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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줄면서 응급환자도 감소 추세”라며 “응급의료 붕괴에 이르는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일부 의료기관은 의료진 이탈 등으로 대응 역량이 줄어 평시 진료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응급실 운영 차질의 원인으로 꼽히는 의사 수 감소는 올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을 연 대형병원 응급실 중 상당수가 제한적으로만 운영 중이라는 지적에는 “중증·응급질환 진료 제한은 새로 발생한 문제라기보다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응급실 운영에 지장을 겪는 병원에 대해선 예고한 대로 4일 군의관 15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병원별로는 강원대병원에 5명, 세종충남대병원에 2명, 이대목동병원에 3명, 아주대병원에 3명의 군의관을 배치한다. 또 진료 제한이 우려됐던 충북대병원에 군의관 2명을 배치하고 충주의료원에도 공보의 3명을 보내기로 했다. 한편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를 줄이기 위해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우 본인부담금을 60%에서 90%로 인상하는 방안은 추석 연휴 때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3일 해당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9월 말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추석 연휴 응급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자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전국 곳곳에서 대형병원 응급실이 운영에 차질을 빚자 서울 강남구보건소가 ‘긴급진료 클리닉’을 개설하고 야간과 주말에 경증 환자 치료를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호주 등에서 운영되는 ‘긴급진료센터(Urgent Care Center)’가 모델인데 대형병원 응급실 과부하를 줄여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환자 오면 경중 판단해 이송 또는 치료” ‘이건희 주치의’로 유명한 이종철 강남구보건소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건소 로비와 1층 진료실 공간을 활용해 ‘긴급진료 클리닉’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삼성의료원장을 지낸 의료계 원로로 퇴직 후 귀향해 창원보건소장을 지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내년 초 문을 여는 긴급진료 클리닉은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야간과 주말에 중증은 아니지만 응급처치가 필요한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과 경증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다. 야간과 주말에 대형병원 응급실로 중등증·경증 환자가 몰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8월 넷째 주 기준으로 전국 병원 응급실을 찾은 중증 환자는 전체 내원 환자의 7.7%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다. 이 때문에 응급의학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500여 명이 병원을 떠난 후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대형병원 응급실이 중증·응급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 등을 담당할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소장은 “정부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환자가 직접 질환의 경중을 가리는 건 쉽지 않다”며 “긴급진료 클리닉에서 중증도를 판단하는 등 1차 진료를 하고 중증도가 높은 경우 인근 제휴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1만5000여 곳 운영 미국 긴급치료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약 1만5000개의 긴급진료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이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긴급진료센터’의 도입을 10여 년 전부터 제안했지만 제도화되지 않았다. 강남구보건소 긴급진료 클리닉은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평일 저녁(오후 6시∼오후 10시)과 주말 주간(오전 9시∼오후 4시)에 문을 열 예정이다. 또 삼성서울병원이나 강남구의사회에 운영을 위탁해 응급의학과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 등 의료진 7명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 소장은 “전문 인력 채용으로 진료의 질을 높이면 믿고 공공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긴급진료 클리닉 모델이 성공하면 다른 보건소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일선 보건소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어느 정도 ‘의료의 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긴급진료 클리닉이 응급의료 분야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할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 응급실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셈”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건국대 충주병원이 1일부터 주말 및 야간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강원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2일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운영 중단 가능성이 거론됐던 아주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에 대해선 이날 “운영 중단이나 진료 제한 같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 곁에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조차 내려놔야 한다.”(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협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선 의대 증원을 두고 물러서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동시에 임현택 의협 회장을 두고 공개 석상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지도부 책임론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김성근 의협 대의원(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투쟁선언문에서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수시 모집이 곧 시작되지만 선발은 12월”이라며 “싸움은 지치는 쪽이 지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도 “젊은 의사들에게 선배 의사들의 행동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간이다. 지금 바로 일어서야 한다”며 집단행동을 촉구했다. 