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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길진균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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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칼럼100%
  • 너무 다른 20대와 21대 여야의 총선 리더십[광화문에서/길진균]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다.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진영의 분열이라는 위기에 봉착하자 ‘김종인 카드’를 승부수로 띄웠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쇄신 공천을 앞세우며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친노의 좌장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당사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정청래 의원을 살려내라”고 외쳤다. “(당락을 결정한)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것.” 김 대표의 답변은 간결했다. 그는 “정무적 판단이면 정무적 판단인 거지, 다른 이유가 뭐가 있느냐. 물어보지 마라”며 기자들의 질문을 끊었다. ‘자의적 판단’ ‘관심법(觀心法)’ 등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거침없는 행보와 간결한 답변으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차르’라는 그의 별명이 더욱 공고해졌다. 당시 민주당 공천은 당 구성원조차 놀라게 만든 김 대표의 리더십, 총선 패배는 곧 2017년 대선 필패라는 친문 핵심들의 절박함이 결합해 빚어낸 결과라고 본다. 결국 20대 총선은 변신을 꾀한 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반면 ‘진박 공천’과 ‘옥새 들고 나르샤’ 등 당내 공천 파동을 극복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2당으로 전락했다. “지금 당 선거를 누가 이끌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최근 당 상황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사태, ‘조국 내전’을 촉발시킨 김남국 변호사의 서울 강서갑 출마 등으로 위기감이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이해찬 대표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4년 전과 너무나 다른 민주당의 모습은 또 있다. 당내 후보들의 반발이다. 오제세 의원 등 중진은 물론이고, 김 변호사 등 원외 후보들도 “이게 이 대표가 말하는 시스템 공천이냐”라며 공공연하게 이 대표의 리더십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4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하는 통합당의 ‘조용한 물갈이 공천’은 정치권의 총선 전망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천 배제 대상 의원들을 은밀히 접촉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게 하는 방식으로 잡음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후보자들 공천 면접 일정을 2차례나 미뤄가면서 현역 의원들을 향한 불출마 압박을 이어가는 뚝심도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스텔스 공천’이라는 비유까지 나온다. 이 역시 김 위원장의 리더십과 이번 총선 패배는 이어지는 2022년 3월 대선 필패라는 보수 진영의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4년 전과 정반대 모습인 두 정당. 결전의 시간이 50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결과가 총선 결과로 이어진다고 확신하는 정치 전문가는 별로 없다.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2월 말 실시한 대다수 여론조사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제1야당인 민주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달랐다. 투표일까지 구성원들이 절박함을 유지하고 이를 엮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잃지 않는 당이 마지막 승자가 되지 않을까.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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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레이크 없는 친문 오만인가 전략인가[광화문에서/길진균]

    “지금까지 이런 정치는 없었다. 이것은 오만인가 전략인가.”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행보를 두고 최근 여의도에서 들은 우스갯소리다. 영화 ‘극한직업’에 등장한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집권세력, 특히 친문 진영의 행태가 과연 선거를 앞둔 정치 세력의 모습이 맞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죽기 살기로 싸웠던 ‘패스트트랙 전쟁’이 지난달 13일 유치원 3법까지 통과되면서 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총선을 93일 앞둔 시점이었다. 집권세력이 철저히 힘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협상이나 정치 모두 상대가 있는 싸움이다. 상대 진영이 느낄 상실감과 상처를 생각할 때, 고개를 숙이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상식이고 전략이다. 하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반대다. 다음 날인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마음의 빚’을 언급했다. 이후 청와대는 “조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했으니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냈다고 밝혔고, 지난달 20일 조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미경 변호사는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에 임명됐다. 전직 청와대 출신들의 ‘묻지도 따지지도 마’ 식의 총선 출마를 두고 당 안팎에서 ‘문돌이의 공습’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팽배하지만 여권 내 누구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윤건영 전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장은 오히려 “총동원령 내려야 한다” “다시 돌아가도 조 전 장관을 임명한다” 등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중도 진영을 포함해 상당수 유권자가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나 반발에 대한 거리낌은 전혀 없는 듯하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정봉주 전 의원은 당의 권고도 무시하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은 ‘조국 교수에게’로 시작하는 편지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아예 조 전 장관을 공천 정국으로 소환했다. 국민도 당도 아닌, 친문 지지자들만 보고 가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셈이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문 대통령의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 나오는 그 유명한 구절이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의 이 같은 반성은 이제 ‘흘러간 과거’다. 도대체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심지어 잘못을 해도 반성이라곤 찾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면 “그럼 이명박근혜 시절로 돌아가자는 거냐?”고 역정부터 낸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비판했을 때 “그럼 김일성 밑에서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며 대뜸 입부터 틀어막았던 군부세력에 대해, 그들은 뭐라고 했었던가. 야권의 분열 속에 친문 진영은 40% 안팎의 지지층만 다지면 1당이 된다고 믿는 듯하다. 여의도 속설 중 하나는 ‘좋은 놈 밀어주자는 것보다 미운 놈 응징하자고 해야 표가 더 잘 뭉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표심을 선거에 능한 친문 진영이 읽지 못할 리 없다. 그래서 극단적 지지층만 바라보고, 남 탓을 하고, 편을 가르는 것일 게다. 그럼 문재인 정부는 성공하나. “오직 승리밖에 모르는 자들이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설 연휴 때 본 중국 드라마 ‘사마의2: 최후의 승자’에 나오는 대사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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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짝 ‘청년인재’ 영입… 좌절하는 ‘청년 정치’[광화문에서/길진균]

