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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10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발의된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최대 50%까지 올리고, 반도체 기술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5%, 중소기업 35%로 각각 10%포인트씩 상향한 것이 핵심이다. 올해 말 일몰되는 반도체 산업 세액공제 기간은 10년 연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K-칩스법’을 되살린다는 취지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특별법에는 세액공제율 상향 외에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에 관한 정부 책임 의무화 방안과 신재생에너지 설비 공급 및 설치 비용 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또 ‘국가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고 반도체 관련 부처와 학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도체 특구에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또는 우선 선정권을 주고,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특례도 명시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여야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 같은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 속도를 빠르게 진행하면 올해 안에 법안 통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법인세 감면 등 정부의 감세 정책에 반대해 온 기조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투자를 했을 경우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이라 일반적인 감세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며 “첨단 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서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내 반도체 산업에 10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발의된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최대 50%로 올리고, 반도체 기술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5%, 중소기업 35%로 각각 10%씩 상향한 것이 핵심이다. 올해 종료되는 반도체 산업 세액공제 기간은 10년 연장하고, ‘국가반도체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한다고 25일 밝혔다. 김 의원은 “최근 반도체 산업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반도체법(Chips-Act)을 제정했고, 일본과 대만은 물론 미국과 대만의 전략적 연대도 강화되고 있다”며 발의 취지를 밝혔다. 특별법에는 세액공제율 상향 외에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에 관한 정부 책임 의무화방안과 RE100 실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공급 및 설치 비용 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또 국가반도체위원회에는 반도체 관련 모든 부처의 장관과 학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도체 특구에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또는 우선 선정권을 주고,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특례도 명시하도록 했다.김 의원은 “여야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 같은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 속도를 빠르게 진행하면 올해 안에 법안 통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법인세 감면 등 정부 감세 정책에 대한 반대 기조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투자를 했을 경우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이라 일반적인 감세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고 했다. 또 “첨단 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서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증인, 증인이 위원장이에요? 왜 위원장의 생각까지 재단하려고 그래요? 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위원장이 생각도 못 합니까?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어요? 위원장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생각이 된다’라는 생각을 임성근 증인에 맞춰서 생각을 고쳐먹어야 됩니까? 임성근 사단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부끄럽고 비굴한 군인일 뿐이에요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려 합니까. 사과하세요.”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저는 위원장님 생각까지 재단하지 않았습니다.”정청래 “사과하세요” 임성근 “그렇게 느끼셨다면…”정청래 “토 달지 말고 사과하세요”임성근 “그렇게 느끼시도록 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정청래 “토 달지 말고 사과하세요”(같은 대화 두 차례 반복)정청래 “일어나세요. 10분간 퇴장하세요. 임성근 증인 때문에 진행을 할 수가 없어요.”21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국회 첫 입법청문회의 한 장면입니다. 민주당 등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채 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정청래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초반부터 증인들에게 “답변에 따라 퇴거명령을 하겠다. 주의하시길 바란다.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하면 본인들 좋은 일이기 때문에 10분, 20분, 30분 단위로 퇴거 명령을 할 테니 밖에 나가서 성찰하고 오라는 뜻”이라고 엄포를 놓더니, 정말로 회의 내내 주요 증인들을 10분 단위로 번갈아 가며 내쫓았습니다. 학교 다닐 때 무섭던 학생주임 선생님이 떠오르더군요. 국회를 5년 출입하면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저만 낯선가 했는데 국회 경력이 오래된 민주당 보좌진들도 “내쫓는 경우는 없었다”고 하더군요.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 “퇴장하면 더 좋은 것 아니에요?”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성찰하고 반성하는 의미입니다.” 박지원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껄껄껄”정청래 “그건 모르겠습니다. 제가 잠깐 말씀드리면, 우리 증인들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가장일 수 있고 엄마일 수 있고 형님일 수 있고 아들일 수 있고,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 번쯤 채 해병 부모의 심정으로 한 번 돌아가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중략)” 임성근 전 사단장에 이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10분간 퇴정당한 뒤 박지원 의원과 정 위원장이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청문회를 보면서 제가 느꼈던 불편함이 무엇인지를 정 위원장이 스스로 잘 설명해 주더군요. 그의 말마따나, 누군가에겐 역시 부모이고, 가족인 사람을, 무엇보다 같은 국민을, 심지어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저렇게 조리돌림하듯, 인민재판하듯 고압적으로 대해도 되는 겁니까.정청래 위원장 “증인, 국어 모르십니까.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거부한다면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왜 그렇다고 답변을 못 합니까?”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위원장님, 증언 거부권은 법률에 의해서 인정되는 권리로 있습니다.”정 위원장 “증인, 알고 있어요. 제가 다시 묻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지금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지금 본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맞지 않습니까?”김 사령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고.”정 위원장 “그렇기 때문에 받을 염려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다, 이런 얘기예요.”김 사령관 “오히려 위원장님께서 그렇게 위원장님께서 발언하시는 부분은 증언 거부권을 침해하고 진술을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날 밤 10시 넘어까지 약 12시간가량 진행된 청문회는 내내 이런 흐름으로 진행됐습니다. 보통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야당 의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지금 국민을 무시하는 거냐”는 무적의 논리를 앞세워 출석한 주요 정부 관료들이나 증인들을 압박하는 거죠. 이미 잔뜩 위축된 증인들로선 이 논리에 맞서 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국민의 대표’인 여당 의원들도 참석하는 거죠. 과도하다 싶을 때 여당 의원들이 발언 중간에라도 끼어들어 항의하고 반발하는 겁니다. 야당 의원들도 같은 동료 의원에겐 증인 대하듯 하진 못하거든요. 그렇게 자연스레 논리와 힘의 균형이 맞춰지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사실 민주당은 이번에 야당으로선 그냥 자기들 일을 한 겁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태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어쨌든 자기들 입장에선 국민 공분이 들끓는 채 상병 사건의 주요 증인들을 국회에 세워 적나라하게 따지고 든 거니까요. 지켜보기에도 민망하고 불편했던 청문회는 결국 국민의힘이 여당 역할을 전혀 못 한 탓인 겁니다. 국민의힘이 청문회장에 들어왔더라면, 정 위원장이나 법사위원들의 과도한 공세에 “그건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발하고, 무례한 발언엔 “왜 갑질을 하냐”고 따져 물을 수 있었겠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청문회로부터 이틀 뒤인 23일에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증인에 대한 갑질, 조롱, 모욕 행위는 헌법에 따라 국회에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서 국회의 권능과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청래 위원장에 대해 주의 및 경고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더군요. 청문회 당일 청문회장 밖에서라도 했어야 할 소리를 그나마도 주말인 토요일이 지나고서야 한 겁니다. 다 끝나고 하면 뭐합니까. 역시 웰빙 정당답습니다.요즘 대체 ‘여당’이 과연 존재하긴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국민의힘은 5월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지금까지 한 달 가까이 한 번도 국회 업무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6월 5일 야당 단독으로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을 뽑고 10일엔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뽑아가는데도 보여주기식 규탄대회와 의원총회만 했을 뿐이죠. 민주당은 이미 22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부터 저런 식으로 원 구성을 하겠다고 엄포를 이어왔습니다.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확보하겠다”고 공약한 게 두 달 전, 4월 21일입니다.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법사위와 운영위는 민주당이 하는 게 맞다”는 후보들의 주장이 줄을 이었고요. 민주당이 정말 저럴 줄 몰라서 당한 거라면 국민의힘은 아직도 자신들의 상대를 너무 모르는 거고, 알고도 대책 없이 당한 거라면 정말 무능한 겁니다.그렇게 11개 상임위를 눈앞에서 뺏기고도 국민의힘은 일주일 내내 답 없는 의총만 이어갔습니다. 의총을 통한 의원들의 의견 수렴도 중요하죠.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 결단력이 더 필요한 순간입니다. 이럴 때 결정을 내리라고 원내지도부를 뽑는 거고요. 그런데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19일에야 뒤늦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앞의 1년은 민주당이 맡고 1년 뒤 2년 차에는 국민의힘으로 돌려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고작 그런 제안을 할 거였으면 차라리 진즉 했어야죠. 그리고 민주당이 그걸 받을 사람들입니까. 당장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향후 1년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실천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검토 가능하다”고 답했더군요. 거의 ‘알아서 기어 들어오라’는 수준입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대책 없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은 수차례 오물풍선을 날렸고, DMZ 군사분계선까지 침범했습니다. 러시아와는 대놓고 군사조약을 강화한다고 나섰고요. 하지만 국회에선 단 한 번의 국방위원회도, 외교통일위원회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여당 몫’이라며 위원장을 비워뒀기 때문이죠. 사실 국방위와 외통위는 성격상 여당이 챙기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국회 보이콧’이란 명분 아래 자신들의 역할을 방기했던 겁니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은 무조건 국회 안에서 싸우는 거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불리하고, 부당해 보이겠지만 그래도 국회 안에서 계속 자기들의 주장을 펼치면 그게 조금씩 여론에도 반영이 된다. 