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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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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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02-13~2025-03-15
여행57%
경제일반17%
문화 일반7%
산업7%
미술3%
지방뉴스3%
역사3%
기타3%
  •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전승훈의 아트로드]

    매화는 벚꽃보다 일찍 피어나 봄을 알린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추운 겨울부터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절개의 상징으로 보고 사랑했다. 국내에는 수많은 매화나무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매화는 수령이 수백 년 된 고목(古木)에서 피어난 꽃이다. 전남 구례와 곡성의 봄꽃이 흐드러진 섬진강변으로 매화 향기를 찾아 떠났다. ●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김초희 감독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에는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주인집 할머니(윤여정 역)가 노년에 한글을 배워 처음 쓴 시다. 이 시를 낮게 읊조리던 주인공 찬실이(강말금 역)는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오열하고 만다.해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이 돌아온다. 죽은 듯이 보였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터진다. 계절이 가면 꽃은 시들겠지만,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꽃은 돌아온다. 그러나 한번 가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봄의 첫 꽃 소식이 전해오는 광양 매화축제나 구례 산수유축제에는 사람이 인산인해로 몰려든다. 매화는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수령 200~300년 된 고목에서 피어나는 매화는 더욱 신비스럽다. 겨울에 죽음 같은 추위를 견뎌내고, 수백 년 세월 동안 봄이면 회춘(回春)해 싱싱한 꽃으로 다시 돌아온다니…. 그 변함없는 생명의 힘을 확인하고자 고매(古梅)를 찾는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매화나무는 전국에 4그루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 ‘화엄매’와 ‘들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강원 강릉 오죽헌 ‘율곡매’다. 지난주부터 일부 개화하기 시작한 천연기념물 매화들은 이번 주말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매화는 빛깔에 따라 백매, 청매, 홍매로 구분한다. 매화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하면 바닷속 산호처럼 신비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주말 화엄사 각황전 옆에는 가장 유명한 화엄매인 홍매가 피었다. 일반적인 분홍색이 아니라 진한 검은색 벨벳처럼 고급스러운 빛깔이라 ‘흑매’로 불리기도 한다. 높이 8.2m 화엄매가 만개하면 새벽부터 사진가와 관광객이 몰려든다. 텅 빈 화엄사 경내 마당을 빗자루로 비질하는 스님 위로 고즈넉하게 피어난 홍매를 찍기 위해서다. 화엄매는 대웅전 뒷담으로 돌아가 언덕 위에서 내려 찍어야 제맛이다. 하도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들다 보니 화엄사 측에서는 사진 촬영 포인트에 계단형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화엄사에서 홍매만 구경하고 가는 것은 섭섭하다. 대웅전 뒤편 울창한 대밭 숲을 지나면 구층암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들매’(수령 450년 추정)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들매는 들장미, 들국화처럼 들에 핀 매화다. 매화는 중국이 원산지로 집이나 사찰에 심어 가꾸는 대부분은 꽃이 예쁜 품종을 골라 접붙여서 번식시킨다. 그러나 들매는 사람이나 동물이 매실 과육을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이 터서 자란다. 들매는 꽃과 열매가 재배 매화보다 작지만 꽃향기는 오히려 더 강하다고 한다. 화엄사 들매가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었고 올 2월 각황전 홍매도 함께 화엄매로 지정됐다. 노거수(老巨樹) 탐사 전문가 임혁성 씨는 “봄에 화엄사에 수십 번 와 봤지만, 이렇게 들매에 꽃이 많이 달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층암에서는 요사채 처마를 받치고 있는 울퉁불퉁한 모과나무 기둥을 감상하고, 스님이 만들어주시는 화엄사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를 맛보는 것도 별미다. 대나무 밑에서 이슬을 먹으며 자란 야생 차나무 찻잎을 따서 손으로 직접 만든 녹차다. 특히 세월에 숙성시킨 발효차는 부드러운 향으로 속을 풀어주는 맛이 있다. 순천 선암사 무우전과 팔상전 주변에 담장을 따라 꽃그늘을 드리우는 20그루 매화 중 고목으로 자란 백매와 홍매 2그루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고려 때 중건한 선암사 상량문에 매화 관련 기록이 남아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 율곡매는 오죽헌이 들어설 당시인 1400년경에 심어져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직접 가꾸었다고 전한다. 신사임당은 ‘고매도’ ‘묵매도’를 비롯해 많은 매화 그림을 그렸고 맏딸 이름도 매창(梅窓)으로 지을 만큼 매화를 사랑했다. 수령 6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율곡매는 2017년 냉해를 입은 후 피는 꽃 양은 크게 줄었지만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수령 350년 넘는 백양사 고불매(古佛梅)도 꽃이 비처럼 내린다는 우화루 옆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내장산 국립공원에 있어 매화가 비교적 늦게 피어 이달 말까지 매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섬진강 따라 꽃 여행구례에서 곡성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은 매화와 산수유 천지다. 곡성군 입면 제월리 함허정(涵虛亭)에서 윤슬이 반짝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함허(涵虛)는 ‘텅 빈 시간에 젖어 든다’는 뜻이다. 번잡했던 일상의 욕심을 버리고 내 안을 비우다 보면 뭔가 새로움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명승) 함허정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제호정(霽湖亭) 심광형(1510~1550)이 지역 선비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정자였다. 함허정 앞 매화밭을 지나면 강변을 약 20분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제법 센 물살이 흐르는 곳에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년)에 나오는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리를 건너니 하중도(河中島)인 제월섬이 나온다. 섬에는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고 연노랑 꽃잎이 아름다운 수선화가 활짝 웃고 있다. 제월섬을 통과하고 다리를 건너면 다시 함허정 뒷동산으로 이어진다. 대숲과 솔숲이 우거진 고즈넉한 숲길이다. 곡성의 유서 깊은 사찰 태안사 입구에도 호젓한 계곡 트레킹 길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지어진 정자 능파각(凌波閣)에서 듣는 물소리가 청명하다. 1737년(영조 13년)에 지어진 능파각을 제대로 보려면 계곡 밑으로 내려가 올려다보는 것이 좋다. 능파(凌波)란 ‘물결 위를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뜻으로 미인(美人)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일컫는다. 계곡 바위 사이로 흘러 내려가는 폭포 위에 지어진 능파각은 허공에 떠서 물결 위를 날아다니는 듯 가벼워 보인다. 옛 선비들은 이런 계곡에 정자를 짓고 물소리, 바람 소리를 들었다. 무릇 풍류(風流)를 즐긴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봄날 집에만 있지 않고 자연 속에서 바람(風)과 물(流)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었던가. ● 서울에서 만나는 매화=서울 청계천 하동매실거리에서도 활짝 핀 매화 향기를 맡으며 산책할 수 있다. 2006년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만든 매화 군락지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있다. 제2마장교 아래 둔치 길로 내려가면 매화길이 시작된다. 고궁에서도 봄꽃을 즐길 수 있다. 경복궁 아미산 화계, 창덕궁 낙선재 화계, 창경궁 옥천교 어구 일원이 대표적 명소다. 창덕궁에서는 전문 해설과 함께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봄을 품은 낙선재’(3월 21일~4월 6일), 국보 동궐도 속 나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덕궁 나무답사’(4월 19일~5월 6일)가 마련된다. 덕수궁에서는 살구꽃과 함께 주요 전각 내부를 볼 수 있는 ‘전각 내부 특별 관람’(3월 28일~4월 5일)이 운영된다.구례 곡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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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야…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매화는 벚꽃보다 일찍 피어나 봄을 알린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추운 겨울부터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절개의 상징으로 보고 사랑했다. 국내에는 수많은 매화나무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매화는 수령이 수백 년 된 고목(古木)에서 피어난 꽃이다. 전남 구례와 곡성의 봄꽃이 흐드러진 섬진강변으로 매화 향기를 찾아 떠났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김초희 감독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에는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주인집 할머니(윤여정 역)가 노년에 한글을 배워 처음 쓴 시다. 이 시를 낮게 읊조리던 주인공 찬실이(강말금 역)는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오열하고 만다. 해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이 돌아온다. 죽은 듯이 보였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터진다. 계절이 가면 꽃은 시들겠지만,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꽃은 돌아온다. 그러나 한번 가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 봄의 첫 꽃 소식이 전해오는 광양 매화축제나 구례 산수유축제에는 사람이 인산인해로 몰려든다. 매화는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수령 200∼300년 된 고목에서 피어나는 매화는 더욱 신비스럽다. 겨울에 죽음 같은 추위를 견뎌내고, 수백 년 세월 동안 봄이면 회춘(回春)해 싱싱한 꽃으로 다시 돌아온다니…. 그 변함없는 생명의 힘을 확인하고자 고매(古梅)를 찾는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매화나무는 전국 4곳에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 ‘화엄매’와 ‘들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강원 강릉 오죽헌 ‘율곡매’다. 지난주부터 일부 개화하기 시작한 천연기념물 매화들은 이번 주말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매화는 빛깔에 따라 백매, 청매, 홍매로 구분한다. 매화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하면 바닷속 산호처럼 신비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주말 화엄사 각황전 옆에는 가장 유명한 화엄매인 홍매가 피었다. 일반적인 분홍색이 아니라 진한 검은색 벨벳처럼 고급스러운 빛깔이라 ‘흑매’로 불리기도 한다. 높이 8.2m 화엄매가 만개하면 새벽부터 사진가와 관광객이 몰려든다. 텅 빈 화엄사 경내 마당을 빗자루로 비질하는 스님 위로 고즈넉하게 피어난 홍매를 찍기 위해서다. 화엄매는 대웅전 뒷담으로 돌아가 언덕 위에서 내려 찍어야 제맛이다. 하도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들다 보니 화엄사 측에서는 사진 촬영 포인트에 계단형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 그러나 화엄사에서 홍매만 구경하고 가는 것은 섭섭하다. 대웅전 뒤편 울창한 대밭 숲을 지나면 구층암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들매’(수령 450년 추정)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들매는 들장미, 들국화처럼 들에 핀 매화다. 매화는 중국이 원산지로 집이나 사찰에 심어 가꾸는 대부분은 꽃이 예쁜 품종을 골라 접붙여서 번식시킨다. 그러나 들매는 사람이나 동물이 매실 과육을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이 터서 자란다. 