    4·15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외부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당은 총선 주요 화두로 떠오른 ‘변화’ ‘세대교체’ 등을 의식한 듯 영입의 초점을 ‘청년’에 맞추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40·여)을 1호로 영입한 이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원종건 씨(27)를 2호로, 5호로 청년소방관 오영환 씨(31)를 잇달아 영입했다. 한국당은 탈북자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39)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 씨(29·여)를 데려왔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들을 비례대표 안정권이나 텃밭 지역구에 배치해 미래의 ‘젊은 리더’로 키우겠다고 한다. 젊은 인재 영입 경쟁을 주도한 민주당에선 “흥행 성공” “계파 간 갈등 없는 성공적 영입” 등 호평이 자주 들린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 정당 정치 수준이 딱 드러난 인재 영입”이라는 한 젊은 정치인의 독설이 유독 귀를 맴돈다. ‘꽃가마’를 타고 여의도에 등장하는 ‘청년 인재’의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당은 선거 때만 되면 각종 명분을 앞세워 청년을 소환하고, 이를 ‘청년을 위한 청년의 정치’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영입된 청년 인재들이 ‘늙은 정당’의 정치적 회춘을 위한 사진 모델로 소모되고 잊혀지는 경우를 허다하게 지켜봤다. 좋은 캐릭터와 스토리를 갖춘 것과 정치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더 큰 문제는 진짜 청년 정치인들의 좌절 아닐까 싶다. 영입된 깜짝 인사들은 사실 정치를 잘 모른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정치 꿈을 키워온 젊은 보좌진이나 당직자들이 궂은일은 다 하고 외부 영입 청년들이 ‘젊은 영감’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을 외치는 2030세대에게 외부에서 온 젊은 영입 인사들이 “내가 이제부터 여러분들의 대표가 되겠다”고 얼마나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까. 이렇게 발탁된 또래 인사들을 향해 당직자 등 동년배 젊은 정치인들은 과연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까. 보좌진 당직자 등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여의도 옆 대나무숲’엔 지금도 “각 당은 감성팔이 이슈팔이 상징성팔이 그만 좀 하라” “당신들 밑에서 밤낮 주말 안 가리고 일하는 노예들은 눈에 안 보이나” 등 비판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총선을 앞두고 한국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같은 30대 정치 리더를 가질 때가 됐다고들 한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유럽의 젊은 정치 리더들은 어느 날 ‘꽃가마’를 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들은 10, 20대 때부터 기초단체, 정당 조직에서 정치를 보고 배웠다. 나이는 어리지만 10년이 훌쩍 넘는 정치 경험과 거기에 더해진 젊음이 자유롭고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기반이 됐고, 구습을 깨뜨리는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우리도 광역·기초 단체 의회에서 젊은 정치 리더의 꿈을 키우며 뛰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각 당의 경쟁적인 깜짝 ‘청년 인재’ 발탁이 되레 오랫동안 정치를 준비한 이들의 꿈을 키워주기는커녕 희망을 꺾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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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참모 70명 출마 러시… 누구를 위한 인적 쇄신인가[광화문에서/길진균]

    “결국 몇 명이나 공천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최근 만난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는 이런 질문을 했다. 최근 여의도, 특히 더불어민주당 안에선 내년 총선에 나서는 청와대 참모 수가 화제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21대 총선에 40명 안팎의 청와대 출신이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긴 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한 17일 하루 만에 20명이 넘는 전직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출마 시기를 재고 있는 현직 참모도 여럿 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한 방송에서 “청와대 출신 중 총선에 나올 분들이 60명을 훌쩍 넘어 7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출신 인사의 총선 출마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같은 정부 안에서 이렇게 많은 대통령 참모들이 직을 던지고 한꺼번에 출사표를 낸 적은 없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치러진 19, 20대 총선에 출마한 전직 청와대 참모는 각각 10명 안팎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인 2008년 4월 치러진 18대 총선 때도 노무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는 3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야당은 “청와대가 총선 준비 캠프냐”고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대거 출마는 어쩌면 필연적 수순이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이면 집권 4년 차다. 서서히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다. ‘4년 차 증후군’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 예후인 권력형 비리 의혹, 인사와 정책 실패에 대한 내부 비판 등은 이미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은 본격적인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의 시간은 총선 공천까지”라며 “내년 총선이 끝나면 대통령의 시간은 끝나고, 국회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집권 세력의 위기의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청와대 참모들의 여의도 이동 배치는 그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정권 후반까지 국정 동력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국회에 진짜 친문(친문재인) 의원이 더 많이 포진해야 한다. 후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을지는 다른 문제다. 상대적으로 젊은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1969년생, 내년이면 51세다. 대다수가 50대 중후반의 이른바 ‘386’이다. 이들에게 다음 기회는 2022년 지방선거 또는 2024년 총선 때나 온다. 현 정부 이후다. 나이도 환갑을 바라보게 된다. 결국 ‘이번이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개인적 사정과 욕심, 정권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당내 시선이라고 따뜻할 리 없다. 이들 상당수는 민주당 지역구 현역 의원 116명 중 79명이 포진하고 있는 수도권 출마를 예고했다.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청와대 친문들을 위한 ‘물갈이’ 시도 아니냐”는 반발은 총선 화두로 떠오른 ‘세대교체론’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옥석 가리기 없는 청와대발 대규모 인적 쇄신 시도는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를 둘러싸고 벌어진 진박(진실한 친박) 논란은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불과 3년 전 이야기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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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내가 日지도자라면 국익 위해 한국 끌어당길것”

    이낙연 국무총리(사진)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이번에 경제 마찰을 겪으면서 한일 양국이 서로 깊게 끼어들어 있는 톱니바퀴 같은 관계라는 점을 (양국 모두) 깨닫게 됐다”며 “양국 경제계는 이를 잘 살려나가는 게 서로에게 이익이란 점을 충분히 인식했는데 아직 일본 정부가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퇴임을 앞두고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일본의 지도자라면 때론 한국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국을 끌어당기려고 할 것 같다”며 “정부를 떠나도 일본 정부와 신뢰를 회복하고 우호를 두텁게 하기 위해 (현재 양국에 드리워진) 정치라는 더께를 벗겨내는 일을 할 것이다. 몇 번의 계기가 있을 것이며 그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께도 간단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20일 일본의 수출규제 부분 완화 조치가 나온 뒤 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이 총리가 퇴임 후에도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23일로 937일째)이자 강한 내각 장악력으로 ‘책임총리’ ‘군기 반장’으로 통했던 그는 “각론이 없는 정치, 행정이나 정책은 공허할 뿐이다. 마치 신발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 격” “국민들이 묻기 전에 미리 답을 드릴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이 총리는 인터뷰 내내 “당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말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낙연의 정치적 미래’를 ‘실용적 진보주의’로 규정하며 구체적인 구상을 감추지 않았다. 이 총리는 “세상이 더 공정하고 정의롭게 발전해야 한다는 믿음이 진보주의라면,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실용주의”라고 강조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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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세대 국회 진입의 벽 허물어야”

