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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49)은 시즌이 끝났어도 여전히 바쁘다. 지휘봉을 처음 잡은 2021~2022시즌에 SK를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연이어 정상으로 이끌며 통합챔피언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승을 기념하는 이런저런 행사와 약속이 쏟아지고 있어 연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 과거 ‘농구대통령’ 허재는 “우승 후 인사 다닐 때가 가장 행복한 시기다. 마음껏 즐겨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초보사령탑으로 위업을 이룬 전희철 감독도 시즌 내내 가슴 졸였던 지난날들을 이제는 밝은 목소리로 복기할 만큼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듯 하다. 전 감독은 부임 초기 낮은 자유투 성공률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이색 ‘당근’이었다. 감독의 주문에 따라 SK 선수들은 훈련을 마치고 난 뒤 두 그룹으로 나뉘어 양쪽 골대에서 자유투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 1인당 자유투 13개를 연달아 넣은 뒤에야 코트를 떠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간에 실패하면 재도전해야 했다. ‘13’은 전 감독이 선수 시절 달던 등번호. 전 감독 은퇴 후 SK에서 영구 결번된 백넘버다. 자유투를 시도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은 말을 걸거나 자유투 라인 주변을 얼씬거리기도 했다. 일종의 방해 동작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확성을 끌어올릴 의도였다. 자유투 13개를 연이어 성공한 선착순 3명의 선수에게는 전 감독이 사재를 털어 5만~10만 원을 줬다. 대신 가장 늦게 ‘과제’를 끝낸 선수에게는 동료들에게 커피를 돌리도록 하는 ‘페널티’를 주기도 했다. 전 감독은 “플레이오프 같은 중요한 경기나 접전 상황일수록 자유튜의 중요성 크기만 하다. 선수들의 집중력을 키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이끈 신동파 전 대한민국농구협회 부회장은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린 비결을 묻자 “땀 말고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선수 때 훈련을 하면 자유투와 점프슛을 100개 던져 모두 넣으려 집중했다. 점프슛을 87개 연속 성공시킨 적도 있다”며 “요즘 농구를 보면 오픈 찬스에서도 넣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프로답게 보이려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자유투 강화를 위한 전 감독의 약발은 있었다. 특히 SK에서 공격을 책임지는 센터 자밀 워니(평균 22.1점)와 포워드 최준용(평균 16.0점)의 자유투 성공률 향상이 눈에 띄었다. 정규리그에서 워니의 자유투 성공률은 지난 시즌 70.2%에서 74.6%로 올랐다. 최준용은 2016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높은 71.0%를 찍었다. 부상으로 신음했던 최준용의 지난 시즌 자유투 성공률은 53.3%에 그쳤다. 포스트 플레이가 많고 상대 수비가 집중되는 두 선수는 경기 도중 자유투 기회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자유투 라인에 섰을 때 자유롭지 못하면 전체적인 경기 흐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희철 감독은 시즌 막판 하프라인 슈팅 이벤트를 실시했다. 선수들이 하프라인에서 초장거리 슈팅을 시도해 성공하면 30만~50만 원에 이르는 보너스를 지급했다. 장기 레이스에서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릴 의도였다. 고된 일과를 유쾌한 하프라인 이벤트로 마무리한 SK 선수들은 코트에서 더욱 신바람을 냈다는 평가다. SK 주장 김선형은 “감독님 덕분에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생겼다”며 “자유투 집중력이 진짜 좋아졌고 성공률도 점점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상금이 걸려있다 보니 선수들끼리 선의의 경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SK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전희철 감독이 이번 시즌 자유투, 하프라인 이벤트를 위해 쓴 현금 총액만 12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리더가 될 수록 베풀어야 한다. 말은 줄이고 지갑은 열라고도 하지만 다른 지도자에게 볼 수 없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재밌게 선수들의 훈련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그걸로 만족할 뿐이다”고 말했다. 경복고와 고려대를 거쳐 1996년 동양 창단 멤버로 입단한 전희철 감독은 ‘에어본’이라는 별명을 지닌 최고 스타 출신이다. 2002년 동양을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으며 프로무대에서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당시 우승 축하자리에서 전희철이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구단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나와 충격에 빠지더니 결국 20년 전 이맘 때 샐러리캡 문제로 KCC에 트레이드 됐다. 동양은 김승현 김병철을 잡기 위해 이현준, 현금 6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전희철을 내보낸 것. 아이러니하게도 트레이드 카드였던 이현준은 이번 시즌 SK 코치로 전 감독과 호흡을 맞춰 우승 기쁨을 나눴다. KCC 이적 후 제 자리를 잡지 못하며 갈등을 겼던 전 감독은 2003년 12월 SK로 둥지를 옮겨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한 뒤 운영팀장, 2군 감독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쳐 문경은 감독 밑에서 10년 동안 수석코치를 맡았다. 감독에 선임된 건 지난해 5월 일이다. 밑바닥부터 찬찬히 다시 시작한 그는 스타 의식을 버리고 전술의 기본과 소통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전희철 감독은 “20년 전 동양을 떠날 때만 해도 만감이 교차했다.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되돌아보니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우승 헹가래는 결코 쉽게 오지 않았다. 사족 한 가지. 전희철 감독의 현역 시절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어땠을까. 한국농구연맹에 따르면 74.3%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여제 박인비(34)는 반려견 사랑이 각별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도중 컨디션 난조로 지난달 귀국한 그는 골든 레트리버 ‘리오’와 심신을 추스른 뒤 6일 출국한다. “힘들거나 극복할 일이 있을 때 리오가 옆에 있기만 해도 다른 위로가 필요 없어요.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어 편안해져요. 산책, 여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박인비와 반려견의 인연은 취학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세 때 아빠가 데려온 럭키가 처음이었어요…. 그 후로 25년 넘게 세미 리오 순으로 키우고 있어요.” 세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9년 아버지가 준 우승 선물. 2001년 박인비의 미국 유학에도 동행했다. “어린 나이에 낯선 땅에서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외로울 때 의지하며 지냈죠.” 17년을 동고동락한 세미가 노령으로 힘들어할 때 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박인비뿐 아니라 반려견을 키우는 골프 선수가 늘고 있다. 몰티즈 ‘대박이’를 금쪽같이 아끼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박성현, 최혜진, 지은희, 신지애, 임희정 등도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긴다.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인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골프 선수는 빡빡한 경기일정과 훈련에 따른 제한된 소통과 감정의 표현 때문에 외로움을 겪기 마련이다. 반려동물과 감정을 교류하면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덕선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심리)는 “골프선수가 반려동물을 대하면서 감정의 완충 작용과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오면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은 노년층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이 있는 사람은 매주 300분을 산책하게 돼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200분을 더 걷는다고 한다. 미국 미시간대 의료센터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유대가 혈압과 스트레스 감소뿐 아니라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그린 대표는 “반려동물은 노년층에게 삶의 활력을 찾게 해 준다”며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반려동물을 먹이고 씻기거나 산보 등으로 더욱 많은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려동물의 특성과 양육방법 등을 미리 이해한 상태에서 책임감과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펫티켓이란 말이 있듯 이웃에 대한 배려도 필수. 벗을 뜻하는 한자 ‘우(友)’는 왼손과 오른손이 정답게 맞잡은 모양에서 유래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따뜻한 관계는 최고 보약이 될 수 있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어느새 반려동물은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골프선수 가운데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골프 여제 박인비(34)가 대표적이다. 박인비 뿐 아니라 말티즈 ‘대박이’를 금쪽 같이 아끼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박성현, 최혜진, 지은희, 신지애, 임희정 등도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긴다. 멘털 스포츠인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골프 선수는 경기일정과 훈련에 따른 제한된 소통과 감정의 표현 때문에 외로움을 겪기 마련이다. 반려동물과 감정을 교류하면 소통의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덕선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심리)는 “골프선수가 반려동물을 대하면서 감정의 완충 작용과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오면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도중 컨디션 난조로 지난달 귀국한 박인비는 6일 다시 출국할 때까지 골든 리트리버 ‘리오’와 심신을 추스르고 있다. “리오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어 편안해져요.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에요.” 박인비와 반려견의 인연은 취학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세 때 아빠가 데려온 럭키가 처음이었어요. 그 후로 25년 넘게 세미 리오 순으로 키우고 있어요.” 세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9년 아버지가 준 우승 선물. 박인비의 2001년 미국 유학에도 동행했다. “어린 나이에 낯선 땅에서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외로울 때 의지하며 지냈죠.” 17년을 동고동락한 세미가 노령으로 힘들어 할 때 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고진영은 “대박이는 정말 소중한 존재다. ‘밥 먹을까’ ‘누나랑 같이 놀자’라고 하면 다 알아 듣는다. 대박이 덕분에 진짜 대박을 쳤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과거 인터뷰에서 “반려견을 가진 뒤 좋은 일이 많았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반려동물은 노년층 건강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이 있는 사람은 매주 300분을 산책하게 돼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200분을 걷는다고 한다. 