. 미세먼지가 크기는 작지만 광투과 경로가 길면, 눈에 뿌옇게 보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여러 번 반사된 레이저는 산란이 되면서 잡음이 섞인 신호를 내게 되는데,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물질의 양을 계산해 낸다. 더웨이브톡은 이 기술을 활용해 특정 용액에 존재하는 세균을 검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세균을 검출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을 올해 안에 완성할 계획”이라며 “여러 가지 의료진단기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제품은 완성했고, 여러 병원과 협업 중이다.○리튬이차전지 회사에 이은 2번째 창업한양대 화학공학과 87학번인 김 대표는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레이저로 물질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경 리튬이차전지를 만드는 ‘루트제이드’를 창업해 14년가량 운영하다 2014년 회사를 약 1000억 원 가치로 인정받고 자신의 지분을 팔았다. 루트제이드를 운영할 때는 48억 원까지 빚을 지고, 거주하던 아파트까지 처분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엑시트(EXIT)한 경험이 있다. 이후 1년 반가량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투자에 전념하다 KAIST 박 교수와 인연이 닿았다. 2016년 KAIST 박 교수와 더웨이브톡을 설립한 뒤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전력했다. 창업 후 지금까지, 레이저 산란을 분석·예측하는 알고리즘이 담긴 전용 반도체칩까지 만들어 수질검사 정밀센서를 소형화했다. 김 대표는 “첫 창업을 엑시트한 후 투자업을 하다가 수질검사센서를 혁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6년여에 걸쳐 센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관련 기술을 주문형반도체에 담게 돼 이제 정밀 탁도계를 여러 상품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샤워기, 해수담수화플랜트 등으로 확대 적용더웨이브톡은 값싸고 부피가 작은 센서를 개발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기존 외국산 제품을 대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질검사센서를 부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올해 출시를 목표로 자사 센서를 넣은 휴대용 간편 정수기(주전자형 정수기)와 샤워기 헤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휴대용 간편 정수기는 1, 2인 가구 등에서 물통에 간편한 정수 필터를 넣어 사용하는 제품인데, 필터의 적절한 교체 주기를 알기 힘들었는데, 여기에 더웨이브톡의 센서를 넣어 교체 주기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녹물이 걱정되는 가정에서는 샤워기 헤드에도 필터를 넣어 사용하는데,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자사 센서를 넣어 소비자들이 적절한 필터 교체 시기를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웨이브톡은 자사의 센서가 정밀하면서도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부각해 산업용 시장도 개척 중이다. 프랑스 상수도 회사인 ‘수에즈’가 자사 제품을 정수장 등에 설치하기 위해 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혔다. 해수담수화플랜트 설비에도 자사 센서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수담수화 설비에는 길이가 2m나 되는 거대한 필터가 수만 개씩 사용되는데 자사 센서를 부착하면 이 필터들의 교체 주기를 개별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사 제품을 통해 수질 빅데이터를 수집, 지역별 계절별 가구별 수질 데이터 맵을 만드는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올해 미국 스타트업과 협업해 미국에서 취수원인 강부터 가정 수도꼭지까지의 수질 데이터를 모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물에 함유된 이물질과 세균을 경제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센서로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세계 화물의 90%가량이 해상으로 운송되지만 해상 구간의 화물 이동 정보는 이제야 ‘깜깜이’ 상태를 벗어나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화물선은 10여 곳의 항구를 들르고, 운항 기간은 40일가량이나 된다. 출발할 때 선사가 유럽에 있는 항구 도착 예정 시간을 알리기는 하지만 길게는 일주일이나 틀리곤 한다. 항로상의 기상 조건, 항구에 도착해서 대기하는 시간 등 변수가 많아서다.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육지와 비교하면 해상 구간은 정보가 비어 있는 구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화물을 유럽으로 보내는 물류 회사들은 해운 선사가 제공하는 수일 간격의 업데이트 정보로 정확한 도착 시간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면 배를 빌리는 기간과 항구에 도착했을 때 연계 운항할 화물기차나 화물트럭 대여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씨벤티지(대표이사 송형진)는 선박이 의무적으로 송출토록 돼 있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신호를 활용해 전 세계 대양에 떠 있는 약 30만 척의 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목적지 도착 예상 정보까지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단순히 선박의 현재 위치를 표출해주는 회사는 종종 있어 왔지만 목적지 도착 시간 정보까지 예측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인류는 최근에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해양 화물추적 내비게이션을 가지게 된 셈이다.○저궤도 위성이 만드는 새 데이터에 주목홍콩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송형진 대표이사(64)는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와 2000년경부터 코리아오브컴을 운영해 오고 있다. 씨벤티지는 60세에 추가로 창업한 기업이다. 본사인 미국 오브컴은 저궤도(LEO) 위성을 활용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 방지를 위해 해양에 떠 있는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 정부는 이전까지는 수집할 수 없었던 대양에 떠 있는 선박의 AIS 신호를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모으기로 하고 오브컴과 손을 잡았다. AIS 신호는 각 배들이 주변으로 무조건 송출토록 돼 있는데, 기상 악화 등으로 주변이 보이지 않을 때 다른 배들의 위치와 속도 등을 서로 인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오브컴은 2004년부터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선박 위치 데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해 시험 검증 등을 거쳐 2014년부터는 상업적인 판매에도 나섰다. 송 대표는 새로 나오기 시작한 대양에 떠 있는 선박의 위치 정보에 주목했다. 추가 창업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송 대표는 “펀드매너저로 활동하던 당시 인맥을 활용해 유럽과 미국 현황을 파악해 봐도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활용해 사업을 시작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국내 대형 물류회사와 접촉해 보니 수요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씨벤티지는 오브컴을 포함해 저궤도 위성 데이터 2개를 구입해,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가시화한 지리정보시스템을 만들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박의 도착 시간까지 예측하고 있다. 송 대표는 문과 출신으로 코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지리정보시스템을 만들려고 외주를 맡겼던 곳의 전문가인 박동일 씨를 영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앉혔고, 해운사 HMM 출신인 정영배 씨를 영입해 최고연구책임자(CRO)로 두고 있다. 현재 기술자 16명을 포함해 20명이 일하고 있다. 송 대표는 자신이 일하던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본 뒤 필요한 기술과 사람을 찾는 방식으로 추가 창업을 했다.○배의 종류-기상조건까지 예측에 활용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송 대표는 자사의 선박 시각화 웹 화면을 보여주며 자사 서비스를 설명했다. 송 대표는 5년 가까이를 소프트웨어 개발과 선박 도착 예측 AI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12년간의 AIS 정보 등을 학습시켜 작년 말부터 상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삼성SDS,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물류기업과 포스코, 한솔, 현대건설 등 대기업, KOTRA와 해양경찰청 같은 기관 등 국내외 45곳이 씨벤티지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씨벤티지는 연 단위로 추적할 수 있는 화물 개수에 따라 사용료를 받는데 연간으로 수백만 원을 내는 기업부터 수억 원을 내는 곳이 있다. 수백∼수천 개의 화물이나 선박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씨벤티지는 전 세계 대양에 떠 있는 평균 30만 척의 배는 물론이고 4000여 개의 항구까지 커버한다. 김지구 씨벤티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존에 선사들이 제공하는 도착 예정 시간보다 정확도를 평균 75% 이상 높였다”며 “기존 정보로는 76시간 정도의 넓은 범위로 도착 시간이 정해졌다면 우리는 12시간 범위로 도착 시간을 특정할 수 있다”고 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씨벤티지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크선 등 배의 종류와 몇 t급인지에 따른 규모별로 그 배들이 다닐 수 있는 항로를 35종류로 세분해 도착 시간 예측에 활용한다. 