    5선의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경기 부천오정·68)이 내년 4·15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원 의원은 “돌아서는 모습이 초라하거나 추하지 않게 정치를 마무리하는 게 나를 선택해준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세대교체’가 핵심 화두가 된 데 대해 그는 “소장파 청년 세대의 국회 진입 벽을 허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선이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물러나야 한다는 도식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3선의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68)도 이날 원 의원과 함께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다음은 원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년 총선에서 6선이 되면 국회의장 후보 중 한 명인데 아쉽진 않은지. “20대 총선에 출마할 때부터 여기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은퇴자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제2의 인생’ 모델을 많이 만드는 것도 사회적으로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바뀌려면 20, 30대가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소장파 청년 세대의 국회 진입 벽을 허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청년, 여성의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제도는 필요하지만 단지 다선이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물러나야 한다는 도식 역시 해법은 아니다.” ―대다수 유권자는 각 당의 인적 쇄신을 원하는 듯하다. “사실 그동안 국회는 뿌리도 기둥도 안 남기고 휙휙 쓸려갈 정도로 세게 물갈이가 이뤄져왔다. 그게 바람직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현재 국회 내 5선 이상은 15명으로 전체의 5%다. 경쟁적인 물갈이가 꼭 근본 해법은 아니다. 21대 국회는 상임위원회별로 월 2회 이상 반드시 법률 심사를 하도록 하는 등 일하는 국회가 되도록 해야 물갈이 대상이 보인다. 관련 준법 캠페인을 불출마 선언한 자유한국당 김세연, 김영우 의원 등 다른 의원들과 구상하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등록일(17일)을 앞둔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했는데, 어떤 후배들이 정치판에 들어왔으면 하는지.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정치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란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인식 없이 내 존재를 실현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사적 동기가 주가 돼선 안 된다. 시대정신을 읽고, 이를 갖추기 위해 평소 노력해온 사람이 정치로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공부하는 자세가 국회의원에게 가장 중요하다.” ―차기 국무총리 후보군으로도 거론된다. “선출직은 내 결단이지만 그런 일(임명)들은 내가 결정할 건 아니다. 내 의지로 물러나는 정계 은퇴와 그건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길진균 leon@donga.com·김지현 기자}

    •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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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영입” 외치는 의원들 청년 막는 장벽부터 허물라[광화문에서/길진균]

    “돈이죠.” A 씨는 수도권 지역구에서 내년도 총선 출마를 선언한 40대 정치 신인이다. 얼마 전 만난 그에게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1분도 머뭇거리지 않고 이같이 답했다. 영남 지역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30대 정치 신인 B 씨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창의적인 홍보와 열심히 몸으로 뛰는 모습으로 지역에 나를 알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도 “작은 사무실도 임대료 및 유지비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은 든다”며 “수천만 원에 이르는 당 경선 후보 기탁금, 중앙선관위 기탁금 등 돈 문제를 생각하면 걱정이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엔 많은 종류의 정치인이 있다. 선출직만 해도 군수, 시장, 국회의원, 대통령 등 그 직역이 다양하다. 하지만 이 많은 정치인 중에서 언제든 후원금을 모아 정치 활동에 쓸 수 있는 정치인은 딱 한 종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다. 중앙선관위도 이 같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개선 의견을 내고 있지만 공직선거 입후보 예정자의 선거 관련 비용 모금 허용 등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10년 넘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현역 의원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의원(초선)=젊은 세대의 정치 진출 통로인 기초의회 의원들에게도 후원금 모금 기회를 확대해 줘야죠. B 의원(3선)=정책이나 자기의 식견을 가지고 승부를 걸어야지 후원금 받아 가지고 돈 많이 쓰는 사람이 당선되게 해서 되겠어요?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위해 2017년 하반기 국회에서 열린 정치발전특별위원회 1소위 회의록에 나타난 한 대목이다. 한 해 최대 3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은 모금한 정치자금으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을 많게는 수백 개씩 지역구에 내걸면서도 잠재적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한사코 “후보 개인의 정책과 실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법적 선거비용 안에서의 후원금 모금조차 그 시기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내야 하는 기탁금(총선의 경우 1500만 원)도 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들에겐 큰 진입 장벽이다.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이지만 사실상 ‘청년 진출 방지법’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다. ‘고액 기탁금’이 필요한 곳은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청년 후보에게는 선거구 주민 몇 % 이상의 서명으로 후보 등록 자격을 준다든지, 기탁금을 대폭 감면해 준다든지 얼마든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청년의 ‘정치 활동’을 온갖 규제로 묶어 놓고 한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젊고 참신한 정치 리더가 나올 때가 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선거 때마다 영입된 새로운 청년들은 대부분 ‘깜작 홍보’ 대상으로 활용되고, 소모된 뒤 잊혀진다. “청년 영입”을 외치기 이전에 청년들이 정치권에서 스스로 뜻을 펼칠 수 있는 현실적인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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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희상 “내년 총선후 개헌해야… 여야 막론하고 찬성세력 3분의2 됐으면”

