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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법안 처리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여야가 국가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은 미뤄둔 채 예타 면제 기준만 완화하는 것에 대해 “총선용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쏟아진 데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여당은 17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지 않고 숙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야는 12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SOC와 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 면제 기준을 현재 ‘총사업비 500억 원·국비 지원 300억 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 원·국비 지원 50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여당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통화에서 “예타 면제 기준 변경은 물가 상승을 고려해 지난해 말 여야, 정부 모두 동의했던 사안”이라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숙의 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여당은 개정안 처리와 국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 기재위 간사인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여당이 요구하고 정부가 찬성해서 추진한 사안을 갑자기 뒤집는 게 정책 신뢰도 차원에서 맞는가”라면서도 “(개정안 처리를)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재위원장이 여당 소속 윤영석 의원인 만큼 개정안의 전체회의 상정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재정준칙 법제화 도입에는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 표심과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건전재정은 표에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전임 정부처럼 총선용 ‘현금 살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 등을 놓고 지도부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자 결국 칼을 꺼내 든 것.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이 김 대표를 겨냥해 연일 비판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당이 발표하는 정책보다는 ‘지도부 위기론’이 주목받는 등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극우 성향의 전 목사를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 했다”며 칭송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를 거듭 촉구해왔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당사자는 징계를 안 하고 나를 징계하느냐”며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했다. 또 “되지도 않을 사람을 밀어 당 대표 만들어놓더니 뒤통수나 친다”며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김 대표는 2011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을 때 당 대변인을 맡는 등 홍 시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은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서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을 만큼 불편한 사이”라며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의 징계에 미온적이자 홍 시장이 김 대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과 홍 시장은 지난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맞붙었다.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연대, 포용, 탕평을 뜻하는 ‘연포탕 정치’를 강조한 것을 두고 “김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 포기탕’인가”라며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하고만 연대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 등을 놓고 지도부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자 결국 칼을 꺼내든 것. 그러나 홍 시장은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비윤(비윤석열) 진영의 성토도 줄을 이어 여권의 내부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를 지낸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모두발언에서 “특정 목회자가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이냐”며 “최근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이 김 대표를 겨냥해 연일 비판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당이 발표하는 정책보다는 ‘지도부 위기론’이 주목을 받는 등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홍 시장은 극우 성향의 전 목사를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 했다”며 칭송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를 거듭 촉구해왔다. 또 판사 출신인 김 대표를 향해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당 운영으로는 당을 역동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결정에 홍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당사자는 징계를 안 하고 나를 징계하느냐”며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한 달에 책임당원비를 50만 원씩 내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했다. 상임고문 해촉과 상관 없이 비판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다. 당초 김 대표는 2011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을 때 당 대변인을 맡는 등 홍 시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홍 시장의 거듭된 비판에도 당초 김 대표가 반박 발언을 자제한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와 홍 시장의 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이 불편한 관계였다”며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의 징계를 미루자 홍 시장이 김 대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3·9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홍 시장을 향해 “당선 가능성이 별로”라고 했고,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을 향해 “그만 정계에서 사라져 줬으면 한다”고 응수했다. 이어 두 사람은 지난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맞붙었다. 다만 당 일각에선 홍 시장 해촉이 당내 분란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당 윤리위원회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오냐”고 비판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연대, 포용, 탕평을 뜻하는 ‘연포탕 정치’를 강조한 것을 두고 “김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포기탕’인가”라며 “위기상황에서도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여지는 당이 돼선 안 된다.”(국민의힘 홍문표 의원)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대표 주재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중진 의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와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당 지지율이 하락한 데 따른 우려다. 김 대표도 당 윤리위원장, 당무감사위원장 인선을 마치며 본격적인 당 기강 잡기에 나섰다.