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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9월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와 펀드 결성액이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3분기(7∼9월) 투자액이 전년 동기보다 40% 급감했지만 상반기(1∼6월) 투자 붐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7일 발표한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신규 벤처 투자액은 5조37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벤처펀드 결성은 지난해 1∼3분기보다 29.9% 늘어난 7조517억 원으로 집계됐다. 모태펀드(8363억 원) 등 정책금융 출자는 0.3% 늘어난 1조5687억 원, 민간부문 출자는 41.8% 늘어난 5조4830억 원이었다. 투자 건수(4033건)와 피투자기업 수(1917곳), 100억 원 이상 투자 유치기업 수(120곳)도 역대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36.4%), 유통·서비스(18.5%), 바이오·의료(16.4%) 업종에 전체 투자의 71.3%가 집중됐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벤처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도 함께 감지된다. 3분기 투자는 2조9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8388억 원(40.1%) 줄었다. 같은 기간 벤처펀드 결성액(2조6004억 원)도 0.6%(161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SK하이닉스가 26일 ‘어닝 쇼크’ 수준의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고 내년 투자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역시 내년 투자 규모를 줄일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으로 얼어붙고 있다. 대기업 투자가 협력사를 포함한 후방 생태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막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시장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0조9829억 원, 영업이익 1조6556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이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60.3% 각각 감소했다. 전 세계 시장에서 PC와 스마트폰 소비가 감소하면서 주력 상품인 D램과 낸드 플래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27일 부문별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부문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30∼4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이날 “올해 투자 규모는 10조 원 후반대로 전년 대비 증가하겠지만 내년 투자는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는 7조∼8조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에 LGD-삼성전기도 “투자 축소”… 中企 자금압박 가중 SK하이닉스 ‘어닝 쇼크’ 하이닉스 “일부 제품 감산할 수도… 금융위기 버금가는 투자 감축 예상”대기업 위축에 中企협력사 타격… 전문가 “지금은 생존이 중요한 상황” SK하이닉스는 공격적인 투자를 거듭해 왔다. 지난달 6일에도 충북 청주시에 5년간 총 15조 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공장 ‘M15X’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워낙 가파르게 꺾여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업계의 재고 규모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돼 생산 증가를 위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갈 계획도 공개했다. 시장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대외 경영환경에 대해서도 비관적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미국의 규제로 인한 중국 우시 공장 내 장비 공급 차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국 시장 철수 관련 언급이 나왔다. 노 사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상계획”임을 전제한 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반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팹(공장)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 팹 매각과 장비 매각, 한국에 장비를 들여오는 것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산업이 제품 판매량 감소와 가격 하락은 물론이고 대외 여건까지 불확실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도체 외 부품업계에서도 투자 축소 움직임이 예고됐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액이 6조77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들면서 759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거시경제 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실수요가 줄고 세트업체들의 재고 감축 및 재고 기준 강화 영향으로 패널 수요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투자를 목표치 대비 1조 원 이상 축소하고 내년에도 줄여나갈 것”이라며 “액정표시장치(LCD) 국내 생산 중단 등 출구전략도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의 3분기 매출액(2조3838억 원)과 영업이익(3110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31.8% 줄었다. 스마트폰과 PC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줄어들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기 역시 “올해 업황 둔화로 당초 계획 대비 투자가 소폭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투자가 더 줄어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주요 부품기업 중에서는 미국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만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2.5% 오른 좋은 실적을 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투자 축소는 시장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며 “현재는 투자보다는 기업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줄이면 중소·중견 협력사들의 자금 압박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로 금융비용이 크게 늘고 있어 자금 조달력이 약한 기업들은 타격이 커진다. 경기 지역의 한 기계부품 업체 A 대표는 “연매출 12억 원 중 2억 원 넘게 이자로 나간다. 영업이익(5억여 원)에서 이자와 직원 9명 인건비를 주고 나면 적자”라고 말했다. 경남의 한 발전소 정비업체 B 대표도 “보수공사 특성상 기성대금을 받기 전까지 회삿돈으로 인건비나 자재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유보금이 많지 않아 대부분 빚”이라며 “작년에 3%대 후반이었던 금리가 6%대로 2배 가까이 뛰어 은행에 만기 연장하러 가기가 무섭다”고 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지급한 지원·보상금이 60조 원에 이르지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이전보다 300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9월 새희망자금부터 올해 2분기(4∼6월) 손실보상금까지 소상공인 코로나19 관련 지원금과 보상금은 총 60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난지원금 16조 원, 방역지원금 14조2000억 원, 손실보전금 22조6000억 원, 손실보상금 7조5000억 원 등이다. 