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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판세 가를 5대 이슈미국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권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현지에선 대학가 반전 시위 등 이슈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를 놓고 판세 분석이 한창이다. 미 대선의 표심을 가를 5가지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미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중간 점검해 봤다.》 “올해 투표를 할지 말지 결정조차 못했어요. 바이든도, 트럼프도 아닌 케네디 주니어를 찍을까요?” 미국 뉴욕 헌터칼리지 2학년에 재학 중인 칼레이샤 나이아크 씨(21)는 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물가는 비싸고, 묻지 마 범죄는 기승을 부린다”며 “국가에 대한 믿음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라며 11월 대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인 게 불만이라며, 차라리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게 표를 던질까 생각 중이라는 얘기였다. 뉴욕에서 나고 자라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나이아크 씨에게 이번 투표는 생애 첫 대선으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투표 자체에 흥미를 잃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주변엔 이런 고민에 빠진 미국인이 무척 많다. 미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나이아크 씨와 같은 ‘더블 헤이터(double hater)’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 퓨리서치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49%가 ‘할 수만 있다면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다른 후보로 바꾸고 싶다’고 답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결국엔 두 후보 중 하나가 승리하는 현재 구도에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3월 국정연설 이후 지지율 상승세를 타던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가 반전 시위라는 복병을 만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인 청년층과 유색인종 커뮤니티에서 민심을 잃고 있다. 이처럼 미 대선의 표심을 가를 ‘진짜 변수’로 꼽히는 5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미 유권자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살펴봤다. “내 월급 어디로” 고물가 ― 트럼프 유리 “2020년 대선 땐 바이든을 찍었죠. 하지만 마음이 바뀌었어요. 휘발유, 렌트비, 임대료… 모든 게 비싸요.” 미 펜실베이니아주 루전 카운티에 사는 조지오 바블라스 씨(24)는 지역 유력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 “바이든은 유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성공을 위해 반드시 가져와야 하는 핵심 경합주다. 현재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경제, 특히 인플레이션은 미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다. 올 들어 미 증시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차례 이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글로벌 경제학자들은 미 경제 성장세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지 미 국민들은 고물가를 비롯한 경제 전반에 대한 불만이 높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물가 상승이 둔화세를 보인 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올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현 정부에 대한 경제 불만이 사그라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 들어 3개월 연속 미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치솟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악재로 부상했다. 통상 경제 불안 심리는 집권당에 불리하다. 특히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미시간 등 6개 경합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21%만이 현 경제 상태가 좋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반도체나 전기차 보조금으로 미 제조업 부흥을 이끄는 ‘바이드노믹스’ 성과를 적극 홍보하지만, 현지에선 체감을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공장이 들어서는 조지아주나 대만 TSMC가 수십조 원을 투자한 애리조나주조차 “경제가 우려된다”며 트럼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이사를 역임한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올 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고물가를 정말 싫어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과소평가하고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최근 2년간 임금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올라 불만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국계 미국인 A 씨는 고물가 자체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 부족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직장인이 도심으로 돌아오지 않아 영세 사업장이 여전히 힘들다”며 “차라리 트럼프라면 세금이라도 덜 걷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바로 연준의 금리 인하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은 정치와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엇지만,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을 맹비난하며 금리를 정치 이슈로 끌어들인 상태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미 물가 약세 지표가 나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건 바이든 대통령에게 희소식”이라며 “일각에선 ‘7월 금리 인하,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설이 돌아 바이든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이 희박하진 않다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지원 싫다” 반전시위 ― 트럼프 유리 지난달 경찰이 미 컬럼비아대 중동전쟁 반대 시위대를 전격 연행한 뒤 들불처럼 번진 대학 시위는 이번 주부터 주요 대학들이 방학에 들어가며 소강 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슈는 이번 대선에 가장 폭발력 있는 논쟁거리로 꼽힌다. 뉴욕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민주당 선거 캠페인에도 참여했던 열혈 민주당 지지자다. 하지만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과 시위 강경 대응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팔레스타인 이슈에 나선 것은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습과 미국의 지원에 분노했기 때문이에요. 트럼프나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의 주장처럼 ‘선동가에게 세뇌당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뉴욕 한복판에 등장한 진압용 경찰트럭을 보며 마치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 북한이 떠올랐어요.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청년들을 몰아세우고 있어요.”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 성향인 이들은 이스라엘 정책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트럼프를 피하기 위해 결국 돌아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은 원래 바이든을 선호하지 않았기에 전쟁이 (투표를 거부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48%는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하는 반면, 이스라엘에 더 공감한다는 응답률은 21%에 그쳤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인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48%가 이스라엘에 더 공감한다고 답한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학가 시위를 중도 보수층 표심을 얻는 데 활용하고 있다. 격렬한 시위가 장기화되면 중도 보수층이 공화당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논조의 NYT나 워싱턴포스트(WP) 등에서 “대학 시위가 트럼프를 유리하게 만든다”며 학생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칼럼이 최근 줄줄이 이어지는 이유다. 만약 6개월 안에 바이든 대통령의 중재로 중동전쟁이 휴전한다면 상황은 단박에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물가 안정보다 요원해 보인다. 제프리 프리드먼 다트머스대 정치학자는 디애틀랜틱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를 기점으로 세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을 강화하려 한다”며 “유권자들은 위기가 닥쳤다고 느끼면 강한 이미지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크다”라고 했다. “경제보다 내 몸이 먼저” 낙태 ― 바이든 유리 낙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확실히 유리한 이슈다. NYT 여론조사에서 6개 경합주 유권자의 64%가 낙태 관련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낙태 이슈 관련 선호도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1%포인트 앞섰다. 