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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오랫동안 사람이 안 사니까 풀이 엄청 우거지고 보기도 안 좋았거든. 고라니도 왔다 갔다 하고. 근데 이제 깨끗해진다니까 정말 좋지.” 11일 경남 고성군 삼산면에서 만난 박두문 씨(77)가 이날 철거되는 빈집 7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 집 바로 건너편에 10년 넘게 방치됐던 빈집들은 이날 행정안전부와 고성군의 빈집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철거되기 시작했다.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면서 전국의 빈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은 13만2000채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6만1000채가 인구 감소 지역에 있다. 2040년에는 전국 주택 10채 중 1채 이상이 빈집으로 버려져 지역 슬럼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추계 결과도 있다.● 암처럼 번지는 빈집… 범정부 총력 대응행안부가 지난달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와 ‘빈집 정비 통합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이유다. 범정부 TF는 올해 50억 원을 시작으로 3년간 총 250억 원을 투입해 빈집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날 고성군에서 철거된 빈집 7채의 소유주는 2명이었다. 이 중 한 명은 15년 전까지 남편과 함께 4채의 집에서 양조장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객지에 머무는 자녀들이 홀로 사는 어머니를 모시고 떠나면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은 14년 넘게 방치돼 폐허로 변했다. 집 마당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야생 고라니도 수시로 출몰했다. 빈집에서 100m가량 떨어진 삼산초 학부모회장인 박정미 씨(48)는 “마을도 작은데 흉가처럼 빈집이 방치돼 있으니 아이들이 이쪽으로는 걸어다니기 무서워했다”고 했다. 이날 고성군 빈집 철거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빈집은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어 안전상의 문제도 생기게 된다”며 “빈집 주변에는 또 다른 빈집이 늘어나는 만큼 정책을 잘 수립해 지역 주민들과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1080채의 빈집이 있는 고성군은 연말까지 82채를 철거하기로 했다. 철거된 빈집은 주민을 위한 공용 주차장이나 공원, 숙박시설 등 주민을 위한 시설로 활용된다.● “사후 보조금 대신 직접 철거 지원” 고성군은 주민들과 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빈집 정비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삼산면 이장 김경인 씨는 “소유주 자녀가 여러 명이라 누군가는 다시 고향에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빈집을 유지했던 것 같다”며 “하루이틀도 아니고 15년 가까이 방치되기도 했고,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 정리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런 설득이 가능했던 건 고성군의 빈집 철거 지원 방식이 바뀐 덕분이다. 이전까지는 집주인이 철거하면 사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12곳을 정비했다. 하지만 행안부 빈집활용사업에 선정된 뒤 예산이 늘어 군이 직접 철거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고성군 관계자는 “이전에는 소유주가 사비로 업체를 불러 철거한 뒤 영수증 등 비용을 증명해 보조금을 지원받는 방식이라 번거롭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고성군 외에도 인구 감소 지역,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협업해 빈집 정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빈집 철거 지원이 ‘도시 재생’ 차원으로 진행돼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개별 단위의 빈집들도 철거를 희망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고성=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민족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 주부터 전통놀이 체험, 1인 가구 추석 명절 음식 만들기, 국악 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실내놀이터서 아이들과 ‘전통놀이’ 서울 강동구는 추석 명절을 맞아 실내놀이터인 아이맘 강동 6곳에서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통놀이 한마당을 운영한다. 이번 전통놀이 한마당의 체험 대상은 7세 이하 영유아 가정으로, 아이맘 강동 홈페이지(gdkids.or.kr)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이용료는 아동 1명당 2000원이며 보호자는 무료다. 전통놀이 한마당에는 대형 윳놀이와 투호던지기, 제기차기 등 민족 고유의 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놀이존을 조성했다. 악기존에서는 장구, 북, 가야금, 소고 등 전통 악기를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다. 만들기존에서는 한지 보름달, 전통문양, 전통 에코백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머리에 가채나 익석관을 쓰고 궁중복식을 경험해 보는 등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전통의상도 마련했다.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운영요원이 상주하며 놀이 방식을 알려주고 즉석카메라로 촬영해 선물한다. 강동구 관계자는 “풍성한 한가위를 맞아 잊혀가는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1인 가구도 외롭지 않은 한가위 서울 성동구는 1인 가구를 위한 추석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명절 연휴 첫날인 14일에는 친환경 식품과 물품을 교환하는 행사가 열린다. 명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전통놀이, 추석 음식 시식 코너도 진행된다.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 받은 포인트를 모둠전 밀키트로 교환할 수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1인 가구가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명절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16일부터 18일까지는 명절 음식을 함께 만들며 소통하는 ‘추석맛집 소셜다이닝’도 운영한다. 청년(30∼39세), 중장년(40∼64세), 어르신(65세 이상)으로 연령대를 구분해 진행하며, 전통 명절 음식을 함께 조리하며 요리법을 공유할 예정이다. 