● “읍참마속 주저 말아야” 중진들 쓴소리 1년여 만에 열린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현재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홍 의원은 “전 목사가 우리 당에 20만∼30만 명의 당원을 심어놓고 그 덕분에 국민의힘이 버티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당론으로 결정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 목사가 주관한 예배에서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하고,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당 차원의 공식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논란이 된 최고위원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정진석 의원은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고 읍참마속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절대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부의장인 정우택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라며 “(4·5 재·보궐)선거 결과가 주는 시그널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중진 의원들이 당 기강 세우는 데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연석회의를 연 이날도 잡음은 계속됐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일부 원외에 계시는 중진들이 김 대표를 아무 구체적 근거도 없이 흔들고 있다”며 “(원내) 중진들이 나서서 당 지도부를 흔드는 것을 막아달라”고 했다. 연일 김 대표를 성토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홍 시장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집행부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한 사람이 스스로 자숙해야지 화살을 어디다 겨누고 있느냐”며 반발했다. 제주 4·3사건 발언으로 논란이 된 태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 金 “총선 욕심 과열로 내분 생길까 우려” 최고위원과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본격적인 당내 기강 잡기에 착수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열고 “총선을 앞두고 과도한 욕심이나 섣부른 행동으로 조직 내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도록 말 하나, 행동 하나 조심히 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당 위원장이 당 기강을 잘 세우는 데 앞장서 달라”고 덧붙였다. 또 김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윤리위원장과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당 윤리위원장에는 황정근 변호사가, 당무감사위원장에는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내정됐다. 여기에 김 대표 측은 문제를 일으킨 당 구성원들은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책임을 묻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총선을 앞두고 확실한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의 당 운영 방침은 ‘안정 속 변화’”라며 “보여주기식 징계 등으로 당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 반박할 수 없는 공천 결정으로 냉정히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 김 최고위원의 윤리위 징계와 홍 시장의 당 상임고문 해촉 주장도 나오지만 김 대표는 이런 조치가 자칫 당내 분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대통령실은 10일 미국 정보기관이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한미)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감청)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2주 앞두고 불거진 돌발 악재가 한미 동맹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도 내부 보안 점검을 강화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미국의 감청 의혹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 확인과 합당한 조치 요청 등) 이런 과정은 한미 동맹 간 형성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 미국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사항으로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도둑이 있었는지, 도둑이 왔다 간 게 사실이라면 뭘 빼갔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둑이 들어왔다’고 먼저 말할 수 없다”며 “전 세계 국가가 모두 첩보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도둑을 맞았다고 말할 이유가 국익 차원에서도 없다”고 했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경호처 차원의 자체적인 보안 강화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평상시에도 대통령비서실은 보안 문제에 극히 조심을 하고 있다”며 “이런 논란이 불거지면 더욱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15일 미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미 일정에 대한 막판 조율에 나선다. 김 차장의 방미 때 한미가 감청 의혹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 등 실무진도 10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유출 문건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보안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으로 촬영돼 (유포된) 문건의 유효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특정세력 개입 가능성” 보안 점검“정보활동 문제 삼기 어려운 측면도”野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보안 참사”대통령실 “용산이 靑보다 보안 탄탄” “문건이 생성되는 과정이 외신이 보도한 대로인지, 문건이 유출되는 과정이 어떻게 된 건지 아직 투명하게 밝혀진 게 없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최근 미국 언론에 제기된 미 정보당국의 한국 등 동맹국 감청 의혹에 대해 “한미가 동맹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시점에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대화를 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그러면서도 무선 통신 감청에 대한 보안과 경계 수위를 바짝 높이는 분위기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방미를 하루 앞둔 이날 방미 의제를 점검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의 회의 및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차례로 길어지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도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보안 강화도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 “NSC 상황서 대화 유출된 건 아냐” 대통령실은 이날 미 언론에서 보도된 의혹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 확인 여부에 따라 미측에 우려와 항의를 전달하는 등의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둔 것. 다만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황에서 대화 내용이 유출된 것은 아니라고 잠정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로 발생한 공기의 진동이 창문이나 벽에 전달돼 나타나는 진동을 포착하는 방식의 감청으로 대화 내용이 유출됐을 개연성도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료 유출에) 특정 세력의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유출 사건 배후로 러시아 정부나 친러시아 조직이 지목되는 가운데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 대통령실은 2013년 전직 미 정보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참고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미 국가안보국(NSA)의 주미 한국대사관 감청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미측은 정보활동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이후에도 추가 폭로가 나오자 당시 외교부는 “미 정부에 이 문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과 조치를 신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사실로 밝혀지면 미측의 해명과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활동이 세계 각국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다뤄져 온 만큼 이번 사안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심 ‘리스크’로 부각되지 않도록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소식통은 “정보 활동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공론화된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적극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졸속 이전 보안 참사” vs “용산, 靑보다 안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가장 안전한 청와대 벙커를 버리고 졸속적으로 이전한 결과 예견된 보안 참사”라고도 지적했다. 