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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걷는다. 도심 높은 아파트 단지 아래 골목이 걷는다. 20세기 초 읍성(邑城)이 사라지고 들어선 이국적 건축물을 따라 걷는다. 이야기 없는 길, 사연 없는 터, 의미 없는 건물은 없다. 격동의 근대사를 씨줄 삼고 산업화 신화를 날줄 삼아, 대구는 걷는다. 지난달 3일 대구 중구와 북구가 연 ‘경제 신화 도보길’은 기존 ‘근대로(路)의 여행’ 골목 투어 코스에 날개를 달았다. 1960, 70년대 대구 산업의 중추 지점에 새 이정표를 꽂았다. 경제 신화를 걷는 길은 삼성 창업자 호암(湖巖) 이병철이 1938∼1947년 살았던 중구 서성로 ‘호암 고택(古宅)’에서 시작한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1942년 여기서 태어났다. 대지 250m²에 방 4개. 근방에서 꽤 큰 집에 속했다. 50m 남짓 걸어 서문시장 맞은편에 ‘오토바이 골목’이 있다. 1960년대 대구 섬유공장에는 오토바이 통근자가 적지 않았다. 이들의 오토바이 수요, 잔 고장 수리 요구에 맞춰 1961년부터 오토바이 가게가 들어섰다. 5분 정도 걸으면 ‘삼성상회 터’다. 호암이 1938년 자본금 3만 원으로 ‘삼성(三星)’이라는 이름을 처음 내건 곳이다. 대구 일대 청과류와 포항 건어물 등을 만주 중국 등지로 수출하고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 창립 당시 삼성상회 건물 전면을 축소해 나무로 제작해 놓았다. 인근 북성로 공구골목은 1905년 일본인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대구 근대화가 시작된 곳이다. 1947년 주한미군 보급 창고에서 나온 폐(廢)공구를 수집하는 11명이 영업하며 공구골목 모습을 띠었다. 6·25전쟁과 1950, 60년대 미군부대 군수용 공구 유통 및 관련 철공소 등이 모이며 호황을 누렸다. 한때 전국 공구가 다 모인다는 얘기도 들었다. 박물관 ‘북성로 기술 예술 융합소 모루’에서 공구골목 역사를 엿볼 수 있다. 공구골목을 지나면 국내 가장 오래된 담배공장이던 대구연초제조창 터다. 대구연초제조창 역사는 1921년 조선총독부 전매국의 대구지방 전매국 설립과 함께 시작한다. 6·25전쟁 때도 문을 닫지 않고 군수품 담배를 공급했다. 광복 기념 담배 ‘승리’, 1950년대 ‘화랑’, 70년대 ‘거북선’, 80년대 ‘태양’, 90년대 ‘88라이트’ 등을 여기서 만들었다. 1990년대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연초제조창 직원 아파트이던 3층 건물은 ‘수창청춘맨숀’이라는 청년 작가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그 앞의 1949년 지은 연초제조창 창고 건물은 예술 전시 공간 ‘대구예술발전소’로 변했다. 중구와 북구 경계에는 주한미군 보급 창고 ‘미군 47보급소’가 있다. 현재 국방부 소유로 용지의 대구 반환이 추진 중이다. 10여 개 창고에 지금도 가구 등이 보관돼 있다. 북구로 발을 옮기면 상공업 발전의 근간이 된 현장을 재해석한 공간이 이어진다. 칠성동 ‘별별상상이야기관’에서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의 시작을 보여준다. 경제 신화를 걷는 길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대구 대표 브랜드였던 제일모직, 쌍용그룹의 출발이 된 삼공유지, 고무신 가게에서 세계적 자동차 부품 회사가 된 평화산업㈜, 점보지우개로 유명한 화랑 등의 연혁을 시청각 자료로 살펴볼 수 있다. 고성동으로 걸음을 옮기면 오래된 철강공장을 공장형 카페로 개조한 ‘빌리웍스’와 의약품 공장과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한 ‘투가든’이 있다. 빌리웍스에서는 전시 공연 패션 등 문화예술도 향유하고, 투가든에는 커피숍뿐만 아니라 서점을 비롯한 각종 매장이 있다. 바로 곁에 옥산로 테마거리를 상징하는 근대 건축물인 고성성당이 있다. 1958년 지은 이 성당은 1960, 70년대 섬유도시 대구를 이끌던 제일모직 여공들이 일요일, 몸과 마음을 쉬던 곳이었다. 종착지는 침산동 대구삼성창조캠퍼스다. 1954년 제일모직이 들어선 자리다. 도심 아파트 숲 한가운데 평온하게 자리 잡고 있다. 4개의 존(zone)으로 구성돼 있으며 목조 4층 규모의 삼성상회 건물이 재현돼 있다. 경제 신화 도보길은 총 4km. 돌아보는 데 약 3시간 걸린다. 해설사가 동행하는 정기 투어는 토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 두 차례 있으며 중구, 북구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10명 이상 단체는 아무 때나 전화 예약 가능하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산업 발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세대를 아울러 대구 근대사를 재조명하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투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걷기를 통해 건강과 치유를 얻는 관광 코스로 ‘위드 코로나’ 속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립 이건희 미술관’(가칭) 대구 유치에 대구와 경북이 뜻을 모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0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이건희 미술관을 삼성가(家)의 뿌리가 있는 대구에 짓는 데 양 지역의 역량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두 지역은 모든 유치 과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대구 경북은 경주와 공동으로 유치를 위한 행정지원단을 운영해 지원한다. 앞서 1일 대구는 약 2500억 원 규모의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가칭)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소장하던 문화재와 예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와 사회에 기증한 삼성가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이 센터는 이건희 미술관을 비롯해 미술품 보존센터와 야외 문화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대구는 재정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 4월 문재인 대통령이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대구를 비롯한 전국 30여 지방자치단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달 17일 대구 부산 울산 경북 경남 시도지사로 구성된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대상으로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 공모를 추진해 달라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한 것도 대구 유치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는 공동건의문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정부가 유치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함으로써 지역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예술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시설의 36% 이상, 그중 미술관은 50% 넘게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 전 회장 소장 미술품 2만3000여 점은 국보 14건과 보물 46건, 클로드 모네와 파블로 피카소, 김환기 박수근 등 국내외 작가의 걸작이 포함돼 있다. 