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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및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에게 금융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에도 서명했다. 미국 정부의 초강수에 중국 정부는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미중 갈등도 한층 악화될 전망이다.● 홍콩 특별지위 박탈 가속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같이 취급될 것”이라며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밝혔다. 이어 “(홍콩에 대한) 특권, 특별한 경제적 대우, 민감한 기술의 수출은 이제 없다”고 선언했다. 이날 조치는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 제정을 의결한 직후인 5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던 관련 계획의 후속조치. 미국은 앞서 지난달 29일 홍콩에 대한 국방물자와 첨단기술의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분야별로 속속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홍콩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관련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앞으로 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조치다. 이민과 국적, 국방물자 등 수출통제 등에 대해 홍콩에 부과하던 특혜를 없애는 내용도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미국 내 입국 특혜 △수출통제 물자 등 특정 분야의 수출 특혜 △국제선박 운항과 관련한 상호 세금 면제 △경찰 교육 협력 △풀브라이트 교육 교류 프로그램 △지리 및 우주 분야 정보 공유 등을 모두 중단 혹은 폐지했다. 홍콩 주민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이 중국인 수준으로 강화되면 중국도 맞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홍콩의 기업환경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과 홍콩 간의 범죄인 인도 협정을 중단하고, 국제 수용자 이송을 폐지시킨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에서 정치범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인사가 망명 또는 탈출을 해서 미국으로 갔을 경우 중국이 송환 요청을 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향후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관세·금융 분야는 포함 안 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무역과 관세,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지 않았다. 홍콩과 중국은 물론 미국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일단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정부의 후속조치가 이어지면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허브’ 위상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뉴스는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홍콩 수출품의 관세는 중국 본토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홍콩의 특별지위를 인정해 중국 본토(25%)보다 훨씬 낮은 관세(1.7¤2%)를 부과해왔지만, 앞으로는 중국과 똑같은 관세를 물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관세와 금융 분야 조치까지 이뤄지면 홍콩 경제와 금융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는 홍콩에서 활동하던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엑소더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주 홍콩 미국 상공회의소가 홍콩 내 180개 회원사를 조사한 결과 30%가 홍콩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과 함께 홍콩 경제를 떠받쳤던 고급 인력들도 대거 유출될 우려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홍콩을 떠나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국으로 향하는 전문직과 유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한 中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했다. 통상적으로 오후에 열리는 정기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혔던 것과 달리 이날은 오전 외교부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렸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며 “중국은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반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면서 “미국이 계속 고집한다면 중국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제재에 관여한 미국 고위 인사들에 대한 ‘개인 제재’가 유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동시에 ‘우군’ 확보에 나섰다.15일 런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싱가포르, 태국 총리와 연쇄 전화 통화를 했다.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도 정상 간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홍콩 및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우군을 확보하려는 중국 측의 노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뉴욕시가 위기를 딛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식당이 야외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백화점도 다시 문을 열었다.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0만 명을 넘어 ‘2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뉴욕시의 최근 상황은 꽤 안정적이다. 뉴욕주에서는 7일(현지 시간)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코로나19 환자가 97명에 그쳤다. 인공호흡기 환자가 100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3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뉴욕은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당한 뒤에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첫째,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감염 확산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 뉴욕 응급의료시설인 시티엠디(CityMD)에 따르면 저소득층 노동자가 많은 퀸스 지역에서 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68.4%가 나왔다. 검사를 받은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항체 검사가 의심 증상이 있어 의료시설을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됐기 때문에 실제 주민들의 항체 형성률보다 높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전염병 전문가들이 집단면역의 ‘매직 넘버’로 꼽은 항체 형성률 60%를 넘어선 셈이다. 반면 브루클린에서 백인과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코블힐 지역의 병원에서는 항체 양성 반응자가 13%에 그쳤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달 26일 현재 뉴욕시에서 31만4000명을 조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은 26%로 조사됐다. 둘째, 감염 확산의 속도가 지역,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2차 확산을 대비한 맞춤형 대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식당, 식품점, 의료시설, 건설 노동자 등 코로나19 위기에도 출근해야 하는 필수업종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서 감염률이 높았다. 필수업종 근로자들이 밖에서 감염된 뒤에 여러 가구가 거주하는 집으로 돌아가 가정 내 ‘슈퍼 전파자’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2차 위기를 대비해 필수업종 노동자 보호 대책과 취약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1차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안전지역이 2차 위기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항체 형성률이 얼마나 지속될지, 집단면역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1차 위기에서 감염자가 적었던 지역은 2차 확산이 시작되면 감염자가 급증할 잠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넷째, 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공감대다. 사태 초기엔 마스크를 쓴 동양인이 지하철역에서 폭행을 당할 정도로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요즘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상점도 갈 수 없다. 상점마다 ‘No Mask, No, Entrance(마스크 없으면 입장 못 합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렸다. 한적한 공원 산책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 서로 멈춰 서서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는 게 상식이 됐다. 3년간의 뉴욕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9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한국의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체험했다. 뉴욕에서 느낄 수 없던 체계적 관리를 경험하며 이래서 ‘K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덕분에 한국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적고 코로나19 항체 형성률도 0.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방역엔 성공했지만 2차 감염의 잠재 위험이 큰 나라인 셈이다. 집단면역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의 선택은 딱 하나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긴장을 풀지 말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맞춤형 대책’을 보완해 혹시 모를 2차 위기에 대비하는 길밖에 없다. K방역의 성공은 우리에겐 기회이자 위기인 ‘양날의 검’이다. 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