군 장성 출신 김병주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재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사 보안 문제는 완벽하게 준비했고, 점검이 이뤄지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며 “NSC의 보안이나 안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더 탄탄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에게 저항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청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가 있던 곳”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부터 군이 다 통째로 털렸단 말이냐. 민주당 주장은 국익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검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당 내에서 확산되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직접 나서 “근거 없는 괴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중에 떠도는 괴담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특정 직업 출신이 수십 명씩 대거 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런 일은 당 대표인 제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친윤(친윤석열) 진영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이철규 사무총장이 ‘대규모 검사 공천설’에 선을 긋고 나섰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김 대표가 직접 공개 발언을 통해 수습에 나선 것.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실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비서실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 검사 출신 정부·대통령실 인사들의 총선 출마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일부 인사는 이미 구체적인 출마 지역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나, 오래전부터 출마를 준비해 온 원외 당협위원장 입장에선 ‘검사 공천설’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검사 출신 인사들의 출마와 관련해 “총선이 임박하면 더 많이 뛰어들 것”이라며 “최소한 수 명보다는 십수 명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검사 출신 인사들이 올해 상반기가 끝나기 전 출마를 공식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총선이 임박해 ‘검사 출신 낙하산 공천’이 이뤄진다면 그 후유증으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검사 출신 등이 출마한다면 최소 지역구에서 5∼6개월은 활동한 뒤 경선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진 사람도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에서 검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당 내에서 확산되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직접 나서 “근거 없는 괴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중에 떠도는 괴담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특정 직업 출신 수십 명씩 대거 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런 일은 당 대표인 제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친윤(친윤석열) 진영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이철규 사무총장이 ‘대규모 검사 공천설’에 선을 긋고 나섰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김 대표가 직접 공개 발언을 통해 수습에 나선 것. 그럼에도 여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주진우 대통령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 검사 출신 정부·대통령실 인사들의 총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일부 인사들은 이미 구체적인 출마 지역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나, 오래전부터 출마를 준비해온 원외 당협위원장 입장에선 ‘검사 공천설’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검사 출신 인사들의 출마와 관련해 “총선이 임박하면 더 많이 뛰어들 것”이라며 “최소한 수 명보다는 십수 명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검사 출신 인사들이 올해 상반기가 끝나기 전 출마를 공식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총선이 임박해 ‘검사 출신 낙하산 공천’이 이뤄진다면 그 후유증으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여당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최소 지역구에서 5~6개월은 활동을 한 뒤 경선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국민의힘의 새 원내대표에 3선의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사진)이 선출됐다. 윤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109표 중 65표를 얻어 44표에 그친 김학용 의원(4선·경기 안성)을 누르고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지낸 윤 신임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 진영 인사로 꼽힌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거대 야당 폭주를 민심의 힘으로 막아내 의회 정치를 복원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내년 총선을 의원 여러분과 함께 승리해 정권 교체를 완성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가는 길을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새 원내 사령탑에 윤 원내대표가 뽑히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친윤-영남’ 색채는 한층 더 강화됐다. 김기현 대표는 울산,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경남 진주, 윤 원내대표는 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지도부의 영남 편중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최근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윤 원내대표의 경험에 의원들이 표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의 당선에 대통령실은 이날 “당정 간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새로운 원내대표가 가세하면서 그런 흐름이 공고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정 간 새로운 협력을 다지는 협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與지도부 빅3 모두 영남… 윤재옥 “공천 억울함 없게 하겠다” 윤재옥,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대선캠프 상황실장 지낸 윤재옥, 경찰 출신… “언행 신중” 평가수도권 4선 김학용 상대로 승리지도부에 판검사-경찰출신 포진 “상황실장의 자세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거대 야당의 폭주를 힘으로 막아내겠다.” 국민의힘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는 7일 선출 직후 “내년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완성하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뤄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해 대선 캠프 상황실장 당시 사용했던 야전침대를 선거공보물 표지에 내걸었다. 정권 교체를 바라던 간절함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다. 최근 각종 악재로 국민의힘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은 윤 원내대표의 이런 뜻에 대거 표를 던졌다.● 위기의 여당, 대선 승리 공신 선택 이번 여당 원내대표 선거가 1961년생 동갑내기로 나란히 친윤(친윤석열) 진영으로 꼽히는 김학용 의원과 윤 원내대표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면서 “백중세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윤 원내대표가 21표 차로 김 의원을 눌렀다. 이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수도권 대표를 강조한 김 의원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냈던 윤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여당 의원은 “윤 원내대표가 오늘 연설에서 거대 야당과의 협상 전략, 원내 운영 방식, 대통령과의 소통, 공천에서의 역할 등 원내대표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야당이던 2018년 원내수석부대표로 일하며 이른바 ‘드루킹 특검’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강조했다. 드루킹 특검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구속됐다. 최근 이어진 당 지도부의 설화가 원내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윤 원내대표는 언행이 굉장히 차분하고 신중한 스타일”이라며 “최근 최고위원들의 구설이 이어지면서 위험 부담이 작은 원내대표를 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친윤-검사 공천’에 대한 불안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공천에 억울함이 없도록 버팀목이 되겠다”고 했다. 