만약 경매에 들어가면 모두 5조 원이 넘을 정도로 진귀한 컬렉션이라는 평가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우고 ‘이병철실(室)’과 ‘이건희실’을 둬 삼성가의 기증 정신 기리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초 이달 중순 이건희 미술관 건립 계획을 발표할 생각이었지만 유치전이 치열해지자 다음 달 초로 미뤘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설립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7월 초 방향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서울 강남구 역삼로 창업가 거리에 예술의 향기가 물씬하다. 27일까지 열리는 강남 스타트업 앤 아트 페스티벌(GSAF) 2021이 그 주인공이다. GSAF는 ADM 갤러리가 제안하고 카이스트원클럽(KOC)과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가 공동 주관하는 페스티벌. 전국 스타트업 15% 이상이 몰려있는 이 거리의 다양한 공간에 신예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ADM 갤러리를 비롯해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 fyi 카페, 강남구 강남스타트업센터,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운영하는 TIPS TOWN S2 등의 전시장은 폐막일까지 항상 열려 있다. KOC는 18, 19일 개장 투자유치 설명회(IR) 행사를 열고 24일에는 ‘예술과 기술의 만남: 작가들을 위한 블록체인과 NFT’를 주제로 테크포럼을 개최한다.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는 24일 TIPS TOWN S1에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및 국내 초기투자기관의 투자 및 성장 전략’에 대한 포럼을 진행한다. 이달 3일 개막한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TIPS TOWN S2에서 스타트업과 아티스트들의 특별한 콜라버레이션 전시(9~11일)도 열린다. 이 행사는 온라인 실시간 중계됐다. GSAF 2021 조직위원회측은 “이번 축제를 통해 스타트업과 아티스트들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협업하고 소통하는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문의: e메일(gsafmaster@gmail.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담배업계의 숙원은 이른바 니코틴의 타격감은 유지하면서도 유해성분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투자의 새로운 지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담배업체들은 이 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KT&G도 이에 발맞춰 지식재산권(IP) 중심의 R&D 투자 및 특허 출원 전략에 집중해왔다. 2015년 취임한 백복인 사장은 융합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IP 중심의 R&D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2016년 IP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직무발명 보상 제도를 확대해 연구원의 특허 출원을 장려했다. 2018년에는 회사의 모든 IP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 15일 KT&G에 따르면 2016년 43건이던 KT&G 연간 특허 출원은 2018년 238건, 2019년 431건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드디어 1000건을 넘어 1203건을 달성했다. 4년 만에 특허 출원 건수가 28배로 증가했다. 세계 담배 시장에서도 R&D와 특허를 통한 기술의 권리화는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연초담배에서 냄새 저감 담배, 더 나아가 전자담배 등으로 제품이 다양화되고 그에 따른 소비자도 늘고 있어서다. 급변하는 소비자 기호와 시장의 니즈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혁신은 핵심 경쟁력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며 기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전자담배는 다양한 디자인과 성능에 대한 특허 출원이 늘고 있다. 연간 특허 출원 건수와 수준은 미래 시장점유율 및 경쟁력과 직결된다. KT&G는 R&D 및 특허 출원을 바탕으로 한 차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냄새 저감 담배와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등을 출시했다. 기술에 대한 집념과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KT&G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56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KT&G 연구원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직무 발명 장려 정책으로 국가 산업기술 보호 및 IP 제도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였다. KT&G 관계자는 “경쟁이 더욱 거세지면서 미래 고객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니즈에 바탕을 둔 제품과 차세대 플랫폼 개발, 제품력 강화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및 이를 이용한 가공식품을 지역에서 더 소비하자는 계획인 ‘지역 푸드플랜’이 전국적으로 퍼지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로컬푸드 매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역 푸드플랜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는 올해 광역단체 10곳, 기초단체 61곳을 비롯해 약 110곳이다. 농림부는 2019년부터 우수 지자체와 ‘먹거리 계획 협약’을 맺고 푸드플랜 실행 관련 사업을 5년간 패키지로 지원하고 있다. 2019∼2023년은 9곳에 국비 404억 원을,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는 8곳에 431억 원을, 그리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10곳에 280억 원을 각각 지원한다. 또 지자체마다 전담자문단(FD·Family Doctor)을 보내 현장 컨설팅 등을 해주며 추진 성과를 높이고 있다. 지역 중소농의 농산물 유통 경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도 늘었다. 2013년 32곳에서 지난해 554곳으로 증가했다. 직매장 매출도 2017년 3565억 원에서 지난해 7143억 원으로 확대됐고, 참여 농가도 늘면서 농가소득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기관, 군대로도 로컬푸드 공급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2018년 전북 나주를 시작으로 전북 완주, 지난해 경북 김천, 강원 원주, 경남 진주 등의 혁신도시로 로컬푸드 공급 선도 모델이 퍼져 나갔다. 세종시와 대전시의 정부청사에도 로컬푸드 10여 개 품목을 공급하고 있다. 국방부, 농협중앙회 등과 협업해 내년까지 군 급식 재료의 70%를 로컬푸드로 공급하기로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기후 변화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똑같아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탄소중립이라 한다. 정부는 2050년까지 한국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점에서 2일은 의미 있는 날이다. 바로 유기농데이이기 때문이다. 6월 2일의 6(육)과 2(이)를 소리 나는 대로 이어 읽으면 ‘유기’가 된다. 유기농업의 그 유기다. 