임 회장은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하고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절벽을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 우리는 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감을 갖고 분명한 결착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총회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의협과 임 회장은 14만 의사를 대표해 뭘 하고 있는가. (임 회장이)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현재 일부 대의원 사이에선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동의가 진행 중이다. 또 총회에선 대정부 투쟁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방안을 두고 투표가 진행됐으나 찬성(53명)보다 반대(131명)가 많아 부결됐다. 총회 후에는 지난달 26일부터 무기한 단식을 해 오던 임 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한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정 갈등을 두고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이틀이 지난 지난달 31일 뒤늦게 설명자료를 내고 “이긴다는 표현이 의사를 대상으로 한 건 아니었다. 그 반대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의료 개혁 추진에 따른 힘든 과정을 극복하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정부가 현재 50% 수준인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3년 내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책정된 약 3000개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왜곡된) 의료 이용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에 착수한다. 참여 병원들은 3년 내 중증환자 비율을 70%까지 늘리거나, 현재보다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 중증환자에 집중하는 대신 일반 병상은 지역에 따라 5∼15% 감축하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비율은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 왜곡된 수가 구조도 바로잡는다. 건강보험 수가 항목 9800여 개 중 약 3000개는 원가 보상률이 평균 85%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이들 의료행위 수가를 최소한 원가만큼 올려 중증 암 수술 등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경증환자가 2차 병원의 진료의뢰서를 받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을 찾을 경우 외래진료비를 100% 부담하게 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 등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도 올해 안에 출범한다. 2026년 정원 조정과 관련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추계시스템을 활용해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수없이 논의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은 또 하나의 거대한 공수표에 불과하다”며 의료개혁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000개 의료행위 수가 인상… 지역 국립대병원 年2000억 지원대형병원 일반병상 줄이는 대신, 수가 개선 등 보상 강화하기로경증환자, 곧바로 상급병원 가면 외래진료비 100% 부담해야의료계 “의사들 배제된 반쪽 대책”정부가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전국 47곳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최종 의료기관으로 중증 환자를 치료해야 하지만 그동안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이하 환자들도 마다하지 않고 수용해 왔다.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지방 환자까지 흡수해 지방 의료 공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의료 쇼핑’ 하듯이 골라 다니며 과잉 진료를 받는 사례도 많았다.● 대형병원은 ‘중증환자’에 집중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3년 내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들 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와 연구에 집중하는 대신 일반 병상은 축소하게 된다. 1500병상 이상 서울 소재 대형병원은 일반 병상의 15%를, 수도권 대형병원은 10%를 줄여야 한다. 비수도권 대형병원은 일반 병상의 5%를 감축하면 된다. 다만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응급센터, 외상센터의 일반 병상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한다. 환자 감소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보상은 강화한다. 입원료와 중환자실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는 50%가량 인상하고, 중증 수술과 마취 수가도 올린다.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당직과 대기 비용 등 24시간 응급진료에 대한 수가도 처음으로 신설한다.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원하는 2, 3차 병원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었던 의료 이용 형태도 개선한다. 정부는 병의원 의사가 환자와 상의해 가장 적합한 병원을 직접 예약해주는 ‘전문의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경증환자가 2차병원의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찾으면 외래진료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60%만 낸다. 지방에서도 수도권만큼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국립대병원 역량도 강화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에는 내년부터 연간 2000억 원을 투입한다. 국립대병원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해 총액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인건비 규제를 풀어 급여를 올리면 의사 인력 확보가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 의대 졸업 후 수련과 정착까지 이어지도록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된다. 내년에는 4개 시도에서 응급의학과 등 8개 필수 진료과목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3년 차 이내 전문의를 대상으로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주거와 해외연수 등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중증 암 등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행위 비용에 비해 보상 수준이 낮았던 필수의료 수가도 크게 개선한다. 2027년까지 저평가된 의료행위 약 3000개의 수가를 원가 100%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뇌암, 췌장암 등 중증 암 수술 등이 해당된다. 그 대신 검체·영상 등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분야의 수가는 낮춰 보상 구조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다만 정상화 과정에서 수가가 낮아지는 분야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가 인상에 투입되는 금액은 연간 5000억 원가량이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전공의 연속 수련 시간은 36시간에서 내년 24시간으로, 주당 평균 수련 시간은 2031년까지 60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방침이다. 