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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북 청주시에 사는 70대 여성은 건강검진에서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암을 조기에 발견했고 수술이 까다롭지 않은 만큼 항암치료까지 고려해 자택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아들 정모 씨(41)는 어머니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게 했다. 정 씨는 “주변에 물어보니 열에 아홉은 ‘조금이라도 완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서울 대형병원을 권했다”고 말했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암 수술 환자 24만8713명 중 32.9%(8만1889명)는 서울에서 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49.9%), 제주(47.3%), 충북(45.5%)은 절반 가까운 암 환자가 서울에서 수술을 받았고 경기(40.8%), 강원(40.3%)도 서울 원정 암 수술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거주지 인근에 대형병원이 많지 않거나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서 원정 암 수술을 받는 환자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소득이 높을수록 원정 암 수술을 더 많이 받는 경향도 나타났다. 소득 5분위(상위 20%) 환자는 36.7%가 서울로 가 원정 암 수술을 받았지만, 소득 1분위(하위 20%) 환자는 같은 비율이 29%에 그쳤다. 서울 원정 암 수술 비율은 2008년 27%에서 지난해 32.9%로 증가 추세였다. 권순길 전 충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2000년 전후 권역별 진료 제한이 사라지고 KTX가 도입되며 서울 접근성이 높아졌고 수도권 쏠림 현상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회복이 어려우면 다시 내려와 상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걸 막는 치료만 받는 환자들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암 수술 대부분은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원정 수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병원들의 ‘암 적정성 평가’ 결과를 봐도 주요 암은 전국 어디서 수술을 받아도 경과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정 암 수술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에 초진 의사가 환자와 상의해 가장 적합한 상급병원을 예약해 주는 ‘전문의뢰제’ 도입 방안을 포함시켰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충북 청주시에 사는 70대 여성은 건강검진에서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암을 조기에 발견했고 수술이 까다롭지 않은 만큼 항암치료까지 고려해 자택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것을 권고했다.하지만 아들 정모 씨(41)는 어머니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게 했다. 정 씨는 “주변에 물어보니 열에 아홉은 ‘조금이라도 완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서울 대형병원을 권했다”고 말했다.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암 수술 환자 24만8713명 중 32.9%(8만1889명)는 서울에서 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49.9%), 제주(47.3%), 충북(45.5%)은 절반 가까운 지역 암 환자가 서울에서 수술을 받았고 경기(40.8%), 강원(40.3%)도 서울 원정 암 수술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거주지 인근에 대형병원이 많지 않거나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서 원정 암 수술을 받는 환자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또 소득이 높을수록 원정 암 수술을 더 많이 받는 경향도 나타났다. 소득 5분위(상위 20%) 환자는 36.7%가 서울로 가 원정 암 수술을 받았지만, 소득 1분위(하위 20%) 환자는 같은 비율이 29%에 그쳤다.서울 원정 암 수술 비율은 2008년 27%에서 지난해 32.9%로 증가 추세였다. 권순길 전 충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2000년 전후 권역별 진료 제한이 사라지고 KTX가 도입되며 서울 접근성이 높아졌고 수도권 쏠림 현상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회복이 어려우면 다시 내려와 상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걸 막는 치료만 받는 환자들이 많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암 수술 대부분은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원정 수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병원들의 ‘암 적정성 평가’ 결과를 봐도 주요 암은 전국 어디서 수술을 받아도 경과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정 암 수술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초진 의사가 환자와 상의해 가장 적합한 상급병원을 예약해 주는 ‘전문의뢰제’ 도입 방안을 포함시켰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사, 의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환자 조롱 글 30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부 의사들은 일명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두둔하며 모금 운동을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환자 조롱 게시글 3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메디스태프’에는 의료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환자를 비하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환자가)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민들이 죽으라고 눕는 것”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 뉴스에 나와 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썼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김 청장은 “특정인(환자)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쓴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법리 검토를 해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전부 삭제된 상태다. 의료계 일각에선 집단행동 불참 의사, 전공의, 의대생의 실명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겠다는 모금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송금을 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피부과 원장’으로 소개한 한 회원은 500만 원을 송금한 인터넷뱅킹 캡처 화면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송금을 독려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련)도 22일 정 씨의 가족을 만나 변호사 선임 등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특별회비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향후 추가 특별회비 모금과 탄원서 제출 등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학련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구속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변호사비마저 없어 쩔쩔매는 전공의를 위해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한 3명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1일 사이 해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복귀 전공의 명단 관련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하고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특정 의사의 개인정보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게시했다는 점에서 스토킹처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이 3명에게도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의사, 의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환자 조롱글 30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명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에 대해 의사들 일부가 그를 두둔하며 모금 운동을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23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환자 조롱 게시글 3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메디스태프’에는 의료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환자를 비하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환자가)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민들이 죽으라고 눕는 것” 등의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회원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썼다.이에 보건복지부는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김 청장은 “특정인(환자)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쓴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법리 검토를 해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전부 삭제된 상태다.의료계 일각에선 파업 불참 의사, 전공의, 의대생의 실명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겠다는 모금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돈을 송금을 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피부과 원장’으로 소개한 한 회원은 500만 원을 송금한 인터넷 뱅킹 캡처 화면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송금을 독려했다.