미국 재정과 통화 정책의 사령탑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나란히 의회에 출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미 의회가 3월 승인한 2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에 따라 마련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 자리였다. 뉴욕 증시는 이날 코로나19 위기 대응 사령탑들의 ‘입’에 주목하며 장 초반 혼조세를 보였다. 므누신 장관과 파월 의장의 추가 경기 부양 의지 등에 힘입어 2분기(4∼6월) 마지막 장은 상승세로 끝났다. 마스크를 쓰고 나온 므누신 장관과 파월 의장은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투명 유리벽이 설치된 좌석에 앉아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므누신 장관은 마스크를 벗고 발언했지만, 파월 의장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중요한 새 단계에 진입했고 예상보다 더 빨리 해냈다”면서도 “경제 활동의 회복은 환영하지만 바이러스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과제 또한 던져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완전한 경제 회복은 사람들이 광범위한 활동에 다시 참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할 때까지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조치들에 경제의 앞날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일찍 중단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 의회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3조 달러가 넘는 경기 부양책을 마련했지만 핵심 프로그램이 이달 종료될 예정이다. 670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고용 유지를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 신청은 이날 마감됐다. 연방정부가 실직자들에게 지급하는 주당 600달러 추가 실업급여도 7월 말로 끝난다. 므누신 장관은 “7월 말까지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추가 경기 부양책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 상원은 이날 밤 늦게 PPP 대출 신청을 8월 8일까지 5주 더 연장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뉴욕 증시는 경제 사령탑들의 경기 부양 의지 등에 힘입어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시행에 따른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의 악재를 이겨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0.8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4%, 나스닥 지수는 1.87% 올랐다. 이 결과 다우 지수는 2분기에 3895.72포인트(17.7%) 오르며 1987년 1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이 기간 515.70포인트(19.9%) 올라 1998년 4분기 이후 가장 훌륭한 성적을 냈다. 나스닥 지수도 2분기에 30.6% 올랐다. 2분기 주식시장의 ‘깜짝 상승세’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령 등으로 급격히 위축된 실물 경제와 동떨어진 흐름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와 연준의 돈 풀기로 주식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진 데다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요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하반기(7∼12월)에는 코로나19 재확산, 홍콩 국가보안법 서명에 따른 미중 무역 갈등 확대, 11월 미 대선 등이 증시 변수로 꼽힌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기업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공식 지정했다. 또 영국은 차세대 통신기술인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사실상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반(反)화웨이’ 전선 확대가 삼성 등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화웨이와 ZTE는 중국 공산당, 군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통신망의 취약점을 악용하고 주요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은 지난해 11월 FCC가 연방서비스기금으로 화웨이와 ZTE 장비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한 행정명령을 공식화한 것이다. 미 정부는 농촌 지역 등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통신서비스 회사에 총 83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보조금으로는 화웨이나 ZTE 장비를 구매할 수 없도록 못 박은 것이다. 같은 날 영국도 나섰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의회 국방위원회에서 “화웨이가 장기적으로 영국 5G 이동통신망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한국)과 NEC(일본)는 영국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공급 회사”라고 언급했다. 현재 보다폰 등 영국 주요 통신업체들은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1월 보리스 존슨 정부는 집권여당인 보수당 의원들과 미국의 반대에도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 공급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으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자 화웨이 참여 배제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의 미국 내 판매를 사실상 ‘봉쇄’하고,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가 하나 둘씩 이에 동참하자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삼성전자는 캐나다 3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텔러스의 5G 이동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텔러스는 그동안 중국 화웨이의 4세대(4G) 이동통신 장비를 100% 사용해왔지만 5G 공급사 선정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했고, 이 자리를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규 통신장비 사업자 선정 주기는 보통 10년 안팎이다. 화웨이 배제 결정이 당장 삼성전자의 단기적 매출 상승 혹은 수주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반화웨이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시장 확대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FCC나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자국 통신장비 시장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만 향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일본, 독일 등 해외 기업과 화웨이 사이의 거래를 차단하는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차단하기 위해 민간 분야 개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에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언제라도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이 한국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며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홍콩에 대해 국방물자와 첨단기술의 수출 규제에 들어가면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본격적인 조치가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 처리에 맞서 공언해 오던 메가톤급 압박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 미중 갈등의 격화 속에 특별지위라는 보호막을 박탈당한 홍콩의 위상이 앞으로 급속히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콩 엑소더스’ 불러올 강경 조치 신호탄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작업은 민감한 안보 분야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 분야부터 시작됐다. 