블룸버그통신의 경합주 조사 역시 45%가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이라고 답해 트럼프 전 대통령(36%)보다 9%포인트 높았다. 특히 경합주 애리조나는 160년 전에 제정됐던 낙태금지법을 부활시킬 뻔했던 일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한 모든 시기에 낙태를 전면 금지한 1864년 주법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자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결국 주의회에서 낙태금지법 폐지 법안이 통과됐고,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가 서명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낙태금지법이 부활될 수 있다는 시그널은 많은 여성 유권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 거주하는 대학생 올리비아 루이스 씨(21)도 낙태 문제 때문에라도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간당 15달러짜리 ‘알바’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독립이 어렵고, 바이든의 이스라엘 지원도 실망스러워 차라리 트럼프를 뽑고 싶은 맘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건강과도 이어지는 낙태에 대한 큰 결정이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을 보면, 애리조나주에 계속 살아야 할지조차 고민인 상황”이라며 낙태 이슈가 더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범죄 급증 걱정” 불법 이민 ― 트럼프 유리 바이든 대통령이 경합주 애리조나주 선거인단을 차지하려면 낙태 이슈 말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불법 이민 이슈다. 애리조나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특히 바이든 대통령에게 취약한 이슈로 꼽힌다. 팬데믹 이후 이민자 급증은 미 물가 하락에 기여했으나,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은 다르다. 정치매체 액시오스와 해리스폴이 지난달 성인 6251명에게 ‘불법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을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51%가 그렇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조차 42%가 추방에 동의한다고 했다. 마크 펜 해리스폴 회장은 “추방에 대한 대중의 찬성에 놀랐다”며 “정치인들에게 ‘불법 이민을 통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경합주가 문제다. 현지 언론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뉴욕이나 시카고 등도 관련 문제로 불만이 치솟곤 있지만, 이들 지역은 결국 민주당이 차지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경합주이자 국경에서 가까운 애리조나와 네바다, 불법 이민자 범죄에 대한 우려가 깊은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표심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기 요인이다. 조지아주 공화당원인 데니스 호지킨스 씨(56)는 WSJ에 “불법 이민자는 미 경제, 범죄, 마약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민 자체보다 범죄와 재정 부담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액시오스 조사에서도 불법 이민을 우려하는 이유가 ‘범죄와 마약 폭력 증대’(21%), ‘세금 부담’(18%), ‘테러리즘과 국가안보 리스크’(17%) 순으로 나타났다. “선거는 쩐의 전쟁” 대선자금 ― 바이든 유리 조 단위의 돈이 투입되는 미 대선에서 선거자금은 모든 걸 압도하는 힘을 지녔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 쓰인 자금은 총144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 11월 대선까지 미 전역에서 TV광고를 내고 캠페인 유세를 하려면 앞으로 양측 모두 수조 원이 필요하다. 지난달 발표된 선거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측은 3월 9000만 달러를 포함해 1분기(1∼3월)에만 1억87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현재 선거 캠프에는 1억9200만 달러의 현금이 실탄으로 쌓여 있다고 한다. 반면 트럼프 측은 현재 931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모금한 돈을 사법 리스크 대응에 쓰느라 대대적인 TV광고 론칭에도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접전지역을 포함해 미 전역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낙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TV광고를 시작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다음 달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등을 초대해 대규모 선거자금 모금 행사도 열 계획이다. 변수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거액 기부자들이다. NYT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과 공화당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를 후원했던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 등이 트럼프 측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다. 다른 월가의 큰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규제 강화나 증세 등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NYT는 “2030세대 유권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불만이라면, 고액 기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에 소극적인 점이 불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이전보다 ‘쩐’의 영향력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맷 그로스먼 미시간 주립대 정치학자는 온라인매체 복스 인터뷰에서 “이미 대중은 두 후보를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올해 TV광고의 효과는 전보다 많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 대기업 30곳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4만 선을 찍었다. 미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음에도 인공지능(AI) 열풍과 탄탄한 소비, 금리 인하기대감이 더해져 역사적 지수의 이정표(milestone)를 세운 것이다.16일(현지 시간) 오전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장중 40,051.05까지 올라갔다 차익 실현 물량에 밀려 전장 대비 0.1% 내린 39,868.38에 마감했다. 2020년 11월 팬데믹 증시 열풍이 불었던 당시 3만 포인트를 넘어선 지 3년 6개월 만이자 873거래일 만에 1만 포인트를 늘어났다.종가기준 4만 포인트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대기업 30개 중심이라 ‘몸이 무거운’ 다우지수가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이정표를 돌파한 것은 미국 경제의 파워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우지수는 1896년 뉴욕증시 초창기에 투자자에게 미경제 상황을 보다 쉽게 알려주기 위해 고안된 지수다. 현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골드만삭스 등이 포함돼 있다. 다우지수가 1만 선을 돌파한 것은 1993년 3월이다. 2017년 12월 2만 선이 될 때까지 24년 이 걸렸다. 3년 만에 3만을 돌파했고, 다시 3년 6개월만에 4만 돌파 기록을 세웠다. 특히 3만에서 4만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두 개의 전쟁 등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짙어졌던 때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만해도 다우 4만 돌파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정표였지만, 견고한 기업 실적과 강력한 소비 등이 가능케 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미 증시 랠리가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에 따르면 미 상위 10% 자산가가 상장 주식 93%를, 상위 1%가 54%를 차지하고 있다. CBS방송은 “다우 4만 돌파는 미국에 두 개의 경제가 있다는 걸 일깨운다”며 “고금리에 이자소득이 높은 자산가는 주식 투자로 더욱 부를 쌓고, 금리에 취약한 젊은 층과 저소득층은 증시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30개 종목 주가를 반영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장중 처음으로 4만 선을 터치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20년 만에 가장 높은 5%대를 1년 째 유지하고 있음에도 견조한 기업 실적과 투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해져 기록을 세운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전날 미국 물가지표가 시장 전망치보다 소폭 약세를 보이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시장은 개장 직후 다우지수를 4만 포인트까지 끌어 올렸다. 2020년 11월 팬데믹 증시 열풍이 불었던 당시 3만 포인트를 넘어선 지 3년 6개월 만이자 873거래일 만이다. 미국 경제가 포스트 팬데믹 불확실성 파고를 넘어섰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다만 장 후반에 차익 매매실현 등 매도 물량이 나오며 오전 상승분을 반납, 전장 대비 38.62포인트(-0.1%) 내린 39,869.38에 마감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전장보다 11.05포인트(-0.21%) 내린 5,297.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4.07포인트(-0.26%) 떨어진 16,698.32에 각각 장을 마쳤다. 