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도 22일 정 씨의 가족을 만나 변호사 선임 등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특별회비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향후 추가 특별회비 모금과 탄원서 제출 등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학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구속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변호사비마저 없어 쩔쩔매는 전공의를 위해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한 3명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0일부터 올 21일 사이 해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복귀 전공의 명단 관련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하고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를 만나 “의협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더 개방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의협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는 동시에 정부를 제외한 ‘여야의 협의체’ 출범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의료 공백 문제에 직접 개입을 자제하던 민주당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대안 야당’으로서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 등 의협 지도부와 1시간 50분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사태에 대해 제일 자각해야 될 게 여당인데, 지금은 국민이 가장 다급해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의 요청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정부를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에서 의협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요구했다”며 “정부가 워낙 강경한 입장인 만큼 정부를 빼고 ‘여야의’만이라도 한번 만나서 대화하자는 제안도 한 상태”라고 했다. 임 회장은 통화에서 “국민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함께 노력을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정부를 제외한 여당과 야당, 의료계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의협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전제조건이 생기면 이야기 자체가 안 되는 만큼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는 건 다 열고 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을 향해 ‘의료공백과 관련한 단일 중재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할 방침이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재조정 문제로 대립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간의 갈등을 부각하겠다는 계산이다.민주 “당 의료특위, 의협과 소통 계속할것”“野, 한동훈-의협 ‘빈틈’ 노려” 해석與 “정부 뺀 여야의 협의체 반대”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간의 22일 비공개 간담회는 민주당 측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띄웠지만 의료계가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불참을 선언했고, 한 대표가 19일 임 회장을 만난 뒤로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민주당이 ‘빈 틈’을 치고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이날 비공개 간담회는 민주당에선 이 대표와 조승래 수석대변인, 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 박주민 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의료특위) 위원장, 강청희 의료특위 위원 등 5명이, 의협에선 임 회장과 박용언 부회장, 이재희 법제이사, 임진수 기획이사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약 1시간 50분간 진행돼 19일 한 대표와 임 회장 간의 1시간 회동에 비해 시간이 2배 가까이 길었다.조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 붕괴의 심각성에 대해 의협과 민주당이 인식을 같이했고,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협 측에서 민주당이 본인들의 핵심적인 요구나 주장에 대해 공감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표시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간담회 후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의료계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공유했다. 국민 건강을 우선해서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민주당은 당 차원의 의료특위를 중심으로 향후 입법 과제 등과 관련해 의협과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의료특위 관계자는 “필수의료패키지 등 정부가 의료계 의견을 배제한 채 진행하는 여러 정책에 대한 의협의 우려가 크다. 입법적으로 필요한 사안이 무엇이며,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한 채널을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의협은 “현 정부의 의료 정책이 궁극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향하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의협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2025,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백지화한 뒤 2027학년도부터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2025학년도 정원은 이미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돼 변경이 어렵다. 2026학년도 정원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가 가능하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정부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방패막이 삼아 (의대 증원) 기정사실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다.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의협이 정치권과 대화 접점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협의체 참여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며 정부를 뺀 ‘여야의 협의체’ 출범엔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실명 등을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피해자’라고 표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임 회장은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날(20일) 구속된 전공의 정모 씨를 면회한 뒤 취재진과 만나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밝혔다. 정 씨는 올 7월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와 학교에 복귀한 의대생의 실명과 연락처, 출신 학교 등 신상 정보를 담은 ‘감사한 의사’ 명단을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임 회장은 “유치장에 있어야 할 자들이 환자가 죽어가던 현장에 있던 전공의여야 하는가, 아니면 의사를 악마화하고 ‘의대를 증원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고 개혁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대통령 귀에 속삭인 간신들, 그 명령에 따라 영혼 없이 움직여 국민이 길에서 숨지게 한 공무원들인가”라고 반문도 했다. 경기도의사회도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투쟁과 의사 표현의 자유는 자유 민주국가의 기본 요소”라며 “이런 정도의 소극적 의사 표현조차 말살하는 것은 북한 수준의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블랙리스트 유포는)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며 구속 전공의를 두둔했다. 의사단체의 이런 움직임에 환자단체는 반발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22일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동료 의사 복귀를 막는 건 공공연한 살인 모의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의사·의대생 블랙리스트 명단 업데이트는 중단된 상태다. 한편 이달 19일까지 블랙리스트 작성·유포와 관련해 검찰에 송치된 32명 중 30명은 의사, 2명은 의대생인 것으로 확인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실명 등을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피해자’라고 표현해 논란이 되고 있다.임 회장은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날(20일) 구속된 전공의 정모 씨를 면회한 뒤 취재진과 만나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밝혔다. 또 “철창 안에 있는 전공의나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당한 전공의 누구라도 돕겠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며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였다.정 씨는 올 7월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와 학교에 복귀한 의대생의 실명과 연락처, 출신 학교 등 신상 정보를 담은 ‘감사한 의사’ 명단을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로 구속됐다.