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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발표한 연금개혁안에는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올리되 연령대별로 속도를 다르게 하고,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기금 고갈을 막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논쟁적 사안이 다수 포함된 만큼 국회 등의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42%로 올리는 것을 두고선 전문가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21대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 과정에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이 많은 표를 받았던 걸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적절한 개혁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인상률로는 연금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향후 보험료율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보험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을 두고선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대 중에는 회사를 나와 보험료율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지역가입자가 많고 저임금 노동자도 많다”며 “중장년층이란 이유만으로 부담을 빠르게 늘린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연금개혁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과거의 높은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50대의 경우 평균 소득대체율이 50%에 달한다”며 “현재 20대보다 덜 내고 더 받게 되는 만큼 보험료율을 몇 년 더 부담하는 게 크게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선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수급액을 건드리진 않고 인상률 반영 과정에서 적용되는 만큼 일종의 미세 조정이라고 봐야 한다”며 “수급액이 전체적으로 크게 삭감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전문가 사이에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받는 돈의 절대 액수는 깎이지 않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 기간이 누적되면 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28개월 여아가 수도권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로 한 달째 누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28개월 여아가 열경련 증상을 보여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오후 8시 51분경 현장에 도착해 서울 및 경기 지역 병원 응급실 11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병원들은 ‘전문의 부재’ 또는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 9시 18분경에야 40km가량 떨어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여아는 신고 1시간 5분가량 지난 오후 9시 45분경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선 약물 치료를 받고 경련이 멈췄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한 달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3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적절하게 응급 이송이 안 됐던 것인지 확인 중이다”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없었는지 등은 의학적으로 세밀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의료 역량의 한계 속에서 이런 사고들이 빈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광역지자체에 ‘조사명령서’를 보내고 여아를 받지 않은 병원을 조사해 응급의료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한편 최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경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4m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구급대원이 오전 8시 41분경 도착해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약 11km 떨어진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에 사고 발생 후 1시간 12분 만에 도착했다. 이 환자는 이날 낮 12시 11분경 뇌출혈로 숨졌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8개월 여아가 수도권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로 한 달째 누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28개월 여아가 열경련 증상을 보여 함께 있던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오후 8시 51분경 현장에 도착해 서울 및 경기 지역 병원 응급실 11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병원들은 ‘전문의 부재’ 또는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 9시 18분경에야 40km가량 떨어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여아는 신고 1시간 5분가량 지난 오후 9시 45분경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선 약물 치료를 받고 경련이 멈췄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한 달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3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적절하게 응급 이송이 안 됐던 것인지 확인 중에 있다”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없었는지 등은 의학적으로 세밀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의료 역량의 한계 속에서 이런 사고들이 빈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광역지자체에 ‘조사명령서’를 보내고 여아를 받지 않은 병원을 조사해 응급의료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다.한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경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높이 4m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급대원이 오전 8시 41분경 도착해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약 11km 떨어진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에 사고 발생 후 1시간 12분 만에 도착했다. 이 환자는 이날 낮 12시 11분경 뇌출혈로 숨졌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의료공백 장기화로 운영에 차질을 빚는 대형병원 응급실이 늘자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250명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2일 발표했다. 또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란 입장을 밝히며 불안 심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실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며 “의료 붕괴를 불러온 책임자를 처벌하고 의대 증원을 중단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맞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시작된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매우 어려움이 큰 것은 인정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체 응급실 409곳 중 99%인 406곳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며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4일부터 군의관 15명을 배치하고 9일부터는 군의관과 공보의 235명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에 근무하는 전체 의사가 평시 대비 73.4%에 그치는 만큼 공보의와 군의관을 ‘핀셋 배치’해 고비를 넘겠다는 구상이다. 의사단체는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반발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성명서에서 “정부 발표와 달리 많은 응급실이 정상적 진료를 못 하고 있다”며 “1일 기준으로 전국 대학병원 57곳 응급실 중 분만이 불가능한 곳이 14곳, 흉부대동맥 수술이 불가능한 곳이 16곳, 영유아 내시경이 불가능한 곳이 46곳”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실 문을 열고는 있지만 의료진이 부족하고 배후 진료가 안 돼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또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더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전국의 응급실이 무너지고 있는데 정부는 위기를 부정하며 눈 가리기식 대책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군의관과 공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정부가 오히려 말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들에게 “추석 기간 응급진료를 이용할 때 연락하라”면서 대통령실 전화번호로 ‘02-800-7070’을 안내했다. 이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대통령실 내선 번호다. 