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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한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20일 김 회장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3.65%·605억4300만 원 규모)를 매도한 것과 관련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은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전에 인지했다면 주가조작 공범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SG 사태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다단계식 투자자 모집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는 “저평가된 주식을 검토해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면서 투자 종목과 방법 등을 묻는 투자자들에게는 “소문이 나면 안 되니 종목 등에 대해서는 묻지 말고 전적으로 맡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는 점조직을 꾸리고 투자자들을 데려오면 추가 수익금을 배분하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방식을 활용했다. 투자자 수익의 절반을 수수료로 챙긴 라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남은 수익에 추가로 투자금을 보태 재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또 투자자들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추가로 차액거래결제(CFD) 계좌를 만들고 투자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거래를 반복했다. 투자자들끼리 주식을 서로 사고파는 형태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CFD는 투자자가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도 증거금 40%만 있으면 최대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일종의 ‘빚투’(빚내서 투자)다.● 2, 3년에 걸친 시세조종 라 대표는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하는 과거 방식과 달리 2, 3년에 걸쳐 하루에 주가를 0.5∼1.0%씩 올리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했다. 선택한 종목은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 삼천리,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CJ 등 9개였다. 해당 종목의 공통점은 대주주 지분이 높고 유통 주식이 적은 이른바 ‘품절주’라는 것이다. 유통 주식 수가 적을수록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가 짜고 치는 ‘통정매매’를 통해 시세를 조종하기 더 쉬웠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또 해당 종목 대부분은 고령인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한 8개 기업 총수는 모두 60세 이상이다. 폭락 전 주식을 대량 매도해 불공정거래 의혹이 불거진 김익래 회장(73)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78)은 모두 70대다. 라 대표는 본보를 포함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등록 투자자문업을 펼친 것만 잘못을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사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업을 한 것은 분명한 불법이고, 주식을 서로 사고팔면서 주가를 올리는 통정매매를 한 것도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주가조작단 매도로 ‘무더기 하한가’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9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달 24일 폭락하기 시작했다. SG증권을 통한 매물이 갑자기 쏟아진 것이다. 주가조작과 관련해 언론 취재와 금융당국의 조사가 시작돼 주가조작단들이 대량 매도에 나섰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부분의 CFD 거래는 SG증권 같은 외국계 증권사를 끼고 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돼 주가조작 세력이 악용할 여지가 크다. 주가가 하락해 증권사는 CFD 계좌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했지만 라 대표가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해 반대매매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는 나흘간 지속됐다. 수사당국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다만 인지한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가 섞여 있어 기준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태로 CFD 계좌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진 투자자들은 4일 “주가조작 사기로 인해 벌어진 하한가 사태인 만큼 채권 추심을 유예해 달라”는 진정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달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 주가 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는 이번 사태에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라 대표가 투자했다는 9개 종목 가운데 실제로 공매도가 가능했던 건 4종목에 불과했지만 주가 폭락 수일 전부터 공매도 거래대금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 해당 종목의 대주주와 공매도 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허용이 안 돼 오히려 ‘가격 거품’이 커졌다며 작전 세력이 애초에 유동성이 낮으면서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을 주 타깃으로 삼아 주가를 띄웠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이 발생하기 며칠 전부터 일부 주가 조작 의심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크게 늘었다. 다우데이타는 지난달 17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4억4861만 원이었지만 20일 16억6193만 원, 21일 37억5362만 원으로 급증했다. 공교롭게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20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처분한 직후 공매도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하림지주는 지난달 17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25억121만 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중이 19.52%까지 올랐다. 선광은 지난달 19일 코스닥150지수에 포함돼 3년 만에 공매도 거래가 재개됐는데, 당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67억5285만 원으로 공매도 비중이 36.10%에 달했다. CJ는 주가가 장중 28.15%까지 폭락했던 지난달 24일 공매도 거래가 폭증했다. 당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237억3687만 원이었는데 전 거래일(15억7488만 원)의 15배 수준으로 늘었다. 라 대표는 지난달 30일 본보와 만나 “CJ를 포함해 9개 종목에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고 미래의 가격에 주식을 되사는 매매 기법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주가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주가 폭락 직전 공매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두고 주가 조작이 곧 드러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 내부자의 거래 가능성, 주가 조작 세력이 폭락장에서 역으로 수익을 취했을 가능성 등을 의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조작 사실이 당국의 조사나 언론 취재를 통해 곧 드러날 것을 인지한 주가 조작 세력이나 그들과 내통한 대주주 또는 이를 알고 있는 제3의 세력이 개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돼 도리어 비이성적인 주가 버블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라 대표가 투자 종목으로 언급한 9개 종목 가운데 대성홀딩스, 세방, 삼천리,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은 코스피200에 속하지 않아 공매도가 최근 3년간 금지된 종목들이다. 