사실상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물갈이를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당 지도부에 보수의 안방 격인 대구경북(TK) 출신이 없다는 점도 윤 원내대표가 낙승을 거둔 배경으로 꼽힌다. ● 與 내부에서도 당 지도부의 ‘영남 치중’ 우려 김기현 대표(울산), 박대출 정책위의장(경남 진주)에 더해 대구를 지역구로 둔 윤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 지도부의 영남 치중은 더 강해졌다. 윤 원내대표의 당선에 따라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9명 중 조수진, 태영호, 김병민 최고위원을 제외한 6명이 영남 인사로 채워졌다. 이를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 3역이 모두 영남권으로 채워지는 사상 초유의 구도가 되었다”며 “부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도 배려하는 그림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지금의 당 지도부 면면으로 중도층이나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당 지도부에 판검사, 경찰 출신이 포진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대표는 판사 출신이고 이철규 사무총장과 윤 원내대표는 경찰 출신이다. 집권 여당의 입 역할을 하는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검사 출신이다. 비윤(비윤석열) 진영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들끼리는 주파수가 잘 맞겠지만 그 주파수가 국민도 수긍할 만한 게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완전히 선을 그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자 “더 늦기 전에 중도층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설화, 재·보궐선거 패배 등 악재가 겹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 추월당했다.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였던 황교안 전 대표는 7일 MBC 라디오에서 전 목사에 대해 “2019년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며 “몇 명이면 이해가 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당 대표 시절 전 목사 주도 집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던 황 전 대표는 “도움이 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폐해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전 목사를) 당에서 축출해야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전 목사 측에서 책임당원을 우리 당에 많이 집어넣었다고 한다”며 “이참에 책임당원을 전수조사해서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을 두고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언으로 당 지지율이 거듭 추락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중도층을 잡기 위해선 극우 세력과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4월 1주 차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2%로 지난주(33%)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은 3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직전인 3월 1주 차 여론조사 때만 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9%로 민주당(29%)보다 10%포인트 높았지만 5주 연속 하락하며 역전된 것. 또 내년 총선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 ‘정부 지원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6%로 집계됐다. 한편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이날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전북도당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주을 선거에서 8%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완전히 선을 그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자 “더 늦기 전에 중도층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설화, 재·보궐 선거 패배 등의 악재가 겹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추월 당했다.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였던 황교안 전 대표는 7일 MBC 라디오에서 전 목사에 대해 “2019년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며 “몇 명이면 이해가 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를 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 계속 (같이)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 대표 시절 전 목사 주도 집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던 황 전 대표는 “도움이 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폐해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전 목사를) 당에서 축출해야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전 목사 측에서 책임당원을 우리 당에 많이 집어넣었다고 한다”며 “이 참에 책임당원을 전수조사해서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을 두고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언으로 당 지지율이 거듭 추락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중도층을 잡기 위해선 극우 세력과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4월 1주차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2%로 지난주(33%)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은 3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직전인 3월 1주 차 여론조사 때만 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9%로 민주당(29%)보다 10%포인트 높았지만 5주 연속 하락하며 역전된 것. 또 내년 총선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 ‘정부 지원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6%로 집계됐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국민의힘의 새 원내대표에 3선의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사진)이 선출됐다. 윤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109표 중 65표를 얻어 44표에 그친 김학용 의원(4선·경기 안성)을 누르고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지낸 윤 신임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친윤(친윤재인) 진영 인사로 꼽힌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거대 야당 폭주를 민심의 힘으로 막아내 의회 정치를 복원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내년 총선을 의원 여러분과 함께 승리해 정권 교체를 완성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가는 길을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 나가겠다”며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을 불필요하게 국회에 묶어두지 않고 마음껏 지역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원내 운영을 효율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새 원내 사령탑에 윤 원내대표가 뽑히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친윤-영남’ 색채는 한층 더 강화됐다. 김기현 대표는 울산,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경남 진주, 윤 원내대표는 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지도부의 영남 편중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최근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윤 원내대표의 경험에 의원들이 표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의 당선에 대통령실은 이날 “당정 간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새로운 원내대표가 가세하면서 그런 흐름이 공고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정 간 새로운 협력을 다지는 협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김기현호(號)’ 출범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위기에 직면했다.