한편 지난달 28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비상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던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중앙과 지방이 함께 추석 연휴 의료 특별대책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요새 매일 요양병원에서 실려 온 환자들이 응급실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이런 일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의료진 부족으로 전국 대학병원 응급실 곳곳에서 운영에 차질이 생기자,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된 고령의 요양병원 환자와 요양병원 관계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보통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인근의 큰 병원 응급실로 옮길 때는 ‘수용이 가능하냐’고 먼저 묻는 게 순서인데, 지금은 전화해도 어차피 병원에서 받아주지 못하니 일단 찾아오고 있다”며 “하루에 많을 때는 수십 명씩 응급실 앞에서 기다린다”고 전했다.요양병원 환자들이 6개월 넘게 이어진 ‘응급실 운영 파행’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은 건강 상태가 갑작스럽게 악화될 수 있는 고위험군이다. 응급 상황에서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국 요양병원은 올 2월 기준 1373개, 입원 환자는 약 38만8000명(2022년 기준)에 이른다. 의료 현장에선 장기간 의료공백으로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의 ‘피할 수 있었던 죽음’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남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지역 내 요양병원 환자 중에 응급 상황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신 분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며 “이런 분들은 통계에선 ‘의료공백 영향으로 사망했다’고 집계되지 않지만 현장에선 다들 의료공백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요양병원 환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당장 응급실 의료진을 늘릴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거부당한 요양병원 환자들이 숨질 수 있어 정부가 최근 대학병원 경영진에 요양병원 환자들을 적극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응급실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까지 병원마다 수용 능력이 반 토막 났는데 대책은 내놓지 않고 환자만 더 받으라고 한다”고 했다. 한편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29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이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9∼23일 국립중앙의료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6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 91%로 가결됐다고 24일 밝혔다. 정부는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파업 시 응급 환자의 차질 없는 진료를 위해 권역·지역응급센터 등의 24시간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 진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응급실 곳곳 “요양병원 환자 못받아”… 정부는 “일시적 제한” 반복[의료공백 6개월]고령 기저질환 악화에도 문밖 밀려나요양병원 환자 위급 상황 잦지만… 응급실 “기존 내원 환자 위주로 수용”‘막을 수 있었던 사망’ 늘어날 수도… 정부는 “응급실 408곳중 파행 5곳뿐”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부산 지역 요양병원에 모신 김모 씨(62)는 최근 아버지 상태가 악화돼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옮길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요양병원과 가까운 한 대학병원에선 전문의가 없어 거부했고 결국 2차 병원까지 수소문하다 경남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김 씨는 “가까스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며 “요양병원이 대처하지 못하는 응급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데 병원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응급실은 기존 환자들만 수용”요양병원에도 상주 의사가 근무하지만 모든 진료과 전문의들이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야간에 근무하는 의사는 대부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GP)들이다. 이 때문에 응급 상황에선 인근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하는데, 의료공백 사태로 응급실 운영이 원활하지 않아 ‘표류’하거나 결국 다시 요양병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남 지역의 한 암 환자 전문 요양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암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이 아니라 다른 질환이 발생하면 진단 장비나 의료진이 부족하다”며 “평소 인근 대형병원들이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응급환자들을 받아줬는데 현재는 수용 기준이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고 전했다. 고령 환자들에겐 낙상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골반 골절’을 치료하는 지방 병원은 많지 않다. 배변 장애가 장폐색으로 이어지거나, 전립샘 등 비뇨기질환을 앓다가 응급실을 찾을 경우 협력 진료가 여의치 않아 응급실에서 거부당하기도 한다. 일반인에겐 평범한 질환이거나 한동안 버틸 수 있는 상황도 고령 환자에겐 혈압 등 징후를 급격히 악화시켜 ‘응급’ 상황으로 바뀌는 사례가 흔하다. 호남권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는 “요양병원 환자들은 한 곳만 나쁜 게 아니라 여러 진료과와의 협력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가령 콩팥과 폐를 다 봐야 하는 상황에서 한 진료과라도 의료진이 없으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공백으로 기존 내원 및 입원 환자 위주로 응급환자를 받는 대형병원도 적지 않다. 25일 부산대병원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을 통해 ‘감염내과, 순환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신장내과, 신경외과 등의 진료 인력 부족으로 기존 내원 환자만 진료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모두 심혈관질환, 암 등 고령 환자의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을 다루는 진료과들이다. 한양대병원도 이날 ‘기존 환자 외엔 전원(轉院)이 불가능하고, 심장내과 인력 부재로 관상동맥조영술 환자 수용 불가’라고 밝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요양병원에 오래 있던 분들은 원래 다니던 병원이 없는 경우가 많아 더 전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드러나지 않은 요양병원 ‘초과 사망’ 많을 것” 현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처럼 요양병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숨겨진 ‘초과 사망’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초과 사망은 재난, 감염병, 이상 기후 등의 영향으로 일정 기간 동안 통상적인 수준보다 숨지는 사람이 많은 것을 뜻한다. ‘예방이나 회피 가능했던 사망’이라는 의미로 현재와 같은 의료공백이 아니었다면 ‘숨지지 않았을 환자’라는 의미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한 흉부외과 교수는 “예전엔 요양병원에서 위급해지면 대형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고 수년씩 생명을 연장하곤 했다. 지금은 그런 시도조차 못 하는 고령 환자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다음 달 추석 연휴까지 겹치면서 응급실 운영은 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는 평상시의 2배 정도다. 이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는 항상 제일 취약한 사람부터 타격을 입는데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서 요양병원 환자들이 겪는 일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부는 응급의료 붕괴 위험에도 여전히 “일시적 진료 제한일 뿐 정상화 과정에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응급실 운영 관련 브리핑에서 “전국 408곳 중 파행을 빚은 곳은 1.2%에 불과한 5곳이고, 병상 축소도 3%에 불과하다”며 응급실 대란 우려에 선을 그었다. 경기 남부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숫자로만 응급실 위기가 없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때 진료비 부담을 50∼60%에서 90%로 올리는 등의 응급실 대책을 두고도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들이 본인 증상만으로 경증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중증도 판단을 환자에게 맡길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현재 일본을 향해 북상중인 제10호 태풍 ‘산산’의 영향은 한반도에 상륙하진 않겠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폭염과 열대야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0호 태풍 산산은 이날 오전 9시 괌 북서쪽 약 560km 해상을 지나 일본 열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이 태풍은 28일 오전 9시 일본 오사카 북쪽 약 50km 부근 육상에 상륙할 전망이다.