들매는 꽃과 열매가 재배 매화보다 작지만 꽃향기는 오히려 더 강하다고 한다. 화엄사 들매가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었고 올 2월 각황전 홍매도 함께 화엄매로 지정됐다. 노거수(老巨樹) 탐사 전문가 임혁성 씨는 “봄에 화엄사에 수십 번 와 봤지만, 이렇게 들매에 꽃이 많이 달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층암에서는 요사채 처마를 받치고 있는 울퉁불퉁한 모과나무 기둥을 감상하고, 스님이 만들어주시는 화엄사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를 맛보는 것도 별미다. 대나무 밑에서 이슬을 먹으며 자란 야생 차나무 찻잎을 따서 손으로 직접 만든 녹차다. 특히 세월에 숙성시킨 발효차는 부드러운 향으로 속을 풀어주는 맛이 있다. 순천 선암사 무우전과 팔상전 주변에 담장을 따라 꽃그늘을 드리우는 20그루 매화 중 고목으로 자란 백매와 홍매 2그루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고려 때 중건한 선암사 상량문에 매화 관련 기록이 남아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 율곡매는 오죽헌이 들어설 당시인 1400년경에 심어져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직접 가꾸었다고 전한다. 신사임당은 ‘고매도’ ‘묵매도’를 비롯해 많은 매화 그림을 그렸고 맏딸 이름도 매창(梅窓)으로 지을 만큼 매화를 사랑했다. 수령 6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율곡매는 2017년 냉해를 입은 후 피는 꽃 양은 크게 줄었지만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수령 350년 넘는 백양사 고불매(古佛梅)도 꽃이 비처럼 내린다는 우화루 옆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내장산 국립공원에 있어 매화가 비교적 늦게 피어 이달 말까지 매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섬진강 따라 꽃 여행 구례에서 곡성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은 매화와 산수유 천지다. 곡성군 입면 제월리 함허정(涵虛亭)에서 윤슬이 반짝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함허(涵虛)는 ‘텅 빈 시간에 젖어 든다’는 뜻이다. 번잡했던 일상의 욕심을 버리고 내 안을 비우다 보면 뭔가 새로움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명승) 함허정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제호정(霽湖亭) 심광형(1510∼1550)이 지역 선비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정자였다. 함허정 앞 매화밭을 지나면 강변을 약 20분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제법 센 물살이 흐르는 곳에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년)에 나오는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리를 건너니 하중도(河中島)인 제월섬이 나온다. 섬에는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고 연노랑 꽃잎이 아름다운 수선화가 활짝 웃고 있다. 제월섬을 통과하고 다리를 건너면 다시 함허정 뒷동산으로 이어진다. 대숲과 솔숲이 우거진 고즈넉한 숲길이다. 곡성의 유서 깊은 사찰 태안사 입구에도 호젓한 계곡 트레킹 길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지어진 정자 능파각(凌波閣)에서 듣는 물소리가 청명하다. 1737년(영조 13년)에 지어진 능파각을 제대로 보려면 계곡 밑으로 내려가 올려다보는 것이 좋다. 능파(凌波)란 ‘물결 위를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뜻으로 미인(美人)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일컫는다. 계곡 바위 사이로 흘러 내려가는 폭포 위에 지어진 능파각은 허공에 떠서 물결 위를 날아다니는 듯 가벼워 보인다. 옛 선비들은 이런 계곡에 정자를 짓고 물소리, 바람 소리를 들었다. 무릇 풍류(風流)를 즐긴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봄날 집에만 있지 않고 자연 속에서 바람(風)과 물(流)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었던가. ● 서울에서 만나는 매화 서울 청계천 하동매실거리에서도 활짝 핀 매화 향기를 맡으며 산책할 수 있다. 2006년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만든 매화 군락지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있다. 제2마장교 아래 둔치 길로 내려가면 매화길이 시작된다. 고궁에서도 봄꽃을 즐길 수 있다. 경복궁 아미산 화계, 창덕궁 낙선재 화계, 창경궁 옥천교 어구 일원이 대표적 명소다. 창덕궁에서는 전문 해설과 함께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봄을 품은 낙선재’(3월 21일∼4월 6일), 국보 동궐도 속 나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덕궁 나무답사’(4월 19일∼5월 6일)가 마련된다. 덕수궁에서는 살구꽃과 함께 주요 전각 내부를 볼 수 있는 ‘전각 내부 특별 관람’(3월 28일∼4월 5일)이 운영된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글·사진 구례·곡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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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개막 전야 ‘미스터 션샤인’이 주한미대사관저에 초대된 까닭은? [전승훈의 아트로드]

    “LA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이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연중 화창한 날씨로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고 불립니다. 션샤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엔데, ‘미스터 선샤인’과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스타 이병헌 배우도 오늘 오셨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20일 서울 고척돔구장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개막전을 하루 앞둔 저녁.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에서 캘리포니아 관광청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리셉션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아담 버크 로스앤젤레스(LA) 관광청장, 줄리 코커 샌디에이고 관광청장, 배우 이병헌, 전 KBO 프로야구 선수 유희관, 홍성흔(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코치)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인사말에서 “여러분과 함께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개막을 축하하고, 캘리포니아주를 장려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레드삭스(RedSox)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고 말했다. 고척돔에서 열리는 개막전은 캘리포니아주 LA와 샌디에이고의 경기이지만, 자신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라는 것을 밝힌 조크였다.골드버그 대사는 “야구는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도 모두 열광하는 스포츠”라며 “박찬호 선수는 한국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고, 홍성흔 선수는 샌디에이고에서 코치로 일하셨고, 김하성선수와 고우석 선수, 다르빗슈 유 선수가 샌디에이고에서, 오타니와 야마모토 같은 선수도 LA다저스에서 맹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벽을 허물게 하는 야구의 힘을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준 예는 재키 로빈슨 선수입니다. LA다저스가 자부심을 느끼는 선수인데요. 1947년 로빈슨 선수가 브루클린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로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 악명 높았던 피부 세계의 벽이 무너졌습니다. 그의 용기와 끈기는 이후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현재 MLB에 등록된 선수 중 28%는 미국 외의 지역 출신의 선수들입니다.”골드버그 대사는 “이번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통해 한미 양국간 교류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며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를 본 분들이 미국에 직접 가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중에 하나인 야구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고 말했다.골드버그 대사는 마지막으로 이날 행사가 열린 정동 미국대사관저에 대해 설명했다. 한옥스타일로 지어진 미국대사관저 안마당에는 신라시대의 유물인 경주 ‘포석정’을 본뜬 연못도 조성돼 있다.“오늘 행사가 열리는 이 곳은 굉장히 특별한 역사적 장소입니다. 한국식 한옥 스타일로 건축했지만, 미국에서 온 목재를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한미 양국간의 특별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아랫쪽에 1880년대부터 미국이 처음 수교한 이후로 사용했던 주한미국공사관 한옥건물도 남아 있습니다. 서울의 외교의 중심부였던 정동의 역사적인 장소에 와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주한미국공사관 건물은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쫓기는 노비에서 미국 해병대 대위로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가 근무하던 장소였다.캘리포니아주 홍보대사이기도 한 배우 이병헌은 “드넓은 바다와 숨막히는 경관, 아이코닉한 도시, 넘쳐나는 에너지, 한계없는 가능성이 가득찬 캘리포니아는 어쩌면 야구하고도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같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는 “웰컴 투 MLB서울시리즈! 레츠 플레이볼!(Let‘s Play Ball) 레츠 플레이 캘리포니아!(Let’s Play California)”라고 건배사를 했다.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는 MLB개막식이기도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대적인 관광 프로모션을 알리는 이벤트이기도 했다.아담 버크 로스앤젤레스 관광청장은 “LA는 11개의 프로팀과 30개 이상의 우승컵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도시”라며 “2024년 메이저리그 개막은 물론 2026년 MLB올스타, 위민스 오픈 챔피언, 힙합월드컵, 2027년 슈퍼볼, 2028년 LA올림픽까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이자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올해 서울에서 ‘LA는 현재 상영중(Now Playing’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한다”며 “이번 캠페인은 LA 관광청 역사상 한국 시장에 가장 큰 투자를 한 캠페인이며,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예 케이팝 아이돌 그룹인 ‘라이즈(RIIZE)’와 함께 진행되는 특별한 오프라이징 캠페인이라는 점에 더욱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한국은 로스앤젤레스 관광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4대 시장으로 진입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로스앤젤스에는 5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이했고, 한국은 이 중 33만 명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2024년에는 100% 이상 회복된 한국 관광객 33만 6천 명 이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와 부산은 자매결연 도시로 더욱 깊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줄리 코커 샌디에이고 관광청장은 “샌디에이고는 70마일의 해변가를 즐길 수 있고, 골프코스와 레고랜드, 사막과 쇼핑센터까지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며 “그 중에서도 김하성 선수가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홈구장인 ‘펫코파크’는 미국에서 제일 최고시설의 야구 스타디움으로 뽑힌 아름다운 구장”이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아담 버크 LA관광청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한 말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20, 21일 MLB 서울시리즈 경기를 하죠. 야구에서는 LA든, 샌디에이고든 반드시 지는 팀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누구나 샌디에이고나 LA를 방문하시면, 절대로 지는 일은 없고 항상 위너가 되실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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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세잔의 아틀리에 사과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는 폴 세잔(1839∼1906)의 아틀리에가 있다. 