종가기준 4만 포인트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대기업 중심이라 ‘몸이 무거운’ 다우지수가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이정표를 돌파한 것은 미국 경제의 파워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우지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30개 종목만 추적하는 지수다. 500개 기업을 포괄해 뉴욕증시 벤치마크로 불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와 더불어 뉴욕증시 3대 지수로 꼽힌다. 다우지수에 편입되는 것은 미국 기업의 대표가 됐다는 의미다. 애플이 다우지수에 편입된 것은 아이폰이 출시되고 8년이나 지난 2015년이었다. 반도체 업종 대표주로 인텔은 포함돼 있지만 최근 무섭게 성장한 엔비디아는 다우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상태다. 다우지수가 1만 선을 돌파한 것은 1993년 3월이다. 이후 2만 선을 넘은 2017년 12월까지 약 24년이 걸렸다. 하지만 두 배인 4만 선까지 7년, 3만에서 4만 포인트로 넘어서는데 3년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몸이 무거울 수록 성장률이 더뎌지는 규칙에서 벗어나 ‘가속 성장’을 한 셈이다. 특히 3만에서 4만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두 개의 전쟁 등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시기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만해도 경기침체 전망이 더 높았고 다우 4만 돌파는 도달 불가능해 보이는 이정표였다”라고 평가했다. 4만 돌파까지 다우지수 산정 방식에서 가중치가 높은 골드만삭스가 가장 많은 포인트를 더했고, 3M이 가장 많이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 지표가 나오고, 미 경제 위축이 심각하지 않다면 미 증시 랠리는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WSJ에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강세장을 맞고 있다”며 “채권과 주식이 잘되는 경우는 많지만, 금까지 잘되기 어려운데 이 모든 것은 강세의 징후”라고 평가했다. 반면 현재의 고금리 상황에서 대형주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평가도 있다. 머서 어드바이저의 최고 투자 책임자 돈 칼카그니는 “미국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에 대해 어느 정도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금리가 얼마나 높은지 고려할 때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 둔화로 미 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넘게 급락했다. 미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위험 선호 심리가 강화됨에 따라 미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1원 떨어진 1345.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3월 26일(1339.5원) 이후 최저치다. 주요 아시아국 통화들의 달러 대비 가치도 일제히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104.31로 하락했다. 104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초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미국 4월 CPI가 시장 예상보다 둔화되자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가 살아나면서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1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2% 상승해 처음으로 5,300을 돌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4% 올랐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역시 0.88% 상승했다. 올 들어 S&P500 지수는 23번째, 다우지수는 18번째, 나스닥 지수는 8번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3월 뜨거웠던 인플레이션 지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시한 금리 인하의 조건인 둔화 조짐을 보이자 시장이 이를 반긴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앞서 금리 인하 조건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또는 고용시장 약화를 제시해 왔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전망치(0.4%)를 소폭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는 3.4% 오르며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고,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3.6%로 2021년 4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날 발표된 미국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어 시장 전망치(0.4%)를 대폭 하회했다. 고물가가 지속되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발표된 4월 신규 고용 역시 17만5000건으로 전망치(24만 건)를 크게 밑돌아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높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9월 금리 인하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CPI 발표 직후 75%로 조사돼 전날(65%)보다 10%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와 미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전해졌다. 코스피는 16일 0.83% 오른 2,753.00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1.46% 오른 2,770.27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2,773.46까지 뛰었다가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264억 원, 5939억 원을 순매수해 상승장을 주도했다. 코스닥 지수도 0.95% 상승한 870.37에 마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 둔화로 미 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넘게 급락했다. 미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위험 선호 심리가 강화됨에 따라 미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1원 떨어진 1345.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3월 26일(1339.5원) 이후 최저치다. 주요 아시아국 통화들의 달러 대비 가치도 일제히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104.31로 하락했다. 104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초 이후 한 달여 만이다.미국 4월 CPI가 시장 예상보다 둔화되자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가 살아나면서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1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2% 상승해 처음으로 5,300을 돌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4% 올랐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역시 0.88% 상승했다. 올 들어 S&P500 지수는 23번째, 다우지수는 18번째, 나스닥 지수는 8번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3월 뜨거웠던 인플레이션 지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시한 금리 인하의 조건인 둔화 조짐을 보이자 시장이 이를 반긴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앞서 금리 인하 조건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또는 고용시장 약화를 제시해 왔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전망치(0.4%)를 소폭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는 3.4% 오르며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고,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3.6%로 2021년 4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았다.이날 발표된 미국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어 시장 전망치(0.4%)를 대폭 하회했다. 고물가가 지속되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발표된 4월 신규 고용 역시 17만5000건으로 전망치(24만 건)를 크게 밑돌아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높였다.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9월 금리 인하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CPI 발표 직후 75%로 조사돼 전날(65%)보다 10%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와 미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다.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전해졌다. 코스피는 16일 0.83% 오른 2,753.00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1.46% 오른 2,770.27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2,773.46까지 뛰었다가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264억 원, 5939억 원을 순매수해 상승장을 주도했다. 