    《“내년 총선 후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선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에 찬성하는 세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됐으면 좋겠다.” 문희상 국회의장(74)은 1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지핀 개헌 논의에 대해 “21대 국회가 열리고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그때밖에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7월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문 의장은 연내 개헌 처리를 목표로 삼았지만 동력을 얻지 못했다. 문 의장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오는 세대교체 요구에 대해선 “어느 때나 세대교체 요구가 있었지만 제대로 하기 위해선 시대정신과 국민 요구에 맞는 선명한 깃발과 그에 맞는 기수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세대교체론은 인위적일 수 있다”고도 했다.》 문 의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거쳐 열린우리당 의장과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6선(경기 의정부갑) 의원이다. 인터뷰는 임기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총선 전망, 한일 갈등 해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등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14일 국회의장실에서 1시간 1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문 의장과의 일문일답.○ “개헌, 고칠 수 있는 것부터 고쳐야” ―문 대통령이 10일 여야 5당 대표 만찬회동에서 “내년 총선 공약으로 개헌 공약을 내걸어서 민의에 따르자”고 했다.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 역대로 ‘정치가 꽉 막혀서 더 나아갈 길이 없다’고 했을 때 이를 뒤집어 놓은 게 국민이었다.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이 끝나고 제도적으로 마무리 지은 건 개헌이었다. 개헌의 기본 원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집중된 권력을 분화시키고 지방자치를 활성화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립할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있다. 방법론이 중요해 보인다.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대통령 임기를 2년쯤 남겨둔 그때밖에 할 수 없다.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됐으면 좋겠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세대교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 “불진즉퇴(不進則退)라고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 퇴계 이황의 말씀이다. 늘 앞으로 나가야 하고 교체되고 변화돼야 된다. 교체는 두 가지 의미다. 하나는 깃발이고 하나는 기수다. 시대적 정신과 국민 요구에 맞춰 깃발을 늘 닦고 있어야 한다. 구깃구깃한 옛날 깃발을 그대로 신줏단지처럼 가지고 있으면 제대로 된 정당도, 제대로 된 국민도 아니다. 그 다음이 기수다. 그 (범주) 안에 세대교체가 들어간다.” ―일각에선 세대교체가 반드시 새로운 정치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혁명이 아닌 이상 (인적 교체가) 작위적이어선 안 된다. 문제는 (새로운 사람들이 내거는 깃발이) 시대정신에 맞거나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바뀌게 된다. 인위적으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억지로 하는 건 정략적 주장일 뿐이다. 세대교체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결국 국민이 하게 될 것이다.” ―각 당이 2030세대에게 비례대표 50% 할당하자는 주장이 있다. “일리가 있다. 여성할당제를 하는 멕시코는 의원 50%가 여성이다. 그런 식으로 청년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정확한 배분 비율은 각 당에서 정하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점진적으로 그쪽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보수 통합 논의는 어떻게 평가하나. “특정 정당을 가정하고 얘기하진 않겠다. 중요한 건 기수가 기수답지 않다면 모래알처럼 안 모인다. 깃발과 기수가 맞아떨어져야 된다. 보수통합도 깃발부터 선명해야 된다. 우선 통합이건 연대건 선거연합이든 세력끼리 뭉치자고 할 땐 대의명분이 뚜렷해야 한다. 대의명분이 없으면 시너지는커녕 마이너스가 된다. 둘째, 공개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비밀로 해서 마지막에 터뜨리는 것과 공개하는 게 있는데 성공 확률은 후자가 더 높다. 밀실에서 하면 야합이 된다.”○ “국민통합에서 실패하면 0점”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다. 청와대 참모를 교체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지적도 많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문 대통령이 반은 성공했다고 본다. 그런데 이제부터다. 이제부터는 핑계 댈 일이 없다. 이제부터 결과로 책임져야 된다. 평가의 시간이 시작됐다. 시간이 재깍재깍 흐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방법론에 있어서 생기는 문제점은 개선하겠다고 해야 한다. 아주 실용적인 접근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예상하면서 민생, 경제 위주로 전략을 맞춰야 한다.” ―반은 성공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목이 성공했다는 것인가. “(임기) 반을 지났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한다는 비율이 절반가량 나오니까 하는 말이다. (적폐청산 등) 기본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런데 앞으로는 민생, 경제, 통합과 협치가 중요하다. 아무리 안보와 경제에 유능한 대통령이라고 해도 국민통합에서 실패하면 빵점(0)이다. 대통령의 능력은 국가경영과 국민통합의 곱셈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임기 하반기엔 (문재인 정부가) 민생과 협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의 독특한 캐릭터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현명하고 말을 맛깔나게 한다. 방어에 아주 제격이다. 정권의 대외창구로서의 총리의 임무는 방어다. 최일선에서 말로 막아야 하는데 내공도 있고 논리에서도 지지 않는다. 차기 주자에 대한 기대와 특정 지역(호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확보한 사람으로서 여유가 있다.” ―검찰 개혁 법안을 부의하기로 한 12월 3일이 얼마 안 남았다. 향후 패스트트랙 처리는 어떻게 전망하면 되나. “12월 3일 부의된 뒤 본회의가 언제 열리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나는 그때까지 여야에 시간을 줬으니 합의를 해오라는 거다. (부의되면) 상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타이밍에 예산, 사법개혁, 정치개혁 법안 일괄해서 처리될 거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여야 간 합의가 안 되면 상정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한국당은 ‘게임의 룰’을 합의 처리를 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건 거짓말이다. 역대 선거법을 합의해서 결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부분 과반수로 밀어붙였다. 합의한 것은 선거구 획정이다. 그것도 안 하면 돌아버린 국회, 미친 국회다. 시간이 많지 않다. 12월 17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해야 된다.” ―의원 정수 늘리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이제 묵은 쟁점이다. 여당과 제1야당이 반대하니까.”○ “지소미아 종료 뒤집을 명분 없어” ―이달 초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양국 국민의 성금으로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안이 아니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사람 다 만났고 그쪽에서도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 다 만났다. 내가 꼭 전해야 할 말은 두 사람이 의장 특사 자격으로 세 번에 걸쳐 일본에 가서 전달했다. 나 나름대로는 점검을 한 안이다. 현재 안은 만들었다. 법안 형태로 제출할 것이다.” ―일각에선 ‘문희상 이니셔티브’라고도 하는데 일본 측 반응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나오는 게 절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겠나.”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대로 종료되면 (한미일 관계에) 후폭풍이 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소미아를 종료한다고 얘기했고 그걸 뒤집을 만한 명분이 없는데 어떻게 이를 취소한단 말인가. 그건 주권 국가가 아니다. 일본이 먼저 화이트리스트 배제할 때 안보를 이유로 삼았다. 우리를 못 믿겠다는데 우리가 왜 정보를 줘야 하나.” ―미국은 적극적으로 일본을 설득하고 있다고 보나. “일본은 우리보다 10배의 압력을 (미국으로부터) 느끼고 있을 것이다.” ―여당 중심으로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만들어진 한미동맹인데 이를 돈으로 계산하자는 건 나로선 이해가 안 된다. 우리가 돈을 주니까 주한미군이 와 있는 것이냐고 미국에 되묻고 싶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야 되기 때문에 정부가 들고 오는 안을 우리가 동의 안 해 줄 일은 없다. 정부가 합의될 정도로 (협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미동맹을 서로 깰 순 없지 않은가.”인터뷰=이승헌 정치부장 / 정리=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김지현 기자}