세잔은 1902년부터 1906년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이곳에서 사과를 그렸다. 작업실에는 세잔이 쓰던 붓과 물감, 팔레트, 편지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운데 테이블 흰 보자기 위에는 매일 싱싱한 사과도 새로 갖다 놓는다.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었던 세잔의 사과는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처럼 인류의 역사를 바꾼 사과로 불린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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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합 리조트 ‘인스파이어’에서 영감을 떠올리다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미국 복합 리조트(IR) 전문 기업 모히건의 인스파이어(INSPIRE) 리조트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길이 150m에 이르는 로비 통행로 벽면과 천장을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수놓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Aurora)는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관광객들이 몰려 인증샷을 찍는 명소가 되고 있다. 매시 정각과 30분에 펼쳐지는, 대형 고래가 천장을 헤엄치는 영상쇼가 압권이다. 5일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치른 인스파이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캐나다 온타리오 등 북미에서 7개 복합리조트 사업을 하는 모히건이 아시아에 처음으로 만든 리조트다. 총투자금액만 6조 원에 이르는 인스파이어는 모히건이 30년간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카지노·리조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이날 그랜드 오프닝은 인스파이어 아레나 입구에 있는 다목적 원형홀 로툰다에서 열렸다. 로툰다 천장에 달린 지름 30m, 높이 20m 규모 키네틱 샹들리에는 여러 개의 작은 LED 패널이 제각각 움직이며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이날 행사에는 북미 인디언 부족 출신 모히건사 경영진과 부족장 등도 참석해 북을 두드리며 노래하고 화이트 세이지 허브를 태워 향을 피우며 인디언 기도를 올리는 등 모히건 부족 전통 의식도 선보였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참석했다. 유 장관은 “인스파이어는 K컬처를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가 되고 한국 문화관광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16억 달러 규모가 투자되는 인스파이어 리조트로 일자리가 3000개 이상 생겨나 한국에 새로운 경제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히건이 2015년경 아시아 첫 진출지로 선택한 곳이 영종도였다. 동북아 허브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데다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한류, 2600만 명 수도권 인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다. 인스파이어가 이번에 정식 개장한 것은 3개 타워로 구성된 1275실 규모 5성급 호텔과 1만5000석을 갖춘 국내 최초 공연 전문 공간 아레나, 그리고 마이스(MICE) 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실내 유리 돔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등이다. 특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국내에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설립 허가가 났다. 문체부는 인스파이어 개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연간 300만 명 추가로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스파이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역시 아레나다. 이달 2일에는 싸이와 태양이 공연했고 8, 9일에는 세계적 팝스타 밴드 머룬파이브 단독 공연이 열렸다. 16일에는 에픽하이 콘서트가 열리고 27∼31일에는 세계 유명 탁구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WTT 챔피언스 인천이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개장한 인스파이어 리조트 면적은 약 46만1661㎡(약 14만 평)로 축구장 64면을 펼쳐놓은 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전체 사업 규모 10% 정도인 1A 단계 완성에 불과하다. 모히건은 올 상반기에 1B 단계인 복합쇼핑몰, 1000석 규모 푸드코트, 야외 엔터테인먼트 공간 ‘디스커버리 파크’ 등을 추가 개장할 계획이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조성 사업은 2046년까지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스파이어의 생산 유발 효과는 5조8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인스파이어가 직간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도 2만800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스파이어 측은 “현재까지 약 2조 원이 투자됐는데 추가로 4조 원을 투입해 싱가포르, 마카오에 맞먹는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영종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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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사진)은 흰색 두루마리를 펼쳐놓은 듯 우아한 외관으로 주목을 끈다. 인류의 기록 매체인 종이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페이지스(Pages)’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원전 2000년 고대 서아시아 쐐기문자가 적혀 있는 원형 배 점토판,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카노푸스 단지,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등 문자를 통해 소통해 온 인류 역사의 흐름을 다양한 유물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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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정동 주한 영국대사관

    서울 덕수궁 옆 정동에 있는 영국대사관저는 1892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개화기 대사관 중에서 현재까지 원형 그대로 사용되는 유일한 외교공관이다. 대사관 후원의 빅토리아풍의 빨간 벽돌 건물은 대사 부부가 살고 있는 대사관저다. 테라스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한 건축 양식이다. 관저는 한국과 영국의 전통공예품과 현대미술품으로 꾸며져 있는데,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경북 안동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도 전시돼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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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와산 계곡에서 자연과 하나 됐네… 별유천지비인간[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계곡물에 둥둥 떠내려가다 보니 울창한 밀림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런 하늘을 감상하는 경험을 상상이나 했을까. 자연에 파묻혀 하나 된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 게다.》 필리핀 세부와 보홀은 리조트에서 휴양하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섬이다. 그러나 휴양지였던 섬들이 청정 자연을 탐험하고 아찔한 액티비티(활동)를 즐기는 체험 관광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수백 년 된 나무들로 이뤄진 울창한 숲이 아마존처럼 펼쳐진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고 바다에서 고래상어, 거북이와 함께 헤엄치며 영상을 남기는 여행이다.● 영화 ‘아바타’ 폭포와 계곡 다이빙 세부섬은 필리핀의 대표적인 리조트 휴양지이자 제2의 도시다. 또한 세부는 세계사에 중요한 자취를 남긴 섬이기도 하다. 1519년 역사적인 첫 세계일주를 통해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입증한 마젤란이 스페인에서 출발해 남미와 태평양을 거쳐 3년 만에 도착해 숨진 곳이 바로 세부섬이다. 그가 1521년 세부의 추장과 부하 800여 명을 기독교도로 개종시켜 치른 세례식 장면은 세부시청 앞 팔각당 내부 천장 벽화로 남아 있다. 팔각당에는 ‘마젤란 십자가’도 세워져 있다. 마젤란은 막탄섬에서 원주민과 전투하다 목숨을 잃었다. 세부시청이 있는 세부시티는 유럽과 아시아가 절묘하게 혼합된 필리핀 문화의 배경임을 알려주는 스페인 점령기 유산을 볼 수 있는 역사도시다. 마젤란이 선물했던 산토니뇨상(像·어린 예수 그리스도상)이 있는 성 어거스틴 교회, 스페인 침략자에 맞서 싸운 라푸라푸 추장 동상, 스페인 총독이 세운 산페드로 요새 같은 유물과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2월.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겨울 휴가를 떠났다. 필리핀은 성수기인 여름보다 겨울과 봄이 여행하기에 좋다. 날씨도 좋고 비교적 한가하며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가족여행 테마는 자연을 탐험하는 익스트림 레포츠였다. 특히 세부 남부에는 할리우드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영화 ‘아바타’(2009년)를 만들 때 영감을 받은 울창한 숲과 폭포가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투말로그 폭포다. 입구에서 현지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약 10분을 달리면 절벽에서 계단을 이루며 떨어지는 웅장한 폭포를 만난다. 요즘 세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는 카와산 캐니어링(Kawasan Canyoneering)이다. 세부 남부 바디안에 있는 카와산 폭포 상류 계곡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레포츠다. 석회 성분이 있어 뿌옇다는 계곡물은 초록색 숲과 만나 신비한 터키색 혹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난다. 이 계곡에서 수중 미끄럼틀을 탄다. 절벽 바위에서 몸을 한 바퀴 빙글 돌며 다이빙을 한다. 높은 나무 줄기에 매달아 놓은 줄을 잡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유튜브 영상에서나 봄 직한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다. 탐험은 계곡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헬멧과 구명조끼, 아쿠아슈즈 같은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집라인(zipline)으로 계곡을 건너간다. 익스트림 레포츠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 예방. 관광객 1인당 현지인 가이드 한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 준다. 점프 요령을 가르쳐 준다. 물속에서 끌어주며 인도해 준다. 어린이나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큰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가이드들은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운 “상남자네요!” “대박!” 같은 서툰 한국말로 환호를 보내고 수중 액션카메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준다. 가이드들의 응원 속에 어느새 3시간가량 걸리는 계곡 코스를 완주한다. 계곡물에 둥둥 떠내려가다 보니 울창한 밀림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런 각도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야말로 자연에 파묻혀 하나 된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 게다.● 고래상어와 헤엄을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다이빙을 해보는 것이 내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아내가 2020년 제주 해녀학교에서 물질과 다이빙을 배운 이후 온 가족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동해와 남해, 제주 바닷속을 구경했다. 세부 막탄섬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숍이 많다. 호핑투어(hopping tour)나 스쿠버다이빙을 신청하면 인근 연안에 있는 올랑고섬, 힐루퉁안섬 등의 포인트에 가서 열대어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말미잘 속에 살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의 주인공 물고기와 미동도 없이 빙글빙글 도는 거대한 잭피시 떼, 마리곤돈 동굴 입구로 비치던 신비스러운 푸른빛과 공기방울은 몽환적인 느낌이다. 