코스닥 지수도 0.95% 상승한 870.37에 마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약세를 보이자 미 뉴욕증시 3대지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날았다. 1~3월 연속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에 마음을 졸이던 시장이 4월 CPI를 반기며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인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2% 상승해 처음으로 5300을 돌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 올랐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역시 0.88% 상승한 39,908.00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S&P 500 지수는 23번째, 다우 지수는 18번째, 나스닥 지수는 8번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이 기다려 온 ‘뜨겁지 않은 물가 지표’에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며 증시 랠리가 펼쳐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미 노동부는 4월 CPI가 전년 대비 3.4%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결과이자 3월의 3.5%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 상승률도 전월대비 0.3%, 전년 대비 3.6%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4월 CPI는 전월처럼 주거비와 휘발유 품목이 상승률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상승세를 이끌었다. 에너지지수는 득히 한 달 동안 1.1% 올라 상승세가 도드라졌다. 중고차 및 트럭, 가정용 가구 가격은 전월 대비 하락해 상품 물가는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이날 발표된 미국 소매 판매도 전월 대비 변동이 없어 시장 전망치(0.4%)를 대폭 하회했다. 소비자들이 고물가 속에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앞서 지난주 고용 둔화 지표가 나와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바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4월28~5월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3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21만 건)보다 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높아진 것이다. 4월 신규고용도 17만5000건으로 전망치(24만)을 크게 밑돌아 시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으로 보고 최근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9월 금리 인하에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 4월 CPI 발표 이후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35%, 9월 인하 가능성은 75%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전날까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5% 수준이었다. 브라이언 닉 매크로 인스티튜트 수석 투자 전략가는 “시장은 정말 4월 CPI 보고서가 약세를 보이길 원했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엔비디아를 비롯해 성장성이 높은 많은 기업들이 금리 하락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사진 한 번 찍을 수 있을까요?” 지난달 찾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낯익은 얼굴이 나타나자 객장을 찾은 개장 행사 참석자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는 외모 때문에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40년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 씨(67)다. 주가 등락에 따른 ‘오늘의 월가’ 분위기를 표정에 고스란히 담아내 전 세계 언론에 사진이 가장 많이 실린 월가 인사로 꼽힌다. 터크먼 씨는 1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물가 걱정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이번 주 미 소비자물가(CPI)가 실망스럽게 나오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면서도 “직감으론 지표만 좋으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한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전쟁을 다이어트와 비교하며 “목표 물가 상승률을 앞두고 마지막 1%포인트 떨어뜨리는 게 매우 힘든 과정”이라고 내다봤다. 터크먼 씨가 월가에 입문한 것은 28세였던 1985년이다. 거래소에 컴퓨터가 없던 시절, 고함치며 주식을 거래하던 트레이더 사이에서 전보를 작성하는 ‘텔레타이피스트’였다. 그는 “처음 발을 디딘 순간 거래소의 아드레날린을 느꼈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임을 알았다”면서 “지금도 좋아하는 일이다. 아마도 죽어야 NYSE를 떠날 것”이라며 웃었다. 40년 동안 숱한 시장의 위기도 봐 왔다. 그는 “내가 겪은 진짜 위기는 4차례였다”면서 “1987년 블랙 먼데이, 2000년 닷컴 버블, 2007년 금융위기,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고 말했다. 1987년 10월 19일, 다우지수가 하루에 22.9% 폭락했던 그날, 트레이더를 돕는 직원이었던 그는 “많은 회사가 하루에 파산했다”고 회상했다. 터크먼 씨가 ‘월가의 얼굴’이 된 것은 2007년 금융위기 무렵이었다. 당시 증시 폭락에 낙담한 그의 얼굴이 한 언론에 실렸고, 이후 급등락이 있을 때마다 외신들은 그의 표정을 담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는 “얼굴이 알려진 덕에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투자자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팬데믹에 풀린 돈과 로빈후드와 같은 주식거래 테크놀로지의 등장은 4000만, 5000만 투자자에게 보낸 ‘증시 파티’ 초대장이었다”며 “문제는 파티의 룰을 모르고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나 유행(hype)에 휘둘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심리에 휩싸여 투자하지 말라는 조언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전망치(0.4%)를 하회했다. 미국 소매판매는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올들어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 속에 오랜만에 나온 둔화 시그널에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4월 CPI가 전년 대비 3.4%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결과이자 3월의 3.5%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 상승률도 전월대비 0.3%, 전년 대비 3.6%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4월 CPI는 전월처럼 주거비와 휘발유 품목이 상승률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상승세를 이끌었다. 에너지지수는 득히 한 달 동안 1.1% 올라 상승세가 도드라졌다. 중고차 및 트럭, 가정용 가구 가격은 전월 대비 하락해 상품 물가는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발표된 미국 소매 판매도 전월 대비 변동이 없어 시장 전망치(0.4%)를 대폭 하회했다. 소비자들이 고물가 속에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앞서 지난주 고용 둔화 지표가 나와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바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4월28~5월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3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21만 건)보다 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높아진 것이다. 4월 신규고용도 17만5000건으로 전망치(24만)을 크게 밑돌아 시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으로 보고 최근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이 기다려 온 ‘뜨겁지 않은 물가 지표’에 증시는 발표 직후 선물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9월 금리 인하에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 4월 CPI 발표 직후 7월 인하 가능성은 35%, 9월 인하 가능성은 75% 정도로 전날 65%보다 높아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사진 한 번 찍을 수 있을까요?” 지난달 찾은 미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낯익은 얼굴이 나타나자 객장을 찾은 개장 행사 참석자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는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40년 플로어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67)이었다. 미국 증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봤을 법한 ‘표정부자’다. 주가에 따라 낙담,좌절, 흥분을 표정에 담아 월가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혀 언론에 실린 트레이더로 꼽힌다. 현장에서 마주친 터크먼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13일(현지시간) NYSE 앞에서 다시 만났다. 노란색 후드티, 스니커즈 차림의 터크먼 씨는 테크업계 엔지니어 느낌이었다. ●“다이어트 마지막 2kg 못빼듯…인플레 잡기 난항”“오늘은 게임스탑이 아침부터 난리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가 추가 긴축을 언급했네요.”이날은 ‘밈 주식’인 게임스탑이 75% 오른 날이었다. 그는 시장 상황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다 “이번주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실망스럽게 나오면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살아날 수 있다. 내 직감으론 (물가) 지표만 좋으면 연준이 한번 혹은 두 번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 같느냐’고 묻자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나는 주가 예측에 대해서도 절대 조언하지 않는다. 