지난달 공매도가 허용된 선광을 포함하면 6개 종목이 사실상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던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팬데믹 충격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2020년 3월 16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전 종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듬해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에 편입된 350개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2일 국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공매도가 더 폭넓게 허용됐다면 작전 세력이 쉽게 주가를 띄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공매도 규제로 인해 사태가 더 커졌음을 사실상 인정한 대목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SG증권발(發) 주가 폭락으로 차액결제거래(CFD)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CFD 거래를 중개한 국내 증권사들도 수천억 원대 미수 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CFD 계좌 미수 채권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키움증권은 사주가 불공정거래 의혹에 연루되면서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수천억 원대 미수 채권 리스크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등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8개 종목이 급락하면서 관련 CFD 계좌를 보유한 증권사들은 각각 수백억 원대 미수 채권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체로는 수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에선 CFD 거래가 가장 많은 키움증권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증권사가 산정한 증거금을 내고 차액만 결제하는 파생 거래로 신용융자와 비슷하다.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40%대 증거금만으로 2.5배를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거금 1억 원이 있다면 2억5000만 원어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문제는 주가 하락 시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점이다. 주가가 떨어져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투자자들은 추가로 증거금을 채워 넣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이번 4월 24일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8개 종목의 주가가 미끄러져 내리면서 증거금 부족, 그에 이은 반대매매가 속출해 CFD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투자자들은 ‘CFD국내주식 계좌에 12억7130만8520원 추가 증거금 발생’ ‘오늘 기준으로 입금해야 하는 금액이 약 43억 원이지만, 내일 하락 시 금액이 더 늘어날 예정’ 등의 문자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69억 원을 손해 봤다’며 해당 계좌를 인증하기도 했다. CFD 투자자가 손실 정산을 못해서 최종적으로 미수 채권이 발생하면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가 회수 부담을 진다. CFD 계좌 미수 채권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내 증권사들은 CFD 신규 가입·매매를 잇달아 중단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7일 국내·해외 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고 한국투자증권은 1일부터 국내·해외 CFD 계좌 전 종목 신규 매매를 중단했다. 신한투자증권도 2일부터 신규 서비스 가입을 중단했다.● 키움증권, 초대형 IB 진출 먹구름키움증권은 미수 채권 리스크는 물론이고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 내통설’에 휘말리면서 정면으로 악재를 맞게 됐다. 김 회장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지기 이틀 전 관련 종목인 다우데이타를 대량 매도해 약 605억 원을 확보했다. 업계 안팎에선 김 회장이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크다. 이번 사태로 연내 초대형 IB로 발돋움하려던 키움증권의 계획이 사실상 어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1∼6월)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해 연내 인가를 받을 계획이었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받을 수 있는데 키움증권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4조691억 원으로 자격을 충족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키움증권의 초대형 IB 인가는 어렵게 됐다. 키움증권을 이용하던 개인투자자의 이탈 가능성도 감지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개인 고객들이 (키움증권을) 키워줬는데 오히려 개인을 배신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이번 김 회장의 매도가 이러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농산물, 석유류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4%대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올랐다. 3%대 물가는 지난해 2월(3.7%) 이후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올 2월부터는 매달 오름 폭이 0.4∼0.6%포인트씩 줄어들고 있다. 물가가 꺾인 데는 석유류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전년보다 16.4% 떨어지며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17.0%, 19.2% 내렸고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는 15.2% 하락했다. 축산물 가격도 1.1% 하락해 3개월째 내림세였다. 반면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6% 올랐다. 외식 품목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가격은 5.0% 올라 2003년 11월(5.0%) 이후 19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보험서비스료(17.6%), 목욕료(13.7%), 호텔숙박료(13.5%), 세탁료(11.9%) 등이 포함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오름세가 연중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올 들어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5%를 넘어서는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 연체율 5% 돌파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내준 대출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3월 말 기준 5.10%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04%)보다 1%포인트 넘게 급등한 수치다. 고정이하여신은 이자가 3개월 이상 밀려 떼일 우려가 있거나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대출을 말한다. 저축은행의 전체 연체율도 지난해 말 3.41%에서 올 3월 말 5.10%로 약 1.7%포인트 늘었다. 연체율 증가는 저축은행 규모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산 규모 10대 저축은행 가운데 SBI저축은행을 제외한 9곳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중이 늘었다. OK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1년 말 7.16%에서 지난해 말 7.95%로 0.79%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은 0.23%포인트(2.32%→2.55%), 웰컴저축은행은 1.32%포인트(4.93%→6.25%) 각각 증가했다. 이들을 포함해 전체 저축은행 79곳 중 55곳에서 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1년 전보다 최대 6%포인트 늘었다. 이 중 4곳은 연체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8%)를 웃돌았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금융권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말 2.24%로 2016년 3월 말(2.44%)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2금융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652조4000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357조2000억 원)보다 82.6% 급증했다. 