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이상환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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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상환 기자입니다.

payback@donga.com

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사회일반38%
사건·범죄23%
사고13%
인사일반10%
교육7%
남북한 관계3%
육상3%
국방3%
  • “소비자 선택권 무시” 반발에…직구 제한 사흘만에 번복

    “안전, 국민 위해 차단을 강조하려다보니 (16일 정부 발표의) ‘워딩’이 오해 소지가 있었다. 사과를 드리고 바로잡는다.”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국가인증통합마크인 KC 인증을 받지 않은 80여 품목에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16일 발표를 번복하며 이같이 몸을 낮췄다. 한 고위 당국자는 확산한 소비자 우려와 혼선 가중을 체감한 듯 “발표의 방법이 거칠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정책 수요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 직구 문제를 두고 정부가 ‘소비자 안전’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 충격 완화에 집중하다 국민적 우려와 혼선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발표 후 소비자 우려와 서민층 민심 이반 우려까지 일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정부가 19일 브리핑을 통해 해명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 “소비자 아닌 기업 생각만 했나” 시선도국무조정실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어 “정부가 추진할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발표 이튿날인 17일 “80개 품목 전체에 대해 해외 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정정 해명에도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규제라는 논란이 커지자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시 추가 브리핑을 통해 설명에 나선 것. 16일 발표대로라면 소비자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KC 인증 마크가 없는 어린이 머리띠를 직접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금지된다. 정부가 개인 해외 직구 상품에 KC 인증을 의무화해 사실상 해외직구를 차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차장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렸어야 되는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께 혼선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서 알려드린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기업 경쟁력’ 항목도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 충격 완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를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는 항목을 두고 정부가 소비자 안전, 국내 소상공인·유통업체를 보호하려다 ‘과도한 규제 목표’를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중국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 제품에서 위해성이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체계적인 근거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을 명목으로 지나치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있었다”며 “정부가 규제 기관으로서 향후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관련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위해성 확인된 제품은 반입 제한”정부는 안전성 검사를 거쳐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반입을 제한할 계획은 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올 6월 관세청과 산업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일부 생활용품에 유해물질이 포함돼있는지 확인하는 위해성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모차·완구 등 어린이 용품과 전기온수매트를 포함한 전기용품, 생활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이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검사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인 ‘소비자24’에 실시간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실제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예정이다. 이 차장은 “기존에 진행하던 유해성 검사를 훨씬 강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며 “(해외직구를) 어떻게 차단할지는 검사 결과로 축적된 자료를 보고 결정해야 된다”고 했다. 직구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됐던 KC 인증과 관련해서도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앞으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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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병에 액체로 마약원료 들여와 국내서 필로폰 제조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 프랑스 화이트 와인 병에 액체 형태의 마약 원료를 국내에 몰래 들여와 18만 명이 투약 가능한 양의 필로폰을 제조한 중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중국산 밀크티 봉지 등에 담아 밀수한 30대 남성도 검거됐다. 1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와인병에 담긴 액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을 제조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려고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로 20대 중국인 남성을 구속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지난달 3일 국내로 입국한 이 남성은 같은 달 16일까지 인천에 있는 한 호텔에서 와인병에 담긴 액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 5.6kg을 제조했다. 이는 시가 186억 원 상당으로 18만6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이다. 남성은 입국 당시 와인병 6개에 원료를 넣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액체 원료와 실제 와인은 색상 등이 매우 비슷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은 필로폰 2kg을 판매하려다 현장에 잠복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남은 필로폰 3.6kg과 액체 원료 300mL를 압수했다. 국내에서 직접 필로폰을 제조하다 적발된 사례는 전체 마약 사범(1만7818명)의 0.3%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필로폰은 제조법이 어려운 데다 상대적으로 발각될 위험성이 높아 완제품 형태로 국내에 밀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기약 등으로 국내에서 필로폰 소량을 제조하려고 시도하다 붙잡힌 이들도 있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경찰은 올 2, 3월경 분말 형태의 밀크티 스틱에 향정신성의약품 ‘러미라’를 섞어서 밀반입한 30대 한국인 남성도 붙잡았다. 기침 감기약으로 쓰이는 러미라는 1990년대 청소년들이 환각 증상을 느끼기 위해 술에 섞어 마시는 등 남용되기 시작하자 2003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남성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신경통약인 ‘프레가발린’도 중국 술로 위장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해당 의약품에 대해 ‘마약 검사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홍보하며 서울 강남이나 부산 일대 유흥가에 유통하려다 적발됐다. 경찰은 두 남성을 도운 공범 2명이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 공조를 통해 검거되지 않은 마약 사범들을 빠르게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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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병에 액체로 마약원료 들여와 국내서 필로폰 제조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 프랑스 화이트 와인 병에 액체 형태의 마약 원료를 국내에 몰래 들여와 18만 명이 투약 가능한 양의 필로폰을 제조한 중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중국산 밀크티 봉지 등에 담아 밀수한 30대 남성도 검거됐다. 1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와인병에 담긴 액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을 제조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려고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로 20대 중국인 남성을 구속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지난달 3일 국내로 입국한 이 남성은 같은 달 16일까지 인천에 있는 한 호텔에서 와인병에 담긴 액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 5.6kg을 제조했다. 이는 시가 186억 원 상당으로 18만6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이다. 남성은 입국 당시 와인병 6개에 원료를 넣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액체 원료와 실제 와인은 색상 등이 매우 비슷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은 필로폰 2kg을 판매하려다 현장에 잠복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남은 필로폰 3.6kg과 액체 원료 300mL를 압수했다. 국내에서 직접 필로폰을 제조하다 적발된 사례는 전체 마약 사범(1만7818명)의 0.3%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필로폰은 제조법이 어려운 데다 상대적으로 발각될 위험성이 높아 완제품 형태로 국내에 밀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기약 등으로 국내에서 필로폰 소량을 제조하려고 시도하다 붙잡힌 이들도 있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경찰은 올 2, 3월경 분말 형태의 밀크티 스틱에 향정신성의약품 ‘러미라’를 섞어서 밀반입한 30대 한국인 남성도 붙잡았다. 기침 감기약으로 쓰이는 러미라는 1990년대 청소년들이 환각 증상을 느끼기 위해 술에 섞어 마시는 등 남용되기 시작하자 2003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남성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신경통약인 ‘프레가발린’도 중국 술로 위장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해당 의약품에 대해 ‘마약 검사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홍보하며 서울 강남이나 부산 일대 유흥가에 유통하려다 적발됐다. 경찰은 두 남성을 도운 공범 2명이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 공조를 통해 검거되지 않은 마약 사범들을 빠르게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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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檢이 돌려보낸 이호진 구속영장 재신청