시장은 하루에도 한 순간에 바뀔 수 있고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개의 전쟁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약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선도 있다”며 요즘과 같은 시장은 40년 베테랑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쟁을 다이어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터크먼 씨는 “35파운드(16kg)를 감량하기로 결심하고 키토와 같은 엄격한 식이요법으로 30파운드(14kg)는 쉽게 뺄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5파운드(2kg) 감량은 매우 어렵다”며 “물가상승률을 마지막 1%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은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인공지능(AI)와 관련해선 버블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가 아인슈타인을 닮았다고들 하지만 그만큼 똑똑하지 않아 월가에서 가장 뛰어난 애널리스트들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웃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등 기업들은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고, 내년이면 집에 로봇을 들이는 시대가 올 것이다. AI는 실제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거품이 아닌 진짜다”라고 강조했다. ●1985년 월가에…“위기 4번 겪어”터먼 씨가 월가에 입문한 것은 28세였던 1985년이다. 거래소에 컴퓨터가 없던 시절 트레이더들이 종이를 들고 서로 고함을 지르며 주식을 거래하던 시기다. 소리 치는 트레이더 사이에서 전보를 작성하는 ‘텔레타이피스트’로 시작했다. 메사추세츠 대학에서 경제학과 농업을 전공한 그는 졸업후 뉴욕에서 레코드 가게를 운영해봤지만 딱히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뭘 해야할지 모르던 그에게 결국 당시 성공한 의사였던 아버지가 월가에서 브로커리지를 운영하던 환자에게 아들의 일거리를 부탁한 것이다. 터크먼 씨는 “처음 발을 디딘 순간 거래소의 아드레날린을 느꼈다. 이 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숱한 시장의 위기도 봐 왔다. 그는 “주가는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늘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내가 위기라고 붙이는 것은 딱 4 번뿐이다. 1987년 검은 월요일, 2000년 닷컴 버블, 2007년 금융위기, 그리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고 설명했다. 1987년 10월 19일, 다우지수가 하루에 22.9% 폭락했던 당시 트레이더를 지원하는 사원이었던 그는 “그날 많은 회사가 파산했다. 트레이더드의 스트레스와 고뇌 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2007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무렵에는 트레이더로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계좌에 돈이 마르고 고객도 잃었다. 주식거래 시스템이 점점 컴퓨터로 대체되며 ‘올드스쿨’이 적응하기 어려운 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활발히 거래를 하는 ‘척’ 하며 매일 NYSE로 출근했다. 그는 “어렵다고 이불 속에 있으면 절대 기회가 오지 않는다”며 “내가 잘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니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연히 출근 길에 마침 브로커를 구하고 있던 월가 인사를 만나 의기투합해 새로운 거래 모델을 도입하는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기회가 온 것이다. 유대인인 터먼 씨는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부모님으로부터 ‘늘 살아남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았다. 살아남아 우리의 이야기를 후대에 전하라고 하셨다”며 “이를 위해선 아무리 하기 싫고 힘들어도 늘 해야할 일과 장소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내를 잃었다는 그는 “어머니날인 어제는 내 인생 최악의 날이었다. 나의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자녀들은 어머니가 없는 첫 어머니날이었다”며 “하지만 고통스럽다고 멈추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젊은이들이여, 포모에 투자말라”그가 세계 각국 신문에 등장하는 ‘월가의 얼굴’이 된 것도 금융위기 무렵이었다. 2007년 증시폭락에 낙담한 얼굴이 뉴욕데일리 1면에 실리며 화제가 됐다. ‘표정부자’인 덕에 거의 모든 언론사가 그의 표정을 통해 롤러코스터 증시를 담았다. 처음 월가에 입문할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얼굴이 알려진 덕에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쁨을 줄 수 있었어요. 사실 삶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40년 동안 월가도 많이 변했다. 1980년대 NYSE 플로어에서 일하던 트레이더는 약 1300여 명이었지만 현재는 300여 명으로 줄었다. 아무도 서로 고함치며 거래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도 각자의 컴퓨터를 통해 주식을 거래한다. 그럼에도 그는 현장에서 사람을 통하는 중개의 중요성을 믿고 있다. ‘언제까지 NYSE 플로어에 있을 것인지’를 묻자 “아마도 내가 죽어야 NYSE를 떠날 것”이라며 웃었다. 터먼 씨는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적응하며 새로운 ‘직업’을 더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 월가 스타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와 함께하는 팟캐스트도 진행자로, 트레이딩 아카데미 ‘선생님’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젊은 투자자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팬데믹에 풀린 돈과 로빈후드와 같은 주식거래 테크놀로지의 등장은 4, 5000만 투자자에게 보낸 ‘증시 파티’ 초대장이었다”며 “문제는 파티의 룰을 모르고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나 유행(hype)에 휘둘리는 이들이 많다. 꼭 규칙이 적힌 ‘플레이북’을 먼저 공부하라고 싶다”고 했다. 특히 감정에 휩싸여 포모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물건에 돈을 쓰느니 주식을 사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요즘은 무엇이든 사는데 열중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의 주주가 될 생각을 해보라”며 “스타벅스 커피가 좋으면 커피를덜 마시고, 아이폰이 좋다면 신제품 대신 애플 주식을 사보라”고 조언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 기준금리 인하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현 고금리를 장기화할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하지만 물가 둔화에 대한 기대를 표하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차단해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스닥지수는 테크 기업 실적 상승세가 더해져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14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1분기(1~3월) 미 인플레이션 둔화가 더뎌진 것을 언급하며 “순탄한 여정이 될 것이라 예상하진 않았지만 (1분기 인플레이션은) 예상했던 것보다 높았다”며 “이는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제한적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2%로 낮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달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과 대동소이했다.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달랐던 것은 파월 의장이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대해 다소 긍정적 평가를 했다는 점이었다. 이날 미 노동부는 4월 PPI가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0.3%)를 웃도는 수치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나는 그것을 뜨겁다기보다는 (좋고 나쁜 소식이 뒤섞인) 혼합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직전월이 3월 PPI 전월 대비 상승률이 0.1% 하락으로 조정된 것은 인플레이션에 좋은 신호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어 “우리가 가진 데이터에 따르면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4월 PPI에 대한 비교적 긍정적 평가와 금리 인상 가능성 차단에 따라 나스닥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122.94포인트(0.75%) 상승한 1만6511.18로 종가기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 지표를 기다림에 따라 시장은 15일(현지시간) 발표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은 4월 CPI가 전월대비 0.4%, 전년대비 3.4% 오를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대비 0.3%, 전년대비 3.6%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그는 (성추문이 폭로되면) 여성 유권자들이 자기를 미워할 거라 여겼다. (2016년) 대선 캠페인에 ‘재앙을 초래할(catastrophic)’ 가능성을 걱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해결사(fixer)’로 불렸던 마이클 코언 전 개인변호사(57)가 13일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서 한 발언이다. 코언은 지난달 15일 시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형사재판에서 2016년 성추문을 폭로하려던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함께 핵심 증인으로 꼽혀 왔다. 그는 한때 “트럼프를 위해 총알도 맞을 수 있다”던 최측근으로, 당시 대니얼스에게 직접 돈을 건넨 인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방검찰에 기소돼 복역하며 관계가 틀어졌고, 이후 회고록 ‘불충(Disroyal)’ ‘복수(Revenge)’ 등을 펴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해 왔다. 