중기부와 별도로 고용노동부는 영세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에게 1조2000억 원 규모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했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는 2년 반 동안 약 45%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994조 원으로 2019년 말(685조 원)보다 309조 원 증가했다. 3분기(7∼9월) 중 1000조 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잇달아 올라 자영업자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자영업자 차주 306만8000명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117만 원 증가한다. 1.0%포인트 상승 시 234만 원, 1.5%포인트 상승 시 351만 원씩 이자를 더 내야 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국내 양대 플랫폼인 카카오, 네이버의 창업자와 SK그룹 총수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와 관련해 24일 국회 국정감사에 동반 출석해 사과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데이터센터 확보와 서버 이중화 관련 대처가 부족했던 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 중 “카카오가 미흡했다”며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이번 사태로 서비스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후 늦게 국감에 출석해 “예비용(백업) 전원까지 갖다놓은 것인데 여기서 화재가 났다니 잘못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화재 책임은 저희한테 있는 만큼 (카카오, 네이버 등) 고객사에 얘기해서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선 김 센터장에게 카카오의 피해보상 방안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카카오톡 등 무료 이용자에게도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김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어 일단 피해 접수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4만5000여 건이 접수됐고,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리되는 대로 일반 이용자를 대표하는 단체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만들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다만 무료를 제외한 유료 서비스로만 한정할 경우 피해 보상 규모가 현재까지 약 4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관리 책임이 있는 SK㈜ C&C도 질책을 받았다. 발전기, 배터리,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을 지하 3층에 몰아넣었고 배터리실 상부로 전력케이블이 지나가는 등 설계상의 문제가 지적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이 났다고 해서 메인 전원 전체를 끊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물리적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납축전지를 쓰다가 2016년 리튬이온배터리로 교체하면서 이에 맞춰 소방 시설과 시스템 등도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성하 SK㈜ C&C 대표는 “화재 이전까지는 문제의식이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 방안을 세우고 설비 공간의 재배치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카카오 먹통’ 사태 질의가 쏟아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무위 국감에서 “카카오페이의 경우 이중화가 미비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카카오뱅크도 본질적인 기능인 대출이나 이체에 지장이 생겨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산자위 국감에 출석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에 대해 “개별 피해 보상이 어려울 경우 기금이나 상생 등 다른 방법이 있는지 살피겠다”고 답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소상공인 업체 10곳 중 7곳은 온라인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와 광고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12∼21일 온라인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플랫폼 공정화 관련 소상공인 인식조사’ 결과 72.4%가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및 광고료 등 비용에 대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비용이 적정하다는 응답은 7.4%에 그쳤다. 특히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부담하는 배달비와 프로모션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72.8%)은 적정하다는 의견(7.4%)보다 9.8배 많았다. 온라인 플랫폼이 수수료 및 광고료를 인상할 경우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린다’(37.6%) ‘대응 방법이 없다’(34.0%) ‘유사 플랫폼으로 옮긴다’(17.6%) 순으로 답변했다. 온라인 플랫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호하는 방안(복수 응답)은 ‘입점업체 규모 및 매출액에 따른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41.0%) ‘표준계약서 도입을 통한 수수료율 사전 합의’(31.0%) ‘단체협상권 부여를 통한 수수료율 비용 협상’(30.6%) 등으로 나타났다. 응답 업체 10곳 중 6곳(59.2%)은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수수료 부과기준과 판매대금 정산방식 등 내용을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 공정화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40.2%)과 입점업체 거래조건 등 정보 공개 제도화(40.2%)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이 영세 업체 비용 지원(40.2%)과 판로 지원 확대(35.4%), 마케팅 교육(16%) 등을 해줄 것을 희망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중소 레미콘사들이 시멘트업체 3곳과 가격 인상 협상에 합의하며 20일로 예고했던 ‘조업 중단(셧다운)’을 잠정 유보했다. 전국 900여 업체로 이뤄진 중소 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쌍용C&E,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와 시멘트 가격을 내년 1월부터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며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등 다른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20일 조업 중단 계획을 잠정 유보한다”고 밝혔다. 아직 합의하지 못한 시멘트사들은 내년 1월이 아닌 11월까지 가격 인상을 유예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사들은 올해 2월 시멘트 가격을 17∼19%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또다시 12∼15%를 올리겠다고 레미콘사에 통보했다. 중소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가격을 올해 두 차례 올리면 원가 부담이 급증한다며 이에 반발해 양측이 협상을 이어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올 들어 건설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운송료 인상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4월 철근콘크리트연합회의 공사 중단을 시작으로 6월 화물연대 파업, 7월 레미콘운송노동조합 파업을 거쳐 9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른 레미콘사들의 조업 중단 예고까지 건설 현장 셧다운 위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현재도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인한 시멘트-레미콘 업계의 공급가 조정 줄다리기가 두 달 가까이 진행 중이다. 공급가 조정이 잘 마무리된다 해도 새로운 시멘트 가격을 바탕으로 레미콘사와 건설업계가 한 번 더 가격 협상을 해야 한다. 여기에 3기 신도시 등 대형 공사를 앞두고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골재 시장, 최근 수해로 생산 차질을 빚은 철근 업계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되풀이되는 건설 현장 ‘셧다운’ 18일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 일부 공사 현장은 이달 초부터 한동안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조 소속 수도권 5개 지부(동남북, 안양, 부천, 고양파주, 성남광주)가 서울 4대문 안 레미콘 운송 거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는 서울 도심 건설 현장 레미콘의 60∼70%를 공급하던 삼표 성수공장이 철거된 뒤 거리가 먼 경기 지역에서 레미콘을 조달하느라 조합원 피로도가 가중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레미콘 공급이 막혀 건설 공사가 멈춘 것은 올해만 세 번째다. 6월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7월 레미콘운송노조가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번 주가 최종 시한인 시멘트-레미콘 업계 담판이 결렬되면 다음 주부터 전국 중소 레미콘 공장이 가동을 멈출 가능성도 있다. 