    •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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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소 대표된 2030세대… 비례대표 50% 청년에게[광화문에서/길진균]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386도 예외는 아니다.”(초선 A 의원) “세대교체는 공감하지만 40대는 젊고, 50대는 늙었다는 식으로 무 자르듯 얘기하면 안 된다.”(3선 B 의원) 몇몇 의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요즘 여의도의 주요 화두는 단연 내년 총선 공천, 그중에서도 세대교체다. 범위와 방법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부딪치곤 한다. 의원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더 젊어져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별 이견을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 20대 국회의원 296명 중에 20대 의원은 한 명도 없다. 30대 의원이 3명 있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36)은 최근 주미 대사로 부임한 이수혁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경우다. 50대는 139명, 60대는 117명이다. 70대 이상도 17명이나 된다. 국회의원은 각각의 지역과 계층, 연령 등을 대변한다. 우리나라 국회는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과소 대표된 것이 틀림없다. 정치권엔 경력을 쌓은 인물이 상대적으로 많다지만 우리 국회가 늘 고령층 위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27세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71년 44세의 나이로 “빈사 상태에 빠진 민주주의를 회생시키자”며 40대 기수론을 외쳤다. 같은 40대인 김대중(DJ), 이철승 의원이 가세하면서 40대 기수론은 대세가 됐다.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 소리를 들었지만 YS와 DJ는 기존 정치판의 낡은 껍데기를 깨고 당의 새로운 중심이 됐다. 강삼재 전 의원은 30대에 내리 3선을 했고, 386 의원들 상당수도 2030 때 국회에 입성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해외에선 2030에 정치를 시작해 40대에 대권에 도전하는 ‘젊은 리더십’이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정치 현실에선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그런 리더십을 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청년 정치인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각 당은 청년들과의 대화, 청년 정책간담회 개최, 20대의 총선기획단 참여 등 여러 명분으로 청년을 ‘소환’하고, 이를 2030의 정치 참여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늙은 정당의 사진 모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치가 젊어져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기후, 환경, 성 평등 등 급변하는 국내외의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2030 전문가들,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정치는 정치 개혁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기업 및 로비스트의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미국 뉴욕의 30세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44세 앤드루 양 같은 정치인들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 한두 명의 구색 맞추기식 영입이 아니라 수십 명의 2030세대 의원들이 함께 국회에서 바람을 일으킨다면 가능한 일이다. 국민 의견을 수렴해 대표자를 정하는 건 정당의 몫이다. 내년 4·15총선은 2000년에 태어난 21세기의 청년이 첫 투표를 하는 선거다. 새 정치를 위해서는 가끔 파격이 필요하다. 각 당이 비례대표 의원을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50%씩 할당하면서 세대 기준을 신설해 2030세대에게 50%를 할당하는 것은 어떨까.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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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 정책 잘못” 60.1% “남북관계 개선” 51.8%

    9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가 제1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일자리 창출’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은 잘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했다’는 응답이 60.1%로 ‘잘했다’는 응답(34.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여권의 주요 지지층인 20, 30대도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자리 이슈에 민감한 20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잘못했다고 답한 경우가 61.0%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71.8%)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30대 역시 잘못했다는 응답이 55.6%로 잘했다(39.1%)는 응답보다 많았다. 정부가 ‘일자리 최우선’을 외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23조 원 등 정권 출범 후 61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절반이 넘는 국민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잘못한 국정 분야는 ‘경제 성장’이 63.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일자리 창출’, ‘국민 통합’(59.2%), ‘적폐 청산’(46.8%) 등의 순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은 잘못했다(46.0%)는 답변보다 많은 51.8%가 잘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정책 중에서는 부동산 정책(17.8%)이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꼽혔고 최저임금 인상(17.6%), 주52시간 근무제 도입(11.8%) 등이 뒤를 이었다. 잘한 정책으로는 복지 확대(18.2%), 최저임금 인상(12.4%), 주52시간 근무제 도입(11.8%) 등이 꼽혔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의 78.1%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은 19.5%였다. 현 정부 출범 후 한미관계 변화에 대해서는 개선됐다는 응답이 25.5%였고 나빠졌다는 대답은 38.4%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갈등 이슈가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에서 386 정치인 등을 대체할 정치 신인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은 80.5%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각각 79.8%, 79.9%가 세대교체에 찬성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물갈이 요구가 어느 때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치권의 의원 정수 확대론에 대해선 응답자의 62.2%가 오히려 ‘현행(300명)보다 줄이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10.7%만 동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각각 49.8%와 48.7%로, 오차범위 이내였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번 조사는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번호걸기(RDD)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가중값 산출과 적용은 성, 연령, 지역별 가중치(셀가중, 2019년 9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를 부여했다. 응답률은 10.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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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최악 ‘조국’ 국감, 공무원들은 기뻐했다[광화문에서/길진균]