막탄섬 인투더블루(In2theblue) 다이빙숍 조항태 강사는 “막탄 앞바다에 아름답게 보존된 산호 정원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라고 말했다. 세부섬 남쪽 해변마을 오슬로브에는 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동틀 무렵인 오전 6시. 벌써부터 관광객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동트기 시작할 때부터 정오까지 고래상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떠오르자 해변에서 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구명조끼를 입은 관광객들을 태우고 해변에서 약 100m 떨어진 바다로 나아간다. 자세히 보니 마을 주민들이 고래상어에게 밥을 주고 있다. 먼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사는 고래상어는 아침마다 규칙적으로 밥을 먹으러 해변 가까이로 몰려든다. 고래상어는 커다란 입을 벌려 배 위에서 주민이 주는 새우 뭉치를 말 그대로 흡입한다. 고래상어가 식사를 하고 배 주위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옆에 있는 배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이 함께 헤엄친다. 가까이에서 본 거대한 고래상어는 감동적이었다. 바닷물을 통과한 찬란한 빛이 고래상어 등 그물무늬 속 흰 점들에 일렁이는 물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상냥한 거인으로 불리는 고래상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데다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인기가 높다. 케냐에서는 ‘신이 고래상어 등에 실링 동전을 뿌려 놓은 것 같다’는 의미에서 파파실링기라고 부른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등에 별이 가득 찬 듯 보인다’는 뜻에서 마로킨타나(많은 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슬로브 고래상어는 아침에 밥을 먹은 뒤 하루 종일 큰 바다에 나가서 놀다가 다음 날 아침이면 되돌아온다. 고래상어 덕분에 유명 관광지가 돼 먹고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가장 소중한 가족처럼 돌본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보홀세부에서 배로 2시간 거리인 보홀섬은 필리핀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면적이 제주도 2배 크기로 부속 섬이 70여 개 딸려 있다. 이 중 보홀 남서쪽 팡라오섬이 대표적 관광지다. 보홀국제공항도 팡라오섬에 있다. 이 섬의 가장 넓은 해변인 알로나 비치에는 길게 늘어선 야자수 아래 밤마다 테이블이 놓이고 망고주스와 해산물 요리를 먹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알로나 비치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돌고래 떼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돌핀 워칭과 호핑투어, 다이빙 같은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팡라오섬 알로나 비치 인근에 있는 ‘고투다이브(Go2dive)’에서 배로 30여 분 거리 떨어져 있는 발리카사그섬은 보홀을 대표하는 최고의 다이빙 명소다. 발리카사그섬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거북이를 만났다. 아내는 “아들의 태몽이 거북이 꿈이었다”며 신기한 듯 거북이의 얼굴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수천 마리 정어리 떼와 고등어 떼가 온몸을 감싸고 고래상어가 눈앞을 지나가는 행운도 만날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보홀은 아찔한 자연경관에서 다양한 모험과 치유의 느낌을 즐길 수 있다. 보홀의 ‘초콜릿힐’은 200만 년 전 광활한 평원에 원뿔형 언덕 1200여 개가 키세스 초콜릿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공중에 매달린 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초콜릿힐의 웅장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몸집 10cm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로 알려진 타시어 안경원숭이 보호구역도 있다. 커다란 눈 때문에 영화 ‘스타워즈’ 요다와 ‘그렘린’ 기즈모의 모티브가 된 안경원숭이를 만날 수 있다. 글·사진 세부·보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일부 사진 필리핀 관광부 제공}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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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모항 ‘생각하는 사람 바위’

    전북 부안군 변산 격포항에서 남쪽으로 6.5km 떨어진 곳에는 모항이 있다. 해변의 숲길을 걷다 보면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외계인 같기도 하고,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 바위가 나온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부안의 19개 지질 명소 중 하나다. 바위는 해질 녘 턱을 괴고 있는 손 주위로 붉은 해가 걸린 사진을 찍을 때 진면모를 드러낸다. 기회가 닿으면 꼭 한번 노을 질 때 다시 찾고 싶은 바위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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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추럴 와인은 ‘3無’ 와인입니다”

    “해마다 방문하는 유럽 와인 생산자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오래된 사찰 템플스테이’ ‘발효 장인과의 만남’ 등을 했어요. 올해는 강원 평창에서 전통 발효식품 김치와 막걸리 제조 장인을 방문할 예정입니다.”(최영선 비노필 대표) 유럽 5개국, 25개 와이너리에서 온 와인 제조가 35명이 참가하는 ‘2024 살롱오(Salon O)’가 24, 25일 부산과 서울에서 열린다. 살롱오는 최신 유행의 내추럴 와인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스탠딩 파티 형식의 시음회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에서 온 와인 메이커가 자신이 직접 만든 내추럴 와인을 소개한다. 2017년 처음 개최된 살롱오는 유럽에서 트렌드를 이끌던 내추럴 와인을 국내에 본격 소개하면서 인기를 끌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다시 열려 내추럴 와인 애호가 1200여 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살롱오를 주최하는 재불(在佛) 와인 에이전시 최영선 비노필 대표는 “내추럴 와인은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양조 과정에서도 화학적 첨가제 없이 발효시켜 만든 와인”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살롱오에 참가하는 이탈리아 라미디아의 다비드 젠틸, 마르코 줄리아니 씨는 내추럴 와인에 대해 화학비료, 화학첨가물, 결점이 없는 ‘3무(Three Zero)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내추럴 와인의 기본은 살아 있는, 건강한 포도입니다. 올바른 발효와 숙성을 위해서는 화학비료가 없는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해야 하지요. 양조 과정에서 화학첨가물없이 100% 포도즙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일반 와인에 비해 신맛이 세거나, 산화가 빨리 일어날 수 있는데 박테리아 및 산화 방지를 위해 매 순간 섬세하게 관리해 ‘무결점’ 와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일 슈미트 와이너리의 비앙카 슈미트 씨도 이메일 인터뷰에서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며 “자연적인 농법과 제조 과정의 중요성을 알고, 안목이 높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나라”라고 한국에 오는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와인 메이커 장미셸 스테팡 씨는 “와인은 음식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음료이기 때문에 자연과 농부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며 “프랑스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내추럴 와인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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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문화역서울284

    옛 서울역은 80년 동안 서울의 관문으로 교통과 교류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2004년 KTX 신역사가 생기며 문을 닫았던 서울역은 2년여의 공사 끝에 2011년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284는 옛 서울역의 사적 번호라고 한다. 내부 천장에는 태극 문양을 중심으로 강강술래를 형상화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1층에 8개, 2층에 6개의 전시 공간이 있고 건물 오른편에는 RTO 공연장도 마련돼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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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면 바다, 계곡이면 계곡, 대게면 대게… 늦겨울 울진[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태백산맥 동쪽 경북 울진은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한번 가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계곡이면 계곡…. 맑고 깨끗한 기운에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울진은 겨울에 가면 제맛이다. 한겨울에 통통하게 살이 차오르는 울진대게가 제철을 맞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자연에서 용출되는 뜨거운 온천이 있는 계곡 길을 걸을 수 있다. ● 후포항 등기산 청룡 해돋이‘쿠∼쿵! 철썩∼ 쏴!’ 울진군 최남단에 있는 후포항 방파제 앞에 있는 숙소에서 새벽에 눈을 떴다. 방파제에 부딪치고 넘어오는 거대한 파도의 진동이 항구의 낮은 건물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창밖을 바라보니 바닷가 슬레이트 지붕 너머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오전 6시 50분쯤 됐을까. 잠에서 깨자마자 카메라를 챙기고, 외투에 모자까지 쓰고 나섰다. 불과 5분 거리면 일출 사진을 얻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뒤편에 바로 울진 후포항 등기산 전망대가 있었다. 아직 남은 달빛을 바라보며 나무로 된 계단을 오르니 ‘비단처럼 빛나는 포구’라는 뜻에서 ‘휘라포(徽羅浦)’라고 불렸다는 후포항의 전경이 펼쳐진다.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인 후포항에는 곳곳에 수산물 가공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후포 등기산 공원은 해발 50m에 불과한 언덕이다. 그러나 낮에는 흰색 깃발로, 밤에는 등불로 배를 안내해 ‘등기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1968년 1월 최초 점등한 후포등대는 울릉도와 제일 가까운 등대로서 연안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등기산 망사정(望槎亭)에 오르자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고려 말 학자 안축 선생(1282∼1348)이 세운 누각이다. ‘잔잔하게 이는 물결에 미끄러지는 떼배(槎)를 바라보는 정자’란 말처럼 파도 소리만 들리는 고요 속의 일출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누각 뒤편에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면 등기산 스카이워크로 갈 수 있다. 후포 갓바위 공원에서부터 바다 위로 뻗은 해상 교량이다. 높이 20m, 길이 135m의 스카이워크는 57m 구간이 강화유리 바닥으로 돼 있다. 투명한 유리 아래로 넘실대는 푸른 동해 바다 위를 걷는 아찔한 기분으로 다리 끝까지 가면 동해 바닷물에 휩싸인 한 여인이 용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담은 아름다운 조각품이 서 있다. 의상대사를 사모한 선묘(善妙) 낭자의 설화를 담은 작품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인어는 사랑을 잃고 물거품이 돼 버리는 새드엔딩인데, 선묘 낭자는 의상대사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불법(佛法)으로 승화한다. 바닷물에 뛰어든 선묘 낭자는 용이 돼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오는 의상이 탄 배를 보호하고, 부석사 창건을 도왔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이탈리아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에 있는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 ‘아폴론과 다프네’에서 월계수로 변하는 다프네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는데, 짙푸른 울진 바다를 배경으로 용으로 변하고 있는 선묘 낭자의 얼굴은 환희에 차 있다. 