시멘트업계는 당초 9월로 예정된 올해 2차 가격 인상 시점을 11월로 미루는 절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레미콘사들은 가격 인상을 내년으로 미루지 않으면 조업 중단에 나설 방침이다. 4월에는 골조공사 전문 업체들로 구성된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자재비 급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인력난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호남·제주지역을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5월), 서울·경기·인천(7월)으로 셧다운이 확대됐다. 공사는 시공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약속한 뒤 재개됐다. 수도권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관계자는 “건설노조원 채용 강요 등 불법 행위로 인건비 부담은 늘고 업무 효율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가 자구책 차원에서 또다시 셧다운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환율-전쟁-수해에 건자재 가격 급등 공사 중단 사태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원자재 가격이 환율 급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멘트와 철근 가격을 끌어올렸던 유연탄, 철스크랩(고철) 등 원자재 가격은 최근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태풍 힌남노 수해 타격과 전기료 인상,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 등 외부 요인으로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근 가격의 경우 2020년보다 70% 이상 오르며 국산 철근 유통 시세는 가을 성수기를 맞아 10주 만에 t당 100만 원을 넘었다. 니켈 등 원부자재 가격과 고환율이 겹치며 11월 4만 원 이상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공장이 있는 경북 포항철강산업단지가 태풍 힌남노와 하천 범람의 직격탄을 맞으며 주요 철강자재인 H형강 공급도 영향을 받고 있다. 시멘트 값은 지난해 7월 5.1%, 올해 2월 17∼19%, 지난달 12∼15% 등 1년 2개월간 약 35% 올랐다. 올해 3차례 오른 전기료 인상분은 아직 시멘트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값이 올라 수익성이 떨어지며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 연이은 셧다운으로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골재 수급 불안, 건축물 안전에 영향” 대규모 신도시 건설 때마다 수급 취약점이 드러난 골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골재는 건설공사 용적의 70∼80%를 차지하는 주요 기초재료다. 하지만 환경규제 강화와 허가량 제한으로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골재 공급 실적은 2억4400만 m³로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2억5600만 m³에 못 미친다. 2019년부터 3년간 계획하고도 공급하지 못한 물량은 4600만 m³에 이른다. 특히 품질이 우수한 천연골재 공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건축물 안전과 직결된 콘크리트 강도는 주재료인 골재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 선별·파쇄골재 등 대체골재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품질이 일정하지 못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재 공급난이 심한 일부 지역은 토분(土粉)이 많이 섞인 마사토를 콘크리트 원자재로 사용하는데, 일부 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토분을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유통시키기도 한다. 토분이 많은 골재를 사용하면 콘크리트 강도가 저하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골재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품질관리를 강화한다지만 법제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함량 미달의 불량 골재가 유통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건자재 수급 안정 위한 종합대책 필요” 이처럼 건자재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건설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범부처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등 대외 변수가 여전한 데다 도급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하는 건설시장 특성상 납품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 원자재와 중간재 등 분야별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로 쪼개져 있다. 산업부는 원자재에 해당하는 유연탄, 고철 등을 담당한다. 국토부는 이들 원자재로 만든 시멘트, 철근 등의 가격을 모니터링한다. 공사비 책정 근거가 되는 건축비는 국토부가 책정하지만, 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기존 공공 공사 계약의 공사비나 공사 기한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에서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재 가격 상승이 분양가 상승과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원자재 가격 자체를 지원해 주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진행하는 대규모 공사 물량을 통해 건자재 업계가 기본 재고량 자체를 늘리도록 유도해 가격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논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멘트 업계의 대기배출부담금을 줄여주거나 레미콘 믹서 트럭을 확대하는 등 업계에 수익성 개선 숨통을 열어주면 시장 안에서 타협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한국에 유니콘 기업이 23개이지만 대부분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젠 한정된 시장을 독식하기 위한 경쟁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으로 가야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선 ‘한국’ 하면 한류와 함께 디지털을 떠올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이 장관은 “글로벌에서 K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는데, 한국 벤처투자 제도는 아직 손볼 곳이 많다”며 까다로운 외환 송금 규제 등을 대표 사례로 들기도 했다.○ “한국 벤처투자 제도, 아직 손볼 곳 많아”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국내 벤처·스타트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올해 초 1조2000억 원대에서 9월 3816억50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중기부가 올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한국 스타트업과 미국 벤처투자업계 간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스타트업 서밋을 연 것도 국내 시장에선 스타트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장관은 “해외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며 이번 서밋에서 소재 관련 스타트업이 미국 벤처캐피털(VC)과 투자확약서를 체결한 예를 들었다. “삼성 출신 창업·투자자 모임인 ‘엑스삼성’이 연결해준 VC여서 서로 신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류 인기가 높으면서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은 중동 진출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변화를 기존 틀이 못 따라가는 것이 규제”라며 “국내 스타트업의 세계화를 위해선 글로벌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글로벌 지사를 둔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외국으로 돈을 보내면 ‘돈세탁’으로 의심받는 등 외화 송금이 까다롭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는 외환거래법상 해외 자금이 들어오거나 국내에서 돈이 나갈 때 외환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금액이 적고 해외 송금처도 생소한 곳이 많아 신고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중기부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력해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장관은 “한국을 외국인 창업자가 오는 ‘창업 허브’로 만드는 것도 글로벌화”라며 “국내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자리 잡도록 실리콘밸리처럼 비자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납품대금 연동제 안착까지 최소 3∼5년 필요” 이 장관은 중기부가 시범사업 중인 납품대금 연동제가 안착되기까지 적어도 3∼5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강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납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법제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대해선 “인기투표하듯이 결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예전과 상황이 바뀌었다면 먼저 시장상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최근 소상공인 피칭(투자 유치) 대회를 시작으로 벤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팁스, 클라우드펀딩 모델을 적용해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 장관은 “과거처럼 벤처·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가 되고 있다”며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네를 만드는 데 소상공인의 영향이 결정적인 만큼 질적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이달 들어 서울 도심 일부 건설 현장에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면서 공사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건설자재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운송노조 수도권 5개 지부는 이달 1일부터 서울 4대문 안 도심권에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 도심 건설현장 레미콘의 60∼70%를 공급하던 삼표 성수공장이 철거된 뒤 거리가 먼 경기 지역에서 레미콘을 조달하면서 조합원 피로도가 가중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 특성상 공장 출하 뒤 90분 안에 현장에 공급돼야 하는데 출근길 교통체증과 서울시의 통행시간 제한 등으로 시내 진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운송 거부로 서울 중심부에 현장을 둔 일부 건설사는 이달 초부터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에게 웃돈을 주면서 물량을 조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운송 거부가 장기화될수록 공사 현장의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운송노조는 앞서 7월 레미콘 업계와 운송비를 2년간 24.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레미콘 운송 중단으로 수도권에서만 하루 300억 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직장인 A 씨는 2년 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4억6600만 원과 신용대출 1억 원을 받아 서울에 있는 14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의 결과 A 씨는 매달 원리금으로 224만 원을 갚았다. 이후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A 씨가 내는 원리금은 최근 304만 원으로 불었다. 12일 한국은행의 빅스텝이 반영돼 대출 금리가 0.5%포인트 더 오르면 A 씨가 상환하는 원리금은 322만 원까지 불어난다. 2년 새 월 상환액이 98만 원 급증하는 것이다. 10년 만에 찾아온 ‘기준금리 3%’ 시대에 4345조 원 넘는 빚을 짊어진 가계와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고금리 파도가 덮치면서 빚으로 연명해온 취약 가구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좀비기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년 2개월 새 가계 이자 33조 원 급증12일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6조5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지난해 8월 이후 1년 2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2.5%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33조 원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164만 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이날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4.89∼7.176%에 이른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대출(현재 6.6%)과 신용대출 금리 상단(6.77%)도 연 7%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속에 팬데믹 시기를 대출로 버텨온 저신용·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상환 능력이 부족한 20, 30대 청년층의 부실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아 빚을 돌려 막기 하는 다중채무자도 6월 말 현재 450만9000명(598조 원)에 이른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과 집값 하락,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친 상황에서 영끌에 나선 젊은층, 코로나19 피해가 큰 자영업자 등 약한 고리가 먼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 금리 충격에 한계기업 도산 우려최근 증가세가 둔화된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기업 이자 부담은 6조1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맞물려 급증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의 비중은 2019년 14.8%에서 올해 최대 18.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준금리가 3%로 인상됐을 때 한계 소상공인은 124만2751곳에 이를 것으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가 성장률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하고 이것이 금융시장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부는 정책자금 확대 등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청년-여성-신중년, 다시 일자리로“‘보물찾기’ 하는 느낌으로 회사를 선택했습니다. 기업 간판을 좇기보다 성장세와 장점을 찾아 내 능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 맞춰 보는 거죠.”(조용훈 랩241 연구원·23) 제주 영주고 컴퓨터공학과 동창인 조 연구원과 고동민 랩241 연구원(22)은 대학과 군대를 거쳐 현재의 직장까지 8년간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국폴리텍대 융합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공군 웹디자인병을 거쳐 지난해 9월 동영상 자동녹화 솔루션 기업인 ‘랩241’에 나란히 입사했다. 대기업이라면 경쟁자일 수도 있지만, 웬만한 업무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중소기업 특성상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일하니 시너지가 제대로 났다. 대표적인 게 올해 4월 여러 학원 동영상 강의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클라우드 러닝’ 개발. 이들은 플랫폼 개선 작업을 하면서 수다를 떨다가 고객들이 학원 강의를 들으려면 일일이 개별 학원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하는 데에 주목했다. 이런 불편한 지점(pain point)을 해결해 보자며 의기투합해 이를 개발해 냈다. 고 연구원은 “개발자가 많은 대기업은 각자 특화된 부분에 몰입하겠지만 중소기업은 신입사원도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책임지며 빨리 성장할 기회가 많다”고 했다.○ 강소기업은 청년 사원의 ‘역량 인큐베이터’경험과 실속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원들에게 강소기업이 매력적인 일자리로 부상하고 있다. 업무를 통해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성취와 보람을 느끼며 스스로 성장하는 게 경제적인 보상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소기업들도 개인 역량을 강화하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며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9년 홈페이지 소프트웨어 개발사 ‘센티널테크놀로지’에 입사한 최현진 씨(24)는 최근 회사 홈페이지 디자인과 총괄 기획을 맡았다. 