추석 명절 프로그램은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는 17일부터 이틀간 창덕궁 돈화문 앞 국악로 및 돈화문국악당에서 ‘2024 제6회 서울국악축제’를 연다. ‘서울의 숨결, 국악의 물결’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전통 국악부터 신진 국악인들의 트렌디한 공연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진다. 축제 기간 내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국악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수제 전통 물품 장터인 ‘얼수절수 스토어’에서는 생활한복, 전통 헤어 액세서리, 노리개 키링 등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원데이 국악 클래스를 통해 우리 국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를 배우고 직접 미니 장구와 해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2024 제6회 서울국악축제는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관람 가능하며, 축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또는 운영사무국을 통해 안내 받을 수 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며 전국 주요 대학 배터리 연구실이 최근 5년간 3배로 늘었지만 별도 안전수칙을 보유한 곳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아리셀 공장 화재를 계기로 ‘전지공장 화재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대학 내 연구실이 배터리 화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부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대학 배터리 연구실은 2019년 말 143곳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466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중 배터리와 관련한 별도의 안전 수칙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259곳에 불과했다.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연구실 안전관리 실태조사에서 지적되는 건수도 늘었다. 2019년 485건에 불과했던 안전 지적 건수는 지난해 155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서울 소재 국립대 소프트로봇 연구센터에서는 소화기 미비치, 피난구 유도등 설치 누락, 유해인자 취급 및 관리대장 미작성 등 8건을 지적받았다. 같은 해 서울 한 사립대 나노 물리 연구실에서는 소화기 사용 연수가 10년이 경과된 사실이 파악됐다. 또 실험실 내 인화성 물질 다량 보관, 산소농도 측정기 및 국소 배기장치 미설치 등 15건이 확인됐다. 이러다 보니 연구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올해 3월 광주과학기술원 연구실에서는 충전 중이던 리튬배터리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 추산 900여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그럼에도 연구실 안전 정기교육 대상자들의 교육 이수율은 최근 5년간 63%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기업과 연구기관의 이수율이 각각 99.5%, 94.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저조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배터리 연구실이 배터리 화재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면밀한 관리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날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위험성 높은 전지공장을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리튬전지는 ‘특수가연물’로 지정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학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는 상당히 많은 화재가 발생하지만 관리 대책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전지 공장에서 불이 났다고 해서 공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취급하는 관련 분야를 면밀히 살펴 안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위상 의원은 “대학 배터리 연구실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 사각지대”라며 “연구실 안전교육 의무시행 방안과 함께 별도의 배터리 안전수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앞으로 일상 생활에서 돌봄이 필요할 때 120다산콜센터로 전화하면 상담부터 기관 연결까지 원스톱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해산 후 돌봄 서비스 개편을 선언했던 서울시가 돌봄 공공성 강화에 5년간 8786억 원을 투입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발표는 서울시 돌봄서비스 공공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5월 말 서사원이 해산에 따른 돌봄 공백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시는 6월부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부, 학계, 현장 종사자 등과 함께 이번 계획을 마련해왔다. 서사원은 당초 설립 목적과 달리 고난도 이용자 돌봄이나 취약시간대 돌봄 분야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아 5월 해산됐고,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우선 시는 돌봄 전문 상담 콜센터 ‘안심돌봄120’도 다음 달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안심돌봄120은 120다산콜센터로 전화 후 특정번호(10월 신설 예정)를 누르면 전담 상담원에게 연결된다. 상담원은 돌봄이 필요한 시민의 상황에 맞는 적합한 정보와 기관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안심돌봄120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야간이나 공휴일에는 120다산콜센터에서 상담을 접수한 뒤 평일에 회신한다. 청각·언어장애인이나 전화 기피 이용자를 위한 카카오톡 상담센터도 제공할 방침이다. 돌봄 전담 지원 기구인 ‘사회서비스지원센터’는 다음 달 서울시복지재단 안에 설치할 계획이다. 사회서비스지원센터는 민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제공기관별 서비스 질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 관리와 자문·교육 지원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전담 기구다. 내년부터는 노년층·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돌봄통합지원센터도 시범 운영한다. 