육지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있는 내비게이션 앱에 자동차와 자전거, 도보용 길이 다르듯이 선박의 종류와 규모별로 길을 구분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다른 기업이나 기존 선사들은 단순한 1개 항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항로의 기후 조건에 따른 이용 가능 선박, 특정 구간의 일반적인 운항 속도 등도 세세하게 반영해 도착 시간을 예측한다. 기상 조건도 주요 변수다. 위도 경도로 각각 0.5도 간격으로 풍향 풍속 파고 기온 등의 기상 자료를 입력해 선박의 운항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AI가 학습해 예측 시간을 산출한다. 송 대표는 “해상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의 60∼70%가 연료비다. 기상 조건과 항로에 따라 연료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이를 미리 가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씨벤티지의 서비스는 선박 임차 기간을 줄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도 큰 효과를 낸다. 씨벤티지에 따르면 포스코의 경우 철광석 수입을 위해 호주 포트헤들랜드시의 항구로 배를 보내는데, 그곳에는 항상 많은 배가 대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가로 내는 추가 임차비용(체선료)이 한 해에 2000억 원이나 된다. 송 대표는 “포스코는 우리 기술을 활용해 체선료를 30% 정도 감축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바다 육지 가리지 않는 공급망 가시화 솔루션 기업 될 것”씨벤티지는 사업 특성상 태생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뒀다. 아직 본격적인 해외 마케팅은 하지 않고, 예측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씨벤티지가 예측하는 항구 도착 시간은 배가 항구에 정박하는 때까지인데, 여기에 더해 대기하는 배들의 수 등을 고려해 배가 항구에 접안하는 시간, 화물을 내린 뒤 화물차가 항구 출입문을 나서는 시간까지도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은 지금 현재 해외 고객사는 2곳 정도인데,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보고서 밸류에이터스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공급망 분석 시장은 2027년이면 2020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부터 매년 연평균 17.9%의 성장이 예상된다.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공급망 시각화 솔루션을 도입한 대기업은 작년 기준으로 2%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씨벤티지에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송 대표는 “현재 육지 물류는 빈틈없이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지만 바다와 항구에는 ‘그림자 지역’이 많다”며 “그림자 지역을 없애 글로벌 물류의 처음과 끝을 모두 실시간으로 분석 및 예측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창성그룹 산하 재단법인 창성장학회는 국내 글로벌 경영전문가 양성을 위해 배동현 창성장학회 이사장(창성그룹 부회장)이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 장학기금 2억원을 기부했다고 20일 밝혔다.이번 장학기금은 서울대 MBA과정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서울대 측은 이 기금을 장학금과 해외연수, 연구문화 선진화, 비전활동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장학회 측은 밝혔다.창성장학회 측은 “한순간의 긴장도 허락하지 않는 총성 없는 전쟁터인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국가 경쟁력은 기업이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이번 기부를 통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신으로 기업과 국가 발전을 주도할 글로벌 인재 육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장학회는 이번 기부가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고 따뜻한 사회를 실현할 가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뇌중풍(뇌졸중)으로 병원을 가게 되면 막히거나 터진 뇌혈관에 대한 응급 치료가 시행된다. 이후 중요한 과정은 재활훈련이다. 재활의학계에 따르면 환자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재활훈련은 3일 정도 지난 후 가급적 이르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후 6개월까지 뇌 기능의 회복과 재활훈련 효과가 맞물려 다친 뇌 부위를 대신할 다른 뇌 부위가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뇌의 가소성’을 활용해 환자가 최대한 다치기 이전 상태에 가까운 운동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휴카시스템(대표이사 김형식)은 로봇 기술을 활용해 보행 재활 훈련이 필요한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019년 설립됐다. 보행 재활 로봇은 뇌중풍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을 앓거나 치매증상, 발달장애 등을 가진 이들에게 필요하다. 기존 보행 재활 로봇은 사람이 바르게 걷는 자세를 익힐 수 있도록 발판과 관절지지 부위를 갖추고 있는데, 모터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구동토록 돼 있다. 환자가 아무런 힘을 주지 않아도 구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휴카시스템은 오히려 수동을 기본으로 하는 로봇을 구상해 자동과 보행보조, 수동기능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방식으로 보행 재활 로봇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의 “오랜만에 땀 흘렸다”는 말이 창업 계기창업자인 김형식 대표이사(47)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산업디자인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유니버설디자인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 전인 2013년 국립재활연구원의 재활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이 휴카시스템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재활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휴카시스템 보행 재활 로봇의 전신인 보행기기를 만들어 환자의 재활치료에 적용한 경험이 있다. 기존의 보행 재활 로봇의 단점을 개선하는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김 대표는 “유럽산 보행 재활 로봇은 단가가 몇억 원대에 달해 보급이 잘 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환자나 장애인들이 접할 기회도 적었다. 그리고 모든 관절마다 모터가 달려 모든 동작을 자동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물리치료사들이 환자들을 운동에 집중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 대표는 오히려 수동을 기본으로 한 재활보행을 창안해냄으로써 재활 로봇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수동을 기본으로 설계함에 따라 기존 제품과 달리 환자의 능력에 따라 자동부터 보행보조, 수동보행 등으로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개발원가도 낮춰 당시 외국산 제품의 30% 수준으로 보행 재활 로봇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당시 제품을 사용해본 환자가 ‘다리가 불편해진 지 수년 만에 처음 땀 흘리는 운동으로 기분이 좋아져 너무 기쁘다’고 말해 보행 재활 로봇을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2016∼2019년 서울과기대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여러 연구 프로젝트 등을 통해 보행 재활 로봇을 업그레이드했고, 2019년 2월 휴카시스템을 창업했다.○“유산소 운동을 더해 치료 효과 높일 것”휴카시스템의 대표적인 보행 재활 로봇은 크게 3종류다. 팔과 다리의 복합 재활 훈련을 돕는 로봇(GTR 시리즈)은 개발을 마치고 판매 중이다. 전기 자극으로 재활 훈련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로봇(HUCA-Go·휴카고)은 내년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휴카고의 경우 의료보험 수가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해 환자들이 더 적은 부담으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휴카고는 대당 3억∼4억 원씩 하는 외산 장비와 비교했을 때 그 절반 이하의 가격이 될 것 같다”며 “기기를 도입할 병원의 부담도 작아질 것”이라고 했다. 운동 기구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로봇(GTR-T)도 개발 중인데, 재활운동센터나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로봇이다. 휴카시스템의 모든 제품은 기본적으로 유산소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땀을 흘리는 유산소 운동이 충분히 동반된 보행 재활 훈련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뇌중풍과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에게 유산소성 운동 프로그램을 적용했더니 심장과 호흡, 체력이 좋아졌다는 연구와 보행이나 운동 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 등이 있다. 김 대표는 “자체 시험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고, 팔과 다리의 재활 훈련을 모두 돕는 로봇 2대가 국내 대형병원 2곳에 도입돼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보행 재활 로봇 시장 “내년이면 2조 원대”5일 세종시 산학연클러스터지원센터에 있는 휴카시스템을 찾아 보행 재활 로봇을 체험했다. 자동과 주행보조, 수동보행 모드 등으로 선택해 훈련을 하면서 모니터 화면이나 가상현실(VR) 기기로 숲속 길을 보며 달릴 수 있었다. 더 빨리 걸어보자고 마음을 먹고 조금씩 다리에 힘을 주니 로봇의 구동 속도에 맞춰 조금씩 빨라졌다. 