    수십억 원대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16일 결정된다. 13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은 16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르면 같은 날 오후에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은 앞서 한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추가 수사를 진행한 후 7일 재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그룹 임원들이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장부를 작성하고 급여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소유 골프장 태광CC를 통해 계열사에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와 계열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 전 회장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3차례 진행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태광그룹 측은 이 전 회장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룹 2인자였던 전 경영협의회 의장 김모 씨가 이 전 회장과 갈등하고 회사를 떠난 뒤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김 씨가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범법 행위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며 “감사에 착수해 관련 김 전 의장 관련 비위가 다수 드러났다”고 주장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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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법원, 26억장 분량 정보 北에 털려… 내용 파악된건 0.5%뿐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법원 전산망에서 빼간 개인정보 등 자료가 A4용지 26억 장에 해당하는 1TB(테라바이트)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 자료 중 0.5%만 내용을 파악했는데, 금융정보와 의료 진단서 등 민감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파악되지 않은 나머지 99.5%에 산업기술이나 탈북민의 개인정보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어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1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라자루스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법원행정처 전산망에 악성코드를 심어 외부로 빼돌린 자료가 총 1014GB(기가바이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A4 용지(2000자 기준) 약 26억2100만 장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초반엔 빼돌린 자료들은 국내 서버 4대를 거쳐 전송했지만, 나중에는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버 등 해외 서버 4개로 직접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그중 0.5%에 해당하는 4.7GB의 내용을 파악한 결과 주민등록번호와 진단서, 자필 진술서, 채무 자료, 혼인관계증명서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개인회생 관련 자료 등 5171개의 문서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 3월 대법원은 자료 유출을 사과하며 “개인정보가 담긴 PDF 파일도 26건 유출됐다”고 했는데, 그 규모가 최소 200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유출 자료 중 복원되지 않은 약 1009GB는 무슨 내용인지 확인도 어렵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2월 악성 프로그램을 탐지하고도 같은 해 12월에야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에 조사를 맡기는 바람에 유출 기록 등이 기간 만료로 삭제된 탓이다. 특허법원이 보관하는 산업·방산기술이나 형사소송에 증거로 제출된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 등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경찰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이달 9일 유출이 확인된 파일 5171건을 법원행정처에 제공하고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권고했다. 해킹된 법원 자료에 대출-금융정보… “보이스피싱 타깃 위험” 北에 뚫린 법원 전산망악성코드 탐지 10개월뒤 수사 의뢰기록 지워져 자료내용 파악 안돼… 혼인관계 증명서-진단서 등 포함“대포통장-대포폰 개설 등 속수무책… 탈북민 정보 유출땐 北보복 우려도” ‘자필 진술서, 채무증대 및 지급불능 경위서, 혼인관계증명서, 진단서 등.’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19개월간 법원행정처 전산망에서 빼돌린 자료 가운데 약 0.5%를 복원한 결과 이 같은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체로도 많은 민감정보를 담고 있어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나 대포통장 개설 등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 그런데 유출된 나머지 99.5%는 앞으로도 복원이 어려워 2차 피해 예방까지 어려운 상태다. 시일이 지나면서 전송 기록이 거의 다 지워졌기 때문이다. 법원이 2년 넘게 악성 프로그램 감염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수사 의뢰까지 미루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北, ‘아마존 직송’으로 자료 빼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라자루스가 법원행정처 전산망에 침입해 악성코드를 심은 건 2021년 1월 17일 이전이다. 시일이 많이 지나 보안장비의 상세한 기록이 삭제된 탓에 악성코드를 정확히 언제, 어떻게 심었는지는 밝힐 수 없었다. 라자루스는 2021년 6월 29일부터 법원 밖에 있는 국내 서버 4개로 자료를 빼내기 시작했다. 3개는 일반 기업이 운영하는 서버였는데, 이들도 라자루스가 심은 악성 프로그램에 당했다. 나머지 1개는 북한 측이 직접 빌린 서버였다. 같은 해 11월 9일까지 4개월여간 이렇게 빼돌린 자료가 672GB였다. 2022년 4월 19일부턴 라자루스의 수법이 더 과감해졌다. 국내 서버가 아닌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버 등 해외로 곧장 자료를 빼내기 시작한 것. 라자루스는 한국 사법부가 1년 넘게 악성 프로그램을 감지해 내지 못하자 대응이 허술하다는 걸 확신하고 방식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342GB가 추가로 유출됐다. 법원은 지난해 2월 9일 악성 프로그램을 탐지하고 라자루스의 접속을 차단했지만, 지난해 12월에야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이 아마존 등 해외 서버 운영 업체와 국내 서버 업체에 어떤 자료가 오갔는지 확인을 요청했을 땐 이미 기록이 지워진 상태였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법원이 더 일찍 악성코드를 탐지했거나, 탐지하고 나서 바로 수사 의뢰만 했어도 더 많은 자료를 복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출 자료, 중국이나 심부름 업체에 팔리면 큰 피해” 경찰이 복원한 유출 자료는 4.7GB로, 전부 개인회생과 관련된 문서였다. 전문가들은 확인된 자료만으로도 심각한 금융사기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출된 자료에 포함된 주민등록번호와 계좌 정보 등을 조합하면 대포통장이나 대포폰 등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보이스피싱 조직에 구체적인 채무 정보가 넘어가면 범죄의 먹잇감이 되고,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복원에 실패한 나머지 약 1009GB에 무슨 파일이 들어있는지 앞으로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 전산망은 전국 법원의 자료를 전부 포괄하므로, 특허 소송에 증거로 제출된 첨단기술의 설계서나 계약서, 방산 업체의 내부 자료도 북한의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피해자의 신상이 심부름센터 등에 팔리면 보복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탈북민의 탈북 전 실명 등 개인정보는 북한 측의 직접 보복에 악용될 우려까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기관의 취약한 전산망 보안 수준이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민간에서는 정보 보호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임원급으로 두고 확실한 책임과 권한을 준다”면서 “정부나 공공기관에는 CISO를 두지 않아 정보 보호에 소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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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10대들 “국민연금 ‘폭탄’ 떠안을 우리 얘긴 안듣나요”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끝내 불발됐다. 부담을 떠안게 된 미래세대의 생각은 어떨까. 동아일보는 3∼8일 대한민국 아동총회 의장단 4명을 포함한 12∼18세 청소년 1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어른 중심의 ‘기울어진 논의 구조’가 미래세대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호소했다. 김민재 군(18)은 “기금 고갈을 우려한다면서 개혁을 미루거나 ‘더 받겠다’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곧 연금 받을 어른만 모여서 왜곡된 결론을 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아윤 양(14)은 “우리가 어떤 부담을 짊어질지 설명할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2년여간 수십 차례 공청회 등을 열면서 정작 30여 년 후 ‘보험료 폭탄’을 떠안을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은 한 차례도 제대로 듣지 않은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8월부터 1년간 ‘국민연금 이해관계자 집단심층면접(FGI)’을 총 24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전부 노동조합이나 기업인, 국민연금공단 직원 등 성인이 대상이었다. 100쪽 분량의 심층면접 자료에도 ‘아동’이나 ‘청소년’ ‘아이’ 등 단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복지부 대국민(2000명) 설문조사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시민대표단(500명) 공론조사 대상도 전부 18세 이상이었다.“개혁 무산, 당황스럽고 원망… ‘보험료 폭탄’ 맞을 우리도 국민” [토요기획] 국민연금 개혁에서 소외된 청소년 목소리 들어보니정부, 수십 차례 여론 수렴 과정서 부담 짊어질 미래 세대 의견 배제“연금 끊길 일 없는 어른들이 결정… 투표권 없어 무시하나” 불만 커져연금특위 ‘소득보장안’ 본 청소년 10명 중 9명꼴 “부담 커” 반대“재정 부담 모든 세대가 나누고, 노년층 일자리 창출 등 지원해야”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불발될 위기다. 