내년부터 지도전문의가 업무 시간을 할애해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8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다만 일정 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임상수련의제(개원면허제)’는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도 연내 출범한다. 의사·간호사를 시작으로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 전 직역으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추계 시스템이 정착되면 진료과별, 지역별 추계도 도입한다. 의료계는 의사들을 배제한 채 ‘반쪽 특위’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개혁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는 부분도 많이 있다”면서도 “현 의개특위 구조에선 (의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게 돼 의료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실제 예산이 그대로 집행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 달 2일부터 응급의료센터의 야간 진료를 제한한다. 이 병원은 인력이 충원될 때까지 운영 시간을 축소할 방침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추석 응급의료 공백 위기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의료 현장에 한번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여러 문제는 있지만 비상진료 체계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위기설에 대해선 “의대 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이라며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응급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지방 종합병원, 공공병원에 가 보면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이는 의료개혁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수가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동안 그걸 안 했다”며 “여러 근본적 문제도 있지만 그건 바로 우리가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이지 이것 때문에 멈출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이후 4, 5명이 지키던 대형병원 응급실을 전문의 1명이 지키는 일이 일상화됐고 배후 진료를 할 필수의료과 전문의도 부족해 응급·중증 환자를 못 받는 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급실 문을 일시적으로 닫거나 운영을 축소하는 대형병원이 줄을 잇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 남부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목요일 오후 7시까지 만 하루 동안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3명이 병원을 떠난 데다 4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응급실 진료 제한이 논의됐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응급실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수도권 대형병원 중 처음이며, 지역 내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는 충북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의료진 공백에 따라 다음 달 응급실 성인 야간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최근 일주일 동안 일부 진료가 제한된 곳이 52곳에 달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모든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이날 “아버지가 최근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 세상을 떠나셨다”며 “비상진료 체계가 원활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은 현실 파악 좀 하시라”고 비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아주대병원 응급실이 매주 수요일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 휴진이 현실화되면 수도권 대형병원 중 첫 사례에 해당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충북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다.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 남부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목요일 저녁 7시까지 만 하루 동안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3명이 병원을 떠난 데다 4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응급실 진료 제한이 논의된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대형병원 응급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운영을 축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의료진 부족으로 다음 달 응급실의 성인 야간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11명 중 4명이 최근 추가로 사직해 전문의 7명이 남았다.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국정 브리핑에서 의료 공백과 관련해 “의료 현장에 한 번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여러 문제는 있지만 비상진료 체계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지방 종합병원, 공공병원에 가보면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이는 의료개혁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최근 일주일 동안 일부 진료가 제한된 곳은 52곳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모든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의료공백 사태 이전 대비 3.5배로 높여주기로 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증 응급환자만 전담하는 응급실도 운영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9월 11∼25일, 약 2주간을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한다”며 “올 설 연휴보다 400곳 이상 많은 4000곳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소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조 장관은 또 “비상응급 대응 주간에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기존 인상분인 150%에서 100%포인트 상향해 250%까지 대폭 인상하겠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응급실 전문의 기본 진찰료가 약 4만 원에서 약 14만 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2월 의료공백 사태 직후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100% 인상했고 이달 들어 응급실 공백이 가시화되자 다시 150%로 가산율을 높인 바 있다. 