임 회장은 “유치장에 있어야 할 자들이 환자가 죽어가던 현장에 있던 전공의여야 하는가 아니면 의사를 악마화하고 ‘의대를 증원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고 개혁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대통령 귀에 속삭인 간신들, 그 명령에 따라 영혼 없이 움직여 국민이 길에서 숨지게 한 공무원들인가”라고 반문도 했다.경기도의사회도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투쟁과 의사 표현의 자유는 자유 민주국가의 기본 요소”라며 “이런 정도의 소극적 의사 표현조차 말살하는 것은 북한 수준의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블랙리스트 유포는)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며 구속 전공의를 두둔했다.의사단체의 이런 움직임에 환자단체는 반발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22일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동료 의사 복귀를 막는 건 공공연한 살인 모의나 마찬가지”라며 “의료계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도 블랙리스트 작성 의사가 더 있다면 신속히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현재 의사·의대생 블랙리스트 명단 업데이트는 중단된 상태다. 운영자는 공지글을 통해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다”며 “추가 업데이트는 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19일까지 블랙리스트 작성·유포와 관련해 검찰에 송치된 32명 중 30명은 의사, 2명은 의대생인 것으로 확인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추석 연휴 기간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고,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이 24시간 진료를 유지하면서 우려했던 ‘응급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다행히 고비는 넘었지만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안 돌아오고 배후진료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응급의료 공백은 갈수록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충북의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도 다음 달 주 1회 응급실 성인 야간 진료 중단 방침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총리 “응급의료 상황 녹록지 않다”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이던 14∼18일 응급실 내원 환자는 하루 평균 2만6983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에 비해 3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환자는 하루 평균 1247명으로 전년 대비 14.3% 줄었고, 경증 환자는 39.3% 급감했다. 또 응급실 운영을 일부 중단한 이대목동병원, 강원대병원은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점을 감안해 연휴 기간 24시간 진료 체제로 돌아갔다.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던 세종충남대병원도 16∼18일에는 24시간 응급실 문을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 등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추석 연휴 중의 대처는 어디까지나 비상시 일이며 응급의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날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도 기자들과 만나 “대형병원 응급실은 여전히 현장 의료진의 번아웃(소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군의관 파견,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대체인력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피로도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직 레지던트 8900명 중 2900명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했고 1000명은 출근 중이니 레지던트의 40%는 의료현장으로 이미 돌아온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선 “개원가로 진출한 것이 응급·필수의료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대병원도 “주 1회 야간 휴진” 의료계에도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추석 때 내원한 경증 환자들에겐 본인부담률이 90%까지 높아졌으니 동네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라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 방식이 쉽게 바뀔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는 병원도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충북대병원은 다음 달부터 매주 하루는 성인 환자 야간 진료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남은 응급의학 전문의 5명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며 버텼지만 추석까지가 한계였다”며 “매주 수요일이나 금요일 성인 야간 진료를 제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때 응급실을 정상 운영했던 이대목동병원 등도 축소 운영을 재개했다. 여기에 응급처치 후 환자를 담당할 배후진료 역량도 계속 축소되고 있다. 19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제주 한마음병원에 전날(18일) 내원한 60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의심 환자가 제주대병원 등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후 소방헬기로 광주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당시 제주대병원은 내과계 중환자실이 병상 20개에서 12개로 축소돼 수용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추석 이후 응급의료 위기를 넘겼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까 걱정스럽다”며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연말로 갈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다음 달 1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이뤄진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생후 5개월 이상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 등 당국이 분류하는 ‘고위험군’은 무료 접종 대상이다.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국민은 민간에 유통될 예정인 백신으로 일선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접종이 가능하다. 질병관리청은 13일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심의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2025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월 11일부터 75세 이상, 15일부터 70∼74세, 18일부터 65∼69세 고령층의 접종이 시작된다. 면역저하자와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는 연령과 상관없이 다음 달 11일부터 접종할 수 있다. 주소지와 상관없이 지정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접종을 받으면 된다. 지정의료기관은 관할 보건소에 문의하거나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nip.kdca.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번 접종에는 최근 유행하는 변이에 효과적인 신규 백신인 JN.1 백신(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 755만 회분을 활용할 계획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의사들도 이제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가 대화해야 합니다. 2000명 증원을 불쑥 꺼낸 정부도 숫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의료계와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신영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81)는 12일 서울 용산구 자택 인근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정부와 의료계가 지난 7개월의 갈등은 잊고 미래 의료 발전을 논의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 명예교수는 1980, 90년대 건강보험 제도 발전과 건강보험심사 제도 선진화를 이끈 국내 최고의 의료제도 전문가다. 의정 갈등 사태 이후 많은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신 명예교수는 매번 고사해 왔다. 그런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2000명 증원’이란 경직된 정책에 갇힌 정부와 이에 격앙된 의료계 사이에서 국민이 볼모가 된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로 돌리기는 어려워 신 명예교수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에 대해 “정부가 잘했든 잘못했든 이미 모집 인원이 발표돼 수험생 수만 명이 (의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완전히 없던 일로 되돌리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계 후배들을 향해선 “‘원점 재검토’ 같은 너무 불가능한 요구는 내려놓아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신 명예교수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고령화로 인한 병원 이용 증가, 의료 기술 발전 등 의료 이용 행태를 좌우할 변수가 많아 필요한 의사 수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1500명,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원 속도에 대해서도 정부가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10년 뒤 의사 수 부족분을 고려해 5년간 1만 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수치가 의대 교육과 수련 현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명예교수는 “실습 중심으로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의대는 학생을 원하는 만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갑자기 50명도 안 되는 정원을 3∼4배로 늘리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하는 규모의 증원이 다소 늦어진다고 (대한민국 의료가) 망가지는 게 아니다”라며 2026학년도 이후 규모 조정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의정 갈등, 의료계 고질병 해소 기회로 신 명예교수는 국회가 협의체를 구성해 의정 간 대화의 장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협의체가 의대 증원뿐 아니라 의료개혁 과제 전반을 논의하는 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명예교수는 “의료는 곧 정치 문제다. 