여야는 진통 끝에 ‘내는 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3%로 올릴지, 45%로 올릴지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22대 국회로 넘겨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하자”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3∼8일 전국의 아동, 청소년 대표들이 모여 사회문제를 토로하는 회의인 ‘대한민국 아동총회’ 의장단 4명을 포함해 만 12∼18세 청소년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기금이 고갈되는 2055년 이후 월급의 3분의 1에 이르는 ‘보험료 폭탄’을 떠안게 될 당사자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편 논의에서는 배제돼 있다. 미래 세대는 어른 세대의 개혁 논의와 국민연금의 훗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에게 연금특위가 시민대표단 500명에게 제공한 재정추계 자료 요약본 등을 제시하고 의견을 물었다.》 “2%포인트요? 그렇게 큰 차이도 아닌 것 같은데….” 대전의 한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이유담 양(15)은 8일 이렇게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전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소득대체율 인상안에 대해 2%포인트 차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연금개혁이 좌초될 위기라는 소식을 접한 참이었다. 이 양은 인터뷰 중 한숨을 쉬며 “(소득대체율이) 얼마가 되든 결국 우리 세대에 기금이 고갈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양은 “미래 세대에게 부담만 강요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청소년 세대의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 미래는 생각해본 적 있나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추진된 연금개혁이 좌초되자 청소년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연금개혁을 1년 미룰 때마다 미래 세대의 경제적 부담은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 화성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정아윤 양(14)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연금개혁이 실패하면 나중에 우리 아동·청소년이 그 재정 부담을 지는 것 아니냐”며 “그 책임을 다음 국회로 미뤘단 사실도 당황스럽고, 어른들의 선택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의견만 고수하는 어른에게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청소년들은 “다음 국회라고 연금개혁이 되겠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고등학교 3학년생 김민재 군(18)은 “이번에야말로 될 줄 알았던 연금개혁이 실패하는 걸 보니 몇 년 안에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며 “연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 각종 노인 부양의 책임이 전부 우리 몫이 될 텐데 어른들이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화도 난다”고 토로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예정된 2055년이 이들에게는 그리 먼 미래가 아니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 유희주 양(17)은 “내 또래는 쉰 살이 되기도 전에 기금이 고갈될 거라고 들었다”며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 도대체 언제 해결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개혁이 미뤄질 때마다 미래 세대는 점점 더 비싼 청구서를 받게 된다. 재정 계산 시점으로부터 70년 후까지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보험료율은 2013년 12.72%였지만 2018년 16.02%, 2023년 17.86%로 점점 올랐다. 지금 국회가 논의하는 보험료율이 13% 수준이므로, 그 차액만큼이 전부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된다.● 10명 중 9명 “‘더 받자’는 건 말도 안 돼” 청소년 응답자들은 국회 연금특위에서 논의해온 2가지 개혁안이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연금특위는 ‘소득보장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과 ‘재정안정안’(12%, 40%)을 최종 후보로 냈는데, 둘 다 기금 고갈 시점을 각각 2062년과 2061년으로 6, 7년 늦추는 수준이라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성남시 소재 고등학교 2학년 김유진 군(17)은 “소득보장안이든 재정안정안이든 어차피 기금이 고갈된 후 은퇴할 내 입장에선 큰 차이가 없다”며 “연금 수령 나이를 5년 뒤로 연장하는 등 우리 세대까지 고려한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윤지환 군(18)은 “두 방안 모두 우리 입장에선 은퇴하기도 전에 억울하게 돈만 떼이는 선택지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청소년 10명 중 9명은 소득보장안에 반대했다. 연금특위 설문에서 시민대표단 56%가 소득보장안에 찬성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소득보장안을 채택하면 미래 세대는 소득의 최고 43.2%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데, 상당수는 ‘이런 미래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며 부담을 보였다. 김유진 군은 “안 그래도 미래에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더 키우자는 방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윤 군은 “내 막냇동생은 100만 원을 벌면 40만 원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투표권 없다고 ‘국민’도 아닌가요” 연금개혁 결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당사자인 청소년 세대가 논의에서 배제된 데 대한 아쉬움도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와 국회가 수십 차례 여론 수렴을 하면서 청소년을 소외시킨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청소년들은 ‘논의를 주도하는 대다수 어른이 보험료 폭탄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기대수명까지 기금이 고갈되지도 않을 거라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냐’고 물었다. 김민재 군은 “(국회에) 곧 연금을 받을 어른만 모여 결론을 낸 것 아니냐”며 “미래 세대를 생각했다면 선택됐어야 할 재정안정안이 뒷순위로 밀린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김유진 군은 “청소년의 의견 수렴 없이 (성인의) 표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이 추진돼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군은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다 보니 정치인들이 우리 의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를 포함해 어른들은 우리에게 국민연금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아윤 양은 “기금은 분명히 고갈될 거고, 그걸 메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미래에 큰일 난다’는 소리만 반복하지 말고 어른들이 책임지고 우리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양은 “학교에서 연금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 ● “연금은 꼭 필요” “차라리 없애자” 의견 갈려 응답자 상당수는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유 양은 “연금은 지금 직장에 다니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가 할머니가 됐을 때도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세대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응답자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전 소재 초등학교 6학년 정에셀 양(12)은 “인구가 점점 줄면 우리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사라진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지 누군가 설명해 줬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나중에 ‘더 주겠다’는 약속도 결국 ‘어른 세대’에게 한정된 이야기 아니냐”며 “차라리 덜 내고 스스로 노후를 챙기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주영민 군(11)도 “아이라도 낳으면 돈이 훨씬 많이 드는데, 이때 덜 내고 돈을 지키는 게 낫지 않냐”며 “왜 굳이 더 내고 더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사자 목소리 듣고 모든 세대가 부담 나눠야” 이들은 미래 세대를 고려한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의 목소리도 논의에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양은 “(연금재정 건전화는) 결국 미래 세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민’ 전체를 위한 제도이고 청소년은 가장 큰 책임을 짊어질 텐데 우리에게도 말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 부담을 지는 세대인 우리 또래를 불러서 (국회와 정부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이 아닌 모든 세대가 재정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유 양은 “젊은층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해 연금개혁을 해 달라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 세대가 짊어져야 할 높은 보험료의 부담을 다른 세대도 조금씩만 나눠서 져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유진 군은 “대한민국이라는 큰 집에서 다 같이 산다면, 지금 당장 나의 손해가 있더라도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젊은 세대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기보단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마린 양(17)은 “노년층이 점차 늘어나는 사회에서 일하는 젊은층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연금과 함께 노인 일자리 등 은퇴 세대도 적극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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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은경 前 장관, 4대강위 추천명단 유출 혐의로 검찰 송치