휴카시스템에 따르면 보행 재활 대상자가 될 수 있는 뇌중풍이나 심혈관계 질환,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와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6억6000만 명이나 된다. 뇌중풍으로만 매년 약 500만 명이 장애를 겪는다. 이에 따라 보행 재활 로봇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보행 재활 로봇 시장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9.3%씩 시장이 커져 2023년 말이면 18억 달러(약 2조3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카시스템은 재활 로봇에 장착한 모니터와 증강현실(AR) 기기를 통해 앞으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예컨대 집중적인 치료와 기본적인 재활훈련을 받고 퇴원할 환자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시장까지 갈 수 있는지 등을 영상 기기를 통해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자신이 가보고 싶은 유명 여행지를 선택해 걸어서 여행하는 게 가능한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영상 기기를 활용해 여러 가지 인지능력 향상 게임을 하면서 재활훈련을 하는 방식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면 재활 운동 플랫폼까지 개발휴카시스템은 장기적으로는 비대면 재활운동 플랫폼까지 구축할 계획을 갖고 ‘휴카버스’라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운동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GTR-T 로봇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가정에 보급한 뒤 의료기관과 협업해 원격으로 환자의 자세 및 운동 상태 등을 모니터링하고 지도하는 방식이다. 심박수 측정 센서와 보행 동작 측정 센서 등을 낙상방지 하니스와 함께 공급하고 환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교신한다. 비교적 가벼운 재활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이다. 휴카시스템은 2025년 중반까지 GTR 시리즈 및 휴카고를 중심으로 한 의료 기기 분야, GTR-T를 중심으로 한 재활 운동 기기 분야, ‘휴카버스’를 중심으로 한 비대면 재활 운동 플랫폼을 완벽하게 만든 뒤 세계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로봇이라고 하면 딱딱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휴카시스템은 로봇 기술을 사람을 돌보는 분야에 집중해 ‘따뜻한’ 로봇과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로 남고 싶다”고 했다.세종=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한복 입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현대 풍속화’로 유명한 한국화가 김현정이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의회에서 6일 ‘김치의 날(11월 22일)’ 제정을 기원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이날 연방의회 토마스 재퍼슨 기념관에서는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관장김민선)이 연방의회에 계류 중인 ‘김치의 날 결의안’(H. Res. 1245) 통과를 기원하며 마련한 ‘김치의 날’ 행사가 열렸는데, 이 행사에 초대돼 전시회를 가진 것. 이날 행사는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주관으로 미동부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 미주지역본부와 함께 개최했다. 행사에는 결의안을 발의한 캐롤린 멀로니(뉴욕·민주)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해 그레고리 믹스 하원외교위원장과 그레이스 멩, 톰 수와지, 앤디 김, 영김, 미셸 박 스틸, 메릴린 스트릭랜드 연방하원의원 등 이미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을 포함해 많은의원들이 참석하였다. 화가 김현정은 한복을 입고 김장을 담그는 여인을 한국화로 표현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김 작가는 김치의날 결의안 통과를 위해 이 작품을 특별히 그렸다. 행사장에서는 작품을 담은 소품과 기념품 등을 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하며 김치의 날 제정을 기원했다. 김 작가는 “연방의회 차원에서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김치를 기념하는 날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과 미국내 한인사회의 성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며 “오늘 행사가 결의안 통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치의 날’ 제정 추진은 멀로니 의원이 올해 7월에 매년 11월 2일을 김치의날로 기념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연방하원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 뉴욕이 주 차원에서 김치의 날을 기념일로 선포한 것을 뛰어넘어 연방차원에서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화가 김현정은 한복을 입은 주인공을 통해 21세기 한국의 풍속을 참신하게 표현해 주목받는 한국화가다. 한복을 입은 여성이 백화점을 쇼핑을 하고, 포켓볼을 즐기는 등의 모습으로 현대인의 관심사를 트렌디하고 개성있게 표현해 해외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초청된 바 있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독일문화원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2017년 4월에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30인’에 선정됐다. 한국화를 대중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상품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대중 강연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한국화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서울특별시 홍보대사와 희망브리지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경기가 어려우면 진짜 실력자가 드러나는 법이다. 큰돈이 오가는 부동산 개발에서 사업성 검토는 그 실력을 가늠하는 첫 관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정확한 사업성 검토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려는 시행사들은 사업지를 확보하기 전에 미리 해당 토지에 아파트를 지었을 때 얼마나 수익이 날지를 계산해 본다. 통상 건축사가 동 배치나 일반적인 소형, 중·대형 평형 비율을 적용해 2, 3가지 선택지를 시행사에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아파트 단지 개발의 사업성 검토를 아파트 배치 방향, 동 간 간격, 평형 비율, 인기 좋은 아파트 구조 등에 따라 손쉽게 할 수 있다면 사업 기회를 발견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제너레잇’은 부동산 개발 사업의 수익성 검토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으로 추산해 사람이 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정 사업지 설계도 1만 개 제공제너레잇은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할 때 평형 비율과 층수, 가구수 등에 따라 수익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계산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사업자가 특정 평형대로만 구성하고 싶다면 그런 옵션을 넣어서도 계산할 수 있고, 소형과 중대형의 비율을 어떻게 배분해야 사업성이 가장 좋을지도 계산해 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제시하는 여러 규제를 만족시키면서 용적률을 최대로 적용받는 것이 유리한지, 그 이하의 용적률로 짓는 것이 더 유리한지 등도 판단해 볼 수 있다. 제너레잇은 아파트 개발 사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 1만 가지의 선택지까지 제공할 수 있다. 신봉재 제너레잇 대표이사(38)는 “사람이 2, 3가지를 제안하던 기존 방식과 비교해 보면 분양 매출을 평균 28%가량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며 “1000억 원대 사업이라면 280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사업지 특성 다양해 가구수만 고려하면 안돼”제너레잇은 개발 중인 웹 기반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국내에서는 특정 사업지의 사업성을 검토해주는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특정 사업지의 복잡한 규제를 일일이 따져서 적용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산출해 낸다. 신 대표는 “올해 법인 설립 이후 국내에서 20여 곳의 사업성을 분석하는 컨설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행사들이 사업지를 확보하기 전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느 땅을 대상으로 검토했는지는 대부분 비밀이다. 그간 국내 사업지의 사업성을 분석해 본 신 대표의 경험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파트를 높게 지으면 한강을 볼 수 있는 한 아파트 사업지의 경우 한강 뷰를 확보할 수 있는 가구를 늘리려고 높은 층을 최대로 만드는 구조로 설계해 보니 최대 수익이 나오지 않았다. 한강 뷰 가구의 분양가가 조금 더 고가이긴 하지만 한강이 보이지 않는 가구 환경이 너무 나빠져서 전체적인 수익을 낮췄기 때문이다. 반면에 바다를 볼 수 있는 동해안의 한 사업지에서는 전망이 좋은 곳을 늘릴수록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가구에 프리미엄이 많은 붙는 경향이 있어 수익성이 좋아졌다. 신 대표는 “사업지의 모양과 입지에 따른 특성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를 최대로 늘리는 방식이 반드시 최대의 수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제너레잇의 기술은 궁극적으로 특정 토지에 아파트를 지을 때 최대의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같은 땅에 사람들의 수요에 맞춘 아파트를 많이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학술적 연구 하다가 ‘창업의 순간’ 맞아제너레잇의 공동창업자는 3명이다. 