유기농의 가치를 알리고 그렇게 재배한 작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농업 단체들은 2006년부터 이날을 유기농데이로 정했다. 유기농의 가치는 기후 변화에 직면한 요즘 더욱 빛을 발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탄소배출을 감축하거나 탄소를 흡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유기농을 통해 조성된 토양 등의 생태계가 탄소의 흡수와 저장에 매우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다. 유기농, 즉 친환경 농법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한다. 이 때문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제조할 때 나오는 탄소 발생을 막거나 크게 줄인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유기농이 대기 중 탄소를 저감한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케이트 털리 교수 연구팀과 오가닉센터(the Organic Center)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친환경 농법을 시행한 땅이 대기 중 탄소를 다른 땅보다 더 많이 가둬놓는 효과가 있었다. 이들이 올 3월 미국의 농업생태학전문지 ‘농업, 생태계, 환경(Agriculture, Ecosystems and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특정한 유기농 토양 관리 기법을 활용한 농지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지보다 탄소를 평균 18% 더 머금고 있었다. 특히 퇴비 등을 쓰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산물의 뿌리가 더 깊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수분을 더 잘 빨아들이도록 토질 자체가 바뀌었다. 이렇게 토질이 개량되면 토양이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올해 유기농데이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경기 과천시 경마공원의 전국 최대 농산물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에서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각종 농산물을 살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 한마당’이 열린다. 이날 전국 25개 대학 구내식당에서는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점심 2만 명분을 제공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해준다. 또 이날 카카오톡 채널 ‘유기농 알리미’를 추가하면 16종의 캐릭터로 제작한 이모티콘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경기 양평 연천 안성, 강원 원주, 충북 괴산, 전남 장성 등의 친환경 논 6곳에서 직접 모내기를 해볼 수 있는 ‘친환경 벼농사 체험’이 열렸다. 이곳에서는 가족 단위 중심으로 모인 시민 500명이 못줄에 맞춰 손으로 모를 심었다. 그 전주에는 사전 신청한 850명에게 집에서 벼를 키워볼 수 있도록 유기농 벼를 심은 화분을 나눠 줬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징이다. 기후 변화를 늦출 수 있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사는 것도 가치소비라는 인식이 MZ세대 사이에 퍼지고 있다.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일 “유기농데이 행사를 통해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며 “친환경 농산물을 많이 구입해 더 많은 땅이 건강해지는 선순환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기후 변화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똑 같아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탄소중립이라 한다. 정부는 2050년까지 한국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점에서 2일은 의미 있는 날이다. 바로 유기농데이이기 때문이다. 6월 2일의 6(육)과 2(이)를 소리 나는 대로 이어 읽으면 ‘유기’가 된다. 유기농업의 그 유기다. 유기농의 가치를 알리고 그렇게 재배한 작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농업단체들은 2006년부터 이날을 유기농데이로 정해 기념해왔다. 유기농의 가치는 기후 변화에 직면한 요즘 더욱 빛을 발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탄소 배출을 감축하거나 탄소를 흡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유기농을 통해 조성된 토양 등의 생태계가 탄소의 흡수와 저장에 매우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다. 유기농, 즉 친환경농법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한다. 이 때문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제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발생을 막거나 크게 줄인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유기농이 대기 중 탄소를 저감한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케이트 털리 교수 연구팀과 오가닉센터(the Organic Center)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친환경농법을 시행한 땅이 대기 중 탄소를 다른 땅보다 더 많이 가둬놓는 효과가 있었다. 이들이 올 3월 미국의 농업생태학전문지 ‘농업, 생태계, 환경(Agriculture, Ecosystems and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특정한 유기농 토양 관리 기법을 활용한 농지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지보다 탄소를 평균 18% 더 머금고 있었다. 특히 퇴비 등을 쓰는 친환경농법으로 농산물의 뿌리가 더 깊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수분을 더 잘 빨아들이도록 토질 자체가 바뀌었다. 이렇게 토질이 개량되면 토양이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올해 유기농데이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경기 과천 경마공원의 전국 최대 농산물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에서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각종 농산물을 살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 한마당’이 열린다. 이날 전국 25개 대학 구내식당에서는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점심 2만 명분을 제공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해준다. 또 이날 카카오톡 채널 ‘유기농알리미’를 추가하면 16종의 캐릭터로 제작한 이모티콘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경기 양평 연천 안성, 강원 원주, 충북 괴산, 전남 장성 등의 친환경 논 6곳에서 직접 모내기를 해볼 수 있는 ‘친환경 벼농사 체험’이 열렸다. 이곳에서는 가족 단위 중심으로 모인 시민 500명이 못줄에 맞춰 손으로 모를 심었다. 지난주에는 사전 신청한 850명에게 집에서 벼를 키워 볼 수 있도록 유기농 벼를 심은 화분을 나눠줬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는 밀레니얼제트(MZ) 세대의 특징이다. 