    문재인 정부 시절 4대강 보의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달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김 전 장관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장관은 2018년 11월경 4대강 조사·평가단에 참여할 전문가 후보자 명단을 관계기관으로부터 받은 뒤 이를 녹색연합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팀장급 직원 A 씨에게 ‘후보자 명단에서 4대강 찬성론자를 가려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환경부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를 만들고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명단을 받은 녹색연합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거나 방조했던 전문가 40여 명을 추린 뒤 환경부 측에 조사·평가단 위원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이 지목한 4대강 찬성론자들은 전문위원으로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 단체에 유출했다는 문건은 ‘전문위원’ 명단이 아니라 ‘통합물관리포럼 위원’ 명단이었다”며 “이미 일반에 공개된 자료였다”고 반박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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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자율주행 특허 노린 中 ‘천인계획’… 40억 미끼로 韓연구진 포섭

    ‘라이다(LiDAR) 센서 등 자율주행 특허 9건 제공. 5년간 2380만 위안(약 40억4600만 원) 지급.’ KAIST 이모 교수가 2017년 11월 중국 정부와 맺은 ‘천인계획(千人計劃)’ 계약의 일부다. 천인계획은 해외 연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중국의 인력 양성 제도다. 이 교수는 이 계약에 따라 2년여간 미공개 연구자료 등 72건을 중국 측에 빼돌린 혐의(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돼 올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2심 판결문에는 중국 정부가 국내 연구진에게서 첨단 기술을 빼돌린 수법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천인계획에 연루된 국내 연구진의 계약과 기술 유출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액 연구로 신뢰 쌓다가 수십억 원 계약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손현창)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4년경 KAIST가 중국 충칭이공대에 설치한 국제 교육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현지 교수들과 안면을 텄다. 그는 한동안 적법한 계약에 따라 750만 원짜리 소액연구에 참여하는 식으로 교류를 이어갔다. 이 교수에게 중국 충칭이공대의 한 교수가 천인계획 참여를 제안한 건 2016년 5월이었다. 두 달 후 이 교수가 이를 수락하고 정식으로 참여 신청서를 보냈고, 중국 정부는 2017년 7월 그를 천인계획 대상으로 최종 선정했다. 계약 내용은 2017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5년간 이 교수가 충칭이공대 연구센터 주임교수를 맡아 라이다와 지능형 광 노드, 알고리즘 등 자율주행 핵심 기술 3개 분야의 연구팀을 이끄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9개의 특허를 신청하고 3개의 논문을 써서 그 권리를 충칭이공대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이 교수가 약속받은 돈은 연구지원금과 플랫폼 개설 등 경비(27억2000만 원) 외에도 5년 치 연봉 9억3500만 원과 생활 정착 보조금 3억4000만 원, 근무보조금 5100만 원 등이었다. 계약서에는 이 교수가 현지 연구팀을 지휘하기로 돼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고 재판부는 봤다. 국내 KAIST 연구진이 연구 자료를 해외 클라우드 서버에 올리면 이를 중국 충칭이공대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접속해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것. 이 교수의 2017년 12월 중국 현지 파워포인트(PPT) 자료에는 ‘KAIST의 자원을 활용해 연구를 실행하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있었다. 재판부는 “실력과 경험이 부족한 충칭이공대 연구원만으로는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국내 기술을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 비공개 신기술 등 72건, 해외 서버로 실시간 공유 2020년 7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약 2년 8개월간 총 72건의 연구자료가 중국에 넘어갔다. 차량 간 라이다 간섭을 해결할 수 있는 ‘상보잡음 활용 무간섭 라이다’와 라이다의 성능을 높이면서도 제작비를 낮출 수 있는 ‘레이저 이득 스위칭’ 등 대부분이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신기술이었다. 이 교수 측은 “기초적인 연구 자료”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논문으로도 발표된 적 없고 자율주행 상용화의 발판이 될 수 있어서 비밀로 유지할 가치가 충분한 자료”라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8년 12월경 KAIST에 이 교수의 기술유출 의혹 민원이 접수돼 감사가 시작되자 충칭이공대 측과 짜고 서류를 꾸미기까지 했다. 연구 성과를 KAIST와 충칭이공대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는 내용의 허위 서류였다. 연구비로 8000만 원만 지급받았다고 축소 신고하기도 했다. 또 KAIST 측이 ‘라이다는 국가 핵심기술이므로 중국 측과 함께 연구하지 말라’는 취지로 요청하자 이 교수는 연구 분야를 광통신기술(LiFi)로 바꾼 것처럼 꾸민 서류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이 교수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천인계획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자 2018년 이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상은 더 공격적으로 기술 유출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외신은 중국 정부가 2020년부터 천인계획을 ‘치밍(Qiming)’으로 이름을 바꿔 해외 연구진을 영입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중국 정부의 계획엔 해당 국가의 기술을 빼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처럼 연구윤리 지침과 해외 자금 지원에 따른 보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천인계획(千人計劃)중국이 해외 고급 인재 2000명을 영입하겠다며 2008∼2018년 추진한 인력 양성 제도. 2020년경부터 ‘치밍(Qiming)’으로 이름을 바꿔 비슷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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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냉이로 암 치료” 속여 수천만원 뜯은 80대