청룡의 해에 꼭 한번 찾아가볼 만한 곳이다. ● 온천이 있는 계곡동해 바닷속 산맥으로 불리는 ‘왕돌초’가 있는 울진은 스쿠버다이빙의 성지다. 지난해 여름 다이빙하러 2번이나 울진을 찾았다. 그런데 울진은 수령 500∼1000년이 넘는 대왕소나무 군락지이기도 하고, 태백산맥 동쪽의 깊은 산들과 불영계곡 등 수려한 계곡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겨울 울진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덕구온천, 백암온천이 있는 계곡 트레킹이다. 특히 응봉산(해발 998m) 중턱에 있는 덕구계곡을 걷다 보면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수 온천’이 솟아나는 원탕에서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원탕에서는 약 43도의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하루 300t씩 솟아나온다. 울진군 김덕용 문화관광해설사(70)는 “제가 중학생 때인 1970년대 초반에는 마을사람들이 원탕까지 올라와서 따뜻한 온천수에 목욕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후 1984년 울진군에서 송수관을 설치해 4km 떨어진 덕구2리 온전동마을까지 온천수를 끌어오면서 덕구온천이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구온천 스파월드에서 계곡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온천수 송수관이 보인다. 혹시나 송수관 표면이 뜨거울까 봐 조심스레 만져봤더니 이중으로 단열재 보온시설을 갖춘 관이라 뜨겁지 않았다. 원탕까지 걷는 2시간 동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서울 서강대교, 프랑스 노르망디교, 호주 시드니 하버브리지 등 세계 유명 교량을 복제한 13개의 작은 다리가 계곡을 넘나들어 즐거움을 준다. 독일 크네이교가 놓여 있는 용소(선녀탕)의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 계곡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줄이 어우러져 있는 바위들이 즐비하다. 차가운 계곡물과 뜨거운 온천수, 줄무늬 검정 돌과 흰 돌 등 이질적인 것들의 어울림이 수려한 경치를 만들어낸다. 덕구계곡 트레킹이 급류가 흘러가는 아기자기한 협곡이라면, 백암온천이 있는 신선계곡 트레킹 코스(6km)는 폭넓게 뻥 뚫린 계곡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덱 길로 조성된 산책로에서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기기묘묘한 바위, 계곡수를 바라보며 청정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 울진 대게 축제후포항에서는 매일 아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으로 활기가 넘쳐난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달 22∼25일 후포항 왕돌초 광장에서는 ‘2024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열린다.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풍어 해원굿’이 공연되고, 게장 비빔밥,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 체험도 마련된다. 붉은대게(홍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 무료 시식도 진행된다. 대게는 ‘큰(大) 게’가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竹)’를 닮아서 대게로 불린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울진 대게’는 찬 바람이 불어야 별미를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 대게는 2월부터 맛볼 수 있다. 영덕대게, 삼척대게도 유명하지만 대게 생산량 1위는 울진이다. 그것은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왕돌초에 대게 서식지가 있기 때문이다. 동해 바다 중간에 수중 암초가 남북으로 54km 구간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 왕돌초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 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후포항 왕돌회수산에서 울진대게를 맛보았다. 찜통에서 10∼15분 정도 쪄낸 대게의 다리를 주인장이 먹기 좋게 손질해준다.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니 하얀 속살이 나온다. 심해에서 잡히는 붉은대게는 대게 이웃사촌으로 흔히 ‘홍게’라고 알려져 있다. 붉은대게는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이듬해 봄까지도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로, 울진대게 못지않은 맛을 낸다. 대게와 함께 나온 개복치 회와 강도다리 회도 눈길을 끈다. 투명한 개복치 회는 처음 봤을 때는 다이어트용 곤약젤리처럼 부드럽게 보였는데, 씹어 보니 쫄깃쫄깃한 생선 살의 맛이 반전을 준다. 부위마다 색깔도 다르고, 식감도 달라 먹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울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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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도 어부들은 왜 매년 울릉도를 왕복했을까[전승훈의 아트로드]

    울릉도 북서쪽 끄트머리 태하리 해변에는 ‘대풍감(待風坎)’이 있다. ‘바람을 기다리는 절벽’이라는 뜻의 커다란 바위가 바닷쪽으로 삐죽 나와 있는 형태다. 울릉도에는 예로부터 배를 만들기에 알맞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아서 새로 배를 만들어 완성하게 되면 대풍감에서 바위에 밧줄을 매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곳에서 세찬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 돛이 휘어질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면 한달음에 동해안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고 한다. 동력선이 개발되기 전에는 울릉도에서 육지로 가기 위해서는 대풍감에서 북서풍이 불기를 기다려야 했다. 지난달 울릉도를 찾았을 때 대풍감 절벽 위를 올랐다. 대풍감에 오르기 위해서는 태하해변에 있는 태하향목관광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총연장 304m 길이의 모노레일은 20인승 짜리 2개의 칸으로 돼 있다. 정상까지는 약 6분이면 도착을 한다. 모노레일은 출발하자마자 최대 등판각도가 39도나 되는 급격한 바위산의 경사를 오른다. 그러나 급경사에서도 언제나 자동으로 수평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면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하차 후에 태하등대까지는 약 500m 정도를 걷게 된다. 태하등대를 지나면 태하향목전망대와 대풍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는 아랫부분이 철제 구조물로 돼 있는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대풍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바람이 올라온다. 추운 겨울에 대풍감의 바람을 제대로 맞아볼 수 있는 기회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왼쪽이 바로 대풍감의 주상절리 절벽이다. 절벽 바위 틈에서 모진 바람을 맞으며 대풍감 향나무들이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 위태롭고 절박해서 더욱 아름답고, 희망마저 갖게 하는 작은 향나무들이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울릉도의 북쪽 해안이 펼쳐진다. 학포마을과 현포, 노인봉과 송곳봉(추산)이 어깨춤을 추듯 불쑥불쑥, 삐죽삐죽 이어집니다. 바다 위에는 코끼리바위(공암)가 귀여운 공처럼 떠 있다. 한국관광 100선, 10대 비경이란 찬사를 들을 만한 절경이다. 전라도 어부들이 고향가는 배를 기다리던 대풍감조선시대 정부는 울릉도에 대해 ‘공도정책’ ‘쇄환정책’을 펼쳤다. 울릉도가 동해안에 들끓는 왜구들의 전초기지가 될 것을 우려해 섬에 주민들을 아예 비워놓는 정책이었다. 조선정부는 2~3년에 한번씩 울릉도에 수토사를 파견해 사람들을 수색하고, 일본인은 추방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렇다면 나라에서 아무도 살지 말라고 하는 울릉도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1882년 울릉도 검찰사로 파견된 이규원은 울릉도에 조선인이 140명, 일본인 78명이 살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조선인 140명 중 115명이 전라도 출신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여수, 거문도, 고흥반도 인근에 살던 전라도 사람들로서 배 운항에 노련한 기술을 가진 뱃사람들이었다. “전라도 사람들은 춘삼월 동남풍을 이용해 돛을 달고 울릉도에 가서 나무를 벌채하여 새로운 배를 만들고 여름내 미역을 채집해두었다가 가을철 하늬바람(북서풍)이 불면 목재와 해조류 그리고 고기를 가득 싣고 하늬바람에 돛을 달고 남하하면서 지나온 포구에서 판매하거나 물물교환을 하면서 거문도로 귀향하였다.” (전경수 ‘울릉도 오딧세이’)울릉도는 개척령 이전부터 전라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다. 이른바 ‘나선’이라고 불리는 전라도 출신의 배가 천부 해안을 중심으로 많이 오갔다고 한다. 이들은 봄에 남동풍이 불 때면 배 한 척에 타고 건너와 여름 동안 배를 건조하고 미역을 따고 고기를 잡아서, 울릉도에서 건조한 배를 각자 한 척씩을 몰고 돌아갔다고 한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말, 대풍감에서 북서풍이 불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전라도에서 울릉도까지 어떻게 동력도 없는 목선을 타고 오갈 수 있었을까?그것은 바로 해류와 바람의 힘이다. 울릉도에는 남쪽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쿠로시오해류(동한난류)가 있다. 봄에 이 해류를 타면, 남쪽에서 울릉도로 항해하기가 예상 외로 쉽다고 한다.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계절과 해류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울릉도에서 다이빙을 해보면 해류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바로 울릉도 바닷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돔떼다. 원래는 제주 앞바다의 따뜻한 난류에 살고 있는 자리돔이 요즘에는 울릉도 앞바다에도 가득하다. 쿠로시오 해류, 동한난류를 타고 올라온 자리돔떼다. 태하해변산책로대풍감에서 내려갈 때는 모노레일을 타지 말고 ‘태하해변산책로’ 방향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괜찮다. 태하향목전망대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울릉해담길 산책로 6-2코스가 나온다. 숲 속 길을 걸어서 내려가다보면 ‘가재굴’이라고 불리는 해변의 절벽 동굴이 나온다. ‘가재굴’의 뜻은 무엇일까. 울릉도와 독도에 남아 있는 ‘가제 바우’ ‘가재 바위’ ‘가제굴’이라는 이름은 바로 ‘독도 강치’로 유명한 바다사자(또는 물개)가 살았던 바위나 굴을 의미한다. 강치는 당시에 ‘가지어(可支魚)’로 불렸는데, ‘가제’ ‘가재’는 모두 강치를 지칭하는 말이다. 원래 울릉도에 살던 가지어(강치)는 20세기 초에 울릉도에서 밀려나 독도를 거점으로 살게 된다. 그런데 가지어는 일제에 의해 대거 도살되고 남획돼 멸종하기에 이른다. 태하해변산책로를 걷다보면 울릉도를 덮고 있는 조면암의 실체를 볼 수 있다.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난 조면암은 풍화작용으로 벌집모양의 구멍이 가득하다. 해변산책길을 걷다보면 날카로운 매와 독수리의 부리처럼 생긴 멋진 조면암 바위가 있다. ‘독수리 바위’ ‘매바위’로 불리는 바위다. 해변 산책길에서는 태하황토굴이 있는 황토구미도 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바위 밑의 붉은색 황토가 선명하다. 울릉도 지명에 남아 있는 전라도 방언울릉도와 독도는 포항과 217km 떨어져 있는 동해의 외딴 섬이다. 주변은 수심이 2000m가 넘는 심해다. 그런데 경상북도에 속해 있는 울릉도의 지명에는 예상 외로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남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도의 ‘보찰바위’다. ‘보찰’은 전라도 지역 사투리로 ‘거북손’을 뜻하는 말이다. 거북손은 남해안 지역에서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생물로, 무쳐서 먹으면 별미다. 울릉도민들도 ‘거북손’이라는 말보다는 ‘보찰’이라는 말을 익숙하게 사용한다. ​​나리분지에 있는 ‘알봉’ 안내문에도 ‘전라도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러 왔다가 알처럼 생긴 봉우리라고 해서 ’알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이 붙어 있다. 또한 울릉도 해변의 곳곳에도 전라도 방언으로 된 지명이 허다하다. ‘통구미’ ‘황토구미’ 등의 ‘-구미’는 전라도 방언으로 해안이 쑥 들어간 지형을 말한다. 항구로 이용할 수 있는 좁고 깊숙하게 들어간 만을 뜻하죠. ‘대풍감’의 ‘감(坎)’도 ‘-구미’를 한자어로 표현한 말로, 바닷가 절벽에 움푹 들어간 땅이라는 뜻이다. 현포는 원래 옛 이름이 ‘가문작지’였다. 전라도 방언으로 ‘-작지’는 자갈돌들이 널려 있는 해변가를 말한다. ‘검을 현(玄)’자를 쓰는 현포는 바닷물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가문작지’(검은 자갈해변이라는 뜻)로 불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와달’(작은 돌들이 널려 있는 긴 해안), ‘걸’(물고기나 수초가 모여 있는 넓적한 바닷속 바위), ‘독섬(돌섬)’ 등이 울릉도 지명에 남아 있는 전라도 방언이다. 그래서 독도의 영유권 분쟁에 있어서도 전라도 방언을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온다. 바로 석도(독도)를 대한제국의 영토로 한다고 밝힌 ‘대한제국칙령 41호(1900년 10월25일)’에 대한 올바른 해석에 대한 내용이다. 칙령에는 울릉도의 관할구역을 ‘울릉 전도(全島)와 죽도(竹島), 석도(石島)’라고 규정했다. 전경수 서울대명예교수(인류학과)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은 바로 위의 대한제국칙령에서 명시한 ‘석도’가 지금의 ‘독도’ 임을 증명하면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라도 방언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울릉도를 내왕했던 전라도 흥양 지방(여수, 거문도, 고흥반도 등)의 어부들이 불렀던 ‘독섬’(돌섬의 전라도 방언)에 해답이 있다는 이야기다.전라도 방언에서는 지금도 ‘돌’을 ‘독’이라고 부른다. ’독섬‘이라는 전라도 방언을 대한제국의 공문에서 한자로 ’석도‘(돌석+섬도)라고 적었다는 해석이다. 전 교수는 “우리가 요즘 부르는 ’독도(獨島)‘는 발음을 중심으로 지은 이름이고, ’석도‘는 의미 중심으로 지은 이름으로 같은 섬”이라고 말한다. 조선 정부는 섬을 비워놓는 공도정책을 펼쳤지만, 민초들은 매년 해류를 타고 배타고 섬을 찾아와 나무를 베고, 배를 만들고, 미역을 따서 바람을 타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먼 여행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중요한 삶의 현장이 바로 ‘대풍감’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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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온천여행, 패키지 말고 기차로 떠나 보세요”

