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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보이그룹 엑소의 멤버 첸(30·사진)이 14일 발매한 세 번째 솔로 미니앨범 ‘사라지고 있어’를 정의한 한 단어다.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첸은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전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를 더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사라지고 있어’를 비롯해 첸이 작사한 ‘아이 돈트 이븐 마인드’ 등 여섯 곡이 수록됐다. 2019년 10월 나온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사랑하는 그대에게’ 발매 후 약 3년 만에 내놓는 앨범이다. 그 사이 첸은 엑소 멤버 중 처음으로 결혼을 했고, 두 딸의 아빠가 됐다. 첸은 “3년 동안의 경험과 감정으로 제가 달라졌다.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많이 생각했다. 후회가 되는 점, 좋았던 점을 토대로 다시 시작해보자는 다짐을 담았다”고 했다. 이어 “수록곡마다 이별, 사랑, 행복 등에 대한 생각과 표현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사라지고 있어’의 뮤직비디오는 드라마 형식이다. 최근 대다수 K팝 뮤직비디오에 가수 본인이 등장하는 것과 달리, 이별하는 두 연인 역의 배우 박해수, 황세온만 출연한다. 첸은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넣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오롯이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맞았다. 가편집본을 보고 박수를 쳤다. 두 배우의 손짓, 눈빛 하나하나가 제 마음을 건드렸다”고 했다. 그간 집중해온 발라드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발라드를 좋아했고 지금도 매우 사랑한다”면서도 “다채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가벼운 안무가 들어가는 곡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국칠보협회 40주년 기념전’이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선 안명선, 배창숙, 백은재, 양연영 등 작가 95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소나무 문양이 새겨진 공예품, 한국 전통 꽃문살을 응용한 장신구 등 다채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 일곱 가지 보석이라는 뜻의 칠보는 금속 표면에 유리질 유약을 바른 뒤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 여러 색을 내는 공예다. 장미연 한국칠보협회 이사장은 “칠보는 금속이라는 재료와 불, 유약이 만나 창조하는 색채의 변주를 통해 색이 입체적으로 구현되는 장르”라고 했다. 최공호 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칠보는 한국의 공예를 다양하게 확장하는 역할을 해 왔다”며 “작가들이 칠보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칠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일흔두 살 가수 최백호의 늦가을은 낭만적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20층에 있는 그의 화실은 너른 유리창 사이로 햇살이 내리쫴 제법 포근했다. 검은색 상의에 회색 청바지를 입은 그를 9일 화실에서 만났다. “매일 오전 6시부터 그림을 그려요. SBS 라디오 ‘최백호의 낭만시대’를 오후 10시에 녹음하는데요. 서울 양천구의 방송국으로 가기 전까지 화실에서 그리는 거죠. 종종 글도 씁니다.” 벽에 잔뜩 포개져 있는 그림들과 바닥에 어지러이 놓인 물감은 어린 시절 미술선생님을 꿈꿨던 그의 삶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하게 했다. 본업은 가수이지만 2009년부터 그림을 그린 그는 개인전을 여섯 차례나 연 화가이기도 하다. “최근 비결핵성 항상균 폐질환으로 심하게 아팠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 보였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부터 ‘낭만에 대하여’ ‘영일만 친구’ 등 숱한 명곡을 쓴 싱어송라이터 최백호가 10일 새 앨범 ‘찰나’(사진)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그가 2018년부터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 CJ ENM의 신인 작곡가 육성 프로젝트 ‘오펜 뮤직’ 출신과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룹 PNP 소속 작사·작곡가와 함께 냈다. 경험한 것을 소재로 직접 가사를 쓰는 게 그의 철칙이지만 이번엔 마지막 트랙 ‘책’을 제외한 여섯 곡의 작사, 작곡을 후배들에게 맡겼다. 각 곡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별로 소중했던 ‘찰나’가 담겼다. 동년배 가수 정미조를 비롯해 후배 가수 타이거JK, 지코, 죠지, 콜드, 정승환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앨범 프로듀싱은 오펜 뮤직 1기 작곡가 헨(Hen)이 맡았다. “타이거JK와 협업하며 처음 힙합 음악을 들었어요. 수록된 발라드도 제 시대의 것과는 달라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이었죠. 음악이라는 게 맞닿는 지점이 있더군요. 힙합에 흥미가 생겨서 지코,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와 함께 힙합 앨범도 내려고 합니다.”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 탓에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노래를 하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가수를 꿈꾼 적은 없었다. 하지만 스무 살 때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뒤 생계를 책임져야 해 친구의 제안으로 부산의 라이브 클럽 무대에 올랐다.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을 꼽자면 무대에 서라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거예요. 그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면 전 지금쯤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 희망 없이 매일 폭탄주만 마시고 다녔거든요.” 1976년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신인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지만 생계는 여전히 어려웠다. 돈을 벌기 위해 부산 라이브 클럽을 하루 6, 7군데씩 돌았다. 이 생활에 지쳐 1988년 아내와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정착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95년 ‘낭만에 대하여’를 내놨다. 곡은 이듬해 김수현 작가의 KBS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나오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의 나이 마흔다섯이었다. “얼마 전 김 작가님과 식사할 때 제 생명의 은인이라 말씀드렸어요. 20년이 지나도 ‘낭만에 대하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걸 보며 이 노래가 가진 힘을 찬찬히 생각해보곤 합니다.” 후배 가수들은 그를 보며 미래를 그린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는 힘들 때마다 최백호의 ‘바다 끝’(2017년)을 들으며 위로받는다고 밝혔고,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그를 롤모델로 꼽았다. “저만큼 늙어서도 노래하고 싶다는 뜻 아닐까요.(웃음)” 그는 과거에 묶여 있길 거부한다. “70대에게도 사랑은 있어요”라는 그는 소년 같았다. “인간의 잠재력은 무궁하기에 애쓰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70대에도 좋은 노래를 불렀으니 80대, 90대에도 틀림없이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일흔 두 살의 겨울에 접어든 노가수의 화실은 통유리로 햇살이 내리 쬐어 따뜻했다. 