미국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는 이 물자들이 독재체제 유지가 주목적인 중국 인민군의 손에 넘어갈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했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한 군수물자와 장비는 7500만 달러(약 902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6400만 달러 규모의 군용 엔진과 터빈, 350만 달러어치의 탱크와 포, 미사일, 로켓, 총과 탄약 등이 포함된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이런 품목들의 수출 중단은 물론이고 골프채나 군용 미사일에 모두 쓰이는 탄소섬유 등 이중용도 물품의 수출 제한도 곧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홍콩에 수출을 허용한 국방물자와 서비스는 총 240만 달러(약 29억 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무부는 지난주 홍콩의 자치권 훼손에 관여한 중국 관료를 대상으로 비자 제한 조치를 취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6월 11일 미국 자본의 홍콩 이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모두 박탈하면 글로벌 금융자본과 기업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 현재 홍콩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때 붙는 관세(1.7∼2%)는 중국과 동일한 25%로 늘게 된다. 미국달러와 홍콩달러 가치를 고정시키는 ‘달러 페그제’와 국제 금융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금융허브로 번영해온 홍콩이 특수성을 상실하고 중국의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홍콩 자금의 상당 부분은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으로 흘러가 있는 상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결국 홍콩의 성격을 규정하던 일국양제는 무너지는 셈”이라며 “서방은 홍콩이 사실상 중국의 일부라고 인식할 것이고 하나둘씩 홍콩을 떠나면서 홍콩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위 조절 시 홍콩 타격 제한적일 수도다만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를 전면 박탈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미국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홍콩에는 현재 8만5000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고(2018년 기준) 1300개 미국 기업을 포함한 1541개 글로벌 기업이 활동 중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6월 초 의회에 “홍콩을 중국과 같은 관세 대상으로 취급할 경우 미국이 받게 될 영향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을 앞둔 미국, 경기 악화에 직면한 중국 양쪽 모두가 전선 확대를 원하지 않는 만큼 부분적 박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홍콩이 미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데다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예전 같지 않아 당장 중국 경제와 홍콩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홍콩 수출이 2018년 전체 수출의 약 2.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중 미국의 특별 수출허가가 필요한 홍콩 수입품은 2018년 현재 1.2%이다. 홍콩 경제가 제조업보다는 금융과 물류 등 서비스업 중심인 만큼 중국과 같은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타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 CNN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를 인용해 홍콩의 대미 수출액(450억 달러) 중 1%만이 미국의 특혜 관세를 받는 홍콩 생산품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이윤태 기자}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작업을 시작한 것에 맞서 중국이 ‘반격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중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중국이 꺼낼 수 있는 대표적 카드로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이 거론된다. ‘4차 산업혁명의 쌀’, ‘첨단산업의 비타민’ 등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 위성 등 첨단 제품과 무기 제조에 꼭 필요한 필수 소재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역시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원 에너지자원위원회는 24일 희토류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조 맨친 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현재 희토류는 1970년대 원유와 비슷하다”면서 “당시 아랍 산유국들이 서방으로 원유 수출을 막아 미국에 경제 위기가 닥쳤다”고 강조했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허라이즌 어드바이저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희토류 산업을 육성했으며, 이를 무기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 국방부는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희토류 전쟁’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1단계 미중 무역합의 파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역합의가 깨지고 다시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미중 간의 갈등은 레드라인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홍콩에 대해 과도하게 간섭할 경우 무역합의에 따른 미 농산물 구매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이 미국에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외에도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특별지위 박탈 외에 다른 혜택들을 없애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김기용 kky@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을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끌어 올린 ‘셰일 혁명’의 상징인 미 셰일회사 체사피크에너지가 28일(현지 시간)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미 셰일회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사피크는 이날 텍사스 남부지방 파산법원에 연방 파산법 제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이 전했다. 채권자만 10만 명에 이르는 체사피크는 부채 7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를 감면받고 경영권 유지를 위한 9억25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는 자구 계획을 법원에 제출했다. 1989년 오브리 매클렌던이 공동 창업한 체사피크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평시추와 ‘수압파쇄(프래킹)’ 공법을 개척한 셰일 혁명의 선도 기업이다. 전성기 때인 2008년에는 웨스트버지니아주 넓이와 맞먹는 약 1500만 에이커(약 6만700km²)의 개발권을 확보하며 미 제2의 가스 생산회사로 도약했지만 이 과정에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가 하락에다 셰일 가스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셰일 원유로의 뒤늦은 전환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오다가 코로나19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2008년 350억 달러(약 42조 원)가 넘었던 시가총액은 26일 현재 1억16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내 다른 원유 업체들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로펌 헤인스앤드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북미 지역에서 200개 이상의 원유 및 가스 생산회사들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4월 셰일회사 화이팅페트롤리엄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등 올해만 최소 20개 원유 및 가스 회사가 무너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돼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고속도로 교통량마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은 올해 들어 30% 이상 하락했다.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 미 셰일가스 회사의 약 30%가 기술적으로 파산 상태에 놓일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25전쟁 70주년인 25일(현지 시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 백악관 인근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찾아 기념비에 헌화했다. 