돌봄통합지원센터는 지역 내 돌봄 통합상담창구로 자치구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형과 관내 복지관 등 전문조직을 활용하는 민간형으로 나눠 모두 4곳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실장은 “앞으로도 ‘좋은 돌봄’을 책임지고 제공하기 위해 현장과 소통하며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시가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당한 소상공인을 위해 융자 한도를 1억5000만 원으로 늘리고, 금리는 2.5%로 낮췄다고 8일 밝혔다. 시는 지난달 6일 발표한 ‘티몬·위메프 입점 피해 소상공인 지원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당초 5000만 원까지 지원하던 이커머스 입점 피해회복 자금의 융자한도를 1억5000만 원으로 상향했다. 금리(보증료 포함)도 기존 3.5%에서 2.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앞서 시는 티메프 피해업체의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9일부터 총 350억 원 규모의 피해회복 자금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융자지원 신청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 지원 범위를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피해 기업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긴급경영안정자금의 금리를 2.5%로 인하했다. 시는 소·중규모 피해 업체를 구제하는 데 집중해 정부와 상호 보완하는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청은 서울신용보증재단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송호재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은 “앞으로도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 소상공인의 지원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지원 방안을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시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내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조사한 결과 찬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서울시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가상징공간(가칭 ‘감사의 공간’) 조성에 대해 서울 시민 49.5%가 ‘동의한다’고 답했고, 42.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잘 모름·무응답은 7.9%였다. 서울시는 당초 6·25전쟁일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가 ‘과도한 국가주의’란 비판이 나오자 유엔 참전용사 등을 기리는 국가상징공간으로 만드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상징공간이 한국의 호감도를 높일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6·25전쟁 참전 22개국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0.4%, 좋아지지 않을 거란 응답은 42.1%로 집계됐다. 잘 모름·무응답은 7.5%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이달 2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유무선 RDD(전화번호 임의 걸기) 전화면접조사 50%, 무선 RDD ARS(자동응답시스템) 전화조사 50%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수준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시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내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조사한 결과 찬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5일 서울시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가상징공간(가칭 ‘감사의 공간’) 조성에 대해 서울 시민 49.5%가 ‘동의한다’고 답했고, 42.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잘 모름·무응답은 7.9%였다.서울시는 당초 6·25를 맞아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가 ‘과도한 국가주의’란 비판이 나오자 유엔(UN) 참전용사 등을 기리는 국가상징공간으로 만드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국가상징공간이 한국의 호감도를 높일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6·25전쟁 참전 22개국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0.4%, 좋아지지 않을 거란 응답은 42.1%로 집계됐다. 잘 모름·무응답은 7.5%였다.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2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유무선 RDD(전화번호 임의 걸기) 전화면접조사 50%, 무선 RDD ARS(자동응답시스템) 전화조사 50%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수준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한국인과 결혼한 뒤 국내에 정착한 결혼이민자를 위한 취업박람회가 열린다. 서울시는 5일 낮 12시 서울가족플라자에서 ‘2024년 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를 연다고 3일 밝혔다. 박람회에는 결혼이민자 채용을 원하는 기업 15곳이 참여해 1 대 1 현장 면접을 진행한다. 취업 컨설팅관에서는 구직자의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이력서·면접 컨설팅, 직업카드를 이용한 직업탐색, 노무상담도 진행된다. 한국어가 서툴러 박람회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민자들을 위해 행사장 안내 및 채용 정보를 5개 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로 번역한 웹페이지를 운영한다. 취업을 희망하는 결혼이민자 누구나 박람회에 참여할 수 있다. 이해선 서울시 글로벌도시정책관은 “이번 박람회로 결혼이민자들이 다양한 산업 분야를 탐색해 보고 취업의 기회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결혼이민자, 귀화자 가운데 15년 이상 국내 체류한 비율은 2018년 27.6%에서 2021년 39.9%로 올랐다. 