의료제도나 정책을 바꾸는 데 사회 형평성, 국민 개개인이 갖게 될 부담 등을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정치권이 이런 갈등의 해소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을 의료계의 누적된 문제를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잉 의료 이용, 왜곡된 수가 구조 등 대한민국 의료에는 구멍이 너무 많다. 빠른 속도로 전 국민 의료보장을 이뤘지만, 그 후 제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10년간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을 지낸 신 명예교수는 “일본 등 해외에선 의사들이 정부와 교섭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료제도 개선에 참여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신 명예교수는 이 같은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를 이번에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 및 필수의료 살리기 등 정부가 기대하는 증원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사 2000명을 더 만들어도 그들이 꼭 필요한 분야에서 일하진 않는다. 왜곡된 보상 구조를 지켜본 젊은 의사들은 결국 더 나은 조건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이번 갈등을 대한민국 의료의 기본 틀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신영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부산 출생(81)△서울대 의대 졸업, 예일대 박사△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젊은 의사와 의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민과 환자를 조롱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정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1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는 의료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최근 ‘의료 공백으로 국민이 더 사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회원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란 글을 남겼다. 다른 회원도 “추석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는데 부역자들이 추석 당직 설까 겁난다”며 응급실에 남아 근무하는 의사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게시판에는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민들이 죽으라고 눕는 것’ 등 선을 넘은 글들이 적지 않았다. 국민을 ‘개돼지’ 등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한 회원은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이 여럿 쌓여야 의사에게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고 썼다. 이 커뮤니티에는 올 3월에도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참의사’라고 조롱하거나 실명을 공개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7월에는 병원별로 복귀한 전공의와 전임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선배·동료 의사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증거 자료를 확보해 이날 오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금까지 의료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총 45명으로 이 중 32명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9일 오후 1시 28분경 제주소방안전본부에는 임신 25주 차인 30대 임신부가 조기 출산 위험으로 전원(轉院)이 필요하다는 신고가 제주대병원으로부터 접수됐다. 이 지역에선 제주대병원이 유일하게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지만 병상 16개가 모두 찼고 응급의료 공백으로 의료진도 1명만 남은 상황이어서 대처가 어려웠다. 결국 임신부는 소방헬기로 충남 지역으로 이송된 뒤 119구급차를 타고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진료를 받기 위해 약 440km를 이동한 것이다. 다행히 임신부는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대형병원 곳곳에서 응급의료 공백이 확산되는 가운데 병원들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해 119구급대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가 의료공백 사태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반년 동안 진료 역량이 가장 높은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에서 치료가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보낸 중증환자도 지난해 대비 17%가량 늘었다.● 전공의 이탈 전후 재이송 46% 증가10일 국립중앙의료원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응급실 환자 내원 현황’에 따르면 올 2∼7월 지역의 최종 치료를 책임지는 권역센터 44곳에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킨 중증응급환자는 41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10명)보다 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병원 이탈 이후 응급의학과 전문의 혼자 당직 근무를 하는 권역센터가 늘면서 중증환자마저 수용하지 못할 때가 잦아진 것이다.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재이송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2월 19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90일 동안 119구급대가 한 번 이상 거부당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 ‘재이송’은 총 3071건이었다. 전공의 이탈 이전 190일 동안과 비교하면 46.3% 증가한 수치다. 2회 이상 재이송은 61건에서 114건으로 2배가량이 됐다. 병원들의 수용 거부 이유는 ‘전문의 부재’가 가장 많았다. 전문의가 없어 구급대 재이송이 이뤄진 경우는 1216건으로 전체의 40%에 달했다. 이전 190일 동안 같은 이유로 발생한 구급대 재이송은 883건이었다. 실제로 응급실 수용 거부와 재이송은 의료 현장에서 일상이 된 상태다. 8일에는 충북 청주시 어린이병원을 방문한 생후 4개월 남자아이가 탈장과 요로감염 증세를 보인다는 신고가 충북소방본부에 접수됐다. 당장 수술이 필요했지만 충북대병원 등 인근 병원 10여 곳에선 소아 전문의 등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했다. 아이는 결국 신고 3시간여 만에 130km가량 떨어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99% 정상 운영” vs “65% 진료 제한”중증환자가 대형병원까지 이송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도 늘었다. 중소병원 응급실인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숨진 중증응급환자는 지난해 6084명에서 올해는 6508명으로 약 7% 증가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형병원 응급실이 배후 진료의 한계 때문에 환자 수용이 어렵다 보니 중소병원에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응급실 의료공백을 바라보는 정부와 현장의 온도 차는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일 기준 전체 응급의료기관 409곳 중 1곳이 운영을 중단했고 4곳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또 나머지 404곳(98.8%)은 24시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응급실 불만 켜졌을 뿐 제 기능을 못 하는 곳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4∼9일 전국 6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42곳(64.6%)이 “응급실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정부와 정치권이 반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나섰지만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요구에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선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과 함께 분열된 의사단체 내부 상황,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이 협상의 여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대부분은 “2026학년도 정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제안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학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에 맞춰 교수를 추가 채용하고 교육 시설에도 막대한 투자를 할 텐데 과연 증원을 되돌리는 게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말로만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예산 투입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을 보면서 쌓인 불신도 여전하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사 사이에서 2026학년도 정원 재논의는 헛된 약속이란 말이 나온다”며 “정부는 분명히 각 대학이 투자한 재원을 근거로 정원 재조정이 어렵다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열릴 경우 누가 참여할지 정하는 것도 의사단체가 분열된 상황에서 쉽지 않다. 