이날 코언은 법정에서 자신이 녹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육성도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육성 파일에서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 150(thousand 단위 생략·15만 달러·약 2억 원)이면 되느냐”라고 했다. 코언은 이에 따라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아 대니얼스 측에 13만 달러를 보냈고, 선거 뒤에 이를 변제받았다고 설명했다. 코언은 “보스(boss)를 위해 자주 거짓말을 했다”며 “내 머릿속엔 임무를 완수해 그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그가 앉은 증인석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자리와 가까워졌지만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걱정한 대로 2020년 대선에서도 그는 여성 표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크게 밀렸다. 이날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합주 6곳의 여성 응답자 32%만이 당시 트럼프를 뽑았다고 답했고, 45%는 바이든 대통령을 찍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2024년 대선이 오늘이라면 누구를 뽑겠는가’란 질문엔 여성 응답자의 3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아 바이든 대통령(36%)보다 2%포인트 낮을 뿐이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최근 “2016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흑인 여성들이 바뀌고 있다”며 “그들은 현재 물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전했다. 2020년 대선 때와 전선이 다르게 형성됐다는 얘기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이 이르면 14일(현지 시간) 중국산(産) 전기차와 배터리 등 핵심 전략 분야에 부과하는 초강력 관세가 한국 자동차 수출에는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산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제조 비용 상승을 이끌어 한국 전기차 시장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 ‘무역 정책 전환이 전기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다수 국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한국은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USIT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올린 뒤 유럽연합(EU) 및 아시아 국가가 이를 따라가 평균 관세가 20% 오른다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60%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미국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13.6%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10.0%)과 EU(7.8%), 일본(4.6%) 역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증가로 인해 자동차 생산량도 한국(7.5%)과 미국(6.5%), EU(7.8%), 일본(4.6%) 모두 증가한다. 반면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오히려 중국 전기차 제조사에 유리할 수 있다. 중국산 부품을 수입하는 나라들은 제조 비용 증가로 완성차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중국 제조사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등이 중국 전기차 부품에도 관세를 20% 올리면 한국 전기차 생산량은 4.1% 줄 것으로 추산됐다. 앞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국 정부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4배가량 높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기존 수입차 관세 2.5%를 합쳐 중국 전기차에는 102.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이 이르면 14일(현지 시간)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광물 등 핵심 전략 분야에 부과하는 초강력 관세가 결국 한국 자동차 수출에 호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오히려 가격 상승을 이끌어 한국 전기차 시장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 ‘무역 정책 전환이 전기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다수 국가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한국은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USITC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올린 뒤 유럽연합(EU) 및 아시아 등이 이를 따라가 평균 관세가 20% 올라가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60%가량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결국 미국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13.6%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10.0%)과 EU(7.8%), 일본(4.6%) 역시 반사 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또한 수출 증가로 인해 자동차 생산량 역시 한국(7.5%)과 미국(6.5%), EU(7.8%), 일본(4.6%) 모두 늘어나게 된다.하지만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같은 기준으로 미국 등이 중국 전기차 부품에 대해 관세를 20% 올리면, 한국 전기차 생산량은 4.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부품의 수입가가 비싸지면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 중국 완성차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앞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4배 가량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기존 수입자동차 관세 2.5%를 합치면 102.5%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셈이다.핵심 전략 부문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전지 등이 해당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 부과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에 따라 부과된 3000억 달러(약 410조 원) 규모의 관세에 대해 검토한 결과로 나왔다. 슈퍼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을 일삼는 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이다.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고강도 관세 부과 정책에 나서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전 진작에 나서야 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관세를 피해가려고 할 것”이라며 “나는 멕시코 공장에서 들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200%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에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대응은 초당적인 합의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4배인 10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미국, 한국,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먼저 무역장벽 높이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4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14일 예정된 대중 관세 발표에서 전기차 외 중국산 광물, 배터리,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상향도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대해 수년간 검토한 뒤 내놓는 조정안이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6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더 확실한 견제책을 내놓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 싸도 너무 싸다… 머스크도 경고 사실 중국 전기차는 아직 미국에 진출도 못 한 상태다.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수입차에 대한 관세 2.5%에 더해 중국 전기차에는 관세 25%가 별도로 붙기 때문이다.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에서 제조된 전기차뿐 아니라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2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못 받는다. 하지만 중국이 파격적 저가 전기차 생산에 나서자 미 자동차 업계 내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중국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의 가격은 1만 달러(약 1370만 원) 안팎이다. 반면 미국에서 가격대가 낮은 축인 제너럴모터스(GM)의 소형 전기차 ‘셰보레 볼트’는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아도 2만 달러(약 2740만 원)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과) 무역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무너뜨릴 것(demolish)”이라고 말했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CEO도 중국 저가 전기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내수 부진 속에 전기차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미 산업계 우려를 키웠다. 