시 관계자는 “국내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민자 비율이 높아진 만큼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채용 정보 외에도 결혼이민자 자조모임 공간을 마련해 취업 문제와 결혼이민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형병원 응급실 과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추석에도 자발적으로 병원문 열겠다는 의료진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의정갈등의 장기화로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이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 응급의료 체계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의료마저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어제 고대안암병원의 응급 의료 현장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여러 의사분들과 대화했다”며 “요즘 의료와 관련해 온통 어두운 이야기들뿐이지만 희망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응급의료대응 여력을 강화하기 위해 71억 원의 긴급 지원을 결정했지만, 이 지원이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추석 연휴 기간 중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비상진료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연휴 기간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을 올해 설 대비 1.5배 규모인 1800여 개로 대폭 확대하고 응급의료대응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71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의료의 핵심은 의료진”이라며 “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그 헌신으로 인해 자칫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던 많은 생명이 지켜질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연휴 기간 평소보다 응급실이 축소 운영될 수 있는 만큼 경증 환자는 동네 병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그래야 중증환자와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시민 모두의 동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보스(고용주) 집에는 두 살 된 아이랑 8개월 된 갓난아기가 있거든요. 더워도 여기서 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해요.” 1일 낮 12시경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랜드마크 백화점 인근 도로. 휴식을 취하던 로위나 오베나 씨(42)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날 홍콩은 습한 날씨 탓에 체감온도가 41도에 달했다. 하지만 도심 곳곳엔 거리로 나온 외국인 가사관리사(헬퍼)들이 가득했다. 그는 “집에 있으면 휴무인데도 일하지 않는 게 눈치 보인다”고 했다.● 거리로 쏟아지는 홍콩 외국인 헬퍼들 홍콩 HSBC은행 본사 건물 주변도 일요일마다 외국인 헬퍼 수천 명이 모이는 ‘만남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날 헬퍼들은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 집에서 만들어온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이런 풍경은 홍콩이 1973년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본격적으로 허용하면서 생겼다. 홍콩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1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의 32.5%가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데 대부분 외국인이다. 홍콩 거주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33만 명이 넘는다. 홍콩은 개별 가구가 외국인 헬퍼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대다수가 고용주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휴일만이라도 고용주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라리 거리에서 쉬겠다며 쏟아져 나오는 것. 이곳에서 외국인 헬퍼들은 “서로의 상황과 처지를 공유하고 나름의 대응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제도가 도입된 지 51년이나 흘렀지만 개별 가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각 가구 개별 고용으로 비용을 월 4870홍콩달러(약 84만 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가구별 차이가 있다 보니, 임금 체불이나 인권 침해 등 각종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30년간 가사관리사로 일했다는 한 필리핀 출신 헬퍼(60)는 “사업가인 고용주가 20대 외국인 헬퍼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해 논란이 됐다”며 “오래된 음식이나 가족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헬퍼 비토비나 씨(38)는 “주말마다 모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헬퍼를 도울 방법을 찾는다”며 “임금이 체불되거나 고용주와 갈등을 빚어 집에서 나와 불법 체류를 하며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한다”고 밝혔다. 올 초에는 필리핀 출신 헬퍼 5명이 시내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돼 경찰에 체포되는 등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 헬퍼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유사 문제 직면 가능성 한국은 3일부터 시작되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가사관리업체가 외국인 헬퍼와 계약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은 홍콩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본사업이 내년 상반기 시작돼 헬퍼가 늘어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홍콩처럼 개별 가정과 사적 계약을 맺는 ‘가사 사용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면 유사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국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체류 연장도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대 4년 10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E-9)로 입국했지만, 중개 업체와의 계약 기간은 약 7개월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끝나면 무엇을 할지 정해져 있지 않은 것. 사적 계약 방식이 도입될 경우 이들이 비자 만료 이후에도 한국에 남아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유사한 문제를 겪었던 홍콩은 외국인 헬퍼들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계약 만료 후 14일 이내 출국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고용주에게 약 500만 원의 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외국인 헬퍼가 불법 체류자가 되면 정부가 보증금을 몰수한다. 