법정 단체는 대한의사협회(의협)지만 개원의 중심으로 구성돼 의대 교수 및 전공의와 이해관계가 다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나올 정도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의대 교수도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증원 최소화’를 요구하는 온건파로 나뉜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어떤 인물이 대표가 되더라도 전체 의사들의 의견을 모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의사단체에선 “협상력을 높이려면 여야정과 의료계가 1 대 1 비율로 구성돼 여러 단체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응급의료 공백으로 대정부 여론이 악화되는 등 정부가 수세에 몰린 것도 의료계가 더 강경하게 나서는 이유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부에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자칫 배신자로 몰릴까 봐 선뜻 중재안을 내놓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사직 전공의들이 여당과 정부의 제안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버티는 것도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는 이유 중 하나다. 전공의 단체는 올 2월 병원을 이탈하면서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대 증원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을 발표한 이후 이를 고수하고 있다. 이번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도 9일까지 4일째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공의 중 일부는 ‘자신들만 경력에 공백을 남긴 채 병원을 떠났다’며 선배 의사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4년차 레지던트를 지내다 사직한 전직 전공의는 “함께 싸우겠다던 교수 대다수는 결국 자리를 지키고 있고 종합병원들은 환자가 넘쳐 현 상황에 불만이 없다.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전공의와 의대생들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든 ‘증원 백지화’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경우 전공의들의 복귀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응급의료 공백을 해소하겠다며 파견한 군의관들이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군의관들에 대한 징계를 국방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되자 2시간 만에 번복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땜질식 명령과 협박을 남발하는 정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8일 복지부는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의 근무 거부를 놓고 “군의관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더라도 (근무 거부 등)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속적 교육 및 설득과 함께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일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 등 대형병원 5곳에 군의관 15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이 응급실 근무를 부담스러워해 모두 대기 중이거나 응급실 대신 중환자실 등에 투입된 상태다. 정부의 징계 방침이 나오자 의료계에선 “비전공자에게 응급실 근무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징계한다는 건 부당한 조치”라는 반발이 나왔다. 결국 복지부는 징계를 언급한 지 2시간여 만에 “서면 답변 과정에서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 응급실 근무 거부 군의관에 대한 징계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방부도 “파견 군의관의 근무지 명령 위반 징계 조치와 관련해 복지부의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징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군의관 상당수는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을 꼽는다. 하지만 복지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의 과실에 의한 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책임을 부담하는 배상책임 동의서를 65개 기관이 이미 4월에 제출했다”며 “병원의 배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를 보완하는 단체보험에도 가입해 청구 건당 2억 원까지 보상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환자와 의료진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돈으로 보상할 수 있는가”라며 “징계로 협박하며 역량 이상의 진료를 강제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까지 복귀한 전공의들에게 추가 수련 기간 3개월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전공의 수련 특례 적용 기준안’을 이달 초 공고해 최근 의견 수렴을 마쳤다. 특례를 적용해 이달 초 복귀한 일부 사직 전공의들의 상급 연차 진급 및 내년 초 전문의 취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대 증원을 둘러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협의체 참여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 규모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 사과 등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증원이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대 증원 논의가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며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내년도 증원을 강행하는데) 의협이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의사들에게 단일안을 내놓으라고 말하기 전에 여야정부터 먼저 단일안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9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 등을 고려하면 4610명으로 결정된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은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도 의료계가 증원 규모 등 의견을 제시해야만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의사단체와 야당이 요구하는 윤 대통령 사과 및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단체를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2025학년도 정원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한편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에 투입됐음에도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 15명의 징계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2시간 만에 “징계 조치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의협 “2025학년 증원도 재검토” 정부 “대화 불참땐 2026학년 논의도 불가”[여야의정 협의체 난항]의사단체, 尹대통령 사과 등 요구… 대통령실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오늘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韓 ‘추석前 협의체 발족’ 의료계 접촉“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당장 입시 전형이 진행 중인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성이 없다.”(정부 관계자)여야의정이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할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는 8일 이같이 맞섰다. 의사단체들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2025학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증원 결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반면 정부와 여당은 “2025학년도 정원 문제는 조정이 어렵다”며 나머지 요구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참여 없이 여야정이 먼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구 수위 높여가는 의사단체당정 내부에선 의사단체들이 갈수록 요구사항을 늘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당초 의협은 협의체 제안이 나온 6일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7일에는 “2025년 의대 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한 줄짜리 입장만 냈다. 