북한이 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념비 헌화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공원을 찾아 20여 분간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화환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한 뒤 군인들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며 참전 장병의 희생을 추모했다. 이어 참전용사들과 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기념공원을 둘러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은 각각 정전 60주년, 정전 50주년, 6·25전쟁 발발 50주년에 이곳을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이수혁 주미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표명하고 우려도 했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평화가 유지되도록 노력을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말했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6·25전쟁 70주년 기념식 관련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서는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고 북한의 입장도 들었다. 공은 그들(북한) 코트에 있다. 우리는 그 논의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활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이들 시스템은 우리 모두가 무역 문제나 다른 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있다”며 “우리는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이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논쟁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양측이 대화를 유지하길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도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한미 전략포럼 이틀째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목표를 외교를 통해 진전을 이루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역효과를 낳는 추가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반(反)중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기 위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인프라 표준 설정 프로젝트인 ‘블루 닷 네트워크’에 한국의 참여도 독려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식 때 단골로 입는 202년 역사의 미국 정장 브랜드 ‘브룩스브러더스’는 뉴욕 퀸스의 수제 넥타이 공장을 8월에 닫기로 했다. 맨해튼 본점에서 약 6km 떨어진 롱아일랜드시티 공장에서 한 땀 한 땀 넥타이를 손으로 만들던 136명의 직원은 졸지에 직장을 잃을 처지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 숙련 노동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도시 경제의 근간인 서비스업을 마비시키고, 그나마 남은 제조업까지 위협하는 일자리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뉴욕 등 세계 대도시들은 보호무역주의 득세와 코로나19 사태,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이 뒤섞인 ‘칵테일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대표급’ 대도시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자본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신(新)중세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가 간 이동과 교류의 통로가 좁아지는 ‘장벽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대도시의 생활 방식이 창의성을 뿜어내는 경쟁력의 원천이 아니라 공중보건 위기를 부르는 뇌관이 됐다. 대도시들이 코로나19 이후 ‘넥스트 노멀’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위기에서 드러난 다섯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도시 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자를 지키는 일이다. 미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는 50일간 지역 상점에서 5달러를 소비하자는 ‘파이브4피프티(Five4Fifty)’ 캠페인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와 시카고시는 연방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소액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메릴랜드, 뉴햄프셔, 텍사스주는 식당 주류 배달 규제를 풀었다. 말레이시아는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바우처’를 나눠줬다. 모두 자영업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일들이다. 둘째,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저소득층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뉴저지주는 코로나19 실직자들과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늘어난 식료품점 등 필수업종 단기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코로나 시대 맞춤형 ‘채용 사이트’를 열었다. 재택근무와 비접촉 상거래는 디지털 역량이 떨어지는 영세 자영업자나 저임금 노동자들에겐 위기다. 호주는 기술 재교육 프로그램인 ‘마이 스킬’을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 셋째, 안전한 도시를 재건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맞춰 의료진, 의약품, 보호장비를 신속하게 배분할 수 있는 기민한 행정력과 비대면 원격의료 서비스 등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카메라와 센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시티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중국에서 500개 이상의 스마트 시티가 건설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넷째,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뉴욕의 관광객이 회복되는 데는 5년이 걸렸다. 뉴욕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력 산업인 금융업의 위기를 겪었다. 이후 코넬대 공대 등을 세우고 스타트업과 인재를 육성하며 실리콘밸리 추격에 나섰다. 뉴욕시의 기술 분야 일자리만 30만 개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지역화와 부채 위기를 관리하는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로 생산과 소비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지역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도시 간 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경기 침체와 주민 이탈로 도시의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가 진정되고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 빚이 많은 가계, 기업, 도시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꼽힌다. ‘K방역’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이번 위기를 도시와 국가 경쟁력을 다지는 기회로 만드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병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독일마셜기금의 브뤼셀포럼과의 화상대담에서 “2년 반 전부터 전 세계 우리 군의 준비태세에 대한 전략적 평가를 시작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과 관련해 내린 결정은 전 세계에 우리의 자원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집단적 의사결정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결정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축한 주독미군의 일부는 폴란드 등 다른 지역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미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3만4500명의 주독미군 중 9500명이 줄어들고, 이 중 1000명이 폴란드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독일처럼 국내총생산(GDP)의 1%를 국방비로 지출하는 것은 미국만큼 러시아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국방비 지출에 소극적인 독일을 비판했다. 