    고추냉이(와사비)를 섞은 밀가루 반죽을 몸에 바르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환자를 속여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8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 씨(80)에게 최근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전 씨는 의사나 한의사 등 의료인 면허가 없는데도 비과학적 치료를 하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전 씨는 2010년 10월경 직장암을 앓는 피해자에게 ‘암세포를 소멸시킬 치료법’이라며 와사비와 밀가루 등을 혼합한 반죽을 환자의 몸에 발라 랩을 씌우는 등 54차례에 걸쳐 비과학적 행위를 해준 뒤 2000만 원을 챙겼다. 암 투병 중인 다른 환자 2명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각각 1000만 원과 870만 원을 뜯어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전 씨의 ‘치료’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성 판사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다고 볼 수 없는 위험한 방식의 의료 행위”라면서 선고 이유를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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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방망이에 필로폰 밀수…마약계 ‘큰손’ 미국인, 국내로 강제송환

    여행용 가방과 야구방망이 등에 대량의 필로폰을 숨겨 국내로 들여온 미국인이 독일에서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25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국내로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 미국 국적 A 씨(33)가 26일 국내로 강제 송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8월경 다른 미국인과 함께 여행용 가방에 필로폰 약 1.9kg을 숨겨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2022년 11월에는 항공특송화물 야구방망이에 필로폰 약 500g을 숨겨 밀수입을 시도하다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A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했다. 그는 같은 달 27일 독일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사법 절차를 거쳐 한국으로 범죄인 인도가 결정됐다. 범죄인 인도가 확정된 지 약 7개월 만에 국내로 송환되는 것이다.A 씨는 ‘조선족 마약왕’으로 불리는 중국 국적의 주모 씨(29)와 접촉해 국내에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주 씨는 국내 마약 유통시장의 ‘큰손’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마약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도 인터폴 추적을 받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신병을 인계받는 즉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며 “해외 경찰당국과 긴밀하게 공조해 적색수배된 마약 사범들의 강제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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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2년전 방산 해킹땐 외주업체 서버-e메일 우회 침투

    북한의 해킹조직들은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외주업체의 서버나 협력업체 직원의 개인 e메일 계정을 해킹하는 ‘우회 전략’으로 국내 방산업체들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북한 해킹에 보안이 뚫린 또 다른 국내 방산업체 10여 곳을 조사한 결과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김수키와 안다리엘, 라자루스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 방산업체(83곳)를 대규모로 공격해 이 중 10여 곳이 실제로 해킹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방산 기술 일부가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이 확인한 북한의 공격 방식은 △방산업체 서버를 관리하는 외주업체 공격 △방산업체 서버 담당자 PC 공격 등으로 다양했다. 안다리엘은 2022년 10월경 방산업체 서버를 원격으로 관리·보수하는 협력업체 직원의 개인 e메일 계정을 알아냈다. 이 계정이 사내 e메일과 연동된 탓에 안다리엘은 협력업체 서버를 통해 방산업체의 보안을 뚫을 수 있었다. 안다리엘은 해당 방산업체의 자료를 북한이 보유한 해외 클라우드 서버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해킹조직 김수키는 방산업체 직원이 e메일을 주고받을 때 대용량 첨부파일이 저장되는 서버 관리업체를 공격해 기술 일부를 탈취했다. 해당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방산업체 서버에 이를 내려받는 방식이었다. 라자루스는 2022년 11월경 방산업체 직원 PC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방산업체 서버에 이를 퍼뜨렸다. 이후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 직원 PC 6대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고, 개발 기술 관련 자료 일부를 해외로 전송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해킹에 사용된 인터넷주소(IP주소)와 악성코드 종류, 수법 등을 바탕으로 북한 해킹조직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중국 선양 지역에서 특정 IP주소가 해킹에 동원된 내역이 확인됐는데, 해당 IP주소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공격 때 쓰였던 것과 같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의 해킹 기술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며 “방산 기술을 노린 북한의 해킹 시도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킹당한 업체 대다수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산업계 전반의 보안 관리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청은 방산업체와 협력업체 등에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고 e메일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등 보안 조치를 권고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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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새끼 살려내” 유가족 격렬 항의…‘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前서울청장 첫 공판

    2022년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첫 공판에 출석했다.2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권성수)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전인 2022년 10월 14일부터 같은 달 29일 참사 당일까지 ‘대규모 인파가 몰릴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기동대 배치 등 대비책을 지시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김 전 청장 측은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청장 측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한 명의 공인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핼러윈 기간 많은 인파가 몰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는 것만으로 압사 사고와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이태원 참사 유가족 10여 명은 오후 1시 34분경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마포구 서부지법에 도착한 김 전 청장을 둘러싼 뒤 “내 새끼 살려내” 등 소리를 질렀다. 일부 유가족은 김 전 청장의 머리채를 잡으며 항의하다가 법원 직원이 제지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유가족도 있었다. 이영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공판 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는) 김 전 청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159명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며 “분명하게 밝혀 역사에 남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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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금감원 현직국장 정보유출 의혹, 메리츠 임원 압수수색