    “붉게 물든 저녁 노을 바라보며 바닷가에서, 눈 덮인 깊은 산속 계곡에서 노천 온천에 몸을 맡겨보세요. 구석구석 숨어 있는 일본 온천을 찾아가려면 열차여행이 최고입니다.” 30년간 160차례 이상 일본 여행을 한 박승우 작가(사진)는 “일본 온천 여행은 패키지로 가지 마라”고 한다. 그는 최근 펴낸 책 ‘JR기차 타고 즐기는 일본 온천 50’(덕주)에서 기차를 타고 자유여행으로 즐기는 온천여행을 소개했다.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해 있는 일본에는 전국에 걸쳐 약 3000곳의 온천이 있습니다. 바닷가 온천에서 탁 트인 바다의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 온천, 빨간 단풍잎이 둥실 떠 있는 늦가을의 노천 온천, 폭설이 덮인 아름다운 설경의 고원지대나 산속 깊은 계곡에서 눈이 내리는 노천 온천 등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는 온천이 산재해 있지요.” 박 작가는 “그런데 온천을 패키지 여행으로 가면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고 말한다. 홋카이도 노보리베쓰 온천, 도쿄 하코네 온천, 벳푸 온천 등 공항 주변의 유명 온천 외에는 찾아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교통비가 비싼 일본이지만 외국인을 위한 철도여행용 레일패스를 활용하면 구석구석에 있는 다양한 온천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최북단의 홋카이도부터 최남단 가고시마까지 2만여 km에 이르는 JR철도망이 깔려 있다.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총 12가지 JR패스를 판매하는데, 권역별 3일권, 5일권을 구입하면 경제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 “도쿄에서 특급열차로 약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군마현 ‘구사쓰 온천’의 경우 일본에서 20년째 최고의 온천으로 선정된 온천인데도 국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국도는 대부분 2차로이고, 제한속도가 시속 60km라 버스로 가려면 도쿄에서 4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지인들도 대부분 국내 패키지여행은 기차를 타고 다닙니다.” 그에게 그동안 다녀본 온천 중 최고를 꼽아 달라고 하자 구사쓰 온천 외에 △바닷가에 있는 고가네자키 후로후시온천 △1800m 고원에 8가지 색깔과 성분의 노천탕이 있는 만자코겐온천 △세계에서 단 2곳뿐인 퇴적식물성 온천(모르·Moor)인 홋카이도 도카치가와 온천을 꼽았다. “고가네자키 후로후시 온천은 아키타에서 아오모리로 가는 바다열차를 타고 찾아가야 합니다. 엄청난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서 불과 20∼30m 떨어져 있는 바위에서 온천수가 솟아 나옵니다. 옆에서는 파도가 치는데, 바위에 파놓은 온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가슴이 탁 트이는 게 약간 현실감이 없어지게 되지요.” 박 작가는 “일본 철도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철도 노선마다 지역별 특산물을 활용해서 만들어 파는 3000여 종의 ‘에키벤(駅弁·기차역 도시락)’을 먹는 것”이라며 온천 여행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식도 소개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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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온천여행, 패키지 말고 기차로 떠나보세요”[전승훈의 아트로드]

    “붉게 물든 저녁 노을 바라보며 바닷가에서, 눈 덮인 깊은 산 속 계곡에서 노천 온천에 몸을 맡겨보세요. 구석구석 숨어 있는 일본 온천을 찾아가려면 기차가 최고입니다.” 30년간 160여 차례 이상 일본여행을 한 박승우 작가는 “일본 온천 여행은 패키지로 가지 마라”고 한다. 그는 최근 펴낸 책 ‘JR기차 타고 즐기는 일본 온천 50’(덕주)에서 기차를 타고 자유여행으로 즐기는 온천여행을 소개했다. ‘JR 프라이빗 트래블 마스터’로 불리는 박 작가를 인터뷰해 여행 고수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온천을 패키지 여행으로 가면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습니다. 홋카이도 노보리베쓰 온천, 도쿄 하코네 온천, 벳푸 온천, 오사카 아리마 온천 등 외에는 거의 가는 데가 없습니다. 국내 여행사에서 패키지 여행은 버스로 3박4일 정도 코스로 짜다보니까, 항공기가 도착하는 공항에서 가까운 지역의 온천 밖에는 갈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일례로 도쿄에서 특급열차로 약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군마현 ‘구사쓰 온천’의 경우 “일본에서 20년 째 최고의 온천으로 선정된 온천인데도 국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기차를 타고 자유여행을 하다보면 현지인들이 즐기는 다양하고 최고급 수질의 온천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사쓰 온천은 어디에 있는 거죠?“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가는 군마현에 있는 온천입니다. 일본에서 20년째 최고의 인기 1위 온천으로 꼽히는 곳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혀 모릅니다. 도쿄에서 특급 열차를 타고 가면 2시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데, 고속버스나 관광버스로 가려면 최소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왜냐면 일본에서는 고속도로만 4차선이고, 국도는 대부분 2차선인데 제한속도가 60km이고, 정체가 되면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도쿄에서 패키지 여행으로 갔다오려면 여행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구사쓰 온천은 왜 20년 연속 인기 1위 온천으로 꼽히나요?“천연 온천수 용출량이 어마어마합니다. 유바다케라는 온천수가 분당 3만리터가 쏟아져 나옵니다. 성분이 유황온천이라 효능이 좋습니다. 그온천수 온도가 거의 90~100도 가깝습니다. 그 물을 식혀서 온천수로 씁니다.” 그리고 온천 마을 자체가 예쁘고 잘 꾸며져 있습니다. 온천마을이 해발 1150m쯤에 자리잡고 있는데, 여름에는 선선한 날씨라 인기가 높습니다. 도쿄에서 열차로 2시간 남짓이면 가까운 편이죠.구사쓰 온천의 원천은 너무 뜨거워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며, 찬물을 섞어 수온을 낮추면 온천의 효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뜨거운 원천수에 긴 나무판을 넣고 물을 뒤집듯 휘저으며 온천욕을 할 수 있을 만큼 적당한 온도로 낮추는 방법인 ‘유모미’를 개발했어요. 이 때 ‘초이나 초이나’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유모미는 온천수를 부드럽게 하고, 온천욕 이전에 준비운동을 하도록 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지요.“-JR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장점은?“우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중장거리 교통수단의 중심이 일본철도(JR, Japan Railways)입니다. 전국에 철도망이 구석구석 들어가는 반면 고속버스 연계망은 잘 발달이 안 돼 있어서,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국내 패키지 여행은 기차를 타고 다닙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에는 ‘외국인용 JR패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3일짜리는 3일 동안 특정 지역 내에서 무제한 탈 수 있었고, 5일짜리는 5일 동안 무제한 탈 수 있습니다. 사실 작년까지는 엄청나게 쌌었는데, 지난해 10월에 가격을 30년 만에 50~70%가량 올렸습니다. 그래서 옛날보다는 메리트가 많이 줄었지만, 전국 JR패스 말고 지역 패스 같은 걸 사면 3~5일 정도는 아주 저렴하게 다닐 수가 있습니다.”-그동안 가본 일본 온천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세 곳만 추천한다면?“먼저 쿠사츠 온천입니다. 일본에서도 최고로 치는 온천이니까요. 그 다음에는 아오모리현에 있는 ‘코가네자키 후로우시 온천’을 꼽고 싶습니다. ‘불로불사 황금온천’이라는 별명이 달려 있는 온천이예요. 온천 주변 불과 약 20~30m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엄청난 파도가 치는 곳입니다. 해안 넓은 바위에서 온천이 솟아나오기 때문에 그 바위에 표주박 모양의 욕조를 파놓았습니다. 파도가 치는 바닷가 바로 앞에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약간 현실감이 없게 됩니다. 탕 속에 있는 데도 그야말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게 되지요. 이 온천에 아는 지인들을 몇 번 데리고 함게 가봤는데, 탕 속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들 다 자지러집니다. 여기서 나오는 온천수는 철분이 많아요. 나올 때는 무색 투명하게 솟아오르는데, 공기하고 접촉하는 순간 갈색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이 온천에 가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키타에서 아오모리 가는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관광열차를 타야 하는데요. 주로 금토일 주말에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밖에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천하의 절경에서 즐기는 온천인데, 일본사람들도 웬만하면 가본 적이 없는 온천입니다. 워낙 교통비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희소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천한다면 ‘동일본 패스’ 구간에 있는 만자코겐 온천입니다. 여기도 해발 약 1800m 지점에 온천이 있어요. 물 색깔도, 성분도, 온도도 다른 8개의 노천탕이 있는 특이한 온천입니다. 그 다음에 한 군데 더 추천한다고 하면, 홋카이도에 토카치가와 온천(十勝川溫泉)이 있습니다. 전세계 단 2개 밖에 없다는 모르(Moor) 온천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온천은 화산 또는 미네랄 성분으로 유명한 데요. 모르 온천은 옛날에 낙엽같은 식물성 성분이 쌓이고 쌓여서 수천, 수만년이 지나면서 발생한 열로 생긴 온천입니다. 그러한 모르 온천이 전 세계에서 딱 두 군데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독일에서 서울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했던 IOC총회가 열렸던 바덴바덴입니다.“-온천수의 종류는. “온천수의 성분에 따라 색깔과 맛이 다 다릅니다. 어떤 때는 무색 투명하고, 냄새도 없는데 어떤 곳은 우윳빛이 나기도 하고, 새 파란색도 있고, 갈색도 있습니다. 보통 우윳빛이 나는 것은 유황온천이고, 갈색빛은 철분이 많이 섞인 온천입니다. 또 먹을 수 있는 온천이 있고, 못 먹는 온천이 있어요. ‘노메마스’라고 써 있는 온천은 마실 수 있는데, ‘노메나이’라고 쓰여 있으면 마시면 안됩니다. 피부에는 좋아도 위장으로 들어가면 큰 일나는 온천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황이나 이런 독성 성분이 있는 물은 마시면 안되니까요.”-일본 온천의 지역별 특징을 말씀해주신다면. “일본 온천은 크게 나누면 바닷가 온천이냐, 산속 온천이냐 두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태평양 연안을 끼고 원래 환태평양 화산대이기 때문에 바닷가에 온천이 많습니다. 바닷가 온천은 탁 트인 경치를 보면서 노천 온천을 하는 즐거움이 있지요. 특히 도쿄 밑 이즈반도에는 태평양 연안에 노천탕이 있습니다. 대개 절벽이나 언덕에 노천탕이 있으니까 노천탕에 앉아 있으면 진짜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또 반대로 내륙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온천이 계곡을 끼고 있습니다. 