부스스한 흰 머리에 검정색 티셔츠, 회색진 차림의 최백호(72)는 6개월 전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 20층에 위치한 이 작업실을 구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SBS 라디오 ‘최백호의 낭만시대’ 녹음을 가기 전까지 여기서 그림을 그리거나 곡을 쓴다. 벽에 잔뜩 기대어있는 그림들과 바닥에 어지러이 놓인 물감들은 유년시절 시골학교 미술교사를 꿈꿨던 최백호의 일상 속 단면들이었다. 줄곧 나무를 그려왔던 그는 최근 ‘미니멀리즘’ 사조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로 공부를 하고 있다. “요즘 데상(소묘)에 한계를 느껴 홍대입구 근처의 미술학원을 알아보고 있어요. 1년만 데상을 바짝 공부하면 대단한 화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웃음)” 72세에 ‘화가’가 되겠다는 그의 포부가 농담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부터 ‘낭만에 대하여’, ‘영일만 친구’ ‘바다 끝’ 등 숱한 명곡을 내놓은 싱어송라이터이자 14년 째 라디오를 진행하는 DJ인 그는 안주하는 법이 없었다. 여섯 번의 개인전을 연 화가이자 멜로와 SF 장르의 단편 영화 시나리오를 쓴 영화감독 꿈나무, 그리고 다음달 책을 출간하는 작가로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올해 초부터 비결핵성 항상균 폐질환으로 심하게 아팠다”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한 한 해를 보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와중에 앨범도 만들었다. 10일 오후 6시 발매되는 기획앨범 ‘찰나’는 그가 지난해 12월 발매한 EP ‘세상보기’에 이어 11개월 만에 선보이는 앨범. 최백호가 2018년부터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 CJ ENM의 신인 작곡가 육성 및 발굴 프로젝트 ‘오펜 뮤직’ 출신 작곡가와 작사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룹 PNP 소속 작곡가들과 의기투합했다. 통상 경험한 것을 소재로 직접 가사를 쓰지만 마지막 트랙 ‘책’을 제외한 여섯 곡의 작사, 작곡은 모두 후배들에게 맡겼다. 20대 청춘부터 70대 노년까지 세대별 소중하고 아팠던 찰나를 담은, 한 권의 책과 같은 앨범이다. 동년배 가수 정미조를 비롯해 후배 가수 타이거JK와 지코, 죠지, 콜드, 정승환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타이거 JK와 협업하며 처음 힙합 음악을 들었어요. 이번 앨범에 EDM 팝 ‘개화’라는 곡도 있고, 수록된 발라드들도 제 시대의 것과는 달라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이었죠. 결국 음악이라는 게 맞닿는 지점이 있더군요. 힙합에 흥미가 생겨서 지코,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와 함께 내년에 힙합 앨범도 발매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찰나라는 앨범이 제겐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마흔 여섯에 히트한 ‘낭만에 대하여’, 지금의 나를 생존하게 한 곡”그의 유년시절 꿈은 시골학교 미술교사였다. 가수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허스키한 목소리 탓에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노래를 하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스무 살 때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뒤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친구의 제안으로 부산 라이브 클럽 무대에 올랐다. 그 우연이 그를 가수의 길로 인도했다. “인생에서 제일 잘 한 일을 하나 꼽자면 친구가 무대에 한 번 서 보라고 권했을 때 그냥 받아들이고 올랐던 거에요. 그날 그 순간은 정말 잘 한 결정 같아요. 그 때 그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면 전 지금쯤 죽었을 거에요. 그때 매일 폭탄주 먹고 다녔거든.” 소년처럼 반짝이는 눈빛은 젊은 시절 미처 소진되지 못한 열정일 것이다. 1976년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신인상을 받으며 유명세를 탔지만 20년간 이렇다할 히트곡 없이 ‘애매한 시간’을 보냈다. 돈을 벌기 위해 부산 라이브 클럽을 하루 6, 7군데씩 돌았다. 업소 생활에 지쳐 1988년 아내와 딸을 데리고 미국 이민을 떠났다. “30대가 쭉 힘들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노래고 뭐고 다 포기하려 했다. 적당하게 술집에서 노래하며 살려 했다”고 회고했다.1995년 발매된 ‘낭만에 대하여’가 이듬해 김수현 작가의 KBS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나오면서 대성공을 거뒀을 때는 그의 나이 마흔 여섯이었다.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라는 첫줄에서부터 곡을 써내려간 그날은 아직도 최백호의 가슴 속에 어제처럼 생생하다. 생후 5개월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스무 살 되던 해엔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30대엔 생계 걱정으로 하루도 발 뻣고 잠들지 못했다. 청춘의 고통은 ‘낭만에 대하여’에 응집됐다. “그 노래가 날 생존할 수 있게 했어요. 객관적인 시각에서 봐도 대단한 곡이죠. 20년이 넘어도 반응이 똑같아요. 지금도 새로운 버전의 ‘낭만에 대하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요. 얼마 전 김수현 작가님과 식사를 하면서 ‘당신이 제 생명의 은인’이라 말씀드렸어요.” ●“70대에게도 사랑은 있어요” 과거에 묶이길 거부하는 ‘영원한 소년’때가 늦었다는 말은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후배 가수들도 그런 최백호를 보며 ‘왕년의 스타’로 남지 않는, 죽을 때까지 노래하는 가수를 꿈꾼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는 최백호가 2017년 발매한 ‘바다 끝’을 팬들에게 추천하며 “힘이 들 때 위로를 받는 곡”이라고 언급했고, 가수 김호중은 그를 롤모델로 꼽았다. “저만치(저만큼) 늙어서도 노래하고 싶다는 뜻 아닐까요. 드라마에도 노인정이 필요하듯 노래에도 노인 목소리가 필요하니까요. (웃음)” 꿈꾸는 소년과 온화한 노년의 얼굴은 음악에 대한 철칙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한 치의 타협 없는 엄격한 거장의 얼굴로 바뀌었다. “제 딸과 손자, 손녀에게 부끄러운 노래는 안 하겠다는 게 가수로서의 기준이에요. 특히 표절은 안돼. 그건 도둑질이에요. 표절을 용서한다면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을 다 풀어줘야 해요. 그래서 전 노래도 너무 많이 듣진 않아요. 은연중에 그 멜로디가 작곡 중에 나올 수도 있어서요.” 여러 인터뷰에서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언급한 최백호. 그는 과거에 묶여있기를 거부하며, 지금 현재의 열정에 집중한다. “70대에게도 사랑은 있어요”라며 웃던 그는, 사랑할 대상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영원한 소년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잠재력은 무궁하다고 생각해요. 노력하고 집착하면 어떤 일이든, 어떤 세계든 이룰 수 있어요. 제가 70대에도 좋은 노래를 불렀으니 80대, 90대에도 틀림없이 부를 수 있겠죠.”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어제 야구 경기(한국시리즈)를 보러 갔어요. 아무도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지 않더군요. 모두 경기에 몰입한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미국 그래미 12관왕, 롤링스톤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70위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 잭 화이트(47)가 공연 시작 1시간 후 관객 1300명에게 처음 건넨 인사말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채 경기를 즐긴 한국 관중을 향한 찬사였다. 모든 콘서트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엄격히 금하는 그의 첫인사다웠다. 8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예스24홀에서 열린 그의 첫 내한공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연 전 “사진 및 영상 촬영 시 삭제 후 퇴장시킨다”는 안내가 있었고, 화이트가 105분 동안 20여 곡을 열창하는 동안 객석에서는 단 한 줌의 스마트폰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천주교 신자 부모님 밑에서 자라 신부가 되려 했던 화이트는 아버지가 사준 피아노를 독학으로 치며 가수를 꿈꿨다. 1997년 메그 화이트와 듀오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를 결성한 뒤 정규 3집 ‘White Blood Cells’(2001년)로 처음 빌보드에 입성했다. 