한반도는 이번 태풍의 직접 영향권 안에 들진 않겠지만, 태풍으로 인해 다음 주 폭염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동반한 거센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해져 수도권 등 서쪽 지역의 폭염과 열대야가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22일 밤~23일 새벽 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은 26.4도로 33일째 연속으로 열대야가 이어졌다. 7월 초중순에 발생했던 열대야까지 합치면 총 열대야 일수는 36일로 1994년과 함께 1907년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다 기록이 됐다. 기상청은 서울 지역 열대야가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 첫 날인 24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소나기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남부내륙 5~20mm, 강원영서남부·강원영동·충남북·광주·전남북·울산·대구·경남북·제주 5~40mm 등이다. 기상청은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지만, 그친 뒤 습도가 높아지고 기온도 다시 오르며 무덥겠다”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다음 달부터 주 2, 3일은 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와도 담당할 의사가 없습니다.”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교수 19명이 사직한 부산대병원에선 심근경색 환자에게 스탠트 시술을 하던 순환기내과 교수 4명 중 1명이 병원을 떠났고, 다른 1명이 이달 말 그만둘 예정이다. 이 병원에서 의사 배치·운영을 담당하는 보직교수는 “인력이 절반으로 줄면 응급상황에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의사 생활 30년 동안 이렇게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교수 14명이 떠난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간담췌외과 상황이 심각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간담췌외과 교수 4명 중 2명이 그만둬 담석증 등의 응급상황 대처가 어려워졌다”며 “교수 둘이 쉬거나 다른 수술을 할 때 환자가 오면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의대 증원으로 지방 전문의 이탈 가속화” 정부는 의대 증원 이유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살리기를 내세웠으나 현실에선 의료공백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오히려 지역의료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렸던 지역의료 현장에서 전공의에 이어 전문의까지 떠나면서 진료 차질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비수도권 전문의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오히려 가속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국립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이탈 후 “연구와 교육이 불가능해졌다”며 떠나는 40, 50대 교수가 많다. 전공의 업무까지 맡으면서 업무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의대생과 전공의가 사라져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까지 전국 40개 의대 소속 병원 88곳에서 145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255명은 병원을 떠났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연구하면서 병원을 이끌 젊은 교수들이 많이 사라져 미래가 어둡다”고 말했다. 전문의 이탈은 해당 진료과뿐 아니라 병원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내과 전문의 2명이 최근 사직해 협진하는 다른 진료과 교수들까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 병원의 한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에게 내과 질환이 있으면 함께 진료해야 한다”며 “최근 협진 일정이 지연되는 등 차질이 일상화돼 늘 조마조마한 상태로 환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 증원 후에도 ‘수도권 쏠림 가속화’ 우려 사직한 비수도권 교수 상당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경우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전문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비수도권 병원 상당수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전문의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구인이 쉽지 않다고 한다. 비수도권의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높은 연봉을 제안해도 전국에 남은 필수과 전문의가 얼마 없어 못 구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의대 증원이 지역의료는 무너뜨리고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료가 붕괴되면 의대 증원 이후 배출되는 의대 졸업생 및 전공의가 자리 잡을 터전도 사라진다. 오 회장은 “현재 대형병원들이 수도권에 추진 중인 신규 병원의 병상을 합치면 6600여 개나 된다”며 “이는 의대 졸업생과 전공의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키며 지역의료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지난달 25일 충북 청주시 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실험실. 오염 물질을 빨아들이는 음압 후드 앞에서 연구자들이 ‘두창 백신’ 관련 실험을 하고 있었다. 두창(Smallpox·천연두)은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피부 발진과 고열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이날 연구자들은 두창 백신을 접종한 혈액으로 백신이 바이러스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을지 실험을 진행했다. 최근 정부는 ‘3세대 두창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두창이 박멸됐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두창 백신은 여전히 유용하다고 의료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테러 등에 대비할 수 있고 최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엠폭스(원숭이두창)를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신 주권 확보에 한 걸음 더” 현재 3세대 두창 백신은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보건연구원과 HK이노엔이 공동 개발 중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황”이라며 “2028년까지 임상 3상을 마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거쳐 2029년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두창 백신은 먼저 생물테러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생물테러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독소 등을 이용해 대량으로 살상하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두창은 정부가 감염병관리법에서 생물테러에 이용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규정하고 따로 관리하는 감염병 중 하나다. 20세기 들어서만 3억 명이 두창으로 숨졌고 완치돼도 몸과 얼굴에 심한 흉터가 남을 정도로 후유증이 심하다. 잠복기가 10∼12일로 긴 편이라 전파되기 쉽고 사망률도 3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WHO가 40년 전 박멸을 선언한 뒤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면역력도 형성되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기술로 3세대 두창 백신을 개발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일정 부분 갖추게 되는 것이고 생물테러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3세대 백신 접종 쉽고 대상자 폭 넓어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3세대 두창 백신은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노르딕의 진네오스가 유일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진네오스는 단가가 높은 편인데 팬데믹 상황에서는 예산이 많이 필요해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국내 연구 중인 3세대 두창 백신에 엠폭스 예방 효능을 추가해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3세대 두창 백신은 2세대 백신보다 접종 가능 대상자가 많고 접종 방식도 간단하다. 2세대 두창 백신의 경우 심질환자, 면역 저하자, 임산부 등 인구 10∼20%는 접종이 불가능하다. 또 주사 형태가 아니라 끝이 두 개로 갈라진 특수 바늘로 피부에 여러 차례 상처를 내면서 접종해야 해 숙련된 의료인이 필요하다. 반면 3세대 두창 백신은 국민 대부분에게 접종할 수 있고 일반 주사기로도 접종이 가능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개발에 착수한 지 6년 만에 3세대 두창 백신에 대한 임상 1상 신청을 했다”며 “속도를 내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엠폭스 예방에도 효과 두창 백신은 급성 발진성 감염병인 엠폭스에 대해 예방 효과가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엠폭스는 감염자나 감염된 동물의 체액, 오염된 물질 등에 접촉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발열과 오한,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1∼3일 뒤부터 발진도 나타난다. WHO는 콩고민주공화국을 중심으로 엠폭스 발생이 급증하고 인접국인 케냐 등으로 확산되자 이달 14일 엠폭스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질병청도 21일 엠폭스를 검역감염병으로 재지정했다. 