    국정감사가 며칠 남았지만 총평을 미리 말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최악의 흉작이다. 아무리 여야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에 올인했다고 해도, 적어도 입법부가 행정부의 불필요한 예산 집행이나 방만한 업무를 걸러내는 국정감사 본연의 역할을 생각하면 올해 국감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국정감사는 한 해 농사나 다름없다. 특히 야당이 그렇다. 각 부처 및 산하 기관이 쉬쉬하는 잘못된 정책과 문제점을 찾아내 주요 이슈로 만들고 대안을 내놓으면 능력 있는 국회의원, 열심히 일한 정치인으로 인정받는다. 다음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보좌진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한 방’ 터뜨린 보좌진은 그 이름이 여의도에서 회자되고, 자연스럽게 몸값이 올라간다. 내년 시즌엔 더 높은 직급과 연봉 등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다른 의원실로 영입되기도 한다.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보좌관은 웬만한 초선 의원 이상의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감이 시작되는 10월이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전쟁의 서막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곤 했다. 의원과 보좌진은 추석 연휴를 반납한 채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각 부처 및 산하기관이 제출한 공개·비공개 자료를 분석하고 정책 질의서를 만든다. 언론에서 ‘특종’이나 ‘단독’이라고 보도하는 국정감사 기사는 대부분 이런 생산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한 방’ 없이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올해 각 의원과 보좌진이 국감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예년과 비슷한 과정이 반복됐다. 실제 각 의원실에서 내놓는 보도자료나 질의서 속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내용이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 연구 중도 중단으로 세금 2030억 원 사라져”(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말고기 절반 약물 투여 은퇴경주마”(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 지난 주말 이틀 동안 e메일로 들어온 수십 건의 보도자료 중 극히 일부다. 평소라면 각 언론에서 주요 뉴스나 기획 보도로 다뤄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조국 정국’에 묻혔을 뿐이다. 수개월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자료와 제안들은 이제 의원실 컴퓨터 속에 방치될 운명이다. 반면 각 부처 공무원들은 “올해는 조 전 장관님 덕분에 어느 해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국감을 치렀다”며 기뻐하고 있다. 한 부처 국회담당 공무원은 “올해처럼 국감 기간 동안 주말에 쉬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다. 여야의 정치 게임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다. 입법부가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 행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 각 당은 국감이 끝나면 의정활동 평가를 위해 각 의원실이 배포한 국감 자료, 언론 보도 등을 취합한다. 이렇게 모은 자료들은 해마다 평가 자료로 활용된 뒤 폐기되기를 반복돼 왔다. 국감 자료를 기반으로 당 차원의 더욱 정교한 정책 자료집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입법안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 내년엔 총선, 이듬해엔 대선이 치러진다. 여든 야든 신뢰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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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틀대는 험지 출마론 ‘죽어야 사는’ 정치인[광화문에서/길진균]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을 총선 후보로 영입했다. 후보 경쟁력, 여론조사 등을 면밀히 분석해 영입인사별 맞춤형 출마 지역구를 구상했다. 언론에 수차례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영입인사 A는 자유한국당 소속 유력 정치인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구 출마가 유력했다. 하지만 그는 고향 지역구를 선택했다. 또 다른 유명 영입인사 B도 당이 서울 강남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하자 “생각이 다르다”며 수도권의 다른 지역구를 고집했다.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중진 의원들도 공천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당신은 어디에 나가도 될 사람’이라고 한다. 험지, 자갈밭. 여의도에선 당선 확률이 낮은 지역구를 뜻한다. 반대로 꽃밭, 텃밭, 문전옥답이라는 말도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다. 텃밭이라고 꽃길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선이 쉬운 만큼 인정받기 어렵고, 정치적 성장도 더디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구’는 당 지도부가 언제든 후보를 바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지역구에서 세 번 이상 당선된 의원이 김덕룡 전 의원(서초을) 한 명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마를 앞둔 정치인의 최우선 과제는 당선이다. 텃밭에 자리 잡길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텃밭에 있는 각 당 중진 의원들이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 지지층이 흔들리고 그렇다고 한국당 지지층도 크게 늘지 않으면서 이도 저도 다 싫다는, 이른바 무당파 비중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총선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느 때보다 강한 인적 쇄신, 즉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각 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의 경우 4선 이상 중진, 전·현직 당 대표, 1980년대 운동권 출신 상당수가 자천타천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 역시 중진들을 향해 영남의 텃밭을 버리고 험지인 서울·수도권으로 출마하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험지 출마는 정치적 사지로 뛰어드는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살아남는다면 그만큼 큰 정치적 보상이 뒤따른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뒤 최초의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가 됐고, 대구 당선 이후 ‘지역주의 극복’ ‘통합’의 상징으로 떠오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이 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어느 쪽에서 더 많은 ‘제2의 김부겸’ ‘제2의 이정현’이 나오느냐는 것은 21대 총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험지는 정치인 개인에겐 정치적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장(戰場)이고, 각 당엔 승부처다. 유권자는 험지에서 살아남은 정치인을 통해 국민 통합 같은 정치적 콘텐츠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여의도에서 회자되는 말 중에 ‘죽어야 사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는 게 있다.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먼저 결심할 때 통하는 얘기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중진들이 험지의 길로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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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블랙홀’ 50일… 국정시계도 멈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개각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뒤 대한민국이 ‘조국 블랙홀’에 빠진 지 27일로 50일째를 맞게 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도 아닌 장관급 인사의 거취를 놓고 한국 사회가 이렇게 장기간 흔들린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 장관의 각종 불법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 이슈로 시작해 지금은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주요 분야로 확산되며 한국 전반을 총체적 마비 상태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 상황을 조정하고 풀어야 할 국회는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물러설 수 없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조국 지키기’에 매몰된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정면충돌로 그야말로 ‘정치 실종’ 상태인 것. 26일 시작되는 올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는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세력이 조국 사수에 올인하면서 주요 국가적 이슈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한일 갈등, 한미 동맹 균열, 미중 무역전쟁 등 주요 이슈는 물론이고 성장률과 수출 설비투자 소비 물가 등에서 빨간불이 켜진 경제 상황도 조국 사태에 가려 정상적인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상 한국 경제가 실물경기의 위기에 진입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각종 민생 법안들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탄력적 적용을 위한 근로기준법, 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육성 특별법과 국가연구개발혁신 특별법, 규제 개혁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준법과 빅데이터 3법 등은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재계에선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라는 절규가 이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권태신 상근부회장은 25일 전경련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국내 10대 그룹 중 9곳의 영업이익이 줄었다. 기업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2019년 9월 한국 사회를 ‘조국 블랙홀’이라는 수렁에서 꺼내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조 장관의 거취를 놓고 집권세력, 특히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 장관의 사퇴를 미루면 대한민국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식으로 더욱 사분오열되고, 결국 복원력(resilience)을 잃어 정상화되는 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도 성향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최단 시일 안에 결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길진균 leon@donga.com·강성휘 / 세종=최혜령 기자}

    •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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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물갈이… 힘받는 ‘세대교체론’

    21대 총선을 7개월 앞둔 정치권의 인적 교체, 즉 물갈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가 커진 유권자들이 잇따라 무당파로 이탈하는 상황에서 역대 어느 총선보다 ‘세대교체’에 준하는 물갈이를 통해서만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물갈이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의 총선 불출마가 그동안 조국 사태로 잠복해 있는 물갈이 수요를 본격적으로 깨웠다. 친문 핵심으로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했던 김수현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18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이날 한 매체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총선 불출마설을 보도하자 민주당은 대변인 성명을 내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대상이 달라질 뿐 중진 용퇴론과 험지 출마론은 물론이고 당의 허리인 ‘586’ 의원들도 물갈이 흐름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 신인 파격 우대’를 골자로 한 공천 룰을 확정한 이해찬 대표는 본인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통해 쇄신 공천의 명분과 수단을 확보한 상태. 여권을 중심으로 역대 총선보다 물갈이론이 한두 달 빨리 나오는 것은 조국 사태를 어떤 식으로든 매듭짓고 총선 모드로 정국을 전환시키겠다는 여권 핵심들의 계산도 작용했다. 자유한국당은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물갈이 이슈는 아직 수면 아래에 있는 상황. 황교안 대표가 ‘반조국 연대’를 구심점으로 보수 연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누구를 배제하는 물갈이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야당 역시 인적 쇄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길진균 leon@donga.com·최우열 기자}