저렇게 보이콧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하더군요.결국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늘(24일) 오전 남은 7개 상임위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가 개원한 지 약 한달 만이니,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의힘이 진정성 있게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 그 땐 여론이 지지해 줄 겁니다. 그게 소수여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재명은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1년 대선 후보 때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2014년 경기 성남시장 시절 ‘성남은 합니다’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사이다 추진력’을 집중 부각한 거다. 그는 171석 원내 1당 대표가 돼서도 계속 ‘하고 있다’. 국회에서 그야말로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달 그가 당 워크숍에서 “개혁 법안과 민생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레토릭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정말 임기 첫날 자신의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법’을 당론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그러더니 22대 국회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본회의를 모두 야당 단독으로 열었다. 보통 여야 합의가 안 되면 한두 번쯤 미루는 게 관례였는데 “관례가 법을 이길 수 없다”는 명분으로 몰아붙였다. 그 결과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에 이어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11개 상임위원장이 모두 민주당 출신으로 뽑혔다. 집권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도, 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차지한 것도 모두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은 전체 18개 중 알짜배기 11개를 낼름 먼저 가져간 뒤 여당에 “남은 7개라도 줄 때 좋게 가져가라”고 하고 있다. 이재명은 그러고도 계속 한다. 그는 12일 당 회의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전날 가장 먼저 상임위 전체회의를 야당 단독으로 연 것에 대해 “신속하게 업무 시작하신 것, 잘하셨다”고 칭찬했다. 그러더니 옆자리에 앉은 박찬대 원내대표를 바라보며 “여당은 (원 구성을) 거부하겠다는 태도인데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냐”며 “법률상 월요일(10일)에 (원 구성이 완료) 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빨리 끝내라는 거다. 이 대표의 ‘하라’는 불호령에 11개 상임위는 경쟁적으로 ‘반쪽 회의’를 몰아치고 있다. 그는 당 대표도 한 번 더 하려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12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는 선거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헌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땐 사퇴시한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붙였다. 기소 시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조항은 없앴다. 이 대표는 이 개정이 자신의 대표 연임 및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한 ‘이재명 맞춤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회의에 참석해 개정에 반대 입장을 냈다. 다만 강성 친명들이 “특정인을 염두한 게 아니”라며 말리자 못 이기는 척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그를 진심으로 지지해 온 원조 친명들조차 “굳이 (당헌을) 손 볼 필요가 있었나”(정성호 의원) “주변에서 (한 번 더 당 대표) 하라고 하니까 한다, 이런 논리로 연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김영진 의원)는데, 그래도 이재명은 한다. 행정가 시절 이재명은 ‘한다면 하는’ 불도저 추진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행정과 정치는 다르다. 민주주의는 원래 독재보다 복잡하고, 비싸고, 불편한 것이다. 그냥 그렇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체 이재명은 어디까지 할 건가.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이재명은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1년 대선 후보였을 때 내걸었던 슬로건입니다. 2014년 성남시장 시절 ‘성남은 합니다’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사이다 추진력’을 집중 부각한 거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메시지 총괄을 맡았던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최고의 슬로건”이라고 평가하며 “만약에 ‘이재명은 합니다’ 사이에 어떤 수식어, 예를 들면 무엇을 합니다, 혹은 어떻게 합니다, 이런게 들어갔다면 이 슬로건 힘은 (빠진다). 생략의 힘이 있는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은 171석의 원내 1당 대표가 돼서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던 생략의 힘은 어느덧 앞으로 뭘 더 하려고 들지 몰라서 두려워지는 공포의 힘이 된 듯 합니다. 이재명은 ‘입법 폭주’를 한다이재명은 국회에서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달 그가 당 워크숍에서 “개혁 법안과 민생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정치적 레토릭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은 정말 합니다. 22대 국회 임기 첫날인 5월 30일 자신이 총선 때 내세웠던 대표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법’을 당론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습니다. 13조 원 규모에 정부·여당이 난색을 보이고, 심지어 여론도 부정 여론이 더 높은 상황(한국갤럽이 5월 21~23일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51%, 찬성은 43%였습니다)이지만, 그래도 이재명은 합니다.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22대 국회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본회의도 모두 야당 단독으로 여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보통 본회의 일정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한두 번쯤 미루는 게 관례입니다. 그런데 “관례가 법을 이길 수 없다”는 명분으로 민주당은 본회의 개의를 두 번 다 몰아붙였습니다. 그 결과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에 이어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11개 상임위원장이 모두 야당 단독으로, 민주당 출신들로 뽑혔습니다. 집권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도, 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한 것도 모두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민주당은 그렇게 전체 18개 상임위 중 알짜배기 11개를 날름 먼저 가져간 뒤 여당에 “남은 7개라도 줄 때 좋게 가져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그로도 부족한지 계속 합니다. 그는 지난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위원장이 아직 공석인 점을 지적하며 “국방위, 아직 구성 못 했지요? 지금 하루가 급한 일 아닙니까? 정청래 최고위원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관례, 합의 다 좋습니다만, 안 되면 법대로 해야지요. 빨리 국회 열어서 일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고 국회법 취지 아닙니까? 국방위를 포함해서 아직 구성되지 못한 상임위 신속하게 구성하고, 필요한 일에 신속하게 착수해야 될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그러더니 곧바로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향해 “과방위원장님이 여기 계신데, (어제) 신속하게 업무 개회해서 업무 시작하신 것 잘 하셨고요. 법사위는 오늘 여신다고 하는 이야기를 제가 보도로 봤는데, 어쨌든 법사위가 관할하고 있는 온갖 잘못된 국정 현안들 신속하게 파악하고, 또 필요한 일들은 지적하고 교정해 나가야 될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전날 가장 먼저 상임위 전체회의를 국민의힘 불참 속에 연 과방위를 공개 칭찬하고, 이날 회의를 단독으로 강행하기로 한 법사위원장에게도 ‘속도전’을 당부한 겁니다. 그러더니 옆자리에 앉은 박찬대 원내대표에겐 “지금 7개 상임위는 여당에 구성을 하라고 독촉을 하고 있는데 반응이 없는 것이지요? 거부하겠다는 태도지요? 언제까지 기다리실 것입니까?”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이례적으로 원내대표를 공개 질타한 거죠. ‘찐명’에게도 가차 없는 그입니다. 그는 “법률상으로는 월요일 날 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묻더니 “국방위를 포함해서 미구성된 상임위도 신속하게, 최대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빨리 끝내라는 겁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북 송금 건으로 추가 기소된 날이라 기분이 상당히 언짢은 상태였다”며 “박 원내대표를 공개 질타했지만, 사실상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13일에 본회의를 열어 7개 상임위 구성을 마무리하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이 대표의 ‘하라’는 외침에 당장 그날부터 민주당이 먼저 확보한 상임위마다 경쟁적으로 ‘반쪽 회의’를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과방위 법사위뿐 아니라 국토위와 행안위도 전체회의를 열고 줄줄이 현안 질의와 장관 등 국무위원과 정부위원 출석의 건을 의결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 부처에서 업무보고를 갑자기 취소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때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앞서 이 대표가 국회 개원 전 “22대 국회부터는 원내대표께서 각별히 관심을 가지셔서 법이 정한 자료 제출 거부라든지, 출석 기피라든지, 위증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예외도 두지 말고 엄하게 처벌하라”고 주문한 데에 따른 거죠. 이재명은 당 대표도 한 번 더 할까그는 그렇게 당 대표도 한 번 더 하려는 모양입니다. 민주당은 12일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당무위원회를 열고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는 선거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헌 조항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땐 사퇴시한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추가하고, △기소 시 당직자 직무를 즉시 정지하도록 했던 조항은 아예 폐지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는 당 대표를 연임하더라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한 뒤 다음 대선까지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아울러 기소 당해도 당헌 해석을 둘러싼 논란 없이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침 다음날 기소당했죠) 그 전엔 해당 조항에 ‘다만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당무위 의결을 거쳐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가 ‘이재명 방탄용 당헌’이라고 욕을 많이 먹었으니, 아예 조항 자체를 삭제해 논란의 씨를 잘라버린 거죠.이 대표는 이번 당헌 개정이 결국 자신의 당 대표 연임 및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한 ‘이재명 맞춤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회의에 참석해 개정을 반대했다 합니다. 다만 정청래 장경태 최고위원 등 강성 친명들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라며 말리자 못 이기는 척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하죠. 결국 이날 회의는 2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박찬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회의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너무 착하다. 나보다 더 착하다. “이 대표가 너무 반대를 많이 해서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대하고 (그날) 밤에 반대하고 오늘 또 반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대표가 너무 반대하길래 ‘그냥 욕먹으시라, 욕을 먹더라도 일찍 먹는 게 낫다’고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죠. 원조 친명들조차 “굳이 (당헌을) 손 볼 필요가 있었나”(정성호 의원) “주변에서 (한 번 더 당 대표) 하라고 하니까 한다, 이런 논리로 연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김영진 의원)는데, 그래도 이재명은 합니다. 김영진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이재명은 착하다’ 주장에 대해 “착하기도 하고 안 착하기도 하겠지요”(14일 SBS라디오)라고 반응했습니다. 최근 ‘신(新) 수박’으로 개딸들의 집중 타깃으로 떠오른 김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그런 감성적인 면에 강한 원내대표이시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보신 것일 것”이라며 “제가 이재명 대표의 심성까지 판단하고 그럴 위치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행정가 시절 이재명 대표는 ‘한다면 하는’ 사이다식 추진력으로 분명 인기를 끌었던 게 맞습니다. 