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舌禍)에 더해 뚜렷한 정책 성과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최근 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당한 조사도 나왔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4·5 재·보궐선거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김기현 대표는 6일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여권 내에서는 “제대로 된 쇄신이 없다면 내년 총선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잡음으로 인해 우리 당의 개혁 의지가 퇴색되는 것 같아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등 세 차례 연속 말실수로 공개 활동을 중단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사건 발언,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발언 논란까지 더해졌다. 친윤(친윤석열) 일색의 당 지도부가 각종 논란을 일으키는 사이 정책 혼선까지 불거졌다. 근로시간 개편안, 저출산 대책 등이 설익은 채로 노출됐고,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보류했다. 이런 난맥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달 사이 6%포인트 하락한 33%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4%포인트 올라 국민의힘과 같은 33%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의 흐름은 4·5 재·보선 결과로도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보수 강세 지역인 울산 남구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했다.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를 눌렀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후보는 8%를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내년 총선에서) 강남도 안심 못 한다”고 했지만 여당 지도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한 지도부 인사는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청주 시의원 선거)에서는 이겼다”고 했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집권 2년 차 민심을 면밀히 살피고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국민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당정 지지율 동반하락-친윤 지도부 잡음… 당내 “내년총선 위험” 위기의 여당 黨, 국정과제 뒷받침 역할 못하고친윤 최고위원들, 지지층만 바라봐재보선 부진에도 위기감 ‘희박’ “(충북) 청주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의미가 있다.” 6일 오전 김기현 대표 주재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치러진 4·5 재·보궐선거 결과 평가와 관련해 이런 논의가 오갔다. 보수 강세 지역인 울산 남구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의 맞대결에서 패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전북 전주을에선 득표율이 반 토막이 난 결과를 두고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당 지도부는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은 것. 이를 두고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대로라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이 정말 위험하다”며 “당 대표가 더 위기감을 가지고 당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① 尹-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 대선 직후 ‘이준석 사태’로 홍역을 앓은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정일체’를 전면에 앞세웠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한목소리를 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의 동반 상승을 꾀하고, 이를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나란히 하락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여당 중 어느 쪽이라도 40%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 다른 한 축을 끌고 가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당정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여당은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 우선적으로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또 전당대회 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월 2회 정도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정기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격주 회동에 대해 양측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② 친윤 지도부, 리스크 중심에 이런 당정 관계는 전당대회 규칙 설정 때부터 예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빼고 ‘당원 투표 100%’로 규칙을 바꿨다. 그 결과 여당 지도부는 친윤 진영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친윤계 표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최고위원들은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태영호 조수진 최고위원이 당선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연이어 논란성 발언을 내놓은 것.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국민 여론조사 30%’를 뺀 게 패착이 아니었나 싶다”며 “정치인이 국민 전체를 보고 발언하고, 일해야 하는데 우리 지지층만 바라보고 발언하는 현상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여권 인사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지점은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까지 물의를 빚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31일 홍천 산불 발생 때 골프연습장을 찾았고,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제천 산불 현장에 가지 않고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 됐다. ③ 개혁 입법 미진, 포퓰리즘에 기웃 최근 여당은 국가 재정과 총선 표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당시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에너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당정 협의 끝에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발표를 보류했다. 또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여당의 역할 역시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이 대표적이다.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사실상 연금 개혁의 공을 정부에 넘겼고, 교육 개혁을 위한 입법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는 ‘K칩스법’도 여당 주도가 아닌 윤 대통령의 재개정 지시로 입법이 완료됐다. 이에 대해 여당 핵심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김 대표 등이 참여해 발의하는 등 본격적인 입법을 준비 중”이라며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당정 정책 협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곧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30석 이상 줄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10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는 의원 정수 축소 문제를 두고 여야가 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전원위 논의에서 의원 수 감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신뢰 회복을 위한 특권 내려놓기조차 없이 선거제도만 개편하자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주장한 적은 있지만 여당 대표가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하며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전원위를 앞두고 정치개혁 이슈에 있어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최근 당 지도부의 잇단 설화 등 난맥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회는 10일부터 나흘간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를 열고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국민의힘은 인구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지역구 의석에 더해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면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57%에 