미국 미시간대 의료센터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유대가 혈압과 스트레스 감소 뿐 아니라 인지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그린 대표는 “반려동물은 노년층에게 삶의 활력을 찾게 해준다”며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반려동물을 먹이고 씻기거나 산책 등으로 더욱 많은 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건강증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려동물의 특성과 기르는데 소요되는 것들에 대해 미리 이해한 상태에서 책임감과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과 함께 이웃에 대한 배려도 필수. 박인비는 “리오가 대형견이라 외출할 때 다른 사람과 최대한 많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아침 일찍이나 밤 늦게 하기도 한다. 여행도 사람이 없는 곳으로 하는 편”이라며 “저희가 느끼는 하루랑 개들이 느끼는 하루는 시간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견이던 소형견이던 가장 중요한 건 주인이 주는 사랑과 시간이다. 그거말고 바라는 게 없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걸 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정그린 대표는 “맹목적인 과잉 보호 보다는 교육적인 훈련을 통해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그 이후엔 얼마든지 사랑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에서부터 하네스나 목줄을 통해 함께 걷는 것에 대한 훈련을 진행한 후 산책을 하면 더욱 안전하고 서로가 즐거운 산책을 경험할 수 있다. 산책 훈련은 반려견들의 돌발 행동을 막아주고 참을성을 길러주기 때문에 필수”라고 조언했다. 벗을 뜻하는 한자 ‘우(友)’는 왼손과 오른손이 정답게 맞잡은 모양에서 유래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따뜻한 반려동물은 최고의 보약이 될 수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40)은 며칠 전 골프를 치다 짜릿한 경험을 했다. 기준타수 보다 3타를 적게 치는 앨버트로스를 처음 낚았다. 진기한 기록은 이달 초 제주 서귀포시 우리들CC(대표 이유성) 남코스 17번 홀(파5)에서 나왔다. 드라이버 티샷을 한 뒤 175m를 남겨둔 상황에서 타이틀리스트 5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 샷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30년 구력 동반자도 처음 본 진풍경앨버트로스는 그 확률이 200만분의 1로 알려졌다. 홀인원(확률 1만2000분의 1)보다 어렵다. 장타에 정확도를 겸비해야 하고 행운까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유 회장과 동반자였던 우리들CC 조장현 부사장은 “451m의 파5홀인데 화이트티가 조금 앞쪽으로 당겨진 상황이라 드라이버가 잘 맞으면 2온이 가능했다. 유 회장이 마지막으로 세컨드 샷을 했는데 완전히 핀을 향해 날아갔다. 그린에 올라가니 공이 안보여 확인하니 컵 안에 있어 다들 놀랐다. 30년 구력에 앨버트로스는 처음 봤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17번 홀은 페어웨이가 넓은 약간 오르막 경사에 있다. 장타자에게는 투온의 유혹을 갖게 하지만 그린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깊은 벙커들을 조심해야 한다. 유 회장이 앨버트로스를 작성한 우리들CC는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지형의 독특함을 살렸는데 제주 골프장 가운데 보기 드물게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탁월한 풍광을 지녔다. 연평균 기온이 16.7도에 이르는 돈내코 지역에 위치해 있어 한겨울에도 온화한 편이라 사계절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이라는 평가다. 엘리트 스타 거쳐 스포츠 행정가로 성공적 변신탁구 스타 출신인 유 회장은 선수 은퇴 후 2015년 골프를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은 구력이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기념비’를 골고루 세웠다. 앨버트로스에 앞서 지난해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홀인원을 낚았다. 하이랜드 코스 8번 홀(파3)에서 145m를 8번 아이언을 공략했는데 티샷한 공이 홀 안으로 사라졌다.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해본 샷이글 1회를 포함해 이글도 3차례 했다는 게 유 회장의 설명이다. 유 회장은 “지난해 홀인원, 올해 앨버트로스를 했으니 해볼 건 거의 해본 것 같다. 내년엔 뭘 할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유 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74타. 핸디캡을 물었더니 겸손하게 “보기 플레이어 정도라고 답했다. 코치 생활과 스포츠 행정가로 일하느라 골프를 자주 치거나 정식으로 꾸준히 배우지 못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유 회장은 ”사람들과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고, 탁구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특성이 있다는 점이 골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40대에 접어든 그는 바쁜 일정 속에 건강관리가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그래도 틈틈이 등산도 가고, 휴일엔 가끔 골프를 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려 한다. 1997년 남자 탁구 최연소(15세) 국가대표로 뽑힌 ‘핑퐁 신동’ 유 회장은 한국 탁구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 생활을 하다 IOC 선수위원, 탁구협회장을 맡으며 스포츠 행정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탁구리그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홀인원 하면 3년 동안 재수가 좋다는 말을 한다. 여기에 앨버트로스까지 했으니 얼마나 운이 더 따를까. 유승민 회장은 ”탁구를 위해 열심히 뛸 따름이다. 탁구 뿐 아니라 스포츠 발전을 위해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다른 듯 비슷한 골프와 탁구골프와 탁구는 공 사이즈가 비슷한 것을 빼면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공 무게는 탁구가 2.7g, 골프가 45g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그래도 탁구인들은 ”두 종목은 닮은 구석이 많아 골프를 시작할 때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골프 선수 안병훈의 아버지인 탁구 대표 출신 안재형 한국프로탁구위원회 위원장은 ”작은 공을 다뤄야 하므로 둘 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탁구는 상대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해 공략해야 하는 데 골프 대회에서도 심리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핸디캡 6인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탁구단 총감독은 ”하체를 고정하고 다리-복근-어깨로 연결되는 탁구 스윙은 골프와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KLPGA투어에서 5명에게만 허용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앨버트로스는 5명에게만 허용한 대기록이다. 1995년 박성자가 88CC에서 열린 제1회 제일모직 로즈여자오픈에서 처음으로 기록했다. 가장 최근은 2019년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전우리가 2001년 오미선 이후 18년 만에 작성했다. 장하나는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 3라운드 8번홀(파4·218야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1950년 출범한 LPGA투어 사상 최초의 파4 홀인원이었다. 이 역시 단번에 3타를 줄인 앨버트로스(더블이글)였다. 장하나는 그린에 올라 큰 절까지 하며 환호했다. LPGA투어에서 사상 두 번째 파4 홀인원의 주인공은 호주교포 이민지다. 2016년 KIA클래식 3라운드 16번 홀(파4·275야드)에서 5번 우드로 한 티샷이 그린 바로 밖에 떨어졌고 왼쪽으로 내리막을 타더니 홀인원이 됐다. 파3홀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홀인원을 파4홀에서 한 것이다. 한국 남자 프로골퍼 문경준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앨버트로스를 두 번이나 했다. 지난해 3월 유러피언투어 케냐 사바나 클래식에 출전했다가 2라운드 7번홀에서 파4 홀인원을 기록했다. 문경준은 2009년 성남 남서울CC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2라운드 9번 홀에서 앨버트로스를 처음 낚았다. 파5 홀에서 세컨드 샷을 홀에 집어넣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영기 전 한국농구연맹(KBL) 총재(86)는 한국 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국가대표 선수로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뒤 지도자로 나선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일궜다. 스포츠 행정가로는 KBL 총재를 두 차례 지냈다. 이런 공로로 최근 소강체육대상을 수상했다.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한 체육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은 고 소강 민관식 전 대한체육회장(1918∼2006)을 기리기 위해 2009년 제정됐다. 김 전 총재는 “선수와 감독 시절 소강 선생께 직접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50여 년 만에 다시 큰 상을 받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타계 전날까지 테니스를 즐긴 민 전 회장의 좌우명은 ‘평생 현역, 평생 학습’이었다. 민 전 회장은 10년간 매일 호텔신라 헬스클럽을 찾아 1.5km를 걸은 뒤 수영장 물속에서 1km를 더 걸었다. 김 전 총재와 민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만난 장소도 이곳이었다고. 82세까지 KBL을 이끈 김 전 총재는 요즘도 어디 불편한 곳 없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골프 치러 가면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적는 에이지 슈터가 자주 된다. 그 비결에 대해 그는 “오랜 세월 나만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려 했다”고 귀띔했다. 외출할 때는 거의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한다. 과거 기사가 딸린 차량이 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야 하루 8000보 이상 걸을 수 있어서다. 약속이 없으면 오후 5시에 저녁을 먹고 소식한다. “아침엔 요구르트, 버터 바른 비스킷 8개에 커피 반잔을 마셔요. 점심은 배부르게 먹고 저녁은 샌드위치 하나 사서 아내와 나눠 먹죠. 잠은 8시간 이상 자려고 합니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학창 시절부터 적어둔 영어 문장 노트와 단어장을 반복해서 읽고 외운다. 또 20대 때부터 영어 소설을 하루도 놓지 않고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 시드니 셸던, 존 그리셤 같은 작가를 좋아해요. 그리셤 책은 23권 읽었죠.” 얼마 전부터 루스 웨어의 스릴러 소설 ‘더 턴 오브 더 키’를 읽고 있다. 돋보기 없이 지낼 만큼 노안도 모른다. “작은 글씨로 돼 있는 페이퍼백 책을 많이 읽다 보니 훈련이 된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는 “치매 위험 인자를 아동 청소년기부터 생애 주기별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식단 조절, 운동, 인지 훈련 등을 종합적으로 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1시간 운동과 1시간 책읽기만 해도 치매 발병 확률을 35%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젊을 때 올바른 생활 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김영기 전 한국농구연맹(KBL) 총재(86)는 한국 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국가대표 선수로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뒤 지도자로 나선 1969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일궜다. 스포츠 행정가로는 KBL 총재를 두 차례 역임했다. 이런 공로로 최근 소강체육대상을 수상했다.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한 체육인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이 상은 고 소강 민관식 전 대한체육회장(1918~2006)을 기리기 위해 2009년 제정됐다. 김 전 총재는 “선수와 감독 시절 소강 선생께 직접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50여 년 만에 다시 큰 상을 받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타계 전날까지 테니스를 즐긴 민관식 전 회장의 좌우명은 ‘평생 현역, 평생 학습’이었다. 민 전 회장은 10년 간 매일 호텔신라 헬스클럽을 찾아 1.5㎞를 걸은 뒤 수영장 물속에서 1㎞를 더 걸었다. 