에릭 퐁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주가 헬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명확히 해야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홍콩에서 되게 유명한 말이 있거든요. ‘아이를 키우려면 400만 홍콩달러(약 6억8680만 원)가 있어야 한다’고. 이런데 누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겠어요.” 1일 홍콩 셩완 셩완역 인근 거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안 리 씨(29)가 이렇게 말했다. 홍콩의 한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리 씨는 한 달에 대략 3만 홍콩달러(약 515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그는 “변호사나 특정 직업군을 제외한 대다수 20, 30대의 평균 월급이 이 정도인데, 말도 안 되는 월세에 높은 물가로 나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헬퍼)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 중 한 곳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2012년 1.28명으로 소폭 올랐지만 2019년 1.06명에서 2020년 0.88명, 2021년 0.77명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외국인 헬퍼 등을 운영해 단순히 ‘가사·양육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홍콩에서 만난 시민들은 홍콩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집값’을 꼽았다. 홍콩 센트럴 지역의 한 찻잎 판매점 사장(70)은 “400∼500제곱피트(약 11∼14평) 정도 하는 아파트의 월세가 1만5000∼2만 홍콩달러(약 257만∼343만 원)가량 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자녀를 낳기보다는 본인의 삶을 즐기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홍콩의 집값이 너무 비싼 것도 아이 낳기를 꺼리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교육열도 문제로 꼽힌다. 홍콩의 한 직장인(35)은 “아이를 교육하려면 수많은 교과외 활동과 과외를 시키거나 해외 유학이나 국제학교를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집값이 높아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자녀 교육열도 높다 보니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28)은 “홍콩에는 외국인 헬퍼 제도가 있지만 주거비 폭등, 잘못된 교육 시스템, 높은 생활비 등으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고,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릭 퐁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은 많은 외국인 헬퍼가 들어와 일하고 있지만 모두 출산율이 저조하다”며 “한국에서 외국인 헬퍼를 도입한다면 일부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집값, 교육 등)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바꿔야 출산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홍콩은 고용주의 의무와 외국인 가사관리사(헬퍼)의 업무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을 ‘표준 고용계약서’를 통해 명시하고 있다. 1일 홍콩 현지 인력사무소인 ‘테크닉 고용센터’에 따르면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출신 국적과 관계없이 표준 고용계약서를 작성한다. 고용주와 가사관리사는 2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계약서에는 고용주가 헬퍼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책임들이 명시돼 있다. 양측이 서명한 뒤 각국 영사관으로 보내 공식 인증을 받으면 가사관리사로 체류할 수 있는 별도 비자(C-3)가 발급된다. 고용주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월급 외에 왕복 비행기 삯과 의료보험 등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또한 계약을 해지할 경우 한 달 전에 미리 통보해야 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C-3 비자는 계약 기간에 맞춰 2년마다 새로 갱신해야 한다. 홍콩에 7년을 거주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다른 취업비자와 달리 C-3 비자로 입국한 경우 영주권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를 상당히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숙박 및 가사 업무 일정을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 명시된 가구와 그 가구의 구성원이 아니면 가사 업무를 제공할 수 없다. 홍콩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정용 킴앤컴퍼니 변호사는 “고용 계약상 헬퍼는 고용주의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가사 업무만 할 수 있고, 다른 곳에서의 파트타임 근로는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는 경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고 실형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고용허가제(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내년 2월 시범사업 종료 이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달 3일부터 시작하는 시범사업을 평가해 고용 허가 연장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기본적으로 시범사업 이후 외국인 가사관리사 인원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 정부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킴, 오늘 저녁은 새우계란볶음밥 부탁해요.” 지난달 29일 오후 4시 무렵 홍콩 주룽(九龍) 지역의 한 아파트. 영국계 보험회사에 다니는 켈빈 우 씨(35)의 어머니가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헬퍼)에게 저녁 메뉴를 부탁했다. 우 씨의 어머니가 생후 4개월 손자를 봐주는 동안 가사관리사는 우 씨 가족들의 저녁을 준비했다. 오후 6시쯤 퇴근한 우 씨의 아내는 바로 식탁에 앉아 가족들과 식사를 한 뒤 아들을 씻기고 여가 시간을 누렸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시범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3일부터 각 가정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이들을 둘러싸고 최저임금 적용 여부 등의 논란이 진행 중이다. 