웬디 커틀러 전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관세 인상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 자동차 산업이 중국 공세에 사실상 멸종된 태양광 산업과 같은 운명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과 같은 고율 관세 정책을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美 대선 앞 무역전쟁 확대 예고 미국은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시간주 등 경합주 표심을 고려해 중국과 전기차 무역전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중국 철강에 대한 고강도 관세를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내가 11월 대선에서 패배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이 ‘피바다’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무관세 적용을 받는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중국산 전기차에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대한 대응에서만큼은 초당적 움직임인 셈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를 공약했지만 재집권하더라도 IRA에 따른 보조금 정책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IRA로 이미 미국인 10만 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이런 규칙은 수정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보복’을 시사하며 반발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중국은 자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 정부가 중국산(産)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4배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미국, 한국, 독일 등 각국 자동차 제조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먼저 무역장벽 높이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4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14일 예정된 대중 관세 발표에서 전기차 외에도 중국산 광물, 배터리,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상향도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대해 수년 간 검토한 뒤 내놓는 조정안이다. 6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협으로 부상한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더 확실한 견제책을 내놓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 싸도 너무 싸다…머스크도 경고 사실 중국 전기차는 아직 미국에 진출도 못한 상태다.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수입차에 대한 관세 2.5%에 더해 중국 전기차에는 관세 25%가 별도로 붙기 때문이다.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뿐 아니라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에서도 배제됐다. 하지만 중국이 파격적 저가 전기차 생산에 나서자 미 자동차 업계 내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중국 BYD의 소형 전기차 ‘씨걸’의 가격은 1만 달러(1370만 원) 안팎이다. 반면 미국에서 가격대가 낮은 축인 제너럴모터스(GM)의 소형 전기차 ‘셰보레 볼트’는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아도 약 2만 달러(2740만 원) 수준이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실적발표에서 “(중국과) 무역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무너뜨릴 것(demolish)”이라고 말했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도 중국 저가 전기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관세 인상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미 자동차 산업이 중국 공세에 사실상 멸종된 태양광 산업과 같은 운명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선에 무역전쟁 확대 예고 중국이 내수 부진 속에 전기차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미 산업계 우려를 키웠다. 제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초 중국을 찾아 “(중국의) 과잉생산이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다”라고 언급하는 등 중국발 저가 공세를 경고해 왔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처럼 고율 관세 정책을 검토하며 중국산 저가 전기차에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은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시건주 등 경합주 표심을 고려해 중국과 전기차 무역 전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니아주에서 중국 철강에 대한 고강도 관세를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내가 11월 대선에서 패배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이 ‘피바다’에 직면할 것”이라며 관세를 우회해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중국산 전기차에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대한 대응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초당적 움직임인 셈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IRA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IRA로 이미 미국인 10만 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이런 규칙은 매우 복잡하며 수정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법은 어떤 상황에서도 충실하게 시행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스웨덴 중앙은행이 8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스위스에 이어 선진국에서 단행된 두 번째 금리 인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움직인 후에 금리를 내리던 전통을 깬 사례다. 유럽이 통화가치 절하 우려에도 경기 부양을 택하며 인하로 방향을 튼 것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에릭 테딘 릭스방크 총재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하락했다고 충분히 확신한다”며 금리 인하 배경을 밝혔다. 앞서 스위스, 체코, 헝가리도 금리를 내렸고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인하 시그널을 보낸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이 연준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통화정책을 완화한 것은 21세기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이 고집스런 인플레이션 속에 아직 인하시점에 대한 가이던스를 주지 못하고 있는 사이 유럽은 더 기다리면 자칫 경착륙이 올 수 있다고 보고 피벗(정책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커지면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고, 달러 가치가 상승해 각국 통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웨덴의 테딘 총재도 자국 코로나화 추가 약세로 인한 수입 인플레이션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강세 등이 추후 자국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결정으로 이날 크로나화는 달러대비 0.4%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국 통화가치 평가 절하라는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경제 부양을 택하는 것”이라며 “유럽이 미국과 다른 길을 가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 했다. 미국의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환율과 자국 경제 중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고민에 빠진 상태다. 최근 미국 고용 둔화 지표 둔화로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살아았던 시장은 연준 내 매파들의 강경한 입장에 미래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에 이어 이날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 선물투자로 연준 정책경로를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아직 9월까지 금리가 내릴 가능성을 약 65%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66년 역사를 지닌 스위스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몰락을 부른 이. 그 스스로도 일주일 만에 재산 360억 달러(약 50조 원)를 날린 사람. 2021년 미국 월가를 충격에 빠뜨렸던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인 한국계 투자자 빌 황(한국명 황성국·60·사진) 씨의 재판이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에서 8일 시작됐다. 뉴욕 남부지검이 2022년 4월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인 그를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지 2년 만이다. 미 CNN방송 등은 일제히 황 씨의 재판 소식을 빠르게 전하며 미스터리했던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를 되짚어보는 분석들을 쏟아냈다. 