또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 케냐 등 8개국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검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한국도 엠폭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국내에서 151명이 엠폭스에 감염됐고 올해 1∼7월에는 확진자 10명이 발생해 보건 당국은 긴장하며 아프리카 등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청주=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올여름 처음 한반도로 접근하는 제9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하며 제주도 등 남부지방에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뿌렸다. 특히 태풍 접근 시기가 연중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과 겹치면서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해안가 접근을 통제하며 인근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종다리는 이날 오후 6시경 제주 서쪽 약 100km 해상을 통과했다. 제주도는 모든 해안가에 대피 명령을 내려 접근을 통제했고, 오후 4시 이후 모든 여객선 운항을 중단했다. 최대 초속 30m(시속 약 108km)의 강풍이 불면서 오후 6시까지 항공기 80여 편이 지연 운항했다. 제주에는 시간당 30∼50mm의 폭우가 내렸고, 일부 제주 산지에는 10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후 종다리는 서해로 북상했는데 전남도는 태풍 접근 전 여객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배 2만7000여 척을 대피시켰다. 기상청에 따르면 종다리는 20일 오후 9시경 전남 신안군 흑산도 동남쪽 해상 30km 지점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강풍과 비를 동반한 저기압의 형태로 북상하며 전국에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1일까지 수도권과 남해안, 지리산 부근에 최대 100mm가량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 ‘종다리’ 북상에 해안 주민 대피령-여객선 운항 중단태풍 소멸후에도 호우 이어져수도권 등 최대 100㎜ 쏟아질듯서울 이달 30일까지 열대야 지속온열질환자 급증해 역대 두 번째제9호 태풍 종다리는 20일 오후 6시경 제주 서쪽 약 100km 해상을 통과할 때 중심기압 1000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18m(시속 약 65km)로 태풍의 기준인 초속 17m(시속 약 61km)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강풍반경도 약 140km인 소형 태풍이었으나 올여름 첫 태풍인 데다 해수면 수위가 연중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20∼23일)이어서 정부와 지자체들은 해안가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밤새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했다. 또 여객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어선 등을 대피시켰다.● 태풍 접근해 프로야구 경기 중단 태풍 종다리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삼각봉에 99mm의 폭우를 내리는 등 제주 전역에 많은 비를 퍼부었다. 최대 순간풍속도 삼각봉의 경우 초속 29.9m(시속 108km)에 달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제주도를 통과했다. 다만 광주에선 태풍이 북상하면서 폭우가 쏟아지자 오후 6시 반부터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KIA의 경기가 4회초 중단됐다. 또 태풍이 접근하면서 부산을 비롯해 경남 창원 통영 사천 거제시와 고성군 등에 폭풍해일주의보도 발령됐다. 기상청은 20일 밤 소멸된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뀌어 21, 22일 전국적으로 비를 내리게 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2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 등 수도권 30∼80mm(경기 남부 100mm 이상), 충청권과 호남권 30∼80mm(전남 해안 등 100mm 이상), 영남권 30∼80mm(경남 남해안 등 100mm 이상) 등이다. 22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충청권 10∼50mm, 강원 동해안 5∼30mm, 호남권과 영남권 5∼40mm, 제주 10∼40mm 등이다. 기상청은 20∼23일이 백중사리 기간인 만큼 태풍이 소멸된 후에도 비가 오는 동안에는 해안가 접근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면 무더위의 기세가 꺾이지만 태풍 종다리는 세력이 크지 않은 데다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에 끌고 와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21, 22일은 최고기온이 31도까지 내려가지만 23일부터 다시 올라가 25일 이후 최고기온이 33도가량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장 열대야 기록을 경신 중인 서울은 20일 오전까지 30일 연속으로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기상청은 이달 30일까지 계속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5월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2890명으로 집계돼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지난해 기록(2818명)을 넘어섰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았던 2018년 기록은 4526명이다.● 울산에 최대 142mm 물폭탄 한반도가 본격적으로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기 직전인 20일 오전에는 울산과 부산 등에서 기상청도 예상하지 못했던 ‘극한 호우’가 쏟아져 차량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일대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최대 142mm의 비가 쏟아져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미처 대피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비상등을 켜고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출근길에 물폭탄을 만난 최모 씨(48)는 “온산국가산단을 지나가는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침수됐다”며 “일부 차량은 물에 완전히 잠겼고 운전자가 스스로 탈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이날 오전 부산에도 강한 비가 내리며 금정구 장전동 온천2호교 아래 있던 60대 남성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은 다리에서 밧줄로 남성을 끌어올리고 귀가시켰다. 이 남성은 더위를 피해 하천 중간에 있는 돌무더기에서 잠을 자다 기습 폭우에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경남 양산시 덕계동의 산업단지 조성 현장에서는 토사가 도로 위로 쏟아져 양산시와 경남도, 산단 관계자들이 장비를 투입해 현장을 복구하기도 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제9호 태풍 종다리는 20일 오후 6시경 제주 서쪽 약 100km 해상을 통과할 때 중심기압 998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18m(시속 약 65km)로 태풍의 기준인 초속 17m(시속 약 61km)를 약간 넘긴 수준이었다. 강풍반경 약 140km인 소형 태풍이었으나 올여름 첫 태풍인 데다 해수면 수위가 연중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20~23일)이어서 정부와 지자체들은 해안가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밤새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했다. 또 여객선 운항을 중단하고 어선 등을 대피시켰다.● 전국에 최대 100mm 폭우 예보태풍 종다리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삼각봉에 99mm의 폭우를 내리는 등 제주 지역에 많은 비를 퍼부었다. 최대 순간풍속도 삼각봉의 경우 초속 29.9m(시속 108km)에 달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제주도를 통과했다.기상청은 21일 태풍이 소멸된 후에도 저기압으로 바뀌어 한반도를 관통하며 22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2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 등 수도권 30~80mm(경기 남부 100mm 이상), 충청권과 호남권 30~80mm(전남 해안 등 100mm 이상), 영남권 30~80mm(경남 남해안 등 100mm 이상)다. 22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충청권 10~50mm, 강원 동해안 5~30mm, 호남권과 영남권 5~40mm, 제주 10~40mm 등이다. 기상청은 20~23일이 대조기인 만큼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비가 오는 동안에는 해안가 접근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일반적으로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면 무더위의 기세가 꺾이지만 태풍 종다리는 세력이 크지 않은 데다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에 끌고 와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21, 22일은 최고기온이 31도까지 내려가지만 23일부터 다시 올라가 25일 이후 최고기온이 33도가량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장 열대야 기록을 경신 중인 서울은 20일 오전까지 30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기상청은 이달 30일까지는 계속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5월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2890명으로 집계돼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지난해 기록(2818명)을 넘어섰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았던 2018년 기록은 4526명이다.