동아일보는 우리보다 앞서 1973년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해 51년째 운영 중인 홍콩을 찾아 운영 실태를 살폈다. 현지 맞벌이 부부들은 “(외국인) 헬퍼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홍콩, 월 100만 원이면 입주 헬퍼 고용 홍콩에서 현지 대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한국인 최민지(가명·39) 씨도 4년 전부터 필리핀 가사관리사인 러블리 오르테라스 씨(43)를 고용하고 있다. 오르테라스 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요리, 집안일 등 가사 일을 도맡아 한다. 그의 월급은 5500홍콩달러(약 94만 원) 정도다. 주거 문제는 최 씨네 집에 마련된 ‘헬퍼방’에서 해결한다. 취재팀이 방문한 헬퍼방에는 침대, 옷장, 작은 화장실이 있었다. 오르테라스 씨는 최 씨 가족과 식재료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월급에 더해 매달 21만 원가량의 식비를 추가로 받고 있었다. 월급의 대부분은 필리핀의 가족에게 보낸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 가입국이 아니라서 외국인과 내국인의 임금을 다르게 지불할 수 있다. 다만 홍콩 정부는 매년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최저 월급 권고 기준을 발표한다. 올해는 4870홍콩달러(약 83만6179원). 고용주의 식재료를 공유 받지 않으면 식비로 1236홍콩달러(약 21만 원)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홍콩의 월 중위소득은 3만 홍콩달러(약 515만 원)이다. 외국인 헬퍼 월 급여가 100만 원 안팎이니 소득의 20% 정도만 부담하면 고용할 수 있다. 반면 3일부터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근무지에 상주하지 않고 매일 8시간 출퇴근 근무를 해도 월급이 238만 원이다. 국내 30대 가구의 지난해 중위소득이 509만 원임을 감안하면 소득의 절반을 털어야 고용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 누구나 집안일, 육아 부담을 줄여주고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렴하니 많이 써… “가족과 시간 더 보낼 수 있어” 저렴한 비용 덕분에 홍콩 맞벌이 부부들의 이용률도 높은 편이다. 취재팀이 만난 현지 거주자 10명 중 9명은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써봤다”고 말했다. 이 중 5명은 “지금도 고용 중”이라고 했고, 4명은 “어린 시절을 외국인 헬퍼와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이용 가정의 만족도도 높다. 최 씨 집에서 일하는 오르테라스 씨는 최 씨가 한국인임을 감안해 한국 음식을 종종 요리한다. 취재팀이 방문한 날에는 저녁에 메인으로 삼계탕이 올라왔고, 야무지게 무친 시금치 나물도 곁들여졌다. 최 씨는 “헬퍼가 없을 때는 퇴근한 뒤 밥도 차려야 해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이제는 퇴근하면 바로 밥을 먹을 수 있고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집안일, 요리, 노인 및 아기 돌봄, 아이 돌보기 등 가정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반면 서울시 시범사업을 통해 고용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업무는 원칙적으로 ‘아이 돌봄’에 한정된다. 이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의 가을밤이 추상미술의 거장 수화 김환기의 작품으로 물든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다음 달 19일까지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행사를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라이트 행사는 222m에 이르는 DDP 전면 외벽에 펼쳐지는 초대형 미디어파사드에 빛을 이용해 진행된다. 전시는 행사 기간 동안 매일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 DDP 외벽 전면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추상미술의 거장 수화 김환기의 작품을 초대형 미디어파사드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박제성과 대중음악 프로듀서 윤상도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DDP 10주년과 김환기 작가의 사후 50주기를 기념하는 의미로 진행된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대표작을 해외 작가의 작품으로 보여줬는데, 이번 서울라이트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추상미술의 거장의 삶과 작품을 재조명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DDP 디자인&아트’ 행사도 진행된다. DDP 디자인&아트 행사는 글로벌 디자인 야외 전시와 둘레길 입체 전시, 아트토크&투어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마련됐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20년 후에 살던 집을 시세 대비 10∼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Ⅱ 300여 채가 추가로 공급된다. 서울시는 출산 또는 결혼을 계획 중인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장기전세주택Ⅱ―미리 내 집’에 입주할 327가구를 추가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공급되는 단지는 관악구 봉천동 힐스테이트 관악센트씨엘,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트윈골드,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다. 30일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시작해 다음 달 11, 12일 신청을 받는다. 전용면적은 49∼84㎡, 전세보증금은 평형에 따라 최저 49㎡ 2억2000만 원(호반써밋 개봉)부터 최고 82㎡ 6억 원(롯데캐슬 이스트폴)까지 다양하다. 신청 대상은 혼인신고를 한 날로부터 7년 이내인 신혼부부 또는 모집공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혼인신고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다. 부부 모두 공고일 기준 5년 이내에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입주 후 자녀를 1명이라도 낳으면 소득·자산 증가와 관계없이 2년 단위 재계약이 가능하다. 자녀 증가로 가구원 수가 늘어난 경우는 입주 10년 차부터 넓은 평형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장기전세주택Ⅱ의 첫 대상지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는 지난달 300가구 모집에 1만7929가구가 신청해 평균 경쟁률 59.8 대 1을 기록했다. 최대 경쟁률은 유자녀 59㎡에서 213.1 대 1에 달했다. 