하지만 행정과 정치는 다릅니다. 민주주의는 원래 독재보다 더 복잡하고, 고비용에, 불편한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계속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다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이재명은 대체 어디까지 할껍니까.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지 이틀 만인 14일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라는 국가 권력기관이 사건을 조작하고 엉터리 정보를 제공한다”며 “(언론도)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검찰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 대표는 기소 다음 날 돌연 의원총회 등 공식 일정에 불참하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억울함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날 입장 발표도 그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하면서 예정에 없던 입장 발표 일정을 공지한 뒤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포토라인 앞에 서서 “여기 계신 언론인 여러분, 잘 되돌아보라”며 “언론이 (검찰이 주는 정보는) 열심히 받아쓰고 조작하지만 그에 반하는 객관적인 사실이 나오더라도 전혀 그 점에 대해 관심을 안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잘못된 태도들 때문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바닷속에 가라앉는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대북 사업을 내세워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대북사업 관련 국가정보원 보고서를 언급하며 “국정원 기밀보고서가 맞겠느냐, 아니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을 개설했다가 처벌받고, 불법 대부업을 운영하다가 처벌 받고, 주가조작을 하다가 처벌 받은 이런 부도덕한 사업가의 말이 맞겠냐”고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부가 국정원 문건에 대해 “국정원이 (해당 진술) 검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본 것에 반발한 것.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의 기소에 반발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아무리 봐도 이번 사건은 검찰의 조작·회유 수사에 따른 재판부의 증거 무시 판결로 보인다”며 “사건조작 특검법 통과가 매우 시급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수사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조작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조여 오는 법적 심판이 두려워 이성을 잃기라도 한 것이냐”며 “입법권을 사유화하고 사법부를 발 아래 두기 위한 전방위적인 민주당의 의회폭주와 입법독재의 ‘방탄 정치’로 진실을 막으려 하지 말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르면 6월 말∼7월 초경 당 대표를 사퇴한 뒤 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본회의를 열어 아직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은 나머지 7개 상임위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고 14일 밝혔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주문하며 한 차례 미룬 원 구성을 끝내야 한다는 것.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것부터 원점으로 돌려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원 구성 협상을 주제로 국민 앞에서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공식 답을 내지 않았다. 여야가 5일째 이어가는 출구 없는 ‘파행 국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이제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며 “다음 주 월요일(17일)에는 꼭 본회의를 열어 7개 상임위 구성을 완료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하는 ‘2특검·4국조’ 카드도 본격적으로 꺼내 들며 몰아치기에 나섰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2개의 특검과 동시에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동해 심해 유전 개발’ 및 ‘방송 장악’ 관련 4개의 국정조사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도 나흘째 ‘상임위 독주’가 이어졌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정청래 위원장 재량으로 배분한 소위에 회부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방송 관련 법을 상정했다. 이날도 상임위를 보이콧하며 장외에서 의총과 특위를 이어간 국민의힘은 “원 구성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의회정치 원상 복구는 잘못된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최소한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를 원점에 돌려놓고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이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의원들의 의견을 추가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법무-국방장관, 野단독 법사위 불참… 정청래 “필요시 강제구인”[출구 안보이는 파행 국회]법사위, 21일 ‘채 상병 특검’ 청문회… 이종섭 前국방 포함 12명 증인 채택과방위도 단독 개의 ‘방송 3+1법’ 상정… 최민희, 방통위장 불참에 “국회 무시”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동시에 열고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3+1법’에 대한 심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불참한 가운데, 각 상임위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관련 추가 기소 등에 대한 야당 위원들의 일방적인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각 상임위에서 야당이 출석을 요구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법사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과방위) 등이 대부분 불출석해 ‘반쪽 회의’에 이은 ‘맹탕 업무보고’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 불참 장관에 “필요시 동행명령장 강제구인”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틀 전 단독 상정했던 채 상병 특검법을 법안심사1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정 위원장은 “여당 위원들에게 소위원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회신이 없다”며 법안심사1·2소위 등 소위원회 4개의 구성을 의결했다. 여당 의원들의 소위를 강제 배정하고 소위 위원장을 모두 민주당 의원들로 선임한 것. 법사위는 21일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입법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법무부·국방부 장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등 12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불참한 박 장관과 신 장관을 겨냥해 “(국무위원이) 불출석할 경우 증인으로 의결해 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하는 절차를 밟겠다”며 “필요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한 국방부 장관이 갑자기 해외 출장을 나간다고 한다”며 신 장관의 출국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야당 위원들은 대북송금 의혹 관련 검찰의 이재명 대표 추가 기소에 대해서도 공세를 퍼부었다.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이건태 의원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검찰이 이 대표를 대북송금 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수원지방법원에 기소한 것은 국회 제1당의 대표가 일주일에 4일씩 재판을 받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이성윤 의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수사했던 검사가 2019년 울산지검 회식에서 만취해 검찰청 민원실 대기실 등에 변을 발랐다는 내용의 제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정부 업무보고에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김건희 여사를 소환할 가능성에 대해 “필요성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가 있으면 누구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野 단독 과방위, ‘방송 3+1법’ 상정 과방위도 이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규정한 방통위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법안 상정에 필요한 15일의 숙려기간도 위원회 의결로 생략됐다. 과방위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18일 현안질의 출석 요구의 건도 의결했다. 21일엔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김 위원장과 방통위 사무처장·방송정책국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날 불참한 김 위원장을 겨냥해 “국회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지 이틀 만인 14일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라는 국가 권력기관이 사건을 조작하고 엉터리 정보를 제공한다”며 “(언론도)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검찰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 대표는 기소 다음날 돌연 의원총회 등 공식 일정에 불참하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억울함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날 입장 발표도 그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하면서 예정에 없던 입장 발표 일정을 공지한 뒤 이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포토라인 앞에 서서 “여기 계신 언론인 여러분, 잘 되돌아보라”며 “언론이 (검찰이 주는 정보는) 열심히 받아쓰고 조작하지만 그에 반하는 객관적인 사실이 나오더라도 전혀 그 점에 대해 관심을 안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잘못된 태도들 때문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바닷속에 가라 앉는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대북 사업을 내세워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대북사업 관련 국가정보원 보고서를 언급하며 “국정원 기밀보고서가 맞겠느냐, 아니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을 개설했다가 처벌받고, 불법 대부업을 운영하다가 처벌받고, 주가조작을 하다가 처벌받은 이런 부도덕한 사업가의 말이 맞겠냐”고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부가 국정원 문건에 대해 “국정원이 (해당 진술) 검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본 것에 반발한 것.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의 기소에 반발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아무리 봐도 이번 사건은 검찰의 조작·회유 수사에 따른 재판부의 증거 무시 판결로 보인다”며 “사건조작 특검법 통과가 매우 시급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수사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조작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조여오는 법적 심판이 두려워 이성을 잃기라도 한 것이냐”며 “입법권을 사유화하고 사법부를 발 아래 두기 위한 전방위적인 민주당의 의회폭주와 입법독재의 ‘방탄 정치’로 진실을 막으려 하지 말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르면 6월 말~7월 초 경 당 대표를 사퇴한 뒤 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본회의를 열어 아직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은 나머지 7개 상임위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고 14일 밝혔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주문하며 한 차례 미룬 원 구성을 끝내야 한다는 것.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것부터 원점으로 돌려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원 구성 협상을 주제로 국민 앞에서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공식 답을 내지 않았다. 여야가 5일째 이어가는 출구 없는 ‘파행 국회’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이제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며 “다음 주 월요일(17일)에는 꼭 본회의를 열어 7개 상임위 구성을 완료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하는 ‘2특검·4국조’ 카드도 본격 꺼내 들며 몰아치기에 나섰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2개의 특검과 동시에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동해 심해 유전 개발’ 및 ‘방송 장악’ 관련 4개의 국정조사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도 나흘째 ‘상임위 독주’가 이어졌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정청래 위원장 재량으로 배분한 소위에 회부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방송 관련 법을 상정했다. 