또 “러시아와 다른 적국을 저지하는 역량은 더이상 일부 지역에 많은 사람을 주둔시키는 것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일부 지역에서 미군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춰 독일에서 감축한 미군 일부를 재배치할 수도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그는 인도, 베트남,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며 “우리는 중국 인민해방군에 맞서기 위한 적절한 태세를 갖추도록 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 시대의 도전이며 우리는 이 일을 하기 위한 자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감축하는) 주독미군 수천 명은 유럽 내 다른 지역, 또 다른 수천 명은 미국령 괌, 하와이와 알래스카, 일본 같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 호주에도 배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하루 기준 최고치인 3만6300명 이상 발생하면서 ‘2차 확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둘러 경제활동을 재개한 남서부 지역에서 환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앞으로 석달 간 미국에서 6만 명이 더 사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NBC뉴스에 따르면 24일 미국의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3만6358명 발생해 종전 최대치인 4월 26일 3만 6285명을 넘어섰다. 59일 만에 ‘2차 정점’을 찍은 셈이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일부 주들이 봉쇄령을 풀고 경제 재개에 들어간 ‘메모리얼데이’(5월 25일) 연휴를 기점으로 남서부 지역의 재확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가 많은 주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하루 최대치인 7149명의 신규 환자가 확인됐다. 텍사스, 플로리다주에서도 5000명이 넘는 환자가 쏟아졌다. CNBC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국의 7일 평균 신규 감염자 수는 1주일 전에 비해 30% 증가했다. 최소 26개 주에서 환자가 5% 이상 늘었다. 일부 지역의 병원 집중치료실(ICU)은 환자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누적 환자가 10만9000명에 이르는 플로리다 주의 ICU 여유분은 21%로 떨어졌다. 애리조나주는 12%에 불과하다. 기업들도 다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 제조회사인 애플은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한 텍사스주 휴스턴의 애플스토어 7곳을 25일부터 닫기로 했다. 앞서 19일 애플은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의 애플스토어 11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디즈니는 7월 17일로 예정된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 등 두 곳의 테마파크 재개장 일정을 연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얼굴 가리개 착용 의무화 등의 조치로 확산세가 어느 정도 잡힌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3개주는 최근 남서부 ‘핫스폿’을 거친 방문자에게 25일부터 도착 이후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를 명령했다. 앨라배마 아칸소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워싱턴 텍사스 유타 등 9개주가 대상에 포함됐다. 3월 말 플로리다주가 뉴욕, 뉴저지주에서 온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14일을 명령했지만 이제는 처지가 뒤바뀐 것이다. 미 워싱턴대 의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미국의 재확산 추세가 8월말 경 시작해 9월에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재 12만1870명인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월1일 약 18만 명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미국인 95%가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사망자가 14만6000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방문을 앞두고 자가격리 조치를 거부했다. 24일 CNN은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등 3개주는 핫스폿을 방문한 이들에게 2주 간 자가격리를 명령했했지만 백악관 측은 “대통령은 민간인이 아니다”라며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법무부가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옛 변호인이자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마이클 코언 등을 수사한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61·사진)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본인이 직접 뽑은 인사를 석연찮은 이유로 경질하는 모양새여서 ‘정치적 외압’ 논란이 거세다. CNN 등에 따르면 버먼 전 검사장은 해임 당일인 19일 성명을 내고 “사임하지 않았고 사임할 의도도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20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밝히자 “정상적 법의 운영을 존중하기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대통령의 ‘골프 친구’이자 법조인 출신인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낙점됐다. 클레이턴 위원장의 상원 인준 기간에는 오드리 스트라우스 뉴욕 남부검찰청 차장검사가 대행을 맡는다. 임기 4년의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주가 조작 등 각종 금융범죄 수사를 주로 맡는 뉴욕 남부지검은 미 전역의 93개 지검 중 정치적 독립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버먼의 전임자인 인도계 프리트 버라라 전 검사장을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3월 경질했다. 버라라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8년간 뉴욕 남부지검을 지휘하며 수많은 월가 거물을 기소해 명성을 떨쳤다. 트럼프 역시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유임을 약속했지만 ‘오바마가 뽑은 검사’란 이유로 가차없이 내쳤다. 당시 버라라도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했지만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인 버먼 전 검사장을 직접 면접까지 보고 낙점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취임한 버먼이 측근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자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특히 그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을 조사한 것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버먼 해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다. 관여하지 않는다”며 바 장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클레이턴 위원장의 인준 통과 여부도 불확실하다. 상원 다수당인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연이은 사법부 개입을 껄끄러워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버먼은 바 장관의 전임자인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때 취임해 바 장관이 버먼의 해임을 주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뉴욕 남부지검의 터키 국영은행 수사를 챙겨 달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볼턴은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터키 재무장관과 이 은행 수사 문제를 논의했다고도 주장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법무부가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옛 변호인이자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마이클 코언 등을 수사한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61)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본인이 직접 뽑은 인사를 석연찮은 이유로 경질하는 모양새여서 ‘정치적 외압’ 논란이 거세다. CNN 등에 따르면 버먼 전 검사장은 19일 성명을 내고 “사임하지 않았고 사임할 의도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20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밝히자 버먼은 “정상적 법의 운영을 존중하기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대통령의 ‘골프 친구’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낙점됐고, 상원 인준을 거치는 기간에는 오드리 스트라우스 뉴욕 남부검찰청 차장검사가 대행을 맡는다. 임기 4년의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친다. 뉴욕 남부지검은 주가조작 등 각종 금융범죄 수사로 유명하며, 법무부 산하 미 전역의 93개 지검 중 정치적 독립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버먼의 전임자인 인도계 프릿 바라라 전 검사장을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3월 경질했다. 바라라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8년간 뉴욕 남부지검을 지휘하며 수많은 월가 거물을 기소해 명성을 떨쳤다. 트럼프 본인 또한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유임을 약속했지만 ‘오바마가 뽑은 검사’란 이유로 가차 없이 내쳤다. 