조 장관은 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또 전국 29곳 응급의료권역별로 1곳 이상을 ‘중증전담 응급실’로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중증전담 응급실에선 한국형 중증도 분류기준(KTAS) 1단계(최우선)와 2단계(우선) 환자만 진료한다. 1단계는 심장마비나 무호흡, 2단계는 심근경색이나 뇌출혈·뇌경색 등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중증 환자들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현장 응급의료진에 대한 지원 등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국민들에게도 “연휴 기간 자신이나 가족이 다치거나 아프면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먼저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의료공백 사태 이전 대비 3.5배로 높여주기로 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증 응급환자만 전담하는 응급실도 운영한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9월 11~25일, 약 2주간을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한다”며 “올 설 연휴보다 400곳 이상 많은 4000곳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소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조 장관은 또 “비상응급 대응 주간에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기존 인상분인 150%에서 100%포인트 상향해 250%까지 대폭 인상하겠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응급실 전문의 기본 진찰료가 약 4만 원에서 약 14만 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2월 의료공백 사태 직후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100% 인상했고 이달 들어 응급실 공백이 가시화되자 다시 150%로 가산율을 높인 바 있다. 조 장관은 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복지부는 또 전국 29곳 응급의료권역별로 1곳 이상을 ‘중증전담 응급실’로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중증전담 응급실에선 한국형 중증도 분류기준(KTAS) 1단계(최우선)와 2단계(우선) 환자만 진료한다. 1단계는 심장마비나 무호흡, 2단계는 심근경색이나 뇌출혈·뇌경색 등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중증 환자들이다.대한응급의학회는 “현장 응급의료진에 대한 지원 등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국민들에게도 “연휴 기간 자신이나 가족이 다치거나 아프면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먼저 찾아달라”고 당부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다음 달부터 매주 48시간 응급실 문을 닫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서울 대형병원 중 처음이며, 지역 내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는 충북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은 최근 다음 달부터 매주 수, 목요일에 응급실 문을 닫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병원 이탈 이후 8명이 휴일 없이 24시간 응급실을 지키다 보니 피로가 가중돼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 병원의 한 교수는 “사람이 부족하고 너무 힘드니 내부적으로 응급실 폐쇄라도 검토해야 하는 수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 것 같다”며 “병원 측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교수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업무는 응급 진료체계 붕괴의 상징”이라며 “하루 육십 명 정도를 진료하는 서울 한복판의 권역응급센터에 매 당직마다 의사는 나 혼자다. 의료진의 번아웃이 일상이 됐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대목동병원이 실제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할 경우 3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서울 서남권 최종 치료 기관의 응급실이 문을 닫는 것이란 점에서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충북 지역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2명이 병가와 휴직을 신청하며 14, 15일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바 있다. 이 밖에 순천향대 천안병원, 단국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세종충남대병원, 속초의료원 등도 응급실을 일시적으로 닫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등 응급실 운영 공백은 갈수록 확대되는 모습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취업 과정이 불공정한 것으로 보여 울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6)는 “최근 반년 이상 분노와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에 최선을 다했으나 번번이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것이 주 원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자주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했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김 씨처럼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특히 30대가 강한 울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절반 ‘장기적 울분 상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27일 성인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2%가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다는 응답자는 9.3%로 이 중 60%는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각한 울분을 느끼는 비율은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3.9%로 가장 높았으며 60세 이상이 3.1%로 가장 낮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울분은 부당함과 모욕 등 스트레스 경험에 대해 분노뿐만 아니라 깊은 좌절과 무력감이 동반되는 감정적 반응”이라며 “자신을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경우 장기적 울분 비율이 60%로 높아졌고,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클수록 울분을 적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은 20, 30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만 60세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 자살자 경고 신호 보내도 대부분 인지 못해 이날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9년간 자살사망자 1009명과 유족 1262명을 조사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자살사망자의 가족 또는 지인의 진술, 고인의 기록을 검토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것이다. 