이날도 상임위를 보이콧하며 장외에서 의총과 특위를 이어간 국민의힘은 “원 구성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의회정치 원상복구는 잘못된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최소한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를 원점에 돌려놓고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이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의원들의 의견을 추가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상임위 차원의 입법 청문회 및 국정조사 추진에 나선 것에 대해선 “거대 야당의 폭거로 파행 국회가 운영되는 모습을 중단하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6월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 영일만 심해탐사 시추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힌 직후 지인들과의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대화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영일만 지역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데도 온통 불신과 의심뿐이었습니다. 혹시 ‘개딸’들 아니냐고요? 평소 여권을 강력히 지지하는, 보수 성향이 짙은 분들입니다.저 카톡방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이날 온라인에선 온종일 역술인 ‘천공’의 강의 영상이 ‘지라시’마냥 돌았습니다. 천공이 8년 전 ‘지하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마침 2주 전인 지난달 16일에도 “우리는 산유국이 안 될 것 같냐. 앞으로 (산유국이) 된다”, “이 나라 밑에 가스고 석유고 많다”, “예전에는 손댈 수 있는 기술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다 있다”고 말했다는 거죠. 대통령의 예고 없던 발표에 당황해하던 야권도 여론 눈치를 살피며 슬슬 움직이더군요.개혁신당이 이날 오후 3시 39분 가장 먼저 논평을 냈습니다. 정국진 부대변인은 “성공률은 20% 정도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2035년이 돼서야 생산이 가능하다 한다”며 “이제 갓 시추 계획을 승인했을 뿐인 일에 대통령이 직접 호들갑을 떨며 직접 브리핑을 할 일인가 싶다”고 했습니다. 이어 조국혁신당이 오후 4시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보였냐”는 논평을 냈습니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약 50년 전 박정희 정부 당시 유사한 소동이 있었다”며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지시해 1976년 1월 15일 경향신문을 찾아오라 하라. 당시 관련 기사의 큰 제목은 ‘석유가 나왔다’이고, 작은 제목은 ‘박 대통령 연두회견이 던진 충격파’였다”고도 했습니다. 이날 하루 종일 ‘천공 짤’과 함께 온라인을 달군 기사였죠. ‘거야’ 민주당은 이들 신생 야당보다는 좀 조심스러웠는지, 윤 대통령 브리핑 직후엔 “일단 내용 파악부터 해봐야겠다”(지도부 핵심 관계자)며 말을 아끼더니 결국 이날 오후 4시 15분 “정부가 전망대로 충분한 매장량을 확인한다면, 고통에 신음하는 민생과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역시 국회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을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하락세의 지지율을 전환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발표는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이해식 수석대변인)고 덧붙였더군요. 다만 이렇게 긴가민가하는 분위기는 만 하루를 못 갔습니다. 한 네티즌이 영일만 석유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미국 회사 ‘액트지오’(Act-Geo)의 텍사스 휴스턴 본사를 직접 찾아가 찍어 올린 사진 한 장이 파장을 불러일으켰죠. 아무리 봐도 일반 가정집 같은 ‘소박한’ 본사 외관에 놀란 네티즌들은 액트지오가 설립된 지 5년도 안 된 신생 회사인데다 직원도 10명 이내 작은 회사라는 점을 추가로 찾아내며 의심에 의심을 더했습니다. (최근 방한한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부레우 고문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이 본사가 실제 자기 집이 맞다고 했습니다.)불붙기 시작한 온라인 여론에 자신감을 얻은 민주당은 즉각 ‘국면 전환용 쇼’라며 공세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김용민 의원은 4일 K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이번 발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 아니냐,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 정청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김어준 유튜브에서 “이게 바로 레임덕의 증거”라며 “어떻게든 한번 지지율 올려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은데 하여튼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이틀 만에 ‘천공’의 이름도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천공의 강의 내용이 유튜브에 떴는데 ‘석유가 있다’, ‘엄청난 매장량이 있다’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그러니 ‘천공과 연계된 것이 아니냐’, ‘대통령실과 뭔가 천공이 정보를 받았든가 아니면 천공의 이런 얘기를 믿고 했든가’, 이런 의혹을 당연히 국민들은 갖게 되는 것이죠”(5일 BBS 라디오)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조국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워낙 황당하게 국정을 운영하니 국민 신뢰가 바닥을 친다. (그러니) 대통령이 중요 발표를 할 때마다 네티즌들이 천공이란 해괴한 자가 비슷한 말을 했는지 찾아보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야권의 의혹 제기는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입니다. 잠잠하던 이재명 대표도 6일 페이스북에 “뜬금없는 산유국론”이라며 “막판 대역전을 외치며 수천억 원을 쏟아붓고 결국 국민 절망시킨 부산 엑스포가 자꾸 떠오른다”고 썼죠. 그는 “십중팔구(성공 확률 최대 20%) 실패할 사안이라면서 전액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것도 걱정이고, 주가 폭등에 따른 추후 주식투자자 대량 손실도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의 가세에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어느덧 “불기둥처럼 치솟아 오른 주가조작 (가능성)과 관련해서 과연 이 발표로 이득을 보는 자가 누구인지 추적할 것”이라며 주가 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입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내정된 민주당 의원들은 단체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 해소를 위한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고 했고요. 22대 국회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 전부터 ‘영일만 의혹’이 쟁점으로 떠오른 겁니다.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전개에 여권은 당혹스러운 표정입니다. 다만 지금 저들도 할 수 있는 건 야권의 공세에 ‘음모론’이라고 맞서는 것 뿐이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희소식 앞에 민주당은 유독 재를 뿌리기 바쁜 것 같다. 이 대표부터 앞장서서 경제·과학의 영역을 정치 비방으로 폄훼하고 나섰다”고 했고, 성일종 사무총장도 민주당을 겨냥해 “대한민국 발전을 저주하는 고사를 지내는 듯하다”고 했고요. 하지만 여권도 야당을 비난하기에 앞서 이번 불신의 출발점이 야권이 아니었다는 점부터 잘 돌아봐야 할 겁니다. 세상에,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고 대통령이 직접 얘기하는데 국민들이 좋아하긴 커녕 “벌써 세금 아깝다” “또 무슨 헛소리냐”는 반응이 나오는 게 얼마나 ‘웃픈’ 현실입니까.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의 본령을 묻는 제자 자공에게 ‘풍족한 식량’과 ‘충분한 군대’, ‘백성의 믿음’을 3가지 필수 요소로 꼽았습니다. 이 중 굳이 버려야 한다면 그 순서를 묻는 질문엔 첫째로 군대, 그 다음으로 식량을 버리라 했죠. 군과 음식 없이는 어떻게 버텨도, 백성의 신뢰 없이는 정치가 절대 불가능하며,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 5월 마지막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1%(5월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영일만에서 드러난 신뢰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한 번 더 출렁일 듯 합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가 7일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자행한 조작 수사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검찰 주장을 상당부분 채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력과 야합해 조작 수사로 야당을 옥죄려는 검찰의 행태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2심 재판에서 쌍방울 대북송금과 검찰 조작수사의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3일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 등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황 대변인은 “특검법은 특검법대로 진행하고, 당 차원의 논의는 또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이제 모든 초점은 이 대표에게 맞춰졌고, 더욱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부지사의 1심 결과로 이 대표의 유죄 가능성에 대한 사법리스크 우려는 이제 분명한 현재진행형이 됐다”며 “‘대북송금 의혹’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이 됐다”고 했다. 민주당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 특검법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곽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재판부를 압박하기 위해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재판 중인 사안을, 1심 판결을 불과 나흘 앞두고선 특검법 발의했다”며 “민생 없는 입법독주로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사법부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그 오만함에 대한 민심의 역풍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개혁신당은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사실상 판단을 회피했다”며 “속 빈 강정 같은 판결”이라고 했다. 김성열 수석대변인은 “이 전 부지사의 직무 관련성은 인정하지만 당시 상급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관련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개원 즉시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민생 입법, 개혁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2대 국회 임기 첫날인 5월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국정이 더 이상 퇴행하고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국회가 가진 국정 감시 견제 권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몽골 기병’은 13세기 그 특유의 기동력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했던 기마군단입니다. 불과 25년 만에 아프리카 전체 크기와 맞먹는 3100만㎢ 제국을 건설했다 하죠. 로마군이 400년에 걸쳐 차지했던 것보다 더 광활한 면적을 어마어마한 ‘속도전’으로 확보한 겁니다. 당시 몽골의 병력 규모는 10만 명에 불과했다는데, 부대 전원이 보병 없이 기병이었던 데다 병사 개개인이 자기 식량과 장비를 셀프로 싣고 원정에 나섰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합니다. 당시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몽골 기병에 대해 “어찌나 신속하게 갈아타는지 조금도 휴식하지 않는다”, “위급상황이 닥치면 불을 피우거나 고기를 먹지 않고 열흘 동안 계속해서 행군했다”고 적기도 했죠.그야말로 목표를 한 번 설정하면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독한’ 부대인 겁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이런 모습을 추구하겠다는 거고요.사실 ‘몽골 기병론’의 원조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입니다. 2004년 1월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 의장을 맡은 그는 “몽골 기병이 되어 질풍노도와 같이 누비면서 선거 혁명을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 뒤로도 주요 선거 때마다 ‘몽골 기병론’을 내세우며 ‘속전속결’을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정 의원이 대선에 도전했던 2007년 정 의원의 팬카페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 대표였으니 아마 그때 몽골 기병론을 인상 깊게 새긴 듯합니다.이 대표는 자신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2021년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몽골 기병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는 당시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제대로 출범도 못 한 점을 언급하며 “몽골 기병대였으면 이미 나와 진격해 점령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스권에 갇혀있던 자신의 지지율이 ‘매머드급’ 선대위 탓이라고 본 거죠. 