기후 변화를 늦출 수 있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사는 것도 가치소비라는 인식이 MZ세대 사이에 퍼지고 있다.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일 “유기농데이 행사를 통해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며 “친환경농산물을 많이 구입해 더 많은 땅이 건강해지는 선순환에 함께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조선 팰리스 강남)의 모든 객실에 시몬스 매트리스가 놓인다.침대 전문 회사 시몬스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브랜드 호텔인 조선 팰리스 강남의 254개 전 객실(스위트 44개 포함)에 뷰티레스트 컬렉션 중 ‘더 원’ 침대를 비치했다고 27일 밝혔다. 더 원은 더블 포켓스프링을 사용해 지지력이 뛰어난 매트리스다. 맞춤 제작한 프레임은 섬세한 패턴을 지녀 고급스러운 침실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몬스 침대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문을 연 5, 6성급 특급호텔 4곳 모두에 제품 1000개를 공급하게 됐다. 앞서 시몬스는 1월 ‘그랜드 조선 제주’와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 2월에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등의 전 객실에 침대를 납품했다.지난해에도 개장하거나 리뉴얼해 재개장한 전국 특급호텔(그랜드 조선 부산, 롯데 시그니엘 부산,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하얏트 제주)에 3000개 이상의 제품을 놓아 특급호텔 침대 시장을 석권했다.시몬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명 특급호텔의 90%가 시몬스 침대를 쓰고 있다. 그 배경에는 시몬스 고유의 포켓스프링 기술력이 있다. 탄력, 지지력, 형태가 다른 포켓스프링을 사용자 신체 곡선과 무게중심 등을 고려해 조합, 배열하는 조닝(Zoning) 시스템과 내장재 50여 종을 다양하게 조합, 배치하는 레이어링(Layering) 기술로 안락함을 제공한다.각 특급호텔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매트리스도 선보이고 있다. 롯데호텔에는 아랫면과 윗면의 경도(硬度)를 다르게 하는 투웨이 쿠션 시스템을 적용한 ‘해온’이 비치됐다. 포시즌스호텔에는 레이어링 기술을 접목해 손님이 매트리스의 딱딱한 정도를 고를 수 있는 ‘포시즌스 베드’가 설치됐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뷰티레스트-파르나스’와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뷰티레스트-하얏트’도 힘을 합친 결과물이다.시몬스 관계자는 “투숙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특급호텔이 시몬스 침대를 선택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특급호텔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킬 만큼 시몬스 제품이 뛰어나고 투숙객 사이에서 시몬스의 위상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PC방, 스터디카페같이 실내에서 영업하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진다. 정부의 방역 조치를 잘 따르고는 있지만 다중이용시설에서 상시적으로 실내를 환기하기는 쉽지 않다. 잦은 황사와 미세먼지에 소음마저 악영향을 끼친다. 환기가전기업 힘펠(대표 김정환)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환기 시스템을 무상 지원하는 ‘올바른 환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25일 힘펠에 따르면 올바른 환기프로젝트는 올 3월, 모두 2억 원 상당의 스탠드형 환기시스템 ‘휴벤S’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시작했다.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신청이 예상보다 4배나 많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휴벤S 시스템을 무료로 설치하게 된 첫 번째 매장은 경기 화성시 동탄의 위즈필라테스 동탄점이었다. 휴벤S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위즈필라테스 동탄점에는 코로나19로 발길을 끊었던 회원들이 다시 찾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알려졌다. 휴벤S는 오염된 실내 공기와 이산화탄소는 밖으로 배출하고 바깥의 공기는 고성능 다중필터를 통해 초미세먼지(PM2.5)까지 걸러 실내로 빨아들인다. 또한 실내외 공기를 서로 순환할 때 열에너지를 서로 맞바꿔줌으로써 냉난방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여주는 열 교환 소자(素子)가 적용돼 경제적이다. 실내 대기에 떠다니는 각종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저감하는 자외선(UV) 살균 시스템과 각종 냄새, 유해가스를 제거할 수 있는 카본 탈취 필터가 옵션으로 제공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힘펠 관계자는 “환기 시스템은 다중이용시설 내부 공기를 바깥 공기와 서로 순환시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필수 가전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올바른 환기 프로젝트 캠페인을 통해 도움이 절실했던 소상공인을 비롯한 많은 자영업자의 고충을 덜어드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환기를 통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영풍 석포제련소의 오염된 지하수 유출 차단시설 공사가 시작된다. 석포제련소 측은 24일 오염 지하수 차단 시설 공사를 위한 하천 점용 허가를 경북 봉화군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차단 시설은 석포제련소와 하천 사이의 땅을 암반층까지 수십 m 파서 세우는 차수벽(遮水壁)과 둥그런 도랑 형태로 파서 오염 지하수를 땅 밑에 모아두는 차집암거(遮集暗渠)로 이뤄진다. 제련소 내부 지하 차수막과 오염방지공에 이은 ‘최후 저지선’ 역할이다. 총 예산 430억 원이 투입되며 내년 6월까지 1공장 외곽 1차 구간(1.1km)에 설치한다. 이후 다시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 2공장 외곽 2차 구간(1km)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석포제련소는 2019년 환경부의 지하수 정화 명령을 받은 후 차단 시설 설치를 위해 봉화군, 대구환경청과 20차례 넘게 협의했다. 지하수 오염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을 현장에 수차례 초청해 설득했고 전문가들이 참여한 회의 등을 통해 시설을 설계하고 위치를 선정했다.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제로(0)’를 목표로 하는 석포제련소는 차단 시설을 무방류 설비와 함께 핵심사업으로 추진해왔다. 320억 원을 들여 지어 현재 시험운전 중인 무방류 설비는 내년 초 본격 가동한다. 박영민 석포제련소 소장은 “공사 구간을 나눠서 한 구간이 완성되면 바로 지상을 복구한 다음 다른 구간으로 이어가는 방식의 공사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계획된 환경개선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주민과 공생하는 제련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영풍 석포제련소 강철희 노조위원장이 ‘경상북도 산업평화대상’ 근로자 부문 대상을 받았다. 강 위원장은 20일 경북 구미 금오산호텔에서 열린 제24회 경상북도 산업평화대상 시상식에서 직장 안전문화 확산, 직원 복지 증진, 사회공헌 활동 실천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0년 석포제련소 시험연구팀 직원으로 입사한 강 위원장은 2008년부터 노조 상무 집행위원 등을 지낸 뒤 2017년 노조위원장에 선출됐다. 