당시 바라라도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했지만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인 버먼 전 검사장을 직접 면접까지 보고 낙점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취임한 버먼이 자신의 측근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자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특히 그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의혹을 조사한 것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버먼 해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다.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바 장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클레이턴 위원장이 의회 인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집권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이지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연이은 사법부 개입을 껄끄러워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뉴욕 남부지검의 터키 국영은행 수사 문제를 챙겨달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볼턴은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터키 재무장관과 터키 은행 수사 문제를 논의했다고도 주장했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13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패션1번지 소호. 유명 브랜드의 진품 감별사로 일하다가 얼마 전 실직한 댄 파이에드라 씨는 패션 매장 쇼윈도에 설치된 약탈 방지용 누런 나무판자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 옆에는 “열심히 일하자”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등의 문구를 적었다. 파이에드라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약탈 피해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호 거리의 가게들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설상가상 지난달 31일 밤과 이달 1일 새벽에는 백인 경관의 폭력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를 틈타 벌어진 범죄자들의 약탈로 이 거리의 상점 절반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황폐해진 소호 거리는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뉴욕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대신하는 ‘거리의 갤러리’로 바뀌고 있다. 뉴욕의 예술가들은 상점 쇼윈도에 설치된 약탈 방지용 나무판을 캔버스 삼아 사랑과 평화, 차별 반대 등을 상징하는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호의 눈물’ 닦아주는 예술가들 거리예술 운동은 뉴욕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모임인 ‘소호 소셜 임팩트(SSI)’가 주도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철거될 쇼윈도 나무판자에 공 들여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뭘까. 친구 케이지 드라이스데일 씨와 SSI 운동을 시작한 트리스턴 레지나토 씨(25)는 기자에게 “약탈이 끝나고 소호 가게의 쇼윈도에 붙은 흉한 모습의 나무판자들이 보기 싫었다”며 “아름다운 예술로 이 부정적인 일들을 모두 되돌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SSI에는 레지나토 씨와 뜻을 같이하는 뉴욕의 예술가 등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SSI는 “암울하고 추한 합판에 그림을 그려 사랑을 널리 전파하고 싶었다”라고 목적을 밝혔다. 레지나토 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SSI가 세계적 운동이 됐으면 좋겠다”며 “한국 아프리카 남미 등의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꼭 100일이 되는 8일 제조업,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의 활동을 재개하는 ‘1단계 경제 재개’에 들어갔다. 의류 상점들도 매장 밖에서 미리 주문한 물건을 건네주는 식의 영업을 할 수 있다. 약탈을 당하지 않은 소호 지역의 일부 매장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예전의 활력을 되찾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소호 상권 육성단체인 ‘소호얼라이언스’의 션 스위니 대표는 지역방송 ‘뉴욕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경제가 완전히 재개되기까지 상점들의 나무판자들이 철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하는 상인들 이날 오후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서는 뉴욕시의 경제 재개 이후 첫 농산물직거래 장터가 열렸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열렸던 광장에는 뉴욕 일대 농민이 텐트 100여 개를 설치했다. 신선한 야채, 과일, 꽃을 사려는 뉴욕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도시는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상인과 시민의 표정에선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묻어났다. 일부 농민은 마스크와 장갑, 투명 얼굴 가리개까지 쓰고 나와 손님을 맞았다. 입구에선 시장 관계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통제했다. 바닥에는 6피트(약 1.8m) 간격을 두고 사람들이 설 수 있도록 분필로 숫자와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한 상인은 “코로나19 기간에도 마켓을 열었지만 이렇게 많은 상인들과 손님들이 온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사람들이 몰리니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15일 맨해튼 코리아타운 한식당 삼원가든. 직원 10여 명이 영업 재개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300만 원을 들여 체온 감지 장비를 설치했고, 계산대에는 안면 인식과 체온 측정이 가능한 인식기를 설치했다. 인식기에 다가가자 ‘낯선 사람’이라는 표시가 뜨면서 ‘정상 체온’이라는 소리가 울렸다. 이 식당은 건물 벽, 화장실에 자외선 살균기, 유리창에 살균 필름, 테이블에 투명 차단막도 설치할 예정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식당 테이블은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토니 박 사장은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줄어든 식당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식재료를 드라이아이스 용기에 담아 미 전역에 배송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에 멍든 도시, 탈도시 현상 가속화 최근 방문한 코리아타운 건물 곳곳에는 ‘임대 안내’ 간판이 걸려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빈 상가나 방이 나오면 하루에 수십 번씩 계약 문의가 쏟아졌지만 지금은 월세를 30∼40% 내려도 문의가 없다고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부동산 분석 회사인 밀러 새뮤얼 앤드 더글러스 엘리먼에 따르면 5월 맨해튼의 신규 임대 계약은 62% 급감했다. 아파트 임대 공고는 전년 대비 34% 늘어난 7420건이 쏟아졌다. 아파트 공실률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3월 1일부터 5월 1일까지 뉴욕 시민의 약 5%인 42만 명이 도시를 떠났다. 부유층이나 대학생 등 젊은층이 많이 사는 지역인 어퍼이스트사이드, 웨스트빌리지, 소호, 브루클린하이츠 등에서는 인구가 40% 이상 한시적으로 줄었다. 이들이 언제 얼마나 돌아올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CNBC는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는 ‘탈도시 현상’과 부동산 거래 중단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중교통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제 재개 첫날인 8일 뉴욕 지하철 이용자는 전주 대비 17% 늘어났지만 감염을 우려해 대중교통을 꺼리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시민들이 다시 자가용을 몰고 나오면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없다. 통상 맨해튼의 대중교통 이용량이 1% 감소하면 자동차 통행이 12%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객차 소독용 자외선 살균기 등을 도입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 시험대 오른 ‘콤팩트 도시’ 코로나19 사태는 도시 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인구 840만 명의 뉴욕시에서 2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도시의 핵심 경쟁력인 인구와 자본의 집적이 공중보건 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공중보건 인프라가 부족하고 빈부 격차가 심각할 경우 좁은 지역 초고층 빌딩에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콤팩트 도시’ 모델이 전염병과 약탈 등에 취약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1970년대 뉴욕처럼 ‘경기 침체→시민 이탈→시 재정 위기→범죄 증가→도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메가톤급 ‘대도시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뉴욕시는 두 차례 경기 침체로 인구 130만 명이 순감소했다. 세수가 줄어 시 재정이 악화되자 경찰 채용조차 4년간 중단됐다. 범죄도 급증했다. 