그 뒤로 그는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몽골 기병론’을 역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충남 논산 시장 연설에서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며 “몽골 군인 10만 명이 유럽과 아시아를 휩쓴 힘이 뭐겠느냐. 빠른 속도, 거기에 더해 단결된 힘”이라고 했습니다. 속도감 있게 대대적으로 당 쇄신에 나서겠다는 예고였습니다. 실제 이 발언 직후 당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던 선대위를 ‘친명 별동대’ 중심의 슬림한 구조로 개편했고요.● 대선 후 2년 반 만에 다시 나온 ‘몽골 기병론’그리고 22대 국회 개원에 발맞춰 2년 반 만에 다시 ‘몽골 기병론’을 꺼내 든 겁니다. 이 대표가 특히 똘똘 뭉쳐 ‘속도전’에 나서라고 주문한 건 ‘국회 원 구성’, 그리고 ‘당론 입법’입니다.그는 개원 당일 의원총회에서 “총선 민심이 ‘원(院) 구성’에서부터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에선 매번 개원을 앞두고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원내 교섭단체 간 협상이 이어집니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회와,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땅따먹기’ 경쟁을 벌이는 시간이죠. 서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에 통상 협상은 늦으면 7월 중순까지 이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절대 질질 끌지 말고 ‘몽골 기병’ 같은 태세로 속전속결로 협상을 끝내라는 게 이 대표의 지시입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일요일인 6월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은 시간만 끌고 있는데, 민주당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 시간만 허비한다면 표결을 통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올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배경이죠. 민주당이 언제부터 그렇게 국회법을 잘 지켰는지는 모르겠지만 국회법에서 정한 원 구성 법정시한인 6월 7일까지 국민의힘과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범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이미 192석을 확보했다. 솔직히 여당 없이도 국회 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상임위별로 야당 의원 숫자가 이미 개의 정족수인 과반을 넘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없어도 물리적으로 전혀 상관 없다는 겁니다.그러자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에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럴 거면) 여야 간 협상은 왜 하나. 그냥 원 구성 시한에 맞춰서 민주당 마음대로 결정하지, 왜 협상하자는 건가”라며 “우리에게 민주당의 들러리가 돼 달라고 하는 것인가”라고 하더군요. 참으로 무력하게 들립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반드시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면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직을 맡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던데 이건 또 무슨 뒷북 화법인가 싶습니다. ● ‘몽골 기병대’ VS ‘웰빙 정당’ 민주당은 이 대표가 주문한 ‘입법 속도전’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개원 전인 5월 22, 23일 일찌감치 당선인 워크숍을 열고 22대 국회 개원 즉시 ‘채 상병 특검법’과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25만 원 민생 회복지원금을 발의하기로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30일 개원 직후 두 법안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했고요. 역시 개원 전 워크숍을 끝낸 조국혁신당도 이날 예고했던대로 ‘한동훈 특검법’을 전체 의원 명의로 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날까지 당론 법안을 정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날에야 1박 2일 워크숍을 떠났거든요. 상대적으로 굉장히 한가해 보입니다. 역시 ‘웰빙 정당’답습니다.충남 천안에서 열린 워크숍 만찬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저녁은 (테이블에) ‘맥주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욕 좀 먹겠다”며 “제가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여러분들에게 맥주로 축하주 한 잔씩 다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이나 지지율 하락에 대한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더군요.심지어 윤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기분이 좋았는지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도 해보였죠. 이날은 훈련 중 사망한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있던 날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페이스북에 “진정한 보수라면 이럴 수 있나”라고 썼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어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맥주 한잔을 들이키신 것”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조국 대표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어퍼컷을 언급하며 “이날이 어떤 날인지 아냐”고 따져 물었고요. 정말 스스로 매를 번다는 표현이 딱입니다.다음날에야 국민의힘이 뒤늦게 내놓은 당론 법안은 무려 5개 분야 31개였습니다. 내용도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까지를 총망라했더군요. 이를 두고 한 민주당 보좌진은 “솔직히 지금 국민의힘은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도 쉽지 않은 구조인데, 저렇게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 자체가 무책임한 것”이라며 “여당으로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국정과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전혀 안 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꼬집더군요. 이 말마따나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앞으로 기댈 수 있는 건 국민 여론 뿐인데, 지금같이 해서는 여론의 ‘백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브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최근 번역돼 나온 신간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에서 패배를 인정해야 재집권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던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강서구청장 선거부터 이번 총선까지 연패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합니다. 몽골 기병은 기동력뿐 아니라 잔인성으로도 유명합니다. ‘삼국유사’ 속 황룡사 탑을 불태웠던 몽골 기병의 공격은 그야말로 ‘무간지옥’(無間地獄)이었다고 표현돼 있죠. 대놓고 몽골 기병처럼 싸우겠다는 거야(巨野)의 총공세 앞에서 여당이 너무 무기력한 건 아닌지, 과연 싸움이 되긴 할 지 우려스럽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최근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 공고된 ‘2024년 1분기 중앙당 수입·지출 총괄표’에 따르면 올해 1∼3월 민주당의 총수입 710억2077만823원 중 정부로부터 받은 국고 보조금이 247억1781만8010원이었다. 민주당 당원들이 낸 당비 132억9295만1955원보다 많았다. 정부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민주당 등 주요 정당에 분기별로 경상보조금을 지급한다. 올해처럼 선거가 있는 해엔 선거보조금도 별도로 준다. 대의민주제에 따라 유권자를 대리하는 정당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비용이다. 물론 이 예산은 민주당 당원이 아닌 사람들도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다. 요즘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정당이 되겠다”며 앞으로는 심지어 국회의장까지도 민주당 당원 뜻대로 뽑자고 주장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이유다. 당원 중심주의는 민주당 안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가장 앞장서서 외치고 있다. 추미애 당선인의 의장 경선 패배 이후 약 2만 명의 당원이 탈당해서라고 한다. 이 대표는 21일 “소수 팬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말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틀 뒤엔 “변화의 기운에 걸맞게 당의 조직도, 운영도, 정책도, 권한 배분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의장 선거 후폭풍에 따른 일시적 여진 수준이 아니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아예 당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의 시그널에 발맞춰 22일부터 1박 2일간 열린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도 “민주당 당원은 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집단지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을 중도층이라 하지 않으면 누구를 중도층이라 할 수 있겠나”, “연예인 팬덤처럼, 정당 가입이 하나의 국민적 흐름이고 문화가 되고 있다. 이걸 ‘강성 지지자’ 프레임으로 진단하면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란 발언이 쏟아졌다. ‘당심이 곧 민심’이라는 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면 지난 총선 때도 오롯이 당심만 믿고 가지, 왜 굳이 ‘중도층 표심’에 구애했던 건지 되묻고 싶다. 워크숍 토의 과정에선 “앞으로 국회의장 후보를 뽑을 때도, 원내대표를 뽑을 때도 당원 투표 비율을 50%까지 늘리자”(양문석 당선인)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솔직히 민주당이 자기들 대표나 원내대표를 어떻게 뽑든 그건 알아서 할 일이다. 하지만 국회의장은 민주당뿐 아니라 입법부 전체를 대표하는 수장이다. 그 자리마저 민주당 당원 뜻대로 정하겠다는 건 민주당 당원은 아니지만, 성실한 납세로 대의민주주의와 정당 정치를 뒷받침해 온 유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게다가 민주당이 “당원들의 뜻”이라며 22대 국회에서 밀어붙이겠다는 전략 중엔 ‘검사·장관 탄핵’ ‘입법권 강화’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 등 국회법 개정 사항들이 대거 담겨 있다. 결국 당원을 명분 삼아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다. 국민 세금으로 보조금도 가장 많이 받는 원내 1당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 전체가 아닌 오로지 당원의 입장만 주장한다면 여느 이익집단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이달 10일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 공고된 ‘2024년 1분기 중앙당 수입·지출 총괄표’입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민주당의 전체 수입 710억2077만823원 중 정부로부터 받은 국고 보조금이 247억1781만8010원입니다. 이 기간 민주당 당원들이 낸 당비 132억9295만1955원보다 많습니다.정부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민주당뿐 아니라 주요 정당에 분기별로 경상보조금을 지급합니다. 올해처럼 선거가 있는 해엔 선거보조금도 별도로 줍니다. 대의민주제에 따라 유권자를 대리하는 정당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보조금입니다. 물론 이 예산은 민주당 당원이 아닌 사람들도 낸 세금으로 만들어지죠. 요즘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정당이 되겠다”고 외치며 앞으로는 심지어 국회의장까지도 민주당 당원 뜻대로 뽑자고 주장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이유입니다.‘당원 중심주의’는 민주당 안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가장 앞장서서 외치고 있습니다. 강성 당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추미애 당선인이 의장 경선에서 패배하자 약 2만 명의 당원이 탈당계를 냈다고 하니 직접 달래기에 나선 겁니다. 이 대표는 21일 “소수 팬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말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틀 뒤엔 탈당한 당원들에게 직접 쓴 온라인 편지를 공유하며 “당을 떠나겠다는 말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듣고 있다. 탈당자 총수가 2만 명을 넘는 것도 문제지만 탈당자 중 백전노장이 많아 당혹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죠. 그는 “변화의 기운에 걸맞게 당의 조직도 운영도 정책도 권한 배분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의장 선거 결과에 반발하는 일시적 여진 수준이 아니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아예 당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들립니다.이 대표의 이 같은 시그널에 발맞춰 지난 22일 1박 2일간 열린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도 ‘당원 중심주의’가 핵심 화두였습니다. 이날 워크숍에는 전우용 역사학자 등도 강연에 나서 ‘당원 민주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하죠. 