달하는 등 여론도 의원 정수 축소에 우호적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의원 정수 축소가 현실화되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여당이)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 정수를 무슨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렇게 무개념하고 무책임한, 인기에만 영합하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해라 해놓고 당 대표가 뒤에서 본인의 생각을 발언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기영합주의로 선거법 논의를 꺾으려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숫자를 30석 이상 줄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10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는 의원 정수 축소 문제를 두고 여야가 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전원위 논의에서 의원 수 감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신뢰 회복을 위한 특권 내려놓기조차 없이 선거제도만 개편하자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주장한 적은 있지만 여당 대표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하며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한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전원위를 앞두고 정치개혁 이슈에 있어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최근 당 지도부의 잇단 설화 등 난맥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회는 10일부터 나흘간 299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를 열고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국민의힘은 인구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지역구 의석에 더해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면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57%에 달하는 등 여론도 의원 정수 축소에 우호적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의원 정수 축소가 현실화 되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여당이)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 정수를 무슨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렇게 무개념하고 무책임한, 인기에만 영합하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해라 해놓고 당 대표가 뒤에서 본인의 생각을 발언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기영합주의로 선거법 논의를 꺾으려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거론해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당 김재원 최고위원이 제주 4·3사건에 대해 “격이 낮은 추모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면서 여권 내에서도 “최고위원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최고위원은 5일 KBS 라디오에서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안으로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 아픈 현실 아니냐”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1호 특별위원회’인 민생특별위원회 ‘민생119’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 최고위원은 또 “여성분들 같은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히려 (쌀이) 칼로리가 낮다.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하는 국민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밥 한 공기 다 먹는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황당한 구상에 입을 못 다물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쌀값 대책으로 국민의힘이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내놓은 것이 정말이냐”고 묻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걸 가지고 대안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며 “갈수록 태산”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본인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나”고 진화에 나섰다. 논란이 이어지자 조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생119 첫 회의에서 예산, 법제화 없이 실생활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개진됐다”며 “회의에서 나온 몇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15년 성남시장 시절 쌀 피자 만들기 등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을 펼친 일이 있다”며 “민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쟁으로 몰지 말라”고도 했다. 최고위원들의 논란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5·18 민주화운동,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제주 4·3사건 관련 발언으로 연이어 물의를 빚자 4월 한 달 동안 공개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발언에 사과를 거부하며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 이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허은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4일)는 김 최고위원이 국민 상처를 후벼파더니 오늘은 조 최고위원의 실언으로 아침부터 농민들 억장이 무너졌다”며 “‘최고위원 리스크’가 점입가경으로 더이상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행사된 거부권이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이다. 민주당은 “국회 입법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방송법 개정안, 간호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 등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했거나 직회부를 검토하는 법안의 문제점도 면밀히 따져 본회의 통과 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4월 임시국회에서 정부 여당과 야당 간 충돌 수위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심의, 의결한 데 이어 정오에 이를 재가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평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의무 매입하는 것으로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법 개정안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민주당을 겨냥해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등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민주화시대 이후 민생 입법을 거부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며 “우리 농민의 절규를 철저히 외면한 비정한 정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본회의 강행 처리를 시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의료법 간호법 등도 여당이 무책임하게 대통령 뒤에 숨었다”며 “국회 절차에 따라 계속 입법 과정을 밟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입법에) 국민에게 주는 부담과 폐단이 많다면 계속해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노란봉투법을 거론하며 “국민 세금이 잘못된 방향으로 쓰이거나 반(反)헌법적 내용이 담긴 법안에는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尹 “양곡법, 농민에 도움 안돼”… 野 “농민 생존 외면” 재표결 방침 尹, 거부권 행사… 野 강력반발野 “거부권 칼 쥐고 입법부 겁박”… 與 “盧 前대통령도 6차례 거부권”재의결은 출석 3분의2 찬성 필요, 野 의석으론 본회의 통과 어려워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다.”(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이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마저 ‘거부권’이란 칼을 쥐고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입법부를 겁박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대통령실·여당과 야당은 4일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거세게 맞붙었다. 윤 대통령은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절박한 농심을 매몰차게 거부하고 농민 생존권을 볼모로 삼았다”고 맹폭했다. 