위원장 취임 후 노사 상생 워크숍을 기획하는 등 노사 소통체계를 만들어 협업과 동반성장의 정신을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박영민 석포제련소 소장은 “환경 위기가 상시화한 시대에 노사 상생의 길을 주도하며 실천하는 강 위원장과 모든 노조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시행된 경상북도 산업평화대상은 노사화합과 산업평화 정착에 기여한 근로자와 사용자를 시상하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독일을 대표하는 소시지 부어스트(Wurst)를 집에서 간편하게 맛볼 수 있게 됐다. SPC삼립은 웰메이드 델리미트 브랜드인 그릭슈바인을 통해 ‘육즙가득 부어스트’를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육즙가득 부어스트는 국내산 냉장 돼지고기를 저온 숙성해 수분과 육즙을 가둬 만들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톡 터지는 육즙을 느낄 수 있다. 새로 나온 부어스트는 독일산 참나무로 훈연해 특유의 풍미를 살린 ‘육즙가득 부어스트 스모크’와 바질을 넣어 향긋하고 고소한 맛을 살린 ‘육즙가득 부어스트 바질’ 등 2종이다. 프라이팬 또는 그릴에서 조리할 수 있다. 기름에 튀기거나 볶지 않고 물을 넣어 구워내는 워터프라잉 방식으로 해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2종의 부어스트는 유통 채널에 따라 포장도 달리 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할인매장이나 쿠팡 이마트몰 등 온라인몰에서는 반찬을 만들기 편하도록 비엔나소시지 형태로 내놨다. 육즙가득 부어스트 스모크에 한해 편의점에서는 야외 및 실내에서 간식이나 안주로 즐길 수 있도록 양과 부피를 줄인 소단량 포장으로 판매한다. 회사 측은 “육즙가득 부어스트는 풍부한 육즙의 맛을 강조하기 위해 특수 공법을 더해 캠핑 요리, 반찬, 안주 등 다양한 메뉴로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여러 가지 맛을 추가로 선보여 소비자들이 선택하기 편리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식 소시지인 부어스트는 돼지고기를 갈아 소금 후추 육두구 같은 향신료를 첨가한 뒤 외피에 채워 만든다. 학계에서는 중세시대부터 독일 지역에서 먹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현재 1000가지가 넘는 부어스트가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산업안전 관련 법률은 영국의 산업안전보건법(1974년 제정)이다. 이 법의 토대가 ‘로벤스 보고서’다. 1970년 앨프리드 로벤스 경(卿)을 의장으로 전문가 6명이 참여한 정부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2년간 조사 연구한 끝에 내놓았다. 당시 영국에서는 대형 산업재해(산재) 사고와 업무 관련 질병이 뚜렷이 늘고 있었다. 로벤스 보고서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 너무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을 관할하는 행정기관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규제 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어려워 노사 모두 산업안전에 무관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로벤스 보고서는 몇 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산업안전보건 규제를 일원화했다. 당시 영국에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9개 법(부수적 규칙 500여 개)과 7개 종류의 감독관이 있었는데, 이를 포괄적인 기본법 하나와 행정기관 한 곳으로 정리했다. 법률의 비중을 낮춤으로써 산업안전의 당사자인 사업주와 근로자 등의 자발적인 노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개인의 책임과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로벤스 보고서에 따르면 산재 가운데 법규 위반이 원인인 사례는 20%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작업 습관, 현장 정리 정돈 상태, 개인의 실수나 착오 등에 기인한다고 봤다. 또 감독관에게 사업장을 감독할 때 위반 사항을 적발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사업장의 전반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져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산업안전 정책의 핵심은 일상적인 위반 사항을 자세하게 규정하는 데 있지 않고, 업체 스스로 자율적인 안전보건 시스템과 인프라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결론 내렸다. 2013년 저서 ‘산업안전보건법 국제비교’(한국학술정보)에서 로벤스 보고서를 소개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광범위한 전문가 의견 수렴이나 충분한 조사 없이 국회 통과 날짜를 정해 놓고 ‘중대재해 처벌에 대한 법’을 처리한 우리나라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1000명에 가깝던 연간 산업재해(산재) 사고 사망자를 임기 내 500명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을 2016년 408명에서 지난해 705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렸고, 기업 안전시설 지원에 수천억 원을 썼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조항 등을 강화한 일명 ‘김용균법’도 2019년부터 시행했다. 그럼에도 산재 사고 사망자는 같은 해 855명에서 지난해 882명으로 늘었다. 주요 산재 사고가 날 때마다 등장하는 보여주기식 엄벌 입법과 적발 위주의 행정, ‘위험의 외주화’ 프레임 공세 등으로 산업안전의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을 등한시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색내기’ 정치권, ‘적발 위주’의 행정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건설·제조·택배 분야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 9명을 불러 산재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CEO가 산재 원인으로 ‘불안전 행동’을 꼽자 일부 의원은 “산재를 노동자 탓으로만 돌리느냐”며 질책했다. 산재 관련 조사에서 사고 원인의 60% 이상은 불안전 행동에서 비롯되며, 여기에 불안전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불안전 행동이 주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런 행동의 배후 요인까지 캐서 근본 원인을 찾아내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는 대기업 CEO 질타에 더 쏠렸다. 지난 10년간 산재 사고 및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명뿐인 업체 대표를 불러 혼쭐을 냈다. 