김 전 총재와 민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만난 장소도 이 곳이었다고.82세까지 KBL를 이끌었던 김영기 전 총재는 요즘도 어디 불편한 곳 없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골프 치러 가면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적는 에이지 슈터가 자주 된다. 80세 때는 직장 후배 5명과 떠난 세계 여행 경험을 담은 ‘할배들의 무한질주’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평균 연령 75세인 김 전 총재 일행은 캐나다 로키산맥, 미국 서부, 호주 오션 코스트, 하와이, 알프스, 유레일 배낭여행까지 6차례 여행을 다녀왔는데 5차례 손수운전으로 이동한 거리만도 2만4400km. 건강을 지킨 비결에 대해 김 전 총재는 “오랜 세월 나만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려 했다”고 귀띔했다. 외출할 때는 거의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한다. 과거 기사가 딸린 차량이 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야 하루 8000보 이상 걸을 수 있어서다. 또한 약속이 없으면 오후 5시에 저녁을 먹고 소식한다. “아침엔 요구르트, 버터 바른 비스킷 8개에 커피 반잔을 마셔요. 점심은 배부르게 먹고 저녁은 샌드위치 하나 사서 아내와 나눠먹죠. 잠은 8시간 이상 자려고 합니다.”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학창 시절부터 적어둔 영어 문장 노트와 단어장 수십 권을 반복해서 읽고 외운다. 그는 또 20대 때부터 영어 소설을 하루도 놓지 않고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 시드니 셀던, 존 그리샴 같은 작가를 좋아해요. 그리샴 책은 23권 읽었죠.” 얼마 전부터 스티븐 킹의 중편집 ‘이프 잇 블리즈’, 루스 웨어의 스릴러 소설 ‘더 턴 오브 더 키’를 읽고 있다. 노안이 오지 않아 돋보기 없이 지낸다. “작은 글씨로 돼 있는 페이퍼 백 책을 많이 읽다 보니 훈련이 된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전 총재는 대표팀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독서를 강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전 총재 밑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뛴 박한 전 고려대 감독은 “대표팀이 소집되면 무조건 선수 1인당 책 2,3권을 갖고 들어오도록 해 서로 돌려 읽도록 했다”고 회고했다.김 전 총재는 선수와 지도자를 거쳐 기업은행 지점장을 역임한 뒤 신용보증기금 전무, 신보창투 사장을 지냈다. 운동선수 출신으로는 보기 드문 이력이다. 직장 후배로 50년 넘게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정영환 전 신보창투 사장(80)은 “김 전 총재는 평생 공부를 하면서 늘 숙면을 했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을 지닌 덕분에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반세기도 지난 일을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할 만큼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는 “치매 위험 인자를 아동 청소년기부터 생애 주기별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식단 조절, 운동, 인지 훈련 등을 종합적으로 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1시간 운동과 1시간 책읽기만 해도 치매 발병 확률을 35%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매 예방으로 권장되는 3권으로는 운동, 읽고 쓰기, 생선과 채소 먹기가 꼽힌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젊을 때 올바른 생활 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탱크’ 최경주(52)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통산 16승을 올렸다. 이 가운데 3승을 SK텔레콤오픈에서 거뒀다. 2003, 2005, 2008년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1990년 이후 단일 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이다. 2011년 SK텔레콤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은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3차례 우승 경력과 서브스폰서 기간까지 합하면 최경주와 SK텔레콤의 인연은 20년 가까이 된다. 남다른 동반자 관계라는 게 골프계 중론이다.●후배들과 뜻깊은 선행 실천최경주는 6월 2일부터 5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다. 개막에 앞서 6월 1일 개최되는 자선 대회인 ‘SK텔레콤 채리티 오픈’에도 나선다. 이 대회는 최경주를 비롯해 야구 스타 박찬호 윤석민, 여자골프 스타 박지은, 김하늘, 이보미, 남자 골프 간판 박상현, 김한별 등 8명에 참가한다. 선수들은 2인 1조로 팀을 이뤄 맞붙는데 대회 상금은 출전 선수의 이름으로 전액 SK텔레콤 오픈에서 진행하는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장학금으로 기부될 예정이다. 대회에는 31명의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진행요원, 스코어 기록 요원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2009년 나이키와 결별 후 한동안 무적(無籍) 신세였던 최경주는 SK텔레콤과 사인을 한 뒤 그해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정상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직후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해 화려한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4년 3년 재계약을 하며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안정적 지원 속에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는 지난해는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우승이라는 새 이정표도 세웠다. ●남자 골프의 든든한 버팀목최경주는 과거 글로벌 불황여파로 SK텔레콤오픈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초청료를 받지 않으며 대회 성사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대회 기간 아마추어 주니어 골퍼 대상 재능기부나 팬 미팅 행사 등에도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최경주는 “선수와 스폰서는 한 배를 탄 존재다.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져버릴 수 없다. 의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올 연말 SK텔레콤과 계약 기간이 끝나지만 재연장 가능성이 높다. 50대에 메인 무대에서 물러나 있지만 한국 골프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과 상징성은 여전해 보인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최경주가 슬럼프 조짐을 보이며 주춤할 때도 묵묵히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왔다. KPGA에 따르면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SK텔레콤오픈은 KPGA 순수 주관 대회로는 최고 역사를 지녔다. 한국오픈, 신한동해오픈, 매경오픈 등은 대한골프협회가 오랜 기간 주관을 했다. 4반세기 동안 남자 골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최경주를 비롯해 박노석, 박남신, 최광수, 배상문, 최진호, 박상현, 함정우 등 우승자 면면도 화려하다.● 농구 인생 위기에서 만난 인연이번 시즌 프로농구 SK를 통합 챔피언으로 이끈 전희철 감독(49)은 20년 전 이맘 때 처음으로 농구 인생 위기를 맞았다. 경복고와 고려대를 거쳐 1996년 동양(현 오리온) 창단 멤버로 입단한 그는 최고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2002년에는 동양의 우승을 이끌며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우승 직후 샐러리캡 문제로 구단의 이적 대상에 이름을 올리더니 결국 그해 6월 동양은 전희철을 KCC에 내주는 대신 이현준, 현금 6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동양은 김승현 김병철을 잡기 위해 고액 연봉 선수인 전희철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KCC 이적 후 마음고생에 시달린 전희철은 1년 반인 2003년 12월 SK로 둥지를 옮겼다. KCC가 전희철, 홍사붕을 내주고 SK 조성원, 강준구를 데려가는 2대2 트레이드가 성사된 것. 그렇게 시작된 SK와 전희철의 인연이 20년 가까이 흐를 줄 누가 알았을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재도약전희철은 2006~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당시 SK는 전희철의 분신과도 같은 등번호 ‘13번’의 영구결번까지 해줬다. SK에서 뛴 기간은 4시즌에 불과했지만 한국 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전희철을 향한 최고의 예우였다. 전희철은 “처음에는 영구 결번을 사양했다. 주위에서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구단에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 준 덕분에 감사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은퇴 후 SK 2군 감독을 맡다가 운영팀장으로 낯선 프런트 업무에 나서기도 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의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주위에서 딴 일 알아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다른 팀 지도자 영입 제의까지 있었지만 참고 버텼다. “새롭게 뭔가를 배우고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보람도 있었습니다. 나를 믿고 일을 맡긴 구단의 기대도 저버릴 수 없었죠.” 2011년 수석 코치를 맡아 10년 동안 문경은 감독을 보좌하며 2018년 우승을 도왔다.● 믿음과 후원에 성적으로 화답지난해 문 감독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전희철은 구단 사상 첫 통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뒤 눈물을 쏟았다. 시즌 내내 SK 홈 코트인 잠실학생체육관에 는 전희철을 기념하는 대형 13번 유니폼이 내걸린다. 그는 “이제 비로소 영구결번 값을 한 것 같다. 나처럼 오랫동안 한 팀에 몸담고 있는 경우는 처음이다. 행운도 따랐다”며 웃었다. 흔히 프로 지도자는 파리 목숨에 비유된다. 감독이 교체될 경우 코치도 그대로 옷을 벗는 경우도 허다하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SK텔레콤에서 급여를 받고 있는 건 이례적이다. 구단이나 전희철의 짝사랑만으로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구단은 성적에 조급해 하지 않고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보냈다. 전희철은 몇 차례 시련을 통해 과거 스타의식을 버리고 선수들과 소통하며 탄탄한 자신만의 필승 전술을 마련해 나갔다. 프로골퍼, 농구 감독은 기업(구단)과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존재다. 최경주와 전희철. 종목은 달라도 오랜 세월 행복한 동행을 하고 있다.|알림| ‘굿샷 라이프’는 스포츠와 건강을 화두로 삼습니다. ‘TNT(Tee & Tea) 타임’은 골프장 안팎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달합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 국가대표 선수 이민선(NH농협은행)은 초등학교 때 언니의 영향으로 라켓과 인연을 맺었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셔서 70대 할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태극마크’의 꿈을 꾸며 운동에 매달렸다. 어느덧 한국 정구의 간판이 돼 이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던 이민선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28일 고향인 경북 문경을 1박2일 일정으로 찾았다. 이날 막을 올린 소년체육대회에서 참가한 초등학교 중학교 정구 꿈나무 선수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서다. 유영동 대표팀 감독(NH농협은행)은 김지연 코치와 남녀 선수 10명과 문경에서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대표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과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쌓기도 했다. 이민선은 “어렸을 때 국가대표를 목표로 운동을 했었다. 국가대표가 돼 어린 선수들에게 뭔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기를 비롯해 많은 걸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민선은 최근 문경에서 끝난 제100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서 여자일반부 단식 정상에 오르며 이름값을 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정인선)는 대표팀 레슨 행사 뿐 아니라 소년체육대회 기간 ‘다함께 즐거운 정구장’을 컨셉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한다. 