국민의힘은 “거야(巨野)의 위헌적 입법 폭주에 따른 농가파탄법에 대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발동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맞받았다. 국회로 공이 다시 돌아온 가운데 민주당은 재투표를 추진하는 한편 다른 쟁점 법안들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쌀 의무 매입법, 왜 文정부 반대했겠나” 양곡관리법 논란의 핵심은 개정안 통과 이후 쌀값 추이와 농가 소득 문제다. 정부의 쌀 의무 매수 이후 쌀값이 떨어지면 농가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막대한 혈세 투입 불가피, 쌀 과잉 생산 우려 등을 거부권 행사 이유로 꼽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쌀 과잉 생산으로 지금보다 쌀값이 훨씬 더 떨어져 그 타격은 농민이 고스란히 받는다. 국민 혈세 낭비 법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 쌀 의무 매입법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하자 문재인 정부가 반대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왜 지금 우리처럼 이 법안을 반대했겠느냐”고도 했다. 실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개정안 도입 시 2030년 쌀 초과 생산량이 63만 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쌀값이 최근 5년 평균 19만3000원(80kg당)에서 17만200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연구원의 분석은 본회의 통과 법안이 아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수정 전 법안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선 쌀 의무 매입 기준이 완화된 만큼 분석 수치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수정안이 보장한 정부 재량권의 범위가 넓지 않아 예상치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野 “재의 요구 접수되는 대로 재투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쌀값 정상화 태스크포스(TF) 팀장 신정훈 의원은 윤 대통령의 ‘쌀 강제 매수법’이란 표현을 문제 삼으며 “사전 생산 조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후적 시장 격리 상황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강제적으로 남는 쌀을 수매하는 한 농민은 자체적으로 (생산을) 조정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국회로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접수되는 대로 재투표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재표결에 임할 것”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대통령의 독선적인 통치 행위뿐 아니라 여당이 얼마나 ‘용산 출장소’로 전락했는지를 국민, 농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일반 법안(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보다 본회의 통과 요건이 강화된다. 국회의원 전원이 출석할 경우 200석 이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의힘(115석)이 반대하는 한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재투표의 목적은 법안 통과라기보다는 이 과정을 통해 정부여당의 무도함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했다.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가 대독한 추념사를 통해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올해 추념식 불참에 대해 “(4·3) 희생자들을 기리는 뜻엔 변함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중 매년 행사에 참석한 건 아니다”라면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방한 일정 등도 감안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불참하고 김병민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부가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제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추념식 불참에 “정부·여당의 극우적 행태가 4·3 정신을 모독하고 있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던 윤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별도로 이날 제주 4·3평화공원을 참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전히 4·3을 모독하는 행위들이 이뤄지고 있어서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가슴 아프다”고 했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의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했다”는 발언 등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 4·3 관련 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을 비판했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하면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는데, 정작 대통령이 되고서는 다른 일반적인 행사보다 덜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한 유족회원은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의례적인 언급을 했지만, 추념사의 절반은 ‘문화관광 활성화’나 ‘IT 콘텐츠’, ‘디지털 기업 육성’ 등 4·3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단어들로 채워졌다”며 “하다못해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복지 확충과 같은 기본적인 약속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했다.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가 대독한 추념사를 통해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올해 추념식 불참에 대해 “(4·3) 희생자들을 기리는 뜻엔 변함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중 매년 행사에 참석한 건 아니다”라면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방한 일정 등도 감안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불참하고 김병민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부가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제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추념식 불참에 “정부·여당의 극우적 행태가 4·3 정신을 모독하고 있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던 윤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별도로 이날 제주 4·3평화공원을 참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전히 4·3을 모독하는 행위들이 이뤄지고 있어서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가슴 아프다”고 했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의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했다”는 발언 등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 4·3 관련 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을 비판했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하면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는데, 정작 대통령이 되고서는 다른 일반적인 행사보다 덜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한 유족회원은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의례적인 언급을 했지만, 추념사의 절반은 ‘문화관광 활성화’나 ‘IT 콘텐츠’, ‘디지털 기업 육성’ 등 4·3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단어들로 채워졌다”며 “하다못해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복지 확충과 같은 기본적인 약속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정부가 31일로 예상됐던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발표를 전격 보류했다. 정부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악화된 재무 상황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 방침을 고수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 역풍을 우려한 여당이 제동을 건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한전과 가스공사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요구했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 때까지 요금을 동결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 논란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이 여론을 충분히 들으라”며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지시하자 여당이 정책 결정 과정에 본격 개입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7월부터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상반기 요금 인상 시점을 미루면 ‘냉방비 폭탄’ 등 국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 “뼈를 깎는 구조조정 선행돼야”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에 적용할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여부를 논의했다. 