대표곡 ‘Seven Nation Army’가 수록된 정규 4집 ‘Elephant’(2003년)로 두 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1년 팀 해체 후 솔로활동을 시작한 화이트는 두 번째 솔로앨범 ‘Lazaretto’(2014년)로 그래미 ‘베스트 록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4월 발매한 네 번째 솔로앨범 수록곡 ‘Taking Me Back’의 전주와 함께 무대에 등장한 화이트는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한국, 오늘 기분 어때요?”라는 짤막한 인사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의 쉼 없이 노래를 이어나갔다. 한쪽 다리로 방방 뛰며 무대 좌우를 오간 탓에 파란색 머리는 헝클어졌고, 재킷은 공연 중간에 벗어 던졌으며 격렬한 연주를 견디지 못한 기타 피크를 곡이 끝날 때마다 허공에 날렸다. 관객도 동화됐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 이마가 부딪힐 듯 머리를 흔들며 ‘You Don‘t Understand Me’를 연주하는 그의 선명한 타건에 환호를 보냈다. 앙코르곡 ‘Seven Nation Army’에선 2절 초반 갑작스럽게 화이트가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관객이 주저 없이 가사를 읊자 화이트는 “맞다(That’s Right)”며 기뻐했다. 화이트는 올 4월 영국 매체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투어를 못 하는데 앨범을 만드는 게 이상했다. 안개가 돼 사라져버릴 것을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았다”며 2020년 음악에서 손을 뗀 이유를 밝혔다. 이날 공연에서 화이트는 관객들에게 음악이 주는 몰입과 전율을 선물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어제 야구 경기(한국시리즈 5차전)를 보러 갔어요. 아무도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지 않더군요. 모두 경기에 몰입한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미국인도 그런 열정을 배워야 해요.” 미국 그래미 12관왕, 롤링스톤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70위에 이름을 올린 파란 머리의 뮤지션 잭 화이트(47)가 공연시작 1시간 후 관객에게 처음 건넨 인사말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채 경기를 즐긴 한국 관중들을 향한 감동어린 찬사였다. 모든 콘서트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엄격히 금하는 화이트의 첫인사다웠다. 8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그의 첫 내한공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연 전 “사진 및 영상 촬영 시 삭제조치 후 퇴장시킨다”는 경고성 안내가 있었고, 105분 동안 1300명이 가득 찬 객석에선 단 한 줌의 휴대폰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그의 콘서트 사진이나 동영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 부모님 밑에서 자라 신부가 되려했던 화이트는 신학교 입학도 마쳤던 14살 여름, “우리 세대를 위한 목소리는 누가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 뒤 아버지가 사준 피아노를 독학하며 가수를 꿈꿨고, 밴드활동을 거쳐 스물 두 살 되던 해인 1997년, 전 아내 멕 화이트와 듀오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를 결성한다. 1996년 결혼한 두 사람은 2000년 이혼했다. 정규 3집 ‘White Blood Cells’(2001년)로 처음 빌보드에 입성하며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이들의 대표곡 ‘Seven Nation Army’가 수록된 정규 4집 ‘Elephant’(2003년)로 두 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멕 화이트의 무대공포증으로 2011년 팀 해체 후 솔로활동을 시작한 화이트는 두 번째 솔로 앨범 ‘Lazaretto’(2014년)로 그래미 ‘베스트 록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면서 과거의 명성에 머무르지 않는 현시대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기타와 물아일체 된 현시대의 전설에 관객들 전율 “한국에 처음 와 기쁘다”거나 내한한 해외스타들의 필수 코스가 된 ‘볼 하트’도 없었다. 3월 발매한 네 번째 솔로앨범 ‘Fear Of The Dawn’의 수록곡 ‘Taking Me Back’의 전주와 함께 무대에 등장한 화이트는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How are you doing, Korea?”라는 짤막한 인사를 제외하고 단 한번의 쉼도 없이 계속해서 노래를 이어나갔다. 매 공연마다 정해진 세트리스트 없이 즉흥적으로 원하는 곡을 연주하는 탓에 관객들은 다음에 어떤 곡이 나올지 예상하지 못한 채 기타와 물아일체가 된 화이트의 본능과 호흡에 몸을 맡겼다. 통상 해외 아티스트는 앵콜곡까지 똑같은 순서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미리 세트리스트를 숙지한 채 공연장을 찾는다. 숨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그의 연주에 1층 스탠딩석 관객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추거나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열광했고, 2층 지정석 관객들 중 일부는 접신한 듯한 그의 퍼포먼스에 고개를 좌우로 내젓기도 했다. 화이트는 겉핥기식의 인사치레 대신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끓어오르는 흥을 주체하지 못한 채 한쪽 다리로 방방 뛰며 무대 좌우를 오간 탓에 그의 정체성과도 같은 파란색 머리는 잔뜩 헝클어졌고, 파란색 반짝이가 달린 자켓은 공연 중간에 벗어 던졌으며, 곡이 끝날 때마다 격렬한 연주를 견디지 못한 기타 피크를 허공에 그대로 날렸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붙는 화이트에 관객도 동화됐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 이마가 부딪힐 듯 격렬하게 머리를 흔들며 ‘You Don‘t Understand Me’의 간주 부분을 연주하는 그의 선명한 타건에 관객은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진 이들을 부탁하는 노래 ‘If I Die Tomorrow’를 부를 땐 관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후레쉬를 켜고 공중에 흔들었다. 이날 공연에서 유일하게 스마트폰 불빛이 객석에서 새 나온 순간이었다. 공연은 매 순간이 클라이막스였다. 마지막 곡 후 밴드가 퇴장한 뒤 무대 불이 꺼지자 Seven Nation Army의 멜로디를 힘껏 외치며 앵콜을 성원했다. 검정색 반팔티를 입은 채 무대에 다시 등장한 화이트는 앵콜곡 ‘Steady As She Goes’을 부를 때 “내가 ‘Steady as she goes’를 부르면 ‘Are you steady now’를 불러달라”며 관객들과 함께 노래했다. 마지막 앵콜곡 Seven Nation Army를 부를 때엔 2절 초반 갑작스럽게 관객에 마이크를 넘겼음에도 주저하지 않고 정확히 가사를 읊으며 떼창하는 관객에 ‘That‘s Right!’이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화이트는 4월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투어 공연을 못 하는데 앨범을 만드는 건 이상하게 느껴졌다. 안개가 돼 사라져버릴 것을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았다”며 2020년 한 해 동안 음악에서 손을 뗐던 이유를 밝혔다. 은둔과 단절의 시간동안 느꼈던 생경한 감정을 음악으로 표출했고, 올해 4월과 7월 솔로 앨범 두 장을 연거푸 발매했다. 무대에서 연주하지 못할 곡은 공기 중에서 사라지는 안개와도 같다던 본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그는 4집이 발매된 4월 그의 고향 디트로이트에서 세계 투어의 스타트를 끊었다. 무대에 서야 비로소 음악이 완성된다고 믿지만 온라인상 ‘되감기’는 불가능하다. 