조사 결과 자살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를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했다. 주요 경고 신호로는 감정 변화, 수면상태 변화, 자살·죽음에 대한 잦은 언급, 자기비하적 발언, 주변 정리 등이 있었다. 특히 자살사망자들은 직업, 경제, 연애 등에서 평균 4.3개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들 중 약 86%는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의 소득 수준은 월 100만 원 미만이 46.5%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번 조사에서 자살자의 유족 20%는 심한 우울감을, 40.2%는 중간 수준의 우울감을 토로했다. 또 32.1%는 중증 불면증을 호소했으며 43.7%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양극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울분과 우울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 사람들을 살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경찰이 최근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표 모두에게 참고인 조사를 위한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2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참고인 조사를 해야 한다“며 5대 대형병원 전공의 대표 모두를 불렀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등기 우편으로 발송된 출석 요구서를 수령한 건 23일 이었다고 한다. 현재 전공의 대표들은 변호사 선임 등의 사유로 출석 연기 요청서를 발송한 상태다.앞서 21일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찰에 출석해 10시간가량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전공의 집단사직을 부추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경찰에 출석하면서 “의협이 사직을 사주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의 선생님들 개개인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경찰은 의협 전·현직 간부들을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박재일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표는 이번 경찰 조사에 대해 “정부가 회유책만 지속하다 이제와 강압적인 경찰 수사로 전환한 것은 더이상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한편 20일 비공개 면담에서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업무개시명령 폐지 요구와 간호법 제정에 대한 우려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대표가 제시한 2026년도 의대 정원 보류안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내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취업 과정이 불공정한 것으로 보여 울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취업준비생 김모 씨(26)는 “최근 반년 이상 분노와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에 최선을 다했으나 번번이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것이 주 원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자주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했다. 국민의 절반 가량이 김 씨처럼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특히 30대가 강한 울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민 절반 ‘장기적 울분상태’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27일 성인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조사결과 응답자의 49.2%가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다는 응답자는 9.3%로 이 중 60%는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각한 울분을 느끼는 비율은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3.9%로 가장 높았으며 60세 이상이 3.1%로 가장 낮았다.연구팀 관계자는 “울분은 부당함과 모욕 등 스트레스 경험에 대해 분노뿐만 아니라 깊은 좌절과 무력감이 동반되는 감정적 반응”이라며 “자신을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경우 장기적 울분 비율이 60%로 높아졌고,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클수록 울분을 적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은 20, 30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만 60세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자살자 경고 신호 보내도 대부분 인지 못해이날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9년간 자살사망자 1009명과 유족 1262명을 조사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자살사망자의 가족 또는 지인의 진술, 고인의 기록을 검토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것이다. 조사결과 자살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를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했다. 주요 경고 신호로는 감정 변화, 수면상태 변화, 자살·죽음에 대한 잦은 언급, 자기비하적 발언, 주변 정리 등이 있었다. 특히 자살사망자들은 직업, 경제, 연애 등에서 평균 4.3개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들 중 약 86%는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의 소득수준은 월 100만 원 미만이 46.5%로 절반에 육박했다.또 이번 조사에서 자살자의 유족 20%는 심한 우울감을, 40.2%는 중간 수준의 우울감을 토로했다. 또 32.1%는 중증 불면증을 호소했으며 43.7%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양극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울분과 우울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 사람들을 살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올해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예비비 약 400억 원을 편성해 공공병원 운영시간을 연장했지만 이용자는 병원당 하루 평균 5명 남짓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23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 21곳에서 휴일이나 야간에 진료를 받은 환자는 병원당 하루 평균 5.5명에 불과했다. 공공병원들은 전공의 이탈 직후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평일 진료 시간을 2시간가량 연장했고, 토요일 오전 진료도 시작했다. 또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지방의료원 비상진료 인력을 위한 휴일 및 야간 수당으로 393억 원을 편성해 집행하며 지원했다. 그런데 정작 환자들이 공공병원을 안 찾은 것이다. 