● 울산에 최대 142mm 물폭탄한반도가 본격적으로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기 직전인 20일 오전에는 울산과 부산 등에서 기상청도 예상하지 못했던 ‘극한 호우’가 쏟아져 차량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이날 오전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일대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최대 142mm의 비가 쏟아져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미처 대피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비상등을 켜고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출근길에 물폭탄을 만난 최모 씨(48)는 “온산국가산단을 지나가는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침수됐다”며 “일부 차량은 물에 완전히 잠겼고 운전자가 스스로 탈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이날 오전 부산에도 강한 비가 내리며 금정구 장전동 온천2호교 아래 있던 60대 남성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은 다리에서 밧줄로 남성을 끌어올리고 귀가시켰다. 이 남성은 더위를 피해 하천 중간에 있는 돌무더기에서 잠을 자다 기습 폭우에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경남 양산시 덕계동의 산업단지 조성 현장에서는 토사가 도로 위로 쏟아지면서 양산시와 경남도, 산단 관계자들이 장비를 투입해 현장을 복구하기도 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제9호 태풍 ‘종다리’가 20일 오후 제주 서쪽을 지나 북상하면서 이날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0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소멸된 뒤인 22일에도 중국 쪽에서 다가온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리겠다.기상청에 따르면 제9호 태풍 종다리는 20일 낮12시 기준 제주 남남서쪽 약 19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30km의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한반도 서해상을 따라 점차 북상하면서 이날 오후 제주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면서 제주와 전남권에 비가 오겠다.20, 21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30~80mm(중산간, 산지 100mm 이상),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30~80mm(경남 남해안, 지리산 부근 100mm 이상)이다.기상청은 태풍이 육상에 접근하면서 세력이 약화돼 20일 저녁에서 늦은 밤 사이 서해안 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뀌며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태풍이 소멸한 뒤에도 중국에 위치한 저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들어오면서 22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 22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강원내륙·산지·대전·세종·충남 10~50mm, 강원동해안 5~30mm, 광주·전남북·부산·울산·경남북·대구 5~40mm, 제주 10~40mm다. 이번 태풍은 무더위를 식히는 태풍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끌고 와 찜통더위를 부채질하는 태풍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의 영향으로 21일과 22일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곧 다시 오르며 찜통더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연속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서울의 경우 열대야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2814명으로 이중 사망자는 24명이다. 이는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환자가 나온 지난해 2818명(사망자 32명)보다 4명 적은 수준으로 2위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행정안전부는 20일 오전 8시경 태풍 대처를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올해 첫 번째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태풍이 북상하는 만큼 관계기관에서는 태풍 대응에 빈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기상정보를 틈틈이 확인해주시고, 위험지역 방문을 자제하는 등 개인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북상 중인 제9호 태풍 ‘종다리’가 20일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20, 21일 전국 곳곳에 최대 100mm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강한 태풍이 북상하면 더위가 한풀 꺾이지만 이번 태풍은 세력이 약한 동시에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끌고 와 오히려 폭염과 열대야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 최대 100mm 많은 비 기상청은 19일 태풍 관련 브리핑을 갖고 “19일 오전 3시경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약 36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종다리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를 향해 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다리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인데 중심기압 1000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19m(시속 약 68km)인 소규모 태풍이다. 종다리는 20일 오전 제주 남서쪽 해상을 지나 북상하다 21일 오전 6시경 충남 서산시 남서쪽 약 100km 부근 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뀌며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열대성 저기압은 이후 풍속 초속 13∼15m(시속 47∼54km)인 상태로 수도권을 지나 21일 오후 강원 속초시 남서쪽 90km 지점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해안 중심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해안가 캠핑장, 산책로, 해안도로 등에 대한 재난 안전선 설치와 선제적 출입 금지 등을 통해 인명 피해를 방지해 달라”고 지방자치단체 등에 당부했다. 기상청은 “종다리의 영향으로 20일 새벽부터 제주와 남부 지방을 시작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20, 21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30∼80mm(산지와 중산간 100mm 이상), 부산·울산·경남 30∼80mm(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100mm 이상)이다. 21일에는 광주·전남북 30∼80mm(남해안 100mm 이상), 대전·세종·충남 20∼60mm, 충북 10∼50mm, 서울·인천·경기 20∼60mm, 강원 10∼4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폭염과 열대야, 당분간 이어질 듯 이번 태풍도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마 직후 한반도 상공에는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중 열 커튼’을 치고 태풍 3∼8호 접근을 막아 왔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종다리의 경우 한반도에 접근하긴 하지만 발생 때부터 세력이 약했고 티베트 고기압이 태풍 발달을 막으며 한반도 인근에서 더 약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또 “이번 태풍은 오히려 열대 해상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끌어올려 고온다습한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비가 와도 기온이 떨어지긴 어렵고 습기가 더해지며 야간 체감온도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이날 중기예보를 통해 29일까지 전국적으로 체감온도가 33도 내외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당분간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가 전국 곳곳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2814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많은 것이다. 가장 온열질환자가 많았던 2018년에는 4526명, 사망자 48명이 발생했다. 한편 전력거래소는 19일 오후 5시 기준 최대 전력 수요가 94.7GW(기가와트), 오후 6시 기준 95.6GW로 집계돼 두 차례 연속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립대병원 진료 역량을 이른바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 시설과 장비 투자에 적용되는 ‘국고지원 비율’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25%에 불과한 국립대병원 국고지원 비율을 7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공개했지만 부처이견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교육부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에 “정부의 국립대병원 국고지원 비율 기준이 여전히 25%에 머무르고 있다”며 “상향 조정을 위해 현재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정부는 지난해 10월 19일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충북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 직접 발표한 것으로 당시 발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방 국립대병원을 서울의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다.