통상 기업대출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거액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신용위험이 더 크다.● 금융사의 연쇄적 부실 우려도 다른 금융권의 연체율도 일제히 꿈틀거리고 있다. 우선 취약계층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이 불안하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 등 5개 카드사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1∼3월) 모두 상승하며 일제히 1%를 넘어섰다. 주요 카드사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금융권인 은행권의 원화 대출 연체율 역시 올 2월 말 0.36%로 2020년 8월 이후 2년 반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저신용 대출자들이 몰리는 2금융권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취약계층의 경우 이자 부담이 급증할 때 대출 부실화 속도가 훨씬 빠른 데다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의 혜택을 받는 대출은 연체율 통계에 잡히지 않아 숨은 부실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곳들은 신용 리스크 충격이 현실화됐을 때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작은 금융사가 부실화됐을 때 다른 금융사에도 연쇄적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민간시장에 매각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금융사들이 개인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수년간 불법 일임 매매를 통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H투자컨설팅 업체 라덕연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락 사태의 배후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사진)을 지목했다. 라 대표는 “김익래가 나를 죽였다”며 “(지난달 20일)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140만 주를 팔면서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게 시장 교란 행위”라고 말했다.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직전 관련 종목인 다우데이타를 대량 매도한 김 회장을 겨냥해 사전에 시세 조종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김 회장은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그룹 지주사 격인 다우데이타 140만 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4300만 원을 확보했다. 주가가 폭락하기 전 고점에 있을 기막힌 타이밍에 현금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소집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당시 “공교롭게도 그때 (김 회장이) 매각을 했던 것뿐”이라며 “우연의 일치”라고 선을 그었다. 키움증권은 라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을 폭락 직전에 대량 매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7년 1월 9∼11일 3거래일 동안 다우데이타 133만2000주(4.15%)를 주당 평균 4747원에 장내 매도해 63억3600만 원을 확보했다. 당시 다우데이타는 2007년 1월 시장에 나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 윈도비스타의 수혜주로 꼽히며 5거래일 만에 50% 급등했다. 다우데이타 주가는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폭락한 이래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매도 직후 주가는 하한가를 찍고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라 대표는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주가 폭락 전 블록딜에 나섰던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거래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공시 등에 따르면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역시 지난달 17일 서울가스 보유 주식 10만 주(2%)를 단가 45만6950원에 팔아 약 457억 원을 확보했다. 그는 “(최근 주가가 폭락한) 선광도 공매도 거래가 아예 없던 종목인데 폭락 전 300억∼400억 원 규모의 공매도가 이뤄졌다”며 “공매도 증거금의 출처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등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대주주들로서는 상속세 등의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김익래 회장의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은 물론이고 키움증권을 통해 시장이나 차액거래결제(CFD) 관련 특이 동향을 파악하고 주식 매도에 나섰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회장이 라 대표와 직접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키움증권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기반으로 주식을 매도했다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의 고소 방침과 관련해 라 대표는 통화에서 “개미 투자자를 울린 주범이 누구인지 밝힐 기회가 될 것 같아 고소해 준 게 오히려 고맙다”며 “김익래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계속 진행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주가 폭락에 시달려 온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결국 규제당국에 의해 폐쇄된 뒤 JP모건체이스 은행에 인수된다. 올해 들어 미국 내 4번째 은행 실패이자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일(현지 시간) 오전 3시 40분, 은행 개장 5시간 20분 전에 성명을 내고, 퍼스트리퍼블릭을 폐쇄하는 동시에 예금과 자산 대부분을 JP모건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 1039억 달러(139조 원)를 모두 인수하고, 2291억 달러(307조 원) 자산 대부분도 매입할 예정이다. FDIC는 파산관재인으로서 퍼스트리퍼블릭의 미실현 손실 일부를 분담하게 된다. FDIC는 보험 기금에서 약 130억 달러(17조 원)를 부담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38년 역사의 미 14위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1~3월) 고객 예금 인출액이 1020억 달러(13조 원)에 이른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은행 주가는 올 들어 97% 폭락했다. ● 은행 폐쇄-매각 동시 카드 미 규제당국은 주말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3월 SVB가 파산한 뒤 퍼스트시티즌스에 인수되기까지 17일이나 걸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목요일인 지난달 27일 퍼스트리퍼블릭이 회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주요 은행들에 입찰에 응할 것을 요청했고, 일요일인 지난달 30일 오후를 인수 입찰 마감일로 정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JP모건, PNC 파이낸셜그룹, 시티즌스 은행 등 3곳이 입찰에 응했고, FDIC는 밤늦게까지 이들 은행들과 매각 협상을 벌였다. 결국 오전 3시 40분경 FDIC의 법정관리와 JP모건 인수를 동시에 발표한 것이다. SVB나 시그니처은행처럼 일단 규제당국이 은행 자산을 몰수하고 일부 부담을 떠안은 뒤 JP모건에 매각하도록 했다. 어떻게든 월요일 증시와 은행 영업 전에 사태를 해결하려 한 미 규제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장 1일부터 퍼스트리퍼블릭 고객들은 JP모건 고객으로서 기존 미 9개주 84개 영업점포에서 업무를 볼 수 있으며 예금도 전액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퍼스트리퍼블릭 자산이 규제당국에 몰수되는 바람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는 SVB 위기설이 확산된 3월 9일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을 9262만 달러(124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 “다음은 상업부동산?” 