신 대표이사는 한양대 건축학과를 나와서 미국 하버드대에서 건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건축회사에 취직해 대형 프로젝트의 건축 설계 업무를 했다. 정가혜 기술이사(CTO·32)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AI를 활용해 주변 시세를 활용한 분양가 추정, 아파트 각 가구별 조건에 따른 가격 프리미엄 예측과 같은 AI를 활용하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학 이사(29)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건축학을 전공했다. 게임을 개발한 코딩 실력을 기반으로 제너레잇 엔진 개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2019년 미국 건축회사에 다니던 신 대표는 칼텍에 재학 중이던 정 이사와 지인을 통해 연결됐고, 정 이사는 서울과학고 후배인 이 이사를 팀에 합류시켰다. 이들과 함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기숙사를 최대의 수익이 나도록 최적화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AI를 활용한 사업성 검토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 시험해 학회 등에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해당 기숙사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10가지 방 타입을 갖춰야 했다. 이들은 대학 측이 검토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경우에 대비한 건축안들을 미리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조건만 넣으면 다양한 설계 방식을 제시할 수 있는 자동화 프로그램까지 만들게 됐다. 각 방안별로 예상되는 수익까지 함께 제시했다. 신 대표는 “기존에 대학 측이 가지고 있던 방안에 비해 수용 학생 수를 752명에서 796명으로 늘리고, 연 임대료 수입을 100만 달러나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발견했을 때 창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도 세계 어떤 회사도 수익 극대화까지 제시하는 자동 설계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엔진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이 이사는 “롤 모델로 삼을 프로그램이 없어 뼈대부터 고안하느라 힘든 점이 많았다”고 했다. AI를 담당하는 정 이사는 “아파트 단지의 가구별 전망까지 고려해 모든 가구의 분양가까지 각각 산출할 수도 있다”며 “전체 연면적에 평당 평균 분양가를 곱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시세를 반영한 개별 가구의 가격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좀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정할 수 있다”고 했다.○내년 상반기 미국에 소프트웨어 출시제너레잇은 자사의 기술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미국 부동산 시행사들과 한창 막바지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특정 사업지 주소를 넣기만 해도 1만 개 선택지를 볼 수 있다. 제너레잇은 우선 저소득층을 위한 소형 아파트 건설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대표는 “저소득층을 위한 소형 아파트와 모듈러 하우스에 대한 도면을 학습시켜, 특정 사업지에 이런 공동주택을 지으려 할 때 얼마나 사업성이 있는지를 서비스를 구독하는 시행사들이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간 최대 10만 달러(약 1억3500만 원)의 구독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후 일반 공동주택과 오피스빌딩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신 대표는 “부동산 개발 시장 규모가 훨씬 크고 소프트웨어 활용이 활발한 미국 시장에 더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특정 부지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진행한다. 제너레잇이 추산하는 미국 공동주택 사업성 검토 시장은 58억 달러(약 7조6000억 원)에 달한다. 신 대표는 “지금은 과거 자료만 가지고 분양가를 추정하지만 향후 분양 이후 과정까지 추적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골프존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에서도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골프존은 22일 글로벌 매출액이 올 들어 9월말까지 48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43억 원 대비 4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골프존은 글로벌 매출을 2020년 262억 원, 2021년 519억 원으로 높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일본 400여 곳, 중국 200여 곳, 미국 100여 곳, 베트남 30여 곳 및 기타 국가 90여 곳으로 총 820여 곳의 글로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골프존은 4분기부터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골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프존에 따르면 미국 골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상업용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미국 유통업체 코스트코 온라인을 통해 스크린 골프 하드웨어 판매를 시작한 골프존은 미주시장의 사업 확대를 위해 3분기 골프존 아메리카(GOLFZON America Inc) 주식 110억 원어치를 추가 취득하기도 했다. 4분기에는 글로벌 골프 매니지먼트 트룬과의 합작 매장인 골프존 소셜매장 1개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베트남에서도 직영 매장을 늘리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박강수 골프존 대표이사는 “글로벌 골프 토털 플랫폼 회사를 지향하는 골프존은 전략적 파트너십 및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가 꿀벌을 숙주로 하는 해충인 응애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월동 기간 응애로 인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양봉 농가와 비상 연락 체계를 마련하는 등 월동 꿀벌 피해 재발 방지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양봉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협회 농가 2만4000여 곳 중 약 4300곳(약 18%)이 작년 겨울을 지나면서 꿀벌응애에 의해 꿀벌들이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의 합동 조사 결과 방제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의 발생, 방제제 과다 사용에 따른 꿀벌 유충 피해 등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올해 초 월동 꿀벌 피해가 확인된 이후 농식품부는 꿀벌 방제약품의 내성 방지를 위해 약품 교체 사용 방법 및 주의사항을 지자체 및 한국양봉협회를 대상으로 안내·교육했다. 하지만 올해도 많은 양봉농가에서 벌꿀, 로열젤리 등을 8월까지 생산하면서 응애 방제 적기인 7월에 방제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꿀벌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 농식품부는 올해 꿀벌 월동기간 중 지자체,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및 한국양봉협회 등과의 협력체계를 대폭 강화해 가동할 계획이다. 우선 각 시군은 주간 단위로 봉군(벌들의 떼) 내 폐사 발생 여부를 파악한다. 각 시군에서 양봉 농가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필요하면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자체 동물위생시험소와 함께 질병에 의한 양봉 농가 피해에 대해 방역조치를 실시한다. 또 한국양봉협회는 응애 등 큰 피해가 유발되는 해충에 의한 폐사로 판별될 경우 즉시 인근 농가에 전파해 방제 등 초동 조치가 농가 단위에서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응애류 방제 요령 안내 책자, 홍보물 등도 지자체와 한국양봉협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각 농가에 제공하고, 벌통 내 온습도 등 환경조건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시범 보급한 뒤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월동 꿀벌 피해 방지와 신속한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선 농가의 적극적인 방제와 발생 시 지자체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최근 영국에서는 구더기(구리금파리 애벌레)를 활용해 세균에 감염된 상처를 낫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을 잡기 위해 인류가 항생제를 발견하기 이전 시대에 사용하던 방식까지 동원하는, ‘슈퍼 버그’(항생제 내성균)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병원성 세균도 생명이라 끈질긴 생명력을 보인다. 항생제가 자신을 공격하면 이를 막아내기 위해 세포 내에 들어온 항생물질을 내뱉듯이 튕겨 내거나 항생물질이 세균 세포벽에서 안착점을 찾지 못하도록 해당 지점의 특정 구조를 바꿔버리기도 한다. 또 세포 안에 새로운 효소를 만들어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세균의 한 세대는 수백 초에 불과해서 이런 내성은 세균 간에 빠르게 확산될 위험이 상존한다. 항생제를 남용하거나 같은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항생제 내성균이 생길 가능성은 커진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항생제 사용이 크게 증가해 항생제 내성균을 키울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고,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코로나 이후 최대 보건 위기가 될 것이라 경고하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내 신약개발지원센터 건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이엔제이(A&J)사이언스’는 새로운 메커니즘의 항생물질로 항생제 내성균을 잡는 데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다.