    금융감독원 내부 정보 유출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금감원 출신인 메리츠금융그룹의 한 계열사 임원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경찰은 금감원 현직 간부가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에 해당 임원과 접촉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수사 중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금감원 내부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 측에 유출한 혐의(금융위원회법 위반)로 현직 국장 A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메리츠금융의 한 계열사 임원 B 씨의 물품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A 씨가 2022년 5월경 금융투자업체를 감독·검사하는 부서에서 재직할 당시 B 씨와 연락했다고 보고 둘 사이의 통신 기록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금감원에서 오랜 기간 재직하며 간부직을 지냈고, 퇴직 후 메리츠금융그룹에 입사했다. 2022년 5월 금감원은 메리츠금융의 다른 계열사를 상대로 이해상충 관리 의무 위반 등 의혹에 대해 검사를 벌여 해당 계열사 전직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계열사에도 경고 조치를 한 바 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1월 이 계열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경찰은 A 씨와 B 씨가 이 시기 전후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B 씨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법에는 내부 정보를 유출한 금감원 직원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정보를 받은 사람에 관한 제재 조항은 없다. 지난해 10월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감원 안팎의 ‘전관예우’ 관행에 경고 메시지를 낸 것도 메리츠금융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당시 임원회의에서 “금감원 퇴직자가 취업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는 더욱 엄중하게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메리츠금융 계열사를 대상으로 기획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15일 “해당 사안은 금감원 내부 감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지난해 말 경찰에 수사의뢰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금융 측은 “전혀 확인된 바 없는 일”이라며 내부 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금감원이 최초 감찰에서 ‘문제없다’고 결론 낸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와 B 씨는 사실 확인을 위한 동아일보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B 씨는 ‘내부 정보를 주고받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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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감독 정보 유출’ 혐의 금감원 국장 압수수색

    금융감독원 현직 간부가 민간 금융사에 내부 감독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금감원 내부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 측에 유출한 혐의(금융위원회법 위반)로 현직 국장 A 씨를 입건하고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하는 등 증거 분석을 통해 내부 정보 유출 혐의의 정확한 경위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경찰은 A 씨가 금융투자업체를 감독·검사하는 부서에 재직할 당시 금융회사로 이직한 전직 금감원 직원 등에게 검사나 감독 일정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의 감독·검사 결과는 금융사 대표를 경질하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 금감원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유출하면 금융위원회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A 씨는 금감원 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이번 수사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선 금감원 내 ‘전관예우’ 관습이 작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간 금융사로 이직한 직원과 현직 직원 간 정보 교류가 흔한 일이라는 것.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감원 퇴직자가 취업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는 더욱 엄중하게 하도록 지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라임 사태 관계자에게 금감원 검사 자료 등을 유출한 금감원 직원이 적발되는 등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도 끊이질 않고 있다. 동아일보는 A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과 만남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금감원은 “내부 감찰에서 점검돼 지난해 말 수사 의뢰를 한 건”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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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 지휘체계 부재-안전점검 부실… 매번 지적돼도 매번 그때뿐”

    “이젠 큰 건물만 들어가면 출구가 어딘지, 창문은 깨지는 재질인지부터 확인해요.” 11일 민동일 씨(63)의 눈에는 인터뷰 내내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는 2017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로 어머니와 여동생, 조카를 잃은 후로 불안에서 비롯된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사고 조사에서 드러난 부실한 안전점검과 구조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본 후로는 정부의 대응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것. 지난해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조카를 잃은 이경구 씨(50)도 “지하도에 들어갈 때마다 어디로 탈출할 수 있는지부터 찾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 “재난 대응 지휘할 ‘선장’, 10년째 안 보여” 16일 10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재난 대응 지휘체계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사회적 재난(사회·구조적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은 끊이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9년간 세월호 참사를 제외하고도 171건의 사회적 재난으로 646명이 숨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그중 제천 화재(사망자 29명)와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47명),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38명), 서울 이태원 참사(159명),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14명) 등 피해가 컸던 참사로 가족을 잃은 6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때 지적된 지휘체계 부재가 이후에도 고스란히 재연됐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조난 신고가 오전 8시 52분에 처음 접수됐지만 그로부터 40분 후에야 세월호와 해양경찰 사이에 교신이 이뤄졌고, 대통령실에 보고된 건 1시간 30분이 지난 후였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도 경찰은 인근 하천이 범람한다는 신고를 접수한 지 1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은 약 1시간 후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이태원 참사 때도 압사 위험 관련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 약 6시간 만에야 경찰청장이 관련 내용을 알게 됐다. 정부는 재난 상황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두고 있지만, 이 역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당시 중대본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이 돼서야 가동됐기 때문이다. 민 씨는 “재난 대응을 위한 지휘 체계가 즉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점검은 말뿐, 안전장비도 싸구려” 유족들은 미흡한 안전대비가 참사 피해를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배에 화물을 과도하게 싣는 과적 문제가 침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출항 전 이와 관련한 안전점검·대비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제천 화재에서도 사전점검 부실이 드러났다. 스프링클러는 누수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 감지기와 피난 유도등은 고장나 있었다. 이런 허점이 사후 점검에서 67건이나 드러났지만 이미 29명이 숨진 뒤였다. 이천 화재로 매형을 잃은 최명식 씨(57)는 “사고 직전 물류창고에서 안전점검을 했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대피 장치 등 기본적인 것도 갖춰지지 않은 게 사전에 하나도 지적되지 않았다”고 탄식했다. 유족들은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관행도 그대로’라고 보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화물 고정 불량도 승객의 안전보다 시간과 인건비 절감을 먼저 생각한 결과였다. 올해 초 경북 문경시 공장 화재에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이유도 값싼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이 빠르게 붕괴했기 때문이었다. 최 씨는 “매번 지적됐는데 매번 그때뿐이었다. 지나면 잊혔고, 값싼 자재로 인한 화재는 계속 일어나고 있지 않냐”며 “아들 세대에선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참사 방지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고양=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청주·의정부=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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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금감원 현직 간부, 내부 정보 빼돌려 입건…경찰 조사