정부는 국립대병원 상당수가 재정적인 문제로 기본적인 진료 장비조차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나 고압산소치료기 등을 확보하지 못해 치료가 몇 개월씩 미뤄지는 국립대병원도 적지 않다. 국립대병원들이 시설과 장비 투자에 배정된 예산을 고가의 의료기기를 구매하기보다는 주차장과 병원 부속 장례식장 개선 공사 등에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국립대병원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할당해도 현재처럼 국고지원 비율이 낮고 자부담 비율이 높은 상황에선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국립대병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정부는 먼저 의료장비 투자 등에서 국고지원 비율을 최대 3배로 높여 국립대병원들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했고 국고지원 비율 기준은 여전히 조정되지 않고 있다.정부는 또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현재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변경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소관 부처 변경을 위해선 국립대병원설치법 등 4개 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해당 법률 개정안들이 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됐다.소관부처 변경이 미뤄지면서 국립대병원과 관련된 각종 규제 해제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직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총액 인건비’ 등 국립대병원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규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은 현행법상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소속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급여가 총액인건비로 묶여 있다. 밤새워 수술한 의료진에게 성과급도 줄 수 없고, 연봉 인상률도 정부 결정대로 일괄 적용된다.기타 공공기관 해제를 위해선 매년 1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올해 1월 회의에선 해당 사안이 의결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관 부처 이관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타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어 의결되지 않았다”며 “내년 1월 회의가 다시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북상 중인 제9호 태풍 ‘종다리’가 20일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20, 21일 전국 곳곳에 최대 100mm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강한 태풍이 북상하면 더위가 한풀 꺾이지만 이번 태풍은 세력이 약한 동시에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끌고 와 오히려 폭염과 열대야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 최대 100mm 많은 비기상청은 19일 태풍 관련 브리핑을 갖고 “19일 오전 3시경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약 36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종다리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를 향해 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다리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인데 중심기압 1000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19m(시속 약 68km)인 소규모 태풍이다.종다리는 20일 오전 제주 남서쪽 해상을 지나 북상하다 21일 오전 6시경 충남 서산시 남서쪽 약 100km 부근 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뀌며 소멸할 전망이다. 열대성 저기압은 이후 풍속 초속 13~15m(시속 47~54km)인 상태로 수도권을 지나 21일 오후 속초시 남서쪽 90km 지점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해안 중심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해안가 캠핑장, 산책로, 해안도로 등에 대한 재난 안전선 설치와 선제적 출입 금지 등을 통해 인명 피해를 방지해 달라”고 지방자치단체 등에 당부했다.기상청은 “종다리의 영향으로 20일 새벽부터 제주와 남부 지방을 시작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20, 21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30~80mm(산지와 중산간 100mm 이상), 부산·울산·경남 30~80mm(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100mm 이상)이다. 21일에는 광주·전남북 30~80mm(남해안 100mm 이상), 대전·세종·충남 20~60mm, 충북 10~50mm, 서울·인천·경기 20~60mm, 강원 10~4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폭염과 열대야, 당분간 이어질 듯이번 태풍도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장마 직후 한반도 상공에는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중 열 커튼’을 치고 태풍 3~8호 접근을 막아 왔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종다리의 경우 한반도에 접근하긴 하지만 발생 때부터 세력이 약했고 티베트 고기압이 태풍 발달을 막으며 한반도 인근에서 더 약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기상청은 또 “이번 태풍은 오히려 열대 해상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끌어올려 고온다습한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비가 와도 기온이 떨어지긴 어렵고 습기가 더해지며 야간 체감온도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기상청은 이날 중기예보를 통해 이달 29일까지 전국적으로 체감온도가 33도 내외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당분간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가 전국 곳곳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2814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많은 것이다. 현 추세라면 19일 연간 온열질환 발생자 2위 기록(2023년의 2818명)을 경신할 전망이다. 가장 온열질환자가 많았던 2018년에는 4526명, 사망자 48명이 발생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전국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추가 모집을 16일 마감했지만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수련병원 대부분에서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두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18일 “추가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31일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하반기 모집 때 14명이 지원했던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추가 모집 지원자는 한두 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도 “추가 모집 지원자는 없다시피 하다”고 밝혔다. 다른 수련병원에서도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두 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지원하지 않은 이들의 마음이 바뀔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선 전체 모집 인원 7645명 중 104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1.4%였다. 이에 정부는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며 모집 기간을 연장했지만 이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 추가 모집 하반기 수련 전공의는 인턴 2435명, 레지던트 1년 차 1364명, 레지던트 2∼4년 차 3483명 등 총 7282명이었다. 전공의 추가 모집이 사실상 무산되고 의료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일부 수련병원은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반의 채용에 나서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진료 전담 의사(일반의) 31명을 이달 30일까지 모집 중이다. 다만 일반의 급여가 전공의보다 크게 높아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일부를 충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직 전공의 중 복귀하지 않은 1만2000여 명은 수련병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1, 2차 병원에 취업하거나 개원가로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으로 레지던트 사직자 중 971명이 수련병원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사직 전공의들의 개업 및 재취업을 돕기 위해 ‘전공의 진로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18일에는 내과 초음파 강좌가 열렸고 25일에는 피부과 강좌가 예정돼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기상 관측 117년 만에 최장 열대야 기록을 경신 중인 서울에서 도심 자치구일수록 열대야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중심부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열섬 현상’ 때문인데 18일 기준으로 최저기온 차이가 최대 4.3도까지 났다. 