앞서 서울시는 5월 저출생 대책으로 신혼부부나 출산·결혼을 계획 중인 시민에게 안정적 주거와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장기전세주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살면서 자녀 2명 이상을 낳으면 20년 후에 살던 집을 시세 대비 10∼20%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내 집이 될 주택을 미리 마련한다’는 의미를 담아 ‘미리 내 집’으로 이름지어졌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외국인 SAWYER(성) TOM(이름) 씨는 증명서마다 성명이 ‘SAWYER TOM’, ‘TOM SAWYER’, ‘소여톰’, ‘톰소여’, ‘소여 톰’, ‘톰 소여’ 등으로 표기돼 본인 확인이 어려웠다. 성명이 로마자(SAWYER TOM)로만 표기되는 증명서와, 한글(소여톰)로만 표기되는 증명서를 제출할 때는 동일인임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외국인의 성명 표기에 관한 표준 원칙을 제정해 앞으로는 ‘SAWYER TOM(소여톰)’으로 일관되게 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29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행정안전부 예규인 ‘외국인의 성명 표기에 관한 표준안’을 행정예고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시행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마련된 표준안에 따르면 앞으로 외국인의 로마자 성명은 성-이름 순서로 대문자로 표기하되, 성과 이름은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외국인의 한글 성명은 성-이름 순서로 표기하고 성과 이름은 붙여 쓰도록 한다. 한글 성명이 없는 경우 외국인 출신지역의 현지음을 한글로 표기하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도록 했다. 본인확인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의 로마자 성명과 한글 성명을 병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국내 주민등록인구가 4년 연속 감소한 가운데 1인 가구는 꾸준히 늘면서 1000만 세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 행정안전통계연보를 발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연보는 행정안전 분야의 정책 수립·집행 및 학술연구 등에 필요한 주요 통계가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 지난해 주민등록인구는 5132만5329명으로 전년(5143만9038명)보다 0.22%(11만3709명) 줄면서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민등록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평균 연령은 늘고 있다. 지난해 평균 연령은 전년(44.2세)보다 0.6세가 많은 44.8세가 됐다.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은 1971년생인 52세로 92만858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1인 가구 확산으로 총 세대수는 증가했다. 총 주민등록세대는 전년(2370만5814세대) 대비 0.88% 늘어난 2391만4851세대로 집계됐다. 이 중 1인 세대가 993만5600세대로 전체의 41.5%를 차지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오세훈 서울시장이 돌봄 대란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 관계부처 차원의 ‘외국인 돌봄인력 도입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27일 서울시와 국민의힘 나경원 김선교 유상범 의원이 공동 주최한 ‘필라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 세미나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로 촉발됐지만 위로는 노인 간병비, 아래로는 자녀 교육비 등 중장년층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돼 이대로 간다면 돌봄 대란이 올 것”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는 최근 입국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급여로 월 238만 원(하루 8시간 근무)이 책정돼 정책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자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오 시장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육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겠다는 것이 당초 제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 도입을 제안한 취지였는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용가정과 가사관리사 모두 윈-윈하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3월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인용하며 2024년 돌봄서비스의 노동 공급이 수요의 30%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인력을 도입해야 중산층 이하 가정엔 ‘그림의 떡’”이라며 “정부가 앉아서 부작용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오 시장은 전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헌법 등에 배치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헌법상 평등권은 기계적이고 산술적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이라며 “필리핀이나 동남아 국가 기준으로는 우리가 드리는 인건비 수준이 몇 배가 되기 때문에 기계적인 평등을 따져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면 매우 형식적인 관찰”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특정활동(E7) 비자를 활용해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들어올 때 기관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수요자가 계약하는 방식을 취하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고 얼마든지 저렴하게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당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나 의원은 “헌법상 평등은 무조건적 평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합리적 차별은 가능하다”며 “헌법을 위반하지 않고 윈윈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적용 문제가 외국인 돌봄 인력의 도입과 고용허가제까지 ‘패키지’로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자, 다들 오셔서 식사하세요.” 23일 서울 구로구 개봉2동 경로당 안.