    금융감독원 현직 간부가 민간 금융사에 내부 감독 정보를 빼돌린 혐의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금감원 내부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 측에 유출한 혐의(금융위원회법 위반)로 현직 국장 A 씨를 입건하고 그를 압수수색 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하는 등 내부 정보 유출 혐의의 정확한 경위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경찰은 A 씨가 금융투자업체를 감독·검사하는 부서에 재직할 당시 금융회사로 이직한 전직 금감원 직원 등에게 검사나 감독 일정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의 감독·검사 결과는 금융사 대표를 경질하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 금감원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유출하면 금융위원회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A 씨는 금감원 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이번 수사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선 금감원 내 ‘전관예우’ 관습이 작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간 금융사로 이직한 직원과 현직 직원 간 정보 교류가 흔한 일이라는 것.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감원 퇴직자가 취업한 금융감독 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는 더욱 엄중하게 검사하도록 지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라임 사태 관계자에게 금감원 검사 자료 등을 유출한 금융감독원 직원이 적발되는 등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도 끊이질 않고 있다.동아일보는 A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과 만남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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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받는 아이들 없게… 이제 어른인 나도 책임”

    “이해도 안 가고 믿고 싶지도 않다. 그냥 너무 화가 난다.”(2014년 5월 12일) 김도연 씨(27)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뒤 약 한 달 만에 처음 쓴 일기엔 방향 모를 혼란과 분노가 가득했다. 알 수 없었다. 왜 수많은 친구들이 희생됐는지, 정부는 어디에 있는지, 왜 만나는 사람마다 “어른들이 미안해”라며 사과하는지…. 여러 해가 지나도 그는 ‘단원고 2학년 3반 김도연’이었다.감정이 북받칠 때마다 일기를 썼다. 떠난 친구가 그리울 때도,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옥죌 때도 펜을 들었다. 그렇게 쌓인 일기장이 17권이 됐다. 9일 동아일보와 만난 도연 씨는 일기장 일부를 열어 보였다. 사회적 재난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어른들이 미안해’라는 말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도연 씨는 “저도 이제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이잖아요. 사회적 재난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 책임이 저한테도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관련 백서 발간 작업에 참여하던 올 2월 21일,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내 곁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사람들 덕분에 4월이 처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조금 더 용기 낼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찬란해줘, 4월아.”“참사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재난 반복 않도록 내 할일 할것” [세월호 10주기]잊지 않은 사람들“나도 모르게 자해… 폐쇄병동 입원, 단짝 무덤 다녀오는 길에 평온함주변 이태원 참사 영상에 덜덜 떨어… 생존자 상처 안받게 역할 고민할것”도연 씨가 처음 그 악몽을 꾼 건 2015년 1월이었다. 꿈에서 그는 투명인간이 되어 진도 앞바다에 떠 있다. 세월호 안에서 친구와 선생님이 절규한다. 도연 씨는 그 모습이 훤히 보인다. 실종자 수습을 돕기 위해 침몰 당시 상황과 배의 구조를 수도 없이 복기했기 때문이다. ‘저기 사람 있어요. 한 명만 더 살려주세요.’ 소리치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다. 눈물에 젖은 채 깨어나면 다시 잠들지 못했다. 같은 일이 매일 밤 반복됐다. 잠이 부족해 멍한 상태로 있다가 문득 손목에서 피가 흐르는 걸 발견했다. 다른 손에는 날카로운 학용품이 들려 있었다.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목을 숨겼다. 그러다 더 버틸 수 없게 됐을 때 처음으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자해에 쓰일까 봐 볼펜 반입이 금지돼 네임펜으로 일기를 썼다. 곧 상태가 나아져 퇴원했지만 악몽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시기에 도연 씨를 사로잡은 건 죄책감이었다고 한다. ‘그날’ 오전 8시 48분, 이름까지 비슷한 단짝 친구 도언은 세월호 4층 객실에 머물렀다. 반면 도연 씨는 물을 마시러 3층 식당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게 둘의 생사를 갈랐다. 당시 4층 승객 대다수는 ‘선내에 있으라’는 말을 믿은 탓에 생존율이 3층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내가 도언에게 같이 가자고 권했더라면….’ 이 생각이 도연 씨를 떠나지 않았다. 도연 씨도 머리로는 알았다. 친구들의 죽음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란 걸. 하지만 그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도연 씨는 “저도 사람이다 보니 (참사 이후로도)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때마다 ‘내가 행복해도 되나’라는 생각에 멈칫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가 매년 4월 16일 추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대학에서 틈틈이 노란 리본 등을 주변에 나눠준 것도 죄책감의 영향이 컸다. 떠난 친구들에게 당당해지려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대학 수업을 준비하느라 4주기 영결식에 참여하지 못한 2018년엔 일기에 “‘괜찮아. 발표였잖아’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몰려오는 죄책감이 너무도 크다. 미안해요, 모두들”이라고 적었다. 특히 도연 씨는 도언이 잠든 경기 평택시 서호추모공원에 들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2019년 12월 8일, 도언의 생일을 맞아 용기 내어 추모공원으로 향한 그날 ‘작은 기적’이 벌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평온함을 느낀 것. 그날은 악몽도 꾸지 않았다. 도연 씨는 “세월호 추모 활동을 열심히 한 건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실제로 삶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도연 씨의 불면은 잦아들다가도 다시 심해지곤 했다. 2021년 2월부턴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새로운 악몽이 시작되면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트라우마 증세가 나아졌다가 악화되면서 장기간 이어지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도연 씨는 ‘시간이 약’이라는 믿음이 깨졌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해 4월 16일 일기에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한 탓일까. 시간이 지난 만큼 성장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적었다. 그러다가 2022년 10월 29일이 왔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9명이 숨진 날이었다. 도연 씨는 차마 뉴스를 보지 못했다. 모든 트라우마가 다시 시작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주변에서 스마트폰으로 참사 장면을 재생하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이태원 희생자의 절규가 세월호가 침몰하는 소리와 겹쳐 들렸다. 손이 덜덜 떨렸다. 도연 씨는 최근 한 북콘서트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났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로 각각 형제자매를 잃은 유가족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순서였다. 충격이었다. 그의 경험은 자신의 일기장을 옮겨 놓은 듯 똑같았다. ‘비슷한 재난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다짐까지도. 현재 이직을 준비하며 에세이 발간에 참여하는 등 세월호 관련 활동을 이어가는 도연 씨는 “제가 할 일이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만약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이 다시 일어나더라도, 생존자가 저처럼 상처받지는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고민하려고요”라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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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불면의 밤 딛고… 희생 헛되지 않게 안전사회 만들어야”