오로지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만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 몰입과 전율, 화이트가 관객에게 남긴 선물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징그럽고 성가신 존재.’ 사람들이 곤충을 떠올렸을 때 흔히 갖는 생각이다. 정작 곤충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다. 영국 서식스대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곤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곤충은 먹이사슬 기본 단계의 단백질원이기에 곤충이 사라졌을 때 포식자들이 연쇄적으로 멸종한다. 인구의 80%가 2000종에 달하는 곤충을 먹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 식량 공급에도 차질이 생긴다. 곤충은 식물에게 꽃가루를 옮기고 해충을 없애는 등 생태계 유지에도 큰 역할을 한다. 저자는 곤충이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며 환경 파괴로 곤충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 경고를 던진다.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저자는 날아가던 곤충이 부딪히면 갇히는 텐트를 독일 각지에 설치해 매년 텐트에 갇히는 곤충 무게를 추적했는데, 1989년부터 2016년까지 26년 사이 덫에 걸린 곤충의 무게가 75% 감소했다. 월동기간 멕시코의 한 산맥에 모이는 제왕나비 개체수를 센 결과 이곳에서 발견된 제왕나비는 1997년 120만 마리에서 2019년엔 3만 마리로 줄었다. 곤충 감소의 가장 큰 책임은 원시 자연 서식지를 무차별적으로 개발해온 인간에게 있다. 실제로 위성 영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열대림은 연간 7만5000m², 하루에 약 200m²의 속도로 개간되고 있다. 비료, 농약 등 화학물질 증가도 심각하다. 해충이 농약에 내성을 띠기 시작하면서 농민들은 80여 년간 더 많은 농약을 뿌려야 했고, 살충제가 수십 년간 잔류하면서 먹이사슬을 따라 독성이 축적됐다. 저자는 곤충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변화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19년 독일 바이에른 주민들은 곤충 감소에 대한 우려로 곤충 친화적 서식지를 조성하자는 내용을 담은 자연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했고, 200만 명이 서명했다. 농약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던 당시 집권당은 이를 기각하려 했지만 풀뿌리 운동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법안 통과로 이어졌다. 중고등학교에서 자연 탐구 시간을 마련하고, 자연사를 대입 시험에 포함시키자는 제안도 눈여겨볼 만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꺄아악, 어떡해! 빨리 들어가자!” 지난달 29일 오후 1시 반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 ‘레볼루션 하트’의 쇼케이스를 앞두고 600여 명의 팬이 몰렸다. 지난해 7월 데뷔한 4인조 보이그룹 레볼루션 하트는 쇼케이스가 진행된 1시간 내내 극장 스크린을 통해 팬들과 만났다. 애니메이션 속 미소년 모습의 멤버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될 때마다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멤버 제미니가 윙크를 하며 “사랑해용”이라고 하자 “귀여워!”라고 외치는 팬도 있었다. 데뷔 1주년을 기념해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 ‘슈퍼스타’가 나오자 팬들은 후렴구를 ‘떼창’했다. CGV 왕십리(608석), CGV 용산아이파크몰(192석), CGV 영등포(303석) 등 3곳에서 동시에 열린 쇼케이스는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체 1103석이 매진됐다.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이 1020세대에게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기업 광고에 출연해 유명해진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처럼 외모부터 목소리, 움직임까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 인간’과는 결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버추얼 아이돌은 아바타를 연기하는 실제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성우처럼 인간이 아바타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팬들과 대화하며 노래도 부른다. 센서를 부착한 인간의 움직임을 가상현실(VR)에 반영하는 ‘트래킹’ 기술로 아바타의 표정과 몸동작도 만들어낸다. 3차원(3D) 기술을 활용해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영상도 만든다. 버추얼 아이돌을 연기하는 인간은 인터넷 방송에서 활동하는 이들로 추정되지만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는다. 버추얼 아이돌 중 가장 주목받는 그룹은 지난해 8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다. 콘텐츠 창작자 ‘우왁굳’이 가상세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멤버로 구성한 이세계 아이돌은 지난해 12월 데뷔 곡 ‘리와인드’로 음원 차트 벅스, 가온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멤버들이 정체를 숨긴 채 가상세계 속 아바타로 오디션에 참가하는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를 28일 선보인다.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우선 활발한 소통을 꼽는다. 보통 아이돌은 방송 출연을 포함해 각종 일정이 많아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쉽지 않다. 이에 비해 버추얼 아이돌은 물리적 공간에 직접 갈 필요가 없어 시간 여유가 있고, 온라인 생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팬들과 매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쇼케이스에서 만난 이모 씨(23·여)는 “아미(방탄소년단·BTS 팬덤)였는데 소통도 불규칙적이고 (BTS가) 예능 프로그램에 안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 손안의 아이돌’처럼 느껴지는 레볼루션 하트로 팬덤을 갈아탔다”고 말했다. 1020세대는 버추얼 아이돌의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레볼루션 하트가 소속된 카론유니버스의 신예지 대표는 “젊은 세대는 아바타 뒤 인간이 누군지 궁금해하지 않고 멤버의 캐릭터와 세계관에 온전히 몰입한다”며 “팬들이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웹소설도 활발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1020세대는 어릴 적부터 온라인 캐릭터를 접해 버추얼 아이돌을 친숙하게 여긴다”며 “앞으로 버추얼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꺄아악, 어떡해! 빨리 들어가자, 빨리!” 지난달 29일 오후 1시 반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 “‘레볼루션 하트’ 쇼케이스 입장 시작합니다”라는 안내 목소리와 함께 600여 명의 사람들은 일제히 극장 입구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데뷔한 4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레볼루션 하트의 팬들. 서둘러 극장 안으로 들어간 팬들은 멤버 모습이 띄워진 스크린을 배경으로 응원봉을 높이 들어 인증샷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쇼케이스 시작 후 멤버들의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 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멤버 제미니가 “사랑해용”이라며 애교를 부리자 “너무 귀여워!”라고 소리를 지르는 팬도 있었다. 데뷔 1주년 기념 팬송 ‘슈퍼 스타’가 나오자 팬들은 후렴구를 ‘떼창’하기도 했다. 여느 쇼케이스와 다르지 않은 팬들의 열기였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날 쇼케이스에는 실제 인간이 단 한 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레볼루션 하트는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로, 한 시간 내내 극장 스크린으로 팬들을 만났다. 