○ 천연항생물질 ‘티오펩타이드’ 합성법 특허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천연항생물질로 알려진 티오펩타이드(thiopeptide)의 대량 합성 기술을 개발해 신규 항생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티오펩타이드는 해양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항생물질로 세포벽이 1겹인 세균(그람 양성 세균)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생 효능이 좋아 많은 신약 연구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대량 생산이 걸림돌이었다. 황희종 대표이사(33)는 7일 본사에서 “티오펩타이드는 병원균의 세포 내에서 단백질 생성을 억제해 세균을 죽이는데, 화학적인 합성 방법으로 기존의 5만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기존 연구자들이 2∼3년에 걸쳐 몇 mg밖에 만들지 못하던 것을 2주 동안 수십 g까지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전체 임직원 6명의 이름으로 독자 개발한 티오펩타이드 합성 기술에 관한 논문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실었다. 그 논문은 올해 3월 영국 왕립화학회가 발행하는 ‘유기 및 바이오분자 화학지(Organic & Biomolecular Chemistry)’의 표지를 장식했다. 작년 11월에는 임직원 5명 이름으로 신규 항생제 합성 방법을 특허 출원했고, 올해 7월 특허 등록을 마쳤다. 티오펩타이드는 세균의 세포 속 리보솜에 침투해 세균이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세균을 사멸시킨다.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이런 기본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티오펩타이드의 일부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다양한 신규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CDI 치료제, 2025년경 임상1상 시작”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강한 세균으로 인해 발병하는 심각한 질병 중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이라는 질병이 있다. 장내 환경이 나빠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라는 균이 과잉 증식하면서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심하면 장이 썩어 사망에 이른다. 2000년대 들어 그 위험성이 부각됐는데, 항생제를 오래 복용한 환자나 고령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대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한 해 24만 명의 환자가 발생해 1만2800명이 사망한다(2017년 기준). 항생제를 투약해도 재발률이 30%에 이르고, 재발 후에는 치료 성공률이 40% 미만인 난치성 감염질환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병을 해결이 가장 시급한 ‘긴급한 위험(Urgent Thereat)’으로 분류해 두고 있다. CDI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는 메트로니다졸과 반코마이신, 피닥소마이신이 있다. 메트로니다졸과 반코아이신은 1950년에 나왔고, 피닥소마이신은 2011년에 나왔다. 재발률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피닥소마이신이 그나마 15%로 낮고, 반코마이신은 30%, 메트로니다졸은 40% 이상이나 된다. 선진국에서는 메트로니다졸을 CDI 치료제로 권고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메트로니다졸이 주로 먼저 처방되는 실정이다. 치료 효과가 좋은 피닥소마이신은 약가가 비싸(약 4000달러)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1조 원가량 된다. 황 대표는 “우리가 합성한 티오펩타이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는 후보 약물들과 비교했을 때 적은 농도로 균을 훨씬 빨리 죽이면서도 인체의 다른 세포나 장내 유익 미생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더 나은 효능을 보였다”고 했다.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결핵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치료 기간이 1년 이상이나 되는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고령화와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선진국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해서 ‘선진국형 결핵’이라고도 불리는 병으로 오랜 치료 기간 때문에 환자 부담과 완치율이 낮다. 20년 동안 이 질환에 대한 치료제는 1개밖에 승인 받지 못해 의약학적 수요가 매우 많아 약값(1년 치료분)이 2억 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해 피부가 문드러지는 농가진(Impetigo)을 치료할 신규 항생제, 인류의 오래된 질병이지만 새 항생제가 절실한 결핵과 말라리아 치료제도 동시에 개발 중이다. 황 대표는 “5가지 신약 중 CDI 치료제의 개발 속도가 제일 빠르다”며 “내년과 내후년 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이르면 2025년 임상1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병역특례로 신약개발지원센터 근무 후 창업짧은 이력과 인력에도 불구하고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전임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1월 자동차용 모터를 만드는 삼현(대표이사 황성호)의 신약개발연구소로 시작해서 2021년 7월 인적분할을 통해 현재의 회사가 됐다. 임직원 6명인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티오펩타이드의 항생 효능이 오래전부터 학계에 알려져 있던 터라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신약 개발의 굵직한 연구 과제를 수주하거나 특정질환에 전문적인 교수들과 공동연구를 다수 수행하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손영진 최고기술책임자(33)은 “국내에 항생제를 개발하는 회사가 드물어 선뜻 공동연구를 승낙하지 못하다가도 우리 물질을 가지고 직접 시험을 해 보신 뒤에는 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새 항생물질 개발 전문가인 한동대 곽진환 교수(생명과학부, 분자생물학 전공)와 2020년 1월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외부 기관과 협업을 강화했다. 이렇게 연구 네트워크를 확보한 후 올해 7월과 8월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주한 결핵 치료제 후보물질 도출 과제(12억5000만 원)와 폐질환 치료제 도출 과제(9억1000만 원)의 주관기관이 됐다. 황 대표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화학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까지 받았다. 석사를 마치고 병역특례요원으로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신규 항생제 개발의 꿈을 키웠다. 대학 지도교수인 마르코 추폴리니 교수가 티오펩타이드 전문가여서 도움을 받았다. 황 대표는 “지도교수께서 티오펩타이드 합성을 학술적으로만 다루지 말고 신약 개발을 염두에 두고 공부해 보라”는 조언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다른 연구자들의 신약 개발 과정을 지켜본 것이 신약 개발이라는 큰 도전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공동창업자도 이 센터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였다. 황 대표는 “화학 지식을 활용해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규 항생제 개발의 길을 걷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며 “어려움이 없지 않겠지만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대구=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한국필립모리스는 잔여물이 남지 않아 청소할 필요가 없는 새 전자담배 ‘아이코스 일루마’를 10일부터는 자사 직영매장뿐만 아니라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수도권과 부산 지역의 일부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고 1일 밝혔다. 아이코스 일루마는 기존 아이코스와 달리 전용 담배를 꽂아 가열하는 블레이드 없이 전자담배 내부에서 가열되는 ‘스마트코어 인덕션 시스템’이 적용됐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추구하는 필립모리스는 담배를 끊는 것이 건강에 가장 이롭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끊을 수 없다면 해로운 물질을 덜 배출하는 전자담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전자담배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코스 일루마와 아이코스 일루마 프라임 2가지 제품으로 출시됐다. 두 제품 모두 잔여물이 남지 않는 방식으로 기능적으로는 동일하다. 다만 프라임 제품의 디자인이 좀 더 고급스러운 편이다. 일루마 프라임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은 13만9000원, 일루마는 9만9000원이다. 보상 판매를 이용하면 3만 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는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아이코스와 같은 비연소 대안 제품이 덜 해롭다는 걸 인정해 일반 담배를 계속 피우는 성인 흡연자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비연소 대체 제품은 세계 70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아이코스 사용자는 1900만 명으로 이 중 약 1350만 명이 일반 담배를 끊고 아이코스로 전환한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생수 병을 버리려고 할 때 플라스틱 재활용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시대다. 