뉴욕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 적자가 9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시 감사원은 2024년이 돼야 줄어든 일자리가 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1년 9·11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등 숱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처럼 뉴욕시가 이번 위기도 빠르게 극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도시 이탈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사람과 사람을 긴밀히 연결해 주는 도시의 ‘집적효과’를 기술이나 교외 지역이 대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도시의 부활은 지도자들이 시민들이 안전하게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 인종차별 반대 집회 현장에서 만난 30대 백인 남성 니컬러스 바버 씨는 “경찰의 폭력과 싸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구호가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반려견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바버 씨는 한국 신문사 뉴욕 특파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기자에게 “시위를 취재해 줘서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수갑까지 차고 제압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의 목을 숨이 넘어갈 때까지 8분 46초간 무릎으로 짓누른 백인 경찰의 야만적 폭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는 크고 깊었다.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왔다는 케일라 힐턴 씨는 “무고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에게 살해당했다. 지금은 내가 백인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복되는 경찰 폭력과 시위에 넌더리가 난 뉴욕 시민들은 정작 필요할 때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다시 한 번 좌절했다. 지난달 31일 밤부터 이달 2일 새벽까지 뉴욕시에서 맨해튼의 ‘심장부’인 미드타운과 패션 1번지 소호, 서민 주거지인 브롱크스 등에서 수백 곳의 상점이 약탈을 당했다. 약탈을 ‘가난한 자들의 부자에 대한 분노’라고 미화하는 철없는 좌파들도 있지만, 약탈자들은 시위대들과 다른 사람들이었다. 3억 원이 넘는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가게 앞에 대고 훔친 물건을 실어간 간 큰 도둑들도 있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테런스 모너핸 미국 뉴욕경찰국(NYPD) 국장은 1일 플로이드 씨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 앞에서 “우리는 여러분을 지지한다”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선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화가 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경찰은 약탈과 범죄를 막아야 한다. 그것이 경찰력의 본질”이라며 “뉴욕 경찰이 자신들의 일을 효과적으로 하지 않았다. 시장은 문제를 과소평가했다”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경찰 지휘부를 정면 비판했다. 뉴욕시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경찰력을 보유하고 있다. 3만6000명의 경찰관이 있다. 한 해 경찰 예산으로 북한 국방비(16억∼33억 달러 추정)보다 많은 60억 달러를 쓴다. 그런데도 뉴욕시의 심장부인 맨해튼 미드타운까지 약탈꾼들에게 탈탈 털리는 걸 막지 못했다. 그 사이 시민들은 평생 일군 재산을 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연일 이어지는 시위로 고생한 일선 경찰관들도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폭력과 지휘부의 무능에 화가 난 시민들은 경찰 예산을 줄여 저소득층 사회복지를 늘리자는 ‘디펀드 폴리스’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보수진영 인사들은 민주당 소속 시 당국의 무능으로 몰고가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도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인들은 자체 경비원을 고용해 가게를 지키기 시작했다. 경제 재개를 준비해야 할 뉴욕 5번가의 고급 백화점은 유리창과 입구에 나무판자를 대고 철조망을 얹은 철제 울타리에 수십 명의 경비원까지 ‘3중 보호막’을 쳤다.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인적이 뚝 끊겼을 때도 없던 일이었다. 약탈이 휩쓸고 간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의 한식당 ‘희’의 깨진 유리창 옆에는 9일 한국 소주 광고와 함께 “폐업했습니다. 제발, 제발, 유리창을 깨지 말아주세요. 제발”이라고 손으로 직접 눌러 쓴 안타까운 영문 호소문이 걸려 있었다. 뉴욕시는 경찰이 제 역할을 못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단 며칠 만에 보여줬다. 6월 뉴욕 도심 상점의 ‘깨진 유리창’과 방호막들은 시민을 위한 공권력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국무부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북한과 균형 있는 합의를 위한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북한과의 의미 있는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며 “협상을 통해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며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모든 사항에 대해 균형 있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대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협상 채널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미 국무부의 메시지는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상황을 관리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남북 연락 채널을 끊으며 남북관계 단절을 시사하자 9일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며 북한에 불만과 경보를 전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한반도의 위기가 동맹의 필요성을 강화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북한의 최근 남북 연락 채널 단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정당성을 실추시키고 북한 주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미관계가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하기 위한 전통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힐 전 차관보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같은 실험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국을 경쟁자로 보고 있는 데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등을 거론했다. 힐 전 차관보는 “무언의 위협은 한국이 분담금을 치르지 않으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을 갖는 것의 중요성과 동맹들을 더 긴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에 대해 명확한 사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재점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감염자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어 ‘2차 팬데믹(대유행)’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21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 시간) 전했다. 지난달 봉쇄 조치를 완화한 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6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일 하루 3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대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봉쇄 완화와 노동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던 남부 플로리다 역시 경제 활동을 재개한 지 6주째인 이달 3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애리조나, 유타, 뉴멕시코주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감염자 수가 지난주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존스홉킨스대는 3월 미 전역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꺾였던 확산세가 경제 재개로 인해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과 남아시아도 심각하다. 국제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는 3717명으로 3월 2일 첫 발병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1581명까지 떨어졌다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후 봉쇄를 대폭 완화한 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6일 제2도시 지다의 봉쇄를 재개했다. 