첫 디지털 싱글 ‘트리거’ 발매를 앞두고 열린 첫 번째 쇼케이스에 팬들 천여 명이 몰렸다. CGV에 따르면 이날 쇼케이스가 열린 CGV 왕십리, CGV 용산아이파크몰, CGV 영등포 세 개 극장 1103석 전석이 예매 3분 만에 매진됐다. 가상 인물을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이 1020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로지’나 ‘수아’ ‘한유아’ 처럼 외모는 물론 목소리, 움직임, 대화 내용까지 AI가 만들어낸 ‘가상 인간’과는 다르다. 버추얼 아이돌은 아바타를 연기하는 실제 인물이 숨어있다. 목소리는 실제 인간이 내고, 얼굴 표정과 몸동작은 신체 움직임을 감지해 가상현실(VR) 영상에 반영하는 ‘트래킹’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은 지난해 8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의 게임 크리에이터 ‘우왁굳’이 가상세계 속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여섯 멤버로 만든 이세돌은 지난해 12월 데뷔곡 ‘RE:WIND(리와인드)’로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도 실제 걸그룹 멤버들이 아바타로 오디션에 참가하는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를 28일 선보일 예정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강점은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이다. 보통 아이돌은 소속사가 정해준 시간에만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방송출연, 콘서트 등 일정이 많아 소통에 한계가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물리적 공간에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고, 온라인 생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를 겸하는 경우도 많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쇼케이스에서 만난 정세민 씨(19·여)는 “레볼루션 하트는 매일 라이브 방송을 하고 팬들의 채팅을 일일이 다 읽어준다. 1~2주에 한 번씩 라이브 방송을 하는 실제 아이돌 그룹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모 씨(23·여)는 “원래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였는데 몇 년 전부터 브이앱(실시간 소통 플랫폼)을 켜는 빈도도 불규칙적이고 예능도 거의 안나오기 시작했다. 일대일 대화를 하며 ‘내 손 안의 아이돌’ 느낌을 주는 레볼루션 하트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실제 인간이 아바타의 뒤에 있을 경우 ‘불쾌한 골짜기’를 줄여준다는 강점도 있다. 불쾌한 골짜기란 아예 인간과 다르거나 똑같은 가상인간에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지만, 그 중간 단계의 어설픈 가상 인간을 봤을 때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인간이 대화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것.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허무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버추얼 아이돌은 완벽한 가짜가 아닌, 어느 정도 인간의 모습을 갖춘 존재라 친근감을 준다”며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가상 인간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색한 AI를 접했을 때의 불쾌감을 줄여줄 수 있는 과도기적 존재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020세대는 아바타 뒤의 인간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기보다, 캐릭터와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레볼루션 하트가 소속된 카론유니버스의 신예지 대표는 “버추얼 아이돌은 명확한 성격과 독특한 능력 등을 각 멤버에게 부여한 세계관을 만들 수 있어 그 세계관에 온전히 빠지는 1020세대 팬들이 많다”며 “캐릭터를 활용한 웹툰, 웹소설 등 팬들이 2차 저작물도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블랙핑크와 아이브, (여자)아이들…. 최근 ‘대세’ 걸그룹엔 공통점이 있다. 올해 발매한 신곡 중에는 기존 곡의 일부 음원을 재편집해 활용하는 샘플링을 한 곡이 있다는 것. 가요계에서 샘플링은 꾸준히 사랑받았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샘플링한 H.O.T.의 ‘빛’(1998년),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해 인기를 얻었던 신화의 ‘T.O.P’(1999년)가 대표적이다. 아이브는 8월 발매한 신곡 ‘애프터 라이크’에서 1978년 미국 디스코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의 히트곡 ‘아이 윌 서바이브’를 샘플링했다. 통상 팝송 샘플링에서는 후렴구를 활용하는데 애프터 라이크는 간주 부분을 활용해 신선함을 더했다.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아이 윌 서바이브는 빌보드 핫백 차트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곡이라 아이브는 기존 팬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블랙핑크는 클래식을 택했다. 19세기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해 지난달 선보인 곡 ‘셧 다운’으로 인기를 끌었다. 곡 시작부터 라 캄파넬라 도입부의 강렬한 바이올린 선율이 등장해 팬들 사이에서 ‘이 곡을 샘플링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빌보드는 “친숙한 클래식과 힙합의 만남으로 까다로운 청중을 만족시켰다”고 평했다. 17일 컴백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신곡 ‘누드’는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의 멜로디를 차용했다. ‘누드’라는 노래 제목에 대중은 섹시 콘셉트를 예상했으나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나다운 모습을 찾자’는 메시지를 담아 반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4세대 걸그룹들이 과거 명곡을 샘플링한 건 친숙한 멜로디가 신곡을 듣는 이들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는 세대를 넘어 울림을 주는 명곡이 K팝에 녹아들어 새롭게 재탄생함으로써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5년 일본 고베시의 한 지역신문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교 시절 도서 대출 기록을 입수했다. 신문사는 학문적 연구 가치가 있다며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저자는 이에 대해 “16세 이상 이용자의 도서 대출 목록은 가족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도서관은 빅데이터 시대에 감시당하지 않고 정보를 얻는 마지막 장소”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라 여기지 않는다. 공공도서관은 성별과 인종,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니 사회적 소외 계층의 안식처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미 시애틀중앙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들은 노숙인이라고 한다. 도서관은 이들을 위해 정신건강 및 취업, 주거 관련 상담 서비스도 진행한다. 사서로 일할 때 도서관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 관련 책이 모두 사라졌던 경험도 소개했다. 일부 이용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버린 것이다. 실제 미 도서관에선 점성술, 낙태 등과 관련된 민감한 책들이 종종 없어진다고 한다. 저자는 “도서관은 검열의 공간이 아닌, 누구나 정보를 얻을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변한다. 절간처럼 조용한 도서관보다 아이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리거나 왁자지껄한 토론이 벌어지는 사람 냄새가 나는 도서관을 꿈꾼다는 시각도 신선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연말 아이돌 대전’이 시작됐다. 