상표가 있는 라벨을 따로 떼어내고, 투명한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병만 모으는 통에 담아 버릴 것이 권장된다.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틸렌(PE), 폴리스티렌(PS) 등 여러 종류인데, 재활용이 제대로 되려면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생수 상표가 있는 라벨도 PP나 PS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꼼꼼한 사람은 병뚜껑(PS 재질)은 물론이고 뚜껑에서 분리된 후 병목에 남은 고리까지 떼어내서 버린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사회적 불편과 고통이 작지 않은 일이다. 생수 병은 그나마 분리가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구성됐지만 칫솔이나 분무기 등은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밀착돼 있어 분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제대로 분리하는 기술이 없어서 소각되거나 묻히는 플라스틱도 적지 않다. 리플라(대표이사 서동은)는 미생물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말끔하게 분리해 폐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는 스타트업이다.○플라스틱을 다 없애지 않고 ‘잘’ 남기기친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플라스틱은 없애야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리플라의 서동은 대표이사(24)는 관점을 달리했다. 플라스틱과 결별할 수 없다면 ‘플라스틱을 잘 남겨야 한다’고 봤다. 순수하게 특정 플라스틱을 남길 수 있다면 재활용률을 그만큼 높일 수 있어 환경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리플라는 우선 PP만 남기는 방식으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PP는 플라스틱 중 질량이 가장 가볍고 내구성이 강해 많이 쓰이는 종류다. 고온에도 변형되거나 호르몬 배출이 거의 없어 배달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많이 쓰이고, 테이크아웃 커피 뚜껑이나 요구르트 병의 재료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들은 수거한 플라스틱을 먼저 수작업으로 선별한다. 그 뒤 근적외선과 비중 차이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선별해 순도를 높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비슷한 비중을 가졌거나 붙어 있는 플라스틱들을 분리하는 것은 힘들어 순도를 높이는 데 애로가 많다. 서 대표는 “열이나 화학약품으로 플라스틱을 변형하는 것과 달리 플라스틱 상태로 분리하는 이런 물질적 선별이 가장 효율적인데, 분리에 어려움이 많아 세계적으로 물질적 재활용 비율은 22%에 불과하고 한국은 13%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했다.리플라는 플라스틱을 먹는 미생물이 들어 있는 바이오탱크를 기존 공정의 마지막에 덧붙여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인다. 리플라는 재질에 따라 분해 능력이 다른 미생물 약 300종을 보유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 창업 아이템 발견 서 대표는 경기 용인 백암고에 다니던 2016년 재활용 산업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주제로 한 전국과학탐구토론대회에 나갔다. 구체적인 연구주제를 찾다가 2015년 9월 미국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인 웨이민 위(weimin Wu) 박사가 쓴 스티로폼(발포 PS)을 먹는 밀웜 논문을 봤다. 밀웜 장내에 있는 미생물이 PS를 분해할 수 있다면 다른 여러 플라스틱의 분해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밀웜의 장내에서 미생물을 직접 찾아내기도 했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서 대표는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꿈꿨다. 당시 시장 조사를 위해 만났던 재활용업체 사장님들이 순도를 기존 98%에서 99.65% 이상으로 조금만 올려도 플라스틱을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한 말 때문이었다. 이후 창업 인재 특기자로 UNIST에 진학해 생명공학과 벤처경영을 전공했고, 2019년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 자본금 5000만 원은 이 아이디어로 여러 창업 경진대회에서 나가 받은 상금을 모아 마련했다. 창업 이후 연구를 거듭해 지금은 어떤 조건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잘 분해하는지 노하우를 쌓고 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박나라 최고운영책임자(COO·24)는 “미생물 주변에 일반적인 먹이가 많으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내뿜지 않는다”며 “미생물을 굶기는 등 적절하게 척박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 노하우”라고 했다.○미생물 대량 증식하는 단계리플라 앞에는 미생물을 대량으로 증식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실험실의 시험 단계인 수 kg을 넘어서 수 t 분량으로 규모를 키워야 한다. 리플라는 미생물 배양기를 늘려 내년 말이면 바이오탱크 시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탱크는 지름 15m 정도 되는 긴 파이프를 50~100평 정도 되는 공간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서 대표는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먹는다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정확히는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가 플라스틱에 붙어 플라스틱을 분해 한 후 미생물이 흡수하는 것”이라며 “여러 균주를 혼합해 분해 속도를 계속 높이고 있어 내년 상업화 단계에서는 시간이 더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분해 속도가 높아지면 바이오탱크의 크기도 그만큼 줄일 수 있어 경제성이 커진다.특정 플라스틱만 효율적으로 분해해 없애는 기술로 농촌의 폐비닐을 처리하는 바이오탱크를 설치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박 COO는 “잡초 방지용으로 바닥에 깔아 사용하는검은색 비닐은 대부분 LDPE로 만들어지는데, 햇볕에 부식되고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재활용이 힘들다”며 “지금은 땅에 몰래 묻어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LDPE를 잘 분해하는 미생물 바이오탱크로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커지는 대기업의 재생 플라스틱 수요리플라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의 규모는 50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는 연매출 3000억 원 이상인 곳 40곳을 포함해 4500여 곳이 있다. 플라스틱의 순도가 기존 98%에서 99.65% 이상으로 올라가면 판매 가격은 납품처에 따라 1.5배 가량 올라갈 수 있다. 순도를 1.65%만 높여도 판매가는 1.5배가 되는 셈이다. 하루 30t을 처리하는 업체라면 연 매출액이 37억5000만 원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다 기타 플라스틱을 미생물이 분해하기 때문에 기존에 매립하거나 소각하던 비용 연 8억5000만 원가량도 아낄 수 있어 총 46억 원의 이득이 발생한다는 게 리플라의 추산이다.세계적으로 고품질 재생수지에 대한 대기업들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볼보는 2025년부터 볼보 차량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중 최소 25%는 재활용 소재를 적용할 계획이고, 포드는 재생 플라스틱만을 사용한 차량을 제작한다는 장기 목표까지 갖고 있다. 국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의 재생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도 근래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서 대표는 “미생물을 활용해 노트북컴퓨터나 자동차 내장재 등에 쓰일 수 있는 고순도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재활용 공장들을 돕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수원=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1위인 질환은 심혈관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지구촌 사망자의 32%(1790만 명)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 심혈관 질환의 대다수는 심근경색(심장마비)으로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심장 동맥의 탄력이 떨어지고 혈관 안에 혈전이 쌓여 그 통로가 좁아지면서 발병한다. 심장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힌 것으로 의심되면 의사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X레이 동영상 촬영으로 병변을 찾고, 더 정밀하게 살피기 위해 혈관에 내시경 역할을 하는 카테터(가는 관)를 넣는다. 카테터형 심혈관 질환 진단기는 초음파를 활용하는 기기(IVUS)와 적외선을 이용하는 장비(OCT), 압력센서를 사용하는 장치(FFR) 등으로 나뉜다. 심장동맥을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 전후에 혈관의 지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스텐트가 혈관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살피는 용도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레이와트(대표이사 하진용)는 심혈관 질환 진단기기 중 적외선을 활용한 광학 영상진단장비(OCT)를 개발하는 곳이다. 적외선을 쏘는 광섬유의 끝 부분을 혈관 내부에서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조금씩 이동시켜 혈관 내부를 재현하는 방식이다. 적외선을 혈관 내부 벽에 쏜 뒤 되돌아오는 빛을 받아 고해상도 3차원 영상을 만들어 낸다.○심혈관 질환 진단기기 문제와 개선점카테터형 심혈관 질환 진단기기는 물리적인 관을 혈관에 넣는 방식이기에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시간은 통상 3초 안팎이다. 