소년체육대회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2019년 이후 2020년과 지난해 열리지 못한 뒤 3년 만에 다시 개최됐다. 협회는 재개된 꿈나무 잔치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문경 전통 문화인 도자기 만들기 체험(진안요 명인 이종범 선생), 탈바가지 만들기, 비누방울 체험, 페이스 페인팅 등 5가지 문화 이벤트를 마련했다. 서비스 게임(목표물 맞추기)과 SNS를 통한 현장 인증 이벤트 등도 별도로 진행했다. 이번 이벤트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 지원으로 성사됐다. 정인선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로 활동에 제한이 많았다. 이번 소년체육대회를 통해 경기 참가 선수단은 물론 관중, 학부모, 동호인 등 모두가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복합이벤트를 기획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구장을 찾아 다함께 즐거운 정구장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대표팀을 이끌고 28일 오전 9시 진천을 출발한 유영동 감독은 “요즘 협회에서 다양한 행사를 많이 하는데 정구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보람도 크다”며 “재능기부와 문화 이벤트가 엘리트 선수, 생활체육 동호인, 일반팬들에게 모두 재미와 도움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소년체육대회는 28일부터 31일까지 500여명의 전국 선수단이 참가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개그맨 이봉원(59)은 환갑을 바라보며 새롭게 접한 스포츠의 재미에 푹 빠졌다. 일주일에 두 번 탁구 레슨을 받고 있다. “1년 정도 됐어요. 하루 1시간 하면 땀으로 푹 젖어요. 몸이 아주 개운해요.” 이봉원은 야구 축구 골프 등산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하지만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며 암울한 나날을 보냈다. 천안에 짬뽕집을 개업한 그는 2019년 큰 탈이 났다. “하루 12시간 서 있었어요. 몇 십 ㎏ 나가는 밀가루, 기름통도 수시로 옮겼죠. 그러다 허리를 다쳤는데 다리까지 안 펴지더라고요.” 병명은 척추전방전위증. 중앙대병원 서경묵 교수(재활의학과)는 “요추와 천추(엉치뼈) 사이가 전방으로 미끄러진 상태를 말한다. 증세에 따라 철심을 박아 척추의 정렬을 맞추는 척추고정술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긴급수술 후 열흘 입원한 이봉원은 3개월 남짓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아찔한 경험을 떠올리던 이봉원은 자신을 ‘아이언맨’이라고 불렀다. “허리 말고도 야구하다 다쳐 종아리뼈에 철심을 넣었고요. 다이빙하다 안와골절로 눈에도 뭔가를 넣었습니다. 치아 임플란트도 했어요. 금속 탐지기 지나가면 ‘삐삐’ 소리가 날 정도예요.” 누가 남을 웃기는 직업이 아니랄까. 농담처럼 말했지만 운동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그러면서 그는 “안 아플 때는 몰랐는데 태어나 처음 장기간 거동을 못 하니 평소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후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1년 반 가까운 재활 과정을 거쳐 탁구에 뛰어든 데 이어 30년 구력의 골프도 재개했다. “스윙이 예전보다 더 잘된다”고 너스레를 떤 그의 핸디캡은 10~15, 베스트 스코어는 75타. 웨이트트레이닝 계획을 밝힌 이봉원은 컨디션을 100% 되찾으면 산에 자주 가겠다고 했다. “등산하면 심신이 정화됩니다. 유산소 운동도 되고요. 산은 하나인데 오르는 코스는 수십 군데라 매력적입니다. 북한산 12성문 종주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 고된 만큼 성취감이 커요.” 김창열 백민의원 원장은 “허리 근력이 좋아지고 다리 통증이 없다면 트레킹이나 등산은 문제가 없다”며 “다만 하산할 때 허리에 지나친 하중이 가해지면 척추의 전만(앞으로 튀어나옴)을 증가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당일을 재개한 이봉원은 28일 파주 서원밸리CC에서 열리는 그린콘서트에 참가한다. 부인 박미선이 진행하는 이 행사는 관객 3만 명이 푸른 페어웨이에서 공연을 즐기는 이색 무대다. 이봉원은 직접 작사한 ‘중년의 청춘아’를 부른다. 여기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아쉬운 나의 젊음아. 세월아 가지를 마오. 내 마음은 가슴 끓는 청춘이야. 꿈을 잊지 마.” 이봉원은 생각을 젊게 하면 몸은 동반 상승된다고 강조했다. 되찾은 건강이 에너지의 원천이다.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박주영(32·동부건설)은 22일까지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끝으로 선수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 지난해 12월 치과의사와 결혼한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임신 사실을 공개한 뒤 출산 휴가 계획까지 밝혔다. 9월 중순 출산 예정인 박주영은 남편의 오리 태몽에서 따온 ‘꽉꽉이’로 지었다. ● 2022시즌 7개 대회 개근임신 6개월의 몸으로 필드에 나선 박주영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연승을 질주한 끝에 16강에 안착했다. 결혼 후 맞은 2022시즌 들어 그는 앞서 열린 6개 대회를 포함해 시즌 7개 대회에 개근했다. 8일 끝난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톱10에 진입해 공동 6위로 마쳤다. 당초 다음달 5일 끝나는 롯데오픈까지 치르려 했던 박주영은 지난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부터 몸의 변화를 느껴 ‘휴가 신청’을 앞당기게 됐다. 배가 불러온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그는 “몸도 무겁고 힘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거리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체력 비축을 위해 전반에 몰아치기로 승부를 빨리 끝내려는 전략도 세웠다. 박주영의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아직 초반인데도 242.8야드로 44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에는 246.5야드로 7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장타자로 유명했다. ● 골프 시스터즈에서 기혼자 프로골퍼 자매로 박주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언니 박희영(35·이수그룹)과 자매골퍼로 유명하다. 박희영은 2018년 조우종 아나운서의 동생과 결혼한 뒤 LPGA투어에서 계속 선수로 나서고 있다. 기혼자 자매 골퍼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더구나 두 선수 모두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아마추어 골프 대표 출신인 박희영은 2004년 17세 나이로 KLPGA투어 하이트컵 정상에 올랐다. 2005년 KLPGA투어 신인왕을 거쳐 2008년 LPGA투어에 진출해 3차례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박주영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2010년 1부 투어에 데뷔한 뒤 줄곧 출전권을 지키고 있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통산 256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31회에 4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상금 18억9000만 원(38위)이 넘는다. 박희영 주영 자매는 스포츠 가족이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 박형섭 씨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나와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체조(링)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으며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와 동아대 학장 등을 역임한 체육학계 원로로 싱글 골퍼였다. ● KLPGA투어 유일한 엄마 선수는 안선주박주영은 출산 후 선수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엄마 프로는 안선주(35)가 유일하다. 지난해 쌍둥이를 출산한 안선주는 자신의 메인 무대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떠나 국내 투어에 전념하고 있다. 해외에서 20승 이상을 올려 KLPGA투어 영구시드 자격을 갖고 있는 그는 “출산 이후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부담이 됐다.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골퍼의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LPGA투어 통산 7승, JLPGA투어 통산 28승을 기록하고 있는 베테랑인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어려서 시즌 준비를 하기 힘들었다. 친정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신 덕분에 운동할 수 있었다”고 고충을 전했다. 투어를 떠난 안시현과 홍진주는 대표적인 엄마 골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두 선수는 자녀가 보는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결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 엄마 선수의 존재감은 희미한 게 현실이다. 1998년 KLPGA투어 오필여자오픈에서는 박성자가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우승했다. 박성자는 “당시 외환위기 때여서 한 달 생활비라도 벌려고 만삭임에도 출전했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으면 스폰서 찾기가 힘든데 주변의 도움 없이는 투어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다. ● 부럽기만 한 LPGA투어 맘 골퍼 배려LPGA투어에서는 엄마 골퍼의 활동의 두드러진다. LPGA투어 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즌 출전 자격이 있는 엄마가 25명에 이른다. 캐트리오나 매슈는 2009년 둘째 딸 출산 후 11주 만에 불혹의 나이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슈퍼 맘’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스테이스 루이스, 미셸 위, 줄리 잉크스터 등도 대표적인 엄마 골퍼다. 자신의 통산 메이저 7승 가운데 4승을 출산 후 거둔 잉크스터는 두 딸을 뒀다. 잉크스터는 “출산 후 2년은 지나야 스윙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한희원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 손혁과 결혼한 뒤 임신 4개월의 몸으로 LPGA투어 SBS오픈에서 톱10에 들었다. 아들을 낳은 뒤 투어에 복귀하며 LPGA에서 뛰는 한국 선수 엄마골퍼 1호가 됐다. 한희원은 “내가 우리나라 선수 중 아이가 있는 첫 케이스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지만 골프와 집안일을 모두 잘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LPGA투어를 거친 한국 엄마 선수는 한희원을 비롯해 김미현, 장정, 서희경 등이 있었다. 허미정은 올해 출산 후 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LPGA투어에서는 엄마 선수를 위한 탁아 시설과 보모 서비스 등이 대회 때마다 잘 갖춰져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LPGA투어는 1993년부터 대회 기간에 무료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다. 브리트니 린시컴은 후원사인 CME와 다이아몬드 리조트가 출산과 육아로 쉬어도 후원금을 그대로 지급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 임산부 골퍼는 12잔 이상 물을 마셔야골프는 임산부에게 운동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체중 증가와 임신성 당뇨병의 가능성도 줄여준다는 게 전문의 설명이다. 기분 전환과 감정 기복을 다스리는 야외활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운동이 그렇듯 임신 초기에는 주의를 해야 한다. 티오프 전 스트레칭도 필수다. 미국임신협회에 따르면 조산, 유산 등은 탈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임산부는 하루에 8~12잔의 물을 마시라고 권장한다. 골프 라운드를 할 때는 이 보다 더 많은 수분 섭취량이 요구된다. 무리해서 걷기 보다는 적절하게 카트를 타는 게 좋다. ‘골프여제’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는 임신 8개월 때까지 골프를 쳤다. 박인비가 지닌 타고난 퍼팅 감각은 모태 골프의 영향인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종덕(61)은 환갑을 지났어도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에서 제왕으로 불린다. 