에스파, 뉴진스, 아이브, 블랙핑크 등 올여름부터 가요계를 달군 걸그룹부터 최근 앞다퉈 컴백한 남자 아이돌까지, 연말 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의 신곡으로 성찬이 차려질 예정이다. 17일 동시에 컴백한 4세대 걸그룹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은 ‘걸크러시’ 콘셉트로 돌아왔다. (여자)아이들의 미니 5집 ‘아이 러브’ 타이틀곡 ‘누드’는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나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르세라핌의 신곡 ‘안티프래자일’은 시련을 마주할수록 더 성장하겠다는 내용이다. 27일 기준 멜론과 벅스 차트 1위는 (여자)아이들의 ‘누드’, 2위는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이다. 2세대 대표 걸그룹 ‘카라’는 데뷔 15주년 기념 앨범을 다음 달 29일 발매한다. 카라의 완전체 컴백은 2015년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남자 아이돌은 솔로부터 밴드까지 다양한 형태로 돌아오고 있다. 세계 K팝 팬들의 큰 관심은 28일 발매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의 첫 솔로곡 ‘디 애스트로너트’. 영국 인기 밴드 콜드플레이가 공동 참여했다. 남매 듀오 ‘악뮤’의 이찬혁은 죽음을 소재로 한 첫 솔로앨범 ‘에러’를 선보였다. 보이밴드 엔플라잉은 8번째 미니앨범 ‘디어리스트’로 돌아왔다. BTS의 군입대가 공식화된 가운데 그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는 스트레이 키즈는 7일 발매한 앨범 ‘맥시던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엔데믹에 접어든 데다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있어 아이돌 가수들이 콘서트를 다시 정상적으로 열 계획을 갖고 속속 컴백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연말 아이돌 대전’이 시작됐다. 올 여름에는 에스파, 뉴진스, 아이브, 블랙핑크 등 걸그룹 4파전이 치열했다면 10, 11월에는 보이그룹까지 가세했다. (여자)아이들은 3월 발매한 ‘톰보이’에 이어 신곡 ‘누드’로 컴백과 동시에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11월에는 2세대를 풍미한 걸그룹 카라의 완전체 컴백이 기다리고 있다. 보이그룹도 만만치 않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중 제이홉에 이어 두 번째로 솔로곡을 발매하는 진,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실력파 보이밴드 엔플라잉의 컴백이 K팝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8월을 달궜던 ‘여름 걸그룹 대전’은 10월에도 현재진행형이다. 1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마마무는 11일 12번 째 미니앨범 ‘마이크 온’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일낼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동시에 컴백한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은 4세대 걸그룹을 관통하는 ‘걸크러시’ 컨셉으로 돌아왔다. (여자)아이들의 미니 5집 ‘아이 러브’ 타이틀곡 ‘누드’는 섹스 심벌로만 소비됐던 마릴린 먼로를 모티브로 삼아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나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미니 2집 ‘안티프래자일’을 내고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활동하고 있는 르세라핌은 시련을 마주할수록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27일 기준 멜론 차트와 벅스 차트 1위는 (여자)아이들의 ‘누드’, 2위는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이 차지했다. 2세대의 ‘레전드 걸그룹’ 카라는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을 다음달 29일 발매한다. 카라가 완전체로 앨범을 내는 것은 2015년 5월 일곱 번째 미니음반 ‘인 러브’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이번 앨범에는 박규리, 한승연, 허영지를 비롯해 2014년 탈퇴한 니콜과 강지영까지 참여한다. 남자 아이돌의 경우 솔로부터 밴드까지 다채로운 컴백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K팝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솔로 컴백은 BTS의 진이 28일 발매한 신곡 ‘디 애스트로너트’. 진의 첫 솔로곡이자, BTS에서는 제이홉 후 두 번째 솔로 활동이다. 이 곡에는 BTS와 지난해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를 발매한 바 있는 영국 인기 밴드 콜드플레이가 공동 참여했다. 귀여운 남매듀오 ‘악뮤’의 이찬혁은 그 동안의 발랄하고 풋풋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죽음’을 소재로 한 앨범 ‘에러’를 17일 선보이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찬혁은 타이틀곡 ‘파노라마’ 무대에서 삭발을 하거나, 무대 정면에서 등을 진 채 노래하는 등의 신선한 행보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FNC의 보이밴드 엔플라잉은 17일 8번째 미니앨범 ‘디어리스트’로 돌아왔다. ‘망했다’라는 외침으로 시작되는 타이틀곡 ‘폭망’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을 ‘폭망했다’는 재치있는 가사로 표현했다. 리더 이승협이 수록곡 여섯 곡의 작사, 작곡을 주도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군입대가 공식화된 가운데 BTS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는 그룹은 JYP의 스트레이 키즈. 스트레이 키즈는 이달 7일 발매한 앨범 ‘맥시던트’로 미국에서 11만7000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해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스트레이 키즈는 전작 ‘오디너리’로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바 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이 미친 메이크업과 헤어는 이제 끝내야 한다.’ 올해 8월 트위터에는 걸그룹 아이브의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멤버들은 무대뿐만 아니라 광고, 화보, 예능에서까지 메이크업 테러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칙칙한 화장과 어색한 머리 스타일로 수차례 공식석상에 선 데다 지난달 컴백을 앞두고 공개된 콘셉트 사진에서 멤버들의 ‘퍼스널 컬러’(피부 톤과 어울리는 색상)를 고려하지 않은 메이크업을 한 게 도화선이었다. 트위터에는 ‘#아이브_샵_바꿔’라는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K팝 팬덤이 아이돌 그룹의 헤메코까지 바꾸고 있다. 3세대 아이돌만 해도 헤메코가 별로였던 날의 사진이 해당 아이돌의 ‘흑역사’로 회자되거나 “코디가 안티”라는 우스갯소리로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Z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아이돌은 내가 직접 키운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멤버에게 스타일링이 어울리지 않을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판하는 글을 올리거나 해시태그를 통해 집단행동을 해 소속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브의 메이크업과 관련해 한 팬은 트위터에 멤버 안유진이 붉은색 입술, 검은색 머리를 했을 때의 생기 있는 사진과 베이지색 화장, 연갈색 머리를 했을 때의 칙칙한 사진을 비교해 올렸다. 장원영은 홍보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 화보 사진에서 잘못 자른 듯한 잔머리, 지저분한 눈썹으로 등장해 “나이 들어 보인다”는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민희진 걸그룹’으로 돌풍을 일으킨 뉴진스의 헤메코 담당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달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케이콘 2022―저팬’ 무대에서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지닌 뉴진스의 옅은 화장, 검은색 생머리를 바꾼 것. 