지역별 편차도 컸는데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과 중랑구 서울의료원에는 해당 기간 연장 시간 진료 환자가 총 55명과 14명에 그쳤다. 하루에 각각 0.6명, 0.2명꼴이다. 전남 목포의료원의 경우 평일 오후 5시 반까지인 진료시간을 7시 반까지로 연장 운영했지만 지난달 7일까지 연장 시간 진료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진료 시간 연장에도 환자들이 찾지 않는 이유로 공공병원에 대한 낮은 인식을 꼽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응급 상황에서 공공병원 대신 5대 대형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관행이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이름 때문에 일반 환자도 진료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도 했다. 문제는 환자가 없어도 계속 대기해야 하는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병원 이탈 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장 근무로 진료시간만 늘어나다 보니 업무 피로도가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없어도 예산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는 지방의료원들은 연장 진료를 중단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호남권의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선 비상상황에 대비하지 않는다고 여론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연장 진료 중단에 소극적”이라며 “환자가 없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장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전체 병원 중 5.7%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확진자 80% 이상을 진료했다”며 “공공병원 시설을 첨단화하면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병행해야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을 넘긴 가운데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29일 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유지업무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지만 의사와 간호사가 동시에 병원을 이탈하면서 ‘의료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5일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61개 병원 조합원 2만9705명 중 2만4257명(81.7%)이 참여했고, 이 중 2만2101명(91.1%)이 찬성했다. 파업을 예고한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등 공공병원 31개와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의료원 등 민간병원 30개다. 5대 대형 병원 중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한 병원 노조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지만 이들 두 곳은 노동쟁의 조정신청 대상 사업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의 임금 인상 등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 경영진을 향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끼니를 거르고, 몇 배로 늘어난 노동강도에 번아웃(소진)되면서 버텨온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성실하게 교섭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선 “공공·필수·지역의료를 살리고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올바른 의료개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재정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올해 2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뒤 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떠안았지만 이를 지원할 진료지원(PA) 간호사 법제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파업 찬성표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합의 처리하기로 한 간호법 제정안을 논의했으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는 PA 간호사를 법제화해 보호한다는 의견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안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야당이 발의한 법안은 PA 간호사 업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여당은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학력 기준을 기존 특성화고와 학원뿐 아니라 전문대 출신까지로 확대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응급·중증 등 필수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령’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 등 필수 유지 업무는 지속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파업이 발생할 경우 응급환자의 차질 없는 진료를 위해 응급센터 등의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파업 미참여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의료사고 발생 시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와 가족을 돕는 ‘환자 대변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필수진료 과목을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 지원 등의 조치를 통해 의료진 소송 부담도 줄일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22일 열린 ‘환자-의료진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의개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전문위)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선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으로 가기 전 환자와 의료진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설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경상의 경우 담당 의료진이, 중상의 경우 병원장 등이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해 자칫 생길 수 있는 오해를 풀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신설되는 환자 대변인은 환자나 가족을 대상으로 인과성을 판단할 핵심 쟁점 등을 담은 조정 신청서 및 의견서 작성을 돕고 합리적 배상액 기준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사망이나 의식불명, 영구장애 발생 등 중상해를 당한 환자 및 가족이 지원 대상이다. 