그러다 이날엔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까지 처음 요구한 것이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내일부터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대해서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는데 지금 시점에 새로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도 “의료계가 계속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논의 테이블에 참여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2026학년도 이후 정원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은 7일 “의료계가 계속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6일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의사단체의 논의 참여를 전제한 것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 2026학년도 증원도 강행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그럼에도 의사단체들은 제각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낸 성명에서 “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라며 “의대 증원의 근거를 공개하고 의료계 의견을 수렴한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7일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복지부 장차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6일 “2025학년도 정원 논의 없는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용산,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등도 일축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의료계의 대통령 사과 요구 등에 대해서도 “의료개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장차관을 교체하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의료계는) 자신들이 안을 내놓지 않았으면서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도 대체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협의체에 의료계가 빠질 경우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운 만큼 가급적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고 했다.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추석 이전 협의체 첫 회의를 목표로 의료계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와 만남을 추진하는 등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료대란을 피해야 한다’면서 매우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고 있고 의사단체를 방문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에서는 “9일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의료계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여야는 이날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 3, 4명씩 협의체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의대 증원을 둘러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협의체 참여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 규모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 사과 등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증원이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대 증원 논의가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며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내년도 증원을 강행하는데) 의협이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의사들에게 단일안을 내놓으라고 말하기 전에 여야정부터 먼저 단일안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정부는 9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 등을 고려하면 4610명으로 결정된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은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며 논의 가능성까지 닫진 않았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도 의료계가 의견을 제시해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의사단체와 야당이 요구하는 윤 대통령 사과 및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단체를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2025학년도 정원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진 미지수다.한편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에 투입됐음에도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 15명의 징계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2시간 만에 “징계 조치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의협 “2025학년 증원 재검토” 정부 “대화 나와야 2026학년 논의”“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당장 입시 전형이 진행 중인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성이 없다.”(정부 관계자)여야의정이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할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는 8일 이같이 맞섰다. 의사단체들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2025학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증원 결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반면 정부와 여당은 “2025학년도 정원 문제는 조정이 어렵다”며 나머지 요구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참여 없이 여야정이 먼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구 수위 높여가는 의사단체당정 내부에선 의사단체들이 갈수록 요구사항을 늘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당초 의협은 협의체 제안이 나온 6일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7일에는 “2025년 의대 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한 줄짜리 입장만 냈다. 그러다 이날엔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까지 처음 요구한 것이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내일부터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 대해서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데 지금 시점에 새로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도 “의료계가 계속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논의 테이블에 참여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다른 의사단체들도 제각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낸 성명에서 “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라며 “의대 증원의 근거를 공개하고 의료계 의견 수렴을 한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7일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복지부 장차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6일 낸 성명에서 “2025학년도 정원 논의 없는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용산,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등 일축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의료계의 대통령 사과 요구 등에 대해 “의료개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장차관을 교체하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의료계는) 자신들이 안을 내놓지 않았으면서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다만 협의체에 의료계가 빠질 경우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운 만큼 최대한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라고 했다. 2026학년도 이후 정원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은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추석 이전 협의체 첫 회의를 목표로 의료계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와 만남을 추진하는 등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료대란을 피해야 한다’면서 매우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고 있고 의사단체를 방문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에서는 “9일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의료계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여야는 이날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 3, 4명씩 협의체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 응급실에 배치한 군의관 중 진료를 거부하거나 원래 근무지로 복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응급실에 투입하겠다고 한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학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해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은 전날 파견된 군의관 3명과 면담한 후 소속 부대 복귀를 결정했다. 이들은 응급의학이 아닌 다른 필수과 전문의들로 “응급실에서 근무한다는 사전 고지를 못 받았다”며 응급실 근무가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현재 전문의 7명만 남아 2인 1조 응급실 근무 편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남부 권역센터인 아주대병원의 경우 응급실에 배치된 군의관은 모두 3명이지만 5일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출신 1명만 출근했다. 