이란 역시 3월 하순에 이어 이달 2∼4일 최고치를 찍으며(3000여 명) 2차 확산을 겪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10일 각각 역대 최대치인 9985명과 53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3000명대였던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봉쇄 조치를 완화한뒤 3배 정도 증가하자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초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1000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 4000명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2차 확산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2년까지 현재의 ‘제로(0)’ 금리를 유지할 뜻을 시사했다. 초저금리 지속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는 1971년 출범 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0,000 선을 돌파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를 0.00∼0.25%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FOMC 위원 17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현 제로금리가 2022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미 성장률이 ―6.5%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5.0% 상승하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은 올해 9.3%에서 내년에 6.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사진)은 화상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도전적 시기에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수익률곡선 통제(YCC·Yield Curve Control)’를 언급했다. YCC는 중앙은행이 특정 국채를 사고팔면서 장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넘어 시중금리까지 직접 통제할 뜻을 밝힌 것으로, 양적완화보다 적극적인 경기침체 대응 방식으로 꼽힌다. 초저금리 지속 기대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의 수혜를 입고 있는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의 호조에 힘입어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66.59포인트(0.67%) 오른 10,020.35에 마쳤다. 1971년 개장한 나스닥은 1995년 7월 1,000 선을 돌파했고 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5,000 선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26일 9,000 선을 돌파한 지 불과 49일 만에 1000포인트 상승할 정도로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2.5%, 3.7% 올랐다. 아마존(1.8%)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0.7%)도 상승하는 등 소위 ‘마가(MAGA)’ 4개 기업이 10,000 선 돌파를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머리글자와 같아 붙은 별명이다. 다만 미 실물경제가 여전히 침체 여서 나스닥이 이상 과열에 빠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2차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재확산 조짐이 뚜렷하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21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봉쇄조치를 완화한 이후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일 하루 3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대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봉쇄 완화와 노동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던 남부 플로리다 역시 경제활동을 재개한 지 6주째인 이달 3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텍사스, 애리조나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는 3월 미 전역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꺾였던 확산세가 경제 재개로 인해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과 남아시아도 심각하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는 3717명으로 3월 2일 첫 발병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1581명까지 떨어졌다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후 봉쇄를 대폭 완화한 이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6일 제2도시 지다의 봉쇄를 재개했다. 이란 역시 3월 하순에 이어 지난 2~4일 최고치를 찍으며(3000여 명) 2차 확산을 겪었다. 이란도 지난달 말부터 모스크 예배 허용 등 봉쇄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재확산을 맞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10일 각각 역대 최대치인 9985명과 53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3000명 대였던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봉쇄 조치를 완화한뒤 3배 정도 증가하자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재개를 검토 중이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초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1000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선 4000명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2차 확산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2년까지 현재의 ‘제로(0)’ 금리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초저금리 지속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의 나스닥시장은 1971년 출범 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만 선을 돌파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를 0.00~0.25%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또 별도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제로금리가 2022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점도표는 FOMC위원 17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들의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올해 말, 내년 말, 2022년 말 모두 0.1%였다. 연준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미 성장률이 ―6.5%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5.0% 상승을 기록하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은 올해 9.3%에서 내년 6.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고려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도전적 시기에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수익률곡선 통제(Yield Curve Control·YCC)’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CC는 중앙은행이 특정 국채를 사고팔면서 장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넘어 시중금리까지 직접 통제할 뜻을 밝힌 것으로, 양적완화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기침체 대응 방식으로 꼽힌다. 특히 시중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져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 이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초저금리 지속 기대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의 수혜를 입고 있는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의 호조에 힘입어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일대비 66.59포인트(0.67%) 오른 10,020.35에 마감했다. 1971년 2월 개장한 나스닥은 24년이 흐른 1995년 7월 1,000선을 돌파했고 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5,000선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26일 9,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49일 만에 1000포인트 상승할 정도로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2.5%, 3.7%씩 올랐다. 아마존(1.8%)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0.7%)도 상승하는 등 소위 ‘마가(MAGA)’ 4개 기업이 1만 선돌파를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앞글자와 같아 붙은 별명이다. 나스닥 상장 기업의 14%는 기술기업, 17%는 바이오 기업이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제조업 중심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4% 하락했고 미 실물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나스닥이 닷컴 버블 시기와 유사한 이상과열에 빠졌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