황 씨의 도박에 가까운 파생상품 거래로 아케고스는 파산했으며,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총 1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55억 달러를 잃은 CS는 결국 다시 일어서지 못한 채 지난해 UBS에 합병됐다. 황 씨는 여러모로 월가의 전형적인 투자자와 달랐다. 그는 고교 3학년이던 1982년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이민을 왔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와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1990년 현대증권 뉴욕법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거물 투자자 줄리언 로버트슨(1932∼2022)의 눈에 들며 월가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사실상 한국계 최초로 월가 ‘인사이더’ 그룹에 들어간 셈이다. 황 씨는 여러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빌려 특정 주식을 집중 매입했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자신이 돈을 벌고,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이 차액 충당을 요구(마진콜)하는 스와프 계약을 문어발식으로 벌인 것이다. 궁금증은 ‘그가 왜 이런 도박에 가까운 대범한 투자를 감행했는가’이다. 2012년 내부자 거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고발당한 적은 있으나 노련한 투자자로 인정받던 인물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황 씨의 사기 동기에 대한 판사의 질문에 검사 역시 분명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사치를 즐기지도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투자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평소에도 뉴저지주에 있는 소형주택에 머물며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저렴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뉴욕 맨해튼에 22m 높이의 ‘한글 벽’이 세워진다. 세계에서 보낸 1000 여개 한글 메시지가 벽 전체를 수놓는 세계 최대 한글 공공미술이 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뉴욕한국문화원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와 손잡고 올해 새롭개 문을 연 신청사의 세로 22m, 가로 8m 크기 벽에 한글 벽을 만든다고 밝혔다. 5월 한 달 동안 한글 벽 캠페인 웹사이트에 각지에서 한글 메시지를 보내면 이중 1000개 작품을 선정해 9월 제작을 완료할 계획이다. 각 개인이 웹사이트를 통해 메시지와 색 디자인을 골라 맞춤형 한글작품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깔 수도 있다.강 작가는 이날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글벽은 ‘한글’을 통해 세계인의 생각을 담은 집단 지성이자 문화혁명이 될 것”이라며 “일록트로닉 비빔밥과 같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글 벽 캠페인 웹사이트에는 이미 미국 한국 태국 유럽 등 각지에서 1300여 명이 참여해 메시지를 남긴 상태다. 영화배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이하늬, 한지민 등도 메시지를 적어 올렸다. 배우 이병헌은 “힘을 빼면 힘이 생긴다”, 이하늬는 “조급함이 다망친다 천천히 숨쉬고 넌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디자인해 올렸다. 주요 기업들도 한글벽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LG전자는 약 6개월여간 한글벽 캠페인 웹사이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뉴욕을 거점으로 한 뷰티업계 기업인 키스(KISS) 그룹, 해운물류 컨설팅 전문업체 싸이버로지텍, 사회활동 지원 양현재단이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66년 스위스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몰락을 부르고, 그 자신도 일주일 만에 재산 360억 달러(50조 원)를 날린 남자. 2021년 미 월가를 충격에 빠뜨린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의 주인공 한국계 투자자 빌 황(60·한국명 황성국)의 재판이 미 뉴욕 맨해튼 남부지법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다. 뉴욕남부지검이 2022년 4월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인 그를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지 2년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나 블룸버그통신, CNN 등 외신은 일제히 황 씨의 재판 소식을 전하며 미스터리 같았던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를 되짚어보는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황 씨의 도박에 가까운 파생상품 거래로 아케고스는 파산, 은행들은 총 100억 달러(14조 원) 손실을 입었으며 이중 절반인 55억 달러(7조5000억 원) 손실을 본 CS는 결국 지난해 UBS에 합병됐다. 미 검찰은 황씨가 금융회사들에 속여 거액의 돈을 빌리고, 이 돈으로 특정 주식을 집중 매입하도록 해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빌 황의 도박에 가까운 대범한 투자와 드라마틱한 손실, 월가의 전형적 투자자와 다른 면모 때문에 그의 사건은 특히 주목을 받아 왔다. 황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2년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1.5세대다. 미 UCLA와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1990년 현대증권 뉴욕 법인에서 업무를 시작하다 거물 투자자 줄리언 로버트슨의 눈에 들면서 월가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사실상 한국계 최초의 월가 ‘인사이더’ 그룹에 든 셈이다. 승승장구하다 2012년 내부자거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발을 당한 뒤 조용히 지내던 황 씨는 개인 투자펀드나 다름 없는 가족운용회사(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로 돌아왔다 더 큰 사고를 치게 된다. 은행돈을 끌어 매수한 특정 종목 주가가 오르면 황 씨가 돈을 벌고,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이 마진콜을 통해 차액 충당을 요구하는 ‘스왑’ 계약을 여러 은행에 문어발식으로 벌인 것이다. 결국 주가 하락기에 몰려오는 마진콜을 감당 못해 아케고스는 파산하고 은행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 거래는 은행이 주식을 소유하는 형태이고, 아케고스는 고객돈이 아닌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패밀리오피스라 규제가 느슨해 각 은행도 규제당국도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문제를 감지한 골드만삭스가 가장 먼저 마진콜 후 매물을 던지며 이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주가가 폭락한 뒤에 보유 매물을 던진 CS는 이 손실로 계속해서 휘청거리다 글로벌 긴축 파고와 시장의 불신을 넘지 못했다. 노련한 투자자가 왜 이런 도박을 감행했나. 월가의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FT는 판사가 황 씨도 빈털터리가 됐는데 ‘사기’의 동기는 무엇인지 물었지만 검찰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황 씨는 다른 투자자들처럼 사치를 즐긴 것도 아니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신앙을 전하기 위해 투자를 한다고 믿어왔다고 한다. 뉴저지주 소박한 자택에서 코스트코에서 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곤 했다는 것이다. 또 그가 설립한 기독교 재단에는 예수의 피로 죄에 물든 뉴욕을 씻어내는 작품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황 씨가 꿈에 본 비전을 제작해 달라며 2016년 유명 아티스트인 박승모 작가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황 씨의 재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법원인 점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담당 판사 앨빈 헬러스타인(90)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 재판을 연방법원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던 판사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도 이 법원 옆 연방법원에서 25년 징역을 선고받았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고용시장 둔화 소식과 잇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신호)적인 발언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6% 오른 2,734.36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700 선을 넘어선 건 지난달 11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4.77% 오른 8만1300원으로 마감해 지난달 16일 이후 다시 ‘8만 전자’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도 3.70% 올라 17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앞서 3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4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17만5000건에 그쳐 시장 전망치(24만 명)를 크게 하회했다.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이어 미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의 비둘기파적 발언들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증시 상승 랠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이 연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6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대담에서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올해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