대학에서 비서행정과를 졸업했지만 회사가 개발 업무에 관심 있는 사원에게 강의나 도서, 멘토링 등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칸막이 없는’ 업무 환경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직원을 회사의 부속품이 아니라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봐준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많아서 실무 경험을 폭넓게 익힐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지난해 11월 사이버보안 업체 ‘넷맨’으로 이직한 엔지니어 김진성 씨(30)는 업무 경험 쌓기에 주안점을 두고 직장을 선택했다. 이전 회사에선 모니터링과 서버 관리를 주로 맡아 다양한 실무 경험에 목말랐지만 넷맨에서는 하드웨어(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DB관리)를 고루 접하고 있다. 회사는 자격증 시험이나 강의 수강을 지원해주고 업무가 쏠리지 않게 매달 업무량을 조정해준다. 그는 “스킬업도 하고 시야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참신한 복지-끈끈한 팀워크, 대기업 못지않아작은 기업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취약하고 이른바 ‘꼰대 문화’가 있을 것이란 편견도 사실과 다르다. 오픈소스 지원 기업 ‘그로윈’의 입사 2년 차 심수린 선임(24)은 내근할 땐 ‘역량 강화 미션’, 외근할 땐 ‘단톡방 집단지성’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매뉴얼 대신 현장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 설치나 명령어 등을 문제 형식으로 미리 배우고, 돌발 변수가 생기면 선임 엔지니어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원격 지원을 받는다. 그는 “야간 작업이 매주 한 번 넘지 않게 업무 할당을 해주고 외근 시 식대는 물론 커피 값까지 챙겨 주는 등 직원을 세심하게 돌봐준다”고 했다. 기업 문화나 복지 프로그램도 참신하다. 카페에 나가 개발 업무를 하는 ‘컵벨롭’(커피+디벨롭)과 업무 중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휴게실 게임기(랩241)부터 사무실 한쪽 벽면을 책 3000권으로 가득 채운 도서관 느낌의 사무실(센티널테크놀로지), 3·5·10년 근속마다 90만·150만·300만 원씩 지급하는 근속 포상금(넷맨), 상금 200만 원의 우수사원 선발과 룰렛으로 뽑힌 사원(4명) 1인당 5만 원씩 지원하는 분기 랜덤회식(그로윈)까지 다양하다. 19, 20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22 리스타트 잡페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참 괜찮은 중소기업’ 일자리 플랫폼에 이름을 올린 우수한 강소기업들이 참여해 실제 채용에 나선다. 랩241, 센티널테크놀로지, 넷맨, 그로윈 등의 강소기업 부스에서 취업 정보를 얻거나 현장 채용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참 괜찮은 중소기업 플랫폼은 정부와 지자체 인증을 받은 12만 개 기업 중 신용등급과 퇴사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 3만 곳의 정보와 맞춤형 일자리 매칭을 지원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개인택시 기사의 연간 매출이 3090만 원, 월 수익은 170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용달 화물차 기사의 절반에 불과했다. 1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0년 기준 소상공인 운수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택시 업종의 평균 연 매출은 3090만 원으로, 소상공인 운수업종 평균(6120만 원)의 2분의 1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소진공이 지난해 10~11월 택시, 일반 화물, 용달 화물, 개별 화물, 늘찬배달업(퀵·배달대행) 등 5개 분야 소상공인 운수업체 3138개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했다. 15t 이상 대형화물차가 60%에 달하는 일반화물 업종 매출이 1억52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늘찬배달업 9300만 원, 개별 화물(2.5~8.5t) 7550만 원, 용달 화물(2.5t 미만) 5560만 원 순이었다. 택시와 화물업의 평균 종사자는 1~1.2명인 반면, 늘찬배달업은 21.2명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택시가 가장 낮은 2050만 원으로, 운수업 평균(3650만 원)의 56%에 그쳤다. 일반 화물은 4960만 원, 늘찬배달업 4670만 원, 개별 화물 4290만 원이었다. 차량 평균 구입금액은 택시(2167만 원)가 용달 화물(1671만 원)보다 30% 높지만 영업이익은 용달 화물(4070만 원)이 택시보다 2배 높았다. 택시의 경우 영업비용(1040만 원)에서 연료비(580만 원)가 차지하는 비중(55.8%)이 화물차 업종 평균(49.5%)보다 높아 에너지 가격 인상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사업 운영의 애로사항 조사(복수 응답)에서는 연료비용 상승이 53.1%로 가장 많고 동일 업종 경쟁 심화(48.6%), 타다·승합 택시 등 유사 서비스 진입(35.8%) 순이었다. 정부는 올 7월말 기준 서울·경기·인천 법인택시 숫자가 2019년 말보다 1만5000대 감소하며 심야택시난이 가중되자 택시요금 인상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한편 소상공인 운수업종의 일평균 영업시간은 11.3시간이었다. 늘찬배달업이 13.4시간으로 가장 많고 일반 화물 12시간, 용달 화물 11.4시간, 개별 화물 11.2시간, 택시 10.6시간 이었다. 월평균 영업일수는 23.0일로, 늘찬배달업(26.3일), 용달 화물(24.1일), 개별 화물(23.5일), 일반 화물(23.1일) 택시(20.8일) 순이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최근 원자재가격과 환율 등이 잇달아 급등하자 상생관계였던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체가 강대강 대치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시멘트업계가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레미콘업계가 시멘트업체가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0일 셧다운(조업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최악의 경우 전국 건설 공사 현장이 멈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 전쟁-고환율 겹치며 시멘트값 급등6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4일 한국시멘트협회와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 대한건설협회 관계자와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상생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양측은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시멘트업계)” “내년 봄 이후 인상해 달라(레미콘업계)”고 맞서며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 7일 동반성장위원회 주도로 열리는 ‘민간 조율’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이날 협상이 결렬되면 레미콘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된다. 양측 갈등의 불씨가 된 시멘트값은 지난해 7월 5.1%, 올해 2월 17∼19%, 지난달 12∼15% 등 1년 2개월간 약 35%가 올랐다. 이는 국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국제 유연탄 시세 전문기관인 GCI에 따르면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30일 t당 414.8달러로 전년 동기(206.3달러)의 2배로 뛰었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호주, 러시아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유연탄 수입가가 더 높아졌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올 2월 유연탄 가격이 t당 250달러에 육박했지만 비정상이라 판단해 작년 평균가(135달러) 기준으로 가격을 올렸다. 이후 200달러가 더 올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멘트 가격이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월 가격 인상분에 전기료 인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전력비는 시멘트 원가의 20∼30%를 차지한다”며 “올해 3차례 전기요금 인상으로 약 800억 원의 원가 상승 부담이 늘었다”고 했다.○ 레미콘사 “올해 가격협상 다 끝났는데 또 인상”문제는 레미콘사들도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t당 시멘트값은 지난해 7월 평균 7만8800원에서 9월 인상분 적용 시 최대 10만6000원으로 오른다. 