    •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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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덤’에 사로잡힌 민주당 “나도 친문” 외치는 의원들[광화문에서/길진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발언으로 혼쭐이 났다. “젊은이의 상처가 걸린 반대쪽으로 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조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발언 직후부터 “자유한국당으로 가라”는 항의 전화가 사무실로 쏟아졌고, 금 의원 개인 휴대전화에는 다음 날 새벽까지 3만 건에 가까운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최근 방송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가 1만 건이 넘는 항의성 문자 폭탄을 받았다. “청년들의 마음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인데 일부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은 ‘배신자’ ‘탈당하라’ 등 거센 항의를 퍼부었다. 금 의원과 박 의원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요즘 민주당에선 당 지도부 또는 친문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면 “그 입 다물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진다. 특히 친문 출신이 아닌 경우에는 그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한다’ ‘개××’ 같은 욕설과 폭언이 넘치고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가족까지 표적으로 삼는다. 같은 당 일부 의원들은 동료에 대한 고언(苦言)인지, 또는 청와대와 지지층을 향한 구애인지 알 수 없는 톤으로 “○○○ 의원 발언은 잘못됐다. 문재인 정부와 당의 단일대오를 깨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간혹 고심 가득 찬 쓴소리를 내던 중진 의원들은 거의 입을 닫았다. 개인적 의견을 물어도 “난처해. 물어보지 마” 하면서 손을 내젓기만 한다. 친문과 ‘친문이 되고 싶은’ 의원들만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당의 지금 모습이다. 민주당은 원래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세력의 연합 정당이었다. 세력 연합은 때로 분열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런데 이 같은 균형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친문 쪽으로 무게추가 확 기울며 깨지기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는 70, 80대가 됐고, 그 명맥을 이은 호남 정치인들이 대부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으로 당적을 옮겼다. 김근태 전 의장을 따르던 586들은 친문 지원 세력을 자임하면서 자기 세력화할 기회를 놓치거나 동력을 잃었다. 이제 연합의 흔적은 민주당 공식 행사에서 가끔 들리는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 화해 정신을 계승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를 이으며, 김근태 의장의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는…” 같은 축하문(祝賀文) 수준의 모두 발언에서나 찾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구축된 여권의 친문 일극(一極) 체제와 ‘정치 팬덤’의 결합은 전례 없는 수준의 편 가르기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편이면 무슨 죄를 지어도 용서하고, 다른 얘기를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왕따를 시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 댓글에, 최근엔 유튜브 방송들까지 가세했다. 씨줄 날줄로 얽힌 이 그물망에 한번 걸려들면 누구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게 된 이유다. 하지만 여당의 정치는 일부 민주당 지지층과 ‘팬덤’만의 영역이 아니다. 독선이 쌓일수록 당내에서 이기고, 당 밖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 정권들이 알려준 교훈이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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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정부 대책 마련한다는 與 ‘야당 패싱’ 하며 불안감 키워[광화문에서/길진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요즘처럼 자주 만나 회의하는 것을 최근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당정청 회의는 물론이고 당정 및 산업계 긴급 정책간담회, 토론회 등을 풀가동하고 있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굵직굵직한 대책이 쏟아진다. 위기 상황에서 정권 핵심들의 속도감 있는 움직임은 국민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한일 갈등이 본격화된 뒤 더 그런 듯하다. “내년도 본예산에 소재 부품 개발 관련 예산을 ‘최소 1조 원+α’ 규모로 반영한다.”(4일 당정청 회의) “해외 인수합병(M&A) 법인세 세액 공제, 해외 전문인력 소득세 세액 감면 등을 추진한다.”(13일 당정청 회의) 등의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각종 대책기구를 연이어 출범시키고 있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선 당정청 상황 점검 및 대책위,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 한일경제전예산입법지원단 등 당내에 벌써 4개의 관련 기구를 꾸렸다. 여야 5당과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정협의회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여당 핵심 인사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민주당 또는 당정청 역할론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해찬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2분 남짓 걸린 짧은 모두발언에서 ‘당정청’ 또는 민주당을 뜻하는 ‘당’이라는 단어를 7차례나 사용했다. 반면 야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야도 정쟁을 중단하고 하나로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차례 짧게 언급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정책간담회에서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국익이라는 큰 원칙 앞에 ‘원 팀’으로 비상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며 당정청과 산업계, 재계의 일치단결을 강조했지만 야당은 없었다. 그런데 당정청이 모여서 단결을 다짐하고, 대책을 발표하면 그대로 실현되나. 그동안 당정청이 내놓은 많은 대책의 뼈대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 즉 기술자립을 위한 예산 확대와 관련 세제 법령 개정 추진 ‘계획’이다. 예산 확대와 법 개정, 어느 한 가지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현실화가 불가능하다. 4월 25일 국회로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은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99일 만인 이달 2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음 달 시작될 정기국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는 이미 전운에 휩싸였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으로 야당은 독이 잔뜩 올라 있다. 정기국회는 원래 야당이 당정청을 공격하는 시기다. 최근 여당 핵심들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위기감 고조만 있을 뿐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협치 등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대화와 설득은 제쳐 두고 여론을 앞세운 전략을 세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가뜩이나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행보 하나하나가 모두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여전하다. 당정청은 이제라도 구호를 넘어 각종 대책의 현실화를 위해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고 정치권의 협치를 이끌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법을 보여 줄 때가 됐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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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갈이 향한 이해찬 잰걸음 세대교체 혹은 親文 공천[광화문에서/길진균]