이와 관련해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지금은 연예인 팬덤 문화처럼,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그래서 정당에 가입하는 게 하나의 국민적 흐름이고 문화가 되고 있다. 그걸 ‘강성 지지자’ 프레임으로 진단하면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지나치게 당원 중심으로 가다 보면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당원민주주의에서는 당원의 민심을 반영하는 것 자체가 중도층을 반영하는 것이다. 민주당 당원은 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집단지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을 중도층이라 하지 않으면 누구를 중도층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네요. ‘당심이 곧 민심’이라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발언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확신을 갖고 있다면 이번 총선 때도 오롯이 당심만 믿고 가지, 왜 굳이 ‘중도층 표심’에 구애했던 건지 의아합니다. 이날 밤까지 이뤄진 워크숍 토의 과정에선 “앞으로 국회의장 후보를 뽑을 때도, 원내대표를 뽑을 때도 당원 투표 비율을 50%까지 늘리자”(양문석 당선인)는 주장도 나왔다고 합니다. 솔직히 민주당이 자기들 당 대표나 원내대표를 어떻게 뽑든 그건 알아서 할 일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장은 민주당뿐 아니라 입법부 전체를 대표하는 수장입니다. 그 자리마저 민주당 당원 뜻대로 정하겠다는 건 민주당 당원은 아니지만, 성실한 납세로 대의민주주의와 정당 정치를 뒷받침해 온 다른 유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이날 워크숍을 마친 뒤 민주당이 22대 국회 전략이라고 내놓은 내용 중엔 ‘검사·장관 탄핵’ ‘입법권 강화’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 등 국회법 개정 사항들이 대거 담겼습니다. 복수의 참석 의원들은 이날 워크숍에서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추가로 검사 탄핵을 진행하겠다”, “야당은 정책적 성공이 아니라 정치적 성공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 정부 측 인사가 국회 상임위원회에 불출석하거나 위증 또는 자료를 미제출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겠다는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합니다. 입법권을 강화해 행정부와 맞서겠다는 취지입니다. 사실 민주당이 21대 국회 때부터 벼르던 일들이죠. 결국 당원들의 뜻을 명분으로 내세워 원래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내겠다는 겁니다. 이른바 ‘비명횡사’를 당해 22대 국회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된 한 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당원 뜻대로만 당을 운영할거면, 당 대표는 뭐하러 뽑나. 최고위원들은 왜 있어야 하냐. 아예 지도부 없이 진정한 당원 직접 민주주의로 가지 그러냐. 입법부터 여야 협상까지 전부 전 당원 투표에 부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또 다른 낙선 의원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인데 더 이상 누구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지경에 온 것 같다”고 했습니다.현행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합니다. 헌법상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돼 있고요. 원내 1당의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지 않고 오로지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만 주장한다면 여느 이익집단과 다를 바가 뭔가 싶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여의도에서 일하는 300명만 쓰는 고유의 어떤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 저는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지난해 11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같이 말하는 걸 들으면서 오랜만에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뻔했습니다. 음흉하고,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여의도 특유의 구태 정치를 대놓고 배격하면서, 평범한 국민도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하겠다는 1973년생 ‘비정치인’의 포부에 “아, 이번엔 국민의힘이 진짜 좀 바뀌려나”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던 거죠. 이런 ‘새 정치’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동료 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그가 한 달 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굳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가사(“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를 차용했던 것도 자신의 ‘X세대’ 정체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운동권 세대’와 확실한 차별화를 하겠다는 의도였을 겁니다. 당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도 이에 대해 “서태지와 아이들의 메시지는 나는 나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라는 거거든요. 한동훈 장관의 모습이 여의도 문법,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더군요. 한 위원장이 그 뒤로 매일 같이 외치던 ‘동료 시민’이란 표현도 여의도에선 들어본 적이 없는 용어입니다. 어느 때보다 ‘정치 혐오’가 심각한 시기인 만큼, 기존 정치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 자체에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판 데뷔 한 달 만에 여론조사(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3년 12월 28~29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1위(24%)에 오르기도 했으니까요.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22%)보다 2%포인트 높았습니다. 당시 민주당에선 “원래 정권 2년 차 총선은 당연히 정권심판론으로 흘러가는 건데 갑자기 한동훈이 등판하면서 미래지향적 선거가 됐다”라는 긴장감이 역력했죠.그런데 정치가 그렇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나 봅니다. 총선 기간 한 전 위원장을 지켜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내가 뭔가를 새롭게 하겠다’라는 게 전혀 없다는 거였습니다. 원래 대안없이 남 욕만 하는 게 가장 쉽죠. 자기 콘텐츠는 없이 오로지 기존 여의도 정치와 반대 길을 가려고만 하니 스스로 네거티브의 함정에 빠져든 것 같더군요. 그가 ‘한동훈식 정치개혁’이라고 꺼내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국회의원 금고형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은 모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저격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물론 처음에 들었을 땐 통쾌합니다. 하지만 사실 일반 평범한 국민의 삶과는 큰 상관이 없는, 그야말로 국회의원 300명에게만 해당하는 전형적인 여의도 정치입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거죠.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여의도 사투리를 거부하려는 그의 강박은 더욱 여실히 한계로 드러났습니다. ‘이재명 없었으면 어찌 선거를 치렀을까’ 싶은 정도로 총선 내내 이재명만 쥐어패더군요. 이재명을 싫어하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야 대리 희열을 느꼈겠지만,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평범한 유권자들이 젊은 여당 리더에게 기대했던 건 남 욕보다는 좀 더 내 삶과 연관된 민생 정책이었을 겁니다. 당장 내가 먹고살기 어려워 죽겠는데,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겨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라는 공약이나 “이재명과 조국을 심판하자”라는 ‘이조심판론’은 공허하게 들리죠. 심지어 컨벤션 효과가 저물고 지지율이 떨어지니 “개 같은 정치” 등 독한 막말까지 쏟아내던 그의 모습은 여느 구태 정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에서 참패한 뒤엔 더 완벽한 ‘네이티브 여의도 정치인’이 된 듯합니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만찬 회동을 했다는 사실이 슬슬 흘러나오더니, 갑자기 공공도서관에서 분홍색 골전도 이어폰을 착용한 채 혼자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 팬클럽 등에 올라오더군요. 이른바 ‘식사 정치’, ‘목격담 정치’죠. 모두 전형적인 여의도식 ‘간 보기 정치’입니다.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대신, 근황과 생각을 남의 입과 눈을 빌어 간접적으로 퍼뜨리고 일단 여론을 찔러보는 겁니다. 물론 적당한 저울질이야 필요하겠지만 한 달 가까이 변죽만 울려대면 조급해 보이고, 결단력이 없어 보이겠죠. 2007년과 2017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만 하다 접은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총리, 간 보기의 달인이라 ‘간철수’로 불리는 안철수 의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이 “안철수 의원 하면 ‘간철수’, 간을 잘 본다는 말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당 대표 나올 것인지, 안 나올 것인지 도서관 사진 같은 것으로 간 보기를 한다”(17일 유튜브 방송)고 꼬집은 배경입니다. 자기는 뒤로 빠진 채 대리인을 앞세워 조금씩 흘리는 ‘최측근 정치’도 하더군요. 한 전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요즘 한 전 위원장 ‘쉴드’를 치느라 바빠 보입니다. “한 전 위원장이 당원과 동료 시민에게 많은 약속을 했다”, “민심이 부를 때 거부할 수 없는 게 정치”, “이조심판론을 갖고 선거운동을 할 때 많은 분이 한 전 위원장에게 ‘제발 한 번만 더 지원 유세를 와 달라’고 했다. (그래 놓고는) 지금 와서는 ‘그것 때문에 졌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등 한 전 위원장의 마음속 억울함을 연일 대신 호소해주고 있죠.전형적인 여의도 문법인 ‘SNS 정치’도 시작하려나 봅니다. 한 전 위원장은 18일 밤 페이스북에 정부의 ‘KC 인증 의무화 규제’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 4월 20일 이후 딱 한 달 만의 업로드입니다. 비대위원장직 사퇴 후 첫 현안 관련 입장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겁니다. 당연히 당 안팎에선 ‘비윤’(비윤석열)으로 스탠스를 잡고 정부에 할 말을 하는 여당 대표 콘셉트를 잡아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한 전 위원장에게서 조금씩 이재명 대표의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면, 요즘은 그에게서 조국 대표도 얼핏 보이는 듯합니다. 굳이 도서관에서 핑크색 골전도 이어폰을 낀 채 제목이 잘 보이게끔 책들을 가지런히 올려둔 그의 모습에서 4년 전 ‘대선’ ‘진로’ ‘좋은 데이’ 소주병을 나열한 사진을 올려 너무도 정치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던 조 대표가 연상됩니다. (조 대표는 정치의 꿈을 이룬 최근에도 ‘새로’와 ‘처음처럼’ 소주병 사진을 올리며 ‘페북 정치’를 즐기고 있습니다.) 옛말에 서로 미워하면서 닮아 간다더니 정말 그런 걸까요.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제22대 민주당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그간 성심껏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성호 의원)“민주당이 대동단결해서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를 만들고 제가 그 마중물이 되고자 이번 전반기 국회의장직 사퇴하기로 했습니다. 추미애 후보가 최다선이고 연장자라는 부분을 고려했습니다.” (조정식 의원)주말인 1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2명이 줄이어 자진해서 사퇴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각각 6선과 5선 고지에 오른 조 의원과 정 의원이 후보로 등록한 지 각각 3, 4일 만에 물러난 겁니다. 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던 수뇌부였고, 정 의원은 이른바 ‘친명 좌장’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마냥, 이날 오후 줄줄이 뒤로 빠진 겁니다. 5선의 우원식 의원만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버티고 있으나 당내엔 사실상 ‘추미애 대세론’이 굳어지는 모습입니다.● 주말 새 ‘추미애 대세론’ 마감일인 지난 8일까지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는 6선 조정식 추미애, 5선 우원식 정성호 의원 총 4명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네 명 모두 경쟁적으로 ‘내가 찐명’이라 강조하며, 행정부와 맞서 싸우는 ‘강한 입법부, 강한 국회’를 공약으로 내세웠죠. 정 의원은 “역대 국회의장은 ‘의사 정리’라는 제한적 역할에 매몰돼 대통령과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했고, 조정식 의원도 “정치검찰의 입법부 무력화 시도가 있다면 나를 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우원식 의원은 “나는 이재명의 대선 경선 선대위원장을 맡았다”며 자신이 ‘찐명’이라고 호소했고요.추 당선인도 후보 등록 당일 “대통령의 본인·가족, 측근이 관련된 이해충돌 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제한을 강구하겠다”며 ‘김건희 특검법’ 불가론을 외쳤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제안한 신용사면 등 처분적 법률 입법도 지원하겠다”며 이재명 대표의 입법을 위한 ‘백업’ 의사는 노골적으로 밝히더군요. 아울러 국회의장이 되면 대선에 불출마해 이 대표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습니다. 