파견 군의관 2명이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세종충남대병원에서도 업무 범위 등을 논의하다 의견이 안 맞아 원래 근무지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4일 배치한 군의관 15명 중 응급의학 전공자가 8명인 반면 9일까지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힌 235명 중에는 응급의학 전공자가 없어 근무 거부 등의 상황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4일 배치된 군의관 중 일부는 의료 사고 등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5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다시 협의하며 (군의관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응급의료 공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5일 오전 광주 조선대에선 20대 학생이 벤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같은 캠퍼스에 있는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의식 불명 상태다. 2일 오전 부산에선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운반하던 70대가 2층 높이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지만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서 수차례 거절당했다. 결국 사고 현장에서 50km 떨어진 고신대병원에 이송됐다가 숨졌다. 응급의료 전문의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복지부가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올라간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1만61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2% 늘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전국 광역지자체 17곳의 권역 응급의료 현장에 비서관급 참모진을 파견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추석 명절 기간인 11∼25일 지방자치단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하고 전국 응급실 409곳에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일대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 응급실에 배치한 군의관 중 진료를 거부하거나 원래 근무지로 복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응급실에 투입하겠다고 한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학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해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은 전날 파견된 군의관 3명과 면담 후 소속 부대 복귀를 결정했다. 이들은 응급의학이 아닌 다른 필수과 전문의들로 “응급실에서 근무한다는 사전 고지를 못 받았다”며 응급실 근무가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이화여대 목동병원 응급실은 현재 전문의 7명만 남아 2인 1조 응급실 근무 편성이 어려워졌다. 경기 남부 권역센터인 아주대병원의 경우 응급실에 배치된 군의관은 모두 3명이지만 5일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출신 1명만 출근했다. 파견 군의관 2명이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세종충남대병원에서도 업무 범위 등을 논의하다 의견이 안 맞아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정부가 4일 배치한 군의관 15명 중 응급의학 전공자가 8명인 반면 9일까지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힌 235명 중에는 응급의학 전공자가 없어 근무 거부 등의 상황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4일 배치된 군의관 중 일부는 의료 사고 등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배경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5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다시 협의하며 (군의관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응급의료 공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5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에선 20대 학생이 벤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같은 캠퍼스에 있는 조선대병원에서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고 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 불명 상태다. 2일 오전 부산에선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운반하던 70대가 2층 높이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지만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서 수 차례 거절당하고 사고 현장에서 50km 떨어진 고신대병원에 이송됐다가 숨졌다.응급의료 전문의 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복지부가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올라간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1만61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2% 많았다.한편 대통령실은 전국 광역지자체 17곳의 권역 응급의료 현장에 비서관급 참모진을 파견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추석 명절 기간인 11~25일 지방자치단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하고 전국 응급실 409곳에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일대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늘리는 연금개혁안을 4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밝힌 연금개혁 방침의 세부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내놓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50대는 4년, 20대는 16년에 걸쳐 현재 9%에서 13%까지 오르게 된다.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매년 인상되는 것이다. 계획대로 내년에 보험료율 인상이 실현된다면 1998년 이후 27년 만이 된다.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부모 세대보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았고, 급여를 받을 때까지 더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젊은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다만 “보험료율 차등은 처음 시도하는 것인 만큼 개혁안 국회 제출 후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안에는 기금 고갈이 가까워지면 수급액을 깎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만큼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개혁안대로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이 조정되고 기금수익률을 5.5%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연금기금 고갈 시점을 현재 2056년에서 2072년으로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고갈 시점을 최대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24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해 ‘맹탕개혁안’이란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례없는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에 대해선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정부가 공언했던 ‘구조개혁’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여야는 극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제안은 국회 논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나쁜 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인상안으로 다시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서둘러 국회 내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연금 내는 돈 ‘50대 4년간 빠르게, 20대는 16년간 천천히’ 올린다[정부 연금개혁안]국민연금 보험료, 세대별 차등 인상…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걸쳐 인상50대 인상 속도, 20대보다 4배 빨라… 정부 개혁안, 젊은층 부담완화 초점재정안정 위해 ‘자동조정장치’ 도입… 의무가입 연령, 64세로 높이기로4일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 계획’은 기금 고갈을 가능한 한 늦추는 동시에 청년층 부담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청년층 보험료율은 중장년층에 비해 천천히 올리고,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연금개혁안의 주요 내용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지금 올리는 이유가 뭔가. “지금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2%(2028년부터는 40%)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연금기금은 2056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국회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를 개혁했지만 당시에는 받는 돈(소득대체율)만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미뤘을 뿐 내는 돈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 고령화 추세까지 심화되면서 더 이상 내는 돈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27년 만이 된다.” ―왜 연령대별로 인상률이 다른가.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됐다. 보험료율은 소득의 3%였던 반면 소득대체율은 70%나 됐다. 