일년에 한번 진행되는 건설업계와의 레미콘 가격 협상이 올 2분기(4∼6월)에 마무리돼 추가 인상을 받아들이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3%대인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인상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레미콘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상 시점을 내년 봄으로 늦춰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사는 건설사에 계약대로 콘크리트를 공급해야 하니 시멘트 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 손해 보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시멘트 가격이 사실상 과점 상태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미콘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특히 시멘트-레미콘-건설사-원도급사로 이어지는 건설자재 시장 구조가 걸림돌이다. 납품단가가 오르면 공사비도 함께 오르는데, 건설사 역시 원청의 도급을 받아 시공해 이를 무작정 올려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의 대기배출부담금을 줄여주거나 레미콘 믹서 트럭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 개선 여지가 생기면 출구(타협점)가 생길 수 있다”며 “레미콘업체가 셧다운하면 주요 건설공사가 차질을 빚는 만큼 정부가 좀 더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최근 원자재가격과 환율 등이 잇달아 급등하자 상생관계였던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체가 강대강 대치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시멘트업계가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체가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0일 셧다운(조업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최악의 경우 전국 건설 공사 현장이 멈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 전쟁-고환율 겹치며 시멘트값 급등6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4일 한국시멘트협회와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 대한건설협회 관계자와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상생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양측은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시멘트업계)” “내년 봄 이후 인상해달라(레미콘업계)”고 맞서며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 7일 동반성장위원회 주도로 열리는 ‘민간 조율’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이날 협상이 결렬되면 레미콘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된다. 양측 갈등의 불씨가 된 시멘트 값은 지난해 7월 5.1%, 올해 2월 17~19%, 지난달 12~15% 등 1년 2개월간 약 35%가 올랐다. 이는 국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국제 유연탄 시세 전문기관인 GCI에 따르면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30일 t당 414.8달러로 전년 동기(206.3달러)의 2배로 뛰었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호주, 러시아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유연탄 수입가가 더 높아졌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올 2월 유연탄 가격이 t당 250달러에 육박했지만 비정상이라 판단해 작년 평균가(135달러) 기준으로 가격을 올렸다. 이후 200달러가 더 올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멘트 가격이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월 가격 인상분에 전기료 인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전력비는 시멘트 원가의 20~30%를 차지한다”며 “올해 3차례 전기요금 인상으로 약 800억 원의 원가 상승 부담이 늘었다”고 했다. ● 레미콘사 “올해 가격협상 다 끝났는데 또 인상”문제는 레미콘사들도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t당 시멘트 값은 지난해 7월 평균 7만8800원에서 9월 인상분 적용 시 최대 10만6000원으로 오른다. 이미 2월에 건설업계와 레미콘 가격 협상을 마무리해 추가 인상을 받아들이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3%대인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인상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레미콘업계가 시멘트 가격인상 시점을 내년 봄으로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사는 건설사에 계약대로 콘크리트를 공급해야 하니 시멘트 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 손해보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시멘트 가격이 사실상 과점 상태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미콘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특히 시멘트-레미콘-건설사-원도급사로 이어지는 건설자재 시장 구조가 걸림돌이다. 납품단가가 오르면 공사비도 함께 오르는데, 건설사 역시 원청의 도급을 받아 시공해 이를 무작정 올려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의 대기배출부담금을 줄여주거나 레미콘 믹서트럭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 개선 여지가 생기면 출구(타협점)가 생길 수 있다”며 “레미콘업체가 셧다운하면 주요 건설공사가 차질을 빚는 만큼 정부가 좀더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국내 중소기업 절반 이상은 고금리 리스크를 피할 대응책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 10곳 중 4곳(41%)은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거나 비슷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8일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서 고금리 현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중소기업은 10곳 중 7곳(69.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왔는데 올 들어 4번 오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고금리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이 없거나(56.4%) 불충분하다(43.2%)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고금리 극복을 위한 정책으로는 ‘중소기업 우대금리 적용 확대’(40.4%),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 확대’(37.8%), ‘정책자금 지원 확대’(34.6%) 등을 꼽았다. 응답 기업의 65.0%는 최근 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인식했다. 현재 복합 위기가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답변도 86.8%였다. 부담 요인은 ‘원자재가격 급등’(76.6%), ‘이자 부담 증가’(13.5%), ‘환율 상승’(7.1%), ‘인력난 심화’(2.8%) 순이었다. 중소기업 72.8%는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으로 원자재를 구입하고 있지만 가격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한 비율은 2.5%에 그쳤다. 원재료 가격은 평균 47.6%가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 인상률은 10.2%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감소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 자율로 전환된 대출만기연장 조치가 무분별한 대출 회수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면서 “다소의 부실 우려가 있어도 회생계획서를 제출하면 대출 만기를 연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제주=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올해 2분기(4~6월)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신청 및 지급이 29일 시작된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는 4월 1~17일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 조치 이행으로 매출이 줄어든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업체 65만 곳에 8900억 원을 29일부터 지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1분기(1~3월)와 동일하게 방역 조치에 따라 발생한 피해를 산정하기 위한 보정률은 100%로, 하한액은 100만 원으로 유지했다. 