우려 여전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미 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성장해왔지만 SVB 사태 이후 뱅크런과 저리 장기 고정 모기지 등에 따른 손실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 1위 은행인 JP모건은 미국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 추가 은행 인수가 불가능하지만 미 규제당국이 다급함 속에 예외를 뒀다. 이에 따라 미 역사상 최대 은행 파산인 워싱턴뮤추얼, 두 번째인 퍼스트리퍼블릭 모두 JP모건에 안착하게 됐다. 미 규제당국의 전례 없이 발 빠른 대응으로 시장은 진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15년 만에 3, 4월 두 달 새 SVB, 시그니처, 퍼스트리퍼블릭 등 중량급 은행 3곳이 줄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오른팔로 꼽히는 찰리 멍거 부회장은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2008년(금융위기)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은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전 (경제) 영역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특히 “상업부동산 부문에 ‘나쁜 대출’이 너무 많다”고 경고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년 만에 한국을 추월했다. 대만은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경제부 통계처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2811달러(약 4400만 원)로 한국의 3만2237달러보다 많았다”며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선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통계처는 “대만과 한국은 인구 밀도, 경제 개발 모델, 산업 구조가 유사하다”며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우위와 기업들의 능동적인 변화를 통해 최근 10년간 연평균 3.2%씩 성장해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 2.6%를 앞섰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경제 역전은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차이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처에 따르면 대만 GDP에서 제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9.1%에서 지난해 34.2%로 5.1%포인트 늘었다. 반면 한국은 27.8%에서 25.6%로 오히려 2.2%포인트 줄었다. 대만, 반도체서 ‘초격차 경쟁력’… GDP 韓추월 발판 1인당 GDP, 한국 추월TSMC 파운드리 세계 점유율 59%“새로운 산업-기술기업 육성 시급”그중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대만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58.5%에 달한다. TSMC의 시가총액은 약 4372억 달러로 이미 2019년 말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지난해 대만은 글로벌 시총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에 TSMC를 비롯한 자국 10개 기업의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3위) 등 3곳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대만의 고정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5.7%로 한국(2.8%)의 두 배 수준이었다. 통계처는 “지난 5년간 대만은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투자를 늘려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지난 10년간 대만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4.6%로 한국(2.2%)은 물론이고 전 세계(3.0%) 증가율보다 높았다”고 했다. 대만은 지난해 51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반면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봉쇄 조치 등의 여파로 478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대만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3만3565달러로 20년 만에 한국(3만2661달러)을 앞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 경제가 대만을 다시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등 핵심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미중 갈등 탓에 대중 수출이 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동안 반도체 등의 수출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기술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최근 들어 전 연령대를 통틀어 청년층의 빚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이하의 대출은 지난 3년간 30% 가깝게 급증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도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약 1억2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팬데믹 버블’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진행된 여파로 풀이된다. 30일 한국은행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가계대출 잔액은 514조5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404조 원)과 비교하면 2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9.2%, 50대는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25.5% 늘며 30대 이하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3년간 1인당 평균 대출액 증가율도 30대 이하가 가장 가팔랐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은행 7081만8400원, 2금융권 5413만5600원 등 총 1억2495만4000원으로 2019년 말(1억81만6200원)보다 23.9% 늘었다. 2금융권 대출액의 증가율이 3년간 32.0%로 은행권(18.4%)보다 월등히 높았다. 반면 50대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년간 4.0% 늘어나는 데 그쳤다. 40대도 1인당 대출액이 13.3%, 60대 이상 고령층도 2.6%만 증가했다. 한은은 팬데믹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향후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취약 대출자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동시에 빚을 낸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경우를 말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취약 대출자 126만 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46만 명(36.5%)을 차지했다.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도 46.6%(6913건)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26)는 지난해 6월 이사하면서 한 인터넷은행에서 7500만 원을 전세자금으로 대출받았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탓에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 1월부터는 월 17만 원 정도였던 이자가 33만 원 수준으로 올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전 연령대를 통틀어 청년층의 빚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이하의 대출은 지난 3년 간 30% 가깝게 급증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도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약 1억2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팬데믹 버블’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진행된 여파로 풀이된다. 30일 한국은행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가계대출 잔액은 514조5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404조 원)과 비교하면 27.4% 증가했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도 30대 이하의 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같은 기간 40대는 478조4000억 원에서 522조6000억 원으로 9.2% 증가했다. 50대는 451조3000억 원에서 461조6000억 원으로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288조6000억 원에서 362조1000억 원으로 25.5% 늘며 30대 이하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0대 이하가 가장 적었지만 최근 3년 새 증가율은 가장 가팔랐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은행 7081만8400원, 2금융권 5413만5600원 등 총 1억2495만4000원으로 2019년 말(1억81만6200원)보다 23.9% 늘었다. 2금융권 대출액의 증가율이 3년 간 32.0%로 은행권(18.4%)보다 월등히 높았다. 