한편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상청은 사상 처음으로 ‘폭염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자치구 최저기온 최대 4.3도 차이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28일 연속으로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2018년 26일 연속 기록을 깨고 1907년 관측이 시작된 후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이다. 기상청은 “서울의 경우 28일까지 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해 연속 열대야 기록이 40일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서울에서도 일부 자치구는 열대야가 종료된 상태다. 은평구의 경우 일 최저기온 24.3도를 기록한 이달 6일 이후 계속 25도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관악구 역시 14일 일 최저기온 24.4도를 기록한 후 계속 25도 미만으로 닷새째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 도심 지역은 열대야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18일 서울에서 일 최저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영등포구(28.6도)였고, 그 다음은 용산구(28.2도)였다. 영등포구의 일 최저기온은 같은 날 은평구(24.3도)보다 4.3도 높았고 관악구(24.6도)보다 4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같은 서울에서도 지역에 따라 기온 차이가 심한 것이 열섬 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열섬현상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뤄진 도로와 건물이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에 방출하며 도심의 기온을 높이는 현상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도시 중심부일수록 열섬 현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반면 도시 외곽에는 나무가 많이 심어져 기온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사상 첫 폭염백서 발간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기상청은 “연내에 폭염백서를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기상청이 장마나 태풍 등에 대해 백서를 낸 적은 있지만 폭염백서를 내는 건 처음이다. 백서에는 국내 폭염 기록과 한반도 내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등이 담기게 된다. 백서 주저자는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이 맡았다. 22일은 더위가 꺾이고 가을이 시작된다는 처서(處暑)지만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서울은 28일까지 일 최고기온이 32∼33도일 것으로 예상되며 부산 광주 등에서도 31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위가 계속되면서 온열질환자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총 2741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24명이다. 특히 온열질환자 중 274명(10%)이 오후 7시∼오전 6시 사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은 “열대야가 이어지는 만큼 해가 진 이후라도 방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우럭, 넙치 등 양식 어류 140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닭, 오리 등 가축 폐사 규모도 90만 마리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폭염 대처를 위해 중대본 1단계를 가동 중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전국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추가 모집을 16일 마감했지만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수련병원 대부분에서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두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18일 “추가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31일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하반기 모집 때 14명이 지원했던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추가 모집 지원자는 한두 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도 “추가 모집 지원자는 없다시피하다”고 밝혔다.다른 수련병원에서도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두 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지원하지 않은 이들의 마음이 바뀔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지난달 31일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선 전체 모집인원 7645명 중 104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1.4%였다. 이에 정부는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며 모집 기간을 연장했지만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 추가 모집 하반기 수련 전공의는 인턴 2435명, 레지던트 1년차 1364명, 레지던트 2~4년차 3483명 등 총 7282명이었다.전공의 추가 모집이 사실상 무산되고 의료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일부 수련병원은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반의 채용에 나서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진료 전담 의사(일반의) 31명을 이달 30일까지 모집중이다. 다만 일반의 급여가 전공의보다 크게 높아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일부를 충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사직 전공의 중 복귀하지 않은 1만2000여 명은 수련병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1, 2차 병원에 취업하거나 개원가로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으로 레지던트 사직자 중 971명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대한의사협회는 사직 전공의들의 개업 및 재취업을 돕기 위해 ‘전공의 진로지원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18일에는 내과 초음파 강좌가 열렸고 25일에는 피부과 강좌가 예정돼 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기상관측 117년 만에 최장 열대야 기록이 경신 중인 서울에선 도심 자치구일수록 열대야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중심부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열섬현상’ 때문인데 18일 기준으로 최저기온 차이가 최대 4.3도까지 났다. 한편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상청은 사상 처음으로 ‘폭염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자치구 최저기온 최대 4.3도 차이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28일 연속으로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2018년 26일 연속 기록을 깨고 1907년 관측이 시작된 후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이다. 기상청은 “서울의 경우 28일까지 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해 연속 열대야 기록이 40일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다만 서울에서도 일부 자치구는 열대야가 종료된 상태다. 은평구의 경우 일 최저기온 24.3도를 기록한 이달 6일 이후 계속 25도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관악구 역시 14일 일 최저기온 24.4도를 기록한 후 계속 25도 미만으로 닷새 째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 도심 지역은 열대야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18일 서울에서 일 최저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영등포구(28.6도)였고, 그 다음은 용산구(28.2도)였다. 영등포구의 일 최저기온은 같은 날 은평구(24.3도) 보다 4.3도나 높았고 관악구(24.6도)보다 4도 높았다.전문가들은 같은 서울에서도 지역에 따라 기온 차이가 심한 것이 열섬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열섬현상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뤄진 도로와 건물이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에 방출하며 도심의 기온을 높이는 현상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도시 중심부일수록 열섬 현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반면 도시 외곽에는 나무가 많이 심어져 기온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사상 첫 폭염백서 발간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기상청은 “연내에 폭염백서를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기상청이 장마나 태풍 등에 대해 백서를 낸 적은 있지만 폭염백서를 내는 건 처음이다. 백서에는 국내 폭염 기록과 한반도 내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등이 담기게 된다. 백서 주저자는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이 맡았다.22일은 더위가 꺾이고 가을이 시작된다는 처서(處暑)지만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서울은 28일까지 일 최고기온이 32~33도일 것으로 예상되며 부산 광주 등에서도 31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진다.