지난해 2차례 우승 트로피를 안으며 상금왕을 차지했다. 16일과 17일 용평CC에서 개막전이 열리는 이번 시즌에도 최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40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챔피언스투어에 데뷔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2015년 한 해만 빼고 해마다 정상에 올랐다. 정상급 선수로 장수하고 있는 그는 집에서는 손자 3명을 둔 할아버지. 50대 후배들과 당당히 맞서는 비결을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령(덤벨)이 오랜 친구예요. 늘 붙어 다니죠.” 김종덕은 40년 넘게 매일 10kg 덤벨을 이용한 보디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양손으로 아령을 들고 스윙하듯이 좌향좌 우향우 동작을 반복하면 신체 밸런스가 잘 잡히고 전체적인 근력도 키울 수 있어요.” 덤벨은 헬스클럽에서뿐 아니라 집에서 TV를 보면서 하기도 하고, 골프 대회 기간에는 호텔 방에서도 든다. 한 번에 10∼12회 3세트 정도를 한다. 20대 초반에 무리한 운동으로 허리를 다쳤지만 오랜 세월 덤벨과 인연을 지킨 덕분에 부상을 모르고 장타의 원동력도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75cm의 키에 40년째 70kg 밑도는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60대인 요즘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250야드를 넘기는 장타자다. “거리를 내려면 몸이 유연해야 하고 큰 근육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클럽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체중이동을 잘할 수 있거든요. 공을 치는 타이밍도 좋아야 해요. 이게 다 아령 덕분이에요.” 덤벨은 골프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자세를 교정하고 근육 약화에 따른 부상도 예방할 수 있게 하는 운동기구로 꼽힌다. 홍정기 차의과대 교수(스포츠의학)는 “좌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로테이션 운동을 하면 체간(몸통)과 하체를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니어들에게 코어 근기능을 길러주거나 유지하는 데도 좋다. 신체 밸런스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덤벨만큼 고무줄(밴드) 당기기도 장기간 하고 있는 김종덕은 60, 70대 골퍼들에게 “어떻게 몸 관리를 하느냐”, “그 나이에도 언더파 치는 비법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평소 꾸준한 노력을 선행해야 합니다.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돼요. 거리가 줄었다고 무리해서 공을 치다 보면 오히려 다쳐요. 집이나 사무실에서 아령도 들고, 차에서는 악력기라도 쥐어 보세요. 등산도 다니시고. 어느새 가벼워진 몸을 느끼실 겁니다.” 단순한 게 최고라는 말이 있다. 꾸준한 실천이 건강 유지의 왕도 아닐까.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20오버파 92타, 13오버파 85타. ‘코리안 특급’ 박찬호(49)가 이틀 동안 적어낸 골프 스코어다. 언뜻 보면 평균 이하 실력의 주말골퍼 수준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공동 선두와 40타차 박찬호는 13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 합계 33오버파 177타를 기록해 컷탈락했다. 2라운드까지 마친 141명의 선수 가운데 최하위였다. 리더보드에서 자신보다 바로 한 단계 위인 140위 김태우(166타) 보다 11타를 더 쳤다. 커트 통과선인 2오버파에는 무려 31타가 부족했다. . 이날까지 공동선두 그룹(7언더파)을 형성한 김태호, 최민철, 김민규와는 40타 차다. 박찬호는 36홀을 도는 동안 공동선두 선수들보다 매홀 1타 이상을 친 셈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한 라운드 합계가 규정타수 보다 16타 이상 많으면 자동으로 다음 라운드에 출전할 수 없다. 이 규정이 적용됐다면 박찬호는 1라운드 종료 후 가방을 싸야 했다.●골프협회 공인 핸디캡 3 이번 대회에 박찬호는 추천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코리안투어 규정에 따르면 대회 타이틀 스폰서는 출전 선수 규모의 10% 이하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선수를 추천할 수 있다. 박찬호는 지난해 4월 대한골프협회의 공인 핸디캡 3 이하 증명서를 받아 추천 자격을 갖췄다. 박찬호는 우리금융그룹의 광고 모델로 활동한 인연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우리금융그룹 로고가 새겨진 상의를 입고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격한 실력 차이를 드러낸 박찬호는 마치 어릴 적 놀이에 등장하는 ‘깍두기’ 신세라도 된 듯 보였다. 1라운드 5번 홀(파5)에서는 세 차례 티샷 OB를 내면서 규정타수 보다 6타를 더 친 11타를 적었다. 다음 날 이 홀에서 그는 파를 낚았다. 전날 악몽을 떠올리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찬호의 코리안투어 도전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18년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을 시작으로 2019년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 지난해에는 군산CC 오픈과 야마하 아너스K 오픈에 나선 바 있다. 군산CC오픈에서도 1, 2라운드 합계 29오버파 171타를 기록해 대회를 마친 153명 가운데 153위에 자리했다. 스릭슨(2부)투어에도 참가했지만 예선은 통과하지 못했다. 32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을 갖췄지만 정교함과 코스 매니지먼트 능력이 떨어진 탓이다.● 까다로운 코스에서 진땀 박찬호의 민망한 성적은 골프 관계자나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마추어 수준인 박찬호를 출전시키면서 생계가 걸린 프로골프 선수 한 명이 출전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민폐에 가까운 플레이가 다른 동반자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업인 야구에 전념해 달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침체를 겪고 있는 코리안투어를 향한 관심을 끌기 위해 박찬호의 존재감은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투 머치 토커’로 유명한 그는 골프 대회 때마다 이런저런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에게 스코어나 순위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7200야드가 넘는 긴 코스와 까다로운 코스 세팅에서 누구보다 박찬호는 큰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지난주 GS칼텍스 매경오픈 챔피언 김비오도 중간합계 6오버파 150타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골프다. 그래서 더 포기할 수 없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켰다고 한다.● “마음 같이 안 되는 게 골프”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는 방송 프로그램 출연해 “야구 선수 은퇴 후 우울했던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분야가 골프였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는 “또 다시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서 프로 골퍼에 도전해 보고 싶다. 이게 진짜 뭐냐면 9회말에 던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전하는 동안 나를 알아가는 수행이 되고 나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삶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부족함을 알았을 때 더욱 노력하고 만족을 느낄 때 감사함이 깊어진다”는 말도 남겼다. 박찬호도 어느새 50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의 문을 두드릴지도 모를 일. 세 딸을 둔 박찬호는 골프를 셋째 딸에 비유했다. “너무 사랑스럽고 좋은데 마음같이 안 된다.” 초반 대량 실점으로 강판당한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알림| ‘굿샷 라이프’는 스포츠와 건강을 화두로 삼습니다. ‘TNT(Tee & Tea) 타임’은 골프장 안팎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달합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4시즌 연속 지휘봉을 잡고 있는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59)은 정규시즌 최다승(724승), 플레이오프 최다 우승(6회)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지략이 많은 유 감독은 지방 방문경기를 가는 도시마다 24시간 운영하는 비뇨의학과 위치를 꼼꼼히 파악한다. 해외 출장을 앞두고도 미리 몸 상태를 체크한다. 요로결석 때문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잠에서 깼어요. 기다시피 해서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서 진통주사 맞고 겨우 정신 차렸네요.” 20년 가까이 지난 그날 밤을 떠올리는 유 감독의 표정은 마치 엊그제 일을 말하는 듯 일그러졌다. 출산의 고통에 비유되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로결석으로 처음 고생한 순간을 떠올릴 때였다. 요로결석은 칼슘 수산염 인산염 등 무기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요로에 쌓여 돌처럼 변한 것이다. 수분 섭취가 줄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이 농축돼 결석이 쉽게 생긴다. 국내에서 요로결석은 평생 유병률이 11.5%에 이르는 비교적 흔한 병으로 알려졌다. 요로결석 진료인원은 2016년 27만8000명에서 2020년 30만3000명으로 9% 증가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많다. “한때 몸에 좋다고 해서 고용랑 비타민C를 많이 먹은 적이 있어요. 야간경기 끝나면 코치들과 복기를 하며 맵고 짠 음식을 자주 찾았죠. 사우나에 오래 머물며 전술 구상도 했어요.” 이런 습관이 요로결석과 관련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유 감독의 얘기다. 요로결석은 재발률이 높다. 유 감독도 예외가 아니었다. 결석이 생기면 자연 배출되기도 하지만 그 크기가 5mm 이상이면 ‘체외 충격파 쇄석술’로 돌을 깼다. “결석을 분쇄하려면 한 군데를 때리는데 50분 동안 센 진동을 2000번까지 반복한 적도 있어요.”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협 교수는 “하루 소변양이 2L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수산이 많이 함유된 시금치, 아몬드 땅콩 같은 견과류, 초콜릿 등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칼슘을 적게 먹어야 결석이 생기지 않는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며 칼슘 섭취를 제한하면 요로결석이 더 잘 발생하고, 비타민C를 과다 복용하면 수산칼슘석의 발생을 촉진하게 된다. “물을 매일 3L 가까이 마셔요. 싱겁게 먹고, 사우나도 줄였어요. 결석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줄넘기도 하루 30분 하려고 해요.” 프로농구 최장수 사령탑 유 감독은 요로결석을 계기로 식습관을 바꾸고 철저한 건강관리를 실천하게 됐다. ‘일병장수(一病長壽)’라는 중국말이 있듯 작은 병이 큰 병을 막을 수도 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마지막 홀에서 파로 홀아웃한 김종덕(61)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캐디를 맡아 18홀을 동행한 아들 김민재(33)와 가볍게 포옹한 그는 ‘아이고’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린 주변에 있던 갤러리는 김종덕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환갑은 넘긴 나이에 조카뻘 되는 후배 선수들과 당당히 대결한 것만으로 충분히 찬사를 받았다.● “굳은 살 생길 정도로 준비했는데…” 김종덕은 6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CC(파71)에서 열린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 2라운드에서 8오버파 79타를 기록해 중간합계 9오버파 151타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전날 1라운드를 1오버파로 마친 그는 이날 10번 홀에서 티오프해 11번 홀(파3)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를 탔다. 김종덕이 컷 통과에 성공한다면 최상호가 갖고 있는 이 부문 대회 최고령 기록(62세 4개월 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기대감을 키웠던 그였지만 14번 홀(파5)과 18번 홀(파4)에서 두 차례 트리플 보기를 한 끝에 커트라인(3오버파)을 넘지 못했다. 경기 후 김종덕은 14번 홀 상황을 세세하게 복기했다. “그쪽으로 공이 가면 안됐는데요. 거기서 또 무리를 했어요. 나무 맞고 해저드로 가더군요. 6온에 2퍼트했어요. 그때부터 멘붕이 왔다고 해야 할까. 기록 한번 깨보고 싶었는데. 실망스러운 결과네요.” 