반면 50대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지난해 말 1억5804만9800원으로 4.0% 늘어나는 데 그쳤다. 40대는 1억7093만8900원으로 1인당 평균 대출액이 가장 많았지만 3년 새 증가율은 13.3%로 30대 이하(23.9%)보다 크게 낮았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고령층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억4905만700원으로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은은 팬데믹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향후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취약 대출자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동시에 빚을 낸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경우를 말한다. 한은은 팬데믹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연 0.5%까지 떨어뜨렸던 기준금리를 2021년 8월 이후 3%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취약 대출자 126만 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46만 명(36.5%)을 차지했다.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도 46.6%(6913건)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양 의원은 “높은 금리와 물가 속에서 청년층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미리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미국발 은행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최근 3거래일 연속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우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무역지수 적자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화된 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개월 만에 장중 1340원 돌파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336.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연고점이다. 이날 환율은 개장 직후 1340.5원까지 치솟아 지난해 11월 28일(1340.2원) 이후 5개월 만에 1340원 선을 넘어섰다. 환율이 오른 건 25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어닝 쇼크’로 FRB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하면서 은행 위기가 재점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FRB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을 겪은 곳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경제지표 둔화와 은행 우려 재점화 속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중국과 공조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점도 원화 약세 재료”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 2일 달러당 1220.3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석 달도 안 돼 115원 넘게 올랐다. 특히 SVB 사태 이후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 원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는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동반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통상 4월에 지급되는 배당금을 외국인 투자가들이 달러로 환전해 자국에 송금하면서 달러 수요가 커지는 계절적 요인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당분간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3일 기준금리를 높이면 원-달러 환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7∼12월)에 개선될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일본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엔-원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반 기준 100엔당 999.51원으로 전날보다 6.26원 올랐다.● 외환보유액 3년째 IMF 권고 미달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한미 통화스와프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은 순채권국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경우)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수준을 3년째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가 집계하는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R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RA는 0.97로 2020년, 2021년(이상 0.99)에 이어 3년 연속 1보다 낮았다. IMF의 ARA 권고 수준은 1.0∼1.5다. 한국의 ARA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0.62)과 1999년(0.86) 1보다 낮았지만 2000년(1.14) 이후 20년 동안 IMF의 권고 수준을 유지해왔다.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경기 둔화, 지정학적 불안 등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확충, 역내 금융협력 확대 등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기준 4260억7000만 달러(세계 9위 수준)로 IMF는 대외부문보고서와 연례협의 등에서 한국의 보유액에 대해 “외부충격 대응에 적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삼성증권은 업계 최초로 ‘버톡커(버추얼 틱톡커)’를 통해 리서치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콘텐츠를 출시했다. 이번에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버톡커의 이름은 ‘이서치’로 리서치를 가장 잘 아는 버톡커라는 의미다. 이서치는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 감성에 맞게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버톡커 이서치는 삼성증권 디지털 우수 고객에게 제공되는 대화형 투자 정보 서비스 리서치톡에 소개된 내용을 짧게 요약해 알기 쉽게 전달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MZ세대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올 초 틱톡 플랫폼에 삼성증권 채널을 개설했다. ‘팝톡’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삼성증권 틱톡 채널에서는 경제와 금융, 투자에 관한 상식을 최대한 쉬운 용어로 전달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증권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11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증권사 리포트와 투자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제공한다. 삼성증권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매일 오후 4시 ‘리서치포유 라이브’에 출연해 구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최신 투자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 또한 업계 최초로 실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의 외모와 음성 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학습시켜 만든 ‘버추얼(가상) 애널리스트’도 유튜브에서 활약하고 있다. 