짧은 방역기간(17일)과 이미용시설, 일반 학원 등에 대한 시설인원 제한 조치가 해제된 결과로 전체 보상대상은 1분기(94만곳)에 비해 감소했다. 별도 서류제출 없이 신청과 동시에 빠르게 지급하는 신속보상 규모는 57만4000곳, 7700억 원으로 2분기 전체 대상(65만 곳)의 88%, 전체 보상금액(8900억 원)의 87%를 차지한다. 업종별로는 식당·카페가 45만9000곳(5840억 원)로 가장 많았고, 실내체육시설 4만3000곳(680억 원), 유흥시설 2만7000곳(460억 원) 순이었다. 평균 보상금액은 유흥시설이 172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신속보상 대상자는 29일부터 전용 누리집(소상공인손실보상.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첫 5일간은 사업자등록번호 끝자리 기준으로 5부제로 운영된다. 신속보상 대상이 아닌 소상공인 등은 다음 달 4일부터 온·오프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이상민 씨(26)는 올 초부터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고향 친구, 가족과 떨어져 서울로 올라오며 이야기 나눌 상대가 줄자 우울감이 밀려온 게 계기가 됐다. 그가 고른 ‘Q&A 일기장’은 오늘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요즘 어떤 책을 읽었는지 등 날짜별로 질문을 달리하며 3년 치 답을 한 페이지에 적도록 구성돼 있다. 이 씨는 “나와의 ‘셀프 인터뷰’처럼 일상을 되돌아보고 1, 2년 뒤를 상상하며 의지도 다진다”고 말했다. 직장인 심혜영 씨(41)는 2년간 쓴 일기 덕분에 이달 중순 작가가 됐다. 자신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에 매일 아침 직장 생활과 고민 등을 블로그에 이웃공개로 꾸준히 올렸다. 진솔한 일기에 공감 댓글이 이어졌고, 그는 힘을 얻어 장기 복용했던 우울증 약도 끊게 됐다. 이를 눈여겨본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며 생애 첫 책을 내게 됐다. 그는 “보여주기와 비교하기가 넘치는 시대에 평범한 사람의 자기 성찰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아침저녁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기, 한 해를 잘 보냈는지 점검하며 마음을 다잡을 때 일기 쓰기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학창시절 숙제하듯 떠밀려 쓰던 일기는 최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건강한 일상을 돕는 자기계발 도구로 재조명받고 있다. 감정, 식단, 꿈 등 특정 주제만 기록하는 일기부터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쓰는 ‘모닝페이지’, 매 시간 한 일과 몰입도를 적는 ‘데일리 리포트’, 직장 경험 위주의 ‘업세이(業+에세이)’ 등 다양하다. 저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라는 점은 같다. 일기는 왜 쓰고,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등을 전문가와 일기 예찬론자들에게 들어봤다. ○ 자기 객관화에서 축적하는 ‘긍정의 힘’27일 습관 형성 애플리케이션 ‘챌린저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일기 관련 챌린지에 6만2000명이 참가했다. 2020년 참가자 수(5만7000명)를 이미 넘었고 지난해(8만3000명)의 4분의 3에 이른다. 작은 일이라도 긍정과 확신을 기록하는 감사일기, 목표나 마음가짐을 반복해 선포하는 확언(確言)노트, ‘매일 한 가지 질문에 답하기’ ‘하루 3가지 계획 짜고 완료하기’ 같은 간단한 미션형 기록이 인기다. 챌린저스 관계자는 “자기계발의 초점이 타인을 의식한 ‘성공’에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성취’로 옮겨가면서 일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기 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기 객관화’다. 오늘 무엇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고 글을 쓴 뒤 다시 읽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메타인지’(자신의 인지 과정을 객관적으로 조망) 과정과 비슷하다. 자신의 삶과 감정을 꾸준하게 기록하면 그동안 ‘나도 잘 알지 못했던 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영화, 책, 음악 등을 3∼5개 문장으로 기록하는 ‘콘텐츠 소비 일기’를 쓰는 조모 씨(34)는 “어떤 점이 좋고 싫은지 쓰며 내 취향과 가치관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미래 계획과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일기 쓰기와 돌아보기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말한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하루 중 어떤 사건과 정서 경험을 했는지 기록으로 되돌아보면 ‘내가 이런 부분이 취약하구나’ 하는 데이터가 축적되며 자기조절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했다. ○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나만의 역사책’매일 쓰는 일기와 계획은 나에 대한 역사책과 같다. 시간과 관계를 얼마나 잘 관리했는지 돌아보며 일상을 가꾸고 미래를 내다볼 지혜도 얻을 수 있다. 작은 일이라도 실수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길잡이가 된다. 19년간 자동차 1만3000대 이상을 판매한 박광주 기아 국내사업본부 이사(51)는 매일 새벽 20∼30분 ‘고객 일기’를 쓴다. 하루 100건이 넘는 전화, 미팅 등에서의 메모를 정리하며 고객 특성과 대화 내용 등을 복기한다. 박 이사는 “벌써 29권이 쌓인 영업노트를 보면 당시 고객과 감정이 그대로 떠오르며 더 진정성 있게 교감할 수 있다”고 했다. ‘워킹맘’ 문혜정 변호사(41)는 매일 일정이 적힌 플래너에 업무(빨간색), 육아(초록색), 자기계발(파란색), 모임(보라색) 등을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한다. 이렇게 하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고시생 시절 하루 12번씩 쓴 적도 있는 일기를 육아일기와 감정일기로 계속 이어오고 있다. 문 변호사는 “쳇바퀴 돌 듯 보낸 하루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부족한 부분은 더 채울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꿈과 계획 등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면서 목표 실현 가능성을 키우는 ‘프라이밍(priming) 효과’도 일기를 통해 일상에 적용할 수 있다.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성공한 200명의 특징을 기록한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아침에 5분씩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일기장에 기록하는 습관을 성공 비결로 소개한다.○ 진솔한 성찰로 타인에게 영감 주는 라이프코치 개인의 노력과 성찰이 담긴 일기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 영감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효과에 주목해 타인과 공유하는 일기를 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로 소수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공유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는 차별화된다. 일반인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출판기획사 ‘책과강연’의 온라인 카페에는 매일 아침 일기 30∼40개가 공유된다. 매일 A4용지 반쪽씩 100일간 일기를 써야 하는데, 목표 도달률이 80%에 이른다. 이정훈 책과강연 대표는 “글쓴이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읽고 교감해주는 ‘관심’에서 활력을 얻고, 읽는 이는 나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는 타인의 고백에서 연대와 위로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타인의 일기를 판매하는 일기전문점이나 e메일 매거진 등을 통해 자신의 일기를 공개하고 다른 회원의 일기를 읽고 감상을 교류하는 회원제 커뮤니티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환자나 다이어트족 등이 매일 먹은 음식과 영양분을 적는 ‘식단일기’, 논문 작성 과정의 고민과 시행착오를 상세히 적은 ‘논문일기’ 등은 후배 입문자들에게 참고서가 된다. 이런 일기는 책 출간 등의 결과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는 오늘’ 도입부 지양…기록 전 회상으로 준비운동 일기 쓰기 장점을 경험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몇 가지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 우선 매일 써야 한다거나 빼곡하게 채워야 한다는 강박은 금물이다. 억지로 쥐어짜내는 것보다 사나흘에 한 번, 단 몇 줄이라도 진실하게 쓰는 게 낫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땐 하루 3번이든 10번이든 상관없다. 전문가들은 일기 쓰기 전의 준비운동도 강조한다.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시계열식 기록보다는 먼저 회상을 통해 인상 깊은 사건과 감성을 머릿속으로 추려보는 것.