계곡가에 노천탕을 만들어 놓으면 가을엔 단풍잎이 떨어져 있고, 겨울엔 눈이 수북히 쌓인 가운데 온천만 싹 녹아 있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우리나라 동해안과 마주보고 있는 온천은, 일본에서는 서쪽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바닷가 노천탕에서 석양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본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노천탕에서는 새벽에 일출을 볼 수가 있지요.”그는 “일본 철도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철도 노선마다 지역별 특산물을 활용해서 만들어 파는 ‘에끼벤 도시락’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끼밴 도시락은 몇가지 종류가 있는가. “약 3000 종류도 넘는 것 같아요. 일본 철도역에는 각 지역 특산물 도시락을 역마다 팔아요. 예를 들면 아오모리에서는 가리비가 특산품이라 가리비 도식라, 치바에서는 바지락이 유명하니까 바지락밥 도시락을 팝니다. 지방마다 고기나 해산물, 초밥, 버섯도시락 등을 팔기도 하죠. 도쿄역에 가면 전국의 유명한 에끼벤 도시락 수십, 수백종을 모아놓고 팔고, 1년에 한 번씩 에끼벤 콘테스트를 벌이기도 합니다. ‘전국 에끼벤 도시락 페어’를 열어서 인기투표를 해서 1위, 2위를 뽑죠. 우리나라처럼 천편일률적인 도시락이 아니라 역마다 다양한 특산물 도시락을 팔아서 골라서 먹는 재미가 있죠.“ -동일본, 서일본 등 권역별로 온천이 소개돼 있는데요. 어떻게 여행을 하면 좋은가.“일본에 있는 6개 철도 회사들은 지역별로 JR패스를 만들어서 팝니다. 보통 한국인이 오사카에 가면 교토, 고베 등지를 돌고 오지, 오사카에 간 사람이 북해도까지 가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오사카 간사이 와이드 패스’, ‘도쿄 에어리어 패스’ 등 권역별로 JR패스를 사가지고 갈 수 있는 온천들을 그룹별로 묶어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책을 편집했습니다. ‘도쿄 와이드 패스’는 도쿄, ‘간사이 와이드 패스’는 오사카, ‘북규슈 레일패스’는 후쿠오카 등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심도시를 먼저 표기를 해주고, 주변 지역을 초보자들도 쉽게 열차로 여행할 수 있도록 했지요. “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은.“지역별로 있는 챕터에는 ‘추천 모델 코스’가 있는데, 제가 추천하는 1일차, 2일차, 3일차, 4일차 프로그램과 함께 기차 시간표, 버스시간표를 함께 다 수록했습니다. 최소한으로 역에서 안내판을 읽으면서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을 들고 가면 여행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 후기를 보니까 이 책에 나온 코스대로 따라서 가보겠다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더군요.“이 책에는음식 종류별로 일본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소개해주는 ‘일본 음식 문화 상식 사전’이라는 부록이 있다. 그는 “일본어 회화를 하지 못해도 음식 관련 단어를 몇마디만 알면 웬만한 이자카야 식당에서 주문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온천 여행하는 또다른 팁은. “개별 여행을 하게 되면 제일 큰 문제가 이동하는 겁니다. 보통 패키지 여행을 하면 숙소를 옮겨도 관광버스 화물칸에 캐리어를 싣고, 몸만 다니잖아요. 그런데 개인이 열차 여행을 하게 되면 일일이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해서 불편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냐면 보통 3박4일이나, 4박5일 여행을 가면 항공기 도착 첫날과, 돌아오기 전 마지막날에 같은 호텔을 예약합니다. 첫날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캐리어를 맡겨 놓고, 백팩에 필수품하고 속옷 정도만 챙겨서 돌아다닙니다. 캐리어는 호텔에서 맡아 주니까요. 백팩을 메고 돌아다니면 자유여행을 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습니다. 또 일본은 어느 지역에 가든 관광안내소에 가면 그림으로 잘 설명된 지도하고 팸플릿이 있습니다. 요즘 웬만한 데는 다 한국어로 된 자료가 있어요. 역 앞에 도착해서 관광안내소에 가서 한국어 지도와 팸플릿을 챙겨서 돌아다니면 큰 도움이 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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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알울라 코끼리바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북서쪽으로 1100km 떨어진 고대문명 도시 알울라에는 코끼리바위가 있다. 프랑스 북부 에트르타 해변에 있는 코끼리가 사막으로 걸어온 듯한 모습이다. 해질 녘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코끼리바위 앞 모래사막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노을이 지고 횃불이 들어오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위 색을 감상하며 나지막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막의 고요함 속에 빠져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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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신]‘일본 간사이 관광 세미나’ 열려 外

    ■ ‘일본 간사이 관광 세미나’ 열려 일본 간사이(關西) 광역연합 관광 세미나와 교류회(사진)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간사이 광역연합은 2부 6현 4개 광역지자체(시가현, 교토부, 오사카부, 효고현, 나라현, 와카야마현, 돗토리현, 도쿠시마현, 교토시, 오사카시, 사카이시, 고베시)로 구성돼 있다. 세미나에서는 간사이 광역의 사계절 관광의 매력과 2025년 개최되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대한 홍보가 펼쳐졌다. 미카즈키 다이조 간사이광역연합장(시가현 지사)은 “한일 간의 관계 개선은 양국의 관광 여행 교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에버랜드,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사장 정해린)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3월 22일 개막하는 튤립축제에서 헬로키티, 쿠로미, 시나모롤 등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튤립 테마가든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에버랜드 튤립축제가 펼쳐지는 약 1만 ㎡ 규모의 포시즌스 가든에서는 산리오캐릭터즈를 활용한 다채로운 야외 체험공간이 들어선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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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한강대교의 신호등

    한강 반포지구 반포대교 옆 세빛섬에는 마리나 요트 선착장이 있다. 11인승 파워요트인 ‘프린세스호’를 타면 동작대교를 지나 한강대교 노들섬 주변까지 다녀올 수 있다. 환상적인 조명이 켜진 한강대교와 노들섬 뒤편으로는 여의도 63빌딩, 쌍둥이빌딩 등 마천루가 높이 서 있다. 유람선, 여객선, 요트 등은 한강대교 밑을 지날 땐 빨간색, 초록색 등이 켜져 있는 교각 사이로 통과해야 한다. 그 부분에만 충분한 수심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 때문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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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국(雪國) 울릉도[전승훈의 아트로드]

    울릉도에 눈이 내린다. 나리분지에 흰 눈이 수북수북 쌓인다. 도동항에도, 저동항에도, 사동항에도 눈이 가득하다. 고운 이불을 덮은 섬은 겨울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하는 섬, 울릉도. 겨울에는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로 찾기 힘든 섬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대형 여객선인 울릉크루즈가 취항한 후 시작된 눈꽃축제가 올해 두 번째로 열리고 있다. ‘설국(雪國) 울릉도’로 겨울 여행을 떠나 보자.●나리분지의 울릉도 고릴라(ULLA) 울릉도 눈꽃 여행의 중심지는 나리분지다. 울릉도 유일의 평원인 나리분지 전망대에 서면 나리분지를 둘러싼 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나리분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울라(ULLA) 윈터 피크닉 시즌2’가 열리고 있다. 2월 26일까지 코오롱글로텍과 울릉크루즈가 개최하는 울릉도의 대표 겨울축제다. 17m 높이의 초대형 아트벌룬으로 만든 울릉도 고릴라 캐릭터 ‘울라(ULLA)’가 서 있는 축제장에서는 캠핑과 백패킹을 즐길 수 있다.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네모난 플라스틱 박스에 눈을 퍼 담아 눈벽돌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눈벽돌을 쌓아서 이글루를 짓기 위해서다. 지붕까지 완벽한 이글루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텐트 주변에 웬만한 높이로 둥그렇게 눈담을 쌓기만 해도 한층 아늑해진다. 주최 측에서 텐트와 깔개 등의 기본장비를 대여해 주기 때문에 개인 침낭을 준비해 오면 눈 속 텐트에서 잠을 자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캠프파이어에서 불멍을 하기도 하고, 눈꽃 축제장에서 스키나 눈썰매를 타는 사람도 있다. 축제장 한쪽에는 울릉도 최초의 맥조 양조장 울릉브루어리가 만든 생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나리분지에서는 성인봉이나 깃대봉까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신령수 산책길 방향으로 25분쯤 걷다 보면 삼거리에 ‘억새투막집’이 나온다. 추운 겨울, 눈 때문에 고립돼도 몇 달을 버틸 수 있도록 지어진 울릉도 특유의 가옥 형태다. 집의 본채 외곽에 ‘우데기’가 둘러싸고 있는데, 본채와 바깥채 사이에 실내 베란다 같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눈이 많이 내려 고립됐을 때 집 주변을 한바퀴 돌며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본채는 통나무를 가로로 격자로 쌓아 벽을 만들어 1m가 넘는 눈이 지붕에 쌓여도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지었다. 억새투막집을 지나 메밀밭을 건너고, 출렁다리를 건너서 약 30분 동안 오르막길을 걸으면 깃대봉에 오른다. 흰 눈 속에도 빨간 울릉도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있고, 향긋한 전호나물의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산 속 나무 곳곳에는 검은색 호스가 연결돼 있다. 겨울부터 봄까지 나리분지의 유명한 우산고로쇠 수액을 받기 위해 부지런한 주민들이 설치해 놓은 장치다. 깃대봉(608m) 정상에 오르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360도 풍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바다 쪽으로는 대풍감부터 현포, 노인봉, 석봉, 공암(코끼리바위), 송곳봉, 천부가 보이고 산쪽으로는 나리분지, 알봉, 말잔등, 성인봉, 미륵산, 옥녀봉까지 울릉도의 절반 이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성인봉(987m)에 올랐을 때 탁트인 전망이 쉽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깃대봉 뷰는 인상적이다. 특히 바닷가에 뾰족이 튀어나온 송곳산(추산) 너머로 보이는 노을과 오징어잡이 배의 어화(漁火)도 유명하다. ●대풍감과 송곳봉(추산) 겨울 울릉도의 항구에 가면 가게 앞에 ‘육지출타중’이란 메모가 붙어 있는 집이 꽤 있다. 추운 겨울에는 배 결항이 잦고 폭설로 고립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아예 육지에 나가 사는 주민이 많다. 그런데 지난해 차량을 싣고 12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울릉크루즈가 취항한 이후 울릉도의 겨울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울릉크루즈는 KTX 포항역에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포항 영일만에 있는 국제여객터미널에 가면 탈 수 있는데 밤 12시쯤 출발해 오전 7시쯤 도착한다. 밤새 침대에서 자고 가기 때문에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울릉도 겨울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대풍감(待風坎)이다. 울릉도의 북서쪽 끝 태하리에 있는 ‘바람을 기다리는 절벽’이다. 울릉도와 독도에는 전라도 방언으로 된 지명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전라도 여수 거문도 지방의 어부들이 봄에 남동풍이 불면 구로시오 해류(동한난류)를 타고 울릉도에 와서 나무를 베고,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았다. 1882년 울릉도 검찰사로 파견된 이규원은 울릉도에 조선인이 140명 살고 있었는데, 그중 115명이 전라도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가을철에 배를 새로 만들어 대풍감에 묶어 두고,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에 하늬바람(북서풍)이 불기를 기다렸다. 