추 당선인은 “의장에 당선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이 지금도 유효하냐”는 질문에 “검찰 독재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데 한 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최대 개혁은 정권 교체”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다지만 나중에는 또 모르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이처럼 8일까지만 해도 전원이 의지가 넘쳤건만, 이재명 대표가 휴식 겸 치료를 위해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9일 이후 주말을 기점으로 당내 기류가 급격하게 ‘추미애 대세론’으로 기울어진 겁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배경엔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당 관계자 A는 “이 대표 측근이 초선 당선인들에게 ‘이재명 오더’라면서 추미애를 지지하라고 하고 다닌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 B도 “친명계에서 정성호 조정식을 주저앉히고 추미애를 밀려고 한다더라”고 전했고요. 추미애 당선인도 13일 김어준 유튜브에 나와 “(입원하기 전 이 대표와) 깊이 얘기를 나눴는데, ‘이번만큼 국민 관심이 높은 국회의장 선거가 있었나. 그래서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과열되다 보니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잘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이 대표가 (내게) 말씀을 해줬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순리’는, 그동안 관례상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의 최다선이 맡아왔던 만큼 이번에도 6선, 그중에서도 연장자인 추 당선인이 하는 게 맞는다는 취지입니다.● 국회의장이 왜 이재명 입법을 지원하나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는 ‘추미애 의장’ 카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는 소문이 당 안팎에 자자했습니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강성 권리당원들은 추 후보를 밀지만, 사실 이 대표 의중은 정성호 의원에게 실려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추 당선인이 워낙 강성 마이웨이 스타일이라 자칫 이 대표도 컨트롤하기 어려울 수 있는 데다, ‘추미애 국회의장’이 자신이 예고한 대로 정말 “쫄지 않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하면 ‘거야’(巨野) 입법 폭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됐을 겁니다. 당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다음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선 불리할 테니까요. 굳이 추 당선인에게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란 타이틀까지 달아주면서 대권주자 파이를 나눠 먹고 싶지 않은 욕심도 있었을 거고요. 추 당선인이 후보 등록 당일 ‘이재명표 입법 백업’을 약속하고, 추후 대권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어필한 배경이겠죠. 그랬던 이 대표의 의중이 갑자기 바뀐 데에는 22대 국회 전반기에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강경파 의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부터 ‘민심’임을 강조하며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죠. 정치권 관계자는 “2027년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이 대표로선 22대 국회 전반기 2년 동안(2024~2026년) 바짝 자신의 입법 성과를 쌓고, 이를 토대로 경기도지사 때 만들었던 ‘유능한 정치인’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하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이 그렇게 만만하진 않죠. 일단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요구한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사실상 모두 거부했습니다. 이 대표가 회담 직후 입법부와 사법부를 ‘패싱’할 수 있는 처분적 법률로 입법할 수 있는 안건들을 찾아오라고 당에 주문한 배경일 겁니다. 정부 없이도 민주당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겠죠.회담 직후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내세운 ‘여야 합의 우선’ 원칙에 뿔도 났을 겁니다. 한 보좌진은 “22대 국회에서도 이렇게 여야 입장을 모두 반영하려 하는 국회의장으로는 입법 성과를 내기 어렵겠다는 공감대가 지도부 내에 형성됐다”고 했습니다.최근 원내대표 선거 때도 이 대표가 자신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그대로 잘 실행한다는 평가를 받는 박찬대 원내대표를 단독 입후보시키기 위해 직접 나서 일찌감치 교통정리를 한 배경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강성 의장-강성 원내대표를 앞세워 이 대표는 ‘입법 성과’는 가져가고, 부담은 나눠 먹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추 당선인의 강성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이 대표를 온화하고 합리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국회의장은 민주당만의 고유 직책이 아닙니다. 대통령에 이은 국가 의전 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를 통틀어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자리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은 차관급 비서실장을 포함해 중량감 있는 대규모 보좌진을 꾸릴 수 있고, 경찰로부터 별도 경호도 받습니다. 임기 2년 동안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 잡은 660평의 공관도 제공받고요.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지원됩니다. 다만 예우만큼 책임도 막중합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에 따라 선출 즉시 탈당 절차를 밟아야 하며, 재임 기간 동안 당적을 보유할 수 없습니다. 여야 대치가 극심할 땐 주요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않더라도 본회의를 열어 직권 상정해 표결에 부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국회의장을 이 대표의 ‘원픽’으로 뽑겠다는 사고가 정말 터무니없는 발상인 이유입니다. 이번 채 상병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원칙으로 내세웠다가 민주당 친정 식구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김진표 국회의장은 최근 작정하고 쓴 소리를 쏟아냈습니다. 그는 지난 5일 방송된 MBN 방송에서 ‘국회의장이 중립적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의장 후보들을 향해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와 정치 사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를 한 사람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만약 한쪽 당적으로 계속 편파된 의장의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며 “요새 너무 성질이 급해졌는지, 아니면 팬덤 정치나 진영 정치의 영향으로 그냥 ‘묻지 마 공격’이 습관화돼서인지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장들은 여야 간 합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GSGG”(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한 욕설), “진짜 개××들”(박지원 당선인이 김진표, 박병석 의장에게 한 욕설) 등 원색적 욕까지 먹는 등 유례없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22대 국회 때 ‘강성 친명’, ‘대여 선명성’을 내세운 국회의장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이재명 대표와 추미애 당선인이 자신들이 그린 그림대로 ‘공생’이 가능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S#1. 여의도 국회의장실 앞(5월 2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온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마지막 합의 시도가 또 실패했다. S#2. 국회 본회의장(오후 2시 6분) 거야(巨野)의 전방위 압박 속에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결국 본회의를 열었다. 특검법을 상정하기 직전,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단상 앞으로 불러낸다(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진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곤란하다는 제스처를 취한 뒤 의원들을 이끌고 퇴장한다. 10분 뒤, 김 의장 “재석 168인 중 찬성 168인으로 법률안 가결을 선포합니다.” S#3. 국회 본청 로텐더홀(오후 3시 41분) 국민의힘 의원들이 규탄대회를 시작한다(손에는 항의 피켓이 들려 있다). S#4. 용산 대통령실(오후 5시 3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폭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와 대통령실이 이미 9번째 반복한 장면이다. 진짜 영화 대본이었다면 진즉 망했을 영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방송법 3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이 똑같은 과정을 거쳐 국회를 통과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모조리 국회로 돌아왔다. 이 중 이태원참사특별법만 여야가 본회의 직전 극적 합의해 이날 통과시켰고, 나머지는 모두 재의결에 실패했다. 매번 민주당은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은 너무 무기력했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최후의 보루여야 할 거부권 카드부터 곧바로 꺼내 드는 늘 똑같은 대본이다. 이날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도 10번째 반복될 ‘데자뷔’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국회 임기 마지막까지 이러는 건 정말 처음 봤다. 민주당은 역시나 전례없는 전방위 압박을 했고, 국민의힘은 ‘그냥 차기 원내대표랑 새로 협상하라’는 식이었다. 더 이상의 의욕도, 리더십도 없어 보였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특검법이 통과되자마자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더 나아가 직무 유기가 될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 더 암울한 건 22대 국회도 그닥 나을 게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범야권이 아예 200석을 넘겼으면 모르겠는데, 192석은 상당히 애매한 숫자”라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21대 국회의 180석을 대할 때와 스탠스가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아무리 초유의 거야라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앞에 무력하긴 마찬가지라는 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참사 발생 551일 만에야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을 지켜보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정쟁거리로 삼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올해 1월에도 법이 통과됐다가 다시 국회로 돌아오는 걸 지켜봐야 했다. 계속 똑같은 시나리오만 반복 중인 여야와 대통령실 모두 뼈아프게 새겨야 할 호소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S#1. 여의도 국희의장실 앞 (5월 2일 오전)여야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온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마지막 합의 시도가 또 실패했다.S#2. 국회 본회의장 (오후 3시 10분)거야(巨野)의 전방위 압박을 못 이긴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결국 본회의장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단상 앞으로 불러낸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진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김 의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국회의장석 앞에서 약 5분가량 대화를 나눈다. 윤 원내대표는 한껏 곤란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다 결국 단상에서 내려온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을 향해 야유를 보낸다. 자리에서 고성을 보낸 뒤 퇴장을 시작한다.)S#3. 국회 본회의장 (오후 3시 27분)김 의장 “재석 168인 중 찬성 168인으로 법률안 가결을 선포합니다”S#4. 국회 본청 로텐더홀 (오후 3시 41분)국민의힘 의원들이 규탄대회를 연다. 다 같이 “반민주적 반의회적 입법폭주 규탄한다” “임기 말 협치타개 국회의장 각성하라” (각자 손에는 ‘입법폭주 규탄한다’고 적힌 항의 피켓이 들려있다)S#5. 용산 대통령실 (오후 5시 3분)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폭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이미 다 본 것 같고, 안 봐도 결말을 알 것 같은 데자뷔입니다. 21대 국회 들어서만 여야와 대통령실이 무려 9번째 마치 도돌이표처럼 반복해 온 ‘신’들이죠. 진짜 영화 대본이었다면 진즉 망했을 영화입니다.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3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위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모두 다시 국회로 돌아왔고요. 이 중 이태원참사특별법만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나머지는 모두 재의결에 실패했습니다. 