하지만 실제 산재 사망 사고의 절반가량이 벌어지는 중소 직영 사업장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산재 발생의 본질 대신에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계에서는 적발과 처벌 위주의 산재 행정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현 정부가 ‘노동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구성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8년 9월 보고서에서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원인 조사도 법 위반 조항을 찾는 것에 집중되고, 정작 재해 발생 원인을 종합적으로 규명하는 일은 소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행은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작업장 바닥 교체, 휴게소 설치 등 시설 개선 및 보수에 큰돈을 지원한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소규모 사업장 시설 개선 등에 1조4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시설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소기업에 적합한 안전 활동 기법이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해 소규모 사업장의 취약한 안전보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과 거리 먼 법규 정부는 2019년 1월 ‘이동식 사다리 안전작업 지침’을 내고 이동식(A형) 사다리에서 작업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매기겠다고 했다. 매년 20여 명이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하자 나온 대책이었다. 그러자 작업 현장을 무시한 지침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오는 등 반발이 거셌다. 이후 이 지침은 두 번 개정돼 ‘작업은 하되 안전대를 반드시 걸도록’ 했다. 반응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현장에서는 안전한 틀비계나 고소(高所) 작업대를 사용할 공간이 없을 때 A형 사다리를 쓸 수밖에 없다. 안전대를 부착할 만한 시설이 주위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법적 근거도 희박한 지침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경기 파주시에서 중소 도장(塗裝)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지키려고 해도 지킬 수 없는 규정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도급 문제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작업으로는 외부 업체가 작업장에 들어와 하는 유지, 보수 작업이 꼽힌다. 작업장 환경에 낯선 근로자가 이따금 하는 작업으로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런데 원청(업체)의 책임 강화를 내세운 ‘김용균법’에서는 오히려 관련 규제가 완화됐다. 법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예방 지침 역할을 못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산재 사망 사고의 80% 이상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관련 안전 규정을 지킬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실효성이 높도록 충분히 조사해 정교한 규제를 만들지만 우리는 (규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대기업 관련 하청업체 근로자의 산재 사망 사고에 특히 관심을 갖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프레임으로 이것만이 마치 산재의 모든 원인인 듯 사안을 오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 관리를 효과적으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급 여부에만 이목이 집중되면 실제로 중요한 안전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전문적, 이성적, 과학적이 아닌 감성적, 이데올로기적, 흑백 논리로 산업안전을 접근하면 위험하다”며 “적발 위주의 규제, 엄벌에 치중한 법규, 생색내기 정책보다 산업계의 자율적인 산재 예방·관리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추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민동용 기자}
전남 신안군 만재도는 목포에서 여객선으로 5시간 40분이나 걸리는 데다 300t급 여객선을 댈 수 있는 시설도 없어 찾는 사람은 적었다. 그런 만재도에 최근 길이 40m의 접안시설이 생기고 목포∼가거도 직항 노선이 취항해 목포에서 2시간 정도면 올 수 있게 됐다. 만조(滿潮)와 상관없이 배가 섬에 닿을 수 있도록 경사식 선착장(사진)을 정비해 주민 생활필수품 공급도 쉬워졌다. 2019년 해양수산부 ‘어촌뉴딜 300’의 첫 사업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나타난 성과다. 어촌뉴딜 300은 어촌과 어항(漁港) 300곳을 현대화하고 해양관광을 활성화해 ‘가기 쉬운 어촌, 찾고 싶은 어촌, 활력 넘치는 어촌’으로 성장시키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풍부한 해양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어촌이 인구는 줄고 고령화는 심해진다. 어촌뉴딜 300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어촌의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개선해 어업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해양관광을 결합해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를 이끈다. 그 결과 정주(定住) 여건을 향상시켜 공도(空島)화를 막아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해수부는 2018년 사업예산을 확보하고 어촌·어항 재생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해 2019년부터 추진에 나섰다. 그해 선정한 사업지역 70곳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선정한 120곳은 기본계획이 완료돼 올해 모두 착공할 예정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노후 여객선 교체, 선박 접안시설 개선, 안전난간과 구조사다리 및 폐쇄회로(CC)TV 등 안전시설 설치, 필수 SOC 사업을 통한 접근성 향상이 있다. 해양레저 교육 및 체험 시설과 해안 둘레길 조성 등 지역 맞춤형 개발, 여객 편의시설 정비를 통한 관광 활성화, 어촌 브랜드 개발을 통한 차별화된 콘텐츠 운영 등도 포함한다. 귀어·귀촌 지원 및 연근해 자원 회복을 위한 총허용어획량(TAC) 참여 어선에는 수산공익직불제를 실행한다.한국수산경영학회는 2024년까지 국비 3조 원이 들어가는 어촌뉴딜 300을 통해 생산 5조4553억 원, 부가가치 2조1027억 원, 취업 6만2005명, 고용 1만952명 등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어촌뉴딜 300을 통해 수산업과 관광산업이 행복하게 균형을 이루는 몰디브 같은 어촌이 우후죽순 생겨날지 주목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KT&G의 냄새 저감 담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T&G는 기존 담배 냄새를 많이 줄인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 ‘에쎄 체인지 프로즌’ 등으로 지난해 국내 궐련(연초담배) 점유율 64.0%를 기록했다.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는 2019년 4월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1000만 갑이 팔렸다.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이 1억1000만 갑을 넘었다. KT&G 측은 “최근 2년간 나온 제품 20여 종의 1000만 갑 판매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14개월인 것에 비춰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의 판매 속도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2013년 ‘에쎄 체인지 1mg’이 판매 시작 4개월 만에 1000만 갑이 팔린 이래 6년 만의 기록이다.