김 대표는 이날 부산 일정 때문에 협의회에는 불참했지만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김 대표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요금을 인상할 경우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와 인상 변수를 종합·판단하고 전문가와 다방면의 여론을 수렴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이 최종안을 내놓기 전까지 전기·가스 요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분기 전기요금을 1kWh(킬로와트시)당 11.5% 인상하는 안과 한 자릿수 인상안 2개 등 복수안을 제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개편안 파동을 거론하며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도 물가 상승 압박을 이유로 전기요금의 10% 이상 인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된 정부의 요금 인상안 발표 직전 여당이 제동을 걸고 나선 건 최근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나란히 고전 중인 가운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될 수 있음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당내에서 “내년 총선 전까지 에너지 요금을 동결하는 카드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 내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정책 주도권이 정부에서 당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올해 초 난방비 폭탄 논란 당시 “문재인 정부 때 가스비 인상을 미룬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그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다 뒤집어쓴다”고 비판한 바 있다. 총선 표심을 의식한 집권여당이 비슷한 태도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계속 미루면 장기적 큰 부담”정부는 전기·가스 요금의 한 자릿수 인상안마저 보류되자 “향후 한국전력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력 생산원가 대비 낮은 전기요금으로 한전의 적자 폭이 확대되면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위축된 회사채 시장의 자금 경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것. 3월 24일 기준 발행된 한전채 물량은 약 7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이날 동결된 가스요금도 가스공사의 악화된 재무 상황과 직결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손실액)은 8조6000억 원까지 불어나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산자부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전기 및 가스요금 조정이 없으면 올해 한전 영업적자는 15조 원, 가스공사 미수금은 13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3분기(7∼9월) 이후에는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어렵다는 점에서 2분기에 선제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전기료 인상을 계속 미루면 장기적으로 더 큰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kalssam35@donga.com}
정부가 31일로 예상됐던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발표를 전격 보류했다. 정부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악화된 재무 상황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 방침을 고수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 역풍을 우려한 여당이 제동을 건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한전과 가스공사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요구했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 때까지 요금을 동결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 논란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이 여론을 충분히 들으라”며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지시하자 여당이 정책 결정 과정에 본격 개입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7월부터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상반기에 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미루면 ‘냉방비 폭탄’ 등 국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 “뼈를 깎는 구조조정 선행돼야”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에 적용할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여부를 논의했다. 김 대표는 이날 부산 일정 때문에 협의회에는 불참했지만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김 대표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박 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요금을 인상할 경우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와 인상 변수를 종합·판단하고 전문가와 다방면의 여론을 수렴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이 최종안을 내놓기 전까지 전기·가스 요금은 그대로 유지된다.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분기 전기요금을 1kWh(킬로와트시)당 11.5% 인상하는 안과 한 자릿대 인상안 2개 등 복수안을 제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개편안 파동을 거론하며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도 물가상승 압박을 이유로 전기요금의 10% 이상 인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예상된 정부의 요금 인상안 발표 직전 여당이 제동을 걸고 나선 건 최근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나란히 고전 중인 가운데 전기 가스 요금 인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될 수 있음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당 내에서 “내년 총선 전까지 에너지 요금을 동결하는 카드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 내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정책 주도권이 정부에서 당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올해 초 난방비 폭탄 논란 당시 “문재인 정부 때 가스비 인상을 미룬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그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다 뒤집어 쓴다”고 비판한 바 있다. 총선 표심을 의식한 집권여당이 비슷한 태도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산업부 “계속 미루면 장기적 큰 부담”정부는 전기·가스 요금의 한 자릿수 인상안마저 보류되자 “향후 한국전력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력 생산원가 대비 낮은 전기요금으로 한전의 적자 폭이 확대되면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위축된 회사채 시장의 자금경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것. 3월 24일 기준 발행된 한전채 물량은 약 7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이날 동결된 가스요금도 가스공사의 악화된 재무상황과 직결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손실액)은 8조6000억 원까지 불어나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산자부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전기 및 가스요금 조정이 없으면 올해 한전 영업적자는 15조 원, 가스공사 미수금은 13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산업부는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3분기(7~9월) 이후에는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어렵다는 점에서 2분기에 선제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전기료 인상을 계속 미루면 장기적으로 더 큰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