전문위는 또 필수진료 과목 의료진을 대상으로 배상 책임보험·공제 보험료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률은 34%에 불과하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대형병원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전문의만으로는 더 이상 응급실을 운영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 구인난이 가열되면서 일부 병원이 4억 원 넘는 연봉까지 제시하며 경쟁적으로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4억 원에도 전문의 확보 어려워” 충북대병원은 20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9명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충북 지역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2명이 병가와 휴직을 신청해 14, 15일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충북대병원은 지역 내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이며, 응급실은 24시간 365일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16일 군의관 2명을 보내 급한 불을 껐다. 또 세종충남대병원은 19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을 뽑겠다는 공고를 냈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경우 응급실 전문의 15명 중 4명이 이미 그만뒀고 다음 달 3명이 더 사직한다. 새로 뽑는 계약직 전문의 연봉은 3억5000만 원에 수당 등이 더해져 4억 원에 육박하지만 구인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인력 부족으로 이달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을 부분 폐쇄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보수 외에는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보니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가 어렵고, 이 때문에 구인난이 더 가중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응급의학과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임교원의 경우 계약직보다 낮은 연봉 2억 원가량을 받지만 정원이 정해져 있어 이들만으로는 응급실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다 보니 지방 대형병원에선 가급적 계약직으로 일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쇄 이동에 구인난 가중 충청권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고연봉을 제시하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에 나서 지역 대형병원의 구인난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지난달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문의 확보를 위해 연봉을 4억 원 이상 제시했다는 것이다. 한 충청권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응급실 공백을 해결하라고 요구해 고연봉을 제시하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쇄 이동이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장까지 가세해 고연봉 논란에 불을 지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응급실 의사 인건비가 문제의 초점”이라며 “세종충남대병원 의사 인건비가 3억7000만 원 수준인데 다른 병원에서 4억 원 넘는 보수를 제시하니 옮긴 것”이라고 했다. 의사 단체들은 응급실 공백을 의사 탓으로 돌린다며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성명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급여를 과장하며 지역의 응급의료 위기가 마치 응급의학과 전문의 탓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최 시장이 일방적인 의사 악마화 선동을 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전국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일주일 만에 2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국가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사업(KOWAS)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4∼10일 전국 하수처리장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는 1mL당 4만7640카피(바이러스 양 단위)였다. 전주 2만4602카피 대비 약 2배에 달한다. 이 기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경남 제주를 제외한 14개 시도의 하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늘어났다. 전북은 데이터 부족 등의 이유로 농도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광범위한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달 4∼10일 전체 바이러스성 신규 입원환자 2066명의 65.8%인 1359명이 코로나19 입원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지난해 4월부터 전국 하수처리장 84곳의 생활하수에 섞인 바이러스 양을 분석해 병원 등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사회 코로나19 환자 발생 상황을 추정하고 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국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추가 모집을 16일 마감했지만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수련병원 대부분에서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두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18일 “추가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31일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하반기 모집 때 14명이 지원했던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추가 모집 지원자는 한두 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도 “추가 모집 지원자는 없다시피 하다”고 밝혔다. 다른 수련병원에서도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두 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지원하지 않은 이들의 마음이 바뀔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선 전체 모집 인원 7645명 중 104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1.4%였다. 이에 정부는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며 모집 기간을 연장했지만 이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 추가 모집 하반기 수련 전공의는 인턴 2435명, 레지던트 1년 차 1364명, 레지던트 2∼4년 차 3483명 등 총 7282명이었다. 전공의 추가 모집이 사실상 무산되고 의료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일부 수련병원은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반의 채용에 나서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진료 전담 의사(일반의) 31명을 이달 30일까지 모집 중이다. 