심장 오른 부위를 감싸고 있는 우관상동맥의 경우 80%의 병변이 혈관 입구에서 75mm 길이 내에 위치하는데, 현존 기기는 탐색 속도가 빠르지 않아 이 구간을 고해상도로 모두 촬영하기 쉽지 않다. 또 적외선을 활용하는 진단 방식은 혈관 안에 조영제의 주입이 필요한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한 번 진단을 할 때 되도록 긴 구간을 탐색할 필요성이 있어 왔다. 레이와트는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에 연결되는 카테터의 회전 속도를 세계 최고 속도로 구현해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의료기기 기업 애보트가 초당 180회의 회전을 구현한 데 비해 레이와트는 초당 300회 회전으로 1.7배나 빠르게 만들었다. 와이어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 같은 시간에 그만큼 긴 구간을 진단할 수 있다. 하진용 대표(46)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는 중인데, 이에 성공한다면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의 수입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레이와트는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중선 교수와 협업해 개발과 전 임상을 진행했다. 레이와트는 내후년 1월쯤 완제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테터형 심혈관 질환 진단기기는 초음파로 혈관 내부를 관찰하는 기기가 1989년에 상업화돼 많이 쓰인다. 상대적으로 피부 깊숙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은 단점이 있다. 적외선을 활용한 영상진단기기는 2010년에 상업화된 비교적 최신 기술 제품이다. 대당 3억 원 정도 한다. 약 2억9500만 달러(약 4200억 원)인 시장을 미국 애보트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모터와 카테터 직접 연결로 고속 회전 구현카테터의 지름은 0.8mm다. 이런 가는 관을 초당 300회 이상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회전시키는 기술은 모터는 물론이고 여러 소재의 물리적 특성까지 제어해야 하는 ‘종합 예술’이다. 레이와트는 카테터를 회전시키는 모터를 혁신해 특허를 받았다. 모터와 카테터를 직접 연결한 뒤 광섬유가 모터의 중심부분을 뚫고 지나가는 방식을 고안해 냈다. 기존 제품들은 모터와 카테터를 고무벨트 같은 것으로 연결해 회전력을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회전 속도를 높일수록 동력을 전달하는 고무벨트에 미끄러짐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하 대표는 “카테터의 주요 부품인 광섬유와 광섬유를 감싸는 소재가 고속 회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는데, 이론이나 계산으로는 되지 않는 부분이라 수많은 반복 실험으로 직원들의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레이와트의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는 촬영한 혈관 내부 영상을 활용해 병변 전후의 혈관 내부 압력을 예측하는 기술도 갖추고 있다. 기존 미국 제품은 압력센서가 달린 카테터를 따로 넣어 측정하는 방식인 데 비해 레이와트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압력을 유추해 내는 것이다. 하 대표는 “의료현장에서는 심혈관 조영술 영상에서 혈관이 막힌 것처럼 보이더라도 병변 전후 혈관 내 압력에 차이가 없으면 굳이 스텐트 시술을 하지 않는데, 이런 판단을 단번에 할 수 있다”고 했다.○국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창업하 대표는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로서 자신이 연구해 온 주제로 창업을 한 실험실 창업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광통신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미국에 있을 때 광섬유와 레이저 등을 활용한 진단 의료 기기를 만드는 연구를 했다. 이후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세종대 교수로 2013년 자리를 옮겼다. 창업은 국가 기술개발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주한 ‘의료기관 창업 캠퍼스 연계 신개념 의료기기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수행 연구자로 선정됐는데, 그 과제는 개발한 기술로 창업까지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었다. 오랫동안 광섬유를 다뤄왔고, 미국에서 이를 이용한 의료기기를 만든 경험 때문에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찾을 수 있었던 셈이다. 2019년 7월에 세종대 실험실에서 창업을 했고, 2022년 6월에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 같은 달에는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GMP) 인증을 받았다. 하 대표는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비교적 초기 시장이어서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이 활발한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했다”고 했다.○“세계시장으로도 진출”레이와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고속 촬영 및 고속 회전 기술, 머신러닝 모델 관련 기술 등을 국내외에 모두 특허출원해 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전문기업 퓨처와이즈가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 시장은 2027년이면 4억7000만 달러(약 67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2027년 연평균 성장률은 8.1%로 전망된다.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미국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이 상대적으로 높고, 중국과 인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하 대표는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를 만들려면 광전자와 의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며 “그런 전문가들이 합류해 준 덕분에 기술 개발이 가능했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코로나로 인한 활동 제약이 줄어들면서 국내 조경용 수목 유통 1위 기업인 수프로(대표이사 채일·사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수프로 임직원들은 우즈베키스탄 산림녹화 사업 재개를 위해 2주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수프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우즈베키스탄의 황무지를 녹화하기 위해 발주한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해 시행 중이다. 코로나로 2년간 멈췄던 사업이 내년부터는 재개되는 것이다. 수프로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 양묘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수프로는 해외 녹화 사업뿐만 아니라 국내 조경수 생산과 유통,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등이 발주하는 환경 복원, 도시 미관과 열섬 효과 개선을 위한 벽면녹화 사업 등 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흔치 않은 기업이다.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 온 채일 대표이사는 특수 화분(컨테이너)을 이용한 조경수 생산방법 특허를 받는 등 조경수 생산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상 조경수는 노지(땅)에서 기르는데, 수프로는 잔뿌리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 주는 특수 화분을 고안해 냈다. 채 대표는 “특수 화분에서 양분을 제어하면 잔뿌리가 많아지는데, 이렇게 기른 나무는 일반적인 이식 시기가 아닌 여름에 옮겨 심어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고 했다. 이 기술 덕분에 수프로는 우즈베키스탄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과 튀니지, 중국 등에서도 KOICA의 녹화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사업 영역은 조경수 생산 및 유통 사업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1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파트 공사 현장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리하는 공원 등에 필요한 조경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수프로는 직접 생산도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영세 양묘 업자의 나무를 사서 건설사나 조경사업자들에게 공급한다. 채 대표는 “수목이 조경에 쓰일 수 있는 규격까지 자라려면 3∼5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며 “준공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정 품질 이상의 수목을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 자체가 사업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수요자를 잇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20년 동안 전국의 2000여 양묘 생산업자가 재배 중인 수목 정보를 차곡차곡 확보해 뒀다. 그는 “회사의 매출은 1년에 200억∼250억 원대이지만 매년 외부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견적서상의 금액은 3000억 원이 넘는다”며 “조경수에 대한 데이터가 집적된 곳이 우리 회사이다 보니 조경수의 시세를 알기 위해 견적을 요청해오는 수요처가 많다”고 했다. 수프로는 국내 수목 시장 규모의 30%에 달하는 이런 견적 요청도 모두 데이터로 축적해 어느 공사 현장에 어느 만큼의 나무가 쓰이는지를 파악해 두고 있다. 이는 모두 조경수 유통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준비다. 채 대표는 “웬만한 아파트 단지가 준공검사를 받으려면 200종이 넘는 수목을 크기별로 제대로 맞춰 심어야 한다. 