삼성증권 버톡커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모바일앱 ‘엠팝(mPOP)’을 참고하거나 틱톡에서 ‘삼성증권’을 검색하면 된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이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투증권은 특히 베트남 시장에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IB 부문 실적을 쌓고 있다. 정일문 한투증권 사장은 지난해 6월 직접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최대 자산운용사인 ‘드래건캐피털자산운용’을 비롯한 주요 기관 및 기업들과 만나며 본격적인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당시 한투증권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업무 협약을 맺은 비트 슈치 드래건캐피털자산운용 사장은 “ETF는 물론 주식과 채권 부문까지 광범위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2010년 업계 50위권에 머물던 EPS증권을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EPS증권의 사명은 KIS베트남으로 바뀌었고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KIS베트남은 외국계 증권사 최초로 베트남 내 ETF 지정참가회사(AP)·유동성공급자(LP) 자격을 취득했으며 올해 3월 기준 베트남 상장 ETF 11개 중 9개 AP·LP 업무를 맡고 있다. 국내 주식워런트증권(ELW)에 해당하는 커버드워런트(WCW) 시장점유율도 제도가 도입된 2019년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2021년 7월 동남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제품 생산 그룹인 ‘안팟홀딩스’의 130억 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등 IB 부문에서도 트랙레코드(실적)를 쌓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225억 원 규모의 안팟홀딩스 채권 발행을 대표 주관했고, 같은 해 5월에는 베트남 물류회사 ASG의 15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맡았다. 한투증권은 뉴욕과 홍콩 등 선진 시장에서도 IB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투증권 뉴욕 현지법인은 올해 3월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더불어 글로벌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캐피털이 인수한 ‘BetaNXT’의 인수 금융 딜에 국내 유일 공동 주간사로 참여했다. 또한 홍콩법인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아폴로가 인수한 항공화물 회사 ‘아틀라스에어’의 약 55억 달러 규모 인수 금융 딜에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선순위 대출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미국 금융사 ‘스티펄파이낸셜’과 사모 대출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하는 합작회사 ‘SF 크레디트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올해 SF 크레디트 파트너스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인수 금융과 사모 대출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간다는 방침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발 은행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최근 3거래일 연속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우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무역지수 적자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화된 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5개월 만에 장중 1340원 돌파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336.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연고점이다. 이날 환율은 개장 직후 1340.5원까지 치솟아 지난해 11월 29일(1342.0원) 이후 5개월 만에 1340원 선을 넘어섰다. 환율이 오른 건 25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어닝 쇼크’로 FRB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하면서 은행 위기가 재점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FRB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을 겪은 곳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경제지표 둔화와 은행우려 재점화 속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중국과의 공조에 대한 압력을 넣고 있다는 점도 원화 약세 재료”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 2일 달러당 1220.3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석 달도 안돼 115원 넘게 올랐다. 특히 SVB 사태 이후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 원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는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동반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통상 4월에 지급되는 배당금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로 환전해 자국에 송금하면서 달러 수요가 커지는 계절적 요인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당분간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3일 기준금리를 높이면 원-달러 환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7~12월)에 개선될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3년째 IMF 권고 미달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한미 통화스와프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은 순채권국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경우)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수준을 3년째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가 집계하는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R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RA는 0.97로 2020년, 2021년(이상 0.99)에 이어 3년 연속 1보다 낮았다. IMF의 ARA 권고 수준은 1.0~1.5다. 한국의 ARA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0.62)과 1999년(0.86) 1보다 낮았지만 2000년(1.14) 이후 20년 동안 IMF의 권고 수준을 유지해왔다. 국제금융센터는 “2022년 중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에 대응해 아시아 주요국들이 자국통화 가치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해 일부 국가들은 IMF 권고 수준 하단에 근접했다”며 “글로벌 경기둔화, 지정학적 불안 등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확충, 역내 금융협력 확대 등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3% 성장하며 역성장의 고리를 끊고 반등에 성공했다. 마스크 착용 전면 해제로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간신히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면했지만 부진한 수출 탓에 올해 성장률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은행이 2월 전망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1.6%)도 하향 수정될 조짐이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증가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0.4%) 수출이 급감한 여파로 2020년 2분기(―3.0%) 이후 10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가 올 1분기 반등했다. 성장률을 지탱한 건 민간소비였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5% 늘며 지난해 4분기(―0.6%)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 여행과 공연, 관람 등 대면 활동이 늘어나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1분기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3.8%, 3.5% 늘었다. 