다만 일반의 급여가 전공의보다 크게 높아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일부를 충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직 전공의 중 복귀하지 않은 1만2000여 명은 수련병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1, 2차 병원에 취업하거나 개원가로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으로 레지던트 사직자 중 971명이 수련병원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사직 전공의들의 개업 및 재취업을 돕기 위해 ‘전공의 진로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18일에는 내과 초음파 강좌가 열렸고 25일에는 피부과 강좌가 예정돼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대형병원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을 찾는 경증환자는 다시 늘고 있다. 응급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던 정부는 뒤늦게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본인 부담금을 인상하겠다”며 수요 관리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행규칙 개정 절차에 시간이 걸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응급의료 현장에는 당장 도움이 안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 2∼7월 응급진료체계 유지 지원 및 경증환자 회송 지원 사업에 건보 재정 636억 원을 투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100% 인상하는 등 진찰료 가산에 487억 원을 집행했다. 또 76억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보낼 경우 회송료 수가를 기존 30%에서 50%로 인상했다. 하지만 최근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평일(5∼9일)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1만9347명으로 의료공백 사태 직전인 2월 첫째 주 평일(1만7892명)을 뛰어넘었다. 특히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환자는 2월 첫째 주 8138명에서 이달 둘째 주 9503명으로, 경증환자는 같은 기간 8285명에서 8400명으로 늘었다. 경증환자가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의 43%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경증환자 증가는 회송료 지원과 같은 정부의 초기 정책이 응급의료 현장에 큰 도움이 안 됐다는 증거”라고 했다. 지역 대형병원들이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복지부는 뒤늦게 추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달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경증환자가 권역응급센터를 내원하거나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센터나 지역응급센터에 내원할 경우 의료비 본인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바꿔야 하는데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필요해 시행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16일 오전 11시 16분.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수도권 응급의료상황실’에 “40대 장 허혈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는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복통으로 경기 의정부시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장 주변 혈관이 막힌 것이 발견된 환자였다. 전원(轉院)을 요청한 병원은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장 괴사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 인근 대학병원 등 5곳에 의뢰했지만 모두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상황실 관계자는 서울 대형병원에 전화를 9번이나 돌린 끝에 “환자를 받겠다”는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의료공백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상당수 대형병원의 응급실 운영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충북대병원 등 지역 거점 대학병원이 응급실 운영을 일시 중단해 권역 밖으로 장거리 이송되는 경우도 늘고 있고, 응급 치료를 못 받아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추석 연휴 즈음 응급실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공백 후 273명은 이송 병원 못 찾아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권역별 응급의료상황실 전원 현황’에 따르면 올 3∼7월 접수된 전원 요청 5201건 중 273건(5.2%)은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환자 바이탈(혈압 등 생체 신호)이 불안정해 장거리 이송이 어려운 중증환자인데 인근 병원 중에는 갈 곳이 없어 오도 가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의 최종 치료를 책임져야 할 거점 대학병원의 역량이 한계에 달해 권역 밖으로 장거리 이송되는 환자도 상당수다. 올 3∼7월 부산에서 발생한 전원 요청 환자 259명 중 부산 시내 병원에서 수용한 환자는 153명(59.1%)에 불과했다. 77명(29.7%)은 울산과 경남으로, 29명(11.2%)은 그 밖의 지역으로 이송됐다. 올 4월 부산에서 복합골절과 혈관 손상이 발생한 29세 환자의 경우 19곳을 수소문한 끝에 경기 남부 대학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24시간 365일 가동돼야 할 응급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경우도 늘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14일 오후∼15일 오전 분만, 심근경색 등 14가지 중증 응급질환 진료를 중단했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이달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을 부분 폐쇄하고 있다. 충청권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원 사이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고용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공백 사태 전에는 전문의 1명, 레지던트 2명, 인턴 2명이 응급실 당직을 섰는데 지금은 전문의 1명만 근무 중”이라며 “의사 수는 5분의 1로 줄었는데 환자는 기존의 절반 이상을 받으니 살릴 기회를 놓치는 환자가 생긴다”고 말했다.● “수도권 병원도 곧 한계 맞을 것” 응급의료 공백은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응급실은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 후 다른 진료과로 넘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이후 각 진료과의 환자 수용 능력이 급감하면서 거의 모든 과에서 환자 표류가 발생하고 있다. 대전에서 24시간 신경과 진료가 가능한 유일한 병원이 충남대병원인데 15일 신경과 교수가 병가로 당직을 못 서자 관련 환자 이송이 불가능해진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응급의료 전문의들은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는 경기 남부 대형병원도 조만간 응급실 운영이 한계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각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운영 역량이 한계에 도달하며 2차 병원으로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며 “응급환자가 늘어나는 추석 연휴에 응급실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