    “여기가 김초원 선생님 자리예요. (추모글) 적고 가세요.”12일 오후 경기 안산시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내 ‘기억교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 씨(65)는 기억교실을 찾은 초등학생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참사 이후 안산을 벗어나 고향인 경남 거제시로 떠났지만, 단원고 교실이 재현된 기억교실을 찾기 위해 안산으로 올라오곤 한다. 딸을 잃은 상처가 아문 건 아니다. 참사가 벌어진 4월 16일은 김 교사의 생일이다. 딸의 생일에 딸을 떠나보낸 그는 “유모차에 타고 있는 딸 모습이 떠올라서 4월이면 잠에 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4시간도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90세가 돼도 딸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딸과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16일 세월호 참사는 발생 10주기를 맞는다. 동아일보는 10주기를 맞아 참사로 딸과 아들, 어머니를 떠나보낸 유가족 3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인천 부평구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관리하거나 기억교실을 종종 찾으며 떠나보낸 가족들을 매일같이 떠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가족들의 죽음이 잊히지 않고, 참사를 교훈 삼아 안전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로 어머니 신경순 씨를 잃은 김영주 씨(49)는 인천에 마련된 세월호 추모관 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추모관에 마련된 어머니 영정 사진을 보는 건 여전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는 “참사일에 가까워지면 배가 가라앉기 전 나온 경고음 소리가 들리고,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면서 “매년 4월은 가장 추운 계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참사를 기억하는 일에 도움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으로 매일같이 추억관에 출근하고 건물을 관리한다. 김 씨는 “부디 참사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 씨(58)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들이 자신을 위해 써준 시를 지니고 다닌다. “방석이 비싸더라도, 우리 엄마 무릎 밑에 얹어주고 싶다”는 내용의 시다. 시를 보다 슬픔에 잠긴 그는 자신의 일기장에 “천국으로 (좋아하던) 라면 배달해 줄까”, “롱패딩 입은 창현이 보고 싶다”는 글을 적곤 한다. 최 씨는 매주 월요일 유가족들과 만나 13일부터 5일간 열릴 세월호 추모 합창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아들과 세월호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다만 최 씨는 “우리 유족들의 이야기가 슬프게만 기억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여전히 놓지 않았다”며 “참사가 슬픔을 넘어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인천·안산=이수연 lotus@donga.com안산=이상환 payback@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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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교수들 “전공의 복귀 가능성 사라져”… 의협 “협의체 거부”

    “검사가 범죄 피의자를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카르텔 집단, 국민을 위협하는 집단이라고 했는데 더 이상 무슨 대화가 가능할까 싶네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생중계로 지켜본 서울 대형병원의 한 교수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의사단체에선 이날 담화를 두고 “의료공백 사태 해결이 더 멀어진 것 같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도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은 실망을 하게 된 담화문이었다”고 평가했다. ● “더 이상의 중재는 무의미” 의사들은 윤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의대 입학정원 2000명 확대를 두고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물러서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자 “대화는 물 건너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말한 이후 중재를 시도했던 의대 교수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담화 내용이) 기존 정부 입장과 같아 굳이 답변할 게 없다”고 밝혔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방재승 위원장은 “오늘 담화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이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이제는 앞이 안 보인다”며 망연자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의비 소속의 한 교수는 “이젠 중재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건폭’(건설현장 폭력)과 비교하며 의사들을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카르텔”에 비유한 걸 두고 한 대학병원 의사는 “의사를 악마화하고, 국민의 적으로 만들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리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은 “대통령의 언어가 국민과 의료계를 싸움 붙이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공의 상당수는 윤 대통령이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수도권 대학병원 4년 차 레지던트는 “돈보다 긍지로 일하는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왜 떠났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의협 “증원 정해놓은 협의 의미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지만 의료계는 대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총선에 개입하겠다고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한다”고 비판한 의협은 “(담화 내용은) 기존 정부 발표의 총합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또 “(2000명이라는) 숫자를 정해놓고 여러 단체가 모여 협의나 의논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 의협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자도 “논평하고 싶지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선 ‘이제 의료계가 대안을 내놓을 차례’라는 의견도 있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에서 통일된 안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의협은 물론 전공의와 의대 교수, 의대생 등이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500∼1000명 감원’부터 ‘1000명 증원’까지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수렴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대국민 담화 이후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의 긴장이 더 고조되자 대화 국면으로 이어지길 원했던 환자단체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양측이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동안 의료 공백으로 피해를 보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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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에 ‘죄수복 이재명’ 허위사진 유포 수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죄수복을 입은 모습으로 합성한 사진이 서울 도심에 뿌려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4·10총선을 앞두고 선거 벽보와 정당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주택 공동현관문 등에 이 대표가 죄수복을 입고 구치소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가짜 사진이 꽂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유포자를 추적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이 유인물을 본 한 시민이 서울 종로에 출마한 민주당 곽상언 후보 측에 제보했고, 곽 후보 측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일단 유인물 2부를 회수한 뒤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증언, 유인물에 묻은 지문 등을 확보해 작성·유포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인물은 지난달 29일 처음 유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추후 피의자가 특정되면 공직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 혐의로 입건해 수사할 방침이다. 부정선거운동죄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총선이 임박하면서 선거 관련 게시물이 훼손되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30, 31일 부산 지역 아파트 담장이나 벽면에 게시된 선거 벽보와 현수막을 라이터로 태우거나 발로 찬 혐의로 20대 남성 김모 씨 등 5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지난달 28일엔 충남 보령시 청라면의 한 마을회관 앞에서 차량 열쇠로 특정 후보의 선거 벽보를 훼손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나 현수막 등을 훼손하거나 철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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