갈색 머리, 짙은 색조 화장, 지나치게 알록달록한 의상과 털모자에 팬들은 “레트로를 넘어 각설이가 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소수의 강력한 팬덤이 여론을 좌우하는 K팝 시장의 특성상 소속사와 관계자들은 팬들의 지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브 메이크업 담당자는 SNS 라이브 방송에서 “아이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2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뉴진스의 메이크업 담당자는 자신의 SNS에 ‘일본에서의 뉴진스 메이크업은 저희 스태프와 관련 없으며 제가 한 메이크업이 아닙니다’라는 해명을 올렸다. 팬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아이브의 메이크업은 멤버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팬들의 행동은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Z세대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정하는 엠넷의 ‘프로듀스 101’ 이후 4세대 팬덤은 아이돌 그룹을 팬들이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며 “기획사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메이크업이나 의상, 노래의 멤버별 파트 분배가 적절한지까지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걸그룹의 여성 팬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분석한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4세대 걸그룹의 여성 팬이 더 많아졌고 걸그룹 멤버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자신의 메이크업, 헤어, 의상에 신경을 쓰듯이 매우 구체적으로 의견을 낸다. 소속사는 팬들의 조언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되 그룹의 정체성은 유지하도록 적절한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절반의 정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재개된 올해 야외 음악축제는 반가웠지만 아쉬웠다. 관객들은 아예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페스티벌의 부활에 환호했지만 ‘라인업’이나 구성은 예년만 못했다. 이달 8∼10일 열렸던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슬라슬라)’는 과거에 비해 라인업이 소박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스팅이 2019년 헤드라이너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헤드라이너였던 레이니와 앤 마리, 라우브는 다소 조촐해 보였다.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올해 초청한 모든 가수를 합쳐도 스팅 섭외비보다 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해외 아티스트 수 자체가 줄기도 했다. 2019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피스트레인)’에는 일본과 헝가리, 영국 등에서 온 14개 팀이 무대에 올랐지만, 올해는 HYBS와 스타크롤러 등 7개 팀에 불과했다. 페스티벌들이 3년간의 수익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중성에 집중한 경향도 엿보였다. 슬라슬라를 기획한 프라이빗커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아티스트 섭외비가 크게 치솟았다”며 “올해는 젊은층에게 티켓파워가 있는 팝 가수들로 라인업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섭외 일정이 촉박했던 점도 영향을 끼쳤다. 피스트레인은 당초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존 케일, 전설적인 록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글렌 매틀록을 섭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내한이 무산됐다. 김미소 피스트레인 총감독은 “유명 아티스트는 최소 1년 전부터 섭외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니 상황이 바뀌며 페스티벌 재개 결정이 8월에야 나서 방한이 무산됐다”고 했다. 내년에는 야외 음악축제가 예년처럼 돌아올 수 있을까.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해외 뮤지션 라인업이 페스티벌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절반의 정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야외 음악 페스티벌은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개최가 취소됐던 야외 음악 축제들은 3년 만에 관객들을 만났지만 ‘라인업’은 예전만하지 못했다는 관객들의 아쉬움이 컸다. 운영비 축소에 더해 팬데믹으로 축제 개최가 뒤늦게 확정되면서 촉박하게 해외 뮤지션들을 섭외해야 했기 때문. 야외 음악 축제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몰려 관객 수는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아티스트 라인업이나 예산이 팬데믹 전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엔 스팅, 올해는 앤 마리 이달 8~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슬라슬라 2022)은 라인업이 소박해졌다. 2019년에는 헤드라이너가 ‘잉글리시맨 인 뉴욕’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 등 숱한 명곡을 만들며 그래미상을 17번 수상한 영국 가수 스팅이었다. 올해 헤드라이너는 레이니, 앤 마리, 그리고 라우브. 이들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팝가수지만 스팅에 필적할 만한 ‘레전드급’ 뮤지션은 없었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스팅 한 명의 섭외비가 올해 초청된 가수들을 다 합친 섭외비보다 비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달 1, 2일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해외 뮤지션 수도 대폭 축소됐다. 23개 팀 중 해외 팀은 HYBS, 스타크롤러 등 일곱 팀에 불과했다. 2019년엔 30여 개 팀이 참여했고, 일본, 영국, 프랑스, 태국, 헝가리 등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해외 아티스트가 14개 팀에 달했다. 3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8월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음악 축제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펜타포트)은 역대 최다인 13만여 명이 찾았지만 해외 아티스트 라인업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페스티벌이 열린 3일 중 이틀의 헤드라이너는 한국 밴드인 넬과 자우림이었고, 해외 헤드라이너였던 뱀파이어 위캔드도 기존 펜타포트 헤드라이너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9년 헤드라이너는 그래미 최우수 뮤직비디오상 후보자였던 위저를 비롯해 프레이, 코넬리우스 등 모두 해외 아티스트였다.●촉박한 섭외 일정, 예산 축소가 발목 코로나 19로 인한 촉박한 섭외 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1995년 미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존 케일, 전설적인 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글렌 매트록을 섭외하려 했으나 촉박한 일정 탓에 내한이 무산됐다. 김미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은 “레전드급 아티스트는 최소 1년 전부터 섭외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19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어서 페스티벌 재개 결정이 8월에야 났다. 