    “결국 인적쇄신, 세대교체밖에 더 있겠어? YS도 그랬고….” 2020년 치러질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1996년 15대 총선을 거론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우선 대통령 집권 4년 차에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이 같다. 무엇보다 총선을 관통하는 이슈가 비슷하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앞세웠던 김영삼(YS) 정부는 집권 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개혁의 피로감이 만연했다. 여권에 위기감이 팽배했다. 다른 점도 있다. 1996년엔 YS라는 승부사가 있었다. 총선 1년 전부터 진영과 계파를 떠나 이길 수 있는 인물을 샅샅이 뒤진 YS는 민중당 출신 이재오 김문수 등을 공천했다. 자신에게 각을 세운 이회창을 영입해 당의 간판인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으로 내세웠다. 새 인물과 세대교체로 ‘정권심판론’을 돌파했고, 수도권 압승으로 원내 1당을 지켰다. 민주당에선 당시 신한국당 공천을 ‘롤 모델’ 삼아 비상한 각오로 공천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그렇다고 여권이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현 여권의 공천 작업은 이해찬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각종 이슈에 가려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그는 올 초부터 물갈이 공천을 위한 사전 포석을 차곡차곡 진행했다. 최근엔 ‘당 대표 중심 공천’을 위한 기반을 사실상 완성했다. 1일 민주당 중앙위를 통과한 새 공천 룰은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신인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향식’을 강조해 당 대표의 전략공천도 최소화했다. 하지만 뜯어보면 당 대표의 권한이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다. 현역 감점과 신인 가점이 동시에 적용되면 경쟁 후보 간 출발점이 최대 45%까지 벌어질 수 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가점과 감점 폭을 결정하지만 그 내용은 공개 대상도 아니다. 이 대표는 “공심위가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심위는 이 대표가 주도적으로 꾸린다. 이 대표는 또 당 전략기획위원장에 이례적으로 자신과 가까운 원외 여론조사 전문가를 임명했다. 당 공심위에 후보 경쟁력 여론조사 데이터를 제출하는 핵심 당직이다. 중립 성향의 현역 의원이 맡던 자리다. 여기에 이 대표는 얼마 전 인재영입위원장까지 직접 맡기로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예전엔 계파 안배 시늉이라도 냈는데 이번엔 영입과 퇴출을 위한 당내 기구와 절차를 이 대표가 모두 장악했다”며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 대표가 ‘양보론’을 펴는 순간 여러 중진이 급속도로 퇴진론에 휩싸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물갈이는 이미 현실화된 미래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4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대적 물갈이에 나섰다. 야권 분열이라는 정치적 환경 속에 180석 이상을 목표로 잡았던 새누리당은 ‘진박 공천’ 논란 속에 스스로 무너졌다. 이미 40명 안팎의 문재인 청와대 출신 참모들이 내년 총선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이 대표가 국민이 원하는 새 인물 영입으로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끌지, 또 한 번의 ‘친문 공천’에 머무를지 지켜볼 일이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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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정권초 ‘왕의 남자’… 권력서 멀어진뒤 잇단 불운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62·사진)이 16일 오후 4시 25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반경 북한산 자락길에서 자신의 운전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려 산 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42분경 정 전 의원의 부인은 그가 남긴 유서를 자택에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 전 의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해 정 전 의원을 발견했다. 발견했을 때 정 전 의원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정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종이 한 장에 자필로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장례는 크게 치르지 마라. 조용하게 치러 달라. 어머니 옆에 화장해서 묻어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에게는 “여보 사랑해”라고 유서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는 한때나마 ‘왕의 남자’였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00년 총선부터 정치권의 문을 두드린 그는 이상득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2008년 이명박(MB)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었다. 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짜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서는 듯했다. 주변에 따르는 후배도 많아 ‘의원님’보다는 주로 ‘두언이 형’으로 불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 전 의원은 2008년 MB 정부 출범 직후 이상득 전 의원과 정권의 2인자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밀려 정부 조각 작업에서 막판 배제되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4월 치러진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 파동을 일으켰고 자신이 만든 권력의 정점에서 급속히 멀어져갔다.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MB 저격수’를 자처한 그는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13년 1월부터 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는 2014년 11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정치적 재기를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 낙선 후 우울증이 그를 덮쳤다. 지난해 그는 재혼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냈다. 그는 당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먹고살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새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직 정권 실세가 발레 파킹을 해준다’는 소문에 그의 일식집은 잠시나마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거의 매일 1개 이상의 라디오와 TV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정 전 의원을 지켜봐 온 지인들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아침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고, 15일에는 아내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일식집을 찾았다고 한다. MB는 이재오 전 의원을 통해 한때 최측근에서 정적(政敵)으로 돌아선 정 전 의원 빈소에 조문 메시지를 보낼 계획이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9시.길진균 leon@donga.com·김재희 기자}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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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보 사랑해” 마지막 인사 남기고…정두언 전 의원 사망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62)이 16일 오후 4시 25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반경 북한산 자락길에서 자신의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려 산 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42분경 정 전 의원의 부인은 그가 남긴 유서를 자택에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 전 의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해 정 전 의원을 발견했다. 발견했을 때 정 전 의원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정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종이 한 장에 자필로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장례는 크게 치르지 마라. 조용하게 치러달라. 어머니 옆에 화장해서 묻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에게는 ‘여보 사랑해’라고 유서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는 한때나마 ‘왕의 남자’였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00년 총선부터 정치권의 문을 두드린 그는 이상득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2008년 이명박(MB)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었다. 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짜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서는 듯했다. 주변에 따르는 후배도 많아 ‘의원님’보다는 주로 ‘두언이 형’으로 불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 전 의원은 2008년 MB 정부 출범 직후 이상득 전 의원과 정권의 2인자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밀려 정부 조각 작업에서 막판 배제되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4월 치러진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 파동을 일으켰고 자신이 만든 권력의 정점에서 급속히 멀어져갔다.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MB 저격수’를 자처한 그는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13년 1월부터 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는 2014년 11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정치적 재기를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 낙선 후 우울증이 그를 덮쳤다. 지난해 그는 재혼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냈다. 그는 당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먹고살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새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직 정권 실세가 발레 파킹을 해준다’는 소문에 그의 일식집은 잠시나마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거의 매일 1개 이상 라디오와 TV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정 전 의원을 지켜봐 온 지인들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아침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고, 15일에는 아내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일식집을 찾았다고 한다. MB는 이재오 전 의원을 통해 한때 최측근에서 정적(政敵)으로 돌아선 정 전 의원 빈소에 조문메시지를 보낼 계획이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9시. 길진균기자 leon@donga.com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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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법과 원칙’ 언급할까 선거 앞두고 떨고 있는 與野[광화문에서/길진균]

    “법과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겠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그중에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에서 흔히 듣는 답변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자주 등장한다. 답변하기 난처한 질문이면 후보자들은 어김없이 이같이 답한다. 법적·정치적 논란을 살짝 피하면서도 욕먹지 않을 수 있는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남발되기도 한다. 새로운 답변을 잔뜩 기대하던 언론이나 여야 청문위원, 청문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맥 빠지는 표현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오늘 열리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모범답안’이 이전과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전처럼 ‘법과 원칙’을 언급할까?” “100명 가까운 의원들의 정치적 목숨이 걸려 있는데?”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최근 나누는 화두 중 하나다. 이번 청문회엔 민감한 이슈가 많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과거사 관련 수사,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답변 하나하나가 정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상당수 의원의 관심은 세간의 관심과 다르다. 사법개혁 논쟁은 필연적으로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첫 폭력 사태로 현역 의원 109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59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청문회를 맡은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포함됐다. 한국당은 여상규 법사위원장 등 법사위원 7명 전원이 피고발인이다. 민주당도 송기헌 간사 등 4명이,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원내대표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2012년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폭력에 대해서는 형법상 폭행죄 또는 공무집행방해죄보다 높은 형량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 집행유예 이상 형이 확정되면 10년까지 국회의원 등 모든 공직선거에 나갈 수 없다. 정치적 고려 없이 이번 사건을 법조문대로만 판단할 경우 기소가 불가피하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러 법조인들의 관측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연루된 의원들은 윤 후보자 입만 바라보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할지, 아니면 “국회의 결정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식의 답변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검증 대상인 검찰총장 후보자의 입에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달려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여야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정치권이 여야 간에 벌어진 일을 검찰로 가져가 스스로를 옭아매고 결국 정치 실종을 불러오는 ‘자해’를 하는 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요즘 의원들에게 ‘자모인모(自侮人侮·내가 나를 업신여겨 함부로 대하니, 남도 나를 업신여긴다)’라는 격언을 많이 인용한다. 듣는 의원들은 언짢을 수 있겠지만 항변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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