그러면서 그는 손바닥을 자꾸 만지작거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 달 가까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느라 물집도 잡히고 굳은살도 잔뜩 생겼다고 한다. 그만큼 의욕을 보였다.● 80, 90, 2000년대 모두 코리안투어 정상 김종덕은 1985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처음 입회한 뒤 이듬해부터 매경오픈에 출전했다. 당시 나이 25세였다. 1994년 매경오픈에서는 선두와 6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날 공동선두로 마친 아마추어 국가대표 송민혁(18)이 태어나기 10년 전 일이다. 어느덧 40년 가까이 현역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코리안투어에서 9승을 거뒀다. 1989년 쾌남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1990년대 6승을 올렸으며 2000년대에도 2승을 추가했다. 44세였던 2005년 스카이힐제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에서 13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챔피언스 투어에서는 2011년 데뷔 후 2015년 한 해만 빼고 지난해까지 해마다 우승을 신고하는 꾸준한 페이스를 보였다. 장수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김종덕이 40년 가까이 매일 빼놓지 않는 게 있다. 10㎏짜리 아령을 이용한 보디턴 훈련과 고무 밴드로 스트레칭을 반복하는 것이다. 집에서 TV를 보면서도 아령을 들고, 대회에 나가면 호텔방에서 고무 밴드를 당긴다. “아령을 양손에 들고 스윙하듯이 몸통을 돌리면 몸의 유연성이 강화되고 하체 근력도 키울 수 있어요. 스트레칭 효과도 비슷합니다. 그래야 큰 근육을 활용한 장타를 치게 됩니다. 헤드 무게도 잘 느낄 수 있고요.” 175cm의 키에 비해 체중이 70kg 미만인 그는 60대에 접어든 요즘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250야드를 넘긴다. 1주일에 세 번은 헬스장에서 근력 훈련도 한다.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이요법과 함께 규칙적인 등산을 통해 20년 넘게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김종덕은 환갑이었던 지난해 KPGA투어 챔피언스투어 9개 대회에 출전해 2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올랐다. 김종덕의 챔피언스투어 상금왕 등극은 3번째. 2011년 한국과 일본의 챔피언스 투어에서 동시 상금왕을 차지한 뒤 2019년에도 상금 1위에 랭크됐다.● “포기 하지 않고 기회를 살리는 게 골프” 김종덕의 KPGA 회원번호는 98번이다. 그는 “내가 처음 프로가 됐던 19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선수가 100명 안 되던 시절이다. 한해에 대회는 4,5개 정도에 불과했다. 요즘은 코리안투어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고참 선수들은 생활이 어렵기도 하고 어려움이 많다 보니 투어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김종덕은 챔피언스투어에 전념하면서 코리안투어인 KPGA선수권과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해 까마득한 후배들과 경쟁할 계획이다. “코리안투어는 전장이 7000야드가 넘어 쇼트아이언보다는 롱아이언이나 우드가 자주 잡혀요. 그래도 프로 선수로서 앞(일반인들이 치는 화이트티)에서 치는 건 골프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 힘이 있으니 계속 도전해 봐야죠.” 그는 평소 골프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강조한다. 골프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슬라이스나 훅이 아니라는 얘기도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파3 홀에서는 3번, 파4홀에서는 4번, 파5홀에서는 5차례 기회가 있다. 티샷을 실수했다고 나머지를 포기하면 안 된다. 주어진 기회에서 한번만 베스트를 하게 되면 파 세이브가 가능하다. 스코어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둔 김종덕은 집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들을 가진 할아버지다. “인천 송도에 사는 아들은 골프 레슨을 하는 데 아빠는 선수로 뛰네요. 허허. 주말에 손주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는 게 무척 즐거워요.” 화창한 봄 하늘 아래 하회탈 같은 김종덕의 미소가 밝기만 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스타 김효주(27)는 ‘복면 여왕’으로 불린 적이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경기하는 장면이 널리 퍼졌기 때문. 그 이유에 대해 김효주는 “심각한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 햇빛이 강하면 몸이 빨갛게 되고 가려워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복면을 쓰면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하와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는 복면을 쓰지 않았다.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청이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 그 대신 선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팔 토시, 손등장갑 등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나왔다. 요즘 같은 봄철 햇볕은 가을볕에 비해 일조시간이 길어서 일사량이 많고 자외선 지수도 다른 계절에 비해 훨씬 높아 피부에 해롭다고 한다.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옛말까지 있을 정도.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고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야외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김재원 강남예인피부과 원장은 “피부 노화를 부르는 자외선A(UVA)는 5, 6월이 1년 중 가장 강하다. 피부가 붉게 변하는 홍반 반응과 일광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각질층이 두꺼워져 피부가 거칠고 건조해질 수 있으며 주름살이나 잡티가 생기기 쉽다. 피부암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50, 60대는 진피의 콜라겐 감소와 재생 능력 저하로 피부 손상 후 회복 능력이 떨어져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모자는 필수품. 챙이 넓은 모자가 강력 추천된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 박현경 등은 훈련할 때 벙거지 스타일의 모자를 챙기기도 한다. 양산도 좋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티셔츠와 선 패치 등도 피부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지수(SPF) 30 이상의 선 블록 제품을 써야 피부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B(UVB)를 97% 이상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외선A를 막으려면 PA++ 이상의 제품을 써야 한다. 김창열 백민의원 원장은 “야외 활동 직전에 선 블록을 바르는 건 좋지 않다. 바른 뒤 30분 정도 흘러야 충분히 흡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효주도 “골프장 도착하기 전에 미리 바른다”고 전했다. 선 블록은 2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덧발라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보습제 사용도 권유된다. 자외선 차단제는 꼼꼼하게 바르는 것만큼이나 깨끗하게 지우는 게 중요하다. 야외 활동을 마친 후에는 클렌징 오일이나 크림으로 닦아낸 후 폼 클렌저로 다시 씻어줘야 한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골프 선수라는 직업 특성 선 크림을 계속 해서 덧바르기 때문에 피부에 무겁고 두껍게 쌓이기 마련”이라며 “평소 집에 가자마자 세안을 하는 등 클렌징에 신경을 쓰고, 피부 타입이 건성이라 자기 전 최대한 수분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수면을 취한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인생은 비우고 채우는 과정이다. 피부 건강도 잘 지워야 제대로 지킬 수 있다.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텅 비어있던 골프장에 갤러리의 발걸음 소리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 동안 무관중으로 진행되던 국내 남녀 프로골프대회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팬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의 매력을 즐기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일상 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긍정적인 요소다. ●구름 관중에 선수들도 신바람이번 시즌부터 갤러리 입장 허용에 따라 24일 경남 김해 가야C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2에는 대회 기간 나흘 동안 총 2만3387 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는 관중수가 1만 명을 돌파해 1만23 명을 기록했다. 이 대회 관중 수는 사전 예매와 현장 판매를 통해 유료 티켓을 구입한 관중과 주최사 초대권으로 입장한 관중을 합친 것. 유료 관중 비율은 약 40%인 9400 명에 이른다. 대회 주최 측에 따르면 입장권 수입은 1억 원을 넘겼다. 대회 우승자 유해란은 “갤러리와 함께 한 우승이어서 뜻 깊었다”고 말했다. 통산 5승을 올린 그는 앞서 4차례 우승했을 때는 무관중 경기여서 썰렁했었다고 한다. 한 경남 지역 골프 팬은 “TV로만 보던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직접 관람하니 너무 좋았다.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관계자는 “그동안 관중과 만날 수 없었던 아쉬움을 이렇게 해소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골프 팬들이 다시 한번 선수들의 멋진 샷과 경기를 즐기는 출발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한 주 앞서 치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이 개최된 춘천 라비에벨CC에도 팬들이 운집했다. 기적 같은 5타차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박상현은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친 뒤 “모처럼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플레이하게 돼 더욱 신명이 났다”고 말했다. 28일 포천 일동레이크GC에서 개막한 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KLPGA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들도 갤러리 앞에서 플레이하는 데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효주는 “선수 입장에서는 팬들이 많이 오셔야 힘이 난다. 추억을 되살리며 대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박현경은 “많은 분들 앞에서 플레이하는 게 더 즐겁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 부상 위험 없이 뼈와 근육 강화에 도움갤러리가 있어 선수들이 힘을 더 내듯 팬들은 골프 관람을 통해 재미와 건강의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학 연구에 따르면 골프 대회에 관중으로 참가하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드넓은 골프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따라 18홀을 함께 돌다보면 자연스럽게 충분한 걷기 운동을 하게 된다. 특히 신체 활동이 적은 중년층에게 골프 관람은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건강 증진 신체 활동이다. 18홀을 따라 돌면 4시간 동안 10km 내외를 걷게 된다. 2016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폴 로리 매치플레이 대회를 지켜본 갤러리의 83%가 하루 권장 걸음수를 충족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339명은 평균 1만1589보를 걸었다. 골프 관람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신체 활동을 제공할 뿐 아니라 녹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 가족과 어울리게 돼 정서, 사교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에딘버러대학 앤드루 머리 박사는 “걷기는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활동 가운데 하나다. 수명을 연장하고 행복을 증가시킨다. 