그 때 연락했을 때 일정이 맞는 해외 뮤지션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페스티벌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아티스트는 보통 일본, 한국,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국가들 공연을 한꺼번에 진행한다. 이 때문에 아시아 페스티벌들은 해외 아티스트를 연계해 섭외를 하기도 한다. 예컨대 2019년 펜타포트 헤드라이너였던 위저나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일본 최대 록 페스티벌인 서머소닉에도 출연했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일본 서머소닉이나 후지 록 페스티벌이 예년 수준의 해외 라인업을 회복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페스티벌을 주로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티켓파워가 있는 팝 가수 위주로 라인업이 꾸려지는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페스티벌들이 3년 간 내지 못했던 수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음악성은 높지만 국내 인지도는 떨어지는 아티스트보다, 국내 음원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트렌디한’ 가수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노선을 바꾼 것. 슬라슬라 2022를 기획한 프라이빗커브 관계자는 “3년 동안의 공연 수익이 없었던 데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아티스트 섭외비가 치솟았다“며 ”올해는 젊은층에게 좀 더 티켓파워가 있는 팝 가수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젊은 세대는 오히려 스팅보다 앤 마리에 더 익숙하다. 티켓 수익은 2019년보다 올해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진(30·사진)이 28일 첫 솔로 싱글 ‘The Astronaut(디 아스트로넛)’을 발매한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9일 “디 아스트로넛은 진이 아미(팬덤명)를 향한 애정을 담아 만든 만큼 아미에게 선물과 같은 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히트뮤직이 올해 진의 입대를 공식화한 만큼 이번 솔로 발매가 입대 전 진의 마지막 활동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BTS 멤버의 개별 활동은 올해 7월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를 발매한 제이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진은 앞서 15일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에서 솔로 활동을 예고했다. 그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분과 인연이 됐다”며 솔로곡은 협업곡임을 암시했다. 협업 상대는 지난해 BTS와 ‘마이 유니버스’를 발매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진이 콜드플레이에 협업을 먼저 제안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싱어송라이터, ‘AKMU’(악뮤·전 악동뮤지션)의 이찬혁(27·사진)은 스스로에게 자주 죽음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지금 옳다고 생각한 가치는 죽기 직전일 때도 여전히 중요할까.” “늘 겸손하겠다고 하지만, 실은 왕이 되고 싶었는데. 내 성(城)은 만들고 죽어야 하지 않나?”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17일 만난 이찬혁은 데뷔 8년 만의 첫 솔로 앨범 ‘ERROR’를 내놓은 계기가 “죽음에 대한 성찰”이었다고 했다. 수록된 11곡은 ‘죽음 앞에 선 이찬혁’라는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이찬혁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가는 ‘목격담’과 ‘사이렌’을 시작으로, 혼수상태인 그가 삶을 회고하는 타이틀곡 ‘파노라마’를 거쳐 죽음을 맞은 뒤 장례식 풍경을 상상한 ‘장례희망’으로 이어진다. “악뮤로 활동하며 늘 음악에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담아 왔어요. 그런데 그 생각에 오류가 있는 것 같았죠. 지난해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에선 자유와 사랑에 대해 얘기했는데, ‘내가 당장 죽는다면 그게 내 최대 가치일까’ 고민했어요. 거기서 뭔가 내적 모순이 찾아오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 그 간극을 줄여 보고자 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솔로 앨범은 귀엽고 발랄했던 악뮤의 기존 색채와 완전히 다르다. 이미 재즈부터 댄스, 힙합,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이번 곡들은 전혀 ‘악뮤스럽지’ 않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고 그룹 멤버이자 친동생인 이수현은 ‘목격담’이나 ‘장례희망’을 듣고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악뮤로 호평받아 언제나 감사하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수현이도 저도 나이가 들며 각자 캐릭터가 명확해졌어요. 제 캐릭터 안에 수현이가 들어오는 게 쉽지 않아졌죠. 이젠 ‘예쁜 남매’로만 계속해서 가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 욕심을 담은 노래를 만들 거예요.” 너무 과격한 변신이 아닐까 싶지만, 이찬혁의 예측 불허 행보를 생각하면 그리 어색하진 않다. 최근 그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출근길에 잠옷 차림으로 출몰해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KBS ‘전국노래자랑’ 관객석에 앉아 있다 우연히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지나가는 길에 노래가 들려 우연히 찾아갔다”는 답변도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찬혁’다웠다. “스스로도 청개구리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스태프가) 예쁜 머리를 해주시면 괜히 헤어와 메이크업을 안 하고 싶은 반발심이 들어요. 틀을 다 깨고 싶어요. 저만의 성을 만들어 파티를 열고 사람들이 놀러 오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최근 발매한 미니앨범 ‘MAXIDENT(맥시던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1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16일(현지 시간) “스트레이 키즈는 차트 집계 기간 미국에서 11만7000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스트레이 키즈는 3월 ‘ODDINARY(오디너리)’로 처음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차트에서 1위에 오른 케이팝 가수는 방탄소년단(6회)과 스트레이 키즈(2회), 슈퍼엠·블랙핑크(각 1회)가 있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 등 전통적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EA)를 합산해 순위를 산정한다. 맥시던트는 앨범 판매량은 약 11만 장, SEA는 약 7000장으로 집계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방탄소년단(BTS·사진)의 진(30·본명 김석진)이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입영 연기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진을 시작으로 BTS 멤버들 모두 군대에 갈 예정이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은 “진은 이달 말 입영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입영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진을 포함해 슈가(29), 제이홉(28), RM(28), 지민(27), 뷔(26), 정국(25)까지 모든 멤버가 군대에 가겠다고 확정한 것이다. 진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였다. 빅히트뮤직은 “2025년에 다시 완전체로 활동하길 희망하지만 현재로선 특정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개별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