돛이 휘어질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면 출발해 지나온 포구에서 판매하거나 물물교환을 하면서 거문도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대풍감에 오르려면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총연장 304m, 분당 50m의 속도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은 정상까지 약 6분이면 도착한다. 하차 후 약 500m를 걸으면 태하등대와 대풍감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아랫부분이 철제 구조물로 돼 있어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어마어마한 바람이 올라온다. 이 바람이면 돛단배가 충분히 육지까지 갈 만하다는 느낌이다. 전망대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주상절리 절벽으로 이뤄진 대풍감이 보인다. 절벽에 키 작은 향나무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는데, 바위 틈새에서 모진 바람을 맞으며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향나무들의 위태롭고도 절박한 아름다움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청옥빛 바닷물을 지나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울릉도의 북쪽 해안이 펼쳐진다. 학포마을과 현포, 노인봉과 송곳봉(추산), 코끼리바위(공암)가 공룡의 등뼈처럼 불쑥불쑥, 삐죽삐죽 이어지는 절경이 이어진다. 한국의 ‘10대 비경’이란 찬사를 들을 만하다. 또 다른 절경은 해변에 거대한 송곳니처럼 솟아 있는 추산이다. 송곳봉이라고 불리는데 멀리서 보면 고릴라가 바나나를 먹고 있는 형상처럼 보인다. 송곳봉 옆 바위 절벽에는 구멍이 3~4개 뚫려 있는데, 밤이면 달빛이 구멍 사이로 은은하게 비친다. 그래서 송곳봉은 울릉도 고릴라 ‘울라’ 캐릭터가 탄생한 고향이다. 울라 캐릭터는 울릉도 곳곳에 숨어 있다. 낚시를 하고 있고,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모습도 있다. 울라를 찾아서 인스타그램에 띄우면 독도 가는 배가 출발하는 저동항 여행자센터인 ‘울라웰컴센터’에서 굿즈를 선물받을 수도 있다. 추산에 있는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는 천혜의 절경과 건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빌라 코스모스는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이다. 수성, 목성, 토성과 같은 태양계 행성처럼 물(水), 쇠(金), 흙(土), 불(火), 나무(木)의 기운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 설계가 울릉도의 자연과 어우러진다. 정원에는 ‘메가 울라’ 상이 서 있고, 한복 디자이너 김리을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울릉도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볼 수 있는 ‘사태감 터널’은 햇빛에 비친 그림자가 터널 안으로 드리울 때 중세 수도원처럼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또한 울릉도의 자생 식물과 수석, 문자 조각품을 볼 수 있는 ‘예림원’도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명소다. 겨울의 별미=독도새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 인근 바다의 수심 300m 이하 바위 틈에서 살고 있는 새우다. 도화새우, 꽃새우, 닭새우 등 3종류의 새우를 합쳐서 독도새우라고 부른다. 투명한 살의 싱싱하고 쫄깃한 맛이 소주를 부른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 메뉴에 올라 유명해졌다. 도동항의 천금수산은 독도새우를 잡는 배를 직접 운영한다. 사장님은 “수심 300m 이하 심해에서 통발로 잡는데, 1년 통발 값만 1억5000만 원이 든다”며 독도새우가 비싼 이유를 설명한다.울릉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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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雪國,울릉도[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울릉도에 눈이 내린다. 나리분지에 흰 눈이 수북수북 쌓인다. 도동항에도, 저동항에도, 사동항에도 눈이 가득하다. 고운 이불을 덮은 섬은 겨울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하는 섬, 울릉도. 겨울에는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로 찾기 힘든 섬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대형 여객선인 울릉크루즈가 취항한 후 시작된 눈꽃축제가 올해 두 번째로 열리고 있다. ‘설국(雪國) 울릉도’로 겨울 여행을 떠나 보자.●나리분지의 울릉도 고릴라(ULLA) 울릉도 눈꽃 여행의 중심지는 나리분지다. 울릉도 유일의 평원인 나리분지 전망대에 서면 나리분지를 둘러싼 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나리분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울라(ULLA) 윈터 피크닉 시즌2’가 열리고 있다. 2월 26일까지 코오롱글로텍과 울릉크루즈가 개최하는 울릉도의 대표 겨울축제다. 17m 높이의 초대형 아트벌룬으로 만든 울릉도 고릴라 캐릭터 ‘울라’가 서 있는 축제장에서는 캠핑과 백패킹을 즐길 수 있다.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네모난 플라스틱 박스에 눈을 퍼 담아 눈벽돌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눈벽돌을 쌓아서 이글루를 짓기 위해서다. 지붕까지 완벽한 이글루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텐트 주변에 웬만한 높이로 둥그렇게 눈담을 쌓기만 해도 한층 아늑해진다. 주최 측에서 텐트와 깔개 등의 기본장비를 대여해 주기 때문에 개인 침낭을 준비해 오면 눈 속 텐트에서 잠을 자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캠프파이어에서 불멍을 하기도 하고, 눈꽃 축제장에서 스키나 눈썰매를 타는 사람도 있다. 축제장 한쪽에는 울릉도 최초의 맥조 양조장 울릉브루어리가 만든 생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나리분지에서는 성인봉이나 깃대봉까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신령수 산책길 방향으로 25분쯤 걷다 보면 삼거리에 ‘억새투막집’이 나온다. 추운 겨울, 눈 때문에 고립돼도 몇 달을 버틸 수 있도록 지어진 울릉도 특유의 가옥 형태다. 집의 본채 외곽에 ‘우데기’가 둘러싸고 있는데, 본채와 바깥채 사이에 실내 베란다 같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눈이 많이 내려 고립됐을 때 집 주변을 한바퀴 돌며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본채는 통나무를 가로로 격자로 쌓아 벽을 만들어 1m가 넘는 눈이 지붕에 쌓여도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지었다. 억새투막집을 지나 메밀밭을 건너고, 출렁다리를 건너서 약 30분 동안 오르막길을 걸으면 깃대봉에 오른다. 흰 눈 속에도 빨간 울릉도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있고, 향긋한 전호나물의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산 속 나무 곳곳에는 검은색 호스가 연결돼 있다. 겨울부터 봄까지 나리분지의 유명한 우산고로쇠 수액을 받기 위해 부지런한 주민들이 설치해 놓은 장치다. 깃대봉(608m) 정상에 오르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360도 풍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바다 쪽으로는 대풍감부터 현포, 노인봉, 석봉, 공암(코끼리바위), 송곳봉, 천부가 보이고 산쪽으로는 나리분지, 알봉, 말잔등, 성인봉, 미륵산, 옥녀봉까지 울릉도의 절반 이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성인봉(987m)에 올랐을 때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깃대봉 뷰는 인상적이다. 특히 바닷가에 뾰족이 튀어나온 송곳봉(추산) 너머로 보이는 노을과 오징어잡이 배의 어화(漁火)도 유명하다. ● 대풍감과 송곳봉(추산)겨울 울릉도의 항구에 가면 가게 앞에 ‘육지출타중’이란 메모가 붙어 있는 집이 꽤 있다. 추운 겨울에는 배 결항이 잦고 폭설로 고립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아예 육지에 나가 사는 주민이 많다. 그런데 지난해 차량을 싣고 12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울릉크루즈가 취항한 이후 울릉도의 겨울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울릉크루즈는 KTX 포항역에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포항 영일만에 있는 국제여객터미널에 가면 탈 수 있는데 밤 12시쯤 출발해 오전 7시쯤 도착한다. 밤새 침대에서 자고 가기 때문에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울릉도 겨울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대풍감(待風坎)이다. 울릉도의 북서쪽 끝 태하리에 있는 ‘바람을 기다리는 절벽’이다. 울릉도와 독도에는 전라도 방언으로 된 지명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전라도 여수 거문도 지방의 어부들이 봄에 남동풍이 불면 구로시오 해류(동한난류)를 타고 울릉도에 와서 나무를 베고,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았다. 1882년 울릉도 검찰사로 파견된 이규원은 울릉도에 조선인이 140명 살고 있었는데, 그중 115명이 전라도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가을철에 배를 새로 만들어 대풍감에 묶어 두고,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에 하늬바람(북서풍)이 불기를 기다렸다. 돛이 휘어질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면 출발해 지나온 포구에서 판매하거나 물물교환을 하면서 거문도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대풍감에 오르려면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총연장 304m, 분당 50m의 속도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은 정상까지 약 6분이면 도착한다. 하차 후 약 500m를 걸으면 태하등대와 대풍감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아랫부분이 철제 구조물로 돼 있어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어마어마한 바람이 올라온다. 이 바람이면 돛단배가 충분히 육지까지 갈 만하다는 느낌이다. 전망대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주상절리 절벽으로 이뤄진 대풍감이 보인다. 절벽에 키 작은 향나무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는데, 바위 틈새에서 모진 바람을 맞으며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향나무들의 위태롭고도 절박한 아름다움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청옥빛 바닷물을 지나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울릉도의 북쪽 해안이 펼쳐진다. 학포마을과 현포, 노인봉과 송곳봉(추산), 코끼리바위(공암)가 공룡의 등뼈처럼 불쑥불쑥, 삐죽삐죽 이어지는 절경이 계속된다. 한국의 ‘10대 비경’이란 찬사를 들을 만하다. 또 다른 절경은 해변에 거대한 송곳니처럼 솟아 있는 추산이다. 송곳봉이라고 불리는데 멀리서 보면 고릴라가 바나나를 먹고 있는 형상처럼 보인다. 송곳봉 옆 바위 절벽에는 구멍이 3∼4개 뚫려 있는데, 밤이면 달빛이 구멍 사이로 은은하게 비친다. 그래서 송곳봉은 울릉도 고릴라 ‘울라’ 캐릭터가 탄생한 고향이다. 울라 캐릭터는 울릉도 곳곳에 숨어 있다. 낚시를 하고 있고,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모습도 있다. 울라를 찾아서 인스타그램에 띄우면 독도 가는 배가 출발하는 저동항 여행자센터인 ‘울라웰컴센터’에서 굿즈를 선물받을 수도 있다. 추산에 있는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는 천혜의 절경과 건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빌라 코스모스는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이다. 수성, 목성, 토성과 같은 태양계 행성처럼 물(水), 쇠(金), 흙(土), 불(火), 나무(木)의 기운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 설계가 울릉도의 자연과 어우러진다. 정원에는 ‘메가 울라’ 상이 서 있고, 한복 디자이너 김리을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울릉도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볼 수 있는 ‘사태감 터널’은 햇빛에 비친 그림자가 터널 안으로 드리울 때 중세 수도원처럼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또한 울릉도의 자생 식물과 수석, 문자 조각품을 볼 수 있는 ‘예림원’도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명소다. ● 겨울의 별미=독도새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 인근 바다의 수심 300m 이하 바위 틈에서 살고 있는 새우다. 도화새우, 꽃새우, 닭새우 등 3종류의 새우를 합쳐서 독도새우라고 부른다. 투명한 살의 싱싱하고 쫄깃한 맛이 소주를 부른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 메뉴에 올라 유명해졌다. 도동항의 천금수산은 독도새우를 잡는 배를 직접 운영한다. 사장님은 “수심 300m 이하 심해에서 통발로 잡는데, 1년 통발 값만 1억5000만 원이 든다”며 독도새우가 비싼 이유를 설명한다.울릉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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