지난해 4분기 4.6% 급감했던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4.0%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4개 분기 만에 줄었는데 2019년 1분기(―8.3%)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에서 탈출했지만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올해 성장률은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음 달 전망치 하향 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마저도 경기가 상반기에 저조하다 하반기에 살아날 것이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일각에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자칫 ‘상저하저(上低下低)’의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GDP 성장세는 연간 1%대 성장률 달성조차도 힘들어 보이는 흐름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며 “수출과 내수가 동반 개선돼야 2분기 0.8%, 연간 1.4%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운용자산 규모 62조 원에 달하는 국내 1위 부동산투자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과거 대표의 가족이 투자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 시행사로 함께 참여토록 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게 해줬다며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대규모 사업 시행총괄 맡아 수백억 수수료 이지스자산운용은 2020년 태영건설, 메리츠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사업비 2조 원대의 서울 마곡지구 초대형 업무·상업 복합시설(마곡CP4PFV) 부지 낙찰에 성공했다. 이후 국민연금도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를 통해 해당 사업에 준공 조건부로 1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일 만큼 대형 프로젝트로 꼽힌다. 해당 사업의 시행총괄(PM)은 이지스자산운용의 특수관계사인 아이알디브이(IRDV·구 이지스리뉴어블스)가 맡았다. 문제는 IRDV가 단순한 관계사가 아니라 당시 이지스자산운용 대표였던 조갑주 신사업추진단장의 가족이 투자한 회사였다는 점이다. 본보 취재 결과 조 전 대표(24.09%), 부인(60.67%), 동생(5.71%) 등 조 씨 일가가 90.47%를 쥐고 있는 부동산 컨설팅회사 지에프인베스트먼트(GFI)가 부동산 시행사 IRDV 지분 45%를 보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이지스자산운용 주요 주주현황단위: %구분지분율손화자(故 김대영 창업자 부인)12.40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가이아제1호9.19::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전 대표 1.99이규성 이지스자산운용 현 대표1.04강영구 이지스자산운용 현 대표0.03신동훈 이지스자산운용 현 대표0.012022년 말 기준자료: 금융감독원 IRDV는 마곡 개발 사업에서 수수료로만 2021년 256억8500만 원, 2022년 25억800만 원을 받았다. IRDV가 마곡CP4PFV에 자본금으로 투자한 22억6000만 원의 10배 이상을 준공 전에 회수한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IRDV에 지급된 수수료는 사업 예상가치의 약 0.75% 수준으로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1%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부동산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평균 수수료율은 0.3~0.5%”라며 해당 수수료 수준에 의문을 표했다. IRDV는 또 이지스자산운용이 2019년 설립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이지스MF용답’에도 참여해 연간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거뒀다. IRDV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8억4000만 원이었지만 2021년 241억 원, 2022년 56억 원으로 상승했다. 아이알디브이 당기순이익 추이단위: 원구분당기순이익2020년8억4000만2021년240억5000만2022년55억9000만자료: 금융감독원● “IRDV 주식, 액면가로 처분” 현재는 대표에서는 물러나 신사업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조 전 대표는 개인 보유지분은 1.99%에 불과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에 큰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컨설팅회사 GFI는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9.90%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IRDV가 이지스자산운용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시행사로서 손쉽게, 이른바 ‘통행세’를 받은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은 “마곡 개발사업 시행권을 따낸 시점은 투자자 모집 및 인허가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불확실한 상태로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청년주택 사업도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우량사업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다만 IRDV가 조 전 대표의 특수관계회사로 이해관계 상충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조 전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GFI가 보유한 IRDV 지분 전부를 올해 1분기(1~3월)에 액면가 그대로 이준성 IRDV 대표에게 넘겼다”며 “단 1원도 이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가 넘겼다는 IRDV 지분 45%를 액면가로 계산하면 1억3500만 원이다. 한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을 집중 점검 중인 금감원은 올해 1월 31일부터 2월 21일까지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였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최근 주식시장에서 대형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를 넘어설 정도로 ‘빚투’(빚내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일 한국투자증권은 신용융자 신규 매수 주문과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에 대한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21일 오전 8시부터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단 매도 담보 대출은 가능하며 보유한 대출 잔고는 요건을 충족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한투증권의 이번 조치는 신용공여 소진에 따른 것이다.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신용공여 한도를 준수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100%는 중소기업·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한정)로 제한된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일 기준 20조13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0조 원을 넘은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올해 주식 빚투는 코스닥시장에 집중됐다. 올해 들어 19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누적 순매수는 5조3999억 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 증가액은 2조6367억 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주식 절반이 빚투였다는 의미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올 1분기(1∼3월) 대미(對美) 수출이 3% 넘게 늘어난 반면 대중(對中) 수출은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의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은 서비스 등 내수 중심으로 중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대미 수출액은 268억6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5% 증가했다. 