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와 프로즌의 인기 비결은 피운 후 입 냄새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장점으로 꼽히는 냄새 저감 기능을 일반 담배로 옮겨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그러면서도 ‘맛’은 기존 궐련 제품의 것을 유지했다. KT&G는 ‘스멜(smell·냄새) 케어 센터’를 두고 냄새를 줄인 신제품 개발에 힘써왔다. 2019년 11월에는 입 냄새뿐만 아니라 손이나 옷에서 나는 냄새도 감소시킨 ‘레종 프렌치 클레오’를 만들었다. 스멜 케어 센터에서 개발해 특허 출원한 트리플 케어 시스템, 담배 연기가 덜 배도록 한 궐련용지 등 독자 기술의 성과다. 최근 몇 년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트렌드가 된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를 적용한 제품도 선보였다. 지난달 29일 출시한 ‘88리턴즈’다. 88리턴즈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출시한 이래 1990년대 담배시장을 휩쓴 ‘88라이트’ 제품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푸른 하늘을 모티브로 색상을 정하고 숭례문을 심벌로 한 원래 디자인을 제품 포장에 그대로 반영했다. 다만 기존 부드러운 담뱃갑 대신 하드 케이스를 써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88은 KT&G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영문으로만 제품명을 표기했다. 이익표 KT&G 유레카팀장은 “88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담배 본연의 맛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88리턴즈를 내놓았다”며 “88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들은 물론 최신 트렌드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까지 만족시키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지난달 “2025년까지 순매출(net revenue·담배소비세 등을 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연소(非燃燒)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하겠다”고 선언하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담배업계 역사상 가장 야심만만한 홍보(pitch)’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PMI 순매출의 비연소 제품 비중은 23.8%였다. 담배업계를 지탱해온, 불에 태워 연기를 내뿜는 일반 담배(연초담배) 대신, 가열해서 증기가 나오는 궐련형 전자담배 위주의 비연소 제품을 미래 주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반 담배에서 비연소 제품으로의 전환이라는 담배업계의 큰 트렌드는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분야의 성취를 주요 경영지표로 보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투자에 영향을 받았다. ESG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자산 규모가 40조5000억 달러(약 4경5000조 원)나 될 만큼 급성장했다. 담배의 해로움 때문에 ESG 투자의 눈 밖에 났던 담배업계도 새로운 투자 트렌드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욕구를 반영해 ‘덜 해로운’ 대체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PMI는 2008∼2019년 연구개발(R&D)에 약 8조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7월 PMI의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를 ‘인체에 대한 유해물질 노출이 감소한 제품(MRTP)’으로 인가했다. FDA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했으며 △해롭거나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HPHC) 배출이 매우 줄었고 △일반 담배에서 완전히 갈아타면 HPHC 노출이 크게 감소한다는 정보를 아이코스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면서 “대중의 건강에 혜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만큼은 아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 함유량이 물질별로 80∼95% 적다는 연구는 꽤 된다. 담배업체 자체 연구가 많지만 독립적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 업체 BAT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배 대체재의 폭을 넓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BAT는 2030년까지 비연소 제품 소비자를 500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PMI도 2025년까지 흡연자 4000만 명을 비연소 제품 소비자로 바꾸겠다고 했다. ESG 투자의 대가인 로버트 에클스 영국 사이드 경영대학원 초빙교수는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각국의 광고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측했다. KT&G도 2019년 비연소 제품 사업을 담당하던 제품혁신실을 NGP(Next Generation Product)로 격상시키고 그해 230억 원을 R&D에 썼다. 지난해 1월에는 PM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진출에 PMI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담배업계의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국내 전자담배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담배든 담배는 모두 해롭다’는 이분법에만 머물면 흡연자가 ‘가장 해로운’ 일반 담배만 피우게 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위해 저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와 흡연자의 흡연 행태에 대한 적극적 연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연 정책과 규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먼저 (궐련형 전자담배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세계적 금연 사이트인 글로벌토바코컨트롤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으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인도 싱가포르 일본 북한 등 42개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소지하다가 적발되면 체포될 수도 있다. 일본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금지하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HTB·Heat Not Burn) 판매는 허용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궐련형 전자담배로 인해 일본 내 일반 담배 판매량이 34% 줄었다. 2019년 마리화나 성분인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불법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핀 사람들이 급성 폐질환을 일으켜 사회 문제가 됐던 미국은 역설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가 없다. 