골프 갤러리는 멋진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신체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유럽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참가한 전체 관중은 전 세계를 4바퀴 도는 거리를 걸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갤러리의 관람 복장은 편안하면 그만이겠지만 신발만큼은 잔디 보호를 위해 골프화나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가끔 하이힐 차림으로 페어웨이를 누비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미끄러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피해야 한다. 봄 햇빛은 피부 노화와 피부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이 강하므로 선 블록을 미리 충분히 바르는 게 좋다. 햇빛을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커다란 골프 우산을 양산처럼 쓰면 다른 사람의 관전에 방해를 줄 수 있다. 모자가 권장된다.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물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자주 마셔야 한다. ● 관람 매너 지키면 즐거움 배가한국은 특정 선수에 대한 팬덤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팬클럽도 활성화 돼 있어 대회 때마다 단체 관람과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KLPGA챔피언십이 열린 일동레이크GC 주변에는 선수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내걸렸다. 같은 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홀아웃했다고 해서 다음 홀로 서둘러 이동하는 것도 금물이다. 선수가 티잉그라운드나 페어웨이에서 샷을 준비할 때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스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숙을 유지한 뒤 스윙이 끝나면 얼마든지 ‘굿샷’을 외쳐도 좋다. 선수들이 친 공이 날아오더라도 건드려서는 안 되며 타구 사고를 막기 위해 공의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맞아 온 가족 골프장 나들이라도 계획하면 어떨까. 꿩 잡고 알도 먹을 수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왕년의 농구 스타 한기범(59)은 환갑을 바라보는 요즘도 코트에 나선다. 며칠 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체육관에서 선수 시절 등번호 ‘15’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연예인 팀 소속으로 경기를 했다. “슈팅 100개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점프도 하다 보면 온몸이 땀범벅입니다. 그럴 때 속은 후련해지고 살아있음을 느끼죠.” 1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한 한기범(205cm)은 은퇴 후 농구와 영영 인연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거인병’으로 불리는 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증후군으로 두 차례 심장수술을 받았다. 아버지와 동생을 모두 50세 이전에 세상을 떠나게 한 그 병. “생사의 갈림길이었죠. 다행히 수술이 잘돼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6개월마다 정기진료를 받는데 심장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운동하면 숨이 덜 찬 걸 실감해요.” 한기범은 농구가 건강의 ‘효자’라고 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농구는 지구력을 키우고 체중을 줄여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뼈에 가볍게 무게가 실리는 체중부하는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격렬한 근육 운동을 통해 체중 74kg인 사람은 1시간에 최대 600Cal의 지방을 태울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최근 50, 60대 농구 동호인도 늘고 있다. 한국아버지농구회 김세환 회장은 “올해 50세 이상 대회가 10개 넘게 열린다. 68세인 나도 선수로 뛴다. 농구 열정에 나이는 없다”며 웃었다. 다만 농구는 빠르고 신체 접촉이 빈번해 자칫 무리하면 다칠 수도 있다. 일반인들은 평소 근력을 다지고 철저한 워밍업도 필수. 매주 2회 농구 게임을 하고 있는 한기범은 하루 1만5000보 이상 걷고, 수시로 하체운동을 하고 있다. 김세환 회장도 일주일에 두 번 5km를 뛰고 스트레칭을 매일 한다. 중앙대 서경묵 교수(재활의학과)는 “허벅지 강화 운동을 선행하고 발목 보호를 위한 하이톱 운동화를 반드시 착용해야 부상 예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구는 단체 스포츠라 정서와 사교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한기범은 “코로나 탓에 무력감, 우울증으로 힘들었는데, 운동을 하며 동료들과 농구를 화제로 대화하다 보니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했다. 농구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한기범은 비영리단체인 한기범희망나눔을 이끌며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5월 7일에는 경기 의정부에서 자선경기를 개최한다. 대회 수익금은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다문화가정과 농구 꿈나무 지원에 사용할 계획. “나눔이 희망입니다.” 한기범은 큰 신장이 아니라 뜨거운 심장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되찾은 건강이 바로 그 원천이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박상현(39·동아제약)은 화끈한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통산 11차례 우승컵을 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승리의 기쁨을 표출했다. 그런 모습에 팬들도 함께 열광했다. 오랜 세월 코리안 투어가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박상현이 몇 명 안 되는 인기스타로 주목받는 이유다.● 짜릿한 7m 버디 화려한 피날레 최근 춘천 라비에벨CC 올드코스에서 끝난 코리안투어 2022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박상현은 5타차 열세를 딛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18번 홀(파4)에서 7m 넘는 버디 퍼팅을 터뜨린 뒤 두 팔을 들고 환호하다가 불끈 쥔 주먹을 허공을 향해 날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격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다 들고 있던 퍼터를 놓친 뒤 모자를 내팽개치는 과정에서 고글까지 함께 떨어졌다. 경기 후 박상현은 이날 세리머니를 자주 펼친 데 대해 “(코로나 사태로) 약 2년 만에 갤러리 분들이 대회장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무관중 대회 기간 때 팬 분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못해 많이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액션이 좀 많이 과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코리안투어에서 처음으로 통산 상금 40억을 돌파해 42억3578만 원을 기록한 베테랑 박상현에게도 이번 대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우승이었다. 앞서 4라운드 8번 홀(파4)에서 는 약 110m를 남기고 시도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진 뒤 내리막 경사를 타고 컵에 빨려 들어가 샷 이글을 낚았다. 펄쩍펄쩍 뛰며 기뻐한 그는 선두 그룹을 2타차로 쫓으며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이글은 마지막 홀 버디와 함께 그를 정상으로 이끈 결정적인 ‘두 방’이었다. 그만큼 우승의 쾌감이 짜릿했으리라. 게다가 아내와 두 아들까지 지켜보고 있었으니. ●남자골프 흥행의 불쏘시개 하지만 마지막 홀 세리머니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구자철 KPGA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현 선수의 과도한 비매너 세리머니. ?????? 오늘 재방 장면 보고 또 봐도 그런 상황에서는 미친 듯 포효하는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일부러 퍼터를 내친 것도 아니고 떨어뜨린 거고. 다만 모자 고글 벗어 던진 건 아쉽다. 축구 맨살 웃통 세리머니처럼 옐로 카드?? ㅎㅎ 그리고 뒷조가 있는데 아들을 그린으로 불러 안고 했단 것은 사실과 다르네. 홀아웃하고 나오며 안아준 걸로 보인다. 아무튼 샷 이글. 18번 홀 버디. 신이 점지한 우승’이란 글을 남겼다. 물음표를 6개나 남겼을 만큼 비매너 논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게시한 글에는 ‘올 시즌 남자골프 흥행의 불쏘시개 같은 역할이 될 것 같다. 남자골프의 매력을 한껏 어필했을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골프업체 JR 사우스베이 심원석 대표는 “우리가 타이거 우즈의 경기를 좋아 하는 이유가 멋진 장면을 만들고 그때마다 그의 세리머니에 모두 환호하기 때문이다. 타이거 보고 아무도 세리머니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아마추어들도 버디를 잡고 나면 세리머리를 하지 않는가. 상대방에 대한 기선 제압일수도 있다”는 옹호론을 펼쳤다.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한 골프 관계자는 “우승이 확정된 상태도 아니었는데 자칫 그린이 손상될 우려가 있으니 자제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퍼팅 준비하고 있던 남은 선수들에 대한 비매너이고 경고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 팬들이 선수들의 존재 이유박상현의 세리머니를 향한 시선은 다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의 쇼맨십이 코리안투어의 맛을 살리는 특별한 양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상현은 경기 후 갤러리의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주는 팬 친화적인 선수로 유명하다. 박상현은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대회, 한 대회가 나만의 작품이다. 우선은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 연기도 잘해야 한다. 어렵고 결정적인 순간에 버디를 했으면 그에 맞는 세리머니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갤러리도 ‘결정적인 순간에 버디를 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박상현의 세리머니가 꼭 희열만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해 코리안투어 마지막 대회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나왔다. 그는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4.5m 버디 퍼팅을 놓친 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그린 위에 무릎을 꿇었다. 이 퍼트에 성공했다면 대상을 받을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무척 컸다. 박상현은 꾸준하게 기부 활동도 펼치고 있다. 2018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 환자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며 상금의 절반 가량인 1억 원을 자선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구자철 회장은 최근 KPGA 프로골프 구단 리그 출범식에서 “골프 팬들에게 즐길 거리를 선사해야 한다. 선수들은 팬 서비스에 정성과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10년 위기론을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패자의 박수와 훌라 화답 김효주 박상현이 시즌 첫 대회 챔피언으로 탄생한 날 절친한 후배 김효주(27·롯데)도 하와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도 18번 홀(파5)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1타차 선두였던 그는 이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물에 빠지는 줄 알았으나 러프에 떨어져 가슴을 쓸어내렸다. 2온이 힘든 상황에서 레이업을 한 뒤 세 번째 샷을 핀 30cm 옆에 바짝 붙였다. 우승을 예감한 김효주가 펄쩍펄쩍 뛸 줄 알았으나 가볍게 손을 흔들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1타차 추격을 하던 시부노 하나코(일본)가 김효주의 컴퓨터 어프러치 샷을 본 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신선하게 비춰졌다. 마지막 홀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은 김효주는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 시부노와 포옹을 한 뒤 대회 전통에 따라 하와이의 전통 훌라춤을 췄다. 쑥스러워 하며 가만히 선 채 얼굴까지 감쌌던 그는 특유의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옆에 있던 현지 댄서들의 춤동작을 따라해 현지 팬들의 열띤 반응을 끌어냈다. 