이미 폐기됐거나, 21대 국회 임기 종료(5월 29일)와 함께 폐기될 운명이죠. 마치 짜여진 각본이라도 있는 듯 정치권은 매번 같은 과정, 같은 대사를 되풀이해왔습니다. 민주당은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 반면, 그에 비해 국민의힘은 너무 무기력하죠. 그리고 대통령실은 ‘최후의 보루’로 써야 할 대통령의 ‘거부권 카드’부터 곧바로 꺼내드는 식입니다.이날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도 10번째 ‘데자뷔’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본회의 당일 오전까지 여야 합의를 시도했던 국회의장실 관계자들도 “국회 임기 마지막까지 이러는 건 처음 봤다”고 혀를 차더군요.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정말 전례가 없을 정도의 전방위 압박을 해오는데, 국민의힘은 ‘그냥 차기 원내대표랑 협상하라’는 식이었다. 협상할 의욕도, 소속 의원들을 설득할 리더십도 없어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역시나 대통령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곧장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항의했고요.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폭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다.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다.” (2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다. 대통령이 아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대통령이 이걸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거고, 더 나아가서 직무 유기가 될 수 있다.” (3일, 홍철호 대통령 정무수석)사실상 10번째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 수순으로 해석됩니다. 애꿎은 국민들만 이 재미없는 시나리오를 한 번 더 봐야 하게 생겼습니다.더 암울한 건 22대 국회도 그다지 나을 건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범야권 의석이 아예 200석을 넘겼으면 모르겠는데, 192석은 상당히 애매한 숫자”라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21대 국회의 180석을 대할 때와 스탠스가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초유의 거야라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앞에서 무력하긴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구조적으로 야당이 강행처리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핑퐁 릴레이’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야권은 “22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석수가 21대의 113석보다 적은 108석이고, 범야권은 192석에 이르는 만큼, 국민의힘에서 8명만 이탈해도 주요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기대감에 부풀어있지만 그건 그 때 가봐야 아는 거죠. 야권이라고 계속 똘똘 뭉치기만 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2일 국회 본회의장 2층의 방청석에는 보라색 점퍼를 입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20여 명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보라색은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색상이라 합니다. 이들은 2022년 10월 참사가 발생한 지 551일 만에야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을 지켜보며 얼굴을 감싸 쥔 채 오열했고, 서로 손을 맞잡으며 눈물을 닦았습니다.이들은 4개월 전인 올해 1월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렸었죠. 그 날도 저 위 시나리오와 똑같이, 특별법이 야권 단독으로 통과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떠나버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넘어 온 특별법에 즉각 거부권을 행사했고요.유가족들은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릴 일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정쟁거리로 삼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지겹도록 몇 년째 계속 똑같은 장면만 되풀이 중인 여야와 대통령실 모두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호소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우이독경’ ‘마이웨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매우 크다.”(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민생회복지원금’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면 여야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열린 자세다.”(대통령실 관계자)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담 하루 만에 “복장이 터지더라” “(대통령실의) 준비가 부족했다”며 맹폭에 나섰다. 추가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렇게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회담은 없느니만 못하다”고 부정 기류를 내비쳤다. 민주당의 총공세에 대통령실은 “서로의 현안에 대한 입장 차도 확인했지만 추가 소통으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빈손 회담’을 탓하며 예정대로 5월 2일과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이태원특별법 등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 野 회담 다음 날부터 총공세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특검뿐만 아니라 전세사기특별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의) 입법 계획, 정책 계획을 예정대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날 회동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쟁점 법안들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는 것.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진 의장은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려면 적어도 대통령이나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민생회복 조치가 무엇인지 그 대안을 내놓고 논의해 보자고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로부터 협의체 구성) 제안이 온다면 민주당은 당연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앞장설 것”이라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제로(0)’”라고 일축했다. 전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요구한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사실상 반대한 것에 날을 세운 것으로도 해석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처분적 법률’ 등을 활용해 정부 협조 없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취지다. 당 차원의 총공세도 이어졌다. 박주민 의원 등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찾아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재촉했다. 남인순 의원 등은 다른 야당 의원들과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22대 국회가 열리면 바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야당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이지 않느냐”며 추가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총공세에 대해 “(전날) 화기애애하게 회담을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까지 찍었다”며 “민주당이 야당 지지자들을 의식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5월 본회의 개의 두고 여야 충돌 결국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의도의) 본회의는 동의하기 어렵다”(윤재옥 원내대표)고 반발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애초부터 대통령과의 회담을 입법 독주의 불쏘시개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정면 충돌 조짐 속에 본회의 개의 열쇠를 쥔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이 국회 임기 막바지에 본회의를 여는 것은 전례가 없고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마지막까지 여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의장 주재로 본회의 개최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우이독경’ ‘마이웨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매우 크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민생회복지원금’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면 여야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열린 자세다.” (대통령실 관계자)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담 하루 만에 “복장이 터지더라” “(대통령실의) 준비가 부족했다”며 맹폭에 나섰다. 추가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렇게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회담은 없느니만 못하다”고 부정 기류를 내비쳤다. 민주당의 총공세에 대통령실은 “서로의 현안에 대한 입장차도 확인했지만 만큼 추가 소통으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빈손 회담’을 탓하며 예정대로 5월 2일과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이태원특별법 등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野 회담 다음날부터 총공세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특검뿐만 아니라 전세사기특별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의) 입법 계획, 정책 계획을 예정대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날 회동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쟁점 법안들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는 것.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진 의장은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려면 적어도 대통령이나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민생회복 조치가 무엇인지 그 대안을 내놓고 논의해 보자고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로부터 협의체 구성) 제안이 온다면 민주당은 당연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앞장설 것”이라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제로(0)’”라고 일축했다. 전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요구한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사실상 반대한 것에 날을 세운 것으로도 해석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처분적 법률’ 등을 활용해 정부 협조 없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취지다.당 차원의 총공세도 이어졌다. 박주민 의원 등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찾아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재촉했다. 남인순 의원 등은 다른 야당 의원들과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22대 국회가 열리면 바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야당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이지 않느냐”며 추가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총공세에 대해 “(전날) 화기애애하게 회담을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까지 찍었다”며 “민주당이 야당 지지자들을 의식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5월 본회의 개의 두고 여야 충돌결국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의도의) 본회의는 동의하기 어렵다”(윤재옥 원내대표)고 반발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애초부터 대통령과의 회담을 입법 독주의 불쏘시개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여야의 정면 충돌 조짐 속에 본회의 개의 열쇠를 쥔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이 국회 임기 막바지에 본회의를 여는 것은 전례가 없고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마지막까지 여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이 5월 4일부터 2주간 해외 순방을 다녀온 뒤 여야의 새 원내대표와 다시 일정을 협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의원 등 3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이 (개의를) 거부하면 국회법 위반”이라며 “(김 의장의) 출국을 막는 것까지 생각 중”이라고 했다.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의장 주재로 본회의 개최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