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나누던 어르신들이 김원조 씨(69)의 식사 공지에 배식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5개월 전부터 이 경로당에 다니기 시작한 김 씨는 최근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아침 9시 조금 넘으면 와서 30인분 정도의 식사를 준비한다”며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다들 맛있게 드셔주시니 일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관내 일부 경로당에서 제공하는 ‘주5일 점심 식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는 ‘주5일 밥상’으로 노인들의 영양을 챙기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교류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주5일 밥상과 노인 일자리 연계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에서 운영 중인 경로당은 총 3489곳이다. 이 중 65.1%인 2274곳이 주 5회 미만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특히 399곳은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아예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5월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주5일 식사 제공’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위해 백미(양곡) 제공량을 기존 8포에서 12포로 늘리고 비용을 일부 지원했다. 그 외에 반찬 비용과 중식 도우미 인력 비용 등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일정 비율로 나눠 분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총 47억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각 자치구에 모두 교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는 주5일 밥상을 운영하기 위한 조리 인력을 ‘어르신 일자리’로 연계하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중식 도우미로 일하게 되면 한 달에 30시간까지 최대 29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이분들이 점심을 만드시고 치우는 건 경로당에 계신 분들이 함께 도와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적 교류 늘려 ‘심리적 안정’ 시는 주5일 밥상으로 경로당 노인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고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식 제공이 확대되면 노인들이 경로당을 찾는 빈도가 늘고 사회적 교류가 늘어나는 만큼 우울증 예방 등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로당 현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개봉2동 경로당에 다니는 박규환 씨(79)는 “예전에 다니다 최근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식사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며 “매일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커피도 마시고 모여서 프로그램들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도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서옥구 씨(81)도 “예전에는 주 3, 4일 정도만 밥을 줬는데 지원을 받은 뒤부터는 매일 점심 식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인력 부족이나 경로당 자체 사정으로 중식 확대 제공을 희망하지 않았던 697곳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식사 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시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의 상습 정체를 해결하고 한강과 도심의 단절을 해소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지하화를 통해 도로로 단절된 한강공원의 연결성을 높이고 지하화한 도로 상부는 공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서울시는 ‘한강변 간선도로 재구조화 기본계획 수립 용역’ 입찰을 진행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사업수행자가 결정되는 9월부터는 본격적인 용역에 착수해 2026년 하반기(7∼12월)까지 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번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강변북로(가양대교∼천호대교 26.7km)와 올림픽대로(행주대교∼구리암사대교 36km) 전 구간을 대상으로 한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는 장거리 고속통행을 위한 자동차전용도로로 도심 교통을 외곽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구조 변화에 따른 상습 정체로 간선도로 기능이 퇴색된 데다 한강변과 도심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앞서 오세훈 시장은 2022년 유럽 순방 중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강변북로를 리오 공원처럼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리오 공원은 지상 도로로 단절됐던 공간을 수변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에 따라 강변북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도로가 있던 지상부는 수변, 여가,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한강 주변 대규모 개발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담길 예정이다. 관련 개발, 교통 계획 등을 분석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 대한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하고, 일반도로 전환과 상부 공간의 활용 방안도 검토한다. 상습적인 정체를 해결하기 위한 한강교량 진출입 체계의 효율화 방안에 대한 검토도 이뤄진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개략적 사업비와 재원 투입 방안, 관련 계획과 연계한 사업 우선순위도 도출할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 동서축 혼잡 구간을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양재∼고양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과의 연계 방안도 검토한다. 해당 도로는 상당 부분이 강변북로 지하에 대심도로 건설돼 향후 한강변 간선도로 교통량 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보 서울시 재난안전실장은 “이번 용역을 시작으로 한강변 간선도로 공간 재편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향후 이를 통해 확보한 공간을 한강과 일체화된 공원 등으로 조성함으로써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글로벌 도시 서울의 매력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