대미 수출은 올 1월 전년보다 6% 줄었지만 2월 16.5%로 늘어난 데 이어 3월에도 1.6%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1분기 대중 수출은 294억7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9% 급감했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줄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대미 수출은 32.1% 늘었지만 대중 수출은 31.9% 줄었다. 이에 따라 수교 이후 약 30년간 줄곧 흑자를 냈던 대중 무역이 올 들어 처음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분기 대중 무역은 78억4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2021년 242억8500만 달러 흑자였던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억1300만 달러로 급감했다. 1분기 대미 무역은 71억9500만 달러 흑자였다. 한국은행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 영향 점검’에서 “최근 중국 리오프닝 파급 효과가 지연되는 것은 중국 경제의 내수 중심 회복과 정보기술(IT) 부문 등의 높은 재고 수준에 주로 기인하고 중국의 자급률 상승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서비스업 위주로 1%포인트 오를 경우 한국의 성장률은 0.08%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말 130조 원으로 불어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달 PF 대주단(貸主團) 협약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한다. 대주단 협약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기존의 80여 곳에서 3000곳 이상(상호금융권 단위조합 포함)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이달 말을 목표로 PF 대주단 협약의 내용을 일부 개정하고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등도 협약에 참여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만들어진 대주단 협약의 재정비는 부실 우려가 커진 부동산 PF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꺼내든 핵심 카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29조9000억 원으로 2021년 말(112조6000억 원)보다 17조3000억 원 늘었고 같은 기간 연체율도 0.37%에서 1.19%까지 급증했다. 이번에 재가동되는 대주단 협약은 부실 우려 사업장의 ‘질서 있는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 개별 PF 사업장에 돈을 댄 금융사들이 협약에 따라 만기 연장 등의 자금 공급은 물론 할인 분양 같은 사업 정상화 계획도 마련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부실자산이나 사업장은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정리하거나 자산관리공사가 사들이도록 하는 계획도 담겼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서로 협의가 힘든 문제를 협약을 통해 풀 수 있다”며 “상호금융권 등이 포함되면 참여 금융사는 기존의 80여 곳에서 3000곳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주단 협약 가동이 예고되면서 그간 잠잠했던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는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날 삼성증권에 따르면 2월 말 4.0∼4.1% 수준까지 떨어졌던 3개월 만기 A1등급 PF ABCP 금리는 최근 4.4∼4.5%까지 올랐다. 신용도가 더 낮은 A2등급 ABCP 금리는 지난달 초 5%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11일에는 8.9%까지 상승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주단 협약 체결 이후 PF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금융사들이 PF 위험 노출액을 줄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장별로 청산으로 인한 손실이나 만기 연장 과정에서 우발채무의 대출 전환으로 자금 수지에 부담이 크게 발생하는 금융회사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일부 중소형 금융사에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최근 PF와 관련한 신탁사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PF 사업비는 시행사가 조달하고 시공사는 책임 준공을 확약하는 ‘책임준공형 사업’이 급증해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사태가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예금 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더 빨랐을 겁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은행 위기와 관련해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젊은층의 디지털 뱅킹이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이 발달했고 예금 인출 속도도 빠른 만큼 이런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에게도 손쓸 새 없이 엄청난 속도의 디지털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은행이 문을 닫았을 때 수일 내 예금을 돌려줬지만 이제 수 시간 내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한은이 감독 당국과 함께 어떻게 대응할지가 새로운 숙제”라고 설명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회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 참석차 방미 중인 이 총재는 이날 앞서 가진 동행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최근 은행 관련 사태로 많은 중앙은행이 디지털 경제에서 규제나 예금보호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최근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서 1조 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이 발생했다는 허위 사실이 퍼진 사례를 언급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짜 뉴스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로 가짜 뉴스가 퍼지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은행에서 돈을 뺄 수 있다”며 “이런 가짜 뉴스가 나오면 일벌백계하고 금융시장 교란 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14일 간부회의에서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악성 소문에 엄중히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이 총재는 최근 열린 경제·금융 당국 수장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의 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총재는 “(회의 자리에서) 현재 금리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미시적으로 간섭하지 말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예금·대출금리 마진(차이)을 줄이도록 지도 혹은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글로벌 경기와 관련해서는 “미국 경기는 상고하저(上高下低)겠지만 우리는 중국, 정보기술(IT) 경기에 달려 있다”며 “반도체 가격이 많이 내려갔으니 하반기 이후 좋아지면 우리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3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하반기(7∼12월)에 좀 더 나은 경기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금융 상황에 대해선 “뉴욕 월가나 신용평가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의 금융시장, 기관 건전성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높다”며 “비금융권 일부 섹터에서 연체율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 그것이 시장 전반의 불안을 확산시키는 시스템적 리스크로 다가올 가능성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이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관련 규정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우리 업계가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세종=최혜령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