아파트 건설 완공이 몰려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수목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생기면 조경 사업자들이 나무를 수월하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채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위해 모아둔, 전국에서 양묘 중인 수목에 대한 정보는 생산자들에게도 공유해 특정 수목의 생산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사태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프로는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도심 녹화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잔뿌리를 많이 나게 하는 기술로 실외 벽면에서도 수목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해 각광을 받고 있다. 채 대표는 “실내 벽을 녹화하는 곳은 여러 곳 있지만 실외 벽을 녹화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과 신수동 주민센터 등의 실외 벽 녹화를 수프로가 수행했다. 수프로의 임직원 32명 중에는 석·박사가 7명이다. 조경과 자연환경보전, 산림, 건축·토목 분야의 기술사와 기사도 수두룩하다. 경기 여주시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채 대표는 “지금은 B2B 분야에서 나무를 공급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개인이 원하는 나무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인공지능(AI)의 시대에도 영어는 공들여 배워야 할 대상일까. 비즈니스를 해 본 사람이라면 사람이든 기계든 통역의 힘을 빌려서 협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리한 방식인지 알게 된다. 이팝소프트 박종흠 각자대표이사(45)는 이팝소프트 창업 전인 2008년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이 만들었던 온라인 게임회사 ‘J2M소프트’가 미국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에 인수돼 몇 년간 영어를 주 언어로 삼아야 했다. 인수한 회사가 기술자이자 한국인인 박 대표를 배려해 뛰어난 통역 인력을 붙여줬지만, 온라인 회의 등에서 통역의 말을 듣고 자신이 말을 하면 통역이 다시 말하는 방식으로는 동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었다. 사내에 돌아다닌 뒷말은 참담했다. “저 친구는 똑똑하다고 해서 회사가 인수를 했다고 하는데, 잘못 인수한 것 아닌가.” 이후 1년 반 동안 단어를 더 많이 외우고, 발음을 교정하고, 문장과 숙어를 익혀 동료들 앞에서 멋지게 발표를 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영어 실력 업그레이드한 경험이 창업 밑바탕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높이려면 필요한 게 뭘까. 박 대표는 영어 학습을 최적화하고 싶었다. 일단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 단어부터 배우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사용 빈도에 따른 단어 공부를 제시하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독일 심리학자 에빙하우스의 기억 원리에 따라 반복해 주면 단어를 잊을 확률도 낮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 단어와 문장을 해석하는 공부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의사 표현을 위한 영어 문장을 만드는 데는 서툴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런 기능을 종합하면 사업이 되겠다 싶어 게임 회사 넥슨에 근무할 때부터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사업 아이템을 오랫동안 얘기하며 설득했다. 2018년 이팝소프트를 창업하고 우선 영어 단어를 과학적으로 외울 수 있도록 해주는 앱 ‘말해보카’ 개발에 나섰다. 말하고자 하는 한국어 문장이 먼저 나오고, 이를 영작한 문장이 아래에 나오는데, 비어 있는 핵심 단어는 학습자가 맞히는 게임 방식이다. 얼개는 단순하지만 디테일에 승부를 걸었다. 우리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영어 단어를 떠올려 기입을 해 보면 틀렸을 때 그 미묘한 차이를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문장으로 설명해 준다. 예컨대, ‘저희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점심시간에 와요’라는 문장을 영어로 표현한다고 할 때 ‘We get most of our ( ) during lunchtime’의 빈칸에 ‘guest’를 입력하면 말해보카 앱은 ‘guest는 초청을 받아서 온 사람을 뜻합니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사람을 뭐라고 부를까요?’와 같이 힌트를 겸해 ‘guest’와 ‘customer’의 차이점을 알려주는 식이다. 박 대표는 “‘take’ 같은 단어는 한국어로 연결되는 뜻이 40개가 넘는데, 말해보카 앱은 ‘가지고 가다’ ‘잡다’ ‘장악하다’ ‘구독하다’가 모두 ‘take’로 표현된다는 것을 알고, 그중 사용자의 수준에 맞고,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용법 등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통상 영어로 의사소통을 막힘없이 하려면 1만 개 단어의 용법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현재 말해보카 앱에는 4만여 개의 단어가 그 뜻과 쓰임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와 함께 내장돼 있다. 무료 사용 기간 동안에는 표준화된 비슷한 수준의 단어들이 나오지만 이의 정답률을 보고 AI가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문제들을 출제하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특성은 기억이론에 따라 모르는 단어는 확실하게 외울 때까지 단기와 중기, 장기로 나눠진 타임테이블에 따라 적절하게 반복 학습을 시킨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기억력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실제 영어 단어를 외울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말해보카를 통해 배운 단어는 평균 90% 정도는 기억한다는 것이 이팝소프트의 설명이다.○카트라이더 게임을 만들 때 경험 적용박 대표를 비롯해 주요 창업 멤버들은 대부분 게임회사 넥슨의 동료들이다. 박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민 대표는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카트라이더’ 게임을 만든 주인공이다. 게임을 만들 때 사용자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하라면 기계와 경기를 할 경우 70 대 30 정도로 사용자가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경험칙 같은 것을 쌓았다. 너무 쉬워도 사용자는 게임을 그만두고 너무 어려워도 마찬가지라는 말의 구체적인 버전인 셈이다. AI를 이용해 학습자 개개인의 수준을 측정한 뒤 ‘약간 어렵지만 도전해볼 만한 문제’들만 집중적으로 제안해 학습자가 매일매일 앱을 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게임의 기본적인 특성은 경쟁이다. 말해보카 앱에서는 초기 문제를 풀고 나면 자신의 수준이 전국 상위 몇 %인지가 나온다. 매일 20개나 40개씩 영어 단어를 학습하다 보면 전국 단위 수준도 함께 올라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경쟁심을 자극한다. 박 대표는 “말해보카는 취미나 일 때문에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지만 수능 영어 성적 상승과 같은 장기적인 목표가 있는 수험생에게도 적합하다”고 했다.○“좋은 학습법은 잘 확산되지 않더라” 이팝소프트의 말해보카는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를 활용하거나 강사가 온라인에서 강의를 하는 다른 영어 학습 앱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인 데다가 게임 기술이 접목돼 학습자들의 사용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그렇다. 외워야 하는 단어는 영화와 드라마, 교과서, 유튜브 등에서 수집(197만 어휘)해 빈도수가 높은 순으로 제시된다. 말로 입력을 할 수도 있고, 정확한 발음으로 교정받을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앱 개발 초기 학습 시장의 특성을 잘 몰라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앱을 잘 만들면 입소문이 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학부모들이 좋은 학원이나 강사에 대한 정보는 주변과 공유하지 않는 것처럼 학습 시장에서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널리 퍼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 대표는 앱을 개발한 뒤 학원을 통해 입소문을 내려고 했는데, 해당 학원에서 앱의 유용성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학원에서는 쓰지 못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던 것이다. 이팝소프트는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해 영어 공부에 관심 있는 사용자들에게 직접 자신들의 앱을 알리는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이팝소프트에서는 통역대학원 출신들이 일일이 문장을 다듬고, 미묘한 의미 차이에 대한 설명을 단다. 이런 노력을 인정 받아 2019년 말 앱 출시 이후 최근에는 다운로드 수가 200만 회를 넘어섰다. 박 대표는 “느렸지만 인지도가 많이 올라가 올해는 매출 8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흑자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회사가 운영되면서 작년에 받았던 투자금 100억 원가량을 아직 사용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팝소프트가 바라보는 시장은 국내만이 아니다. 조만간 일본과 베트남의 영어 교육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4만여 개의 영어 단어에 한국어를 매칭해 뒀기 때문에 이에 맞는 일본어와 베트남어를 매칭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단어뿐만 아니라 문법을 학습할 수 있는 앱도 개발에 착수했다. 이팝소프트는 AI와 게임 기술을 접목해 영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등도 앱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