더위가 계속되면서 온열질환자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총 2741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4명이다. 특히 이중 274명(10%)가 오후 7시~오전 6시 사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은 “열대야가 이어지는 만큼 해가 진 이후라도 온열 질환을 방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우럭, 넙치 등 양식 어류 140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닭, 오리 등 가축 폐사도 90만 마리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폭염 대처를 위해 중대본 1단계를 가동 중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평소라면 진료 후 심장 수술 날짜가 1, 2주 만에 잡혔을 텐데 이젠 한두 달 대기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남은 의료진들끼리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가 걱정입니다.” 12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만난 정인석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장 수술은 급하지 않은 게 없는데 수술 날짜를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를 보면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공의 3명 중 2명이 사직하면서 정 교수는 반년째 주 100시간 이상 일하고 집에서는 ‘온콜(on-call·연락 대기)’ 상태로 지내고 있다. 1시간가량 대화 중에도 정 교수의 휴대전화는 벨이 연이어 울렸다. 그는 대화를 마치자 “폐렴으로 입원한 2세 아이를 진료하러 가야 한다”며 소아중환자실로 달려갔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2월 19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이 가까워지고 있다. 다음 달부터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되는 등 입시는 본격화되고 있지만 의정 갈등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상진료 체계가 장기화되면서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대 증원 취지와 달리 필수·지방·응급의료의 붕괴가 본격화되며 조만간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심장과 폐를 다루는 심장혈관흉부외과는 근무 강도가 높고 의료소송 위험이 클 뿐 아니라 개원하기도 어려워 대표적 기피과로 꼽힌다. 전공의 병원 이탈 전에도 인력난이 심했는데 의료 공백 사태를 거치며 사실상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말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133명을 모집했지만 심장혈관흉부외과는 필수과 중 유일하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여기에 전문의들까지 비수도권 중심으로 병원을 떠나며 진료 시스템 붕괴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조만간 ‘아는 사람’이 있어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던 1970년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아심장 수술 등 심장혈관흉부외과 내 희귀 전공의 경우 더 우려가 크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조만간 국내에서 수술할 의사가 사라지면 거액을 들여 외국으로 나가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사끼리도 가족이 아플 때를 대비해 흉부외과 의사를 미리 알아둬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흉부외과 전문의 54명 은퇴때 신규유입 1명뿐 “명맥 끊길 위기”[의료공백 6개월] 〈상〉 벼랑 끝 몰린 필수의료고령화에 폐암-심장수술 늘지만… 개원 어렵고 근무 강도 높아 기피107명이었던 전공의 12명만 남아… “전문의 진료 못받는 게 일상 될것”“최근에는 대동맥 박리 환자가 강원 동해시, 전남 보성군에서 서울까지 이송되는 실정입니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학회)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대동맥 박리는 제때 수술을 받아도 10명 중 1명은 사망하는 중증 응급 질환인데 두 환자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동맥 박리의 경우 발생 직후 사망률이 30∼40%에 이르며, 1시간 지날 때마다 사망 확률이 1%씩 올라간다. 구급차로 최대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해 즉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부족으로 지방에선 환자를 받기 어려운 병원이 늘었다고 한다.● 전문의 54명 은퇴하는데 신규 유입은 1명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심혈관 질환과 폐암, 흉부외상 등을 치료하고 심장·폐 이식 수술을 담당한다. 고령화와 함께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학회에 따르면 심장혈관흉부외과 주요 수술인 폐엽절제술(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로 주로 폐암 환자에게 시행)과 개심술(가슴을 여는 수술) 건수는 2011년 1만2002건에서 2020년 1만7908건으로 약 1.5배가 됐다. 하지만 개원이 어렵고 근무 강도가 높은 탓에 대표적인 기피과로 꼽히며 의료 공백 사태 전에도 전문의 및 전공의 부족에 시달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형 병원 상당수에서 아예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의료 공백 사태 전까지 107명이었던 전공의는 현재 전국에서 12명 남았다. 강북삼성병원에선 15년 만에 들어온 레지던트 1년 차가 병원을 떠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유일한 레지던트를 잘 교육시키고 함께 일하며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났다”며 허탈해했다. 당장 내년에 은퇴가 예상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는 33명인데 신규 전문의는 6명뿐이다. 2026년에는 은퇴 전문의가 54명에 달하지만 신규 전문의는 1명뿐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동맥 박리 환자 사망할 수도” 필수의료 명맥이 끊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광주 전남대병원에선 올해 5, 6월 심장이식 수술을 1건도 못 했다. 이 병원은 지난해는 심장이식 수술 15건을 진행했다. 병원 관계자는 “올해 현재까지 6건의 수술을 했는데 연말까지 수술을 추가하더라도 연간 실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이식에는 여러 진료과 의료진 10명 이상이 동원되다 보니 인력이 한정된 비상진료 체계에서 선뜻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올 2∼5월 전국에서 진행된 심장이식 수술은 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줄었다. 수술이 지연되는 만큼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고통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동맥 박리처럼 시각을 다투는 경우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부족은 자칫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올 3월에도 부산의 대동맥 박리 환자가 울산으로 이송됐다가 사망했다. 박준석 서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과장은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전문의를 못 만나는 게 일상이 되고 운이 좋은 사람만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당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 현장에선 지금이라도 정부가 명맥이 끊어지기 직전인 필수과를 살릴 맞춤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진료지원(PA) 간호사와 인공 심폐기를 담당하는 체외순환사를 제도화하고 정식 수가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과장은 “필수의료마다 꼭 필요한 부문의 수가를 높여 전문의가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진료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915m) 바로 아래 바위에 100년 전 일제를 물리치겠다는 의지를 담은 글씨가 새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바로 아래 바위에서 지리산의 힘을 빌려 일제를 물리치겠다는 염원이 담긴 392자의 석각(石刻·바위글씨)을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석각의 내용을 조사한 최석기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천왕(天王)을 상징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려 오랑캐(일제)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비분강개한 어조로 토로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석각은 폭 4.2m, 높이 1.9m에 새겨졌는데 최 부원장은 “1924년 문인 묵희 선생(1875∼1942)이 지은 글을 서예가 권륜 선생이 글씨로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묵희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다 3년 동안 옥고를 치른 인물로 상하이 임시정부의 연락책으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석각은 지리산에서 의병을 조직하고 활동했다고 알려진 권상순 의병장의 후손이 2021년 9월 발견해 공단에 알렸다. 이에 공단은 올 4∼6월 탁본과 3차원 스캔 작업 등을 통해 석각의 작성자와 원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석각은 전국 국립공원에서 확인된 근대 이전의 석각 194개(추정) 중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하며 글자 수도 가장 많다. 최 부원장은 “새겨진 글에는 동아시아 역대 왕조가 일어났다가 망한 것을 간추려 기록한 부분이 있는데, 일제가 강점한 암울한 시대는 반드시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역사를 돌아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