김효주는 “우승하면 훌라춤을 추는 줄은 알았는데 끝까지 플레이에 집중했다”며 “우승을 한 순간에도 어안이 벙벙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또 “많이 쑥스러웠는데 그래도 메인 스폰서 대회에서 뜻 깊은 우승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효주는 뛰어난 유머 감각과 재치 있는 멘트로 동료 선후배 사이에 인기가 높다. 팬들과도 끈끈한 친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상현과 김효주는 모두 한연희 전 골프 대표팀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한 감독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늘 겸손하게 연습에 나서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박상현은 5월 5일 성남 남서울CC에서 개막하는 매경오픈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2016년과 2018년 2차례 우승했던 좋은 기억이 있던 무대다. 이번에 우승하면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운다. 하와이에서 귀국한 김효주는 28일 포천 일동레이크G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리스 F&C 제44회 KLPGA챔피언십에 나선다. 두 선수 모두 정상을 향해 다시 ‘칼’을 갈며 뭔가 색다른 세리머니라도 준비할지 모를 일이다. 자신의 모습을 보며 좋아할 팬들을 떠올리며.|알림| ‘굿샷 라이프’는 스포츠와 건강을 화두로 삼습니다. ‘TNT(Tee & Tea) 타임’은 골프장 안팎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달합니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명의’로 불리는 임진한 에이지슈터 골프스쿨 대표(65)는 밀려드는 스케줄에 하루해가 어떻게 저무는지 모를 정도다.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임진한클라스’의 구독자가 37만6000명에 이른다. 환갑을 넘겨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요즘은 60대 나이를 실감하고 있다. “18홀 돌면 5, 6번 정도 집중력이 떨어져요. 어이없이 쇼트 퍼팅을 놓칠 때도 있죠. 비슷한 연배 골퍼들이 마음은 있는데 잘 안 된다고 푸념하는 게 이해됩니다.” 그런 그에게 시니어 골퍼의 고민 상담도 늘고 있다. 임 대표는 60, 70대 골퍼는 자신의 플레이에 실망하기보다는 순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때 드라이버가 230 나갔는데 이젠 180밖에 안 된다고 더 힘껏 때리다 다칠 수 있어요. 골프는 14개 클럽을 번갈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과거 7번 아이언 치는 거리였다면 이젠 유틸리티 채를 잡으면 되죠.” 고령화시대를 맞아 골프는 평생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홍정기 차의과대학 교수(스포츠의학)는 부상 없이 오래도록 골프를 즐기기 위한 조건으로 첫째도, 둘째도 근력 강화라고 강조했다. 근력은 약한 관절을 보호해줄 뿐 아니라 골프에 필요한 동작들이 유연하게 발휘되게 돕는다. 홍 교수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나 범퍼처럼 골퍼도 안전하게 조절하면서 움직이는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근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골프는 섬세한 운동이라 처음에 잘 배워야 오래 즐길 수 있다”면서 “맨손 빈 스윙을 많이 하라”고 권유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거울을 보며 클럽 없이 양 주먹을 붙여 어드레스를 한 뒤 백스윙, 다운스윙, 피니시를 슬로모션처럼 하루 300번씩 반복하면 체중 이동도 잘되고 스윙 교정과 함께 유연성도 강화할 수 있다고 한다. “공만 때리면 나쁜 습관을 없앨 수 없어요.” 꾸준한 피트니스 운동은 임 대표의 건강관리 비결이다. “매일 집에서 스트레칭을 합니다. 몸통을 앞으로 천천히 숙인 상태에서 10초 이상 유지하거나 벽에 등을 대고 팔을 좌우로 최대한 움직였다가 열까지 세는 동작을 되풀이하죠. 이때 숨은 뱉으면서 해야 합니다. 몸이 딱딱하면 부상이 오는 반면 고무처럼 부드러워야 파워가 나옵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꿀팁’ 한 가지도 소개했다. “스윙 할 때 스탠스를 너무 넓게 서면 체중 이동이 더 안 됩니다. 예전보다 짧게 서면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고 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너무 억세면 부러지기 쉽다. 골프도, 건강도.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다. 골프도 마찬가지. 잘 먹어야 굿샷이 나온다. 14일부터 17일까지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2022시즌 개막전인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코리안투어 홈페이지에는 식사 제공을 알리는 공지사항이 떴다. 대회 장소인 라비에벨CC에서 공식연습일과 1~4라운드 동안 144명 선수와 그 캐디에게 하루 한 끼 식사를 대접한다는 내용이다. 대회 주최 측의 식사 제공은 흔히 있지만 골프장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처음 같다는 게 골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수가 주인공…나눔 실천”사연은 이렇다. 대회 기간 선수, 캐디 식사 제공이 안 된다는 소식을 접한 라이에벨CC 이정윤 대표(63)가 흔쾌히 식당 문을 활짝 열기로 했다. 이 대표는 “주인공인 선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제공하게 됐다. 모기업인 코오롱그룹이 강조하는 나눔의 철학을 실천했다. 프로들끼리의 식사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라운드가 열린 15일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의 라비에벨CC 클럽하우스에 위치한 대식당에서는 첫 조 티오프 1시간 30분전인 오전 5시 30분부터 선수와 캐디들의 주문을 받았다. 메뉴는 우거지 해장국, 마늘안심 볶음밥, 한우 안심과 오므라이스, 서양 조식 등 4가지다. 대회 기간 식사 제공에만 2300만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골프장에 내장객이 몰려들면서 대회를 하겠다는 골프장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 골프 관계자는 “라비에벨CC가 영업 손실을 감수하면서 대회를 치르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결정인데 식사 제공까지 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1995년 1월 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로 발령이 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은 이정윤 대표는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판 골프장 전문경영인이다. 특히 2003년부터 우정힐스에서 국내 최고 메이저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는 주역이다. 지난해 한국오픈 우승자 이준석은 정상에 오른 뒤 이정윤 대표에게 각별한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주선으로 우정힐스CC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되면서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프로 아마 골퍼 모두 든든한 아침 중요든든한 아침 식사는 성장기 학생뿐 아니라 골퍼에게도 중요하다. 보통 4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리는 골프 라운드는 틈나는 대로 잘 먹고 잘 마셔야 피로를 방지하고 일정한 혈당과 에너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시작하기 전에 영양가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 프로 뿐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도 그렇다. 오랜 시간 야외 활동을 하려면 기초 체력과 지구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스포츠 영양학자들은 “적당량의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원활한 뇌 활동에 필요한 혈당이 부족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게임을 망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가능하면 식사는 티오프 2시간 전에 하는 게 적당하다. 아침을 거르고 새벽 골프를 치는 경우 전반 9홀까지는 펄펄 날다가 후반에 들어서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반을 마치고 쉬게 되면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국수 등으로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게 좋다. 백민의원 김창열 원장은 “라운드 전 해산물이나 토스트 빵 등 소화가 잘되는 메뉴가 좋다”며 “라운드 도중 간식으로는 꿀, 엿, 잼이 든 과자나 건포도, 양갱 등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최고 간식은 먹기 편한 바나나2017년 코리안투어에서 135명의 선수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간식 1위로는 바나나가 꼽혔다. 복수응답이 가능한 조사에서 79명의 선수들이 바나나에 표를 던졌다. 2위는 에너지바였으며 초콜릿, 견과류, 에너지 음료가 그 뒤를 이었다. 코리안투어는 전문의 견해를 인용해 “바나나는 수분 70%, 탄수화물 27.1%로 구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중 발생하는 갈증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데 바나나를 섭취하면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먹기 간편하고 소화가 잘돼 부담이 없다는 것은 바나나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남녀 골프대회에 가면 티박스 부근에서 물과 함께 바나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간판스타 김지현은 “허기를 느끼면 방울토마토, 참외, 사과 등 계절에 맞는 과일을 먹는다”며 “전반 9홀 마치면 선식 또는 프로틴(단백질)을 섭취한다”고 소개했다. 후반 9홀 들어가기 전에 미숫가루를 먹는 선수도 많다.● “갈증을 느끼는 순간은 이미 늦었어요.”수분이 부족해도 미스 샷을 유발할 수 있다. 물은 정상적인 사람의 체중에서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65%는 세포 속에 들어 있고 나머지 35%는 혈액 및 뇌척수액 등 세포밖에 분포돼 있다. 수분이 2%만 줄어도 신경조직이 둔해지고 근육은 경직된다. 적어도 티오프 30분전에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라운드 도중에도 적당한 음료를 마시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 사이에선 ‘갈증을 느끼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말이 있다. 홀마다 목을 축이듯 조금씩 꾸준히 물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물은 티샷 직전에 긴장감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중앙대의료원 김돈규 재활의학과 교수는 “날씨가 더울수록 물과 함께 미네랄을 보충해 줘야 체내 전해질 결핍을 막을 수 있다”며 “수분은 몸이 지쳤다고 느끼기 전에 공급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라운드 시작할 때 이온음료 등 스포츠 드링크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음료수가 맛있으면 수분 섭취가 자연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당도가 너무 높지 않은 음료수 중에서 자신이 좋은 대로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프로 선수들은 수시로 아미노산 제제인 에너지 음료를 찾기도 한다. 피로 해소 효과가 있다는 것. 장하나와 하민송은 우유를 즐긴다. 당분의 섭취는 젖산과 같은 피로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100% 오렌지 주스처럼 고농도의 탄수화물 용액은 오히려 체액 보충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2.5% 미만 농도의 탄수화물 용액을 추천한다. 달착지근한 정도의 당분이 들어 있는 음료수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수분을 몸에서 더욱 빠져나가게 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나친 섭취를 피해야 한다. 한 선수는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각성 효과가 있지만 많은 양을 먹으면 심박수를 늘려 리듬 템포가 흐트러지고 스윙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고 전했다. 당분과 열량이 많은 청량음료도 피해야 한다. 메이저 골프 대회 최다 우승 기록에 빛나는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는 청량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라운드 전날 과음 과식은 물론 금물이다. 한 선수는 과식한 다음날 손이 부어 미세한 감각이 성패를 좌우하는 퍼팅에서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