그러나 정부와 의학계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전자담배의 ‘상대적 장기적 안전성’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비벡 머티 전 미 공중위생국장은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초미세입자, 가향(加香)물질, 중금속의 위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 국립과학기술의학아카데미도 “액상형 전자담배의 실질적인 위해 감축 효과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호주는 니코틴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금연 보조도구로 승인받으면 판매를 허가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아직까지 승인받은 제품은 없다. 호주의 흡연율이 10%대 초반으로 아주 낮아 액상형 전자담배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지난해 국내 담배 판매량은 35억9000만 갑으로 2019년보다 1억4000만 갑 늘었다. 2015년 정부가 담뱃값을 올린 뒤 4년 만의 증가다. 일반 담배 판매량은 32억1000만 갑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40만 포드(pod)로 전년의 1690만 포드에 비해 97.6% 줄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다 일반 담배로 회귀한 사람이 많다고 해석될 수 있다. 20년 넘게 금연 운동을 해온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7)에게는 아픈 소식이다. 정 교수는 금연 운동을 하는 의사로서는 ‘특이하게’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확신한다. 그 확신을 2019년 책 ‘전자담배 위기인가 기회인가’에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풀어냈다. 최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만난 그는 “담배를 없애지 못한다면 좀 더 안전한 담배로 (흡연자들이) 건너가게 할 필요가 있다”며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초담배(일반 담배)에 비해 1∼5%의 독성만 갖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Public Health England)이 2015년부터 매년 펴내는 ‘영국에서의 액상형 전자담배(Vaping in England: evidence update)’ 보고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무해하지는 않지만 일반 담배보다 적어도 95%는 덜 해롭다’고 밝힌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 든 액상에 열을 가해 발생하는 증기(aerosol)를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일반 담배 성분 중 인체에 매우 해로운 타르와 일산화탄소는 없다. PHE 보고서는 일반 담배가 내는 발암물질 등 유해 성분 일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있지만 그 비율은 매우 낮으며, 발암 가능성은 일반 담배의 0.5% 이하라고 발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와는 다르다. 최근 유행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흔히 가열담배(HNB·Heat Not Burn·태우지 않고 가열함)라고 부른다. 2019년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급성 폐질환(EVALI)이 발생하자 한국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 결과 EVALI는 대마초 성분인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든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이 대부분 걸렸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성분이다. 하지만 사용 중단 권고 조치는 그대로다. 액상형 전자담배 효과에 대한 찬반이 공존하는 미국에서도 ‘개인에게는 덜 해롭다’는 연구가 나온다. 미국 과학기술의학한림원(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Medicine)은 2018년 보고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공중보건 결과(Public Health Consequences of E-cigarettes)’에서 ‘일반 담배를 전자담배로 완전히 교체하면 다양한 독성물질과 발암물질 노출이 줄어든다’고 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개인에게는 덜 해롭지만 청소년과 사회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담배와의 전쟁 중인데 새로운 적이 또 나타났다’는 프레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금연 효과에 대한 엇갈리는 연구 결과가 매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도 건강에 해롭다면서 나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효과를 이해할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흡연자가 아닌 청소년이 전자담배를 피우면 나중에 일반 담배 흡연자가 될 확률이 2배로 늘어난다는 증거들이 나타난다고도 밝힌다. 정 교수의 임상 경험상 흡연자 100명 중 97명은 금연에 실패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그럼 이들에게 가장 해로운 일반 담배를 다시 피우라고 할 것인가’였다. ‘담배를 못 끊겠으면 덜 해로운 걸로 바꾸세요’라고 해줘야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론의 장은 국내에 아직 없다. “일반 담배는 20년 된 디젤차고 액상형 전자담배는 하이브리드 최신형입니다. 저는 빨리 하이브리드로 바꾸자고 하는데 (정부 등에서는) ‘하이브리드에서도 매연은 나오잖아’ 하는 겁니다. 이러면 토론이 될 수 없죠.” 정 교수는 “정부나 독립 기관에서 연구 결과를 정확히 발표하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저 같은 사람 이야기와 반대 목소리가 균형을 이루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의 많은 의료진이 1년 넘게 고생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의 건강도 아랑곳하지 않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키는 일에 땀을 흘린다. 농협하나로유통과 남양유업이 협업해 최근 출시한 ‘덕분우유’의 판매액 일부는 누구보다 고생하는 이들 의료진에게 후원된다. 덕분우유는 판매액의 5%를 적립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현장의 의료진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후원금과 후원품 형태의 기부는 농협하나로유통과 남양유업이 5 대 5 비율로 맡게 되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현장의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국산 1A등급 원유(原乳)로 만드는 덕분우유는 농협하나로유통과 남양유업의 ‘덕분에 챌린지’ 활동의 하나로 탄생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진에게 응원과 격려를 더해주자는 취지에서 덕분우유를 만들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우리 모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