이후 보험료율이 오르고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당시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상률을 똑같이 할 경우 세대 간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같은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현재 59세 가입자에겐 평균 보험료율 7.8%, 소득대체율 56.5%가 적용되지만 18세 가입자는 평균 보험료율 12.8%, 소득대체율 42%가 적용된다’고 했다.” ―연령대별 인상률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 “50대는 4년간 매년 1%포인트씩 오른다. 40대는 8년간 0.5%포인트씩, 30대는 12년간 0.33%포인트씩, 18∼29세는 16년간 0.25%포인트씩 오르게 된다. 50대의 인상 속도가 20대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준이기 때문에 20대가 30대가 된다고 인상률이 0.25%포인트에서 0.33%포인트로 높아지진 않는다.” ―예비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은 어떻게 되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때 해당 연령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2010년생이 23세가 되는 2033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이때 20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율 11.25%를 적용받고 이후 매년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2040년엔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가 된다.” ―소득대체율은 왜 42%로 정했나. “현재 42%인 소득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내려갈 예정이었다. 기금 고갈을 가능한 한 늦추려면 소득대체율 역시 낮춰야 하지만 정부는 ‘노후 소득 강화도 필요하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43∼45% 사이에서 논의했다는 사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될 경우 국민연급 도입 후 소득대체율이 반등하는 첫 사례가 된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이유는.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공식에 따라 수급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장치다. 정부는 이번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과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통해 기금 고갈 시기를 현행 2056년에서 최대 2088년까지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나. “현재는 수급액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결정된다. 정부의 계획은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을 반영해 인상 폭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받던 수급자가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하면 이듬해 103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3년 평균 가입자 수가 1% 감소하고, 고령화에 따라 기대여명이 1% 증가했다면 3%에서 2%를 차감해 월 101만 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 평생 받는 연금액이 16.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지급 의무를 법에 명시하는 이유가 뭔가. “현재 국민연금법에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명시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청년층 사이에선 ‘기금이 고갈되면 돈만 내고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컸다.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연금 고갈 시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청년층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금 의무 가입 연령도 늦춘다고 했는데. “개혁안에는 국민연금 의무 가입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당초 60세였지만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연금 가입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1대 국회에서 진행한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도 국민의 80.4%가 이에 찬성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4일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은 기금 고갈을 가능한 늦추는 동시에 청년층 부담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청년층 보험료율은 중장년층에 비해 천천히 올리고,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연금개혁안의 주요 내용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내는 돈(보험료율)을 지금 올리는 이유가 뭔가?“지금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0%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연금기금은 2056년 고갈될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를 개혁했지만 당시에는 받는 돈(소득대체율)만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미뤘을 뿐 내는 돈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 고령화 추세까지 심화되면서 더 이상 내는 돈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27년 만이 된다.”―왜 연령대별로 인상률이 다른가?“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됐다. 보험료율은 소득의 3%였던 반면 소득대체율은 70%나 됐다. 이후 보험료율이 오르고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당시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상률을 똑같이 할 경우 세대간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같은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59세 가입자에겐 평균 보험료율 7.8%, 소득대체율 56.5%가 적용되지만 18세 가입자는 평균 보험료율 12.8%, 소득대체율 42%%가 적용된다’고 했다.”―연령대별 인상률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50대는 4년간 매년 1%포인트씩 오른다. 40대는 8년간 0.5%포인트씩, 30대는 12년간 0.33%포인트씩, 18세~29세는 16년간 0.25%포인트씩 오르게 된다. 50대의 인상 속도가 20대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준이기 때문에 20대가 30대가 된다고 인상률이 0.25%포인트에서 0.33%포인트로 높아지진 않는다.”―예비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은 어떻게 되나.“국민연금에 가입할 때 해당 연령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2010년생이 23세가 되는 2033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이때 20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율 11.25%를 적용받고 이후 매년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2040년엔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가 된다.”―소득대체율은 왜 42%로 정했나“현재 42%인 소득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내려갈 예정이었다. 기금 고갈을 가능한 늦추려면 소득대체율 역시 낮춰야 하지만 정부는 ‘노후 소득 강화도 필요하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43~45% 사이에서 논의했다는 사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될 경우 국민연급 도입 후 소득대체율이 반등하는 첫 사례가 된다.”―‘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이유는.“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공식에 따라 수급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번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과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통해 기금고갈 시기가 현행 2056년에서 최대 2088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자동조정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나.“현재는 수급액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결정된다. 정부의 계획은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율과 기대여명 증감율을 반영해 인상폭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받는 수급자가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하면 103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3년 평균 가입자 수가 1% 감소하고, 고령화에 따라 기대여명이 1% 증가했다면 3%에서 2%를 차감해 월 101만 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 평생 받는 연금액이 16.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국가 지급 보장 의무를 법에 명시하는 이유가 뭔가.“현재 국민연금법에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명시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청년층 사이에선 ‘기금이 고갈되면 돈만 내고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컸다.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연금 고갈시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청년층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연금 의무가입 연령도 늦춘다고 했는데. “개혁안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당초 60세였지만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연금 가입연령과 수급개시 연령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1대 국회에서 진행한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도 국민의 80.4%가 이에 찬성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