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쓰기 전 영화를 보듯 하루를 연상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첫 문장을 질문형이나 감탄형으로 시작하면 생각을 명료하게 해서 자신을 돌아보는 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20년 뒤 내 자녀가 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일기를 쓰면 보다 객관화된 시선으로 경험을 기록할 수 있다. 일기는 일정 기간을 두고 톺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50년 넘게 일기를 써온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매일 밤 지난 2년간 쓴 일기를 다시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쓰면서 성찰과 사색을 한다. 테리사 애머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일기 리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지 않고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새로운 100년은 과거 60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빠르고,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중소기업계는 세상 흐름을 읽고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27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은 코로나19 확산기에도 수출을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기중앙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60년의 발걸음, 100년의 희망’을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중소기업인 400여 명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영훈 제주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개막식 특별강연에서 “복합위기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다”며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긴장하며 가야겠지만 정부가 대외 리스크 관리를 책임지고 하는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환율 급등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상황이 다르다”며 “국가 부도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은 금융위기 때 699bp(1bp는 0.01%포인트)에 달했으나 현재 50bp 안팎이고, 외환보유액도 43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했다. ‘부자 감세’ 비판이 나온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살코기도 있고 비계도 있는 맛있는 삼겹살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 서민과 중산층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5회째를 맞은 리더스포럼은 30일까지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 등 산학연 전문가들의 간담회와 강연으로 진행된다.제주=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정부가 미국 벤처캐피털들과 손잡고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2억1500만 달러(약 3030억 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피어17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한미 공동펀드 결성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 펀드에는 국내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와 미국의 벤처캐피털인 ‘RPS 벤처스’, ‘밀레니엄 테크놀로지 밸류 파트너스’, ‘어플라이드 벤처스’가 출자한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에 더해 글로벌 벤처캐피털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약식에 앞서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날 카란 바티아 구글 부회장, 데이브 로젠버그 오라클 수석부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과 좌담회를 열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정부, 대기업, 스타트업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글로벌 대기업 임원들은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다양한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전망과 함께 양국 대기업과 스타트업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인공지능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올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한인 엑시콘 기업(상장이나 매각 등으로 유니콘을 졸업한 기업)인 ‘피스컬노트’ 황태일 대표는 딥테크 발전을 위한 스타트업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구글과 오라클, RPS 벤처스, 현대차, 네이버클라우드 등 양국 기업 관계자들과 이 장관이 참여한 ‘K스타트업 공동 육성 세리머니’도 열렀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내년부터 국내 스타트업이 오라클 제품 등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게 정부와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인공지능·클라우드 분야 스타트업 20곳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한미 스타트업 생태계 협력을 바탕으로 K스타트업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정부가 미국 벤처캐피탈들과 손잡고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2억1500만 달러(약 3000억 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피어 17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한미 공동펀드 결성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 펀드에는 국내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와 미국의 벤처캐피털인 ‘RPS 벤처스’, ‘밀레니엄 테크놀로지 밸류 파트너스’, ‘어플라이드 벤처스’가 출자한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투자유치뿐 만 아니라 글로벌 벤처캐피탈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약식에 앞서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날 카란 바티아 구글 부회장, 데이브 로젠버그 오라클 수석부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과 좌담회를 열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정부, 대기업, 스타트업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글로벌 대기업 임원들은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다양한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전망과 함께 양국 대기업과 스타트업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인공지능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올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한인 엑시콘 기업(상장이나 M&A를 통해 유니콘을 졸업한 기업) ‘피스컬노트’ 황태일 대표는 딥테크 발전을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내년부터 국내 스타트업이 오라클 제품과 기술 노하우 등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공동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인공지능·클라우드 분야 스타트업 20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구글과 오라클, RPS 벤처스, 현대차, 네이버클라우드 등 양국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K스타트업 공동 육성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이 K스타트업을 상징하는 조형물에 불을 밝히자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별이 한미 양국 하늘을 비행하며 유니콘으로 변화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장관은 “한미 스타트업 생태계 협력을 바탕으로 K스타트업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